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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포럼] 정책에서 민심 나온다

    민주당 외곽 정책연구소인 ‘새시대전략연구소’가 12일 공식출범한데 이어 당내 연구소인 ‘국가경영전략연구소’도곧 설립될 것이라고 한다.한나라당도 기존의 ‘여의도연구소’를 보강할 예정이고 자민련도 교섭단체 등록을 계기로 연구소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새시대전략연구소’는 민주당소속 국회의원 79명의일반회원과 경제인들이 주축이 된 특별회원, 그리고 학계 및전문가 그룹의 연구회원으로 구성돼 있어 매우 활발한 정책생산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1990년대 전반기에 미국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늘 ‘미국을과연 누가 움직이는가’하는 의문을 가져보곤 했다.백악관,의회,펜타곤,CIA(중앙정보국),아니면 언론,로비스트를 꼽아나갔지만 아무래도 완전한 해답이 아닌 것 같았다.그러다가나중에야 ‘연구소’, 바로 싱크탱크를 우선 순위에 꼽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의 국가운영에 필요한 정책생산 메커니즘을 보면 싱크탱크의 역할은 대단히 크고 지속적이다.각종 연구소가 정책의 아이디어를 생산하면 언론이 이를 여론화하고 이어 의회가 입법화를 하며 최종적으로 행정부가 정책화하여 집행하게된다. 연구소의 두뇌집단은 아이디어 생산으로 끝나는 것이아니라 여론화,입법화,정책화의 전 과정에 걸쳐 자문을 하고방향을 제시한다. ‘새시대 전략연구소’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처럼 국가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을 그 목표로 밝히고 있다.8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브루킹스연구소는 독립적인 민간연구기관으로 보수성향의 헤리티지재단과는 달리 다소 진보적인 색채를띠고 있다. 현재 미국정부 조직의 틀, 각 기관의 회계에서부터 인사관리에 이르기까지 그 바탕은 이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정당들이 싱크탱크를 육성하여 정책입안의 산실로 삼는다면 한국의 정치문화도 크게 변모될 것이다.그동안 한국의 정당간 경쟁은 인물을 중심으로 한 ‘패거리 정치’의 대결이나 정파간 세력싸움의 양상이 주류를 이뤄왔다. 결코 정치적 노선과 이념에 따른 정책 대결의 경쟁은 아니었다.그런 측면에서 정책연구소의 잇단 설립과 활성화는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정치문화로 바꾸어 나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입법기관인 국회 의원들이 정책연구소에 많이참여한다면 다른 일반 연구소와는 달리 정책화도 신속하게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정책생산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번 ‘새시대전략연구소’의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싱크탱크의 기능과 역할을 한단계 높여야 할 때가 됐다고본다. 인재 관리면에서나 공직자 기용면에서 싱크탱크를 육성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미국에서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새로운 인재를 싱크탱크에서 발탁하고 공직자들이 퇴임을 하면 다시 싱크탱크로 돌아가 공직 경험과 정책 아이디어를 접합시키는데 헌신한다.그래서 싱크탱크와 공직사회간의 교류관계를 두고 ‘회전문(revolving door)’과 같다고 한다.우리도 장·차관 등을 지낸 이들이 자신의 공직경험을 이같은연구소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다시 정책으로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겠다. 정당의 직·간접 지원을 받는연구소나 직할 연구소는 자칫선거전략 수립이나 정치공세 논리를 개발하는 일시적 밀실연구소로 전락하기 쉽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기보고서나 전문간행물로 정책연구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세미나,공청회 개최 등 공론화를 통해 평가받고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운영비도 투명하게 조달해야 한다.선진국들처럼 재력가들이 부(富)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회원들이 일정액의 회비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활성화하고 연구소 자체의 용역수주 확대를 통해 수입원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 [씨줄날줄] ‘난타’수출

    PMC프로덕션의 ‘난타’공연이 우리 문화상품 수출사상 최고액인 400만달러(약 50억원)에 미국으로 수출된다.오는 9월부터 36주간에 걸쳐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공연하게 된다고 한다.관객수 등을 연계시키는 ‘러닝 개런티’까지 포함하면 800만달러이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국내 중형 자동차 1대 수출에 200달러의 순이익이 생긴다고 할때 2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개런티다. 난타는 이미 지난해 6월 작품명 ‘Cookin’으로 런던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공연투어를 시작,‘에든버러 페스티벌’공연에서는 13,000명의 관중을 동원한 것을 비롯,35,000명의 유럽 관객을 모았다.대사없이 동작과 소리만으로 이뤄진 넌 버벌 퍼포먼스인 난타는 주방에서요리를 만들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구성한 것이다. 국내에서만도 이미 1,600회 공연을 달성했고 50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난타가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모색해 공연에 접목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보완작업을 해온 것이 아닌가 한다.주방의 에피소드를 사물놀이 리듬에싣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소리’를 곁들이는가 하면 작년엔 전용극장을 갖춘 뒤 깜깜한 무대에서 형광색채를 이용한 상모돌리기를 추가하기도 했다.캐스트도 4군으로 나눠 국내 공연과 해외공연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 문화상품의 해외 진출이 최근 활발하다.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쉬리’가 일본에 각각 200만달러(약 25억원),120만달러(약15억원)에 수출됐다.국내 번안 뮤지컬 ‘지하철1호선’은 오는 4월베를린을 시작으로 중국,일본에서 공연될 예정이다.‘지하철1호선’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대사를 영문 자막으로 처리해 대학로를 찾는외국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이번 베를린 공연은 독일 원작자볼커 루트비히의 초청에 의해 이뤄짐으로써 본국으로 역수출하게 된셈이다.이 작품은 원작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여 우리 사회상에 맞게 번안함으로써 원작의 재창작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문화상품의 국제경쟁력은 가장 한국적인 것,독창적인 것, 끊임없는개선작업이 어우러질 때 배가되는 것이다.국내 관광상품 개발도 같은관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 [씨줄날줄] 민중의 힘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대통령 정권이 ‘민중의 힘’(피플 파워)에 의해 붕괴됐다.2개월여 동안 혼미를 거듭하던 필리핀 정국은 이제 아로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함으로써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됐다.필리핀의 이번 민중혁명은 15년 전인 1986년 당시 20년 권좌를 누려오던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그래서외신들은 에스트라다의 축출을 ‘피플 파워Ⅱ’의 승리라고 부르기도한다. 마르코스나,에스트라다의 몰락 과정은 많은 점에서 닮았다.마르코스도 민중시위가 가열되는 가운데 라모스 군 참모총장서리 등 군부 핵심인물들이 속속 이탈하면서 급격히 붕괴됐고,에스트라다도 레예스군 참모총장 등 군부 핵심세력이 시위대를 지지하자 하루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15년 전엔 아키노 여사가 축출을 주도했고 이번에도 같은 여성인 아로요 부통령이 퇴진운동의 선봉에 섰다.‘피플 파워Ⅰ’에서는 다수의 시민이 사망함으로써 유혈사태로 얼룩진 반면에 ‘피플 파워Ⅱ’에서는 별다른 부상자가 없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에스트라다의 몰락은 부패와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는 마르코스와는 달리 불과 2년8개월간 권좌에 있으면서 국정에는 소홀하고 각종이권에 개입해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다.영화배우 출신으로 한 때‘빈민층의 친구’로도 불렸지만 어느새 문란한 사생활에다 알콜 중독자,도박업자에게서 상납을 받은 추잡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에스트라다는 본래부터 필리핀의 대통령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 개인의 운명은 필리핀 법정에서 사법적 단죄를 면하기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한다. 에스트라다의 몰락은 민주주의 발전 도상에 있는 동남아 국가들에도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에스트라다가 1998년 필리핀 국민들의직접선거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당시엔 최선의 선택이었을것이다.한 나라의 국가 지도자를 뽑는 일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그리고 민주주의는저절로 성숙되는 것이 아니다.민중의 눈으로 권력을 지켜보고 시민의눈으로 부패를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국가지도자나 고위 공직자는자기 관리에도 철저해야 한다.자신에게 엄격할 때만 남에게도 엄격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형수석논설위원 khlee@
  • 2001 길섶에서/ 대화에서 듣기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듣는다는 것이 수동적인 역할이라고 볼 수는 없다.듣는 사람은 주의력을 지녀야 하고 또 들은 내용을 마음에새겨 둘 수 있어야만 한다.그럴 때 비로소 서로를 받아 들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지고,그런 공간 안에서만 상대방의 말이 본래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무언가를 줄 수 있기 위해서는 솔선하는 태도와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 법인데,실은 무언가를 받기 위해서도 똑같은 태도와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무언가를 주고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대화에서도 절대로 들을 줄을 모른다고 단언할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인 피에르 상소의 에세이집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중 ‘듣기’에서 따 온 말이다. 남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높은 목소리로 떠들어야 ‘옳은 것’처럼 인식되는 세태에 상대방 얘기를 가만히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신년 초부터 대립된 정국은 답답하기만 하다.여야가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 얘기를 듣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죽은 놈은 나다’

    여야 영수회담의 결렬로 소한(小寒) 한파가 더욱 춥다.불투명한 정국은 끝이 안 보인다.남북한관계도 남쪽의 경제난국으로 속도조절이불가피할 것 같다.분단의 얼음벽이 아직도 깨지지 않은 가운데 남남갈등도 만만찮다.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도 주변에 똬리를 틀고 있다.1957년에 펴낸 안장현의 첫 시집,‘어안도(魚眼圖)’가운데 ‘6·25의 폐허’를 단 3행으로 농축한 ‘전쟁’이라는 매우 짧은 시가 있다. “겨누는 것은 분명히 적이라는데 적이 아니라 나다/ 포탄은 터져날아 갔는데 적의 심장을 뚫었다는데/ 죽은 놈도 자빠진 놈도 그것은나다” 계간지 ‘한글문학’을 40여년간 고집스럽게 펴내온 안장현은 올해73세로 부산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그는 시를 쓸 때면 온몸이 긴장되고 끙끙댄다고 술회한다. 여든 야든,남이든 북이든 ‘주적(主敵)’을 헐뜯고 때리고 거꾸러뜨리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꾸러진 것은 주적이 아니라 바로나였다는 사실을 이 시는 깨우쳐 주고 있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 [씨줄날줄] 신종 이질균

    강력한 효능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새로운 내성(耐性) 이질균이제주도에서 발생했다고 한다.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질환자 가운데 한 초등학생의 대변을 검사한 결과 세파계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신종 이질균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세파계 항생제는 페니실린,스트렙토마이신의 다음 세대로 개발된 강력한 항생제로 국내에서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 보고되지 않은 신종 이질 내성균이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만연된 항생제의 오·남용의 결과라고 임상병리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이 신종 이질균은 세파계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스스로 만들어 항생제 성분을 무력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신종 이질균은 최근 개발된 퀴놀론 계열 항생제를 쓰면듣기도 하지만 어린이 환자의 경우 연골 형성 장애 등 부작용이 우려돼 쉽게 투약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항생제는 세균인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억제하지만 박테리아가 내성유전자를 가지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그런데 박테리아는 유전자변형에 의해 쉽게 내성 유전자를 얻을 뿐만 아니라 근처의 박테리아로부터 내성 유전자를 얻기도 한다. 199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투약 비율이 58.9%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 22.7%의 2배가넘는다.따라서 항생제를 비롯한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약분업을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물론 의약분업을 한다고 해서 약물과용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지난해 11월 경기도 하남시의한 주부는 고열 증세를 보인 4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어떤 소아과를찾아갔다가 처방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사흘치의 감기약 처방전에 15가지의 약물이 빼곡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의사들 가운데는‘용하다’는 평판을 듣기 위해 과잉 처방전을 발행하는 사례도 없지않다. 의학의 발달사는 인간과 병균의 싸움의 역사이기도 하다.신약 연구가들은 내성 박테리아는 이미 인간이 효과적인 항생제를 생산하는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고 말한다.약에 대한 과신(過信)은 금물이다.온갖병마를 모조리 극복할 수 있는 약을 만들겠다는 것도 인간의 오만(傲慢)일 뿐이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 [외언내언] ‘고르비 편지’ 다시 읽기

    미하일 고프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낸 ‘공개 편지’는 역사를 꿰뚫는 탁월한 안목을 유감없이보여 주었다.1991년 소련의 해체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고르비는비록 소련 국민들에게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냉전시대를 종식시킴으로써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노벨평화상을받기도 한 그는 지금 고르바초프재단 이사장,국제녹십자사 총재 등을맡고 있으면서 시간당 무려 12만5,000달러(1억5,000만원)를 받는, 세계에서 가장 강연료가 비싼 연사로 꼽히고 있다. 부시 당선자에게 “미국의 패권의식,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릴것”을 촉구한 그의 편지는 앞으로 남북한관계의 행로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편지 내용 가운데 ‘미국’ 단어에 ‘한국’을,‘세계 여타 국가’에 ‘북한’을 대입시키면 그대로 우리에 대한 충고로들리기 때문이다. 그의 편지는 “미국은 지구상의 초강대국이 되었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의 지배적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로 되어 있는데 이는 “남한은 한반도에서부강한 국력을 갖고 있지만 북한은남한의 지배적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로 바꿔볼 수 있다.같은방법으로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북한인민들)이 처절한 가난과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미국(한국)국민들은 경제적 번영과안락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말도 읽을 수 있다. 고르비는 1980년대 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이미 공산주의의 패배를 간파하고 글라스노스트(개방)·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을 선언,쇠퇴한 소련으로부터 슬라브인의 영광을 되찾으려 했다.그는 정치적 동원력과 대중적 리더십의 부재로 권좌에서물러나긴 했지만 역사의 맥락을 볼 줄 아는 혜안의 소유자였다. 그는 ‘편지’에서 “냉전종식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미국은냉전시대의 이념에 따라 행동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6·15남북정상회담으로 이제 막 냉전의 얼음이 깨지기 시작했는데 우리 내부에서는 냉전시대의 논리로 ‘남북화해협력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 여부가 재검토되고있고 북한의 전력지원 요청도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처지이긴 하지만‘고르비의 편지’는 우리에게 잠시 ‘역사를 읽는 눈’을 넌지시 가르쳐 준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 공직사정과 음악이 무슨 관계?

    ‘감사관회의에 웬 음악강좌’. 28일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중앙 부처 등 전(全)기관 감사관계관 연찬회에서 본래의 취지와는 관계없는 ‘음악과 인생’이라는 교양강좌를 주요시간대에 1시간30분 동안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대 곽연 교수(교양음악과)의 특강은 특히 연찬회의 핵심강좌인감사원 박준(朴埈)제2사무처장의 1시간 강의보다 길어 참가자들로부터 “오늘 주제가 바뀐 것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정부측에서 평소연찬회와 같은 형식으로 교양강좌를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 됐다.한참석자는 “그렇지 않아도 사정의지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정부 불신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중앙부처를 비롯,광역자치단체,광역교육청,정부투자기관,정부출연 비연구기관,청와대 및 국무조정실 감사관·관계관 120명이 총출동한 매머드 집회였다.이들 감사관·관계관은 각 부처 내에서내부 ‘특별감찰활동’을 담당하는 주역이다.지난주 국가기강 확립장·차관회의에서 고위공직자,정부산하단체,공기업 간부를 대상으로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펼치기로 한 만큼 이들 감사관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소집했다. 한편 이날 연찬회의에서는 기관별로 기관장 직속의 특별감찰반을 설치,부패취약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찰활동을 실시하고,기업·금융 등 100대 국정개혁과제를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국무총리 지시가전달됐다.안병우(安炳禹) 국무조정실장은 “모든 공직자는 국가기강확립의 주체라는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당부했다. 연찬회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법무부,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추진대책을 듣고 각 분임별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각 분임별로 주제를 달리해 ▲공직내 경쟁확대방안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현상 해소방안 ▲대민접촉 부조리 근절방안 ▲공기업·정부산하기관의 경형혁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최광숙기자
  • [대한칼럼] 盡善盡美한 정책은 없다

    외치(外治)는 내치(內治)의 연장이라고 한다.한 나라 안의 총체적인역량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나라 바깥을 향하는 외교적인 힘도그만큼 약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엔 외교는 잘 되고 있는데 나라 안의 사정은 왜 이렇게 부실한가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그렇다면 외치와 내치를 잇는 연결고리는 무엇이며 그 양자의 간격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23일부터는 ‘아세안+한·중·일 3국’회의에 참석하는 등 연이은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다.지난 번 APEC외교에서는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연쇄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평화정착을 위한 외곽 여건을 재조율했고 이번 아세안 외교는 동남아 건설진출 확대,경제위기 공동대처 등 경제외교에 치중하고 있다.이뿐인가. 김대통령은 이미 6·15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화해협력시대를 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 대통령으로서 노벨평화상까지수상했다.외치에 관한 한 더할 나위 없는 업적을 남겼다.최근APEC정상회의에서 각종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우리의 총체적인 국가역량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나라 안의 역량이 바깥에서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도 지금 일반이 느끼고 있는 내정(內政)은 그렇지가 못한 게 사실이다.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못해 한숨을 쉬고 있고 금융·기업의 구조조정은 정치 싸움에 볼모로 잡혀 있다.농민들은 부채경감을 주장하며 고속도로를 점거하는가 하면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때아닌 동투(冬鬪)를 벼르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분명히 졸업했는데도 서민들의 마음이 답답하기는 3년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빛나는 외교와 따분한 내정 사이에 놓인 갭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정상외교는 대통령 혼자서라도 외롭게 수행할 수 있지만 내정은 대통령 혼자서는 결코 수행할 수가 없다.국무총리 이하 내각과 각 행정부처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집권여당이 국회의 입법활동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되기위해서는 권력체계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움직여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권력이 제도화되고 제도화된 권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된다는 것이다.권력이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권한이위임되면서 그만큼 책임이 뒤따라야 하며 임기응변식의 문제해결이아니라 법과 원칙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뜻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대단히 나쁜 풍조가 팽배하고 있다.“떼쓰고 시끄럽게 하면 얻게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이런 풍조가 생겨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되는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런 풍조가 점차 만연되어가는 조짐이 보이는 데는 그동안 정부가 구사해 온 문제의 대처방식이 이같은 현상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심사숙고 끝에 정책의 분명한 방향과 원칙을 세웠다면 확실하게 집행해야 신뢰가 쌓인다.그런데도 그렇게 하지를 못했던 것이다.반년 가까이 끌어 온 의약분업이나 대우자동차,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과연 확고한 문제 해결의방향과 의지가 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모든 정책은 선택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떤 정책도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정책은 없으며 51%의 찬성에 의해 채택되면 나머지 49%의 입장을 가급적 반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정부는 각 이해집단에 ‘듣기 좋은 말’만을 해서는 안 된다.‘들어 줄 것과 못들어 줄 것’을 확실히 구분해야 하며 이같은 구분은 위 아래 직책간에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성공한 외치는 그동안 성공한 내치의 탄력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이러한 탄력이 시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원칙과 법에 의해 소신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경형 수석 논설위원 khlee@
  • 趙慶炯씨 무의탁 노인 仁術펴기 5년

    “할머니,죄송해요.건강을 자주 살펴드리지 못해서…” “아니랍니다.어디 자식들이 이보다 더 잘해준답디까.” 3일 서울 노원구 중계2동 시립노인복지관 3층에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조경형(趙慶炯·41)씨가 할머니 10여명과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후배 의사 2명과 함께 이곳에서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 278명을 돌보는 조씨의 하루는 오전 10시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주면서 열린다. 조씨는 지난 96년 9월 로널드 레이건(89)전 미국 대통령이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등 노인의 건강문제가 국내외에서 핫이슈로 떠오를 무렵 92년부터 근무했던 한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복지관의 의료진 공채에 지원했다.평소 노인성 질환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복지관의 의료진 공채는 기쁜 소식이었다. 8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91년 전문의 과정을 끝낸 그는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간호사 15명 등 42명의 직원들에 비하면 자신은 사회의 배려로 터득한 한 가지 ‘기술’만을 베풀고 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그는 “노인 복지란 특별한게 아니라 노인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대부분 의지할 곳이 없는 무의탁 노인인 데다 가족이 있더라도 찾아오는 이가 드문 요즈음 세태는 가끔 그를 우울하게 만든다.하지만 주변에서 치료를 포기하다시피했던 환자가 복지관으로 옮겨져 치료를받은 뒤 혼자서도 걸어 다닐 만큼 건강을 되찾을 때 가장 큰 보람을느낀다. 96년 스스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와상(臥床) 환자로 이곳에입원했으나 지금은 인근 백화점에 나들이를 갈 수 있을 정도가 된 강판정 할머니(83·서울 마포구 공덕1동)는 “세상을 다 준 대도 안 바꿀 ‘진짜 아들’이라고 자랑하고 다닌다”고 조씨를 극찬했다. 대동아전쟁때 남편이 실종돼 23세의 홀몸으로 사찰에서 생활하다 96년 말 입원한 이봉자 할머니(81·강원 정선군 고한읍 십오리)는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의사선생님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칠 때면속이 상하기까지 한다”며 꼭 잡은 조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복지관 곽진상(郭辰詳·48·여)간호부장은 “재활치료를제대로 하려면 환자들과 의료진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1대 1 프로그램이 이상적이지만 인원이 모자라 어르신들께 항상 죄송하다”고 아쉬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北서 통보한 8·15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명단(경남·제주)

    표 보는 법=이름,성별,나이,본적지,헤어질 당시 주소,헤어질 당시 직장 직위,남쪽 가족 이름 및 관계 순으로 정리 [경남]□김덕호 남,73,경남 진주군 진주음 맹정 136,경남 진주,기관구 기관조수,김동윤(부)리점례(모),규호 기호 병호 순자 영자(형제)□김점순 여,67,경남 통영군 통영읍,서울 종로구 인현동,중앙여중 학생,김정효(부)서도안(모),태진 태인 양순 행자(동생),신상철(시동생)□김석기 남,69,경남 김해군 김해읍 서상동,서울 종로구 청운동,경복중학교학생,김종수(부)안복수(모),석모 광숙 부영 방자(형제)□김영술 남,74,경남 거창군 월천면 학리,충북 단양군,단양군주식회사협화조 사무원,김도근(부)변개이(모),영필 영칠 영일 영수 영숙(형제)□리돈 남,71,경남 합천군 가야면 사촌리,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서울 문리대 3학년,리덕상(부)리활선(모),활순 숙례 영례(형제),정화(삼촌)□리봉순 여,66,경남 하동군 하동읍 서구리,서울시 본정4정목,서울재당병원간호원,리삼수(부)제갈임이(모),강식 만금 순덕 두례(형제)□류렬 남,82,경남 산청군 신안면하정리,서울 성북구 안암동,고려대 강사,류경형(부)정신애(모),인자(딸),문자 혜자 경자(형제)□박영만 남,69,경남 진양군 내동면 삼계리,경남 진주시 비봉동,진주중학교학생,박원래(부)조성선(모),수만 효만 인경 옥진(형제)□정정대 남,71,경남 창원군 천가면 동선리,서울 종로구 동숭동,서울 문리대 의학예과 학생,정상룡(부)문복덕(모),정희 장춘 정이 희자 정자(형제)[제주]■강원숙 남,66,제주 제주읍 삼도리,서울 중구 충무로3가,가방수리공,강홍주(부)리갑인(모),문속 룡숙 동숙 인숙 성숙(형제)■리공우 남,72,제주 북제주군 한림면 고산리,서울 영등포구 흑석동,중앙대상경학부 학생,리경주(부)김려생(모),방수 순렬(형제),여영숙(형수),제군 창석 향심(조카)■홍삼중 남,65,제주 북제주군 애월면 어도리,서울 동대문구 청량리,광신중학교 학생,홍동원(부)량정생(모),문중 언중 인중 순중(형제),건수 성미(조카)
  • 南北정상회담 특별취재단 가동

    대한매일은 오는 6월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정확하고 충실하게 보도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특별취재단’을 회담 D-24일인 19일부터 가동합니다.취재단은 평양 현지 취재진을 포함,모두 42명으로 구성됩니다. 분단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그동안의 남북간 상호반목과 불신, 대결을 종식시키고 통일의 장으로 나아가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대한매일 ‘남북정상회담 특별취재단’은 민족사에 커다란 획을 긋게 될 이번 정상회담을 충실한 기획과 정확한 취재로 민족화해,한반도냉전해소의 길에 도움이 되도록 보도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새천년 첫해 들어 전 민족의 지대한 관심속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민족사적 입장에서 다양하고 신속,정확하게 보도하려는 대한매일 특별취재단에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 정상회담 특별취재단 명단. ■단장 이경형편집국장 ■부단장 최홍운부국장 정종석정치팀장 ■정치팀 양승현 이목희 황성기 이석우 이도운 오일만 김상연 ■경제팀 손성진 박정현 ■디지털팀박성태 함혜리 주병철 전광삼 김미경 ■사회팀 황진선 오승호 노주석 김경운 송한수 전영우 이창구 ■전국팀 최병렬 김인철 ■문화팀 이용원 서동철 ■특집팀 박재범 정운현 신준영 박찬구 김성수 장택동 ■체육팀 박해옥 류길상 ■국제팀 최철호 김규환 ■사진팀 박영군 최해국 김명국 손원천
  • [새 세기를 새롭게 비전’한국21’](8)여가문화를 바꾸자

    밀레니엄 시대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정보통신의 발달과 경제성장이 뒷받침되면서 노동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늘어나 일 못지않게 여가활동이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여가문화,놀이문화는 아직까지 아날로그형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성인 3명이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는 말이나 ‘놀고 먹자’는 말에서드러나듯 놀이문화 자체가 일회적이고 비생산적인 면이 강하다. 청소년 놀이문화도 마찬가지다.소비향락적인 성인 놀이문화에 물들어 어느덧 음란·폭력성 성인 매체와 유해약물에 빠져들고 있다.지난해에 터진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는 청소년 놀이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어린이들도 동심의 세계로 나래를 펴기 어려운 지경이다.동네 놀이터의 시소와 미끄럼틀은 녹슨 채 방치되어 있다.깨진 술병 등 쓰레기들이 나뒹구는데다 그네의 쇠줄도 끊겨있다.어린이들이 집안에서 컴퓨터 오락에 빠지거나만화책을 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놀이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때문에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따라 놀이문화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여가욕구가 ‘보고 즐기는 구경형과 여름휴가로대표되는 일회성’에서 ‘함께 참여하는 활동형과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사계절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같은 욕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확산일로에 있기도 하다. 이런 욕구는 공원조성 등 물리적 공간확충이라는 하드웨어 측면과 휴가분산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동시에 분출되고 있다. 도시공원법상 도시공원은 98년말 현재 전국에 1만여개가 있다.도시자연공원이 410개,근린공원이 2,466개,어린이 공원이 7,370개,체육공원 27개 등이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용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어린이 공원이 대표적이다.서울의 경우,지난해 1월 현재,어린이 공원은 미시설 공원 106곳을 포함,모두 1,117곳이 있다.시 관계자도 “정확한 통계는없으나 공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고 공원조성을 위한 토지수용이 어려워 재건축을 하거나 아파트 단지가 새로 조성되지 않는 이상 어린이 공원 조성은 매우 어렵다”면서 “올해 중으로 20년 이상된 낡은 곳을 25개 구청별로 한 곳씩 2억5,000여만원을 들여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들이 즐길 공간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좁게는 학교운동장 개방과 도서관,박물관,체육관 확충 등에서 넓게는 휴양시설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공공재로서의 놀이 시설확충에 앞장서야한다는 지적이다. 시설확충뿐만 아니라 방학 및 휴가분산책 등 제도적인 놀이문화 양성책도필요하다.국민들은 쾌적한 여가생활을 국가가 복지정책의 하나로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한다.‘같은 시기,같은 장소에서의 일란성 쌍둥이식 여가생활’을 통해서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놀이공간 확보 어떻게/ 공적투자 시각서 시설확충 주력.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가문화 조성은 정부가 도시계획·관광·조경·건축·토지부문 등 도시의 각종 기반조성 정책을 시민의 행복 증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공적투자라는 시각에서 추진할 때 구체화된다. 이같은 공적투자 개념이 세워져야 여가문화의 물리적 토대라 할 수 있는 각종 공원,문화회관,휴양지 등 공공시설이 확충돼 나간다. 이와관련,현재 정부가 가장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청소년 이용시설신설 및 활용방안이다. 문화관광부는 청소년들이 거주지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권 청소년 수련관과 문화의 집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군·구 단위로 들어설 청소년 수련관은 현재 운영 중인 73곳에서 올해17곳 건립하는 것을 비롯,2003년까지 모두 1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읍·면·동 단위의 청소년 문화의 집은 현재 38곳에서 2002년까지 300곳으로 늘린다.문화의 집은 기존 읍·면·동사무소나 문화회관의 여유공간을 활용하게 된다.춤연습장,인터넷 부스,음악·무용연습실,창작공방,청소년 동아리방 등으로 꾸민다. 일반 성인을 위한 문화의 집도 현재 40곳에서 올해 50개를 더 추가하게 된다. 교육부에서는 지역간 교류,학교간,지역교육청별 연합축제 등을 개최하는한편 방과 뒤 특기·적성교육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이를위해 올해 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년층을 위한 여가시설 개발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의학기술의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년인구는 늘고 있으나 이들의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킬만한 운동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문화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노인도 소외계층에 포함,정책적 지원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학교환경 위생정화구역내 금지 시설로 규정되어있는 ‘극장’의 개념을 ‘청소년 정서에 해로운 공연장등’으로 한정,청소년들이 학교를 중심으로 한 생활권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하거나 시·도별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에 문화 및 복지분야 전문가를 위촉,종합적인 도시계획을 도모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 설치 이후에는 각종 시설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지역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등 유지관리를 위한 마켓팅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지적이다. 박현갑기자. *우리의 놀이문화 실태/ 여가생활 다양화·고급화 추세.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충실도가 개인의 최대가치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특히 레저,스포츠 뿐만아니라 주택지내 녹지·공원 등 간편한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사람들-소비행동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의 상당수가 여가활동 시간을 더 늘리고 있고 여가활동에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미혼 1,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20대 미혼의 40.6%(98년 기준)는 여가활동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 96년(39%)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여가시간 증가율은 IMF사태를 맞은 지난 97년(36.8%)에는 경기침체로 인해 약간 주춤했으나 경기가 풀린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비용도 점차 늘리고 있다.조사대상자의 45.8%는 여가활동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도 응답했다.특히 남성의 경우 ‘여가활동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52.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핵심적인 소비계층으로 꼽히는 청소년들은 입시에 치여 여가활동을 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여가활동에 사용하는 비용은 늘리고 있는 추세다.‘여가활동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고 대답한 청소년은 96년 40.5%,97년 41%,98년 43.6%를 나타내 IMF체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발한 활동양상을 보이고있다. 이같은 양상은 여가활동이 다양화되고 고급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한편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돈을 적게 들이고 손쉽게’ 노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화 측면에서 본다면 한때 일부만이 즐기는 것으로 분류되던 라켓볼,스쿼시,스노우보드 등 스포츠는 물론 연주회,연극·영화관람,미술관·화랑 등각종 전시회 관람도 대중화가 진전되고 있다. 여가활동을 위한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졌고,다양한 목적에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때문이기도 하다. 시설의 활용측면도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다.주민행사,어린이 체험학습,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됐고,이전에는 비일상적인 활동인 바베큐,삼림공원 이용과 같은 야외레저(out-leisure) 등도 일상화되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 [기고] 우리사회 맞는 여가문화 창출을. 한국에서 여가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여가문화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결과,국민들이 여가를 만족스럽게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39.2%),시간부족(29.8%)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이는 여가선용에 있어가장 중요한 장애요인이 소득수준임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여가문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가족단위 여행객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국내관광지를 이용할 수 있는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경제회복 추세에 따라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국민들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캠페인만으로는 그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릴 수 없다. 이와 관련,가족휴양촌 등 국민 대다수가 저렴하게 여가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여가공간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가족휴양촌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조성하여 실비로 운영하거나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토지의 무상임대,세제 감면,관광 진흥개발기금의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아 다른 유사시설보다 이용료가 저렴해야 한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가족중심의 건전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가족휴양촌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프랑스의 가족휴가촌(VVF),일본의 국민휴가촌,유럽의 센터파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프랑스 가족휴가촌은 민간 비영리단체에 의해 개발·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토지의 무상임대지원과 국영은행으로부터 50%의 투자비 지원혜택 등을 받고 있다. 둘째,중·서민층의 휴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휴가분산제를 도입해야한다.이런 차원에서 최근 격주 휴무제 확대나 주 5일 근무제 실시는 바람직한 것이다.초·중고등학교의 방학제도 개편도 중요하다.초·중·고등학교의방학이 연중 4∼5차례 나뉜다면 여름철에 몰린 휴가를 분산시켜 서민층 휴양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계층간 큰 차이없는 여가생활을 보장하도록 여가공간 및 시설확보가이루어져야 한다.특히 국민들의 높아진 교양수준을 제고시킬 수 있는 도서관,박물관,문화원 등의 교양형 시설과 공원,운동장 등의 활동형 시설확충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가족단위의 레저활동에 있어 구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년층이 적극적으로 건전한 레저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요구된다. 김도희 한국관광공사 해외진흥전략팀 과장대리
  • 임대매장에도 면세점 설치 허용

    규제개혁위원회(공동위원장 金鍾泌국무총리·李鎭卨서울산업대총장)는 8일임대한 매장에도 보세판매장(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기로했다. 규제개혁위는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외국인 편익증진과 관광수입 증대를 위해 건물소유자에게만 면세점을 허용하는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50평 이상 매장을 확보하고 자본금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누구나 면세점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 면세점에 국산품을 진열하려 할 경우 관할 세관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신고필증을 교부받도록 돼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신고서만 제출하면 물품 진열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김포국제공항,신라·롯데호텔 등 20곳에 면세점이 설치돼 있다. 규제개혁위는 이와 함께 자동차회사가 차량 개발 및 양산때 두 차례 해온자동차 연료소비효율시험을 일원화해 한번 시험한 결과를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규제개혁위는 이밖에 경형 및 소형자동차의 최소 회전반경(6미터)을폐지하고,사내 방송을 통해서도 안전보건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금을 전액 부담하는 사용자가 불합리한 보험금 지급에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청문절차도 신설된다. 이도운기자 dawn@
  • [외언내언]‘노는 국회’損賠訴

    ‘노는 국회’에 대한 한 시민단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기각됐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국회 공전(空轉)에 따른 민생입법 지연으로 피해를 봤다”는 시민 1,123명을 대리해 1인당 1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제기했다.그동안 사건을 심리해온 재판부는 지난 25일 “국회의원들이 관련입법을 소홀히 한 것은 정치적 책임이지 법적으로 의미있는 개별 국민들의 정치적 손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을 두고 얼핏 생각하면 재판부가 ‘노는 국회’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물론 사법부란 법리적으로 따져야지 국민정서로 재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판결문에서도 지적했듯이 원고측인 시민단체가 재판에서 이기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따라서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은 일단 논외로 칠수 있다.그러나 “‘노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명제가 정당화되는 것은아닐 것이다.또 ‘노는 국회’가 국민정서에 부합되는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지난해 국회는 회기가 계속되는 동안 4일중 3일이 헛돌았다.국회사무처가재판부에 낸 지난해(2월25일∼10월12일 기준) 회기는 123일이었으나 94일은회의가 열리지 못해 76.4%의 공전율을 기록했다.특히 지난해 5∼7월에 소집된 193,194,197회 임시회는 단 하루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표적사정문제로여야가 국회 바깥에서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작년 12월 25일 기준으로 볼때 법안 1건 처리하는데 든 비용은 5억원이었고 의원들은 회의 한번 출석에66만원의 국민세금을 받은 것이다.국회의 고유한 헌법권한인 입법활동을 굳이 돈으로 계산해보자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국회,국회의원,정치권을 걱정한다.정치가 국민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것보다 더 많이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현재 여야는 국회의 비효율적·역(逆)생산적 운영을 획기적으로 뜯어 고치기 위한 국회법개정안을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심도있게 논의를 하고 있다.그러나 인사청문회의 대상이라든가대정부 질문방식,의장의 당적이탈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무엇보다 각 정파는 현재의 여야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여야는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그리고 선거제도,정당구조의 개혁에 앞서 우선 국회개혁에서부터 정치개혁의 실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이경형 논설위원
  • 정직한 역사 되찾기 친일의 군상(24회)

    ■2·8독립선언 주역 徐 椿 지난 97년 8월 독립유공자 후손 한 사람이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 적용배제 취소청구소송’을 서울고법에 냈다.그는 보훈처가 자신의 선친의 독립유공자 예우를 박탈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96년 10월 보훈처는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인사 가운데 친일경력자가 일부 포함돼 있다는 재야 역사학계의 지적을 토대로 재심사를 벌여 5명에 대해 독립유공자 예우를 박탈한 바 있다.해당자 5명은 徐椿·金羲善·朴淵瑞·張膺震·鄭廣朝 등이다. 소송을 낸 사람은 서춘의 아들 서인창씨(69·서울거주).서씨는 소장에서 “아버지는 2·8 독립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금고 9개월의 형을 받은 공적으로63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애국지사임이 명백하다”며 “기자출신인 아버지가 일제때 쓴 기사 5,000여건 중 16건의 기사를 문제삼아 (독립)유공자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서씨는 승소하였다.서울고법은 “‘예우배제’에 앞서 유족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절차상 하자가 인정된다”며 서씨의 손을 들어주었다.이에 대해 보훈처는 작년 12월 대법원에 상고,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특별1부에 계류중이다. 보훈처와 유족간에 독립유공자 예우문제를 놓고 소송으로 비화한 徐椿(창씨명 大川滋種·1894∼1944)은 어떤 사람인가?그의 아들이 소장에서 언급한 대로 그는 일제하 언론인 출신으로 ‘2·8독립선언’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초기 그의 활동에 대해서는 독립유공자로서 공적을 인정할만 하다.특히‘2·8독립선언’에 참가한 사실이나 초창기 일제의 통치정책,특히 경제정책을 비판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그러나 그가 일제말기에 친일논조의 기사를쓴 사실도 부인할수 없다. 서춘은 1894년 평안북도 정주(定州)에서 태어났다.‘매일신보’(1944.4.6)에 난 그의 부음기사에 따르면,그는 정주 오산학교를 거쳐 동경(東京)고등사범 박물학과에 적을 두었다가 중도에 자퇴하고 동양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경도(京都)제대 경제학부에 입학,대정 15년(1926년)에 졸업한 것으로나와있다.‘2·8독립선언’의 동지이자 나중에 같이 친일대열에 섰던 춘원李光洙는 “그는 재사(才士)이기보다는 근면한 사람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일본 유학시절 그는 조선유학생학우회에 가입,활동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는 민족의식이 강한 청년이었다.1917년 연말 망년회 모임에서 그는 李琮根 등과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하자고 역설하였다.이듬해 연말 그는 도쿄기독청년회 주최로 도쿄YMCA 강당에서 열린 웅변대회에서 연사로 나서 미국대통령 윌슨이 주장한 ‘민족자결’ 원칙아래 독립운동을 벌이자고 역설하였다. 그는 崔八鏞 등과 함께 1919년 2월 8일을 기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기로 결의하고 국내 민족지도자들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1월 중순 宋繼白을 서울에파견했다.2월 8일 도쿄YMCA 강당에서는 예정대로 독립선언식이 열렸고 그는현장에서 체포돼 그 해 6월 26일 제2심에서 출판법 위반혐의로 9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고 동경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독립유공자공훈록’ 제2권) 한편 그는 형기를 마치고 나와 동양대학과 경도제대 경제학부를 졸업(1926년)한 후 귀국하여 10월 동아일보에 입사하였다.이듬해 2월 그는입사 4개월만에 경제부장에 임명되었는데 이후 그는 일제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경제평론가로 자리를 굳혔다. 초창기 그는 일제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주로 썼다.당시 그는 동아일보는 물론 각종 잡지에도 활발히 경제평론을 기고하였으며 각종 사회단체에서 주최하는 강연회에 초빙되어 경제와 교양·상식에 관한 계몽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31년 만주사변과 1937년 중일전쟁을 계기로 국내 민족진영 인사들의 변절행진이 시작되자 그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하였다.그는 “현대전에서교전국간의 경제전이라는 것은 환언하면 협력전이다.협력! 이것은 정신의 힘이다.정부가 국민정신 총동원주간을 설치했으므로 한사람 한사람이 총후(銃後,후방)용사다.국민총력이 있고서야 총후가 공고하다”(‘四海公論’1938년 6월호)며 일제의 침략전쟁을 공공연히 찬양하였다. 이 무렵 그는 내선일체론자들로 구성된 ‘방송선전협의회’의 강사로 일하면서 친일파로서 모습을 드러냈다.1938년 그는 일제가 황국신민화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내건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실천하고 ‘국민정신 총동원 조선연맹’을 후원하기 위해 군관민 각 방면 유력자들로 조직된 ‘목요회(木曜會)’의 회원으로 가입하였으며 1940년대 들어서는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위원,조선임전보국단 평의원 등 주요 친일단체에서 간부로도 활동하였다. 그는 또 지원병제도가 실시되자 “반도청년 제군,제군에게는 이제 절호의기회가 온 것이다.내선일체,이것이 제군이 취할 절호의 기회다….1.대군(大君,일황)을 위해 태어나고,2.대군을 위해 일하고,3.대군을 위해 죽는다는 정신을 갖지 않는 자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이 될 수 없는 것이다.…우리 일본의 대화혼(大和魂)에서 말한다면 대군을 위해 죽는 일은 신자(臣子)된 자의 본분임과 동시에 죽는 그 사람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다”(‘총동원’1939년 10월호)며 지원병 출진을 권유하였다. 1943년 ‘징병제’가 실시되자 그는 다시 ‘성은(聖恩)에 감읍(感泣)하며’라는 글에서 “소화 18년(1943년) 5월 13일! 징병제 실시를 앞두고 멸사봉공의 열의에 불타는 반도 1,500만 민중은 이날 또다시 광대무변한 성은에 감읍하여 마지 않을 감격과 광영에 우뢰같은 환성을 폭발시켰다”(‘春秋’,1943년 6월호)며 일제의 침략전쟁을 선전하였다.학도병 권유 역시 빠지지 않았다.그는 학도병 지원 권유 조직인 경성익찬회 산하 종로익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였고 또 학도출진격려대회에서 연사로 강연을 하기도 하였다.그는 일제가 벌인 침략전쟁 때마다 조선청년을 사지(死地)로 내모는데 앞장선 인물이었다. 그의 변절은 ‘약육강식’을 합리화한 제국주의 논리를 수용한데서 비롯됐다.그는 일본유학 당시에도 “…노국(露國,러시아)이 침략하자 일본은 자위상 드디어 조선을 병합하기에 이르렀다.요컨대 약자가 강자에게 병탄되는 것을 면할 수 없는 것은 생물상의 원칙이다.…”며 이같은 의식세계를 드러낸바 있다.그런 그는 일본이 청일·러일전쟁에 이어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에서승리하자 조선독립에 대한 희망을 접고만 셈이다.그는 오히려 일제권력과 타협,일신의 안위를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겉으로는 ‘실력양성론’을 표방하였지만 이는 사실상 일제의 강압통치를 인정한 것이다.그는 식민지하 나약한 지식인의 전형(典型)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일보에 입사한지 10개월만인 27년 8월 그는 평안도 출신들이 대세를 이루던 조선일보로 자리를 옮겨 취체역(중역)겸 주필에 임명되었다.1940년 동아.조선이 폐간되자 그는 다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주필로 자리를옮겨 친일언론지의 논설책임자가 되었다.1944년 4월 5일 간암으로 죽을 때까지 그는 이 자리에 있었다. 독립유공자들의 공적을 기록한 ‘공적조서’에는 ‘변절여부’를 확인하는항목이 있다.서춘의 경우 이 항목에 저촉되는 사람이다.따라서 1963년 그에게 추서된 대통령 표창은 심사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하겠다.‘친일’문제는유족의 주장대로 친일기사의 건 수로만 따질 문제는 아니다.그런 식이라면춘원 이광수도 포상해야 한다.춘원은 ‘2·8독립선언서’ 작성자로 알려진인물이다. 이 소송사건은 엄격히 말해 그가 친일을 했느냐,안했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예우박탈’을 둘러싼 행정절차 문제에 관한 것이다.따라서 서씨의 유족이 최종심에서 승소를 한다고 해도 서씨의 친일문제를 둘러싼 논란은여전히 남는 셈이다. ‘2·8독립선언’ 80주년이 되는 오늘 도쿄 현지에서는 원로 독립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갖는다.‘2·8선언’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그의 ‘친일행적’이 문제가 돼 소송이 진행중인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 그는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 鄭雲鉉 jwh59@
  •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에 듣는다(올해 國政 어떻게)

    ◎“해외공관에 ‘통상진흥 지원반’ 운영”/남북대화·4자회담 상호보완적 병행 추진/한·일어업협정 김 대통령 방일전 타결 노력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은 18일 “건전한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자신있는 태도로 이를 수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朴장관은 이날 서울신문 李慶衡 정치부장과의 대담에서 “양국이 동시에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성실히 노력해 나간다면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이경형 정치부장 ○일 투자조사단 새달 방한 ­4월초 런던에서 열렸던 제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회의에서 유럽연합(EU)은 아시아 투자를 위해 고위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이에 따른 후속협의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현재 일본의 투자환경 조사단이 5월12일부터 16일까지 방한할 예정이며 ASEM회원국은 아니지만 뉴질랜드,노르웨이가 올 하반기에 투자사절단을 파견할 계획입니다.영국 프랑스 독일도 추진중입니다.투자중점유치기업 222개 가운데 적극적 투자의사를 보이는 기업에는 우리 투자유치단을 보낼 계획입니다. ­통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상교섭과 해외통상활동을 일원화하고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등의 관할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 문제는 金大中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통상업무는 외교통상부로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KOTRA등도 관련법을 개정해 외무부 산하가 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외교통상부는 대외투자유치 창구업무를 전담해 통상교섭본부 및 주요투자유치 대상국 재외공관에 외교통상부,무역협회,KOTRA 등의 직원을 망라한 ‘통상투자진흥 종합지원반’을 설치·운영해 외국 투자유치 증대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적극적 통상경제외교를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金大中 대통령이 오는 6월중 방미하고,그에 앞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5월1일 방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대북 경수로건설문제,미·북관계 개선 등 한·미 현안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새정부는 일단 경수로건설비용 분담에 대해 전정부때약속한 분담률(70%)을 계속 지키겠다고 했습니다.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밝힌 반면,나머지 부분(30%)에 대해서는 미국 책임하에 부족분을 충당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제네바합의에 따라 중유도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북관계 진전과 남북대화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새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전향적이고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과거에는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미·북관계의 진전도 없다’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새정부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 미·북,일·북 관계의 진전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나아가 미·북,일·북 관계의 진전이 남북한 관계를 촉진한다면 이의 개선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경수로비용 분담 약속 불변 ­경수로건설과 관련,최근 북한의 경수로를 화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던데요. ▲개인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내용으로,그동안 이를 정식 의제로 놓고 토론하거나 검토한 적은 없습니다. ­지난 3월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어업협정 교섭을 재개하는데 합의한바 있습니다.교섭을 어떻게 전망하시며 언제쯤 타결을 예상하십니까. ▲이달말 교섭이 재개될 것입니다.정부는 우리의 어업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선에서 어업협정 교섭이 조기에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특히 지난 8일 일본 외무성의 야나이 사무차관은 “10월 金大中 대통령 방일시까지는 어떻게든 결말을 짓기를 바란다”고 밝힌바 있으며 우리도 올 가을까지는 어업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일제하 군대 위안부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금 지급 안건이 보류됐습니다.정부는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일본 정부에는 개개인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라는데 일부에서는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일에 위안부배상 요구 안해 ▲지원금 지급안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입니다.일측에 배상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변함없습니다.일본이 과거 역사의 교훈을 진솔하게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면서 우리도 보다 열린 자세로 대응해 나가고자 합니다.다만 이를 성명으로 명시화하지는않을 것입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등 사비정부단체NGO들은 계속 일측에 대한 배상요구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합니다.NGO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남북차관급 회담이 당국간 회담으로서는 3년9개월만에 열렸습니다.앞으로 남북당국간 회담과 4자회담은 어떻게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보십니까. ▲새정부는 이미 남북대화와 4자회담을 상호보완적으로 병행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으며 실제로 양자는 대화의 과정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남북대화를 통해서는 주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 및 남북간 화해,교류·협력문제를 논의하고 4자회담을 통해서는 정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등을 논의코자 합니다. ○동북아 6자회담 적극 검토 ­정부는 4자회담과 함께 일본 러시아가 포함된 동북아평화를 위한 6자회담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6자회담은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것입니까. ▲金鍾泌 총리서리가 지난 2월 중국방문시 밝힌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6개국 공동선언’은 남북한 및 주변 4강이 참여하는 다자안보대화체 설립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이는 지난 94년 한국이 안정적인 동북아 안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의했던 ‘동북아 다자안보대화’(NEASED)와 같은 맥락이나 金총리서리는 동북아다자안보대화가 북한의 반대로 출범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중국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는가를타진해 본 것입니다. 현단계에서는 4자회담을 우선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동북아 다자안보대화는 93년이래 반관반민(半官半民)참여로 계속되고 있는 ‘동북아협력대화’(NEACD)에 우선 북한을 참여시킨후 이를 정부차원대화체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외통부 올 역점 사업/불·영 등 6개국 투자촉진단 유치/독,연방산업연 중심 조기 방한 준비/이·스웨덴·노르웨이 등 적극 검토 외교통상부는 올해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주요국 공관을 활용해 통상진흥과 투자유치를 위한 외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4월초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유럽연합(EU)등 각국이 한국에 투자조사단을 파견키로 함에 따라 필요한 후속조치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각국의 대한(對韓)투자현황◁ 지난 한해 동안 한국에 대한 최고 투자국은 미국으로 31억8천9백58만9천달러(181건)다.전년에 비해 264% 증가했다.2위는 네덜란드로 8억3천83만5천달러(21건),3위는 말레이시아 7억2천2백11만3천달러(33건) 등이다.이어 4위는 프랑스 4억1천74만9천달러(16건),5위는 3억9천8백6만7천달러(29건)이며,일본은 7위로 2억6천5백68만7천달러(134건)를 투자했다. 올해들어 2월까지는 일본이 1억6천1백62만9천달러(20건),미국이 7천3만1천달러(27건) 등을 투자했다. 각국 투자의 산업별로는 지난 한해동안 서비스업의 투자액이 45억6천7백75만1천달러(444건)로 가장 많았으며,제조업이 23억4천7백93만1천달러(186건),농축수산업 3천9백6만4천달러(7건) 등의 순이다. ▷해외 투자촉진단 유치활동◁ 현재 각국의 투자촉진단 파견예정인 국가는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등 6개국이다.프랑스는 6월 둘째주를 목표로 하고있으며 영국은 관계부처간 협의중이다. 독일은 독일연방산업연합회가 중심이 돼 조속한 방한을 준비중이며 오는 9월쯤에도 로만 헤어초크 대통령이 방한할 경우 고위 기업인들이 동행해 투자방안을 협의하도록 할 예정이다. 벨기에는 5월18∼23일까지 방한을 목표로 하고 있다.일본은 5월12∼16일 파견하기로 돼있다. 또 파견을 검토중인 국가는 스웨덴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3개국이며 교섭중인 국가는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이다. 스웨덴은 자동차회사 볼보등으로 구성된 투자촉진단을 타진중이며 노르웨이는 6월6일 오슬로에서 개최될 한·노르웨이 민간경협위를 계기로 양국 경제인간의 투자상담이 가능하며 또 오는 11월3일 서울에서 열릴 노르웨이 산업의 날 행사시 고위 기업인 투자촉진단의 파견을 추진중이다.대만은 이미 지난 12일 36명의 기업인이 방한해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제도현황을 조사하고 기업들과 협의했다.
  • 포철 지난해 7천2백억 순익/매출 9조7천억 사상 최고

    ◎순이익 95년 이어 두번째 포항제철이 지난 해 9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7천2백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매출은 포철 창립 사상 최대이고 순익은 95년에 이어 두번째다. 포철은 9일 지난 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96년보다 각각 15%와 17% 늘어난 9조7천1백18억원과 7천2백8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포철은 “지난해 순이익은 95년(8천3백97억원)에 이어 두번째지만 지난 해 영업환경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상 최고의 영업실적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도높게 추진해 온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경형혁신 노력이 가시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포철의 조강생산은 지난 해 2천6백43만t으로 96년보다 2백12만t이,제품판매량은 2천5백17만t으로 96년보다 약 1백60만t이 각각 늘어났다.
  • 소설가 이문구씨 중·단편집 ‘만고강산’

    ◎소외된 인간 군상 해학적 필치로 그려 이문구의 문학에는 군말 같은 곁이야기 속에도 깊은 정한이 녹아 있고 무심한 듯 담담한 서술 속에도 정이 깃들여 그늘을 짙게 드리운다.4·19세대 문학의 전반적인 이념화·서구화 경향 속에서도 의연히 전통문학의 맥을 움켜쥐어 오고 있는 작가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이문구(57)다.소설가 이문구씨가 지난 72년을 전후로 해 발표한 대표적인 중단편들을 한데 묶은 소설집 ‘만고강산’이 ‘이문구 전집’ 제4권으로 나왔다.솔출판사. 이번에 실린 작품은 ‘추야장’‘해벽’‘이풍헌’‘금모랫빛’‘다가오는 소리’‘임자수록’‘낙양산책’‘만고강산’‘그가 말했듯’‘그럴 수 없음’ 등 10편.대부분 피폐한 농촌을 버리고 무작정 상경,도시 빈민노동자로 전락한 이들의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그 대표적인 경우가 ‘만고강산’.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자들이 도시의 무기력한 하급생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 이른바 ‘상경형’소설이다.또 이번 소설집 가운데 가장 강렬한 사회비판의식을 담고 있는작품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중편 ‘해벽’이다.조용한 어촌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몰락해 가는 마을의 모습을 한 어업조합장의 독백을 통해 그린다.작가는 이미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묶어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라는 연작 소설집을 냈다.‘관촌수필’이 1960년대 농촌의 절대적 궁핍을 그리고 있다면,‘우리 동네’는 1970년대의 상대적 궁핍을 문제 삼는다.‘만고강산’은 이 두 작품집과는 주제를 달리 하지만 농촌에서 소외당하고 도시의 중심부에서도 밀려난 1970년대의 산물을 다루고 있음은 분명하다.
  • 국무회의(대한민국 50년:6)

    ◎48년 첫각의 단기냐 서기냐 갑론을박/50년대 미 기록 “이승만 독주로 요식행위에 불과”/5·16후 한동안 일요일 빼곤 매일 열어… 시국 반영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되기 꼭 열흘전인 1948년 8월5일 중앙청 2층 이시영 부통령실. 이범석 전 민족청년단장을 비롯해 장택상 윤치영 김도연 이인 조봉암 유진오씨 등 당시의 ‘거물’들이 한사람씩 들어섰다.이승만 박사가 7월20일 간접선거에서 180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뒤 지명한 국무총리와 장관들이었다.신임각료들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이대통령이 들어섰다.장관들은 예를 갖춘뒤 회의에 들어갔다.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이대통령이 주재한 사상 첫 국무회의였다. 회의를 하는 동안 이대통령과 각료들은 약간 흥분해 있었다.일제 때의 독립운동,미군정하의 일들이 주마등같이 스쳐갔다. ○초대 11부3처장관 출범 국무회의는 정부가 수립됐다는 감격의 상징이었다.흥분을 삭이고 국무위원들이 다룬 의제는 구미지역에 특사파견문제.신생국가에다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외국의 국가승인을 위한 외교가 절실했던 탓이다.미국과 구라파지역에 특사로는 조병옥 박사와 김활란 여사가 임명됐다.특히 조박사의 임무는 미국의 주한 미군철수계획을 저지하는데 모아졌다.조박사의 노력에도 미국 설득이 여의치 않자 이대통령은 장면 박사를 초대 주미대사로 파견했다. 초대 11부 4처의 장관을 맡은 국무위원들은 각 정파의 분배를 고려한 연립내각으로 이뤄졌다.이대통령의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의 소속은 윤치영 내무·전진한 사회·이청천 무임소장관 뿐이었고 김도연 재무장관은 김성수씨의 한국민주당,임영신 상공은 여성국민당수,김병연 총무처장관은 조선민주당 소속이었다.그외에 장택상 외무장관은 전수도 경찰청장,이인 법무장관은 전검찰청장,민희식 교통장관은 전군정청 운수부장,조봉암 농림 구영숙 보건장관은 무소속이었다.대학별로도 철저한 균분이 이뤄졌다.안호상 문교(서울대교수),유진오 법제처(고려대교수),이순택 기획처(연세대교수),정인보 고시위원장(국학대학장) 등이었다. 연립내각 구성은 국무총리 인준과정에서의 진통때문이다.이대통령은 7월27일 정부 공보 1호로 초당적이고 이북을 대표할 이윤영 조선민주당부위원장을 총리로 임명하는 추천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반대세력인 국회의 한국민주당·대한독립촉성농민총연맹은 토의조차 거치지 않고 부결시켜 버렸다.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국회의 첫 비토였던 셈이다.한민당은 김성수씨를 국무총리에 임명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이대통령은 이범석 민청단장을 총리로 지명했다.이초대총리는 한민당이 반대했으나 가까스로 인준됐다.국회는 그러나 민희식 유진오씨 등의 신임각료에 대해 친일논쟁을 제기하는 동시에 대통령에게 숙청을 건의해 최초 국무위원들은 첫걸음부터 삐꺽였다. 이대통령은 이런 논란끝에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했으며 미군정은 이날 자정을 기해 군정해제를 선포했다.해가 바뀐 49년의 첫국무회의는 1월3일 월요일 하오 3시30분 부통령실에서 열렸다.이대통령은 간단히 개회만 하고 국무총리와 내무장관이 사회봉을 이어받았다.법원조직법·검찰청법·변호사법 등 3건을 심의했고 이총리는 당시 주한 중국대사가 찾아와 한국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다고 통보했음을 알렸다.당시로서는 정부의 체계를 세우고 외국으로부터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국가 승인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였던 것이다. 미국인들이 남기고 있는 50년대 국무회의에 대한 평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이대통령의 독주아래 힘 한번 쓰지 못하는 허수아비 회의라는 얘기다.사실 이대통령 때 뿐 아니라 대통령제하의 국무회의는 의례통과일 수 밖에 없었다. ○고 총리 ‘각의 활성화’ 마련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는 외국순방후의 설명,97년 국제통화기금(IMF) 차관도입 동의안 같은 주요사안을 심의할 때 뿐이다.의사봉은 대부분 부의장인 국무총리 몫이 됐다.전두환 대통령 당시에는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경우도 있었다.서슬 퍼런 전대통령 앞에서 국무위원들은 절절 매야 했다.행여 전대통령이 질문을 하면 법안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장관들은 혼쭐이 났다.결국 국무회의 개최장소는 청와대를 떠나 정부세종로청사 19층으로 되돌아 왔다.국무회의는 헌법(88조,89조)상 국정의최고심의기구이지만 실제 운영은 법령안·조약안을 심의,의결하는데 그친다.법안심의도 이미 차관회의를 거쳐 상정됐기 때문에 토론도 거의 없다.고건 총리가 지난해 3월 부임하자 ‘국무회의 운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사실도 국무회의의 무기력함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역대 총리는 이범석 초대에서부터 고건 총리까지 모두 30명.여기다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던 10명의 총리서리까지 합치면 모두 40명이었지만 총리에 따라 국무회의의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군·학자·법관·행정관료 등 출신 배경에 따라 국무회의 진행방식도 달라졌다.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됐는가 하면 매끄럽게 회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혼란기때 가치 빛나 국정의 최고심의기구인 국무회의는 혼란기에 더욱 그 가치가 빛났다.4·19의거,5·16혁명,80년 신군부의 등장….합법성을 가지려면 국무회의는 필수불가결한 절차였다.60년 4월19일 상오 9시 중앙청 3층 국무회의실.이대통령과 허정 외무·권승열 법무장관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는 학생데모대 사태가 보고됐다.경비계엄선포·비상계엄선포 등의 안건도 의결됐다.하루만인 4월20일 또다시 국무회의가 열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반영했다.데모사건 피살자의 장례비를 한사람당 50만환씩 지급하기로 하는 안건이 처리됐다. 5·16 혁명이 일어난뒤 국무회의는 며칠동안 열리지 못했다.23일 하오 5시 국무회의에서는 ‘군사혁명에 따른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사퇴할 것’을 의결했다.총리가 배석자를 나가달라고 주문하면 국무위원 총사퇴 결의를 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있다.국무회의는 대외관계를 중단하지 않도록하고,성행하던 유언비어 단절을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국무회의는 혁명이후 당분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려 국정을 다뤘다. ◎초대 문교부장관 안호상옹/“이 대통령 개별 설득 단기 채택”/“한글전용법 제정 제의했으나 모든 장관 반대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초대 문교부장관을 맡아 50년까지 3년간 장관직을 역임한 ‘한뫼’ 안호상옹(96). 안전장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기초를 세운 초대내각 11부4처의 국무위원 가운데 한사람으로 국무회의 운영에 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당시 안전장관이 제안한 제도·법 등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아직도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장관은 “첫번째 국무회의로 기억하는데 국가 연호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했어요.갑자을축의 육갑파도 있었고,서기연호를 쓰자는 사람도 있었죠.또 임시정부수립연도부터 쓰자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안전장관은 국무회의가 끝난뒤 이승만 대통령을 따로 찾아가 단기사용을 설득하고 개천절을 국경일로 하자고 제안했으며 이대통령이 이를 모두 받아들여 다음 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그러나 단기사용은 5·16 이후 서기로 바뀌었다. 또 한문세대가 지배적이었던 그 당시 안전장관이 발의한 한글전용문제도 국무회의의 큰 관심거리였다.이 문제로 회의에서는 장관들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국무회의에서 내가 한글전용법을 제정하자고 했더니 모든 장관이 반대했어요.특히 나하고 가까운 사이였던 임영신 상공부장관이 공격을 심하게 하는 바람에 서로 ‘무식쟁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죠.침묵만 지키고 있던 이대통령이 안되겠던지 ‘과하니 그만하시오’라면서 중단시켰어요”. 이처럼 하나의 안건을 놓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당시 장관들은 나라를 새로 세운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안전장관은 또 “그때는 가난했던 시절이라 그런지 각료들도 돈이나 권력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초대내각에서 제일 먼저 사임한 민희식 교통부 장관은 철도사고에 책임을 지고 40일만에 물러났으며 전진한 사회부 장관은 공무원노동조합을 금지한데 대해 화를 내고 그만두었다.또 무임소장관이던 이청천씨는 “싹을 보니 틀렸다”는 말만 남기고 각의에서 물러났다.이 모두가 내각 6개월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안전장관은 전했다. □특별취재반 이경형 부국장겸 정치부장 이용원 문화부 차장 김경홍 정치부 차장 최병렬 문화부 차장급 김종면 문화부 기자 박정현 정치부 기자 서창희 정치부 기자 강선임 DB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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