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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간 대표발의법 120개’ 노회찬 의원이 꿈꾼 세상은

    ‘7년간 대표발의법 120개’ 노회찬 의원이 꿈꾼 세상은

    국회의원은 주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법안에 담는다. 사회,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데 법률 개정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지난 23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그랬다. 노 의원은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가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그가 꿈꾼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가 잘 드러난다. 한 정의당 당원은 페이스북에 “노 의원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기 위해, 그가 대표 발의해서 심사 중인 법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봤다”면서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을 일부 소개했다. 서울신문은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해당 내용을 공개한다. 아울러 노 의원이 그동안 대표발의한 법률안의 제안 이유도 살펴봤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47개, 19대 때 15개, 20대 때 57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가 7년만에 이룬 성과다. 그는 19대 때 삼성X파일 사건으로 당선된지 8개월만에 의원직을 상실하고 20대 임기 중인 지난 23일에 사망했다. 노 의원이 바랐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법률안을 통해 살펴본다.●진보사회를 꿈꾼 노회찬 노 의원은 처음 입성한 17대 국회에서 47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가운데 원안가결 3건, 수정가결 1건, 대안반영폐기(기존 법률안을 대체하는 다른 법률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고 기존 법률안은 폐기) 11건씩이었다. 32개 법안은 임기만료폐기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노 의원이 2004년 9월 14일 처음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은 ‘민법 개정안’이다. 제안 내용에는 “현행법에 의하면 자녀의 성(姓)과 본(本)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돼 있으므로 자녀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어머니의 권리가 차별을 받고 있는 바, 이는 국제협약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관련 규정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21일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내용에는 “국가보안법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 요건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면서 “역대 정부는 국가보안법의 불명확한 요건을 이용하여 건전한 비판세력에 대한 처벌수단으로 사용해 왔고, 그 결과 국민 중 피해자가 양산돼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적인 건전한 토론과 비판문화가 형성되지 못해 민주적 의사형성이 저해되고, 그 결과 사회발전과 사회개혁이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2004년 11월 19일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에 대해선 “종교적 신념 또는 양심적 확신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인하여 병역법 또는 군형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자가 양산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조화되지 않아 양심의 자유가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의 인권 보장에도 앞장섰다. 그는 2005년 9월 20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2006년 10월 12일에는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는 “현행법에 의하면 성전환자들은 호적상의 성별 변경을 할 수 없고, 그 결과 결혼 및 가족의 형성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제반 사회활동에서도 불이익과 차별을 겪고 있는바, 이는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소수자보호의 원리에도 배치되므로, 이를 시정하기 위해 성전환자들에게 일정한 요건하에 성별의 변경을 인정하여 줌으로써, 성전환자에 대하여도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자 한다”였다. 2008년 1월 28일 발의한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 법안도 ‘차별금지법안’이었다. 제안 이유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 구제수단들을 도입해 차별 피해자의 다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명시됐다. ●의원직 상실한 날, 소방공무원을 위한 법안 3개 발의 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15개다. 이 가운데 6개 법안은 대안반영폐기로 다른 법률안에 흡수됐고, 9개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노 의원의 대표발의안이 16개에 그친 이유는 그가 2013년 2월 14일 삼성 X파일’ 관련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2012년 7월 26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현행법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의 결정방식에 있어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상대다수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상대다수투표제는 다수의 후보자 가운데 최고득표자를 뽑는 방식으로 지지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경우라도 당선될 수 있어 민주적 정당성의 결여와 이에 따른 정치적 안정성의 부재 등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당선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권자에게는 다시 한 번 자기결정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는 2012년 9월 12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다음날인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24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같은 해 11월 26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그는 공정거래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안을 꾸준히 발의했다. 노 의원은 2013년 2월 14일 의원직이 박탈당하는 날에도 소방공무원을 위한 법안 3개를 대표발의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립묘지 안장기준을 군인, 경찰관 등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국가에 대한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방지원활동 및 교육훈련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위험직무관련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도록 해 소방공무원의 희생에 대한 예우를 하고자 한다”고 적시했다. 직무 중 순직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순진 군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소방공무원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노 의원이 남긴 마지막 법안은 ‘특활비 폐지법’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은 모두 57개다. 이 가운데 대안반영폐기·수정가결 법안은 11건, 철회하거나 폐기된 법안은 6건이다. 남은 40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법안은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노 의원의 2016년 6월 30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에 대해선 “교섭단체의 구성요건이 의원 20인 이상으로 돼 있어 거대 정당에 비해 군소정당 소속 의원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렵고 거대 정당의 국회 운영 독점으로 인해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국회 운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있지 못하다”면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5인 이상으로 완화해 소수 정당 소속 의원이나 무소속 의원들도 쉽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적 세력의 형성과 사회계층의 다양한 의사를 국회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처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는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입법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였다.그는 2016년 7월 7일 두 번째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해고의 절차를 구체화하며, 해고노동자의 우선재고용과 관련한 제도를 정비하고, 대규모 경영상 해고의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사업주와 노동자의 신뢰 기반을 만들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지난해 3월 9일 기업 비리나 사학비리 등에 대한 내부고발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3월 16일에는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같은 해 4월 14일에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9월 20일에는 산업재해 당사자를 사업장 등의 조사에 참여시켜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아울러 노 의원은 세입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도 꾸준히 발의해왔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법안은 지난 5일 대표발의한 ‘특활비 폐지법’(국회법 개정안)이었다. 제안 이유에 대해선 “예산요구서에 특수활동비 등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등에 소요되는 경비가 포함됨에 따라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예산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고, 국회 소관 예산 편성에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 작성 시 특수활동비 등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포함하지 않도록 한다”면서 “또한 국회예산자문위원회를 두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요구서 작성 시 국회예산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투명한 예산 집행 및 국민 참여 증진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사설] ‘마린온 참사’ 원인과 방산비리 여부 철저히 규명하라

    그제 해병대 항공대의 6개월 된 신형 헬기 ‘마린온’이 시험비행 도중 지상 10m 높이에서 추락하면서 탑승자인 해병대원 6명 중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났다. 사고 당시 헬기의 회전날개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고 한다. 사고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국산 기동 헬기인 ‘수리온’을 개조한 상륙용 기동 헬기인 마린온 1, 2호기 중 2호기다. 수리온의 안전성은 감사원 감사까지 했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군 당국은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촉구했듯 방산비리가 아닌지도 규명해야 한다. 나아가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소방용 및 의무용 헬기 등에 대한 안전점검도 철저히 하기 바란다. 수리온은 6년 동안 약 1조 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자주국방용 전투용 헬기다. 2012년 12월 첫 실전 배치 이후 67대가 배치됐으나 결함투성이로 드러났다. 2015년 1월과 2월에 수리온 2대가 엔진 과속 후 갑자기 멈추면서 비상착륙했고, 같은 해 12월엔 같은 결함으로 추락했다. 잇단 사고로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수리온이 저온 환경에 견디지 못해 헬기 전방 유리가 쉽게 깨지고, 기체 내부로 빗물이 유입되고, 추운 곳에서 엔진이 얼어붙어 정지하는 등 비행 안전성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자동차 제조 및 개조와 달리 비행기는 수많은 부품이 결합되는 최고 정밀기계 산업의 총아로 개발에 통상 10년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는 6년 만에 수리온을 개발한 데 이어 1년 6개월 만에 수리온을 마린온으로 개조했다고 자랑했다. 바다에서 해안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마린온에 보조연료탱크를 추가하고 지상·함정 기지국과의 교신을 위한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 등 각종 전자 및 통신장비를 추가로 탑재한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무게가 늘고 기능을 추가하는 등 무리하게 개조해 기체 결함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가 KAI의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방산비리에 따른 기체 결함으로 확인된다면 군 당국은 방산비리 여부도 파헤쳐야 한다. 지난해 7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수리온의 엔진 사고 현황 및 원인, 전방 유리 파손 현황 등을 보고받았으나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마린온의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수리온 계열의 다목적 헬기인 의무후송 전용 헬기, 참수리로 알려진 경찰헬기, 산림헬기, 소방헬기 등은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 전면적으로 운항을 금지해야 한다.
  • “세월호 친구 곁으로 보내줘?”…‘막말·성희롱’ 과천여고 교사

    “세월호 친구 곁으로 보내줘?”…‘막말·성희롱’ 과천여고 교사

    담임교사 폭언·욕설·성희롱에 학생들 국민청원재학생·졸업생도 폭로…3400명 이상 참여학교 측 “감정조절장애 알았지만 폭언은 몰라”해당 교사 직위해제…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학부모들 “사립학교라 언제든 복귀할 수 있어”경기 과천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담임 A 교사의 폭언과 욕설,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A 교사로부터 유사한 폭언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이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도 이어졌다. A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은 최소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학교 측은 국민청원이 제기되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며 뒤늦게 해당 교사의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A 교사가 다시는 교단에 설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사립학교의 특성상 중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천여고 2학년의 해당 학급 학생들은 12일 오후 공동으로 작성한 국민청원문을 통해 담임인 A 교사가 “반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언을 했다”며 “묶어두고 감금시킨다. 납치한다”는 협박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언제 욕설과 폭언을 들을지 몰라 녹음을 하고 다닌다”면서 A 교사가 “책상에 있는 책을 집어 던질 듯한 행동을 취하고 학생들을 차별하고 외모를 비하하고 다리를 쳐다봤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A 교사의 폭언과 욕설 때문에 “학기 초부터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다”며 “몇 명은 자퇴하고 싶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이 청원에는 13일 오후 6시 현재 3400명 이상 참여했다. 과천여고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라고 밝힌 일부 참여자는 A 교사에게 당한 폭언과 성희롱 사례를 댓글로 남겼다. 지난해 A 교사가 담임인 반 학생이라고 밝힌 학생은 A 교사가 “너희는 세월호 학생들처럼 앉혀 놓아야 한다. 자꾸 뒤돌아서 얘기하면 목을 비틀어버린다”라는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재학생도 A 교사가 세월호 뱃지를 단 친구에게 “너도 그 친구들 곁으로 보내줘? 너희도 저렇게 되고 싶으냐”며 조롱했다고 밝혔다. A 교사는 “너희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니까 위안부 소리를 듣는거야”라며 모욕적인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과천여고 재학·졸업생들은 A 교사가 일상적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입을 모았다. “신체검사 때 가슴둘레는 안 재냐. 너 때문에 황홀했다”, “처녀가 조용히 해야지” 등 심한 말을 많이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졸업생은 A 교사가 “학교를 더이상 다닐 수 없게 된, 평소 (A 교사가) 예뻐하던 학생에게 작별 선물이라며 이마에 키스를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사랑과 관련된 소설이 수업에 나왔는데 (A 교사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했고 꼭 해보고 싶다며 특정 학생을 불쾌할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과천여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A 교사가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을 남긴 한 졸업생은 “인생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줘야 하는 선생님이 본분을 잊고 잘못된 됨됨이를 보여준다면 선생님으로 불릴 자격도 없다”면서 “제발 후배들과 학교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학교 측은 A 교사의 폭력적인 언행과 성희롱에 대해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번 청원은 평소에도 욕설을 달고 살던 A 교사가 전날 교실에 학생들을 앉혀두고 1시간 내내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퍼붓고 난 뒤 학생들이 상의해서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해당 학급 학부모 10여명은 13일 오전 학교장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학교장이 긴급인사위원회를 열어 A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수업도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사회에도 경위서를 통해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과천여고는 학교법인 영산학원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과천외고도 영산학원 소속이다. 학부모들은 집단상담 등 아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교 측은 A 교사를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오는 16일부터 과천시 상담복지센터 프로그램에 따라 심리치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인권옹호관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안을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학교장은 평소 A 교사가 감정조절장애가 있어 약을 먹는 것은 알았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A 교사의 언행을 교원평가를 통해 학교에 알리고 교육청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A 교사는 학생들에게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양해해달라”며 여러 차례 변명했다고 한다. 한 졸업생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심한 정신적 문제가 있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직에 서지 않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졸업생은 “A 교사는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같은 재단에 속한 과천외고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과천여고로 돌아오는 일을 되풀이했다”며 “사립학교 교사의 채용과정과 비리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키우는 학부모들도 이번 사건의 해결 방안을 주시하고 있다. 2013년 과천여고를 졸업한 B씨는 “과천은 인구 5만 7000명의 소도시다. 여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는 과천고, 과천중앙고, 과천여고, 과천외고 등 4개교인데 과천고와 과천중앙고에는 여학급이 3개반 뿐이어서 사실상 과천에 사는 대부분의 여학생이 과천여고에 진학한다고 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이번 사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교감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국민청원 이야기를 꺼내자 “오늘 처음 듣는 얘기여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공무원 갑질 금지 규정 신설… 위반 땐 최대 징역형

    공무원 갑질 금지 규정 신설… 위반 땐 최대 징역형

    #1. 지방 공공 기관인 A공사는 중소 용역 업체에 주택단지 조사·설계 용역을 위탁했다. 이후 계약을 변경하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보다 거래 상대방에게 불리하도록 계약 금액을 결정했다. 2010~2015년 4건의 용역에서 5억 6000만원을 부당하게 깎았다. #2. B개발공사와 C시설공단은 계약서 조항에서 해석에 이견이 있으면 일방적으로 공기업의 판단에 따르도록 하는 계약 조건을 내걸었다. D개발공사를 포함한 2개 지방공기업은 당초 계약상 기한보다 대금을 늦게 지급했지만 약정된 지연이자는 내지 않았다. 앞으로 이 같은 공공 분야의 갑질 사례 중 내용이 범죄 수준으로 심각하고 반복되면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처벌을 강화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주재로 5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합동의 ‘공공 분야 갑질 근절대책’이 확정됐다. 대책에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갑질 조항’을 신설하고, 중대한 갑질 공무원은 최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껏 공무원들은 갑질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5월 각 부처, 지자체, 민간단체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민간 분야 종사자의 42.5%가 ‘공공 분야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1%는 ‘공공 분야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 분야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느낀 공무원은 고작 16%에 그쳤다. 정부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일반적 갑질 금지 규정’을 넣어 갑질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고자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는 10월까지 공무원의 우월적 지위나 권한을 남용한 부당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다. 한국행정연구원 등의 연구를 통해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유형별 사례 분석을 통해 어떤 행위를 갑질로 볼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을 만든다. 법령, 조례, 지침 등에서 공무원이 갑질을 할 수 있는 독소 조항도 오는 9월까지 기관별로 발굴해 없앤다. 경찰은 오는 9월까지 인허가·관급 입찰 비리나 공공 사업 일감 몰아주기, 성범죄 등 공무원의 갑질 비리를 특별 단속한다. 앞으로도 매년 1회씩 중점 단속 기간을 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금품수수와 같은 갑질 내용이 무겁거나 상습적으로 반복되면 적극적으로 기소하고 구형을 강화한다.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갑질엔 징계 감경 사유도 적용하지 않는다. 갑질을 한 공무원의 상급자가 이를 은폐하면 함께 징계한다. 갑질로 중징계를 받은 관리자는 보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인허가 신청자나 하급 기관을 상대로 갑질을 하면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갑질은 대부분 피해자의 불안정한 지위에서 이뤄진다. 정부는 갑질을 당한 피해자가 신고로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피해 신고 시스템을 갖춘다. 현재 운영 중인 갑질 피해 민원 접수 창구를 신고와 상담까지 가능한 ‘범정부 갑질 신고센터’로 확대해 운영한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익명 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도 연다. 민간 단체에서도 갑질 피해 상담이나 구제를 지원하는 신고 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포토라인 패싱’ 조양호 한진 회장 구속 갈림길

    ‘포토라인 패싱’ 조양호 한진 회장 구속 갈림길

    수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의혹을 받고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조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6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26분 머리가 헝클어진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서울남부지법에 도착했다. 조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을 비싸게 팔도록 지시했나’, ‘구속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라는 등 취재진 질문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법정 앞에는 ‘인하대학교총학생회 동문협의회’ 소속 2명이 ‘인하대에 대한 족벌세습경영을 그만둬라’,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전직 대한항공 직원 등 시민들도 조 회장이 도착하자 “조 회장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지난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김병철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담당한다.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을 계기로 한진그룹 일가의 온갖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조 회장은 아내, 딸에 이어 구속 위기에 놓였다. 앞서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갑질 폭행’ 의혹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전 전무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찰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대사 새기며, 초심 다잡는 우리

    “경찰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대사 새기며, 초심 다잡는 우리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 전국 경찰관 540명에게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 드라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많이 돌아온 답변(192명·35.6%)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동료 형사에게 외친 이 한마디였다. 경찰의 직업적 자부심을 압축적으로 보여 줬다는 것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팀장급 경찰관은 29일 “솔직히 가오가 없어진 지도 오래됐다”면서 “음주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등 여러 제약들이 경찰관 사기를 떨어뜨렸지만 그래도 ‘베테랑’의 대사를 생각하면서 초심을 붙잡는 편”이라고 말했다.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경찰은 ‘약방의 감초’처럼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 경찰 캐릭터는 희화화돼 소비되기 일쑤였다. 전문성보다는 무능함, 청렴보다는 비리의 이미지가 강조된다. 공권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이 미디어 속 경찰에 그대로 투영돼 온 것이다. 경찰을 부정적으로 비추지 않은 영화와 드라마일지라도 경찰관의 인간적인 면모보다 영웅적인 모습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들어서야 일상과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경찰관들의 애환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삶도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명하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경찰청 및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찰관 54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비친 경찰의 모습’이란 주제의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관이 뽑은 최고의 영화(중복 3개 허용)는 ‘베테랑’(216명)으로 나타났다. 악랄한 재벌 3세와 끝까지 싸우는 경찰관의 끈기와 열정, 그리고 통쾌한 승리에 현장 경찰관들도 대리만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은 명대사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경찰관의 현실을 왜곡한 영화로는 2012년 영화 ‘신세계’(135명)가 꼽혔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관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일부 비리 경찰관의 모습을 일반화한 것에 대해서도 다수의 경찰관들이 실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을 다룬 한국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경찰에 대한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경찰 영화가 등장했는데 1993년 개봉한 영화 ‘투캅스’만 보더라도 경찰 풍자가 극 중 내내 이어진다. 이 영화는 경찰관이 불법 도박 현장에서 금품을 빼돌리거나 시민들로부터 돈을 뜯는 장면 등을 통해 ‘부패 경찰’의 단면을 보여 준다. 2002년 개봉한 ‘공공의 적’에서 주인공 강철중 형사는 정의를 구현하기는 하지만 폭력적이고 비리에 찌든 형사로 등장한다. 2010년 영화 ‘부당거래’도 권력을 좇다 비참한 죽음을 맞는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 주며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다.영화에 비하면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최장수 수사드라마로 꼽히는 1970~80년대 ‘수사반장’부터 1990년대 ‘폴리스’, 2000년대 ‘경찰특공대’까지 경찰 본연의 역할에 더 주목했다.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TV 드라마 ‘라이브’도 일선 지구대의 경찰관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 냈다. “드라마의 최우선 가치는 공감”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라이브 제작진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경찰관이 꼽은 최고의 드라마로 ‘라이브’(372명)가 선정됐다. 드라마 속 홍일지구대의 실제 배경이 된 서울 홍익지구대의 윤경호 팀장은 “지구대는 물 먹은 경찰관 또는 하위직이나 오는 자리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라이브’ 덕에 깨진 부분이 많다”면서 “시청률 7% 정도면 잘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93%는 못 본 것 아니냐. 직원들도 빨리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라이브’의 마지막 회에서 배우 배성우(오양촌 역)가 경찰 수뇌부를 향해 “누가 내 사명감을 가져갔냐”며 절규하는 장면은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경찰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현장 경찰관들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지만 쉽게 내뱉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배우가 대신 해 줬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김명훈 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 ‘라이브’가 참 고맙다”면서 “앞으로 조금씩 현실이 나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썼다. 경찰 생활 27년차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내부 게시판 ‘현장 활력소’에 “마지막 장면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다 아내에게 들켜 ‘남자 갱년기다. 아빠도 운다’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라이브’의 출연진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경찰관의 명예를 드높여 줬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현실과 다른 전개로 현장 경찰관들로부터 외면받은 드라마도 없지는 않다. 드라마 ‘유령’(2012년)에 나오는 것처럼 사복 입은 형사가 살인 사건 현장에 먼저 도착한 제복 입은 파출소 경찰관으로부터 거수경례를 받는 장면도 현장 경찰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이다. 드라마 제작 지원을 맡고 있는 이희목 경찰청 대변인실 경위는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이 상관일 수도 있다”면서 “의도야 어찌됐든 현실과 다른 연출은 제복 경찰관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베테랑’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서 형사가 범인을 체포할 때 “묵비권(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도 경찰관들이 씁쓸해하는 대목 중 하나다. 시나리오 작가가 현행법 조항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과거의 잘못된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면서 기본적 실수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를 체포할 때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나와 있을 뿐, 묵비권은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보이스’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을 다루면서도 112 신고 관련 경찰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드라마 방영 당시 한 지방경찰청의 112종합상황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는 8월 ‘보이스2’ 방영을 앞두고 촬영에 들어가는 제작진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112지령실 직원들을 미리 섭외하는 등 시즌1 때보다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2’ 제작진처럼 경찰 영화, 드라마를 제작할 때 경찰청에 협조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강력반 형사, 112 접수요원, 과학수사요원 등과의 인터뷰 요청부터 경찰특공대 차량 지원, 경찰서·사격장 등 장소 지원 요청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추석 시즌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는 실제 서울 금천경찰서를 배경으로 했다. 이희목 경위는 “한 달에 평균 5건 정도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아직까지 헬기 지원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경찰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면 지원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 ‘라이브’는 경찰청에서 20차례 이상 지원했다. 지난해 퇴직한 경찰관이 아예 자문 경찰관으로 드라마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배우들에게 사격술, 교통 수신호를 가르쳐 주기 위해 촬영장에 파견 갔다가 ‘깜짝 출연’하는 경찰관도 있었다. 라이브 6회차 때 배우 정유미, 이광수 등에게 사격 자세 등을 전수한 민경원 대전서부경찰서 가수원파출소 경위는 현장에서 캐스팅돼 사격통제관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민 경위는 “모형 총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정신까지 경찰관에 가깝게 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종원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경찰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부조리를 끄집어내 드라마 밖에 있는 ‘우리’들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 드라마처럼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장기 시즌제’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검은돈 오가는 밀실 관사…임기 끝나도 버티고 풍수 따져 입신

    검은돈 오가는 밀실 관사…임기 끝나도 버티고 풍수 따져 입신

    관사는 실상 단체장에게 핵심 업무 공간이 아니다. 공·사적 개념을 아우르는 관사에 대해 단체장이 공적 공간으로서의 순기능만 강조할 경우, 민심과 내내 평행선을 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몇몇 관사에서는 떳떳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예로부터 벼슬아치의 상징이었던 관사를 통해 허세를 뽐내려는 마음이 아주 없지도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민과 유리된 ‘밀실’ 같은 관사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그칠 줄 모르는 비난에 직면하는 시대를 맞은 지 오래다.지난 26일 관사 거부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측근들에게 “취임 전 주업무도 아닌 관사 문제로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쓰지 않으면 논란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사의 정무 기능을 높이 사 입주 여부를 고민했다. 맹창호 충남지사직 인수위 대변인은 27일 ‘취임 준비로 바쁜데 무슨 관사 얘기냐. 대단한 것도 아니고…’라는 양 당선자의 말을 전했다. 양 당선자는 관사 논란으로 (실제 사용한) 전임 안희정 지사와 이른바 ‘엮이는’ 것도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대표이던 지난 1월 12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경남지사 시절 자신이 건립한 도지사 관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지어 놓은 관사 터가 좋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내 고향에 와서 4년 4개월 도지사를 지내며 도지사 관사도 새로 잘 지어 놨는데 거기에서 몇 달 못 살았다. 조그맣게 지어 놨지만 참 아기자기하게 잘 지었다. 터도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도지사 관사는 경남지방경찰청장 관사를 헐고 새로 지었다. 홍 전 대표는 “2등밖에 못해 떨어졌지만 대통령 후보도 한번 해 봤고, 당 대표도 재수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그 터가 좋다. 절대로 안 뺏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관사에 살았던 내가 당 대표를 맡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에 참패했고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관사를 놓고 추태도 있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배상도 경북 칠곡군수는 졌는데도 새 당선자의 취임을 코앞에 두고서야 관사를 떠났다. 그는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 관사를 쓰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군이 규정을 들어 그 요구를 뿌리쳤을 땐 신임 군수가 취임하기 전까지 집을 수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늦었다. 결국 칠곡에 살지 않던 장세호 새 군수는 친척에 얹혀 살며 취임 후 보름을 넘겨 입주했다. 성백영 경북 상주시장은 선거에 진 전임 이정백 시장이 상주에 당장 집을 구해 옮기기 어렵다며 기존 관사에 계속 살겠다고 요구해 아파트를 새로 얻어야 했다. 시는 관사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이 전 시장의 돈으로 빌려 계속 살도록 조치했다. 이 전 시장은 관사에서 사용하던 시 소유 가구, 집기, 가전제품 등도 시에 임대료를 내고 썼다. 신규 아파트 관사에 집기 등을 신품으로 구입하는 돈을 놓고 시민들은 예산 낭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1999년에는 관사 절도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고관 저택 전문털이로 이름을 날리던 김강룡이 서울 양천구 목동 전북지사 관사의 김치냉장고에 있던 미화 12만 달러와 현금 5800만원을 훔쳤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유종근 지사가 “도난당한 게 없다”고 부인해 진실 공방을 일으켰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온 국민이 달러를 사려고 금 모으기를 하던 시절 도지사라는 인물이 거액의 달러를 보관한 혐의로 정국을 흔들 뻔했다. 결국 유 지사가 달러를 잃은 게 아니라 현금 3500만원과 약간의 귀금속이라고 시인하며 가라앉았다. 그러나 유 지사는 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게 밝혀져 감옥 신세를 졌다.전북 임실의 옛 군수 관사는 민선 3기(2002~2006년) 때 6급 공무원 서너명이 찾아와 군수와 군수 부인에게 사무관 승진을 부탁하며 뇌물을 건네 입길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심민 현 군수는 초선 때부터 “봉사를 사명으로 할 지위에 자치단체 재물을 거저 이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관사를 내쳤다. 그는 올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대다수 단체와 전문가들은 비난 일색이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자치국장은 “자기 사는 곳에서 당선되는데 관사가 필요한가”라고 되묻고 “일부는 단독주택 관사를 개방해 생색을 내고 세금으로 아파트 관사를 얻는데 이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재율 부산 분권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지방청와대로 불린 부산시장 관사는 군사정권의 유물로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옳다”고 밝혔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관사는 더이상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니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각이 다른 민선 기관장도 눈에 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이 있는데 교육장들과 밥 먹으며 회의할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 고급식당에서 만찬을 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단체장이 자기 아파트에 살면 퇴근 후 긴급 상황 발생 때 간부들을 불러 회의라도 할 수 있겠나. 시민들에게 주목돼 비리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무조건 적폐로 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In&Out] 검찰 개혁, 수사권 조정보다 국민에게서 답을 찾자/김가헌 변호사

    [In&Out] 검찰 개혁, 수사권 조정보다 국민에게서 답을 찾자/김가헌 변호사

    대통령의 선의만으로는 검찰 권력이 통제될 수 없음을 보았던 문재인 정부는 검찰 권력을 특별기구 또는 경찰에 분산시켜 검찰을 제도적 차원에서 개혁하고자 한다. 위로부터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아래로부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것이다. 일주일 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행정권의 수반으로 검찰과 경찰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행 통치구조에서 검찰과 경찰 간 형식적 권한 분점에 따른 견제와 균형만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고 국민의 인권이 더 보호될 수 있을까?과문한 탓으로 검찰 개혁의 유구한 역사적 논의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법률가 입장에서 수사 권한의 형식적 분리로 인해 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죽이는 일이 생길까 걱정한다. ‘수사’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력 작용이 아니다. 수사는 ‘기소’와 ‘공판’이라는 일련의 형사사법 절차의 첫 단추로, 단순히 범죄의 사실관계를 정서하는 차원을 넘어 차후 진행될 기소와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릴 ‘증거’를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처음부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체 형사사법 절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결국 처벌받아야 하는 자는 처벌받지 않게 되고, 처벌받지 않아야 하는 자는 처벌받게 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사법경찰이 수사를 통해 적정한 기소, 올바른 재판으로 이어지는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급한 것은 자치경찰제 도입이 아니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로 인한 문제는 멀리 있는 반면 수사 및 기소 작용의 차질은 목전직하에 있다. 사법경찰 내부에 수사 전문가, 법률 전문가를 충원해 수사 및 법률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 못지않게 피해자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고, 형사사법 정의 실현 역시 국가의 존속과 발전에 필수적인 공익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추가로 합의문에서는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주면서 검찰에 ‘보완수사 요구권’을 부여했는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기존 수사지휘권의 실질적 차이를 모르겠다. 현재 수사실무에서 송치 전 수사지휘 사례는 거의 없다. 나아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의 구체적 입법 내용에 따라 중복수사 방지를 통한 인권 보호라는 취지마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는 중복수사를 죄악시하는 관점의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형사처벌’이라는 가장 큰 인권 침해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중복수사를 해서라도 신중하게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것이 인권 보호 측면에서 오히려 더 바람직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단순히 수사 권한의 분리를 통해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게 하자는 형식적 권력 분립의 낡은 방식으로는 검찰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난 전철을 돌이켜 볼 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이미 있었다고 하여 과거 대통령의 악의를 검찰 또는 경찰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국민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 국민 주권이 가장 적게 실현되고 있는 곳이 사법부라고 생각한다. 검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된 차제에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보자. ‘사인소추제’, ‘기소대배심제’, ‘지방검찰제’, ‘검사장 직선제’ 등 각국의 입법례를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때다.
  • [사설] 여야, 지체 말고 국회 정상화 나서라

    6·13 지방선거를 치른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국회는 여전히 ‘개점휴업’ 중이다. 그사이 1만여건의 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29일 임기를 마친 뒤 국회는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모두 공석인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계파 갈등 수습에만 힘을 빼는 모양새다. 그 때문에 여야 간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미뤄져 왔다. 다행히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번 주부터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해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것 같다. 바른미래당도 25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며 협상 창구를 공식화할 예정이어서 이번 주중 협상의 테이블이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가 발표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와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실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 문제 등 긴급한 현안이 쌓여 있다. 오는 7월 17일 제헌절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국회의장 없이 70주년 제헌절 행사를 맞아야 한다. 계파 갈등이 이번 주 최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당은 당내 문제와는 별개로 원 구성 협상에 착실히 임해야 한다. 당의 활로 모색도 중요하지만 의원의 본분인 국회 운영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연루된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도 한국당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권 의원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했지만 한국당의 거부로 본회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한국당이 진정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면 체포동의안부터 당당하게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또한 개헌특위를 연장해 개헌 논의를 이어 가야 한다. 개헌특위는 이달 말까지가 활동 시한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내홍 등으로 인해 사실상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특히 청년고용촉진법, 규제혁신 5법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법안들은 통과가 절실하다. 각종 경제 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민생 정책들이 효과를 내려면 이 법안들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야 한다. 여야는 지체 없이 국회를 정상화시켜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 [사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 권익 위한 혁신 기대한다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됐다. 검찰과 경찰 관계를 지휘 감독의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했다. 경찰은 모든 사건에서 1차 수사와 종결권을 갖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된다. 검찰은 기소권과 부패범죄 등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등 견제 권한을 갖는다. 검·경이 같은 사건을 중복 수사할 경우 검사에게 우선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경우엔 경찰에 우선권을 준다. 정부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한 비대화 견제 차원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내년 중 서울ㆍ세종ㆍ제주 등 3곳에서 시범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번 정부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로 민정수석비서관, 법무 및 행정안전부 장관 간 3자 협의체에서 합의된 안이다. 사법행정 주무 장관이 서명했지만 검찰 불만이 감지된다. 검·경 관계가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소추에 대한 최종 책임자인 검사가 수사 지휘를 하는 게 당연한데 지휘권 폐지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보완수사요구권에 대해서도 수사 지연으로 인한 증거 확보 실패 및 범인 도피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검ㆍ경 갈등 요소만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검찰의 불만은 이해된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은 기관의 밥그릇 다툼 소재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 보호에 초점을 둔 ‘수사 시스템 혁신’으로 이해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수사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범죄를 예방하고, 진실 규명과 인권 보호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 기능 조정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은 과거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 개혁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전체 형사사건의 98%를 다루는 경찰은 이번 정부안에 담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경찰은 드루킹 부실수사나 과거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대형 사건 처리에서 국민 인권을 유린하고 진실 규명을 게을리한 과오가 적지 않다. 수사중립성 확보를 위한 국가수사본부장 인선방안과 일반 경찰의 수사 관여를 제어할 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내년 시범실시할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실무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정부안은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확정된다.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것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첨예한 공방이 있을 수 있다. 공론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주 국가의 정부 조직 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여야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야는 이달 말로 활동 시한이 종료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을 연장하는 것부터 서두르기 바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 警 수사 - 檢 기소 투트랙… 범죄 혐의 명확한 사건 ‘속전속결’

    警 수사 - 檢 기소 투트랙… 범죄 혐의 명확한 사건 ‘속전속결’

    경미한 사건 중복 조사 대폭 축소 日경찰도 전체의 20% 자체 종결경찰이 수사권·수사종결권을 1차적으로 갖고 검찰의 경찰 수사 통제를 ‘사전 사건지휘 방식’에서 ‘사후 수사검열 방식’으로 바꾸는 취지의 수사권 조정 합의가 실현될 때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 사건의 성격, 수사 분야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대체적으로 고소·고발인과 피고소·피고발인 간 다툼이 없는 경미한 사건의 경우 검찰까지 갈 필요 없이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며 사건 처리가 빠르게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경제범죄처럼 당사자 간 다툼이 많고 혐의가 모호한 사건의 피의자들은 경찰서와 검찰청을 거푸 오가는 상황이 여전할 것이란 비관론도 제시됐다. 국회 입법이 지연될 경우 부패·선거 범죄 사건 등을 놓고 검·경 간 수사 경쟁이 붙거나, 검·경이 상대방의 비위 캐내기에 몰두하는 소모적 힘겨루기가 벌어질 여지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실 수사·기소로 인한 피해자 인권 침해나 과잉 수사로 인한 피의자 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범죄 혐의가 명확하게 가려지는 사건의 경우 국민들이 거쳐야 하는 형사 사법 절차는 상당 부분 간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검찰로부터 중복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미한 사건들은 경찰이 검찰에 보낼 필요가 없이 종결할 수 있게 됐다”고 이번 조정안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찰도 전체 사건의 20%를 검찰에 보내지 않고 자체 종결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소개했다. 이와는 반대로 범죄 혐의에 다툼이 많은 사건은 형사 사법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에 수사권을 주되 인권 보호를 이유로 검찰의 사후 통제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둔 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경찰서 수사관은 “조정안대로라면 경찰이 임의적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했을 때 고소인이 ‘이 사건을 왜 종결했느냐’며 경찰서장에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이때 서장은 지체 없이 검찰에 수사기록과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담당 경찰관은 감찰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으니 소신 있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보다 무리해서라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려는 경찰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입장은 좀 다르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이의 제기된 불송치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조정안인데 경찰이 수백, 수천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복사해 주지 않으면 검찰은 기록 없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면서 “지금도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 지휘를 하면 경찰들은 그냥 캐비닛에 처박아 두는 경우가 부지기수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정안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특수사건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사건들은 경찰이 우선 수사하게 된다.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해도 검찰이 이를 내려보내 경찰이 수사하게 된다는 뜻이다. 기존 검찰 형사부에서 담당하던 고소·고발 사건 외에도 조직폭력·마약·대공 수사에서 검찰이 손을 떼게 된다. 이 같은 수사 절차가 정착된다면 부패·경제·금융·증권·선거·방산비리·사법 방해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검찰이 아닌 경찰에 접수하는 고소·고발 관행이 새롭게 형성될 전망이다. 반면 경제사건 등의 분야에선 검찰 직접 수사가 활성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한연규 창원지검 형사2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연간 고소·고발 사건이 50만~60만건이고 이 중 20% 정도가 검찰에 접수되는데, 수사지휘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검찰이 접수 사건 중 직접 수사가 가능한 대부분을 직접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안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 절차를 거쳐 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수사 현장에서 ‘검·경 간 세 겨루기식 수사 경쟁’이 벌어진다면 법조비리, 경찰비리 사건이 폭주할 수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미묘한 시기에 검찰이 모아 놨던 경찰 비리 사건 등을 발표한 선례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예컨대 참여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활발했던 즈음 검찰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연루된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文대통령 의지 확고…법무·행안부 첫 타협”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경찰분권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었다. 지난해 대선과 2012년 대선 공약은 물론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도 문 대통령이 만들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은 공약 실천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1호 공약으로 재벌개혁을, 2호 공약으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권력기관 개혁 공약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그만큼 의지가 강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과 연이 없는 개혁성향 법학자 조국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 지난해 8월 28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이 책임을 지고 법무·행안부 두 부처 장관들과 틀을 만들어 검·경의 의견을 듣고 합의를 거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제가 두 분 장관과 7차례, 한인섭 법무·경찰 위원장, 박재승 경찰위원장과 4차례 등 11차례에 걸쳐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 수석은 수차례에 걸쳐 검·경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검·경으로부터 공식 의견서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결정을 앞두고 지난 15일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박 장관과 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지금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예전부터 권력기관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는 데 관심을 두고 큰 기대를 걸어 왔다”며 수사권 조정의 대의를 설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법무부·행안부·민정수석실 3자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조언했다. 조 수석은 “법무부·행안부 장관은 검·경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양보와 타협, 조정의 모범을 보여 줬다”면서 정부 수립 후 최초 사례이자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겉으론 경찰 손 들어줬지만… 檢 ‘보완수사 요구권’ 불씨 남겨

    겉으론 경찰 손 들어줬지만… 檢 ‘보완수사 요구권’ 불씨 남겨

    정부가 21일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문은 표면적으로는 경찰에 유리해 보인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 폐지, 경찰에 수사 종결권 부여’는 경찰이 바라 온 숙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등 또 다른 검·경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따르면 경찰에는 ‘1차적 수사권’과 ‘1차적 수사 종결권’이 주어진다. 경찰이 수사하는 데 검사에게 일일이 간섭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는 검찰에 ‘보완수사 요구권’을 주면서 경찰 수사를 통제하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지했을 때 검사의 수사 개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독자 수사를 고집하는 경찰과 이를 통제하려는 검찰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먼저 양측은 ‘보완수사 요구’의 개념부터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경찰은 ‘조언’ 형태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사실상의 지휘 수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시점을 놓고도 견해가 엇갈린다. 경찰은 “영장신청에 이어 사건을 송치할 때까지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영장 신청 이전 단계라도 경찰의 과잉 수사가 명백하면 보완수사 지시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수사권 남용’의 판단 기준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경찰은 “수사권 남용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검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시정을 요구해 사건을 송치하게 된다면 현행의 ‘수사 지휘’와 다를 바 없다”고 항변한다. 이에 검찰은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보다 경찰 수사의 편의성을 더 우선시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합의문에 명시된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검찰은 경찰청장을 비롯한 징계권자에게 직무 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도 양측의 충돌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지시 불응 경찰에 대한 징계 요구’가 경찰 길들이기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 역시 “아무리 징계 요구를 해도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할 텐데 통제 장치로서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같은 사건을 놓고 수사를 할 때, 검사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갈등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때에는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검사는 경찰의 ‘영장’ 신청 단계에서 이미 사건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가 “우리도 이미 그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며 송치를 요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특수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 간 ‘먹잇감 쟁탈전’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합의문에서 특수사건은 ‘부패·경제·금용·증권·선거범죄’와 ‘방산비리·사법방해 관련 범죄’로 규정됐다. 그러나 통상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사건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잦다. 또 사건이 번질수록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검찰과 경찰 간 ‘특수사건’을 둘러싼 수사 갈등이 불가피한 이유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권을 독점했을 때 폐혜는 드러나기 마련”이라면서 “수사권이 부당하게 행사되지 않으려면 국민의 통제,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힘세진 경찰… 1차 수사·종결권 갖는다

    힘세진 경찰… 1차 수사·종결권 갖는다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 폐지 수직적 관계서 상호 협력관계로 檢 직접 수사 특정 사건에 한정 “경찰로 檢 개혁” 정권 의지 반영 검·경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검찰이 행사하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다. 또 경찰이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다. 정부는 경찰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현재의 수직적인 검·경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상호 협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면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2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밝힌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서 검·경은 상호 협력 관계로 설정됐다. 정부는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부여했다. 사실상 모든 형사사건의 1차적 법률 판단을 경찰이 맡게 되는 것이다. 경찰 입장에선 2011년 확보한 ‘수사 개시권’보다 훨씬 큰 권한을 갖게 됐다. 검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경찰이 요청한 영장은 검찰이 지체 없이 법원에 청구하도록 해 경찰의 검찰 견제가 가능해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부패·공직자 범죄, 경제·금융 범죄, 선거 범죄 등으로 제한된다. 동일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중복 수사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에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경찰이 영장신청을 한 범죄사실에 대해선 경찰이 우선권을 갖게 했다. 또 대폭 강화된 경찰의 수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로 넘어온 경찰 수사를 사후 검열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번 조정안은 경찰 수사권 강화를 통해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참여정부 때부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이 태생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현 여권이 권한의 재분배를 통해 검찰 개혁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범죄 혐의에 대해 1차적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범죄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을 경우 따로 법률적인 도움을 받아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또 경찰 수사가 장기화하다 검찰에 넘어가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번 수사권 조정에 검찰과 경찰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이 총리도 “조정안이 완벽할 수 없다”면서 “두 기관이 대승적으로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검·경 관계, ‘수직’에서 ‘수평’으로…검경수사권 조정 발표[전문]

    검·경 관계, ‘수직’에서 ‘수평’으로…검경수사권 조정 발표[전문]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다. 경찰에게는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이 부여된다. 또 검찰과 경찰은 수직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21일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낭독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경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수사와 공소 제기, 공소 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 지휘를 폐지한다.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며,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검찰 수사력을 일반송치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요구를 불응하는 경우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시정조치 불응 시 송치 후 수사권 등의 통제권을 가진다. 반대로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경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같은 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 수사하게 된 경우에는 검사에게 우선권을 준다. 다만,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의 우선권을 인정한다. 정부는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여러 가지 과제를 줬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할 자치경찰제를 2019년 안에 서울과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실시하고,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하는 식이다. 아울러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 이 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수사권 조정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 양측에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자칫 조직이기주의로 변질돼 모처럼 이루어진 이 합의의 취지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합의안 전문 이 합의안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 정부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도출한 국정과제의 방침을 기준으로 하여 법무부 장관·행정안전부 장관의 협의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이 합의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입법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다.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1. 총칙 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 나.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경찰청장과 협의하여 수사에 관한 일반적 준칙을 정할 수 있다. 단, 이 합의안의 범위를 넘는 준칙제정은 할 수 없다. 2. 사법경찰관의 수사권, 검사의 보완수사 및 징계 요구권 등 가. 사법경찰관은 모든 사건에 대하여 ‘1차적 수사권’을 가진다. 나.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하여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한다. 다. 검사는 송치 후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 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에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따라야 한다. 라.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따르지 않은 경우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검사장은 경찰청장을 비롯한 징계권자에게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징계에 관한 구체적 처리는 ‘공무원 징계령’(대통령령)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다. 마. ① 검사는 경찰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우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시정조치하여 그 결과를 통보하여야 하며, 시정되지 않는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여야 한다.②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조사시에 ①항에서 정한 사항을 고지하여야 한다.③ 검사가 경찰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었음을 확인한 경우 검사는 라항의 절차에 따라 당해 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바.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외부인사로 구성하되,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사. 다항에도 불구하고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혐의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의하여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검사로 하여금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제도를 운영하여야 한다. 3. 사법경찰관의 ‘1차적 수사종결권’ 및 통지·고지의무, 고소인 등의 이의권 등 가. 사법경찰관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진다. 나. ① 사법경찰관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불송치결정문, 사건기록등본과 함께 이를 관할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② 검사가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검사는 경찰에 불송치결정이 위법·부당한 이유(제2의 마①항의 사유를 포함)를 명기한 의견서를 첨부하여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 ① 사법경찰관은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를 포함함, 이하 같음)에게 사건처리 결과를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한다.②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③ 이의신청을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지체 없이 관할 지방검찰청에 수사기록과 함께 사건을 송치하여야 하고, 처리결과와 그 이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라. 경찰은 국가수사본부(가칭) 직속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반기별로 모든 불송치 결정(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을 포함한다)의 적법·타당 여부를 심의하여야 한다. 심의결과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하여야 한다. 4. 검사의 수사권 및 사법경찰관과의 수사경합시 해결기준 가.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검찰수사력을 일반송치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한다. 나. ① 검사는 경찰, 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구체적 내용은 별지와 같다) 및 이들 사건과 관련된 인지사건(위증·무고 등)에 대하여는 경찰과 마찬가지로 직접적 수사권을 가진다.② ①항 기재 사건 이외의 사건에 관하여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사건번호를 부여하여 경찰에 이송한다. 다. 검사는 송치된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의자 및 피의자 이외의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조사하는 등의 수사권을 가진다. 라. 검사가 직접수사를 행사하는 분야에서 동일사건을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중복수사하게 된 경우에 검사는 송치요구를 할 수 있다. 단,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영장기재범죄사실에 대하여는 계속 수사할 수 있다. 5. 자치경찰제에 관하여 가.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다. 나.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가 중심이 되어 현행 제주 자치경찰제의 틀을 넘어서는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한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경찰은 2019년 내 서울,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실시,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를 위하여 적극 협력한다. 다. 자치경찰의 사무·권한·인력 및 조직 등에 관하여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되, 경찰은 다음 각항에 관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출한다. ①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광역시도에 관련 기구 설치 및 심의·의결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 설치계획② 비수사 분야(지역 생활안전·여성청소년·경비·교통 등) 및 수사 분야의 사무 권한 및 인력과 조직의 이관계획 라. 수사 분야 이관의 시기, 이관될 수사의 종류와 범위는 정부 관련 부처와 협의하여 결정한다. 마. 국가경찰은 자치경찰제 시행 이전이라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 국가경찰사무 중 일부를 자치단체에 이관한다. 6. 수사권 조정과 동시에 경찰이 실천해야 할 점 가. 경찰은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한다. 나. 경찰은 사법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경찰이 사법경찰직무에 개입·관여하지 못하도록 절차와 인사제도 등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 경찰은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7. 기타 가. 검찰의 영장청구권 등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이번 합의의 대상에서 제외됨을 확인한다. 나. 이 합의는 공수처에 관한 정부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 법무부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의견을 들어 내사절차 관련 법규 제·개정안을 2018년 중에 마련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1. 내사가 부당하게 장기화되지 않을 것 2. 내사가 부당하게 종결되지 않을 것 3. 내사착수 및 과정에서 피내사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것 라. 검찰·경찰은 이 합의에 관한 입법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 합의의 취지를 이행하도록 노력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경 수사권 조정 ‘제2 개헌안’ 되나

    청와대가 경찰의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최종안을 이번 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를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이달 말 활동 시한이 종료되기 때문에 실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기까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검·경 수사권 조정 외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논의할 사개특위를 구성해 올해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활동 종료를 일주일여 앞둔 20일까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사개특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다음주 만나 활동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활동시한 연장은 쉽지 않다. 사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하려면 관련 내용이 이달 말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어야 하는데 지난달 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임기 종료 후 한 달 가까이 국회의장이 공석이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당내 정비가 급해 후반기 원 구성은 운도 떼지 못하고 있다. 사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국회 정상화 후 다시 사개특위를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다시 기관 업무보고부터 받아야 하는 절차 등으로 또 시간만 보내다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청와대 의지로 밀어붙이는 상황이지만 결국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그러나 국회에서 공회전만 거듭하다 ‘제2의 개헌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여권 일부에서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사개특위가 아닌 법무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관례대로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게 되면 법사위원장은 한국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결국 국회를 거쳐야 하는 건데 사개특위가 그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가 한국당의 비협조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개헌안과 사정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강한 데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기 때문에 한국당도 계속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명문 음대생 제조기’ 스타 교사…16년간 ‘뒷돈’ 3억원 챙겨

    [단독]‘명문 음대생 제조기’ 스타 교사…16년간 ‘뒷돈’ 3억원 챙겨

    학원 강사에 소개비로 매달 10만원씩경찰, 사립고 음악교사 영장 방침악기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인문계고 학생 중 숨은 재능을 발굴, 지도해 서울대 등 명문대학 음대에 보내기로 유명했던 스타 교사가 범죄 피의자로 전락했다. 제자들에게 사교육 강사를 소개해 주고 매달 뒷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해당 교사가 근무한 고교는 ‘쓴 돈만큼 합격에 가까워진다’는 음대 입시 판에서 “꿈과 재능만 있으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철학을 내세워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곳이다. 그만큼 충격이 더 크다. 18일 서울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북 지역 사립고 음악 교사인 A(58)씨는 입시 대비 음악학원 강사에게 학생들을 소개해 주고 매달 소개비를 챙긴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16년 동안 모두 3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학교 재단 측은 최근 A씨를 학급 담임 등에서 직위해제했다. 경찰은 A씨에게 법적 허가 없이 학생·강사를 연결시켜 준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강사 19명도 학원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은 A씨가 현재 근무 중인 고교와 같은 재단 소속인 B여고에서 일하던 2001~2016년에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관악반 지도 교사였던 그는 학생들을 강사들에게 소개해 주고 대가로 매달 1인당 교습비의 3분의1(약 10만원)을 챙겼다. 한 명 소개해 줄 때마다 통장엔 연간 120만원이 입금된 것이다. 처음엔 잘 알던 학원 강사 몇 명에게 학생을 소개했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 지금껏 관리한 강사는 19명에 달한다. 특히 일부 강사가 소개비를 입금하지 않거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면 학생을 더이상 소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내가 아는 실력 있는 강사에게 레슨을 받아 보라”는 A씨의 권유로 교습을 받았을 뿐 레슨비 일부가 교사의 통장으로 흘러들어 간 건 전혀 알지 못했다. A씨는 소개비를 받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강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한때 음대 입시계에서 ‘전설’로 통했다. 보통 음대 입시에서는 예술고 학생들이 초강세를 보이는데 A씨는 일반고 학생들을 주요 대학에 곧잘 보내 기적의 주인공으로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됐다. 2004학년도부터 12년간 A씨가 지도한 관악반 졸업생 400여명 중 90%가 넘는 380여명이 음대에 진학했고 260여명은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 합격했다. 특히 학교 측은 학생들의 개인 레슨 비용을 거의 받지 않고, 대신 이 학교 출신 전문 연주자 등을 재능 기부 형식으로 초빙해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홍보해 왔다. 2011년부터는 서울교육청이 지정한 음악중점학교가 됐다. B여고 관계자는 “A씨가 관악반을 별도로 운영해서 학교로서는 비리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립 교원인 탓에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는 적용할 수 없었다”면서 “비슷한 범행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신문은 예체능계 대학 입시 과정이나 대학에서 벌어지는 비리·부조리 등을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겪거나 알고 계신 부조리가 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사설] 경찰, ‘수사역량’ 제고해 국민 신뢰 얻기를

    검찰과 경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수사권 조정 방안이 조만간 발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주 중으로 알려진 수사권 조정안 확정을 앞두고 대통령이 경찰의 권한 확대 의중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중순 청와대가 밝힌 국가정보원과 검·경 구조개혁안에 따르면 현 경찰은 국가치안 및 정보와 경비 업무를 맡은 일반경찰, 1차적 수사 담당인 수사경찰(가칭 국가수사본부), 대외수사를 맡는 안보수사처, 그리고 자치경찰로 세분화된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줄 경우 이 권한은 이른바 국가수사본부에 부여될 전망이다. 우리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한다. 문 대통령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나의 문제의식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 그렇지만, 경찰 수사를 확인받기 위해 검찰에서 똑같이 조사하는 건 국민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라며 “그래서 수사권 일원화라는 표현을 처음에 쓰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 입장에선 같은 일로 경찰과 검찰청을 들락거리는 일은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ㆍ경 간 밥그릇 싸움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인권침해 최소화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국민은 형사사법 체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보다 누가 수사하든 내 기본권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에 더 관심이 크다. 경찰의 수사자율권 확대가 국민 기본권 신장으로 이어지려면 경찰부터 혁신해야 한다. 생활형 범죄는 물론 권력형 비리 의혹도 치밀하게 파헤칠 수 있도록 수사역량을 길러야 한다. 피의자 신문 조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사관의 실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조직의 거버넌스도 내부 감찰 및 징계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수사경찰의 독자성은 강화하고, 조직 안팎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에 취약한 요소는 없애라는 얘기다. 수사권 강화에 따른 권력 비대화 우려 또한 적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고은광순 “이재명, 김부선에 ‘폭로하면 대마초로 3년 살게 할 것’ 협박”

    고은광순 “이재명, 김부선에 ‘폭로하면 대마초로 3년 살게 할 것’ 협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배우 김부선씨에게 “관계를 폭로하면 대마초 누범으로 3년은 (징역) 살게 하겠다”라고 협박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부선씨가 난방비 비리 투쟁을 벌일 당시 관련 소송 비용 모금을 주도했던 고은광순씨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방투사로 싸울 때 매일 새벽 1시간씩 김부선씨와 소통했고, 이재명 후보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면서 장문을 글을 올렸다. 고은광순씨는 “이재명 후보는 옥수동 아파트에 들어오면서 ‘이 아파트는 왜 이리 썰렁하냐?’고 했고, 당시 난방비 때문에 춥게 살던 김부선씨는 이재명 후보가 오는 날에 난방밸브를 열어뒀다”고 했다. 이어 “계속 빚에 쪼들려 아파트를 전세 주고 경기도로 나가야 했던 김부선씨는 관계가 끝날 무렵 이재명 후보에게서 ‘둘 관계를 폭로하면 대마초 누범으로 3년은 살게 할 거니 입 닥쳐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부선씨는 뒷산에 올라 펑펑 울기만 했다”면서 “가족의 도움으로 다시 옥수동으로 돌아온 김부선씨는 아파트 기득권자들이 난방비를 조작하여 바가지를 쓴 것을 알고 난방투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일 당시 김부선씨가 찾아갔다가 성남시 관계자들과 충돌을 벌였던 소동에 대해서도 고은광순씨는 언급했다. 고은광순씨는 “이재명 후보가 천막농성할 때 마침 경찰청에 아파트 문제로 고발하러 가던 김부선씨는 천막을 들추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이 거짓말쟁이야!’라고 소리쳤지만 이재명 시장은 냉정하게 비서들에게 ‘끌어내라!’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이 한창 만나고 있던 2009년 5월 김부선씨가 고 노무현 대통령 장지를 찾아가려 하자 “그딴 데 뭐하러 가나? 옥수동 아파트에서 기다려라”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고은광순씨는 “문제는 사생활이 아니다”라면서 “르윈스키처럼 체액이 묻은 속옷이라도 챙겨두지 못한 김부선을 증거가 없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마음대로 짓밟으며 전국민에게 뻔뻔스럽게 오리발을 내미는 그가 경악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진우, 김어준 등은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으나 박근혜 정권에 대항하는 ‘재주 있는 정치가’를 보호하기 위해, 또 김부선씨가 명예훼손에 걸릴 수도 있으니 그녀를 주저앉히거나 침묵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도운 것이 되고 말았다”고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함평경찰, 광주 기아자동차 취업사기범 적발

    전남 함평경찰서는 29일 대기업 취업 알선을 미끼로 구직자들에게 2억여원을 뜯은 최모(57)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현직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인 A씨와의 친분을 이용, 기아자동차 취업 명목으로 양모(36) 군 등 3명에게 1억 99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최씨는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사무직은 1억원, 생산직은 5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피해 금액을 돌려줬다. 피해자 정모(57) 씨 아들은 최씨가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에서 레슨중이며, 박모(30)씨는 정씨 옆집에 거주하는 등 친분 관계가 있어 두사람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최씨는 과거에도 고등학교 교사로 취업시켜주겠다며 2000만원을 받는 사기 행각을 벌여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고위공무원 A씨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 “최씨를 2014년부터 두 차례 정도 만난 적은 있으나 취업 사기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기아자동차는 수년전 대규모 채용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으며 채용을 미끼로 한 취업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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