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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국정농단에 멈췄는데… 동북아는 ‘새판 짜기’] 75년 만에… 日총리 26일 진주만 방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6, 27일 미국 하와이를 방문해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미군 등 희생자들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위령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일본 현직 총리가 진주만을 찾아 희생자를 위령하는 건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2차 세계대전 때 격렬하게 싸웠던 미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화해 의식을 갖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실 기자단에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미래를 위한 결의를 나타내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USS 애리조나 해상 기념관에 올라 헌화하고 묵념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27일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지난 4년을 총괄하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동맹 강화의 의의를 세계에 발신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하와이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위령한 데 대한 답방 형식도 지닌다. 아베 총리의 하와이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관계 재검토를 주창한 가운데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미·일 동맹 등 신뢰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오스트리아 대선 중도좌파 판 데어 벨렌 승리···극우 물결 차단

    오스트리아 대선 중도좌파 판 데어 벨렌 승리···극우 물결 차단

    오스트리아 대통령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녹색당 전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72)이 극우 성향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를 누르고 당선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개표에 근거한 오스트리아 ORF방송의 1차 추정에 따르면 판 데어 벨렌은 53.6%의 지지를 얻어 46.4%에 그친 극우 호퍼를 큰 격차로 앞섰다. 호퍼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우 슬프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판 데어 벨렌에게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판 데에 벨렌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유와 평등, 연대에 바탕을 둔 유럽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의 승리”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대선 개표 결과는 이르면 5일 저녁 늦게, 늦으면 6일 오전에 나올 전망이다. 지난 4월 치른 대선에서 1차 투표 때 2위를 차지한 판 데어 벨렌은 지난 5월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0.6% 차이로 호퍼 후보에 승리했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 부정 의혹으로 재선거를 치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이날 다시 선거가 실시됐다. 국민당과 사민당, 노동계도 판 데어 벨렌의 당선을 환영했다.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판 데어 벨렌은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고향은 오스트리아 빈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네덜란드계 러시아인과 에스토니아인이다. 그의 부모는 스탈린 체제 아래에 있던 소련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넘어온 난민이었다. 판 데어 벨렌은 1994년 의회에 입성한 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녹색당 대변인과 당수를 지냈다. 이번 대선에는 자유당에 맞선 중도좌파 진영과 무소속 연대 세력의 후보로 나왔다. 그는 대선 결선투표에서도 여론 조사에서 호퍼에 밀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데 이어 이날 재선거에서는 초반 개표 결과이기는 하지만 큰 격차로 앞서면서 승리를 사실상 눈앞에 두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민당과 사민당 등 양대 정당 후보가 1차 투표 때 호퍼에게 큰 차이로 밀리면서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자칫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정당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나라가 될 뻔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5월 결선 투표 때도 극우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반발해 판 데어 벨렌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호퍼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판 데어 벨렌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호퍼가 속한 자유당은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정당이다. 영국 BBC는 “내년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에서 반이민, 반주류 기치를 내건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오스트리아의 선거 결과는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판 데어 벨렌이 오스트리아 극우 바람을 잠재우면서 유럽연합(EU)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호퍼가 당선돼 오스트리아까지 EU 탈퇴를 거론하는 국면을 맞게 되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에 이은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닭·오리 대규모 사육에… 인간도 조류독감 ‘먹이’ 됐다

    닭·오리 대규모 사육에… 인간도 조류독감 ‘먹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1919년 참전 군인들은 알 수 없는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시름시름 앓다 쓰러졌다. 독한 감기 증상을 보이다 곧바로 폐렴으로 번져 5000만명이 숨졌다. 흑사병과 함께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감염병으로 기록된 스페인 독감의 실체는 2005년에 와서야 밝혀졌다. 미국 연구팀은 알래스카에 묻힌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폐 조직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해 재생시켰고, 연구 결과 이 바이러스가 지금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류독감은 말 그대로 닭과 오리, 철새 등 조류가 걸리는 독감이다. 원래 사람에게선 병을 잘 일으키지 않는데, 이른바 ‘종(種)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일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류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2003년 태국 깐짜나부리 주 파트룩이란 마을에서 처음 발생한 H5N1형 조류독감은 삽시간에 퍼져 현재까지 동남아와 중동 등 16개국에서 856명의 환자와 45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캐나다에 유입된 H7N9형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800명을 감염시켰고, 이 중 320명이 사망했다. 한번 걸리면 10명 가운데 5, 6명은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H5N6형 조류독감에 우리 국민이 감염된 사례는 없으나, 중국에선 16명이 걸려 10명이 숨졌다. 16명 모두 조류에게서 직접 감염된 사례로, 아직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육시설 규모가 커지고, 사람과 조류와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조류 독감이 사람에게 옮겨 오고 있다고 본다. 김기순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과장은 “예전에는 닭을 이렇게 많이 키운 적이 없었는데, 사육시설이 대규모화되면서 바이러스 입장에선 먹이가 매우 늘었다”며 “생태계도 달라져 철새가 근처 농장으로 와 병을 옮기는 일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농장 환경이 열악해 가축에게서 조류독감이 금방 퍼지는데다 우리가 애완견을 기르는 것처럼 닭, 오리와 한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사람도 조류독감에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자 등 방역요원은 H5N6형 조류 독감에 감염될 위험이 크지만, 일반 국민이 병에 걸린 닭과 오리와 접촉할 일은 거의 없어 일단 감염 위험이 크지는 않다. 다만 언제든 치명률도 높고 사람 간에도 잘 전파되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표기할 때 쓰는 ‘H’는 헤마글로티닌(hemagglutinin)의 약자이며, ‘N’은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를 의미한다. 헤마글로티닌과 뉴라미니다아제는 쉽게 말해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이다. 자연계에는 H라는 단백질이 16개, N이라는 단백질이 9개 존재하며, 이론적으로 ‘H’단백질과 ‘N’단백질이 결합해 144개의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H5N6형 바이러스라는 건 H5와 N6이 결합한 형태라는 의미다. H1, H2, H3 형은 이미 조류뿐만 아니라 사람과 돼지를 모두 숙주로 삼았고, H5, H7, H9, H10은 최근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H5N1, H5N6, H7N7, H7N9, H9N2, H10N8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근래 들어 사람을 숙주로 삼기 시작한 신종 바이러스들은 치명률이 매우 높다. H5N6의 사람 치명률은 62.5%에 이른다. 바이러스도 얼떨결에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지라 살아남고자 면역체계와 맹렬하게 싸우며 숙주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숙주의 죽음은 바이러스의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사람과 오래 교감한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긴 해도 숙주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 중세 유럽 인구 3분의1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는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고, 지금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률이 낮아졌다. 결핵도 애초 사람의 병이 아니라 소의 병이었는데, 소를 가축화하면서 소의 결핵균이 사람으로 옮겨 왔고, 오랜 세월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치명률이 떨어졌다. 문제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기 쉬운 구조여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맹렬히 싸우려 드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면역이 바이러스에 적응해 진화하기도 전에 강력한 형태로 변이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치명률에 전파력까지 갖춘 바이러스가 등장해 ‘판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마지막 목격자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연진희 옮김, 글항아리 펴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저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 벨라루스의 ‘전쟁고아클럽’과 ‘고아원 출신 모임’ 101명을 인터뷰해 복원해 낸 비극적인 역사. 벨라루스는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전초지로 삶이 철저히 파괴된 지역으로, 인구 4분의1이 사망하고 전쟁 고아는 2만 5000명에 달했다. 책은 참극 속에서 가장 작고 무기력한 존재였던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증언하는 소름끼치는 전쟁의 악은 부서져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기억과 역사로 남아 있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작가의 고국 벨라루스와 소비에트연방 현대사의 독특한 한 장을 써내고 있다. 420쪽. 1만 6000원. 쫓겨난 사람들(매슈 데스먼드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의 빈곤 현장연구 기록물이다. 저자는 수년 동안 밀워키 지역 도시 빈민들과 함께 살며 빈곤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해냈다. 여덟 가정의 도시 빈민층 이야기를 통해 대도시의 주거 정책이 어떻게 가난과 불평등을 야기하며 지속하는지를 보여 주는 ‘빈곤, 불평등 연구의 전범’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주거 문제가 빈곤의 주요 원인이며 여성이나 흑인과 같은 소수자일수록 퇴거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질적·양적 연구를 통해 드러낸다. 저자는 ‘게을러서 가난’한 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은 게으름을 통해 하루하루의 생존 전쟁을 치러내기 위한 에너지를 분배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540쪽. 2만 5000원.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존 F.윅스 지음, 권예리 옮김, 이숲 펴냄)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과 새로운 경제학의 가능성을 제시한 책. 자유 시장, 수요 공급, 국가 부채, 세계화 등 주요 주제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이론과 주장이 내포한 허구를 실증적으로 파헤치고 1%의 부자들에게 봉사하는 경제학이 어떻게 99%의 대중을 불행하게 했는지를 제시한다. 특히 임계점을 넘어버린 소득격차와 양극화, 심화되는 계급 간 갈등과 대립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우리 현실에 대한 효과적 제안과 자료를 담고 있다. 저자는 경제 체제가 다수를 위해 작동하는 사회에선 어느 누구도 빈곤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44쪽. 1만 6000원.
  • 오바마 美 대통령 “여성도 징병 신고 대상”

    오바마 美 대통령 “여성도 징병 신고 대상”

    버락 오바마(55)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여성들도 18세가 되면 징병 대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고 AP, USA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군 복무를 막는 오랜 장벽이 제거된 만큼 여성들도 징병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여전히 모병제 유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여성이 징병 대상이 되더라도) 세계대전처럼 대규모 전쟁 상황이 아니면 여성이 실제로 징집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언론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오바마 행정부가 퇴임 직전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풀이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특수전 분야를 포함해 군 내 모든 보직을 여성들에게 공개하고 18∼26세 연령층 여성들도 징병 신고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그간 미 국방부는 “여성에게 군대의 모든 지위를 개방한 만큼 징병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여성 징병제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 이를 반영하듯 미군은 1998년 “남녀의 신체적 특성이 아닌 개인 역량에 의해 관리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천명했고, 21세기 들어서는 중동 등 최고 위험 지역에도 여군을 실전 배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이런 현실을 반영,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국토 방위의 의무가 있다’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자원 직업군인제도를 운용해왔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여전히 유사시에 대비해 만 18세가 되면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징병 신고를 해야 한다.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신고할 필요는 없으며, 자원입대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여성 징집제를 채택한 나라는 북한과 이스라엘, 쿠바 등 10여개국이다. 올해 7월 노르웨이가 ‘양성평등 구현’을 목표로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고, 스웨덴도 징병제를 재도입하면서 여성도 징집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미국에서도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하지만, 보수적 의회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론은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금리 인상에 스스로 대비해야 하는 이유/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금리 인상에 스스로 대비해야 하는 이유/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발 금리 충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3.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듯한 모습이다. 금리 인상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금리 인상 압력은 한층 더 커진 상황이다. 연준보다 한 발 앞서 미국의 시장금리, 특히 장기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대 후반에 머물러 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2개월 동안 쉼 없이 내달리는 모습이다. 일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시장은 일제히 ‘상승’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전제하고 나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먼저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가계부채다. 정책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올 9월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34.6%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전체 가계부채 중 70%는 금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고정금리 대출의 차주들은 안전한 걸까. 내용을 뜯어 보면 다소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정금리로 분류된 대출 대부분은 3~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이른바 ‘혼합형 금리대출’이다. 만기까지 대출 금리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순수 고정금리대출은 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사실은 최근 신규 대출자 중에 고정금리를 택하는 비율이 지난 8월 말 58%에서 지난달 말에는 46%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난다는 게 ‘상식’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 이면엔 ‘우선 당장 싼 이자를 누리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미 가계빚에 잔뜩 짓눌려 있는 가계들이 당장 눈앞의 금융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가파른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정책 당국도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은행들에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도록 설득하는 동시에 최근 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숙명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국제금융시장, 특히 미국의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독립적인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우리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해 얼마간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환율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정부가 꺼내 들 수 있는 대응 카드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가장 믿을 수 있고 확실한 해법은 ‘각자도생’이다. 가계 스스로가 머지않은 미래에 예상되는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한다. 이는 가계 스스로 금리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간단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필요하다. 금리 상승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부채가 1억원이라고 치자. 추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만 올려도 시장금리는 더 가파르게 뛸 것이다. 이를 감안해 1억원 중 2%(2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가 추가로 금리 부담에 반영된다고 하면 매월 16만 7000원가량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기존 소득과 고정지출비 등을 감안해 늘어나는 이자액을 앞으로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가계부를 다시 살펴보고 줄일 수 있는 지출은 과감하게 줄여 나가자.
  • ‘괴동’ 목진석 9단 바둑 대표팀 감독

    ‘괴동’ 목진석 9단 바둑 대표팀 감독

    목진석(36) 9단이 바둑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에 선임됐다. 한국기원은 1일 사무총장에 부임한 유창혁 전 감독의 후임에 그동안 대표팀 코치로 활약해 왔던 목 9단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목 9단은 1995년 롯데배 한·중대항전에서 녜웨이펑(중국) 9단을 꺾어 ‘괴동’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해 GS칼텍스배 우승 등 모두 네 차례 우승했다. 지난해부터 신예기사들을 위한 ‘미래의 별 신예최강전’을 자비를 털어 개최하기도 했다. 목 9단은 이날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재팀 창설과 국가대표 훈련프로그램 개선 등을 통해 한국 바둑 전성기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더 많은 세계대회 출전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중국 바둑에서 배울 것은 적극 배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중국은 수십년 전부터 국가대표 체제를 운영 중이지만 한국은 이제 2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팀에서 훈련하는 시스템을 갖췄고 국가대표만이 세계대회 출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가대표의 위상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상위 15위가량은 당장 세계대회서 우승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고, 그 밖에 30~40명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한국 바둑이 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하나되어 함께 걷고픈 길… 가슴 시리도록 보고픈 너

    하나되어 함께 걷고픈 길… 가슴 시리도록 보고픈 너

    분단의 아픔 간직한 잔교리 38평화마을 ~ 겨울철 서퍼들의 천국 기사문 해변·죽도 ~ 바다 위 고즈넉한 절집 휴휴암 ~ 갈대밭 품은 포매호 ~ 도루묵 풍년인 남애항… 아! 그곳에 가고 싶다 난데없이 왠 38선이냐 싶겠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38선이 운위돼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사실 이 계절과 특별한 연관은 없다. 그저 한적한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고, 노릇노릇 구워진 도루묵 구이도 먹고 싶던 차에 그에 걸맞은 핑곗거리가 하나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자니 속초나 강릉처럼 사람 몰리는 곳은 싫고, 다소 외져도 풍경과 계절 별미가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강원 양양, 그리고 ‘38선 숨길’이었다. 설악산 한계령을 넘어간다. 양양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길이다. 눈이 쌓이면 무척이나 위험한 길로 변하지만, 그 전까지는 방문객들에게 나라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풍경의 유희를 안겨 주는 구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풍으로 화사했던 산자락은 헐벗고 야위었다. 반면 여름 내내 숲에 가려졌던 암릉들은 선이 더욱 굵어졌고, 늘 푸른 소나무의 자태도 어느 계절보다 청청하다. ‘38선 숨길’은 현북면 잔교리, 이른바 ‘38평화마을’에서 서면 영덕리까지 이어지는 38㎞의 트레킹 코스다. 영덕리에서 역순으로 올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잔교리를 들머리 삼는다. 한데 왜 하필 ‘숨길’이고 ‘잔교리’였을까. 현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숨길은 남과 북이 숨을 쉬듯 막힘없이 소통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문구다. 줄곧 38선을 따라간다. 잔교리는 국군의 날 제정의 토대가 된 마을이다. 그 연원을 따져 보려면 시계추를 1945년 광복 직후로 되돌려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진다. 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북진을 거듭할 무렵 유엔에서 연합군 측에 38선을 넘지 말 것을 지시한다. 연합군이 머뭇대던 사이 국군에 북진 명령이 내려졌고, 국군 3사단 23연대가 최초로 잔교리의 38선을 넘어 북으로 진격한다. 그날이 1950년 10월 1일이다. 현재 국군의 날은 이날을 기려 1956년 제정한 것이다. 38선이 그어질 당시 잔교리 또한 마을 중심을 흐르는 잔교천(현 38선천)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뉜다. 격의 없이 지내던 마을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겯고 트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 비극적인 과거를 되새기기 위해 38선을 따라 걷는 길을 만들었다. 그게 ‘38선 숨길’이다. 사실 일반 여행객들에게 ‘38선 숨길’은 그리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상징성은 선명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들머리와 날머리를 연결하는 교통 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 탓에 보통은 38선 휴게소에서 여러 조형물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38평화마을’까지 다녀오거나, 좀더 걸어 대치리까지 간 뒤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8선 휴게소는 7번 국도 바로 옆 기사문 해변에 터를 잡았다. 38선 상징비와 탱크를 형상화한 38선 미니주제체험관 등이 마련돼 있다. 시퍼런 바다 위에선 서퍼 몇몇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기사문 해변부터 강릉 방향으로 동산 해변을 거쳐 죽도 해변에 이르는 구간은 서퍼들의 천국이다. 특히 겨울철이면 먼바다에서부터 둘둘 말려 온 파도가 해안까지 이어져 서핑을 즐기는 데 최적의 여건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휴게소 오른쪽의 지하보도로 7번 국도를 가로지르면 곧바로 ‘38평화마을’로 연결된다. 지하보도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총을 든 청년의 서늘한 눈빛, 녹슨 철모를 뚫고 피는 꽃 등이 인상적이다. 지하보도 너머는 38선천이다. 개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작은 하천이다. 이 실개천을 두고 한때 남북으로 나뉘어 대치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마을 안으로 들면 다양한 조형물들이 시선을 끈다. 2012년 공공미술사업으로 조성된 작품들이다. 그물에 갇힌 포탄도 있고, 남북 어부가 함께 평화를 낚기도 하고, 평화를 배달하는 우체부의 모습도 눈에 띈다. 마을 인근에도 38선 돌파 기념비, 관동8경 중 하나인 하조대, 일제강점기 3·1운동을 기리는 만세공원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마을을 돌아 나와 양양 여정을 이어 간다. 목적지는 남애항이다. 영화 ‘고래사냥’(1984)의 촬영지였던 곳. 가수 송창식이 부른 동명의 노래에서 보듯 억압받던 그 시절의 청춘들이 완행 열차 타고 찾길 꿈을 꿨던 곳이다. 기암들의 자태가 인상적인 동산항과 인구항 사이에 죽도라는 섬이 있다. 둘레 1㎞, 높이 54m로 섬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크기다. 몇 해 전만 해도 죽도암 주변의 분위기는 고즈넉했다. 이정표가 있어도 찾기 힘들 만큼 외진 곳이었다. 한데 요즘은 이 일대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변했다. 도회지에서 젊은 서퍼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건물이 올라가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밥집, 술집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죽도 주변엔 철재 데크가 놓여졌다. 섬 뒤편에 없는 듯 숨은 죽도암(竹島庵)까지 다녀올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휴휴암(休休庵)과 만난다. 바다로 뻗은 너른 반석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반석 주변에선 늘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먹이는 돈 주고 사야 한다. 먹이를 뿌리면 30~40㎝에 달하는 황어들이 몰려온다. 수백 마리는 족히 넘어 뵌다. 황어뿐 아니다. 방생한 우럭 새끼 등이 도무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뿌린 먹이에 길들여진 탓이다. 사람이 환경에 개입하는 건 여러 면에서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다. 절집에서 물고기 새끼를 방생하고, 먹이를 주는 게 온당한 일인지 좀더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휴암 인근의 포매호도 아름답다. 포매호는 강원 북부 해안에 발달한 여러 석호 중 하나다. 화진포 등에 견줘 규모는 작아도 풍경은 제법 옹골차다. 포매호 주변 갈대밭에 조성된 목재 데크를 따라 산책을 즐기는 재미가 각별하다. 남애항은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다. 매일 아침 열리는 수산물 경매 시장도 근동에서는 가장 크다. 이맘때 위판되는 해산물은 대개가 도루묵이다. 낭자하게 진행되는 여느 항구도시의 경매장과 달리 비교적 짧고 조용하게 경매가 이어진다. 호시탐탐 도루묵을 노리는 갈매기들과 경매사, 어민들이 뒤엉킨 번다한 한때가 지나고 나면 사위가 적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항구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도루묵으로 허기를 달래고, 내일을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과 만날 수 있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활어회센터를 지나면 남애항 바다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앞에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 표지석이 서 있다. 배우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 등이 주연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여기서 촬영됐다고 한다. 전망대 2층의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남애항과 망망대해, 파란 하늘이 가슴 가득 담긴다. 글 사진 양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한계령을 넘어서면 곧 양양이다. 이어 동해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하조대 나들목으로 나갈 수도 있고, 7번 국도를 타고 천천히 내려갈 수도 있다. →맛집 : 한계령 너머 범부리에 있는 범부막국수(671-0743)는 이른바 ‘가성비’ 뛰어난 맛집이다. 막국수와 메밀만두 등으로 이름났다. 외양은 거칠고 투박해 뵈지만 맛은 차지고 부드럽다. 계절 별미로는 역시 도루묵이 첫손 꼽힌다. 남애항에서 경매가 끝난 뒤 직접 사서 조리해 먹거나, 주변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잠수부횟집(671-9855)은 회, 멍게 등 여러 해산물을 싱싱하게 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맘때면 오징어 물회도 별미다. 동산항 끝에 있다. →잘 곳 : 가족 단위라면 쏠비치 호텔&리조트(1588-4888)가 맞춤하다. 다만 비수기에도 투숙객이 몰려 방 구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서퍼들이 즐겨 찾으면서 기사문항부터 남애항에 이르기까지 숙박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특히 죽도 쪽에 젊은층 취향의 숙소가 많다.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존재하는 것들의 연결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존재하는 것들의 연결

    미국의 온라인 판매회사인 아마존은 축구장 몇 개 크기의 거대한 물류(物流) 창고를 여럿 운영한다. 상품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무엇을 어디에 보관할지 결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 일단 고객이 함께 주문하곤 하는 것들을 미리 파악해 인접한 위치에 보관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추어 주문 묶음이 변하니 보관 위치도 주기적으로 바뀐다. 한 달 동안 물건 찾는 전체 동선을 최소로 줄이는 문제라서 고객 주문 빅데이터를 가지고 수학의 최적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가장 가까운 걸 찾는 최적화 이론은 17세기에 만들어진 미적분 이론의 응용 분야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2개의 큰 전쟁을 동시에 치르느라 병참 문제가 골칫거리가 되자 미국 수학자들이 선형계획법이라는 새로운 최적화 이론으로 해결하면서 더 정교해졌다. 미적분 외에 선형대수나 조합론 같은 수학의 여러 분야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보관하면 주문 하나를 위해 창고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는 일이 준다. 당연히 인건비뿐 아니라 배송 준비 시간도 준다. 보관한 뒤에 위치를 다 기록해 두지만, 거대한 창고에서 물품 하나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마존에서는 이걸 사람이 하지 않고 키바라는 로봇이 한다. 가정용 로봇 청소기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격은 대당 5000만원을 넘는다. 아마존의 창고 여러 곳에서 3만여대의 키바가 휘젓고 다니며 주문을 소화하는 중이니, 물류 로봇값만 2조원에 육박한다. 키바의 동선을 줄이는 데도 최적화 이론이 빛을 발한다. 키바 로봇을 만들어 낸 라파엘로 안드레아 교수를 지난달 서울에서 만났다. 코넬대 교수 시절에 공동 창업해 물류의 혁신을 만들어 낸 키바 시스템스를 9년 만에 아마존에 9000억원에 팔면서 속칭 대박을 쳤다. 그에게 물었다. “배송 준비 자동화로 물류 관리 인력이 줄었는데, 결국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는 건가요?” 그가 답했다. “키바의 가장 큰 효과는 같은 창고에 몇 배 많은 상품을 저장하는 거예요. 상품보관대를 밀고 당기며 물건을 찾을 수 있어서 여유 공간이 필요 없거든요. 땅값이 비싼 대도시에서 창고를 확장할 수 없던 아마존에 돌파구가 됐죠. 더 많은 상품을 취급하게 되자 키바가 골라 온 물건을 모아서 최종 배송 상자를 만드는 인력이 더 필요했고, 아마존의 채용은 오히려 늘어났어요.” 어떤 임계점을 넘는 생산성 증대는 인간의 역할이 필요한 영역을 늘려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견해였다. 키바 대박 후에 그는 스위스의 ETH대학으로 옮겼고, 거기서 창업한 드론 회사의 제품은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쇼에 출연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무대에서 마술사의 손짓에 따라 수십 개의 불빛이 날아다니는 장면을 연상해 보라. 물류의 혁신 다음엔 엔터테인먼트 드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걸까. 혁신은 새로운 기술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지식을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 최근 우리나라의 코딩 사교육 열풍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관찰하는 건 물류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드론을 묶으면 어떨지를 생각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기술적인 답을 해서 키바와 엔터테인먼트 드론을 만들어 내는 건 그다음이다. 우리 코딩 교육이 혹시 후자부터 가르치려 하는 건 아닐까. 무슨 앱을 왜 만들고 싶은지, 그게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를 아이들이 상상하게 하는 게 먼저 아닐까.
  • 2~3년 금리질주기… “대출자 고정금리로 방어해야”

    2~3년 금리질주기… “대출자 고정금리로 방어해야”

    40대 직장인 A씨는 눈여겨보던 경기도 30평대 아파트를 이달 초 구매했다. 아파트 가격은 6억원. A씨는 모자란 3억원을 빌리려고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 은행 직원은 “최대한 우대금리를 적용했다”며 각각 금리 2.9%인 변동금리 상품과 3.4%인 혼합형 고정금리(5년 고정후 변동 적용) 상품을 내밀었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첫 달 이자로 12만원을 더 내야 하지만 A씨는 금리 상승을 고려해 결국 고정금리를 택했다. A씨의 결정은 옳은 걸까. 바야흐로 ‘금리 질주기’를 맞아 A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두 달간 무려 0.7% 포인트가량 폭등했다. 대출로 집을 사려는 고객은 5년 고정금리와 6개월 변동금리 중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하지만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9일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 리스크, 은행 영업 전략까지 맞물려 2~3년간 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라며 “고정금리로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잠실센터 PB팀장은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 가는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한국도 금리 방어 차원에서 현재 대출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타이 후이 JP모건 아시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최근 “미국 경제 회복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 등 이머징(신흥국) 국가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여도 마냥 지속하긴 어렵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금리는 통상 경기를 따라가는데 수출 부진, 정국 혼란 등 한국 경제 여건이 안 좋아 2~3년간 정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 집을 사 대출을 받는다면 5년간 고정금리로 묶였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고정금리 상품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반론도 있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정부가 시중 금리를 관리하겠다고 한 만큼 정책적으로 급격한 인상은 힘들고 경기 부양 목적에서 내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어 변동금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단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중도상환수수료(1.5%)와 대출 잔액, 만기를 따져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승우 팀장은 “특히 임대사업자나 소호(자영업) 대출은 갈아타면 기존에 받던 금리 할인, 한도관리 등 혜택이 중단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대 은행(KEB하나·KB국민·우리·신한) 주담대 최고 금리(혼합형 고정)는 지난 9월 말 4.12~4.45%에서 29일 현재 4.63~4.85%로 상승세를 이어 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일제강점기 기술 너무 축약… 침략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일제강점기 기술 너무 축약… 침략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논란 끝에 국정 역사교과서인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28일 공개됐다. 한국사의 시작인 상고사부터 현대사까지 곳곳에서 이념과 기술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에 서울신문은 시대사별로 대학 역사학과 교수와 고등학교 역사교사들을 섭외해 현장검토본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독자들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학자들에게 ① 내용의 충실성 ② 사료의 충실성 ③ 구성의 충실성 ④ 기술의 충실성 ⑤ 논란 가능 여부 ⑥ 총평으로 나눠 물었다. 일부 번호가 없는 것은 응답이 겹치거나 답하지 않은 부분이다. 고등학교 ‘한국사’와 중학교 ‘역사’의 필진이 같아 한국사만 분석했다. [상고사] ■일부 개인 학설 지나치게 강조… 객관성 의심 소지성정용(51) 충북대 고고미술사 교수 ① 선사·고대 부분은 기존의 교과서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듯하나, 일부 논란을 의식하거나 개인 학설을 지나치게 강조한 듯한 부분이 보인다. 청동기문화에서 갑자기 고조선의 서술로 넘어가면서 고조선의 출현 과정을 잘 보여 주지 못하고 낙랑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치를 생략한 것은 위치 논란을 의식한 서술로 생각된다. ② 백제의 요서경략설 같은 경우 일부 사료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 기록의 합리성이 의심받고 있고 고고학적으로 거의 뒷받침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견이 있다고 하면서 사실처럼 느끼도록 서술했다. ⑤ 백제가 해상교류를 통해 동아시아의 교류를 주도한 나라임은 틀림없지만, 해상 강국이라는 표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백제의 일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또 4세기 서해안의 대양횡단이 가능한 것처럼 지도상에 표시한 것은 집필자 개인의 주관적 학설을 그대로 일반론화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⑥ 많은 내용이 너무 일반론적인 반면 낙랑 위치처럼 논란이 많은 부분에서는 집필자 개인의 주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술의 객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교과서라면 왜 국론을 분열시키고 거금을 들여 국가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그 정당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현 고고학 연구수준과 큰 괴리… 역사인식 못 키워이남규(61) 한신대 한국사학과 교수 ① 최신 조사연구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현재 고고학적 연구수준과 괴리가 너무 크다. 잘못된 검인정교과서 틀에 부분적인 자료만 첨가했다. 중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들이 많이 누락됐다. 각 시대의 역사문화적 진상과 흐름이 명료히 이해되지 않는다. ② 자료가 체계적, 종합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각 시대의 문화적 실체와 변동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③ 한국 고대사 분야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인 한군현-삼한-삼국 형성과정에서 역사적 진실과 괴리된 서술을 하고 있다. ④ 역사적 배경과 맥락은 물론 시대별 문화변동의 계기와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학생들의 이해는 물론 역사에 대한 흥미 촉발도 어려워 보인다. ⑤ 고조선 부분은 고고학적 자료 중심의 설명과 해석으로 한결같이 서술하고, 신화적 내용은 본문에서 자료탐구 부분으로 한정해야 한다. 한군현의 역사적 사실을 축소 내지는 배제해 삼한의 문제와 고대국가 형성기의 서술에 있어 문헌기록과 고고학적 사실과 괴리를 크게 한다. 최근 삼한 관련 고고학 자료들이 폭증해 삼국의 고대국가 형성에 대한 서술을 새로이 해야하는데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불확실한 문헌사 중심 설명이 중심을 이뤄 논쟁 여지가 많다. ⑥ 고교생의 고고학과 역사학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역사인식과 이와 관련한 판단 역량을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겨우 이 정도의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그 난리를 쳤다니 한심할 뿐이다. 정부는 올바른 국정역사교과서를 쓸 능력이 없음을 이번에 여실히 보여줬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 [고대사] ■정치·문화사 위주 서술… 일부 사료 뒷받침도 안 돼전덕재(54) 단국대 사학과 교수 ① 내용이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삼국시대 통치체제의 성격과 변화 및 삼국과 통일신라, 발해 귀족과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 고대의 수취제도 등에 관한 내용이 완전히 빠져 있다. 지나치게 정치사·문화사 위주로 서술했고 사회경제사 및 생활사에 대해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② 대체로 기존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서술 가운데 사료로써 뒷받침되지 않은 것, 사료와 불일치하는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③ 내용은 매우 소략한 편이다. 사료에 대한 소개가 매우 적다. 다만 문화사 부분은 이전의 교과서에 비해 충실하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의 균형 잡힌 역사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④ 비교적 쉽게 서술됐다. 다만 지나치게 간략하게 서술해 전후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불가피하게 부교재를 사용하거나 교사의 부가적인 설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⑤ 학계의 통설과 괴리되는 서술, 다양한 오류 및 근래의 통설과 배치되는 서술도 다수 눈에 띈다. ⑥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술 양을 대폭 축소하거나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한 게 두드러진다. 그러나 고대사 부분은 내용과 구성이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고, 최근의 연구성과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고려사] ■이자겸 사대외교를 ‘평화 관계 유지’ 기술… 자의적 느낌황선의(43) 백영고 교사 ① 이전 교과서보다 전체적인 분량은 적으나 절대적 차이는 없어 보인다. 사회사나 경제사 서술은 대단히 간략한 반면 정치사는 이전 교과서의 서술보다 훨씬 자세하고 다소 복잡하게 돼 있다. ② 사료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글과 사료의 크기나 구성과 같은 편집이 조악한 느낌이 든다. ⑤ 동북 9성의 위치 논란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다. 다만 학설 중에 최대 영토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인 공험진 등은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⑥ 당시의 경제상이나 사회상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 전달하면서 정치사 중심의 흐름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인물 중심의 서술이 도드라져 보인다. 예를 들어 “태조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던 고려의 왕권은”, 혹은 “(광종은) 이에 반발하는 호족을 ‘과감하게’ 숙청하면서 왕권을 안정시켜 갔다”라는 기술에서 볼 수 있듯이 왕 중심의 단순한 정치 서술을 넘어 영웅적 사관이 비치는 듯하다. 또 고려의 대외관계 중 거란과 금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통상 이자겸의 사대 외교를 “금과의 외교관계를 통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통상 자학사관을 피하기 위한 자의적 서술과 같은 느낌이 든다. [조선사] ■검증·교정 안 거쳐 졸속… 학계서 통용되기 힘든 학설 포함돼송양섭(51)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① 현 검정 교과서의 체제와 문제점을 대부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충실성 정도는 검인정 이래 집필 기준의 틀에서 쓰인 교과서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다. ② 현 교과서에서 활용된 사료가 재활용·재배치된 느낌이다. 교육부 발표에서 강조하면서 새롭게 넣었다는 균역·준천·탕평이라는 영조의 삼대 치적도 이미 중학교 미래엔 교과서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③·④ 현 교과서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했고, 일부 순화하지 않은 용어나 표현이 거슬린다. ⑥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서술, 학계에서 이미 통용되기 힘든 학설이 포함돼 있다. 예컨대 균역법의 시행 관련 서술은 상당 부분 부정확하거나 오류다. 신분제 동요와 관련된 신분 구성 비율에 관한 설명도 보편적이지 않은 주장이다. 집필진 전공이 고르게 배치되지 않고 특정 분야에 치우쳐 학계의 연구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급히 작업하면서 나타난 문제인 듯하다. 초안은 한 자 한 자 엄밀한 검토를 거치고 주변의 전공자들에게도 수시로 문의하면서 수십 차례 검증과 교정을 하는 게 통상적이다. 검토본은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에 밀실 집필을 하면서 내용의 검증을 원천봉쇄한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한 사진에 내용 축약 지나쳐… 서술과정도 뒤죽박죽서광욱(53) 대구 경일여고 교사 ① 전반적으로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축약됐고 서술 과정이 뒤죽박죽이어서 교사가 교과 내용을 재구성해서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이다. 학생 주도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② 과할 정도로 사진이나 그림 자료가 많다. 역사 과목의 특징상 자료의 제시는 필요하지만 사족처럼 보이는 그림이 많다. ③ 시간에 쫓겨서인지 교과 구성에 연계성이 부족하다. 임진왜란의 극복 과정에서 민중의 노력이나 광해군의 활약상이 전혀 서술되어 있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④ 기존 교과서로 공부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을 만큼 조선의 건국 과정이나 정치 조직의 정비 과정 등이 지나치게 단조롭게 서술됐다. ⑤ 이성계의 건국을 합리화하며 명의 내정간섭이나 종속관계를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 내정간섭이 이루어졌다. 조선 후기 민란의 발생을 단순하게 제도상 문제로만 서술해 민중들의 의식 수준 향상을 누락하고 있다. ⑥ 교육 현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집필자 선정부터 편찬까지 좌우 편향 없이 역사적 사실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다양한 견해를 수렴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할 역사교사로서 자괴감이 생길 정도다. ■독도 수호 안용복 4단원서만 설명… 3단원 조선은 빠져서인원(55) 진선여고 교사 ① 조선 시대는 전체 내용적인 측면에서 7차 국정 국사 교과서 및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검정 한국사 교과서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대외 관계에서 백두산정계비와 독도를 수호한 안용복의 이야기를 4단원에서만 설명하면서, 정작 3단원 조선 부분에서 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내용 배치와 설명 부분에서 상당히 아쉬운 점이 보인다. ② 7차 국정 국사 교과서 이후 교과서들의 특징은 학생 주도 수업을 중시하면서, 사료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탐구 생활을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2단 구성으로 설명 부분이 많다 보니 각 내용에 해당하는 사료를 충분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7차 국정 국사 교과서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③ 제시된 사료들은 내용과의 연계성은 충분하다. 일부 사료들은 기존의 사료와 다른 새로운 사료가 제시되기도 하였다. 배워야 할 내용이 축소된 것이 아니라 사료가 축소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④ 전체적으로 기존의 서술 방식과 큰 차이가 없으며, 일부 내용은 풀어서 서술한 면도 보인다. 그러나 135쪽의 예송에 대한 설명 등 일부 내용은 충분한 설명 없이 어렵게 서술된 점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⑤ 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없다. ⑥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는 국정이든 검정이든 교과서 내용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적다. 문제는 고대사와 근현대사의 서술 부분이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절차상의 문제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국정 교과서를 발간한다면 내용에서의 이념 여부 문제를 떠나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그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근대사] ■제2차 한일협약은 을사늑약인데… 日측 입장서 기술이계형(50) 국민대 특임교수 ① 근대사 부분이 축소 기술되다 보니 장과 절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④ ‘Ⅵ. 일제 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는 일제의 침략상과 한국의 민족운동의 실상을 언급하는 부분이다. 목차 구성이 민족운동에 쏠려 있다. ‘2장 민족분열정책과 국내외 민족운동의 전개’는 ‘민족분열정책’의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고 ‘3장 1930년대 이후~’는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내용 중 1920년대 부분도 있기 때문에 구성이 적절하지 않다. ⑤ 일본과의 조약 명칭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1차, 2차, 3차 한일협약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 기술되는 것이다. 공식적인 조약 명칭은 1907년 7월에 체결한 ‘한일협약’밖에 없다. 이를 기준으로 일제가 한국을 침탈하기 위해 체결한 여러 조약들에 숫자를 매긴 것에 불과하다. 특히 2차 한일협약은 을사늑약인데 이를 한일협약이라고 한다면 을사늑약의 체결 자체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것과 배치된다. ⑥ 일제강점기에 대한 기술이 너무 소략하다. 관련 내용이 국내외뿐만 아니라 1910~1940년까지 방대한 양이다 보니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지만 너무 축약해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친일파 문제에 대해서도 지식인, 예술인, 종교인 등의 친일 활동이 있다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미주지역 독립운동 등 특정 내용 부각 위한 노력 눈에 띄어신주백(53) 연세대 HK연구교수 ① 개항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동아시아사와 한국사를 연계한 설명이 부족하고, 결과적인 사실만 나와 있어 현 검정 교과서들보다 더 불친절하다. 특정한 내용을 부각시키기 위한 모습이 눈에 띈다. ‘외교 독립 선전 활동의 전개’(224쪽)처럼 미주지역의 독립운동에 높은 비중을 뒀다. 전체 민족운동의 양상과 운동 방법을 고려할 때 한쪽 분량으로 언급할 이유는 없다. ② 탐구활동이 지나치게 없다. 현 교과서처럼 여러 사료를 학생 스스로 분석하고 교사가 토론식으로 수업하는 데 방해될 수 있다. ③ 본문 내용과 시각자료의 연계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제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도가 부족하고, 만화 등 상상력을 자유롭게 자극하며 학생의 흥미를 유발할 형식이 없다. 불성실한 구성이다. ④ 평이한 문장으로 학생들이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 듯하다. 그러나 본문과 다른 구성요소 사이의 연계가 자연스럽지 않아 교사의 전달 효과와 학생의 학습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 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와 민족운동의 관계가 그동안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은 생소한 내용이다. ⑥ 본문을 완성하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내용을 받쳐 주는 다른 학습요소에 대한 완성도가 매우 떨어진다. 편집이 딱딱하고 불성실해 전형적으로 주입식 교육에 맞는 교과서가 새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항기 외세 일본과의 대항관계 너무 간략 서술 한계왕현종(56) 연세대 역사문화학교수 ① 근대사에 대한 서술이 너무 축소됐다. 기존의 검정 교과서의 분량(60쪽)의 3분의2 수준이다. 근대 세계사의 전개와 한국사를 연관시켜 이해할 수 없게 구성했다. ② 자료의 이해는 자료 탐구활동의 일환으로 된 반면 사진 자료의 설명이 지나치게 많다. 관련 사료를 제시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어 본문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다. ③ 근대국가의 건설 운동 부분은 지나치게 간략하다. 각 운동의 전개와 대립, 외세 일본과의 대항관계가 제대로 서술되지 않아 중학교 교과서의 서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④ 용어와 개념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서술이 학생들의 수준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한 면에 좌우 양단 구성은 교과서 체제에서는 처음 사용된 것으로 가독성, 이해력을 떨어뜨리는 편집이다. ⑤ 개항기 서술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으로 독도의 영유권 문제, 대한제국 패망 원인, 대한제국과 광무개혁의 논쟁, 동학농민전쟁의 역사적 의의 등이 언급되지 않는 등 이 시기 공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⑥ 만일 검정 과정이 있었다면 탈락 사유가 많다. 학생의 눈높이, 단계적인 역사이해, 역사 쟁점에 대한 이해를 고려하는 내용이 없다. 학생들을 중학교 수준으로 간주하고 주입식 교육을 하려는 일방적이고 획일화한 역사 교과서다. [현대사] ■냉전·반공주의 기조… 민주주의 진전 부분 등은 거의 없어허은 (50)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① 냉전·반공주의와 성장주의가 기조를 이루면서 주요한 시기와 서술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거나 누락했다. 일상생활문화와 민주주의의 진전을 설명하는 부분도 거의 없다.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조하는 데 치중해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사회에 초래한 제반 문제점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② 20세기 역사를 평면적으로 접근하게 만들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서술들이 적지 않게 확인됐다. ③ 민주공화국의 실제 내용을 채워 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민주화운동에 관한 서술이 여전히 부족하다. 재야인사, 학생들의 반독재 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노동자, 여성, 종교 분야의 생존권 투쟁, 인권운동 등을 더 충실히 서술해야 한다. 냉전반공체제가 초래한 국가폭력에 대한 언급도 매우 부족하다. 북한사 서술이 매우 소략하며, 그나마도 체계적인 역사적 서술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④ 역사 지식이 많지 않은 학생들이 읽을 때 오독하거나, 현 시국을 체험한 학생들이 용납할 수 없는 부분 또한 적지 않다. ⑤ 대한민국 수립이나 5·16 군사정변과 같이 역사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을 모호하게 다루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은 민주공화국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도정에서 그 의의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으로 제목을 바꾸는 게 옳다. ⑥ 역사학계가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교과서는 그 내용의 충실도나 완성도와 상관없이 나와서는 안 될 교재다. ■역사 교과서라기보다는 정치·경제·통일 교과서 성격 강해 김찬수(49) 동원고 교사 ① 실제 역사학자가 아닌 집필진이 썼기 때문에 ‘역사적인 관점’이 부족하다. 그래서 역사 교과서라기보다는 정치, 경제, 통일 교과서의 성격이 강하다. ② 냉전적 사고를 기반으로 해 남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분단 비용, 국방비 문제 등에 대한 서술이 부족하다. 남북 체육 교류, 남한 통일단체의 노력과 대학생들의 통일 열망 등이 보이지 않는다. ③ 279쪽에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의 경우 2012년 20위로 8.13이었는데 2015년 22위로 후퇴한 것 등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 ④ 282, 283쪽 외환위기 극복 등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논하면서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 하고,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계층 간 교육 격차가 확대된다고 비판하는 등 서술이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다. 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피하고자 한 의도가 역력하다. ‘이승만 국부’ 만들기나 ‘박정희 치적 강조’ 등 뉴라이트 사관이 보인다. 이승만의 독재 장기집권욕은 외면한 채 이승만 정부가 부정선거를 자행했다는 식으로 정부 차원의 문제로 서술한다. 이승만에 의해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친일 청산을 실패한 것도 간단하게 언급했다. 제주 4·3 사건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베트남 전쟁도 참전으로 얻은 이익만 쓰고 이면의 고엽제 피해, 양민 학살 문제는 두루뭉술하다. ⑥ 이승만에 대해 북진통일 주장, 한강 인도교 폭파, 보도연맹 사건, 작전 지휘권 이양 문제를 외면하면서 정작 6·25전쟁에 대해서는 상세히 다루는 등 균형 감각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6·25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 등은 외면하고 있다.
  • 광복회 성명 발표 “국정교과서, 친일파에 면죄부준 꼴”

    광복회 성명 발표 “국정교과서, 친일파에 면죄부준 꼴”

    광복회는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한 것은 “독립운동을 평가절하, 폄훼하는 몰역사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의 모임으로, 약 7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광복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살펴본 우리 광복회는 실망감과 수치심, 분노의 마음을 가눌 길이 없고 안중근·윤봉길 의사 등 선열들 보기가 심히 두렵고 부끄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광복회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바른 역사 서술을 끝끝내 외면하고 ‘대한민국 수립’을 고집하는 것은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쳐 그들의 소중한 미래를 망치게 하는 반교육적인 작태로써 소통 부재의 과거 군부독재 시대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반민족 친일파 청산’을 ‘친일청산’으로, ‘친일파’를 ‘친일인사’로 바꾸어 기술하는 것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로서 올바른 표현이 결코 될 수 없다”면서 “이는 친일행위에 대한 반민족적 범죄인식을 약화시키고, 매국행위를 개인적 사안으로 이해케 함으로써 친일세력에 의한 집단적 조직적 범죄를 은닉시키려는 기만적인 행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광복회의 성명 전문. ‘대한민국 수립’ 기술 국정 역사교과서 강력 반대 광복회 성명 지난 1년간 집필진과 편찬기준의 미공개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밀실 집필’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공개본이 오늘(28일)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를 살펴본 우리 광복회는 실망감과 수치심, 분노의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안중근, 윤봉길 의사 등 선열들 보기가 심히 두렵고 부끄러울 뿐이다. ‘특정 이념이나 역사관에 편향되지 않고 헌법적 가치에 근거하여 내용을 서술한다’, ‘역사적 사실을 오류 없이 서술할 수 있도록 한다’,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학설을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편찬기준을 밝혀놓고, 실상은 헌법정신과 헌법가치 부정은 물론, 역사적 사실도 아니고, 학계 정설과도 배치되는 ‘도깨비 역사교과서’를 편찬한 교육부에 광복회원들은 통렬한 울분을 감출 수가 없다. 광복회와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찬기준과 현장검토본 국정 역사교과서 상의 ‘대한민국 수립’ 기술은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현행 헌법정신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것이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명명백백한 역사왜곡이다. 편찬기준에 밝힌 ‘집필자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한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기는커녕,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고 ‘건국절 제정’을 획책하는 친일잔재를 포함하는 기득권 세력의 역사관을 투영하여 지극히 편파적인 기술을 하고 말았다. ‘반민족 친일파 청산‘을 ’친일청산‘으로, ’친일파‘를 ’친일인사‘로 바꾸어 기술하는 것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로서 올바른 표현이 결코 될 수 없다. 이는 친일행위에 대한 반민족적 범죄인식을 약화시키고, 매국행위를 개인적 사안으로 이해케 함으로써 친일세력에 의한 집단적 조직적 범죄를 은닉시키려는 기만적인 행위와 다름없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역사를 없애고 감추고 싶어 하던 친일파들의 부끄러운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반민족적인 행위다. 이뿐만이 아니다. ‘8.15광복은 우리 민족의 지속적인 독립운동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결과임을 유의하여 서술한다’ 는 지침은 본말을 전도시켜 전자보다 후자에 더 비중을 둔 서술로써 8.15 광복은 독립운동의 결과라기보다 ‘광복은 남의 손에 의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뉴라이트적 역사관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바른 역사 서술을 끝끝내 외면하고 ‘대한민국 수립’을 고집하는 은 독립운동을 평가절하, 폄하하는 몰역사적 행위이며,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쳐 그들의 소중한 미래를 망치게 하는 반교육적인 작태로써 소통부재의 과거 군부 독재 시대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가결하여 동년 4월 13일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나라이다. 이러한 대한민국과 태극기 아래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경찰에게 사살당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짖었던 순국선열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며, 그 당시에도 분명히 대한민국이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반민족적 망동으로 조국광복을 위해 산화한 순국선열의 영령과 역사의 이름으로 교육부를 강력 규탄한다. 이에 광복회는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집필한 중차대한 역사적 과오를 강력히 규탄하며, 집필진과 교육부 장관의 역사관, 양심, 자질을 의심하며 당장에 사퇴하기를 촉구한다. 광복회는 국정 역사교과서 역시 작금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사태로 보고, 흩어진 민족정기와 무너진 역사정의를 세워나가는데 앞장 설 것을 천명한다. 또한 이번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을 기회로 ‘건국절 법제화’를 시도하려는 세력 역시 역사교과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기를 300만 독립운동 선열의 이름으로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2016. 11. 28 광복회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강남 한파·강북 온기… 11·3 대책 온도 차

    강남 한파·강북 온기… 11·3 대책 온도 차

    “썰렁해졌죠. 11·3 부동산 대책도 그렇지만 금리도 오르고 있고 최순실 사건 때문에 나라가 뒤숭숭하기도 하고…. 일단 투자자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서울 서초구 잠원동 A부동산) “강북도 1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예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요. 그래도 재개발 분양에 대한 관심은 꾸준해 보입니다.”(서대문구 아현동 B부동산) ●정치 리스크·금리 인상에 강남 ‘냉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뛰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1·3 부동산대책 이후 날마다 떨어지고 있다.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로 떨어진 곳도 있다. 일각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수도권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나마 분위기가 꺾이지 않고 있는 곳은 강북의 재개발과 분양시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4일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언제까지 온기가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초부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어 온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10월 초 실거래가가 15억 2500만원까지 치솟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 아파트는 이달 17일 13억 3000만원에 거래됐다. 1개월 사이에 값이 2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올 들어 서울 시내 1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5차 전용 82㎡ 아파트도 10월 호가 기준 20억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8억원대에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잠잠하다. 잠실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사람들은 정부 정책이나 금리에 더 민감하다”면서 “지난달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한 달 반 사이에 수천만원씩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1·3 대책의 영향도 있지만, 정치권도 뒤숭숭하고 금리도 오르는 분위기라 도통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강북권은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된 강남권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지역은 11·3 부동산 대책 이후 3주째 매매가 상승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특히 강남구(-0.04%), 서초구(-0.03%), 송파구(-0.02%) 등 ‘강남 3구’가 나란히 2주째 하락세를 이어 가면서 전반적인 상승폭을 끌어내렸다. 강남 재건축을 타깃으로 삼았던 11·3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북권인 은평구(0.14%), 서대문구(0.13%)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은평구는 녹번·수색역세권 개발, 가톨릭병원 개원 예정 등 개발 호재의 영향이 컸고 서대문구는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 투자 수요가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말 분양 시장의 강북 대장주로 통하는 마포구 대흥 ‘신촌그랑자이’는 지난 25일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분양가는 3.3㎡당 2352만원으로 책정됐다. 마포구 대흥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북권 블루칩이어서 인기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3.3㎡당 2400만~2500만원까지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고 이야기됐지만 3.3㎡당 23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가 정해지면서 청약은 무난히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분양권 규제로 강북 청약 시장 정상화” GS건설 관계자는 “11·3 부동산 대책으로 경쟁률이 낮게 나올 수 있어도 계약 마감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투자자들보다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청약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당첨이 쉽지 않겠냐”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분양권 거래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서 과열 분위기가 심했던 청약시장이 정상화됐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좀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서울 주택시장이 한동안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결국 서울 부동산 시장의 중심은 강남인데, 강남의 상승세가 꺾인 상황에서 강북의 상승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11·3 부동산 대책 여파가 향후 3~4개월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도 “미국 등 대외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고 금리인상 등이 예정된 만큼 조정기가 길어질 수 있다”면서 “주택 공급이 많지 않은 서울은 견고한 가격 흐름을 가져가겠지만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경기도 일부 지역은 생각보다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리스크·대출 규제… 조정기 길 듯 정부가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뽑은 것도 부담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아파트 잔금 대출과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한 아파트는 입주 시 잔금과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부동산은 심리가 중요한데 투자자들은 물론 실수요자들에게도 부담이 돼 청약경쟁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처럼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수도권 분양시장은 더 한산해질 수도 있다”면서 “지난 2~3년간의 부동산 시장이 모두 함께 오르는 분위기였다면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차이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아파트 집단대출 억제, 부작용도 살피길

    정부가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아파트 집단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 분양시장 활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집단대출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데 있다.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이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부터 잔금 대출에도 원금과 이자를 쪼개서 갚아 나가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계부채는 올 9월 말 현재 1295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7조 5000억원이나 늘어 정상궤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자와 저신용자들이 금리가 훨씬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면서 부채 총량뿐 아니라 질까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몇 차례 내놓은 가계부채 관련 대책은 번번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주택 공급물량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율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8·25대책을 선보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주택공급 축소로 가계대출을 잡자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가계부채가 더 늘고 가계소득이 줄어 부실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올 상반기에도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9억원 이상 대출을 규제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경제정책과 입안자들이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수 활성화와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골자로 한 ‘초이노믹스’를 경제회생책으로 제시했지만 약효를 전혀 내지 못했다. 특히 청와대 경제참모인 안종범 수석은 경제대책은 뒷전인 채 대기업들로부터 돈 뜯어내는 심부름이나 하고 다녔으니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리 있었겠는가. 이번 대책으로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주택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폭락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그나마 경제성장을 이끌던 건설경기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제2금융권에서조차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저소득층과 저신용자 등이 사금융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는 점도 걱정이다.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세심하고도 꼼꼼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후유증 최소화에 주력하기 바란다.
  • 대출 옥죄자 제2금융 몰려 ‘풍선 효과’… ‘찔끔찔끔 대책’ 화 키웠다

    대출 옥죄자 제2금융 몰려 ‘풍선 효과’… ‘찔끔찔끔 대책’ 화 키웠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11조 급증 전문가 “사후 응급조치가 문제… DTI 한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올 3분기 말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근접한 가운데 부채의 내용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정부가 은행권 대출을 억제하면서 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분기 대비 11조원이나 급증했다.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액수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팽창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24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금융권 대출과 신용카드·할부금융 사용액 등 포함) 잔액은 1295조 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8조 2000억원(3.0%) 증가했다. 분기별 증가폭으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올 들어서만 93조원이 늘었고 지난해 4분기를 포함해 최근 1년간으로 보면 131조원이나 증가했다. 금융권별로 예금은행의 경우 3분기 말 잔액이 603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조 2000억원 증가했다. 2분기 증가폭(17조 4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은행권에서만큼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77조 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조 1000억원 증가했다. 대출심사 강화 등으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이지만, 대출받기는 쉬운 2금융권으로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 할부사 등의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346조 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 9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의 증가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권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2금융권, 특히 새마을금고 쪽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 포인트 상승하게 될 경우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 부담은 지난해 기준 114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14%(160만원)가 가중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찔끔찔끔 대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후적 응급조치만 취하다가 가계부채 문제를 키워 왔다”면서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기 위해서는 결국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은 지나치게 금융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취업과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계소득을 높여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아파트 집단대출 어려워진다

    아파트 집단대출 어려워진다

    상호금융 대출 소득심사 강화 가계부채 1300조 ‘추가 대책’ 내년부터 아파트 집단대출 문턱이 높아진다. 잔금 대출 때 무조건 원리금(원금+이자)을 쪼개 갚아야 하는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되어서다.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에서 돈을 빌릴 때도 빚 갚을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을 잡기 위한 추가 대책이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런 내용의 가계부채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아파트 집단대출과 상호금융 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입주자 개개인의 상환 능력은 따지지 않고 시공사나 보증기관의 보증을 토대로 중도금과 잔금 등을 빌려주는 것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입주자 개개인의 빚 갚을 능력을 따지고 대출금도 1년 뒤부터 곧바로 이자와 함께 쪼개 갚아야 한다. 정부는 일단 잔금 대출에만 이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2~3년 뒤 대개 잔금 대출로 이어지는 만큼 잔금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중도금 대출도 사실상 까다로워질 수 있다. 상호금융 대출은 주로 서민층이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해마다 원금의 30분의1을 갚도록(부분 분할상환) 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올 9월 말 현재 가계빚 잔액은 1295조 8000억원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이 7조 5000억원 늘어 10월 말 기준으로는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서경덕 교수팀, 텔레그램에 가미카제 스티커 사용중지 요청

    서경덕 교수팀, 텔레그램에 가미카제 스티커 사용중지 요청

    “텔레그램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Kamikaze Cat’이라는 스티커가 존재했다” 독일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서 일본의 자살특공대로 유명한 ‘가미카제’를 활용한 모바일 스티커(이모티콘)가 사용되고 있다고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팀이 24일 밝혔다. 한 네티즌의 제보로 알게 된 서 교수는 “가미카제의 뜻을 제대로 모른 채 많은 외국인이 사용하고 있었다”며 “텔레그램 측에 가미카제의 정확한 설명과 사용중지 요청 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현재 영어와 스페인어·독일어·한국어 등 8개 언어로 서비스가 되는 텔레그램은 월 활성 사용자가 1억 명 이상이고 하루 전달 메시지는 150억 개가 넘는 세계적인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이에 서 교수는 “가미카제를 활용한 의류, 모자 등 다양한 상품이 아직 전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잘 몰라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가미카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2개월 전 도쿄 야스쿠니신사 전시관에 들렀을 때도 가미카제를 미화한 도서와 비디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일본의 가미카제에 관한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일본은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유서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가미카제를 영웅으로 미화한 ‘영원의 제로’라는 책이 300만부나 팔렸고, 방송 및 영화로도 제작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가미카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다. 이들은 이륙 시 목적지까지 편도의 연료만을 지급받아 미군 군함으로 돌진, 약 3천여 명의 전사자를 가져왔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가계빚보다 위험한 자영업자 빚폭탄

    가계빚보다 위험한 자영업자 빚폭탄

    가계대출보다 증가 속도 빨라 불황에 금리 뛰면 부실 뇌관으로 3억 이상 고액대출 67% 차지“실태 점검·가이드라인 필요”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 속도가 가계대출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임대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의 담보 비중이 높고 생계형 대출이 많아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시중은행의 10월 말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14조 276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조 4986억원(8.3%)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488조 3642억원에서 526조 327억원으로 7.8%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에서 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 생활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계대출과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가계대출 잔액의 40%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을 꾸준히 늘려 왔다. 담보 비중이 높고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대출이어서 부실 위험이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자영업자 대출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12개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종 비중은 40%에 달한다. 이어 도소매업(16%), 숙박·음식업(10.5%)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 위주로 대출이 쏠려 있다. 3억원 이상 고액 대출 비중이 많아지는 것도 부담스런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고액대출 비중은 올 6월 말 기준 67.5%나 된다. 12개 은행 중에는 국민은행(79.8%)이 가장 높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고액 대출이 많다는 것은 차주의 신용이 좋거나 담보가 안전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부실화됐을 경우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비중은 23.3%이지만 담보가 없기 때문에 부실화될 위험이 더 크다.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10월 나간 자영업자 신용대출 가운데 금리가 8% 이상인 대출 비중이 10%를 넘는 곳은 기업은행(16.4%), 전북은행(16.2%), SC제일은행(11.3%)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비중이 높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이 많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안 좋을 때 취약하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가계대출과 달리 자영업자 대출은 데이터가 부족하고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차주의 상환 능력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면이 있다”면서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실태 점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 대출은 실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많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바로 연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저소득·저신용 영세사업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시간이 머문 풍경, 느릿느릿 걷는다

    시간이 머문 풍경, 느릿느릿 걷는다

    여섯 가지 묘한 매력 품은 정원 ‘겐로쿠엔’… 에도시대 향기 가득한 ‘자야가이’… 번잡한 도심 위 고풍스러운 풍경들 일본인들의 교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듯하다. 수도를 교토의 동쪽으로 옮긴다는 뜻에서 도쿄(東京)라 이름 지었듯, 자국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도시들엔 거의 예외 없이 ‘작은 교토’(小京都)란 애칭을 붙여 준다.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시도 그중 하나다. 현지 가이드는 “전국 31개 ‘작은 교토’ 가운데 첫손 꼽히는 곳이 가나자와”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을 피해간 데다, 지진도 적고, 발전마저 더뎌 옛 거리나 문화유산 등이 그대로 남았다. 인구 48만명의 중형 도시가 연간 700만명을 넘나드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가나자와는 지난해부터 일본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여행지’가 됐다. 험준한 일본 중북부지역을 관통해 도쿄까지 가는 호쿠리쿠 신칸센이 개통됐기 때문이다. 호쿠리쿠는 우리의 동해와 접한 이시카와현 등 네 현을 뭉뚱그린 표현이다. 호쿠리쿠 신칸센의 관문은 가나자와 역이다. 역 입구엔 높이가 약 14m에 달하는 문이 세워져 있다. 쓰즈미몬(鼓門)이다. 일본 전통 예능에 쓰이는 북을 형상화했다. 쓰즈미몬 뒤는 거대한 ‘모테나시 돔’이다. 3109장의 유리를 덧대 만들었다. 비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우산의 형태로 조성했다. 방문객에게 우산을 건네듯 ‘모테나시’(환대)를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유리 돔에 담겼다. 가나자와는 비와 눈이 많다. 동해에서 몰려온 공기가 다테야마 연봉 등 거대한 산군에 막혀 비와 눈으로 쏟아져 내리기 때문이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날이 일년에 20일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 만지면 묻어날 것처럼 맑은 날에 이 지역 사람들은 뭘 할까. 많은 이들이 가나자와 성을 찾는다. 정확히는 성으로 드는 후문인 이시카와 문을 찾는다. 이 문의 지붕 기와엔 납 성분이 함유돼 있다. 그 때문에 여느 성의 지붕과 다르게 흰빛을 띠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는 그 빛깔이 무척이나 신비롭단다. 그래서 맑은 날이면 이 문을 찾아 막연히 바라본다는 것이다. 맑은 날 ‘들로 산으로’를 외치며 활동성을 강조하는 우리와는 다소 다른 감각인 듯하다. 이시카와 문 맞은편엔 저 유명한 겐로쿠엔(兼六園)이 있다. 병립하기 어려운 여섯 가지(六) 요소를 두루 갖췄(兼)다는 정원이다. 넓고 활기찬 광대(廣大)와 깊고 고요한 유수(幽遂), 섬세하게 엮어낸 사람의 손길(人力)과 자연이 오랜 기간 빚어낸 창고(蒼古), 가까이서 보는 샘물(水泉)과 드넓게 둘러보는 조망(眺望) 등 상반된 경관이 어우러져 있다는 뜻이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오카야마현의 고라쿠엔과 더불어 일본 내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면적은 11㏊로 도쿄돔 야구장의 세 배에 달한다. 마에다 가문이 167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7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벚꽃 피는 봄에 방문객이 가장 많고, 단풍 물든 가을과 겨울철 ‘유키쓰리’ 때도 관광객이 몰린다. 유키츠리는 많은 눈에 부러지지 않도록 소나무 가지를 800개의 줄로 엮는 것을 일컫는다. 겐로쿠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가스미가 연못’이다.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을 형상화 한 ‘호라이 섬’(거북을 표현했다는 견해도 있다)과 학을 상징하는 ‘가라사키의 소나무’, 연못 위 정자 우치하시테이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연못 초입의 ‘고토지(琴柱) 등롱’은 이시카와현의 대표 아이콘이다. 가야금의 줄을 괼 때 쓰는 굄목, 이른바 ‘기러기발’을 형상화한 석등이다. 일본인들에게 석등은 기복의 대상이다. 수많은 이들의 바람이 석등에 덧씌워진다. 고토지 등롱은 일본 내 여러 석등 가운데서도 가장 앞줄에 설 만큼 명성이 ‘떠르르’하다. 석등 앞엔 작고 둥근 다리가 놓였다. 7줄 가야금을 본뜬 다리다. 이름도 고토바시(琴橋)다. 연못의 물은 가나자와 남쪽의 하쿠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끌어올린 것이다. 고저 차에 따른 수압을 이용해 물이 정원 이곳저곳을 돌아 흘러가도록 설계됐다. ‘네아가리노마쓰’(根上松)도 볼만하다. 여러 가닥으로 엉킨 굵은 뿌리를 밖으로 드러낸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다. 네아가리노마쓰는 사실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가 아니다. 13대 번주가 수령 160년의 소나무에 여러 차례 삽목 등을 가해 만든 일종의 분재다. 높이 15m에 뿌리 높이만 2m에 이른다. 겐로쿠엔에서 자라는 200종 8800그루의 나무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형태지 싶다. 겐로쿠엔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21세기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미술관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원형 구조다. 누구나, 어느 곳으로든 자유롭게 오가며 예술을 향유하라는 취지다. 위치도 독특하다. 가장 고풍스런 겐로쿠엔과 번화가인 가타마치 사이에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잇겠다는 뜻이다. 미술관은 전시실 14개와 시민 갤러리,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블루 플래닛 스카이’, ‘수영장’ 등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그 유명하다는 가나자와 단풍도 겐로쿠엔 맞은편 도로에서 처음 만났다. 일본인들의 단풍에 대한 감각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가 내장산처럼 화사한 단풍을 즐긴다면 일본 사람들은 거무튀튀한 삼나무 사이에 노랗고 빨간 단풍나무 한두 그루가 섞여 있는 풍경을 더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나자와 시청 앞에 도열한 열댓 그루 단풍나무는 그야말로 ‘터널’이라 부를 만큼 ‘많은’ 숫자다. 우리 시골마을의 플라타너스처럼 거대한 키에 형형색색의 단풍잎을 매단 자태가 독특하고 곱다. 가나자와 성 서쪽에는 ‘나가마치 무사저택지’가 있다. 400여년 전 중, 하급 무사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다. 마을을 관통하는 실개천을 따라 옛 가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에게 공개된 집은 노무라 가옥 한 채다. 노무라 가옥은 ‘연식’이 다양하다. 이시카와현 남쪽의 가가시에 있던 400년 된 집을 100년 전에 가나자와로 가져와 180년 된 정원 주변에 이축했다. 그러니까 정원 따로, 집 따로인 셈이다. 집 창문 등엔 유리가 끼워져 있다. 180년 전 네덜란드에서 유리 제작 기술이 전해질 무렵 끼워진 것이다. 요즘 유리와 달리 표면이 울퉁불퉁한 건 그 때문이다. 찻집 거리도 볼만하다. ‘찻집 거리’라는 본래 뜻과 다르게 에도시대 ‘자야가이’(茶屋街)는 게이샤들이 웃음을 팔며, 무사들의 손을 잡아끌었던 유흥가였다. 에도시대 중심도시였던 가나자와에도 자야가이가 3곳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옛 모습이 잘 보존된 곳은 히가시차야가이다. 찻집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2층 목조 건물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기모노를 입은 학생과 젊은 여성들의 모습도 곧잘 눈에 띈다. 대표적인 찻집은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인 ‘시마’(志摩)다. 1820년대에 지어진 상태 그대로다. 찾는 이들이 많아 차 한 잔 마시려면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가나자와는 금박(箔) 공예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 내 금박 제품의 99%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자야가이 등 관광지에서 금박 입힌 관광상품들을 살 수 있다. 먹거리를 찾아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오미초 시장이다. ‘가나자와의 부엌’이라 불리는 곳. 시장의 역사는 얼추 280년을 헤아린다. 우리나라였다면 그야말로 ‘기록적인’ 역사를 자랑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1000년을 넘나드는 유적들이 도시 곳곳에 허다하니 이 정도 연혁으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 한다. 시장엔 180여곳의 식재료 상점과 음식점 등이 밀집돼 있다. 맛집들이 많아 점심 시간이 아니더라도 늘 줄을 서야 한다. 가장 이름난 음식은 가이센동(해산물덮밥)이다. 값은 보통 3000엔 안팎이다. 회나 초밥, 금박 입힌 황금 아이스크림 등도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가나자와(일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자율주행자동차 전자프로세서’ 올해 최고 반도체 설계 대상에

    올해 최고의 반도체 설계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자율주행차 프로세서가 선정됐다. 특허청은 23일 제17회 대한민국 반도체 설계대전에 입상한 12개 팀을 발표했다. 설계대전은 우수한 반도체 설계 발굴 등 우리나라 설계기술 발전 촉진을 위해 2000년부터 열리고 있다. 칩 설계 대상(대통령상)에는 ‘ISO 26262-compliant 1.0Ghz 쿼드코어 자동차 프로세서’를 설계한 전자통신연구원 프로세서연구팀이 선정됐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인 자동차 전장의 기능안전성에 관한 프로세서다. 시장성과 파급효과가 큰 세계적 수준의 독창적인 기술로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금상(국무총리상)은 크기를 줄인 고성능 신호변환기(비교기)를 고안한 EPC 설계팀이 받는다. 대학(원)생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알고리즘 설계 부문에서는 드론의 충돌 방지를 위한 효율적인 이동객체 검출 알고리즘을 설계한 한국항공대 SoC설계팀이 최우수상에 뽑혔다. 기존 알고리즘에 비해 구현 복잡도가 상당히 낮고 이동카메라 환경에서도 우수한 객체 검출 성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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