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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시간을 저버리지 않는 -정지돈, 박솔뫼, 윤해서의 작품에 나타나는 시간관을 중심으로-/이근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평론]

    0. ‘그림자 개’와 소설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가자고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시간과의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자 개’가 누군가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인 셈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이를 단지 희한하고 우스운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겨 버린다. 따라서 그 경고 신호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림자 개’의 특성을 파악해 두어야 하는데….(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88쪽) 대뜸 이렇게 시작하는 박솔뫼의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에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그림자 개’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언뜻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시간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거지? 그 연결이 약해지는 것이 왜 위험한 거지? 어쩌면 이와 같은 질문은 근대 이후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힌, 혹은 불필요한 질문이 돼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똑똑한 그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어떤 성과나 효용이 발생하느냐고. 그런 것이 산출되지 않고 어떤 답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애초에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그러니 그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라고. 시간이니, 마음이니, 관계니, 믿음이니,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한 시간 더 일하거나 한 시간 더 잠을 자 두라고.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더이상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근대인은 ‘시간과 인간의 관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것 대신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이성과 과학’을 손에 쥐고 더 나은 내일,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파멸의 길이기도 해서,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이뤄 낸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과 야만의 시대를 불러오게 된다. 그럼에도 반성 없는 근대의 열차가 질주의 고삐를 멈추지 않던 20세기 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발터 베냐민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베냐민에 따르면 근대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삼분법적 시간관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최종 목적지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를 폐기시킨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폭력으로 스러지고 잊힌 과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때 과거는 단순한 사실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의한 ‘기억의 형식’이 되며, 이는 과거가 현재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때 “균질하고 공허”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연속적·진보적 시간의 흐름을 폭파한 후 그 ‘정지의 상태’에서 스쳐 가는 찰나의 기억을 붙잡는 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지금 “현재와 더불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정지의 변증법’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이 토대를 두고 있는 계속해서 앞으로만 발전해 가는 변증법이 아니라 오히려 일단 멈춰야만 한다는 것, 그 정지의 순간에만 가능한 무엇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기존의 지배적인 시간의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이상 발터 베냐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최성만 옮김, 길, 2008, 331~345쪽 참조)해 새로운 서사를 (재)구성해 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의 시간은 서사적 방식으로 진술되는 한에서 인간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시간 경험의 특징”을 그리는 한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 폴 리쾨르의 말(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 김한식·이경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9, 25쪽)은 베냐민의 역사철학적 사고와 근대 이후 서사의 주요 장르가 된 소설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소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찰나라도 멈춰 세운 후 그 정지의 시간 속에서 잊힌 한 존재를 기억의 그물로 건져 낼 수만 있다면 이는 인간 삶의 새로운 서사-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이 시간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그림자 개’와 닮아 보인다. 앞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그림자 개’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하나. 그림자 개는 그림자로 된 개다. 둘. 그림자 개는 산책을 한다. 셋. 그림자 개는 짖는다.”(‘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88~89쪽) 하나. 소설은 허구로 쓰인 글이다. 둘. 소설은 시간과 마음의 연결을 돕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 셋. 소설은 짖는다. 이 ‘짖음’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리는 다급한 신호라면 우리는 소설을 그저 상상력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진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벼이 여기고 지나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다루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구축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따져 보는 실천이 된다. 여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세 편의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글은 그들과 함께 산책을 나서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1. 소진됨으로써 발생하는 이미지 -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문학과지성사, 2020.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27년 하와이,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인 ‘현앨리스’의 아들로 태어난 ‘정웰링턴’은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자신의 신념인 공산주의가 실현된 나라를 보기 위해 1948년 체코로 떠난다. 허나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은 그가 그토록 꿈꿨던 이상과 달랐고, 정작 그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열외자”(54쪽)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그는 체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비밀경찰에 협조하지만 공산주의자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정신적 고향으로 여겨 온 북한에서는 현앨리스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숙청당한다. 그는 미국과 체코, 북한 그 어느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다. 1963년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는 그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웰링턴은 꿈을 꿨고 꿈을 기억하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고 두 세계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 꿈속에서 정웰링턴은 두 번째 삶을 살았다. 또는 세 번째, 네 번째. 인간은 매일 꿈을 꾸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정웰링턴은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다시 잠들지 못했다.(7쪽) 인간은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대부분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허나 이날 그는 자신의 꿈을 기억해 낸다. 이후 다시는 잠들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오래된 기억”으로서의 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으나 떠올린 순간 “인생 전체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꿈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그는 무엇을 망각해 왔던 것일까? 근대는 위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 위기는 사실상 ‘위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선택을 의미했다. 옳음과 그름, 구원 또는 심판,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 찬성이냐 반대냐를 요구하는 시대. 그게 바로 ‘위기’라네. (…) 재밌는 건 그럼에도 최근 지나온 10년을 프랑스혁명 이후 유일하게 위기가 없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네.(97쪽) 근대 이후 빠르게 변모해 가는 세계에서 위기는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대립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던 지난 10년은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시대였다고 ‘이지’는 말한다. 정웰링턴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죽음의 위기를 수시로 겪어 온 자신과 가족, 동지들의 삶이 위기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깨닫는다. 그들은 죽을 상황에 처하거나 심지어 죽었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애초에 무언가를 택한다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들은 선택을 내릴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사람들, 처음부터 “예외적인 존재”(100쪽)였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을 이렇게 배제한 것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두 체제 모두가 그렇게 했다는 것, 즉 두 체제 모두가 ‘근대의 쌍생아’로서 그들을 사회에 포섭하는 동시에 배제시켜 온 공모자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믿었다. 공산주의는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다. 자본주의는 반대다. 자본주의는 상이한 욕망과 능력을 먹이로 성장하고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나누고 계급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게 변했고 그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정웰링턴은 생각했고 책에 불을 붙였다. 바삭하게 굳은 ‘레탕모데른’은 잘 타올랐다.(8~9쪽) 1963년의 잠에서 깨어난 뒤 그가 깨달은 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둘 다 최종 목적지를 ‘발전된 미래’에 두고 ‘진보적 시간관’이라는 동일한 연료로 달리는 기차였다는 뼈아픈 진실이었다. 이제 겉무늬만 다를 뿐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근대의 두 기관차 모두에 “비상 브레이크”(“마르크스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정은 그와는 아주 다를지 모른다. 아마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56쪽))를 걸기 위해 그는 이들이 공유한 시간관 자체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가 ‘레탕모데른’(les temps modernes), 즉 ‘근대의 시간’이라는 잡지를 불태우는 것은 마땅한 수순으로 보인다. 1848년 7월 혁명 발발 당시 파리 곳곳의 여러 사람들이 “시계탑의 시계”를 향해 동시에 총을 쐈던 것처럼(위의 책, 346쪽) 근대 이후 ‘혁명’은 기존 시간관과의 투쟁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거대한 근대의 시간에 맞서 “지연된 순간들”을 좋아하고 “목적지가 없”는 이동과 “결과가 없는”(102쪽) 실험을 추구하는 정웰링턴은 무력하게만 보인다. 차차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가 돼 간다. 그에게 남은 대화 상대는 과거뿐인 듯하다. 윌리(정웰링턴의 애칭-필자)는 과거가 떠올랐다. 꿈을 기억한 이후 처음 체코에 온 시절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시간은 기억 속에서 거리를 상실했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펜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의식의 지평 위에 14년 전과 14년 후가 겹쳐졌다.(29쪽) 과거를 떠올리는 그에게 처음 체코에 도착했던 14년 전과 14년 후인 지금 현재는 “겹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건너뛰어 먼 과거의 특정 시기와 현재가 연결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체코 비밀경찰의 협조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면?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북한으로 갔다면? 아니, 애초에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꿈을 기억한 1963년의 그날 그가 꿈속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떤 꿈도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삶이 가능했더라도 그것들이 모두 ‘진보의 꿈’으로 귀결될 뿐이었다면. 공간적으로도(“체코와 북한 모두에 거절당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135쪽)), 시간적으로도(“정웰링턴의 문제는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16쪽))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하나의 장르를 발명해 낸다. “침묵”(16쪽)이 바로 그것. 이는 소설 속의 그가 행하는 유일한 ‘선택’으로,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허먼 멜빌, ‘허먼 멜빌’, 김훈 옮김, 현대문학, 2015, 22쪽)라며 ‘하지 않음’을 택하는 허먼 멜빌의 바틀비와 극 중간중간 긴 침묵에 골몰하는 사뮈엘 베케트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들뢰즈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글에서 “피로한 인간은 단지 실현을 소진했을 뿐이다. 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라고 둘을 구분한다. 그러니까 ‘피로한 인간’은 오늘의 할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며 피곤해하지만, 밤새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 다시 일을 하며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된 인간’에게는 이 내일의 실현 가능성이 더이상 없다.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를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기에 오늘이든 내일이든 먼 훗날이든 더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4쪽 참조) 하와이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체코로, 끊임없이 어떤 가능성을 따라 살아온 정웰링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소진된 가능성’뿐이다. 가능성을 탕진해 온 삶. 그의 “시계는 정지”(96쪽)한다. 윌리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를 자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나의 선택은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는 것이다.(132쪽) 삶이 정지하는 죽음의 순간 정웰링턴은 가능성 자체의 소진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진보의 폭력성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자살이라 부를 것임을 알지만,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한 후 맞는 마지막 순간의 정지 속에서 그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는 중이다. 바로 “더이상 가능한 것은 없다”는 이미지.(위의 책, 44~45쪽 참조) ‘진보적 시간’이 주장하는 모든 허황된 것들을 끝장낸 후에야 비로소 발생할 이미지. “죽음과 혼돈의 순간”이 “생성과 창조의 순간”과 동시에 존재하는 “카오스모스의 시간”(위의 책, 119쪽), 그것은 결코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다. 2.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산책 -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미래 산책 연습’, 문학동네, 2021.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82년 3월 18일,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 미국문화원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일으킨 것은 당시 고신대 학생이었던 문부식, 김은숙 등으로, 그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자행된 군부의 학살을 비판하고, 또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미국은 즉각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1년 박솔뫼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미래 산책 연습’을 발표한다. 그런데 작가는 같은 소재로 ‘매일 산책 연습’이라는 단편소설을 이미 쓴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한 번 다뤘던 소재를 왜 다시 써야만 했을까. 두 소설에서 소설을 쓰는 ‘나’의 서사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은 장편인 ‘미래 산책 연습’에는 ‘나’ 외에 ‘수미’의 서사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때 두 서사가 지닌 시간축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즉, ①‘나’의 서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80년대 과거를 돌아보는 회상의 형식이라면, ②수미의 서사는 80년대 과거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①‘나’는 부산의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최명환’과 친해지면서 그녀가 과거에 김은숙을 알았으며, 방화 사건 당일 우연히 김은숙을 목격했음을 듣게 된다. ②광주에 사는 학생인 수미는 감옥에서 출소한 친척 언니인 ‘조윤미’를 맞이하게 되는데, 서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건 조윤미가 부산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①과 ②의 서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이 장편소설에서 ①의 김은숙과 ②의 조윤미는 서서히 겹쳐지게 된다. 단편에서는 이름으로만 회상됐던 김은숙이 장편에서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 조윤미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전체 구조도 주목을 요한다. 서사의 흐름을 따르자면 이 소설의 1장은 소설의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놓여야 한다. 마지막인 12장은 어른이 된 수미가 아픈 윤미 언니를 배웅하며 끝나는데, 이를 이어받기라도 하듯 1장에서의 수미가 좀 전까지 같이 있었던 아픈 윤미 언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장 다음에 1장이 오는 것이 인과관계상 자연스럽다. 그러나 1장의 수미가 “그렇다면 어떻게 처음 언니와 만나게 되었는지를 써둬야겠다”(12쪽)고 마음먹은 뒤 써 내려간 것이 바로 다음 장에서부터 전개되는 이 소설의 내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1장은 분명 이 소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소설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과거로부터 다가오는 현재(②)와 현재에서 뒤돌아보는 과거(①)가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을 전체적인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1) 이제 소설의 형식에서 보이는 이러한 시간적 특성이 내용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김은숙-조윤미’는 1982년 당시 88올림픽 준비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82년도에 생각한 88년도’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88년도는 그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겉으로는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내세워졌지만, 실상 이면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집을 빼앗기고 사회에서 배제돼야만 했다. 국가는 이를 은폐한 채 “성공적인 88올림픽”(97쪽)을 홍보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은 그 후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나라에서 쓸어 버려도 좋다”거나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은 흐름에서 탈락되어 죽어 버려도 좋다”는 말, “손이 없는 자가 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148~149쪽)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도는 것이 지금 이 사회의 모습 아닌가. 이러한 모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거듭되는 기득권의 지배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고문당하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193쪽) 지워 버리는 기차 소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현재에 하나의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미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미래를 연습하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붙인 이후의 시간을 미래라 생각하였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는 알 수 없지만 끝을 내고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91~92쪽)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의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1980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자들의 목소리, 그 외에 다른 원천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곳곳에서 수수께끼처럼 제시되는 대목들, “내가 갖고 싶은 미래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로 여겨”(18쪽)진다거나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91쪽)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겠다. 즉,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발전된 미래’라는 진보적 시간관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꿈꿨던 미래,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에 “슬픈 과거”(140쪽)인 미래, 그렇기에 지금 여기로 가져와야만 하는 미래-과거가 된다. 이때 우리는 ‘미래 기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사쿠라이 다이조의 연극 중에는 ‘미래 기억’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연극이 있었다. (…) 그러니까 다른 시간을 살 수 있었다. 미래를 살고 와야 할 것을 살아 낸다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153쪽) 현재의 내가 과거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꿀 때 미래는 꼭 다음에 오는 일이 아니고 과거 역시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시간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꿈꾼 미래를 지금 여기서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따라서 ‘미래 기억’은 바라는 일이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실현될 오늘을 살아가는, 일종의 수행적인 행위가 된다. 1980년에 기억하는 2000년처럼. 1980년 겨울, 광주 전남 지역의 미술인들은 ‘2000년을 위한 파티’를 연다. ‘2000년’은 광주의 진실이 알려진 미래로,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아직 오지 않은 “민주적인 미래”(193쪽)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아니라 “과거의 완결되지 않은 사실”에 발을 딛고서 다른 “미래로의 문”(에밀 앙게른, ‘역사철학’, 유헌식 옮김, 민음사, 1997, 242쪽)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문 너머의 세계는 우리에게 예상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153쪽)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흔히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당시 그대로의 완벽한 복원을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그 자체의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함을, 과거를 예상하고 짐작하는 나의 생각이 “착각일 수 있음”(193쪽)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1980년 5월 27일 아침,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는 도청 앞의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192쪽)르기에. 과거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을 지닌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그러한 기억을 지니지 않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적 기억’으로의 전환(박순석, ‘5,18과 도청’ 토론문, ‘5.18 41주년 기념 학술대회’, 5.18기념재단, 2021, 95~97쪽 참조)은 가능할까? 최명환은 ‘나’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14쪽)라고 묻는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묻는, 그래서 ‘미래 기억’적인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유효할까. 과거를 현재로부터 가차 없이 떼어 내 버리는 ‘기억의 위기’인 이 시대에 대응해 예술은 기억을 위한 어떤 “새로운 형식을 창안”(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 변학수·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16~26쪽 참조)해 낼 수 있을까? ‘미래 산책 연습’은 이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소설에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자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 인물들을 따라 먹고 마시고 걷게 된다. 그 식당과 목욕탕과 빵집과 카페와 골목의 어디쯤에서, 소설 밖의 독자와 소설 안의 인물이 만난다. 그리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①과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아가는 ②가 하루하루 서로 교차될 때 독자는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물론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나 스스로를 사건 당사자의 자리에 놓아 보는 것, 자신을 “한 사람의 시민”이나 “인류의 일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드문 상태”(14~15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상태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112쪽)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이 바랐던 ‘미래’를, 그들에 대한 ‘생각하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 산책 연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끝날 수 없을 것이다. 3. 눈사람을 만드는 일 -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윤해서, ‘0인칭의 자리’, 문학과지성사, 2019.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앞의 두 소설에는 각각 ‘1960년대 체코의 정웰링턴’, ‘1980년대 부산의 김은숙’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의 인물이 제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현재 작가로서의 ‘나’가 있었다. 반면 이제 살펴보게 될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앞의 두 소설에 이어 놓아 보는 이유는 이 소설이 동시대를 역사적으로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소설이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를 사유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동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특정한 플롯이나 줄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실험적이다. 소설 전체에 걸쳐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혹은 공간들)은 *을 사이에 두고 매번 달라진다. 행갈이가 되어 마치 시처럼 보이는 이탤릭체의 대목들(대체로 현재형)이 정서체로 쓰인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묘사(대체로 과거형) 사이사이에 흩뿌려져 있다. 예컨대 소설의 첫 문장부터 15쪽까지가 이렇다. * 언제나 사람들은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것이고, 어쩌다 일어나 서둘러 걷거나 뛰었을 것이고, (…) * 사는 게 재밌네, 재미있어 사는 게. 그는 혼잣말을 했다. (…) *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 * 그녀는 6번 출구로 나왔다. 출구 앞에는 영종도에 들어설 오피스텔 분양 (…) * 큰눈물버섯이라는 버섯이 있다. 큰눈물버섯은 눈물버섯속이다. (…) * 그가 후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화재해설사는 궁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 작가는 왜 이런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일까? 만약 작가가 “어떤 한계”에 의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모든 것은 영원했다’, 150쪽) 이런 기법으로 소설을 쓰도록 만든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현재,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 그 현재의 수많은 삶들, 바로 이를 포착해 드러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윤해서가 직면한 어떤 한계가 아니었을까. 마치 한글 문서창의 커서가 깜빡이며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사라졌다”(85쪽)를, 어둠 속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반짝, 어둠”(67쪽)을 반복하듯, 매순간 ‘있다-없다’를 반복하는 이 현재를 도대체 어떻게 붙잡아 그려 낼 것인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소설은 위와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정서체(과거형)의 대목 사이사이로, 갑자기 나타나 서사-시간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이탤릭체(현재형)의 대목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교차되는 시간의 움직임을 매순간 형상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용적으로 ‘미래 산책 연습’에서 얼핏 보였던 동시대 사회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더욱 전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람을 넘어뜨려 죽이고도 태연해하고(18쪽), ‘만남의 광장’이라는 식당에서 마주 앉아 밥을 먹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 채 자기 식사에만 골몰하고(157쪽), PC방에 앉아 무기를 고른 후 각자의 전장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죽인다(169쪽).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오직 돈과 휴식만을 원할 뿐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61~63쪽).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인 것만 같고,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대의 사회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몇몇 대목은 그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들이 실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한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집단적으로 백혈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어떠한 진상 규명이나 보상도 없이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지켜보며 45일째 단식 투쟁을 하다 공장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람이 있다(52~53쪽). 과거에 자신들이 행한 잘못이 명백함에도 죽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일본대사관 앞에는 지금도 소녀상이 있다(117~118쪽).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두려움에 떨면서도 믿고 의지할 것이 없어 서로의 작은 손만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132~135쪽).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기 어려운 이 대목들은 결코 자연스러워지지 않는다. * 어떤 시간도 공평하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시간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황홀한 삶을.(199~200쪽)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 화자는 “감자에 싹이 나고, 물 밖의 고기가 썩고, 방충망에 뿌옇게 먼지가 낀다”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에 “비는 내리다 그치고 /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온다”는 자연적 흐름을 더해 가며 섭리 같은 시간을 말한다. 그저 가만히 있는 존재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공평무사한 자연의 시간을. 그런데 화자는 이 시간을 무섭다고 여긴 “적이 있다”고, 마치 지나간 일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자는 시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가능한 것이 사라지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것을 창조”(54쪽)할 수도 있는 시간. 이제 200쪽에 이르는 이 소설에서 무심히 세 번 내리는 눈(雪)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 *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쌓인다. 쉼 없이 쏟아지는 눈송이들. 골목, 골목에. 모든 기억의 눈꺼풀 위에. 잠잠하라. 잠잠하라.(20쪽) * 눈은 내려 쌓이고, 아무도 밟는 사람이 없어서 발자국 하나 없이 끝내 하얗고.(88쪽) * 죽을 때 죽더라도. 어느 때나 눈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은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는데.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건 사람의 일. 눈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같아. (…) (174~175쪽) 시간이 공평히 흘러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듯, 눈 역시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면서 땅 위의 존재들을 하얗게 지울 수 있다. 시간은 흐르면서, 눈은 쌓이면서 여기 존재하던 무언가가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게 한다. 그곳은 새하얀 무(無)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무언가를 사라지게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태어나게도 하듯, 눈 역시 그럴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우리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람의 일”을 수행할 때. 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눈사람은, “모든 눈꺼풀의 기억 위에” 쏟아지면서 “잠잠하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명령하는 ‘눈-시간’에 저항하는 일이 된다. 어쩌면 이때, “기둥도 뿌리도 없이, 잎도 열매도 없이”(200쪽) 이 지상 위를 떠도는 이들도 저 눈사람 위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계절의 끝에, 아이들의 침대 맡에, 깊은 꿈속”(175쪽) 곳곳에 눈사람이 놓여 있듯, 이 소설의 곳곳에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이 땅에 없는 사람을 향해 “하늘에도 지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118~119쪽), 낚시터에 나란히 앉아 주말마다 이곳에 앉아 있던 한 남자를 기다리는 엄마와 딸(179쪽),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다 문득 바다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되는 그녀(20~21쪽) 등. 이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깊은 고통과 상심을 겪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한 사람을 끈질기게 기억하고 바라보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소설 앞부분의 한 대목.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9쪽) 화병의 목록이 꽃 이름만큼 많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국화꽃, 진달래꽃, 봉숭아꽃, 목련꽃, 벚꽃 등 각각의 꽃에는 저마다 그에 맞춤한 꽃병이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화병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더이상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 같은 보편적인 명사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무암일 뿐인 평범한 돌이 어떤 특정한 꽃을 담아내는 순간 고유한 이름을 가진 화병이 된다. 여기서 ‘화병’을 기억되는 사람으로, ‘꽃’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때 기억되는 사람은 기억하는 사람만큼 생겨나게 된다. 과거 속에서 이름을 잃은 채 무명(無名)의 상태로 떠돌던 이들을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과거의 누군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 자신 또한 상대방에 의해 고유한 존재로, ‘이 화병’에 담긴 ‘이 꽃’이 된다. 이처럼 이 둘은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을 때 자신 역시 존재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가 된다. 마치 한국어에서 “자음과 모음”이 합해져야 하나의 글자가 되는 것처럼.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재케 하는 것처럼(186쪽). ‘0인칭의 자리’는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어떤 미래도 떠올리지 않는, 단절된 현재만을 살아가는 동시대를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공허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심히 내리는 눈을 거슬러, 그것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금도 어딘가에는 눈사람이 놓여 있지 않느냐고 우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므로 폐허 속 잔해들을 그러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재)구성하는 것은 ‘역사의 천사’뿐 아니라 “미약한 메시아적 힘”(‘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32쪽)을 지닌 바로 우리, 인간의 몫이기도 할 것이라고. * ‘0인칭의 자리’에는 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다 ‘수학’이라는 책을 펼쳐 보는 대목이 있다. “378쪽. 거기에 유일한 밑줄. 존재성 증명은 정의되는 성질을 가진 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존재성 증명에는 ‘구성적 증명’과 ‘비구성적 증명’ 두 가지가 있는데, ‘구성적 증명’은 명확한 숫자로 답이 존재한다. 1+1=2처럼. 그런데 방정식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밝히는 증명도 있다. 명확한 숫자로서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존재하기는 한다”고, 답으로서의 무언가가 “있기는 하다”(109~110쪽)고 증명하는 것이 바로 ‘비구성적 증명’이다. 아들은 궁금하다. 아버지가 밝히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세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는 와중에 이 ‘비구성적 증명’을 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웰링턴을 기억하냐는 ‘나’의 물음에 ‘야넥’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 건지, 그의 목소리나 성격이 어떠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당신이 물으니까 병원 담벼락 안쪽 “그곳에 남자가 있었다”(‘모든 것은 영원했다’, 200쪽)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산의 김은숙과 동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그들이 생각한 것은 “그들 자신이 광주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미래 산책 연습’, 92쪽)는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어머니의 눈빛, 그때까지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눈빛과는 전혀 다른 그 눈빛은 카메라도 아니고 카메라 너머의 자신도 아닌 어떤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찍어 왔다는 한 사진가. 그러나 그 어머니의 눈빛은 “그날 그 자리, 거기 없던 어떤 것”(‘0인칭의 자리’, 30쪽)이었음을 이제는 안다는 그의 고백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없는 모든 곳에 당신이 있어.”(위의 책, 150쪽) 그러므로 위 소설들의 끝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하나의 초상(肖像)과 마주하게 된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잊힌 존재에 대한 자료를 읽고 그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어떤 사람의 수그러진 뒷모습을. 여기서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난 이 젊은 세 작가가 왜 2020년을 전후로 이 작품들을 써야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지금 이 시대의 시간관-과거는 하루 빨리 잊을수록 좋고, 미래는 상상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며, 그저 하루하루의 현재만 생존하라고 명하는-에 대한 하나의 투쟁이자 경고 신호로서, 지금 여기에 도착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작가 개인의 글쓰기는 그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공동체를 위한 글쓰기가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차하는 곳에, 희미하게 명멸(明滅)하고 있는 한 존재가 있다. 지금-여기에는 없지만 그때-그곳에는 있었던 누군가를 증명해 내는 일은, 내일-저곳을 이미 기억해 내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같다. 그리하여 만약 소설이 지금-여기에 그들을, 그때-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림자 개’의 특성을 하나 더 추가해 볼 수도 있겠다. 넷. 그림자 개는 그림자 개가 되기 전의 개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개다. ‘그림자 개’의 다른 이름이 ‘믿음의 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비록 그것이 한낱 그림자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개’-소설은 끝내 시간을, 그 속의 한 존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 1)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웰링턴이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1963년으로, 서사의 흐름상 그의 유언이 등장하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와 연결된다. 또 작가로 추정되는 ‘나’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의 시간대를 이 책의 출판 연도인 2020년으로 생각해 본다면 1960년대의 과거(정웰링턴)와 2020년의 현재(‘나)가 마주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옷장 택시기사’ 살해범 “전 여친도 죽였다”… 경찰, 공릉천변 수색(종합)

    ‘옷장 택시기사’ 살해범 “전 여친도 죽였다”… 경찰, 공릉천변 수색(종합)

    이른바 ‘옷장 속 택시기사 시신 사건’의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전 여자친구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A(32)씨는 전 여자친구이자 동거인이었던 50대 여성 B씨 살해 혐의에 대해 추가로 자백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8월 (B씨를) 살해했다”며 “시신을 파주시 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파주 관내 한강지류 일대에서 시신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후에도 B씨 명의의 집에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 최근 60대 남성 택시기사 C씨를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 접촉사고 상대방인 C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불러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A씨의 범행은 그의 현재 여자친구가 옷장 속에서 C씨의 시신을 발견해 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쯤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A씨는 범행이 발각되기 전 C씨의 행방을 찾는 가족들에게 ‘바빠’, ‘밧데리 없어’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C씨의 자녀는 25일 오전 3시 35분쯤 “아버지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30분 전에 카카오톡은 했는데 통화는 거부하는 등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A씨 여자친구가 발견한 시신과 실종자가 같은 사람으로 확인되자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2시 10분쯤 A씨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병원에서 검거했다. 당시 A씨는 친구들과 싸우다가 손을 다쳐 치료를 받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택시기사 살해가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면서 집주인인 B씨의 존재에 대해서는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의 추궁에 결국 B씨 살해 범행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C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옷장에 은닉하는 한편 C씨의 택시를 공터에 버리고 블랙박스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C씨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와 소지품을 이용해 5000만원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금액 중엔 현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고가의 가방 구매 금액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2건의 범행 직후 모두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범행이었는지 등을 포함해 다각도로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을 수사 중이다. C씨를 상대로 한 범행에 대한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다.
  • 러 재벌 의원, 인도 호텔서 의문의 추락사…동료는 심장 마비

    러 재벌 의원, 인도 호텔서 의문의 추락사…동료는 심장 마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해외여행 중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같이 여행 간 친구이자 동료 의원이 먼저 석연찮은 죽음을 맞은 지 이틀 만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파벨 안토프(65)는 지난 24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라야가다의 한 호텔에서 의문의 추락으로 숨졌다.안토프는 지난 21일 같은 당 동료 의원이자 절친한 사이인 블라디미르 비다노프(61) 등 일행 3명과 이 호텔에 체크인했다. 다가오는 자신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비다노프가 먼저 호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한 심장 마비였다.이후 어찌 된 영문인지 안토프는 이 호텔에 계속 머물렀고, 이틀 후 추락사했다. 인도 현지 언론은 그가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인도인 가이드가 그를 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주인도 러시아 총영사관 측은 그가 호텔 3층 창문에서 추락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밝혔다. 알렉세이 이담킨 담당 외교관은 “현지 경찰의 조사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면서 “경찰로부터 사고에 관한 모든 정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샷(SHOT)은 인도 경찰이 안토프가 친구인 비다노프의 죽음으로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안토프는 러시아 육류·소시지 제품 생산 대기업의 설립자로 2019년 러시아에서 가장 소득이 많은 선출직 공직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포브스 러시아판의 분석에 따르면 그의 연간 수입은 100억 루블(현재 환율로 약 1854억 원)로 집계됐다.그는 지난 6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가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오해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의 죽음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잇따라 사망한 몇몇 재벌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러시아 부동산 재벌 드미트리 젤레노프(50)는 지난 10일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지방 도시 앙티브에서 추락사했다. 석 달 전쯤인 지난 9월 21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항공대학 총장을 지낸 아나톨리 게라셴코(73)가 이 대학 건물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같은 달 10일에는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KRDV)의 이반 페초린(39) 상무이사가 블라디보스토크 남부에서 보트를 타던 중 물에 빠져 실종됐고,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67) 이사회 의장도 그달 1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 건물 6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일각에선 숨진 러시아 재벌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제기해 살해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펠로시 의장의 남편 공격한 용의자, 톰 행크스도 노렸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의 남편 공격한 용의자, 톰 행크스도 노렸다고 했다”

    지난 10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82·사진)를 둔기로 공격한 용의자가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을 타격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비드 드파페를 심문한 경찰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와 민주당 출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지사 등의 이름을 타격 명단에 올려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드파페는 지난 10월 28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펠로시 부부의 자택을 침입해 살인 미수 등 여섯 가지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는데 그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최고법원의 스티븐 머피 판사는 14일 4시간에 걸친 심리를 마친 뒤 재판을 진행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러 경찰관들은 폴이 습격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은 펠로시 의장을 인질로 붙들 계획을 갖고 자택에 난입했는데 마침 그녀는 워싱턴 DC에 머무르고 있었다. 폴이 911 신고를 했는데 법정에서 모두 함께 들어봤다. 이 녹음을 들어보면 폴은 드파페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응급전화 접수원은 “아는 분인가요?”라고 물었고, 폴은 “아뇨, 전혀 몰라요”라고 답한다. 카일 캐그니 경사는 드파페가 둔기를 휘둘러 폴의 두개골에 금이 가게 만들기 몇초 전에 자택에 도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법정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를 보여줬다. 경찰의 보디캠이 녹화한 동영상도 볼 수 있었는데 경관들은 용의자에게 둔기를 던지라고 명령했고, 그는 “어, 아냐(nope)”라고 말하며 폴을 쓰러뜨린다. 칼라 헐리 경사는 그를 체포한 날 한 시간 이상 심문했다며 타격 명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면서도 경찰이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법정에 증언했다. 헐리 경사는 드파페가 “워싱턴에 악마가 있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힐러리 (클린턴)에서 시작됐다”며 “솔직히 말해 날이면 날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한다. 한 범죄에서 다른 범죄, 또 다른 범죄로 옮겨간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드파페는 미결수들이 교도소에서 입는 오렌지색 수인복을 입은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펠로시 부부의 다섯 자녀 가운데 한 명인 크리스틴도 참석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 드파페가 저유명한 퍼시픽 하이츠에 있는 펠로시 자택의 유리 뒷문을 깨뜨리고 난입했을 때 “자살 임무를 작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드파페는 오는 28일 다시 법정에 나와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 내용을 들을 예정이다.
  • 아랫선만 향하는 수사에 공무원 집단 반발... 특수본 “사실 관계 확정이 우선”

    아랫선만 향하는 수사에 공무원 집단 반발... 특수본 “사실 관계 확정이 우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간부가 숨지자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윗선은 봐주고 실무자에게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특수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장관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경찰의 노조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특수본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은 “특수본에서 14일 회의 후 면담 일정을 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지난 11일 사망한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에 대한 추모 글과 함께 특수본 수사 방향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 경찰관은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경찰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왜 책임을 경찰관에게만 묻고 정부에는 물어서는 안 되는지 답을 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정 경감은 참사 이틀 뒤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려 안전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의혹을 입건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정 경감이 사망한 날 서울시 안전총괄실 소속 안전지원과장 A씨도 자택에서 돌연 사망했다. 당초 이태원 참사와 관련 없는 인물로 알려졌던 A과장은 이태원 참사 관련자들의 심리 회복을 지원하고, 국회와 서울시의회에 이태원 참사 뒤 지역축제 안전계획과 관련한 답변 자료를 제출하는 업무를 해온 인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시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과장님은 이태원 때문에 돌아가신 것’, ‘관련 없는 부서가 왜 요구자료를 제출하고 민원 답변을 하느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직원을 소환해 현장조치, 상황처리 과정을 조사한 뒤 이날도 서울교통공사 종합관제센터 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무정차 통과를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실제로 당일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조사했다. 다만 상위 기관인 행안부와 서울시 수사에 대해선 “법리 검토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이번 사건은 다수의 기관이 수사 대상이고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서 사실 관계 확정이 우선”이라며 “기초 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국민 모두 답답하고 비통한 심정일 것”이라며 “특수본에서는 진상 규명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수본 수사를 믿고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법리 상 처벌 가능 여부를 따지고 난 이후에 수사에 포함시키는게 맞는다”면서 “여론이 들끓는다고해서 수사 대상을 무한히 확대하고 무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나우뉴스] 지난달 멕시코서 시간 당 3.3명 피살…“인플레보다 살인 증가율 높아”

    [나우뉴스] 지난달 멕시코서 시간 당 3.3명 피살…“인플레보다 살인 증가율 높아”

    10월은 올해 들어 멕시코에 가장 끔찍한 달로 남게 됐다. 지난달 멕시코에서 피살된 피해자가 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다를 기록했다고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치안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멕시코에선 2481명이 피살됐다. 현지 언론은 “하루 평균 80명씩 피살됐다는 뜻으로 1시간마다 3.3명이 목숨을 잃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달이 됐다”면서 두 자릿수로 피살자가 폭증한 곳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식통계를 보면 살인사건 증가율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치와와 35%, 사카테카스와 게레로 각각 29%, 할리스코 28%, 멕시코시티 19%, 미초아칸 17%, 바하 칼리포르니아 11% 등 7개 주에서 살인사건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통계를 본 네티즌들은 “인플레이션보다 살인사건 증가율이 더 높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경악했다. 특히 살인사건은 10월 마지막 주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24~31일 멕시코에선 살인사건 695건이 몰아치듯 발생했다. 하루 평균 87명이 피살된 셈이다. 피해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살인사건 최다 발생이란 불명예 1위에 오른 주(州)는 구아나후아토였다. 구아나후아토에선 10월에만 302명이 피살됐다. 하루 평균 10명꼴이다. 구아나후아토에선 지난달 15일 20명, 21일 21명 등 기록갱신 행진을 벌이듯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2위와 3위 기록이 10월에 나왔다. 살인사건은 군이 치안을 맡고 있는 가운데 늘고 있어 더욱 경종을 울린다. 치안은 경찰의 소관이지만 멕시코는 2006년부터 군을 치안업무에 투입해 왔다. 멕시코는 최근 개헌을 통해 2028년까지 치안을 군에 맡기기로 했다. 군은 원래 2024년까지 치안관리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개헌으로 임무는 2028년까지 연장됐다. 강력한 범죄카르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치안을 군에 맡기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군이 치안을 맡으면서 경찰력이 약화돼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치안이 더욱 불안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 언론은 “지방의 경우 경찰예산이 줄고 조직까지 축소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곳이 많다”면서 “치안전문가들 중에는 경찰 중심으로 치안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지난달 멕시코서 시간 당 3.3명 피살…“인플레보다 살인 증가율 높아”[여기는 남미]

    지난달 멕시코서 시간 당 3.3명 피살…“인플레보다 살인 증가율 높아”[여기는 남미]

    10월은 올해 들어 멕시코에 가장 끔찍한 달로 남게 됐다.  지난달 멕시코에서 피살된 피해자가 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다를 기록했다고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치안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멕시코에선 2481명이 피살됐다. 현지 언론은 “하루 평균 80명씩 피살됐다는 뜻으로 1시간마다 3.3명이 목숨을 잃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달이 됐다”면서 두 자릿수로 피살자가 폭증한 곳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식통계를 보면 살인사건 증가율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치와와 35%, 사카테카스와 게레로 각각 29%, 할리스코 28%, 멕시코시티 19%, 미초아칸 17%, 바하 칼리포르니아 11% 등 7개 주에서 살인사건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통계를 본 네티즌들은 “인플레이션보다 살인사건 증가율이 더 높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경악했다.  특히 살인사건은 10월 마지막 주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24~31일 멕시코에선 살인사건 695건이 몰아치듯 발생했다. 하루 평균 87명이 피살된 셈이다.  피해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살인사건 최다 발생이란 불명예 1위에 오른 주(州)는 구아나후아토였다. 구아나후아토에선 10월에만 302명이 피살됐다. 하루 평균 10명꼴이다.  구아나후아토에선 지난달 15일 20명, 21일 21명 등 기록갱신 행진을 벌이듯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2위와 3위 기록이 10월에 나왔다.  살인사건은 군이 치안을 맡고 있는 가운데 늘고 있어 더욱 경종을 울린다. 치안은 경찰의 소관이지만 멕시코는 2006년부터 군을 치안업무에 투입해 왔다.  멕시코는 최근 개헌을 통해 2028년까지 치안을 군에 맡기기로 했다. 군은 원래 2024년까지 치안관리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개헌으로 임무는 2028년까지 연장됐다.  강력한 범죄카르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치안을 군에 맡기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군이 치안을 맡으면서 경찰력이 약화돼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치안이 더욱 불안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 언론은 “지방의 경우 경찰예산이 줄고 조직까지 축소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곳이 많다”면서 “치안전문가들 중에는 경찰 중심으로 치안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 덴젤 워싱턴의 ‘더 이퀄라이저 3’ 아말피 촬영 숙소 덮친 伊 경찰

    덴젤 워싱턴의 ‘더 이퀄라이저 3’ 아말피 촬영 숙소 덮친 伊 경찰

    이탈리아 경찰이 2일(현지시간) 덴젤 워싱턴 주연의 액션 영화 ‘더 이퀄라이저 3’ 제작진이 머무르는 유명 관광지 아말피의 마이오리란 마을에 있는 호텔 객실을 덮쳐 두 명의 케이터링 업자가 갖고 있던 코카인 120g을 압수했다. 현지 신문 일 조르날레가 케이터링 업체 대표가 갑자기 의문사한 사실을 보도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소식통은 미국 폭스뉴스 디지털에 경찰의 급습이 “영화나 제작진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케이터링 업체를 겨낭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러 소식통을 인용한 미국 연예전문매체 데드라인은 문제의 두 남성이 비번 날 개인적인 이벤트를 한 뒤 체포됐으며 범죄 혐의가 촬영 세트장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케이터링 업체가 다른 업체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두 남성은 모두 서른 살이며 거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은 호텔에 연금 중이며 사법당국에 인계될 것이라고 했다. 55세의 케이터링 업체 대표가 전날 밤 펍을 나서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자 현지 경찰이 위장수사를 폈다. 이 대표는 주머니에 코카인을 소지한 채로 쓰러졌다. 다른 직원 한 명도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경찰은 이들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다시 연출에 제작까지 겸하는데 제작진은 경찰이 급습했을 때 마리나 포구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덴젤 워싱턴과 함께 가이아 스코델라로, 다코타 패닝이 호흡을 맞추는데 워싱턴과 패닝은 ‘맨 오브 파이어’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20년 만에 함께 연기한다. 후쿠아 감독과 워싱턴은 2001년작 ‘트레이닝 데이’에서 호흡을 맞춘 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유대를 이어가고 있다.
  • 4시간 전부터 “압사될 것 같다”…이태원 참사 전 112 신고만 ‘11건’(종합)

    4시간 전부터 “압사될 것 같다”…이태원 참사 전 112 신고만 ‘11건’(종합)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중략)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지난 29일 오후 6시 34분, 112에 압사 우려 신고가 접수됐다. 참사 4시간 전이었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 참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태원에선 사고 4시간 전부터 사고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었다. 112 신고자들은 모두 ‘압사’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저녁 6시 34분 해밀톤호텔 부근에서 첫 신고를 넣은 시민은 “사람들이 엉켜서 압사당할 것 같다.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등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저녁 8시 33분 전화를 건 또 다른 신고자는 “핼러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오후 8시 9분 두 번째 신고자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체돼 밀치고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다”며 “이것 좀 단속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후 8시 53분 네 번째 신고자는 “사람들이 많아서 거의 압사당하고 있다”며 “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다섯 번째 신고자 역시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라며 “여기 와서 통제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찰에게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신고도 있었다. 오후 9시 7분 일곱 번째 신고자는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라며 “사람들이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경찰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신고는 이후부터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가운데 4번만 현장에 출동해 신고 지점의 사람들만 해산하고 말았다. 6번은 ‘이미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특히 이들 신고 중 1건은 경찰의 112 신고 대응 체계상 최단 시간 내 출동하라는 ‘코드 0’ 지령이, 7건은 우선 출동하라는 ‘코드1’ 지령이 떨어졌지만 경찰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오른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사고 당일 18시 34분경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도 같은날 오전 10시 개의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경찰청이 제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접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독립적 특별기구를 만들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윤 청장의 뜻에 따라 이날 사고 지역 관할인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는 한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를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전환했다. 김호승 경찰청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15명의 인력이 투입된 감찰팀은 핼러윈 축제 사전대비부터 현장 대응까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경찰은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상대로 의사결정과 실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며 대대적 감찰을 예고했다. 특수본은 손제한 경남 창원중부서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모두 501명으로 구성됐다. 본부장은 상급자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해 결과만 보고하기로 했다. 특수본은 경찰은 물론 용산구청 등 행정당국의 부실 대응 여부와 참사 직전 일부 시민이 앞 사람을 밀어 사고를 촉발했다는 의혹, 피해자 모욕·명예훼손 사건 등을 전반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119종합상황실에도 이태원 인파 관련 신고는 100건이 접수됐다. 최초신고 접수시간은 밤 10시 15분으로, 해당 신고자 역시 압사를 우려했다. 신고자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야 할 것 같다.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다”고 재촉했다.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다 끼었다. 농담하는 것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고 접수자가 좀 더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신고자는 “길거리에 널린 게 부상자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으며, 신고 접수자가 “전화 끊겠다. 일단 나가서 확인하겠다”고 답하자 “미쳐버리겠네”하고 전화를 끝냈다. #112 신고 녹취록1: 10월 29일 오후 6시34분 경찰관 : 긴급신고 112입니다. 신고자 : 여기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길인데요. 경찰관 : 이태원 메인스트리트요 네. 신고자 : 여보세요, 클럽 가는 길 해밀톤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경찰관 : 해밀톤호텔 골목에 있는 이마트24요. 신고자 : 네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경찰관 :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되고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 신고자 : 네 네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그 올라오는 그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그다음에 클럽에 줄 서 있는 그 줄하고 섞여 있거든요. 올라오는 인구를 막고 예 막으면 내려온다는… 경찰관 : 클럽에 서 있는 줄하고 줄 서 있는 인파하고, 줄 서 있는 인파하고… 신고자 : 네 그다음에 그 메인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하고 그 다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 경찰관 : 아 이태원역에서 나오는 사람들, 이태원역에서 빠져나가는, 아 그쪽에서 골목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인파 섞여서… 신고자 : 네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다니고 있거든요. 경찰관 :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해 볼게요. 신고자 : 애들도 네~ 경찰관 : 네~
  • 김제시의회 이번엔 돈봉투 폭로… 뇌물 폭탄 터지나

    여성 동료 의원과의 막말 파문으로 지역사회를 뒤집어 놨던 전북 김제시의원이 시의회에 뿌려진 돈봉투 사건을 폭로하고 나서 김제시의회가 또다시 격랑에 휘말렸다. 경찰의 내사가 시작된 돈봉투 사건은 대가성 있는 뇌물로 밝혀질 경우 시의회는 태풍급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24일 김제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3선인 유진우 의원이 지난 12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제지평선축제 개막식 날인 지난달 29일 의회에 뭉칫돈이 들어왔다”며 돈봉투 사건을 터뜨렸다. 민선 7기 시절 품위 손상을 이유로 시의회에서 제명됐던 유 의원이 이번에는 전체 시의원 14명에게 뿌려진 돈봉투 건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유 의원은 “사무국 직원이 50만원이라고 해서 받지 않았다”며 “그 돈은 분명히 뇌물일 것이고, 의원들한테 나눠 주라고 명령한 사람은 뇌물공여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주라고 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전위가 돈을 보낸 사실 보다 의회의 누가 받기로 결정했고 나누어주도록 결정했느냐가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 근본”이라며 “이는 분명히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진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이 돈은 김제시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가 시의회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은 시의원 한 명당 50만원씩 모두 700만원으로 확인됐다. 제전위는 “의원들이 모두 받지 않아 전액 회수했다”고 해명했으나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제전위는 “2018년까지 의원들에게 식권을 줬으나 이번에는 위원장 사비로 봉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돈의 출처는 물론 예전에 줬다는 식권까지 문제가 돼 버렸다. 제전위가 현금이나 다름없는 식권을 시의원들에게 관행적으로 제공했다고 자백한 셈이다. 유 의원의 폭로로 김제시의회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원들에게 현금과 식권이 뿌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불명예스럽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 의원이 이같이 폭로한 것은 동료 의원들에 대한 배신감 때문으로 관측된다. 유 의원은 2020년 7월 시의회 윤리위원회가 소명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제명 처분을 결정하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6·1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 尹, 서민 대상 범죄에 연이어 강경 목소리...“약탈적 사금융엔 무관용 원칙”

    尹, 서민 대상 범죄에 연이어 강경 목소리...“약탈적 사금융엔 무관용 원칙”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약탈적 불법 사금융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년층까지 파고든 ‘마약과의 전쟁’을 재차 강조하며, 서민·약자 대상 범죄 척결 메시지를 잇따라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지금 고금리로 인해서 약탈적인 불법 사금융들이 서민들에 고통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해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려운 분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더라도 건강한 경제 주체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말씀드린 대로 계속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불법 사금융에서 서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사금융을 찾는 서민들이 더 늘고 있고, 이 와중에 연이자 5000%를 상회하는 고금리 대출을 갚게 하고 이를 갚지 못하면 피해자 가족을 협박해 그들의 일상 무너뜨리는 사례를 윤 대통령이 접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다시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계속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경찰의 날 축사에서 아동 대상·스토킹 범죄에 대해 “관계기관과 힘을 합쳐 피해자 보호와 재범 방지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범정부적 안전망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스토킹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겠다”며 법무부에 제도 보완을 지시한 바 있다. 또 경찰의 날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한 데 이어 이날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년층 마약사범 급증하는데 대해 우리 미래세대 지켜야한 다는 사명감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은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등 서민 대상 사기 범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메시지를 통해 국민 체감도가 높은 이슈를 다루면서도,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서 긍정적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재 경제위기가 단기간 극복이 어려운 가운데,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틈타 서민을 더 힘들게 하는 범죄들에 대해선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尹, 경찰의날 기념식 참석...김건희 여사, 순직 경찰 유가족 위로(종합)

    尹, 경찰의날 기념식 참석...김건희 여사, 순직 경찰 유가족 위로(종합)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21일 제77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경찰 영웅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실 소속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인천 송도컨벤션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경찰 영웅 유가족, 순직 경찰 유가족, 우수 현장 경찰관 등과 사전환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저는 (대선 기간) 제복 입은 공직자를 존중하고 예우하는데 한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경찰 긍지와 자부심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1945년 해방 직후 정부 수립되기도 전에 우리 경찰은 사회 혼란을 수습했다”며 경찰의 헌신과 노고를 치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고 최규식 경무관의 아들 최민식씨는 “유가족에 있어 가장 큰 자부심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록과 기억”이라면서 “사회에서 그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경무관은 1968년 1.12사태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장으로, 북한 무장공비의 침투를 막아내다 순직했다. 윤 대통령은 최씨에게 “최 경무관의 헌신과 희생을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면서 “국민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을 국가가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김 여사는 환담을 마친 뒤 순직 경찰의 어린 유가족들에게 경찰 상징물인 포돌이·포순이 인형을 전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의 기본은 국민의 안전”이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경찰로서 사명을 잊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5대 강력범죄 검거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확고한 치안 역량을 갖고있다”며 “우리 미래세대를 지키기 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사회적 약자를 울리는 7대 악성 사기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기념식을 마친 뒤 같은 행사장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 부스를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스마트순찰차에 올라 각종 장비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울릉도와 가거도, 마라도, 독도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화상 대화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관할 지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각별한 고마움을을 표했다. 김 여사는 ‘보이는 112’ 서비스에 큰 관심을 가지며 신고 체험을 했다. ‘보이는 112’는 신고자가 경찰관의 물음에 답하기 힘든 상황에서 경찰관이 보낸 문자로 접속하면 신고자의 위치와 현장 상황을 실시간 전송하는 서비스다. 김 여사는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사회적 약자에게 ‘보이는 112’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져서 위급한 상황에서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속보] 尹대통령, “사명감…‘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

    [속보] 尹대통령, “사명감…‘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곳곳의 법질서를 바로 세울 때 비로소 국민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기본 바탕이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 없이는 평화로운 일상도, 눈부신 번영도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주변에는 아직 ‘안전 사각지대’가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위협한다”며 아동·스토킹·사기·마약 범죄 근절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및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국가가 더 빠르게 나서야 한다”며 “관계기관과 힘을 합쳐 피해자 보호와 재범 방지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범정부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사이버사기 등 7대 악성 사기를 뿌리뽑기 위한 노력이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서민을 눈물짓게 하는 사기 범죄는 끝까지 추적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달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강조하며 “특히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의 사명은 변함이 없지만, 경찰의 역량은 끊임없이 혁신해나가야 한다”며 ‘과학치안’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범죄 예방·진압·수사에 이르는 경찰 업무의 전 영역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며 범죄 피해자 위치추적 기술 고도화,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 지원, 무인 순찰 로봇 개발 등 치안 연구·개발 분야에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점을 환기하며 “역할과 사명에 맞게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무엇보다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어 “경찰관 여러분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국민의 경찰’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고 국민 안전을 지켜주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최규식 경무관·정종수 경사·정옥성 경감 등 올해의 경찰 영웅에 선정된 순직 경찰의 희생을 기렸다. 이날 기념식은 경찰청 주최 치안 전시회인 ‘국제치안산업대전’ 행사장인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이날 경찰의 날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
  • [포토] 경찰의 날, 기념식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포토] 경찰의 날, 기념식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곳곳의 법질서를 바로 세울 때 비로소 국민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축사에서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기본 바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 없이는 평화로운 일상도, 눈부신 번영도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안전 사각지대’가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위협한다”며 아동·스토킹·사기·마약 범죄 근절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및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국가가 더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며 “관계기관과 힘을 합쳐 피해자 보호와 재범 방지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범정부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사이버사기 등 7대 악성 사기를 뿌리뽑기 위한 노력이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서민을 눈물짓게 하는 사기 범죄는 끝까지 추적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강조하며 “특히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찰의 사명은 변함이 없지만, 경찰의 역량은 끊임없이 혁신해나가야 한다”며 ‘과학치안’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범죄 예방, 진압, 수사에 이르는 경찰 업무의 전 영역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며 범죄피해자 위치추적 기술 고도화,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 지원, 무인 순찰 로봇 개발 등 치안 연구·개발 분야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환기하며 “역할과 사명에 맞게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무엇보다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찰관 여러분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국민의 경찰’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고 국민 안전을 지켜주길 당부드린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규식 경무관·정종수 경사·정옥성 경감 등 올해의 경찰 영웅에 선정된 순직 경찰의 희생도 기렸다. 윤 대통령 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서는 여러 차례 박수가 나왔다. 이날 기념식은 경찰청 주최 치안 전시회인 ‘국제치안산업대전’ 행사장인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됐다. 김건희 여사도 이날 기념식과 전시회 행사에 동행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 8월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경찰 제310기 졸업식에도 함께 참석한 바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美 한인 유학생, 기숙사 룸메이트 살인 긴급체포 “가족 사랑해”

    美 한인 유학생, 기숙사 룸메이트 살인 긴급체포 “가족 사랑해”

    미국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이 룸메이트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5일(이하 현지시간) NBC뉴스와 CBS뉴스, 폭스뉴스 등 미 매체는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 기숙사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룸메이트를 살해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12시 44분쯤, 퍼듀대경찰서로 살인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 학교 사이버보안 전공 1학년 A(22)씨. A씨는 자신이 룸메이트를 살해했다며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사건은 캠퍼스 서쪽 끝 ‘맥컷천 홀’ 1층 기숙사 방에서 벌어졌다. A씨는 같은 방을 쓰는 데이터사이언스 전공 4학년 바룬 매니시 크헤다(20)에게 달려들어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 A씨의 습격에 크헤다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현지 경찰의 예비 검시 결과 사망한 크헤다 몸에서는 다수의 외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크헤다가 “다수의 날카로운 흉기에 의한 외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범행 동기 및 살해 도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씨 역시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인디애나주 티피카누카운티 교도소에 구금되기 전 취재진이 범행 동기를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가족들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갔다. 경찰은 일단 이번 사건을 “정당한 이유가 없는 무분별한 살인”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실제로 피해자의 어릴 적 친구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일 밤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며 얘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크헤다의 비명이 들렸다. 무슨 일이 있나 했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죽었다더라”며 충격을 드러냈다. 기숙사 다른 학생들 역시 한밤중에 비명 또는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고 증언했다. 21살 생일을 열흘 앞두고 사망한 크헤다에 대해 미치 다니엘스 퍼듀대학교 총장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총장은 성명을 통해 “학교 대표이자 학부모로서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숨진 크헤다와 그의 유가족, 친구를 위로했다.
  •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잡초 뽑는 고양이/고양이 작가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잡초 뽑는 고양이/고양이 작가

    “할머니 힘드실 텐데 우리가 잡초라도 뽑아 드리자.” “그래그래, 근데 어떤 게 잡초야?” “몰라! 일단 그냥 다 뽑아!” 한 마을에 사는 할머니 댁에 나는 13년째 사료 후원을 하고 있다. 편의상 2호점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할머니가 열댓 마리 고양이에게 밥과 잠잘 곳을 마련해 준 곳이다. 고양이들이 마당의 감나무를 캣타워처럼 오르내리고, 봄꽃 새싹이 올라오는 화단을 마구 짓밟아도 할머니는 한 번도 고양이를 나무란 적이 없다. 고양이들은 봄이면 목련과 벚꽃이 흩날리는 마당에서 온종일 뒹굴며 마당놀이를 즐겼고, 겨울이면 눈이 쌓인 마당에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그런 풍경이 좋아서 나는 그곳에 사료를 갖다 나르고, 사진도 찍었다.한번은 마당에 사료를 내려놓고 카메라를 꺼내는데, 노랑이 두 마리가 잡초를 뽑고 있었다. 눈을 씻고 봐도 잡초 뽑는 고양이 그 자체였다. 녀석들은 힘드신 할머니를 대신해 마당의 잡초를 다 뽑으려는 듯 진지하게 잔디밭을 돌아다녔다. 설마 고양이가 잡초를 뽑는다고? 사실은 한참 후에야 밝혀졌다. 녀석들에게 다가가 살펴보니 잔디밭에 개미가 여러 마리 돌아다니고 있는 거였다. 그러니까 녀석들은 잡초를 뽑는 게 아니라 개미를 잡아 보려고 앞발을 호미처럼 사용했던 것인데,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잡초를 뽑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언제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2호점에 가면 덩달아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2호점 마당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울먹였다. 뒷집에 사는 현직 경찰관이 고양이들을 총으로 다 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하루는 만취 상태로 한밤중에 덜컥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고양이 밥 주지 말라며 행패까지 부렸단다. 할머니는 이웃 경찰의 협박을 못 이겨 다른 마을로 이사했다. 할머니에게 해 드릴 수 있는 건 고양이 이주를 돕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2마리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새로 이사한 곳으로 이주시켰다(임시창고에서 1개월 적응 기간을 거친 뒤 방사). 이사한 뒤에도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고양이를 보살펴 왔다. 하지만 할머니의 연세가 이제는 80대 후반이 된 데다 얼마 전 고관절을 다치는 바람에 지금은 따님이 대신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 이란 여성들 히잡 불태워, 마흐사 아미니 사망 항의시위 닷새째

    이란 여성들 히잡 불태워, 마흐사 아미니 사망 항의시위 닷새째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행되다 갑자기 숨진 여성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닷새째 격렬하게 이어졌다. 여성 시위 참가자들은 히잡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치르며 전근대적인 율법의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쿠르드족인 마흐사 아미니(22)는 쿠르디스탄주 서부 사케즈 출신으로 지난 13일 테헤란의 한 지하철역 밖에서 종교경찰에 붙들렸다. 여성이라면 머리카락을 히잡으로 가려야 한다는 율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코마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져 사흘을 버티다 지난 16일 숨을 거뒀다. 후세인 라히미 테헤란 경찰서장은 구금 중의 여인이 숨진 것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불행한”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경관들이 구치소로 연행하는 버스 안에서 아미니를 마구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비열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아미니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으며 머리를 경찰 차량에 짓이겼다고 주장하는 보도가 있다는 유엔 인권판무관 나다 알나시프의 주장이 올라왔다. 유족들은 아미니가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실신했다는 경찰의 발표에 평소 몸에 이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말까지 이란 곳곳에서 경찰의 가혹한 처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져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쳤는데 19일에는 10여군데 도시로 확산돼 보안군 발포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드족의 인권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노르웨이 인권단체 헝가우(aw)에 따르면 17일과 다음날 진압경찰이 사케즈와 쿠르디스탄주 주도인 사난다지 시위대에 실탄과 고무탄, 최루탄을 발사해 38명이 다쳤다. 19일에도 사케즈와 디반다레, 데흐고란 등에서 한 명씩 모두 3명의 남성이 보안관과 충돌 와중에 총에 맞아 숨졌다. 디반다레에서 또다른 남성도 희생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병원에 위중한 상태로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바로잡혔다. 테헤란 시위를 담은 동영상을 보면 여성들이 쓰고 있던 히잡을 벗은 뒤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구호를 외친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이름이 언급되는 노래도 부른다. “정의, 자유, 히잡 의무화 반대”라고 연호하는 이들도 있다. 테헤란 북쪽 사리에서는 완강한 저항의 의지를 과시하려고 여성들이 히잡 등을 불태우자 군중들이 환호했다. 북부 길란주에서도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밤 북부 라슈트 시위에 참여한 여성은 BBC 페르시아 지부에 진압경찰에 곤봉과 호스로 맞아 생긴 흉터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이 여성은 “(경찰이) 최루탄을 계속 쏴댔다. 눈이 타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달아났는데 그들이 날 구석으로 몰더니 때렸다. 그들은 창녀라며 몸 팔러 거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하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중부 이스파한에서 시위에 참여한 여성은 알리 하메다니 BBC 통신원에게 “우리가 히잡을 허공에 휘젖자 남성들이 에워싸 보호해줘 감동받았다. 이렇게 연대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세계가 우리를 지지해줬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모흐센 만수리 테헤란주 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시위가 “소요를 일으키려는 어젠다들로 잘 조직돼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 TV는 아미니의 죽음을 쿠르드 분리주의자와 정부 비판세력이 ‘핑계’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반면 이례적으로 아미니 의문사에 대해 이란 지도부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보좌관은 이날 아미니 유족을 찾아 조문하고 “모든 기관이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국영 매체들이 전했다. 원로 의원 잘랄 라시디 쿠치는 종교경찰이 “실수”를 저질러 이란에게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후 정의를 논할 때 쓰이는 개념)를 입혔다고 공개 성토했다. 역시 이란에서 아주 보기 드문 일이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도 순찰대’의 단속 및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딸과 같은 아미니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란은 적국과 달리 인권을 본질적인 가치로 여긴다”고 적었다. 이 대목에서 이란은 어떻게 해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구금할 정도로 엄격한 율법을 시행하게 됐을까 궁금해지는데 BBC가 답했다. 이란은 히잡 등의 차림을 의무화하는, 이슬람권에서도 거의 유일한 나라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당국은 공공장소에 드나드는 모든 여성들이 신체를 가릴 수 있도록 히잡과 헐렁한 옷을 입도록 의무화했다. 이렇게 해서 ‘가쉬테 에르셔드’(Gasht-e Ershad. 선도 순찰대)란 공식 명칭의 종교경찰이 출범했다. 말로는 여성들에게 적절한 옷차림을 계도한다고 했다. 여성들을 검문해 머리카락이 너무 길지 않은지 보여달라고 하거나 바지와 오버코트 길이가 너무 짧거나 딱 달라붙지 않는지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규칙을 어긴 것으로 확인되면 벌금을 매기거나 가두거나 매질 징벌을 내린다. 순종하던 이란 여성들은 2014년 온라인 항의 캠페인 ‘나를 감출 자유’(My Stealthy Freedom)를 통해 히잡 율법을 대놓고 어기는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그 뒤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s)과 ‘혁명 거리의 소녀들’(Girls of Revolution Street) 같은 비슷한 캠페인으로 이어졌다가 이번에 아미니의 의문사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 [열린세상] 고발 대신 고소하세요/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고발 대신 고소하세요/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10일부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없어졌다. 민주당이 지난봄 서둘러 통과시킨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젠 고발인만 있는 사건의 경우 경찰이 죄가 없다고 보아 수사를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을 하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사건을 다시 되살릴 방법도 없다. 피해자가 직접 나설 수 없거나 공익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는 고발제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왔고, 이를 통해 사회가 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이 법으로 인해 고발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상황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앤 이 법은 만들어진 과정부터 기이했다. 민주당이 4월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립표결 방식으로 단독 의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의로 본회의에 제출된 수정안에 별안간 포함됐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로 고발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 뒤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 부분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법이 시행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민주당 아닌 다른 정당에서도 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복원하는 입법을 딱히 추진하지 않고 있다. 권력 비리에 대한 제보 상당수가 고발로 연결돼 왔기에 제도를 주무르는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고발인 이의신청권 복원이 썩 달가울 리 없으리라. 혹시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률을 위헌이라고 결정한다 해도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는 국회가 이를 되돌리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여전히 고발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할 수 없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이 수사 그만하겠다는 불송치 결정을 했을 때, 꼭 이를 다투고 싶다면 고발 대신 고소를 하자. 고발인과 달리 고소인은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긴 하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항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고소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범죄로 인한 피해자만 할 수 있다. 피해자가 아닌데도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뿐이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만 고소를 할 수 있다. 고소권이 없는 사람이 설령 ‘고소장’이라고 써서 낸다 해도 그 사건은 고소 사건이 아닌 ‘고발 사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역시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나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아닌, 다시 말해 고소권이 없는 어떤 사람이 학대당하는 장애인을 보았고 그 장애인은 장애가 너무 심해서 스스로 고소가 불가능할 때, 온라인상에서 아동 성착취물이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피해 아동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누군가 몰래 환경을 오염시킨 일이나 회삿돈을 횡령한 일, 마약을 만들어 유통하거나 투약해 온 일,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일을 우연히 알게 됐을 때, 자본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모인 거금을 착복하거나 권력자가 권력을 이용해 서민에게 억울한 피해를 입힌 것을 알게 됐을 때 정말 ‘고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렇다. 다른 방법은 없다. 용기를 내서 고발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려 들지 마라.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원들은 누구인가. 국회는 응답하라.
  • ‘교통사고 처리 불만’ 경찰서 담벼락에 낙서한 50대, 조사받은 후 건물로 차량 돌진 부상

    ‘교통사고 처리 불만’ 경찰서 담벼락에 낙서한 50대, 조사받은 후 건물로 차량 돌진 부상

    ‘교통사고 처리 불만’을 가진 50대 여성이 경찰서 외벽에 낙서하다 적발돼 조사를 받은 직후, 자신의 차량으로 민원실옆 화장실 벽을 들이받고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갔다. 16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 쯤 A씨가 자신의 차량으로 경찰서 민원실옆 화장실 외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가 경상을 입었고, 민원실 건물 외벽이 일부 손상됐다. A씨는 이날 화장실벽에 ‘내 자리 내 무덤 재수 옴붙어라’라는 글씨를 남기고 차로 들이 받았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4시쯤 경찰서 담벼락에 래커 등으로 낙서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나오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8월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경찰에 불만을 품고, 관련 불만을 담벼락에 적다가 당직 중인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사고 이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이 서툴러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A씨에게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지난 8월 교통사고 당시 경찰의 처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경찰관을 고소한 상태”라며 “이번 사고에 고의성이 밝혀질 경우 공용물 손괴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여왕의 관 보자” 텐트서 밤샘 대기… 英 2주간 배웅 끝나면 가시밭길

    “여왕의 관 보자” 텐트서 밤샘 대기… 英 2주간 배웅 끝나면 가시밭길

    지난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시신이 12일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여왕과의 작별에 대한 애도와 군주제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가적인 추모가 끝난 뒤 닥쳐올 경제 위기 등 숱한 난관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이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자일스대성당에서 대중에 공개되며 추모 인파가 몰렸다. 홀리우드궁에서 ‘로열마일’로 불리는 길을 따라 성자일스대성당으로 향하는 장례 행렬에는 찰스 3세 국왕과 부인 커밀라 왕비, 앤 공주, 앤드루 왕자 등 왕실 인사들이 앞장섰다.성자일스대성당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몰려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여왕이 잠들어 있는 참나무 관은 이날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닫힌 상태로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시민들은 손에 유니언잭(영국 국기)을 들고 더러는 눈물을 훔치며 수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렸다. 수천명이 이날 밤새 대성당 앞에 줄을 서면서 13일에는 조문객들이 길게는 12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영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여왕의 시신은 13일 오후 공군기 편으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옮겨진 뒤 14일부터 나흘간 웨스트민스터홀에서 대중에 공개된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홀 앞에는 이미 이날부터 조문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많게는 100만명의 추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트래펄가광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 거리 곳곳에서는 일부 추모객들이 텐트를 세워 놓고 밤샘 대기하기도 했다. 추모 물결의 반대편에서는 군주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에든버러에서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앤드루 왕자를 향해 고함을 지른 22세 남성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간 뒤 ‘치안 위반’을 이유로 체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런던 의회 광장에서는 한 변호사가 백지를 들고 있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이 변호사는 트위터에서 “경찰은 내가 백지 위에 ‘(찰스 3세는) 나의 왕이 아니다’라고 적으면 공공질서법에 따라 나를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비판하자 총리실은 “국가적인 애도 기간이지만 (시민들이) 항의할 수 있는 기본권은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국은 ‘연합왕국’과 영연방의 분열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찰스 3세는 이날 커밀라 왕비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의회를 찾아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새 직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찰스 3세 부부는 이어 북아일랜드로 향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최근 독립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 대란 등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2주간의 애도 기간이 국정 공백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이날 영국 국립통계청은 영국의 7월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위기를 수습해야 할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는 취임 첫 주부터 사실상 상주(喪主) 역할을 도맡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찰스 3세가 북아일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를 순방하는 일정에 트러스 총리가 동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야당으로부터 “현안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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