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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 비용만 2000만원 낼지도”…日 나가노현 외국인 산악스키 주의보

    “구조 비용만 2000만원 낼지도”…日 나가노현 외국인 산악스키 주의보

    동계올림픽 등을 치르며 스키장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노현이 ‘백컨트리 스키’(산악스키)를 즐기러 찾아오는 외국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나가노현 경찰 산악안전대책과 집계 결과 이 지역에서 산악스키에 의한 조난 사고는 지난해 22명이었지만 올해는 이달 9일 현재 13명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3명 가운데 9명이 외국인이었다. 프리스타일 스키 전 세계 선수권 챔피언이었던 카일 스메인(31)은 지난달 29일 나가노현 오타리 마을 하쿠바 노리쿠라산에서 스키를 즐기다 눈사태에 휘말려 안타깝게 사망하기도 했다. 산악스키는 산 정상에 올라가 정해진 길 없이 눈 위를 내려오는 겨울 스포츠로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눈사태를 만날 가능성이 큰 위험한 스포츠로 알려졌다. 산악스키를 즐기는 외국인 스키어의 조난 사고가 잇따르자 나가노현은 지난 10일 공무원, 경찰, 관광업계 종사자 등을 모아 대책 회의를 열고 외국인 스키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눈사태 주의 안내판을 설치하고 산악스키를 즐기기 위해 산에 오를 경우 이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기로 했다. 대규모 스키장이 있는 나가노현 오마치시, 하쿠바 마을, 오타리 마을 등은 출입금지 구역을 알리는 간판을 설치하고 일본어 외에 영어 경고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 마을에선 스키장 외의 장소에서 조난당했다면 수색 및 구조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한 조례를 시행해 200만엔(약 1900만원)을 지불하게 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후지산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다가…대만 여행객 ‘민폐’ 구설

    후지산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다가…대만 여행객 ‘민폐’ 구설

    일본을 찾은 대만 여행객들이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등 민폐 관광객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대만 언론 ET투데이 등은 최근 일본 후지산 북쪽의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 주민들이 이 일대를 찾는 대만 여행자들의 안하무인격의 여행 태도로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12일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일대를 찾은 대만과 태국 등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후지산을 배경으로 촬영하기 위해 차들이 오고 가는 도로를 장시간 무단 점거하거나 발을 굴러 높이 뛰는 등의 장면을 여러 차례 촬영하며 심한 도로 정체와 자동차 경적, 운전자들의 스트레스 등 불필요한 사회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문제를 대만 매체보다 먼저 주목한 것은 일본 현지 매체들이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0일 이 일대를 점령한 대만 국적의 여행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며 도로를 점거한 모습을 담은 문제 영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인근 지역 초등학생들이 대만 여행자들로 인해 등하교 시 통학로 정체 등 불편을 겪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가 된 자동차 전용 도로는 그 뒤로 후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도로와 근접한 지역에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과 현지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후지요시다 식당가 등이 밀집해 있어 몰려드는 관광객들과 마찰이 벌어지는 등 불편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 대만과 태국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은 지난해 11월 무렵 시작됐다. 당시 후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한 네티즌이 SNS에 게재했고 이 사진이 누리꾼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조용했던 이 마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에는 발을 굴러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차도를 점령한 대만 출신의 관광객들이 장시간 도로 위로 몰려 주민들의 통행이 불가능해졌고, 이를 보다 못한 일본인 운전자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며 경적을 울리면서 한때 경찰이 출동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이 지역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상점 연합회가 지방장치단체와 시청 등에 청원서를 제출, 대만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배 째라’식 태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일평균 해당 도로를 찾는 대만, 태국 등 관광객들의 수가 무려 1000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 일본인 주민은 “아직 특별한 인명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동반한 관광객들이 자주 차도에 난입하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목격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호리우치 시게루 시장이 나서 문제가 된 자동차 전용 도로를 시찰, 이달 1일부터 오는 3월까지 도로 인근에 두 명의 경비원을 배치해 주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봉합책을 내놓은 상태다. 또, 현지 관할 경찰서는 시청과 협의해 인근 도로에 대한 순찰 업무를 강화하고 SNS를 통해 영어와 중국어 등 다국어로 ‘차도에 진입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수시로 게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소식이 대만 매체와 SNS 등을 통해 대만 현지에 전달되자 누리꾼들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제발 어글리 대만인의 모습은 보여주지 말자”면서 “해외까지 나가서 부족한 국민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스스로는 물론이고 대만 사람 전체를 욕 먹이는 일이라는 것을 제발 잊지 말자”며 자체적인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 [단독]경찰 수사심의위 “김동연 지사 ‘부정채용 무혐의’ 문제없어”

    [단독]경찰 수사심의위 “김동연 지사 ‘부정채용 무혐의’ 문제없어”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아주대 총장 시절 비서였던 직원을 기획재정부에 채용시켰다는 의혹 등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 없다’고 결론 내렸다. 10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김 지사에 대한 종전의 처분이 적합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변호사 2명, 교수 2인, 외부수사 전문가 1인, 사회인사 3인, 내부위원 2인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됐다. 수사심의위는 “김 지사가 기재부 기간제 연구원 채용공고와 관련해 기재부 연구원 채용공고 공고문, 응시자 제출 서류, 서류 전형 채점표, 면접시험 채점표, 기재부 인사와 조직 등을 수사했다”면서 “위법부당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가 인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더라도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 사항이 아니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 불송치한 것이 판단 유탈이나 법리·사실 오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심의위는 고발인이 이의신청 이유로 ‘기재부 인사과 과장에 대한 조사 없이 불송치한 것이 문제’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담당수사관은 인사채용과 담당자들을 조사한 후 필요하지 않다고 진술했다”며 “인사과장에 대한 조사 여지가 없어 조사한다고 달라질 것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5월 23일 열린 경기도선거 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방송3사 TV토론회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대학생 단체인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수사심의위는 이에 대해서도 “김 지사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란 점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김 지사의 혐의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김 지사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기록을 경찰에 돌려줬다.
  • 4·3희생자 일반재판 미신고 재심 첫 개시 결정

    4·3희생자 일반재판 미신고 재심 첫 개시 결정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9일 제주4.3특별법상 특별재심과 직권재심 대상이 아닌 고(故) 한상용의 아들 한모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 개시를 결정했다. 고 한상용은 4·3 당시 경찰에 끌려가 1950년 2월2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만기출소한 고 한상용은 2017년 사망했다. 고 한상용은 고문 후유증 등으로 별다른 직업을 갖지도 못했다. 재심을 청구한 고 한상용의 아들 한씨는 “평소에 4·3관련 겪은 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다가고 술에 취하면 1949년 무렵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끌려 가서 고문당했다. 끌려 간 사람들 중 앞서 취조를 받은 사람들이 제대로 말을 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사정없이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그로 인해 죽어 트럭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 묻는 말에 순순히 응하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구타를 여러번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때의 가혹행위로 피고인은 좌골신경통, 대퇴골 무혈성 괴사 등을 앓아 1980년 무렵에는 부산에서 인공관절치환수술을 받기도 했다. 피고인이 겪은 일로 모든 가족이 희생됐든데 자신 뿐 아니라 누나도 연좌제에 걸려 원하던 학교에 진학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도 못했다. 10년 전까지도 경찰 검찰로부터 지속적인 사찰을 당해왔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한씨의 진술이 전문진술에 불과해 증거능력이 없어 제출된 자료만으로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재판부는 재심개시결정문을 통해 피고인이 사망해 직접 진술을 들을 수 없지만 재심 청구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전후사정이 일관된다”면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는 극심한 이념대립으로 영장이 없는 불법 연행이나 수사, 고문 등이 다반사였다. 피고인(고 한상용)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받았다고 가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제주4.3처럼 70년이 넘는 과거의 일에 대한 재심 사유를 엄격하게 따질 경우 자칫 재심제도의 필요성이나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검사의 주장은 제주4·3의 구체적인 상황은 외면한 채 평상시와 같은 상황이었음을 전제하고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따지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데스크 시각] ‘더 글로리’ 그 후 17년, 지금 우리 학교는 다르다/유영규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더 글로리’ 그 후 17년, 지금 우리 학교는 다르다/유영규 기획취재부장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열기가 뜨겁다. 공개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국내 OTT 통합 콘텐츠 순위 1위를 달린다. “날밤 새웠다”, “과장됐고 자극적이다”로 갈리는 주변 반응 속에 다소 늦은 ‘몰아보기’를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학교폭력 시리즈(4부작 ‘지금 우리 학교는’)를 연재했기 때문에 스타 작가 김은숙은 학폭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사적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고교 시절 문동은(송혜교)은 끔찍한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재력가의 딸 박연진(임지연) 일당이 가하는 이유 없는 폭력은 동은의 삶을 지옥으로 끌어내린다. 때리고 목을 조르는 것은 일상이다. 성폭행하고 고문을 즐기듯 고데기로 온몸을 지진다. 가난한 미혼모의 딸이 도움을 청할 곳은 없다. 담임도 경찰도 친구들도 심지어 유일한 혈육인 엄마조차 침묵하고 방관한다. 남은 방법은 사적 복수뿐이다. 복수를 위한 준비는 무려 17년 동안이나 이어진다. 그렇게 드라마 전반에는 학폭의 잔혹함과 치밀한 응징이 깔려 있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몰아보기는 어느새 시즌1의 마지막 편까지 이어졌다. 엄청난 몰입도에 ‘시간 순삭’을 경험했지만,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학교폭력의 잔혹함을 강조하려다 보니 현실과 드라마의 괴리감이 점점 커졌다는 생각에서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요즘 학교에선 박연진 일당은 모습을 감춘 듯하다. 과거 일진들이 가하는 집단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은 일선 학교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학폭을 바라보는 ‘사회적 민감도’ 역시 높아졌다. 작은 장난이나 험한 말도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퍼져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강력한 ‘처벌’을 내세우며 2012년 등장한 학폭법은 학교폭력의 판도를 바꿨다. 교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행위를 학폭위에 올리고 가장 가벼운 처분인 서면사과조차도 모두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온통 처벌로만 채워진 제도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학교폭력을 지나치게 넓게 정의하는 바람에 어린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조차 모두 폭력행위로 간주한다. 통계상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큰불은 잡았지만 작은 불이 끊이지 않는 셈이다. 입법 당시 취지는 일진 학생의 반복적인 폭력과 심각한 집단따돌림 등으로부터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학교도 한몫 거든다.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민원이 제기될까 두려워 무조건 학폭위를 열어 버리는 면피성 행정이 넘쳐난다. 학폭의 의미도 혼란스럽다.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학폭은 여전히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다수가 소수를 괴롭히는 행위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다르다. 학폭법대로라면 평소 친했던 짝꿍 사이 우발적인 다툼도 예외 없이 학폭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든 고 3이든 잣대는 같다. 박연진(가해자)은 사라졌는데 문동은(피해자)은 넘쳐나는 꼴이다. 최근 서울시교육감과 경기도교육감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학폭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학폭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중심의 학폭 제도가 학교를 법정처럼 만들고 학폭 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가로막는다는 판단에서다. 법을 바꾸는 주체는 국회이기에 일단 심포지엄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벌써부터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엄벌주의를 포기하면 학폭이 또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논리다. 언론에서 큼지막한 학교폭력 사례가 보도되면 그때마다 ‘엄격한 법’ 집행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때론 영화나 드라마가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문동은의 고통을 그려 낸 더 글로리의 흥행이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 佛 3세 아동, 세탁기 안에 있다 사망...부모 “전혀 몰랐다”

    佛 3세 아동, 세탁기 안에 있다 사망...부모 “전혀 몰랐다”

    프랑스의 3세 여아가 세탁기 안에서 뒤늦게 발견됐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일간지 르파리지앵의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3세 여아의 부모는 전날(12일)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아이가 보이지 않자 실종신고를 했다.  부모 등 가족과 현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밤 10시 30분경 실종됐던 아이는 자신의 집 세탁기 안에서 발견됐다.  아이는 발견됐을 당시 이미 위독한 상태였으며,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약 1시간 후인 밤 11시 30분 경 사망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경찰은 질식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집에는 각각 18세, 16세, 7세 그리고 피해아동인 3세 자녀들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이중 한 자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했으며, 나머지 자녀들은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부모는 식사 시간이 끝날 때 즈음 가장 어린 3살 딸이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이웃집을 방문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를 찾기 시작했지만 소용없자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사망한 아동에게서 구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아버지가 아이를 최초로 발견했을 당시, 세탁기 문은 닫혀있었으며 세탁기가 작동되지도 않고 있었다”면서 “아이가 숨진 확실한 원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미성년자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보호기관으로 임시 이동시킨 채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아동이 세탁기에서 숨진 채 발견되거나 세탁기가 아동학대의 도구로 사용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미국 텍사스주의 7세 소년이 사라졌다는 부모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이의 집 세탁기 안에서 숨져 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아이가 세탁기 안에서 숨졌는지, 살해된 뒤 세탁기 안에 넣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사망한 아이에게서 여러 부상 흔적이 발견됐고, 이후 양부모는 기소됐다.  현지 검찰은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오븐에 넣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양어머니와 남편의 문자 메시지를 확보하고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일명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 아동 중 한 명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거나 물고문을 하는 등 아동학대에 세탁기를 이용해 공분을 산 바 있다.
  • “미중 관계 더 나빠질 수 있다… 中, ‘한반도 비핵화’ 전제로 안 해”[석학에 미래를 묻다]

    “미중 관계 더 나빠질 수 있다… 中, ‘한반도 비핵화’ 전제로 안 해”[석학에 미래를 묻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기대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세 나라 모두 이런 ‘불편한 진실’을 잘 알고 있죠. 앞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해야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스인훙(72)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동북아 현실을 이같이 진단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관계 전문가로 국무원 고문인 스 교수는 “한국이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에서 독자적인 시각으로 판단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안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 등으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복잡다단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중국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있고 미국 등 서구 세계가 (자신들의 정치 실책을 덮고자) 베이징을 이용하기도 했다. 어찌 됐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는 만큼 당분간은 반중 정서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올해 중국이 맞닥뜨린 도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크게 보면 두 가지 도전이 놓여 있다. 첫 번째는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다. 지난해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영향으로 경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경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이다. 안정적인 성장이야말로 중국의 생존에 필수다. 두 번째는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가 어디까지 이어질까’다. 중국이 서구 세계와의 협력 없이 첨단 기술 자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이 두 도전을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질 것이다.” -불확실성으로 세계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 세상은 점점 예측하기가 쉬워지고 있다. 국제정치의 양극화(미국 대 반미)가 강해지고 코로나19의 유행 등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크게 꺾였다. (세계정세를 볼 때) 현재 가장 주목되는 지역은 우크라이나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중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대만해협, 남중국해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전쟁의 여파로 (서구 세계 대 북중러) 세력 충돌이 첨예하게 생겨난 곳이 한반도와 대만이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은 서구와 달리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선 것 아닌가. “중국이 러시아의 행동(무력 침공)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근본 원인이나 중러의 지정학적 입장 등을 살펴볼 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뿐이다. 중국은 두 나라(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화로 전쟁을 종식하길 바란다. 그러나 현재 양국이 보여 주는 태도를 볼 때 진정한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위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언론 보도에 나온 내용들(군사 긴장 고조)은 지극히 표면적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 이후 다수의 무력시위가 있었지만 중국과 미국, 중국과 대만 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대만해협 문제는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 내 견해다. 다만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방수권법에 서명해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문서로 밝히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다시 고조될 여지는 남아 있다.” -앞으로의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인 2018년부터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고 2019년에는 첨단 기술 규제도 도입했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그러모아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모두 견제하는 ‘연맹’을 키우고 있다. 학자들이 중미 관계를 예견하는 것은 (정보의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예측을 하자면 양국 관계는 미세 조정을 통해 일부 ‘작은 합의’는 가능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미 미국이 ‘중국 고립’ 기조를 공식화해서다. 오히려 두 나라 관계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더 나빠질 수 있다.” -중국은 연이은 북한의 무력 도발에 제재는커녕 더 밀착된 모습을 보인다. “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로 ‘중조 관계 유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북한을 배제하려고 하자 두 나라도 이에 맞서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기본 전제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내놓은 추가 제재안을 중국은 반대했다.” -북핵 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이지만 상황은 악화되는 듯하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때 김 위원장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이제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에게 양보를 얻어 일부 핵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핵심은 끝까지 쥐고 있을 것이다. 이는 중국만의 판단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도 이런 ‘불편한 진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보나. “‘북핵 해결’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다. 앞서 말했듯 한미일이 원하는 비핵화는 이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일부 핵무기를 남겨 두고) 군비 통제 및 감소 등에 초점을 맞추면 이는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여기에도 하나의 조건이 있다. 김 위원장도 말했듯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상당 부분을 해제해야 한다.” -지난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었지만 중국 내 ‘한류’ 열풍은 많이 식었다. “원래 외교라는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2016~2017년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정서가 많이 나빠졌다. 문재인 대통령 때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한미일 군사동맹 거부)을 약속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부정했고 되레 “사드 문제는 국가주권”이라고 주장했다. 사드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두 나라 간 정서적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이 원하듯 대중문화 교류를 대폭 재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외교에 대한 인식은. “중한 사이에는 사드 외에도 대만 이슈, 칩4 동맹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포위 연맹’ 확산을 적극 돕고 있다. 현재 인도·태평양 지역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의 (중국 포위망) 참여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한국 정부가 좀더 냉철하게 판단했으면 한다.” ■스인훙 교수는 中 대표하는 국제관계 전문가… 국무원 고문 서방 언론은 물론 학계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중국의 대표적 국제관계 전문가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중국 국제정치 일류 학자’로 소개하고 있다. 1951년 장쑤성 쑤저우에서 태어나 1979년 난징대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난징대 국제관계학 박사를 마치고 1993~1998년 난징대 국제관계사 교수를 지냈다. 1998년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임 중이다. 2011년부터 중국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의 외교 분야 고문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국제정치와 국가전략’, ‘현대국제관계사’ 등이 있다. 답을 피하거나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적 화법으로 유명하다.
  • 반정부 시위 연대했다며 구금됐던 이란 여배우 알리두스티 풀려나

    반정부 시위 연대했다며 구금됐던 이란 여배우 알리두스티 풀려나

    반정부 시위에 연대의 뜻을 밝혀 이란 당국이 지난달 체포해 감금하고 있던 이 나라 최고의 여배우 타라네흐 알리두스티(38)를 4일(현지시간) 보석 석방했다. 그가 수도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 밖에서 친구들의 환영 꽃부케를 받으며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는 히잡을 쓰지 않았으며 최근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 만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당국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알리두스티의 변호인 자흐라 미누이와 알리두스티의 어머니 나데레 하키멜라히도 각각 ISNA 통신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석방 소식을 전했다. 개혁 성향 일간지 샤르그는 홈페이지에 위 사진을 게재했다. 칸국제영화제는 곧바로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인 배우 알리두스티가 구금 3주 만에 석방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라면서 “계속해서 (이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4개월 전 마흐사 아미니(당시 22)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하자 이란 전역에서 몇 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란의 인권운동가 통신(HRANA)에 따르면 지금까지 516명 정도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70명이 어린이였으며 1만 9250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시위를 진압하던 보안군 희생자도 6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두 명의 시위 참가자가 신을 모독했으며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모호한 혐의로 처형됐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는 재판 과정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규탄했다. 두 사람이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으며 가족이나 변호인 접견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체포되기 전에 알리두스티는 반정부 시위 참가자 가운데 맨처음 같은 달 8일 모흐센 셰카리(당시 23)가 사형 집행된 것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당국을 규탄하라고 촉구했다. 당국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막아버렸다. 지난해 11월에 알리두스티는 히잡을 쓰지 않고 반정부 시위대의 구호인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알리두스티가 “자신의 주장과 일치하는 어떤 서류”도 제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여자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는 배우 일을 잠깐 멈추고 목숨을 잃은 시위 참가자들의 가족을 돕기로 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명의 다른 이란 여배우, 헨가메흐 가지아니와 카타윤 리아히도 지난해 11월 체포됐다가 마찬가지로 보석 석방됐다. 한편 이란 정부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풍자만화를 출판한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종교·정치적 권위에 반하는 모욕적이고 외설적인 출판물”이라면서 “이란은 프랑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외무부는 이날 니콜라 로셰 테헤란 주재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AFP 통신은 이 주간지가 지난달부터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이란의 고위 정치·종교 지도자를 풍자하는 만화 수십편을 출판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간지는 2015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 이후 해당 주간지 편집국을 목표로 한 총기 난사 테러가 일어나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로랑 리스 수리소 샤를리 에브도 편집자는 사설을 통해 “1979년 이후 이란 국민을 억압해온 신정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권력의 정점이다. 최고지도자는 사법부 수장, 국영 매체 경영진, 대통령·내각의 임면권, 사면권 등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 새해맞이 폭죽 터뜨린 우크라 남성…징역 5년 위기 왜?

    새해맞이 폭죽 터뜨린 우크라 남성…징역 5년 위기 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40대 남성이 2023년 새해맞이 폭죽을 터뜨린 혐의로 징역 5년 형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 뉴스위크 등 외신들은 지난 31일(현지시간) 키이우 보디르 지구의 한 주택가에서 불꽃놀이를 한 혐의로 47세의 남성을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당일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새해맞이 폭죽을 터뜨렸으며, 당시 폭발 소리에 놀란 주민들이 이를 러시아의 미사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논란이 됐다. 출동한 경찰은 남성의 현관문을 부순 뒤 아파트 내부를 긴급 수색, 안에 있던 남성을 붙잡아 형사 구류한 상태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중 불꽃놀이와 폭죽 등의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해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0일에도 우크라이나 경찰국은 불꽃놀이 등 미사일과 오인할 수 있는 각종 폭죽 사용을 금지한다는 공고문을 수차례 공고한 바 있다. 경찰국은 러시아와의 전쟁 중 심리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안은 주민들이 폭죽을 미사일로 착각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공고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에 적발된 남성에 대해 경찰국 마리아나 레바 대변인은 “당국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전쟁 기간 중 폭죽을 사용한 것은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사건이다. 미사일 폭발로 오인하는 주민들이 받을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라”면서 “이러한 위반 사건은 정의의 잣대에 따라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소설, 시간을 저버리지 않는 -정지돈, 박솔뫼, 윤해서의 작품에 나타나는 시간관을 중심으로-/이근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평론]

    0. ‘그림자 개’와 소설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가자고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시간과의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자 개’가 누군가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인 셈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이를 단지 희한하고 우스운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겨 버린다. 따라서 그 경고 신호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림자 개’의 특성을 파악해 두어야 하는데….(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88쪽) 대뜸 이렇게 시작하는 박솔뫼의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에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그림자 개’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언뜻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시간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거지? 그 연결이 약해지는 것이 왜 위험한 거지? 어쩌면 이와 같은 질문은 근대 이후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힌, 혹은 불필요한 질문이 돼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똑똑한 그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어떤 성과나 효용이 발생하느냐고. 그런 것이 산출되지 않고 어떤 답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애초에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그러니 그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라고. 시간이니, 마음이니, 관계니, 믿음이니,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한 시간 더 일하거나 한 시간 더 잠을 자 두라고.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더이상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근대인은 ‘시간과 인간의 관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것 대신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이성과 과학’을 손에 쥐고 더 나은 내일,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파멸의 길이기도 해서,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이뤄 낸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과 야만의 시대를 불러오게 된다. 그럼에도 반성 없는 근대의 열차가 질주의 고삐를 멈추지 않던 20세기 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발터 베냐민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베냐민에 따르면 근대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삼분법적 시간관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최종 목적지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를 폐기시킨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폭력으로 스러지고 잊힌 과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때 과거는 단순한 사실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의한 ‘기억의 형식’이 되며, 이는 과거가 현재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때 “균질하고 공허”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연속적·진보적 시간의 흐름을 폭파한 후 그 ‘정지의 상태’에서 스쳐 가는 찰나의 기억을 붙잡는 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지금 “현재와 더불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정지의 변증법’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이 토대를 두고 있는 계속해서 앞으로만 발전해 가는 변증법이 아니라 오히려 일단 멈춰야만 한다는 것, 그 정지의 순간에만 가능한 무엇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기존의 지배적인 시간의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이상 발터 베냐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최성만 옮김, 길, 2008, 331~345쪽 참조)해 새로운 서사를 (재)구성해 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의 시간은 서사적 방식으로 진술되는 한에서 인간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시간 경험의 특징”을 그리는 한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 폴 리쾨르의 말(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 김한식·이경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9, 25쪽)은 베냐민의 역사철학적 사고와 근대 이후 서사의 주요 장르가 된 소설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소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찰나라도 멈춰 세운 후 그 정지의 시간 속에서 잊힌 한 존재를 기억의 그물로 건져 낼 수만 있다면 이는 인간 삶의 새로운 서사-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이 시간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그림자 개’와 닮아 보인다. 앞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그림자 개’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하나. 그림자 개는 그림자로 된 개다. 둘. 그림자 개는 산책을 한다. 셋. 그림자 개는 짖는다.”(‘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88~89쪽) 하나. 소설은 허구로 쓰인 글이다. 둘. 소설은 시간과 마음의 연결을 돕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 셋. 소설은 짖는다. 이 ‘짖음’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리는 다급한 신호라면 우리는 소설을 그저 상상력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진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벼이 여기고 지나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다루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구축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따져 보는 실천이 된다. 여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세 편의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글은 그들과 함께 산책을 나서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1. 소진됨으로써 발생하는 이미지 -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문학과지성사, 2020.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27년 하와이,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인 ‘현앨리스’의 아들로 태어난 ‘정웰링턴’은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자신의 신념인 공산주의가 실현된 나라를 보기 위해 1948년 체코로 떠난다. 허나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은 그가 그토록 꿈꿨던 이상과 달랐고, 정작 그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열외자”(54쪽)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그는 체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비밀경찰에 협조하지만 공산주의자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정신적 고향으로 여겨 온 북한에서는 현앨리스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숙청당한다. 그는 미국과 체코, 북한 그 어느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다. 1963년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는 그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웰링턴은 꿈을 꿨고 꿈을 기억하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고 두 세계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 꿈속에서 정웰링턴은 두 번째 삶을 살았다. 또는 세 번째, 네 번째. 인간은 매일 꿈을 꾸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정웰링턴은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다시 잠들지 못했다.(7쪽) 인간은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대부분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허나 이날 그는 자신의 꿈을 기억해 낸다. 이후 다시는 잠들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오래된 기억”으로서의 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으나 떠올린 순간 “인생 전체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꿈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그는 무엇을 망각해 왔던 것일까? 근대는 위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 위기는 사실상 ‘위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선택을 의미했다. 옳음과 그름, 구원 또는 심판,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 찬성이냐 반대냐를 요구하는 시대. 그게 바로 ‘위기’라네. (…) 재밌는 건 그럼에도 최근 지나온 10년을 프랑스혁명 이후 유일하게 위기가 없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네.(97쪽) 근대 이후 빠르게 변모해 가는 세계에서 위기는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대립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던 지난 10년은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시대였다고 ‘이지’는 말한다. 정웰링턴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죽음의 위기를 수시로 겪어 온 자신과 가족, 동지들의 삶이 위기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깨닫는다. 그들은 죽을 상황에 처하거나 심지어 죽었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애초에 무언가를 택한다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들은 선택을 내릴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사람들, 처음부터 “예외적인 존재”(100쪽)였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을 이렇게 배제한 것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두 체제 모두가 그렇게 했다는 것, 즉 두 체제 모두가 ‘근대의 쌍생아’로서 그들을 사회에 포섭하는 동시에 배제시켜 온 공모자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믿었다. 공산주의는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다. 자본주의는 반대다. 자본주의는 상이한 욕망과 능력을 먹이로 성장하고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나누고 계급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게 변했고 그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정웰링턴은 생각했고 책에 불을 붙였다. 바삭하게 굳은 ‘레탕모데른’은 잘 타올랐다.(8~9쪽) 1963년의 잠에서 깨어난 뒤 그가 깨달은 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둘 다 최종 목적지를 ‘발전된 미래’에 두고 ‘진보적 시간관’이라는 동일한 연료로 달리는 기차였다는 뼈아픈 진실이었다. 이제 겉무늬만 다를 뿐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근대의 두 기관차 모두에 “비상 브레이크”(“마르크스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정은 그와는 아주 다를지 모른다. 아마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56쪽))를 걸기 위해 그는 이들이 공유한 시간관 자체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가 ‘레탕모데른’(les temps modernes), 즉 ‘근대의 시간’이라는 잡지를 불태우는 것은 마땅한 수순으로 보인다. 1848년 7월 혁명 발발 당시 파리 곳곳의 여러 사람들이 “시계탑의 시계”를 향해 동시에 총을 쐈던 것처럼(위의 책, 346쪽) 근대 이후 ‘혁명’은 기존 시간관과의 투쟁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거대한 근대의 시간에 맞서 “지연된 순간들”을 좋아하고 “목적지가 없”는 이동과 “결과가 없는”(102쪽) 실험을 추구하는 정웰링턴은 무력하게만 보인다. 차차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가 돼 간다. 그에게 남은 대화 상대는 과거뿐인 듯하다. 윌리(정웰링턴의 애칭-필자)는 과거가 떠올랐다. 꿈을 기억한 이후 처음 체코에 온 시절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시간은 기억 속에서 거리를 상실했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펜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의식의 지평 위에 14년 전과 14년 후가 겹쳐졌다.(29쪽) 과거를 떠올리는 그에게 처음 체코에 도착했던 14년 전과 14년 후인 지금 현재는 “겹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건너뛰어 먼 과거의 특정 시기와 현재가 연결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체코 비밀경찰의 협조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면?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북한으로 갔다면? 아니, 애초에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꿈을 기억한 1963년의 그날 그가 꿈속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떤 꿈도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삶이 가능했더라도 그것들이 모두 ‘진보의 꿈’으로 귀결될 뿐이었다면. 공간적으로도(“체코와 북한 모두에 거절당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135쪽)), 시간적으로도(“정웰링턴의 문제는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16쪽))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하나의 장르를 발명해 낸다. “침묵”(16쪽)이 바로 그것. 이는 소설 속의 그가 행하는 유일한 ‘선택’으로,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허먼 멜빌, ‘허먼 멜빌’, 김훈 옮김, 현대문학, 2015, 22쪽)라며 ‘하지 않음’을 택하는 허먼 멜빌의 바틀비와 극 중간중간 긴 침묵에 골몰하는 사뮈엘 베케트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들뢰즈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글에서 “피로한 인간은 단지 실현을 소진했을 뿐이다. 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라고 둘을 구분한다. 그러니까 ‘피로한 인간’은 오늘의 할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며 피곤해하지만, 밤새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 다시 일을 하며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된 인간’에게는 이 내일의 실현 가능성이 더이상 없다.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를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기에 오늘이든 내일이든 먼 훗날이든 더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4쪽 참조) 하와이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체코로, 끊임없이 어떤 가능성을 따라 살아온 정웰링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소진된 가능성’뿐이다. 가능성을 탕진해 온 삶. 그의 “시계는 정지”(96쪽)한다. 윌리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를 자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나의 선택은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는 것이다.(132쪽) 삶이 정지하는 죽음의 순간 정웰링턴은 가능성 자체의 소진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진보의 폭력성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자살이라 부를 것임을 알지만,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한 후 맞는 마지막 순간의 정지 속에서 그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는 중이다. 바로 “더이상 가능한 것은 없다”는 이미지.(위의 책, 44~45쪽 참조) ‘진보적 시간’이 주장하는 모든 허황된 것들을 끝장낸 후에야 비로소 발생할 이미지. “죽음과 혼돈의 순간”이 “생성과 창조의 순간”과 동시에 존재하는 “카오스모스의 시간”(위의 책, 119쪽), 그것은 결코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다. 2.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산책 -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미래 산책 연습’, 문학동네, 2021.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82년 3월 18일,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 미국문화원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일으킨 것은 당시 고신대 학생이었던 문부식, 김은숙 등으로, 그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자행된 군부의 학살을 비판하고, 또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미국은 즉각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1년 박솔뫼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미래 산책 연습’을 발표한다. 그런데 작가는 같은 소재로 ‘매일 산책 연습’이라는 단편소설을 이미 쓴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한 번 다뤘던 소재를 왜 다시 써야만 했을까. 두 소설에서 소설을 쓰는 ‘나’의 서사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은 장편인 ‘미래 산책 연습’에는 ‘나’ 외에 ‘수미’의 서사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때 두 서사가 지닌 시간축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즉, ①‘나’의 서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80년대 과거를 돌아보는 회상의 형식이라면, ②수미의 서사는 80년대 과거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①‘나’는 부산의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최명환’과 친해지면서 그녀가 과거에 김은숙을 알았으며, 방화 사건 당일 우연히 김은숙을 목격했음을 듣게 된다. ②광주에 사는 학생인 수미는 감옥에서 출소한 친척 언니인 ‘조윤미’를 맞이하게 되는데, 서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건 조윤미가 부산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①과 ②의 서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이 장편소설에서 ①의 김은숙과 ②의 조윤미는 서서히 겹쳐지게 된다. 단편에서는 이름으로만 회상됐던 김은숙이 장편에서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 조윤미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전체 구조도 주목을 요한다. 서사의 흐름을 따르자면 이 소설의 1장은 소설의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놓여야 한다. 마지막인 12장은 어른이 된 수미가 아픈 윤미 언니를 배웅하며 끝나는데, 이를 이어받기라도 하듯 1장에서의 수미가 좀 전까지 같이 있었던 아픈 윤미 언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장 다음에 1장이 오는 것이 인과관계상 자연스럽다. 그러나 1장의 수미가 “그렇다면 어떻게 처음 언니와 만나게 되었는지를 써둬야겠다”(12쪽)고 마음먹은 뒤 써 내려간 것이 바로 다음 장에서부터 전개되는 이 소설의 내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1장은 분명 이 소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소설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과거로부터 다가오는 현재(②)와 현재에서 뒤돌아보는 과거(①)가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을 전체적인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1) 이제 소설의 형식에서 보이는 이러한 시간적 특성이 내용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김은숙-조윤미’는 1982년 당시 88올림픽 준비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82년도에 생각한 88년도’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88년도는 그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겉으로는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내세워졌지만, 실상 이면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집을 빼앗기고 사회에서 배제돼야만 했다. 국가는 이를 은폐한 채 “성공적인 88올림픽”(97쪽)을 홍보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은 그 후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나라에서 쓸어 버려도 좋다”거나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은 흐름에서 탈락되어 죽어 버려도 좋다”는 말, “손이 없는 자가 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148~149쪽)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도는 것이 지금 이 사회의 모습 아닌가. 이러한 모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거듭되는 기득권의 지배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고문당하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193쪽) 지워 버리는 기차 소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현재에 하나의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미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미래를 연습하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붙인 이후의 시간을 미래라 생각하였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는 알 수 없지만 끝을 내고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91~92쪽)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의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1980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자들의 목소리, 그 외에 다른 원천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곳곳에서 수수께끼처럼 제시되는 대목들, “내가 갖고 싶은 미래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로 여겨”(18쪽)진다거나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91쪽)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겠다. 즉,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발전된 미래’라는 진보적 시간관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꿈꿨던 미래,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에 “슬픈 과거”(140쪽)인 미래, 그렇기에 지금 여기로 가져와야만 하는 미래-과거가 된다. 이때 우리는 ‘미래 기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사쿠라이 다이조의 연극 중에는 ‘미래 기억’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연극이 있었다. (…) 그러니까 다른 시간을 살 수 있었다. 미래를 살고 와야 할 것을 살아 낸다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153쪽) 현재의 내가 과거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꿀 때 미래는 꼭 다음에 오는 일이 아니고 과거 역시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시간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꿈꾼 미래를 지금 여기서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따라서 ‘미래 기억’은 바라는 일이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실현될 오늘을 살아가는, 일종의 수행적인 행위가 된다. 1980년에 기억하는 2000년처럼. 1980년 겨울, 광주 전남 지역의 미술인들은 ‘2000년을 위한 파티’를 연다. ‘2000년’은 광주의 진실이 알려진 미래로,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아직 오지 않은 “민주적인 미래”(193쪽)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아니라 “과거의 완결되지 않은 사실”에 발을 딛고서 다른 “미래로의 문”(에밀 앙게른, ‘역사철학’, 유헌식 옮김, 민음사, 1997, 242쪽)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문 너머의 세계는 우리에게 예상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153쪽)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흔히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당시 그대로의 완벽한 복원을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그 자체의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함을, 과거를 예상하고 짐작하는 나의 생각이 “착각일 수 있음”(193쪽)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1980년 5월 27일 아침,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는 도청 앞의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192쪽)르기에. 과거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을 지닌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그러한 기억을 지니지 않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적 기억’으로의 전환(박순석, ‘5,18과 도청’ 토론문, ‘5.18 41주년 기념 학술대회’, 5.18기념재단, 2021, 95~97쪽 참조)은 가능할까? 최명환은 ‘나’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14쪽)라고 묻는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묻는, 그래서 ‘미래 기억’적인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유효할까. 과거를 현재로부터 가차 없이 떼어 내 버리는 ‘기억의 위기’인 이 시대에 대응해 예술은 기억을 위한 어떤 “새로운 형식을 창안”(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 변학수·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16~26쪽 참조)해 낼 수 있을까? ‘미래 산책 연습’은 이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소설에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자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 인물들을 따라 먹고 마시고 걷게 된다. 그 식당과 목욕탕과 빵집과 카페와 골목의 어디쯤에서, 소설 밖의 독자와 소설 안의 인물이 만난다. 그리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①과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아가는 ②가 하루하루 서로 교차될 때 독자는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물론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나 스스로를 사건 당사자의 자리에 놓아 보는 것, 자신을 “한 사람의 시민”이나 “인류의 일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드문 상태”(14~15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상태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112쪽)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이 바랐던 ‘미래’를, 그들에 대한 ‘생각하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 산책 연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끝날 수 없을 것이다. 3. 눈사람을 만드는 일 -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윤해서, ‘0인칭의 자리’, 문학과지성사, 2019.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앞의 두 소설에는 각각 ‘1960년대 체코의 정웰링턴’, ‘1980년대 부산의 김은숙’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의 인물이 제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현재 작가로서의 ‘나’가 있었다. 반면 이제 살펴보게 될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앞의 두 소설에 이어 놓아 보는 이유는 이 소설이 동시대를 역사적으로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소설이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를 사유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동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특정한 플롯이나 줄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실험적이다. 소설 전체에 걸쳐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혹은 공간들)은 *을 사이에 두고 매번 달라진다. 행갈이가 되어 마치 시처럼 보이는 이탤릭체의 대목들(대체로 현재형)이 정서체로 쓰인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묘사(대체로 과거형) 사이사이에 흩뿌려져 있다. 예컨대 소설의 첫 문장부터 15쪽까지가 이렇다. * 언제나 사람들은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것이고, 어쩌다 일어나 서둘러 걷거나 뛰었을 것이고, (…) * 사는 게 재밌네, 재미있어 사는 게. 그는 혼잣말을 했다. (…) *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 * 그녀는 6번 출구로 나왔다. 출구 앞에는 영종도에 들어설 오피스텔 분양 (…) * 큰눈물버섯이라는 버섯이 있다. 큰눈물버섯은 눈물버섯속이다. (…) * 그가 후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화재해설사는 궁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 작가는 왜 이런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일까? 만약 작가가 “어떤 한계”에 의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모든 것은 영원했다’, 150쪽) 이런 기법으로 소설을 쓰도록 만든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현재,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 그 현재의 수많은 삶들, 바로 이를 포착해 드러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윤해서가 직면한 어떤 한계가 아니었을까. 마치 한글 문서창의 커서가 깜빡이며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사라졌다”(85쪽)를, 어둠 속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반짝, 어둠”(67쪽)을 반복하듯, 매순간 ‘있다-없다’를 반복하는 이 현재를 도대체 어떻게 붙잡아 그려 낼 것인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소설은 위와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정서체(과거형)의 대목 사이사이로, 갑자기 나타나 서사-시간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이탤릭체(현재형)의 대목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교차되는 시간의 움직임을 매순간 형상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용적으로 ‘미래 산책 연습’에서 얼핏 보였던 동시대 사회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더욱 전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람을 넘어뜨려 죽이고도 태연해하고(18쪽), ‘만남의 광장’이라는 식당에서 마주 앉아 밥을 먹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 채 자기 식사에만 골몰하고(157쪽), PC방에 앉아 무기를 고른 후 각자의 전장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죽인다(169쪽).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오직 돈과 휴식만을 원할 뿐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61~63쪽).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인 것만 같고,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대의 사회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몇몇 대목은 그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들이 실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한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집단적으로 백혈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어떠한 진상 규명이나 보상도 없이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지켜보며 45일째 단식 투쟁을 하다 공장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람이 있다(52~53쪽). 과거에 자신들이 행한 잘못이 명백함에도 죽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일본대사관 앞에는 지금도 소녀상이 있다(117~118쪽).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두려움에 떨면서도 믿고 의지할 것이 없어 서로의 작은 손만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132~135쪽).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기 어려운 이 대목들은 결코 자연스러워지지 않는다. * 어떤 시간도 공평하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시간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황홀한 삶을.(199~200쪽)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 화자는 “감자에 싹이 나고, 물 밖의 고기가 썩고, 방충망에 뿌옇게 먼지가 낀다”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에 “비는 내리다 그치고 /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온다”는 자연적 흐름을 더해 가며 섭리 같은 시간을 말한다. 그저 가만히 있는 존재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공평무사한 자연의 시간을. 그런데 화자는 이 시간을 무섭다고 여긴 “적이 있다”고, 마치 지나간 일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자는 시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가능한 것이 사라지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것을 창조”(54쪽)할 수도 있는 시간. 이제 200쪽에 이르는 이 소설에서 무심히 세 번 내리는 눈(雪)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 *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쌓인다. 쉼 없이 쏟아지는 눈송이들. 골목, 골목에. 모든 기억의 눈꺼풀 위에. 잠잠하라. 잠잠하라.(20쪽) * 눈은 내려 쌓이고, 아무도 밟는 사람이 없어서 발자국 하나 없이 끝내 하얗고.(88쪽) * 죽을 때 죽더라도. 어느 때나 눈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은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는데.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건 사람의 일. 눈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같아. (…) (174~175쪽) 시간이 공평히 흘러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듯, 눈 역시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면서 땅 위의 존재들을 하얗게 지울 수 있다. 시간은 흐르면서, 눈은 쌓이면서 여기 존재하던 무언가가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게 한다. 그곳은 새하얀 무(無)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무언가를 사라지게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태어나게도 하듯, 눈 역시 그럴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우리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람의 일”을 수행할 때. 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눈사람은, “모든 눈꺼풀의 기억 위에” 쏟아지면서 “잠잠하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명령하는 ‘눈-시간’에 저항하는 일이 된다. 어쩌면 이때, “기둥도 뿌리도 없이, 잎도 열매도 없이”(200쪽) 이 지상 위를 떠도는 이들도 저 눈사람 위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계절의 끝에, 아이들의 침대 맡에, 깊은 꿈속”(175쪽) 곳곳에 눈사람이 놓여 있듯, 이 소설의 곳곳에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이 땅에 없는 사람을 향해 “하늘에도 지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118~119쪽), 낚시터에 나란히 앉아 주말마다 이곳에 앉아 있던 한 남자를 기다리는 엄마와 딸(179쪽),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다 문득 바다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되는 그녀(20~21쪽) 등. 이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깊은 고통과 상심을 겪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한 사람을 끈질기게 기억하고 바라보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소설 앞부분의 한 대목.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9쪽) 화병의 목록이 꽃 이름만큼 많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국화꽃, 진달래꽃, 봉숭아꽃, 목련꽃, 벚꽃 등 각각의 꽃에는 저마다 그에 맞춤한 꽃병이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화병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더이상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 같은 보편적인 명사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무암일 뿐인 평범한 돌이 어떤 특정한 꽃을 담아내는 순간 고유한 이름을 가진 화병이 된다. 여기서 ‘화병’을 기억되는 사람으로, ‘꽃’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때 기억되는 사람은 기억하는 사람만큼 생겨나게 된다. 과거 속에서 이름을 잃은 채 무명(無名)의 상태로 떠돌던 이들을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과거의 누군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 자신 또한 상대방에 의해 고유한 존재로, ‘이 화병’에 담긴 ‘이 꽃’이 된다. 이처럼 이 둘은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을 때 자신 역시 존재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가 된다. 마치 한국어에서 “자음과 모음”이 합해져야 하나의 글자가 되는 것처럼.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재케 하는 것처럼(186쪽). ‘0인칭의 자리’는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어떤 미래도 떠올리지 않는, 단절된 현재만을 살아가는 동시대를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공허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심히 내리는 눈을 거슬러, 그것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금도 어딘가에는 눈사람이 놓여 있지 않느냐고 우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므로 폐허 속 잔해들을 그러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재)구성하는 것은 ‘역사의 천사’뿐 아니라 “미약한 메시아적 힘”(‘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32쪽)을 지닌 바로 우리, 인간의 몫이기도 할 것이라고. * ‘0인칭의 자리’에는 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다 ‘수학’이라는 책을 펼쳐 보는 대목이 있다. “378쪽. 거기에 유일한 밑줄. 존재성 증명은 정의되는 성질을 가진 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존재성 증명에는 ‘구성적 증명’과 ‘비구성적 증명’ 두 가지가 있는데, ‘구성적 증명’은 명확한 숫자로 답이 존재한다. 1+1=2처럼. 그런데 방정식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밝히는 증명도 있다. 명확한 숫자로서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존재하기는 한다”고, 답으로서의 무언가가 “있기는 하다”(109~110쪽)고 증명하는 것이 바로 ‘비구성적 증명’이다. 아들은 궁금하다. 아버지가 밝히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세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는 와중에 이 ‘비구성적 증명’을 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웰링턴을 기억하냐는 ‘나’의 물음에 ‘야넥’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 건지, 그의 목소리나 성격이 어떠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당신이 물으니까 병원 담벼락 안쪽 “그곳에 남자가 있었다”(‘모든 것은 영원했다’, 200쪽)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산의 김은숙과 동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그들이 생각한 것은 “그들 자신이 광주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미래 산책 연습’, 92쪽)는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어머니의 눈빛, 그때까지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눈빛과는 전혀 다른 그 눈빛은 카메라도 아니고 카메라 너머의 자신도 아닌 어떤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찍어 왔다는 한 사진가. 그러나 그 어머니의 눈빛은 “그날 그 자리, 거기 없던 어떤 것”(‘0인칭의 자리’, 30쪽)이었음을 이제는 안다는 그의 고백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없는 모든 곳에 당신이 있어.”(위의 책, 150쪽) 그러므로 위 소설들의 끝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하나의 초상(肖像)과 마주하게 된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잊힌 존재에 대한 자료를 읽고 그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어떤 사람의 수그러진 뒷모습을. 여기서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난 이 젊은 세 작가가 왜 2020년을 전후로 이 작품들을 써야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지금 이 시대의 시간관-과거는 하루 빨리 잊을수록 좋고, 미래는 상상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며, 그저 하루하루의 현재만 생존하라고 명하는-에 대한 하나의 투쟁이자 경고 신호로서, 지금 여기에 도착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작가 개인의 글쓰기는 그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공동체를 위한 글쓰기가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차하는 곳에, 희미하게 명멸(明滅)하고 있는 한 존재가 있다. 지금-여기에는 없지만 그때-그곳에는 있었던 누군가를 증명해 내는 일은, 내일-저곳을 이미 기억해 내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같다. 그리하여 만약 소설이 지금-여기에 그들을, 그때-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림자 개’의 특성을 하나 더 추가해 볼 수도 있겠다. 넷. 그림자 개는 그림자 개가 되기 전의 개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개다. ‘그림자 개’의 다른 이름이 ‘믿음의 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비록 그것이 한낱 그림자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개’-소설은 끝내 시간을, 그 속의 한 존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 1)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웰링턴이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1963년으로, 서사의 흐름상 그의 유언이 등장하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와 연결된다. 또 작가로 추정되는 ‘나’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의 시간대를 이 책의 출판 연도인 2020년으로 생각해 본다면 1960년대의 과거(정웰링턴)와 2020년의 현재(‘나)가 마주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의문사 사건 피해 유가족들 진실화해위에 “신속한 진상규명” 촉구

    의문사 사건 피해 유가족들 진실화해위에 “신속한 진상규명” 촉구

    중앙정보부·기무사·경찰 등의 국가폭력으로 인한 의문사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2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7차 집회를 열었다. 회견에 참석한 김용문(75)씨는 진실화해위가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을 제대로 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국가로부터 진실을 규명받기 위해 진실화해위에 진정서를 접수했지만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조사 계획에 대해 설명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 아버지는 1971년 8대 총선 때 전남 목포 대성동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부정선거 소송에 휘말려 조사를 받기 위해 야간열차로 상경하던 중 의문사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된 뒤 프락치 공작에 동원된 권형택(63)씨는 “충무로에 있는 보안사 진양분실에서 15일간 창문이 막힌 밀폐된 공간에서 조사를 받고 프락치 공작을 당했다”고 말했다. 1986년 10·28 건대 항쟁 사건의 피해자 고용규씨는 “전두환 정권 당시 항쟁에 참가해 고문을 받은 청년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날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지난해 22건의 의문사 사건을 진정했지만 아직 조사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의문사 전체 사건의 사건 분석, 존안 자료 입수에 대한 조사계획, 무책임한 조사를 막기 위한 조사 지휘 운영체계 마련하고 내년 2월까지 의문사 사건의 분기별 정기 간담회 자리에서 구체적 조사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추모연대는 지난 8월 2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실화해위 앞에서 진상 규명 촉구 집회를 열었다.
  • 14억 대국서 혈액 부족?…中 코로나 감염+공무원까지 헌혈 동원

    14억 대국서 혈액 부족?…中 코로나 감염+공무원까지 헌혈 동원

    혈액 재고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19 감염 양성 판정 후 7일 후부터 헌혈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무원들에게 헌혈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 베이징시 위생건강위원회(이하 위건위)와 의료보장국 등은 최근 위·중증 환자의 혈액 수요 보충을 위해 국가기관과 국유기업 소속의 공무원과 직원들을 우선 대상으로 헌혈 동참을 호소했다고 중국 매체 신징바오는 27일 보도했다. 중국에는 현재 약 700만 명의 공무원과 3000만 명의 국유기업 소속 직원이 재직 중인데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헌혈에 동원, 긴급한 혈액 물량을 보조토록 하라는 공고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혈액 재고 부족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산둥성, 장쑤성, 허난성, 베이징 등이 꼽혔다. 산둥성은 중국에서도 상주 인구가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경우 출산을 앞둔 산모와 중증 환자 수술 등에 필요한 혈액 부족으로 수술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산둥성 지난시의 경우 헌혈센터를 찾은 주민의 수가 단 5명에 그치면서 당일 확보한 혈액이 단 1600ml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허난성 혈액센터 역시 일평균 700~800명의 헌혈이 있어야 하지만 사실상 약 10분의 1에 불과한 헌혈 참여만 이어지고 있는 탓에 만성적인 혈액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혈액 기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개최하는 분위기다. 쓰촨성 정부는 이 지역 공무원들의 헌혈 장려와 청두시 혈액센터 설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홍보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 12년 연속으로 헌혈에 동참했던 공무원들을 공개적으로 시상했다. 이번 행사에는 쓰촨성 소재의 21개 중대형 도시 소속 공무원들이 참석,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한 청두시 출신의 공안 산 모 씨는 “대학 시절부터 헌혈에 동참했었고, 총 14번 헌혈했다”면서 “경찰이자 공무원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쓰촨성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이 지역 소속 공무원들을 위한 헌혈 행사를 매년 2차례씩 진행, 총 30만 명의 헌혈 사례가 있었다고 집계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와 밀접 접촉했던 사람도 헌혈을 금지했던 기존의 정책을 뒤집어 코로나19 감염자도 PCR 검사나 신속항원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은 지 7일 후부터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 여야 ‘이재명 檢 소환’ 충돌…“한심하다” “피할 이유 없어”

    여야 ‘이재명 檢 소환’ 충돌…“한심하다” “피할 이유 없어”

    여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를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책임이 없으면 검찰에 가서 당당히 조사를 받으라고 공격했고, 야당 역시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절차에 대해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전체가 야당 탄압이라고 해서 (사건을) 들여다봤다”며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그는 두산건설(45억원), 농협(50억원), 네이버(39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등이 총 178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당시 이재명 성남 시장으로부터 용도변경, 인·허가권 등을 통해 이보다 훨씬 큰 이득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후원금을 낸 이후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하고 용적률을 바꿨다. 또 네이버의 경우 제2사옥 건축허가를, 차병원도 경찰서 부지 용도변경을 받았다. 주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8월 페이스북에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해도 이재명 개인이 아닌 성남 시민의 이익이 되니까 이론적으로 뇌물이 될 수 없다고 했다”며 “변호사(이 대표)가 왜 이렇게 큰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면 제3자 뇌물수수”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번에 무혐의 결정된 것을 또 들고나온다고 하는데, 지난해 분당경찰서는 서면조사만 하고 불송치 결정했다”며 “또 친문(친 문재인) 검사로 불린 김오수, 신성식, 박은정이 수사를 가로 막았다는 정황이 있다. 이걸 변소라고 내놓는 걸 보니 한심하다”고 지적했다.주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 할게 아니라 본인 말대로 책임이 없으면 (검찰에) 가서 당당히 밝히고 오면 되는 것이지 당 전체가 동원돼 야당 탄압이다 이럴 일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수사에 임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재명 대표는 당당하게 모든 것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18년 6월에 바른미래당 장영하 변호사 등의 고발로 수사가 착수됐고 3년여간 수사를 해서 2021년 9월에 경찰이 무혐의 송치를 했다”며 “그런데 다시 이걸 재수사 하라고 해서 수사하고 진술이 바뀌어서 또 수사하고 있는 것이라 피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는 일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대표 신분이기 때문에 최고위원회 회의나 아니면 가까운 분들 그리고 고문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을 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이 대표가 28일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면 별건 수사, 심지어는 기소돼 공판 중인 피고인에 대해서까지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야당 탄압과 검찰공화국, 지금 검찰의 무도한 모습들을 보면 아마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 용산구, 지능형 CCTV 설치…안전예방 만전

    용산구, 지능형 CCTV 설치…안전예방 만전

    서울 용산구가 방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다중 밀집지역 군집도를 실시간으로 살핀다. 용역 체제로 운영해 온 통합관제센터는 다음달부터 직영으로 전환한다. 구는 10·29 참사의 후속대책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용산구 안전사고 예방 개선 종합대책’을 20일 발표했다. 구는 우선 재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종합상황실(재난안전상황실) 운영을 개선한다. 매뉴얼과 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근무자 재난관리 교육을 강화했다. 새해에는 재난·안전 관리 전담 인력(임기제 공무원) 8명을 뽑는다.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정원을 늘린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방재안전직 정원 평균은 1.7명이다. 통합관제센터는 직영으로 바꾼다. 관제 업무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인원도 기존 12명에서 16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AI 기술을 활용, 다중 밀집지역 군집도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중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10~30곳 설치한다. 군집 상황 발생 시 CCTV 스피커 경고방송 및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경고문구를 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는 해밀톤 호텔 주변 사업장 소음규제도 강화했다. 상인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자체 소음기준 준수, 자율점검대 구성·운영 등을 요청했으며 축제·기념일 등 다중 밀집 시 구청 단속반이 집중 단속을 벌인다. 사업장 외부 확성기 설치 규제를 위한 관련법 개정도 요구한 상태다. 지난달 말 시작된 다중인파 밀집지역 위반건축물 점검은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1단계로 한남오거리, 삼각지역 일대 등 3개 지역을 우선 살피고 남영역, 숙대입구역 일대도 연이어 점검한다. 영리목적 상습 위반건축물은 1차 시정명령 시 고발 예고, 2차 시정명령 시 고발 등 엄중 조치에 나선다. 사고 지역 인근 위반건축물 6건은 시정을 완료했다. 이밖에 구는 재해구호 체계 확립, 장애인·어르신·아동·청소년 복지시설 안전관리,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식품접객업소 특별점검, 심폐소생술 교육·홍보 등 사업을 벌인다. 구는 지난달 초 안전사고 예방 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구청장, 부구청장, 유관국(부서)장, 유관기관인 경찰·소방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두 차례 공식 회의를 이어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계획 수립을 통해 사고 예방을 위한 자체 노력은 물론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를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순 없지만, 열린 사고로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즉각적으로 시행해 나가겠으며, 연말 인파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 신은 누구 편입니까?…시위대에 ‘초콜릿’ 줬다가 사형 예고된 이란 남성

    신은 누구 편입니까?…시위대에 ‘초콜릿’ 줬다가 사형 예고된 이란 남성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인 사형 집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청년에 대한 사형선고가 예고됐다. 이란 와이어 등 현지 언론의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해 21살인 모하메드 나시리는 지난달 북서부 도시 카즈빈 중심가에서 벌어진 시위대와 ‘접촉’했다. 이 남성이 선택한 반정부 시위 방식은 ‘초콜릿과 포옹’이었다. 그는 거리에서 만난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에게 격려의 의미로 초콜릿을 나눠주고, 때로는 포옹으로 지지의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2일, 그는 친구 3명과 함께 어김없이 시위대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며 포옹을 하고 있었고 현지 보안군(군경)이 이 모습을 촬영했다.보안군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하메드와 친구 3명은 현장에서 도주했지만, 모하메드는 결국 체포됐다. 이란 와이어의 보도에 따르면, 보안군은 모하메드를 붙잡은 뒤 전기충격기로 그를 제압하고 폭행을 시작했다. 2~3명의 보안군이 폭행에 가담했고, 모하메드가 폭행의 충격과 부상으로 정신을 반쯤 잃자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 이를 보도한 이란 와이어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체포한 뒤 증거를 조작해 없던 죄를 만들었다”면서 “이란 당국은 다리에 붕대를 감은 남성의 사진을 내밀며 ‘모하메드의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다 간신히 탈출한 모하메드의 친구는 “나는 모하메드와 불과 5m 거리에 있었다. 그들(보안군)이 모하메드를 경찰차에 태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두 지켜봤다. 보안군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안군은 거짓 자백을 받아내려 그를 고문했다. 결국 모하메드로부터 시위대에서 정부 측 민병대원을 칼로 찔렀다는 거짓 자백을 유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모하메드를 취조하는 과정을 지켜봤다는 또 다른 경찰 내부 목격자는 “모하메드는 교도소로 이송된 첫날 너무 심하게 구타를 당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란 안팎에서는 이란 사법부가 모하메드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위에 가담한 25명이 보안군을 다치게 하거나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거나 집행됐기 때문이다. 크레인에 매달아 사형 집행, 사진까지 공개…도 넘은 이란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뒤 속전속결로 사형된 사람은 벌써 2명에 달한다. 시위 당시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됐던 모센 셰카리(23)는 지난 8일 가장 먼저 사형이 집행됐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2일 두 번째 형이 집행됐다. 두번 째로 사형이 집행된 시위 참가자는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로, 지난달 17일 이란 동부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이를 진압하는 보안군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이란 사법부는 첫 번째 시위대 사형 때보다 더 잔혹해졌다. 셰카리는 비공개로 사형이 집행됐지만, 라흐나바드는 ‘공개 처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발이 모두 묶이고 머리에는 검은 색 주머니가 씌워진 채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라흐나바르드의 시신 사진까지 공개했다. 사형이 집행된 2명의 남성과 시위대에 초콜릿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체포한 모하메드 등은 모두 같은 ‘죄’를 저질렀다. 이란 사법부는 이들이 사형선고와 집행을 받은 이유에 대해 “신에 대항한 전쟁을 벌인 죄로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사법부의 주장 속 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무고한 시민과 이들을 잔인하게 처벌하는 이란 사법부 중 신은 누구의 편인지 되짚어 보게 하는 상황이 이란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세운다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세운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의 동상 건립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오는 21일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도지사, 배한철 도의장, 김재욱 칠곡군수 등 지역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고 14일 밝혔다. 추진위원회는 이우경 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회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백 장군의 장녀 백남희(74·재미교포) 여사는 고문으로 위촉됐다. 위원으로는 이광희 경북보훈단체협의회장, 포항·구미·경산 상의 회장,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여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백 장군 동상 건립 성금 1억원을 기탁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는 이날부터 백 장군 동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에 들어간다. 목표액은 5억원이다. 추진위원회는 모금 운동을 발판으로 내년 7월 백 장군 3주기 추모식 이전에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동상을 제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부동은 1950년 8월 백 장군이 지휘한 국군 제1사단과 미군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멸하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6.25 전쟁 최대 격전지다. 백 장군 동상 건립은 10여년 전부터 경기 파주 등지에서 추진됐지만 일부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이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2년 남짓 복무한 이력을 문제 삼아 반발하는 바람에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7월 8일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백 장군 서거 2주기 추모식 때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내년 3주기 추모식은 백선엽 장군 동상을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모셔 동상 앞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속도가 붙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산으로 동상을 세우는 것보다 민간 주도로 시민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장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강서군 출신인 백 장군은 2020년 7월 10일 99세로 사망, 대전국립현충원 장군 제2묘역에 안장돼 있다. 한편 경북도는 이날 도청에서 칠곡군과 다부동전적기념관 운영권 이관 협약을 체결, 내년 1월 운영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다부동전적기념관은 1950년 8~9월, 6·25 한국전쟁 낙동강 최후 방어선에서 북진 전환한 ‘다부동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981년 국방부가 칠곡군 가산면에 지은 현충시설이다. 칠곡군 공유재산으로, 1997년부터 자유총연맹이 위탁 운영해 왔다. 약 1만 9000㎡ 부지에 기념관과 구국관이 있고 구국용사충혼비, 구국경찰명각비, 백선엽 호국 구민비와 장갑차·전투기·자주포·호크미사일 등 전시물 111점도 뒀다. 도는 앞으로 다부동기념관에 국비 포함 예산 100억원을 들여 다부동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기념관을 짓고 상설·특별전시를 열 계획이다.
  • “할머니 잘못한 거 어수다”… 4·3희생자 미신청 할머니 첫 무죄

    “할머니 잘못한 거 어수다”… 4·3희생자 미신청 할머니 첫 무죄

    자녀들에게 피해가 될까 4·3 당시 불법 군법회의를 받고 형무소에 수감됐던 사실을 숨겨왔던 생존 수형인이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고 74년 만에 한을 풀었다. 제주지방법원 4·3 전담재판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일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하 합동수행단)이 직권 재심을 청구한 박화춘(95) 할머니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할머니는 1948년 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제주 4·3평화재단 추가 진상 조사 과정에서 생존 수형인으로 확인됐다. 제주4·3 당시 서귀포시 중문면 강정 월산마을에 살던 박 할머니는 4·3 당시 수감생활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혹여나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7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이로 인해 4·3희생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4·3 희생자 결정을 받지 않은 수형인이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직권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받은 첫 사례가 됐다. 검찰에 구술한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4·3사건 당시 마을 사람들이 끌려가는 등 위험에 처하게 되자 강정리 밭에서 숨어 지내다가, 1948년 12월 어느 날 밤에 집안 제사를 지내기 위해 어머니 집으로 가던 중에 어떤 사람의 권유로 산에 있는 굴에 따라갔다가 다음날 굴에서 나왔다. 토벌대로 추정되는 사람에 의해 체포돼 호근리에 있는 어느 마당에서 끌려갔다가 서귀포경찰서로 이동하였고, 다시 제주경찰서로 이동하여 수감되었는데, 체포·구속될 당시에 어떠한 범죄사실로 체포·구속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고,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을 제시받은 사실이 없었다. 제주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당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을 당했고, 고문에 못 이겨서 실제로 남로당 무장대에게 보리쌀 2되를 준 사실이 없음에도, 마지못해 남로당 무장대에게 보리쌀 2되를 주었다고 경찰관에게 거짓말을 하게 됐다. 군법회의 재판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기소장을 송달받은 적이 없으며, 형량이 징역 1년이라는 것은 들었는데, 언제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합동수행단은 “피고인은 경찰에서 고문과 불법 구금 등의 불법적인 수사를 당하여 보리쌀 2되를 남로당 무장대에게 주었다고 허위 진술을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은 불법수사에 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설사 피고인이 보리쌀 2되를 남로당 무장대에게 주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남로당 무장대와 공모하여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이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합동수행단 소속 변진환 검사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제주어로 할머니의 무죄를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잘못한 거 어수다(없습니다). 4.3사건 때 할머니 잘못헌 것도 어신디(없는데) 사람들이 막 심엉강으네(잡아가서) 거꾸로 돌아매고 허영으네(매달리게 해서) 막 고생 많아수다(많았습니다). 제가 재판장님한티 할머니 잘못한 거 없댄 잘 고라시난예(잘못 없다고 잘 전했으니) 아무 걱정 허지 맙서예(마세요). 경허고 너미 부치로왕 안해도 되어마씨(그리고 너무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할머니 잘못한거 어시난예(없어요). 할머니는 그저 마음 편안허게 가지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 됩니다예.” 한편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오영훈 도지사는 “저에게도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 억울함과 한을 어떻게 견디셨을까...(생각하게 된다)”며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신 재판부와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 고맙다”고 전했다.
  • [씨줄날줄] 월드컵과 반정부 시위/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월드컵과 반정부 시위/이순녀 논설위원

    자국 축구 대표팀의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에 환호하던 이란 청년이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달 29일(현시지간) 미국과의 경기 직후 발생한 일이다. 이란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를 알지 못한다면 귀를 의심할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자국의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축하하며 자동차 경적을 울린 국민도, 무방비 상태인 20대 청년의 머리를 조준사격한 정부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란은 지난 9월 중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적으로 ‘히잡 시위’가 들끓고 있다.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강경 진압에 나서 어린이 60명을 포함해 448명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한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카타르월드컵이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연대의 장으로 부각됐다. 이란 선수들은 지난달 21일 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국가 제창을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시위대에 동조했다. 응원단에서도 시위대 구호인 ‘여성, 삶, 자유’ 팻말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1차전 직후 선수들에게 반정부적 행태를 보이면 가족이 고문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고, 16강 탈락에 환호하던 남성을 사살하면서 이란 국민들에게 카타르월드컵은 악몽으로 남게 됐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백지혁명’의 배경 중 하나로 카타르월드컵의 나비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A4 용지 크기 백지로 반정부 의사를 표현하는 백지혁명은 지난달 24일 우루무치 화재로 코로나 봉쇄에 갇혀 있던 주민 10여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 방역 완화를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때마침 카타르월드컵 중계방송을 통해 노마스크 외국 응원단을 보면서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불타올랐고, 이후 ‘시진핑(習近平) 퇴진’까지 외치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때도 있었지만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엔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했다면 지금은 스포츠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 카타르월드컵에 얽힌 두 나라의 사례처럼 말이다.
  • ‘16강 탈락’ 환호하던 이란 20대, 군경이 쏜 총에 사망

    ‘16강 탈락’ 환호하던 이란 20대, 군경이 쏜 총에 사망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이 ‘숙적’ 미국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뒤 이에 환호하던 이란의 20대 남성이 이란 보안군(군경)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히잡 시위’가 벌어지는 이란에서는 축구 대표팀의 승리가 정권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대표팀의 패배를 원하는 분위기가 퍼진 가운데 피격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27세 남성 자동차 경적 울리다가 머리에 총 맞아”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경기 직후 카스피해에 접한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27세 남성 메흐란 사막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 대표팀의 패전을 축하하다가 총에 맞았다고 인권단체들이 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뒤 보안군이 그(사막)를 직접 겨냥해 머리를 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진 것으로 계기로 반정부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IHR에 따르면 이번 히잡 시위에서 이란 보안군에 살해된 사람은 어린이 60명, 여성 29명을 포함해 448명에 달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막이 이란의 패배를 축하하다가 보안군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CHRI는 또 3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사막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구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한 이란 반정부시위대의 구호 중 하나로 꼽힌다. 숨진 남성은 이란 미드필더의 어린시절 친구 공교롭게도 보안군에 피격당해 숨진 사막은 이번 월드컵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라히의 지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막과 같이 반다르 안잘리 출신인 에자톨라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막과 어린 시절 유소년축구팀에서 함께 뛰었다고 소개하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에자톨라히는 자신과 사막을 비롯해 선수들이 축구 유니폼을 입고 어깨동무를 했던 어린 시절의 사진을 올리며 “너를 잃었다는 지난 밤에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적었다. 비록 친구의 사망 정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에자톨라히는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를 향한 분노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에자톨라히는 이날 미국전에서 패한 뒤 경기장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을 때 미국 선수가 다가와 위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전 패배 환호하는 영상 온라인 확산이날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배하자 오히려 이에 환호하며 축하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란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막이 숨진 반다르 안잘리를 비롯해 테헤란, ‘히잡 시위’ 확산의 진원지인 북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 등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하고 있다. 상당수의 이란 국민들은 현 정권이 히잡 시위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 이번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지 않고 패배를 환영하는 등 응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도 지난 21일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직전 국가가 흘러나올 때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본국에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B조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 때에는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불렀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방송은 1차전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이 이란 선수들을 소집해 ‘앞으로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어떤 형태로든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행위를 보이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협박을 했다고 한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B조 3차전 이란과 미국의 이날 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는 통상적인 보안요원에 더해 경찰력까지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이란 응원단 사이에서는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대표 구호인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 등이 터져 나왔고, 히잡 시위를 촉발시킨 사망자 ‘마흐사 아미니’ 이름의 피켓을 들었다가 관계자에게 제지를 받는 상황 등도 목격됐다고 BBC는 전했다.
  • [단독] 민주, 이재명 강조한 ‘국가폭력 시효 배제법’ 당론 발의

    [단독] 민주, 이재명 강조한 ‘국가폭력 시효 배제법’ 당론 발의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는 특례법을 당론 발의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이재명 대표가 줄곧 강조해온 내용으로, 지난 10일 당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채택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대한 특례법안’ 제정안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례법은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고, 피해 당사자에게는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 제출 이후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대한 브리핑도 뒤따를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감사원법, 기초연금법, 스토킹처벌법 및 피해자보호법 등 3가지 법안과 함께 반인권적 국가폭력에 대한 특례법을 당론으로 정하기로 결론내린 바 있다. 당시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당론 채택 당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고 전체 의원 이견 없이 당론 채택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특례법 추진에는 이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해당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해온 바 있다. 이 대표는 강력한 대권 주자이자 경기지사 시절이었던 지난해 4월 제주를 방문해 ‘제주4.3과 같은 국가폭력에 의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시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대선 후보로 공식 당선된 지난해 10월에도 광주를 찾아 “전두환 씨는 내란범죄 수괴고, 집단 학살범”이라며 “국가 폭력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소멸시효를 배제하고 살아있는 한 처벌하고 영원히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에도 공식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범죄의) 수사·기소에 관여하는 국가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재직 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중단시키는 법을 반드시 만들겠다”면서 “개인의 사적 욕망 때문에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고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국가 폭력 범죄가 발붙일수 없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공개된 노무현재단의 ‘알릴레오 북‘s’ 방송에 출연해서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거론하며 “대표적인 국가폭력이다. 요새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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