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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정의감 앞세운 네티즌 수사대 지나친 언행, 집단 린칭은 아닌가/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정의감 앞세운 네티즌 수사대 지나친 언행, 집단 린칭은 아닌가/오터레터 발행인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끄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인터넷 탐정, 네티즌 수사대가 등장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들면 반드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 역시 전 세계가 똑같다. 하지만 미국에서 네티즌 수사대의 폐해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은 2013년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때였다. 이 사건의 전개는 네티즌 수사대가 뛰어들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모인 결승선 주변에서 터진 두 개의 사제폭탄에 세 명이 사망하고 십여 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범인은 폭탄을 놓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행적이 묘연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거리였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들이 설치됐 있었고 워낙 유명한 대회이다 보니 방송국 카메라도 모여 있어 다양한 각도로 촬영된 영상들이 인터넷에 풀렸다. 사람들은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 모여 각종 영상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범인을 찾아나갔다. 미국의 네티즌 수사대는 특히 결승선에 선수들이 도착하고 있는데도 그쪽을 바라보지 않고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범인이라면 할 법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네티즌 군중심리에 좌우, 의심이 사실로 둔갑 당시 나는 레딧에서 네티즌 수사대가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감탄했다. 어쩌면 그렇게 논리적이고 전문가 뺨치는 추론을 끌어내는지 놀랍기만 했다.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나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같은 개념의 유용성이 내 눈앞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아, 개별 지능이 인터넷과 만나면 이렇게 확장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웬걸, 네티즌 수사대가 수십 시간 동안 총력을 기울여 찾아낸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함부로 특정 개인을 범인으로 몰지 말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하지만 레딧의 네티즌 수사대는 곧바로 다른 용의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진짜 전문가 집단인 FBI가 용의자로 지목한 두 명의 얼굴이 희미하게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FBI는 이들이 용의자라고 판단할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지만, 이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기 위해 영상을 공개하고 이들을 아는 사람은 제보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대학생 하나가 실종된 일이 있었다. 마라톤 대회보다 한 달 앞서 실종된 수닐 트리파티라는 인도계 학생으로 평소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어느 날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않아 부모가 인터넷에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며 사진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올린 트리파티의 사진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실종된 트리파티가 FBI가 발표한 용의자와 닮았다”며 레딧에 포스팅을 했다. 실종된 학생이 용의자와 닮았다는 제보는 곧 ‘트리파티가 용의자’라는 말로 바뀌었고, 곧 학생 가족들의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실종된 아들을 찾던 부모는 “테러리스트를 숨겨 주고 있다”며 분노한 사람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게 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FBI와 경찰은 진짜 범인인 조하르와 타메를란 차르나예프 형제를 체포했고, 체포 과정에서 한 명은 사살됐다. 느닷없이 범인으로 몰렸던 대학생 수닐 트리파티는 며칠 후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보스턴마라톤이 열리기 훨씬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람들은 왜 트리파티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었을까? 사진을 보면 범인인 조하르와 수닐은 둘 다 날카로운 콧날과 깊은 눈을 가지고 있어 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는 트리파티가 인도계이기 때문에 무슬림일 수 있고, 그렇다면 테러 용의자일 거라는 심증을 갖고 있었다. 단지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네티즌 수사대가 군중심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에 있다. 트리파티가 용의자와 닮았다는 사실에 ‘혹시 용의자 아닐까?’라고 생각한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추론은 사실이 되고, 심증은 확증이 된다. 한강에서 익사한 학생과 함께 술을 마신 친구의 행적이 내 눈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 그가 살해범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생각에 확신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의심에 동의해 주는 친구가 두 명만 있어도 내 의심은 사실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기름을 붓는 것이 바로 정의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해친 범인이 잡히지 않고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참지 못한다. 정의감에 기반한 공분을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인류사회는 이러한 정의감 때문에 이제껏 유지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적인 경찰이 탄생하기 전까지 범죄를 막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일은 대부분 주민 혹은 시민들에 의해 이뤄졌다. 불의한 일이 발생하면 함께 몰려가서 범인을 잡아 처벌했다.●신상털기 탓 사회생활 못할 트라우마 겪기도 하지만 사회가 근대화되면서 정의감에 찬 일반 시민들이 범죄와 악행을 스스로의 손으로 처단하는 일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흑인이 잘못을 했을 경우 경찰과 법원이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백인) 주민들이 직접 끌고 가서 나무에 매달아 죽이는 사형(私刑)이 있었다. 린칭(lynching)이라 부르는 이 끔찍한 행위는 20세기 들어서도 일부 지역에 존재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는 독일 병사와 잠자리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여성을 광장에 끌어내어 머리를 밀고 옷을 찢는 일이 흔했고, 이런 잔인한 행동은 ‘민족의 배신자’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다행히 이렇게 법에 의존하지 않은 보복이나 처벌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사회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만큼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공분을 자아내는 사건이 터지면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사하고, 용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신상을 털어 공개하는 것으로 ‘처벌’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이런 장면을 숱하게 목격했다. 희미한 감시카메라에 찍힌 사진으로 범인을 확정하고 신상을 공개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경찰·사법기관 미흡하면 제도 보완·개선해야 네티즌 수사대에게는 그들이 지목한 사람이 범인이 아니면 그만이겠지만, 당사자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단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시민들의 분노는 인류사회를 유지, 발전시킨 중요한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중세가 아니고 우리에게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경찰과 사법기관이 있다. 때로는 이들의 수사가 느리고 판결이 부당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절차를 보완하고 제도를 개혁하면 된다. 시민이 수사를 하고 (신상공개라는) 처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회가 자경단(自警團) 형태로 치안과 사회질서를 유지하다가 그 역할을 법적인 지위를 가진 경찰에 넘긴 데에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의감에 찬 시민들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들의 역할은 신고와 제보 등 경찰의 역할을 돕는 것이어야지 시민 스스로 수사를 하거나 용의자를 지목, 공개하는 식으로 경찰의 역할을 대신해선 안 된다. 여기서부터는 비질란티즘(vigilantism), 즉 법적 근거 없이 수사와 처벌을 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2월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한 흑인 남성이 조깅을 하던 중 총을 들고 접근한 두 명의 백인 남성에 의해 대낮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두 백인 남성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절도 사건이 몇 차례 있었는데, 어느 날 낯선 흑인이 뛰어가는 것을 보고 그를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단정 짓고 쫓아가서 체포하려다 반항하자 총을 쏜 것이다. 반복되는 절도 사건에 분노한 정의감에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과연 조깅하던 남성이 백인이었어도 그렇게 열심히 쫓아가서 총을 들이댔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린칭으로 죽은 사람이 예외 없이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 법을 벗어난 행위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들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은 그들에게 편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은 시민이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오터레터 발행인
  • 5대 은행장 “내년까지 경기회복… 하반기 증시, 핫한 종목은 I·C·E”

    5대 은행장 “내년까지 경기회복… 하반기 증시, 핫한 종목은 I·C·E”

    올 성장률 3.7~4.3% “백신 확대땐 웃돌 듯”집값엔 “저금리 여전, 상승폭은 둔화될 것”DSR 확대 등 가계대출 규제는 지속 예상 5명 모두 “실적 개선, 하반기 증시도 호조”인플레·연준 테이퍼링·금리인상 변수 꼽아 “분산 투자하되, 주식 등 위험자산 유지를”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뒷걸음질쳤던 우리 경제가 빠르게 다시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5대 시중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내년까지 경기회복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기업 실적 개선으로 하반기에도 증시가 호조를 이어 갈 것이라고 봤다. 집값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장들은 향후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플랫폼’을 꼽았다. 28일 서울신문이 5대 시중은행장과 서면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7~4.3%로, 내년 성장률은 2%대 중후반~3.3%로 전망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올해 성장률은 4.1%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에 따라 이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백신 접종 비중이 높아지면서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으로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수출·투자 호조가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비IT산업으로 확산되고, 백신 보급 확대와 재정지출에 힘입어 내수 회복세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각국의 경제활동 정상화로 자본재 수출과 투자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크게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식시장에 대해선 은행장 모두가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국내 금리 인상을 변수로 꼽았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단기적으로 테이퍼링을 포함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일시적인 지수 조정을 예상할 수 있지만, 완화적 정책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기업 이익이 주가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도 “기업 이익 전망치, 산업구조 변화, 외국인의 국내 주식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주식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가격을 두고는 은행장 모두 하반기에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다만 상승 폭은 상반기보다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유동성과 세금(양도세 중과) 부담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이 맞물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면서도 “집값 급등으로 인한 매수세 감소, 기준금리 인상,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공급 신호 강화를 감안하면 하방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권광석 행장은 “집값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택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 상황이 앞으로 상당한 기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4월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른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규제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성호 행장은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단계적 확대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 당국의 현 정책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투자 전략을 짤 때는 자산 배분을 통한 분산투자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주식 등 위험자산은 전망이 좋은 만큼 비율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안도 추천했다. 권광석 행장은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영향 완화, 경기 회복, 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 전망이 밝다”고 조언했다. 진옥동 행장도 “하반기에도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장들은 하반기 기대 종목으로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 해운, 조선, 소비재, 정유, 철강 등을 언급했다. 특히 자동차는 모든 은행장들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았다. 권준학 행장은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차별화 장세가 예상된다”며 “업종별·종목별 실적 분석에 근거한 선택적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박성호 행장은 하반기 투자는 내년을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주식은 성장주 위주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동성애자라 탄압받던 천재 과학자…英 50파운드 얼굴됐다

    동성애자라 탄압받던 천재 과학자…英 50파운드 얼굴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의 50파운드(약 7만8000원)짜리 새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이번 지폐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앞면의 인물이 바로 천재 과학자이자 동성애자로 유명했던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기 때문이다. 튜링의 109번째 생일에 맞아 발행된 이번 지폐에는 그의 서명과 더불어 암호 해독 장치의 도면과 현대 컴퓨터 과학의 토대가 된 수학 공식 등이 함께 인쇄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잘 알려진 튜링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게 큰 고통을 안긴 나치 독일의 유명한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데도 공헌했다. 튜링이 에니그마를 해독한 덕에 연합군은 잠수함 유보트를 괴멸시켜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또한 튜링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계산을 수행하는 ‘튜링기계’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튜링테스트’ 개념을 고안해 현대 컴퓨터 공학과 AI의 기초를 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역사적, 과학적 공헌에도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연합군의 승전을 앞당긴 전쟁 영웅이었지만 그의 활약상은 수십 년 동안 비밀로 분류됐다. 특히 성소수자라는 그의 성적 정체성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1951년 동성애 행위로 체포된 튜링은 빅토리아 시대의 법률로 화학적 거세형을 받는 등 수난을 겪다가 1954년 41세의 젊은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독이 든 사과를 베어물고 스스로 목숨을 끓은 것. 이후 지난 2009년 영국 정부는 이에대해 사과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3년 튜링을 사면했다.  영국 중앙은행 측은 "튜링은 생전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대우를 받았다"면서 "튜링을 새 지폐에 등장시켜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폴란드로 간 전쟁고아들/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폴란드로 간 전쟁고아들/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2018)을 봤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북한군은 38선 넘어 낙동강까지 물밀듯이 쳐들어왔다가 9·28 서울 수복 이후 유엔군에 쫓겨 북으로 퇴각했다. 후퇴하던 인민군은 점령지 곳곳에서 거둔 전쟁고아 1500명을 북으로 데려갔다. 전쟁고아 중 절반은 남한 출신이었다. 1951년 김일성은 폴란드 정부에 이들을 맡아 키워 달라고 비밀리에 요청했다. 부모를 잃고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아이들은 폴란드 프와코비체 양육원에서 만난 교사들을 선생님이 아닌 ‘엄마, 아빠’로 부르면서 8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1950년대 말 북한에서 천리마운동이 진행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아이들은 1959년 갑작스러운 송환 명령을 받는다. 고아들은 한꺼번에 간 게 아니고 순차적으로 비행기에 태워 북으로 보내졌다. 먼저 간 아이들이 폴란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연일 동원돼 중노동을 하고 있다는 아픈 소식이었다. 폴란드에 남아 있던 아이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북에 돌아가지 않게 해 달라고 울며 사정했다. 그들은 한겨울 눈밭에 뒹굴기도 했다. 몸이 아픈 환자가 되면 폴란드에 남을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낳아 준 부모를 잃고 새로운 ‘부모’를 만나 겨우 안정을 되찾은 아이들이다. 다시 북으로 돌아간다면 그건 두 번 버림받는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빠짐없이 북으로 향했다. 헤어진 지 60여 년. 폴란드 선생님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아이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아이들을 지켜 주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하며 눈물짓는다. 추 감독은 이 ‘각별한 정서적 유대’가 궁금했다. 이유가 있었다. 폴란드인 교사 중 상당수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독일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었다. 전쟁고아였기에 낯선 나라에 도착한 고아들의 마음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폴란드 선생님들은 규칙을 정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선생님, 아저씨, 아주머니, 원장 등으로 부르게 하지 말고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하자고. 이토록 사랑하던 아이들을 북으로 떠나보낸 부모 마음이니 슬픔이 깊을 수밖에. 폴란드 ‘엄마, 아빠’들의 사랑으로 짧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그 아이들의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살아 있다면 70대 중반의 나이일 것이다. 한국전쟁의 또 다른 비극이다.
  • [글로벌 In&Out] 20세기 역사 바꾼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바실리 V 레베데프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글로벌 In&Out] 20세기 역사 바꾼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바실리 V 레베데프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역사는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 흐른다. 그 흐름의 속도와 반향은 보통 객관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지만 가끔은 우연 또는 주관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때도 있다. 이번에는 20세기 역사의 ‘주관적 요소’가 된 소련의 첩보원인 리하르트 조르게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조르게는 1895년 10월 4일 러시아제국 바쿠에서 독일인 아빠인 유전기술자와 러시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1898년 그 가족은 귀국했고 1902년 그를 학교에 보냈다. 1914년 여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정치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일군에 입대해서 전선으로 떠난다. 간단한 훈련을 받은 후 1915년 이프르 전투, 동부전선의 갈리치아, 1916년 베르? 전투에서 세 번이나 부상당했다. 전쟁의 참화를 몸소 겪은 조르게는 ‘제국주의적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1917년 10월 사회주의 혁명 승리 후 러시아가 대전에서 이탈해 유럽의 많은 진보적 인사들에게 세계혁명의 희망을 심어 주었다. 조르게도 역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1919년 독일공산당에 입당한다. 그러나 당시 세계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독일혁명은 벌어졌으나 곧 진압됐다. 1924년 말 조르게는 코민테른의 요청으로 모스크바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조르게는 러시아어를 잘 못해서 모스크바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결국 1929년 11월 그는 코민테른에서 해고되고 노농적군 대외첩보부의 요원으로 베를린으로 떠났다. 1930년 일본의 팽창을 우려했던 소련은 조르게를 중국 상하이로 파견하기로 했다. 상하이에서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첩보망을 구축했고 중국군의 현황, 대일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조르게의 가장 큰 성공은 대일첩보활동이었다. 1931년 만주사변 후 소일전쟁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1933년 조르게는 일본으로 파견되고 주일 독일대사 오이겐 오토와 친해지고 대소련정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1940년 말 히틀러는 소련을 침공하기로 결정했으나 작전개시일은 항상 바꾸고 있었다. 때문에 조르게가 모스크바로 보낸 보고서마다 침략 개시 예정일도 달랐다. 5월 중, 5월 말, 6월 15일…, 전쟁이 6월 말에 시작한다는 최신 보고서를 본 스탈린은 말을 항상 바꾸는 첩보원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시했지만 큰 잘못이었다. 6월 22일 오전 4시, 독일군이 소련을 침략하고 소련의 대조국전쟁이 시작됐다. 아무 요구도 하지 않고 침략한 독일의 행동은 소련에 큰 충격을 주었다. 소련군의 완강한 저항에도, 120만명 이상의 중앙집단군은 소련군에 커다란 피해를 입히면서 9월 30일 모스크바를 함락시키기 위한 태풍작전을 개시했다. 20세기 역사의 흐름을 결정한 모스크바 공방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9월 19일 조르게는 다음과 같은 전보를 보낸다. “일본이 올해 대소참전을 하지 않는 것을 결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만주와 조선주둔군은 소련 패전 시 1942년 봄에 소련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 오토 대사는 일본의 대소참전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고 한다”. 스탈린은 더는 의심치 않았다. 1941년 10월 12일, 소련군사령부는 극동지역에서 7개 사단을 모스크바로 추가 투입해 12월 5일 반격에 들어갔다. 이것은 독일군의 첫 번째 패배로서 나치 독일, 그리고 동맹국이었던 일제의 종말의 시작이었다. 조르게는 그 노력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 1941년 10월 그는 일본의 특별고등경찰 첩보원 35명과 함께 체포됐고 심문 후 1943년 9월 29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44년 11월 7일 스가모 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처형됐다. 교수대 앞에서 그는 일경에게 “적군, 국제공산당, 소련공산당”이라고 일본말로 외쳤다. 처형 직후 그의 일본인 애인 이시이 하나코의 노력으로 도쿄의 다마 묘지로 이장됐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한’과 ‘조선’의 차이/북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한’과 ‘조선’의 차이/북유튜버

    6ㆍ25가 일어난 지 이제 71년이다. 몇 달 전 전쟁의 장본인인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발간됐다고 들었다. 온라인 서점몰을 검색해 보니 판매하는 곳이 전무했다. 시중에 나온 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모두 압수했단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했기에 판매와 배포를 금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도 연달아 제기된 상태다. 다른 편에서는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가로막는 시대착오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절대선(絶對善)은 아니다. 보편타당한 사실을 왜곡해 역사적 정통성을 훼손하는 내용은 곤란하다. 헌정질서를 지키려는 정당한 행위로 평가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짓을 처벌하는 까닭이다. 현재 ‘세기와 더불어’는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념성 서적은 유해 간행물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서다. 김일성의 이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6ㆍ25다. 북한 인민군은 나라가 세워지기 7개월 전 창설됐다. 한반도 전역을 사회주의로 통일하기 위해 북한을 민주기지로 만들고 국토를 완정하겠다는 방침에서 비롯됐다. 김일성의 생애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지만 젊은 시절 만주에서 무장활동을 한 행적은 인정된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잘하는 일이 무력을 쓰는 것이니 통일의 명분이 걸린 전쟁을 마다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전쟁의 발발을 놓고 북침론부터 내전연장론까지 다양한 관점이 나오지만 당사자인 김일성의 입으로도 남침은 확인된다. 세계적 작가인 루이제 린저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진행되던 시기에 만난 김일성에게 왜 개입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과거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피로 물들인 손을 더이상 쓸 수 없다고 답했단다. 6ㆍ25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그가 선택한 것은 내부 권력투쟁이었다. 경쟁하는 정치세력들을 차례로 숙청했다. 연안파의 무정, 소련파의 허가이에 이어 최대 정적인 박헌영 그룹을 날려 버렸다. 상층부는 제거했지만 출당한 당원 수십만을 복당시키면서 당내 기반은 확충했다. 이 시기에 김일성의 직함이 수상에서 수령으로 승격한 배경이다. 전쟁에 따른 숱한 비극과 상처를 야기한 인물이 정작 자신은 물론 후손까지 권력세습을 가능하게 했으니 역사는 난감하기만 하다. 그러나 김일성에서 시작된 북한 정치는 주체사상의 이념과 유일 권력구조에만 고착됐기에 남북한 체제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승패가 뚜렷해졌다. 1961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갑절이었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뀌기 전에 정반대가 됐다. 서구 경제학자가 ‘코리아의 기적’으로 극찬했던 북조선은 ‘한강의 기적’에 완패했다. 어떻게 대역전극이 가능했을까. 정치학자 박명림은 경쟁과 갈등을 허용하는 서울의 민주주의적 요소가 체제의 실패를 방지하고 실수를 교정하는 발전적 역할을 하는 반면 평양은 최고지도자에게 의심조차 용납하지 않는 개인숭배로 리더십의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원천 박탈했다고 본다. 이견과 이론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혁신과 발전은 존재할 수 없다. ‘국부’ 이승만과 ‘근대화의 기수’ 박정희도 사정없이 끌어내리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에 비춰 보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 힘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봉건성이 두드러진다. 진행 중인 ‘세기와 더불어’ 논란도 모순과 갈등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으로 풀어나가면 어떨까. 사상의 자유와 헌법적 가치도 고려하면서 피해자와 유족의 상심을 배려하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은 전후 70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선주문으로 동이 날 만큼 관심이 후끈했다. 히틀러와 나치즘에 대한 부활을 걱정할 법도 하지만 안전판을 놨다. 국수주의와 인종차별로 점철된 본문에 관해 비판적 주석을 첨부한 판본만 출간을 허용한 것이다.
  • ‘코로나 감염’ 협상 결렬에 욱일기 상품까지… 엎친 데 덮친 쿠팡

    ‘코로나 감염’ 협상 결렬에 욱일기 상품까지… 엎친 데 덮친 쿠팡

    쿠팡 부천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자 가족이 쿠팡과 진행해 온 비공개 교섭이 7개월 만에 결렬되면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불거진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기업의 윤리 문제에 대한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연이은 배송기사 사망 사고, 욱일기 상품 판매, 쿠팡이츠 갑질 논란 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불매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22일 쿠팡 부천물류센터발 코로나19 감염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부천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을 담당하던 A(46·여)씨는 근무 중 코로나에 감염됐고, 이어 자신에게서 코로나가 전이된 배우자(56)는 수개월째 의식불명 상태다. 쿠팡 측의 요구로 그동안 치료비를 놓고 비공개로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결렬됐다. 당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노동자 84명과 가족·관계자 68명 등 모두 152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쿠팡은 핵심 경쟁력으로 물류센터를 내세우지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작업복·작업화를 여럿이 돌려 쓰는 등 쿠팡이 집단감염에 취약한 작업장 환경을 방치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A씨 가족을 포함해 집단감염 피해자들은 지난해 12월 당시 대표인 김범석 창업주 등 경영진 9명을 산업안전보건법·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창업주는 같은 달 쿠팡 공동대표직을 사임했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 이전부터도 논란이 돼 왔다.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1명이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지난 1월에도 50대 노동자 1명이 과로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9명에 달한다. 최근 화재 사건에서는 소방관이 화재 진압 중 순직했다. 김 창업주는 공교롭게도 화재 발생 당일 쿠팡 한국 법인의 모든 직책(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겠다고 밝혀 책임 회피 논란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욱일기 관련 상품 판매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쿠팡 홈페이지에는 욱일기 관련 상품이 검색됐다. ‘일장기’나 ‘욱일기’ 등 직접적인 단어를 검색하면 상품이 나오지 않지만, ‘rising sun flag’ 등 욱일기를 뜻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욱일기가 그려진 스티커, 우산 등이 검색됐다. 지난해 12월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살 공격을 한 일본 특공대를 뜻하는 ‘가미카제’(神風) 상품을 판매했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해외 배송 상품으로 쿠팡이 자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오픈마켓 판매자가 등록한 것이지만 판매 모니터링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쿠팡 관계자는 “확인 후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주가는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장일(3월 11일) 당시 49.25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39.44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약 20% 가까이 빠졌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은 “서울 집값 고평가… 경제 대내외 충격 땐 폭락할 수도”

    한은 “서울 집값 고평가… 경제 대내외 충격 땐 폭락할 수도”

    “주택가격·신용 규모 등 완만한 조정 필요”작년 가계대출 연체율 0.6%에 그쳤지만원금 상환 유예 등 없었다면 최대 1.2%고위험 대출자, 금리 오르면 더 큰 타격국내 주택가격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됐으며, 금융 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경제가 대내외적 충격을 받으면 주택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은 또 현재의 낮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책 지원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22일 공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가계대출 연체율은 대출 후 1년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0.6%였다. 이는 2013∼2019년 가계대출 연체율(1.0%)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각종 지원 조치가 없었다면 지난해 연체율은 현재 수준보다 0.3∼0.6% 포인트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이 낮거나 벌이가 많지 않은 취약 부문은 향후 대출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크게 뛸 수 있다. 취약 부문은 ▲다중채무자(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면서 저소득자(소득 하위 30% 이하) 또는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 같은 취약 대출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고(高)DSR 대출자이다. 연소득의 70% 이상을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한은이 최근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 당시를 분석한 결과 고DSR 대출자는 이 기간 연체율이 0.3% 포인트 올랐지만 중·저DSR 대출자의 연체율은 변화가 없었다. 취약 대출자의 연체율도 금리 상승기 때 2.0% 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취약 대출자는 시장금리 변화에 민감한 신용대출 비중이 크고, 금리가 오르면 채무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또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 현황을 평가한 결과 주택가격의 경우 장기 추세와 소득 대비 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보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주택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금융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미래 주택가격 상승률의 조건부 분포를 추정한 결과 금융 불균형 누증에 따른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가 지난해 1분기 이후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전체 가격 분포 중 하위 5% 값을 주택가격의 하방 리스크로 정의하고 금융 불균형이 쌓였을 때 이 하방 리스크가 얼마나 심화하는가를 계산했는데 단기적으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높아진 점이, 중장기적으로는 누적된 신용 레버리지가 하방 압력으로 주로 작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가격과 신용 규모가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금융 불균형을 완만히 조정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엎친 데 덮친 쿠팡…코로나19 피해자 모임과 협상도 결렬

    엎친 데 덮친 쿠팡…코로나19 피해자 모임과 협상도 결렬

    쿠팡 부천 물류센터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자 가족이 쿠팡과 진행해 온 비공개 교섭이 7개월 만에 결렬되면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불거진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기업의 윤리 문제에 대한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연이은 배송기사 사망사고, 욱일기 상품 판매, 쿠팡이츠 갑질 논란 등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불매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22일 쿠팡 부천 물류센터 발 코로나19 감염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부천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담당하던 A(여·46)씨는 근무 중 코로나에 감염됐고, 이어 자신에게서 코로나가 전이된 배우자(56)는 수개월째 의식불명 상태다. 쿠팡 측의 요구로 그동안 치료비를 놓고 비공개로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결렬됐다. 당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는 노동자 84명과 가족·관계자 68명 등 모두 152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쿠팡은 핵심 경쟁력으로 물류센터를 내세우지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작업복·작업화를 여럿이 돌려쓰는 등 쿠팡이 집단감염에 취약한 작업장 환경을 방치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A씨 가족을 포함해 집단감염 피해자들은 지난해 12월 당시 대표인 김범석 창업주 등 경영진 9명을 산업안전보건법·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범석 창업주는 같은 달 쿠팡 공동대표직을 사임했다.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 이전부터도 논란이 돼왔다.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1명이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지난 1월에도 50대 노동자 1명이 과로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9명에 달한다. 최근 화재 사건에서는 소방관이 화재 진압 중 순직했다. 김 창업주는 공교롭게도 화재 발생 당일 쿠팡 한국 법인의 모든 직책(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겠다고 밝혀 책임 회피 논란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욱일기 관련 상품 판매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쿠팡 홈페이지에는 ‘욱일기’ 관련 상품이 검색됐다. ‘일장기’나 ‘욱일기’ 등 직접적인 단어를 검색하면 상품이 나오지 않지만, ‘rising sun flag’ 등 욱일기를 뜻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욱일기가 그려진 스티커, 우산 등이 검색됐다. 작년 12월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살 공격을 한 일본 특공대를 뜻하는 ‘가미카제(神風)’ 상품을 판매했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해외 배송 상품으로 쿠팡이 자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오픈마켓 판매자가 등록한 것이지만 판매 모니터링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쿠팡 관계자는 “확인 후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주가는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장일(3월 11일) 당시 49.25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39.44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약 20% 가까이 빠졌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쿠팡, ‘욱일기 제품’ 판매 논란... “확인 후 즉시 중단 조치”

    쿠팡, ‘욱일기 제품’ 판매 논란... “확인 후 즉시 중단 조치”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욱일기 관련 상품을 판매해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쿠팡 홈페이지에서는 욱일기가 그려진 스티커와 우산 등이 판매됐다. 욱일기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해외 배송 상품으로, 쿠팡이 자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오픈마켓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확인 후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쿠팡에서는 ‘욱일기’ 등과 같은 단어로는 서적 등을 제외한 상품은 검색되지 않지만, 검색어를 ‘히노마루’(일본 국기) 등 유사한 단어로 바꾸면 상품이 노출되고 있다. 쿠팡은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부적절한 상품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들은 미처 빨리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욱일기 관련 상품 판매로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개헌 사전 작업은 끝났다… 스가 ‘전쟁 가능한 일본’ 만지작

    개헌 사전 작업은 끝났다… 스가 ‘전쟁 가능한 일본’ 만지작

    ‘개헌 사전 작업’ 국민투표법 개정안 통과상업시설·역에도 공동투표소 설치 가능 코로나 영향 日 국민 위기의식 높아져1년 만에 개헌 찬성 여론 높아졌지만평화헌법 개정은 반대 61% > 찬성 30% 스가, 임기 초와 달리 개헌 언급 잦아져“日 국민 자위대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도쿄올림픽 앞두고 지지층 결집 노림수총선서 자민당 압승 땐 개헌 속도 낼 듯일본 참의원(상원)이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이 대거 찬성하면서 발의된 지 3년 만에 겨우 통과됐다.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상업시설이나 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공동투표소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내용만 보면 일본 국민의 투표권을 확대 보장하는 것으로 문제 삼을 것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 통과의 진짜 의미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의 개정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일본 우익 세력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속내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향후 개헌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했던 이유는 일본에서 개헌을 바라는 이들은 우익 세력 중 앞장서 직접 실천에 옮긴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뒤 1947년 만들어진 일본 헌법에서 9조는 일본이 전범국가라는 점을 배경으로 전쟁·무력행사, 전력 보유를 포기하는 것을 명시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조항을 개정하자는 것은 자민당의 주장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베 전 총리와 우익 세력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들은 자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만 목적을 둔 자위대를 교전이 가능하도록 헌법상에 명시하고자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개헌의 절차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당시 일본 헌법에는 중의원·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이 발의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개헌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헌안을 발의하고 투표를 할지 법으로 정리된 게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아베 전 총리의 1차 집권기였던 2007년 5월 개헌안은 국회 발의 후 60일부터 18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국민투표법이 제정됐다. 이후 2014년 개헌 국민투표 참가 연령을 20세 이하에서 18세 이하로 낮추는 내용으로 국민투표법 1차 개정이 이뤄졌다. 이번에 통과된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사실상 2차 개정이지만 의결은 쉽지 않았다. 자민당은 2018년 6월 공동투표소 설치 등을 위한 내용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다. 이번 국회에서 국민투표 광고 규제에 대해 3년 안에 보완책을 만드는 내용의 부칙을 넣는 것을 조건으로 입헌민주당이 찬성하면서 국민투표법 2차 개정이 3년 만에 완성됐다. ●일본 여론도 개헌 찬성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 국민투표법을 개정한다고 일본의 개헌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고 개헌에 우호적인 여론을 과반 이상 확보하지 않는 한 국민투표 시 가결은 쉽지 않다. 한 일본 기자에게 개헌에 대해 묻자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며 “개헌에 찬성하는 여론의 힘을 동력으로 삼아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 현안이 산적해 개헌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백신 접종,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대한 찬반으로 상황이 복잡해 고도의 논의가 필요한 개헌에 대해서는 아직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개헌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커 국회 내 본격적 논의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참의원 본회의에 통과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헌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를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야당의 입장은 다르다. 개정안을 조건부 찬성했던 배경인 광고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국민투표 14일 전부터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의 유료 광고가 금지되지만 그 이전의 기간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어 야당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개헌을 논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자민당으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일본 언론이 지난달 3일 제74주년 헌법기념일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개헌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보 계열인 아사히신문이 유권자 2175명을 대상으로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여론조사를 한 결과 45%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4%는 필요가 없다고 했다. 1년 전 같은 여론조사 때보다 찬성 비율은 2% 포인트 상승했고, 반대는 2% 포인트 하락했다. 보수 계열의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신문이 3월 9일부터 4월 15일까지 215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은 56%로 1년 전 같은 조사 때보다 7%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반대 의견은 40%로 전년 대비 8% 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개헌 찬성 여론이 높아진 데는 일본 내 대외적 환경 변화로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중국의 군사적 압력 강화로 위기감이 생겨 개헌 찬성 의견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에는 평화헌법 개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사회적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권한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니 이를 위해 헌법에 긴급사태 조항이라는 것을 넣자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다만 개헌 찬성 여론이 많아졌다고 해도 평화헌법 개정에 초점을 잡는다면 아직은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아사히신문의 같은 여론조사에서 헌법 9조 개정에 대해 ‘바꾸지 않는 쪽이 좋다’는 의견은 61%로 ‘바꾸는 쪽이 좋다’는 반대 의견 30%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74년 넘게 헌법으로 지켜 온 ‘전쟁 불가’ 내용을 뒤집는 데는 일본 국민도 거부감이 크다. 이런 여론을 자민당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9조의 내용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자위대의 존재를 추가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헌 작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스가, 중의원 총선에서 개헌 공약 걸까 결국 앞으로 개헌 작업이 속도를 낼지 여부는 총리와 자민당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올가을로 예정된 중의원 총선거가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가 정권 체제의 자민당은 개헌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탓에 2년 만에 열린 당대회에서 채택된 2021년 운동 방침의 1순위는 코로나19 극복이었다. 아베 전 총리 시절 중요도에서 앞섰던 개헌은 뒷부분에 배치됐다.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스가 정권에서 개헌은 후순위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가 총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9월 말 임기가 끝나고 재선을 노리는 스가 총리는 올가을로 예정된 중의원 총선거를 위해 개헌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코로나19 장기화,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 추진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스가 총리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개헌을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띄울 가능성이 크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때 자민당의 공약으로 개헌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했다. 또 그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 9조에 명기하는 것에 대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자위대에 대해 이해를 나타내고 있다”며 개헌 의지가 없다는 지지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주춤했던 개헌 움직임이 다시 동력을 얻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日은 틈나면 ‘역사 오리발’ 내미는데… 獨 “히틀러 소련 침공은 수치” 또 사죄

    日은 틈나면 ‘역사 오리발’ 내미는데… 獨 “히틀러 소련 침공은 수치” 또 사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나치 독일의 구소련 침공 80주기를 앞두고 “독일인에게 이날은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는 날이다. 우리는 희생자들과 그 후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사죄했다. 메르켈은 대국민 팟캐스트에 출연해 “아돌프 히틀러가 1941년 6월 22일 300만명의 독일군을 앞세워 소련을 침공했고 이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구소련 지역에서 2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은 “우리는 몇 명 남지 않은 생존자들에게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며, 화해의 손을 내밀어 준 많은 이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면서 “독일이 그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화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메르켈은 “나치 독일의 범죄에 따른 독일의 변함없는 책임감에서 평화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며 최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벌어지는 야권·언론 탄압상을 비판했다. 그는 “평화로운 시위자들과 야당이 차단된다면 우리 관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독일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럽의 전후 질서를 불확실하게 하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독소전쟁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역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구소련에서만 민간인 포함 2900만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2차 세계대전 사망자 5000만명 중 60%가 동부전선에서 희생됐던 것이다. 구소련과의 불가침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기습공격을 감행한 독일이 독소전쟁 초반 승기를 잡았지만, 독일군의 보급로가 막히고 혹한기가 찾아오며 전세가 역전됐다. 전쟁은 1945년 5월 9일 구소련이 베를린을 함락시킬 때까지 약 4년 동안 이어졌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연소득 다 모아도 못 갚는 가계부채… 저소득층부터 덮친다

    연소득 다 모아도 못 갚는 가계부채… 저소득층부터 덮친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암호화폐)까지 돈 빌려 하는 투자가 늘면서 가계부채 누증이 심각해졌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복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은성수 금융위원장) 우리 가계가 은행, 카드사 등에서 빌린 돈이 빠르게 쌓여 가면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잔뜩 부풀어 오른 부동산과 주식, 코인 같은 자산 가격은 대출금 회수가 시작되면 크게 빠질 위험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만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을 예고했고,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이 다시 금고로 빨려 들어갈 시점이 머지않았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얼마나 심각하고, 향후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유동성 회수가 시작된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가계빚 문제를 문답으로 정리했다.그렇다. 전문가 대부분은 국내 가계부채 문제를 걱정스럽게 본다. 1700조원 넘게 쌓인 부채 총액도 너무 많지만, 더 심각한 건 증가 속도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는 2016년 말 당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7.3%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103.8%였다. 5년 만에 16.5% 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비교 대상인 세계 43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이 평균 11.2% 포인트, 주요 5개국(G5,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은 평균 6.4% 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증가 속도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일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었다는 건 국내 가계의 연간 소득을 다 동원해도 늘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매달 버는 돈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빚이 쌓이는 속도만 빨라지면 갚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 대비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를 뜻하는 가계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28.3% 포인트나 증가(162.3%→190.6%)했다. 반면 G5 국가들은 같은 기간 1.4% 포인트 늘었다. 크게 두 가지 원인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생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대출로 버텼기 때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가 재난지원금 등을 푼다고 해도 역부족이다 보니 민간 부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보다 2.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가계부채는 9.2%나 증가했다. 두 번째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투자 문화의 영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초저금리가 이어져 왔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금리가 더 떨어졌다. 대출받을 때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도 그만큼 줄었다. 특히 20·30대 사이에서는 ‘벼락거지’(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들)를 면하려면 빚내서라도 집이든, 주식이든, 코인이든 투자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해졌다. 김 교수는 “(대출금으로 주택·주식 등을 사는 사람이 늘어서) 자산가격이 올라갔고, 그러니까 더 많은 돈을 빌려 집과 주식을 사는 악순환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 1분기 늘어난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0%(20조 4000억원)나 됐다. 가계빚이 위태로울 만큼 쌓인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생계를 위해 대출받은 소상공인이나 ‘빚투’(빚내서 투자)했던 가계 중 일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추락하게 된다. 특히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고위험군이 타격받을 수 있다. 또 소득보다 부채가 커지면 대출금 갚기도 빠듯해진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 포인트 높아지면 3~4년 뒤 소비 증가율이 0.3%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업 등의 회복이 더뎌질 수 있고, 고용난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생긴다. 신 연구위원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쌓였던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때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는지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정책 속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대출받아 집 사는 미국인이 늘었는데, 집값이 폭락하자 가계부채가 쌓인 저소득층부터 타격을 받았고, 돈을 빌려준 은행들까지 연쇄적으로 부실해져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가 찾아온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가계부채 위기가 온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비교적 엄격히 규제해 왔기에 심각한 금융 위기로 옮겨붙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연속 인하한 뒤 1년 넘게 연 0.50%를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는 연내에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결정 주체인 한은에서 시장에 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오는 10월 0.25% 포인트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받는다.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쳐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차주들은 부담이 커진다. 한은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 8000억원 증가한다.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약 5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돼 한계에 부딪힌 이들은 생존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또 미국의 테이퍼링이나 국내 시장금리 인상으로 주택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의 ‘거품’이 크게 빠질 수도 있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주택가격은 연간 약 0.7% 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김 교수도 “(미국의 테이퍼링이나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장 우려되는 건 자산 가격의 폭락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연구위원은 “한은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고 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그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주택과 주식 등에 영끌 투자하기 때문”이라면서 “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을 받을 때 심각하게 고민하라’는 신호는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9%까지 뛴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엔 5~6%, 내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까지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 DSR 적용 대상을 늘려 2023년 7월부터 총대출액의 1억원이 넘는 차주는 DSR 40% 규제를 받도록 했다. 개인의 모든 대출에 대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다만 실제 살 집을 찾는 서민과 청년층에게는 대출 문턱을 오히려 낮추기로 했다. 예컨대 현재 소득이 낮지만 향후 소득 증가 가능성이 큰 청년 등에게는 DSR 산정 때 ‘장래소득 인정 기준’을 활용해 대출액을 정하기로 했다. 또 만 39세 이하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는 만기가 40년까지 늘어난 정책 모기지도 제공한다. 유대근·윤연정 기자 dynamic@seoul.co.kr
  • 바둑 국내 랭킹 2위 박정환 9단, 입단 15년 만에 통산 900승 달성

    바둑 국내 랭킹 2위 박정환 9단, 입단 15년 만에 통산 900승 달성

    국내 랭킹 2위 박정환(28) 9단이 입단 15년 만에 통산 900승 달성에 성공했다. 박 9단은 17일 ‘제2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본선리그 최종국’에서 이창석(25) 7단에게 16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900승 고지에 올랐다. 국내 18번째다. 이 승리로 대회 8전 전승을 거둔 그는 다음달 5일부터 랭킹 1위 신진서(21) 9단과 도전 5번기를 벌인다. 박 9단은 400승을 한 18기 박카스배 천원전과 700승을 거둔 2017 크라운해태배, 800승을 장식한 2기 용성전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 이번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도 우승을 따낼지 주목된다. 박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 4회 우승을 포함해 우승 31회, 준우승 13회를 차지했다. 올해는 30승8패로 다승 공동 9위, 승률 7위(78.95%)를 기록 중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도쿄올림픽 ‘1만 관중’ 추진에… 일본서도 “2차 대전 같은 돌격”

    도쿄올림픽 ‘1만 관중’ 추진에… 일본서도 “2차 대전 같은 돌격”

    20일 긴급사태 해제… 유관중 경기 고집전문가 “올림픽 중 긴급사태 선언할 수도” FT “무관중 땐 9000억원 공적자금 필요”일본 정부가 오는 7월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관중 상한선을 1만명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1500명 안팎으로 감소세를 보이자 올림픽 개최 도시인 도쿄도 등에 내려진 긴급사태선언을 예정대로 20일 해제하고 21일부터 긴급사태에 준하는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다음달 11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방역에 자신감을 보이며 관중을 수용하려 하자 일본 내 감염 대책 전문가는 현 상황을 ‘제2차 세계대전’에 비유하며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는 등 올림픽 준비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오는 21일 5자 회담을 열고 관중 상한선을 공식 결정한다. 도쿄올림픽 관중 상한선은 1만명이 유력하다. 일본 정부에 자문하는 코로나19 대책 분과회는 긴급사태선언 등이 해제된 지역에서 대규모 이벤트 인원 제한에 대해 ‘단계적 완화 조치로 1만명을 상한으로 설정한다’는 정부 방침을 전날 승인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후 동행 기자단에 도쿄올림픽 관중 상한에 대해 “다른 스포츠 이벤트의 인원수 상한에 준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 개최 시 최대 1만명의 관중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관중 수용을 고집하는 데는 경제적 문제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무관중 개최 시 티켓 환불 등으로 8억 달러(약 9046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내 감염 대책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다시 재확산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전날 후생노동성에 코로나19 대책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은 회의를 열어 “도쿄올림픽 기간 긴급사태선언이 다시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도쿄신문에 “(올림픽이 끝난 뒤) 조직위는 해체되고 정부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같다.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돌격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자 일본 정부도 여론 수습에 나섰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장관)은 이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긴급사태선언을 필요하면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박정환 9단, 뚜벅뚜벅 걸어온 15년 900승의 길

    박정환 9단, 뚜벅뚜벅 걸어온 15년 900승의 길

    국내 랭킹 2위 박정환(28) 9단이 입단 15년 만에 통산 900승 달성에 성공했다. 박 9단은 17일 ‘제2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본선리그 최종국’에서 이창석(25) 7단에게 16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900승 고지에 올랐다. 국내 18번째다. 이 승리로 대회 8전 전승을 거둔 그는 다음달 5일부터 랭킹 1위 신진서(21) 9단과 도전 5번기를 벌인다. 박 9단은 400승을 한 18기 박카스배 천원전과 700승을 거둔 2017 크라운해태배, 800승을 장식한 2기 용성전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 이번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도 우승을 따낼지 주목된다. 2006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입단 이듬해인 2007년 11월 마스터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17세였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특별승단으로 국내 최연소 입신(9단의 별칭)에 올랐고 2011년 24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전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박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 4회 우승을 포함해 우승 31회, 준우승 13회를 차지했다. 올해는 30승8패로 다승 공동 9위, 승률 7위(78.95%)를 기록 중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씨줄날줄] 낯가림/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낯가림/임병선 논설위원

    “해외 관광지에 왁자지껄 몰려오면 중국인들, 한 묶음으로 엮일까 눈치 살피면 한국인들, 이미 자리 피해 보이지 않는다면 일본인들.” 아시아 쪽 국가들의 특성을 관광객에 빗대어 웃자고 하는 평가였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가장자리를 맴돌며 외톨이를 자처하는 듯해 보인 B컷 사진이 일본서 입길에 오르내리다가 한국 소셜미디어에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취임했으나 코로나 탓에 정상들과 대면하지 못한 스가 총리가 외교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낯가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놀랍기도 하다. 낯가림이란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갖는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의미한다. 생후 6개월쯤 시작해 두 살이 되면 없어진다. 생후 8개월쯤에 낯가림을 시작하면 중요한 사람들을 분별하고 애착을 형성하는 인지능력이 발달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긍정적인 발달 양상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적잖이 본다. 일본인들이 낯가림에 대해 쓴 책들이 우리말로 많이 옮겨진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카시마 미사토는 ‘낯가림이 무기다’란 책을 썼는데 감지능력과 관찰력, 공감력을 가진 사람이 낯을 가린다“며 사람이나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해 내는 특유의 센서를 작동해 사람들의 관계와 특성을 프로파일링하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은 소통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유명 개그맨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는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를 통해 낯가림과 수줍음이 심해 무명 개그맨으로 고생하던 자신이 껍질을 벗고 변신한 과정을 재치 있는 문장으로 그려 냈다. 돌아보면 핸디캡을 극복해 지도자로 성장한 이가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린 시절 놀림깨나 받은 말더듬이였지만, 지금은 훌륭한 연설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도 말을 심하게 더듬어 대인기피증이 있었지만 세계대전을 함께 이겨 내자는 명연설로 지금도 영국인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화 ‘킹스 스피치’로도 나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성인이 돼서 소아마비를 앓았는데, 어머니가 은퇴하고 고향에서 요양이나 하라고 했지만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병마를 이겨 내는 길이란 부인 엘리노어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대공황을 이겨 낸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 됐다. 스가 총리가 ‘결핍’을 이겨 내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면 한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bsnim@seoul.co.kr
  •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15곡 전곡 나흘간 연주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15곡 전곡 나흘간 연주

    우리나라 실내악 역사를 써 온 노부스 콰르텟이 16일 새로운 도전의 장을 연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15곡 전곡을 나흘간 연달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연주한다. 일정 기간 여유를 두고 전곡을 연주한 사례도 간혹 있었지만 매일 전곡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에는 옛 소련 시대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과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16곡과 함께 신약·구약 성서로 불릴 만큼 높은 위상에도 워낙 어렵고 정신적으로도 연주자가 극한에 다다르게 된다는 점에서 전곡 연주는 흔치 않았다. 김재영·김영욱(바이올린), 김규현(비올라), 이원해(첼로)는 그들의 발걸음이 늘 도전이었듯 스스로 벽을 깨 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6곡 전곡을 연주한 뒤 ‘전곡 시리즈’를 구상하던 이들에게 쇼스타코비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와 함께 떠올랐다. 김규현은 “지금이 쇼스타코비치가 살았던 시대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어둡고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버르토크나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등 동시대에 활동한 작곡가들이 조성을 따르지 않는 ‘무조 음악’을 주로 선보인 반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조성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그의 이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이니셜(D-S-C-H)을 따 ‘D-E♭-C-B’ 네 개의 음표를 엮어 곳곳에 악상을 그려 낸 것도 특징이다. 어둠 속에서도 놓지 않는 한 가닥 희망, 노부스 콰르텟은 고된 도전을 통해 고립감과 무력에 지친 관객들과 희망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직접 준비해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을 만큼 엄청난 연습에 우울한 감정까지 다독여야 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도전의 시간을 이제 객석과 함께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한 달 새 50조… 시중에 풀린 돈 3363조 ‘최대’

    지난 4월 시중에 풀린 돈이 3363조원을 웃돌아 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월 대비 50조원 이상 급증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 투자 수요로 자금이 몰리면서 유동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1년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363조 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0조 6000억원(1.5%) 늘었다.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증가율(1.5%)도 2009년 2월(2.0%) 이후 1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협의통화(M1)를 비롯해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모두 포함된다. 가계·비영리단체에서 9조 9000억원, 기업과 기타금융기관에서 각각 15조 7000억원, 16조 9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모든 경제주체에서 통화량이 늘었다. 가계·비영리단체의 시중 통화량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자금이 늘어난 까닭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에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문대통령 “오스트리아 힘은 분단 위기 극복한 중립국에”

    문대통령 “오스트리아 힘은 분단 위기 극복한 중립국에”

    오스트리아 2박 3일 일정 마무리문대통령, 스페인 향하며 소회 글“한국, 세계에서 훨씬 높은 평가”오스트리아를 2박 3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의 힘은 유럽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에 더해, 분단의 위기를 극복한 중립국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으로 떠나기 직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오스트리아는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었지만 좌우를 포괄한 성공적인 연립정부 구성으로 승전국들의 신뢰를 얻었다”며 “이후 10년의 분할 통치 끝에 완전한 통일국가를 이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는 이념을 초월한 대연정으로 안정적 정치구조를 이뤘다”며 “그 힘으로 빈에 위치한 수많은 국제기구와 함께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오스트리아 일정까지 소화한 문 대통령은 “외교 현장에서 느낀다”면서 “경제에서도, 코로나 극복에서도, 문화예술에서도,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세계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우리 차례”라면서 “우리는 선도국가,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세계사에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고, 우리 국민들은 충분한 자격이 있고 해낼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뉴브강이 낳은 오스트리아의 정치, 과학, 인문, 예술의 성취 못지 않게 한강이 이룬 기적의 역사 또한 훌륭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을 때라는 생각을 갖는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서 깊은 중세수도원을 짧은 시간이나마 둘러 볼 수 있게 돼 가톨릭 신자로서 특히 기쁘다”면서 “바쁜 와중에도 동행해준 오스트리아 대통령 내외분의 배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에게 묵주 반지를 보여주며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묵주 반지를 낄 것을 권유하셨다”면서 “가톨릭의 가치가 평생 내 삶의 바탕을 이뤘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높은 윤리의식을 지킬 수 있었다”고 소회를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의지를 표명하신바 있다”면서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수도원을 찾았을 때, 빈에서 온 수십 명의 한국 교민과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이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빈 공동취재단·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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