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흔히들 벚꽃을 일본의 국화라고 여긴다. 우리나라 백과사전에도 그렇게 쓰여 있을 정도로. 그러나 국화로 못박아 공식적으로 표방하지는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벗꽃이다 하면 연상되는 나라가 일본. 『꽃은 벚꽃 사람은 무사』라는 그나라 속담이 있지 않던가. 그렇게 「일본 정신」과 연관시켜 온 꽃이 벚꽃. 바람결에 미련 없이 지는 벚꽃은 무사(사무라이)의 풍류와 죽음에 대한 각오로 비유되기도 했다. 또 그런만큼 일본에는 각종 벚꽃이 많다. 벚꽃 잔치의 역사도 깊고 화려하고. 벚꽃의 명소 또한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나라켕(내량현)의 요시노야마(길야산)는 그 중에서도 제일 명소. 수령 1천년의 벚꽃나무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벚꽃 명소가 많아져 관광회사들이 그 곳으로 놀이 가자고 손짓한다. 진해의 벚꽃은 이미 옛날의 일.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어귀에 이르는 10리길 벚꽃나무도 장관이다. 전주에서 군산까지의 40㎞ 국도 역시 벚꽃길. 그 밖에도 전북의 금산사,강릉의 경포대 등이 알려져 인파가 몰려든다. 지금이 바로 그벚꽃의 계절. 잡답속에 찌든 도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꽃의 명소야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벚꽃 명소에는 마음 속에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목련도 매화도 살구도 있는데 하필 벚꽃인가 싶어서. 더구나 20∼30년전 출처가 불분명한 벚꽃나무 묘목이 홍수를 이루어 나돈 때가 있었음을 상기할 때 더욱 그렇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국화도 있다. 그,나라꽃 무궁화의 명소가 손짓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일 없는 우리들 한국인. 지하의 남궁억선생이 눈을 부릅뜨시는 것만 같다. ◆국민식수기간이기도 하다. 어딘가에 무궁화동산 무궁화길을 조성할 만도 하잖은가. 새로 짓는 큰 건물이 조경을 하면서도 중심이 되는 곳에 무궁화를 심었으면 좀 좋을까. 새 품종이 나와 꽃도 예쁜 무궁화. 동네 어귀에 내집 뜨락에,이 봄 무궁화를 심자. 애국가 속에서만 고독한 그 무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