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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안에 또다시 큰 비…추가피해 없도록 대비해야

    남해안에 또다시 큰 비…추가피해 없도록 대비해야

    태풍 ‘차바’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금요일인 7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 사이에 남해안에 또다시 집중 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7일 오늘 낮 최고기온은 20도에서 25도로 중부지방은 전날과 비슷하겠고, 남부지방은 낮다. 오전에 제주와 전남 해안에서 비(강수확률 60∼90%)가 시작돼 밤에는 그 밖의 남부지방과 충청, 강원 남부로 확대되겠다. 강원 영동은 대체로 흐리고 아침까지 비(강수확률 60%)가 조금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밤부터 다음날 오전 사이에 남부지방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 7일 오전 5시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예상 강수량은 남해안·지리산 부근 120㎜ 이상, 그 밖의 남부지방·제주 30~80㎜, 충청 20∼60㎜, 서울·경기·강원 5∼20㎜다. 특히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이날 밤부터 오전 사이에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집중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이며, 태풍 피해가 발생한 그 밖의 남부지방에도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심각한 추가피해가 우려되니 철저히 대비할 것을 기상청은 당부했다. 기상청은 “산지와 내륙 도로는 추가적인 산사태와 토사유출의 위험이 크며, 계곡·하천은 급격히 물이 불어날 수 있다. 지반이 약화하면서 하천제방과 축대의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다의 물결은 남해 동부 먼바다와 남해 서부 동쪽 먼바다에서 2.0∼3.0m로 높게 일다가 차차 낮아지겠고, 그 밖의 해상에서는 0.5~2.5m로 일겠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가 블로그] “철 지나고 태풍 휩쓴 마당에 물놀이 명소 지정이라니”

    [관가 블로그] “철 지나고 태풍 휩쓴 마당에 물놀이 명소 지정이라니”

    “진짜 생뚱맞지 말입니다. 지금이 한가하게 물놀이 명소를 소개할 때인지 궁금합니다. 18호 태풍 ‘차바’가 막 휩쓸고 지나간 마당에, 게다가 이제 물에 손을 넣기에도 꽤 차가워진 날씨에 물놀이를 가라는 것인지….”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A서기관은 6일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국민안전처는 ‘물놀이 안전명소’ 5곳을 발표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덧붙였다. 물놀이 안전명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후보를 추천받은 뒤 민간 전문위원과 합동으로 현장평가와 서류평가를 거쳐 선정한다고 한다. 2014년 10곳, 지난해와 올해 각각 5곳이다. B사무관은 “물놀이 시기를 이미 넘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년 물놀이철(6~8월)까지 새까맣게 멀었다”며 “앞으로 짧아야 8개월 뒤 맘놓고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주무관도 “복구에 구슬땀을 쏟느라 바쁜 국민도 많은데 분위기에 어긋나는 것 같다”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특히 물놀이 안전명소로 뽑힌 5곳 가운데 전북 고창군 ‘문수계곡’의 경우 지난 5일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태풍 차바가 바로 턱밑까지 닥쳤던 지역이다. 남부 전역에 태풍 특보가 발효됐던 터다. 전북지역엔 이날 최고 130㎜의 폭우가 쏟아졌다. 경북 영덕군 ‘오천솔밭’, 충북 청주시 ‘청석골’, 경기 가평군 ‘산장국민관광지’도 결코 차바의 영향에서 벗어난 곳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다. 회사원 송모(48·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아무리 한반도를 비켜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태풍의 진로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19호 태풍 ‘에어리’(AERE·미국에서 제출한 것으로 폭풍우를 의미)와 20호 ‘송다’(SONGDA·베트남 강 이름)가 대기 중이라는데 듣기만 해도 무섭다”며 혀를 찼다. 태풍을 피하더라도 간접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당장 7~8일 전국에 또 적잖은 비가 내린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태풍 차바] 경북 경주서 실종된 1명 숨진채 발견

    [태풍 차바] 경북 경주서 실종된 1명 숨진채 발견

    18호 태풍 ‘차바’로 경북 경주에서 실종된 2명 가운데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주경찰서와 경주소방서에 따르면 양북면 호암리에 사는 김모(82)씨는 5일 오후 2시쯤 떡을 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이날 양북면에는 217㎜가량 비가 내렸다. 당시 김씨 논 옆에는 그가 타고 간 오토바이가 발견됐다. 김씨의 시신은 6일 오전 6시 30분쯤 경주 양북면 봉길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발견됐다. 실종된 다른 한 사람은 아직 행방불명 상태다.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쯤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에서 이모(65)씨가 보이지 않는다고 이씨 지인이 112와 119에 신고했다. 그는 “비가 많이 와서 차가 떠내려갈 것 같다며 이씨가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나가보니 차가 전신주에 묶인 상태에서 이씨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실종된 지역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씨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 코스닥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처럼 적자를 기록 중이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른바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는 등 상장·공모제도를 개편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사업 성공 단계에 오르기 전 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7년간 적자 상태였으나 2010년 나스닥에 입성해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0억 달러(약 4조 4000억원)를 올린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증권사 등 상장 주관사는 자기자본이나 생산 기반 등이 부족해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을 발굴해 특례상장을 추천할 수 있다. 단, 상장 주관사는 공모에 참여한 일반 청약자에게 상장 후 6개월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환매할 수 있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코스닥 일반상장 요건도 완화돼 적자 기업도 입성할 수 있다.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 코스닥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처럼 적자를 기록 중이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른바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는 등 상장·공모제도를 개편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사업 성공 단계에 오르기 전 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7년간 적자 상태였으나 2010년 나스닥에 입성해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0억 달러(약 4조 4000억원)를 올린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증권사 등 상장 주관사는 자기자본이나 생산 기반 등이 부족해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을 발굴해 특례상장을 추천할 수 있다. 단, 상장 주관사는 공모에 참여한 일반 청약자에게 상장 후 6개월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환매할 수 있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코스닥 일반상장 요건도 완화돼 적자 기업도 입성할 수 있다.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 ▲직전 2년 평균매출증가율 2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만져질 듯한 창의문… 리얼한 백사실계곡… QR코드로 VR 감상하세요!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만져질 듯한 창의문… 리얼한 백사실계곡… QR코드로 VR 감상하세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의 ‘핫플레이스’ 종로구 부암동을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신문은 VR 콘텐츠 전문 제작업체인 이머시브미디어코리아와 함께 서울미래유산 투어 ‘종로구 부암동’ 편을 제작, 공개한다. VR이란 특정 장소를 360도로 보여주는 콘텐츠다. 머리에 쓰는 안경 형태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착용하면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HMD 기기가 없더라도 스마트폰 또는 개인용컴퓨터(PC) 화면을 손가락이나 마우스로 돌려보며 현장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VR 영상은 기사 옆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열거나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보면 된다. 크롬, 익스플로러 최신 버전 또는 유튜브 앱으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5분 13초 분량의 영상에서는 이범수 사회2부 기자가 차분하면서도 흥미로운 목소리로 부암동의 명소를 소개한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석파정별당과 서울 같지 않은 자연 풍경을 간직한 백사실계곡, 한양도성 9개 문 중 하나인 창의문 등을 바로 옆에서 보듯 감상할 수 있다. 김성민 이머시브미디어코리아 대표는 “VR이 내년 하반기부터 교육과 영화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라면서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활용폭이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추사 김정희도 힐링했다는 백사실계곡 별장터 찾아 시간 여행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추사 김정희도 힐링했다는 백사실계곡 별장터 찾아 시간 여행

    서울미래유산은 정치역사, 산업노동, 시민생활, 도시관리,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나뉜다. 산업노동분과 세부선정기준에 따르면 개별 건조물보다는 산업활동 간 상호 유기적 관계를 갖는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도시산업사에서 상징성이 높은 건물은 개별 선정이 가능하다. 공산품의 경우 최초 제품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야 하고 동상·탑·기념물인 경우 예술적 가치만을 고려한다. 서울의 산업화와 노동현실을 다룬 문학작품도 지정할 수 있다. 다음엔 시민생활분과 세부선정기준을 알아본다. 서울시는 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서울신문·문화지평과 공동주관으로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입추, 처서, 백로 등 가을 절기가 모두 지났지만 여전히 무더웠던 지난달 10일.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홍지문과 탕춘대성(서울시 유형문화재 33호)에서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아홉 번째 답사가 오전 10시 시작됐다. 참석자 대부분이 생소하게 마주한 성과 성문 앞에서 배건욱(47)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해설에 귀를 쫑긋 세웠다. 홍지문·세검정 현판은 박정희 친필전국 21개 문화재에 흔적… 가장 많아 “홍지문, 탕춘대성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산성 명칭을 탕춘대성이라고 한 것은 현재 세검정이 있는 동쪽 100여m 되는 산봉우리에 탕춘대(蕩春臺)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탕춘대는 연산군이 1506년 이곳에 누대(樓臺)를 지어 연희 장소로 삼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영조 때는 무사들을 훈련시키는 연융대(鍊戎臺)로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세검정 정자를 지나 월드캐슬 빌라 정문 왼쪽 암벽 아래 표지석으로 남아 있다. 배 해설사는 특유의 또렷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왜란과 호란 과정에서 수차례 한양이 함락되는 수모를 겪었던 조선 왕조는 수도 방위를 전후 복구의 중심에 뒀습니다. 성 축조에는 많은 찬반 양론이 있었고 공사가 거의 완성될 때까지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신하들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서울미래유산’ 소전 손재형 옛 가옥현재는 한정식집 ‘석파랑’으로 변신 홍지문 편액은 숙종이 친필로 내렸다. 한성 북쪽 문이라서 한북문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임금이 편액을 내렸기 때문에 홍지문으로 정리됐다. 1921년 1월 문루가 주저앉은 데 이어 8월에 대홍수로 사천(모래내)이 흐르던 오간수문마저 유실된 것을 1977년 복원했다. 편액은 이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것이다. 편액 글씨와 관련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 친필 문화재 현판 현황’에 따르면 전국 27곳 문화재에 전직 대통령 친필 현판이 걸려 있다. 그중 홍지문, 세검정 등 박 전 대통령 친필이 있는 곳이 21곳으로 가장 많았다. 노 의원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재복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코스에는 서울미래유산이 단 한 곳뿐이다. 종로구 홍지동 125에 있는 한정식집인 석파랑이다. 서예계 거목인 소전 손재형(1903∼1981) 선생이 말년에 작품활동을 했던 곳으로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배 해설사에 따르면 이곳은 한정식집으로 서울미래유산이 된 게 아니라 소전이 지은 옛 가옥이기 때문이다. 1985년 사용 승인된 한옥은 1989년 소유주가 소전의 딸에서 현재 석파랑을 운영하는 김주원 회장으로 변경됐다. 김 회장은 1993년부터 이곳을 한식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김 회장은 “가족 잔치와 상견례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특히 한국을 찾은 외교사절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석파랑 언덕배기에는 석파정 별당(서울시 유형문화재 23호)이 있다. 소전이 이곳에 집을 지으면서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에서 별당을 옮겨 놓은 것이다. 별당에서는 조선 후기 유행했던 중국풍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다. 배 해설사는 “별당 규모는 작지만 훌륭한 기술을 가진 한옥 장인이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지은 조선 후기 상류사회의 대표적인 별장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석파(石坡)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호로 석파정은 이번 답사 종착지인 서울미술관 뒤쪽에 있다. 원래 이 정자는 조선 말 세도가인 영의정 김흥근의 별장이었다. 흥선대원군은 이를 자신의 별장으로 만들고 싶어 고종을 하룻밤 머물게 하는 꼼수를 부린다. 배 해설사는 “당시 군신관계 관습상 군왕이 머물렀던 곳은 신하가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흥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자를 상납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내 안양각 뒤 바위에 ‘삼계동’이란 각자(刻字)가 있어서 ‘삼계동 정자’로 불리다가 대원군이 차지하면서 자신의 호를 딴 석파정(石坡亭)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번 코스의 테마는 ‘도심의 쉼터 부암동’이다. 서울 시내에서 몇 안 되는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동네다. 그래선지 예부터 세도가들의 별장이 많았다. 부암동 동명은 부암동 134에 부침바위(付岩)가 있던 데서 유래됐다. 부침바위에 다른 돌을 자기 나이 숫자대로 문지르다 붙여서 떨어지지 않으면 잃어버린 아들을 찾거나 사내아이를 얻는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높이 2m 정도 되던 바위는 1960년 자하문 도로공사 때 깨뜨리기 전까지 서 있었다. 지금은 이 바위를 기념하는 비슷한 크기의 석조 조형물이 세검정 삼거리에 있고 표지석은 부암동 유원빌라 근처에 있다. 답사단은 세검정(서울시 기념물 4호)과 조선시대 궁중, 중앙관청에서 쓰는 종이를 만들던 조지서 터를 지나 세검정초등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운동장 구석진 곳에 있는 장의사(莊義寺) 당간지주(보물 235호)를 보기 위해서다. 장의사는 황산벌 싸움에서 전사한 신라 화랑 장춘랑과 파벌구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당간지주란 절 입구에 깃발을 거는 기둥인 당간을 받치는 돌기둥을 말한다. 운동장 한쪽에 높이 3.63m의 거대한 석주 두 개가 단단하게 박혀 있다. 신라의 화랑 넋 기리는 ‘당간지주’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위치한 ‘보물’ 답사에 참여한 류창국(46)씨는 “당간지주를 바라보고 있자니 신라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고 두 화랑의 기백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의사는 연산군이 일대에 탕춘대를 만들면서 폐사되고, 이 터에는 ‘이괄의 난’의 영향으로 인조 2년(1624년)에 총융청이 자리잡았다. 총융청은 한양도성 외곽 경기지역 경비를 맡아 오다 고종 21년(188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세검정초등학교 담장 중간쯤 총융청 표지석이 있다. 답사단은 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백사실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본격적인 도심의 쉼터로 들어가기 위함이다. 부암동 마을정자인 신영정을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만든 이정표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한다. 백사실계곡을 가려면 거대한 바위 위에 지어진 현통사를 지난다. 종로구 부암동 115 일대 백사실계곡은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도심 청정구역이다. 북악산 북사면에서 발원한 계곡물에는 도롱뇽, 가재, 무당개구리 등이 서식한다. 1800년대 별서 유적지인 백석동천(명승 제36호)이 각자로 남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별장터는 백사 이항복의 소유였다는 설이 많으나 고증되지 않았다. 후일 추사 김정희가 이 터를 사들여 새롭게 별서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옛 문헌에서 찾아냈다. 백사실계곡이 도심 속에 깨끗하고 조용한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아온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답사단이 찾은 이날 역시 계곡 밖은 햇볕이 이글거렸지만 이곳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든 ‘녹색그늘’로 시원했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백석동천’(白石洞天)의 호방한 각자가 풍광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어머니와 부인, 딸 등 일가족과 함께 나온 이영기(41)씨는 “평소 무심코 지났던 곳에 대해 역사적 배경이 담긴 해설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 시니어클럽에서 활동하는 이재원(63)씨는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 클럽 어르신들을 백사실계곡에 모시고 와서 설명해 드리고 싶어서 먼저 배우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창의문(보물 1881호)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한양도성 백악구간이 훤하게 보인다. 멀리 백악의 가파른 산세를 좇아 도성을 쌓았을 조선 민중들의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로 들리는 듯하다. 서울 사소문 중 하나이자 자하문이란 예쁜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창의문에 다다랐다. 사소문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귀한 유적이다. 인왕산 산세가 흡사 지네 같다고 해서 홍예문 천장에는 지네의 천적인 닭이 그려져 있다. 안평대군 이용의 별장인 무계정사(서울시 유형문화재 22호)가 있던 터에 이르자 한옥채 공사가 한창이었다. 명필이었던 안평대군이 남긴 ‘무계동’(武溪洞)이라는 각자가 이곳이 무계정사가 있던 터라는 것을 증명했다. 바로 옆은 문인 현진건의 집터가 있다. 답사단은 마지막 지점인 석파정이 있는 서울미술관에 도착했다. 몇 해 전 개인에게 팔린 뒤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입장권을 사야만 대원군의 별장을 오롯이 볼 수 있다. 아쉽지만 배 해설사가 준비해 온 사진으로 답사 갈증을 풀었다. 배 해설사는 “부암동이라는 공간은 조선시기 한양도성 너머에 있어 도성 배후지 역할을 했고 개발도 많이 됐지만 그래도 고유 모습을 꽤 간직한 곳이다. 특히 백사실계곡은 자연을 잘 간직하고 있고 일급수지의 청정지역이자 다양한 시간을 넘나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답사를 마무리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The Best 시티] 관악이 이뤄가는 생태도시 ‘쉼’·청년도시 ‘꿈’

    [The Best 시티] 관악이 이뤄가는 생태도시 ‘쉼’·청년도시 ‘꿈’

    ‘고시촌 1번지’이자 ‘전국 최대 1인 가구 거주지’로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인 관악구가 관악산 입구와 도림천 재정비 등을 통해 문화생태도시로 거듭난다. 사법고시 폐지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걷는 고시촌은 전국 최대 20~30대 인구비율을 자랑하는 청년도시 관악구답게 ‘청년드림센터’ 조성을 통해 부활을 꿈꾼다. 전국에서 고시생들이 몰려들어 입신양명의 용꿈을 키웠던 관악구는 사법고시 폐지가 합헌이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고시촌’이란 간판은 떼어내게 생겼다. 하지만, 청년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는 청년도시로서 청년들의 또 다른 꿈을 지지하는 진정한 청년도시란 새로운 간판을 막 달려는 참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교통] 강남도시고속도로 7월 개통…1시간 걸리던 양재~금천 7분이면 통과 서울 관악구 면적의 38%를 차지하는 관악산은 구의 대표적인 자산이다. 서울대를 감싼 관악산은 과천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시, 안양시, 금천구에 걸쳐 있는데 조순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많은 공무원이 한때 관악산을 넘어 과천정부청사로 아침마다 등산 출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년 700만명이 찾는 관악산 등산로 입구는 한때 계곡 주변의 불법 노점상과 식당들로 시민들에게 불쾌함까지 안겼다. 20년간 휴게소와 주차장이 있지만, 건물은 낡고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개통, 신림경전철 착공 등 변화하는 교통 여건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 7월 개통한 강남도시고속도로는 ‘텔레포트’(공간이동)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관악구의 교통을 확 바꿔 놓았다. 양재에서 금천까지 1시간 이상 걸리던 길을 최단시간 7분이면 통과할 수 있다. 양재나들목에서 금천나들목까지 이용하면 통행료 3200원이 들긴 하지만 사당에서 서울대입구까지는 무료다. 덕분에 항상 정체에 시달리던 남부순환도로의 교통상황이 한결 나아졌다. 대부분 지하 터널로 구성된 강남도시고속도로의 2단계 공사까지 완료되어 양재나들목은 수서까지, 금천나들목은 L자 모양으로 서부간선도로와 월드컵대교까지 이어지면 관악구는 더욱 사통팔달의 교통요지가 된다. 2021년 8월 완공 예정인 신림경전철은 관악구민들의 발에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휴식] 관악산 입구·도림천 재정비… 생태학습장·도서관 등 주민 위한 공간 변신 관악구는 관악산 입구에 서울대 미대와 협력한 조각공원과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종영, 최종태, 오윤, 권진규 등 서울대 미대의 빛나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관악산 입구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구는 이미 마을텃밭을 조성해 활발하게 도시농업을 벌이고 있다. 도시농업공원은 천혜의 생태학습장인 관악산이 제공하는 자산을 더욱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터전이 될 전망이다. 관악산에는 시(詩)도서관, 숲속도서관 등의 작은도서관이 조성되어 등산객들에게 정신적 휴식까지 안겨준다. 관악구의 젖줄인 도림천도 냄새 나던 실개천에서 주민들이 사랑하는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를 관통하며 6.7㎞ 구간이 흐르는 도림천은 테마공원①으로 바뀌었다. 휠체어를 타고 쉽게 도림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고 자전거도로와 체육시설, 문화공간, 벽화 등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컨테이너로 만든 ‘도림천에서 용나는 작은 도서관’에는 실제로 용 모양 조형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올여름 도림천 물놀이장에서는 많은 아이가 물장구를 치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동심의 눈높이에 맞춘 기린벤치, 야자수 물양동이 등을 조성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했다. 트릭아트를 활용한 도림천변의 벽화는 캥거루, 판다, 학, 코끼리 등 동물을 소재로 해 도림천 테마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는 인기 포토존이다. [청년] 1인가구 전국 최다… 고시촌 부활 상징 랜드마크 ‘청년드림센터’ 설립 39%로 전국에서 최대 20~30대 인구 비율을 자랑하는 관악구에는 혼자 사는 사람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마트에서 1인 가구를 위해 바나나를 2개씩 담은 일인분 포장과일을 파는 것도 고시촌에서는 일상이다. 고시원에서 여전히 꿈을 좇는 청춘들을 위해 고시촌 지역 유휴공간인 옛 289번 버스종점 부지에 4211㎡(1274평) 면적의 ‘청년드림센터’②가 들어선다. 최고의 청년도시에 걸맞은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목표로 지하 2층, 지상 3층의 청년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청년 창업·문화·교육 복합시설 및 공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청년드림센터가 들어서는 곳은 고시촌의 중심부로 관악구 청년들이 모이기 쉬운 위치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청년드림센터는 관악의 청년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자 고시촌의 새로운 부활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일자리, 문화, 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복합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청년도시 관악의 오아시스로 청년들이 여기서 오아시스처럼 갈증 나면 목도 축이고 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생산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자치단체장 25시] 사계절 청정 자연환경… 지리산 공기도 파는 ‘산청의 무한도전’

    [자치단체장 25시] 사계절 청정 자연환경… 지리산 공기도 파는 ‘산청의 무한도전’

    경남 산청(山淸)군은 지명처럼 자연환경이 청정하고 아름답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을 비롯해 황매산, 왕산, 둔철산 등 높고 험준한 산에 겹겹이 둘러싸였다. 높은 산이 많은 만큼 깊은 계곡도 많아 깨끗한 물이 사계절 마르지 않는다. 덕천강, 경호강, 양천강이 산청군을 굽이쳐 돌아 남강으로 모인다. 허기도(63) 산청군수는 “산청이 가진 천혜의 청정한 자연환경은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이를 적극 활용해 지역 발전과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군수는 “산악 지형이 많아 일반 제조공장 입지로는 불리하지만 한방이나 항노화 등 청정한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산업에서는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산청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군정 운영 방침을 ‘부자산청, 교육산청, 녹색산청, 관광산청’으로 정했다. ●산청여고서 13년간 교사 생활 학창 시절 허 군수의 장래 희망은 기자였다. 학생을 가르치며 고향에서 함께 지내기를 바라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경상대 사범대학에 들어가 산청여고 국어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3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건설업에 뛰어들어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갖췄다. 허 군수는 주변의 권유로 1998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군수 출마를 저울질하다 여의치 않자 사업가로 돌아갔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이 정치하자”는 지역 선배 정치인의 요청에 따라 선거에 나서 8, 9대 도의원을 연임했고 2014년 새누리당 공천으로 군수에 당선됐다. 허 군수는 “두루 사회 경험을 한 게 군정을 살피고 정책을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허 군수와 동행하며 군정과 주요 사업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추석을 앞두고 이날 오전 허 군수와 공무원, 지역 기관장 등은 전통시장을 돌며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상인들의 어려움을 들었다. 허 군수는 시장번영회 회원들과 공무원들에게 “전통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으로 많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면서 “품질 좋고 요긴한 지역 특산품이 전통시장에 있어야 하고 특히 관광버스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종합힐링센터 꿈꾸는 ‘동의보감촌’ 오후 1시 산청농협 앞 사거리에서 열린 산청 홍화막걸리 개발 시판 시음회에 참석한 허 군수는 “산청 지역 특산 약초인 홍화로 만든 막걸리가 건강식품으로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약초의 고장 산청을 널리 알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격려했다. 산청한방약초축제 개막을 앞두고 행사를 준비하는 동의보감촌을 찾아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준비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기도 했다. 금서면 동의보감촌은 산청군의 역점시책인 녹색·힐링 관광의 중심 시설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8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동의보감촌을 찾아 한방·약초의 본고장을 체험하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 허 군수는 “동의보감촌은 지리산 정기를 받으며 체험과 숙박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방 항노화 원스톱 종합힐링센터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산청군이 최근 발표해 관심이 쏠린 지리산 공기 상품화 사업도 허 군수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녹색·관광 사업 가운데 하나다. 지리산 원시림 속의 깨끗한 공기를 압축해 담은 캔 상품을 개발해 내년 국내외 판매를 목표로 진행한다. 허 군수는 “공기 상품화 사업은 전망이 밝은 미래 전략 사업이고 산청의 청정 환경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힐링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산청군이 청정지역으로 소문나면 찾아와 머물다 간 뒤 또다시 찾아오는 힐링 관광지로 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부족 해소 위해 댐 16곳 건설 계획 지난 8월 말 산청군은 수자원 확보를 위해 소규모 댐 16곳(총저수량 1억 1000만t) 건설 계획을 밝혔다. 허 군수는 “비가 많이 내릴 때 산청 산악지역에서 남강댐을 거쳐 사천만으로 흘러나가는 물을 소규모 댐을 만들어 저장해 놓으면 가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며 “한국농어촌공사와 2년 넘게 현장 조사를 해 최적의 댐 건설 장소를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저수지와 댐에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주변에 주택단지, 생태공원, 자연학습장 등의 시설을 조성하면 수자원 확보와 함께 친환경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인구유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허 군수는 설명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산청군의 숙원사업이다. 산청군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리산권 영호남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하면서 부담 탓에 모두 반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군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지리산의 사계절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리산 케이블카가 하루빨리 건설돼야 한다”면서 “지리산의 가장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는 최적의 노선이 산청 지역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공법 개발로 환경 훼손 없이 건설할 수 있고 탐방로를 걸어서 오르는 것보다 오히려 환경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어촌 지자체가 안고 있는 공통 고민 가운데 하나가 열악한 교육 여건이다. 고향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허 군수는 농촌 학교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허 군수는 학생수가 줄어드는데도 지역마다 여러 중·고교를 운영하면서 예산이 많이 들고 교육 효율성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규모 학교 통합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거점지역에 기숙사를 갖춘 중·고교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동의하지 않는 학교 동문회를 상대로 통합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 결과 4개 고교가 기숙형 산청고로 통합하고 5개 중학교가 기숙형 산청중으로 통합해 2018년 3월에 개교 예정이다. 산청군은 학교통합 인센티브로 410억원의 특별교부금도 받았다. 허 군수는 “서울의 실력 있는 유명 강사와 교수들을 초빙해 방과후 수업과 특기를 살리는 적성화 교육 등을 하는 등 도시보다 더 공부하기 좋은 교육 여건을 조성해 도시학생들이 몰려오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자치단체장은 선거와 표를 의식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허 군수는 “군수를 한 번 더 하고 못하고를 떠나 지역과 군민을 위해 올바르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신껏 사심 없이 일하다 보면 군민들도 진정성을 알고 지지를 보내 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전남 광양 펜션서 남녀 5명 자살기도 4명 사망

    전남 광양 펜션서 남녀 5명 자살기도 4명 사망

    전남 광양의 한 펜션에서 20∼3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광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쯤 전남 광양시 진상면 모 계곡 인근 펜션 객실에서 남녀 5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공익요원 유모(22)씨와 이모(33)씨, 정모(37·여)씨,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30대 추정 남성 등 4명이 숨졌다. 이중 의식을 잃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은 김모(34)씨는 회복해 경찰 조사에 응하고 있다. 자살 카페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쯤 펜션에 투숙했다. 지난 2일 새벽 한차례 실패한 후 3일 오전 1시 또다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방안에는 연탄이 피워져 있었으며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빚 때문에 힘들다. 부모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유서 4장이 발견됐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광양 펜션서 20~30대 남녀 4명 숨진 채 발견…유서 내용 보니

    광양 펜션서 20~30대 남녀 4명 숨진 채 발견…유서 내용 보니

    전남 광양의 한 펜션에서 20∼30대 남녀 4명이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광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5분쯤 전남 광양시 모 계곡 인근 펜션 객실에서 남녀 5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유모(22)씨와 이모(33)씨, 정모(37·여)씨,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30대 추정 남성 등 4명이 숨졌다. 김모(34)씨는 약하게 의식이 남아 있는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방 안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었으며, 수면제와 ‘먼저 가서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A4 용지 네 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 진술 등을 토대로 이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지난달 30일 전남에 내려와 동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연휴를 앞둔 이날 순천에서 모였다가 빈 방이 없자 인근 광양으로 이동해 오후 10시쯤 펜션에 투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일 오전 3시 30분쯤 욕실에 연탄을 피웠다. 그러나 불이 꺼지자 하동에 나가 다시 연탄과 가스버너를 구입했고 3일 오전 1시쯤 재차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일 유씨와 김씨에 대한 미귀가자 신고를 접수하고 순천과 광양 일대를 수색 중이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미약품 늑장 공시 의혹… 금융당국 “내부거래 조사”

    한미약품 늑장 공시 의혹… 금융당국 “내부거래 조사”

    거래소 “개장 전 알릴 시간 충분”… ‘검은 금요일’에 피해자들 분노 지난달 30일 제약바이오 업종의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를 만든 한미약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간다. 한미약품은 절차상의 지연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피해자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2일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수출계약 파기건 공시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이후 오후 4시 30분쯤 미국 제넨테크에 1조원 상당의 표적 항암제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 29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베링거)에 기술이전한 다른 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개발이 중단됐다고 공시했다. 24시간도 안 돼 호재와 악재 공시가 연달아 나와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30일 개장 직후 5% 이상 급등했던 한미약품은 이날 18.06% 하락 마감했다. 전날 호재성 공시를 보고 투자했다면 20% 이상 손실을 봤을 수 있다. 거래량도 180만주로 폭증했다. 한미약품의 평소 거래량은 10만주 전후다. 거래소는 이날 공매도 물량이 10만 4237주로 한미약품 상장(2010년 7월) 이후 가장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과정에서 이득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 또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히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제넨테크와 기술수출 계약을 통지받은 건 지난달 29일 아침이다. 회사 측은 24시간 이내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당일 오후 4시 30분쯤 공시했다. 베링거가 개발 중단을 통지해 온 시간은 당일 오후 7시 6분이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당직자 등에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회사 측 공시 담당자가 30일 오전 8시 40분 거래소에서 공시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며 “신속히 해야 하는 건 알지만 관련 증빙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 규모와 실제 수취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장 전 공시를 통해 악재를 알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지만 투자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거래소와 협의해 오후 7시 이후에도 공시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공시를 위한 특별한 승인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상장사라 회사 측이 서둘렀다면 개장 전 공시가 가능했을 거라고 거래소 측은 보고 있다.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이번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베링거는 올무티닙의 개발을 중단하면서 ‘모든 임상데이터에 대한 재평가 및 급변하는 폐암 치료제 시장의 동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올무티닙의 경쟁 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의 성공적인 임상 3상 결과가 지난 7월 발표됐다. 올무티닙은 임상 2상 상태다. 신약 개발에서 임상 2상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올무티닙은 임상 과정에서 신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망자가 지난 4월 발생했다. 이후 6월과 9월 부작용이 보고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신규 환자에 대한 올무티닙 사용을 제한하고 이미 사용 중인 환자는 의료인의 판단하에 신중하게 투여하라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연휴 내내 강한 비… 일부 지역 강수량 200㎜

    4일부터 남부는 태풍 ‘차바’ 영향권 국군의 날부터 개천절까지 사흘 연휴 내내 전국이 궂은 날씨를 보이겠다. 연휴 기간 중부지방의 최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겠지만 남부지방은 조금 낮은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연휴가 시작되는 1일 충청·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남해상에서 북상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오후까지 비가 오고, 서울·경기지역과 강원도는 동해상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이 끼겠다고 30일 예보했다. 2일과 3일에는 중국 중부지방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을 동반한 천둥·번개와 함께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오겠다. 비가 많이 내리는 강수대의 폭이 좁아 지역적으로 강수량의 편차가 큰 가운데 연휴 기간 누적 강수량이 200㎜가 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제17호 태풍 ‘메기’가 중국 남부에서 소멸되면서 남긴 많은 양의 수증기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되며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연휴 기간 국지적으로 매우 강한 비가 예상되는 만큼 산사태와 저지대 침수 피해에 대비하고 등산객과 계곡 야영객은 특히 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괌 부근에서 북상하고 있는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4일부터는 제주도와 남해동부, 동해남부해상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물결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소형급 태풍인 차바는 2일 오전 중형 태풍으로 확대되고 시속 23㎞ 속도로 빠르게 올라와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반도 주변 기압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수상한 휴가’ NS윤지, 절벽타기 도중 갑자기 실종 ‘충격’

    ‘수상한 휴가’ NS윤지, 절벽타기 도중 갑자기 실종 ‘충격’

    ‘수상한 휴가’ NS윤지가 갑자기 실종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6일 방송되는 KBS 2TV ‘수상한 휴가’에서는 재경과 NS윤자의 스위스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초반부터 두 사람에게 위기 상황이 벌어진다. 스위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익스트림 스포츠 ‘캐니어닝’(계곡에서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스포츠)을 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계곡으로 향한 두 사람은 첫 코스부터 멘붕에 빠졌다. 90도 각도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위에서 오직 로프에 의치한 채 계곡으로 내려가는 ‘절벽타기’를 해야 했던 것.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먼저 절벽을 탄 재경은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다가 결국 실성하고 말았다고. 다음으로 NS윤지의 차례가 오자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던 그녀는 쉽게 절벽 밑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NS윤지는 결국 절벽타기에 도전,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강 중 갑자기 실종, 절벽 위에선 그녀를 애타게 부르고 먼저 내려가 있던 재경 역시 크게 소리를 질렀다. NS윤지는 당시 속으로 “여기서 난 이렇게 가는 구나”라는 극단적인 생각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고 전해 과연 절벽타기 중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본 방송을 궁금케한다. 이들의 위험천만했던 여행기는 26일(월) 밤 8시 55분 KBS 2TV ‘수상한 휴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 부조는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도로변 수박을 쪼개 파는 사람들, 참 힘들게 먹고 산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어느 눈 큰 여자도 지 옆에 남자가 찰싹 달라붙어 시종 뭐라고 촐삭대는데도 날 노골적으로 할끔거린다. 이래도 되냐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는데 도대체 어느 언어로 쏘아붙여야 통쾌한 반응을 얻어낼지 자신이 안 서 참았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통로 건녀편 여자가 또 할끔거리다 이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남정네는 잠에 골아떨어졌다. 쯔쯔.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 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 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을 묘사한 부조 ‘알현’은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퇴색한 유원지에 화사한 공공예술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퇴색한 유원지에 화사한 공공예술

    경기 안양은 서울 남쪽의 위성도시다. 시흥시에 속한 한 촌이었다가 일제시대 경부선이 지나면서 급성장했다. 오랜 역사가 남아 있는 도시이긴 하지만 제지, 섬유 중심의 산업이 다소 발달했을 뿐 서울의 위성도시 외에는 별다른 특징을 꼽기 어려운 약점도 있다. 그러던 안양이 21세기 들어 새롭게 주목한 분야가 바로 공공예술이다. 2000년대 초 안양은 공공예술에 큰 관심을 갖고 ‘공공예술의 도시’를 꿈꿨다 그 첫 실행으로 2005년 ‘제1회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라는 공공예술 축제를 열었다. 이후 2~3년에 한 번씩 꾸준히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개최해왔다. 올해 제5회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오는 10월 열린다. 순수 지자체 예산으로만 치르는 행사여서 2~3년에 한 번씩 개최하기도 쉽지 않지만 ‘국내 최초, 유일한’ 공공예술 축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양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수도권 대표 나들이 명소, 노천 전시관 대변신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이 공공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심이 되는 곳이다. 만안구 석수동 일대에 위치한 이 공원은 ‘안양유원지’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1960~70년대 수도권의 대표 나들이 명소였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에 흐르는 맑은 계곡을 중심으로 포도나 과수농원이 주를 이루던 곳이었다. 그러던 유원지가 난개발되고 무허가 주택, 음식점, 사행성 게임업소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사회 환경적인 문제가 심각해지자 1980년대 이후로는 차츰 명성을 잃어 갔다. 2000년대 들어 공공예술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온 안양시는 안양 원지부터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제1회 APAP를 안양유원지 중심으로 개최하면서 대변신을 서둘렀다. 하천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한편 유원지의 이름을 ‘안양예술공원’으로 바꾸었다. 1회에만 공원 내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예술작품 52점을 선보였다. 안양예술공원을 공공예술작품들이 즐비한 노천 전시관처럼 구상한 또 다른 목적은 과거 가족이나 청소년을 위한 나들이, 소풍 장소로 유명했던 공원의 기능을 되찾기 위함이기도 했다. 안양 유원지에 대한 추억 한 자락은 갖고 있는 60대 이상 장년층들처럼 오늘날 지역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도 안양예술공원이 추억의 명소가 되길 바랐다. 공원에 설치된 공공예술 작품들을 아이들이 부담 없이 만지고 놀 수 있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산, 계곡이 아름다운 주변 환경과도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안양 파빌리온·김중업박물관 개관으로 제2막 안양예술공원은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인 안양 파빌리온의 탄생과 근현대 대표적인 건축가 김중업 박물관의 개관과 함께 제2막을 열었다. 예술공원 중심에 위치한 안양 파빌리온은 포르투갈 출신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가 아시아 지역에 처음 설계한 건축물이다. 2006년 설립되어 기획전시관으로 활용돼 왔으나 2013년 10월 안양 파빌리온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어느 한 곳에서도 같은 모양이 없는 건물 외관과 시원하게 뚫린 반구형 내부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파빌리온 홀 한가운데 놓여 있는 원형 벤치가 눈길을 끈다. 종이로 만든 이 벤치에서 시민들은 제각기 편한 자세로 책을 본다. 심지어 가운데 공간에선 눕거나 엎드릴 수도 있다. 의자는 종이로 만든 것인지 의심이 들만큼 견고하면서도 치밀하다. 2000여권의 공공예술 및 관련 서적이 꽂혀 있는 책장도 모두 종이로 만들어졌다. 역대 APAP 관련 영상과 서류 기록, 설계도 등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장비도 갖추었다. 예술공원 입구의 김중업박물관은 안양시 문화예술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 건축의 초석을 다진 대표적인 건축가인 김중업에 대한 전문 박물관으로 부산대 본관을 비롯한 서강대 본관, 주한 프랑스대사관, 옛 삼일빌딩(현 산업은행 본점) 등을 남긴 그의 작품과 건축에 관한 각종 자료를 열람하고 찾아볼 수 있다. 박물관의 모태가 된 건물 또한 김중업의 작품으로 제약회사인 유유산업 안양 공장 건물이었다. 폐공장이 공공건물인 박물관으로 변신한 공공예술의 또 다른 예시를 보여 준다. 이 부지 내에는 보물 제4호로 지정된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고려시대 삼층석탑 등이 있으며 개보수 중 4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안양(安養)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고려시대 안양사(安養寺) 명문기와가 출토됨에 따라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박물관과 전시관 등으로 사용되는 건물 2동은 김중업이 설계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공공예술작품 78점 설치… 가을 산책길로 좋아 공원의 공공예술작품들은 현재 총 78점이 설치돼 있다. 안양시 전체 140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작품들은 공원 입구의 김중업박물관 부지에서부터 등산로 입구인 공영주차장까지 약 2㎞에 걸쳐 골고루 배치돼 있다.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하기 위해 설치된 ‘전망대’, 외국인들도 일부러 보기 위해 찾아오는 아콘치 스튜디오의 ‘나무 위로 선으로 된 집’ 등이 대표적이다. 가을이면 더욱 산책하기 좋은 계곡 옆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10여년 넘게 공공예술의 도시로서 안양을 부각시키려고 해왔지만 정작 지역 내에서는 인지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5회째 열리는 APAP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 (지역번호 031) →가는 길:서울 지하철 1호선 안양역, 4호선 범계역, 평촌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공원으로 갈 수 있다. 김중업박물관(687-0909)은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은 무료다. 안양 파빌리온(687-0548)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오픈. 제5회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는 오는 10월 15일, 16일 안양 파빌리온과 예술공원, 평촌중앙공원 일대에서 개막행사가 열리고 12월 15일까지 지속된다. 안양의 지형, 문화, 역사를 기반으로 미술, 건축, 영상, 디자인, 퍼포먼스 등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며 도시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든다. 홈페이지(www.apap.or.kr) 참조. 전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687-0548)도 평일 하루 2회, 주말 3회 진행된다. →맛집:김중업박물관 3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더 테라스(689-4540)는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양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식당의 야외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예술공원과 주변 전경도 일품이다.
  • ‘분단문학의 큰 별’이 지다

    ‘분단문학의 큰 별’이 지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 월남작가 ‘탈향’·‘판문점’ 등 작품 통해 전쟁·남북 분단의 아픔 다뤄 분단문학을 대표한 소설가 이호철씨가 별세했다. 84세.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중 최근 병세가 악화된 고인은 18일 오후 7시 32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운명했다.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직접 체험한 고인은 남북 분단의 비극을 압축된 필치와 자의식이 투영된 세련된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동원되어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뒤 이듬해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1955년 문예지 ‘문학예술’을 통해 단편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약 60년간 장편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門(문)’, ‘그 겨울의 긴 계곡’, ‘재미있는 세상’, 중·단편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큰 산’, ‘나상’, ‘판문점’, 연작 ‘남녘사람 북녁사람’ 등 수십 편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남북 분단 문제에 천착했다. 고인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하다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얽혀,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돼 투옥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한 고인의 작품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은 물론 독일,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 유럽과 영미권으로도 번역, 출간돼 호평받았다. 특히 독일에 번역된 ‘남녘사람…’으로 2004년 독일 예나대학이 주는 국제 학술·예술 교류 공로상인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또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초청돼 낭독회를 열고 한국의 분단 현실을 널리 알렸다. 2011년에는 팔순을 기념해 고인을 따르는 문인, 예술인 등이 주축이 된 사단법인 ‘이호철 문학재단’이 발족했으며 최일남, 이어령, 신달자, 김승옥 등 동료 문인과 지인, 제자 등 87명의 글을 모은 기념문집 ‘큰산과 나’가 출간됐다. 유족으로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1일 오전 5시. 장지는 광주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큰 비에 놀랐던 남부

    큰 비에 놀랐던 남부

    추석 연휴 남부지방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곳곳이 침수·고립되고 하늘·바닷길까지 한때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8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제14호 태풍 ‘므란티’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는 최대 284㎜의 폭우가 내렸다. 지난 16일부터 누적 강수량은 경남 남해 284㎜, 전남 여수 184.2㎜, 부산 141.5㎜, 울산 139.9㎜ 등이다. 호우경보와 호우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낙동강 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낙동강 경남 밀양 삼랑진 일대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뒤 오후 들어서 홍수주의보 수위를 넘겼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 가야굴다리 도로 파손, 동래구 온천천 산책로 침수, 주택 침수 등 모두 28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울산에서도 지난 17일 급류에 휩쓸린 차량에서 60대 남녀 2명이 구조됐고, 신불산에 고립됐던 관광객 4명도 고립 3시간 만에 구조됐다. 김해공항을 비롯한 지방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지연·회항 등이 속출했다. 전남에서도 집중호우로 계곡 야영객이 고립되고, 농경지와 도로 침수가 잇따랐다. 장성군과 담양군 등 26개 농가의 딸기, 고추 등 비닐하우스 91개 동 6.7㏊와 논 1.4㏊ 등이 침수됐다. 현재 목포와 여수, 완도항을 기점으로 운항하는 10여개의 뱃길이 통제돼 섬 귀성객 4800여명의 발이 묶였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부터 이달 말까지는 큰 일교차를 보이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진다. 기상청은 “중국 북동지방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전국에 구름이 많이 끼겠다”며 “경남 해안 지역과 제주도는 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이날 예보했다. 말라카스는 19일 오전 9시쯤 서귀포 남쪽 490㎞ 해상까지 접근해 제주도 해상과 남해, 동해에 강한 바람이 불고 물결이 높게 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 내리는 비는 19일 오후에 그치고, 경남 해안은 낮 한때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됐다. 말라카스는 21일 오전 9시 일본 오사카 남서쪽 해상에서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9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14~21도, 낮 최고기온은 20~27도로 예보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서울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태풍에 남부지방 물 폭탄…낙동강 하류 홍수주의보

    태풍에 남부지방 물 폭탄…낙동강 하류 홍수주의보

    추석 연휴 막바지에 찾아온 태풍으로 남부지방 곳곳이 물 폭탄을 맞았다. 집중호우로 경남 낙동강 하류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역대 최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에는 150.5mm의 폭우가 쏟아져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4호 태풍 ‘므란티’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은 물난리가 났다. 지난 16일부터 누적 강수량은 경남 남해 284mm,통영 209.2mm,진주 181.6mm,거제 178.5mm,경북 포항 166.9mm,전남 보성 176mm,고흥 184.1mm,여수 184.2mm다. 전날 발효한 호우경보와 호우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지난 12일 진도 5.8의 지진이 난 경북 경주에도 150.5mm의 비가 내려 피해 복구 작업이 더뎌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14호 태풍이 소멸하며 수증기가 유입돼 많은 비가 내렸다”며 “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진로에 따라 또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저지대나 상습 침수지역은 비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알렸다.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낙동강 경남 밀양 삼랑진 일대에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삼랑진 지점은 수위가 5.0m(해발 기준 4.03m)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홍수주의보가 발령된다. 삼랑진 지점의 수위는 전날부터 낙동강 유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계속 상승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 측은 “오후 1시쯤 홍수주의보 수위에 육박하거나 수위를 넘길 것”이라며 “삼랑진 하류 지역 주민들은 수위 상승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시간당 7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계곡 야영객이 고립되고 농경지와 도로 침수가 잇따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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