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교역 직거래 발판 구축/경제인 합동회의 무얼 남겼나
◎가전품등 소 진출 가능한 프로젝트 69건 제시/「투자보장」등 미진… “「현대」위주 경협”불평도
한소경제협력이 오랜 겨울잠에서 벗어나 「봄맞이」채비에 나섰다.
양국교역의 걸림돌이었던 투자보장 및 이중과세방지협정등 무역협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오는 5월 양국정부차원에서 개시되며 양국간 상업통신망이 빠르면 4월중 타결될 전망이다.
한소 경제협회 회장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소한경제협회회장인 골라노프 소련연방상의수석 부회장은 28일 롯데호텔에서 한소경제인합동회의(23∼27일)를 결산하는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한소경협의 단기적인 시간표를 밝혔다.
골라노프 회장은 한소 양국간의 경제관계가 이번 회의를 통해 직교류시대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소련이 기초과학분야에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무기 생산기술만 하더라도 세계 최첨단이어서 이같은 기술을 한국의 생산기술과 연계시킬 경우 잠재력이 대단히 크다고 설명했다.
즉,한국의 생산기술ㆍ자본과 소련의 첨단과학이 결합하면 「누이좋고 매부좋은」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소련측은 비쳤다.
지난 22일 내한한 23명의 대규모 소련경제사절단은 그동안 양국 경제인합동회의를 비롯,국내 업체들과의 개별상담ㆍ산업시찰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특히 이승윤 부총리,박필수 상공장관 등 경제각료는 물론 청와대를 방문,김종인 경제수석을 만나는 등 눈에띄는 일정을 보냈다.
이번 한소경협은 때마침 김영삼 민자당 최고위원의 방소 기간과 겹쳐 국내에서 직접 소련붐을 불러일으켰다.
소련측은 이번 회의에서 가전 신발 섬유 목재 건축자재 가구 완구등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등 자기 나라에서의 협력가능한 프로젝트 69개품목의 목록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또 국내 40여개 업체와 가진 개별상담에서 1백여건의 교역 및 투자를 요청해와 이같은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경우 한소경협이 대단히 활성화될 전망이다.
27일 양측대표단이 발표한 공동성명은 이번 회의의 성과를 잘 요약하고 있다.
공동성명의 내용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양국간 과학기술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소련은 그동안 서방국가와 경제교류를 하면서 쓴 경험을 갖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서비스업이나 원자재에만 눈독을 들여 소련경제의 시급한 과제인 기술의 상품화라는 경협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련측은 이번 회의에서 매년 개발되는 10만건의 신기술에 대한 자료를 우리측에 제공할 용의까지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우주 항공 의학 신소재등 소련이 비교우위를 갖는 첨단 기술과학분야와 우리 생산기술의 상호보완성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각종 개발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소 비즈니스컨소시엄제의,소련의 군수산업을 민수산업으로 전환하는데 한국기업의 참여요청,은행지점의 교환설치추진,소련의 최신기술정보가 축적된 컴퓨터 데이터뱅크의 우리기업에 대한 제공등은 양국경제교류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측이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 왔던 투자보장 및 이중과세 방지협정등 법적 보장장치 마련이 뚜렷한 이유없이 다시금 미뤄진 것은 한소경협이 크게 봐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못하고 있는 반증이라고 할 것이다.
소련경제 사절단이 방한직전 일본에 들러 일소경협회의를 갖고 우리측에 제시한 각종 프로젝트를 일본기업과 협의한 사실도 아직 우리가 소련측의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련측은 시베리아ㆍ극동개발사업에 우리기업과 일본기업간의 경쟁을 유발,그 결과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하고 있다.
국내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강구와 함께 예상되는 국내기업들의 과당경쟁을 스스로 지양하는 지혜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대소경협이 지나치게 현대그룹 위주로 전개되는 느낌이 짙다는 불평도 토로하고 있다. 정부안에 국제민간 경제협의회(IPECK)가 있는데도 현대그룹 명예회장인 정주영 한소경제협회 회장이 IPECK을 제쳐놓고 회의를 주도,한소경협이 양국간 인물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이번 한소경협을 계기로 양국간 교역규모는 매년 두배씩 늘어나 올해 12억달러,92년 50달러에 이를 전망이나 교역규모와는 상관없이 정부와 기업이 성급한 기대보다는 실익위주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