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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발전위를 제 것처럼… 버닝썬 투자사가 ‘대물림’ 했다

    르메르디앙 호텔 소유 전원산업 前대표 ‘12년 동안 6연임’ 경발위원 꿰차놓고 “내가 은퇴하면 다음엔 現대표 B씨 올 것” “지역 유력인사 민원창구인가” 비난 커져 클럽 ‘버닝썬’이 입주했던 호텔 소유 업체의 현직 대표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 위원직을 약 9개월간 역임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업체의 전임 대표가 2006년부터 약 12년간 강남서 경발위원 자리를 맡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이 예규를 무시한 채 자리 물려주기를 용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서 경발위원회는 지역 내 유력인사의 민원 창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경찰과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리츠칼튼 호텔의 소유업체인 전원산업 전 대표 A씨는 현직이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남서 경발위원을 맡았다. 리츠칼튼 호텔은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의 전신이다. 경찰은 A씨가 강남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점을 인정해 경발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발위원 임기가 2년이므로 6번 연임한 것으로 보인다. 경발위는 경찰행정발전을 위해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각 경찰서가 운영하는 기구다. 구성원은 교육자, 변호사 등 지역 내 ‘지도층 인사’로 특정돼 있다. 유흥업소 운영 등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맡을 수 없다. 문제는 경찰이 특정 호텔 운영 업체의 대표에게 사실상 ‘당연직’처럼 경발위원 자리를 내줬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예규인 ‘경발위 운영 규칙’도 무시됐다. 운영규칙에 따르면 경발위원직을 맡기 위해서는 과·계장급으로 구성된 경찰 내 심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이제 나이가 많아 은퇴하게 됐으니 내 다음으로 B씨(전원산업 현 대표)가 오게 될 것’이라고 경찰에 의사를 전달했고, 실제 B씨에게 위원직을 승계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B씨를 추천한 사람을 묻자 이 관계자는 “알 수 없다”면서 “추천인은 A씨인 셈”이라고 말했다. 전원산업 측은 경발위원 대물림 지적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원산업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봉사 차원에서 위원직을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취지에서 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경발위원 자격 등에 대한 점검 지시를 내렸고,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과 경찰 전문가들은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울 지역의 한 현직 경찰관은 “유력가들과 안면을 트려는 경찰 고위직과 경찰과 친하게 지내면서 어깨에 힘주려는 지역 유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조직”이라면서 “시민 의견 청취가 목적이라면 인터넷을 못하는 지역의 노인 등 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발위는 경찰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해 주는 친목단체”라면서 “경찰이 시민 감시를 통해 거듭나려고 한다면 경발위 운영보다는 행정 정보를 최대한 외부에 공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경찰발전위를 제것처럼…버닝썬 투자사가 ‘대물림’

    경찰발전위를 제것처럼…버닝썬 투자사가 ‘대물림’

    르메르디앙 호텔 소유 업체 前 대표, ‘12년 동안 6연임’ 경발위원 꿰차“내가 은퇴하면 다음엔 現 대표 B씨 올 것”…특정업체 대표가 승계한 셈업체측 “지역 사회 봉사 차원” 해명…“지역 유력인사 민원창구” 비난 커클럽 ‘버닝썬’이 입주했던 호텔 소유 업체의 현직 대표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 위원직을 약 9개월간 역임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업체의 전임 대표가 2006년부터 약 12년간 강남서 경발위원 자리를 맡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이 예규를 무시한 채 자리 물려주기를 용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서 경발위원회는 지역 내 유력인사의 민원 창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경찰과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리츠칼튼 호텔의 소유업체인 전원산업 전 대표 A씨는 현직이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남서 경발위원을 맡았다. 리츠칼튼 호텔은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의 전신이다.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강남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점을 인정해 경발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발위원 임기가 2년이므로 6번 연임한 것으로 보인다. 경발위는 경찰행정발전을 위해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각 경찰서가 운영하는 기구다. 구성원은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지역 내 ‘지도층 인사’로 특정돼 있다. 유흥업소 운영 등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맡을 수 없다. 문제는 경찰이 특정 호텔 운영 업체의 대표에게 사실상 ‘당연직’처럼 경발위원 자리를 내줬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예규인 ‘경발위 운영 규칙’도 무시됐다. 운영규칙에 따르면 경발위원직을 맡기 위해서는 과·계장급으로 구성된 경찰 내 심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이제 나이가 많아 은퇴하게 됐으니 내 다음으로 B씨(전원산업 현 대표)가 오게 될 것’이라고 경찰에 의사를 전달했고, 실제 B씨에게 위원직을 승계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B씨를 추천한 사람을 묻자 이 관계자는 “알 수 없다”면서 “추천인은 A씨인 셈”이라고 말했다.전원산업 측은 경발위원 대물림 지적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원산업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봉사 차원에서 위원직을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취지에서 수락한 것이지 민관 유착이라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경발위원 자격 등에 대한 점검 지시를 내렸고,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과 경찰 전문가들은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울 지역의 한 현직 경찰관은 “유력가들과 안면을 트려는 경찰 고위직과 경찰과 친하게 지내면서 어깨에 힘주려는 지역 유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조직”이라면서 “시민 의견 청취가 목적이라면 인터넷을 못하는 지역의 노인 등 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발위는 경찰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해 주는 친목단체”라면서 “경찰이 시민 감시를 통해 거듭나려고 한다면 경발위 운영보다는 행정 정보를 최대한 외부에 공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지시받고 돈 뿌렸다” 경찰·버닝썬 유착 의혹 진술 확보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관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시를 받고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버닝썬 관계자들과 금품 수수 의심을 받는 전·현직 경찰관들의 계좌 및 통신 기록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앞서 광수대는 지난 21일 버닝썬과 경찰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관 강모(44)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틀 뒤 석방했다. 검찰에 신청한 구속영장이 반려됐기 때문이다. 강씨와 함께 체포됐던 부하직원 이모씨도 일단 석방됐다. 이씨는 폭력조직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반려와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단서가 나왔으니까 신병을 확보해 계속 수사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하직원 이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강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돈을 받아 배포했다’는 진술이 나와 긴급체포했다”고 부연했다. 광수대는 보강 조사 후 강씨에 대한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광수대는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46)씨를 소환해 유착 의혹 등을 캐물었다. 버닝썬 측은 지난해 미성년자 출입 사건에 따른 영업정지를 피하려고 강씨를 통해 경찰 측에 돈을 건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강남서는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동대표 이씨는 버닝썬이 있었던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의 운영 법인인 전원산업의 전 등기이사였다. 여기에 전원산업의 대표이사 최모(59)씨가 강남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원산업 관계자는 “(대표가) 회의에 한두 번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씨는 이날 서울경찰청을 찾아와 기자들에게 “제보자로 위장한 사람, 경찰, 현직 기자, 조직폭력배, 변호사가 공모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이 무서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다. 모든 증거와 자료는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버닝썬-경찰 유착 의혹…“지시받고 돈 배포” 진술 확보

    버닝썬-경찰 유착 의혹…“지시받고 돈 배포” 진술 확보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미성년자가 클럽에 출입한 것을 무마하기 위해 지시를 받고 돈을 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오늘(25일) 기자간담회에서 버닝썬-경찰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검찰은 짧은 시간 안에 기소해야 하므로 유의미한 증거를 더 충분히 찾아달라는 요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4일 ‘버닝썬’과 유착한 당사자로 지목된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1일 강씨와 부하직원 이모씨를 소환 조사한 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긴급 체포한 바 있다. 경찰은 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도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여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수수 명목 등도 소명이 돼 있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보완할 것을 지휘했다. 현재 강씨와 이씨는 석방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경찰청 관계자는 “애초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시받고 돈을 배포했다’는 진술이 나와서 긴급체포를 했다”며 “시간이 촉박한 데다 직접적인 진술이 나와서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여자로 지목된 버닝썬 이모 공동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고, 자금 거래가 의심되는 버닝썬 측 관계자들과 전·현직 경찰관 등의 계좌 및 통신 기록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한편 버닝썬이 입주해 영업하던 르메르디앙서울 호텔의 대표 최모씨가 지난해 4월부터 강남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 역시 드러났다.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한 바 있다. 최 대표가 버닝썬과 경찰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전원산업이 소유한 버닝썬 지분은 2017년 기준 42%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민 청장은 “자기의 일상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분들을 잘 골라서 경찰 협력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자 바람”이라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전면으로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김성곤의 시시콜콜] 버닝썬 수사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

    [김성곤의 시시콜콜] 버닝썬 수사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

    서울 강남의 르메르디앙 호텔에 자리 잡고 있는 유명 클럽 ‘버닝썬’과 관련된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11월 24일 버닝썬 직원들과 고객 간 폭행사건에서 시작됐지만, 이후 피해자 김모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 연행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업체와 경찰의 유착의혹을 제기하면서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단숨에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단순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사건이 경찰의 과잉진압과 경찰과 업체의 유착, 클럽 내 성폭행과 마약 유통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됐다. ●광수대 등 경찰 70여명 투입 한때 버닝썬 이사로 재직했던 빅뱅의 승리는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경찰은 필요하면 소환해서 조사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버닝썬은 지난해 2월 23일 개업한 이후 1억원이 넘는 만수르 술 세트 등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버닝썬 수사는 강남경찰서에서 맡다가 청원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뛰어든 데 이어 마약 문제가 불거지자 사이버수사대까지 가세했다. 광수대와 사이버수사대, 강남서까지 70여명의 경찰이 투입됐다고 한다. 그런데 수사는 빠른 편은 아니다. 마약과 연루된 버닝썬 직원 1명을 구속하고, 마약 유통 등의 의혹으로 20대 중국인 여성 A씨를 한 차례 소환조사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클럽 대표의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려고 동의를 받아 모발검사도 실시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마약 유통 등 조직적인 범죄 혐의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 공무원에 뇌물 제공 밝혀져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찰은 지난 14일 합동 브리핑에 이어 18일에는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버닝썬 수사 관련 내용을 일부 풀어놓았다. 공통된 것은 수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달 말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더디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광역수사대는 지난 21일 경찰이 과거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사건과 관련해 강남서 소속 현직 경찰관 등을 조사 중이며 이들 중 일부를 뇌물 공여 또는 수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입건자 중 전직 경찰관 강모 등 2명은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버닝썬 측이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강씨를 통해 경찰에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캐고 있다. 당시 강남서는 지난해 8월 버닝썬 내 미성년자 출입 사건과 관련해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었다. ●경찰 과잉 대응 수사, 마약·업체 유착 등에 묻힌 감 조금씩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가 미흡한 점도 한둘이 아니다. 브리핑 중에 경찰 간부가 “몇십억씩 버는 클럽이 마약 유통하겠나”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르메르디앙 호텔 측이 버닝썬 시설을 철거에 나선 것도 모르고 있다가 증거멸실 우려가 나오자 부랴부랴 철거를 중지시키고, 현장을 촬영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경찰의 과잉 대응 수사도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광수대가 업체 유착의혹과 공권력 과잉 대응은 맡고 있지만, 버닝썬 직원과 김모씨와의 폭행 건은 강남서가 맡고 있다. 경찰 합동 브리핑에서도 직원과 김씨 폭행부터 경찰의 과잉대응 건이 이어진 일련의 과정인데 이것을 분리해서 수사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지만, 경찰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과잉대응 문제는 청와대 청원 내용의 핵심인데 성폭행과 마약 등의 문제가 커지면서 묻힌 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김모씨의 추가 성추행 의혹이 두 차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네티즌들이 “경찰의 과잉대응을 가리기 위한 물타기”라고 비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버닝썬 등 일부 클럽의 탈선 문화를 바로잡고, 마약인 물뽕(GHB)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긍정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 대응 여부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애초에 경찰의 과잉대응을 경찰이 조사하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도 적잖았었다. 피해자 김씨는 지금도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방송사 등을 통해 추가 사실 폭로를 예고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수사가 진척됐으면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아니면 경찰 과잉대응 문제는 검찰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 유은혜 “한유총 에듀파인 거부 명백한 불법…단호히 대응할 것”

    유은혜 “한유총 에듀파인 거부 명백한 불법…단호히 대응할 것”

    “한유총 에듀파인 거부 유감…교육자로서 에듀파인 참여해 달라” 한유총 25일 국회서 대규모 반대 시위 예고…전사련·한사협은 “에듀파인 수용”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 “명백한 불법이다. 정부는 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오는 25일 국회 앞에서 소속 회원 2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에듀파인 도입 반대 시위를 예고했다. 한유총은 에듀파인 내에 설립자가 건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사용료 항목을 추가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에듀파인 시행으로 사립유치원의 회계는 획기적으로 투명해지고 국민의 신뢰는 회복 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유총은 에듀파인 거부와 집단시위, 집단휴업과 폐원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인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이 주로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련), 서울을 중심으로 한유총에서 갈라져 나온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은 에듀파인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한유총 소속 모든 유치원이 집단행동 결의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교육자로서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에듀파인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사태 이후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올해 3월부터 원아 200명 이상의 대형 유치원 약 600곳부터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 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교육부는 이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시정명령→감사실시→형사고발 등 행정적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유총 등이 집단휴업을 결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위법 부분을 살피고,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유치원 감사 및 비리신고 조사결과 등을 통보하면 정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호선 경찰청장도 “사립유치원의 불법행위에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의정부 고교생 장 파열 폭행’ 청원 동의 20만명 넘어

    ‘의정부 고교생 장 파열 폭행’ 청원 동의 20만명 넘어

    경기도 의정부에서 고교생이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해 장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는 피해자 어머니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동의가 20만명을 넘었다. ‘우리 아들 **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0일 오전 9시 현재 20만 2518명이 동의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지 4일 만이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 동의하면 이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 지난 18일 피해 학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A씨는 “우리 아들 ○○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해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또래 1명에 무차별 폭행을 당해 장이 파열되고 췌장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어 생사 기로에서 사망 각서를 쓰고 수술을 해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전했다. A씨는 167㎝의 키에 50㎏도 안 되는 아들을 폭행한 가해 학생이 수년간 이종격투기를 배워 탄탄한 몸과 근육질을 가랑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A씨는 가해 학생이 무릎으로 아들의 복부를 걷어찬 뒤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들을 영화관, 노래방 등으로 끌고 다녔다고 했다. 다음날에서야 아들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힘든 수술을 거쳐 겨우 살아났다는 것이다. A씨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소방 공무원이고, 큰아버지가 경찰의 높은 분이어서인지 성의 없는 수사가 반복됐다”면서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고작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들을 간호하면서 병원비 약 5000만원이 들어갔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1년이라는 시간을 지옥에서 살았다”면서 “그러나 가해 학생은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고 해외여행까지 다니는 등 너무나도 편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분노했다. 또 “가해자의 부모도 반성은커녕 사과 한번 하지 않았고, 내가 올린 탄원서들을 위조한 것 아니냐면서 필적 감정까지 들어갔다”고도 했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지난해 3월 31일 오후 6시쯤 학교 밖에서 피해 학생의 복부를 무릎으로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다만 ‘가해자 아버지가 소방직 고위공무원이고 큰아버지가 경찰의 높은 분’이라는 A씨의 주장은 사실 관계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가해학생의 아버지라고 밝힌 B씨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세상 둘도 없는 악마와 같은 나쁜 가족으로 찍혀버린 가해학생의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반박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1310명이 동의했다. 최혜영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지난 20일 언론에 “경찰이 모든 사안을 따져보고 수사를 성의 있게 진행했다”면서 “양측의 합의가 잘 안 돼서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유착 의혹’ 여론 따가웠나… 개운치 않은 경찰 뒷북 수사

    클럽 내 마약 문제 소극 대응에 여론 싸늘 마약·성폭행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강남권 클럽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며 대대적인 마약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잇따른 관계자 소환에 버닝썬 직원 구속, 외국 국적 피의자에 대한 출국 정지 조치를 내리며 수사에 힘을 주고 있다. 그러나 대형 클럽을 중심으로 마약과 성추행 사건이 만연하다는 소문이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퍼졌던 만큼 최근 경찰 행보는 여론을 의식한 ‘뒷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버닝썬 등에서 영업사원 격인 MD로 일해 온 A씨를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이후 나온 첫 구속 사례다. 경찰은 또 마약 유통 혐의를 받는 중국인 여성 B씨를 출국 정지 조치하기도 했다. 강남 클럽가에서 ‘애나’로 불리는 B씨 역시 MD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성분 미상의 액체 몇 병, 흰색 가루 등이 나와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강남 일대 클럽 전반을 대상으로 마약류 위반 조사에 나섰다. 통상 ‘MD’가 한 클럽 소속이 아니라 여러 클럽과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찰은 마약 유통이 다른 클럽까지 확대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날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으며, 의혹이 없도록 사실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애초 이번 사안에 경찰과 클럽 간의 유착 의혹이 함께 불거진 데다 그간 경찰이 클럽 내 마약 투약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클럽 내 마약 투약·성추행 의혹은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널리 퍼진 상황인데 경찰은 평소 신고 중심의 사건 처리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경찰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상식적으로 몇십억원씩 버는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하겠냐”며 클럽 측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 관계자는 “마약 문제는 비단 버닝썬뿐만 아니고 전국을 상대로 다 수사를 하던 것”이라면서 “클럽 내 마약류 투약은 일상적으로 하는 (수사)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경찰이 클럽 내 마약 투약 문제를 인지했지만 대수술에는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등을 제기했던 김모씨가 버닝썬 내에서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피해자를 파악하고 있다. 버닝썬은 지난 17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문 대통령,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 병문안

    문 대통령,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 병문안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후 암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문재인 대통령이 병문안했다. 이 기자는 이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이 기자는 17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문병을 다녀갔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나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 챙겨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다”라면서 “김정숙 여사가 직접 보내준 무릎담요도 아주 긴요하게 쓰일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MBC는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간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 기자를 포함해 언론인 6명을 해고했다. 하지만 해직 언론인들은 MBC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후 해직 언론인들은 2017년 12월 8일 최승호 MBC 사장이 MBC 노조(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해직 언론인 전원 복직에 합의하면서 약 5년 만에 다시 MBC로 돌아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인 2016년 12월에도 해직 상태의 이 기자를 위로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기자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방문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자는 대통령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윤 수석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 기자는 “소득주도 성장정책 기조를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서민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박정희 이래 수십년 간 지속돼온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그 초석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대표단’ 제도를 도입해 국민들이 직접 사장을 뽑을 수 있게 하면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정치권 눈치를 볼 일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나아가서는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등 권력기관장들도 모두 청문회를 거친 뒤 국민대표단이 뽑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이날 답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복지 확충에 대해서도 불변의 입장”이라면서 “적어도 경제정책에 관한 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 같아 무한 신뢰가 간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송사 사장 선임 과정에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을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찬성했다. 다만 법제화가 걸림돌”이라면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를 국민대표단에게 묻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임정, 中 국민당 도움받아 충칭 정착…中 공산당, 조선의용대 탈영 부추겨 팔로군 편입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임정, 中 국민당 도움받아 충칭 정착…中 공산당, 조선의용대 탈영 부추겨 팔로군 편입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출범해 1945년 해방 때까지 중국에서 활동했다. 1932년 윤봉길 의거 뒤 일본의 추격을 피해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옮겼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로 중국 국민당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각지를 떠돌았다. 임정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서남부 쓰촨성의 작은 도시 충칭이었다. 임정은 1945년 11월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5년 넘게 독립을 준비했다. ●임정, 충칭서 5년 넘게 한국 독립 준비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의 최종 목적지 충칭. 1937년 11월 중국이 일본에 수도 난징을 빼앗기자 임시 수도로 정한 곳이다. 주민 수가 3100만명에 달해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자 유비와 제갈량이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세력을 길렀던 촉(蜀)의 옛 땅이다. ‘안개 도시’라는 별명답게 한겨울에도 뿌연 안개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서울신문 취재에 동행한 김주용(53) 원광대 교수는 “예전에 이곳은 안개와 매연이 결합해 공기 질이 나빴다고 한다. 김구(1876~1949)의 맏아들 인(1917~1945)도 여기서 폐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임정은 중일전쟁으로 난징이 함락되자 후난성 창사로 피신했다가 1838년 7월 광둥성 광저우로 내려갔다. 국민당 정부가 충징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곳은 인구 20만명 정도의 소도시였지만 국민당 정부가 오자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주택과 학교, 도로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임정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결국 중국의 도움으로 류저우(1938년 10월~1939년 3월)와 치장(1939년 3월~1940년 9월)을 거쳐 2년 뒤인 1940년 9월에야 입성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임시정부에 있어 중국 국민당 정부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독립운동 성과를 우리만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뽕 사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임정의 리더십 회복과 좌우합작 성사 일본은 지상군 병력이 닿지 않는 이곳을 파괴하려고 5년여간 200여 차례에 걸쳐 공습을 감행했다. 영화로도 제작돼 잘 알려진 충칭 대폭격(1938~1943)이다. 독립운동가 양우조(1897~1964)·최선화(1911~2003) 부부의 임정 기록을 외손녀 김현주(47)씨가 정리한 ‘제시의 일기’(1999)를 보면 당시의 공포가 잘 묘사돼 있다. “(공습경보를 듣고 대피소인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일본 비행기가 폭탄을 수없이 떨어뜨렸다. 석굴이 심히 흔들리며 당장 무너지는 듯했다. 동굴 안에서는 천둥·번개 치듯 불빛이 번쩍였고 천장이 내려앉는 듯 작은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폭격이 끝나고) 굴 밖으로 나왔더니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우리가 있었던 집의 앞과 뒤, 오른쪽, 왼쪽이 불바다였다. 참혹한 시신도 많았다.”(1938년 12월 5일) 역설적이지만 임정은 공습에 시달리던 충칭 시기에 리더십을 회복했다. 중국이 모든 독립운동 세력을 임정 중심으로 합작해 나설 것을 촉구했고, 한인 내부에서도 일본의 패망이 머지않았다고 느껴 단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정은 처음으로 청사에 ‘대한민국 림시정부’ 간판도 내걸었다. 독립운동 중심체로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1940년 5월 김구의 한국국민당과 조소앙(1887~1958), 홍면희(1877~1946)가 주도한 한국독립당, 이청천(1888~1957)이 이끈 조선혁명당은 충칭에서 우파 통합정당을 만들었다. 임 정 여당인 한국국민당의 지분이 가장 컸지만 당명은 ‘한국독립당’을 계승했다. 한독당은 해방 뒤 한국에서도 민족주의 정당으로 활동했다. 임정에 비판적이던 사회주의 계열도 태도를 바꿔 1941년부터 하나둘 합류했다. 임정이 설립 20여년 만에 제대로 된 위상과 권위를 갖추게 됐다. 승려 출신의 사회주의자로 1942년 임정 내무차장이 된 김성숙(1898~1969)의 증언이다. “우리나라 독립운동 단체 가운데 권위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임시정부만한 것이 없었거든. 임정이 계속해서 일본하고 대립하고 싸웠기 때문에 ‘(진정성을 인정해) 임정을 중심으로 모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지.”●조선의용대, 팔로군 주둔 화베이 이동 1939년 말 중국 후베이성 라오허커우. 중국의 지원을 받아 사회주의 단체들이 조직한 조선의용대의 부대장 김학무(1912~1944)가 동료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우리 손으로 적(일본군)들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겁니까. 이런 ‘가짜 항일’ 전선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너무도 수치스럽소이다.”조선의용대는 임정이 만든 한국광복군보다 2년 앞선 1938년 10월 결성됐다. 대원 상당수가 중국 군관학교나 일본의 유명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다. 이들은 일본군과 직접 싸우기를 원했지만 중국은 인원이 많지 않은 의용대에 전투 대신 정보 수집과 선전 공작 등 보조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후방에서 선전전이나 하는 현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전체 대원 300여명 가운데 대다수가 1941년 3~5월 중국 공산당 팔로군이 있던 화베이 지역으로 떠났다. 우리 역사학계에서는 이들이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에서 세력을 키워 국내에 진격하려고 북상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충칭에서 만난 이선자(55) 전 충칭임시정부기념관 부관장은 “중국 공산당의 치밀한 계획이 숨어 있었다”고 전했다. 공산당이 조선의용대를 팔로군에 편입시키고자 의용대에 밀정을 심어 탈영 분위기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중국 공산당 출신 역사학자 쓰마로(100·미국 거주)가 홍콩에서 출간한 회고록(2004) 등에 수록돼 있다.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한국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라고 놀라워했다.조선의용대 주요 전력이 화베이로 올라가자 최고 책임자였던 김원봉(1898~1958)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따르는 대원이 100명도 남지 않았다. 이 관장은 쓰마로의 회고록을 토대로 “당시 김원봉도 남은 부대와 함께 화베이로 가려고 했지만 중국 공산당 저우언라이(1898~1976)가 이를 막았다. 화베이 부대의 새 리더로 김무정(1904~1951) 등을 세운 뒤여서 더는 김원봉이 필요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갈 곳을 잃은 그는 한국광복군 합류를 고심했다. 임정과 김원봉 간 통합 협상이 길어지자 중국군사위원회가 직접 나섰다. 1942년 5월 광복군에 부사령관 직제를 신설하고 그를 임명했다. 조선의용대는 광복군 제1지대에 편제됐다. 군사 분야에서도 좌우합작이 성사됐다. 늘 대원이 부족했던 광복군으로서는 이들이 그야말로 단비 같은 존재였다. 임시정부 좌우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이슈가 있다. 바로 김구의 ‘백색 테러’(우익에 의한 테러) 논란이다. 그가 일본군이나 친일파를 상대로 ‘의열 투쟁’을 벌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이념이나 성향이 다른 일부 독립운동가에게도 같은 방식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있다. 김구가 ‘대한민국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어 언급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김구는 상하이 임정에서 초대 경무국장(경찰청장)을 맡아 반민족주의자에 대한 처형을 주도했다. 1922년 2월 사회주의자 김립(1880~1922) 살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백범 자신이 “김립이 (소련이 준) 임시정부 공금을 사사로이 사용해 처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러시아 문서 등에 따르면 당시 소련은 임정이 아닌 한인 사회주의 진영에 자금을 제공했다. 김구가 주장하듯 김립이 이 돈을 사적으로 썼다는 증거도 없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김립 암살 사건은 임정이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근거해 단행한 국가 폭력”이라며 “같은 독립운동가라도 정견과 조직이 다르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해 독립운동계에 큰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해방 뒤인 1945년 12월 말 동아일보 주필이자 한국민주당 초대 당수 송진우(1890~1945)는 김구가 살던 경교장에서 한반도 신탁통치 문제를 두고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벌였다. 그는 우파진영이 미국을 적으로 돌리면 공산당이 어부지리를 본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반탁을 고수하던 김구를 비판했다. 송진우는 밤샘 토론을 마치고 자택에 돌아가자마자 살해됐다. 브루스 커밍스(76)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사건의 배후를 김구로 본다. 김구는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1889~1939)과 안창호(1878~1938)의 후견인 옥관빈(1887~1933)의 암살에도 간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미 군정은 친일파 출신으로 한국민주당 정치부장이던 장덕수(1894~1947)가 살해되자 김구가 개입했다고 보고 재판정에 세웠다. 좀더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 극한직업 ‘형사직’… “후배 형사 잡기가 범인 잡기보다 어려워”

    극한직업 ‘형사직’… “후배 형사 잡기가 범인 잡기보다 어려워”

    “현장 형사들이 생각나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일하는데 잘 못해 줘서 미안하다는 마음도 드네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일선 형사들과 함께 영화 ‘극한직업’을 관람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현장 직원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우리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민 청장을 비롯한 경찰청 관계자들과 일선 형사 등 290명이 참석한 ‘극한직업’ 특별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 형사들의 애환을 듣고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다. 1300만 관객을 사로잡은 극한직업 속 주인공은 해체 위기에 놓인 서울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이다. 영화 속 마약반 형사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위장 개업을 통한 잠복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일선에서는 잠복과 추격을 주무기로 하는 외근직 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후배 형사 잡기가 범인 잡기보다 어렵다’는 자조 섞인 농담은 오래된 이야기가 됐다. 이러한 형사직 기피 현상은 민 청장이 영화를 관람한 뒤 “잘 못해 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한 이유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2160명을 뽑는 순경 공채 일반 전형에서는 4만 496명이 몰려 18.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여성의 경우 750명 선발에 1만 2709명이 응시해 1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순경 공채의 높은 경쟁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순경 공채의 평균 경쟁률은 40대1을 넘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을 꿈꾸는 지원자들은 해마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제복을 입을 수 있다.기동대에서 최소 2년 근무를 하면 누구나 형사를 지망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이 되고서 자발적으로 형사를 지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젊은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형사를 꿈꾼다는 것은 옛말이다. 한때 ‘경찰의 꽃’이라고 불렸던 형사는 최근 푸대접을 받으며 기피 한직으로 밀렸다. 업무 특성상 타 부서에 비해 노동 강도가 세고 승진 또한 더디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경찰 11만 6584명(2017년 기준) 가운데 외근 형사직을 비롯해 경제·지능 등 수사 기능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2만 601명이다. 외근 형사직을 기피하는 배경에는 고된 근무환경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형사로 생활하면서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퇴근은 없다’는 극중 대사를 실제로 자주 하곤 했다”는 김석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팀장의 말은 이러한 근무환경을 잘 보여 준다. 형사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주변인들의 진술을 듣고 현장을 탐문해야 한다. 비번인 날에도 마음 놓고 쉴 수는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2만 3938건이었던 강력범죄는 2017년 2만 6334건으로 증가했다. 강력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CCTV 확보와 분석 등 현장의 업무량은 예전보다 더 늘어나고 있다. 젊은 경찰들은 근무시간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를 선호한다. 일과 생활의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업무 강도가 이전보다 강해졌다기보다는 사회 변화의 영향이 크다”며 “4교대 근무로 명확하게 근무시간이 나눠지는 지구대나 파출소를 가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잡무 처리, 잠복, 조사, 추격전을 반복해야 하는 형사의 인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형사 기피 현상은 승진자의 절반을 시험으로 뽑는 경찰 인사제도도 한몫한다. 시험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부서에 가는 게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보다 이득이기 때문이다. 외근 형사가 승진시험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마약반장(류승룡)이 승진을 하지 못해 아내에게 구박받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사철만 되면 일선 경찰서는 형사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빠지겠다는 팀원은 많은데 자리를 메워 줄 젊은 형사는 드물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강력계 형사는 “‘위험한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까지 하면서 후배들을 설득하기도 한다”며 “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순경들이 있는 지구대나 파출소에 수시로 들러 형사의 좋은 점을 말해 주는 등 일찌감치 공을 들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강력반 등에 20~30대보다 50대 이상의 형사들이 더 많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형사직에 신입 경찰들을 억지로 밀어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구의 한 강력계 형사는 “평소 눈여겨봐 뒀던 후배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사명감에 기대 떠나가는 형사를 잡기보다는 ‘일은 힘들고 보상은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이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견을 수렴했다”며 “실태진단과 의견 수렴을 추가로 진행해 올해 중으로는 형사직 근무체계와 보상방안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집권 3년차 문 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속도낼까…15일 전략회의

    집권 3년차 문 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속도낼까…15일 전략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5일 청와대에서 ‘국정원·검찰·경찰개혁 전략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그리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무일 검찰총장, 민갑룡 경찰청장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국정원 개편 등 권력기관 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과제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은 권력기관 개혁 과제들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도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면서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모두 검찰개혁 과제들이다. 공수처 신설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비리 행위와 관련한 사건에 한해서라도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해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한다는 개혁 방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의 수사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으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1차적 수사권을 경찰에게 부여하고, 검찰에게는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을 부여하는 모델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6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을 위해서는 새 법이 제정돼야 하고, 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현행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 논의들이 현재 국회 사개특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오는 14일 국회에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청 협의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자치경찰제는 생활안전과 민생치안 등의 주민 밀착형 업무를 국가경찰에서 지방자치단체 산하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해부터 자치경찰제를 전국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실시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과제 중 하나였다. 참여정부 때부터 실시된 지방분권특별법은 이미 자치경찰제 도입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가 실시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는 현재 제주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치경찰에 무슨 사무를 이관할지 구체적으로 정리가 된 상태”라면서 “사무 이관 과정에서 치안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공조 체계에 대해서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야당 의원들 한심할 뿐” 조현오 인사청문회 기사까지 ‘댓글 공작’ 지원한 경찰

    “야당 의원들 한심할 뿐” 조현오 인사청문회 기사까지 ‘댓글 공작’ 지원한 경찰

    “야당 의원들 강연 전문 제대로 읽고 질문하는 것인지…한심할 뿐이다.”“정치적 논리만 가지고 온갖 비난과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수준 낮은 위험한 생각” 지난 2010년 8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 관련 기사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을 비판하거나, 조 전 청장을 옹호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작성자는 다름 아닌 조 전 청장이 조직한 인터넷 여론 대응팀의 경찰관들.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목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등으로 자질 논란이 일던 상황에서 경찰들이 조직적인 ‘댓글 대응’에 나선 것이다.3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조 전 청장의 검찰 공소장을 살펴보면 당시 정보경찰들이 조 전 청장의 지휘 아래 제주 강정마을 사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사태, 반값 등록금,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 주요 사회적 현안 관련 기사에 경찰과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단 정황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경찰청과 서울청, 그리고 일선서 정보과 등 경찰관 1500여명으로 하여금 사회적 이슈 관련 기사에 댓글 1만 2800여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 ‘쌍용차 사태’ 진압과 관련해 비공식 조직 댓글 조직인 ‘쌍용차 사이버 대응팀’을 구성해 여론 대응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사이버팀 운용의 효과를 톡톡히 본 조 전 청장은 이후 서울처장과 경찰청장으로 승승장구하면서 공식적인 사이버 대응팀을 전격적으로 운용해 나갔다. 특히 서울청장 시절 “내외부적으로 알려질 경우 경찰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 “완전한 보안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등의 우려 섞인 내부 보고에도 불구하고 정보경찰 100여명 규모의 여론 대응팀인 ‘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팀 구성을 강행했다. 이후 조 전 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경찰청 정보과와 보안과, 그리고 대변인실에 전담 부서를 구성해 SPOL팀과 함께 댓글 공작을 이어갔다. 대표적으로 201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민주노동당 가입 사건 당시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이후 ‘야당 탄압’이라는 비판이 퍼지자, 대응팀은 조 전 청장에게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등 인터넷 동향 조치’를 보고하며 대응 기조를 세우고, 각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댓글 예시까지 적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민노당이 한나라당 공무원 당원 가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는 데 대해선 ‘궁지에 몰린 민노당의 물귀신·물타기식 대응’이라고 대응하도록 방침을 세우고, 댓글 예시로 “물타기 하네…몇백명 당원 가입한 사실 물 탈려고 의혹 제기했니? 한번 다 까보자. 난 니네들이 그렇게 숨기는 사실이 정말 궁금해”라는 내용을 적었다. ‘뒷북 수사’ 주장에 대해선 “너네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경찰한테 앵긴 게 누구니? 니네가 좋아하는 선진국…경찰한테 그랬다간 바로 go to the jail 한다. 영어는 알지?”와 같은 내용으로 달도록 예시로 들었다. 실제로 당시 인터넷 기사들에는 “물타기 작전이 또 시작됐네”, “적극적으로 수사를 받으세요.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탄압당한다고 항의하니까 생활 좀 나아지셨습니까?” 등의 댓글들이 조직적으로 달린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이 외에 경찰의 교육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겁 많은 경찰이 설마~~ 교육감 선거에 개입할 수 있을까?”, 천안함 폭침 사건 관련해선 “정일이 좋아하느 나쁜 새끼들 북한으로 보내라, 등기택배로”는 등의 댓글도 달렸다. G20 당시 지향성 음향장비 도입 논란이 불거질 당시에는 “빨리 도입해 불법 시위꾼들에게 사용했으면 좋겠다ㅋㅋ”고 달리기도 했다. 경찰 조직에 비판적인 특정 언론사의 사설에도 ‘댓글 대응’ 지시가 떨어져 “그저 비난을 위한 짜집기 글, 억지 글...OO일보 실망입니다”, “치안 불안은 왜곡 보도한 언론 탓이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조 전 청장은 현재 구속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강성수)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청장은 공판 과정에서 “정치공작, 댓글 공작으로 몰아가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 전 청장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김모 전 정보국장, 정모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 황모 전 경찰청 보안국장 등 당시 경찰 고위간부들도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민갑룡 경찰청장, 영장에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 기재는 잘못된 관행

    민갑룡 경찰청장, 영장에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 기재는 잘못된 관행

    경찰이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의 영장청구서에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 등 노동계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내용이 담긴 것과 관련해 재발 방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적인 절차에 필요한 판단에는 증거법상 엄격하게 확인된 객관적 사실을 작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수사 절차에서 객관적으로 사실 확인이 안 되는 것을 활용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21일 집회·시위가 금지된 청와대 앞에서 불법 집회를 한 혐의를 받는 김 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 등 민주노총과 관련한 정치권의 비판 발언이 대거 인용돼 논란이 일었다. 민 청장은 “고의성, 범죄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인 평가를 적는 관행은 편향을 낳을 수 있다”며 “담당자의 의도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불합리한 관행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 개선을 위해서 구체적인 지침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암사역 흉기난동범, 보복상해 혐의 적용…“공범 자백에 분노”

    암사역 흉기난동범, 보복상해 혐의 적용…“공범 자백에 분노”

    친구와 마트 털다가 덜미공범인 친구는 특수절도죄로 송치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알려졌던 ‘서울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의 10대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친구가 경찰에 자신을 절도 공범으로 시인했다”는 이유에서 칼부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윤상호 부장검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상해, 특수절도 혐의로 한모(19)군을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군은 이달 13일 오후 7시쯤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에서 흉기를 친구 박모(19)군에게 휘둘러 허벅지 등을 다치게 한 혐의로 현장 체포됐다. 한군은 박군으로부터 자신과 함께 현금을 훔친 사실을 경찰에서 자백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주민들과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평소 새벽 시간 천호동 일대 빈 슈퍼와 공영주차장 정산소 등을 돌며 상습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여왔다. 또 사건이 있던 날 오전 4∼5시에도 서울 강동구 일대 공영주차장 정산소와 마트 등을 돌며 현금을 훔쳤다. 마트의 유리벽을 둔기로 박살내 진입하려 하는 등 대담한 범행 수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박군을 먼저 불러 조사했고, 박군은 혐의를 시인하며 한군이 공범이라고 털어놨다. 이후 박군은 암사역 근처에 있던 PC방으로 이동해 한군에게 경찰에서 조사받았다고 말했다가 다툼이 벌어졌다. 당초 경찰은 한군을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다가 보복성 범행이었다고 보고 처벌 수위가 더 높은 특가법상 보복상해 혐의로 변경했다. 경찰은 박군도 특수절도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한군과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박군의 특수절도 혐의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한군의 흉기 난동은 여러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한군이 흉기를 휘둘러 박군을 다치게 하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도주하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난동이 알려지게 됐다. 영상을 본 일부 시민은 경찰이 한군에게 테이저건을 쐈으나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한군이 시민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도주해 추가 피해가 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는 체포 요건에 맞춰 적절히 대응했다”고 설명하면서 “테이저건 발사 등에 대해서는 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현장 출동 50대 경찰관 교통사고로 사망

    현장으로 출동하던 순찰차가 승용차와 정면충돌해 50대 경찰관이 숨졌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익산경찰서 여산파출소 소속 순찰차가 손모(26)씨가 몰던 크루즈 차량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이 사고로 순찰차 조수석에 탔던 박권서(58) 경위가 숨졌다. 순찰차 운전자 국모(54) 경위와 손씨는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순찰차는 사고 충격으로 도로 옆 배수로에 빠져 크게 파손됐다. 박 경위 등은 “운전 중 크루즈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다”는 아우디 운전자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중이었다. 손씨는 아우디 운전자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손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제한 속도가 시속 60㎞인 도로에서 급하게 속도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손씨의 혈중알골농도는 음주 측정 결과 단속 수치(0.05%)에는 못 미치지만 0.005%였다. 경찰은 사고 충격으로 지워진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하고 사고 기록 장치(Event Data Recorder)를 분석, 손씨의 과실이 명백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보면 승용차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고 과속한 정황이 보인다”며 “사고원인을 다각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이 26일 박 경위의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민 청장은 이날 원광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 경위 빈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그는 유족에게 “고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돼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경찰관이 현장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않도록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민 청장은 박 경위와 함께 사고를 당해 같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국모(54) 경위의 병실도 찾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아내 약 사러 음주운전” 면허취소 정당

    “아내 약 사러 음주운전” 면허취소 정당

    술을 마시고 귀가해 자다가 새벽에 복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위해 약을 사기 위해 음주운전한 운전직 공무원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경찰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방교육청 운전주사보인 A씨가 강원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운전면허를 취소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하급심 재판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왔다”며 “A씨의 사정만으로는 경찰의 운전면허취소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1월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새벽 4시 무렵 아내가 복통을 호소하자 약을 사러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교육청이 운전면허 취소를 이유로 A씨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직권면직’ 처분을 내리자 A씨는 “음주전력이 없고 모범공무원 표창을 2차례 받은 운전직 공무원에게 너무 가혹한 처분”이라며 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2심은 “운전면허취소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한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라며 운전면허취소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여기는 인도] ‘귀신 씌었다’ 무속인 말 듣고 산 채로 아기 파묻은 가족

    [여기는 인도] ‘귀신 씌었다’ 무속인 말 듣고 산 채로 아기 파묻은 가족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샤자한퍼의 한 마을주민은 연못 근처를 지나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영상 3도였지만 밤이라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땅속에 아기가 산 채로 매장돼 있었고 주민은 재빨리 땅을 파 아기를 꺼냈다. 다르멘드라 쿠마르는 “지나가다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나길래 소리를 따라가 보니 아기가 묻혀있는 듯했다. 서둘러 땅을 팠고 산 채로 묻혀있는 아기를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근처 국립병원에 아기를 맡긴 다르멘드라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나. 이 추운 날씨에 아기를 땅에 파묻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지난 21일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아기를 산 채로 묻은 범인은 다름아닌 아기의 부모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셋째 아이에게 귀신이 들었다는 무당의 말을 듣고 친척과 함께 아기를 땅에 파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기의 아버지와 고모, 고모부 그리고 무당을 붙잡아 조사 중이며 엄마는 도주했다”고 밝혔다. 인도 지방경찰청장 수바시 찬드라 샤캬는 “아기의 고모가 아기 부모에게 먼저 허락을 받은 후 아기를 땅에 묻었다. 이 사건은 아기가 귀신에 씌어 그냥 두면 집안이 풍비박산 날 거라는 ‘탄트릭’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탄트릭은 힌두교와 불교 사상에 기반을 둔 인도의 전통사상 탄트라를 섬기는 무속인이다. 사건이 일어난 인도 북부 지역은 예부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부족이 많았으며, 탄트릭의 의식에 그런 풍습이 일부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버스 흉기 난동’ 문자 신고자만 찾은 경찰

    ‘버스 흉기 난동’ 문자 신고자만 찾은 경찰

    지난 19일 당산역 버스 흉기 난동 당시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난동을 벌인 당사자는 놔두고 신원 노출을 꺼린 신고자만 찾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현장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112 문자메시지 신고가 40자 이상 접수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 13일 암사역 흉기 난동 사건에서의 소극적 대처에 이어 또다시 경찰의 대응 미숙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자 40자 넘어 내용 접수 안 돼” 해명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 30분쯤 당산역 앞을 지나던 마을버스 안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꺼내 휘둘러 승객이 112에 문자메시지로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버스에 올라타 신고자가 누구인지 큰소리로 물었고, 겁에 질린 신고자는 나서지 못하다가 경찰이 버스에서 내리자 따라 내려 신고자임을 밝히고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자에 따르면 난동자는 경찰이 오기 전까지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 허공에 휘두르며 다른 승객들에게 욕설을 했다. 경찰이 내리고 난 뒤 이 남성이 흉기로 다른 승객을 찌를 수도 있었던 셈이다. 신고자는 ‘지금 ○○○에서 ○○쪽으로 출발하려고 정차해 있는 ○○○○ 버스에 파란 패딩 입은 남자가 욕설하며 커터칼 들고 있습니다. 방금 출발한 버스입니다’라는 112 신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12 문자신고 시스템상 40자 이후 내용은 접수되지 않아 흉기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출동 경찰관은 누가 소란을 피웠는지 알 수 없어 불가피하게 신고자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지적되자 경찰은 이날 긴급하게 문자 신고 시스템을 보완해 글자 수 제한 없이 접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고 시스템 보완 글자 수 제한 없애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암사역 인근에서도 커터칼을 들고 난동을 부린 10대 남성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소극적 대응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찰은 “범인을 우선 설득하는 등 매뉴얼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경찰이 범인을 빠르게 제압하지 못하면서 대치가 길어졌고 테이저건마저 빗나가면서 범인이 도망갈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찰 “‘버스 흉기 난동’ 문자신고 글자 수 넘어 접수 안돼…시스템 조치”

    경찰 “‘버스 흉기 난동’ 문자신고 글자 수 넘어 접수 안돼…시스템 조치”

    ‘당산역 버스 흉기 난동’ 때 신고 내용이 시스템의 한계로 일선 경찰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9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시내버스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른 승객을 위협하자 버스 승객들은 112에 문자를 보내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이 버스에 올라 ‘신고자가 있느냐’고 크게 물었고, 신분 노출을 꺼린 신고자가 응답하지 않자 버스에서 떠나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하고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미온적 대처 과정에서는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신고 내용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문자메시지 한도가 45자였고, 문자신고 중계서버를 운용하는 LG유플러스를 통해 한도를 70자로 늘리는 긴급 보완조치를 해 오후 7시 이후에는 문자 누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흉기를 가졌다는 신고 문자가 글자 수가 넘어가면서 신고 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다른 경찰 관계자가 ‘2012년 112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문자 신고가 40자 이내로 제한됐다. 작년부터 용량을 보완하려고 했는데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안과 혼동한 것 같다”고 정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스템상 70자를 넘으면 자동으로 멀티미디어메시징 서비스(MMS)로 넘어가므로 다시는 (글자 수 제한 때문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청장은 “신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는 누가 소란 행위를 했는지 몰라 부득이 (신고자를) 찾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112 신고와 경찰관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교육을 강화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112시스템 문자신고는 전체 신고 414만 5371건의 4.2%인 17만 2729건이었다. 앞서 경찰은 서울 지하철 암사역 인근 도로에서도 흉기 난동을 부리는 10대를 제압하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었다. 원 청장은 이에 대해서도 “경찰이 안전을 우선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포 요건에 맞춰서 적절히 대응했다”면서 “다만 테이저건 발사 등에 대해서는 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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