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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오버 데어/문승숙·마리아 혼 엮음/이현숙 옮김/그린비/688쪽/3만 7000원 미국은 지난 60년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제국으로 군림해 왔다. 150여개국에 설치된 미군 기지만 700여개, 주둔 미군은 14만여명이다. 미국 언론들이 해외 파견된 미군에 대해 강조하는 이야기들은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이들의 영웅담이나 희생 의지 등이 대부분이다. 이런 눈가림을 치밀한 관찰과 비판으로 발가벗기는 책이 나왔다. 미국이 미군 기지를 통해 얼마나 현지 국가에 불평등한 사회적 비용을 전가시키는지, 치외법권적인 오버 데어(군사기지와 미군, 지역 주민들이 교류하는 곳으로 국가 간 경계와 주권이 흐려지는 혼성 공간)에서 어떤 양상의 폭력과 무질서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진술이다. 미국 바사대 사회학과 문승숙 교수와 역사학과 마리아 혼 교수가 엮은 미국 교수 8명의 논문은 미 본토 외부 미군의 90%를 수용하는 한국, 일본, 서독의 기지들을 중심으로 주둔국 정부의 형태, 주둔하는 미군의 종류, 미군 기지 위치, 미국과 주둔국 사이에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미군과 주둔국 사회 간 맺고 있는 권력관계가 다름을 보여 준다. 가장 평등한 형태가 서독, 가장 불평등한 형태가 한국, 서독과 한국의 중간 정도가 일본이라는 결론이다. 미국의 신식민주의 경향이 가장 심한 곳으로 한국을 꼽은 저자들은 미국이 이승만의 독재통치,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전두환 정권을 기꺼이 용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은 한국을 민주화하려 노력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통해 치외법권적 공간이 된 주둔 기지에서는 미군과 현지 민간인 사회 간의 불평등, 특히 성매매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종·성 차별, 인권 유린, 폭력 문제가 극심하다.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 야욕과 현지 엘리트들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군과 한국정부가 묵인한 군대 성매매는 제국주의와 지역 엘리트들이 자신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계산한 결과물이다. 군인들을 만족시키고 군대 당국에 충성하도록 소외된 하층 계급의 여성을 이용하는 경제 논리가 깔려 있다. 그들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다른 대안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128쪽) 카투사 제도에 대해선 ‘식민지 국가의 국민은 교육 수준과 잠재성을 떠나 식민주의자들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인 식민주의 사관을 반복한다고도 지적한다. ‘2차 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미군 제국과 함께 살아온 삶’이라는 부제의 무게는 그간 예외주의를 내세워 온 미국의 변화를 엄중히 재촉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美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에 日만행 새긴다

    올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인 스퀘어 파크에 들어설 위안부 기림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역사적 문구가 새겨진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한·일 양국 외교적 마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사무국장은 1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시 예술위원회 산하 시각예술소위원회에서 기림비와 함께 설치될 동판 설명문을 최종 확정했다”고 말했다. 동판 설명문에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여성, 수십만명이 이른바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전략적 차원에서 자행된 전쟁 중 성폭력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과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아울러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고통의 역사가 잊힐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는 위안부 할머니의 유언도 담았다. 문구 선정 과정에서 일본 정부를 뒤에 업은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커뮤니티 분열을 야기한다’거나 ‘화해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며 전방위 로비와 방해 공작을 펼쳤다고 김 사무국장은 전했다. 이번 문구는 다음달 시 예술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사설] 변칙의 트럼프 시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오늘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본격 개막한다. 대통령 당선 전후의 그의 예측 불허 행보를 보면 국제사회 전체에 불확실성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외교·안보는 물론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한 관계인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시대의 화두는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70여년의 국제질서를 허물고 미국의 국익 위주로 새롭게 개편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의 대외 정책과 달리 친러시아, 반중국, 반유럽연합(EU), 반국제협력 등으로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언제까지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역시 한국 우선주의(코리아 퍼스트)를 화두로 국익 극대화의 생존 전략을 짜면서 트럼프 시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3.5%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1조 달러 경기부양’ 정책은 미국 경제의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 등 난제는 남아 있지만 최근 미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대미 수출 환경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우리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를 우리의 국익과 연결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는 우리로선 달갑지 않지만 냉혹한 국제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미·중 간 힘겨루기 와중에 우리의 선택폭이 좁아지고 있는 만큼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에 맞춰 유연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해서는 안보 의존성을 줄이고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면서 우리의 균형감각을 키워야 한다. 북핵 문제의 국제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예상되는 미국의 통상 압력과 방위비 증액 요구는 주독·주일 미군 비용 등의 객관적 수치를 토대로 무리한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고 합당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주한 미군 조달 시장에 대한 한국 중소기업 참여 기회 확대 등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제 정세는 변화무쌍한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교 당국은 국익 극대화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유연하고 균형적인 국가 전략 수립에 매진해야 한다.
  • [금요 포커스] 가계부채, 이미 알고 있는 리스크/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금요 포커스] 가계부채, 이미 알고 있는 리스크/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서양 속담에는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들이 많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면 돈과 친구 모두를 잃는다”, “빌린 돈은 웃음을 사라지게 하고 슬픔을 낳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새해 들어 대부분의 전문가가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가계부채를 꼽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맞물려 이미 가계대출을 받은 가계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까 하는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 기준 가계신용 규모는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0년간 연평균 가계신용 증가율은 8.2%다. 연평균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5.4%를 웃돌고 있다. 타인의 자본인 부채는 원래 종잣돈이 되어야 한다.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는 이를 운용해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거나, 대출을 통해 가계나 주거의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상환할 수 있을 때에 그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감독당국은 “상환능력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원칙 아래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 대출이 담보가치 이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소득수준을 감안해 대출규모를 정하도록 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통해 과도한 대출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저금리와 주택시장 경기호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해 왔다.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고령화는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금리까지 상승 기조로 전환됨에 따라 가계부채 대책은 보다 세심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계부채 대책은 과도하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연착륙의 지혜가 매우 중요하다. 먼저 금융회사들은 대출 취급단계에서 과잉 대출을 억제하고 책임 있는 대출관행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고정금리, 분할상환 조건 등의 질적 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여신심사 방식을 선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부채상환능력(DSR) 정보를 활용해 모든 금융회사가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미 취급된 대출은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금융회사는 LTV, DTI는 물론 차주 정보와 상환능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또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수립해 과도하게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감독 조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비은행권도 예외가 아니다. 또 은퇴 세대가 보유 주택을 당장 처분하지 않고도 안정적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택연금상품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 보유 주택을 투매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하고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예방하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저신용 다중채무자 및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리스크를 분석하는 등 각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고자 한다. 부실화 징후 단계에서는 채무자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실업이나 폐업, 질병 등 특정 사안이 발생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일정 기간 채무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조건을 조정해 주는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선제적인 채무조정 조치들은 채무자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금융회사들의 채권 회수와 금융시스템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부실화된 차주는 조속히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법원의 개인회생절차 신청 이전에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이런 채무조정 결과를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대책은 부채를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득을 늘려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물론 관련 정부부처가 함께 노력해야 하며, 채무자 또한 자신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조금씩 나눠 갚을 수 있도록” 부채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사우어(Sour·신 맛)맥주 인기가 이 정도인데, 이제 그만 해체해도 되지 않을까요?”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지난 15일, 이상원(43)씨를 비롯한 3명의 한국사우어맥주연합(이하 한사연) 운영진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모여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날 아시아 최초 사우어맥주 전문 펍인 ‘사우어 퐁당’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 마감 시간인 오전 2시까지도 사우어 맥주를 찾는 손님들로 종일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사우어맥주의 존재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3년 전, 한사연을 결성해 국내 맥주업계를 대상으로 매년 ‘사우어 토크’를 개최하는 등 사우어 맥주를 적극적으로 알려온 이들은 이날 강추위를 뚫고 사우어 맥주를 마시러 온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는데요. 한국 최초의 사우어 맥주인 ‘설레임’을 만든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45·필명) 대표는 “크래프트맥주가 상륙한지 고작 3~4년 남짓 된 한국에서 사우어맥주가 이렇게까지 빨리 알려지고,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며 “커뮤니티를 만들때 사우어맥주가 대중화되면 해체하자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이 정도 인기라면 이제 (해체)해도 될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계의 대세로 떠오른 사우어(Sour·신 맛) 맥주는 젖산이나 야생효모를 넣어 발효한 맥주로, 시큼한 맛이 나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또 사우어맥주는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오크통 안에서 숙성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맥주는 식초를 마셨을때와 같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고, 때로는 지하실 곰팡이같은 쿰쿰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다수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매니악한 성격이 강한 맥주죠. 그런데 이 괴상한(?) 맛이 나는 맥주가 현재 글로벌 맥주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계를 이끄는 미국에는 2013년만 해도 사우어맥주 종류에 속하는 ‘고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50여 개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수백 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다양한 종류의 사우어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에만 7곳의 양조장에서 12종류 이상의 사우어 맥주를 출시하면서 트렌드를 부지런히 쫓아가고 있고요. 해외맥주 수입사 ATL 코리아의 임준택 대표는 “사우어 열풍 때문에 기존 IPA와 스타우트 맥주 수입에 주력했던 수입사들도 사우어 맥주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사우어 맥주가 무엇이기에 맥주매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걸까요? 이 이상한 맥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사우어 원조는 유럽, 천국은 미국  사우어 맥주의 원조는 벨기에와 독일입니다. 벨기에는 현대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맥주를 빚는 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전통적인 양조방식이란 인위적으로 배양된 효모가 아닌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오크통에 서식하는 야생효모,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맥주를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벨기에 사워맥주인 ‘람빅(Lambic)’이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람빅 맥주를 마시면 신맛과 함께 젖은 가죽, 헛간 풀냄새 등 특이한 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람빅 맥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연식이 다른 것들을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블렌딩된 람빅 맥주를 ‘괴즈’라고 부르고, 괴즈는 가장 대중적인 람빅 맥주 스타일입니다.  와인맥주라는 별명을 가진 ‘플렌더스 레드’도 빼놓을 수 없는 벨기에 사우어맥주입니다. 플렌더스 레드는 벨기에 서부의 플랑드르 라는 지역에서 빚는 맥주인데요. 이 맥주는 연한 색과 어두운 색의 맥아를 섞기 때문에 적갈색을 띕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자연발효를 거치는 람빅과 달리 효모와 젖산균을 주입시켜 오크통에서 최장 2년까지 숙성되는데, 역시 맛의 균형을 위해 연식이 다른 맥주들을 블렌딩시킵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포도, 자두 등 블랙 베리류의 과일향과 산미, 떫은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레드와인과 비슷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와인 러버’들의 입맛에도 맞아 인기가 높습니다.  독일의 사우어맥주는 ‘베를리너 바이세’와 ‘고제’가 있습니다. 베를린 전통 지역 맥주인 베를리너 바이세는 말 그대로 과거 베를린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밀맥주입니다. 이 맥주는 젖산균이 들어가 시큼하고 청량해 목넘김이 아주 가볍습니다. 알콜도수도 3%로 낮아 술이 약한 사람에게 혹은 여름용 갈증해소용으로 제격입니다.  고제는 북부 니더작센주의 고슬라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밀맥주로 젖산균과 ‘소금’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소금때문에 시고 짭잘한 맛이 무척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늘 새로운 맛을 갈구하는 크래프트맥주 팬이라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맥주이기도 하죠.  그러나 독일 사우어 맥주는 라거맥주 열풍에 밀려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합니다. 이 독일 사우어맥주를 부활시킨 곳이 바로 미국인데요. 1980년대 이후 크래프트맥주양조장이 성행하면서 미국의 소규모양조장들은 유럽 전통 맥주 레시피를 되살려 사우어맥주를 대중화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우어 맥주에 과일, 홉 등을 추가해 ‘아메리칸 와일드에일’이라는 새로운 사우어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우어맥주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사우어맥주를 취급하는 양조장은 현재 유럽보다 미국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새로운 사우어 맥주들도 계속 미국에서 나오고 있고요. ‘사우어 천국’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우어 맥주를 마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김치에 단련된 한국인… 사우어의 매력  한국에도 미국의 여느 양조장 못지 않은 훌륭한 사우어맥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치 유산균을 사용한 핸드앤몰트의 K-바이세, 청국장의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킨 아키투브루잉의 도깨비 등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한 사우어 맥주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신김치, 홍어, 청국장 등 각종 발효음식을 즐기기 때문일까요? 한국은 사우어 맥주에 대한 적응도 빠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사우어 맥주의 인기도 뜨거운 편인데요. 사우어 맥주만 전문으로 만드는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너무 매니악한 맥주여서 과연 한국 시장에서 먹힐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현재는 주문 물량이 너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맥주 트렌드가 빠른 홍콩이나 도쿄를 방문했는데 사우어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훨씬 저변이 넓더라.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사우어 맥주 라인업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우어 맥주의 인기는 맥주,와인을 포함한 전 세계 미식·주류 트렌드가 ‘신 맛’이라는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서울이 세계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곳이다보니 그만큼 유행을 소비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분석도 있고요. 전문가들은 사우어 맥주의 매력을 ‘음용성’과 ‘중독성’으로 꼽습니다. 양조사 출신인 이상준(31·메이드인퐁당) 매니저는 “사우어맥주의 장점은 바디감이 가벼워 대체로 청량하고, 특유의 신맛 때문에 알콜도수가 높아도 마셨을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라며 “사우어 맥주를 마셨을때 전체에 느껴지는 시고 자극적인 맛 또한 강한 중독성이 있어 맥주 초보자나 맥주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맥주”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우어맥주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장 넓은 범주로 응용이 가능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맥주“라며 “과일을 넣거나 홉을 더 첨가하면 완전히 새로운 맥주로 재탄생하면서도 신 맛이 나는 기본 캐릭터를 잃지 않아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우어 맥주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열리는 트럼프시대<하>] 유럽이 보는 트럼프 시대

    [열리는 트럼프시대<하>] 유럽이 보는 트럼프 시대

    獨·佛, 나토 집단안보 흔들려 전전긍긍 英, 브렉시트 이후 새 무역관계 큰 기대 러, 핵문제 충돌 불씨… 기대半 - 우려半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무용지물이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잘한 일”이라고 밝히자 유럽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러시아 위협에 공동 대처해 온 미국·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美 나토서 발 빼면 유럽 방위비 부담↑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 등 잇단 유럽의 위기 속에서도 군사안보협의체인 나토를 기반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EU 28개 회원국(영국 포함) 중 22개국이 나토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고립주의를 강화하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EU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 예산으로 투입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은 외부의 공격을 받더라도 지켜주지 않겠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했다. 영국,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을 제외하고 대다수 유럽국가가 트럼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이 계속되면 유럽의 방위비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독일과 프랑스는 트럼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개방적 난민 정책을 ‘재앙’에 비교하고 EU의 존재 가치를 노골적으로 폄훼한 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이후 서구 사회를 뒤흔들던 극우 포퓰리즘 열풍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재현되고 포퓰리즘이 유행하면서 EU의 결속력이 와해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르 피가로는 오는 4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여론 조사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하지만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에 대해 미국 의회가 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나토 협력 강화를 천명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과 EU가 결국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란 핵 합의 관련 美 - 英 이견 드러내 미국과 ‘특수관계’를 자처하는 전통적 우방 영국도 트럼프에 대해서 마냥 우호적일 수는 없다. 트럼프는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과의 핵합의안이 최악이라며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16일 “이란이 핵무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막은 합의였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적이자 브렉시트 강경파인 마이클 고브 의원이 15일 트럼프의 더타임스 인터뷰를 주관한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노선에 동조하는 영국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 주고 브렉시트 신중파인 메이를 견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존슨 장관은 트럼프가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해 현명한 결정이라고 논평하며 새로운 무역 관계를 맺어 나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EU의 단일 시장 접근권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미·영 관계에 기대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나토가 적국으로 간주했던 러시아는 트럼프에 대해 크게 기대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선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며 치켜세우며 2014년 크림 반도 병합을 비롯한 러시아의 영향권을 인정하는 태도에 만족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 트럼프 성향에 러도 불안 하지만 러시아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성향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명시적으로 핵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와의 핵무기 군비 경쟁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15일에는 대 러시아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푸틴과 핵무기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7일 “제재 해제와 엮어 무장해제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다소 이견을 보였다고 CBS가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미·러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핵을 비롯한 군비 통제 문제를 놓고 충돌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럽 분열’ 조장하는 트럼프… 하나로 뭉치는 유럽

    ‘유럽 분열’ 조장하는 트럼프… 하나로 뭉치는 유럽

    메르켈 “테러와 난민문제 분리 유럽인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려” 올랑드 “유럽-美 협력 관계지만 유럽의 이익·가치에 따라 결정” 연일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독설’에 유럽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유럽 언론은 일제히 ‘유럽 분열을 조장하는 최초의 미 대통령’이라며 날 선 비판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에 대해) 지난 몇 주간 이어져 온 유럽 외교가의 관망세는 유럽연합(EU)의 친밀한 동맹인 ‘독일’을 폄하하는 트럼프 당선자의 직설적 발언에 날아가 버렸다”면서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최초로 유럽 분열을 부추기는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유럽인들은 우리 자신의 손에 운명이 놓여 있다”면서 “나는 (EU) 회원국이 강고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낙관적으로 함께 일해 나가는 것에 지금처럼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트럼프 당선자가 EU 추가 이탈 조장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우회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테러 퇴치를 위한 지구적 도전과,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는 분명히 분리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우려하는 이슬람 테러는 시리아 난민에게 덧붙여진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연방하원 외교위원장도 “그는(트럼프 당선자)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선거유세 때 그대로”라면서 “나토가 쓸모없고 EU가 쪼개져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에게 서방의 단결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제인 하틀리 주프랑스 미 대사의 이임행사에서 “EU는 외부 충고가 필요 없다”면서 “유럽은 언제나 대서양 건너편(미국)과 협력을 추구하겠지만 유럽의 이익과 가치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트럼프 당선자의 비난을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자에게 맞서 유럽이 더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장 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최선의 대응은 유럽의 결속”이라며 “유럽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통합하고 EU 안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근간인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독일의 난민 정책, 이란과의 핵 합의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EU가 도출한 2015년 7월 핵 합의안에 대해 “여태껏 중 최악의 하나다. 여태껏 중 가장 바보 같은 것”이라며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란 핵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미국과 함께 협상 당사국인 영국과 EU는 ‘이란 핵 합의를 손대선 안 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이란 핵 합의는) 어렵고 논쟁적이었지만 이란의 핵무기 기술 확보를 막은 의미 있는 합의”라면서 “이란 핵을 억제한 핵 합의는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증거다. EU는 지극히 중요하고 이 합의의 존중과 이행을 위해 계속 일할 것”이라고 트럼프 당선자를 비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시진핑 “고마워요, 스위스”

    [World 특파원 블로그] 시진핑 “고마워요, 스위스”

    1949년 新중국 인정해준 첫 서방국 2013년 FTA, 작년 AIIB 창립 멤버 2017년 美대신 다보스포럼 연설자로 2013년 집권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새해 첫 방문지는 늘 러시아와 아프리카였다. 러시아에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맞서는 모양새를 연출한 뒤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가 돈 보따리를 푸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2017년 첫 해외 방문지로 스위스를 선택했다. 시 주석은 왜 러시아·아프리카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스위스에서 새해 첫 외교 일정을 시작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스위스가 ‘서유럽의 중국 동맹’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과 친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스위스에 도착한 시 주석은 연방의회 연설에서 수교 67주년을 유난히 강조했다. 중국과 스위스는 1950년 9월 14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1949년 신중국을 선포한 중국 공산당은 서방 국가와의 외교 수립을 절실히 원했다. 대만과의 외교 정통성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서방 국가에서 인정받는 게 꼭 필요했다. 이때 맨 먼저 중화인민공화국의 손을 잡은 나라가 바로 스위스다. 시 주석은 스위스 대통령과 차를 마시며 “스위스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처음으로 인정한 국가”라며 고마워했다. 스위스는 중국 굴기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2007년 유럽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했으며, 2013년에는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지난해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어 미국의 금융질서에 도전할 때 첫 창립 멤버가 된 나라도 스위스였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세계대동’(世界大同)과 ‘천하일가’(天下一家)를 외쳤다. 중국을 세계 지도국으로 세우는 한편 자신도 세계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의지를 체현할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국제기구가 몰려 있는 스위스다. 방문 기간에 유엔 제네바 본부, 세계보건기구, 국제올림픽위원회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일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스위스 방문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유럽에 불어닥친 극우주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몰고 온 보호주의 물결 속에서 시 주석은 자유무역의 투사가 되기로 작정했고, 그 무대로 다보스포럼을 선택했다. 포럼 개최 측은 시 주석의 의도에 화답이라도 하듯 포럼 주제를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으로 정했다. 늘 미국 대통령 차지였던 개막식 연설을 이번엔 시 주석이 한다. 판에 박힌 선전 문구가 아닌 세계 지도자의 진솔한 연설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길섶에서] 한잔 술/박건승 논설위원

    “아저씨, 무얼 하고 계세요?” “술을 마시고 있단다.” “왜 술을 드세요?” “잊어버릴 일이 있어서란다.” “무얼 잊고 싶으세요?” “부끄러움을 ~”, “뭐가 부끄러우세요?” “술 마시는 게 부끄럽단다.”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어’란 생각을 하며….(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오늘도 어둠이 골목을 서성일 무렵, 허름한 선술집에서 한잔 술로 찌든 하루를 씻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을 게다. 피곤함에 한잔, 분위기에 한잔…. 우리나라 성인 남성 열에 여덟이 술을 마신다고 하던가? 그런데 2홉들이 소주 한 병에 5000원을 받는 식당이 부쩍 늘었단다. 그럼 한 잔에 600원이란 소리 아닌가? 주당들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하기야 출고 가격 핑계대고 한꺼번에 1000원 이상 올려 버렸으니. 이제 웬만하면 ‘혼술’ ‘집술’ 해야겠다고 아우성이다. 술 못 마시는 젊은 직장인들도 맘이 편치 않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리라. 술잔 몰래 쏟으려다 꼬리 잡히면 600원을 그냥 버리느냐는 상사 눈꼬리가 더 올라갈 테니. 담배 한 값 4500원, 소주 한 병에 5000원인 세상. 직장인들의 요사이 한잔 술 안주는 소주 값이 아닐까. 팍팍함에 대한 넋두리와 함께.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자영업자 대출 500조… 저축銀 주담대 67%도 고위험

    가계대출 혼재… 통계도 부정확대출 질도 떨어져 ‘새 뇌관’으로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에게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500조원까지 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부상하자 정부가 자영업자 대출 관리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464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업자 대출은 300조 5000억원, 자영업자가 가계대출을 통해 추가로 받은 대출은 164조원이다. 금융감독원 통계로는 520조원이 넘는다. 순수 자영업자 대출과 자영업자가 받은 가계대출이 혼재돼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이 안 된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의 규모와 가파른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이젠 관리감독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0조 4197억원으로 2010년 말 96조 639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만 16조 2506억원이 증가했다. 대출의 질도 문제다.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7%가 담보인정비율(LTV) 7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하락하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자동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는 자녀 동의가 있어야만 배우자가 연금을 승계받을 수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치킨집·커피숍, 과밀지역 창업 땐 대출 불이익

    치킨집·커피숍, 과밀지역 창업 땐 대출 불이익

    부동산 임대업 등 투자형 대출 처음부터 원금·이자 분할 상환 앞으로 치킨집이나 분식집, 커피숍 등 지역내 과당경쟁이 이뤄지는 업종은 자영업자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자영업자 대출의 39%를 차지하는 부동산 임대업 대출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방식으로 변한다. 전세자금대출도 2년간 일부라도 원금을 함께 갚으면 이자가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7년 가계부채 관리 세부방안’을 15일 밝혔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영업자 전용 대출모형’을 만들어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업종과 지역에는 대출을 조이기로 했다. 예를 들어 대출 희망자인 A씨가 이미 치킨집이 많은 서울 중구 태평로1가(고위험지역)에 통닭집을 차린다면 A씨의 자영업자 대출은 한도가 크게 줄거나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사업성 고려 없이 같은 지역에 엇비슷한 치킨집이나 분식집 등이 몰리는 ‘서민형 묻지마 창업’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을 해 줄 때 연체 이력이나 연 매출액 등만 확인해 보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결정한다. 이렇다 보니 2009~2013년 5년간 연평균 창업 건수는 77만개이지만 폐업 건수가 65만개에 달하는 등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자 등 이른바 ‘투자형 자영업자’에겐 매년 원금을 분할상환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도입된다. 예컨대 만기 3년이 넘는 담보대출에 한해 매년 원금의 30분의1가량을 나눠 갚는 방식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 처음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셈이다. 전세금 대출자가 원하는 경우 대출금 일부를 분할상환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된다. 지금은 대부분 일시상환 방식으로 전세대출을 갚아야 한다. 원금의 10% 이상 상환을 약정하면 전세보증료율을 0.08~0.12% 포인트 깎아 준다.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전세자금 1억원을 대출(이자 연 3%, 2년 만기)했을 때 1000만원을 분할상환하면 총 102만원의 혜택(이자 부담 감소 29만원, 보증료 감소 19만원, 소득세 감면 54만원)이 있다. 한계대출자의 연체 부담 완화 방안도 나온다. 연체 이전이라도 실직이나 폐업을 했을 때는 6개월~1년간 원금 상환이 유예된다. 저소득자나 1주택자 등 서민은 유예기간이 추가 확대된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커버스토리] “북한은 지금, 잡아가도 물건 기어코 팔겠다는 ‘진드기장’ 판쳐”

    [커버스토리] “북한은 지금, 잡아가도 물건 기어코 팔겠다는 ‘진드기장’ 판쳐”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신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는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건 꼭 (기사로) 내주세요”라고 운을 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요즘 대북 전문가들과 북한의 개념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공산사회가 아닌 하나의 노예사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의 취약점에 대해서 ▲정체성 부족 ▲통제시스템 약화 ▲정책 부재 등을 꼽은 뒤 “북한 당국의 정책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싹이 자라고 있는데, 이 싹을 토대로 앞으로 민중 봉기까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이경형 주필, 황성기 논설위원, 탈북민 출신 문경근 기자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의 일문일답. →북한이 공산사회 아닌 노예사회라고 자각한 건 언제부터인가. -1990년대 말부터 스웨덴, 덴마크에서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서 알면서 ‘정말 북한이라는 사회는 공산사회가 아닌 노예사회구나’라고 깨달았다. 세습통치와 공산주의는 엄연하게 다른 개념이다. 북한을 표현할 때 공산독재, 공산사회 등 공산이란 이 두 글자를 넣으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좌와 우로 갈라지고,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다. 북한이란 사회는 하나의 노예사회다. 노예사회란 관점에서 출발해야 결국 대북 정책도 정략적 차원을 벗어나서 통일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대남 외교에 있어 김정일과 김정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정일은 상당히 세련되고 은밀한 정책을 펼쳤다. 김정일 때도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외피를 씌웠다. 당시 중국은 ‘핵개발을 하지 말아라,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아닌가’라고 압박했다. 그러면 김정일은 “우리는 핵개발이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핵전쟁을 연습하니 방도를 찾아야 한다”며 공식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때는 외피를 벗어던지고 핵 정책을 공식·공개적으로 규정했다. 외교 정책에서도 김정일 때는 세련되고 깔끔했다면 김정은은 투박하게 나간다. 김정은은 미국이나 한국, 중국, 러시아를 투박하게 다룰 때가 많다. 말하자면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김정은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가. -없다. 북한 사람 치고 김정은이 어디서 일하고, 집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다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북한에서 수십년 살았지만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차 타고 평양서 지나가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김정은 정권의 취약점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3가지만 말해 달라. -첫 번째는 정체성과 명분이다. 김정은은 백두혈통이라고 떠드는데, 정체성과 명분이 뚜렷하지 못하다. 두 번째는 북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통제 시스템이 날이 가면서 약해진다. 세 번째는 정책의 부재다. 변화되는 북한 내부 실상에 맞는 정책을 김정은이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제 시스템이 약화된 데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달라. -통제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조직생활이다. 북한은 어린아이부터 늙은이까지 모두 정치 조직생활에 망라하고 통제한다. 이러한 운영이 점점 마비되고 있다. 북한은 매일 TV와 신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세뇌 교육을 시킨다. 또 토요일마다 강당에 모아 놓고, 말하자면 종교인들이 예배당에 가는 것처럼, 강연을 열어 세뇌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지금 북한 사람치고 북한 당국이 이야기하는 정치사상을 귀 담아 듣는 사람은 없다. 다 앉아서 졸고 있다. →그래서 한류 문화도 막지 못하는 것인가. -북한은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조건에서만 존재가 가능하다. 북한 사람들은 비교되는 일이 없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TV를 보고 책을 읽어야 ‘비교개념’이 생기는데 이를 다 끊어 놨다. 그런데 정보 유입 차단 시스템이 지금 마비되고 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통일부가 여론조사를 하면 한국 영화, 드라마를 못 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유포하면 잡아서 총살하고 감옥에 보낸다. 최후의 수단을 쓰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본다. 인간의 속성 중 하나가 호기심 아닌가. 북한 당국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못 보게 하려고 공권력을 투입하는데, 공권력 통제가 점점 돈벌이 수단으로 전환돼 가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말(남한식 말투)을 쓰다 잡힐 경우 몇 달러를 주면 나올 수 있다. →통제 시스템 마비로 북한 주민들의 집단적 동요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점점 당국의 조치에 반발하고 저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사 역시 당국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장마당에 가서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는 ‘메뚜기장’이 아닌 ‘진드기장’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메뚜기장은 허가를 받지 못한 장사꾼들이 길거리, 지하철 앞,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장사를 펴놓고 하다가 보안원이 나타나면 짐을 챙겨서 뛰는 것이다. 이러한 메뚜기장이 이제는 ‘나는 잡혀가더라도 여기서 물건을 팔겠다’는 진드기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살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권력도 손을 들었다. 경제적 문제부터 시작해 당국의 정책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싹이 자라고 있다. 이 반발하는 싹을 보면 민중 봉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오는 2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도 맞물려 있다. -북한은 기습도발을 많이 한다. 도발을 예고하면 여론적으로 충격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16년 신년사에서 핵실험을 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1월 6일 불의에 핵실험을 했다. 당시 세계 언론은 ‘올해는 조용히 지나가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핵실험을 타개했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는 좀 다르다. 김정은은 2017년 신년사에서 ‘미제와 추종세력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우리 눈앞에서 한·미 군사훈련 연습이 계속되는 한’ 등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결국 미국과 한국 정부에 협상안을 먼저 던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월 20일 취임하면 제일 먼저 2~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정은은 ‘우리가 안을 제시했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부인하고 합동군사훈련을 했다’는 명분이 생긴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핵 실험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으로 판단해 본다면 아마 2월 16일쯤, 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획하고 있다. 김정은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을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로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50여㎏에 이른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위력인가. -만약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가 ‘협상용’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많은 양은 필요하지 않는다. 핵무기는 하나만 갖고 있으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북한은 지금 플루토늄 양으로 핵무기 10개를 생산할 지경까지 왔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이라는 실체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핵무기로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놓자는 게 북한의 전략이다. →태 전 공사가 근무한 영국은 대표적인 금융·보험국가다. 이곳에서 불법 거래되는 김정은 비자금 규모는 얼마 정도인가. -런던 금융시장은 보험·재보험 중심이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런던 국제 보험시장에서 수천만 달러를 매해 벌어 왔다. 북한 식으로 표현한다면 ‘보험시장에서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하느냐. 북한에는 하나의 국영보험 회사가 있다. 한국처럼 여러 보험회사 간의 경쟁관계가 아니다. 또 북한은 노동당이 지도하는 사회다. 말하자면 사고를 조작하고, 이를 검증할 수 없는 유일한 나라다. 일단 다리나 공장 등 모든 하부구조를 국제보험·재보험에 가입시킨다. 그리고 사고가 나서 조사를 받게 되면 문건을 조작한다. 이런 식으로 한 해 수천만 달러씩 벌어 왔다. 하지만 올해 대북 제재가 시작되면서 유럽연합(EU) 및 영국의 제재로 보험회사가 추방됐다. 런던 금융회사에서 수천만 달러씩 빼오던 돈줄이 잘렸다. 김정은의 비자금이 과연 영국 금융망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선 없다. →언제부터 영국 보험에 가입했고, 언제부터 끊겼는가. -1980년대 초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기본 자금줄이 끊기게 된 기본 원인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지난해 5월 EU에서 독자 제재를 가하면서다. 영국으로부터는 5월에 공식적으로 구좌(계좌)를 강제 차압당했다. 이에 따라 북한 돈은 영국 은행에 다 묶여 있다. 북한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쫓겨난 것과 같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에 김정은의 이름을 올려 압박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은은 자기 이름 세 글자가 들어갈까 봐 두려워하고 북한 외교관들도 이 세 글자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총출동돼 있다. 유엔 결의에 김정은이라고 이름만 박아 놓으면 앞으로 김정은이 러시아나 중국 등 외부로 가는 길이 막힌다. 중국이나 러시아나 범죄자를 두둔해 주는 꼴이다. 북한 사람들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른다. 단 김정은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소식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파급력이 있다. 북한 사람들은 재판에 가는 건 범죄자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을 재판으로 보낸다는 것은 김정은이 범죄자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간 것이다. 때문에 김정은이라는 세 글자가 꼭 유엔 결의에 담겨야 한다. “나는 육룡이 나르샤…아이들은 겨울연가·가을동화 봤다” →김정은이 스위스 생활을 할 때 가명으로 유럽을 여행하거나 기타 국가를 방문한 사례가 있는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2015년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했었다. 일각에서는 김정철이 자유분방하다고 평가하는데. -김정철의 성격을 딱 한마디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언론 등에서 말하는 것처럼 뒤에서 김정은을 보좌한다든지, 2인자 역할을 한다든지, 일정 직무와 영향력을 갖고 북한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남한 주도의 통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감정은 무엇인가. -대다수 북한 사람은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됐으면 한다. 평양시 엘리트층 사이에서 도는 농담이 있다. “빨리 확 전쟁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길 걸”이라는 농담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평양시내 안에서 운행되던 버스가 정전이 됐다고 한다. 출근시간에 버스가 정전되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그때 버스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계속 정전되는 곳에서 살 바엔 확 전쟁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그런 말을 뱉어 놓고 보니 덜컥 무서웠던 것이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그를 쳐다보자, “아무래도 우리가 이길 걸” 하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렇게 힘들게 살 바엔 미국이나 한국이 전쟁이라도 일으켜서 고통을 끝내줬으면 좋겠다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이 농담은 평양에 있다가 온 탈북민들은 다 안다. 북한 사람들은 이제 70여년이 흘렀으니 지긋지긋해한다. 어떻게 되든지 빨리 때려치우고 살아보자는 공통된 심리가 있다. →통일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도가 있다. 첫째로 김정은 정권을 군사적으로 붕괴시키는 방법도 있다. 다른 하나는 주민들의 동기를 유도해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방법이다. 군사적인 방법보다는 주민들의 동기를 유도해 통일이 되길 바란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 북한 주민들은 ‘한국은 발전된 나라다’, ‘한국은 정말 잘사는 나라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다 같은 민족인데 왜 우린 못사는가’, ‘우리도 한국처럼 잘살려면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빨리 계몽시켜 그들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 이 역시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북한에 들어가는 한류 콘텐츠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되찾아야 할 자유, 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허구성 등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어느 한순간 북한 주민들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휘발유를 뿌려놔야 한다. →북한의 외국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 들어보거나. 납치된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납치된 사람들을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다. 정책적인 측면만 이야기하겠다. 고이즈미 전 총리 시절 일본은 김정일에게 납치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일본인들을 납치했다고 인정하고 돌려보내주면 총리로서 책임지고 100억 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북한도 이를 수용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북한은 100억 달러를 받을 줄 알았는데, 납치자들이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을 털어놓은 것이다. 일본 여론도 기울었다. 돈을 주기로 한 고이즈미 전 총리도 결국 김정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큰 딜레마를 안고 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식을 바꿔야 한다. 100억 달러를 먼저 실어다 놓고 생존자나 사망자의 뼈를 달라고 접근하면 애기가 달라질 것이다. →통일이 되면 핍박당했던 주민들은 가해자들에게 단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평양시에 가면 고위 간부들이 사는 주택이 따로 있다. 정전이 돼도 그곳에는 전기를 보내준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간부 계층을 향해 ‘너는 나와 함께 가야 하는 운명’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심기 위한 의도에서다. 간부들은 일반 주민들이 사는 옆 아파트는 새까맣고 자기 집만 불이 들어오면 일단 커튼을 친다. 주민들의 의식이 무서운 것이다. 이런 게 김정일, 김정은의 통치방식이다. 그런데 북한 사회를 뒤집으려면 이러한 엘리트층, 간부층이 돌아서지 않으면 어렵다. →주민들을 핍박한 간부층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리인가. -산발적 민중봉기가 일어났을 때 고위 간부층은 ‘저걸 허용하면 나도 죽는다’는 인식 아래 탄압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중에 한국으로부터 처벌을 받는다고 하면 통일은 더 요원해질 것이다. 그들을 김정은의 편에 떠미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 간부층에 ‘앞으로 통일이 되고 나서 그동안의 일들을 무죄로 해줄테니 주민들의 손을 잡고 김정은을 엎어라’고 해야 한다. 통일이 됐을 때 북한 가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정치적 보복이다. 이 사람들이 과연 나를 가만두겠느냐는 의식이 강하다. 한국 정부가 주도해 정치적 보복이 일어나지 않고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 주민들도 동의할지 의문이다. -정치적 보복 행위가 일어나면 반대 효과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 내가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북한 측은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또 ‘북에 있는 너의 형제와 가문들을 가만히 안 두겠다’고도 했다. 나 역시 통일이 된 다음 고향에 돌아가 형제들과 일가친척을 죽인 국가 고위부 사람들을 향해 보복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밤에도 ‘통일되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며 잠을 설친다. 탈북민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겠지만 개인이 당한 복수를 하겠다고 하면 또 다른 재난이 일어난다.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논평을 냈다. -처음에 북한은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는 사실조차 비밀에 부쳤다. 그러다 반 전 총장이 대선에 나간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북한은 차기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은 다음 남북관계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 진영에서 반 전 총장을 영입해 결속한다는 보도가 나도니 북한으로서는 우려되는 것이다. 진보가 집권하는 데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측면이다. →외교관으로서 반 전 총장을 평가한다면. -북한 외교관들은 내심 반 전 총장을 상당히 존경한다. 같은 한국인이고, 사무총장직을 연임하지 않았나. 같은 민족으로서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 시절 김정일·김정은 정권을 심하게 규탄하지 않고 남북을 화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 때문에 반 전 총장에 대한 북한 외교관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가. -내가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없다 단정하기엔 어렵다. 다만 북한이 화가 난 부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반대로 보수 정권이 집권했을 때가 ‘잃어버린 10년’이다. 북한은 진보 정권이 출범해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표류 중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의 실상을 전 세계에 폭로하고, 북한 인민들을 노예에서 해방시키는 숭고한 위협이다. 국내 정당들도 정략에 이용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당과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구원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이 문제를 대해야 한다. →외교관들도 해외 공관에서 일탈하는 경우가 많은가. -(잠시 침묵한 뒤) 저뿐만 아니라 탈북한 외교관들이 생각한 것보다 많다. 제가 공개석상에 나와 공개활동을 하니 저만 그런 걸로 안다. 알고 지내던 분들이 탈북한 사례는 언론에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그분들이 앞으로 저처럼 공개활동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개인적인 결심의 문제다. 그분들을 대표해서 제가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분들에 대한 신변 문제도 걸려 있다. 솔직히 말하면 북한 외교관들은 당장 오늘이라도 탈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두고 온 자식들에 대한 연좌제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즐겨 본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무엇인가. -아이들과 집사람이 보는 것과 제가 보는 콘텐츠는 다르다. 저는 ‘불멸의 이순신’, ‘대장금, ‘신돈’ 등을 주로 봤다. 최근에는 ‘육룡이나르샤’도 재미 있게 봤다. 아이들은 아무래도 ‘겨울연가’, ‘가을동화’, ‘풀하우스’ 등을 봤다. 2007년도에는 ‘하얀거탑’도 인기가 있었다. →북한 주민들로부터 어떤 태영호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가 한국에 온 것은 저 자신이나, 가족의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을 하루빨리 노예에서 해방시키고 통일을 위해 한 몸 바치기 위해서다. 북한 주민들로부터도 그런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앞으로도 순간순간 안중근의 단지 정신으로 살고자 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태영호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현재까지 한국에 입국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평가받는다. 태 전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운 뒤 돌아와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서 외교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전담 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 예비생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1993년 주덴마크 대사관, 1990년대 말 주스웨덴 대사관에서 근무한 태 전 공사는 유럽연합(EU) 담당 과장을 거쳐 10년쯤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파견됐다. 지난해 7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로 탈북을 결심했다.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부인 오혜선의 숙조부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오백룡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사부장이다.
  • 금리 오르자 은행 12월 기업대출 ‘뚝’

    경기 침체 속에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부실 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기업들도 부채비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출 잔액이 2009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가팔랐던 가계 대출 증가세도 크게 꺾였다. 1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4조 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5조원 줄었다. 이는 200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통상 12월에는 기업들이 연말 부채비율 관리에 나서기 때문에 기업 대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에는 기업 구조조정과 경기 부진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가운데 기업의 대출 수요 자체도 크게 줄면서 감소폭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8조 3000억원에 달했던 기업 대출의 연중 증가액도 지난해 20조 8000억원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상각과 기업의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 일시 상환 등으로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모두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큰 폭으로 둔화됐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으로, 전월 대비 3조 5000억원 증가했다. 전월(8조 8000억원)에 비해 5조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로 11월에 대출 선수요가 쏠렸던 데다 주택 거래량도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윤여정이 사랑한 ‘커다란 희망’…최동훈이 콕 찍은 ‘케이프 피어’

    윤여정이 사랑한 ‘커다란 희망’…최동훈이 콕 찍은 ‘케이프 피어’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 지역에서 비영리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유일한 시네마테크 전용관이다. 영화를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방이나 마찬가지다. 영화를 공부하고 즐기고 교류하는 공간이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어서 유지가 빠듯하다. 영화감독, 배우, 평론가 등 영화인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이 서울시네마테크의 후원자로 발 벗고 나서 함께 꾸리는 영화제가 있다. 2006년 시작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다.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다. 문화예술계 ‘친구들’이 추천한 작품을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도 14명이 친구들로 나섰다. 형형색색 구미를 당기는 작품들이 많다. 배우 김의성과 최동훈 감독은 스릴러의 고전 ‘케이프 피어’(1962)를 함께 골랐다. 윤여정과 김주혁은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마이클 리 감독의 ‘커다란 희망’과 오스카 감독상을 2연패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출세작 ‘21그램’을 각각 추천했다. 지난해 여성 영화 바람을 일으킨 이경미 감독과 윤가은 감독은 영국 공포 영화의 고전 ‘쳐다보지 마라’, 삶의 부조리와 모순을 다룬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를 선택했다. 탁월한 미장센으로 정평이 난 조성희 감독의 선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승무원들을 인간적으로 그려낸 ‘특전U보트’.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를 추천했다. 10년 만에 영화제를 찾는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케이블 호그의 노래’, ‘무슈 클라인’, ‘보스턴 교살자’ 등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온·오프라인 투표로 결정된 ‘관객들의 선택’ 작품은 무성영화 ‘쇼 피플’과 20세기 문제적 거장 루이스 부누엘의 ‘절멸의 선택’이다. 이 중 개막작 ‘쇼 피플’은 피아니스트 강현주가 참여하는 라이브 연주 상영이 이뤄진다. 이 밖에 ‘에디터 선택’, ‘시네마테크의 선택’까지 더해 모두 22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연상호, 이경미 감독이 자신들의 작품 ‘부산행’과 ‘비밀은 없다’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학교도 열린다. 8000원. 문의 (02)741-9782.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화합 위해 모인 새누리… 고성으로 ‘얼룩’

    이정현·정갑윤 탈당계 반려 반발 인명진 “비대위서 논의 하겠다” 새누리당이 반성과 화합을 위해 마련한 행사가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다. 인적 청산을 둘러싼 앙금이 그대로 노골화된 것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 강성 친박인 조원진·김진태·이장우 의원 등이 불참하면서 토론회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또 99명 가운데 50여명이 참석하면서 ‘반쪽짜리’에 그쳤다. 분위기도 험악했다. 한 상임전국위원이 인 위원장을 ‘목사님’이라고 칭하더니 “2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군 사령관처럼 요란하다. 당원들에게 상처 없이 하셔야 하는데, 쓰레기 처분하듯 처신하는 건 성직자로서 기대한 지도자 모습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반성하는 자리다”, “들어가라”는 등의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인 위원장도 “나보고 얼버무리라는 거냐. 개혁하는 거 아니야, 개혁”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충청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인 위원장과 서 의원 간 화합을 주문하면서 “경상도는 개XX”라는 육두문자를 남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 위원장이 마무리 발언에서 “이정현 전 대표와 정갑윤 의원의 탈당을 반려하겠다”고 돌출 발언을 하자 참석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경태 의원과 비대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즉각 반발했다. 서 의원이 지적한 ‘위장 탈당’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곧바로 “비대위에서 논의해 그 결정에 따르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포토]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처음 보도한 종군 여기자 홀링워스 별세

    [포토]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처음 보도한 종군 여기자 홀링워스 별세

    제2차 세계대전 시작을 최초로 보도한 영국의 베테랑 종군 여기자 클레어 홀링워스가 10일(현지시간) 홍콩에서 10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홀링워스는 193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독일의 폴란드 침공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홀링워스(오른쪽)가 지난해 10월 10일 홍콩 외신기자클럽에서 105세 생일 기념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 홍콩 AF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빚 걱정, 집 걱정, 나라 걱정/김수현 서울연구원장

    [시론] 빚 걱정, 집 걱정, 나라 걱정/김수현 서울연구원장

    집은 복잡한 물건이다. 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한 필수품이라는 것은 낭만적인 설명이고, 그 자체로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전 재산에 가까워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정도다. 그렇다 보니 집은 때로 사업자금, 교육비, 노후자금으로도 바뀐다. 주택담보대출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이유다. 그 주택담보대출이 500조원을 넘어섰다.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최경환식 경기 부양의 후유증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주택 가격이 급락하기라도 한다면 큰일 난다고 걱정한다. 벌써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이 담보대출을 활용해 집을 산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가계가 쪼들리기는 하겠지만, 그 자체로서 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 반면 급한 쪽은 집을 담보로 생계·생업 자금을 대출받은 부분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반 가까이가 그런 용도다. 급한 대로 돈을 끌어다 썼기에 상환 능력이 낮을 우려가 높다. 자영업자나 사업자들의 위험 부채가 뇌관 중의 뇌관이라는 데 금융위원회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으로 경제 체력에 관한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도 주택 구입에 따른 가계대출이 우리보다 훨씬 많지만, 사회안전망과 경제 체력이 있기에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릴 것이 아니라 경제 체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인 이유다. 집 걱정은 사람마다, 처지마다 다르다. 가격이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인 것이 집 문제의 특징이다. 그래도 청년들의 걱정은 명확하다. 전세는 찾을 수 없고, 월세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집 부담 때문에 독립도 늦춰지고, 결혼도 출산도 버거워졌다. 저출산의 원인이기도 하다. 반면 그 청년들에게 집을 세놓는 사람들은 집에 자신들의 노후가 걸려 있다. 오른 집값으로 중산층 신화를 이루었다는 고도성장 세대는 집값 하락을 가장 걱정하는 이들 중 하나다. 고도성장 세대와 저성장 세대가 이 지점에서 충돌하고 있다. 서로가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청년들에게 집이 갖는 사용 가치와 중고령층에게 집이 갖는 노후 담보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집을 가진 비율이 70%를 넘지만,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 수준인 50%다. 집이 노후 대책으로 실제 작동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세대가 그렇게 집값 올리는 정책에 집착하고 있지만, 이미 주택시장이 성숙되고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가 현실 문제로 다가온 이상 부동산 경기 부양에 기댄 경제회복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부작용이 더 크다. 그럼에도 과잉 부동산 자산을 연착륙시키면서도 노후 생계에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일이다. 주택연금 수준의 처방으로는 안 된다. 고령자들이 가진 주택이나 토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쳐서 청년층의 주거로 제공해야 한다. 고령자들에게는 수익원이, 청년에게는 싸고 좋은 주택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빈집을 고치거나 매입해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공공임대주택도 새로 짓기보다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면적인 전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노후저층 주택지가 주차나 거주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도시재생과 역세권 개발에 국가적 자원이 투입돼야 할 이유다. 그동안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해 왔던 재개발, 뉴타운사업을 넘어서 이제는 공공이 본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아직 촛불은 미완성의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막상 국회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니 생활의 걱정들이 몰려온다. 광장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사회문제, 경제문제는 그대로인 것이다. 다음 정부의 숙제 목록 중에서 주택은 여전히 가장 높은 순위다. 고도성장 세대가 저성장 세대와 주택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묶어 내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론처럼 효과도 없는 구닥다리 정책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새로 준비하는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 트럼프 “英 ‘오랜 우방’… 올봄에 메이 총리 만나고 싶다”

    트럼프 “英 ‘오랜 우방’… 올봄에 메이 총리 만나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다소 껄끄러웠던 양국 간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특수한 우방’으로 꼽히던 미·영 관계의 틈새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 빠르게 파고들며 미·일 동맹을 미·영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려 하지만 문화적 동질성에 기반한 미·영 관계의 우위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는 올봄 워싱턴에서 메이 총리를 만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면서 “영국은 미국의 오랜 우방이며 아주 특별한 국가”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8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2005년 (여성 방송인에 대해) 음담패설을 한 것은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트럼프는 결국 이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화답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과 미국의 관계는 총리와 대통령 두 개인의 관계보다 훨씬 크다”며 “(대선이 끝난 뒤) 트럼프와 2차례 매우 긍정적이고 좋은 전화통화를 했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9일 미국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지명자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BBC 등이 보도했다. 미·영 양국은 이르면 다음달 초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직후 외국 정상 중 영국 총리와 가장 먼저 전화통화하는 관례를 깨고 메이 총리와 11번째로 통화했다는 사실에 미·영 특수 관계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첫 외국 정상이 되고 메이 총리는 두 번째 외국 정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발 빠르게 미국을 방문해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와 만나 트럼프 취임 후 조기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트럼프의 취임식 직후인 이달 27일 이후 미·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반면 영국은 트럼프가 개인적 친분이 깊은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대표를 주미 영국대사로 천거해 달라고 요청하자 지난해 11월 내정간섭이라며 거부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는 이번 방미를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 등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늘부터 부정청탁 들어주면 최고 ‘파면’

    오늘부터 부정청탁 들어주면 최고 ‘파면’

    부정청탁한 공무원도 포함 별도 비위항목 정해 엄격 적용 앞으로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직접 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을 할 경우 최고 ‘파면’에 처해진다. 파면된 공무원은 5년간 재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급여액과 수당이 절반으로 깎인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따라 관련 징계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과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10일 공포, 시행한다고 밝혔다. 신설된 징계대상 비위 항목은 ‘부정청탁’과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2가지다. ‘부정청탁’은 공무원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허가, 채용·승진 등 14가지 유형의 청탁을 한 경우다.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은 청탁 내용에 따라 직무수행을 한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종전에 부정청탁을 하거나, 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을 한 공무원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상 성실의 의무 위반 ‘기타’ 항목으로 분류됐다. 성실의무 위반에는 공금 횡령·유용 및 배임,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 침해, 부작위 직무태만 또는 회계질서 문란, 소극행정, 직무 관련 주요 부패행위의 신고 고발의무 불이행, 기타 등 6가지 항목이 포함된다. 부정청탁은 그동안 별도 징계대상 비위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은 탓에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짙은 부정청탁을 저지른 공무원도 파면을 면할 수 있었다. 공무원 징계는 중징계인 파면, 해임, 강등과 경징계인 정직, 감봉, 견책 모두 6가지로 나뉜다. 인사처는 앞서 지난해 9월 초부터 부정청탁에 대한 징계양정을 따로 정하지 않으면 기타로 분류돼 처벌 수위가 다른 비위 행위에 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시행규칙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앞으로 경과실이라도 비위 정도가 심하면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지도록 징계양정을 높였다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 아울러 중앙행정기관별 징계 요구 기준을 담고 있는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도 개정, 시행된다. 이로써 부정청탁을 저지른 공무원은 징계 절차 초기 단계부터 부정청탁 비위로 분류돼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정만석 윤리복무국장은 “이번 공무원 징계 강화는 부정청탁이 더이상 공직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고 부정청탁과 결부된 금품·향응 수수 행위도 줄어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며 “앞으로 부정청탁과 관련된 비위에 대해서는 개정된 징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단독] “美, 글로벌 리더 포기 땐 中에 그 역할 넘어가… 아시아 큰 변화 몰아칠 것”

    [단독] “美, 글로벌 리더 포기 땐 中에 그 역할 넘어가… 아시아 큰 변화 몰아칠 것”

    “미국이 ‘글로벌 리더’를 포기한다면 중국에 그 역할이 넘어갈 것이고, 아시아에 큰 변화가 몰아칠 것이다.” 최영진 전 주미 대사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비영리단체 국제학생콘퍼런스(ISC)와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사카와평화재단이 공동개최한 ‘한·미·일 3국 심포지엄’ 오찬연설에서다. ●中이 안보·경제·무역 주도권 잡아 2012~13년 주미 대사를 지낸 뒤 연세대 특임교수로 활동 중인 최 전 대사는 “세계는 군(軍) 경쟁 시대에서 경제·무역 경쟁 시대로 바뀌었고 다자협력이 불가피하다”며 트럼프를 향해 “미국이 이런 변화 속에서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중국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앞세워 리더 역할을 버리면 중국이 안보와 경제, 무역 등에서 모든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은 과거처럼 중국에 다시 붙을 수밖에 없고, 일본은 스스로 군비 확장 등을 통해 재무장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종속되고 日은 군비 경쟁 사태 최 전 대사는 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2차 세계대전 때처럼 군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인데 트럼프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 역할을 계속 이어 가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 이슈들을 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 문제와 개도국 인구 급증에 따른 실업 문제 등 글로벌 이슈를 누군가가 이끌어가야 하는데 기후변화의 경우 미국이 아니면 중국이 나서서 할 수도 있다”면서도 “글로벌 문제들을 누군가 다뤄야 한다면 미국이 하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전 대사는 이어 한·미·일 협력이 “인권·법의 지배 등 3국이 공유한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도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는 “3국이 중국과 대립하거나 중국을 고립시킬 것이 아니라 관여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3국이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을 뿐 아니라, 특히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통일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한·미·일 3자 협의가 중국을 직접 겨냥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관여적 태도’가 최선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 차관 “대북 제재 지속” 한편 이날 버락 오바마 미 정부 마지막으로 한·미·일 3국 외교차관협의회가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려 ‘3국 협력현황 공동설명서’가 채택됐다. 3국 외교차관들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대북 제재를 지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글 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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