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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박한 불심의 땅…마지막 황금 도시

    순박한 불심의 땅…마지막 황금 도시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대부분을 여행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여행지가 미얀마다. 하지만 미얀마는 우리에게 다소 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옛날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육로를 통해서는 입국이 힘들었고 오직 항공만 이용해야 했다. 미얀마 여행에 대해서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돈이 고스란히 미얀마 군부정권의 독재 자금줄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불편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미얀마로 기꺼이 떠났다. 아마도 마음 깊이 부처님을 믿는 순박한 사람들, 곳곳에 자리한 불탑과 사원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여행자들의 가슴에 강렬한 매혹을 불러일으켰으리라. “밍글라바.” 미얀마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 틴윈투(31)가 처음 한 말이었다.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아마도 미얀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음식을 먹다가도 미얀마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밍글라바’ 하고 고개를 가볍게 숙인다. 물론 새하얀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미얀마를 여행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나라에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설 수 있지? 어떻게 로힝야족 사태 같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지?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양곤에서 곧장 바간으로 향했다. 미얀마의 가장 일반적인 여행 루트는 양곤~바간~만달레이~인레로 이어지는 코스다. 양곤은 가장 최근까지 미얀마의 수도였고 바간은 우리의 경주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제2의 도시다. 인레는 거대한 호수인 인레 호수가 있고 수상마을이 만들어져 있다. 각각 다른 특색과 매력을 가진 이 네 도시를 돌아보면 미얀마 기본 코스를 섭렵했다고 보면 된다. ●11~13세기 수도 ‘바간’… 세계 3대 유적지 양곤에서 바간의 냥우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기내식으로 나온 사과파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도착. 거리로 나오니 동남아시아 특유의 시끌벅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바간은 미얀마 이라와디강 동쪽에 자리한 도시다. 11~13세기 버마족은 이 도시를 수도로 삼아 바간왕조를 세웠다. 2000여 기가 넘는 불탑과 사원이 아득한 들판을 메우고 서 있다. 바간의 수많은 불교 사원들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과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르드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꼽힌다. “옛날 바간에는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많은 탑과 사원이 있었습니다.” 틴윈투가 서툰 한국말로 띄엄띠엄 말했다. “안타깝게도 2011년과 2016년에 큰 지진이 나면서 많은 불탑이 무너졌습니다.” 바간에는 고고학 구역이 있다. 서울 강남구 면적과 비슷하다. 불탑은 이곳에 몰려 있다. 사람들은 불탑 앞에서 도시락을 먹고 사원 안에 자리를 펴고 낮잠을 잔다. 여행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탑과 탑 사이를 메뚜기처럼 건너다닌다. 가이드북에는 “바간에서는 사방 어디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켜도 반드시 불탑을 볼 수 있다”고 씌어 있는데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여행자들은 2만 5000원 정도 하는 프리패스를 산다. 이것만 있으면 5일 동안 바간의 사원을 돌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슈웨지곤 파고다. ‘성지에 세운 불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황금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종 모양의 탑이 서 있는데 이 탑은 바간 불탑의 어머니로 불린다. 바간 왕조 초기 아나우라타가 옆 나라 타톤을 정벌하고 불사를 시작해 그의 아들 치얀지타가 완성했다. 1105년에 지어진 아난다 사원은 건축미가 가장 빼어나고 내부에 불상과 벽화가 잘 보존돼 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중 하나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수도 ‘만달레이’ 이튿날 바간을 떠나 만달레이로 갔다. 냥우 국제공항에서 오전 8시 30분 날아오른 야다나폰 항공 7y131 편은 이륙 후 16분 만에 착륙 안내방송을 했다. 스튜어디스가 나눠 준 사탕 하나를 다 먹기도 전이었다. 비행시간은 24분. 하지만 차로 가면 여덟 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서니 바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는 삼륜오토바이와 자동차, 마차로 북적였다. 미얀마 정중앙에 자리한 만달레이는 약 200만명이 넘게 사는 미얀마 제2의 도시다. 미얀마가 19세기 중엽부터 1948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을 당시 수도였다. ‘황금의 도시’로도 알려졌던 이 도시는 19세기에 버마왕국 최후의 왕족들이 건설했다. 만달레이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왕궁이다. 1857년 민돈왕이 아마라푸라에서 이곳으로 천도하고 지었다. 성벽의 높이가 8m나 된다. 1885년 영국군이 미얀마를 점령했을 때 왕궁을 클럽으로 이용해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1942년 일본군이 함락했을 때는 왕궁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지금의 왕궁은 1990년 복구된 것이다. 높이 33m의 전망대에 오르면 왕궁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우베인 다리도 유명하다. 타웅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1.2㎞의 다리다. 1850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목조다리다. 당시 시장이었던 우베인이 잉아 궁전을 짓다 남은 티크목으로 다리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 굳건하게 버티던 다리 기둥은 양식사업을 위해 호수물을 가두는 바람에 썩기 시작해 지금은 콘크리트 기둥으로 교체하고 있다. 다리 기둥 수는 무려 1086개에 달한다. 운이 좋지 않아 비가 왔다. 이 다리는 낮에는 별로 볼품이 없지만 일몰 때면 그 풍경이 180도 변한다. 다리 주차장은 대형관광버스로 가득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우르르 다리로 몰려갔다. 다리 위에는 ‘유명해서 와봤는데, 별로 볼 게 없군’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앞사람의 등을 보고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걷다가 중간에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다음에는 꼭 날씨 좋을 때 저물 무렵에 와 봐야지. 쿠도더 사원도 특별한 곳이다. 사원 경내에는 하얀색 탑이 무려 729개나 있다. 탑마다 대리석에 새겨진 불경이 안치돼 있다. 그래서 이 사원의 별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책’(The World’s Biggest Book)이다. 미얀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핫스폿으로 불리는 곳이다. 봉우리 거느린 호수… 그 안에 자리잡은 삶●호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 다음날 다시 인레 호수로 향했다. 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의 리조트에 체크 인을 하고 다시 배를 30분이나 타고 나가 점심을 먹었다. 샨족 전통 요리라고 했는데 중국 광둥요리와 비슷했다. 호수는 해발 880m 고원지대에 자리한다. 호수 주변에는 12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다. 호수의 넓이는 충주호의 두 배(116㎢)쯤 된다. 길이는 22㎞, 폭 11㎞로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 위의 수상마을만 스무 곳에 달한다. 미얀마에는 160여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가는데, 이곳 인레 호수에는 샨족과 인타족, 파오족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사는 부족은 인타족이다. 미얀마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인타족의 75%인 8만여명이 호수 주변에 마을을 이루며 살아간다. 이들은 장대로 물을 내리쳐서 고기를 잡고 배를 타고 한 발로 노를 저으며 호수를 가로지른다. 한 발은 배 위에 딛고 노는 다른 발 장딴지에 끼워 젓는데, 드넓은 호수에서 방향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전통옷을 입고 삿갓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노를 젓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 주기 위해 공연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어부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평상복을 입고 그물질에 열중이다. 고기잡이 외에도 이들은 갈대와 대나무를 이용해 물위에 밭을 만들어 수경재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대부분의 인타족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호수 위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티크 나무를 호수 바닥에 꽂아 기둥을 세운 뒤 수상가옥을 짓는다. ●수상 상점 둘러보면 마을이 큰 테마파크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호수 위 상점을 차례차례 방문한다. 연줄기에서 실을 뽑아내 천을 만드는 마을, 은세공 상점, 목이 긴 카렌족 가옥 등을 방문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관광객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팔려고 하고 남자들은 의자에 누워 쿤야를 씹고 있다. 마치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테마파크 같다. ●“돈 없어도 그냥 가져가요… 햇빛 따가우니까” 인레 여행을 끝내고 다시 양곤으로 가는 공항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공항 대합실에서 양곤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머니에는 바간 냥우 시장에서 어느 소녀가 쥐어준 타나카(천연 자외선 차단제)가 들어 있다. 시장에서 만난 소녀는 타나카를 사라고 계속 졸라댔지만 지갑을 차에 두고 내려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돈이 없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더니 선물이라며 바지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이건 그냥 선물이에요. 햇빛이 따가운 미얀마에서는 필요할 거예요.” 나는 일본의 여행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 ‘동양기행’에서 본 에피소드를 떠올랐다. 후지와라 신야가 양곤을 여행하던 중 뜨거운 뙤약볕 아래 노천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고 있는데, 어떤 아이 두 명이 그의 등 뒤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후지와라는 그 아이들이 소매치기일까 의심하며 배낭을 꼭 안고 국수를 다 먹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기 갈 길을 갔다. 후지와라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저 아이들은 소매치기냐고 물었는데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아이들은 ‘응달’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땡볕 아래에서 쌀국수를 먹는 이방인이 너무 더울까 봐 그들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나는 양곤으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타나카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여행수첩 인천국제공항에서 미얀마 양곤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미얀마의 정식 명칭은 미얀마 연방공화국(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이다. 우기가 끝나는 5월부터 9월 중순까지가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시차는 2시간 30분. 통화는 차트로 1000차트(MMK)는 약 800원이다. 1000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맞아 떨어진다. 사원이나 탑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맨발이어야 한다. 양말과 덧신도 허용되지 않는다. 신고 벗기 편한 샌들이 좋다. 올해 9월 30일까지 관광객에 한해 30일 무비자를 허용한다. 연장은 불가. 비용이 넉넉하다면 항공 이동을 추천한다. 버스 이동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바간~만달레이는 6시간, 인레~양곤은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모힝가는 생선 국물을 우려내 만든 미얀마식 쌀국수다. 양파, 레몬그라스, 생강, 파, 마늘, 바나나, 무 줄기 등을 함께 넣어 먹는데, 베트남·태국·라오스에서 먹던 쌀국수와는 맛과 향이 확연히 다르다. 처음 맛보는 이들은 약간 비린 육수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2∼3일 미얀마에 머무르다 보면 아침부터 모힝가를 찾게 된다.
  • 소리부터 다르다… ‘슈퍼 6000 클래스’ 질주가 시작됐다

    소리부터 다르다… ‘슈퍼 6000 클래스’ 질주가 시작됐다

    2019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27~28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막전 1라운드 경기로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국내 대표 모터스포츠 경기인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슈퍼레이스 메인 종목인 ASA 6000 클래스의 ‘배기음’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소음 억제를 위해 경주용 머신 측면에 설치했던 배기구를 새 시즌부터는 후미로 옮겼다. 소음기 설계 규정이 바뀌면서 엔진 출력이 대폭 회복돼 스톡카는 460마력의 고출력을 온전히 내면서 포효하는 배기음을 낼 수 있게 됐다. 총 23대의 캐딜락 ATS-V Body를 채택한 스톡카들이 특유의 묵직하고 강렬한 사운드 퍼포먼스를 발휘하며 역동적인 레이스를 펼치게 된 것이다. 야성적인 배기음과 그리드 경쟁은 관람객의 시각·청각을 자극하며 특유의 쾌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ASA 6000 클래스에 처음 출전해 챔피언이 된 김종겸(28·아트라스BX 모터스포츠)이 2년 연속 챔피언을 사수할지도 주목된다. 김종겸은 지난 9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1랩 4.346㎞)에서 진행된 오피셜 테스트에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1분 53초대로 최고 스피드를 과시했다. 레이스 경험이 풍부한 동갑내기 김동은(제일제당 레이싱)이 김종겸의 질주를 막을 대항마로 꼽힌다. 공식 테스트 기록으로 보면 둘의 기록 차는 불과 1초 차 이내였다. 이 밖에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강한 같은 팀 대표인 조항우부터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도 레이스 판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타이어사 간의 자존심 대결도 볼거리다. 오직 레이스를 위해 제작된 경주용 차에서 강력한 성능의 엔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응집된 분야가 타이어이기 때문이다. 또 단일 차종으로만 레이스를 펼치는 6000 클래스의 특성상 엔진 개조 등의 ‘극비사항’을 제외하면 타이어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 시즌에는 한국타이어를 장착한 차량들이 7차례 레이스에서 우승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차량 후미에 ‘다운포스’를 향상시키는 ‘디퓨저가 적용되면서 타이어의 그립이 한층 좋아질 것으로 분석돼 레이싱도 역동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GT클래스에서도 지난해에는 없었던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대결이 펼쳐진다. 해외 서포트레이스인 R5 아시아모터스포츠 카니발에서는 페라리, 애스턴 마틴, 포르셰, 메르세데스 AMG 등의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의 슈퍼카 경쟁도 관전할 수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급해진 남·북·미 비핵화 성과… 6자회담 재개 땐 ‘新냉전’ 갈등

    급해진 남·북·미 비핵화 성과… 6자회담 재개 땐 ‘新냉전’ 갈등

    北, 러 손잡고 美에 제재 해제 메시지 비핵화 협상서 北 도울 힘 있다고 판단 북·중·러 vs 미·일 ‘북핵 대치’ 가능성 트럼프에게 상반기 중 성과 재촉해야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그간 큰 진전을 거뒀던 남·북·미 세 정상의 톱다운 구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공동 조정 연구’를 하겠다며 새로운 비핵화 논의 틀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의 첫 번째 이유는 대미 메시지”라며 “미국보다 핵무기가 많고 군사적 강국인 러시아가 비핵화 대미 협상에서 북한을 도와줄 힘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과정에서 미국이 자신들을 업신여겼고 한국도 미국 편에 섰다고 평가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자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하자는 입장을 보여 왔다. 미중 무역 협상으로 중국이 미국에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러시아는 좋은 외교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정상이 아닌 차관보급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가시화되면 지난해 세 정상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었던 평화 프로세스의 속도감도 재현하기 힘들다. 한국의 중재자 및 촉진자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란 핵협상과 달리 북핵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만들어 냈다는 성과를 보여 주기 힘들다. 무엇보다 5년 이상 진행되다 2008년 말에 멈춘 6자회담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교부 관계자도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핵을 둘러싼 6개국의 행보는 빨라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서 회담 결과를 시진핑 중국 주석 등 여러 나라와 공유하겠다고 한 만큼 북·중·러가 공히 6자회담을 지지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약화와 함께 중러의 영향력 확대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북·중·러와 미일이 북핵 해법을 두고 대치하는 신냉전 구도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장관은 “정부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이 커지기 전에 남·북·미 3자 구도로 상반기 중에 성과를 내자는 식으로 미국에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남·북·미 톱다운 흔든 푸틴 “6자회담 필요”

    남·북·미 톱다운 흔든 푸틴 “6자회담 필요”

    “北체제 보장·비핵화 다자 안보 필수 일대일로 회담서 시진핑에 결과 설명” 김정은 “한반도 정세 공동으로 관리”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처음으로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해 ‘6자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북미 세 정상의 톱다운 방식으로 끌어온 비핵화 판을 흔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진행한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체제 보장을 원할 뿐”이라며 “모두가 북한의 안전 보장 제공 문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해 논의할 때는 6자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가 내놓을 보장 조치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북한은 다자협력 안보체계가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진행함에도 미국이 체제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보증자로서 러시아나 중국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입장을 미국 정부와 다른 정상에게 알릴 것을 희망했다”며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6자회담보다 현재의 톱다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또 푸틴 대통령은 북러 경협에 대해 “(김 위원장과) 북한을 경유하는 남한으로 향하는 가스관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며 “이것은 한국 입장에서도 국익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및 전력망 연결 사업, 대북제재에 따라 올해 안에 철수해야 하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잔류 문제 등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은 단독·확대회담, 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확대회담에서 러시아는 10명이 배석했지만 김 위원장은 리수용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장만 배석시키면서 비핵화 의제에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 회담의 목적에 대해 “앞으로 전략적으로 이 지역(한반도) 정세와 안정을 도모하고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자취 감춘 김여정… 문책당했나, 더 큰 권한 받았나

    자취 감춘 김여정… 문책당했나, 더 큰 권한 받았나

    정세현 “촌수 떠나서 무섭게 했을 수도 혹은 탤런트 역할하다 PD로 빠지는 셈”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전격 교체된 데 이어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전부 통일책략실장 등도 문책을 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5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북미·북중 정상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함께 ‘여성 3인방’으로 불리며 언제나 동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포럼에서 김 제1부부장의 최근 잠행에 대해 “문책을 당하지 않았겠나. 영을 세우려면 촌수를 떠나 무섭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다음번 책임을 맡는 사람이 필사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하지만 외려 실질적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김 제1부부장을) 문책식으로 뒤로 밀려놓고 실질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지휘하는 식의 더 큰 권한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며 “탤런트 역할을 하다가 피디로 빠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제1부부장은 지난달 10일 치러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대미특별대표와 김 통일책략실장은 혁명화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김 부위원장이 뒤로 물러서고 장 통전부장이 들어선 것은 ‘협상 대표 교체 전술’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협상 대표를 교체해 향후 (하노이와) 같은 식의 회담을 안 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장 통전부장이 대표적인 남북 민간교류 전문가라는 점에서 미국을 외면한 채 남측을 밀어붙여 민간교류 성과를 내려 할 기능성도 있다. 통전부 라인이 주도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은 외무성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CBS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주 자신에 대한 협상 배제를 요구한 데 대해 “중간급 인사가 한 말”이라며 일축했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경주문화엑스포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

    재단법인 문화엑스포는 25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금품을 모을 수 있게 됐다. 지정기부금 단체는 비영리법인이나 사회적 협동조합 등이 수입을 공익에 사용하고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때 주무 관청 추천으로 기재부 장관이 지정한다. 문화엑스포는 5월 중 기부금품 운영사항을 의결할 ‘기부금품 심의운영위원회’를 구성해 6월부터 기부금제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기부금을 경주엑스포 국제행사와 경주엑스포공원 상시개장 활성화, 일자리 창출, 소외계층 문화복지, 경북문화관광자원 개발 등 공익목적 문화예술진흥에 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운영하는 문화엑스포는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예술 진흥에 이바지하고자 1996년 설립됐다. 그동안 국내 6회, 외국 3회의 엑스포를 개최했고 경주와 신라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펴고 있다. 문화엑스포 관계자는 “기부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법인은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며 “엑스포 후원을 활성화하고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영해 다양한 공익목적 사업을 펴겠다”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오수용·김평해·조용원 ‘2기 실세’ 동행… “러, 비핵화 대화 방점… 北은 경협 무게”

    리용호·최선희 등 ‘외무성 라인’ 총출동 현송월도 동행… 양국 간 문화교류 강화 北, 제재완화 지지·노동자 잔류 요청할 듯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수행단은 비핵화 논의, 경제 협력 등 양대 의제에 맞춰 구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수행원으로 참여한 오수용·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번에는 각각 경제 협력과 북러 관계 강화 분야를 이끌면서 김정은 2기 지도부의 실세로 부상했다. 노동신문은 24일 수행원 명단으로 김 부위원장 및 오 부위원장과 함께 리용호 외무상, 리영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을 호명했다. 또 이날 정상회담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일행 중에는 최근 공개활동 때마다 김 위원장을 밀착 보좌하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포착됐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는 이번 2기 지도부에서 조 1부부장에게 실권이 쏠릴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올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된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서 중앙위원으로 승진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도 동행했다. 현 단장은 북러 간 문화교류 면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협의 분야에서 그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주도한 통일전선부는 제외됐고 외무성 인사만 포함됐다. 이들이 그간의 대미 협상 과정을 러시아에 설명해 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러시아는 비핵화 대화에 방점이 있지만 북한은 경제 협력에 보다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이 이날 전용 열차로 지나온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의 경제협력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에 따라 북한의 석탄 수출은 전면 금지됐지만 당시 러시아의 강력한 요청으로 제3국 석탄이 북한 나진항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됐다. 시베리아 석탄 수출을 염두에 뒀지만 대북제재 강화로 해당 사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다시 활성화된다면 북한은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항만사용료 등을 벌 수 있다. 양국은 대북제재로 올해까지 러시아에서 모두 철수해야 하는 북한 노동자의 잔류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경제담당인 오 부위원장은 해외경제교역 전문가로 통한다. 노동당 인사를 주관하는 김 부위원장은 북러 관계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리설주 여사 동행 안 해… 영부인 없는 푸틴 배려?

    북러 정상회담에 참석하고자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리설주 여사를 동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 편으로 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해 홀로 러시아 측의 환영인사를 받았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수행원 명단에도 리 여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북측이 현재 영부인이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배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30여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류미드라 푸티나와 이혼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에게 두 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전 문제보다 비핵화 논의·경제 협력 등 실무를 중시하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상 리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단 2박 3일만 머무는 강행군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방러 빠진 김영철, 통전부장서 해임… 北 비핵화 전략 바뀌나

    방러 빠진 김영철, 통전부장서 해임… 北 비핵화 전략 바뀌나

    11일 전격 교체… 실각 아닌 엄중 경고說 후임 50대 후반 장금철 통전부부장 임명 주로 민간 교류 담당… 신상은 베일에 싸여 향후 북미 협상 외무성 라인이 주도할 듯북한에서 대미·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전격 교체됐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나선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 부위원장의 뒷선 후퇴로 남북 및 북미 관계의 진전이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24일 “국정원으로부터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위원으로 바뀌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노동당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장금철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보선되고 당 부장에 임명됐다고 전했다. 이때 받은 ‘부장’ 보직이 통일전선부장이었다는 것을 우리 정보당국이 확인한 것이다. 장 부장은 50대 후반으로 직전에 통일전선부부장을 지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이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서 민간 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 초 서훈 국가정보원장,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현 국무장관) 등과 함께 평화 국면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김 부위원장은 뒤로 물러섰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하노이 회담 무산에 대해 문책성 검열이 이뤄지면서 북미 협상팀이 재구성됐고 통일전선부는 뒤로 빠지는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부위원장 등 북한 강경파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일부만 포기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의 핵심 부분을 해제한 상태에서 북한이 계속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는 것이지만 결코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라며 “하노이 회담 결렬의 가장 큰 책임은 김 부위원장에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교체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김 부위원장의 후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경하게 서로의 원칙을 내세우며 삐걱댔고 결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전면에 나서 하노이 회담을 준비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완전히 실각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숙청 단계보다는 엄중 경고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이 군사회담 분야에서 북한 내 최고의 전문가라는 유용성을 감안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대남 사업을 담당해 온 김 부위원장이 바뀌었으니 남북협력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외무성 라인이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수행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 부위원장의 퇴진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팀 재편을 진행 중이라는 의미로 북미 간 실무접촉 재개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네가 있어 실수도 두렵지 않다

    네가 있어 실수도 두렵지 않다

    배상문-김시우 한 조 궁합 최경주는 링메르트와 짝꿍 켑카 형제·러브 부자 눈길눈빛으로 통하는 호흡 기대 오는 26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TPC 루이지애나(파72·7341야드)에서 개막하는 취리히 클래식은 골프계에서는 재미난 이벤트로 꼽힌다. 2인 1조로 구성된 80개 팀의 프로 골퍼들이 대회 내내 파트너와 우정을 나누며 마치 재즈를 연주하듯 섬세하게 필드를 공략한다. 취리히 클래식은 2017년 72홀의 개인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2인 1조의 골프 복식 경기로 변경된 올해로 3년차 대회다. 정규 시즌에서는 유일한 단체전이다. 우승 팀은 상금 102만 달러와 2년 동안 PGA 투어 회원 면제를 받게 된다. 경기 방식도 독특하다. 1·3 라운드는 두 선수가 각자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성적을 팀 점수로 삼는 포볼 방식이지만 2·4라운드는 두 선수가 공 하나를 번갈아 치는 포섬 방식으로 성적을 집계한다. 하지만 TPC 루이지애나가 모래 벙커와 웅덩이(해저드)가 유난히 많은 고약한 코스로 악명 높아 난이도가 꽤 높다.한국 선수 중에서는 배상문(33)이 김시우(24)와 한 조를 이루게 됐고, 김민휘(27)는 슈퍼루키 임성재(21)와 궁합을 맞춘다. 배상문은 팀 대항 방식의 취리히 클래식에 첫 출전이고 김시우는 2017년 강성훈(32)과 조를 이뤄 출전했지만 컷 탈락했었다. 김민휘는 지난해 재미교포 앤드루 윤(28)과 함께 공동 22위에 오른 바 있다.눈에 띄는 팀은 지난 15일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에 이어 공동 2위를 한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와 친동생인 체이스 켑카다. 부자(父子) 팀도 있다.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는 아들 드루 러브와 1등에 도전한다. 일명 ‘팀 러브’인 이들 부자는 2012년, 2018년 PNC 부자 챌린지에서도 우승한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이 밖에 ‘호주 듀오’인 제이슨 데이와 애덤 스콧, ‘유럽 강자’로 꼽히는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팀도 주목받고 있다.직전 대회였던 RBC 헤리티지에서 시즌 첫 ‘톱 10’(공동 10위)을 달성한 최경주(49)는 2015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자 다비드 링메르트(스웨덴)와 뛴다. 최경주는 2002년 개인 스트로크 방식이었던 이 대회에서 우승했었다. 지난해 존 디어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재미교포 마이클 김(26)은 RBC 헤리티지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대만의 판정쭝과 팀을 결성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전두환 정권, 美 대사관 ‘이희호 면담’ 막았다

    美 시민이 보낸 생활비 전달도 거부 외무부, 美 참사관에 “매우 불유쾌” 전두환 정권 당시 외무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생활비 전달 및 면담 요청을 사실상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입수한 비밀 해제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1980년 11월 18일 이 여사에게 생활비를 전달하고 면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외무부에 요청했다. 당시는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금되고 가족이 가택연금됐던 시기다. 해당 생활비는 미국 시민이 이 여사에게 대신 전해 달라고 미 대사관에 보내 온 수표였다. 이에 대해 당시 외무부 미주국 심의관은 같은 해 12월 1일 미 대사관 정무참사관을 초치해 생활비 전달에 대해 “장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송금액이 단순한 생계보조비 이상으로 거액이거나 의연금 모금 캠페인 등이 발생해 외국 언론에 보도되는 등 정치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외 이 여사와 면담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 공관원이 내란음모죄로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의 가족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우방국 간이라 할지라도 일반적 외교활동의 범주를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현 시점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의했다. 이어 “이 방문이 조사 목적에서 이뤄진다는 데 대해서는 주재국 정부에 대한 예양상 극히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로서는 이를 매우 불유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대화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사후 보고됐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날 세운 日외교청서… “한일관계 매우 어려운 상황”

    날 세운 日외교청서… “한일관계 매우 어려운 상황”

    “위안부 문제 해결” 강조… 갈등 책임 전가징용 피해자 ‘노동자’ 표기… 北엔 유화적 독도 영유권 되풀이… 외교부 日공사 초치 일본이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쪽에 떠넘기면서 그동안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했던 양국 우호에 대한 상투적 표현마저 빼버렸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전에 없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공식 항의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3일 각의(국무회의)에서 2019년판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외교청서는 일본의 외교활동과 국제정세 분석 등을 담아 매년 발간하는 백서다. 이번 외교청서에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북한 등과 거리를 좁히려는 태도가 두드러졌던 올 1월 아베 신조 총리의 국회 시정연설 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은 외교청서에서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 발표, 한국 해군함정과 일본 자위대 초계기 간의 레이더 발사 갈등 등을 열거하며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리 측에 관계 악화의 책임을 떠넘겼다. 특히 지난해 청서에 있었던 ‘상호 신뢰하에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의 신시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최소한의 문구마저 이번에는 삭제했다.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위안부 문제를 정리한 내용은 지난해 약 1페이지에서 올해 2페이지로 분량을 늘리면서 이 문제가 2015년 12월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표현도 지난해 청서의 ‘옛 민간인 징용공’과 달리 이번에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징용의 강제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다.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 불법 점거’ 주장을 되풀이하며 자국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변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기존에 썼던 부정적인 표현들을 삭제하고 관계 회복 노력을 부각시켰다. 북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압력을 최대한 높여 나갈 것’이라는 표현을 빼고 ‘북일 관계’ 항목을 3년 만에 부활시켜 아베 총리가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인사와 접촉한 사실 등을 나열했다. 외교부는 이날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독도, 위안부, 강제 징용, 동해 표기 등과 관련한 외교청서의 오류 및 억지 주장 등에 대해 항의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도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교국장급 협의에서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에게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고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정은, 나진~하산 지나며 북러 경협 강조 행보

    김정은, 나진~하산 지나며 북러 경협 강조 행보

    2008~2013년 항만 건설·빚 탕감 등 밀착 멈춰선 물류사업 재개 땐 자력갱생 도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기인 참매 1호 대신 전용열차를 타고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북러 경제협력을 강조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매체는 22일 김 위원장이 수행원 230명과 함께 전용열차편으로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참매 1호를 이용하면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기차를 이용해 약 1100㎞의 철로를 20시간 넘게 달리는 것이다. 특히 북한 철도의 궤도는 1435㎜인 보통궤인 반면 러시아 철로는 1520㎜의 광궤이기 때문에 철로 간격이 다르다. 두만강 인근에서 바퀴를 갈아야 한다. 열차의 경로는 ‘북한 나진~러시아 하산 철도 구간’이 유력하다. 이 구간을 조성한 건설 사업이 본격적인 북러 경제협력의 시발점으로 평가되는 데다 북러 경제협력의 핵심 거점인 나선경제특구를 종단한다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북러 합작법인인 나선콘트랜스가 이 철로 구간과 나진항 항만 및 터미널을 건설한 뒤 러시아는 2012년 북한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등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동참 전까지 긴밀한 경제협력을 진행했다. 하지만 나선콘트랜스는 대북제재 압박으로 부채가 누적돼 올해 들어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력갱생으로 대북제재를 넘어서겠다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해당 사업이 복원된다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지역은 한국에도 의미가 크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시베리아 광산에서 채굴된 석탄을 철도로 나진항까지 수송한 뒤 배를 이용해 포항제철소 등으로 옮기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남·북·러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중국 지역인 투먼과 훈춘으로 돌아가며 북중 관계를 강조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3일 “북러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는 대북제재를 감안해 경제협력 청사진 정도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과 마찬가지로 경제협력의 핵심은 나선경제특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광복 위해 죽는 날까지 싸우겠다”… 임정 자금 대고 발해농장 개척

    “광복 위해 죽는 날까지 싸우겠다”… 임정 자금 대고 발해농장 개척

    “일제의 패망을 확신하니 유한(遺恨)이 없다. 동포의 고난을 네 고난으로 알고 살아가거라. 가사(家事)든 국사(國事)든 오직 자력(自力)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58세의 백산 안희제를 일제는 9개월 동안이나 악랄하게 고문했다. 피가 눌어붙은 죄수복을 입고 반송장이 돼 풀려난 백산은 장남 상록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몇 시간 후인 1943년 9월 12일 새벽 2시, 백산은 숨을 거두었다.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광복 두 해 전이었다.백산은 1885년 9월 12일 충절의 고장 경남 의령군 부림면 입산마을(설뫼마을)에서 태어났다.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의 생가가 지척에 있는 곳이다. 백산의 선조 안기종은 왜병과 싸운 의병장이었다. 입산마을은 낙동강 지류인 유곡천이 마을 앞에 흐르는 비옥한 땅으로 백산의 집안은 700석 부자였다. 안향의 후손인 탐진 안씨가 조선 중기부터 이 마을에 정착했으며 선생의 생가인 ‘백산고가’(白山古家)가 남아 있었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백산의 장손자 안경하(80)씨를 만나 백산의 일생에 대해 들었다. 안씨의 어머니, 즉 백산의 며느리는 왕산 허위의 형인 방산 허훈 가(家)의 자손과 결혼했다고 한다. 안씨는 “할아버지는 가족이 무슨 일을 하는 줄도 모를 정도로 독립운동을 비밀리에 했다”고 말했다. “새는 한가하여 벽곡(僻谷)을 찾았는데 해는 싫어하여 중천에 떠 두루 비치도다.” 한학에도 뛰어났던 선생이 유년 시절 지은 시다. 백산은 20세에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달이 밝은 날 밤 몰래 구국의 일념으로 상경했다.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다가 1년 후 양정의숙으로 옮겼다. 백산의 조국독립 방략은 무력 저항보다는 실력 양성, 계몽운동이었다. ●발해농장, 실질적인 국외 독립운동기지 1909년 먼저 부산 구포에 구명학교를, 의령에 의신학교를, 입산마을에 창남학교를 세웠다. 그해 9월에는 남형우, 김동삼, 서상일 등과 함께 국권회복을 위한 비밀결사체인 대동청년단을 결성했다. 26세 때인 1911년부터 3년 동안은 러시아와 만주를 돌아보며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했다. “국민을 교육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우리가 가난해서는 어렵습니다. 부산을 일본인 손에 넘겨줘서야 되겠습니까.” 귀국한 백산은 부산으로 가서 이렇게 호소해 1914년 9월 백산상회를 창립했다. 고향 논 2000마지기(40만평, 132만㎡)를 팔아 자금으로 썼다. 백산상회는 곡물, 면포, 해산물을 위탁 판매하는 개인기업이었다. 3년 후 합자회사로 전환, 경남 양산의 대지주 윤현태와 경주 최부자로 유명한 최준 등 영남 자산가들로부터 거액의 협력을 받았다. 중국 상해에서 임시정부 수립 움직임이 일 무렵인 1919년 초 백산상회는 백산무역주식회사로 확대 개편됐다. 주주들의 출자금 대부분은 임정 운영자금으로 보내졌다. 윤현태의 동생 윤현진은 아예 상해로 건너가 임정 재무차장을 맡았다. 백산상회는 국내외 20여 곳에 지점 및 연락사무소를 두었다. 겉만 기업이었지 독립운동 자금원이자 연락조직이었다. 김규식이 파리평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할 때 백산은 경비를 제공했다. 낌새를 알아차린 일제는 수색, 고문, 장부 검열을 계속했지만 단서를 잡지 못했다. 독립운동 자금을 장부상 결손으로 꾸며 추적을 따돌렸다. 백산은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다. 일본인 여관에 묵었으며 금테 안경을 쓰고 일본식 복장을 했는데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위장술이었다. 그러나 1921년부터 자금난이 심해졌고 주주들 간에 마찰이 생겼다. 경영 부실보다 독립운동 자금 탓이 컸다. 1928년 1월 백산상회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광복 후 백범 김구가 최준에게 독립운동 자금 장부를 보여주자 최준은 백산의 묘소를 향해 엎드려 통곡했다. 그가 준 돈이 한 푼도 어김없이 임정에 전달됐음을 보았기 때문이다.백산상회를 경영하는 한편으로 백산은 자산가들의 지원을 받아 후학 양성을 위한 기미육영회를 결성했다. 국회의원과 사회부 장관을 지낸 전진한,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북한 조평통 위원장을 지낸 국어학자 이극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신성모 등이 육영회 돈으로 독일, 영국에서 유학했다. 백산의 눈길은 언론으로 향했다. 이미 1920년 4월 동아일보 발기인으로 창간에 참여했었다. 1928년 6월 당시 3대 일간지의 하나로 필화사건을 겪던 중외일보를 인수,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원진 중에는 독립운동가 최윤동, 임유동도 있었다. 백산은 조석간 발행 등 지면 및 경영혁신을 꾀했다. 그러나 일제 통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다 1929년에 26회, 1930년에 31회 신문을 압수당하는 등 탄압을 받았다. 그러는 새 경영은 날로 어려워져 1931년 9월 중외일보는 결국 해산하고 말았다. 조국 땅을 지키며 민중과 더불어 합법적인 조직과 방법으로 독립을 꾀하겠다던 백산의 계획은 뜻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좌절밖에 없었다. 백산은 지인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조국은 감옥이다. 자유 천지에 나가서 활개를 펴고 조국 광복을 기어코 달성하는 데 죽는 날까지 싸워보겠노라.” 백산이 선택한 또 다른 길은 만주였다. 만주 땅을 일궈 빈농의 자립을 돕고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고자 했다. 김태원이라는 경제적 협력자를 구했다. 그는 경북 봉화 금광에서 노다지를 캐내 일약 거부가 되어 백산과 가까이 지내던 인물이었다. 만주 목단강성 영안현에 토지를 매입했다. 발해국 고도인 동경성이 있었던 곳이다. 1932년부터 목단강 상류 일부를 석축으로 막고 수로를 내 황량한 땅을 개간했다. 백산은 발해농장으로 이름 짓고 조선에서 실농 300여호를 이주시켰다. 자작농창제(自作農創制)를 고안했다. 농민에게 분배한 토지에서 생산한 곡물의 절반을 받아 다른 농지를 개간하고 수도를 개설하며 토지는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배해 자작농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1935년까지 농장 직경은 4㎞가 넘었고 수로는 16㎞에 이르렀다. 수차 증자받은 돈은 농장경영 자금 외에는 모두 독립운동 자금으로 몰래 보냈다. 백산은 청년기에 귀의했던 대종교에 심취했다. 발해농장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대종교로 정신적 결집을 이루고자 했다. 대종교 총본사를 동경성으로 옮겼다. 대종교 서적을 간행하고 단군전인 천진전을 건립했다. 이를 통해 독립투쟁을 벌이고자 했다. 발해농장은 표면적으로는 농장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국외 독립운동기지였다.●백산 장손자 “후손들 할아버지 이름 기억” 농장 규모가 커지고 교세가 나날이 확장되자 위협을 느낀 일제는 백산을 붙잡을 기회만 노렸다. ‘대륙 첩보의 귀신’ 난베가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었다. 1942년 일제는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켰다. 조선어사전편찬회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백산을 체포할 빌미를 잡았다. 일제는 조선어학회 이극로가 대동교 교주 윤세복에게 보낸 ‘널리 펴는 말’을 ‘조선독립선언서’로, 글 가운데 ‘일어서라’를 ‘봉기하자’로 조작했다. 일경은 대종교 간부 21명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검거했다. 이른바 ‘임오교변’이다. 입산마을에서 치병 중이던 백산은 목단강성 경무청으로 포박되어 끌려갔다. 10명이 숨질 정도로 고문은 악랄했다. 사건 배후에는 밀고자가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숨을 거두기 전 그를 용서하라고 유언했다. 광복 후 후손들은 밀고자를 찾아냈지만, 유언을 따라 응징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안민석 의원과 발해농장에 다녀온 장손자 안씨는 “지금도 개척자의 4~5세가 농장에 살고 있고 후손들은 할아버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톱10’ 그 이상… 암 딛고 일어선 탱크가 아름답다

    ‘톱10’ 그 이상… 암 딛고 일어선 탱크가 아름답다

    갑상선암 극복·체중 10㎏ 감량 복귀 운동·식이요법에 근육질 모습 그대로 한때 선두권서 막판 보기로 추격 상실 판정쭝, 대만 선수로 32년 만에 우승갑상선암을 극복하고 10㎏ 이상 체중을 줄인 뒤 8개월 만인 지난 1월 복귀를 선언했던 ‘탱크’ 최경주(49)가 13개월 만에 ‘톱 10’ 성적을 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경주는 2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경주가 PGA 투어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든 건 지난해 3월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 공동 5위 이후 1년 1개월 만이고 이번 시즌에는 처음이다. 같은 성적이긴 하지만 13개월 전 코랄레스 대회 때와는 무게가 사뭇 다르다. 코랄레스 대회는 같은 기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플레이에 나가지 못한 중하위권 선수만 출전한 B급 대회지만 RBC 헤리티지에서는 세계랭킹 10위 이내 5명을 포함해 PGA 투어 정상급의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더욱이 당시 최경주는 마지막 날 66타를 몰아쳐 ‘벼락치기’로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체중 감량 이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날씬하고 근육질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최경주는 이번 ‘톱 10’으로 PGA 투어에서 여전히 우승을 다툴 경쟁력을 다시 찾았음을 증명했다. 그는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취리히 클래식에서 또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2인 1조로 경기를 치르는 이 대회에서 최경주는 2015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챔피언 다비드 링메르트(스웨덴)와 호흡을 맞춘다. 13개월 만의 ‘톱 10’ 입상도 적지 않은 성과지만 지난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8년 만에 통산 9승째를 신고할 수 있었던 기회를 아쉽게 놓친 터라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경주는 5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한때 공동선두까지 올랐다. 그린을 놓친 7번(파3), 8번홀(파4)에서 잇따라 보기를 적어내 10위 밖으로 밀렸지만 11번홀(파4) 1.5m짜리 버디를 떨궈 다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타차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던 15번홀(파5) 2.5m 남짓한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가고 17번홀(파3)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1타를 잃어 추격할 동력을 잃었다. 우승은 버디 5개를 뽑아내며 4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대만의 판정쭝(27)에게 돌아갔다. 판정쭝은 지난 1987년 LA오픈을 제패한 전쩌중 이후 32년 만에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대만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모습을 보고 PGA 투어 선수를 꿈꿨다”고 말한 판정쭝은 올해 14차례 치른 PGA 투어 최고 성적이 마야코바 클래식 공동 16위였을 만큼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이날 우승으로 124만 2000달러의 거금과 함께 향후 2년간의 투어 출전권, 특히 내년 마스터스 출전 등 특급 대회에서 나설 수 있는 기회까지 손에 넣었다. 판정쭝의 우승으로 이 대회는 2년 연속 무명의 아시아 선수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초청선수로 출전했던 고다이라 사토시(일본)가 김시우(23)를 연장전에서 물리치고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따내기도 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경북의 봄을 전송합니다

    경북의 봄을 전송합니다

    경북도는 도문화관광공사, 도내 23개 시군과 함께 봄 여행 확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2019 봄 여행주간’을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경북으로 취향 따라 떠나는 특별한 보통 날’이란 주제가 눈길을 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여행주간에서 여행 유형을 ‘마을’로 제안하고, 경북 영주 무섬전통마을과 경주 교촌한옥마을 등 매력적인 마을여행지 20곳을 선정했다. 영주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무섬전통마을은 마을의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반남 박씨와 선성(예안) 김씨의 집성촌으로 고색창연한 50여채의 고가가 자리잡았다. 마을에는 350년 역사의 외나무다리(길이 150m, 폭 30㎝)가 상징물로 버티고 있다. 경주 교촌한옥마을은 마을 전체가 한옥으로 모두 부잣집 같고 골목마다 운치가 있다. 이곳은 경주 최씨 고택과 중요무형문화재인 경주교동법주가 자리잡고 있으며, 12대 동안 만석지기 재산을 지킨 경주 최 부자의 얼이 서린 곳이다.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가 지척이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는 여행주간 총 10회에 걸쳐 경북의 주요 관광지를 5개 테마(힐링·산림관광, 관광명소 및 맛집투어, 전통요리 체험, 축제여행, 인기 여행 유튜버와 함께하는 여행)별로 묶은 ‘스토리 체험투어’를 실시한다. 5월 3~4일 경주 첨성대에서 DJ가 진행하는 현장 참여 행사인 뉴트로 경북 라디오 ‘봄이 쏟아지는 밤에’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다양한 축제행사도 놓칠 수 없다. 문경 찻사발축제(4월 27일~5월 6일), 포항 해병대축제(4월 27~28일), 영양 산나물축제(5월 2~5일), 영주 선비문화축제(5월 3~6일), 의성 세계연(鳶)축제(5월 4~5일)가 잇따른다. 자세한 내용은 도내 시군 관광부서와 여행주간 홈페이지(travelweek.visitkorea.or.kr), 경북나드리 홈페이지(www.gbtour.net), 경북도관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의 매력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느라 애썼다”면서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경북을 찾아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100 % 0 %
  • [단독] 외교부, 김도현 駐베트남 대사 중징계 요청

    [단독] 외교부, 김도현 駐베트남 대사 중징계 요청

    부하 직원에 갑질·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임기 1년 만에 소환… 파면·해임 가능성외교부가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에 대해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를 요청하는 안을 인사혁신처에 접수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김 대사는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22일 “이달 둘째주에 외교부가 김 대사에 대한 징계안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접수된 징계안은 최대 120일 내에 징계위원회에 해부된다. 중징계안은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사는 민간기업 출신이기 때문에 이 중 ‘강등’ 처벌은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김 대사에게 다음달 초 본부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파면이나 해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사는 지난달 외교부 본부의 감사를 받았고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을 제공받는 등 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는 외교부 공무원이던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를 흔든 대통령 폄하 발언 투서사건에 연루돼 이후 보수정권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고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해 4월 말 베트남 대사에 발탁됐다. 외교소식통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업무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돌출행동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법 위반이 있다면 공평하게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트남 현지 한베가족협회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폭넓은 이해와 관심으로서 진취적으로 자기 일처럼 나서 주실 분을 다시 만날 기회가 과연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베유치원 설립이 성과도 이루기 전에 물거품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번엔 울진 앞바다 지진… 주민들 “심장이 벌렁벌렁”

    이번엔 울진 앞바다 지진… 주민들 “심장이 벌렁벌렁”

    어제 새벽 규모 3.8… 울진 두차례 진동 지진 감지신고 12건… 아직 피해 없어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22일 새벽 규모 3.8 지진이 발생하면서 진동을 겪었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5분쯤 울진군 동남동쪽 38㎞ 해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진동을 느끼는 계기 진도의 경우 일부 강원도와 경북은 3, 충북은 2로 분석됐다. 3은 ‘실내, 특히 건물 위층 사람이 현저하게 느끼며 정지한 차가 약간 흔들림’, 2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낌’으로 표현된다. 지진이 발생한 해역과 가까운 울진에 사는 주민은 새벽에 두 차례 진동이 느껴졌다고 한다. 김모(42)씨는 “두 번 갑자기 진동이 와서 순간적으로 놀랐고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심장이 벌렁댄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은 올 들어 한반도와 주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들어온 피해신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감지신고는 경북 11건, 강원 1건 접수됐다고 행정안전부는 전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의 지진을 경험한 동해안 주민은 울진 앞바다 지진 발생 소식에 불안감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큰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과 경주시민은 지진 얘기만 나와도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포항시민 장모(56)씨는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지진 트라우마에서 겨우 벗어나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데 자꾸 동해 쪽에서 지진이 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시민 김모(63·여)씨는 “최근 동해안이 산불과 지진까지 잇따르면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더이상 안전한 지역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동해에서 지진이 잇따르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해어 출현이 지진 전조증상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또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릉 경포해변에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 강릉 주문진항에서 투라치가 낚시 바늘에 걸렸고, 이달에는 동해시 노봉해변에서 대형 투라치가 또 낚시꾼에게 잡혔다. 지난 1월 초에는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앞바다서 심해어인 산갈치 한 마리가 발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고 일축한다. 울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해리스 주한美대사 “공은 김정은에 가 있다”

    해리스 주한美대사 “공은 김정은에 가 있다”

    “트럼프는 3차 정상회담 원하고 있지만 대화 기회 잡을지 안 잡을지 북에 달려 하노이 회담, 노딜이냐 배드딜이냐 문제 김정은, 계속해서 진전할 것이라 믿어”“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지 아닌지 모르니 공은 북한에 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서울 중구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를 위해 문을 계속 열어 놨고 대화 기회를 잡을지 안 잡을지는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를 떠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뭘 원하는지 알았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치기 쉬운 공을 넘겼고 그 공에는 ‘만약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에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한다면 얼마나 멀리 갈지에는 제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이후에도 북미가 계속 대화했다”며 “하노이 일은 진전을 계속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우리를 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약속했다. 할 일이 있지만 계속해서 진전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고도 강조했다. 또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회담은 노딜이냐 배드딜이냐의 문제였다”며 당시에는 노딜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정리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딜을 받아들였다면 아마 모든 경제 제재에 대해 즉각 해제했어야 했다”며 “대신 미국은 영변이 미래 어느 시점에 폐기될 것이란 약속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량 살상 무기와 운반수단이 남아 있었을 것이고 거의 모든 생산능력도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독회담이 단 2분에 불과했다는 질문에는 “2분보다는 더 이상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찬 장소에서도 사람은 많았지만 양국 정상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북·중·러 관계가 강화되고 미일 동맹이 심화되는데 한국만 고립된다는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과도 동맹관계”라며 “대북 제재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내린 것이 아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내렸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문제의 일부가 아니고 해결의 일부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빅딜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제시한 ‘굿이너프딜’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정부는 저와 중간단계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 문제는 FFVD에 달려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답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국방부 “韓함정에 초계기 근접하면 군사적 조치” 日에 경고

    軍 “5.5㎞ 내 땐 사격 레이더 前 경고통신 유사사건에 우리 군 강한 대응의지 설명 바로 쏘겠다고 했다는 日주장은 허위사실” 한국 과잉대응 부각하려는 여론전인 듯 오늘 양국 외교국장급 협의에서 논의 예정 한국 군 당국이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근접비행할 경우 군사적 조치가 단행될 것임을 일본 측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일본 군용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비출 것임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지난 1월 23일 발생한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과 관련해 일본 무관을 초치할 당시 3해리 이내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하면 해군 함정 인원을 보호하기 위해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照射)하기 전 경고통신을 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 보도는 ‘3해리 이내로 접근하면 바로 레이더를 쏘겠다’고 한국 국방부가 경고했다는 것인 반면 한국 국방부의 주장은 ‘레이더를 쏘겠다는 경고통신을 보내겠다’고 했다는 것으로 약간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고통신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군사적 조치의 수순이라는 점에서 한국 군이 일본 측에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국제관례상 3해리는 다른 나라의 함정이 근접하지 않는 국제관례 범위로 일본 측에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설명한 것”이라며 “일본 무관 초치 시 강력히 항의한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내용이지 군의 대응 매뉴얼에 대해선 일본 측에 통보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언론은 방위성이 지난 10일 서울에서 한국 국방부와 가진 비공식 협의에서 국제법상 근거가 없음을 들어 한국의 주장에 대해 철회를 요청했으나 한국 측은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 측이 협의에서 주장한 것은 우방국을 상대로 군사적 조치를 한다는 게 과도하다며 조치내용을 철회해 달라는 의사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군 당국은 일본 측이 비공개로 진행한 회의 내용을 공개한 것과 경고통신이 아닌 추적레이더를 조사하려 했다는 허위 내용을 주장했다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한일 실무회담에서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사안을 보도한 것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사실과 다른 부분을 보도했다면 한국 해군이 실제로 추적레이더를 조사하려 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한국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국제 여론전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해 12월부터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논란이 일어날 당시에도 한국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주장을 펼쳤고, 한국 측은 강력히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 측에 경고한 이후에도 우리가 레이더를 조사한 적은 없었다”며 “한일 간 군사적 갈등 원인을 한국에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군은 지난해 12월 20일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부터 일본 초계기가 수차례 해군 함정 상공으로 저공 위협 비행을 해 오자 군의 대응 매뉴얼을 보완했다. 여기에는 다른 나라 초계기가 한국 함정과 일정 거리 안으로 진입하면 경고통신을 강화하거나 함정에 탑재된 대잠수함 탐색용 링스 헬기를 기동하는 방안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협의에서는 일본 측이 원전사고 지역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지난 11일 세계무역기구(WTO)의 한국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수입 금지 조치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WTO는 재심이 없으며, 끝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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