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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장치 제거서 사격 다섯단계로… 인질극땐 바로 발포

    안전장치 제거서 사격 다섯단계로… 인질극땐 바로 발포

    경찰이 추진 중인 ‘권총사용 매뉴얼’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별로 단계를 나눠 총기사용 정도와 유의사항 등을 규정해 놨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 경찰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사용단계에 맞춰 현장 사례를 세부적인 예시로 들었다. 기존 매뉴얼은 ‘현행법상 총기사용 요건 및 유의사항’과 관련 판례에 대한 설명 수준에만 그쳤을 뿐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때문에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새로 제작 중인 매뉴얼은 크게 ‘안전장치 제거-권총 꺼냄-경고사격-경고 후 사격-경고 없이 실제사격’ 등 다섯가지 상황으로 구분된다. ①‘안전장치 제거’ 상황은 두 가지다. 피의자 등이 흉기를 소지하고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짓거나 범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경찰이 출동할 때다. 또 경찰관 또는 시민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해당된다. 예컨대 경찰이 총기·칼 등을 휴대한 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거나 조직폭력배가 흉기를 소지한 채 모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갈 때다. 불심검문이나 범인 체포 및 수색 상황 시 흉기 소지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에도 경찰이 미리 안전장치를 풀 수 있게 했다. ②‘권총을 꺼낼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피의자가 흉기를 들거나 자동차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저항할 때다. 경찰장구를 빼앗기 위해 극렬히 공격해 올 때도 마찬가지다. 두 명 이상이 함께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수배차량이 순찰차에 충돌하며 도주하려 하거나 추격 중 범인이 저항할 때도 권총을 뺄 수 있다. ③‘경고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경찰관이 권총을 꺼낸 상태에서 피의자 등에게 3회 이상 ‘행위중지 및 권총사격’을 경고했지만 불응하는 등 제지가 불가능할 때다. 경찰관이 권총을 꺼낸 상태에서 피의자 등이 도주할 때도 경고사격을 할 수 있다. 범인을 도주시키려는 자에게 경고를 했는데도 흉기를 쓰며 오히려 저항하고 거듭 경고를 해도 듣지 않을 때도 해당된다. ④‘경고 후 실제 권총을 쏠 수 있는 조항’은 두 가지다. 피의자 등을 향해 권총을 쏘지 않으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를 방위하거나 범인의 체포 및 도주방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경고사격까지 했는데도 도주를 중지하지 않을 때도 포함된다. ⑤‘경고나 경고사격 없이 바로 발포할 수 있는 경우’는 인질을 붙잡고 있을 때처럼 경고나 경고사격이 더 큰 위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간첩 및 테러사건에 있어서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는 새 매뉴얼에 대해 “허용되는 총기사용과 허용되지 않는 총기 사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진전된 안”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이례적으로 광견 등 동물에 마취총이 여의치 않을 때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점도 없지 않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피의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반복 훈련으로 경찰관의 위기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훈련과 교육이 먼저라는 얘기다. ‘손실보상 제도’ 의 도입 필요성도 나왔다. 표 교수는 “대상자에게 발생한 피해가 커 국가가 그 치료나 유족 피해보상 등을 해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해당 경찰관의 총기사용을 불법행위로 규정해야 배상이 가능하다.”면서 “이럴 때 형사책임은 무죄이나, 민사재판에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결과에 따라 경찰관이 징계책임을 져야 하고 배상액에 대한 구상의 위험까지 상존하므로 경찰관들이 총기사용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당사자가 아닌 국가가 손실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 마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권침해 우려와 실효성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도주 피의자에게 발포가 가능한 조항의 경우 ‘흉악범일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경찰관에게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오판을 낳을 수 있고, 총기 남용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3회 이상 경고 시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적절한 발포 시기를 놓치게 해 총기사용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매뉴얼을 비롯해 현장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는 실무교육과 사격훈련, 지원책 마련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 경찰 해외주재관 체험기 출간

    “지수야, 불리한 사실이라도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 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거짓말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오늘 너와 나의 대화 내용은 무덤까지 갖고 간다.” 지난 2009년 8월 온두라스에서 살인누명을 썼다가 지난 1월 무죄 판결이 난 ‘한지수 사건’을 맡았던 김정석(경감) 전 과테말라 경찰주재관은 사건 당시 현지에서 한씨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김 경감과 한씨와의 대화다. 김 경감은 2006년부터 3년 동안 과테말라 경찰 주재관을 지내면서 2002년 칠레 경찰대학 유학 당시 쌓았던 중남미 인맥을 총동원해 조작된 부검보고서 등 한씨의 누명을 벗기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밝혔다. 경찰청은 김 경감 등 전·현직 경찰 주재관의 체험기 51건 가운데 13건을 추려 논픽션 체험기 ‘실제 상황’(Real Situation)을 30일 출간했다. 책에는 한지수 사건을 비롯해 ▲베트남에서 카지노 경영권을 둘러싸고 현지 교민 조직폭력배와 국내 ‘양은이파’가 벌였던 대치 상황 ▲중국에서 사기를 당해 아파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하려던 한국인 사업가를 설득했으나 열흘 뒤 결국 자살한 사연 ▲재산을 탐내 어머니를 필리핀으로 여행 보내 청부살인한 딸의 이야기 등 해외 주재관의 체험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인세는 경찰 순직·공상지원단체 ‘참수리사랑’에 전액 기부된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임태희 실장 사의

    임태희 실장 사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임 실장이 오늘(27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큰 표차로 진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 대통령이 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임 실장이 직접 사의를 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모두 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진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말해 사퇴 여부는 다소 유동적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대규모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임에 홍석우(58)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내정했다. 또 내곡동 사저 논란으로 사의를 밝힌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 후임에 어청수(56)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각각 내정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홍 장관 내정자는 경기고·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 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주요 과장,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다. 경남 진주 출신인 어청수 경호처장 내정자는 진주고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경찰간부 28기로 경찰에 들어와 서울 강남서 정보과장·청와대 치안비서관·경찰대학장·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을 역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명박산성’ 어청수, 임기말 MB 경호 책임진다

    ‘명박산성’ 어청수, 임기말 MB 경호 책임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신임 청와대 경호처장에 ‘명박산성’ 논란을 빚었던 어청수(56) 전 경찰청장(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내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청수 내정자는 2008년 경찰청장으로 있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 한복판에 차벽을 설치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어 청장은 네티즌들에게 ‘명박산성’을 쌓았다는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실제 어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경찰 내부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어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찰간부 28기로 경찰에 입문한 뒤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 강남서 정보과장ㆍ김포공항경찰대장ㆍ대통령 치안비서관을 지냈다. 특히 경기경찰청장과 경찰대학장, 서울경찰청장 등 치안정감 세 자리를 두루 거친 뒤 치안총수인 경찰청장에까지 오르는 등 ‘관운’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청장 재임당시 조계사에서 나오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해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그를 경질했으나, 지난 8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맡겨 논란을 낳았다. 청와대는 “(어 내정자가)경찰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특히 경비·정보업무 등 경호 관련 업무경험이 풍부하며, 친화력도 뛰어나 경호처 수장으로서 적임”이라고 평했다. ▲경남 진주(56) ▲진주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경찰 간부후보생 28기 ▲서울 김포공항경찰대장 ▲서울 은평서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기경찰청장 ▲경찰대학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한국공항공사 비상임이사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수사권 조정 앞두고 ‘기강잡기’ 초강수

    수사권 조정 앞두고 ‘기강잡기’ 초강수

    25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여느 때와 달랐다. 기자간담회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목소리는 강했다. 최근 잇따른 경찰 조직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21일 인천 도심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조직 폭력배들의 심야 유혈 난투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신장사 유착 비리’까지 터져 민생 치안에 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인천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느닷없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또 “무력한 경찰”과는 “함께 가지 않겠다.”며 경찰의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고도 밝혔다. 뒷수습을 위한 초강수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총기 사용도 지시했다. 경찰의 힘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들끓는 여론을 돌리겠다는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2라운드’를 앞둔 민감한 시점인 만큼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조 청장의 의지처럼 사태가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경찰 안팎의 목소리다. 총기 사용만 해도 구체적인 상황별 매뉴얼이 없다. 외국의 경우 위험 상황 예시에 따라 단계별로 맨몸→경찰봉→테이저건→권총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지만 아직 국내엔 별도의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총기를 사용할 때 상대방이 무기를 소지했는지, 시민들에게 위협을 줄 상황이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함부로 남발한다면 나중에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고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찰청은 ▲총기를 꺼내들 수 있는 상황 ▲경고 사격이 가능한 상황 ▲실제 사격할 수 있는 상황 등을 담은 ‘총기사용 매뉴얼’ 초안을 작성,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 적용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처지다. 인권침해 논란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다. 조 청장이 “(조폭들이) 단체 경례만 해도 경범죄 처벌 단속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뚜렷한 범죄 혐의 없이 처벌할 경우 무리하게 인권을 제한하고,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조폭 관리 실태도 미비한 실정이다. 인천에서 유혈 사태를 빚은 조폭 역시 칼에 찔린 쪽은 경찰의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주기적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동향을 파악하는 관리 대상 조폭은 2003년과 비슷한 220개 조직 5451명이다. 반면 검거 실적은 2009년 4645명에서 지난해 3881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조폭 활동은 건설업·사채업·유통업·부동산투자·주식시장에 손을 대는 등 지능화되고 있고, 신흥 조직도 급증하는 데 비해 경찰의 관리 수준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에서는 조폭들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이 현장 대응 능력 강화 등 근본적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일단 ‘보여 주기식’ 대책에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강력계 형사는 “조폭 관련 사건은 심각한 사안이라 즉시 보고하게 돼 있다.”면서 “112를 통해 접수가 되면 바로 당직 강력계에 전달하고 서장, 지방청까지 30분 안으로 보고가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천 사건에 대해 “특히 조폭이 한두 명도 아니고 떼로 있었는데 그게 심각하지 않다고 본 것이 문제”라고 했다. 현장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경찰청은 인천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배상훈 인천경찰청 수사과장을, 장례식장 뒷돈 비리와 관련해 이주민 서울 영등포서장, 이봉행 구로서장, 유현철 서울경찰청 청문감사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김두연 총경을 영등포서장, 류진형 총경을 구로서장으로 발령했다. 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 인권위 “전·의경제 폐지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구타 및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전·의경 제도를 아예 없앨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대신 직업 경찰관제로 대체하는 복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25일 “수차례의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구타 및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경찰의 전·의경 제도를 폐지할 것을 경찰청장과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의경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관행화된 부대 내 폭력 및 가혹행위를 뿌리뽑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권위는 “전투경찰대 설치법에 따르면 전·의경의 주임무가 대간첩작전 수행임에도 현실적으로는 시위진압 등 경찰의 보조 인력으로 운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은 법의 합목적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업무 보조 역할을 병역 의무의 연장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전투경찰은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는 작전전투경찰순경(전경)과 치안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의무전투순경(의경)으로 구분된다. 인권위는 “전경의 경우 현역 군인이 되기 위해 육군에 입대했는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전환 복무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면서 “의경은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경찰 업무보다는 시위진압부대 등에 배치되면서 복무 부적응자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이와 관련,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현역 복무대상자를 전경으로 차출하는 제도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의경이 전경의 임무를 대신한다. 병무청은 이 같은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지난 8월 입법예고했다. 병무청 측은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부터 전경 차출은 없다.”고 못박았다. 또 경찰청과 행안부, 국방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들은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 경찰제 유지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뉴 캅스, 수사 버전을 올려라] “피해자 중심 수사·독자적 현장지휘로 신뢰 높여야”

    [뉴 캅스, 수사 버전을 올려라] “피해자 중심 수사·독자적 현장지휘로 신뢰 높여야”

    ‘뉴캅스 수사버전을 올려라’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피해자 중심의 수사 제도 확립을 위한 선결과제, 경찰의 국민신뢰 회복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과 대안을 들어봤다. 조병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장,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피해자, 지역주민과 같은 치안 수요자들의 목소리가 수사과정에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법과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의식 전환을 이끌어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주체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피해자 중심의 수사 제도를 확립하려면. -조병인 정책개발연구실장(이하 조) 경찰이 피해자를 수사를 위한 참고인으로 여기는 관행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 초기 수사를 진행할 때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면하지 않게 한다든지, 살인사건의 현장을 경찰이 나서서 치우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살인 피해자는 죽고 없지만 유가족도 모두 피해자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심각한 수준이다. 피해자들이 적절한 심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곽대경 교수(이하 곽) 수사의 효율성만 내세우다 보면 범인을 찾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피해자를 범죄 정보 제공자로만 간주하게 된다. 피해자의 상처를 회복하도록 돕는 노력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충격이 크고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다. 때문에 경찰서에 필요 이상으로 출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사관들이 피해자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하 오) 법이나 제도개선이 중요하다. 그동안 경찰이 미비점을 많이 보완해 왔지만 의식 개선은 미흡했다. 경찰관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경찰 채용 시험에서 경찰학, 형법 등의 전문 과목뿐 아니라 헌법과목을 포함해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 채용 이후에는 지속적인 인권교육을 통해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역 맞춤형 치안을 위해 필요한 개선책은. -조 지역적 특성과 인구분포를 분석해서 범죄 예방차원에 초점을 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 범죄가 많은 지역에서는 통역사 등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 특히 계절별로 발생 추이가 달라지는 범죄에도 경찰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을철 값나가는 농작물을 훔쳐간다거나, 명절·연말연시 은행 주변에 날치기범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곽 지역 맞춤형 치안은 번거롭다. 많은 수고도 요구된다. 그러나 주민 만족도를 높이기엔 제격이다. 위로부터 공문이 내려와 일제 단속하는 방식은 효과가 떨어진다. 지역 현안에 대한 적재적소의 인력 배치가 중요하다. -오 경찰 통계에 문제가 있다. 경찰이 절도에 관심을 갖고 집중 단속하면 절도 통계가 높아지는 식이다. 때문에 통계에 의존한 맞춤형 치안이 돼선 안 된다.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치안 수요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어떤 지역은 어린이 안전을 챙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을 반영하려면 학부모들과 경찰이 대화하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찮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조 국민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검·경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서울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등도 논리적인 근거보다는 막연히 경찰이 활동에 제약을 받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사회 분위기는 경찰을 믿어도 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곽 일선 수사 현장을 담당하는 주체가 경찰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97~98%는 경찰이 먼저 인지한다. 검찰에서 모든 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현실에는 맞지 않다. 검찰이 전국에서 매일 발생하는 220만~230만건의 사건 현장에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무리하게 지휘하려는 것이 국민들 보기에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오 수사권 논의는 검·경 간의 협의만으로는 곤란하다. 법학계나 시민사회, 인권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지한 논의를 통해 최적의 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힘겨루기 하듯 해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경찰의 최우선 과제는. -조 수사를 공정하게 잘해야 한다. 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경찰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평가를 하라면 A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주민들이 A+를 바란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흉기를 든 피의자에게 쫓기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곽 마찬가지다. 경찰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수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신속하게, 그리고 과학적 수사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 원칙을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면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오 일관된 법집행을 해야 한다. 집회·시위 대응이 그렇다.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부랴부랴 관심을 갖는 모습도 사라져야 한다. 특히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경찰은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뉴캅스’ 기획에 대한 총평은. -조 경찰이 잘하는 것도 많은데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기사가 된다. 늘 과잉수사, 부실수사에 대한 지적이 많다. 비판만 한다고 대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획에서) 국민들의 불만만 늘어놓은 점은 아쉽다. 전후 관계를 충분히 따져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대안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 지역 시골의 경찰뉴스를 더 발굴했으면 했는데 아쉽다. 방문객이 턱을 괴고 서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지역 경찰서도 많기 때문이다. -곽 과학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느끼는 경찰 수사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려고 한 건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학계와 공동으로 분석한 것도 훌륭했다. 언론의 이런 노력들이 계속해서 쌓이면 단순한 기획보도가 아니라 학계나 경찰의 실무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 이포보~강천보 치안 담당 ‘남한강경찰대’ 창설

    경기지역 4대강 사업지인 이포보와 강천보를 잇는 여주군 남한강 일대 치안을 담당할 남한강경찰대가 창설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4대강 사업 완공에 따라 여주 이포보에서 강천보에 이르는 수상과 수변구역을 순찰하고, 각종 사건·사고를 전담할 남한강경찰대를 창설했다고 18일 밝혔다. 남한강경찰대는 경정급을 대장으로 경찰관 17명과 순찰정 1척, 전기순찰차 2대, 전기패트롤카 2대가 우선 배치됐다. 사무실은 이포보 당남리섬 관리사무소를 임대해 이용할 계획이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② 주민이 원하는 치안 따로 있다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② 주민이 원하는 치안 따로 있다

    지난 9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고급 주택가. 한 집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택배 배달이 왔다간 뒤 가사도우미가 미처 잠그지 못해서다. 마침 이 집 주변을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던 ‘부잣집 전문털이범’은 “이때다.” 싶었다. 집안으로 들어간 그는 가사도우미 몰래 다이아몬드, 금거북이, 시계, 반지 등 각종 귀금속을 훔쳐 호주머니에 넣고 집을 빠져나와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집 주변에 폐쇄회로(CC) TV들이 설치돼 있었지만, 범인이 집안으로 침입하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CCTV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노린 것이다. 부자 동네에는 다른 주택가보다 값비싼 귀금속 등을 가진 주민들이 많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철저한 방범·보안장치에도 불구, 한탕을 노리는 절도범의 ”매력적인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 최근 3개월 사이 서울 성북동 부자동네서 10여건의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곳들은 대낮에 집이 비어 있거나 문이 열려 있었던 공통점이 있다. 집이 넓다 보니 CCTV의 사각지대도 많다는 지적이다. 부유층이 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집이 촘촘하게 붙은 일반 주택가도 절도범들에게는 비교적 손쉬운 범행대상이다. 물론 한몫 챙기기는 어렵지만 방범이 허술한 탓에 침입과 도주가 용이한 까닭이다. 범죄는 지역 환경에 따라 발생 종류와 빈도에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성범죄 사건은 주로 도심지로부터 떨어져 있거나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많기 마련이다. ●절도·성범죄 지역 CCTV·야간조명 밝게 17일 서울신문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지역 구별 5대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관악구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은 1049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884건), 강남구(855건), 광진구 (761건), 서초구(726건), 구로구(715건)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야산이 인접한 지역이거나 유흥가 주변, 좁은 골목이 있는 주택가 등에서 성폭행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성범죄 사건은 중랑구와 영등포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각각 16건씩 일어났다. 경찰은 “좁은 골목이 많은 지역인 데다 저소득 가구가 많아 ‘방임 아동’이 적지 않은 탓에 아동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루 평균 62건씩 일어나는 ‘외국인 범죄’는 구로구와 영등포구, 경기 안산 단원구가 압도적이다. 구로구 가리봉동, 안산 단원구 원곡동 국경없는마을 등은 조선족을 비롯한 동남아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특히 원곡동에는 거주민의 68%에 이르는 약 4만명(미등록 포함)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범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경찰서별로 살펴봐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는 서울 구로서가 23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산 단원서(2212건), 서울 영등포서(2195건) 순이다. 지역별 범죄 발생 빈도와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치안 요구도 다르다. 절도나 성범죄가 잦은 지역에서는 “CCTV를 더 설치해 달라. 거리 조명을 밝게 해 달라. 방범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다. 조사를 받거나 업무 목적으로 경찰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통역사가 즉각 오지 않아 불편함이 크다. 경찰서에 통역사가 항시 상주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치안 활동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경찰도 ‘지역경찰 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범죄보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등 국민중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범죄 지역 경찰서 통역사 배치 하지만 경찰의 지역별 맞춤식 치안활동은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다. 주택가에는 아직 CCTV의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성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주택가 방범 활동은 형식적이라는 시민들의 불만도 높다. 특히 외국인 범죄를 수사하는 외사계 소속 경찰관의 숫자는 전체 경찰의 1.1%에 불과한 1000여명에 불과하다. 단원서, 구로서·영등포서 등에는 통역할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범죄 대응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이 5대 범죄 등 주요 발생 사건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 검거 실적을 올리려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지역별 맞춤식 치안에 소홀한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치안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지역 경찰의 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① ‘대민 서비스’ 질 높이자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① ‘대민 서비스’ 질 높이자

    “양천경찰서 형사계 팀장 ○○○입니다. 살인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피 냄새가 지독하다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청소 좀 해주세요.” 지난해 8월 중순 금요일 오후 4시쯤 서울남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다. 직원은 퇴근 무렵이라 일정을 미루고 싶었지만 마지못해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바로 지난해 여름 단지 ‘행복한 웃음소리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흉기를 휘두른 ‘신정동 옥탑방 살인사건’ 현장이었다. 센터는 지역 검찰청 산하의 민간 봉사단체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터라 피는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숨 쉬기 힘들 만큼 냄새는 고약했다. 음식물까지 부패했다. 온통 악취가 진동했다. 센터 직원은 결국 청소대행 업체를 불러 청소를 마무리했다. 그는 “살인 현장의 피를 보니 피해자와 가족이 겪었을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몸서리쳤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바라본 유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은 말할 수 없다. 사망한 임모씨의 부인은 사건 당시 범인에게 머리를 둔기로 맞아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한 그는 “친척들이 가까이 살고 있는 곳에서 떠나기가 무섭고 두렵다.”며 한때 스마일복지센터 입소와 심리치료를 거절했다. 센터의 설득 끝에 부인과 두 자녀는 센터에 들어가 10일간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살인 현장을 흥건히 적신 피는 누가 닦아 낼까. 경찰일까, 유가족일까. 정답은 유가족이다. 또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경찰에게는 사건 현장을 뒤처리할 책임이 없다. 경찰은 사진을 찍고, 증거물을 채취하고 나면 곧장 현장을 떠난다. 때문에 현장 보존이 끝난 이후 사건 흔적을 닦고 지우고 복구하는 일은 가정이면 유가족에게, 공공건물이면 소유주가 맡을 수밖에 없다.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은 유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 뒤처리와 관련한 지원 예산이 따로 없기도 하지만 경찰 본연의 역할이 아닌 서비스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죄 현장 뒤처리를 담당하는 공식적인 정부 단체나 용역 업체는 따로 없다. 그나마 법무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는 지역 검찰청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사건 현장 뒤처리 및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차이가 크다. 사건 당일 즉각 수습하는 센터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이 되도록 처리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지원센터가 활성화되지 않아서다. 또 사건 현장 뒤처리를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이 아닌 검찰이 맡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뒷수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경찰 측은 “왜 경찰이 사건 뒤처리와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느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예산 문제 등 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경찰 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갖춰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드물었다. 형식적이다. 경찰은 2004년 8월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을 경찰청 훈령으로 제정해 공포했다. 법에 근거해 ‘피해자보호관’, ‘피해자서포터’ 등 범죄 피해자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일선서에서는 범죄피해자지원협회 등 자원 시민단체를 위촉, 도움을 받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이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보호관은 형사·수사과장 등 일선서 과장급, 피해자서포터는 담당 형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찰도 부지기수다. 경찰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상담 안내도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법무부를 통해 피해자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데 그친다.”고 털어놓은 경찰도 있다. 특히 피해자서포터의 경우 경찰 경력 10년 이상, 피해자 보호에 열의가 있는 자 등의 조건을 달고 있지만 지켜지는 곳은 드물다. 더욱이 경찰서마다 설치돼 있는 인권상담지원관인 부청문감사관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 역할을 못하는 곳이 많다. 피해자들이 먼저 이 제도를 알고 경찰에게 다가가지 않고서는 도움을 받기 힘든 구조다. 경찰청의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 역시 ‘경찰 공무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초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탓에 실효성이 낮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총론식 규정을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의 무관심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일선현장 10년전과 같아… 어깨너머로 수사 배워서야… 검시관 전문화 절실하다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일선현장 10년전과 같아… 어깨너머로 수사 배워서야… 검시관 전문화 절실하다

    “일선현장에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과학적 지식기반을 갖춘 사람들이 현장으로 파견돼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유제설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내 과학수사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 그것이 일선현장에까지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여전히 전문과학지식을 갖춘 전문 검시관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한계로 지적되는 인력과 예산의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지식기반이 안 돼 있다면 단순히 양적 팽창에 불과하다.”면서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그 인력들이 모두 전문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과학지식에 대한 교육 없이 단순히 현장에 투입하는 인력을 증원한다면 현장을 훼손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과학수사의 수준을 높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근본적으로 연구와 교육 두 분야가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과학수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기관이 없다. 유 교수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기획,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검시와 결과 분석을 담당하는 등 현재 경찰에는 연구 기능을 하는 곳이 없다.”면서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은 경찰 조직만이 모든 과학수사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경찰 독점의 과학수사가 민간 분야에서도 연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처럼 일반 대학에서 연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과학수사 교육의 질도 여전히 낮다는 것이 유 교수의 지적이다. “과학수사 교육의 전문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국가가 인증한 과학수사 관련 커리큘럼과 과정을 갖춘 대학·대학원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하도록 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선배들의 경험을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 매뉴얼을 가지고 전문화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인력확충보다 시급한 것은 법의학·법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의 확충”이라면서 “의학, 약물학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과학수사요원으로 특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지난 1992년 9월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주 헨리카운티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을 외곽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로니 민터 형사는 버려진 소파 아래서 침대 시트로 온몸이 싸여 있는 버지니아 비치의 선원 출신 제리 맥랜던(당시 35)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에 취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맥랜던이 사망한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룸메이트 데이비드 데사조와 그의 약혼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6년 뒤 법곤충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별칭 보디 팜·Body Farm)의 윌리엄 베스 박사가 나섰다. 박사는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을 뒤덮고 있던 구더기와 파리 등 곤충에 주목했다. 베스 박사는 맥랜던이 실종됐던 9월의 날씨를 분석해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와 곤충 번식속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맥랜던의 사망일자는 9월 21일 또는 22일로 추정됐다. 경찰은 22일 당일 맥랜던의 방에서 싸웠던 데사조와 약혼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데사조에게 1급 살인, 약혼녀에게 2급 살인형을 선고했다. 맥랜던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실마리는 시신에 있던 구더기들이었다.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이 사망시간과 당시 상황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 전문가가 현장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법곤충학을 현장 감식에 활용할 전문가는커녕 법곤충학을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도 전무하다. 갈수록 지능화·다각화되는 범죄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과학수사 수준은 법곤충학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물론 기본적인 현장보존과 발굴 등 증거분석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현장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눈앞에 있는 증거조차 놓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했던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에서는 최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피해자의 혈흔 등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백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백씨가 경찰관의 동행 없이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증거를 찾아낸 뒤에야 백씨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다. 과학수사는 전문인력과 첨단 장비의 결합물이다. 문제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과학수사는 1955년 세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 미흡한 점이 적잖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탓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요원 인력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방청과 250여개 일선경찰서에서 뛰는 과학수사요원들은 1100여명으로 한 경찰서에 평균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현장감식이 필요한 모든 사건에 출동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계장은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붓을 들고 지문을 찾는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낮에는 2~3인 1조로 움직이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요원 1명만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증거와 시신의 상태가 중요한 증거가 되는 변사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의사 등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2~3일이 지나서야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법의학자를 변사현장에 배치하는 ‘현장검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로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자가 23명밖에 없어 밀려드는 시신을 부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경찰 소속 검시관도 56명에 불과하다. 인력 못지않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낙후돼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는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수한 요원만이 증거물을 다룰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과학수사 분야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현장사진전문가, 지문분석전문가, 총기분석가, 문서분석가 등을 따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학수사요원을 뽑는 별도의 전형이 없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있다. 뽑힌 과학수사요원들은 4주간의 기본 과정과 현장감식, 화재감식, 현장촬영기법 등에 대한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경찰청에서는 외부전문가와 내부 과학수사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총 1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까지 6개가 구성됐다.”면서 “예산의 한계 때문에 추가 구성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전문교육 등의 부족으로 국내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장 시신 발굴과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일부 DB 분야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시신이 묻혀 있는 현장이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발굴이 힘들다. 또 선진국에서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도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됐다. DB분야에서는 지문DB 이외에 많은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자국이나 카펫 섬유 등에 대한 DB도 턱없이 적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다른 나라보다 출발점이 늦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2부)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①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자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2부)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①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자

    1979년 미국 애틀랜타. 흑인 청소년 30명이 잇따라 실종되거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일한 증거는 변사자들의 몸에 붙어 있던 같은 섬유 조각뿐이었다. 범인은 더 이상 물증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시신을 강물에 버리기까지 했다. 사건은 2년 동안 지속됐다. 목격자도, 새로운 증거도 확보되지 않았다. 사회적 관심이 낮아짐에 따라 사건이 잊혀질 정도였다. 그러나 수사는 계속됐다. 수사관들은 범인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였다. 인근지역 모든 다리 밑에서 매일 잠복했다. 1981년 어느날 강에서 ‘첨벙’소리가 났다. 경찰은 다리를 건너는 모든 차량을 검문, 웨인 윌리엄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윌리엄은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윌리엄 집의 카펫과 차량 시트 섬유가 피해자들의 몸에서 나온 것과 일치했다. 윌리엄은 30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완전범죄를 꾀하던 윌리엄의 연쇄 살인행각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끈질기게 뒤를 쫓은 전담수사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9년 이후 중요 미제사건 20건 달해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주나 지방경찰청마다 ‘장기미제 전담팀’을 꾸려 수년, 수십년 된 미제사건에 매달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제사건에 대한 장기적인 증거물 보관 시스템과 관리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미제전담반 자체도 유명무실하다. 잦은 인사 이동과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탓에 제대로 된 전담반 운용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2009년 경북경찰청이 미국 등의 장기미제 전담팀을 벤치마킹해 전담팀을 설치했다가 8개월 만에 해체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진급 누락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면서 “온다는 이도 적었지만 순환 근무로 인해 전문적으로 꾸준히 수사에 전념하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대전경찰청이 강력계 형사들로 미제전담팀을 꾸렸으나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이 전국 16개 지방청에 흩어져 있는 38명의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들을 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 등으로 묶어 지원받기로 했지만 이 역시 장기 미제사건 전담이 아니라 주요사건 발생 때 공조하는 형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미제사건 관리시스템도 허술하다. 1999년 이후 중요 미제사건은 20건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일선 경찰서에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데다 순환 인사로 사건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수사관조차 없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은 “통상 6개월 이상 범인이 잡히지 않을 경우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를 하는데 지속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관장 등의 지시에 따라 특별수사를 하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경찰도 “유가족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토착비리, 날치기 등 당장 위에서 떨어지는 그때그때의 기획수사에 매달려야 특진 등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증거물을 보관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20년, 30년 된 물증과 관련 자료들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테랑 형사를 전담팀에 배치해야 이에 따라 장기미제 증거물보관실과 함께 경찰청 차원의 전담반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발생 사건과 장기미제사건을 전담하는 인력을 나눠 수사의 연속성을 갖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 수사를 많이 해 본 베테랑 형사들을 지방청 소속의 미제전담팀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현재 경찰의 문제점인 단기 업적,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제일 큰 문제는 인력”이라고 말했다. 업무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이동이 수사의 일관성 및 지속성을 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범죄 분석관들이 소속돼 있는 지방청 과학수사계에 장기미제전담팀을 만들고, 과학 수사 요원들이 새롭게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현장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실종은 신고접수때 정확한 분석을 아울러 장기미제 사건 중의 하나인 장기실종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종전담팀을 두고는 있지만 2000~2009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현재 91건이나 된다. 경찰청이 지난 6월 ‘실종자 가족 간담회’을 열었을 때 참석자들은 “사건을 소홀히 다루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잇달아 장기미제, 실종 사건을 해결한 인천 서부경찰서의 박찬수 경사는 “처음 실종신고가 접수됐을 때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보통 미귀가와 가출의 경우 범죄와의 관련성을 크게 두지 않고 수사를 시작하다 피해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항상 범죄와 연관성을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다 보면 큰 사고를 예방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57년 만인 지난 6월, 경찰의 숙원인 ‘수사 개시권’이 명문화됐다.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수사권 조정 2라운드’ 싸움 역시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서울신문은 독자적인 수사주체로 처음 인정을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고,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힘을 쏟았고 쏟고 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또 신고·수사 절차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족한 시스템 등 수사 전반을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와 문제점, 원인을 짚고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라는 시리즈는 크게 ▲피의자에서 피해자 중심의 수사로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눠 다룰 예정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인권연대·경찰대·시민단체 등의 관계자로 ‘전문 자문단’을 구성, 조언을 들었다. white@seoul.co.kr로 제보 및 의견을 받는다. ●자문단=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특별취재팀=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경찰은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121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권익위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과실과 인권침해, 직권남용 등 부당함이 인정돼 개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다. 시정권고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수사과정과 태도 등에 부당함을 느낀 국민들의 민원 신청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질서 유지에 힘써야 할 경찰이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익위 시정권고 현황을 중심으로 경찰의 불합리한 수사관행과 수사상 과실로 국민들이 입은 피해사례를 살펴본다. ●6시간 방치 60대 남성 결국 숨져 2006년 12월 초. 112신고센터에 경북 포항시 항구우체국 앞에 한 6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 다행히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비까지 내린 혹독한 겨울 날씨에 몸은 이미 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병원이 아닌 지구대로 데려갔다. A씨는 그 뒤로 차가운 지구대 의자 위에서 6시간 이상 방치됐다. 평소에도 술에 취해 지구대를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항의하는 유족에게 경찰은 “주취자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형식적인 해명을 했다. 그러나 지구대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경찰의 잘못된 대처가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A씨에게 냄새가 난다며 신문지로 얼굴과 가슴 쪽을 덮고, 가슴을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폭행사실 등 과오를 시인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해당 경찰서에 대해 ‘보호조치 대상자 처리매뉴얼 위반’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사적인 용도로 개인정보 조회 경찰이 수사상의 필요에 의한 것처럼 속여 자신과 민사소송 중인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직권남용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는 한 40대 남성 B씨는 사적인 이유로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재직 중인 C경감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C경감이 B씨 가족의 주민번호와 은행계좌정보 등 개인정보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C경감은 B씨 가족의 은행 계좌가 개설된 지점, 이사를 간 시점까지 세세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권익위의 조사결과 C경감은 수사과정상 필요한 정보라며 수개월 동안 B씨의 거주정보를 조회해 오고 있었다. C경감은 또 은행 콜센터에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히며 B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당시 C경감이 소속된 경찰서에 시정권고를 내렸고 C경감은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돼 감봉조치를 받았다. ●청소년·장애인 등 인권보호 뒷전 인천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D군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권익위에 진정서를 냈다. D군은 이른바 ‘일진회’ 멤버로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500만원을 빼앗는 등 상습공갈 및 협박,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조사과정은 문제투성이였다. 겁에 질린 D군을 윽박질러 진술을 하게 하는가 하면 늦은 시간 조사가 끝난 뒤 차비도 없는 D군을 혼자 돌려보냈다. 경찰은 보호자나 변호인이 입회했을 때만 청소년을 조사할 수 있다는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해 결국 D군의 진술은 모두 효력이 없게 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D군에게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교도소 간다.”라고 겁을 주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밤 9시에 조사를 마칠 때까지 밥도 주지 않았다. 권익위는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에 대해 욕설과 폭언을 하고 인권보호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경찰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해당 경찰들은 자체적으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견책처분을 받기도 했다. ●“내 업무 아냐”… 수개월 기다려야 경찰이 수사를 오랫동안 지연시켜 공소시효가 지나 버리는 등 수사 지연과 업무태만도 도마에 올랐다. 경남 통영시의 한 어촌마을에 사는 70대 노인 E씨는 마을에 조직된 어촌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마을사람들과 불화가 있었다. E씨는 경찰서에 마을사람 중 한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어업피해 보상과 관련한 어촌계 내부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경찰은 비리사건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면서 담당자를 찾아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E씨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B씨가 6개월 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그제서야 “고발장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화가 난 B씨는 고발장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경찰은 “문서를 이미 파기했다.”며 사과했다. 권익위는 경찰이 제출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지 않고, 임의로 없애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전남 여수의 한 어촌계장이 6년간 저질러 온 임대료 횡령, 편취 등의 각종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해 공소시효를 넘기게 한 경찰도 있었다. 마을 주민 F씨는 어촌계장이 6년간 공동어업권을 무단으로 빌려주고 임대료를 횡령하거나 여수 인근의 무인도인 수리섬의 소유권 이전을 두고 돈을 챙기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며 어촌계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관은 수수방관했다. 특히 경찰은 어촌계장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에 지난해 6월 공소시효가 지났다. ●접수하면 신고자 보호 나 몰라라 경찰은 사건의 신고자, 목격자 등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해 오히려 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포함됐다. 40대 남성 G씨는 길거리에서 폭행사건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했다가 되레 봉변을 당했다. G씨는 그날 경기도 부천에 일을 보러 갔다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여성을 마구 때리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경찰에 알렸다. 잠시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방금 전까지 때리고 맞던 남성과 여성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맞던 여성은 경찰에게 자신을 때린 사람은 G씨라며 거짓말을 했다. 여성이 막무가내로 우기는 통에 경찰도 G씨를 폭행 피의자로 생각하고 남녀와 함께 경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다행히 현장을 떠나기 직전 또 다른 목격자가 “때린 사람은 G씨가 아니라 다른 남자”라고 진술해 오해는 풀렸지만, 경찰이 목격자 진술을 듣기 위해 차에서 내린 사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남녀는 G씨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G씨는 사건을 신고하고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됐다. 권익위는 “경찰이 신고자 보호에 소홀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피해를 입혔다.”고 시정권고했다.
  • 지하철 성범죄 5년새 2배 급증

    지하철 성범죄 5년새 2배 급증

    지하철 성폭력 범죄가 5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지만 대처할 여성 경찰 인력은 고작 4명뿐이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6~2011.7 지하철 범죄 현황 및 지하철 경찰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2006년 659건에서 지난해 1342건으로 5년 새 2배를 넘어섰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 현재 962건이 발생했다. 전체 지하철 범죄 가운데 성폭력은 56.8%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지하철 경찰대 인원 가운데 여경은 2006년 10명에서 지난 7월 현재 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더욱이 서울 이외의 지하철 경찰대에는 여경이 단 한 명도 없다. 지하철 성범죄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불구, 여성의 입장에서 피해를 접수·처리할 여경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유 의원은 “실제 성폭력 범죄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점 등을 감안, 지하철 경찰대의 여경을 증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한가위 극장 가이드] 영화 풍박 골라보자

    [한가위 극장 가이드] 영화 풍박 골라보자

    올해 극장가는 이른 추석 탓에 두드러진 ‘명절용 영화’는 없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시원한 액션부터 애절한 멜로, 긴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까지 올 추석 연휴에 볼 만한 영화를 짚어 본다. ●액션 ▲최종병기 활 감독 김한민 주연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 줄거리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군대에 여동생을 빼앗긴 신궁 남이(박해일)가 청나라 장수 주신타(류승룡)와 벌이는 추격전. 한줄 평 스토리의 정교함은 아쉽지만, 빠르고 통쾌한 활 액션과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이 압권. ▲콜롬비아나 감독 올리비에 메가턴 주연 조 샐다나, 마이클 바턴 줄거리 어린 시절 암흑조직에 부모를 잃은 여주인공이 킬러가 되어 원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한줄 평 밀도 높은 시나리오, 섬세한 액션 연기. 다만, 여주인공이 너무 완벽해 오히려 작위적. ●멜로 ▲푸른소금 감독 이현승 주연 송강호, 신세경, 천정명 줄거리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은퇴한 조폭 보스와 그를 감시하며 죽여야 하는 여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그렸다. 한줄 평 이현승의 감각과 송강호의 스타일은 매력적이지만 밀도가 떨어지는 구성이 흠. ▲통증 감독 곽경택 주연 권상우, 정려원, 마동석 줄거리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혈우병으로 인해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 한줄 평 시선 끄는 권상우의 연기 변신. 그러나 2% 부족한 멜로의 섬세함. ●드라마 ▲북촌방향 감독 홍상수 주연 유준상, 송선미, 김상중, 김보경, 김의성 줄거리 지방대학 교수인 전직 영화감독의 서울 체류기와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반복되는 만남을 그렸다. 한줄 평 전형적인 홍상수표 영화. 홍상수식 화법에 익숙지 않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챔프 감독 이환경 주연 차태현, 유오성, 박하선, 김수정 줄거리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와 절름발이 경주마가 함께 역경을 극복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야기. 한줄 평 감동은 있지만 전체적인 흡인력이 떨어진다. ●코미디·애니메이션 ▲파퍼씨네 펭귄들 감독 마크 워터스 주연 짐 캐리, 칼라 구기노, 안젤라 랜스베리 줄거리 미국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우연히 펭귄을 키우면서 따뜻한 마음을 회복해 가는 내용. 한줄 평 뻔한 내용 전개. 그래도 미소짓게 하는 짐 캐리의 힘. ▲쥴리의 육지 대모험 감독 구안호 목소리 출연 김병만, 이영아, 류담 줄거리 육지에서도 숨 쉴 수 있는 상어 쥴리가 사람들에게 잡혀간 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한줄 평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오성윤 목소리 출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김상현 줄거리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 잎싹의 모험기. 한줄 평 수려한 화면에 맛깔스러운 캐릭터를 버무려 놓은 따뜻한 애니. ●공포·스릴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감독 스티븐 쿼일 주연 니콜라스 다고스토, 엠마 벨, 토니 토드 줄거리 사고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오는 죽음과 달라진 규칙을 놓고 벌이는 숨막히는 대결. 한줄 평 더 오싹해진 공포, 식상한 이야기 틀. ▲블라인드 감독 안상훈 주연 김하늘, 유승호 줄거리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과 연쇄살인범의 대결. 한줄 평 김하늘의 정형화된 연기가 다소 거슬리지만, 긴장감을 잘 살린 스릴러.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본업은 철도경찰… 산악구조·한자강사·작가 ‘1인다역’

    본업은 철도경찰… 산악구조·한자강사·작가 ‘1인다역’

    “불과 몇 량의 열차가 운행할 때도 객차와 대합실에선 오만 가지 사건이 일어납니다.” 최두열(49)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주무관은 여러 방면에 능통한 재주꾼으로 불린다. 22년차 베테랑 철도경찰(옛 철도공안)인 그는 산악구조대장으로 활약한 등산전문가이자 철도경찰을 알리는 홍보전문가, 한자교육진흥회 전담강사,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최 주무관은 1989년부터 서울역·영등포역·청량리역 등 주요 현장에서 잔뼈를 키웠다. 철도경찰은 일반인에겐 생소한 직업이지만 철도시설과 열차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리 업무를 맡는다. 국토해양부 소속 국가공무원이다. 서대전센터에서 일하는 최 주무관은 호남선 강경~신탄진 구간에서 동료와 함께 3교대로 현장에 투입된다. 최근에는 한 역사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던 성추행범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인파 속에서 불안한 듯 주위를 살피는 남성을 발견하고 주시하다가 ‘몰카’를 찍던 범인을 체포했다. 그는 “청량리역에 근무할 때 등이 굽고 손이 갈라진 할머니가 강원도 산골에서 가져온 고사리 보따리를 훔친 범인을 강원도 원주까지 쫓아가 잡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기찻길에 얽힌 사연’과 ‘대합실에 남은 사연’이란 2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또 7년간 한국철도산악연맹 구조대장으로 활약했고, 1200번 이상의 산행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8년 겨울 일본 다테야마에서 대학 산악부 후배를 잃은 아픈 기억이 산악 안전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4년 전부터는 산을 소개하는 다양한 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한자실력도 수준급으로, 제1회 한자 대통령 선발 경진대회 1등(성인부)을 차지했다. 한자교육진흥회 전담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최 주무관은 “일반직 공무원인 철도경찰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BS 우리말 겨루기’, ‘MBC 경제매거진’, ‘EBS 한자퀴즈왕’ 등의 프로그램에 일부러 철도경찰 제복을 입고 출연한 이유다. 그는 이 같은 1인 다역의 노력을 인정받아 5일 국토부가 선정한 제2회 숨은 인재 찾기의 주인공이 됐다. 최 주무관은 “성실함과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라며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인생이야말로 정말 멋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길섶에서] 지하철 벽보/박대출 논설위원

    지하철에 온통 CCTV다. 곳곳을 감시한다. 사람도 있다. 지하철 경찰대다. 숙련된 감각이 무기다. 눈빛이 묘하고, 행동거지가 의심되면 어김없다. 범죄는 발 붙일 틈이 없어 보인다. 희망사항일 뿐이다. 사각지대는 늘 존재한다. 그래서 벽보가 등장했다. 지하철 경찰대가 붙였다. 성폭력 예방 요령을 보자. 항목이 다섯 가지다. 마지막이 “계단을 오를 때 핸드백이나 가방으로 뒤를 가린다.”로 돼 있다. 소매치기 예방 요령도 있다. 첫째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핸드백이나 가방은 앞으로 한다.” 갑자기 헷갈린다. 계단에선 성폭력을 막아야 하나, 소매치기를 막아야 하나. 핸드백, 가방의 위치가 달라진다. 전자라면 뒤다. 후자라면 앞이다. 둘 다 막을 수 있나. 쉴새없이 앞뒤로 왔다갔다 해야 하나. 경찰은 정답을 알까. 지하철에도 스마트폰 열풍이다. 다들 한눈 팔 겨를이 없다. 옆 승객이 성폭력을 당하는지, 소매치기를 당하는지 알 리가 없다.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고 했다. 도리가 없다. 본인이 조심할 수밖에.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삼성계열사 부장 비행기서 목매

    삼성계열사 부장 비행기서 목매

    삼성그룹 계열사 간부가 귀국 항공기내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인천공항경찰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 40분쯤 중국 광저우를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국내 모 항공기 안 화장실에서 삼성 모바일디스플레이 양모(43)부장이 숨져 있는 것을 승무원 박모씨가 발견했다. 승무원 박씨는 “착륙 전 승객들을 점검하다 보니 양 부장이 자리에 없고, 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다.”면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양 부장이 허리띠로 화장실 옷걸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양 부장이 유서를 남기지 않았으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수사망도 출입국 심사도 허점투성이…살인자, 유유히 고국으로

    수사망도 출입국 심사도 허점투성이…살인자, 유유히 고국으로

    #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옥탑방. 40대 중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수차례 머리를 맞은 게 결정적인 사인이었다. 범인은 범행 현장에 튄 피를 걸레로 닦고 신발 자국도 지웠다. 피가 묻은 모자는 물에 담가 유전자정보(DNA) 채취를 막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집 인근 폐쇄회로(CC) TV를 검색해 같은 모자를 쓰고 있던 중국인 방모(46)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혈흔이 남아 있던 모자에서 나온 DNA는 방씨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은 방씨의 집에 들이닥쳤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불법체류자였던 방씨는 ‘자진출국’ 신고를 한 뒤 몇 시간 만에 국내를 유유히 빠져나가 버렸다. # 허위조서 작성 혐의를 받던 서울 지역 경찰관 이모(43)씨. 그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돌연 출국했다가 올 초 귀국했다. 하지만 입국 심사대에서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당시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귀국과 동시에 검거돼야 하는 ‘A’ 수배 대상자였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입국시 이씨에 대한 통보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범죄 피의자와 지명 수배자가 제재 없이 공항을 무사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출입국 심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수사 당국과 출입국관리소 간의 공조가 부족한 탓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경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특정 피의자에 대한 ‘출입국 통보’ 요청을 받을 경우 검경에 미리 통보해 해당자가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강력범죄 피의자 등이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 적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경이 모든 피의자와 수배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통보 요청을 하지 않는 데다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방씨는 수배 직전 ‘자진출국’을 악용, 수사망을 따돌렸다. 자진출국이란 외국인이 불법체류임을 신고하면 입국 시기와 경로 등 간단한 조사만 거쳐 과태료를 물지 않고 몇 시간 안에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제도다. 출입국 심사의 구멍은 수사 기록을 가진 경찰과 출입국 정보를 가진 법무부 간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는 사건 발생 때부터 모든 수사내용이 기록된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는 이를 즉각 확인할 수 없다. 수사 당국으로부터 관련 요청이나 통보가 오지 않으면 범죄 관련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출입국을 제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진출국 전 수사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수배 전이라도 출국을 보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 수배자나 주요 피의자는 수사 당국의 요청 없이 자동적으로 출입국 통보 대상에 오르도록 하는 별도의 공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일본처럼 경찰이 출입국 심사대 앞에 상주하면서 수사 대상자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민경·이영준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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