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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고의로 역학조사·방역정책 방해하면 구속수사 방침

    정부, 고의로 역학조사·방역정책 방해하면 구속수사 방침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고의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방역정책을 방해하면 구속수사로 엄정 대응한다. 정부는 9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수도권 집단감염 확산 대응을 위한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찰청장, 질병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법무부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역학조사 거부 행위 또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가 있을 경우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보고했다. 허위신고로 대규모 인력이 출동하게 하거나 3회 이상 상습 허위신고를 한 경우도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관련 사건 처리 기준도 강화, 재판에서 실형 또는 벌금형 상한선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선고 형량이 이런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적극 항소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각 지방경찰청 수사부서가 직접 수사하고, 방역지침을 어긴 불법 다단계 업체나 유흥업소 등에 대해서는 다른 법령까지 적용해 엄정히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그 동안 격리조치 위반자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자 707명을 수사했으며, 기소돼 검찰에 송치된 282명 중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격리 조치를 위반한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을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하고 포교시설, 함바식당, 인력사무소 등에 대해서는 사전 점검하는 등 예방적 방역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감염병예방법도 손질해 방역지침 준수 근거를 명시하고, 즉각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소금 솔솔 수원… 양념 풍덩 포천… 갈비 열전 경기

    소금 솔솔 수원… 양념 풍덩 포천… 갈비 열전 경기

    수도권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기 지역 먹거리는 무엇일까. 경기도가 최근 홈페이지에서 조사한 결과 참여자 1955명 가운데 22.8%인 445명이 ‘수원왕갈비’를 꼽았다. ‘포천 이동갈비’가 314명(16.1%)으로 뒤를 이었다. 평택 간장게장(12.7%)과 이천 쌀밥정식(10.2%) 등도 이름을 올렸다. 역시 소갈비는 전국 어디서나 대접받는다. 그중에서도 수원왕갈비와 포천이동갈비는 경기 지역 소갈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70여㎞나 떨어진 두 지역에서 갈비가 유명해진 이유가 궁금해진다.수원갈비의 역사는 조선 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조는 수원 화성을 축조하고 둔전(군량을 충당하기 위한 토지)을 꾸려가기 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 유인책으로 신도시에 이주하는 백성들에게 송아지 한 마리씩을 나눠 주고 3년 뒤에 갚도록 했다. 농업 중심 사회였던 조선은 농사에 없어선 안 될 소의 도축을 엄격히 금지했지만 화성으로 이주하는 주민에게는 허용했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되면서 점차 늘어나는 소를 팔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시장이 생겨났다. 수원은 예부터 한양으로 들어가는 물산이 모두 모이는 곳이어서, 우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든 소 장수로 성시를 이뤘다. 수원 우시장은 1940년대 ‘전국 3대 우시장’ 중 하나로 꼽혔으며 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90년대 중반 문을 닫았다. 우시장의 번성은 곧 소고기 음식점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수원갈비는 1950년대 초 당시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이 사흘이 멀다 하고 시흥에서 말을 타고 달려와 포식했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자유당 시절에는 신익희 선생이, 공화당 시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 큰 갈빗대와 소금으로 양념해 숯불에 굽는 수원왕갈비의 원조는 1940년대 팔달구 영동시장 싸전거리에 있던 화춘옥이다.처음에는 소갈비를 넣은 해장국을 팔았으나 돈벌이가 시원치 않자 궁리한 끝에 1956년 소갈비구이를 선보였다. 화춘옥은 곧바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박 전 대통령이 화춘옥 갈비를 맛본 뒤 즐겨 찾게 되면서 대통령이 먹는 갈비로 더욱 유명해졌다.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관계자가 하루 전에 미리 와서 박 전 대통령에게 나갈 갈비를 점검하고 냉장고에 넣는 것을 확인한 후 봉인까지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수원에서 성업 중인 갈빗집 가운데 삼부자갈비, 가보정, 본수원갈비 등이 빅 3로 꼽힌다. 이 중 삼부자갈비가 수원 양념갈비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폐업한 화춘옥의 마지막 주인인 고 김정애 선생이 원천동에 1984년 세운 갈빗집이다. 이후 수원시 곳곳에 수원왕갈비라는 이름을 내건 많은 식당이 생겨났으며 수원시는 이를 계기로 갈비를 지방의 고유 향토 음식으로 지정하고 매년 열리는 음식문화축제 등을 통해 수원갈비를 알리고 있다. 수원갈비는 전통적으로 간장이 아닌 소금을 기본으로 한다. 여러 갈빗집이 생기면서 갈비의 크기는 작아지고 양념도 간장 양념법이 일반화됐다. 그사이 갈비는 외식의 대표메뉴로 자리잡았지만 일부 갈빗집에서 취급하는 큼지막한 생갈비가 수원갈비의 원형에 가깝다. 최근에는 대부분 갈빗집이 원가와 물량 부족으로 한우 대신 수입 소고기를 사용하지만, 독특한 맛을 내는 비법만큼은 변함이 없다. 수원갈비는 대체로 갈비 1㎏에 배즙 4큰술, 다진파·양파즙·물엿·청주·소금·설탕 2큰술, 참기름 1과 2분의1 큰술, 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 버섯·후춧가루 약간씩이 들어간 양념장을 버무려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의 대형 갈빗집들은 갈비와 함께 양념게장 등 10여가지의 밑반찬을 내놔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다. 수원왕갈비 덕분에 수원왕갈비통닭도 뜨고 있다. 갈비소스를 통닭에 버무린 수원왕갈비통닭은 영화 ‘극한직업’에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배우 류승룡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대사는 수원왕갈비통닭의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수원 통닭거리는 왕갈비통닭을 맛보려는 타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수원갈비가 사랑을 받는 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 성곽 등 관광지도 거들었다. 화성행궁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화성박물관, 행궁동 카페거리 등 곳곳에 들어선 관광지와 열기구 플라잉수원, 화성어차 등 관광체험 프로그램을 즐긴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수원갈비를 맛보는 것은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다.포천 하면 떠오르는 게 이동갈비다. 포천 이동갈비촌이 형성된 이동면 일대는 군부대가 많은 곳이다. 또 주변에 산정호수, 백운계곡, 국망봉 등 볼거리도 많다. 이 때문에 주말에는 관광객과 입대한 아들이나 친구, 연인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에게 이동갈비는 없어서는 안 될 먹거리다. 이동면에서 갈빗집을 처음 시작한 곳은 ‘김미자할머니집’이다. 1960년대 후반 장암리에 식당을 개업한 김미자 할머니는 갈비와 국밥 등을 팔았다. 갈비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은 장병들에게 많이 먹으라고 5000원에 10대를 주면서 후한 인심을 베풀었다고 한다. 면회객과 군인 사이에서 갈비가 푸짐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식당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유명세를 타고 30년 전부터 갈비구이 식당이 하나둘 생겨났고 최근에는 장암리에만 수십곳이 성업 중이다.이동갈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푸짐하고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칼집을 넣어 넓게 편 갈빗살과 갈비를 이쑤시개에 꽂아 만든 이동갈비 대여섯 대가 1인분이다. 간장과 물엿 등을 기본으로 하는 달짝지근한 양념은 식당마다 고유의 비법으로 고기를 연하게 만들고 풍미를 더해 준다. 반찬으로 나오는 백김치는 뒷맛을 잡아 주고 찌개와 밥 외에 동치미를 내어주는 것 또한 매력이다. 수원갈비와 이동갈비의 차이점은 양념이다. 수원갈비는 소금 양념을, 이동갈비는 간장 양념을 쓴다. 이동갈비에 물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동갈빗집에선 일반 냉면 대신 동치미국수나 동치미냉면이 나오는 곳이 많다. 손님들은 “동치미냉면으로 마무리해야 제대로 된 이동갈비를 먹은 것”이라고 말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법원 “버닝썬 제보자 구호 안 한 경찰, 징계 적법”

    법원 “버닝썬 제보자 구호 안 한 경찰, 징계 적법”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29)씨 폭행 사건 당시 김씨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경찰관을 징계한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갈비뼈 골절을 당한 김씨를 석방하는 대신 2시간 30분간 인치한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불문경고란 징계 혐의가 중하지 않은 경우 내리는 처분으로 정식 징계는 아니지만 포상점수가 감점되는 등 불이익이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이던 A씨는 2018년 11월 24일 새벽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김씨 폭행 사건 때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김씨는 클럽 안에서 구타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만취한 김씨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난동을 부리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뒷수갑이 채워진 채 지구대에 호송된 김씨는 경찰관이 자신을 놓치는 바람에 바닥에 얼굴 등을 부딪치기도 했다. 김씨는 갈비뼈 3대가 골절된 상태였지만 지구대에서 2시간 30분간 치료나 조사 없이 인치돼 있다가 귀가했다. 90분간은 뒷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경찰은 당시 지구대 팀장 직무대리였던 A씨에 대해 불문경고 처분했다. 이에 A씨가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75세 밀쳐 머리 다치게 한 美 경찰 둘 기소, 얼굴 공개

    75세 밀쳐 머리 다치게 한 美 경찰 둘 기소, 얼굴 공개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주 버펄로의 75세 백인 남성을 밀쳐 다치게 한 경찰관 둘이 6일(현지시간) 기소됐다. 버펄로 경찰 기동대응팀에 소속된 로버트 매케이브(32)와 에런 토글라스키(39)로 나란히 2급 폭력 혐의가 적용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리 카운티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이들 경찰은 위협적이지 않은 75세 남성이 땅에 머리를 부딪칠 정도로 강하게 밀쳤다”면서 “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물론 두 경관은 무죄를 주장했다. 둘은 지난 4일 밤 8시쯤 시위 진압에 동원돼 시위에 참여한 마틴 구지노(75)를 밀쳤다. 한 사람은 손을 썼고, 다른 한 명은 진압봉으로 가슴을 밀어냈다. 구지노는 뒤로 넘어졌고 귀 부위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해당 장면은 현지 기자가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공개됐고, 거센 비판 여론을 불러왔다. 버펄로 경찰은 처음에 구지노가 제풀에 다쳐 넘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동영상이 폭로되자 현장에 있지 않았던 지휘관이 엉터리로 보고했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매케이브와 토글라스키에게 무급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기동대응팀 소속 경찰관 57명은 항의의 표시로 시위 진압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소방관 등이 가세한 100여명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정직 조치가 지나치다고 규탄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현지 경찰관 노조의 존 에반스 총장은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경찰청장 조지프 그라마글리아로부터 광장을 깨끗이 치우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50명 미만, 15~40명 이런 식으로 특정하지도 않았다. 요원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다. 난 얼마나 접촉이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다. 내 추정에 그는 넘어진 것이다. 뒤로 걷다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지노는 앰뷸런스로 병원에 옮겨졌는데 심하게 머리를 다쳤지만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완전히 영예롭지 못한 일”이라며 “경관들은 법을 집행해야지 남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구지노와도 통화했다. 그가 살아 있음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들의 행동에 대해 “기본적인 품위와 인간성을 혼란스럽게 한다. 왜, 왜 그것(경찰관들의 행동)이 필요했나? 어디 위협이 있었느냐?”면서 해당 경찰관들을 파면할 것을 주장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바티칸 경찰, 헌금으로 런던 호화 부동산 매입 도운 기업인 체포

    바티칸 경찰, 헌금으로 런던 호화 부동산 매입 도운 기업인 체포

    바티칸 교황청 경찰이 2억 달러(약 2418억원) 상당의 호화 부동산 구입을 도운 이탈리아 기업인을 체포했다고 영국 BBC 6일(현지시간) 전했다. 잔루이지 토르치란 기업인인데 2018년 영국 런던의 부유층들이 사는 첼시 지구 슬로언 애버뉴에 있는 아파트 건물을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현재 바티칸 내 경찰 참호에 수감돼 있으며 배임과 횡령, 사기 공모, 돈세탁 등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12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지금도 조사가 진행 중인데 교황청은 이 아파트 구입 계약 금액이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청의 외교 및 정치를 담당하는 국무부 소관 상황인데 전 세계 카톨릭 교회들이 기부한 수백만 달러를 관리하는데 국무부 관리들과 짜고 돈을 빼돌리려 한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바티칸 경찰은 국무부 사무실을 급습해 서류와 컴퓨터 등을 압수하고 다섯 관리들이 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금족령을 내렸다. 다섯 관리들을 조사한 내용을 담은 바티칸의 내부 메모가 언론에 유출된 뒤 바티칸 경찰청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재무부 고위 관리 알베르토 페를라스카가 쓰던 컴퓨터와 서류도 경찰에 압수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계약의 일정 부분이 부패로 얼룩져 있었다며 “그들은 깨끗해 보이지 않는 일들을 했더라”고 말했다. 그는 주초에 바티칸 재정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는 새로운 법을 반포했다. 하지만 교황 역시 지난해에는 교회 공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관행을 옹호하며 좋은 투자란 의견을 피력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가톨릭 교회는 사제들이 저지른 성 추문을 은폐하려 했다는 일련의 스캔들이 일으킨 상처마저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 이런 부패 추문마저 겹쳐졌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노인 밀친 버팔로 경찰 둘 정직시키자 폭동진압 요원 57명 “나 안할래”

    노인 밀친 버팔로 경찰 둘 정직시키자 폭동진압 요원 57명 “나 안할래”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 시에서 70대 백인 노인을 밀쳐 뒤로 넘어뜨려 머리를 크게 다치게 한 경찰 폭동진압 부대 요원 둘이 무급 정직을 당하자 부대원 75명이 그만두겠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현지 WBFO 방송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금발의 마틴 구지노(75)가 경찰에 다가가 뭐라고 항의하자 두 경관이 가슴을 떠민다. 한 명은 양 손을, 다른 한 명은 진압봉을 쓴다. 이 남성은 힘 없이 중심을 잃고 뒷걸음질을 두어 걸음 한 뒤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넘어진다. 귀 아래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경관 한 명은 다가가는데 그를 제지하던 경관이 심상찮음을 직감하고 어딘가로 보고한다. 그 순간 구지노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가 힘 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그런데 정직 당한 두 경관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항변하듯 57명의 폭동 진압 부대원들이 긴급 대응 업무를 그만두겠다고 일제히 반발했다고 현지 일간 버팔로 뉴스가 전했다. 다만 경찰 일을 관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현지 경찰관 노조의 존 에반스 총장은 5일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경찰청장 조지프 그라마글리아로부터 광장을 깨끗이 치우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50명 미만, 15~40명 이런 식으로 특정하지도 않았다. 요원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다. 난 얼마나 접촉이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다. 내 추정에 그는 넘어진 것이다. 뒤로 걷다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팔로 경찰서는 전날 늦게 문제의 두 경관을 정직시켰다. 하지만 경찰의 최초 보고는 이 남성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제풀에 넘어져 다쳤다고 기재돼 있었다. 경찰서는 나중에 현장에 있지도 않은 상관이 이렇게 보고한 것이라며 바로잡았다. 구지노는 앰뷸런스로 병원에 옮겨졌는데 심하게 머리를 다쳤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전날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완전히 영예롭지 못한 일”이라며 “경관들은 법을 집행해야지 남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구지노와도 통화했다. 그가 살아 있음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들의 행동에 대해 “기본적인 품위와 인간성을 혼란스럽게 한다. 왜, 왜 그것(경찰관들의 행동)이 필요했나? 어디 위협이 있었느냐?”면서 해당 경찰관들을 파면할 것을 주장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낚싯배인줄”…태안 보트 밀입국 방치한 해경서장 ‘직위해제’

    “낚싯배인줄”…태안 보트 밀입국 방치한 해경서장 ‘직위해제’

    최근 충남 태안에서 잇따라 발생한 모터보트 밀입국 사건과 관련해 초동 대응을 소홀히 한 관할 해양경찰서장이 인사 조치로 교체됐다. 해경은 감찰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할 방침이다. 5일 해양경찰청은 최근 벌어진 중국인들의 태안 밀입국 사건과 관련해 초동 대응을 소홀히 한 책임으로 하만식(51) 태안해경서장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태안을 관할하는 상급 기관 책임자인 오윤용(57)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은 경고 조치했다. 해경청은 신임 태안해경서장에 해양경비 등 업무 경력이 풍부한 윤태연(51) 서해5도 특별경비단장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6일 0시부터 발효된다. 지난 4월 20일부터 6월 4일까지 40여일 간 태안군 반경 15㎞ 안에서 밀입국 보트 3척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에 군과 해경의 해상 경계와 초동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동참모본부의 조사 결과 지난달 중국인 8명이 타고 태안으로 밀입국한 모터보트는 해안 레이더 등 군 당국의 감시 장비에 13차례 포착됐지만, 군이 해당 모터보트를 낚싯배 등으로 오판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해상 경계는 작전용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이용해 군 당국이 주로 맡고 있으며 해경은 군 정보를 토대로 감시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해경도 해상 경계 소홀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안일하게 초동 대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해경은 4월에 밀입국한 보트를 양식장 절도범들의 소유로 추정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보트를 유실물로 취급한 해경은 파출소 등지에 ‘보트를 찾아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놓기까지 했다. 해경은 지난달에 발생한 보트 밀입국 사건을 수사하던 중 4월에 밀입국한 용의자 2명을 붙잡자 뒤늦게 4월 사건도 밀입국으로 판단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서해안의 특성상 표류 보트가 많고, 양식장 절도에 이용되는 보트도 많다”고 밝혔다. 4월부터 최근까지 태안으로 밀입국한 보트 3척 가운데 지난달 23일 발견된 보트는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트를 이용한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은 전남 지역 양파 농장 등지에 취업하기 위해 돈을 모아 보트와 기름 등을 산 뒤 서해를 건넌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8명 중 4명과 운송책 2명 등 6명이 해경에 붙잡혀 구속됐고, 4월에 밀입국한 중국인 5명 가운데 2명도 최근 체포됐다. 해경은 밀입국 중국인 13명 중 아직 검거하지 못한 나머지 7명을 쫓고 있다. 해경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근 감찰 조사에 착수했으며 부적절하게 업무를 처리한 관련자가 추가로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중국인 밀입국 루트 된 태안 바다…350㎞ 휘젓고 다녀도 손 한번 못 썼다

    중국인 밀입국 루트 된 태안 바다…350㎞ 휘젓고 다녀도 손 한번 못 썼다

    주민들 “내 집처럼 들락날락…코로나 시국에 불안” 충남 태안 앞바다가 중국인 밀입국 루트가 됐다. 이들이 350㎞ 넘는 바다 위를 횡단하는 데도 우리 군·경은 손 한번 못 쓰고 번번이 뚫렸다. 황준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수사정보과장은 5일 태안해양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3일과 지난 4일 말고 지난 4월 20일에도 중국에서 많이 쓰는 엔진을 단 보트가 태안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50일도 안돼 밀입국 보트가 3척이나 발견된 것이다. 밀입국 13명 중 7명 못 잡아 …뻥뻥 뚫린 해상 경계 현재까지 중국 밀입국자와의 해상 경비 방어에서 ‘3대 0’으로 참패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4일 급기야 세번째 보트가 발견되자 “모든 감시체계를 동원, 해상·해안 경계를 강화하라”며 “사전에 밀입국을 막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4월 밀입국 보트는 태안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됐다. 같은달 18일 오후 5시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떠나 19일 오전 10시쯤 태안에 도착한 고무보트다. 황 과장은 “같은달 31일 저녁 탐문수사 중 밀입국자로 의심되는 중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해상은 물론 해안 도착까지 보트 식별에 실패해 밀입국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육지에서 마구잡이식 탐문수사를 통해 검거해야 어려움을 자초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검거에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이 보트를 타고온 밀입국자는 5명이지만 3명은 검거되지 않았고, 지난달 23일 태안 일리포 해변에서 발견된 레저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중국인 8명 중 4명도 여전히 미검 상태다. 의항리와 직선거리로 15㎞쯤 떨어진 근흥면 마도방파제 인근 해안에서 지난 4일 발견된 고무보트와 관련해서는 이전 밀입국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 등 지금도 뚜렷이 밝혀진 것이 별로 없는 상태다. 소형보트 17시간 항해… 태안 경비정 등 11척 깜깜 산동성 웨이하이에서 가장 가까운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근흥면 신진항 주변까지는 360㎞ 정도 떨어져 있다. 붙잡힌 밀입국자들은 “중국에서 태안까지 보트만 타고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40~60마력짜리 소형 보트를 타고 이 바다를 건너는데 평균 17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해(公海)를 거쳐 우리 영해 12해리(22~24㎞)를 침범하는 동안 한번도 제지가 없던 셈이다. 태안 해상은 해경 경비정과 해군 함정이 경계를 하고, 해안에는 육군 초소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해경 관계자는 “공해에도 보트가 들어갈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보트는 거의 없다. 가려면 또 신고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해나 먼 바다에 있는 작은 보트는 경비정 레이더망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고 당연히 수상히 여기고 검문을 해야했지만 무시했다. 태안에 해경 경비정만 대형 1척, 중형 1척, 소형 3척이 있고 특수정 2척과 연안구조정 4척(4개 파출소마다 1척씩)을 운용하고 있다. 조천식 태안군 어업지도팀장은 “충남 최서단 무인도가 태안 신진항에서 54㎞쯤 떨어진 격렬비열도(태안군 땅)인데 1.5t짜리 소형 보트는 그 절반도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면서 “봄에는 파도가 보통 0.5m로 잔잔해 보트 밀입국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간 밀입국자가 태안 육지에 도착하기 전 검거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안의 해상 경계가 완전히 뚫리면서 결국 육지에서 허겁지겁 밀입국자를 검거하느라 훨씬 더 많은 경찰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검거된 밀입국자 모두 한국 불법체류 전력 최근 중국인 밀입국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코로나19 등으로 하늘길이 막혀 위험을 무릎쓰고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입국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황 과장은 “검거된 밀입국자는 모두 예전 한국에 불법 체류하다가 강제 추방을 당한 전력이 있다”며 “정상 입국이 어려운 상태에서 생활고가 커지자 전남 양파 농가 등에 취업하려고 밀입국하고 있다”고 했다. 밀입국은 중국에서 모집책이 채팅앱인 ‘위챗’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한 뒤 1인당 1만위안(한화 172만원)에서 1만 5000위안(한화 260만원)을 받아 보트와 기름 등을 구입하고 한국에서 이들을 도와줄 조력자들과 연락해 팀별로 나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안의 한 주민은 “중국인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 서해를 내집 드나들 듯 한다는 얘기인데 불법 체류자여서 코로나19 감염을 알 수 없고,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섞여 밀입국할 수 있는 상황이라 밀입국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날 하만식 태안해양경찰서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오윤용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을 경고조치했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기는 호주] 호주판 ‘숨을 쉴 수 없어’…백인 경찰, 원주민 소년 과잉 체포 논란

    [여기는 호주] 호주판 ‘숨을 쉴 수 없어’…백인 경찰, 원주민 소년 과잉 체포 논란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호주 시드니에서도 백인 경찰이 16세 원주민 소년을 과잉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호주 ABC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경 시드니 서리힐 지역에 위치한 에디 워드 공원에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는 중이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은 당시 공원에 있던 원주민 소년들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 언론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원주민 소년이 백인 경찰을 향해 신체적 위협을 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16세로 나이만 공개된 이 원주민 소년은 팔짱을 낀채 경찰에게 “당신의 턱을 날려버릴 수도 있어”고 말한다. 이에 백인 경찰이 잠시 화를 삭이는 듯 싶더니 다가가 “뭐라고 했어? 바닥에 엎드려”라며 해당 소년을 체포한다. 문제는 이 순간 발생했다.경찰이 소년의 두팔을 등뒤로 돌려 잡고 발목을 발로 차자 소년은 그만 얼굴부터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 것. 다른 남성 경찰이 다가와 쓰러진 소년의 다리를 누르고 여성 경찰과 해당 백인 경찰이 바닥에 쓰러진 그의 두손에 수갑을 채우는 동안 바닥에 쓰러진 소년은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다.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당신 지금 그 아이 얼굴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어”라고 놀라워 하는 목소리도 담겨있다. 해당 소년은 치아가 깨지고 온몸에 상처투성인 채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고, 해당 경찰은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는 현재 일선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해당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호주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리며 연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촉발된 인종 차별 시위가 시드니에서 까지 열리면서 그동안 백인 경찰에 의한 호주 원주민 사망 사건등 과거 사례들이 소환됐다. 현재 일반적인 여론은 경찰을 위협한 16세 소년의 행동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찰의 과잉 체포가 용납될 수는 없다라는 분위기다. 믹 퓰러 시드니 경찰청장은 “해당 경찰은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민식이법 재논의하나…입법조사처 “적정성 검토 해야”

    민식이법 재논의하나…입법조사처 “적정성 검토 해야”

    ”민식이법, 과실범을 고의범만큼 처벌, 적정성 검토해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고의성과 경중 등과 관련된 처벌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4일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의 처벌 및 예방 관련 법적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수준이 상향되면서 생긴 대표적 쟁점으로는 개정된 처벌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같이 어린이 보호구역내 교통사고도 과실에 의한 사고이고, 가해자는 과실범인데 고의범만큼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형법상의 책임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과실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져야 하는데 가벼운 과실에 대한 최저 처벌 수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적정성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재판 과정에서 실제 처벌은 낮아질 수 있겠으나, 과거에 비해 법정형의 상향으로 인해 상대적 처벌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린이 보호구역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보호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적극적인 노력과 운영방법 개선이 검토돼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관련한 법령에 이 구역의 시점과 종점(해제)을 알리는 표지나 도로표시의 신설과 함께 적정 위치에 각 표지를 설치하는 주체와 의무를 규정하는 등 스쿨존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경찰청장 “세세하게 살펴 가며 적용할 것”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민식이법’ 형량이 과도하다는 여론과 관련해 “형평성의 문제 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세세하게 살펴 가면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래 이 법과 관련성이 있는 교통사고는 총 78건 발생했다. 경찰은 이 중 6건 가운데 5건은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했고, 피의자가 군인인 1건은 군으로 이첩했다. 72건은 수사 중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200만 청원에도… ‘박사방’ 유료회원 마스크 못 벗겼다

    200만 청원에도… ‘박사방’ 유료회원 마스크 못 벗겼다

    “범죄 예방 효과 의문”… 신상공개는 불발법원, 또 다른 유료회원 구속영장 기각“범죄집단 가입 등 일부 혐의 다툼 여지”향후 수사서 다른 회원 공개 여부 달려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촬영·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가입죄를 적용받은 유료회원 2명의 신상공개가 불발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가담 정도가 크다면서도 신상공개로 인한 실익은 크지 않다고 봤다.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은 3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및 범죄단체가입 혐의를 적용해 박사방 유료회원 임모씨와 장모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달 25일 구속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에 올랐다. 주범인 ‘박사’ 조주빈(25·이하 구속 기소)이나 공범 ‘부따’ 강훈(19)이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드러내고 취재진 앞에 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이 임씨와 장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중히 검토했으나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도 신상공개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행한 이슈페이퍼에서 “텔레그램에 가입해 돈을 주고 성착취물을 소지한 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공개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임씨와 장씨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이 범죄단체가입죄를 처음 적용할 만큼 범죄 가담 정도가 큰 피의자여서 신상공개 여부가 주목됐었다. 앞서 지난 3월 박사 조씨가 검거된 직후 “박사방, n번방 관전자도 모두 신상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200만명이 넘는 사람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민갑룡 경찰청장도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국민 여망에 어긋나지 않게 (유료회원을 포함한)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 처리하고 신상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향후 수사에서 다른 유료회원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 신상을 공개할 때 범죄 예방 효과가 다른 강력 범죄에 비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사방을 운영·관리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군은 다니던 대학으로부터 재입학이 불가능한 퇴학 명령을 받았다. 박사방의 또 다른 유료회원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남모(29)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집단 가입 등 일부 혐의 사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텔레그램 ‘박사방’ 유료회원은 왜 신상공개 피했나

    텔레그램 ‘박사방’ 유료회원은 왜 신상공개 피했나

    검찰 송치된 ‘박사방’ 유료회원들, 신상공개는 안 돼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촬영·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가입죄를 적용받은 유료회원 2명의 신상공개가 불발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가담 정도가 크다면서도 신상공개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마스크·모자로 얼굴 가린 ‘박사방’ 유료회원들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3일 박사방 유료회원 임모씨와 장모씨에게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및 범죄단체가입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 25일 구속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에 올랐다. 주범인 ‘박사’ 조주빈(25·이하 구속기소)이나 공범 ‘부따’ 강훈(19)이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드러내고 취재진 앞에 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이 임씨와 장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경찰 관계자는 “신중히 검토했으나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상공개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행한 이슈페이퍼에서 “텔레그램에 가입해 돈을 주고 성착취물을 소지한 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공개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디지털 성범죄에선 예방 효과 커··· 향후 유료회원 신상공개 가능성 있어” 그럼에도 임씨와 장씨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이 범죄단체 가입죄를 처음 적용할 만큼 범죄 가담 정도가 큰 피의자여서 신상공개 여부가 주목됐었다. 앞서 지난 3월 박사 조씨가 검거된 직후 “박사방, n번방 관전자도 모두 신상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20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민갑룡 경찰청장도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국민 여망에 어긋나지 않게 (유료회원을 포함한)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향후 수사에서 다른 유료회원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 신상을 공개할 때 범죄 예방 효과가 다른 강력 범죄에 비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부따’ 강훈은 대학서 제적 한편 박사방을 운영·관리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씨는 재학 중이던 대학에서 제적당했다. 강군은 학교 측으로부터 재입학이 불가능한 퇴학 명령을 받았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인천 중학생 성폭행 부실수사 송구” …경찰청장 사과

    “인천 중학생 성폭행 부실수사 송구” …경찰청장 사과

    “미성년 이유로 선처 받아서는 안돼”여성단체, 가해 중학생 2명 엄벌 촉구인천지역 여성단체 등이 또래를 집단 성폭행한 중학생 2명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3일 법원에 제출했다. 인천여성연대 등은 이날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피고인들이 다시는 이와 같은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A(14)군과 B(15)군 등 중학생 2명은 지난해 12월 새벽 인천시내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C(14)양에게 술을 먹인 뒤 28층 계단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의 보강 수사과정에서는 A군이 범행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에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가 삭제한 기록이 발견됐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군 등의 범행 모습이 담긴 아파트 폐쇄회로(CC)TV 일부 영상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고, 사건 담당 팀장 등을 상대로 자체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여성연대 등은 “피해자와 가족들 일상의 삶은 이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며 “피해자는 살던 집과 학교를 떠나야 했고 피해자의 오빠는 다니던 학교도 그만둔 채 동생의 억울함을 덜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법의 선처를 받는다면 이것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 일반 시민들의 법적 감정과도 거리가 먼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부실 수사 논란과 관련해 이준섭(58) 인천지방경찰청장이 이날 공식 사과했다. 이 청장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 “당시 불법 촬영 수사와 (피해자) 신변 보호를 하지 않은 과오에 대해 감찰계가 면밀히 조사한 후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집단 성폭행’ 중학생들 미성년이라고 선처 안돼”

    “‘집단 성폭행’ 중학생들 미성년이라고 선처 안돼”

    “일반 시민들 법적 감정과도 거리 먼 것” 인천 지역 여성단체 등이 ‘중학생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중학생 2명을 강력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가해자들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법의 선처를 받는다면 이것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 일반 시민들의 법적 감정과도 거리가 먼 결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여성연대 등은 3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피고인들이 다시는 이와 같은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 A(14)군과 B(15)군 등 중학생 2명은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시간대 인천시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C(14)양에게 술을 먹인 뒤 28층 계단으로 끌고 가 잇따라 성폭행을 하거나 시도해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군은 C양을 성폭행했고, B군은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의 보강 수사 결과 A군이 범행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에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가 삭제한 기록이 발견됐다. 인천여성연대 등은 “피해자와 가족들 일상의 삶은 이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피해자는 살던 집과 학교를 떠나야 했고 피해자의 오빠는 다니던 학교도 그만둔 채 동생의 억울함을 덜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부실 수사 논란에 인천경찰청장 공식 사과 한편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준섭(58) 인천지방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했다. 이 청장은 이날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불법 촬영 수사와 신변 보호를 하지 않은 과오에 대해 감찰계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향후 감찰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애초 이날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최근 인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서면으로 이렇게 밝혔다. 인천경찰청 감찰계는 전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수사관 A(47) 경위와 전·현 여청수사팀장 등 3명을 감찰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A 경위는 사건 발생 초기 B(15)군 등 중학생 2명의 범행 과정이 담긴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사흘 뒤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찾아 해당 CCTV 영상을 열람했으나 이를 제대로 촬영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또 피해자 측 요청에도 가해 중학생 2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고, 보강 수사를 벌인 검찰이 B군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이 촬영됐다가 삭제된 기록을 찾았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경찰청장 “황운하 유죄 판결 땐 면직 철회 후 징계 절차”

    경찰청장 “황운하 유죄 판결 땐 면직 철회 후 징계 절차”

    민갑룡 경찰청장은 1일 ‘조건부 의원면직’ 결정으로 겸직 논란에서 벗어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정년 전에 (유죄)판결이 나오면 면직을 철회하고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의원이 지금은 공무원 신분을 벗어났지만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렸을 땐 다시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되돌린 후 징계를 내리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민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황 의원에 대해) 적용 가능한 딱 떨어지는 법 규정이 없어서 특이한 케이스가 됐다. 난해한 문제였고 이번이 선례가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21대 국회 임기 시작 전날인 지난달 29일 경찰·국회의원 겸직 논란을 일으킨 황 의원에 대해 ‘조건부 의원면직’ 결정을 내렸다. 황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만큼 대통령 훈령에 따라 의원면직이 불가한 상태였다. 그러나 황 의원은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국회법의 ‘겸직 금지’ 조항에 따라 법적 충돌이 불가피했다. 한편 민 청장은 ‘민식이법’ 형량이 과도하다는 여론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 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세세하게 살펴 가면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5일 민식이법 시행 이후 교통사고는 총 78건 발생했다. 이 중 6건 가운데 5건은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했고, 피의자가 군인인 1건은 군으로 이첩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민식이법’ 문제…경찰청장 “살펴 가며 적용할 것”(종합)

    ‘민식이법’ 문제…경찰청장 “살펴 가며 적용할 것”(종합)

    경찰청장 “‘황운하 사례’ 없게 겸직 관련 입법해야”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신분을 떼고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관련해 “명확하게 입법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1일 기자 간담회에서 “적용 가능한 딱 떨어지는 법 규정이 없어서 특이한 케이스가 됐다. 난해한 문제였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합당한지 관련 기관과 학계, 법조계 의견을 들었는데 일치된 의견은 안 나왔다. 대체로 규정 간의 조화로운 해석·적용이 필요하다고 해 고심 어린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제21대 국회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경찰·국회의원 겸직 논란을 일으킨 황 의원(당시 당선인)에 대해 ‘조건부 의원면직’ 결정을 내렸다. 황운하 의원 총선 출마에 앞서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월21일 자로 경찰인재개발원장에서 직위해제 된 뒤 불가피하게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국회법은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국회법과 대통령 훈령의 상충으로 사상 초유의 ‘겸직 국회의원’이 나올 상황이 되자, 경찰청은 관계기관, 전문가와 이 문제를 의논해 조건부로 황 의원을 면직했다. 민 청장은 “만약 (황 의원의) 정년이 도래하기 전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면 면직을 철회하면서 징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민식이법’ 형량 문제…민 청장 “세세하게 살펴 가며 적용할 것” 민 청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의 후원금 운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발이 들어와 수사하고 있다. 한 점 의혹 없게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민식이법’ 형량이 과도하다는 여론과 관련해서는 “형평성의 문제 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세세하게 살펴 가면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래 이 법과 관련성이 있는 교통사고는 총 78건 발생했다. 경찰은 이 중 6건 가운데 5건은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했고, 피의자가 군인인 1건은 군으로 이첩했다. 72건은 수사 중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경찰 “이천화재, 놀랄 정도로 총체적 안전 부실”… 17명 입건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배관과 용접작업을 병행하는 등 여러 공정을 동시에 진행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시도했다고 판단할 근거들을 확보했다”며 “수사 진행 사항으로 보면 놀랄 정도로 안전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배 청장은 “설계도에 없는 부분을 임의로 시공하거나 현장에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고, 이익 창출을 위해 건설현장이 이래도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배 청장은 “용접 공정에서 불꽃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 작업을 할 때는 단일 공사만 해야 하고 위험한 공사를 하는 데 대한 계획서를 세우고 화재 안전관리원을 배치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공사 관행일 수도 있으나 평상시의 공사 관행도 사고 당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관련자 80여 명 이상을 140여 차례 조사해 17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건축법 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이다. 배 청장은 “개인 형사 처벌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공사 단계마다 안전관리 수칙을 어기거나 이익을 내기 위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게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다 보니 인원도 많이 투입됐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입건한 피의자들은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구속 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우리나라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11년 만에 다시 출근… ‘제2의 무쏘’ 만들 생각에 떨려

    11년 만에 다시 출근… ‘제2의 무쏘’ 만들 생각에 떨려

    쌍용자동차 마지막 복직 대상자 35명이 지난 4일 일터로 돌아갔다. 2009년 쌍용차가 2646명을 구조조정한 지 10년 11개월 만이다. 이들은 두 달 교육을 거쳐 7월 1일부터 현장에 배치된다. 길고 지난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복직 투쟁은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 14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5월에 복직한 조문경(57), 김성국(52), 이민영(44)씨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복직자들은 교육을 받으면서 현장에 적응하려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2년 쌍용차에 입사한 이씨는 “빨리 현장에 돌아가 차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차량 정비사로 일하다 1994년 입사한 조씨는 “처음 회사 들어갔을 때는 주어진 일을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항상 있었는데 현장을 11년 동안 떠나 있었으니, 작업 속도나 과정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좀 두렵다”고 말했다. 복직 노동자 교육을 맡은 강사가 이들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냐”였다. 건설 현장 일용직이나 자영업으로 입에 풀칠하느라 바빴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11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김씨는 “충남 천안, 경기 안성 등에서 노가다(막일) 현장도 뛰고,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도 했다”면서 “시설관리공단에서 일할 때도 있었는데 잠을 재워 주고 4대보험도 나와서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씨는 “일하느라 전국에서 제주 빼고는 다 가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낙인 탓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라는 타이틀은 주홍글씨처럼 이들을 따라다녔다.조씨는 “쌍용차에 다녔다는 이력을 알고 나면 그만두라고 하더라. 그러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막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출금을 갚기도 막막했다. 적금이나 애들 앞으로 들어 둔 얼마 안 되는 보험까지 모조리 해약했다”고 회상했다. 2009년 4월 8일 회사가 인력 감축을 발표할 때만 해도 해고는 실감나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전체 인원(7130명)의 36%인 2646명이 쫓겨날 것이라는 얘기가 돌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너 아니면 내가 해고”될 판이었다. 어느 날 해고를 알리는 ‘노란 봉투’가 날아왔다. 조씨는 “사장이 주는 상도 받고 성실히 일했는데, 나까지 잘리진 않겠지 생각했었다”면서 “상 받은 사람들도 한꺼번에 잘렸다”고 말했다. 이씨도 해고 통지를 받자마자 “‘내가 왜 대상이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함께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의 동생은 “형 거야”라면서 노란 봉투를 건넸다. 그의 동생 역시 일자리를 잃었다.날벼락 같은, 납득할 수 없는 해고를 통보받은 1000여명의 노동자들은 평택 공장에서 77일간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보다는 물리적인 충돌만 부각됐다”고 기억했다. 당시 시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는 크레인을 타고 공장 옥상에 진입해 방패와 진압봉을 휘둘렀고 수십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유독성 최루액과 테이저건 등 대테러 장비와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전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경찰이 쌍용차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50명의 ‘인터넷 대응팀’을 운영하고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직접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에게 전화해 공장 진입을 승인받은 사실 등은 2018년에야 밝혀진 사실이다.해고 노동자들은 경찰의 강제 진압이 남긴 트라우마와 싸워야 했다. 조씨는 경찰에 두들겨 맞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여러 번 봤다. 그는 “세어 보니까 27대를 맞았다. 원 없이 맞았다”면서 “뒤쪽으로 끌려가서 니킥으로 가슴을 맞기도 했다”고 했다. 이씨는 “첫날에는 정신이 없으니 아픈 줄 몰랐는데, 다음날부터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고 했다. 김씨는 위독한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파업 현장에서 일찍 나왔지만, 헬기 진압 장면을 목격한 뒤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는 “집에서 공장이 보이는데 헬기 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면서 “유서를 쓸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승섭 교수팀의 ‘2015 함께 살자 희망 연구’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50.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걸프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48.0%)보다 높은 비율이다. 2018년 발표된 쌍용차 해고자 배우자 실태조사에서는 해고자 배우자(28명)의 절반인 12명(48.0%)가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과 사회적 지지의 단절 속에서 해고자는 모든 부담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감내했다”면서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 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라고 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정부 고용센터로부터 구직 과정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은 경우는 9.1%에 불과했고, 60%는 친구나 지인,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다.경찰은 2019년 강제 진압과 관련해 노조에 사과했지만 당시 노동자들이 새총으로 쏜 너트와 볼트에 기중기·헬기 등이 파손됐다며 해고 노동자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철회하지 않았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노조 지부장은 “폭력 진압에 대한 사과는 받았지만 지연 이자를 포함해 100억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같이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2016년 (경찰의 손을 들어 준) 2심 판결이 내려진 뒤에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만큼 대법에서 빠르게 파기 환송을 해 법리를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70m 높이 굴뚝에서 89일간 머물고, 두 팔꿈치, 양 무릎, 이마까지 바닥에 대는 오체투지 행진도 했다. 노력 끝에 2016년 18명을 시작으로 2017년 19명, 2018년 79명이 복직했다. 2020년 복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47명까지 163명(12명 휴직)이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거나, 세상을 떠나거나 정년을 넘겨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도 있다.복직을 선택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김씨는 명예회복을 꼽았다. 2014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차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9개월 뒤 ‘양승태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김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4, 5년쯤 지나니까 ‘그만하자’고 했다. 내가 옳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옛날처럼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면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회사를 사랑해서 마지막까지 좋은 차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더라”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일하면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지만 가족들과 평택에서 자리 잡고 지내고 싶었다”고 했다. 쌍용차의 존속은 안갯속이지만, 복직자들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도로를 누비던 차를 떠올렸다. 김씨는 평생 무쏘의 거북등(차체)을 만들었다. 2002년 뉴렉스턴 조립 라인에서 일을 시작한 이씨는 차도 뉴렉스턴만 몰았다. 품질관리(QC)와 조립 라인에서 일했던 조씨는 동료들 이야기를 듣더니 쌍용차 대표 모델의 역사를 줄줄이 읊었다. “2001년 렉스턴이 처음 양산될 때는 대한민국 상위 1% 차였죠. 저는 뉴 훼미리를 팔 때쯤 입사했는데, 무쏘가 히트를 칠 때는 품질 관리에서 일했습니다. 그다음에 체어맨이 나왔는데….” 글 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경찰청, ‘겸직 논란’ 황운하 당선인에 ‘조건부 의원면직’

    경찰청, ‘겸직 논란’ 황운하 당선인에 ‘조건부 의원면직’

    경찰청 “고심 끝에 내린 부득이한 결정”경찰청은 경찰·국회의원 겸직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해 ‘조건부 의원면직’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황 당선인은 일단 경찰 신분이 아닌 상태로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경찰청은 29일 “당선인에 대한 수사·재판 중인 사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면직 효력이 상실되는 ‘조건부 의원면직’을 하는 것이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가장 합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결정은 헌법과 국회법, 국가공무원법,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등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를 모두 반영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황 당선인은 총선 출마에 앞서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 당선인이 경찰인재개발원장 신분일 때인 올 1월 기소했다. 그는 지난 2월 21일 자로 경찰인재개발원장에서 직위해제 된 뒤 불가피하게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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