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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포퓰리즘 빠진 대선주자들, 600조 나랏빚 보라

    나랏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640조 8700억원으로,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이나 민간 또는 해외에서 빌린 돈으로, 갚아야 할 빚이다. 다소 빚이 있어도 갚을 수만 있다면 큰 걱정이 안 되겠지만 우리의 사정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수년째 2%대의 경제성장률이 말해 주듯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으며,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경기 부진으로 세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복지 등 써야 할 곳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5%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무상보육, 기초연금 시행으로 한 해 복지 지출이 100조원을 돌파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런 추세라면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157.9%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빚이 가장 많은 나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곳간은 비고 부채만 늘어 각종 연금 등 복지지출에 차질을 빚지 말란 법이 없다. 나랏빚이 급속한 속도로 불어나는 것은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포퓰리즘에 빠진 정권과 정치권에 그 책임이 있다. 이들의 포퓰리즘 합작은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단 것처럼 입에 잘 맞을지 몰라도 미래세대에게는 무거운 짐을 안기는 행위이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실패한 유럽 여러 나라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에 마음을 빼앗긴 유력 대선 주자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개니, 기본소득제니 하는 솜사탕 같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 세금이 잘 걷힐 수 있을지, 세수 확대는 가능할지 등 돈 나올 구멍을 살펴보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 현재의 상황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이런 공약에 군침이 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세수 확보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대선에 뜻을 뒀다면 퍼주기식 공약보다 현재와 미래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국가경제시스템 구축에 고민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은 이제 말도 안 되는 유혹을 구별할 줄 안다. 실현하기도 어려운 공약에 한두번 속아 왔는가.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공약을 해 놓고 당선돼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언을 하는 행위가 더 반복되어선 안 된다.
  • [노력이 제값 받는 사회] ‘만사빽통’

    [노력이 제값 받는 사회] ‘만사빽통’

    ‘만사빽통’(만사형통+빽)이 만연한 취업 현실은 노력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열린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국가발전 정책토론회에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표한 ‘세대별 기회 불평등과 사회이동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10%만이 ‘기회가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 재단이 3520명에게 설문한 결과인데, 특히 청년세대(만 19~39세)는 5.2%만이 기회가 평등하다고 인식했다. 분야별로 청년들은 취업 기회(75.5%)에서 기회 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봤고, 교육 기회(64.7%), 건강 기회(46.6%) 순이었다. 중장년층(40~59세) 및 노년층(60~74세) 역시 취업 기회 불평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에서 경험한 차별을 묻는 질문에는 나이 차별(25.7%), 학벌 차별(24.7%), 성별 차별(13.5%)을 많이 꼽았다. 외모(11.6%), 지역(9.7%), 가족배경(8.1%), 신체장애(5%)등이 뒤를 이었다. 계층의 고착화는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15세 때와 현재를 비교해 자신이 속한 계층을 10단계(10점=최고계층)로 나눠 점수를 매긴 결과 노년층은 4.18점에서 4.69점으로 0.51점 상승했지만, 청년층은 4.31점에서 4.44점으로 0.13점 오르는데 그쳤다. 자녀 계층 예상치도 청년층은 5.52로, 노년층(6.14), 중장년층(5.99)보다 어두운 전망을 했다. 한마디로 청년층일수록 계층 상승 인식이 낮고 그 가능성도 작게 본다는 얘기다. 기회 불평등 증가는 계층 간 이동을 막아 상대적 박탈감을 확대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금수저, 흙수저론’이 대표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산업화 세대(1940~1959년생)에는 부모의 학력과 계층이 자녀의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정보화 세대(1975~1995년생)에는 양자의 관계가 밀접해졌다. 기회 불평등은 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하고, 양극화는 성장률을 저하시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회원국들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누적 경제성장률(GDP)이 하락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창출 노력, 세제와 재분배정책을 통한 빈곤의 탈출 및 불평등 감소 노력, 교육의 효과가 골고루 미치게 하는 노력, 차별과 배제를 줄이고 예방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최강 군사력 보유·年 4% 경제성장… “美 이익 최우선”

    최강 군사력 보유·年 4% 경제성장… “美 이익 최우선”

    미국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제시한 신임 트럼프 행정부의 ‘6대 국정운영’ 과제를 통해, 힘을 바탕으로 한 미국 우선 외교정책과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정을 비롯해 10년간 일자리 2500만개, 연 4% 성장 등을 내세웠다.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한 6대 분야 국정 우선과제는 ▲미국 우선 외교정책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법질서 구축 ▲미군 재건 ▲일자리 회복과 성장 ▲미국 우선 에너지계획 등이다. 백악관은 우선 ‘힘을 통한 평화’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 평화’를 강조했다. 또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체제를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동맹국에 더 부담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주한미군이나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엄격하고 공정한’(tough and fair) 무역협정도 강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의 재협상이나 파기할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존 무역협정 위반사례를 조사해 정부 차원에서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 미국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을 긴장케 했다. ‘미국 우선주의’가 ‘최강 군사력 보유’로 이어질 것임도 시사했다. “우리의 해군 전함은 1991년 500척 이상에서 2016년 275척으로 줄었으며 공군은 1991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며 미군의 ‘재건’을 약속했다. 누구도 위협하지 못하는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강대국 간의 군비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제 성장률 4%’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도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규제완화 등 철저한 신자유주의 노선과 미국 이익 우선주의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규모 감세는 재정압박과 복지제도의 위축으로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는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또 제조업 부양으로만은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력 강화와 국경장벽 설치 등으로 공권력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의 총기 휴대를 완화해 자위권을 늘리겠다고 했다. 한편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도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만큼, 협상력을 잘 발휘한다면 우려되는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경제연구원장 릴레이 인터뷰] “반기업 정서 뿌리 뽑고, 서비스업 살려야 일자리 창출”

    [경제연구원장 릴레이 인터뷰] “반기업 정서 뿌리 뽑고, 서비스업 살려야 일자리 창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은 “노동개혁이나 규제완화 같은 시스템 혁신 없이는 아무리 재정·통화 완화 정책을 구사해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원장실에서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에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하면서 한쪽에서는 반기업 정서를 키우는 모순된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의 답을 결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권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요약한다면. -우리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2.5%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4%보다 낮은 것인데, 그만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경기의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락을 이어 가고 있는데, 솔직히 지금 같아선 회복 가능성이 별로 안 보인다. 특히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 불확실성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에 비해서도 3배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대선 정국으로 인한 각종 이슈의 정쟁화 등이 원인이다. 특히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사태 때에만 잠깐씩 하락했던 제조업 가동률이 최근 4~5년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의 통상 압력이 거세질 조짐인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같은 것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자체의 체질을 탄탄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 물건이 확실하게 중국이나 일본 제품보다 좋지 않고서는 경직돼 가는 국제 통상 질서에서 버텨 내기 힘들다. →우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스위스, 싱가포르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작지만 단단한 경제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자리는 결국 서비스업에서 나온다. 제조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 교육, 관광, 콘텐츠, 레저, 한류,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관광객이 연간 2000만명을 넘어섰다. 관광산업 육성에 집중한 결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일본보다 많았다.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 아닌가.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정부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 경기 대응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것이 다 안 좋은데 연간 성장률이 이렇게 떨어지면 우리 청년 인구에게 누가 일자리를 줄 수 있겠는가. 성장률이 낮아져 기업들이 도산하면 제일 피해 보는 사람들이 영세상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소비, 수출, 투자가 다 안 되면 재정이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도모해야 할 것 같다. -재정이나 통화정책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과 노동 유연화다. 돈을 아무리 풀어 봐야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같다. 특히 돈 안 들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이 규제개혁, 노동개혁이다. 또한 기업과 기업인을 존경하는 정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인을 다 나쁘다고 욕하면 웬만한 중소기업 주인들조차 회사를 팔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이다. 피부로 느끼는 청년실업률은 2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데 고용 문제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서 풀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 220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자본은 고작 860억 달러였다. 쉽게 말해 그 차액만큼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우선은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또 경제관료들에게 좀더 권한을 부여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리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권태신 원장은 ▲1949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카스비즈니스스쿨 경영학 석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국무총리실장(장관급)
  • [열리는 트럼프 시대-세계의 시선(상)] “트럼프, 대만·관세 카드로 中 때릴 것…북핵 대응 균열 우려”

    [열리는 트럼프 시대-세계의 시선(상)] “트럼프, 대만·관세 카드로 中 때릴 것…북핵 대응 균열 우려”

    “중국은 힐러리 클린턴의 ‘확실성’보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배팅했다. 큰 착각이었다.” 베이징대 진징이(金景一) 교수는 1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중국은 대중 강경책을 펼 게 분명했던 클린턴보다 어떤 중국 정책을 들고 나올지 불분명했던 트럼프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당선 이후 지금까지의 언행과 내각 구성으로 볼 때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훨씬 가혹한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오는 20일부터 펼쳐질 트럼프 시대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영 언론들은 “한판 붙자”며 투쟁 의지를 불사르지만, ‘칼자루’는 트럼프 당선자가 쥐고 있다. 중국 압박에 트럼프가 가진 가장 확실한 ‘카드’는 대만이다. 그동안 세 차례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은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과 외교적 관계를 맺는 전제 조건이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는 대만 카드로 최대한 많은 돈을 챙기려 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만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협상에서는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중국에 남중국해는 대만과 똑같은 영토 주권의 문제이다. 그러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청문회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접근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남중국해를 건드리면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의지를 점점 굳히고 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지휘할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하고 중국에 적개심을 표출해 온 피터 나바로 교수를 위원장으로 앉혔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3852억 달러에 이른다. 만약 공언대로 45%의 관세가 실제로 붙는다면 대미 수출액은 50~87%가량 줄고,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4.8%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핵 문제 대응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와 틸러슨은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중국은 “북핵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북한에 있다”며 여차하면 미국과의 북한 제재에 대한 공조를 파기할 기세다. 중국은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틀어진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쪽으로 더 다가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트 당선자는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필사적으로 유지해 온 러시아 제재를 풀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 일각에서는 중국과 밀착해 소련을 붕괴시킨 도널드 레이건의 전략을 트럼프가 차용해 러시아와 연합해 중국을 도태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긴장감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트럼프 당선자에게 기대를 거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세계의 경찰’ 역할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더 관심이 많다. 트럼프 집권기에 미국과 동등한 반열에 서거나, 미국을 넘어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중국에서 나오는 이유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새해 첫 외교 일정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쓸모없는 기구”라고 비판하며 나토에 내는 방위비를 삭감할 뜻을 밝혔다. 중국 인민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미국과 유럽이 멀어지는 만큼 중국이 유럽에 다가설 공간이 열린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중국의 인권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내정에 간섭해 왔다고 생각한 중국으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당사국이다. 그러나 지난해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친미에서 친중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베트남도 중국과의 갈등보다는 경제 협력을 택했다. 필리핀과 베트남의 변심이 없었다면 중국은 미국에 완벽하게 봉쇄될 뻔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올 1000여명 추가 고용…2000억대 인프라 구축”

    “올 1000여명 추가 고용…2000억대 인프라 구축”

    “올해 1000여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인프라 구축에 2000억원을 투자하겠습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예년만큼 높지 않고, 상반기 정치적으로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연간 6만대 판매 등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벤츠코리아는 5만 6343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최초로 연간 5만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약 19.9%다. 글로벌 평균 성장률(11.3%)을 훨씬 웃돈다. 실라키스 사장은 “전 세계 8위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겠다”면서 “독일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6대의 신차(친환경차 포함)를 내놓고, 전시장(42개)과 서비스센터(48개)도 각각 8개, 7개 늘리기로 했다. 사회공헌기금도 전년 대비 30% 늘어난 40억원을 출연한다. ‘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의 합성어), 인포테인먼트 역량을 갖춘 협력업체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또 이동통신사인 KT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시장을 열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IMF도 한국 성장률 전망 2%대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0%에서 2%대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치(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과 함께 이탈리아를 올해 성장전망이 하향 조정된 국가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단 이탈리아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0.9%에서 0.7%로 0.2%포인트 내렸지만, 한국의 전망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IMF가 지난해 10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전망치는 2%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IMF의 새 전망치를 파악하고 있지만, 외부에 공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에 대해 구색 맞추기 정도로 불확실하게 언급해 IMF 측에 항의했다”면서 “전망치를 파악했지만 조사 주체가 발표하지 않는 수치를 우리가 먼저 공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제기관이 예측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우리 정부는 2.6%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은 2.5%를 예상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로또 작년 판매량 사상 최대…불황 탓?

    로또 작년 판매량 사상 최대…불황 탓?

    지난해 로또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는 액수 기준 3조 5500여억원, 판매량 기준 35억 5000여게임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9%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판매액 기준으로는 역대 2위다. 작년 로또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100만명을 넘은 실업자 수 등 불경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요인을 불황이 아닌 로또 판매점 증가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올해 로또 판매점 신규 개설이 마무리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폭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황으로 로또 판매가 늘어난다는 상관관계는 규명된 바 없다”며 “내년부터 로또복권 판매 증가는 경제성장률 정도로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소비 둔화” 올 성장 전망 2.8 → 2.5%로 하향

    “소비 둔화” 올 성장 전망 2.8 → 2.5%로 하향

    한은 “집값 급속한 변동은 없을 것”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5%로 0.3% 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로 제시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는 2015년부터 내년까지 4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게 된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금융통화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현재의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0.25% 포인트 내린 이후 7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망(2.8%) 이후 대내외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과 미국 달러화의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본 게 하락 전망의 포인트였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0%)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반기 2.4%, 하반기 2.6%로 예상한 ‘상저하고’(上低下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올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4.3%로 지난해(10.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 총재는 집값 하락 가능성과 관련해 “주택 경기가 수년간 좋았다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주택 가격을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집값의 급속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 2.4%에서 올해 1.9%로 0.5%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소득여건 개선이 미흡하고, 원리금(원금+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가 약화되는 것이 민간소비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기여도는 민간소비 둔화로 ‘수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내수의 순성장 기여도는 1.7% 포인트, 수출은 0.8% 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는 내수와 수출이 각각 2.3% 포인트, 0.4% 포인트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로 전망돼 종전보다 0.1% 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기고] ‘겨울여행’으로 시작하는 2017년/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기고] ‘겨울여행’으로 시작하는 2017년/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공직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던 수습 기간에 우리 부처에 배속된 동기 3명과 설악산을 간 적이 있다. 그날은 너무 눈이 많이 와 산장 근무자의 권고에 따라 희운각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 이후 겨울 산은 나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눈 덮인 설악산은 내 마음의 성지가 됐다. 14일부터 30일까지 17일간 ‘겨울여행주간’이 시작된다. 그동안 봄·가을에만 추진하던 여행주간을 올해 처음으로 겨울까지 확대했다. 날씨가 차고, 볼거리가 적다는 편견 때문에 겨울은 국내 여행의 최대 비수기다. 2015년 국민 여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 2월에 우리 국민이 관광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날은 1년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스키장 이용객도 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상해 보라. 겨울 휴가는 새로운 활력으로 한 해를 준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한 언론이 보도한 새해 소망에 대한 SNS 버즈량 분석 결과를 보면 여행이 지난해 새해 소망 4위에서 올해는 2위로 올랐다. 한 리서치 회사의 올해 소비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소비 지출 9개 항목 중 여행비 증가 전망폭이 가장 컸다. 겨울여행주간도 국민들의 이러한 열망을 반영해 준비했다. 겨울여행은 세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아무도 걷지 않은 눈 덮인 길을 걸으면서 고즈넉한 풍광 속에서 자신을 비우는 힐링. 스키, 보드, 스케이트, 썰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활동. 마지막으로 아이 손잡고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예술이 있는 따뜻한 곳을 찾는 교육·체험이나 실내 워터파크와 온천에서 추위를 녹이는 휴식. 겨울여행주간도 여기에 맞췄다. ‘화천 산천어축제’처럼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엄선해 소개하고, 평창에는 ‘겨울, 대한민국에 피어나는 꽃’을 주제로 1만 송이의 엘이디(LED) 장미밭도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 여행으로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도 추천하고 있다. 덕유산 눈꽃 트레킹, 낭만이 있는 강천산 눈꽃열차 등도 빠질 수 없는 겨울의 즐거움이다. 여행에서 먹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춘천 시내 투어와 결합한 ‘뜨겁닭투어’, 화천 외도리탕, 횡성 한우국밥 등 뜨겁고 매운 맛을 찾아 떠나는 ‘빨간국물투어’도 준비했다. 부산 전통시장을 돌며 유부주머니, 씨앗호떡의 달콤한 맛을 경험하는 건 어떨까.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6%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3년 연속 2%대 성장률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여행을 갈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여행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역에 숙박, 교통, 볼거리 등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면 그곳은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 그래야 투자 유치, 고용 창출, 지역 내수 발전의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그동안 실태조사를 보면 여행주간에 국민이 한 번 더 여행을 가면 총지출액이 1조 3000억원 증가한다. 이 돈이 지역 내수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여행을 단순한 낭비로만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 [In&Out] 노후인프라 교체와 히든 챔피언 육성 시급하다/구자명 대한전문건설협회중앙회 상임부회장

    [In&Out] 노후인프라 교체와 히든 챔피언 육성 시급하다/구자명 대한전문건설협회중앙회 상임부회장

    며칠 전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췄다. 하지만 실질소득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둔화, 미국의 단계적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산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우선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보다 8.0% 정도 감액한 21조 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2008년 19조 6000억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이다. 건설산업 모든 분야에서 SOC 예산이 삭감됨에 따라 산업 전반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견된다.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2013∼2017년)이 종료됨에 따라 올해에는 제5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 수립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5차 계획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도심 정비, 고속도로, 교량, 터널, 병원 등 인프라 재건에 약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영국 정부는 약 33조원 규모의 국가생산성투자펀드를 조성하여 인프라 재건과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SOC 예산을 2018년 20조 3000억원, 2019년 19조 3000억원, 2020년 18조 5000억원으로 연평균 6.0%씩 감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세계적 동향과 다소 동떨어진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1980년대 압축성장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건설된 노후 인프라의 교체를 위한 재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후 인프라를 재건하는 방안을 제5차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산업 분야에서는 작지만 전문분야의 특정기술을 갖고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히든 챔피언’ 전문건설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건설업체가 히든 챔피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 개발과 원천기술 확보, 그리고 장인정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러나 종합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하여 전문건설업체에 저가로 하도급을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결코 히든 챔피언 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 정부는 전문건설업체가 공사를 직접 수주하고, R&D 투자를 하는 선순환 토대가 조성될 수 있도록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의무화와 소규모복합공사 금액 단계적 확대, 그리고 이종(異種) 전문건설업체 간 공동도급을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원도급자가 공사를 저가에 하도급하는 고질적인 하도급 부조리와 하도급자의 경영난을 초래하는 부당 특약제도 개선, 시공 효율 저해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직접시공제도 확대 유보 등 전문건설업자의 권익과 업역을 보호해 우리나라에서도 히든 챔피언 전문건설업체가 탄생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거대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는 거대한 3D 프린터를 이용해 건축을 시작했다. 조지 이스트먼이 1880년 설립한 코닥은 카메라·필름 분야의 선구자였다. 코닥이 있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모습 촬영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늘날의 애플과 같은 혁신기업이었다. 하지만 시장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타성으로 인해 결국 몰락했다. 건설산업도 이제 더이상 정부의 SOC 공사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건설 수요 창출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 원·하도급자, 건설기계업체 및 건설 근로자 등 모든 생산 주체가 고통을 분담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상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고 해외 건설시장 등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한국 산업구조 아직도 선단형… 조선·해운 붕괴 노동시장 붕괴 초래”

    “한국 산업구조 아직도 선단형… 조선·해운 붕괴 노동시장 붕괴 초래”

    외환위기 때 금융감독위원장(현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우리 산업구조는 여전히 개발경제 때의 선단(船團)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조선과 해운산업 붕괴는 노동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단 구조는 재벌이 주력 업체를 중심으로 확장을 거듭해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우리 경제의 현실을 빗댄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공정 봇물” 이 전 부총리는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회계법인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리스타트(ReStart) 2017’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지난해) 가계부채의 내파(內波) 가능성과 좀비기업 정리의 미진함을 지적했는데 이들은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는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터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문제점이 봇물 터지듯 노출됐고, 젊은이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용어를 쓴다”며 “우리 사회가 양극화와 기득권화를 바꿀 만한 동력과 주체를 상실했음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했다. ▲대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급속한 고령화를 맞았으며 ▲과도한 주거비 ▲교육비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간 2%대의 경제성장률에서 높낮이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성장률 전망 의미가 쇠퇴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에는 문제를 해결할 힘이 남아 있다”고 독려했다. 그는 “창조력이 한국 사회의 힘이 될 것”이라며 “30~40대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주입식 교육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면 스스로 창조력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득권층의 세 부담을 확대하고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적인 상속·증여에 대해서도 과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해 “트럼프의 당선은 유권자 70%를 차지하는 백인이 이념보다 경제적 불안에 반응한 결과”라며 “그러나 트럼프의 정책 조합은 단기적인 약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론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또 “27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세계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트럼프는 이제 문을 닫으려고 한다”며 “국경과 인종에 담을 높이 쌓는 트럼프식 포퓰리즘은 스테로이드 처방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문제 해결 능력 아직 있다” 이 전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10년 앞을 내다본 시각에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수합병(M&A)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형 소득재분배 정책을 찾고 새로운 고용규범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청탁금지법 보완하더라도 근본 취지 훼손 말아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 설날과 맞물려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겪으면서 음식점업과 화훼업종 등 일부 업종의 피해가 한층 커진 데다 설 특수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100일을 갓 넘긴 짧은 기간에 부정부패와 과도한 접대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음에도 서민 경제의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한 게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미뤄봤을 때 설 명절 역시 서민들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청렴한 사회의 구현이다. 국민적 공감대 아래 마련된 법안임이 틀림없다. 접대 식사비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이른바 3·5·10 원칙’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식사를 할 때도 법 규정을 따지고 저녁 술자리도 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병원이나 관공서 등의 청탁도 줄었다. 맛 좋고 값싼 음식점에 손님이 몰리고 있다. 분명히 세태가 달려졌다. 사회가 변화의 과정에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고급 음식점과 화훼·한우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고급 생선의 수요도 격감함에 따라 어민들의 고통도 가중됐다. 법 규정의 빈틈을 노려 5만원권 선물 카드를 주고 밥값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꼼수도 등장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경기침체 속에 소비 증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법의 이상과 현실과의 충돌이다. 3만원 이하의 ‘김영란 메뉴’를 만들고,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선보이는 등 변화에 대응하려고 애쓰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전망치보다 0.4% 포인트 낮은 2.6%로 조정하면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원인으로까지 지적했다.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청탁금지법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자 흐름이다. 다만 민간 소비를 흔들고, 국민 특히 서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법이라면 좋은 법이라고 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법의 근본 취지는 훼손하지 않은 전제 아래 과도한 규제조항이나 미비점, 부작용 등은 현실에 맞게 다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청탁금지법의 식대 완화, 설·추석에 한해 경조사 10만원에 준하는 별도의 상한선 부여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합리적인 조정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오죽하면 정부가 이럴까 싶지만 명분만 고집하기에는 서민 경제가 너무 팍팍하다.
  • [In&Out] 한국무역의 재흥과 세계화 4.0/문희철 충남대 교수·한국무역학회장

    [In&Out] 한국무역의 재흥과 세계화 4.0/문희철 충남대 교수·한국무역학회장

    해마다 이맘때쯤 나오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한국 경제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올해 세계경제는 선진국의 경기회복세 지속과 신흥국 경제의 반등으로 전년의 2.9%보다 높은 3.4%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는 탄핵정국 등 정치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내수불황의 심화로 경제성장률이 2.3% 내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눈을 돌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무역에 초점을 맞춰 보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보다 5.9% 감소한 4955억 달러, 수입액은 7.1% 줄어든 4057억 달러다. 2011년 첫 달성 이후 4년간 이어오던 무역수지 1조 달러 달성도 2년 연속 무산됐다. 올해는 세계 경기가 개선되고 주력 품목 수요가 호전되면서 연간 수출이 2.9% 증가한 5100억 달러, 연간 수입은 7.2% 늘어난 4350억 달러로 전망된다. 무역수지 1조 달러 달성이 또 어렵다는 이런 전망조차 G2(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과 이로 인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브렉시트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및 소비 침체 등으로 달성이 미지수다. 한국 무역, 나아가 한국 경제는 어디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인가? 필자는 올해 한국 무역이 다시 1조 달러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를 좌우할 3개의 키워드에 주목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글로벌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이다. 개도국이 자국의 유치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관세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신보호무역주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온갖 무역구제 조치를 총동원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진흙탕처럼 어두운 보호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 세계 52개국에 걸쳐 기발효 중인 15건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률을 높이고 현재 진행 중인 FTA들도 조기에 타결할 필요가 있다. 또 러시아, 브라질, 인도, AEC 등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세가 빠른 신흥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둘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화이다 인공지능(AI),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한국이 새로운 수출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가치사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무역(digital trade) 또는 CBEC(Cross-Border e-Commerce) 시장의 팽창이다. 매킨지에 따르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4년 1조 3000억 달러로 이미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한 데 이어 2019년에는 3조 40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구글, 유튜브, 알리바바 등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생산자의 거래 비용감소,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글로벌 시장의 효율화로 사용자 참여를 확대 견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형 디지털플랫폼과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히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신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제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 디지털무역의 확산 등 위협과 기회요인이 병존하고 있는 2017년 세계경제 여건하에서 한국 경제가 최소한 세계평균치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한국 무역의 재흥밖에는 답이 없다. 이를 위한 차기 정부의 슬로건 내지 정책 과제로 ‘세계화 4.0’(Globalization 4.0)을 추천한다. ‘세계화 4.0’의 기치하에 국가, 기업, 국민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세계무역 4강도 결코 실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리라 믿는다.
  • 올 기업 경제키워드는 ‘살아남기’

    올해도 여러 가지 악재 속에 ‘범피로드’(bumpy road·울퉁불퉁한 길)가 이어질 것이므로 우리 기업들은 ‘살아남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50여명의 경제·사회 전문가를 대상으로 ‘2017년 경제키워드·기업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주요 대외 리스크로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69.2%·복수응답), 중국 경기둔화(57.7%), 보호무역주의 확산(46.2%), 북한·IS 위협(15.4%)을 꼽았다. 응답자의 76%는 “내년도 미국 연준 금리는 0.5% 포인트 이상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에서 6%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88.5%)였다. 해외 경제 전망은 미국·동남아만 ‘긍정적’이고 중국·중남미 등은 ‘부정적’으로 봤다. 지난해와 비교한 나라별 경제 전망 수치는 미국(180), 동남아(124), 러시아(100), 일본(96), 중동(80), EU(72), 중남미(68), 중국(52) 순으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긍정적, 0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기업 매출액과 관련, 응답자의 92.3%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84.6%)이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지난해보다 높을 것”(73.1%)으로 예상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대외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21兆로 경기보강, 정책 재탕 머물러 실효성 한계”

    “21兆로 경기보강, 정책 재탕 머물러 실효성 한계”

    정부는 연초의 경기위축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21조원대의 ‘경기보강’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존에 해왔던 공공기관의 투자 확대, 정책금융기관의 자금공급 확대를 반복한 것에 그쳐 실제 경기부양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경기보강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21조 3000억원은 지난해 9월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원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새로운 것 없어…‘착시효과’ 노린 정책” 정부는 지난해 초과 세수에 따른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정산분(약 3조원)을 예년보다 이른 4월에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고, 연간 재정집행률을 지난 5년 평균(95.5%)보다 1% 포인트(3조원)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신산업을 중심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30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투자를 7조원 확대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공급을 8조원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초과 세수의 교부세 지급은 이미 교부세법과 교부금법에 정해진 내용이다. 연간 재정집행률 제고 역시 이미 책정된 예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쓰겠다’는 것이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공급 확대는 필요하면 빌려 쓸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키워 준다는 뜻으로 중소기업 등이 빌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공공기관 투자 확대의 경우 지난해는 6조원이었다. 특별히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해왔던 정책을 반복하면서 ‘재정보강’으로의 착시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전반적으로 올 1분기에 조기 집행하겠다는 것이 전부”라면서 “새로운 것은 없고 기존에 나온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올 경제성장률 2.6% “근거 없는 낙관” 이와 함께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근거 없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올해 전망치를 2.4%로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2.0%, 설비투자가 2.9%, 건설투자는 4.4%, 지식생산물투자가 2.4% 증가하고 경상수지는 85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도 민간소비는 2.0%로 같은 수치를 내놨고, 지식생산물투자만 0.5% 포인트 높은 2.9%로 예측했다. 나머지 설비투자(2.8%)와 건설투자(4.0%), 경상수지 흑자(820억 달러) 규모는 KDI보다 낮게 봤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KDI보다 0.2% 포인트 높은 2.6%였다. 정부는 0.2% 포인트의 차이에 대해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정책효과”라고만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전망치는 세게 말하고 실적치는 낮은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처음부터 전망치를 낮춰 잡아야 한다”면서 “소통을 강화하고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경제주체들과 공유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 노인의 삶은 2.6%라도 성장했을까/유영규 금융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이 노인의 삶은 2.6%라도 성장했을까/유영규 금융부 차장

    까맣게 잊고 지냈다. 노인의 안부가 궁금해진 건 ‘새해 빈 병 보증금이 2배 이상 오른다’는 뉴스 덕이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가끔 나오는 빈 병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현복(84·가명)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2015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언덕에서다. 사실 눈에 들어온 건 눈 쌓인 비탈길을 위태위태 올라가는 폐품 더미였다. 당시 노인 빈곤 문제를 취재하던 터라 함께 폐지 줍기를 청했고, 이후 인근 노인들과 며칠간 폐지를 주웠다. 르포 취재를 마친 뒤 “꼭 한번 찾아뵐게요”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인사치레였다. 죄스러운 마음에 음료수 박스를 챙겨 북가좌동 빌라촌으로 향했다. 1년여 만에 뵌 할아버지는 수척해 보였다. 등은 더 굽었고 움직임도 많이 느려졌다. 해가 변해도 변하지 않은 건 하루 15시간 넘게 무거운 끌차를 끌며 폐지를 주워야 하루 6000원이라도 쥐는 가난한 노부부의 일상이었다. 새해 첫날에도 할아버지는 새벽부터 끌차를 잡았다. “허리가 많이 안 좋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지만 다른 대안도 없다고 했다. 가난한 노부부는 요즘 말로 하면 55만원 세대다. 총 32만원이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약과 병원비 등을 빼면 딱 2만원 남는다. 나머지 23만원을 채우는 건 할아버지의 몫이다. “그래도 새해엔 빈 병 값이 좀 오른다니 다행이에요”라고 말하자 노인이 웃는다. 할머니가 거든다. “기자 양반이 그것도 몰라. 이제 거리에서 빈 병 찾는 건 동전 줍는 것만큼 어려워. 원래 돈 되는 물건은 없는 사람 차지가 아닌 법이야….” 아는 척 건넨 인사말이 너무 부끄러웠다. 새해 들어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빈 병 보증금이 올랐다. 정책 당국은 빈 병 회수율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말한다. 빈곤 노인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모아 뒀다 팔면 돈이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당장 서민 주택가 등을 중심으로 빈 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책을 만들면서 빈곤 노인에게 미칠 부작용 등은 없는지 고민이나 의견 수렴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22년 만에 오르는 빈 병 값에 이미 복마전이 생겼고, 관련 업계는 자기 몫을 챙겼다.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며 지난 연말 소주와 맥주 값을 올렸다. 빈 병 받기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도·소매업자 역시 지난해 6월 취급수수료를 병당 12원씩 올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속엔 하루 종일 병을 줍는 노인들의 몫은 없다. 늘 그랬기에 섭섭해할 일도 아니다. 빈곤 노인들의 생계지수라고 불리는 ‘폐지 가격’만 해도 그렇다. 6년 전만 하더라도 폐지는 ㎏당 200원 정도를 쳐줬지만 이젠 60~70원대로 떨어졌다. 플라스틱류나 페트병, 알루미늄캔 가격도 반 토막이 났다. 가격이 급락한 만큼 폐지 줍는 노인들의 소득이 떨어졌지만 누구 하나 폐지 가격 따위에 관심을 두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6년이 흘렀다. 하지만 폐지 가격 폭락의 원인에는 골판지 업체들의 짬짜미가 숨어 있었다. 요즘 온 나라가 저성장 때문에 고민이다. 경제성장률이 2014년 3.3%에서 2015년 2.6%로 둔화된 후 지난해와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형국이다. 문득 궁금증도 든다. 경제 성장의 총량이 증가하면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느냐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이 다시 3%대를 넘어선다면 할아버지의 삶은 지금보다 윤택해지는 걸까’라는 의문도 든다. 빈곤층의 겨울은 올해도 뼛속까지 시리다.
  • [사설] 신뢰와 혁신으로 새 대한민국을 열자

    탄핵되면 조기 대선 치를 새해 통합 리더십으로 국민 한뜻 모아 악재 많은 국내외 여건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위해 다같이 나서야 태평성대만 누리는 역사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가난과 전쟁, 풍요와 평화의 시간이 교차했다. 대한민국은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이라는 참극을 겪고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고난도 슬기롭게 극복해 세계 주요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은 계속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는 국정 농단이라는, 유례없는 정치적 역경에 부닥쳤다. 그 어이없는 파문은 지금도 갈 길 바쁜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닭띠 해, 정유년 새해 새 아침에 태양은 어느 때와 똑같이 붉게 타올랐지만 국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국정의 선두에 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대통령의 궤도 이탈을 보면서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대통령의 일탈에 대해 국민은 엄동설한에도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힘 모아 저항한 끝에 탄핵 의결을 이끌어 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주권재민의 헌법 정신을 확인했다. 새해 우리 앞에는 대통령의 탄핵과 선거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대사(大事)가 놓여 있다. 탄핵이 결정된다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강제 퇴진당할 것이다. 그에 따라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 기간이 짧아 4당 체제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는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앞날은 좋은 대통령을 뽑는 데 달려 있다. 결국은 국민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개헌이 된다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87년 체제’는 변경된다. 새 헌법의 ‘17년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순탄치 않은 정치적 변곡점에 서 있는 셈이다. 올해는 정치적으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경제적으로는 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독재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복귀했지만 이념 투쟁은 더 극렬해졌다. 국민 통합은 구호로만 남았고 정치적, 정신적 영토의 경계는 아직도 선명하다. 이념, 지역, 빈부, 노사, 세대 간에 사사건건 맞붙어 오로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몰두했다. 이렇게 된 데는 국익과 화합은 내팽개치고 특권에 파묻혀 정략의 잣대로만 행동하는 정치인들의 구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대권을 놓고 후보 간, 정당 간에 소용돌이칠 이전투구, 아귀다툼을 생각하면 국민의 입에서는 한숨부터 나온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 정치인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삼류 정치에서 탈피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선진 정치의 실현은 요원하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우리 경제는 그에 못지않은 시련에 또다시 직면해 있다.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뻔히 보면서도 저성장과 장기불황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보수적으로 예측하는 정부조차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제시하며 앞이 어두운 한 해를 예고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여전히 한국에 장밋빛 점수를 주고 있지만 주변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 전체를 뒤흔들지도 모를 위험한 뇌관이다. 세계 1위 또는 선두권을 유지하던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은 이미 중국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등 제조업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소비 심리는 가라앉아 생산 부진, 소비 둔화라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놓였다. 이 와중에 예고된 것과 다름없는 미국 트럼프 새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수출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내우외환의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한탄만 하고 있다면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늘 극복의 힘을 보여 줬던 우리 국민 아닌가. 겉으론 갈등하고 싸워 왔지만 결정적인 어려움 앞에서 한민족은 대동단결의 역량을 보여 주었다. 서울신문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소통·사회통합(34.3%), 청렴·도덕성(24.8%) 순으로 꼽았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차기 정권의 리더십은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셈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등 갈등 구조를 해소, 통합하고 도덕적 권위로 신뢰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바닥 심리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800만명으로 집계되는 빈곤층의 막막한 삶부터 살펴보기 바란다. 노인 빈곤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며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의 사정 또한 절박하다. 상위 10분위 계층이 국민 전체 자산의 42.1%를 차지하는 양극화는 부의 대물림과 계층 간의 이동 차단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혼 적령기 청년층의 혼인 기피는 세계 꼴찌권의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은 경계하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정부가 보장하는 양면 전략이 요구된다. 참석자 연인원 1000만명을 넘긴 촛불집회의 민심에는 이렇게 힘든 국민의 삶에 무관심한 채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정치인들과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항거 말고도 누적된 적폐를 개선하라는 여러 목소리가 담겼다. 이참에 정경유착의 악습은 고리를 끊어야 하며 권력 남용의 구태도 종언을 고해야 마땅하다. 밖으로 눈을 더 돌려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가 증언했듯이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6, 7차 핵실험까지 계획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미 결정 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다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은 그대로 유지돼야 하며 북핵에 대비한 미 전술핵의 재배치와 같은 효과가 있는 미 전략자산의 순환배치에 대한 협상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서태평양까지 진출시켜 무력시위를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맹 관계를 맺은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또 하나의 강대국 중국의 사이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외교적 대응책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다. 미국의 대리인 격으로 패권 각축에 동참한 일본과의 관계 설정 또한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새해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다. 후보 시절의 돌출적 발언은 다소 수정됐지만 안보·무역 정책에서 변화가 따를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거나 통상 압력을 가해 온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상황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벌써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한국의 어느 후보가 당선되면 두 정권이 충돌해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기고문을 미국 신문에 실어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다행히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하는 전략을 면밀히 세워 두는 것은 우리 정부의 시급한 책무다. 국가든 기업이든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국민은 충분히 알게 됐다. 우리가 지금부터 할 일은 좋은 대통령을 뽑고, 뽑고 나서는 그 대통령을 믿고 따르며 휘청대는 한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는 설령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승복하고 인정하며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만약 지지파와 반대파 간에 충돌하고 분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중흥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다수결로 당선된 인물에 대한 승복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신뢰와 긍정은 위기를 타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반대로 불신과 부정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무슨 수단을 써도 난국을 피하기는 어렵다. 위기 상황에서 믿지 않고 나쁘게 생각하는 것만큼 더 큰 악재는 없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 더 어려워진다. 우리 국민은 물론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근면성과 교육열로 전후의 폐허를 번영으로 탈바꿈시켰고 ‘금 모으기’로 대변되는 국민성으로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외환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우리의 저력이요, 극복의 유전자다. 위기는 기회와 동의어다. 현재의 위기는 우리의 힘을 다시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난관을 뛰어넘고 도약할 시간은 충분하다. 도약을 위한 개혁이 소란한 시국에 슬며시 파묻혀서는 안 된다. 특정 계층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 개혁은 부단히 추구해 나가야 한다.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아내 혁파함으로써 국격의 업그레이드를 달성할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에 힘을 모으자. 희망의 불씨를 키우며 국운을 개척해 나가자. 정유년 새해는 부흥의 서광이 비치는 해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 조사] 차기대통령 첫 덕목은 ‘소통과 통합’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 조사] 차기대통령 첫 덕목은 ‘소통과 통합’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가운데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국민 3명 중 1명은 ‘소통 및 사회통합 능력’을 꼽았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21.7%)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8.5%)가 오차범위 내 접전인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11.5%)이 뒤를 쫓는 ‘2강 1중’ 구도로 나타났다. 1일 서울신문이 새해를 맞아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19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소통 및 사회통합 능력’(34.3%), ‘청렴성 및 도덕성’(24.8%)이 우선 꼽혔다. 이런 덕목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최순실 국정 농단 등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올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2%(정부 2.6%)로 전망되는 등 최악의 위기 상황임에도 ‘강력한 리더십’(13.4%)이나 ‘경제활성화 능력’(12.5%)은 후순위였고 ‘정치 경험 및 경륜’(6.4%), ‘외교·안보·통일 전문성’(4.5%)에 대한 갈증도 미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강 1중을 잇는 여야 차기 대선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5.7%), 박원순 서울시장(3.0%),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1%) 순으로 나타났다. 반 전 총장이 범여권 후보로 나서고 민주당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가상 3자대결’을 벌인다면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가 각각 31.1%와 30.4%로 0.7% 포인트 차이로 초박빙 양상으로 조사됐다. 안 전 대표는 11.3%에 그쳤다. 국회 개헌특위가 본격 가동되는 등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대통령 임기 축소를 중심으로 한 개헌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44.5%)이 반대(38.7%)보다 5.8% 포인트 높았지만, 여전히 ‘모름·무응답’도 1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대·중소기업 고용 미스매치 대책 고민하라

    고용절벽이 깨지고 취업 한파가 풀릴 날을 기다리기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청년 실업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국내 사정은 경기 악화 속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데다 혼란스런 정국까지 맞물려 대기업들의 긴축 경영이 노골화되고 있다. 반면 뿌리 산업을 지탱하는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력 양극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고용노동부가 그제 내놓은 ‘2016년 10월 기준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시장 분위기는 어둡기 짝이 없다. 300인 이상 기업의 4분기와 내년 1분기 채용 계획은 3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9%인 3000명이 줄었다. 대기업의 문턱을 넘기 위한 경쟁이 올해보다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중소기업은 30만 4000명으로 1만 2000명 증가했다. 수치만 본다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인 활동과는 달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비율이 14.3%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 미충원율 5%의 거의 세 배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대내외 나쁜 여건 속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투자 예측이 어려운 이유다. 올해 투자는 지난해보다 20% 넘게 감축된 탓에 현 수준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채용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실업률 증가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6%로 낮춘 것도 이런 요인을 고려해서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휘말려 조직 개편과 인사까지 미루고 있다. 내년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한 곳도 있다. 까닭에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려는 젊은이들의 속은 타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자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기업과의 임금 수준 등 근로 조건의 격차를 최대한 좁힐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의 인력 충원이 안정화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어렵더라도 신규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하는 적극적 경영이 궁극적으로 시장 수요를 키워 수익을 증대시키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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