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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권력 불만”… 승용차로, 굴착기로 경찰서 습격

    “공권력 불만”… 승용차로, 굴착기로 경찰서 습격

    공권력이 ‘항의성 폭력’에 위협받고 있다. 경찰의 법 집행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차량을 몰고 파출소로 돌진하는가 하면 굴착기로 경찰 지구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공권력 공격’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오전 9시쯤 인천시 옹진군 연평파출소 앞에서 연평도 주민 우모(50)씨가 자신의 갤로퍼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 출입문으로 돌진해 출입문과 정수기 등 기물 일부를 파손했다. 우씨는 범행에 앞서 파출소에 찾아가 자신의 음주운전을 적발한 고모 경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음주운전 사고처리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혼자 근무 중이던 고 경위가 지원을 요청하러 간 사이 우씨는 갤로퍼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했다. 우씨 부부는 지난 5월 연평도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고 경위에게 적발됐다. 술을 마신 부인이 주차장소에서 차를 빼다 벽을 들이받았고, 부인 대신 운전대를 잡은 우씨도 벽을 들이받았다. 우씨는 벌금 500만원과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고, 부인도 벌금 300만원이 부과됐다. 경찰은 우씨를 공영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남 진주에서는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황모(41)씨가 한밤중에 만취상태로 굴착기를 몰고 경찰 지구대에 난입해 경찰 순찰차와 시설물을 닥치는 대로 부수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쏜 권총 실탄을 맞고 붙잡혔다. 경찰은 난동을 피운 황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장비 기사인 황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5분쯤 술이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굴착기를 몰고 진주시 상대지구대에 난입해 순찰차와 시설물을 파손하며 40여분 동안 지구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날 오후 진주시청에서 소란을 피우다 상대지구대로 연행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데 대한 불만에서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범죄자 개인의 분노조절 문제에 있겠지만 그 저변에는 자기에게 불리한 법집행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비하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공권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이 안팎에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진주 강원식·서울 강병철기자 kws@seoul.co.kr
  • 성폭력 우범자 2만명 서면검사·주변탐문만?

    지난 11일 충북 청주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 살해하고 자살한 곽모(46)씨는 경찰 지구대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성폭력 우범자 관리대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윗집에 살았던 여성은 물론이고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경찰관들도 이 사실을 몰랐다. ●법무부, 첩보수집 개정안 마련 올 8월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하는 성폭력 우범자는 2만 73명이다. 경찰은 아동 대상 성범죄는 1회, 청소년·성인 대상 성범죄는 2회 이상 범행 전력을 지닌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재발 위험도를 구분한다. 우범자 관리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 그들의 생활실태를 직접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점관리 대상 우범자에 대해서만 관내 지구대 경찰이나 경찰서 담당자가 최신 동향을 매월 1차례씩 파악하고 있다. 곽씨와 같은 첩보수집 대상자는 3개월에 한 번 감시하는 게 전부다. 그나마 경찰이 우범자를 직접 대면하는 것도 아니다. ‘관리 대상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거주지역 지구대 경찰관이 해당 인물이 등록된 거주지에서 실제로 생활하는지, 수입이 있는지를 주변 인물 탐문이나 운전면허 조회 등으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또 깡통대책으로 그칠지 우려 ‘성범죄 우범자 관리 강화’는 경찰이 강력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습관처럼 꺼내든 대책이다. 연이은 성범죄에 경찰은 7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성범죄 우범자 2만여명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범죄 전과자들은 한층 잔인한 범죄행각을 보이며 거리를 활보했다. 경찰의 성범죄 우범자 관리는 법률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경찰청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인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와 직장 근무 여부 등을 6개월마다 확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1년마다 하던 성범죄 전과자 신상 정보 확인을 6개월마다 한다고 해서 성범죄 재발 위험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성범죄 신상 등록 대상자들의 실제 주거 상태와 위험성 등을 수시로 확인해도 모자랄 판에 6개월 주기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배경헌기자 kimje@seoul.co.kr
  • 反美로 시작된 이슬람의 분노, 反서방으로 옮겨붙다

    反美로 시작된 이슬람의 분노, 反서방으로 옮겨붙다

    이슬람을 모독한 미국 영화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이슬람권 안식일이자 금요 예배가 열리는 14일(현지시간) 이슬람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슬람 국가인 수단의 시위대 수천명은 이날 금요 예배를 마친 뒤 이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수도 하르툼 주재 영국과 독일 대사관에 난입해 건물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독일 대사관에 걸린 국기를 내리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걸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두 대사관의 창문과 가구 등 집기류는 심각하게 파손됐고 이어 화염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들 대사관 피습에 따른 사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공격하고 나서 수만명으로 불어난 시위대가 미 대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들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대사관 진입을 계속 시도하고 있어 사상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도 이슬람 모욕 영화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정부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당국은 시위대가 정부 청사 공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레바논에 도착한 날이다. 교황의 레바논 방문은 중동 지역에서 잇단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금요 예배가 열린 이날 반미 시위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로도 번졌다. 다만 이들 아시아 국가에서는 중동에서와 같은 무장 공격이나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전체 인구의 90%가 이슬람 신자인 방글라데시에는 금요 예배를 마친 1만여명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태우고 미 대사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당국은 특수기동경찰대, 병력 수송용 장갑차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대가 미 대사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350여명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지지자들이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코란 구절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미 대사관 밖에서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집회가 열렸으나 폭력 사태는 없었다. 이슬람권에서 반미 시위가 격화되자 이집트 카이로 주재 캐나다 대사관은 긴급 폐쇄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13일 카이로 미 대사관 주변에서 이어지는 시위 양상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캐나다 방송 CTV가 전했다. 릭 로스 외교부 대변인은 “예방 및 직원 보호를 위해 대사관을 폐쇄했으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를 동맹으로도, 적으로도 간주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발언으로 새 이집트 정권과 미묘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이번 반미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 이슬람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이 전국 시위를 촉구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이집트 정부와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쪽으로 해석되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외교적, 법적으로 정확하게 말했다.”면서 “우리는 이집트와 동맹 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아산 신정호 훼손…경찰대 오지 마라”

    경찰대 이전으로 인한 이주자 택지가 충남 아산시 기산동으로 사실상 결정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망권 침해 등을 들어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2016년 경찰대의 아산 이전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산동 주민들은 13일 충남지사, 아산시장과 한국농어촌공사에 이주자 택지 결정철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주민서명서와 함께 보냈다. 마을과 인근 신정호 관광지 등 곳곳에 택지 결정 반대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마을 앞 500m 전방에 시민들이 주로 찾는 신정호 관광지가 있는데 그 사이에 이주자 마을을 만들면 조망권을 침해해 우리 마을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며 택지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박완순(64) 기산1통장은 “경찰대와 아산시 등 관련 기관이 기산동 주민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택지를 결정했다.”면서 “이주자 택지에서 배출되는 오·폐수가 신정호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흙을 쌓아 택지를 조성하면 우리 마을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마을은 경기 용인의 경찰대가 이전해 오는 아산시 신창면 황산리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경찰대가 들어서는 황산리 34가구 100명 안팎의 주민들이 기산동 내 5만㎡의 농어촌공사 소유 부지로 집단 이주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갈등이 발생했다. 기산동 주민들은 이주자 택지가 자기네 마을로 확정되면 전 아산시민을 상대로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환경단체 등 지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대가 3511억원을 들여 2016년 아산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황산리 주민들이 내년 5월까지 마을을 떠나 집단 이주해야 한다. 아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기고] 해경 59주년, 새로운 60년을 준비하자/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기고] 해경 59주년, 새로운 60년을 준비하자/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10일은 해양경찰이 창설된 지 59주년이 되는 날이다. 해양경찰 창설일은 2010년까지만 해도 12월 23일이었다.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치안국 소속으로 1953년 해양경찰대가 출범한 날이다. 지난해부터 배타적경제수역(EEZ)법이 발표된 9월 10일로 변경됐다. 해양 영토를 굳건히 수호하는 데 해경이 더욱 앞장서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해경은 1953년 6척의 배와 600여명의 인력으로 출발을 알렸다. 이후 장비와 인력 규모가 크게 늘어 현재 289척의 함정, 20대의 항공기, 1만여명의 인력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의 해경은 어느덧 세계적인 해상치안 기관으로 발돋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양경찰의 성장과 발전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숱한 어려움과 질곡, 과제들이 해양경찰 앞에 놓여 있었다. 이를 이겨낸 것은 해양경찰의 투철한 역사적 사명과 해양안보 의식이다. 그리고 해양 현장에서 우리나라 해양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해양경찰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경의 치안 범위는 국토 면적의 4.5배에 달한다. 각국은 국력 신장의 기점으로 광활한 해양 영토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해양 영토를 한 뼘 더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이 맞닿은 동중국해는 해양 영토 쟁탈전이 가장 치열한 해역 중 하나다. 해양경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이유다. 해경은 올 들어 독도·이어도 해역의 해상경비력을 보강했다. 특히 지난 6월 제주해양경찰청이 신설됨으로써 이어도를 포함한 제주 해역의 수호 및 단속에 더욱 효율성을 기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특히 이어도 해역은 정치·안보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이어도 해역에 대한 중국과의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해경이 중국 어민의 흉기에 숨을 거둔 서해도 마찬가지다. 불법 조업에 따른 중국 어민들의 횡포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어업자원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사고 이후 해경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더욱 엄정한 법 집행으로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해경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당장 해양 영토의 치안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양 영토에 대한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관련 민간기관·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인력과 장비 보강 문제도 빨리 풀어야 한다. 특히 해경은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 따라 북한 의심 선박 검색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응하기 위한 장비와 인력은 너무 부족하다. 나아가 해역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5대 해양강국’ 목표에 걸맞은 전문 우수 해양인력의 양성과 연구기관의 수립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회갑을 맞는 내년 해경은 국민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해양 주권의 최후 보루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가 중요하다. 변화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 [시론] 실효성 있는 성범죄 대책 마련하려면/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시론] 실효성 있는 성범죄 대책 마련하려면/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혜진이, 예슬이, 지승이, 윤지, 유리, 그리고 최근 통영의 아름이까지…. 모두 집 근처 이웃 어른에게 성폭행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우리의 딸들이다. 며칠 전에는 밤에 자고 있던 7세 여아가 이불째 납치되어 참혹하게 성폭행당한 후 길거리에 버려지는 사건도 생겼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전국에 걸쳐 반복해 발생하는 것일까. 근본적 이유는 범죄문제를 국가의 중장기 정책 이슈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과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비슷한 유형의 성범죄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정부는 발생 직후에만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이내 잊어 버리기를 반복해 왔다. 국가적 차원의 상세한 실태조사도 없었고, 정부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도조차 없었다. 인력과 예산의 과감한 투자 대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미봉책만 있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위한다는 미사여구는 넘쳐났지만 정작 민생의 기초가 되는 범죄로부터의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랬고, 얼마 전 4·11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성범죄 대책을 포함한 특단의 치안 공약을 제시하는 대권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끔찍한 성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정치인은 경쟁하듯 일단 법부터 급조해 놓는다. 실효성 확보를 위한 사전 검증과 사후 제도적 지원은 거의 없다. 결국 현재 성범죄 대책은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신상공개제도는 제도 도입 이전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이 대상에서 빠진 탓에 성범죄자의 수 자체가 너무 적다. 재범성향이 강한 이들 중 대다수가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꼴이다. 소급효(遡及效) 인정을 통한 대상의 확대가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전자발찌 제도도 마찬가지다. 장치를 부착한 채 성폭행을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현재의 보호관찰관 인원으로는 그들을 24시간 관리할 수 없다. 충분한 인력 증원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 출소자들의 자발적 갱생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 접근 금지, 음란물 시청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긴 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구금을 강제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영국과 미국에서 효과를 보았다. 화학적 거세 역시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보다는 효과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또다시 무늬만 있고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사법기관 역시 길거리 안전 확보에 정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나 국가적 경호경비에는 면밀한 분석과 사전준비를 하면서 여성과 아이 등 국민의 안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 검찰도 조직에 주어진 제도상의 막강하고 다양한 권력을 성범죄 억제 등 국민의 체감안전을 위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법원 역시 국민 눈높이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성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양형은 국민을 자주 불안하게 했었다. 성범죄 억제의 실효성은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우선순위에 달려 있다. 형사사법기관의 촉수가 임명권자를 향해 있으면 안 된다. 방향을 바꿔 국민의 일상을 향해 놓여야 한다. 그래야 성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전해진다. 성범죄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기초는 성에 대한 건강한 사회인식에 있다. 현재 성범죄의 싹을 발아시키는 사회 토양을 개토(開土)하여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성범죄에는 경악하면서 소위 ‘걸그룹’이라고 불리는 어린 10대 소녀의 허벅지를 ‘꿀벅지’라 칭하며 환호하는 이중적 사회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이 숭고한 인격체가 아니라 상품화되고 선정적으로 물화(物化)돼서는 안 된다. 만연해 있는 음란물에 대한 정화도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검거된 아동 성범죄자들이 수백편의 아동 음란물을 탐닉했고, 아동 성범죄자들 3명 중 1명이 성폭행 직전 음란물을 시청했다는 연구결과는 이러한 필요성을 더해준다.
  •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2)‘포르노 천국’ 대한민국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2)‘포르노 천국’ 대한민국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형사님도 포르노 보면 더 자극적인 것 원하잖아요.” 2007년 12월 경기 안양에서 초교생인 여아 2명을 성폭행·살해한 범인 정성현(43)은 검거 뒤 범행을 실토하며 이렇게 말했다. 압수한 그의 컴퓨터 속 ‘로리 사진’(소아애호증을 뜻하는 로리타 콤플렉스에서 따온 말로 추정됨) 폴더에는 미성년 나체 사진 441개와 포르노 780여편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정성현이 내뱉은 인면수심의 발언 뒤에는 포르노에 중독돼 뒤틀린 성범죄자들의 비뚤어진 심리가 깔려 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3명 중 1명은 범행 직전 아동 음란물을 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23)이 “평소 어린이가 등장하는 일본 포르노물을 즐겨 봤다.”고 진술하면서 아동 음란물이 성범죄를 부추기는 촉매제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내 주요 웹하드 사이트 10개를 조사한 결과 1분마다 한 건 이상 음란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인터넷 다운로드의 35%가 음란물이며 학계에서는 한 해 국내에서 내려받는 아동 포르노가 400만편이 넘는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진화로 포르노물은 청소년들의 손바닥 위까지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포르노물에 중독 수준으로 빠져들면 왜곡된 성관념과 범죄관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외국 연구 결과 음란물을 많이 시청한 집단은 ‘아이나 여성은 성폭행당하기를 원한다’거나 ‘성폭행의 책임은 피해 여성에게 더 많다’는 등의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음란물 몇 편 본다고 당장 성범죄 의지가 생기지는 않지만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시청하면 잠재적 성범죄자의 내면에 잠복해 있는 범죄욕이 발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성범죄자 중 소아애호증 등 성도착증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라면서 “성인 여성과 관계를 맺을 수 없는 남성이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성적 호기심을 키워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970년대 30여명의 미국 여성을 연쇄 성폭행·살해했던 살인마 테드 번디는 범행 수법 대부분을 가학적 포르노에서 배웠다며 “성폭행과 연쇄살인을 막을 최상의 대안은 포르노 규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성장기의 아동·청소년들이 포르노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초·중·고교생들은 대부분 ‘성인용 매체를 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5점 만점에 3.87점)하고 있었다. 고교생 백모(17·서울 사당동)군은 “일대일 파일 공유 사이트에 검색어만 입력하면 포르노 수백 편이 뜬다. 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야동’(야한 동영상)을 어디서 내려받느냐고 묻는 어른도 있다.”고 전했다. 김봉한 청주대 교수(컴퓨터정보공학) 등이 최근 고교생 1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이버 음란물 접촉 경험이 있는 학생이 성범죄를 저지른 비율(25.4%)이 그렇지 않은 학생(5.4%)보다 4배 이상 높았다. 특히 고종석처럼 폭력성 강한 게임에 빠지면 충동적 욕구를 억누르지 못해 내면의 폭력성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0년에는 미 명문대를 중퇴한 20대 청년이 “게임 중 집 밖으로 나가 처음 만나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행인을 묻지마 살해하는 사건이 서울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유대근·이범수기자 dynamic@seoul.co.kr
  • [무서운 이웃집 아저씨들] “성적 흥분 최고조 상태서 계획대로 범행”

    집에서 잠든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범행 수법에 경험 많은 범죄 전문가들조차 경악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등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저지른 계획범행일 가능성을 주목했다. 박지선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술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의 진술과 달리)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평소 잘 아는 여성의 어린 딸 A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범행 몇 시간 전 A양의 어머니를 PC방에서 만나 “아이들은 잘 있느냐.”고 물었던 점 등으로 볼 때 가족 구성원, 집 내부 구조, 집에 침입할 방법 등을 사전에 파악해 범행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동 성범죄자 가운데 범행 전 자신이 선호하는 연령대의 어린이를 표적 삼아 그 가족과 친분을 쌓거나 아동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등 치밀하게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등 흉악범 1200여명을 만난 강덕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심리과장은 범인이 피해 어린이의 집에 도착하기 전 이미 도를 넘은 흥분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범행에 몰입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담한 범행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는 “보통 성범죄자들은 포르노물을 엄청나게 본다. 범행 전 성적 흥분이 극도로 고조됐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터널 앞에 서면 뻥 뚫린 구멍만 보일 뿐 주변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경쟁사회 낙오자, 분노·좌절 ‘절망 살인’으로 표출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비롯해 최근 연달아 일어난 ‘묻지 마 범죄’에 대해 한국에도 ‘절망 살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사이에 불안과 좌절, 상실감은 병리현상이 된 지 오래다.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체계가 근본 해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묻지 마 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은 극도의 소외·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를 갑작스럽게 표출하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박지선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4일 “여의도 칼부림 피의자 김모(30)씨처럼 분노의 대상이 나를 괴롭히는 타인, 나아가 사회 전체로 향해 있는 상태에서 곪아 터진 것이 문제”라며 “이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면 쉽게 분노한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 마식 범죄 피의자들은 경제적으로 소외된 데다 직장, 가족 구성원들과도 관계가 단절돼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적 소외뿐 아니라 사회적 소외까지 겪는 ‘외톨이’일수록 분노를 해소하지 못한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씨는 회사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밀려났으며, 이후 직장에서도 일이 풀리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격성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게 관계와 소통인데 외톨이형의 경우 이런 완충작용을 해주는 관계가 없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일반인들은 직장 동료와 상사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정치문제나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며 불만과 분노를 해소하는데 묻지 마 범죄 피의자들은 이러한 인간관계에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좌절과 박탈을 경험한다. 어렵게 취업을 하면 직장 안에서 경쟁해야 하고, 직장을 잃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대인의 불안은 심리의 문제를 넘어 병리현상으로 퍼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취업, 경제상황, 학업 등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심화돼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보건당국의 각종 통계에 따르면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 불안장애 평생유병률이 8.7%로 2006년의 6.9%에 비해 증가했다. 국민 100명 중 8~9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7년 37만 8674명에서 지난해 47만 591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때문에 경쟁사회 속에서 소외와 좌절을 느끼는 개인을 사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석헌 한국범죄심리학회 회장은 “한국 사회가 양극화 현상과 경쟁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낙오자들의 상실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결국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수준을 높이고,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명희진·김소라기자 mhj46@seoul.co.kr
  • 장신구 전락한 ‘전자발찌’…법무부 “GPS·보호관찰 강화”

    장신구 전락한 ‘전자발찌’…법무부 “GPS·보호관찰 강화”

    지난 20일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성폭행하려다 30대 주부를 살해한 서모(42)씨는 강간 3차례를 포함해 전과 12범이었다. 그는 “잡히면 (이번에도) 교도소 들어가면 되고 안 잡히면 그만”이라고 진술했다. 전형적인 자포자기형이었다. 서씨처럼 검거를 두려워하지 않는 흉악범은 절대로 전자발찌 하나로 범죄충동을 억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성범죄 등 전과자들이 전자발찌를 차고도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전자발찌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검경 신상정보 공유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자발찌 부착은 2008년 9월 성범죄·미성년자 유괴 등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전자발찌는 그동안 개량을 거듭해 현재는 4세대 제품이 쓰이고 있다. ‘휴대용 추적장치’와 ‘부착장치’, ‘재택감독장치’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4세대 전자발찌는 터널 등에서 위치추적(GPS)오차가 발생하는 등 성능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성능을 개선한 ‘5세대 전자발찌’를 올해 말까지 개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5세대 전자발찌를 장착하면 터널이나 건물 지하 등에서 와이파이(Wi-Fi) 신호를 이용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범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목적이지 원천적으로 범행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전자발찌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것만으로 재범을 막기는 힘들다.”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전자발찌 부착자들을 감시할 인력도 태부족이다. 현재 전자발찌 부착자는 1026명이지만 전담 보호관찰관은 102명에 불과하다. 보호관찰관 1명이 10명을 맡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소 사정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자만 전담할 수 없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전자발찌를 채워서 이성적 판단을 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인데 성범죄자는 성적 충동을 좀체 이기지 못한다.”면서 “밀착감시를 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22일 전자발찌 대상 범죄에 기존 살인·성범죄 외에 강도죄를 추가하고, 관할 경찰서에 전자발찌 부착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경찰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위치추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 개정과 더불어 전자발찌의 성능개선, 보호관찰관 증원 등 다각도로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은지·홍인기기자 zone4@seoul.co.kr
  • [긴급진단] 무차별 ‘묻지마 범죄’ 왜

    [긴급진단] 무차별 ‘묻지마 범죄’ 왜

    그동안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불특정 다수 대상의 ‘묻지마 범죄’가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애꿎은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날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마구잡이 총기 난사와 비슷한 유형의 범죄들이다. 암울한 경제사정 속에 빈부·계층 양극화는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적·개인적 병리현상이 이런 범죄의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아무도 범행을 예측할 수 없는 자기 포기형 강력범죄가 최근 늘고 있어 사회 전체 차원의 치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앞에서 흉기 휘둘러 4명 부상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대로변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은 전형적인 무차별 분노 분출형 범죄다. 흉기를 휘둘러 중태 1명을 포함, 4명을 다치게 한 김모(30)씨는 2009년 한 신용평가사에 스카우트돼 근무하면서 부팀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실적이 오르지 않는 데다 사내에서 자신에 대한 험담이 돌기 시작하자 스트레스를 못 견뎌 자진 퇴사했다. 김씨는 이 회사에서 퇴직한 뒤 대출업무를 하는 업체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다 다시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다른 회사에 취직해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는데 제대로 안 돼 너무 억울했다.”면서 “차라리 자살을 할까 하다 혼자 죽기 억울해 보복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천 새벽 귀가女 이유없이 폭행 앞서 지난 19일 새벽에는 인천 부평시장 인근을 걷던 여성 3명이 신원을 알 수 없는 괴한 2명에게 수십 차례 발길질과 주먹 세례를 당했다. 여성 중 1명은 코뼈가 부러지고 이가 빠졌다. 피해 여성은 “길을 걷다가 마주 오던 술취한 남성 2명과 부딪칠 것 같아 피한 뒤 계속 걸어갔다.”면서 “그런데 누군가가 뒤쫓아와 ‘야 거기 서봐’라며 1명을 무차별 폭행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은 마침 지나가던 경찰 순찰차를 세우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절도 신고가 접수돼 현장 출동 중”이라며 “112신고가 이미 접수됐으니 다른 순찰차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 담긴 폭행 장면을 토대로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쫓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 등 4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한 사건 역시 따지고 보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피의자 강모(39)씨는 술집에서 거스름돈 2만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를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에서 “비도 오고 외롭고 해서 술을 마셨는데 술값 시비도 괘씸하고 해서 마트에 들어가 과도를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20일 오후 1시 20분쯤에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편의점 앞길에서 최모(46·여)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길가던 초등학생 양모(10)군과 이모(12)양에게 길이 30㎝의 공구를 휘둘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 21일 오후 9시 30분쯤 용인시 수지구에서 50대 부부가 자신의 집 앞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2인조 괴한에게 둔기로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소통부재로 과정의 중요성 무시 최근 일어난 일련의 묻지마식 범죄에 대해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건의 원인은 범인들이 살아오면서 느낀 좌절이고, 분노의 대상은 사회 전체의 모든 사람”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대단히 갈등적, 경쟁적, 적대적이 되면서 기물 파손이나 연쇄방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사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런 묻지마식 범죄는 소위 벽을 뛰어넘는 행위인데 일단 한 번 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돼 관계없는 사람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내가 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아도 과정의 중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사회가 이런 과정의 중요성을 등한시한다.”면서 “소통을 위해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하고 살아가야 할 가치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신진호기자 dynamic@seoul.co.kr
  • [중국통신] 교통신호 위반하고 ‘나체시위’

    교통 법규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하기 위해 다가온 교통 경찰을 향해 나체시위를 벌이는 등 ‘횡포’를 부린 부부가 결국 쇠고랑을 찼다. 현지 복수 언론 18일 보도에 따르면 16일 저녁 난징(南京) 시내에서 단속을 벌이던 경찰대원은 교통 법규를 위반한 차량에 운행 중단을 요구, 차주에게 다가갔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봉변을 당했다. ’차량 압수 1개월, 벌금 200위안(한화 약 3만6000원)’을 통보하던 찰나, 남성 차주가 갑자기 휴대 중이던 휘발유를 경찰 얼굴을 향해 뿌리고 심지어 라이터까지 들이밀면서 경찰을 위협했다. 옆에 있던 동료 경찰에 의해 남성의 돌발 행동은 곧 제지되었으나 이번에는 차주의 와이프가 문제였다. 보조석에 타고 있던 차주의 아내는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교통경찰은 하는 수 없이 관할 경찰에 신고를 했고, 차주 부부가 ‘사이 좋게’ 경찰서로 연행되면서 사건은 끝이 났다. 한편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압수 및 벌금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며 얼굴을 붉혔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서울 수돗물 비상]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 쑥색 비릿한 냄새에 헛구역질”

    [서울 수돗물 비상]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 쑥색 비릿한 냄새에 헛구역질”

    경찰 순찰보트가 짙은 초록빛의 한강 수면을 양옆으로 가르며 9일 오후 2시 광나루 치안센터 앞 선착장을 출발했다. 상류 쪽인 암사동으로 뱃머리를 향했다. 섭씨 35도의 폭염을 그대로 머리에 맞으며 녹색, 아니 쑥색의 강물에서 뿜어나오는 비릿한 물냄새를 맡으니 몇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헬기에서 녹차 가루를 살포하면 이럴까, 데워진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내면 이럴까. 암사대교 건설 현장을 지나 강동대교에 이르기까지 가도 가도 한강은 녹색 천지였다. 맑은 물을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바람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출발했던 쪽으로 뱃머리를 되돌렸다. 정수 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 물이 우리의 식수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덜덜거리는 순찰 보트의 진동 때문에 생긴 멀미 기운과 섞여 욕지기가 치민다. 광진교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한 60대 여성이 “녹조가 심하다더니 정말 강물이 완전히 녹색이네. 더위 피하려고 나왔는데 저걸 보니 더 덥네.”라고 했다. 수상스키 마니아들도 대폭 줄었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평소 한강물도 원래 녹색빛을 띠긴 하지만 이렇게 진한 청록색은 처음”이라고 했다. 녹조는 둔치 쪽이 훨씬 심했다. 하수관과 연결된 곳들은 이끼가 낀 것처럼 녹색 식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하수구 주변에는 죽어서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경찰 보트에서 내려 잠실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수대교를 지나 한남대교 부근까지 이동하는 코스. 아래로 갈수록 상황이 상류 쪽보다 심각하다. 한강의 W자 형태로 굽이진 굴곡에 해당하는 성수대교 일대는 어느 곳보다 심하게 녹조로 오염돼 있었다. 20여㎞를 배로 도는 동안 멀쩡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포대교, 여의도, 성산대교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녹조가 점점 짙어지더니 오늘 최고조에 이른 것 같다.”면서 “강물에 맞닿은 구조대 건물 외벽에 녹조가 묻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4년 만에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대로라면 조류경보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이해원 수질팀장은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녹조 현상이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신진호·이영준기자 sayho@seoul.co.kr
  • 경찰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교수

    정부는 31일 성낙인(61) 서울대 법대 교수를 제8대 경찰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3년. 정부는 또 신임 상임위원으로 한진희(60) 전 경찰대학장을 선임했다. 성 신임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법대 학장, 한국공법학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특허청 특별사법경찰대 위조상품 단속 실적 ‘쑥쑥’

    2010년 9월 특허청에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특사경)가 설치된 후 ‘짝퉁’ 단속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특허청이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특사경 설치 후 올 상반기까지 압수한 위조 상품은 13만 4944점으로 정품 시가로 따지면 224억원어치에 이른다. 특히 올 들어서는 사상 최대인 7만 7726점(83억 8700만원)을 적발하는 등 해마다 압수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위조 상품 적발에 따른 형사입건 실적도 올랐다. 특사경 도입 전인 2010년 1~8월 15명에 불과했으나 도입 후인 9~12월 45명에 달했다. 2011년에는 139명,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59명으로 활발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온라인 모니터링 제도가 도입되면서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위조 상품 의심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판매중지 건수는 8829건,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이트 폐쇄를 요청한 개인 쇼핑몰은 862건이었다. ‘짝퉁’ 선호 브랜드도 매년 바뀌고 있다. 2010년에는 ‘루이뷔통’, ‘폴로’가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는 ‘MCM’, ‘샌디스크’, 올해는 ‘뉴발란스’와 ‘엠엘비’로 집계됐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경찰위 상임위원에 한진희씨 내정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경찰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에 한진희(61) 전 경찰대학장을 내정했다. 한 내정자는 충북 영동 출생으로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간부 후보 29기로 경찰에 임용돼 경찰청 경무기획국장과 서울지방청장 등을 지냈다. 숭실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찰위원회는 경찰 행정의 최고 심의·의결기관으로, 한 내정자는 오는 30일 3년 임기가 끝나는 이기묵 현 상임위원의 후임이다.
  • 여고생, 남의 스마트폰 훔쳤다 들키자 결국…

    여고생, 남의 스마트폰 훔쳤다 들키자 결국…

    # 서울 용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7)군은 지난달 지하철에서 100만원 상당의 최신 스마트폰 두 대를 주웠다. 욕심이 생긴 A군은 주인을 찾는 대신 중고품 직거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를 시도했다. 구매상은 A군의 나이나 출처 등은 ‘묻지도 않고’ 만나자고 제의했다. 거래 후에는 “대당 20만~30만원씩 쳐줄 테니 더 모아 와라. 넌 걸려도 미성년이라 크게 처벌받지도 않는다.”며 중간매집상 역할까지 제의했다. #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최근 같은 반 친구의 스마트폰을 두 대나 훔친 B(18)양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B양은 아는 ‘오빠’의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뜨려 수리비가 필요하자 범행에 나섰다. B양은 이렇게 습득한 스마트폰들을 중간책 역할을 하는 C군에게 넘기고 28만원을 받았다. C군은 여기에 대당 5만원씩을 더 붙여 평소 거래하던 장물업자에게 넘겼다. 이후 범행이 드러나 B양의 부모는 위약금과 기기값을 포함, 대당 16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물었다. C군은 장물 취득·알선 혐의로 입건됐다. 돈에 눈먼 어른이 청소년들의 도둑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바로 현금으로 사주겠다고 유혹하는 등 분별력이 떨어지는 미성년자들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는 것. 경찰 관계자는 “요즘 도난 사건 중 거의 절반이 스마트폰 관련 사건인데 이 중 상당수는 중고생 등 미성년자들이 연루돼 있다.”면서 “문제는 장물업자들이 단순히 분실폰이나 공폰(미등록 휴대전화)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10대들에게 ‘주변에 휴대전화 널려 있지 않느냐’며 절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대들이 손쉽게 현금을 얻기 위해 학교나 학원 등지에서 스마트폰을 훔치거나 찜질방 등에서 무작정 절도를 저지르는 등 무모한 행동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모은 휴대전화는 서너 단계를 거쳐 해외로 넘어가기까지 해 추적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이를 반영하듯 휴대전화 분실사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1월 1107건이던 휴대전화 분실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해 1월 1만 520건으로 1년 사이 10배나 늘었다. 지난 1월에는 5만 5205건으로 이후 다시 5배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범죄 학습효과를 우려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처음에는 어른들이 시켜서 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범죄집단을 만드는 등 방법을 응용하게 되며 갈수록 죄책감도 무뎌져 범죄 습관에 빠질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금전적 이익을 통해 범죄에 대한 쾌감이나 흥미를 느끼면 일탈문화에 편입될 소지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표 교수는 “범행을 사주한 어른들은 빠져나가고 미숙한 아이들만 범죄자로 낙인찍혀 결국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아우토반서 펼치는 추격액션 독일 드라마

    아우토반서 펼치는 추격액션 독일 드라마

    티캐스트 계열 영화 채널 스크린(SCREEN)은 9일 밤 10시 독일드라마 ‘맥시멈스피드: 코브라11’을 첫 방송 한다. 미드(미국드라마)나 영드(영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 등에 익숙한 국내 시청자들에게 독일드라마는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맥시멈스피드: 코브라11’은 독일에서 1996년부터 총 240여 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질 만큼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같은 이름의 경주 게임까지 나왔으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 경찰대의 짝패 벤 예거와 제미르 게르칸이 펼치는 좌충우돌 추격 액션이 드라마의 뼈대를 이룬다. 마음은 여리지만 불같은 성격 탓에 범인을 추격하다가 늘 사고에 휘말리곤 하는 예거와 터키계 독일인으로 침착한 성격의 게르칸 콤비가 선보이는 액션은 한국 영화 ‘투캅스’만큼이나 흥미롭다. 드라마의 또 다른 볼거리는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아우토반에서 펼쳐지는 BMW, 벤츠, 아우디 등 명차들의 현란한 추격 장면과 값비싼 명차도 예외가 아닌 차량 폭발신이다. 4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 10시 스크린에서 방영하는 ‘트루블러드’ 시즌 5는 미국 현지에서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과학 발전으로 인간과 공존하게 된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미국에서 시즌 5의 첫 회 시청자가 520만명에 달했다. 시즌 4의 마지막 회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로 전체 케이블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시즌 5에서는 더욱 치열해진 뱀파이어 간 세력 다툼과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파르타쿠스’에서 냉혹한 검투사 교관으로 나왔던 피터 멘사가 아프리카계 뱀파이어로 변신한다. 또 ‘로 앤드 오더: 성범죄수사대 SVU’에서 12년 동안 터줏대감으로 활약했던 열혈 형사 크리스토퍼 멜로니도 뱀파이어 로만 역을 맡아 새롭게 합류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0대 범죄 부추기는 돈에 눈먼 어른들

    # 서울 용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7)군은 지난달 지하철에서 100만원 상당의 최신 스마트폰 두 대를 주웠다. 욕심이 생긴 A군은 주인을 찾는 대신 중고품 직거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를 시도했다. 구매상은 A군의 나이나 출처 등은 ‘묻지도 않고’ 만나자고 제의했다. 거래 후에는 “대당 20만~30만원씩 쳐줄 테니 더 모아 와라. 넌 걸려도 미성년이라 크게 처벌받지도 않는다.”며 중간매집상 역할까지 제의했다. #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최근 같은 반 친구의 스마트폰을 두 대나 훔친 B(18)양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B양은 아는 ‘오빠’의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뜨려 수리비가 필요하자 범행에 나섰다. B양은 이렇게 습득한 스마트폰들을 중간책 역할을 하는 C군에게 넘기고 28만원을 받았다. C군은 여기에 대당 5만원씩을 더 붙여 평소 거래하던 장물업자에게 넘겼다. 이후 범행이 드러나 B양의 부모는 위약금과 기기값을 포함, 대당 16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물었다. C군은 장물 취득·알선 혐의로 입건됐다. 돈에 눈먼 어른이 청소년들의 도둑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바로 현금으로 사주겠다고 유혹하는 등 분별력이 떨어지는 미성년자들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는 것. 경찰 관계자는 “요즘 도난 사건 중 거의 절반이 스마트폰 관련 사건인데 이 중 상당수는 중고생 등 미성년자들이 연루돼 있다.”면서 “문제는 장물업자들이 단순히 분실폰이나 공폰(미등록 휴대전화)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10대들에게 ‘주변에 휴대전화 널려 있지 않느냐’며 절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대들이 손쉽게 현금을 얻기 위해 학교나 학원 등지에서 스마트폰을 훔치거나 찜질방 등에서 무작정 절도를 저지르는 등 무모한 행동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모은 휴대전화는 서너 단계를 거쳐 해외로 넘어가기까지 해 추적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이를 반영하듯 휴대전화 분실사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1월 1107건이던 휴대전화 분실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해 1월 1만 520건으로 1년 사이 10배나 늘었다. 지난 1월에는 5만 5205건으로 이후 다시 5배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범죄 학습효과를 우려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처음에는 어른들이 시켜서 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범죄집단을 만드는 등 방법을 응용하게 되며 갈수록 죄책감도 무뎌져 범죄 습관에 빠질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금전적 이익을 통해 범죄에 대한 쾌감이나 흥미를 느끼면 일탈문화에 편입될 소지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표 교수는 “범행을 사주한 어른들은 빠져나가고 미숙한 아이들만 범죄자로 낙인찍혀 결국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짝퉁 판매땐 경고없이 고발

    중구가 명동 노점상의 ‘짝퉁’ 판매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구는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와 함께 15일까지 명동 노점상을 대상으로 위조상품 판매의 문제점을 알린 뒤 16일부터 특허청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와 합동으로 불시 단속을 벌인다고 2일 밝혔다. 짝퉁을 판매한 노점에 대해서는 시정권고 없이 바로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고발되면 상표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단속 대상은 명동 중앙로와 주변 도로에 있는 의류점 69개, 잡화점 132개 등 234개 노점이다. 구는 지난해 일부 노점상이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도주한 점을 고려해 사법권까지 동원할 방침이다. 구는 지난해 가방, 의류, 선글라스, 귀걸이, 목걸이 등에 유명 상표를 부착해 판매한 노점 52개를 적발, 35개 노점을 시정권고 처분했다. 그러나 17개 노점은 단속 시점에 노점주 도주로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세계적 관광 명소인 명동에서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행위”라며 “짝퉁 판매를 근절하고 기업형 노점을 정비해 명동에서 마음 놓고 쇼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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