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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스로드 ‘2018 전남 통일대장정’ 출발

    피스로드 ‘2018 전남 통일대장정’ 출발

    ‘One Korea 피스로드 2018, 통일대장정’이 지난 16일 전남도청을 출발해 종착역인 파주 임진각을 향해 자전거로 힘차게 내달렸다. 자전거 동호회원 등 종주자 150명은 이날 도청 광장을 출발해 목포 평화광장까지 5.5㎞를 달리면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이에 앞서 전남에서는 구례군(7월 23일), 여수시(7월 29일), 곡성군(8월 14일), 나주시·해남군(8월 15일)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평화의 여정에 동참했다. 올해 피스로드 세계대장정은 130개국에서 한반도 통일과 지구촌 평화를 호소하며 혼신을 다해 자전거 라이딩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청에서 출발한 통일팀과 부산에서 출발한 평화팀이 오는 24일 임진각에 모여 국토종주 완료식을 갖고 한국 행사를 마무리한다. 전남대회는 사단법인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평화대사협의회가 주관하고 통일부, 행정안전부, 전남도·도의회, 도교육청,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후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국민은 빚에 허덕이는데 은행 이자수익 20조라니

    시중은행들의 이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집계 결과 국내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19조 700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순수익은 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00억원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은행들의 순수익은 6년 만에 최대였던 작년 실적(11조 2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기세다. 은행들의 실적 호조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 국민이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대금리(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이용해 손쉽게 고수익을 올리는 점은 달리 생각해 볼 일이다. 올 상반기 은행들의 예대 금리 차이는 2.08% 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2.01% 포인트보다 0.07% 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의 비이자 이익이 33% 감소한 3조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이익 대부분을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셈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마당에 우리가 금리 인상을 비켜갈 수는 없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재빨리 많이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찔끔 올리기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신규 기준) 평균금리는 3.49%로 지난해 12월보다 0.07% 포인트 올린 반면 저축성예금 평균금리는 1.81%로 0.03% 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지만, 은행들은 업무원가와 마진 등을 감안해 정하는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은행들이 가산금리 산정에서 대출자 소득을 누락하는 등 대출금리 조작 사태까지 빚어졌다. 지난 수년간 가계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5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금리가 0.1% 포인트만 올라도 가계는 1조 5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은행들이 국민 고통은 외면한 채 ‘이자 파티’를 벌이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금융 당국은 현재 준비 중인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을 최대한 당겨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불합리한 가산금리 산정이 사라진다. 은행들도 국민 고통을 나눈다는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가산금리 조정에 나서길 기대한다.
  •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그릇된 역사인식 어떻게 자라났나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그릇된 역사인식 어떻게 자라났나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오누마 야스아키·에가와 쇼코 지음/조진구·박홍규 옮김/섬앤섬/272쪽/1만 6000원일본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는 1993년 8월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침략 전쟁이었다.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인식한다”고 답한다. 이어 1995년 8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아시아 국가에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1~2006년 매년 전쟁 전범이 묻힌 신사참배를 반복한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변국의 시선이 또다시 싸늘해졌다. 왜, 어째서 일본은 이런 태도를 보일까.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난 것일까.●국제법 연구자 오누마 교수 신간 국제법 연구자이자 1970년대부터 한·일 관계를 연구한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신간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그 해답을 알려 준다. 일본인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생겨난 지점을 짚고, 한·중·일의 역사인식 차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한다.우선 제2차 세계대전 후 1946~194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부터 보자.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인도 등에서 온 11명의 재판관이 일본 전범자 도조 히데키 등을 재판했다. 28명이 기소돼 재판 도중 사망한 2명과 정신장애로 면소된 1명을 제외한 25명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 저자는 도쿄재판에 관해 ‘평화에 대한 죄’로 피고인을 단죄했다는 점에서 사후법에 따른 처벌이며 근대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치른 전쟁이 국제법상 위법한 침략 전쟁이 분명하고, 그 과정에서 일본이 수많은 전쟁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음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인식이라 설명한다. ‘승자에 의한 일방적인 단죄’라며 이를 부정하는 ‘도쿄재판사관’에 관해서는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일본이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위안부 문제, 희생자 입장서 고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공개한 게 계기가 됐다. 일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2011년 한국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충분히 교섭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 결정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차례로 짚어 가며 “종군 위안부 문제를 오로지 한·일 관계의 틀 속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위안부 피해자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네덜란드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핵심이 ‘한국을 만족시키는 정도의 사죄와 보상’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 자체와 희생자의 입장을 고려한 보상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1995년 일본의 민과 관을 연결해 ‘아시아 여성 기금’을 만드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진보 신문과 한국 언론이 일본군 위안부를 자극적으로 다루며 오히려 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총리의 사죄 편지를 비롯해 기금 마련 등 일본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든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주범국이지만 전쟁 책임에 관해서는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독일의 경우, 지도자가 알기 쉬운 형태로 자기 반성과 사죄를 한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격리 시설인 게토의 영웅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묵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日, 잘못된 것도 역사로 받아들여야” 저자는 전후 일본의 역사인식 형성 과정을 설명하며, 될 수 있으면 일본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상대의 처지에서 일본이 어떻게 보이는가 냉정하게 생각하고 자신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역사를 인식하는 일”이라 거듭 강조하는 부분에서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식민지 시절을 겪은 우리로선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한·중·일 삼국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와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근거와 원인을 알아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본이 자신의 시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 단순한 반일 감정으로도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남북,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 단일팀 확대 논의

    남북,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 단일팀 확대 논의

    남북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단일팀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체육계 관계자들은 16일 오전 자카르타 선수촌에서 만나 단일팀 구성을 포함한 체육 교류 방안에 관해 협의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이날 선수촌 입촌식 행사를 마치고 “여러 종목에서 교류를 하자고 북측과 의견을 나눴다”라며 “앞으로 단일팀이 확대될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국내대회 초청이든 세계대회 단일팀 참가든 다양한 형태로 남북 체육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이날 복수 종목의 단일팀 구성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단일팀 확대를 반기는 눈치다. 북측 선수단장인 원길우 체육성 부상은 이날 입촌식 행사를 마친 뒤 남측 취재진에 “단일팀으로 나가니까 좋지 않나?”라며 “앞으로 더 많은 종목에서 단일팀이 꾸려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씨줄날줄] 터키 특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터키 특수/박현갑 논설위원

    한국전 참전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과 마주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에 가입한 나라. 미국의 무역 제재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내 미디어에 부쩍 많이 거론되는 나라. 인구 8500만명에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5배인 터키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배로 인상하면서 터키 화폐인 리라화 가치가 올 초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에 ‘터키 특수’라 할 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 리라화로 표시된 영국 의류 브랜드인 버버리 등 명품을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고, 이스탄불의 5성급 호텔 숙박도 한국 돈으로 5만원이면 가능하다는 소식에 터키 쇼핑과 여행에 쏠린 높은 관심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전 파병으로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터키이지만, 파병 당시에는 공식적 외교관계가 없었다. 터키와 우리나라가 국교를 맺은 시점은 한국전 정전 4년 뒤인 1957년 3월 8일이다.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 가운데 군인수 대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1만 4936명을 파병해 전사자 742명, 부상 2147명, 실종 175명, 포로 346명이 발생했다. 터키의 한국전 파병은 자유진영 가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려던 터키와 당시 소련과 대치하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다. 터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극체제에서 과거의 중립정책을 포기하고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이 만든 안보기구인 나토에 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시아 국가라는 이유로 번번이 가입을 거절당하다 자국에서 8000㎞나 떨어지고, 외교관계도 없던 한국에 군대를 보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면서 미국의 지원 끝에 한국전쟁 중이던 52년 2월 나토에 가입했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도 안보 문제가 원인이다. 미국은 자국민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억류한 터키에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나 터키는 거부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세력인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도왔다는 혐의로 그해 10월 구속됐다가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대신 터키는 당시 쿠데타 미수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귈렌의 송환을 요구 중이나 미국 역시 거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송환과 석방으로 위기를 타개할지, 미국이 최대 출자국인 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경제개혁과 긴축정책에 나설지 아닐지, 아니면 러시아와 손잡고 또 다른 갈등을 증폭시킬지 터키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상하이에서 읽는 동아시아

    [홍석경의 문화읽기] 상하이에서 읽는 동아시아

    사람마다 꿈꾸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도시는 상하이였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았기에 올 8월에야 처음 방문하게 된 상하이. 물론 국제학회에서의 발표를 위해 왔지만, 도시 전체가 텍스트인 이곳, 하루 정도 ‘발로 하는 독서’의 매력을 물리칠 수 없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에 조계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곳은 오랫동안 서구와 동아시아 간 순간이동 터널 역할을 했다. 상하이를 통로로 서구가 동아시아로 쏟아져 들어왔고, 동아시아인은 상하이에서 멀고 먼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의 일부를 만났다.서구에도 상하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오손 웰스의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주인공 리타 헤이워스는 상하이에서 보낸 몇 년의 과거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힘입어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팜파탈의 반열에 오른다. 그녀는 유명한 거울 신 속에서 죽는데, 이 장면이 중국을 다시 글로벌한 동서 간 문화교류 속으로 끌어들인 이소룡에 의해 ‘용쟁호투’(1973)에서 패러디됐던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대한민국에게 상하이는 문자 그대로 동아시아에 열린 서구의 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젊은 장군 드골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에 임시정부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무려 20년 전 근대국가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됐던 조선의 엘리트들은 3·1운동으로 깨어나 이곳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웅지를 틀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당시 조선의 어두운 미래와 조선인의 힘든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륙 침탈을 준비하는 일본의 기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내걸어 민족의 정당하고 자주적인 미래를 도모한다는 결의와 실행은 얼마나 큰 결심과 신념이 있어야 가능했을까. 레지스탕스를 부르는 드골의 런던 행보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대접을 보면서 임시정부에 대한 그간의 한국 내 이견이 부끄러웠다. 당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암살’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사 전날 모여 샹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임시정부의 상하이 커넥션이 강하게 암시된다. 1930년대 상하이와 조선의 커넥션은 영화 속에서 임시정부를 넘어선다. 중국 영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진린은 한국인이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당시 상하이의 위상을 고려할 때, ‘동양의 루돌프 발렌티노’라고 불렸다는 이 한국인 남자 배우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 이름 김염,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가 무려 김규식이니,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 인척 간 교류와 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상하이, 중국을 잇는 노드(node)다. 동아시아의 초국적 인기인의 전형과도 같은 노래하는 배우 장국영과 그 뒤를 잇는 한류 스타들이 있기에 앞서서 1930년대 글로벌 상하이에 한국인 배우 김염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니 팔월에 크리스마스같이 치장한 불야성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이처럼 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이라니. 하늘을 향해 다투어 치솟는 푸둥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파사드를 마주 보는 와이탄의 강변로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의 콜로니얼 건축을 닮은 건물들이 육중하게 늘어서 있다. 와이탄 지역은 명·청대의 상점과 정원을 배경으로, 70년대 재개발 서민촌을 닮은 거리를 감추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상하이타워가 구름 속으로 치솟는다. 중국의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처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훙구공원에 해가 뉘엿뉘엿하자 노인들이 배 두드리며 나와 바람을 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서구 문호들의 동상 군집에서 멀지 않은 곳엔 새로 세워진 중·일 청년들의 우의를 다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내 도처에서 한국어가 들리지만 한국 사드가 지나간 중국 어느 곳에도 한류의 자취는 없고, 일본식 바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쇼핑몰 벽에 붙은 한류 스타를 똑 닮은 중국 배우의 모습이 묘하게 과거와 현재의 상하이, 그리고 동아시아의 굴기 속 중국의 욕망을 느끼게 해 준다.
  • 2018년 상하이에서 감상해 본 1930년대 동아시아

    2018년 상하이에서 감상해 본 1930년대 동아시아

    사람마다 꿈꾸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도시는 상하이였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았기에 올 8월에야 처음 방문하게 된 상하이. 국제학회에서의 발표를 위해 왔지만, 도시 전체가 텍스트인 이곳, 하루 정도 ‘발로 하는 독서’의 매력을 물리칠 수 없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에 조계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곳은 오랫동안 서구와 동아시아 간 순간이동 터널 역할을 했다. 상하이를 통로로 서구가 동아시아로 쏟아져 들어왔고, 동아시아인은 상하이에서 멀고 먼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의 일부를 만났다.서구에도 상하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오손 웰스의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주인공 리타 헤이워스는 상하이에서 보낸 몇 년의 과거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힘입어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팜파탈의 반열에 오른다. 그녀는 유명한 거울 신 속에서 죽는데, 이 장면이 중국을 다시 글로벌한 동서 간 문화교류 속으로 끌어들인 이소룡에 의해 ‘용쟁호투’(1973)에서 패러디됐던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대한민국에게 상하이는 문자 그대로 동아시아에 열린 서구의 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젊은 장군 드골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에 임시정부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무려 20년 전 근대국가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됐던 조선의 엘리트들은 3·1운동으로 깨어나 이곳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웅지를 틀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당시 조선의 어두운 미래와 조선인의 힘든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륙 침탈을 준비하는 일본의 기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내걸어 민족의 정당하고 자주적인 미래를 도모한다는 결의와 실행은 얼마나 큰 결심과 신념이 있어야 가능했을까. 레지스탕스를 부르는 드골의 런던 행보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대접을 보면서 임시정부에 대한 그간의 한국 내 이견이 부끄러웠다. 당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암살’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사 전날 모여 샹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임시정부의 상하이 커넥션이 강하게 암시된다.1930년대 상하이와 조선의 커넥션은 영화 속에서 임시정부를 넘어선다. 중국 영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진린은 한국인이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당시 상하이의 위상을 고려할 때, ‘동양의 루돌프 발렌티노’라고 불렸다는 이 한국인 남자 배우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 이름 김염,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가 무려 김규식이니,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 인척 간 교류와 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상하이, 중국을 잇는 노드(node)다. 동아시아의 초국적 인기인의 전형과도 같은 노래하는 배우 장국영과 그 뒤를 잇는 한류 스타들이 있기에 앞서서 1930년대 글로벌 상하이에 한국인 배우 김염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니 팔월에 크리스마스같이 치장한 불야성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이처럼 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이라니. 하늘을 향해 다투어 치솟는 푸둥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파사드를 마주 보는 와이탄의 강변로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의 콜로니얼 건축을 닮은 건물들이 육중하게 늘어서 있다. 와이탄 지역은 명·청대의 상점과 정원을 배경으로, 70년대 재개발 서민촌을 닮은 거리를 감추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상하이타워가 구름 속으로 치솟는다. 중국의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처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훙구공원에 해가 뉘엿뉘엿하자 노인들이 배 두드리며 나와 바람을 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서구 문호들의 동상 군집에서 멀지 않은 곳엔 새로 세워진 중·일 청년들의 우의를 다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내 도처에서 한국어가 들리지만 한국 사드가 지나간 중국 어느 곳에도 한류의 자취는 없고, 일본식 바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쇼핑몰 벽에 붙은 한류 스타를 똑 닮은 중국 배우의 모습이 묘하게 과거와 현재의 상하이, 그리고 동아시아의 굴기 속 중국의 욕망을 느끼게 해 준다. 글·사진: 홍석경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 [전문]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

    [전문]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에 경축사를 통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 날입니다. 독립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는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께도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한말 의병운동으로부터 시작한 우리의 독립운동은 3·1운동을 거치며 국민주권을 찾는 치열한 항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불굴의 투쟁을 벌였습니다.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독립투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습니다.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겨낸 결과였습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힘을 모아 이룬 광복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광복의 그날 우리는 모두가 어울려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에 높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곳은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된 서울의 심장부 용산입니다.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었습니다.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온 기반이었습니다.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으로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입니다. 2005년 선포된 국가공원 조성계획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허파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뜁니다. 그처럼 우리에게 아픈 역사와 평화의 의지, 아름다운 미래가 함께 담겨있는 이곳 용산에서 오늘 광복절 기념식을 갖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용산이 오래도록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처럼 발굴하지 못하고 찾아내지 못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독립운동은 더 깊숙이 묻혀왔습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습니다. 당시 조선의 남성 노동자 임금은 일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조선 여성노동자는 그의 절반도 되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저항으로 지사는 출감 두 달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 200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습니다.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서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다섯 분의 해녀로 시작된 해녀 항일운동이 제주 각지 800명으로 확산되었고 3개월 동안 연인원 1만7천명이 238회에 달하는 집회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구좌에는 제주해녀 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광복절 이후 1년 간 여성 독립운동가 이백 두 분을 찾아 광복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중 스물여섯 분에게 이번 광복절에 서훈과 유공자 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계속 포상할 예정입니다. 광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겠습니다.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입니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 함께 만든 나라입니다.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되살려 전 세계를 경탄시킨 나라,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분단과 참혹한 전쟁, 첨예한 남북대치 상황, 절대빈곤, 군부독재 등의 온갖 역경을 헤치고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만큼 역동적인 발전을 이룬 나라가 많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대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세대가 함께 이뤄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위상과 역량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보면 누구나 느끼듯이 한국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나라이고 배우고자 하는 나라입니다. 그 사실에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자부심으로 우리는 새로운 70년의 발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길입니다. 분단은 전쟁 이후에도 국민들의 삶속에서 전쟁의 공포를 일상화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역량소모를 가져왔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부지역은 개발이 제한되었고 서해 5도의 주민들은 풍요의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조업할 수 없었습니다. 분단은 대한민국을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섬으로 만들었습니다. 분단은 우리의 사고까지 분단시켰습니다. 많은 금기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습니다. 분단은 안보를 내세운 군부독재의 명분이 되었고 국민을 편 가르는 이념갈등과 색깔론 정치, 지역주의 정치의 빌미가 되었으며 특권과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입니다. 저는 국민들과 함께 그 길을 담대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국민들의 힘 덕분입니다. 제가 취임 후 방문한 11개 나라, 17개 도시의 세계인들은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되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경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습니다. 평화적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G20의 정상들도 우리 정부의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과도 ‘더불어 잘사는 평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고 지금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베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 협력은 결국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은 그와 같은 국제적지지 속에서 남북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남과 북은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남북은 군사당국간 상시 연락채널을 복원해 일일단위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분쟁의 바다’ 서해는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바다’로 바뀌고 있고 공동번영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의 시범적 감시초소 철수도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습니다. 남북 공동의 유해발굴도 이뤄질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되었습니다. 앞으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뜻깊은 일입니다.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또한 함께 평화와 번영으로 가겠다는 북미 양국의 의지로 성사되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틀 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에서 약속한 가을 정상회담이 합의되었습니다. 다음 달 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정상 간에 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남북과 북미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서로 간의 합의가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습니다.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입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합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날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국책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더한 효과입니다. 남북 간에 전면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때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천9백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습니다. 지금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도 남북이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습니다. 평화가 경제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입니다. 많은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입니다. 1951년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유럽 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습니다. 이 공동체가 이후 유럽연합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저는 오늘,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합니다.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식민지로부터 광복, 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뤄내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국민들이 기적을 만들었고 대한민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독립의 선열들과 국민들은 반드시 광복이 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서로의 손을 꽉 잡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우리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습니다. 낙관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광복을 만든 용기와 의지가 우리에게 분단을 넘어선, 평화와 번영이라는 진정한 광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글로벌 In&Out] 남북에서 모두 잊혀진 1945년 8월의 소일전쟁/바실리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남북에서 모두 잊혀진 1945년 8월의 소일전쟁/바실리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2018년 8월 15일은 광복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73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한반도는 일제 식민주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고통받던 한국인들은 광복의 기쁨을 실감했다. 그러나 분단과 냉전을 겪으면서 남북한은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는데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반도에서 전투하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무너뜨린 소련에 대한 기억이다.남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해방은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것만 떠올리고 한반도 해방에서 소련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거나 축소한다. 필자는 관련 학회에서 “소련이 한반도에서 전투를 한 번도 치르지 않고 ‘그냥’ 들어왔다”는 주장까지 들어 봤다. 이런 인식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 평양의 해방탑에 소련군에 의한 해방을 기념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북한 학자들은 해방을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의 활약으로 해석하면서 ‘신화’를 만들었다. 남북의 국가 편찬 공식 역사의 한계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그 뿌리 깊은 신화를 깨뜨릴 수 있는 역사가의 유일한 무기는 사료(史料)이다. 그러면 소련군의 한반도 진출에 대해 사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945년 8월 9일, 소련은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만주전략공세작전’을 개시하였다. 이 작전은 3가지의 하위 작전으로 구성됐는데, 그중 하나가 한반도를 포함한 하얼빈·지린성 공세작전이었다. 북한 해방 작전 수행을 위해 소련 육·해군 연합부대가 결성되었다. 메레츠코프 원수가 지휘하는 제1극동전선군 휘하 제25군의 남측부대와 유마셰프 제독 휘하 태평양 함대의 해병부대다. 소련군의 한반도 전투는 만주전략공세작전 개시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1945년 8월 9일, 공군은 함경북도 웅기읍의 일본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였고 육군 부대들은 두만강을 건너 일본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 지역 주둔 일본군은 소련군 급습에도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결국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8월 9일 밤 소련군 부대들이 경흥군을 해방시켰다. 소련 공군은 일본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해 많은 일본 군함과 수송선을 침몰시킴으로써 해병부대의 작전을 가능케 하였다. 메레츠코프는 8월 11일 유마셰프에게 상륙부대를 결성해서 북한 해안 지역을 해방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해군대대와 정찰부대가 웅기에 상륙하여 전투 없이 해방한 후 마침 도착한 육군부대와 합류하여 나진시에 돌격했다. 청진에서는 항구 방어선을 회복하려는 일본군의 지속적인 공격에도 소련 선봉부대는 해병여단이 도착한 15일까지 항구를 고수했다. 15일 정오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포한 ‘옥음방송’이 울렸지만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관동군 사령부는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살벌한 청진 전투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는 육군사단이 전투에 들어간 16일까지 지속되었다. 청진 상륙작전의 성공과 만주에서의 소련군 승리의 소식을 들은 관동군 사령부는 지속적인 저항의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19일 드디어 무기를 내려놓았다. 만주전략공세작전 중에 소련군은 3만 5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그중 약 60%가 만주남부와 한반도를 해방시킨 제1극동전선군이었다. 육군부대들도 2000여명, 해군부대들은 1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소련 제1극동전선군의 군사작전은 한반도 북측 지역의 해방 이외에 또 한 가지의 성과를 거두었다. 조선 북부에서 일제식민통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줘 일제 관료, 경찰, 군인들은 남쪽으로 도피했고, 그 식민권력의 공백을 조선인 스스로 채워 나갈 수 있게 한 것이다.
  • 장성역 앞 ‘평화의 소녀상’ 제막

    장성역 앞 ‘평화의 소녀상’ 제막

    “비록 자그마한 동상이지만 역사의 아픔을 언제까지나 되새기는 교육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남 장성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은 반상한(42) 전 장성청년회의소 회장은 “일본 탓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자라나는 세대의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자극제로 기대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장성군 17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추진위가 광복절 하루 전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지역 중심가인 장성역 앞에 들어선 동상은 청동 재질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같은 형태다. 가로 2m, 세로 1.6m 좌대에 앉은키 130㎝ 크기다. 거칠게 잘린 단발은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뒤꿈치를 들고 있는 맨발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에도 정착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상징한다. 지난 4월 말 출범한 추진위는 군민을 상대로 소녀상 건립에 따른 자발적 모금 운동을 벌여 왔다. 채 4개월에 못 미치는 짧은 기간에 1700여명이 참여해 6700여만원을 모았다. 글 사진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한반도 해방에서 사라진 장면- 1945년 8월 북한 국경에서의 소일(蘇日)전쟁

    한반도 해방에서 사라진 장면- 1945년 8월 북한 국경에서의 소일(蘇日)전쟁

    2018년 8월 15일은 광복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73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한반도는 일제 식민주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그 아래서 신음하던 한국 사람들은 광복의 기쁨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후 한국은 분단과 전쟁, 쿠데타와 민주화 운동 등을 겪으면서 오늘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번영의 출발점인 해방과 광복의 진상은 냉전시대의 정치와 극단적 좌우갈등으로 왜곡되기도 하였다.한국인의 역사적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것에는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무너뜨린 유일한 나라 소련의 역할이 있다. 남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해방은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것만 떠올리고 한반도 해방에서 소련의 역할 자체를 부정되거나 축소한다. 필자는 관련 학회에서 ‘소련이 한반도에서 전투 한 번도 치르지 않고 ‘그냥’ 들어왔다’는 주장까지 들어봤다. 이런 인식은 남한만이 아니다. 북한 평양에 있는 해방탑에 소련군에 의한 해방을 기념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북한 학자들은 해방을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신화’를 만들었다. 남북의 국가 편찬 공식 역사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 뿌리깊은 신화를 깨뜨릴 수 있는 역사가의 유일한 무기는 사료(史料)이다. 그러면 소련군의 한반도 진출에 대해 사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소일(蘇日)전쟁과 한반도 진출 과정을 살펴보자. 1945년 8월 9일 새벽, 소련은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만주전략공세작전’을 개시하였다. 물론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만주전략공세작전은 3가지의 하위 작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반도를 포함한 하위 작전은 하얼빈-지린성 공세작전이었으며 이 작전의 주력 부대 중 하나가 추후 북한 점령을 맡은 소련의 제25군이었다. 이 작전의 주요 방향은 만주와 조선의 국경 지대였고, 북한은 보조 작전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보조 방향이지만, 한반도 군사 작전은 만주전략공세작전 성공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소련군 한반도 군사작전의 목적은 관동군의 후퇴나 보급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 작전 수행을 위해 육해군 연합부대가 결성되었으며, 이 연합부대는 메레츠코프(K. A. Meretskov) 원수가 지휘하는 제1극동전선군 휘하 제25군의 남측부대와 유마셰프(I. S. Yumashev) 제독 휘하 태평양 함대의 해병부대로 구성되었다.소련군의 한반도 전투는 주력 부대의 만주전략공세작전 개시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1945년 8월 9일, 소련 공군은 함경북도 웅기읍의 일본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였고 샤닌 (G. I. Shanin) 소장 휘하 소련육군 부대들은 두만강을 건너 일본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 지역 주둔 일본군은 소련군 급습에도 일본군은 치열히 반격했다가 결국 버티지 못해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8월 9일 밤 제25군의 부대들이 경흥군을 해방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제25군 남측 부대의 일부는 회령시 방향으로 진격을 계속하였고, 육해군 연합부대에 속한 부대는 남하를 계속하였다. 육군이 일본군과의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소련 공군은 일본군의 해안 방어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였으며 일본 군함 2척, 수송선 25척을 침몰시킴으로써 해병대 부대의 작전을 가능케 하였다. 작전 개시 2일 후인 8월 11일, 메레츠코프가 태평양 함대 사령부에 상륙부대를 결성해서 청진, 웅기, 나진 등 지역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8월 11일, 해군대대와 소련최고의 훈장인 ‘소비에트 연방 영웅’ 훈장을 받은 레오노프 (V. N. Leonov) 상위 휘하의 태평양 함대 직속 정찰부대가 웅기에 상륙하여 전투없이 해방한 후 마침 도착한 육군부대와 합류하여 나진시에 돌격했다. 다음날 아침에 나진 해방 작전이 시작되었다. 웅기읍과 달리 나진 시는 웅기를 포기한 부대의 증원을 받은 일본군이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악화된 기후조건에도 12일 나진에 상륙한 소련 해군부대와 북쪽에서 진격하는 육군부대는 일본군의 저항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 그러다가 13일에 상륙한 증원군의 지원을 받은 소련군은 일본군의 저항을 뚫고 14일에 나진의 해방을 완수하였다. 웅기읍과 나진 해방 후 소련군의 다음 목표는 청진이었다. ‘조선을 빨리 해방하라’는 메레츠코프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180여명 밖에 안되는 해군부대가 나진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어뢰정 6척을 타고 청진에 돌진하고 상륙했다. 뜻밖의 습격을 받은 일본 위수부대는 항구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항구의 점령을 저지하지 못했으나 그 직후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군은 선봉부대의 완강한 저항을 감수해가며 선봉부대에 큰 피해를 입혔으나, 이를 전멸시키지는 못했다. 다음날 14일에 대대 규모의 증원군을 받은 소련군은 공격을 시도했으나, 일본군은 장갑열차를 포함한 모든 예비대를 전투에 투입시켰다. 나쁜 기후조건을 이용하고 소련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항구 방어선을 회복하려는 일본군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커다란 피해를 입은 소련군 선봉부대들은 제13해병여단이 도착한 15일까지 항구를 고수하고 있었다. 15일 정오, 일본 천황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선포한 ‘옥음 방송’이 울렸지만, 포성이 멈추지 않았고 관동군 사령부는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살벌한 청진 전투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는 제393사단이 전투에 들어간 16일까지 지속되었다. 청진 상륙작전의 성공과 만주에서의 소련군 승리의 소식을 들은 관동군 사령부는 지속적인 저항의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1945년 8월 19일 드디어 무기를 내려놓았다. 만주전략공세작전에 참여한 소련군은 3만 5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그 중 약 60%가 만주 남부와 한반도를 해방시킨 제1극동전선군이었다. 한반도 해방 작전에 참여한 소련 육군 부대들은 2000여명, 태평양 함대의 부대들은 1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소련의 한반도 해방에 참여한 제1극동전선군의 군사작전은 구체적 지역의 해방 이외에 또 한 가지의 성과를 거두었다. 소련군의 성공적인 상륙작전은 조선 북부에서 일제식민통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일제 관료, 경찰, 군인들은 남진하는 소련군을 두려워해 북쪽의 주요 도시들에서 남쪽으로 도피하게 되었다.북쪽에서 이런 ‘권력 진공’을 메운 것은 36년 동안 참정권을 박탈당했던 조선인들이었다. 그들은 각지에서 자치위원회를 만들고 새로운 조선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론, 나중에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한반도가 다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어가 분단되고 전쟁을 겪었으나, 이것은 소일전쟁을 평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글: 바실리 블라디미로비치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이은경의 유레카] 산업재, 소비재, 복지재…에어컨의 과학사

    [이은경의 유레카] 산업재, 소비재, 복지재…에어컨의 과학사

    냉장고와 에어컨은 더위와 열기에 맞서 개발된 대표적인 기술이다. 두 기계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열을 퍼내 낮은 온도를 유지시키는 펌프라는 기본 기능은 같다.어떻게 열을 퍼낼까. 18, 19세기 과학자들은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바뀌는 상(相)변화 과정에서 열이 흡수되거나 방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질이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바뀔 때는 열이 흡수되고, 반대로 기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고체로 바뀔 때는 열이 방출된다. 이 원리에 따라 상변화 과정을 통제하면 열펌프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좁은 관을 지나는 냉매 물질의 압력을 조절해 상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가장 먼저 제빙기와 냉장고가 만들어졌다. 고기와 생선을 여름에 보관하기 위해서는 얼음이 반드시 필요했다. 제빙기 등장 이후 식재료를 얼려서 유통하는 이른바 ‘냉동식품’도 나타났다. 초기의 제빙기와 냉장고는 대용량의 산업용, 상업용이었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가정용 냉장고는 여러 초기 모델을 거쳐 192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기 냉장고가 시장 표준이 되었다.에어컨도 처음엔 산업용으로 개발됐다. 에어컨은 고온다습한 여름에 인쇄공장에서 종이가 눅눅해지고 잉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1902년에 개발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맡았던 엔지니어였던 윌리스 캐리어는 1915년에 회사를 세우고 에어컨을 본격적으로 생산했다. 캐리어 에어컨은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조절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었기에 대규모 상업시설에서도 환영받았다. 미국 남부의 부자들도 집에 에어컨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냉장고와 에어컨이 가정용 소비재로 본격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서 경제붐을 타고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가 열리면서 냉장고와 에어컨은 세탁기 등 다른 백색가전과 함께 중산층의 필수 소비재가 되었다. 물론 에어컨은 지역별 계절 특성에 따른 수요 차이가 있기는 했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가정용 냉장고와 세탁기는 1970년대부터, 가정용 에어컨은 1990년대부터 대중화되었다. 에어컨의 대중화가 늦었던 것은 서구에서 에어컨이 냉난방 기능을 동시에 하는 것과 달리 온돌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냉방기로만 사용돼 용도가 제한적이었고 전력 소모도 컸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2018년 여름, 역대 최악의 더위를 겪으면서 우리의 생각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에어컨이 더이상 여러 소비재 중 하나가 아니라 생존 차원의 필수재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냉방복지’라는 새 단어는 이런 인식을 분명히 보여 준다. 이런 인식의 변화에 맞게 기술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에어컨이 필수재라면 에어컨의 기술 스펙은 더 다양해져야 한다. 사람들이 형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야 하고 크기와 용량이 다양해져야 하는 한편 다른 첨단 기능은 빼고 냉방에 집중한 단순한 제품도 나와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정부는 이런 제품 개발을 지원하거나 저소득층의 제품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때문에 이런 더위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까지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 “대입정책 공론화 결정 위험…시민에겐 교육비전·방향 등 물어야”

    “대입정책 공론화 결정 위험…시민에겐 교육비전·방향 등 물어야”

    “세세한 대입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정작 시민들에게 물어볼 건 장기적 교육 비전이나 정책 방향 같은 것이죠.” 혁신 교육 전문가이자 교육 분야 석학인 데니스 셜리(63) 미국 보스턴 칼리지 사범대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조희연 교육감(62)을 만나 최근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 과정을 설명 들은 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교육 정책을 결정할 때 시민 의견을 묻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답을 묻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두 교육자의 이번 만남은 조 교육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서울교육감으로는 처음 재선에 성공해 새로운 4년 임기 동안 학생들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민 중인 조 교육감이 어려운 ‘숙제’의 답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한 것이다. 교육당국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스스로 교육발전을 이끄는 교육개혁 방식인 ‘학교교육 제4의 길’을 주창한 셜리 교수가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조언해 줄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대담은 교육개혁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이뤄졌다. 서울과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을 위해 최근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 권고안에서부터 교육 정책 시행 과정에서 학부모들과의 대립 등 교육 관련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조 교육감(이하 조)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성세대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를 몰고 올 것이다. 과거 교육으로는 이에 맞는 인재를 기를 수 없고, 새로운 교육 방식과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제4의 길에 이런 해답이 있을까? -셜리 교수(이하 셜리) 미래 사회에서는 특정 유형의 인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다양한 유형의 인재를 원하고 있다. 활달한 사람이 있다면 수줍어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평가할 때 ‘끔찍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인성으로만 본다면 그렇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인류에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만약 사회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이 개발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 제4의 길에는 미국 외에 핀란드나 싱가포르 등에서 교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교육개혁 사례가 제시돼 있다. 책을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셜리 책을 쓸 때 고민했던 지점은 각국의 문화 배경이 다른데 그 속에서 학생들의 개성을 키워 줄 수 있는 ‘정답’인 교육제도가 있을 것이냐 하는 물음이었다. 이는 각 사회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이견을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 교육감께서는 지역의 교육행정 책임자로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설득할 때 어려운 점이 없었나. -조 당연히 쉽지 않다. 이번에 한국에서 대입개편 공론화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교육전문가 다수가 생각하는 방향과 일반 학부모 및 시민들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의 경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장 절대평가를 도입하자는 의견에는 반대가 더 많이 나왔다. (절대평가라는 방향은 옳지만) 당장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면 내 아이가 견뎌야 할지 모를 희생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셜리 한국에서 최근 대입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대입정책이라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완전히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에서도 교육 분야 등에서 새 정책을 도입할 때 공론화 등의 방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지만 100% 반영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화를 이뤄서 정책을 입안한다. 여론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 미국이 선택한 대통령이지만 2008년 선택한 버락 오마바와 8년 뒤인 2016년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만 봐도 알 것이다. 오히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대입정책보다 장기적인 교육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공론화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조 전문가의 의견이 주요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번에 대입개편 권고안을 만든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도 향후 (헌법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육 정책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 권고안에 명확한 대입개편안이 담기지 못했다고 해서 공론화 과정 자체가 비난받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대입 개편안이 공론화 주제로 적합했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공론화라는 방법론 자체에 대한 논의는 따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셜리 대입제도를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하는 걸 보면 한국은 역시 교육에 관심이 높은 나라다. 한국의 교육개혁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져 왔나. -조 한국 교육은 국가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발전해 오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교육제도는 과거 그대로인데, 사회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안학교 등 탈학교 운동으로 인해 제도권 교육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탈학교 운동으로 나타난 것 중 하나가 ‘혁신학교’다.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 등의 실험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최초에 혁신학교는 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각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상향식과 하향식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셜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학생들 사이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한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식당에서 어린아이 둘과 함께 식사를 하던 한국인 부부를 우연히 만나 대화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살고 있다는 이 부부는 “한국 교육의 과잉 경쟁을 아이들에게 감당케 할 자신이 없어 여건만 된다면 외국에서 공부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조 과잉 경쟁은 한국 교육개혁 과정의 중요한 숙제다. 혁신학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셜리 제4의 길에서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 교육의 과잉 경쟁과 마찬가지로 총기 문제 등 심각한 문제가 많다. 각 나라에서 올바른 교육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고 이들이 어떻게 미래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美 데니스 셜리는 누구 교사·학생·학부모 등이 이끄는 ‘학교교육 제4의 길’ 방식 제시 데니스 셜리(63) 보스턴 칼리지 사범대 교수는 저서 ‘학교교육 제4의 길’(2009)을 통해 미국과 영국, 핀란드 등의 교육개혁 방향이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제4의 길로 가야 한다고 역설한 세계적인 교육학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에 집중하느라 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1970년대 이전까지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했던 교육 방식이 제1의 길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국가가 교사 개개인의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하며 본격적으로 교육에 개입한다. 제2의 길이다. 중앙 중심 방식에 한계가 드러난 2000년대 이후 국가가 교사나 각 지역사회에 조금씩 자율성을 부여하며 제3의 길이 시작됐다. 셜리 교수가 제시한 제4의 길은 교사와 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자발적·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말한다.
  •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은 물론 승진도 망친다”(연구)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은 물론 승진도 망친다”(연구)

    지금껏 우리는 열심히 일만 하면 급여가 오르고 승진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행복감 또한 커진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뿐만 아니라 승진하는 데 오히려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대와 프랑스 ESCP 유럽경영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직원들은 덜 행복할 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과 승진에 불만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럽 근로환경조사(EWCS)에 참여한 유럽 36개국의 회사원 약 5만2000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들 참가자에게 ‘업무 강도’는 물론 스트레스와 피로 등 행복(웰빙) 지수 외에도 고용 안정과 승진 등 경력의 결과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질문해 답하게 했다. 연구팀은 비슷한 직업과 교육 수준을 지닌 사람들을 비교함으로써 결과를 통제했다. 그 결과, 빡빡한 마감시한과 신속한 업무 속도로 정의되는 높은 업무 강도를 반복해서 수행한 사람들은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직원은 자신들이 특별히 더 노력해도 상사들은 그다지 감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인 아보스타키 ESCP 유럽경영대학원 조교수(박사)는 “높은 업무 강도 탓에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업무의 질과 내용이 악화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을 상사를 감동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업무 강도가 업무의 질에 영향을 줘 직원들은 승진을 바라며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상사는 그런 직원을 승진시킬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동저자 핸스 프랭코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선임강사(박사)는 “이 논문에서 우리가 연구한 경영 방식 중 하나는 재량으로 이는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언제 어떻게 수행할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재량으로 모든 부정적인 연관성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해결책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이 발행하는 학제간 학술지 ‘노사관계학 검토’(Industrial and Labor Relations Review)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수학의 세계에 빠져~봅시다!

    [금요일의 서재]수학의 세계에 빠져~봅시다!

    수학을 포기한 이들을 가리켜 ‘수포자’라 한다. 우리나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2012년 9.1%에서 2015년 15.4%로 늘었다. 수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15%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교 교사들은 “절반 가까이 수학 수업 시간에 책상에 엎드린 채 잠을 잔다”면서 “수포자 문제는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쉰다. 수포자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학이 어렵고 재미없는 학문이 돼버린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서점가로 나온 눈에 띄는 수학 신간들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학에 관한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수학에 흥미를 돋궈줄 수 있겠다. 폭염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수학이 필요한 순간’(인플루엔셜), ‘최강의 수학 공부법’(메이트북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해나무)를 읽으며 수학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수학적 사고는 언제 필요할까=신간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의 강의를 묶은 책이다. 김 교수는 세기의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해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정교수로 임명된 이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7번의 강의를 통해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수학의 기본적인 원리부터 정보와 우주에 대한 이해, 윤리적인 판단이나 이성과의 만남 같은 사회·문화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순간을 이해하는 데에 바탕이 되는 ‘수학적 사고’를 설명한다. 저자는 수학에 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질문 던지고, 그에 필요한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이 과정은 수 세기를 이어가기도 한다. 예컨대 “빛은 어떻게 이동하는가?”라는 17세기의 과학자 페르마의 질문은 몇백 년에 걸쳐 뉴턴의 운동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발전했다. 이밖에 철학과 과학, 시공간과 우주에 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수학적 사고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려준다. 저자의 말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책 띄지에 적힌 ‘문과생들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이라는 자기부정적인 문구가 거슬리긴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강의 듣듯 술술 읽으며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20년 넘게 서울 휘문중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조규범 교사가 쓴 ‘최강의 수학 공부법’은 제목 그대로 효과적인 수학 공부법을 다룬다. 수학에 공포감을 느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수학의 전반적인 개념을 익히거나 과거 수포자였던 자신을 구제해보려는 성인에게도 유용하다. 저자는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에 관해 입시제도, 과도한 사교육, 재미없는 수업을 들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수포자라고 선포해버리는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면서 “수포자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민다. 저자는 수학을 배우는 동기부터 우선 제대로 세우고, 효율적인 방법을 익혀 공부하라 조언한다. 수학 용어의 정확한 이해, 독해법 익히기, 자신의 수준을 이해하고 장단점을 파악하기 등이 우선해야 한다. 수학 개념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일은 특히 중요하다. 수학 개념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듯 이전 단계와 현재 단계가 관련성이 있고,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수의 개념’과 연‘산방법’이 나무의 뿌리와 같은 것이고, 이어지는 ‘방정식’, ‘함수’, ‘도형’과 같은 분야는 나무의 가지에 해당한다. 수의 개념과 연산을 바탕으로 각각의 단원 안에서 현재 학년의 개념들을 먼저 공부하고 이전 학년이나 이후 학년의 개념도 관련성이 있으므로 함께 공부할 때 최대 효과를 낸다. 예컨대 방정식이라는 가지에는 일차방정식, 연립방정식, 이차방정식 등의 나뭇잎이 있다.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배우는 개념을 하나의 통으로 만들어 현재 학년을 중심으로 공부하면, 이전 학년의 복습과 앞으로 배울 선행학습도 수월해진다. 이밖에 정답보다 풀이과정을 더 중시하고, 문제풀이를 한 눈에 보이게 정리할 것, 노트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날마다 문제를 풀 것 등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가득하다. ◆수학은 사는 데에 도움이 될까=‘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는 ‘파마머리 수학자’로 유명한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쓴 인생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겪어온 일들을 돌아보며 미래를 고민하는 에세이가 담겼다. 저자는 고교 시절 아인슈타인에 반해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알게 된 프랑스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에 매료돼 수학 대학원으로 진학한다. 20세에 요절한 갈루아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도입해 2000년 동안 이어지던 ‘5차 방정식에 근의 공식이 있는가’에 종지부를 찍은 수학 천재다. 저자는 자신의 유학 생활, 그리고 EBS 수학 다큐멘터리 ‘생명의 디자인’에 얽힌 이야기 등 수학자로서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중간 중간 ‘수학 포커스’로 수학 이야기를 곁들인다. 예컨대 생명의 디자인 촬영과 관련 동물의 무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등장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유보트 암호를 수학으로 풀어내 연합군의 승리를 견인했다. 튜링은 청년기에는 이론 컴퓨터 개념을 만드는 데에 몰두했지만, 말년에는 생명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튜링은 털 색깔을 만드는 화학물질(멜라닌)이 있다면 이를 확산하는 물질과 억제하는 물질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반응-확산 방정식을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직업이 사라지면 무기력한 이가 돼버리도록 하는 지금의 교육보다,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들을 연결하는 능력, 그리고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며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재차 강조한다. 그는 이런 인물로 영화 ‘마션’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을 든다. 와트니는 화성에 홀로 남겨졌는데, 그를 살아남게 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 종합적인 사고력, 논리적인 대응이었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려면 수학적 사고는 필수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롯데-KIA(광주) 두산-kt(수원) SK-NC(마산) 삼성-LG(잠실) 넥센-한화(청주 이상 오후 6시 30분) ■배구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오후 4시) 현대건설-베트남 베틴뱅크(오후 7시 이상 보령종합체) ■골프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제주 오라CC) ■테니스 전국하계대학연맹전(오전 9시 양구테니스파크) ■농구 중고 주말리그 왕중왕전 영주대회(낮 12시 영주국민체육센터) ■체조 KBS배 전국대회(오전 9시 30분 양구문화체육회관) ■하키 대통령기 전국대회(오전 9시 제천 청풍명월하키장)
  • [단독] ‘고속열차 71편 지연’ 쥐 탓이라고?

    [단독] ‘고속열차 71편 지연’ 쥐 탓이라고?

    “쥐가 선로 케이블 갉아 먹어 이상 신호” “보조선도 작동 안 해”… 관리소홀 지적 코레일·철도공단은 책임 떠넘기기 급급지난달 29일 경부고속선 남산분기점(평택 인근)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무더기 지연 사태의 원인이 ‘쥐’와 ‘관리 소홀’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KTX와 SRT 71편은 통신 장애 탓에 지연 운행됐고, 이에 따른 지연 보상액만 15억~19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7시 30분쯤 천안아산역과 광명역 사이에 있는 남산분기점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고속열차가 시속 30㎞ 이하로 운행됐다. 고속열차에 선로 정보를 제공하는 케이블이 고장 나면서 열차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응급복구된 당일 오후 9시 5분까지 20분 이상 지연된 고속열차만 71편(KTX 40편, SRT 31편)으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조사 결과 천안아산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5㎞ 떨어진 지점에 설치된 광케이블 플라스틱 관로(파스콘)가 깨져 있었고, ‘쥐’들이 이곳의 광케이블을 갉아먹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철도의 통신·전기 선로는 ‘이중화’로 이뤄져 있어 한 선이 고장 나더라도 보조선이 정상 작동해야 하는 만큼 다른 원인이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레일이 사고 발생 전 유지 보수한 사실이 드러나 또 다른 실수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 관계자는 “쥐가 갉아먹은 광케이블에서 고장 신호가 떴고, 문제의 광케이블에 대한 코레일의 임시 조치 이후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회로도 확인과 현장 보수 내용, 조치 보고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시공한 철도공단과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코레일에 각각 조사를 지시했다. 양 기관의 의견 차이가 컸다는 후문이다. 원인 규명에 따라 지연료를 부담하는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양 기관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장애 원인을 놓고 상대방 책임에 무게를 뒀다. 코레일은 “설계대로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사실상 시공 잘못을 지적했다. 반면 철도공단은 “2016년 설치 이후 시험 결과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사용 개시 이후 2년 4개월간 정상 작동했다”며 유지 보수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애 원인을 차치하고 철도 기관들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불거졌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단은 안전과 직결된 시설임에도 파손 방지와 쥐와 같은 설치류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코레일은 유지 보수 기관으로서 시험 가동 기간에 철저한 확인 등을 거치지 않아 이상이나 장애 발생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더욱이 유지 보수 과정에서 파손된 관로 보수 등도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남산분기점은 KTX와 SRT가 교차하는 선로여서 각별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국제와이즈멘 세계대회 여수서 화려한 개막

    전 세계 와이즈멘 회원들의 국제교류 친선한마당인 제73차 국제와이즈멘 여수세계대회 개회식이 9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오는 12일까지 나흘간 각종 포럼, 회의, 관광, 문화공연 등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개막식은?Yes, We Can Change!’(변화로 새로워지다)를 주제로 미국·캐나다·덴마크·인도 등 세계 73개국, 3000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문재인 대통령이 축하메시지를 보내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축하메시지에서 “국제와이즈멘은 지난 한 세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해 왔다”며 “새로운 한 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여수에 모인 만큼 변화와 희망을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회식에는 대회명예위원장인 박지원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권오봉 여수시장 등이 참석했다. 해외에서는 2018 세계대회 위원장이자 증경국제총재인 폴 톰슨(덴마크), 차기국제총재인 제니퍼 존스(호주), 직전총재인 헨리 그린드햄(노르웨이), 국제사무총장인 다카오 니시무라(일본), YMCA세계연맹 사무총장인 산디 카를로스(이집트) 등 국제와이즈멘 지도자 300여명이 대거 참여했다. 여수 출신 문상봉 국제총재의 취임식도 개최돼 박수를 받았다. 문 총재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혁신과 변화”를 역설했다. 그는 “국제와이즈멘은 지구 곳곳에서 펼쳐왔던 봉사활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열정을 이끌어 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지역사회봉사에 대한 변화적인 삶’을 주제로 한 도올 김용옥 특별초청강연회도 열렸다. 김 씨는 “이번 대회는 인류보편사의 획을 그을 만한 일이다”며 “앞으로 국제와이즈멘이 세계평화를 위한 새로운 봉사의 장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여수대회는 대통령 축사와 더불어 국가가 인정하고 후원하는 최초의 대회다”며 “ 규모면에서도 국내외 회원이 3000여명이나 참석하는 최대의 대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산하 NGO 소속단체인 국제와이즈멘은 세계 73개 국가에서 10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보다 나은 세계 건설’을 모토로 2년마다 각국을 돌며 국제대회를 열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롯데-KIA(광주) ●두산-kt(수원) ●SK-NC(마산) ●삼성-LG(잠실) ●넥센-한화(청주 이상 오후 6시 30분) ■프로배구 ●GS칼텍스-IBK기업은행(오후 4시) ●KGC인삼공사-태국 ETS(오후 7시 이상 보령종합체) ■야구 ●대통령배 전국고교대회(오전 9시 목동구장) ■테니스 ●전국하계대학연맹전(오전 9시 양구테니스파크) ■농구 ●중고주말리그 왕중왕전 영주대회(낮 12시 영주국민체육센터) ■체조 ●KBS배 전국대회(오전 9시 30분 양구문화체육회관)
  •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은 물론 출셋길마저 악화”(연구)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은 물론 출셋길마저 악화”(연구)

    지금껏 우리는 열심히 일만 하면 급여가 오르고 승진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행복감 또한 커진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뿐만 아니라 승진하는 데 오히려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대와 프랑스 ESCP 유럽경영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직원들은 덜 행복할 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과 승진에 불만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럽 근로환경조사(EWCS)에 참여한 유럽 36개국의 회사원 약 5만2000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들 참가자에게 ‘업무 강도’는 물론 스트레스와 피로 등 행복(웰빙) 지수 외에도 고용 안정과 승진 등 경력의 결과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질문해 답하게 했다. 연구팀은 비슷한 직업과 교육 수준을 지닌 사람들을 비교함으로써 결과를 통제했다. 그 결과, 빡빡한 마감시한과 신속한 업무 속도로 정의되는 높은 업무 강도를 반복해서 수행한 사람들은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직원은 자신들이 특별히 더 노력해도 상사들은 그다지 감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인 아보스타키 ESCP 유럽경영대학원 조교수(박사)는 “높은 업무 강도 탓에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업무의 질과 내용이 악화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을 상사를 감동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업무 강도가 업무의 질에 영향을 줘 직원들은 승진을 바라며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상사는 그런 직원을 승진시킬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동저자 핸스 프랭코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선임강사(박사)는 “이 논문에서 우리가 연구한 경영 방식 중 하나는 재량으로 이는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언제 어떻게 수행할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재량으로 모든 부정적인 연관성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해결책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이 발행하는 학제간 학술지 ‘노사관계학 검토’(Industrial and Labor Relations Review)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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