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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陳정통 아들 ‘병역 의혹’ 논란 확산

    진대제 신임 정통부 장관의 외아들 상국(25)씨가 이중국적 상태에서 미국 국적을 근거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네티즌과 일부 시민단체가 진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공동대표 이필상 등 3명)은 4일 성명을 내고 진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시민행동은 성명에서 “새정부의 도덕성과 개혁성에 큰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이 실망과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면서 “진 장관은 고위공직자의 사회적 의무를 돌아보고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Pen8’이란 네티즌은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진 장관의 아들은 17년6개월 이상 나이를 먹으면 한국 국적을 버릴 수 없어 병역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17세 때 국적을 포기한 게 아니냐.”면서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미국 사람을 만들었다면 매국노인 이완용에게도 면죄부를 주자.”고 비난했다.또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비난한 것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백광모’라는 네티즌은 “진 장관 아들의 이중국적이 병역기피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진 장관을 경질시켜야 노 정권은 신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진 장관의 능력을 평가하며 이중국적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유연한 반응을 보였다. ‘유연한 사고’라는 네티즌은 청와대 게시판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서 그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아버지’라는 네티즌도 “한국에 적응하지 못했던 진 장관의 아들에게까지 국적 문제를 들이미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거들었다. 이두걸기자
  • 반전여론 확산속 유가·금값 동반하락

    |런던 AFP 연합|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와 집회 등으로 반전여론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런던시장 등 국제시장에서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또 국제 금값도 미국 달러화 및 증시 강세,이라크전 지연 전망 등이 겹치면서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6주만에 최저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동반 약세를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17일 런던시장에서 4월 인도분 북해산 원유는 배럴당 52센트 떨어진 31.98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국제유가는 14일 폐장된 뉴욕시장에서 3월 인도분 경질유가 44센트 오른 36.80달러로 2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특히 2개월에 걸친 총파업으로 석유수급에 큰 차질을 빚었던 베네수엘라도 생산시설을 정상화,국내 원유수요를 자체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현지 국영회사의 발표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GNI-만의 금융 애널리스트 로렌스 이글스는 “전세계 도처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반전집회가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동시다발적으로벌어지고 있는 반전시위가 국제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런던금거래소(LME)의 금 현물가는 17일 지난 주말보다 5.20달러(1.5%) 하락한 345.55달러를 기록,지난달 7일 이후 가장 낮은 시세를 보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데다 유럽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금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 주말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의 안전보장이사회 보고 이후 이라크전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금값 하락세를 부추긴 것으로 지적됐다.
  • 마을사람 주연… 풍속영화 촬영 현장 “찍은 걸 왜 또 찍어?” “NG라 그래유”

    “한번 찍은 걸 자꾸 다시 하라 그러니께 신경질나데.”“아이구,그걸 엔지(NG)라 그러는 거예유.” “그건 그렇구.그 달집태우는 데가 우리 밭인데,뭣 좀 없는가.”“그러면 성님네 밭이라고 화면에 자막처리하면 되지.안 그렇수,박물관 양반?” 지난 15일 음력 정월 대보름.충남 서산시 지곡면 장현리 마을회관에서는 ‘영화촬영’을 하느라 한참이나 늦어진 점심을 마친 동네어른들 사이에 이렇듯 유쾌한 농담이 오갔다. ‘배우’로 ‘출연’하고 있는 동네노인들이 말하는 ‘영화’란 국립민속박물관이 만들고 있는 ‘한국의 농경세시’.장현리 사람들의 사계절 농삿일과 세시풍속 등의 모듬살이를 비디오카메라에 담고 있다.정월대보름은 겨울편의 막바지이자,겨울세시의 뼈대를 이룬다. 이 기록영화가 기획된 것은 농촌마을에 세시풍속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만 남고,풍속을 낳은 농민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했는지는 갈수록 잊혀지고 있기 때문.세시풍속은 농촌의 생산과정에서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의례지만,생산과 의례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갈수록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장현리가 선정된 데는 ‘인심’이 한 몫을 했다.지난해 겨울 민속박물관팀이 대상지역을 물색하고자 충남 일대 마을회관을 누볐지만 말도 못 붙이고 물러나오기 일쑤였다.그러나 장현리 마을어른들은 “몸을 녹이고 가라.”며 막걸리며 음식들을 권하는 등 친절히 대해주었다.결국 장현리처럼 인심좋고 단합도 잘 되는 마을이 경치좋은 마을 보다 낫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오월 단오부터 들어간 촬영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살아있는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지만,기록성에 충실하고 현장음을 최대한 활용하려다 보니 동네어른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수동적에서,적극적으로 바뀐 계기는 지난해 11월15일 시사회.민속박물관은 장현리 주민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막 제작이 끝난 여름편을 보여주었다.이날 화면에 얼굴이 자주 비친 사람들은 주연급 배우인 양 의기양양한 반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내 얼굴 어디 갔느냐.”며 섭섭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이후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작업이 쉬워졌고,카메라에 담은 ‘그림’도 훨씬 좋아졌다.동네 꼬마들은 처음부터 협력자였다.이웃 산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삼복 물놀이를 촬영하면서 전라(全裸)연기를 서슴지 않았고,수박서리에서도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했다.대보름날에도 풍물을 치며 촬영을 도왔다. 현지촬영을 진두지휘한 김시덕 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기록영화와 함께 장현리를 민속학적 차원에서 탐구한 마을지(誌)를 발간할 것”이라면서 “장현리에서 농촌의 세시풍속을 담고 나면 어촌 한 곳을 선정하여 같은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의 농경세시’는 봄,여름,가을,겨울 등 4편으로 제작되고 있으며,4계절을 50∼60분 분량으로 편집한 종합편도 오는 9월 완성된다. 글·사진 서산 서동철기자 dcsuh@
  • 한컴 사장 경질 …내홍 심화

    한글문서편집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 공급업체인 한글과 컴퓨터가 대표이사 교체를 둘러싼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컴이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김근 사장을 전격해임하고 폴류(36·한국이름 류한웅) 사외이사를 사장으로 선임한데 대해 김 전사장과 노동조합이 10일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컴은 “경영수행능력과 리더십이 부족해 김 사장을 해임했다.”고 밝혔지만 김 전사장은 성명서를 내고 “경영실적을 개선했는데도 경영능력 부재를 해임 사유로 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또 “미리 공지되지 않은 안건을 당일 회의 때 갑자기 상정,가결시키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많다.”면서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한컴 노조도 성명서에서 “이사회 결정의 적법성이 입증될 때까지 김 사장을 대표이사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신임 경영진은 한컴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주장했다.관계자는 “김 사장이 해임되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는 국민기업’이라 불리는 한컴 이사진이 모두 미국 시민권자로 구성된다.”며 우려했다. 류 사장은 한국말이 서툰 한국계 미국인으로 홍콩계 컨설팅업체 모니터그룹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한컴과 새롬기술의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류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 사장 해임경위와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일부 직원들이 도중에 퇴장하는 등 반발이 거세 실패했다. 류 사장은 오는 13일 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공직사회 인수위 평가 ‘글쎄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1개월 활동에 대한 공직사회의 평가는 부정적이다.설익거나 실현이 어려운 정책들이 터져나오는 데다 경인운하 백지화와 번복 등 정책 혼선으로 해당 부처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사회부처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지만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가 정책의 현실성을 따지기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위원회의 한 직원도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검토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는데 마치 새 정책이 시행되는 것처럼 중구난방식 발표를 하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지난 28일 신설되는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중앙인사위 사무처장을 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인사보좌관이 차관급인데 비해 인사위 사무처장은 1급이어서 직급 조정이 먼저라는 점을 간과한 인수위의 단견임이 드러났다. 인수위가 같은 날 개최한 ‘공직인사시스템개혁을 위한 국민토론회’에서 제기된 1∼3급 고위 공직자 보장임기제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현실을 무시했다.”며 냉담한 분위기다. 사회 부처의 한 직원은 이에 대해 “모든 공직자들은 국장으로 승진하는 게 최대 희망인데 한 사람에게 2년 이상 보직을 보장하면 30년 공직생활 동안 불과 10여명만 국장을 하게 돼 심각한 인사적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부처 한 관계자는 “역대 모든 정권이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교육부장관 등에 대해 잦은 교체를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경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새 정부는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수위가 공직인사 충원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50%를 수시채용으로 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직적성평가(PSAT)를 50% 도입해 2007년까지 전면 실시키로 한 상태에서 느닷없는 수시채용 발표는 또다른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방균등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재지역할당제 도입도 능력·성과 위주의 인사정책에 반하고,위헌소지마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사회부처 관료들은 “인수위가 처음에는 못마땅했으나 최근에는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 전문위원이 ‘보고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며 보고회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인간적인 모멸감을 안겨줘 5공시절 국보위처럼 설쳐댄다는 비판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인수위가 해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 입장을 보이면서 ‘이제야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경제 관련 부처는 인수위의 태도에 대체로 불만이 많다. 경제 관료들은 먼저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경제정책이 현재의 것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내용들이 많아 재계가 확신을 갖고 투자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정경제부 한 고위공무원은 “인수위가 지나치게 개혁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까지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처럼 불쑥불쑥 내놓은 것에 신뢰가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인수위 활동을 평가절하했다. 기획예산처도 재원 대책조차 없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책들을 보며 난감해하고 있다.막대한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공약사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각 부처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걸러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인수위 정책들은 이들 공약을 대부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모두 실현하려면 연간 20조∼40조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지만 재원충당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재정건전성의 손상을 우려했다. 이종락기자 부처종합 jrlee@
  • [Look! 아시아]1부 新장보고 루트르포 (5) 日’개혁만이 살길’

    |도쿄 황성기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금 금융·경제재정상을 겸하고 있는 게이오대 교수 출신의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와 정치생명을 건 투톱 개혁실험을 하고 있다.2001년 4월25일 정권을 쥔 고이즈미 총리는 침몰하는 거함 일본호를 구하는 길은 개혁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이후 낡은 금융제도와 금권,파벌정치로 통하는 일본식 정치행태들이 모두 개혁의 도마위에 올려졌다.이들을 송두리째 뜯어고치지 않고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이 중에서도 고이즈미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금융 개혁이고,‘다케나카 플랜’으로 불리는 부실채권 정리가 그 핵심이다. “해답은 나왔다.남은 것은 실행뿐이다.”(사사키 다케시 도쿄대 총장)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개혁에 보내는 일본 지식사회의 요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실행’이다. 구조개혁은 고이즈미 총리가 만든 말이 아니다.1996년 하시모토 정권 때부터 나왔다.더 거슬러 올라가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10년전 미야자와 정권 때도 비슷한 말이 있었다.오부치의 급사로 총리에오른 모리도 빠짐없이 구조개혁을 외쳤다.“문제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개혁은 유야무야됐다.”(스가누마 겐고 도쿄신문 정치부장) 90%에 육박하기도 했던 정권 지지율은 1년9개월간 오르락내리락 했어도 여전히 높다.그것은 “기대감”(스가누마 부장) 때문이다.그러나 무엇을 했는지 따져보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성적표(표 참조)를 보더라도 그가 50∼6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자체가 신기하기조차 하다. 그러나 아슬아슬하다.“주가,실업,도산이 곧 한도를 넘는다.고이즈미는 추락할 것이다.그가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입장에 있거나 그런 인재가 아니다.”(나카모리 다카즈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과장) “일본은 다케나카 플랜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세계에서 통용되는 은행경영을 하자.체력(돈)이 모자라면 공적자금을 넣어 튼튼하게 해주겠다.그 대신 부실을 만든 경영진은 물러나 달라.이런 주장이 잘못된 것인가.”(요네쿠라 세이치로 히토쓰바시대 교수) 지난해 10월 말 다케나카 플랜은 햇볕을 보기 전부터 자민당의 저항세력,그리고 그들의 엄호를 받은 은행장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학자 출신 주제에….”,“주가가 떨어지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아오키 미키오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라는 야유가 터졌다.연말에는 지방의원 600명이 개혁 드라이브에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 앞에서 가졌다. 다케나카를 경질하라는 요구에도 고이즈미는 그를 지켰다.일본 경제가 되살아나느냐 주저앉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금융체질 개선→부실 정리→대량실업과 고실업→회생의 시나리오에 다케나카 플랜밖에 없기 때문이다.“금융 문제는 아이들도 알 정도로 해결방법은 충분히 제시돼 있다.이제는 하느냐,하지 않느냐 하는 결단만 남았다.”(금융평론가 나미카와 이사오) 그러나 속도는 답답할 만큼 더디다.“경제규모가 너무 커 한국같은 V자 개혁은 어렵다.”(나카모리 과장)는 점은 누구가 공감하고 있어도 “급격한 변혁을 거부하는 정치가·관료·기업·은행의 저항 때문에 속도감이 없는 것”(요네쿠라 교수)도 사실이다. 도로공단 민영화도 마찬가지.건설을 위한 건설이 돼버린 고속도로이지만지방 유권자 표,금권을 의식한 도로족 의원 때문에 질질 끌고 있다.민영화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는데도 고이즈미는 지난해 6월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가 낸 ‘민영화’ 결론을 다시 국토교통성에 보내 구체적 방안을 제출토록 하는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우정사업 민영화도 지난해 9월 이후 ‘개점휴업’ 상태이다.그래서 “개혁은 없다.”(사회평론가 미야자키 데쓰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도요타 자동차 회장이자 일본 게이단렌 회장인 오쿠타 다케시는 고이즈미 정권을 “50점짜리 내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대담한 수술과 아픔을 겁내지만 문제해결을 늦추면 더욱 상황이 나빠지고 부담만 커진다.”(야스오카 오키하루 자민당 국가전략본부 사무총장)는 인식은 누가 뭐라든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성공이든 실패이든 “고이즈미 내각은 ‘실행내각’으로서 책임이 크다.”(우시오 지로 우지오전기 회장) 실행하느냐,포기하느냐.고이즈미 정권의 진로는 물론 일본호의 진로마저 좌우할 결단,실행만 남았다. marry01@kdaily.com◆다케나카 플랜이란 지난해 9월30일 뉴욕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고이즈미 총리는 다케나카 경제재정상에게 금융상을 겸임토록 했다.은행들로선 청천벽력의 개각이었다.그의 기용은 급속한 부실채권 정리를 의미했다.소프트랜딩(연착륙)을 기대했던 은행은 하드랜딩(경착륙)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됐다.“민간경영에 국가가 간여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가진 야나기사와 금융상은 경질됐다.국가의 간여 없이는 금융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고이즈미는 판단했던 것이다. 다케나카 플랜은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은행 자산사정을 미국식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이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기준(8%)이하로 떨어지거나 떨어질 위험이 있으면 공적자금을 투입한다.15조엔의 자금도 준비해 뒀다.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보유한 은행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과감히 국유화도 하고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다케나카 플랜이 강행되면 미즈호·미쓰이스미토모·미쓰비시도쿄·UFJ 같은4대 은행들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부실채권 정리를 원리원칙대로 할 경우 대형기업의 도산이 현실화되고 대형기업의 부채를 떠안은 대형은행도 더 이상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그런 점에서 은행의 반발이 있고,급격한 붕괴를 겁내는 기업과 자민당 저항세력이 맹렬히 그를 비판하고 있다. ★개혁 성공할까 실패할까 ***성공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고이즈미 개혁의 앞날은 어떨까.대체로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숨어있는 낙관론도 만만찮다.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자민당)은 “40∼50%만 돼도 성공”이라고 보는 낙관론자.반면 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교수(경제학)는 “고이즈미로는 안된다.”고 독설을 뿜는다. ●고바야시 유타카 개혁은 진행중이다.한국 같은 기적적인 회복은 없을 것이다.특수법인 개혁이라든가,도로공단 민영화,산업재생 등 손을 썼어야 했으나 미뤄왔던 곳에 총리가 메스를 대고 있다.그래서 비명이 나오는 것이다. 전후 57년간 쌓인 고름을 짜내고 일본이 회생하는 과정이니까 국민이 밖에서 보면 별로 진행되지 않는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착실히 개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대단히 위험한 상태이다.지금 제자리 걸음하면 경제적으로 2류국가가 된다.지금같은 디플레이션은 전후 어느 선진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모델이 있으면 따라가면 되지만 정말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렵다.”고 해도 1400조엔에 이르는 개인 금융자산이 있으니까 브랜드 상품도 사고,한편에선 “괜찮다.”고 생각한다.연봉이 100만엔 줄어도 그만큼 물가가 내려가니까 생활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그래서 위기의식이 없다.고이즈미 개혁은 40∼50%는 이뤄질 것이다.헤이세이(平成)시대 들어 14년간 10명의 총리는 개혁을 못했다. 대통령제의 한국과는 달리 의원내각제의 일본에서 개혁의 100% 달성은 무리다.고이즈미가 아니었다면 지금같은 지경에도 와 있지 않았을 것이다.다케나카 플랜은 금융을 바꾸자는 단순한 개혁보다는 일본인의 행동을 바꾸는 그런 개혁이다.일본은 2∼3년내 집중적으로 개혁을 해서 서서히 회복궤도에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고바야시 38세.와세다대 정치학과,마쓰시타 정경숙 출신.미 존스 홉킨스 대학원 국제관계대학 객원연구원을 거쳐 인터넷 관련회사 설립.2001년에 참의원에 당선.일·한 청년포럼 이사. ***실패한다 ●가네코 마사루 일본 경제 회복은 상당히 어렵다.10년 걸릴 각오를 해야 한다.감세라든가 공공사업을 해도 부실채권이 건설업체에 많으니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다.혈관이 막혀 있는데 근본 치료없이 이것저것 해봐야 피는 나오지 않는다.막히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것이 본래의 개혁이다.그것을 하자면 정치인·기업인·관료의 가장 더러운 곳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된다.고이즈미 정권은 그걸 할 수 없다.다케나카 플랜만 보더라도 실현에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준비한 공적자금 15조엔으로 충분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엄격히 따지면 은행의 부실채권은 130조엔에 이른다. 지금 일본 정부는 아무런 전략도 없이 전투에 진 병력을 조금씩 새 병력으로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또한 부실은행의 경영책임을 묻는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플랜만으로 본다면 그렇지 않다.책임을 묻는 방법이 은행장직을 그만두면 되는 것으로 바뀌어져 있다.부정회계 의혹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단호하게 처벌할 수 있는 특별입법이 필요하다.지금 다케나카 금융상의 개혁이 은행경영자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고 하지만 경제전범은 바로 다케나카이다.지금 일본인은 70%가 고이즈미를 지지하고,70%가 고이즈미 경제정책을 신용하지 않고 있고,70%가 그럭저럭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고 하는 지극히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가네코 51세.도쿄대 경제학 박사(재정학).호세(法政)대학 교수를 거쳐 게이오대 교수.고이즈미 정권의 금융개혁에 비판적인 논객으로 유명하다.‘시장과 제도의 정치경제학’,‘일본 재생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 고건 인사청문회 전망/병역등 7대의혹 ‘최대쟁점’한나라 자유투표 채택할듯

    국회는 이번 주 고건(高建)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 인선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방문,어느 정도 여야 대화정치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인준 여부를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길 것으로 보여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 문제 고 지명자는 대학시절인 1958년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입영이 미뤄지다 4년 뒤에 병역이 면제됐다.고 지명자는 60년 4·19혁명과 61년 5·16군사쿠데타 등으로 징집 자체가 연기됐고,62년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보충역으로 편입됐다고 해명했다.그러나 61년 행정고시에 합격,“미필적 고의에 의한 병역기피가 아니냐.”는 추궁을 받을 전망이다. 차남 고휘(高煇·40)씨는 84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인 1급 판정을 받았다가 87년 재검사에서 면제 등급인 5급 판정을 받았다. ●과거 행적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지난 21일 “고건씨는 정부 요직이란 요직은 거의다 거친 인물로 무사안일의 표본”이라고 반대 성명을 내며,청문회에서 7대 의혹을 철저히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고 지명자는 임명직 서울시장 재직시절 한보그룹의 수서아파트 택지개발 인허가 과정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이에 대해 그는 “3번 허가 신청을 취소했으며 외압을 거부하다 경질됐다.”고 해명했다.79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사망했으나 3일간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 때에도 1주일간 출근하지 않아 공직자로서 기본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정무수석과 내무장관 재임시절,부마사태와 87년 6월 항쟁이 발생하자 대통령에게 위수령 발동을 건의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지명자는 “10·26 당시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5·17 때는 비상계엄 확대에 반대해 사표를 낸 상태였다.”면서 “부마사태 때는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위수령 발동을 건의해 왔으나 반대했다.”고 해명했다. ●인사청문회 전망 민주당측은 “병역문제 등은 이미 지난 98년 서울시장 선거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증됐다.”면서 “고 지명자가 노련하게 야당의 공세를 피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한나라당은 개혁파 의원들이 인준을 반대하고 있으나,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기엔 정권초반부터 ‘발목잡기’라는 인상을 줄 경우의 역풍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김경운기자 kkwoon@
  • 고건, 무엇이 늘 그를 선택하게 하나

    고(故)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유신시절(4공)에는 만 37세의 나이로 전남지사를 지냈다.신군부의 위세가 높던 때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고있었다.또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때에는 교통부·농수산부·내무부장관을,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때에는 관선 서울시장을 각각 역임했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말기에는 총리로 발탁됐고,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민회의(현 민주당) 총재를 겸했던 1998년에는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초대 총리로 사실상 내정된 고건(高建)씨의 화려한 경력이다. ●명문가의 후손 고 총리내정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부친은 야당 국회의원도 지낸 고형곤(高亨坤) 전 전북대총장이다.아버지 형곤씨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꼽힌다.명 수필가로 꼽히는 고 이양하씨는 연희전문 재직시절 동료였던 형곤씨의 집을 자주 드나들었고,그때마다 재롱을 피우는 두 아들 경이와 건이를 눈여겨봤다가 지난 40년 수필로 엮어냈다. ‘경이 건이’라는 제목의 이 수필은 지난 75∼83년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여기에 나오는 건이가 바로 고 내정자다. ●직업이 장관,시장,총리 고씨는 ‘행정의 달인(達人)’이라는 평을 듣지만,공직사회에서는 ‘기록제조기’로 통한다.그는 직업이 장관이고,서울시장이고,총리라고 해도 별로 지나치지 않다.고씨는 지난 75년 전남지사에 오른 뒤 30년 가까이 이처럼 경력을 쌓아왔다.61년 고등고시 행정과 13회에 합격해 인재가 많다는 내무부의 관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40여년을 ‘상승곡선’을 그리며 살아왔다. 관운(官運)이 좋기로 소문난 나웅배(羅雄培)·진념(陳)·한승수(韓昇洙) 전 경제부총리도 고씨에게는 명함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그는 보통 정무직으로 불리는 장·차관급(도지사와 수석 포함)을 이미 8번 지냈다.이번에 총리인준을 받으면 9번으로,우리 역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고등고시 행정과 14회 출신인 진념 전 부총리가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장관 등 8번의 정무직을 거쳐 고씨의 기록에 도전할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고 내정자는 1985년 총선 때에는 민정당 후보로 고향인 전북 군산·옥구에서 출마해 금배지도 달았다. ●본인이 말하는 장수비결 고씨의 부친은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돈 받지 말라,누구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지 말라,술 마신다고 소문내지 말라.’는 게 부친의 가르침이었다.본인도 시류에 따라 줄서지 않는 것을 장수비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서울시 김우석 행정 1부시장도 “안정감과 청렴성이 고 내정자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돈 받지 말고,시류에 영합하지 말라는 것은 잘 지켰는데,술 문제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그는 술을 꽤 좋아한다.혼자서 폭탄주를 마시는 것도 취미 아닌 취미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고건 총리에게 “술을 많이 마신다는 소문이 있다는데….”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사(公私)구별은 고 내정자의 고향 후배인 행정자치부 이승우 국장의 얘기다. 이 국장은 “지난 87년 당시 전북 순창 군수로 발령이 나 고향인 옥구 군수로 가고 싶은 마음에 고 내정자를 찾아가 부탁했으나,그는 ‘인사발령이 났으면 보내준 대로 가라.’고 단호하게 거절해 섭섭했다.”고 말했다.고씨는 87년 잠시 내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동향이나 학교 후배를 챙겨주지 않기로 유명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공사구별과 관련해 물론 다른 의견도 없지 않다.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임기가 끝날 무렵 호남 출신 후배 공무원들을 많이 챙기는 등 정실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안정과 개혁 정권이 바뀌더라도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행정을 잘 알게 돼 무리수를 두지 않는 점이 장수의 이유로 꼽힌다.고 내정자는 개혁성이 뒤진다는 일각의 평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그는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부패추방을 위해 구청별 민원실의 부패지수를 측정,공개하면서 부패지수를 없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씨가 지난 2001년 3월 국제투명성기구가 주는 ‘올해의 세계 청렴인상’을 받은 것은 이러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복마전이라는 서울시의 오명이 자신의 부임 이후 차츰 사라지면서 이제는 ‘복마전 서울시’라는 명칭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소신도 있는 듯한 남산재(南山齋) 그는 대체로 모나지 않는 스타일이다.튀지도 않는 편이다.하지만 지난 80년 정무수석 시절에는 신군부의 5·17비상계엄 확대조치에 반대해 사임하는 ‘결단’도 보였다.정무수석을 그만두고 남산의 국토개발원에 고문으로 근무했다.고향사람이나 찾아오곤 하던 외로웠던 당시에 사무실 밖에 ‘남산재’라는 현판을 달았다.20층 사무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아 호를 지으면 남산재로 하겠다고 지인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관선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한보그룹에 수서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라는 외압을 끝까지 거부하다가 경질됐다. ●총대를 매지않는다(?) 고씨가 서울시장을 할 때 공보관이었던 박성중 서초구 부구청장은 “고 내정자는 정책을 결정할 때 자문위원회 개최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었으나 실수를 거의 하지 않고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다른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주요 조달업무도 조달청에 아예 위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씨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중요한 결정은 대체로 시정개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었다.물론 본인이 중요한 정책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위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는 곱지 않은 시각도 없지 않다.말많은 서초구의 화장장과 관련한 결정을 후임인 이명박(李明博) 시장에게 사실상 미룬 것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노 당선자의 한 핵심측근이 “고 내정자는 중요하거나 본인에게 영향이 있을 듯한 결정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던 게 아니냐.”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일부에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게 고건”이라고 혹평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곽태헌 박현갑 조현석기자 tiger@
  • K마트 CEO 교체/애덤슨 퇴진 ,후임에 줄리안데이 사장임명

    미국 제2의 대형 할인점 체인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K마트가 19일(현지시간) 제임스 B 애덤슨 최고경영자(CEO)를 경질하고 후임에 줄리안 데이(사진·50) 사장을 임명했다. K마트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3월 발탁됐던 애덤슨은 앞으로 이사회 의장직만 수행하게 된다. 신임 CEO 데이는 K마트의 향후 5개년 회생계획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이사회는 이 계획안을 지난주 승인했다. 이에 따라 K마트는 신임 데이 CEO를 중심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다. K마트는 오는 4월까지 3만 7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감원하고 점포 폐쇄 조치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균미기자
  • 프로이트와 담배/3.3인치의 유혹 담배

    스물네 살부터 담배를 피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여든네 살로 죽기 전까지 줄담배를 피웠다.그 때문에 말년에 구강암으로 서른 번의 수술을 거듭하면서도 그는 담배를 결코 놓지 않았다.이름만 들어도 시가를 연상케 하는 인물은 단연 처칠.위스키를 즐겼고 재치가 넘쳤으며 전쟁영웅에다 지성인,게다가 아흔 살이 넘도록 살았으니 흡연가들의 우상이 아닐 수 없다.독처럼 쓰리면서 선지자의 침처럼 달콤한 ‘쾌락과 위험의 결합물'.담배는 만병통치의 신성한 풀이자 악마의 선물이다.인간은 왜 내면의 무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듯이 담배를 버릴 수 없는가.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필립 그랭베르가 쓴 ‘프로이트와 담배'(김용기 옮김,뿌리와이파리 펴냄)와 아이리시 타임스 기자인 코너 굿맨의 ‘3.3인치의 유혹,담배'(김현후 옮김,나무와숲 펴냄)는 각각 담배에 관한 인문적 지식과 실용적 정보를 전해주는 책이다. 한국의 흡연인구는 1300만명,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68%로 세계 최상위 담배소비국 가운데 하나다.30대 흡연율은 75%를 넘어,4명중 3명은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이처럼 많은 흡연자들에게는 어떤 공통의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을까.담배 정신분석학 책이라고 할 만한 ‘프로이트와 담배'는 흡연 행위를 일종의 자기애적인 행위로 간주한다.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보호막 혹은 나르시스적 고리 같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담배를 매개로 한 프로이트 전기로도 읽힌다.저자가 밝히는 한 토막의 전기적 사실은 ‘담배연기 없이 프로이트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빈에 거주하는 젊은 프로이트는 베를린의 동료의사 빌헬름 플리스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1887년부터 1904년까지 무려 300여통의 서신이 오갔는데,프로이트가 고민을 털어놓고 플리스가 답하는 일이 많았다.고민은 담배를 끊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결단.프로이트는 치료제로 복용하던 코카인에는 중독되지 않았지만 담배에는 깊이 빠져들었다.편지 내용을 살펴보면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의 대가이면서도 금단현상으로 울증(鬱症)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저자는 이들의 편지를 추적하며 프로이트의 담배에 대한 집착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한다. ‘꿈의 해석'을 시작으로 정신분석이론을 세워가던 프로이트에게 담배는 생명의 자양분인 음식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의 자양분'이었다.프로이트의 삶과 학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담배와 밀착돼 있었으며 담배는 정신분석 이론의 ‘산파'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소설·희곡·동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정신분석서 답지 않게 재미있게 읽힌다.1만 3000원. ‘3.3인치의 유혹,담배'는 저자가 금연을 시도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쓴 ‘담배 잡학사전'.담배를 피우면서도 늘 담배에 관해 궁금해하던 점들,.예컨대 담배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씨병에 걸릴 확률을 떨어뜨리는지,담배를 끊으면 정말로 신경질적이 되는지,담배로 병을 고친다는 민간요법이 사실인지 등을 비롯해 담배에 관한 시시콜콜한 기록까지 담았다. 담배를 피우다가 끝내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유명인 이야기도 부록으로 엮었다.하루 여섯 갑의 담배를 피운 영화배우 존 웨인,‘말버러맨' 모델로 잘 알려진 웨인 맥라렌,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까지 파이프를 입에 문 영국군인 월터 롤리 등이 바로 그들이다.6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씨줄날줄] 넘치는 장관감

    어제 오늘 사이에 ‘장관에 추천은 되었겠지요.’라는 농담 섞인 인사말이 회자되고 있다.발탁은 안 되더라도 장관에 추천은 받아야 행세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인가.대통령직인수위에서 새로 출범할 정부의 18개 부처 장관감을 공개적으로 추천받았다.지난 10일부터 닷새 동안에 무려 677명에 이르렀다.대상이 아닌 국무총리나 국방부 장관을 포함하면 689명이었다.추천 기간이 아직도 남아 있고 보면 장관감이 얼마나 더 불어날지 모를 일이다.세상에 이렇게 인재들이 넘쳐 난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널리 알리어 인재를 구한 효시는 과거제일 것이다.고려의 4대 광종은 중국 사람 쌍기의 건의로 과거제를 처음 도입했다.그럼에도 나라의 감투를 공훈 대작들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장치는 여전했다.문음(文蔭),남행(南行),음사(蔭仕),음직(蔭職)이라 해서 능력이나 자질은 묻지 않고 고관의 피붙이라 해서 관직을 거저 주었다.과거로 인재를 뽑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장·차관 이상 고관에게는 특채 추천권을 주었던 셈이다.문제는 특채가 공채를 제치고 세상을 좌지우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쯤이었다고 한다.국무총리의 경질을 앞두고 내로라하는 조야의 ‘인물’ 70명을 대상으로 내부 검증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참신성이나 개혁성을 두루 갖춘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이번에 장관의 경쟁률은 평균 잡아 37.6대1이다.70대1의 절반 수준이다.무리를 해서 총리와 장관의 격을 같이 놓고 확률을 적용하자면 이번에 추천된 장관감에 적임자가 포함됐을 확률이 50%를 약간 웃돈다. 앞서 국무총리 적임자로 평가받은 그 분은 끝내 총리직을 고사했다고 한다.장관다운 장관 발탁의 어려움을 말해 준다.장관은 학문이 깊은 정책 입안자를 등용하는 것이 아니다.경력이나 사회적 지명도는 참고 사항에 그쳐야 한다.비전이 있고 개혁이라는 시대 정신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그러나 진짜 적임자는 장관직을 고사하는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추천되는 것조차 경계했던 그 사람을 발굴해 장관을 맡기는 노력이야말로 인터넷 장관 추천의 참다운 의미일 것이다.추천은커녕 장관직을 고사한 장관이 몇 명이나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인학 chung@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③ ‘황제경영’구각 벗자

    ‘재벌에는 전문경영인이 없다?’ 재벌 총수들의 ‘황제식 경영’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지탄이 잇따르면서 지난 5년간 오너들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전문경영인들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줬다.그러나 알맹이의 변화없이 형식적인 ‘립서비스’에 그쳐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여전히 총수의 ‘총대’ 역할에 그치고,충성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얼굴마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주보다 총수의 눈치를 살피며 ‘예스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제의 유명무실,이사회를 우습게 여기는 총수,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재벌시스템이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너 충성도가 좌우 해마다 재벌들의 인사내용을 보면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들이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적잖다.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높은 측근과 가신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13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 가운데 승진자 9명중 5명은 옛회장 비서실 출신이다.양인모(梁仁模)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을 비롯,SDS 김인(金仁) 사장,삼성전자 국내영업부 이현봉(李鉉奉) 사장,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李錫宰) 사장,삼성벤처투자 김상기(金相基) 사장 등이 한때 비서실에 몸을 담았다. LG도 서경석(徐京錫) LG투자증권 사장,이헌출(李憲出) LG카드 사장,남용(南鏞) LG텔레콤 사장,심재혁(沈載赫) 한무개발 사장 등이 옛 회장실 출신이다.SK그룹의 김창근(金昌根) SK㈜ 사장은 구조본 출신으로 현재 구조본부장을 맡고 있다. ●친정체제 구축의 걸림돌 현대백화점 이병규(李丙圭) 사장은 최근 정몽근(鄭夢根)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鄭志宣) 부사장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물러났다.오너 2세 등장에 전문경영인이 바뀐 것이다. 경영실적보다는 오너의 일선경영 등장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전문경영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그러나 백화점측은 “정 부회장은 계열사의 독자경영을 독려하며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그는 현대백화점의 발전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고급백화점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불렸다. ●이사회는 ‘거수기’ 오너에게 밉보인 전문경영인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재벌에는 인사원칙보다는 총수 ‘맘대로’ 인사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전문경영인들의 재임기간이 짧다.매킨지에 따르면 국내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2.9년으로 미국(6.4년)과 일본(4.6년)에 비해 크게 짧다.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때 지원을 거부하고 금강산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독자적 행보를 걷다가 경질됐다. 겉으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물러났다고 하지만 오너와의 갈등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 박세용(朴世勇) 인천제철(현 INI스틸) 전 회장의 인사는 가히 충격적이다.그는 2000년 말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서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다시 인천제철 회장으로 전보됐다.그룹 최고위급 경영인이 불과 닷새만에 두번이나 인사조치된 것은 상식밖의 일이었다.오너 형제의 파워게임에 박 전 회장만 애꿎게 피해를 본 것이다. 40대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았던 이계안(李啓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바뀌었다. 이처럼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정태수(鄭泰守) 한보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문경영인을 빗대 ‘머슴론’을 말해 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그러나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은 6공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질문에 손길승(孫吉丞) 현 SK 회장을 두고 “그는 부하가 아니라 사업동지”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래도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너에게 전문경영인이 ‘NO’라고 항명하기에는 아직 국내 인사풍토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 한,전문경영인들은 앞으로도 총수의 눈치나 살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kdaily.com ◆존폐 도마 오른 구조본부 “오너의 전위조직이다.” “순기능은 말하지 않고,나쁜쪽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재벌 구조조정본부 해체 유도’ 발언 이후 구조본이 재벌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오너만을 위해 일하는 구조본은 해체돼야 한다는 게 개혁론자들의 논리다.반면 대기업들은 구조본이 중복투자 방지,계열사 구조조정 유도 등의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구조본은 단순히 회장인 오너를 보좌하는 순수 비서업무에서부터 전략기획,인사,홍보,경영관리,구조조정 등 그룹의 모든 업무를 관할하는 ‘관제센터’다.비서실,기획조정실,종합기획실 등의 명칭으로 불리던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전 비서팀,재무팀,인사팀,감사팀,기획홍보팀 등 5팀 체제의 비서실이 현재는 비서팀,재무팀,인사팀,경영진단팀,홍보팀,법무팀,기획팀 등 7팀 체제로 강화됐다.인원은 삼성 100여명,LG 54명,SK 40여명으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다소 줄었다. 대부분 구조본 인력은 외형상 계열사 소속으로 월급을 소속사로부터 받는다.개혁론 입장에서는 이 대목도 문제다.사실상 회장을 위한 구조본 소속인원의 월급을 계열사에서 지급하는 것은 엄청난 주주권리 침해라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들은 “막강한 파워에 비해 경영실책에 대한 책임은 ‘쥐꼬리' 만큼도 지지 않는 곳이 구조본”이라면서 “외국에서는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사안”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구조본이 오히려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것이다.비서실이나 구조본 체제가 없다면 오너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경영실패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를 ‘걸러주는’ 조직이 구조본이라는 설명.또 상시구조조정 체제에서 계열사들의 ‘자사 이기주의’를 배척,구조조정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기러기떼도 맨앞에서 방향을 선도하는 기러기가 있기 때문에 무사히 머나먼 여행을 마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구조본은 수십개 계열사의 업무조정을 주도하면서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수의 막강한 권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본이 총수의 결심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결국 재벌개혁의 핵심은 구조본의 해체 여부보다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심층진단 ‘임기제 공직’-해당기관 입장

    ★검찰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된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의 중립과 엄격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지난 88년 검찰청법을 개정,‘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고 규정한 법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정권 교체를 이유로 총장 교체를 거론하는 것은 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임기제 도입 이후 임명된 10명의 총장 가운데 6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임기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의 중립성 보장을 위한 개혁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있는 제도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대검의 한 중견 간부도 “지난해 ‘피의자 사망 사건’ 이후 이명재 총장의 사임 등 위기를 맞았던 검찰이 새 총장 취임 이후 겨우 안정을 찾았으나 최근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총장이 임명되면 오히려 정권에 얽매여 정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검찰이 중립성 시비에 휘말린 이유는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임명권자의 의중에 따라 ‘알아서 행동하는’ 전철을 밟아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려대 법학과 김일수(金日秀) 교수는 “노 당선자가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고 표명한 만큼 총장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기제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를 비롯, 일부 재야 법조계에서는 총장 임기제가 검찰권을 소신껏 행사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장택동기자 taecks@kdaily.com ★한은 한국은행 임직원들에게 한은 총재의 임기보장에 대해 묻기는 쉽지 않았다.너무나 당연한 일을 새삼 목청높여 얘기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부끄럽다는 반응들이었다. 김영삼(金泳三·YS)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1993년 3월.유임이 유력했던 당시 조순(趙淳) 한은 총재가 덜컥 낙마했다.‘한은이 돈을 찍어 YS의 선거자금을 댔다.’고 비방한 정주영 당시 국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고소를 한은이 일방적으로 취하한 것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한은맨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입을 모은다. 한은이 지난 52년간 배출한 총재는 모두 21명.이 가운데 4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김세련·김성환·김건·전철환씨 등 4명뿐이다. 한은 이승일(李勝一) 부총재보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16년 재임기간중 대통령이 4명이나 바뀌었다.”면서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고 일관되게 통화신용정책을 펼치려면 정치적 중립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한근(尹漢根) 금융시장국장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이 한 나라의 금융선진지수를 측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척도가 바로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 보장 여부”라고 강조했다.돈을 찍어내는데 ‘정치적 입김’이 개입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부분의 한은 임직원들은 한은 총재의 임기보장이 노 당선자의 공약사항인 데다 현 박승(朴昇) 총재가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해온 점에서 유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대선기간때 모든 대통령 후보가 콜금리 인상불가를 외쳤으나 유일하게 노 당선자만 콜금리는 한은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힌 점도 이같은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안미현기자 hyun@kdaily.com ★군 수뇌부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등 군 수뇌부의 임기제(2년)는 설령 정권교체기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군 내부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 통수권자가 바뀐 만큼 임기제의 법 정신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우선 임기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쪽은 과거와 현재의 군내 사정이 달라졌음을 지적한다. 과거 정권 교체기 때는 정치가 안정되지 못해 군인들의 정치 개입이나 집단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새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일단 군내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기무사령관부터 경질하고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을 자기 사람으로 심은 것도 바로 군의 움직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임기제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쪽은 특히 정치권이 군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면서 통수권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정권 교체기마다 수뇌부를 갈아치우는 것은 결국 군의 정치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국방부의 한 영관급 인사는 “정권 교체 때문에 군 수뇌부의 임기를 중도하차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군이 정치권을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기제의 법 정신은 지켜져야 하지만 새로운 군 통수권자의 뜻에 따라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조직관리 측면이나 인사적체,과거의 파행적 인사 등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냐고 말한다. 이같은 주장은 주로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 소외감을 느껴온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진급 경쟁이 치열한 일부 장성급 간부들 사이에서 나온다. 조승진기자 redtrain@kdaily.com ★감사원 그동안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의 임기가 비교적 잘 지켜져 왔던 감사원은 새정부 출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임기보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지난 8일 감사원장의 임기보장 문제와 관련,“법에 정해진 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언급한데다 현 이종남 원장의 임기가 올해 9월로 끝나 조기 교체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임기제 공무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 등 모두 7명으로 임기는 4년이다.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1980년 이후 감사원장을 지낸 사람은 이한기·정희택·황영시·김영준·이회창·이시윤·한승헌씨와 현 이종남 원장 등 8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은 2년 9개월이다. 이중 이회창씨는 총리로 발탁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한승헌씨가 1년 6개월만에 정년(만 65세) 퇴임한 것을 빼면 대부분 임기를 채웠다.내부승진자 3명과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에도 비교적 정치적인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지난 97년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에도 모두 임기를 채웠다. 현재 윤은중(전 감사원 1차장)위원과 박승일(전 국정원 정보관리국장)위원등 2명만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나고,한광수(전 대검 형사부장)·정휘영(전 감사원 사무총장)·노옥섭(전 감사원 사무총장)·이원창(전 충남대 교수)위원 등은 임기가 1년이상 남았다. 조현석기자 hyun68@kdaily.com ***나는 이렇게 본다 *** ◆김영래 아주대 교수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헌법재판소장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의 임기가 보장되듯이 검찰총장,한은 총재,감사원장 등의 임기 역시 보장해야 한다.하지만 군 수뇌부나 공기업 사장 등은 이들과는 좀 입장이 다르다.군 수뇌부의 경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바뀔 경우 신임 통수권자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일각에서는 이 경우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새로운 통수권자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것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김재홍 경기대 교수 정권 교체기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직은 법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본적으로 임기를 보장해 줘야 한다.특히 검찰총장이나 각 군(軍) 총장 등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일수록 더욱 그렇다.만일 정치권이 정권 교체를 이유로 이들에 대한 임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결국 이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려 할 것이고 이들의 정치적 중립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다만,공기업 분야의 경우 전문성과 경영 평가 등을 분석,이를 토대로 보장 여부를 정하는 것이 옳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공기업사장이라든지 국정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리는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공기업사장들은 경영계약제,사장공모제 등을 통해 임명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바꾸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맞지 않다.한국은행 총재도 강한 독립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다만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주요 핵심포스트는 새 진용을 짜야 한다.때문에 검찰총장 등 정치적인 자리는 바꿀 필요가 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교수 임기제 자리는 정치권력과 중립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맞다.검찰총장도,한국은행 총재도,공기업사장도 이것은 모두 마찬가지다.하지만 지금까지 역대 정권에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임명된 경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때문에 정치중립적인 인사가 아닌데도 무조건 임기를 보장하라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따라서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분이 중립적이고 소신있게 일하는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과 교수 한국은행 총재,3군 총장 등에 대한 임기보장 문제는 현재 그 지위에 있는 사람이 새정부의 이념과 정책 노선에 어울리는 인물인가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새정부의 정책에 부합할 수 없는 사람이 자리를 유지한다면 국정수행에 불협화음이 일지 않겠는가.하지만 검찰총장 임기보장은 달리 해석해야 한다.검찰총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찰청법에 명시된 사항이다.이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선수 민변 사무총장.변호사 모든 인사에 있어서 임기가 법에 규정됐다면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요즘처럼외부에서 검찰총장 등에 대한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다만 현재 임기가 남은 사람들 가운데 새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이러한 인사가 현재 자리를 유지한다면 새정부의 국정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대상에 있는 사람들 스스로 본인의 거취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 김석중 발언 전말·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가 ‘새 정부의 목표가 사회주의적’이라고 발언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재계의 관계가 급랭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이번 일로 새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악화될 것을 재계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순균 대변인은 12일 전경련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했다.단순한 유감 표명을 넘어,김 상무의 발언내용이 사실일 경우 경질 등 보다 구체적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정 대변인은 “상무는 전경련의 임원”이라면서 “따라서 개인 의견으로서만 간주할 수는 없으며 전경련을 대표하는 목소리로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김 상무의 의견은 개인의견이 아닌 전경련의 공식의견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전경련측을 압박했다. 이처럼 인수위가 전경련측에 강하게 나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차기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오해로 대외 신인도(信認度)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당선자의 뜻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임채정 인수위원장은 지난 11일 김 상무의 발언에 대해 노 당선자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또 새 정부가 김 상무의 발언을 계기로 전경련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재계 길들이기’의 측면도 깔려 있는 듯하다. 재계 내에서는 새 정부의 재벌정책이 강하게 나올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으면서 벌써부터 반발기류도 있기 때문이다. 김상연기자 carlos@kdaily.com ★김석중 전경련 상무 문답 전경련 김석중(金奭中·47) 상무은 12일 NYT가 보도한 “인수위 목표는 사회주의적”이라는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어떤 이야기를 했나. 인수위 구성원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모른다.’고 대답하자 인수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다.구체적인 경제정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여서 단정하긴 힘들지만 노 당선자의 대선공약으로 미뤄볼 때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socialist)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사회주의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단어를 사용하겠는가.노 당선자가 일자리 250만개 창출,비정규직 고용문제 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확충하는 정책에 중점을 둔다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귀국후 돈 컥 기자와 통화는. 전화를 걸어 내가 ‘사회주의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물었다.그는 “단어를 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지만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보도경위를 자세히 알아본 뒤 정정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다.하지만 뉴욕타임스 본사에 연락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정은주기자 ejung@kdaily.com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 문답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12일 김석중 상무가 NYT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 “인용된 내용과 문맥으로 봐서 김 상무의 발언은 의도된 것으로 본다.”며 “전경련측이 발언의 진위와 근거를 밝힐 것”을 재차 촉구했다. ●노 당선자의 뜻이 반영되었나. 어제(11일)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보고했고,관계자 회의를 거쳐 성명을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오늘은나와 임 위원장이 협의했다. ●김 상무의 발언이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고 보았는데. NYT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단순한 말 실수는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상무의 발언을 전경련측 공식입장으로 보나. 상무는 전경련의 임원이다.따라서 개인 의견으로만 간주할 수는 없다.전경련을 대표하는 목소리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파문이 인수위의 재벌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나. 이 자리에서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NYT 등 세계 유수 언론에서 인수위와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잘못된 얘기가 나왔을 때 국가 신인도와 새로운 정부에 대한 불안감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원상기자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현대百 3세경영체제로

    ‘오너의 쿠데타?’ 현대백화점이 18일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창업주의 비서 출신인 이병규(李丙圭)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정몽근(鄭夢根)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鄭志宣·30)부사장을 그룹 총괄부회장에 선임했다. 현대가 3세의 경영권 장악이란 측면 외에도 ‘왕회장’의 작고이후 가신들의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왕회장’의 3남인 정몽근 회장의 장남.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과묵한 성격에 대외활동보다는 업무에 정진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지난 97년 3월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뒤 지난해 기획실장으로 임원에 오른데 이어 연초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으로승진했다. 그의 승진은 지난 9월말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백화점과 현대백화점H&S로분리될때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현대가의 3세 승계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현대자동차 정의선(鄭義宣) 전무 등 현대가의 3세인 4촌 형들보다 빨리 부회장 대열에 오른 것이다. 그룹내 지분비율은 정회장이 현대백화점과 현대백화점H&S의 지분을 각각 23.5%씩 갖고 있으며,정 부회장은 1.3%씩을 확보하고 있다.이 때문에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지분변동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면서 4개 계열사를 총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병규 사장 후임에는 하원만(河元萬·55) 경인지역본부장이 임명됐다.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이래 백화점에 근무한 정통 유통맨이다.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이 전사장의 낙마를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는 정주영 창업주의 브레인으로 활동한데다 현대백화점을 고급화시키는데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올해 능률협회가 주는 고객만족 경영대상 개인부문을 받기도 했다. 유통업계 고위관계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책임감있게 이끌었는데 아쉽다.”면서 “부회장이 아닌 상근고문으로 물러난 것을 보면 오너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그동안 오너와 이사장간에 소유구조 문제와 그룹비전 등을 둘러싼 갈등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아니냐는 풀이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가가 ‘몽’ 형제들의 그룹 분할체제가 가속화되면서 자연스레 가신들의 설 자리가 옅어지는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한편 참여연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재벌들의 ‘황제경영’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며 “최고경영자로서 자질을 검증받지 않은 2,3세들이 무분별하게 경영권을 넘겨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고이즈미 지지도 급랭

    (도쿄 황성기특파원) ‘북풍(北風)의 약발은 떨어지고 뾰족한 경제대책은없고.’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6일 고이즈미 내각 지지율이 지난 여론조사보다 무려 15%포인트 떨어진 49%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아사히(朝日)신문의 조사에서도 11%포인트 떨어진 54%를 기록했다. 10%포인트를 넘는 지지율 하락폭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 경질 파문 직후인 지난 2월 여론조사 때의 24%포인트에 이어 2번째로 컸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9월17일 북·일 정상회담 개최로 지지도를 40%에서 67%(마이니치)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 요인은 크게 세가지이다.첫째,10월 말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이후 북·일 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채 피랍자 5명의 북한 가족 귀국문제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이른바 ‘북풍 효과’가 사라진 점이 꼽힌다. 둘째,구조개혁의 핵심인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대책과 도로공단 민영화 등각종 개혁정책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비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모자라는 세수 확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담배와 발포주에 물리는 세금을 각각 1엔,10엔씩 인상키로 결정하면서 서민들의 반발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이니치는 “여론은 분명한 경기대책 우선의 경제운영을 요구하고 있지만총리가 여당 내 저항세력과 영합할 경우 지지율이 한층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사히 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65%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있으며 일본 정부의 이지스함 파병에 대해서 48%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일본의 지원에 대해서는 “협력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57%에 달했다. marry01@
  • [편집자문위원 칼럼]경제 대통령을 기다리며

    대통령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막판 후보들간의 정책대결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지난 주에는 대선 후보들간의 TV경제정책 토론이 있었다.어제 사회문화 분야 토론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등 경제문제와 관련한 공방도 적지않았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세계경제가 지극히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국과 이라크 전쟁위기,유가 불안 등 대외 변수와 가계신용 위기 가능성,내수및 수출부진,실업률 상승,국제수지 적자 등 대내외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져있는 현실이다.더욱이 북핵 위기 등 한반도 주변 정세도 심상찮아 자칫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지 모를 일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지난 중간선거 이후 차기 선거의 승리는 경제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경제수석과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이에 모두 실물경제에 정통한 민간인을 기용하여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후보들의 경제토론을 지켜보면서 과연 TV에서 토론된 경제정책에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면서 한 단계 도약할 비전이 보였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특히 앞으로 어떠한 성장 엔진을 가지고 경제에 활력을 이룩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뚜렷한 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들간의 즉흥적인 말싸움이 넘쳐났을 뿐 명확한 정책비전 제시는 미흡했다는 느낌이다.국민들이 토론내용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데 얼마나 도움이됐을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대한매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기존 재벌정책이나 시장개방 등 나타난 문제점보다 새로운 성장활력과 재도약을 위한 청사진에 대하여 현재 조직되어 있는 자문위원,명예논설위원제도를 더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심층적 대안을 제시하는것이 언론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정치,사회,문화 분야 등에서 새정부의 어젠다 설정에 많을 의견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대부분 후보들이 대선에 임박하여 그동안 전혀 검토하지도 않았던 정책들을 선심성으로 내놓았다.신문방송할 것 없이 각종 언론이 정책선거 유도를 표방했지만 경제가 정치논리에 왜곡된 사례가 많았으나 이를 집중 조망하는 노력은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교육문제도 이번 선거의 중심 이슈가운데 하나였다.고교평준화 이공계기피현상 등에 대한 대책도 다양하게 쏟아졌다.이런 가운데 지난 주 대한매일 기사 가운데 ‘이공계 문제의 참해결을 위하여’라는 데스크시각은 신선하면서 시의적절했다.정부의 대증 요법을 경계하고 보다 거시적인 대책을 주문한시각이 돋보였다. 대선 이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인 성장엔진에 대하여 기업들의 ‘새해 성장엔진’에 대한 취재와 기업투자살리기에 대한 논고도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잘 다루어졌다고 본다.결국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전반의 문제가 얽히게 되고 복잡해지게 된다. 이제야 말로 정말 경제의 근본을 다지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하는 시점이다.방향을 제시하는 언론의 객관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금룡 이마켓플레이스 협의회장
  • 선택2002/盧.鄭공조지연 속사정/공동유세 왜 않나 ‘속 모를 鄭’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MJ)대표의 선거공조가 몇 남지 않은 변수로 떠올랐다.정 대표는 지난달 25일 새벽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하자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공조를 약속했다.그런데 보름이 지난 지금껏 왜 유세지원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민주당은 정 대표에게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여의도당사 8층에 그를 위한 명예선대위원장실도 만들었다.정 대표가 지원유세에 늦게 합류하는 것이오히려 막판의 극적 분위기 연출에 도움이 된다고 자위하면서 12일쯤에는 공동유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이런 한편 한나라당도 개헌론을 내세워정 대표에게 ‘협력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정책조율 신경전 정 대표측이 노 후보 지원 착수를 지연시키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이른바 정책조율이다.“진정한 선거공조를 위해서는 대북문제 등 주요정책에서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가 던진 화두(話頭)다. 10일 현재 이 작업은 마무리단계다.‘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비롯한 ‘15개 우선조율대상 정책과제’ 대부분이 타결됐다.20여쪽으로 정리한 ‘정책조율 합의문’을 3∼4차례 주고받은 끝에 양측은 ▲6·25전쟁에서의 미국의역할 평가 ▲증여세·상속세 포괄주의 도입여부 ▲최근의 반미시위에 대한입장 등 세 부문에 대한 조율작업만 남겨 놓고 있다. 문제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금쪽 같은 시간을 정책조율에 ‘허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정 대표가 낙마(落馬)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가 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관측이 난무했다. 정 대표 주변 얘기를 종합하면 이런 관측들은 시점에 따라 부분적으로 사실에 부합한다.MJ는 지난달 15일 밤 노 후보와 국회에서 회동,후보 단일화에합의할 당시 노 후보와 단독회담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있으니 노 후보가 사퇴하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협상 끝에 여론조사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사흘 뒤인 18일 통합21측은 돌연 여론조사방식 유출시비를 제기하며 민주당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이 과정에서이철(李哲) 단장 등 협상단 전원이 사퇴했다.표면적인 이유는 유출사태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으나실제로는 정 대표가 ‘경질’한 것으로 전해졌다.한 핵심인사는 “직전 발표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 대표가 당황해어쩔 줄 몰라했다.”며 협상단 퇴진과 재협상의 배경을 전했다. 단일화 패배에 정 대표가 받은 충격은 주변에서 흘러나온 그의 언급에서 생생하게 감지된다.노 후보의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기 직전까지도 “그냥 통합21 대표 직함으로 도와주면 안되냐.”고 말해 측근들이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정 대표 측근은 그러나 “지난 1일 양당이 정책조율에 착수한 시점에는 이미 정 대표가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공동정부는 어디까지 노 후보와 정 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의미있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노 후보가 지난 4일 “정 후보는 세계를 아는 사람으로…,둘이 협력해 국정을 끌어가면 외교도,새 정치도 문제없다.”고 하자 정 대표는 5일 “5년간 국정을 같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하는 게바람직하다.”고 화답했다. 키워드는 ‘외교’와 ‘5년간 국정책임’이다.첩보수준에 머물던 노·정 역할분담론이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다.노 후보가 내치(內治),정 대표가 외치(外治)를 맡는 방안이 절충되고 있다는 것이다.통합21 핵심인사는 “단일화직후 정 대표가 외치를 자신에게 위임하라며 이를 문서화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하고 “문서 대신 신사협정 수준의 약속을 맺는 것으로 물러섰지만 외치위임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고,이것이 노·정 공조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어느 채널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양측 비서실장이 메신저라는 설도 있다.통합21 신낙균(申樂均) 최고위원은“정 대표는 뭘 어떻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측 관계자 역시 최근 “차라리 정 대표가 뭘 달라고 하면 좋겠다.”고 했다.다른 인사는 이를 “정 대표 특유의 장사꾼적 기질”이라고 했다.속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최대한 상대방으로부터 얻어낸다는 것이다. ◆결론은 아직도 안개속 노·정 역할분담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통합21고위관계자는 “수하의 누구도 자신의 전모를 알도록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재벌총수들의 행태 아니냐.”고 말했다.당내 누구도 역할분담에 대한 정대표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 10월 창당 이후두달여의 짧은 기간에도 정 대표의 핵심참모는 서너차례 바뀌었다. 분명한 것은 외치에 대한 정 대표의 관심과 의지가 지대하다는 점이다.대북문제를 정책조율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건 물론 최근 양당이 정책조율합의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일일이 문구를 손보고 있다고 한다. 여수엑스포 유치 실패와 반미시위에 대한 논평을 대변인에게 특별 당부한것이나,최근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반미시위는 미국의 고압적 자세 때문’이라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지자 직접 이 신문을 들춰보고는 “한국인의 발언을 인용한 데 불과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낸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노·정 역할분담 논의는 금명간 정책조율작업이 완료되고,두 사람이 유세현장을 뛰어다닌 이후에도 계속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진경호기자 jade@
  • 美재무장관 에번스·그램 물망,경제수석엔 스티븐 프리드먼 유력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지난 6일 전격 사임한 폴 오닐 전 재무장관과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은 언론·의회·월가와 담을 쌓고 지냈다는평이다.특히 오닐 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키기보다는 행정부내 제 3의 ‘비판자’처럼 행동해 일찌감치 백악관의눈 밖에 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차기 경제팀은 월가에 보다 친화적이고 부시 대통령의 정책기조를강력히 뒷받침할 만한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뉴욕타임스는 경제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월가는 이들의 사임에 환영을 표명했고 전경제팀과 달리 강력한 경기 진작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에 대한 충성심 중시 이르면 9일(현지시간) 후임 경제팀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과 행정 부문에서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점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경제팀이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인사일 것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재무장관에는 여러 각도에서 각계 각층의 인물들이 거론된다.대통령과의 친분 관계에서만 보면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이 오르내린다. 월가에서는 지난 8월 텍사스 경제포럼에서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적극옹호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의 찰스 슈왑 회장이 강력히 거론된다.뉴욕증권거래소의 리처드 그라소 회장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텍사스 출신의 필 그램 전상원의원도 물망에 올랐다.그러나 백악관은 이들은 낙점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신 2000년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 캠페인을 이끌었던 실리콘 밸리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제럴드 파스키와 JP 모건 회장을 지낸 데니스 웨더스톤이 급부상하고 있다.공화당 내에서는 맨해튼 개발공사 회장을 맡고 있는 존 화이트헤드 전 골드만 삭스 회장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은행 총재를 지낸 블랙스톤의 피터 피터슨 회장이 거론된다. 백악관 경제수석에는 스티븐 프리드먼 전 골드만 삭스 회장이 유력시된다.백악관 비서실 차장인 조슈아 볼턴이 부시 대통령에게 강력히 천거,사실상내정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 오닐 장관을 필두로 한 전 경제팀은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쳤다.실업률이 올라가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할 때도 현실감을 잃은 채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낙관론만 펼쳤다는 지적이다.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왜’,‘어떻게’에 대한 의문에는 시원스러운 대답을 주지 못했다.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하루가 멀다하고 기자회견과 언론과의 대담에서 이같은 갈증을 풀어 준 것과는 대조적이다.특히 오닐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감세정책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2004년 대선을 겨냥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같은 잡음을 정리할 필요가생겼고 대안으로 경제팀 경질이라는 ‘고육책’을 썼다.월가는 새 경제팀이경기 진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당초 이달에 발표될 경기 부양책이경제팀 교체로 한달 정도 늦춰졌지만 백악관의 요구대로 내달 초에는 감세정책 등 자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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