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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 휩싸인 외교부/“문책 칼날 어디까지” 술렁

    윤영관 장관이 경질된 15일 외교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충격과 공포’로 요약됐다.간간이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이는 없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조현동 북미 3과장의 문책으로 파동이 마무리되길 바랐지만,장관까지 바뀐 마당에 문책 범위는 보다 폭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특히 청와대측이 ‘외교부의 언론플레이’를 크게 문제삼고 나선 이상 인사범위는 북미국뿐 아니라 부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일부 체제 개편까지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자조섞인 진단도 나왔다. 오전 11시30분으로 갑자기 잡힌 윤 장관 이임식은 예정보다 5분여 늦어졌지만 300여 직원들은 아무도 입을 떼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한 외무관은 “윤 전 장관 주도로 부처 조직개편을 진행하기 위해 컨설팅업체까지 선정했는데 갑자기 일이 이렇게 돼서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용산 미군기지 협상,6자회담 등 산적한 현안은 어떻게 전개될지 두려움까지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희망의 단초를 얘기하는 흐름들도 있었다.한 외교부 직원은 “윤 전 장관은 이번 일을 교훈삼아 다음 장관이 오더라도 내부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분명하게 지적해주고 갔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尹외교 왜 경질됐나/自主노선 항명에 ‘읍참 永寬’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윤영관 외교부장관을 경질한 배경에 대해 “(외교부에)경고하고 인사조치하려고 했는데,윤 장관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했었다.그러나 이후 약속이행이 되지 않고 더 악화됐다.”면서 “윤 장관이 성실한 장관이지만 기강이 무너진 가운데 유능한 사람이 무엇에 필요하겠느냐.”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원칙과 기강이 선 상태에서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윤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간의 갈등이 빌미가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외교부와 NSC간에 갈등은 없다.”면서 “갈등이 있으면 내가 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러나 결론을 내고 난 뒤에 브레이크를 걸면 그건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 등에 있어 NSC와 외교부가 의견을 달리했을 때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결론을 내줬음에도 외교부 일각에서 이에 반발했고,특히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이를 뒤집어 보려했다는 점을 노 대통령은 불쾌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또 외교부 자체적으로 인사조치 등 조용히 처리하기를 희망했는데 윤 장관이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분명한 지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미국 간부들이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고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4,5급들을 솎아냈다.”면서 “윤 장관은 순둥이라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일부 북미국 간부들은 “자주파 ×들은 싹 갈아마셔야 된다.”는 말도 사석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윤 장관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 달라진 점도 교체의 요인이라는 관측이다.이라크 추가파병 결정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윤 장관이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노 대통령은 후보시절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온건개혁 합리론자로 윤 장관을 평가해 외교장관으로 기용했다.그러나 윤 장관이 입각후 균형을 잃고 미국쪽 입장에 경사됐다는 인식을 대통령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보수 성향의 한 장관은 “국무회의 등에서 보니 윤 장관이 의외로 보수적이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윤 장관에게 사표제출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윤 장관은 청와대 핵심관계자로부터 “노 대통령의 수리 여부를 고려하지 말고 일단 사표를 제출하는 게 좋겠다.”는 귀띔을 받았고,전날 밤 가까운 사람들과 폭음하면서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소영기자 symun@
  • 美·세계 주요언론 반응/“중도적 윤장관 전격교체 뜻밖”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서울 이도운기자|윤영관 외교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에 워싱턴 조야는 한마디로 ‘뜻밖’이라는 분위기다.외국의 각료 교체와 관련해 미 행정부가 일일이 대응하진 않지만 한국측 외교채널을 통해 사임 배경에 간접적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한·미·중·일 등 당사자간 접촉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의 ‘외교 수장’이 교체된 데 의아하다는 표정이다.윤 장관이 ‘친미’ 쪽으로 기울었다는 한국 내의 일부 지적과 달리 미 국무부 내부에서는 역대 한국의 외무장관과 비교해 ‘중도적’이라는 평을 얻었다고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과 세계 각국의 주요언론도 일제히 서울발로 윤 장관의 경질 소식을 전하며 그 배경과 후임 인선,대미 정책 변화에 관심을 표시했다. CNN은 “윤 장관의 사임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국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서너명의 후임자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노 대통령이 외교부가미국에 대한 독립적 외교 정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윤 장관의 사임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또 “노 대통령이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약속하며 지난해 2월 취임했으나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고,북한 핵에 대한 강경한 대응 때문에 지지층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고 윤 장관의 사임에 정치적 고려가 가미됐음을 시사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서울발 기사에서 “노 대통령이 외교부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좌경적(left-leaning) 측근들을 비판한 것과 관련,윤 장관의 목을 잘라(sacked) 동맹국인 미국과의 거리를 뒀다.”고 다소 신랄한 어조로 보도했다. mip@
  • 북미3과장·북미국장 징계할 듯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공·사석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대미정책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외교부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았다. ▶관련기사 4면 이번 파문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숭미주의적 외교부내 기득권 세력인 북미국 라인 간부들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징계대상과 징계수위를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된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1인 이상의 발설자를 포함,징계대상자는 3∼4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발설자로 지목되는 조현동 북미3과장을 비롯해 지휘책임이 있는 위성락 북미국장 등이 징계대상으로 지목된다. 관계자는 징계수위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와 외교부 자체징계위원회를 거쳐 윤 장관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북미국장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으로 떠나 6자회담 미국측 인사들을 만나 2차 6자회담 개최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정수석실은 외교부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사석에서 정부 정책이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하는 일이 잦다는 정보에 따라 확인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국무총리실과 감사원 등을 주축으로 관련 부처에서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상시 감찰에 들어가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영 대변인은 야당에서 ‘공무원의 사석발언을 문제삼는다.’며 반발하자 “회의나 사무실 등에서 그런 유사발언이 반복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며 회사원이 최고경영자(CEO)나 경영방침에 대해 공공연히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다니면 그 회사에 끼치는 영향이 없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은 외교부 징계파문에 대해 “5호 담당제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청와대를 공격했다.기자와 외교관의 통화내용 조회 의혹에 대해서도 “국회 상임위를 열어 따지겠다.”고 밝혔다.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이라크에는 사담후세인,대한민국에는 사담후폐인(私談後廢人)만 있다는 시중의 우스갯소리에 청와대는 귀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소영 박정경기자 symun@
  • 신기남의원 맹비난/‘崇美’ 외교간부들 즉각 경질시켜야

    “그들이 보기에 대통령이 대통령같아 보였겠는가?”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13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을 폄하한 외교부 간부들을 향해 던진 독설이다.그는 “숭미(崇美)주의적 외교부내 기득권 세력인 북미국 라인 간부들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나라당 등 야당의 징계반대 기류속에 사실상 여당의 핵심인사가 공개적으로 인사조치를 요구한 것이어서 파문이 더 확산될 조짐이다. 신 의원은 이번 설화사태를 ‘무능의 대명사’였던 외교부 대미라인 간부들이 빚어낸 ‘준비된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외교부의 대미 외교라인은 새로운 한·미관계의 정립이라는 외교적 과제에 대한 고민없이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주장한 뒤,“이들의 친미주의적 외교 활동때문에 북핵문제 해결 관련 국제 메커니즘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참여정부의 평화 번영정책이 햇볕정책의 후퇴로 비쳐지게 되었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이번 총선 후 대통령이 해양부나 과기부만 맡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 간부들이야 말로 외교라인에서 들어내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美재무부, 오닐 기밀유출 조사

    |워싱턴 연합|미 재무부는 12일 CBS방송의 ‘60분’에 출연,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한 폴 오닐(사진) 전(前) 재무장관이 재무부의 기밀서류로 보이는 서류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감사관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롭 니콜스 재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방영된 ‘60분’ 프로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기밀서류로 보이는 서류가 있었다.”면서 “재무부의 고위 관리들이 12일 오전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재무부 감사관에 조사를 의뢰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감사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사 여부가 결정나게 된다. 지난 2002년 12월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반대하다가 경질된 오닐 전 재무장관은 ‘60분’ 프로에 출연,“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몇개월 전에 이미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는 등 백악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행정부를 떠나는 관리들이 일정 서류를 갖고 나오는 일은 관례로 인정되는 만큼,재무부의 이번 감사는 오닐 전 재무장관이 기밀정보를 담고 있을 수도 있는 서류를 어떻게 TV 인터뷰에서 공개하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사설] 오세훈 의원의 용기있는 퇴장

    세상만사를 꿰뚫는 상식은 잘한 자는 칭찬받고,잘못한 자는 질책받아야 한다는 것이다.또 잘한 자는 겸손해야 하고,잘못한 자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적반하장(賊反荷杖)에다 오불관언(吾不關焉)인데,왜 그 몫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야 하는가. 한나라당의 오세훈 의원이 6일 제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일반적인 분류로 보자면 오 의원은 한나라당의 소장개혁파 의원이다.평가에 있어서도 의정활동 성적이 나쁘지 않고,시중에 나도는 물갈이 대상도 아니고,부패와 연루된 의혹도 없다.그래서 오 의원의 자진사퇴는 정치권의 풍토로 볼 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오 의원은 불출마의 변으로 “정치개혁의 실현을 목표로 삼았으나,오히려 상실을 경험했다.”면서 “부끄러운 입으로 선배들에게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부끄럽다.”고 말했다.본인의 기준에서 이런 얘기를 했겠지만 듣는 사람도 부끄러워 해야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오 의원의 말처럼 부끄러워하고,반성하고,“내 탓이오.”하면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물갈이 얘기만 나오면 온통 세상이 그릇되는 양 신경질적인 반응이고,기득권을 건드리면 사생결단으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아직도 부정부패와 관련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정치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부패 혐의로 숱하게 검찰의 출두요구를 받고 국회에 체포동의안까지 제출됐던 의원들 가운데 불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물의만 빚어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공인들이 오히려 ‘명예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그렇게 비난받으면서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불체포특권이나 누리는 것이 그들의 행태다.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공감을 얻고,눈길을 끄는 것은 오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도 있지만,진정 정치권를 떠나야 할 정치인들이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는 사실을 남은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김영희 이혼클리닉 -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무능한 남편, 갈라서고 싶습니다

    35세 주부입니다.여섯살,네살 난 아들,딸이 있습니다.7개월 전 직장에서 해고된 남편(39세)은 일자리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온갖 신경질에다 손찌검까지 합니다.이혼하고 싶습니다.길을 가르쳐 주세요.-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장은영(가명) 장은영씨.지금 우리나라에는 정리해고 당한 실업자가 2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정부가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얼마 전 모 은행지점 차장이 “요즘엔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더군요.다섯 식구 생명줄인 직장에서 명퇴하라는 전화가 올까봐 그렇답니다. 3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손발이 다 잘린 듯 밤낮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은영씨 남편은 자신은 인생의 낙오자란 심정으로 마음속으로 자살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아이들 기죽이지 않고 잘 키우고 싶은데 돈 한푼 못 벌고 있는 남편이 온갖 신경질에다 손찌검까지 하니 정말 속이 뒤집히겠지요.괴로운 마음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은영씨.세상에는 도박·외도·가정폭력·알코올중독·무단가출 등 별의별 행동으로 가정을 뒤흔드는 남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원수,원수하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은…,아마도 그것이 부부인가 싶습니다. ●경제적 불화로 가정이 깨진다면… 은영씨.우리 이혼을 생각해 봅시다.이혼당한(?) 남편은 그 충격으로 폐인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또한 파괴된 가정 속에서 두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요?지금은 이혼하고 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것 같지만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칠 수 있다는 걸 꼭 생각해 보세요.정말 뜻대로 안되는 게 세상사거든요.한 가정이 경제적인 불화로 파괴된다면 가정의 소중함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은영씨.오늘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16년 전 어느 날,출근했던 남편이 1시간도 채 안돼 돌아와선 “나 사표 던지고 왔어.”라고 하더군요.성품이 대쪽 같은 남편은 타협이나 두루뭉술 넘어가는 게 없어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었기에 ‘올 것이 왔구나.’생각했습니다.“여보 잘했다.당신 그동안 일만 했어요.당신같이 실력있는 사람 어디서 찾아? 우리 제주도 갑시다.신혼여행 간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네.”라고 했습니다.남편의 마음속에 끓고 있을 울분을 생각하며 가슴속에서 철철 눈물이 흘렀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얼마나 속상했으면 사표를 던졌을까.호랑이는 배고파도 풀을 먹지 않는다지….남편이 집에서 쉬고 있는 동안 그때그때마다 남편의 지갑에 용돈을 채워 주었어요.친구들 만날 때 얄팍한 지갑 때문에 기죽을까봐 친정에서 돈을 얻어서라도 그렇게 했지요. ●“사랑과 용기로 고비를 이겨봐요” 1년 넘는 남편의 실직으로 집안 사정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나보다 몇 백배 더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을 남편이 안쓰럽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커피나 과일을 내놓을 때도 아꼈던 예쁜 그릇을 꺼내 썼고,단 한번도 궁색한 형편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남편을 사랑해서라기보다 부부 사이엔 사랑보다 더 진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남편은 그때의 내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은영씨.지난해 11월 뉴스를 통해 남극 세종기지 연구대원들의 안타까운 조난소식을 들었지요.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눈보라 폭풍 속에서 그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체온으로 감싸 안으며 반드시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로 극한상황을 견뎌 냈기 때문이었습니다.희망은 빛이고,모든 것을 가능케 하며,우리에게 기적을 만들어 줍니다. 은영씨.지금 남편에겐 하늘 아래 당신밖엔 아무도 없습니다.은영씨는 생명수입니다.지금 남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자포자기입니다.당신만이 남편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오늘밤 애들 잠재워 놓고 아파트단지 벤치에 앉아 남편 손을 잡고 “당신을 사랑해.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애들과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며 남편 가슴에 안겨보세요.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어려운 인생 고비를 믿음과 사랑,이해와 용기로 극복해 나가는 것,그것이 인생승리 인간승리입니다.결혼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의무와 책임도 따라야 합니다.은영씨 가정이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지는 날 두고두고 남편에게 큰소리쳐가며 사세요.슬기와 인내로 위기를 극복해준 당신에게 한없는 고마움과 존경심을 가질 것입니다.
  • 공기업 새달 ‘인사태풍’ 예고

    정부는 공기업을 비롯한 정부산하기관장에 대해 임기를 보장해주지 않기로 했다.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정부산하기관에 ‘인사태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능력이 있는 경우는 연임도 보장해 주겠지만,그렇지 않은 경우는 임기와 관계없이 경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과거 정부산하기관장의 경우 수·우·미·양·가로 평가할 때 수는 연임이 되고,우와 미를 받은 경우는 임기가 보장됐지만 앞으로는 미를 받은 경우에도 경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원칙적으로 참여정부 출범 후 임명된 경우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이번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여 임기 보장 않겠다” 정 수석은 “과거보다 경질대상의 폭과 기준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인사폭은 대폭일 것”이라고 역설했다.그는 “다음달 중순이 돼야 평가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을 포함해 정부산하기관은 모두 419개다.이중법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정부투자기관 사장을 포함해 모두 44개 기관(자리로는 65개)이다.참여정부 출범 후 이중 주택공사와 관광공사 등 20개 기관의 사장 등을 새로 선임했다.나머지는 장관이 임명하거나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등 선임방법은 제각각이다.기획예산처는 202개 기관에 대해 개혁과제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평가하고 있으며,다음달 말 결과가 발표된다. 이와 관련,정 수석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기관장의 업무능력 등이 문제가 있는 경우는 임기와 관계없이 경질할 것”이라며 “장관이 임명하는 경우에도 참고자료를 넘겨서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419개 기관중 규모와 비중이 큰 약 200개 기관의 기관장이 사실상 업무결과에 따라 진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포함된다.배희준 농업기반공사 사장이 이날 사표를 내 규모가 큰 13개 정부투자기관 중 사장이 공석인 곳은 한국전력,대한석탄공사 등 3곳으로 늘어났다. ●대대적인 물갈이 배경은 청와대는 지난해에는 가능하면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고 했으나,올해 들어 방침을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다.정 수석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기강해이가 나타나 엄격히 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보신주의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밝힌 것은 문제가 있는 기관장은 스스로 퇴진하라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 정 수석은 “일부는 개인비리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검찰과 경찰 등에서 통보해주면 정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총선과 관련해 대선 공신과 공천 낙선자,총선 낙선자 등 봐줄 사람을 공기업으로 내보내기 위한 포석으로 공기업 물갈이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수석은 “물론 당에서도 추천할 수 있겠지만,다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그는 “한나라당에서도 가끔 전화가 온다.”면서 “적임자는 당적에 상관없이 임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예산처 이외에도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감사원 등 유관 기관에서도정부산하기관장에 대한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정 수석은 “업무 및 경영능력,신망도,조직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태헌 조현석기자 tiger@
  • [건강칼럼] 망년의 술,그 이후

    망년회라는 긴 술의 터널을 지나 새해에 안착했다.우리의 망년회는 술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없다.뭘 그리 잊을 게 많은지 술도 그냥 술이 아니라 망가지도록 마셔댔다.연말을 이렇게 지내면서 더러는 좀 쉬고도 싶었으리라.그러나 어떤 모임이든 불참석이 주는 부담 때문에 숙취가 안 풀린 몸으로 참석해야 했다. 이렇게 연말을 나는 동안 낮에는 비몽사몽 헤맸고,덩달아 마누라의 눈초리는 갈수록 날카로워졌다.몸은 몸대로 망가져 식욕이 바닥인가 하면 성욕도 발동이 안 걸려 새벽의 아침인사(?)도 경험한지 오래다.이게 지난 연말 망년회의 망령 때문인가 하는 생각에 덜컥 겁도 난다. 술은 여러가지 내과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비뇨기과적으로도 발기부전의 주요 원인이다.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해 발기부전으로 이어지게 한다.물론 직접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갑자기 많은 술을 마시거나,장기적인 음주를 한 사람의 경우 대개 발기부전으로 이어지는데,우리나라의 경우 알코올 중독자의 발기부전 발생 비율이 낮게는 8%에서 최고 54%나 된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연구 결과 성적 각성의 둔화와 사정 지연 및 오르가슴 감소는 모두 혈중 알코올 농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알코올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학계에서는 ‘아마도 급성으로는 중추신경 작용에 기인하며,만성적으로는 알코올성 다발신경병이나 직접적인 고환 손상 및 간에서의 에스트로겐 대사장애에 기인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술에 취하면 ‘마음만 앞서지 몸은 영 아니올시다.’이다.그러니 잔뜩 공 들여봐야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생기고,다음날 해장국 한 그릇 못얻어 먹는 일이 다반사로 되풀이되는 것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적당한 술은 우정과 사랑의 묘약이지만 지나치면 ‘사랑의 종말’임을 알아야 한다.공자도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김영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駐캐나다 대사 ‘괴담’

    외교통상부 안팎에서 캐나다 주재 대사의 교체를 둘러싼 ‘괴담’이 돌고 있다.외교부는 미·일·중·러 등 4강 지역을 제외한 20여개 지역 공관장 인사 품의를 청와대에 올려 놓은 상태로,장기호 주 캐나다 대사를 1년4개월 만에 경질하고 임성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후임으로 내정했다. ‘괴담’의 내용은 장 대사의 ‘대사직무 행태’를 고발하는 정체불명의 투서·제보가 잇따르고,이 투서배경에 정부 고위층의 인척이 연루됐다는 소문이다. 장 대사에 대한 투서가 청와대에 접수된 것은 올 초.휴일 관용차를 타고 골프를 쳤다는 등의 내용이었고,정부는 감사단을 보내 조사를 한 뒤 ‘무혐의’처리했다.이어 10월 대사관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해직됐다는 캐나다인 V(65)씨가 ‘과음’ 등을 지적하는 투서를 다시 보내왔다.이어 V씨의 투서는 외교부 내부개혁 문건 폭로로 어수선하던 지난 19일 익명의 한국인 제보자를 통해 외교부 기자실팩스로 전달됐다.발신지는 해양수산부 기자실.제보를 받은 외교부 기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위층 인척 연루설이 본격 제기된 것은 이때부터다.현지 계약직원으로,고위층 인척으로 알려진 N씨가 일련의 투서에 연루돼 있으며 새정부 들어 모처에 직접 보고서까지 작성해 올린다는 소문이 나돈지 오래라는 것이다.캐다다 대사관의 한 직원은 전화통화에서 소문의 진상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 계약직 고용인이어서 정확한 인사기록은 없다.”면서 “고위층의 형을 도와준 인척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외교부는 유명환 현 이스라엘 대사를 필리핀 대사에,심윤조 전 북미국장은 포르투갈 대사,신정승 전 아태국장은 뉴질랜드 대사,최정일 의전장은 인도 대사,최승호 전 카자흐스탄 대사는 이집트 대사로 각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청와대 비서실 개편 안팎/文실장 주도… 관료출신 약진

    21일 청와대비서실 조직 및 인사개편은 ‘386실세의 퇴조와 관료들의 약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장·차관급 정무직 인사는 추후로 미뤄짐으로써 선·후가 바뀐 인상도 주지만 인사위원회 논의를 거쳤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으며 문희상 비서실장이 인선과정을 주도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정부 출범 당시 39개 비서관실이 지난 8월 35개로,이번에 32개로 줄었다.관료 출신 비서관은 초기 2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출범 초기 비서관 중 60% 가까이 교체됐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낙마 후 청와대에서 386 실세들의 영향력은 급속히 퇴조한 듯하다.정책실의 김창순 사회정책,인사수석실의 이권상 인사관리,정영애 균형인사,홍보수석실의 유재웅 홍보기획비서관이 관료 출신 및 공직 경험자다.‘386’으로는 황이수 행사기획비서관이 눈에 띌 뿐이다. 또 경질인사의 성격이 강해 앞으로의 개편 및 인사방향이 관심이다.윤훈열 행사기획,서갑원 정무1,김현미 정무2,박범계 법무,이정호 국가균형위 국정과제담당 등 5명만이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떠났다.한 행정관은 “비서관들의 인사가 개인실적·다면평가 등을 근거로 해서 나왔던 만큼,‘내 식구’라고 봐주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공격적 언론정책 예상 홍보수석실은 대(對)언론 비판력을 강화했다.이병완 홍보수석은 이번 인사에서 언론노조에서 일했던 양정철 국내언론 행정관을 비서관으로,‘미디어오늘’ 편집장을 지냈던 안영배 행정관을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승진시키는 등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웠다.출입기자들은 당장 “앞으로 기사쓸 때 조심하지 않으면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송경희 국내언론,권영만 보도지원,이지연 외신담당 비서관 등 ‘방송계 외인부대’들도 이번 인사에서 모두 청와대를 떠났다. ●대(對)야당 관계는 포기(?) 정무수석실에는 ‘8·17 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관계 전문가가 없다.거대야당과의 관계개선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특히 윤후덕(연대 76학번) 신임 정무비서관은 김원길 의원을 13년이나 보좌했던 경험이 있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윤 비서관은 국회에서 여야 보좌관의 좌장격으로 일했던 만큼 야당관계 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윤 비서관은 김 의원이 한나라당행을 택했을 때 민주당에 남았던 ‘소신 보좌관’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노무현 코드’에 충실한 편이다. ●정책실 운영 실패했나 참여정부는 ‘정무와 정책의 분리’라는 개념으로 청와대비서실을 ‘2실장체제’로 만들었으나,이번 인사에서 투톱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느낌도 준다.정책실장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어 투톱의 한쪽 날개가 꺾여버린 것이다.반면 정책수석 산하의 3개 비서관이 각 부처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정책수석실은 강화됐다. 문소영기자 symun@
  • ‘코엘류호’ 뱃머리 어디로?

    ‘코엘류호’ 함장의 ‘신년구상’은 뭘까. 지난 10일 끝난 제1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이후 휴가를 받아 고국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는 움베르투 코엘류(얼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신년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밤 한국을 떠나 다음달 10일 돌아올 예정인 코엘류 감독이 이 기간에 산적한 대표팀의 문제점을 해결할 묘안을 마련해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물론 이번 포르투갈행은 말 그대로 휴가다.대한축구협회와도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오만과 베트남에 참패를 당한 뒤 경질론에 시달렸고,이어 동아시아축구선수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고도 비난을 잠재우지 못한 코엘류 감독이 휴식만 취할 것으로 보는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코엘류 감독 또한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우승을 차지한 감독에게 비난을 쏟아붓는 팬들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정서는 어느 정도 알겠다.”는 말을 남겨 자신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다각적인 구상을 가지고 돌아올 뜻임을 드러냈다. 코엘류 감독은 우선 해외파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축구협회 관계자의 전언.특히 동아시아축구대회가 끝난 뒤 유럽파가 포함된 베스트멤버와 1.5군의 기량 차이를 인정해 이번 휴가를 통해 해외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하고,현안으로 떠오른 세대교체도 구체화하겠다는 뜻도 전해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오는 22일 이천수의 스페인리그 전반기 최종전을 관전할 계획. 다른 유럽파인 이영표 박지성(이상 PSV 에인트호벤) 송종국(페예노르트) 차두리(프랑크푸르트) 등은 이미 기량을 검증했다고 판단해 따로 방문하지는 않을 생각. 조영증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코엘류 감독이 돌아오면 내년 2월부터 치러질 2006독일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에 대비해 모든 것을 재점검하기로 했다.”며 코엘류 감독의 신년구상에 기대를 나타냈다. 곽영완기자
  • ‘윤교육 사표’ 교육계 반응/잦은 교체 교육개혁 흔들릴라

    참여정부의 초대 교육수장인 윤덕홍 부총리가 17일 취임 9개월만에 사표를 내면서 교육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특히 김영삼·김대중 정권 때처럼 교육부장관의 잦은 경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다소 차이는 나지만 ‘안정감 있게 교육개혁을 추진할 인물’을 주문했다. 교육계는 일단 교육수장의 잦은 교체는 교육의 일관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김영삼 정권때 교육부장관이 5명이나 바뀌었고 김대중 정권에 와서는 무려 7명이나 교체됐다.이 때문에 김영삼 정권때 교육부장관의 평균 임기는 12개월인 반면 김대중 정권때 임기는 8.7개월 남짓에 그쳤다.교총은 이날 “교육의 전문성과 행정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돼야 한다.시민단체의 눈치를 보지 말고 충분히 검증된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전교조측도 “행정경험이 흠이 될 수 없지만 공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철학과 소신을 가진 인물이 교육부총리에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부총리는 내년 4월 총선과는 상관없이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윤 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이미 가닥이 잡힌 청사진과 사교육비 경감대책 등을 무리없이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자칫 교육과 무관한 인사가 임명돼 교육개혁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시행될 경우,교육계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총리의 경우,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윤교육 경질 정책혼란 우려”교육·시민단체 반대성명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협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교육·시민단체들이 이례적으로 “경질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교총과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등 5개 단체는 16일 성명을 통해 “김대중 정부에서처럼 잦은 장관의 교체는 교육정책의 혼선을 초래하므로 최근 거론되는 섣부른 장관 교체론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교육개혁시민연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교육부총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갈등이나 수능시험 파동 등 현안을 원만하게 풀지 못한 데다 아직도 교육개혁의 큰 흐름을 만들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신념과 비전이 없었다는데도 원인이 있다.”며 윤 교육부총리를 두둔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産資장관 이희범/靑 “몇몇 장관 사의 표명”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부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문제와 관련,사표를 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후임에 이희범(사진) 서울산업대 총장을 임명했다. ▶프로필 2면 윤진식 전 장관 외에 일부 장관들도 연말 개각을 앞두고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산자부에서 무역·산업정책·통상·자원분야를 두루 거친 데다 조정능력도 있어 거의 원점으로 간 부안문제를 맡아서 하기를 강력히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이 장관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그래서 지역(대구·경북)과 이공계를 배려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찬용 보좌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몇 명의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개각은 경질하는 경우도 있고,본인이 사퇴하는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盧 1/10 발언 파장/한나라 “계산된 발언” 민주당 “평면적 발상”

    정치권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4당대표 회담에서 “우리측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을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말한 것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였다.민주당측에서는‘많으면 죄가 되고 적으면 괜찮다.’는 식의 논리는 “평면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검찰이 10분의1 이하로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기업들 ‘입막음’도 다 마쳤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주장했다.이재오 총장은 강금원씨 등 노 캠프의 15대 의혹을 열거하며 “이미 49억원을 넘겼으니 즉각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발언 배경과 관련,최병렬 대표는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선거무효소송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공직선거법 263조에 따르면 대선비용 상한선은 341억 8000만원으로,200분의1을 초과하면 당선무효가 된다.앞서 노 캠프가 274억원을 공식신고해 이보다 69억 5000여만원을 더 쓴 것으로 밝혀지면,시효가 지난 당선무효소송과는 상관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선거무효소송에는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10%라는 계산법은 한나라당을 700억원으로 보고 70억원을 한계로 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후보의 검찰 출두를 계기로 측근비리를 대통령과 직결시켰다.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야당보다 덜 받았다고 면죄부를 줄 순 없다.”며 “대통령도 검찰조사를 받으라.”고 쏘아붙였다.이해구 의원은 “이 전 후보가 책임지면 대통령도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 것에 대비,계산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부정한 돈으로 당선됐든,당선을 전후해 부정한 뇌물을 받았든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사법·정치·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세했다.박순자 부대변인은 ‘이광재씨가 500만원을 받았다.’고 엉터리로 조사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을 요구했다. 발언 자체의 적절성도 논란이다.최 대표는 “이런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가 싶어 착잡했다.”고 말했고,홍사덕 총무는 “무슨 망발이냐.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민주당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도덕성 문제를 다른 사람과 비교,수치화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열린우리당 남궁석 의원은 “오십보 백보는 같을지 모르지만 십보와 백보는 다르다.”고 적극 두둔했다.정동영 의원은 “불법 좌회전과 음주운전 인사사고를 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박정경기자 olive@
  • 뭣하러 검찰수뇌 만났나/박범계 靑비서관 행보 뒤늦게 알려져 파문

    박범계(사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지난 12일 송광수 검찰총장과 김종빈 차장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한나라당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4당 대표회동에서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언급한 근거가 청와대의 검찰 수뇌부와의 사전조율 결과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청와대는 15일 “오해를 살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며,박 비서관의 돌출행동으로 골치가 아프다는 반응이다. 파문이 일자 박 비서관은 “내년 총선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나기에 앞서 인사를 갔던 것”이라며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서로가 묻지도,답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그는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 11일 검찰에 소환돼 이틀째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있고,노 대통령의 또다른 386측근인 안희정씨는 13일 검찰소환이 예고돼 있는,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였던 점을 “깊이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시작때 검찰인사 및 검찰개혁 등에 깊이 개입했었던 만큼 송 총장을 만날 필요가 있었다.”고 강변했다.그러나 역으로 그가 최근까지 검찰인사 및 개혁 등 권력기관의 개편을 담당했던 민정2비서관을 지냈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와의 회동은 더욱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좌(左) 희정,우(右) 광재가 모두 검찰 조사를 받던 민감한 상황에서 상투적 인사말만 나눴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안상정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10분의1’ 발언이 검찰과의 사전조율 하에서 고도로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며 대화 내용 공개와 박 비서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윤진식산자 사의 배경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12일 사의를 표명한 배경은 복합적이다.윤 장관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처럼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문제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하고 꼬인 게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이날 “원전센터부지 선정에 주민투표를 공식절차화하고 다른 지역도 유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전센터 건설이 새로운 출발을 맞게 됐다.”며 “이에 맞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지난주부터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직접적인 요인외에 윤 장관이 개각에 앞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주 초부터 일부 언론에 경질대상으로 오르내린 것이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올해 수출은 사상 최대인 1900억달러로 예상된다.참여정부 출범 후 실업률은 치솟고,노사대립은 극심해지고,계층 및 세대간 분열은 불거지는 가운데 수출 실적이 상당히 좋았다. 윤 장관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등 산자부의 현안 해결에 앞장서왔다.진돗개라는 별명처럼 한번 작정한 일은 꼼꼼하면서 추진력있게 챙겨왔지만,원전수거물 부지라는 암초를 만나 경질장관 후보군에 포함된 셈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연말 개각이 예정돼 있는데,미리 사의를 표명한 것은 성급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하지만 윤 장관은 스타일상 경질되는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까지 감내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는 게 관가의 평가다. 윤 장관의 업무평가 성적은 상반기까지는 최상위권에 속했다.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돌았으나,부안 사태에 따른 ‘정치적인 희생양’이 된 셈이다.적지 않은 산자부의 직원들은 재정경제부 출신인 윤 장관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있다.사실이라면 ‘조직 이기주의’다. 곽태헌기자 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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