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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보선택권 제한 없애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후보선택권 제한 없애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27일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결선 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상위 1, 2위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거쳐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법이다. 도입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데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논란이 컸던 사안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진행된 ‘광화문 유세’에서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결선투표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1차적으로는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후보 선택권이 제한받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도 “결선투표제는 자연스러운 후보 단일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면서 “정당에 대한 국민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7년 헌법 이후 대통령 선거 직선제의 역사적 경험, 단일화 과정에서 제도적 미비를 체감하고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며 정치관계법 등을 바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의 연립정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공약, 더 멀게는 향후 진보개혁 세력의 집권 연장을 노리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국민으로부터 25%가 넘는 지지를 받고도 본선에 오르지 못한 안 전 후보에 대한 미안함이 짙게 배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첫 공식 유세에 나선 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광화문 유세에서 “새누리당이 나를 두고 안보가 불안하다고 시기하는 것은 참으로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부산 사상구와 경남 창원에서 잇따라 가진 유세에서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과거사’ 문제를 들고 나와 독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대선을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의 한판 대결”이라고 규정한 문 후보는 “과거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못하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가능한가.”라며 박 후보를 쏘아붙였다. 이어 “박 후보는 단 한 번도 서민의 삶을 살아 본 적도 노동으로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다. 그가 취직 걱정, 집값 걱정, 빚 걱정, 은행 대출금 이자 걱정, 물가 걱정을 해봤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를 향한 문 후보의 ‘십자포화’는 이번 대선이 혈투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두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도 박빙으로 치닫고 있다. ‘누군가 한발 물러서는 순간 벼랑으로 떨어지는 승부’가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대 우군인 안 전 후보의 지지층 포섭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 때의 그 눈물이 내가 흘릴 수도 있었던 눈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심정과 눈물을 잊지 않고, 안 후보가 이루고자 했던 새 정치의 꿈을 제가 앞장서서 이뤄 내겠다.”고 밝혔다. 부산·창원·서울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씨줄날줄] 혁신 DNA/오승호 논설위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가장 큰 원인으로 1970~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채택했던 경제 발전 모델의 한계를 지적한 적이 있다. 우리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01년 출간한 ‘21세기 한국비전’에서다. 시대 흐름이 지식정보화사회로 바뀜에 따라 경제사회발전전략도 그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했어야 하는데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산업화시대의 발전 전략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1990년대 겪었던 잃어 버린 10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화시대의 경제발전 모델을 혁신적인 지식경제시대, 정보화시대의 발전 모델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저서에서 일본 경제의 약점으로 ‘느린 변화와 혁신’, ‘적시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고 뒤늦게 반성하는 반도체기업’ 등을 꼽았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리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신발이나 옷은 만들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제품 개발을 할 기술과 첨단제품을 갖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취지로, 기술혁신을 강조한 말이다. 1989년 소니그룹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국토교통상과의 공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The Japan that can No)에서 미국인들의 사업 행태를 비판했다. 실질적인 제품이나 생산력보다는 인수합병(M&A) 같은 머니게임에 너무 집중하는 등 단기 이익에 집착하고 장기사업은 희생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언제부터인가 일본 기업들은 이들이 지적한 미국 기업인들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전자업계 ‘빅3’의 신용등급이 모두 투자부적격인 ‘정크’로 추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소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파나소닉은 ‘BBB-’에서 ‘BB’로 각각 낮췄다. 앞서 피치는 지난 2일 샤프의 신용등급을 ‘B-’로 6계단 떨어뜨렸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주름잡던 ‘혁신의 대명사’ 소니의 굴욕은 ‘혁신 DNA’ 상실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05년 일본에서는 ‘세계최강기업 삼성이 두렵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기업이 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일본 전자업계가 삼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일본의 경제평론가이자 경영컨설턴트가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이 다시 일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지 궁금해진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배임 혐의’ 양평지방공사 前사장 자살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양평지방공사 정모(55) 전 사장이 아파트 자택에서 투신자살했다. 23일 오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아파트 1층 화단에 정씨가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아파트 2층에 살고 있지만 9층 계단 창문 앞에서 투신할 때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발판과 정씨의 신발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씨의 부인은 경찰에서 “남편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주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양평지방공사가 충북 옥천영동축협과의 납품 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청주지검 영동지청의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은 정씨가 검찰 조사에 대한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프로배구] 감 잡은 김학민… 대한항공 ‘날아오른 날’

    [프로배구] 감 잡은 김학민… 대한항공 ‘날아오른 날’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토종 거포 김학민(29)에게 올 시즌은 특별하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해야 한다. 프로 첫 통합우승을 일구기 위해 입대도 미뤘지만 최근 두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번번이 삼성화재에 발목이 잡혔다. 이제 물러날 곳이 없다. 김학민은 주장까지 자처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시즌 초반엔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6월 발목 수술을 받는 바람에 공을 만지며 훈련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팀은 지난 13일 삼성화재전에 이어 17일 LIG손보전에서도 패해 2연패 늪에 빠졌다. “주장 자리에 부담감을 가졌다. 몸은 괜찮은데 마음이 무거웠다.”고 김학민은 22일 경기 뒤 털어놨다. “오늘도 세터 한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2세트까지는 고전했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 토스보다 점프를 일찍 하는 바람에 공을 매달리며 때렸다. 타점을 최대로 놓지 않으니 공격은 상대 블로커들에게 계속 막혔다. 3세트, 김학민은 여유를 찾았다. 점프를 조금 늦게 하고 공을 정점에서 때리려고 계속 노력했다. 그게 맞아들었다. 이날 올린 14득점 중 3·4세트에서만 10점을 몰아친 김학민의 활약에 힘입어 대한항공이 홈인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을 3-1로 꺾었다. 1라운드를 3승2패로 마감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LIG손해보험(이상 승점 9)보다 승점에서 1이 앞서 삼성화재(승점 14·5승)에 이어 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마틴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고 있는 김학민은 “이제 내 타이밍을 찾았다. 앞으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오늘 지면 3연패로 팀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반전하는 계기가 돼서 다행”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에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3연승을 내달렸다. 도로공사 외국인 니콜은 올 시즌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을 달성하는 등 40점을 퍼부으며 승리를 견인했다. 승점 8을 기록한 도로공사는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인천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②이탈리아 파르마, 친퀘테레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②이탈리아 파르마, 친퀘테레

    글·사진 최승표 기자 ●Italy Parma파르마 베르디와 토스카니니를 낳은 음악도시 프랑스에서 혹은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이동할 때, 여행객이 관문도시로 선택하는 곳은 십중팔구 북부의 밀라노다. 또 다른 경우의 수가 있다면 토리노 정도일 것이다. 허나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더 남쪽에 위치한 파르마Parma까지 내려왔다. 친퀘테레Cinque Terre로 가기 전 가까운 거점이 필요했고, 소문난 파르마의 미식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소담스런 분위기의 중심가에는 예술사에 있어서 기억될 만한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파르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필로타 궁전Palazzo della Pilotta,나폴레옹이 가장 사랑했다는 그의 두 번째 아내인 마리 루이즈Marie Louise를 기리기 위한 글라우코 롬바르디Glauco Lombardi 박물관, 그 맞은편에는 음악을 지독히 사랑한 루이즈가 건립한 왕립극장이 한데 몰려 있다. 그녀는 가난한 음악도들을 위해 학교도 세웠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작곡가 베르디, 지휘자 토스카니니 등 이탈리아 음악의 거장들이 파르마에 많은 것도 그녀 덕분일 것이다. 파르마를 예술도시라 이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는 파르마 돔성당에서 찾을 수 있었다.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최초 건립된 성당의 외관은 바로크,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건축양식들이 포개진 모습이었다. 성당 내부는 단촐한 외관과는 상반되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프레스코 벽화 중에는 성경의 내용과 무관한 그림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당시 화가들이 자신을 후원하던 재력가들의 얼굴을 곳곳에 새겨 준 것이다. 파르마 미술의 혁명가라 불리는 안토니오 코레지오Antonio Correggio가 돔 천장에 그린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 그림은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보다 뛰어난 묘사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성당 한켠에 자리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묘사한 조각품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넘어가는 시기, 그러니까 두 개의 예술양식이 혼재된 독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숨을 거둔 예수, 십자가 곁에서 예수를 지키는 천사, 예수의 옷을 받아든 로마 군인, 심지어 스승을 잃은 제자들까지 모두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심각한 국면을 묘사한 것 치고는 너무 우스꽝스러운 묘사라고 느껴졌다. 이는 1178년, 당시 성도들과 이교도의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며 세련미를 극대화한 고딕 회화의 특징적 묘사라고 한다. 파르마의 중심가, 필로타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젊은이들의 모습 햄과 치즈, 파르마의 자존심이자 신앙 인구 17만명의 소도시 파르마는 낙농업, 식품제조업이 발달한 도시다. 특히 파르마산 치즈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와 햄 ‘프로슈토Prosciutto’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파르마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평야지대와 목초지가 나타나는데 바로 이 비옥한 땅이 치즈와 햄 맛의 비결이라 한다. 밀라노의 고르곤졸라, 나폴리의 모짜렐라, 시칠리아의 리코타 등 이탈리아 지역별로 명성 있는 치즈는 가공 방식뿐 아니라 그 지역의 토질과 물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고 한다. 최근 파르마산 치즈로 둔갑한 ‘아르헨티나산 치즈’가 많은데 파르마 사람들만은 ‘짝퉁의 맛’을 정확히 변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파르마 사람들의 치즈에 대한 애착은 깊고도 유별나다. 파르마에서는 프로슈토 햄 생산을 위해 돼지에게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장’과 밤을 먹인다고 한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뒷다리 부위를 소금에 절여져 9개월부터 최대 24개월간의 숙성기간을 거쳐 햄으로 만들어낸다. 치즈를 먹은 돼지의 살이어서일까? 파르마산 치즈와 햄에서는 닮은 향기와 맛이 난다. 파르마에서의 저녁 식탁에서는 치즈와 햄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은 레스토랑. 애피타이저는 송로버섯Truffle이 곁들여진 으깬감자 수프, 메인 요리로는 볼로니즈 파스타를 주문해 치즈를 듬뿍 얹어 먹었다. 파스타도 좋았지만 내가 가진 어휘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향의 송로버섯은 흡사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내 미각과 신경을 몽롱한 상태에서 오래도록 놓아 주지 않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필로타 궁전Palazzo della Pilotta 16세기 파르마 지역을 통치하던 파르네제가家에서 만든 건물로 나폴레옹 전쟁, 2차 대전을 거치며 파괴되었다가 복원돼 지금은 공연장, 고고학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 파르마 전통 치즈로 6개월에서 최대 36개월까지 숙성시킨 것으로 다소 딱딱한 촉감에 누린내가 강하지 않고 고소한 뒷맛을 낸다. 와인과 함께 즐기거나 파스타나 샐러드에 가루로 뿌려 먹는다. ●Italy Cinque Terre친퀘테레 보물이 되어 버린 오색빛깔 바다마을 프랑스의 론알프스와 이탈리아의 파르마까지 주로 소도시를 다니며, 감춰진 진주같은 풍경들을 보았고, 세계 3대 진미라는 송로버섯까지 맛보았으니 유럽 여행에 대한 욕구는 웬만큼 해소된 상태였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이탈리아 여행지 친퀘테레Cinque Terre로 향하는 길, 여행의 피로가 쌓여 가면서 부푼 기대감도 사그라든 상태였다. 이런 심드렁한 태도는 리구리아해에서 불어온 바람을 맞은 순간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5개의 마을’이라는 뜻의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 리구리아주에 속해 있다. 성수기에는 숙소 잡기가 어려운 탓에 밀라노, 피렌체, 파르마, 피사 등의 주변 도시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많이 찾는다. 파르마에서 기차로 약 2시간. 친퀘테레로 가기 위한 관문도시인 라스페치아La Spezia에 닿았다. 친퀘테레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오마조레Riomaggiore부터 북쪽의 몬테로소Monterosso까지,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소담스러운 마을의 풍경과 리구리아 해변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이 좋다. 하루 만에 13.5km의 해안길을 걷기란 다소 버거운 일. 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2~3개의 마을을 구경하고 해안선을 따라 보트크루즈를 타기로 결정했다. 처음 도착한 마을 마나롤라Manarola의 풍경은 제주도와 흡사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쪽빛바다도 그렇지만 마을 안쪽, 그러니까 낮은 돌담벽이 엉성하게 줄지어 있고 농부들이 밭을 갈며 일상을 사는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마을을 연상시켰다. 유네스코는 친퀘테레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각별히 보존에 힘쓰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에 계단식 다랑이논 같은 포도농장을 개척하고, 올리브나무를 길러낸 주민들의 일상을 침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곳의 화이트 와인 맛은 이탈리아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가파른 산비탈에서 농부들이 허리를 로프로 묶고 한 송이 한 송이 따낸 포도로 만들어진 것이라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친퀘테레 하이킹 코스 중 가장 유명하다는 ‘사랑의 길Via dell’ Amore’로 향했다. 리오마조레와 마나롤라, 두 마을을 잇는 1km 남짓한 해안절벽길은 여느 로맨틱한 관광지가 그런 것처럼 사랑을 다짐하는 연인들이 채워 놓은 자물쇠와 이름을 새겨 놓은 흔적들로 도배돼 있었다. 거리의 악사가 아코디언으로<여인의 향기> OST를 연주하자 주위의 연인들은 프렌치키스를 나누며 행복에 겨워했다. 리오마조레에서 몬테로소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역에 내리자마자 맞닥뜨린 몬테로소의 풍경은 다른 4개 마을과는 전혀 달랐다. 백사장 해변에는 원색의 파라솔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마을 안쪽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해변 휴양지였다. 한 레스토랑에 들러 파스타와 해산물 요리로 허기를 달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파스타를 먹어 왔지만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한 맛이었다. 홍합, 오징어 등 해산물로 우려낸 파스타 소스가 개운한 맛을 낸 덕이었다. 몬테로소에서 라스페치아로 가기 위해 보트에 몸을 실었다. 보트는 5개 마을 항구에 차례로 정박하며 관광객을 싣고 내렸다. 두 개의 마을, 베르나차Vernazza와 코르니글리아Corniglia는 항구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먼발치서 바라본 두 마을은 나머지 3개 마을에 비해 규모가 작아 보였을 뿐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였다. 허나 나중에야 알았다. 친퀘테레 마을 중에서도 관광객이 덜 북적이면서 호젓하게 휴식을 즐기기에는 베르나차와 코르니글리아가 좋다는 사실을. 보트는 친퀘테레를 지나 라스페치아로 가기 전, 마지막 항구인 포르토베네레Porto Venere에 잠시 정박했다. 해가 수평선 근처로 내려오면서 더 따뜻해진 볕을 쬐며 바닷가로 걸어갔다.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을 한탄하며 잠시라도 이방인의 때깔을 벗고 싶어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지중해와 짧은 해후를 뒤로하고 결별할 생각에 밀물 같은 아쉬움이 살포시 밀려와 발목을 적셨다. 1 ‘사랑의 길’에서 흔적을 남기는 연인 2 친퀘테레 다섯 마을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항구 풍경 3 바닷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 4 마나롤라Manarola 마을, 한 카페에서 작렬하는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 취재협조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시크아울렛 www.chicoutletshopping.com/ko ▶travie info 친퀘테레 카드 친퀘테레에서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을 이용하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한 마을 내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친퀘테레 카드로는 하이킹코스 외에도 마을 내 대중교통, 지역 박물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성인 기준, 1일권은 주중 5유로, 주말은 12유로이며, 날짜와 연령대, 단체 규모에 따라 요금이 다양하다. 마을을 연결하는 친퀘테레 기차카드도 있다. 성인 기준 1일권은 10유로. 카드는 각 마을의 관광안내센터나 기차역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cinqueterre.com ▶Travel to France & Italy 유럽 기차여행, 실속 있게 준비하는 법 이번 여행은 이동의 90%를 기차에 의존했다. 유럽 첫 기착지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해 친퀘테레를 여행하고 밀라노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다양한 기차를 이용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였다. 유럽을 자유여행으로 가는 이들이 늘면서 실속 있게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정보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방문 국가와 도시, 체제 일수를 확정했다면 가장 적합한 철도 상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이용한 철도 상품과 주요 열차의 간략한 정보를 정리해 봤다. 유럽 철도 예약은 대부분의 국내 여행사에서 다루고 있으며, 레일유럽 웹사이트(www.raileurope.co.kr)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프랑스패스 프랑스를 3일 이상 여행한다면 프랑스패스를 구매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프랑스패스 소지자는 파리와 런던을 연결하는 유로스타Eurostar, 암스테르담, 브뤼셀 등과 연결되는 탈리스Thalys 등의 초고속 열차와 야간열차 등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지방 관광열차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파리 세느강 크루즈, 국립 박물관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패스 소지자라 할지라도 TGV, 탈리스 등은 반드시 추가요금을 내고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이는 여러 나라를 한번에 여행할 수 있는 유레일패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유레일 셀렉트패스 인접한 3~5개국 이상을 선택적으로 여행한다면 유레일 셀렉트패스Select Pass가 적합하다. 물론 2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리저널패스Regional Pass도 있지만 모든 나라들이 조합돼 있는 것은 아니기에 셀렉트패스가 편리할 수도 있다. 가령 유레일 2개국 패스 중에는 스위스-이탈리아패스가 없기에 셀렉트패스를 선택하는 게 낫다. 한편 2013년부터 프랑스가 셀렉트패스에서 제외되고, 터키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여정에 이용한 기차들 ·탈리스Thalys 브뤼셀에서 파리까지 1시간 25분 만에 연결하며, 하루에 30편으로 운행 간격이 촘촘하다. 1등석을 이용할 경우, 와인을 포함한 음료와 디저트류를 무료로 제공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쾰른 등의 도시로도 연결된다. 각종 패스 소지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TGV 국내선 프랑스 초고속 열차인 TGV는 독일 방향으로 가는 동부선과 스위스쪽으로 가는 TGV리리아, 국내선 등으로 이뤄져 있다. 파리에서 리옹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며, 2층에는 음료와 디저트를 구매할 수 있는 라운지 바가 있다. 패스 소지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TER 한국의 새마을열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안시에서 샤모니로 이동하면서 이용한 기차는 관광열차가 아님에도 천장 일부가 유리로 돼 있어 이동 중 알프스 산맥을 관람하기 좋았다. 패스 소지자는 좌석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Trenitalia 친퀘테레 여행을 마치고 라스페치아La Spezia에서 밀라노Milan로 돌아가는 길에 이용했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 1 브뤼셀과 파리를 연결하는 탈리스 열차. 1등석 탑승객에게는 음료와 다과가 제공된다 2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길, 커다란 유리창 너머 알프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SHOPPING OUTLET 유럽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쇼핑 시크아울렛 유럽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쇼핑이다. 이번 여행에는 유럽 내 9개 도시에 아울렛을 운영 중인 시크아울렛Chic Outlet 중 벨기에 브뤼셀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스메켈렌 빌리지Maasmechelen Village와 이탈리아 밀라노, 파르마에서 가까운 피덴자 빌리지Fidenza Village를 방문했다. 아울렛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격.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최대 70%까지 저렴하다. 9곳의 빌리지(시크아울렛은 ‘아울렛’보다는 ‘빌리지’라는 표현을 좋아한다)는 면세 혜택을 제공하며(총 구매 금액의 약 10%를 출국시 공항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 도심부에서 아울렛까지 리무진버스인 쇼핑익스프레스를 운영한다. 국내 주요 여행사를 통하면 쇼핑익스프레스 할인권, 1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VIP 쿠폰 등을 얻을 수도 있다. 각 빌리지는 지역색을 반영한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방문객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도 제공한다. 어린이 놀이방은 모든 빌리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빌리지도 있어 쇼핑뿐 아니라 유럽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체험할 수 있다. 마스메켈렌 빌리지에서는 벨기에의 고급 초콜릿은 물론 지역 특산물인 다이아몬드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고, 피덴자에서는 파르마의 수준 높은 요리와 함께 디저트로 젤라또까지 즐길 수 있었다. 유럽 아울렛까지 갔는데 명품 백이나 수트 한 벌쯤 사지 않았냐고? 독자들께 죄송하지만 본 기자는 명품 취향이(단지 취향의 문제일까?) 아닌 탓에 생생한 쇼핑 리스트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단,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국내 소비자가의 3분의 2 수준에 득템한 것은 두고두고 자랑하고 있다. www.chicoutletshopping.com/ko 1 이탈리아 밀라노와 파르마, 볼로냐 등에서 가까운 피덴자 빌리지.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2 시크아울렛의 각 빌리지에서는 수준 높은 지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밖의 시크아울렛 빌리지 런던 비스터 빌리지 영국 런던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옥스포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시크아울렛 쇼핑의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빌리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막스마라, 던힐, 페라가모 등 약 100여 개의 명품 부티크 숍들이 있다. 더블린 킬데어 빌리지 가장 최근에 들어선 빌리지로 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있고 고급스런 패션 및 가정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의 중심지로 급성장했다. 더블린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 파리 라 발레 빌리지 프랑스 패션계의 중심지인 파리와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35분 거리이며, 파리 디즈니랜드 리조트 옆에 위치해 있다. 약 90여 개의 명품 브랜드 부티크들이 입점해 있다. 바르셀로나 라 로카 빌리지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코스타 브라바Coasta Brava 해변 도로에 위치해 있으며, 스페인의 파루트스Farutx와 로에베Loewe 등의 제품을 한국의 절반가에 구입할 수 있다. 마드리드 라스 로사스 빌리지 마드리드 중심에서 외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의 유명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미로Antonio Miro, 안드레 사르다Andre´s Sarda, 로에베Loewe 등의 브랜드가 유명하다. 프랑크푸르트 베르트하임 빌리지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약 1시간 거리, 로맨틱가도Romantic Road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그너Bogner, 발리Bally, 라코스테Lacoste 등의 실용적인 패션 브랜드 제품들이 많다. 뮌헨 잉골슈타트 빌리지 독일 바이에른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뮌헨에서 5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저먼 스트렌세German Strenesse, 아이그너Aigner, 엠씨엠MCM 등 1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마사회, 정상서 신바람 ‘말춤’

    마사회, 정상서 신바람 ‘말춤’

    한국마사회가 2012년 최고의 여자 탁구팀으로 거듭 났다. 마사회는 21일 경기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2012 MBC탁구최강전 여자 단체전 챔피언결정 최종 3차전에서 2연패를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3-0으로 제압, 종합 전적 2승(1패)으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1차전을 내준 뒤 2, 3차전을 내리 이긴 꿀맛 같은 역전승. 마사회는 이날 제1단식에서 박영숙이 심새롬을 3-0으로 잡아 기선을 제압한 뒤 2단식에서 서효원이 노장 당예서를 3-2로 요리하고 복식에서 박영숙-김민희 조가 석하정-이혜린 조를 3-1로 뿌리쳐 역전극을 완성했다. 3차전은 뒤 전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5시간 가까운 챔피언결정전 2차전의 긴장감은 없었다. 박영숙이 심새롬을 맞은 1세트. 15-13의 스코어가 말해주듯 기나긴 듀스 끝에 첫 세트를 따낸 박영숙은 2세트부터 절묘한 드라이브로 심새롬을 공략,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면서 첫 주자의 임무를 완수했다. 2단식에 서효원이 나서면서 승부는 완전히 갈렸다. 전날 ‘커트 수비수’로 명성을 올리면서도 자신보다 세계랭킹에서 17계단이나 높은 양하은을 벼락 같은 스매싱으로 제친 서효원은 이날도 한 차례의 듀스도 없이 당예서를 3-2로 제압했다. 서효원은 이미 진화해 있었다. 끈질긴 커트 수비, 상대가 지칠 때쯤 터뜨리는 번개 같은 스매싱. 당예서는 서효원의 깜짝 반격에 그동안 갈고 닦은 수비수 공략법을 까맣게 잊은 듯 보였다. 풀세트까지 갔지만 영락없는 서효원의 완승이었다.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건 김민희와 호흡을 맞춰 다시 복식에 나선 왼손 셰이크핸드의 박영숙. 왼손 특유의 화려한 서브와 강력한 드라이브로 한국 여자탁구의 최고참 석하정이 이끈 대한항공의 복식 조를 3-1로 무너뜨리고 기어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편, 22일 같은 장소에서 대회 개인전이 16강전으로 이어진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7) 부산 임시수도기념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7) 부산 임시수도기념로

    부산시 서구의 임시수도기념로는 부민사거리에서 임시수도기념관까지 500m 남짓한 짧은 오르막길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1000여일간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 자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길이다. 전쟁의 상처를 입은 나라와 피란민의 생살을 감싸 안은 부산의 저력은 문재인, 안철수 두 명의 대선 후보를 동시에 배출한 데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시수도기념로 초입에서는 ‘말표 신발’ 광고가 붙은 전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전차는 현재 국내에 3대만 남아 있는 근대전차 가운데 하나다. 한국전쟁 복구 과정 중에 미국 신시내티에서 만들어져 애틀랜타에서 운행되던 전차 93대가 무상원조로 도입됐다. 1967년까지 부산 시내에서 운행되다 현재는 동아대학교에서 등록문화재 494호로 보관하고 있다. 나머지 두 대의 근대전차는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과 와룡동 국립서울과학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두 대는 일본 전차다. 임시수도기념로의 전차는 국내 유일의 미국식 전차다. 임시수도기념로의 전차 내부는 현재의 지하철 의자 모양이 아니라 2명씩 앉을 수 있는 24개의 의자가 있는 형태다. 전차를 보관하고 있는 동아대박물관은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란 체험활동 등을 통해 전차 탑승권을 나눠 주고 전차에 탑승할 기회도 제공한다. 부산시는 버려진 철길 등을 재활용, 전차 운행을 복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전쟁 중 부산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청사, 국회, 법원 등 국가의 모든 기능과 학교 등이 통째로 옮겨졌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전쟁 전에는 경남지사의 관사로 사용되다 전쟁 중에는 이 전 대통령의 관저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도지사의 관사로 사용되다 1984년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개관했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외부는 붉은 벽돌, 내부는 목조로 꾸며진 아름다운 근대 건물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사람들과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을 감상하려는 건축학도 등이 전국에서 많이 찾는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의 기념품이 있는 곳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 별장과 제주도 서귀포 별장 그리고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살았던 서울 이화장이 있다. 전시품 중 이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물품 규모가 이화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임시수도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수도 부산에 대한 부산 시민의 자긍심이 담겨 있는 곳이다. 기념관 1층 서재에는 이 전 대통령의 밀랍인형이 있다. 또 화장실, 목욕탕, 이 전 대통령의 친필 연설 원고, 직접 입었던 옷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전 대통령은 임시수도 관저에서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살면서 국정을 수행하고 국빈들을 맞이했다. 1층에는 응접실과 서재, 거실, 식당, 부엌 등이 재현되어 있다. 2층에는 이 전 대통령이 전방부대와 훈련소를 시찰하면서 입었던 군용 방한복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코트가 전시되어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잘 조성된 기념관과 훼손된 대통령의 동상이 대변한다. 지난해 3월 기념관 앞 계단에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졌으나 3개월 만에 붉은색 페인트로 뒤덮이는 테러를 당했다. 아직 범인은 찾지 못했고, 동상의 수리도 끝내지 못해 동상이 세워졌던 자리만 남아 있다. 임시수도기념관뿐 아니라 길 자체도 지난해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테마거리로 조성되었다. 임시수도기념관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입던 옷 그대로 보퉁이만 꾸려 피란을 나선 가족과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동상이 설치되었다. 인근 골목에는 흔히 ‘뽑기’라고 부르는 설탕과자를 연탄불 위에서 만드는 소년의 동상도 있다. 벽에는 피란민들의 생생한 생활상이 담긴 벽화가 그려져 있어 전쟁 세대에게는 임시수도기념로 자체가 생생한 추억의 현장이다. 기념관 바로 옆에 있었던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관사도 2002년 임시수도기념관으로 확장 개편됐다. 옛 검사장 관사는 좀 더 생동감 있는 전시공간이다. 전국에서 물밀듯이 밀려들었던 피란민의 판잣집과 피란열차, 전쟁 당시 임시교사의 일기, 문화수도이기도 했던 부산의 다방 ‘밀다원’, 장준하 선생이 만든 잡지 ‘사상계’ 등이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기장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신경복의 일기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재미나게 담겨 있다. 임시교사였던 신경복은 전쟁이 일어나자 전쟁터로 끌려갈 것을 걱정하다 결국 학교에서 기르던 토끼를 동료 교사들과 잡아 먹고 위생병으로 전장에 참여한다. 임시수도기념로 입구의 전차 옆에는 한국전쟁 때 정부청사로 사용됐던 동아대박물관이 있다. 동아대박물관은 전쟁이 끝나고 부산지방검찰청과 법원으로 사용되다 2009년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동아대박물관은 ‘문화재 속의 문화재’란 개념으로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외형은 99% 보존하고 내부는 완전히 다시 지었다. 건물 안에 건물을 지은 것으로 문화재 보존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동아대박물관이 성공적으로 개장하면서 전북도청이나 서울역사박물관도 외부는 보존하고 내부는 되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제주도와 부산 가운데 부산이 임시수도로 결정된 것은 단순히 국토의 남단 끄트머리에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항구 도시이자 일본강점기 이후 자체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어 임시수도가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는 부산이라는 확고부동한 위상은 수도권 쏠림 현상과 함께 인천이 부상하면서 퇴색했다. 하지만 부산은 영화의 도시이자 해양도시로 새로운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계속 변화하면서 도시의 생명력을 찾아가는 저력의 근원은 모든 것이 파괴됐던 이 나라의 발전 기초를 제공했다는 임시수도 부산시민의 자부심이다. 글 사진 부산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8회에는 대구 종로길을 소개합니다.
  • 큰손, 때론 빈손 되더라 … FA 잔혹사

    큰손, 때론 빈손 되더라 … FA 잔혹사

    자유계약(FA)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한 프로야구팀들이 내년 시즌에 재미를 보게 될까. KIA가 김주찬(4년 50억원)을 데려와 가장 ‘큰손’으로 떠오른 가운데 LG와 넥센도 알차게 전력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큰손 구단의 이듬해 성적이 향상된 것만은 아니었다.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중에 외부 FA 선수 영입이 있었던 것은 모두 10차례였다. 2007년과 2009년, 2010년을 빼고 여러 팀이 돈보따리를 풀어 외부 FA 선수를 데려왔다. 그러나 그해 가장 ‘큰손’이었던 세 팀의 순위는 이듬해 오히려 떨어졌고 한 팀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삼성은 1999년 이강철(해태), 김동수(LG)와 각각 3년 8억원에 계약하며 유일하게 외부 FA 선수를 영입했다. 그러나 매직리그 2위에서 이듬해 드림리그 3위로 떨어졌다. LG도 2000년 홍현우(해태)를 4년 22억원에 데려왔으나 드림리그 1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롯데도 종종 큰손이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3년 승률 .300에 그치며 최하위였던 롯데는 정수근(6년 40억 6000만원)과 이상목(4년 22억원)을 영입했는데도 이듬해 8위에 그쳤다. 롯데는 지난해 정대현(4년 36억원)과 이승호(4년 24억원)에게 다시 거액을 들였지만 올 시즌 4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이대호와 장원준의 빈자리가 컸던 탓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게 그나마 성과다. 삼성은 그러나 외부 FA 선수 영입 효과를 봤다. 2001년 양준혁(4년 27억 2000만원), 2004년에는 심정수(4년 60억원)와 박진만(4년 39억원)을 데려와 이듬해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2년 6위에 그쳤던 SK도 박경완(3년 19억원)을 영입해 이듬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신임 사령탑 3명은 모두 ‘FA 선물’을 받지 못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19일(현지시간) LA다저스와 첫 입단 협상을 가진 류현진의 이탈이 확실시되는 데다 송신영마저 NC의 특별지명으로 잃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김주찬과 홍성흔을 나란히 떠나보냈고 염경엽 넥센 감독도 외부 수혈을 받지 못했다. FA 시장은 닫혔지만 트레이드나 방출되는 선수를 영입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넥센은 최근 NC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투수 김태형을 얻었고 KIA는 넥센에서 방출된 강귀태와 계약했다. 김주찬과 홍성흔을 내준 롯데와 정현욱을 빼앗긴 삼성은 각각 KIA와 두산, LG가 보호선수로 묶은 20명을 제외한 선수 한 명씩을 보상선수로 데려갈 수도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길섶에서] 춤 구경/노주석 논설위원

    간만에 국악의 향기를 만끽했다. 국립국악원 박은하 선생이 서울 방배동 두리춤터에서 펼친 무대에서였다. 가녀린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는 절에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범패 홋소리’를 연상케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선 작은 춤터의 200여 객석은 좁았다. 서거나 계단에 앉은 이의 열기까지 서로 교감했다. 일찍이 벽사 한영숙 선생이 “소쿠리처럼 잘 춘다.”라고 했던 소담스러운 춤과 현란한 기교의 설장구, 날 선 꽹과리를 선보였고, 팬들은 오감으로 즐겼다. 1980년대 홍일점 사물놀이 스타로 유명했던 선생이 이후 30년 동안 쌓은 절정의 내공을 ‘박은하류(流)’로 승화한 무대였다. 국악의 흥행성을 새삼 느꼈다. 달랑 7명으로 구성된 출연진의 호흡과 소리의 스케일은 오케스트라 못지않았다. 객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추임새와 공연이 끝난 뒤 즐기는 뒤풀이의 여흥도 뜨거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탄생시킨 우리 민족의 ‘신명DNA’가 그곳에 있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어제도 20일도 ‘LPGA KOREA’

    호주(한다호주오픈)를 출발, 아시아를 거쳐 미국 등 지구 절반을 순회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19일 CME그룹 타이틀홀더스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LPGA 투어는 승수로나 내용 면으로나 한국 선수들의 황금기였다. 올해 거둔 9회 우승은 최다 기록인 2009년의 12승에 버금가는 건 물론, 신지애(24·미래에셋)로 대표되던 코리아 군단의 면면도 최나연(25·텔레콤), 박인비(24), 유소연(22·한화) 등으로 다채로워졌다. 최나연은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트윈이글스골프장(파72·6699야드)에서 열린 투어 최종전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내 신인왕 유소연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지난 7월 US여자오픈에 이어 2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개인 통산 7승째. 우승 상금 50만 달러(약 5억 4400만원)를 보탠 시즌 상금 198만 달러로 상금왕 2위에다 자신의 한 시즌 상금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지금까지는 2년 전 187만 달러가 최고였다. 2위 미야자토 아이(일본)에게 1타 앞선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최나연은 미야자토가 10번홀까지 보기만 4개를 쏟아내며 우승권에서 일찌감치 멀어지는 바람에 유소연과 한때 공동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소연이 14번홀 보기를 범하는 틈에 16번홀 버디를 뽑아내 2타 차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최나연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마무리까지 잘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최나연의 최종전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9승을 일궈 역대 세 번째 많은 승수를 기록했다. 1988년 구옥희의 첫 우승 이후 최나연의 우승컵은 한국 선수가 들어 올린 116회째 우승컵이다. 특히 최나연과 나란히 2승을 수확한 박인비가 돋보인다. 시즌 상금(228만 7080달러)과 평균 타수(70.21타) 부문을 휩쓸어 시즌 2관왕이 됐다. 한국 선수가 상금왕에 오른 건 2009년 신지애, 이듬해 최나연에 이어 세 번째다. 시즌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 트로피’도 박인비의 차지였다. 2003년 박세리(35·KDB금융그룹)를 시작으로 네 번째 한국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인비는 또 라운드당 평균 퍼트 28.25개를 기록,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타이틀 3개를 휩쓸었다. 박인비는 “올해는 내 생애 최고의 시즌”이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가장 꾸준한 성적의 상징인 ‘톱 10 피니시’ 1위에 올랐다. 스윙 교정 때문에 잠시 주춤하다 올해 킹스밀대회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부활을 알린 신지애는 최다 언더파 라운드 부문 1위(73.8%)를 차지했다. 한편 이들의 세계 랭킹도 움직였다. CME대회 챔피언 최나연은 랭킹 포인트 9.32점을 얻어 지난주 4위에서 두 계단 오른 2위로 청야니(타이완)를 위협했고, 준우승자 유소연도 8위(7.20점)로 한 계단 올라섰다. 신지애(24·미래에셋)는 7위(7.23점)를 지켰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농구] 봤지, 형

    [프로농구] 봤지, 형

    문태영(모비스)이 친형 문태종(전자랜드) 앞에서 펄펄 날았다. 모비스는 1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문태영의 29득점 활약에 힘입어 89-85로 이겼다. 5연승을 달린 모비스는 11승(4패)으로 선두 SK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5패(10승)째를 당하며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2위 팀들의 맞대결답게 경기 내내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시소게임을 하던 모비스는 2쿼터 후반 공격 리바운드 4개를 잇따라 잡아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3쿼터 들어서는 문태영과 양동근의 활약으로 한때 11점까지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이 3쿼터에만 13득점을 몰아넣으며 순식간에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모비스가 64-6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며 맞은 4쿼터. 전자랜드는 올 시즌 4쿼터에서 유독 강했다. 문태종과 포웰이 위기의 순간마다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4쿼터는 문태영의 무대였다. 그는 4쿼터에만 15득점을 성공시키며 전자랜드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쳤다. 특히 문태종이 경기 종료 1분 1초와 10초를 남기고 날린 3점슛은 모두 빗나간 반면 문태영의 페이더웨이슛과 자유투는 림 안으로 들어갔다. 오리온스는 고양에서 자신의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전태풍(24득점 7어시스트)을 앞세워 삼성을 76-70으로 꺾고 8승(7패)째를 챙겼다. 최근 귀화 의사를 밝힌 리온 윌리엄스는 공격 리바운드 5개를 포함해 16리바운드(13득점)를 잡아내며 지난 10일 인삼공사전 이후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전주에서는 KGC인삼공사가 김태술(25득점)과 후안 파틸로(19득점 12리바운드)의 활약을 엮어 KCC를 85-78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10승(5패)째를 올린 인삼공사는 전자랜드와 공동 3위가 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A조 2위 최강희호, 3·4위와 승점 같아져

    A조 2위 최강희호, 3·4위와 승점 같아져

    한국이 속한 A조가 죽음의 조가 됐다. 최강희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우즈베키스탄이 14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5차전 원정경기에서 이란을 1-0으로 격파하고 2승2무1패를 기록, 조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 한 경기를 덜 치른 한국은 2승1무1패로 한 계단 내려섰지만 3위 이란과 4위 카타르(이상 2승1무2패)와 승점 7로 똑같아 본선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 5위 레바논도 카타르에 0-1로 져 1승1무3패를 기록, 한국과의 격차가 3이 됐다. 1위와 2위는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최강희 감독은 내년 3월 26일 카타르와의 홈 5차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인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젊은 수비수들의 기량을 점검, 전열을 가다듬으려 했던 최강희 감독은 수비 불안으로 1-2 역전패를 당한 뒤 “평가전을 이기려고 했다면 최상의 전력을 꾸렸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무대였다.”며 “미드필더 이승기를 비롯한 풀백 김기희, 최재수 등이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 앞으로 젊은 피와 베테랑의 조화를 얼마나 잘 이루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충북 제천 금수산

    충북 제천 금수산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충북 제천 어름을 지날 때면 늘 눈을 사로잡던 산이 있었습니다. 특히 북단양 나들목 인근에 이르면 우람한 근육질의 암봉이 실루엣으로 아른거리곤 했지요.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경치’를 가졌다는 산, 금수산(錦繡山)입니다. 고운 이름과 달리 산은 여간 험하지 않습니다. 정상을 쉬 내주기 싫어하는 혈기방장한 성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지요. 사정이 이러니, 어지간한 내공의 산꾼이라도 오를 때 ‘금수만도 못한 산’이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구러 정상을 딛고 서면 산은 곧 ‘금수 같은’ 풍경을 내어줍니다. 혹, 오르는 발걸음이 견딜 수 없이 무거워지거든 나무등걸에 기대 10분만 쉬어 보세요. 땀이 식을 무렵, 자연이 스스럼없이 다가섭니다. 동고비와 직박구리가 먹이를 찾아 나뭇가지를 헤집는 소리, 청설모가 낙엽 뒤져 먹이 찾는 모습이 그제야 귀와 눈에 들어옵니다. 지도로만 보면 제천은 영락없는 산악도시입니다. 사방이 등고선으로 빽빽합니다. 북으로는 차령산맥, 남으로는 소백산맥이 지나고 시 경계를 따라 월악산 등 20여개 산들이 곧추서 있습니다. 높이 솟은 산은 깊은 계곡을 만들고, 계곡은 강으로 이어집니다. 물길이 막힌 자리엔 호수도 생깁니다. 물길(川)을 막아 둑(堤)을 세웠다는 뜻의 도시 이름도 필경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인 의림지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오늘날엔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충주호)가 그 지위를 이어받았지요. 금수산은 바로 이 내륙의 바다를 딛고 솟은 산입니다. 인접한 제천은 물론 멀리 단양까지 자락을 펼쳤고, 그 위로 용담폭포 등 많은 경승지들을 매달아 뒀지요. ●선 굵은 암봉 배웅받으며 가는 길 강원도 홍천 어름에서 시작된 노란 낙엽송 군락이 원주 치악산을 지나 제천까지 이어진다. 주변 산자락은 온통 샛노란 융단을 깐 듯하다. 그 빼어난 풍경을 사람이 만든 레드 카펫에 견줄까. 금수산의 원래 이름은 백암산(白岩山)이었다. 산정의 암봉들이 서리 맞은 듯 새하얀 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퇴계 이황에 의해 바뀐다. 단양 군수로 부임한 퇴계가 청풍호를 돌아보다 백암산의 수려한 자태에 반해 ‘금수산’이라고 바꿔 부른 것이다. 금수산은 와부(臥婦)의 형상이라고 한다. 어여쁜 미녀가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스토리텔링도 덧씌워졌다. 금수산의 한 지맥인 금성면 동산(東山·896m) 중턱에 ‘한수 이남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남근석이 서 있는데, 동산의 양기와 금수산의 음기가 어우러지며 조화로운 산세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남근석이 ‘잘생긴’ 건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금수산이 여성적이란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 기세등등하게 솟아오른 암봉 등, 어느 모로 봐도 혈기방장한 남성의 풍모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인근 산 가운데 ‘악(惡)산’으로 소문난 금수산을 오르다 보면, 여성성 운운하는 표현들은 싹 자취를 감추고 만다. 금수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대략 둘로 나뉜다. 적성면 상학주차장에서 오르는 코스와 상천리 코스다. 상학 코스는 등산로가 완만한 대신 산행시간이 길다.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남근석이 있는 동산까지 연계해 산행을 즐기려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다. 상천 코스는 산행시간이 4시간 30분 정도로 짧다. 반면 등산로는 험하다. 여기에 용담폭포와 독수리바위 등 빼어난 명소가 많은 망덕봉을 연계하면 산행시간은 5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암릉 산행이라 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구간이 즐비하다. 상천마을 주차장이 상천 코스의 들머리다. 예서 망덕봉까지 2.8㎞, 망덕봉에서 금수산까지 1.9㎞, 금수산 정상에서 상천마을까지 3.5㎞ 등 모두 8.2㎞를 걷는다. 마을 끝자락의 보문정사를 지나면 길은 곧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망덕봉(926m)을 지나 금수산 정상(1016m)을 찍고 내려오는 길, 오른쪽은 그 반대로 돈다. 일반적으로는 왼쪽 코스를 따른다. 망덕봉 구간에 워낙 큰 바위들이 많아 하산 코스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암릉을 ‘기어오르면’ 용담폭포 전망대다. 갈수기라 폭포수는 가늘다. 폭포의 묘미는 주변의 바위들이다. 선 굵은 암릉이 폭포 좌우를 굳건하게 에워싸고 있다. 폭포 위는 선녀탕이다. 물이 오랜 세월 바위를 파 만든 상·중·하 세 개의 작은 소를 일컫는다. 물줄기는 ‘선녀의 요강’을 닮은 세 개의 소를 돌아 30m 아래 용담폭포로 떨어져 내린다. 그 기세가 장하다. 멀리 금강산 상팔담의 아우뻘 되는 풍경이다. 산이 높으니 골이 깊은 건 당연한 이치. 용담폭포 너머로 톱날 같은 모양의 산과 계곡이 금수산 정상까지 촘촘하다. ●‘내륙의 바다’와 산들을 한눈에 담다 폭포 전망대부터 등산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전주곡 수준이란 얘기다. 오를수록 급경사의 바위능선이 이어지는데, 꼭 산이 벌떡 일어선 듯하다. 로프와 철제 난간에 의지해 올라야 하는 구간도 여러 곳.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입에선 단내가 풀풀 난다. “산에 올라 뭐하겠노. 아랫마을에서 소고기나 구워 먹지.”라는 한 개그맨의 유행어가 퍼뜩 떠오르는 순간이다. 망덕봉 코스 중턱, 그러니까 폭포전망대에서 30분쯤 오르면 철제 계단 너머로 바위 능선이 멋드러지게 펼쳐진다. 산자락 하나가 죄다 바위들로 이뤄졌다. 암릉을 뚫고 솟은 노송들은 풍경의 덤. 능선의 정상 언저리엔 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솟아 있다. 금수산의 명물 족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다. 특히 독수리바위의 기상이 늠름하다. 날개 접어 호수를 응시하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청풍호로 짓쳐 내려가 잉어 한 마리 채 올 기세다. 이 바위 너머로 ‘내륙의 바다’ 청풍호와 옥순봉, 제비봉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기막힌 풍경이 펼쳐진다는데, 짙은 안개 탓에 절경과 마주치는 행운은 없었다. 몇 번의 급경사를 지나면 망덕봉이다. 평탄한 안부로, 사면이 잡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다. 망덕봉부터는 흙길이다. 푹신한 낙엽길 따라 40분쯤 능선을 오르면 암릉 끝자락에서 소나무 한 그루와 만난다. 정상 바로 아래 지점으로,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예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양쪽 암봉 사이로 제천과 단양의 명산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달려 온다. 더 멀리로는 소백산이 우뚝하다. 수없이 많은 산들을 양팔 벌려 품은 듯한 모습이다. 금수산 정상은 전형적인 암봉이다. 어른 한두 명이 서기도 벅찰 만큼 비좁다. 하지만, 딛고 서면 더없이 너른 풍경과 마주한다. 360도 돌아가며 중부내륙의 산악들을 펼쳐 보인다. 산은 한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감춰 두지도 않는다. 이른 아침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던 안개는 이제 월악산과 소백산 등 명산의 사이를 휘돌아가며 여행자의 넋을 빼고 있다. ‘선경’(仙境)이란 표현이 상투성의 나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오르는 길이 험한데, 내려가는 길이 쉬우랴. 30~40분 동안은 길이 거칠고 가팔라 애를 먹는다. 나무 뿌리는 사람들의 발길에 반들반들하게 닳았고, 겹쳐 쌓인 낙엽들은 습기를 머금어 빙판처럼 미끄럽다. 하지만 곧추섰던 산은 이후 평탄하다 싶을 정도로 유순해진다. 꼭 여성의 플레어스커트 위를 걸어 내려 오는 듯하다. 하산길에 보는 금수산 정상의 자태가 기막히다. 암봉 하나하나가 백옥같이 흰 살결을 가졌다. 이쯤 되면 퇴계가 금수산이라고 개칭하기 전, 왜 백암산(白岩山)이라 불렸는지 절로 알겠다. ●쉽고 편하게 풍경과 만나는 법 주봉(主峯)인 금수산을 닮아 지맥들도 여간 험하지 않다. 남근석 품은 동산 등을 오르려면 ‘암벽 등반’ 수준의 산행을 감내해야 한다. 좀 더 쉽고 편하게 풍경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금수산 중턱의 정방사와 청풍호 인근의 비봉산을 찾아가면 된다. 두 곳 모두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정방사는 금수산 신선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 자락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거대한 암벽, 의상대에 안긴 절집의 자태도 좋지만 그 아래 펼쳐지는 풍광은 훨씬 빼어나다. 대웅전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과 푸른 바람 일렁이는 청풍호 일대가 한눈에 잡힌다. 비봉산은 패러글라이딩 등의 활공장으로 이용되는 산이다. 청풍호와 인접해 있어 굽어보는 풍광도 수려하다. 비봉산의 명물은 관광 모노레일이다. 6인승 승용대차를 타고 정상까지 오른다. 다만 16일부터 새해 3월까지 시설 보강 등을 위해 운행이 중단된다. 동산 아래 무암사도 찾을 만하다. 절집이 남근석 산행의 들머리 노릇을 하는 모양새가 영 부자연스럽지만, 절집 자체의 풍모는 퍽 고색창연하다. 소(牛)의 사리가 담긴 부도와 1200년 된 싸리나무로 만든 대웅전 기둥이 유명하다. 무암사 경내에서도 남근석의 머리 부분이 살짝 보인다. 글 사진 제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가는 길: 제천의 명소들은 대부분 시내 남쪽, 그러니까 청풍호와 인접한 지역에 몰려 있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출발한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여기서 82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청풍대교 삼거리에서 왼쪽 20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금수산 입구 삼거리까지 간 다음 왼쪽 도로로 접어들면 상천리 금수산 주차장이다. 단양 나들목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단성면 소재지→36번 국도 충주 방향→원대삼거리→옥순대교→금수산 입구 삼거리→우회전→주차장 순으로 간다. 어느 길을 택하든 늦가을의 정취 가득한 청풍호를 차창에 매달고 달릴 수 있다. 제천의 대표 아이콘인 의림지를 먼저 보겠다면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의림지와 ‘울고 넘는’ 박달재, 배론성지 등을 묶어 둘러본 뒤 남제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게 순서다. ▶맛집:제천 상천리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맛집들이 즐비한 단양이다. 쌈밥정식을 내는 돌집식당(422-2842), 마늘정식으로 유명한 장다리식당(423-3960), 더덕주물럭과 더덕정식을 내는 자연식당(422-1806) 등이 알려져 있다. 청풍호 인근에선 예촌(647-3707)이 구수한 된장정식으로 이름났다. ▶잘 곳:박달재 인근에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가 있다. 친환경과 힐링을 표방한 리조트로 빌라형 객실과 호텔형 객실, 아쿠아힐링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단양 쪽에선 대명 리조트가 첫손 꼽힌다. 단양 한복판에 있어 단양 8경 등 명소에 접근하기 쉽다. 리조트 내에 사우나와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쿠아월드도 있어 여독을 풀기 좋다. 단양읍내 리버텔(421-5600)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깔끔한 시설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에 편해지는 집이다. 숙박비도 저렴하다. 청풍호 인근의 청풍힐호텔 한방 사우나는 산행 뒤 피로를 풀기 좋다. 제천시에서 조성한 ‘자드락길’ 도보꾼에게는 입욕료를 정상가의 절반인 6000원만 받는다.
  • “딸꾹~” 에스컬레이터 역방향 타고 계속 걷는 술취한男

    “딸꾹~” 에스컬레이터 역방향 타고 계속 걷는 술취한男

    ”딸꾹~ 왜 아래로 안내려가지?” 한 술취한 남자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반대 방향으로 올라 타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유럽 주요언론을 통해 보도돼 화제가 된 이 동영상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런던 지하철 토트넘 코트 로드역에서 촬영됐다. 이날 서류가방을 들고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이 남자는 전동차에 승차하고자 했는지 에스컬레이터에 탔다. 문제는 술 취해 정신이 없는 남자가 역방향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것. 웃기는 상황은 이때 벌어졌다. 남자는 승강장이 있는 아래로 내려가고자 걷기 시작했으나 계단이 계속 올라와 결과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술취한 남자와 계단과의 ‘전투’는 몇 분간이나 계속됐고 결국 한 여자 승객이 남자의 팔을 잡고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자는 꿋꿋하게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한 승객이 에스컬레이터 비상 정지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당시 이 장면을 촬영한 샘 네퍼(27)는 “남자는 심하게 술에 취한 일본인 비즈니스맨이었다.” 면서 “처음에는 동료들과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누군가 말리지 않았다면 밤새도록 제자리 걸음을 할 분위기 였다.” 면서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뒤쪽으로 방향을 잡아주자 어디론가 아무말 없이 걸어갔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 ‘늑대소년’ 2주째 1위 흥행 돌풍

    ‘늑대소년’ 2주째 1위 흥행 돌풍

    송중기·박보영 주연 영화 ‘늑대소년’이 2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 가고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9~11일 ‘늑대소년’은 전국 854개 상영관에서 133만 3842명을 모아 흥행 1위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12일 만에 누적관객 수 360만 3945명을 기록했다. 정재영·박시후 주연의 ‘내가 살인범이다’는 지난 주말 547개 관에서 56만 8580명을 모아 2위에 올랐다. 지난 8일 개봉한 이 영화는 4일 만에 누적관객 72만 6809명을 모으면서 흥행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 시리즈물 ‘007 스카이폴’은 350개 관에서 22만 2365명을 동원해 전주보다 한 계단 떨어진 3위다. 누적관객 수는 211만 9975명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317개 관에서 17만 4701명을 모아 4위를 차지했으며 누적관객 수는 1173만 4867명이다. 지난 8일 개봉한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캐나다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9만 4032명을 동원해 5위로 진입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주말 영화]

    ●클래스(EBS 토요일 밤 11시) 파리 변두리 한 중학교의 프랑스어 교사인 프랑수아는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2학년 학급 담임을 맡게 된다. 이곳에는 늘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에스메랄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전학을 온 칼, 성실하지만 언어적 한계로 입을 좀처럼 열지 않는 중국 이민자 웨이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 반항기 넘치는 학생들이 있다. 이렇게 구성된 학급을 상대해야 하는 프랑수아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반대로 학생들은 자신과 다른 언어와 코드를 구사하는, 말귀가 통하지 않는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이 답답할 뿐이다. 프랑수아는 학생들에게 배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숙과 집중을 주문하는 동시에 지적 영역을 넓혀가도록 이들을 의도적으로 도발한다. 한편 학생들은 평등한 대우를 받고 다름을 인정받기를 원하며 사사건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한다. 그렇게 일견 정당한 양측의 바람은 끊임없는 갈등을 유발한다. ●독립영화관-샤넬과 스트라빈스키(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 순간. 세상은 매혹의 향기와 영원한 멜로디를 얻었다. 1913년 파리에서 초연한 발레 ‘봄의 제전’은 지나치게 전위적인 음악으로 인해 혹평을 받지만 샤넬은 파격적인 음악을 선보인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에게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던 스트라빈스키는 샤넬의 제안으로 그녀의 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한다. 스트라빈스키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샤넬의 매력에 이끌리고, 곧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그들의 사랑 앞에 절망한 스트라빈스키의 아내는 저택을 떠나고, 서로를 통해 영감을 얻게 되는 두 사람은 ‘샤넬 No5’와 ‘봄의 제전’이라는 그들의 대표작을 완성해 간다. ●간 큰 가족(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김 노인은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마누라 앞에서 북에 두고 온 마누라 타령만 해대며, 오매불망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인 실향민이다. 여느 때처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내고 돌아오던 김 노인은 그만 발을 헛딛고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김 노인이 간암 말기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간암 말기 아버지에게 50억원의 재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 하지만 이 유산은 ‘통일이 되었을 경우에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기이한 조항을 달고 있다. 이에 50억원의 유산을 사수하기 위해 가족들은 ‘통일이 되었다’는 담화문을 담은 가짜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그리고 임종 전 아버지에게 보여 주며 감쪽같이 가짜 통일 상황을 믿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클라리넷 연주자의 근황/고운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클라리넷 연주자의 근황/고운기

    암 같은 큰 병에 걸려 헤매는 사경(死境) 부처를 본 사람은 머리를 깎고 예수를 본 사람은 신학교로 간다 설마 돈이 보여 장사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겠지…. 방과 후 청소 마치고 내려가던 고등학교 때 음악실 계단에서 듣던, 창 너머 텅 빈 교정 중앙 화단에 샐비어가 붉디붉은데 고요를 흔들며 퍼져나가던, 그래서 샐비어 꽃술을 간질이던 클라리넷 소리 나의 옛 클라리넷 연주자는 꽃술이 움직이듯 내 마음의 고요를 흔들어놓고 이제는 클라리넷을 놓았다 한다. 사경을 헤매고 그가 본 것은 그의 마음 깊은 저곳이었던가 나의 샐비어만 나와 함께 여름이 길다.
  • 무주 적상산 단풍절경

    무주 적상산 단풍절경

    적상(赤裳)이라 했지요. 붉은 치마란 뜻입니다. 사면이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에 가을이 깃들면 기암과 단풍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데, 이 모습이 여인의 치마와 꼭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전북 무주의 적상산 이야기입니다. 산 이름치고 참 낭만적입니다. 필경 단풍 곱게 든 적상산의 풍경을 묘사한 것일 테지만, 작명 당시 여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점까지 염두에 두었던 게 분명합니다. 부드러운 산세를 더없이 잘 표현했으니 말입니다. 강원도 설악에서 시작된 단풍의 불길이 아랫녘까지 번졌습니다. 단풍의 시효라야 수일에 불과할 터. 서둘러야 나무들이 벌이는 가을 축제에 동참할 수 있겠습니다. ●아랫녘까지 번진 단풍 불길 붉은 치마 두른 산이란다. 참 로맨틱한 이름이다. ‘치마만 둘렀다 하면 껄떡대는’ 마초들에겐 더없이 에로틱한 산이겠다. 누가, 왜 이처럼 대담한 은유로 이름을 지었을까. 적상산엔 최영 장군의 일화가 깃든 곳이 많다. 산 이름부터 그렇다. 주민들 사이에선 고려 말 왜구 토벌에 나선 최영이 무주를 지나가는 길에 지었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전투를 눈앞에 둔 야전 사령관이 한가하게 산 이름이나 짓고 있었을까. 게다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했던 무장이 단풍 물든 산에서 여인의 치맛자락을 연상했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다. 산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적상산성도 고려 충민왕 때 최영의 건의로 축조됐다고 한다. 적상산 등산로의 장도(長刀)바위에 담긴 전설은 다소 황당하다. 최영의 칼질 한번에 절벽이 두 조각 났단다. 아무래도 최영의 영험함을 믿는 무속 신앙에 기댄 이야기이지 싶다. 적상산은 덕유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하지만 능선과 능선이 맞닿아 있지는 않고, 적상산 홀로 서 있는 모양새다. 명성에서도 마찬가지. 같은 국립공원이긴 하나 칭찬은 늘 덕유의 몫이었다. 겨울엔 설경에, 봄엔 철쭉에 밀렸다. 여름엔 인근의 구천동 계곡에 명소 지위를 내줬다. 그런데 가을엔 달랐다. 적상의 주름 접힌 능선들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할 때면 덕유도, 구천동도 선선히 상석을 내줬다. 적상에게 가을은 반전의 계절이었던 셈이다. 적상산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발로 걷거나 차를 타고 오른다. 대부분의 산들이 걷기 중심인 것에 견줘 적상산은 차를 타고 오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상 근처의 안국사까지 도로가 잘 뚫려 있기 때문이다. 단풍나무들이 도로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것도 드라이브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다만 겨울철 눈이 내리면 도로가 통제되는 경우가 잦다.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는 게 좋다. ●드라이브를 부르는 시오 리 단풍 치마길 단풍길은 구불구불하다. 꼭 주름 잡힌 치맛단을 보는 듯하다. 재봉선(線)처럼 가지런하다가도, 이내 마름질 선처럼 급경사를 이룬다. 정상에 이르는 6㎞ 구간 내내 그런 굽이가 31개쯤 이어진다. 이를 일러 ‘북창 드라이브 코스’라고 한다. 길의 들머리인 지명(북창)과 길의 기능을 섞은 단순명료한 이름이긴 하나, 길이 여행자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에 견주자면 무미건조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산길 좌우로는 단풍들이 빼곡하다. 붉은색 단풍이 많고, 샛노란 빛의 단풍나무와 신갈나무 등의 주황색 단풍들도 어우러져 있다. 딱 천자만홍(千紫萬紅)이다. 차로 적상산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이 시오 리 산길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는 셈이다. 적상산은 예부터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를 잇는 군사 요충지였다. 신라와 백제가 이 산을 차지하기 위해 수차례 전투를 치렀고, 왜구가 달려들었으며, 빨치산들이 은신처로 삼았다. 수차례 전쟁을 겪는 와중에 산골짜기마다 붉디붉은 피도 흘렀을 터. 적상산 단풍이 유난히 붉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게다. 이리 휘고 저리 굽은 산길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850m)에서 뜻밖에 아담한 호수를 만난다. 적상호다. 1995년 양수발전을 위해 조성됐다. 호수 둘레엔 다양한 색상의 단풍나무들이 식재돼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호수 옆엔 원형의 수조가 서 있다. 발전을 위해 물을 가둬 두는 곳이다. 외형은 공장 건물처럼 불퉁스럽지만 적상산의 가장 빼어난 전망대 가운데 하나다. 철제 계단을 오르면 ‘북창 드라이브 코스’와 무주읍내, 그리고 무주 인근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차로 쉽게 올라 마주하기엔 미안한 풍경들 호수 갈림길에서 안국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적상산 사고지 유구와 만난다. 조선왕조실록 등 나라의 귀중한 책들을 보관하던 장소다. 예서 다시 구불구불 산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안국사다. 절집 아래쪽 등산로는 적상산성터로 연결된다. 안국사와 철제 구조물로 차단돼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꼭 둘러보길 권한다. 복원된 산성에서 맞는 풍경이 참 빼어나다. 내친김에 안렴대(安廉臺)까지는 발품 팔아 다녀오는 게 좋겠다. 고려 말 거란 침입 때 안렴사(지방 장관)가 진을 치고 피란했다는 바위 절벽으로, 적상산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곳이다. 적상산 최고봉인 기봉(1034m)이 출입불가 지역인 탓에 실질적인 최고봉 노릇도 겸하고 있다. 안국사에서는 500m 떨어져 있다. 일부 등산객은 안국사에서 안렴대, 향로봉(1024m)으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만 다녀오기도 한다. 왕복 3㎞가 조금 넘는 거리로, 설렁설렁 걸어도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안렴대에 오르면 덕유산 등 인근의 산군(山群)들은 물론 멀리 지리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글 사진 무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다시 산내분기점에서 통영대전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무주 나들목으로 나온다. 19번 국도를 타고 무주 방향으로 가다 무주 1교차로에서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맛집 무주의 으뜸 먹거리는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 어죽이다. 읍내의 금강식당(322-0979)과 내도리 뒷섬마을의 큰손식당(322-3605) 등이 이름났다. 어부의집(322-0503)은 민물고기를 삶은 육수에 국수를 끓여 낸 어탕국수가 맛있다. 잘 곳 가족 등 여럿이 함께라면 무주리조트가 좋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설천봉에 오르면 불타는 듯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무주읍 당산리의 무주이리스호텔(324-3400), 설천면 삼공리의 제일산장(322-3100) 등도 깔끔하다.
  • [프로농구] ‘동부 쌍포’ KT 4연승 막았다

    [프로농구] ‘동부 쌍포’ KT 4연승 막았다

    동부가 KT의 4연승을 저지하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동부는 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KT와의 경기에서 줄리안 센슬리(21득점)와 이승준(18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83-71로 이기고 시즌 4승(7패)째를 거뒀다. 지난 3일 오리온스를 제압한 데 이어 2라운드 2경기를 모두 잡아내 7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반면 KT는 3연승을 마감하며 7패(4승)째를 기록했다. 1쿼터는 3점슛 2개 등 8점을 몰아넣은 김현수의 활약에 힘입어 KT가 17-16으로 앞섰다. 그러나 2쿼터 들어 동부의 저력이 발휘됐다. 이승준과 센슬리의 ‘쌍포’를 가동해 역전에 성공했고 지역방어로 KT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김영수와 센슬리의 3점슛도 격차를 점점 벌렸다. 동부는 2쿼터에서만 24점을 쓸어담아 전반을 40-25로 마쳤다. KT는 3쿼터 제스퍼 존슨과 서장훈을 모두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동부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로채기만 4개를 성공하며 KT 공격의 맥을 끊었다. 4쿼터 중반 이승준이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잠깐 분위기를 넘겨줬지만 막판 공격 리바운드를 잇따라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김주성(10득점)은 역대 다섯 번째로 통산 7800득점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자축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1쿼터 초반 선수들의 몸이 약간 굳어 있었지만 빅터 토마스를 센슬리로 교체한 이후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KT 서장훈은 이날도 붕대 투혼을 보였지만 6득점에 그쳤다. 앞선 경기까지 평균 13.2득점을 올린 조성민은 무득점. 더블더블을 기록한 브라이언 데이비스(13득점 11리바운드)와 김현수(13득점)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휠체어가 걸은 숲길… 장애는 없고 쉼이 있네

    휠체어가 걸은 숲길… 장애는 없고 쉼이 있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서대문구 ‘안산’이 장애인과 임산부 등도 품을 수 있는 편안한 공원으로 꾸며진다. 서울 서대문구가 내년까지 안산도시자연공원을 휠체어로 등반할 수 있는 ‘무장애 자락길’로 완성할 계획이다. 최근 무장애 자락길 2차 구간 공사를 끝내고 내년에는 3차 구간 공사를 진행한다. 장애 여부나 나이에 상관없이 도심에서도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다. 완공 후에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5일 구에 따르면 최근 안산도시자연공원에는 홍제동 홍제사 뒤편부터 현저동 한성과학고등학교까지 휠체어로 등산할 수 있는 무장애 자락길 2차 구간 1.3㎞가 추가로 마련됐다. ‘안산 자락길’은 안산 자락을 거닐며 꽃과 나무를 편안하게 감상하고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숲길이다. 이로써 기존 비포장 자연 숲길 1.4㎞와 포장로 2.13㎞, 지난해까지 공사 완료한 1차 구간 0.39㎞를 더해 총 5.22㎞의 자락길 휠체어 등반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완공한 자락길은 난간이 있는 나무데크와 마사토로 포장해 숲길 안전도를 높였다. 사업비는 13억 5000만원이 투입됐다. 구는 안산 주변을 모두 무장애 자락길로 연결하기 위해 내년에 시비 29억원을 들여 2.52㎞ 구간을 추가로 완공할 계획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무장애 자락길 7.7㎞가 마련돼 주민들이 보다 많은 숲길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문석진 구청장은 “산에 오르는 주민과 만날 때마다 세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숲길이 잘 조성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중심에 위치한 안산은 해발 296m로 약수터 22곳과 오감을 느끼게 해주는 층층나무, 메타세쿼이어숲, 자작나무 숲길이 잘 갖춰진 서울의 명산이지만 숲길 경사가 심하고 계단 때문에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구는 노약자와 장애인, 임산부가 자유롭게 산자락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과 턱을 제거하고 보행 감촉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해 왔다. 안산도시자연공원은 아름다운 산과 걷고 싶은 자락길 외에도 아홉 가지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한다는 의미를 담아 ‘서울구경(九景)’으로 불린다. 정상 봉수대에서 바라보면 남산과 63빌딩 등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문 구청장은 “서대문의 즐거움인 안산에 보행이 불편한 사람도 쉽게 찾아와 심신을 치유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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