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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조로형’ 한국경제 연착륙 방안 찾아야

    우리 경제의 조로화(早老化)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경제가 일찍 늙어 간다는 것은 경제 체질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돼 선진국 진입은 요원해진다. 국가 경쟁력이 떨어져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신흥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각각 뒤지는 넛크래커(nut-cracker)의 덫에 갇혀서는 안 된다.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근원적인 고민을 할 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중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82만 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5.1%에 그쳤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5월 31.5%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저출산 고령화와 청년실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조업의 생산 주축 연령도 30대에서 40대로 높아졌다. 올해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40.4세로 10년 전 일본(2002년 40.7세)에 육박했다. 취업 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는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노동생산성 저하는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제 연령은 잠재성장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만큼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 위주의 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6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의 39.5%는 신규 채용 인원을 지난해에 비해 줄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기 침체가 주 원인이긴 하지만,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기업들은 불규칙적으로 진행하는 ‘비정규 채용’이나 연중 상시채용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한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곳들도 있다. 채용 패턴 변화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대학진학률과 눈높이가 꼽힌다. 특성화고의 적극적인 육성과 함께 강소기업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해 고학력 인력을 흡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것도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법은 국정과제에 담겨 있는 내용 그대로 추진돼야 한다. 그럴 때 증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블루칩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최선으로 꼽히는 정책 대안은 여성 인력 활용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지원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 ICT법·특권 내려놓기법 법사위 통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법안을 비롯한 여야 중점 법안 상당수가 1일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회 법제사법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113건의 법안에 대한 심사 끝에 111건을 가결 처리했다. 특히 새누리당이 당력을 집중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은 이날 숙려기간 5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 안건에는 빠져 있었으나,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추가로 상정돼 통과됐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이날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했다는 법안이 어떻게 합의했는지 정리돼 (나에게) 전달된 적도 없고, 파악해 보면 사람마다 모두 말이 달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ICT법 처리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편의점 등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프랜차이즈법’, 산업 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산분리 강화법’ 등 주요 경제민주화 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의원의 겸직금지와 의원연금 폐지안을 담은 ‘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도 6월 임시국회 막차를 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추진해 온 ‘금융정보분석원법’(FIU법)은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법사위는 2일 본회의에 앞서 법사위를 열어 FIU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라 공을 넘겨받은 여야 원내대표단이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强 vs 强 대결에도 국회 순항… 뜻밖 손발 잘맞는 여야 원내대표

    ‘의외로 손발이 잘 맞네.’ ‘강(强) 대 강’ 대결로 불린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간의 파트너십에 대한 평가다. 두 원내대표의 임기 첫 국회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 등으로 극한 대결을 벌이면서도 파행 없이 진행되는 중이다. 여야는 지난 25일과 27일 두 차례 본회의에서 155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비롯해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 등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각 상임위에서도 중점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정무위를, 의원의 겸직 금지와 의원연금 폐지 등 특권 내려놓기 법안도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다. 여론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하긴 했지만 ‘국정원 국정조사’도 예상보다 쉽게 합의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국회가 굴러가는 것은 최·전 원내대표가 고비 때마다 회동하며 ‘민생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은 지난 5월 15일 취임 이후 일주일에 한 번꼴로 공식 만남을 가지며 물밑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 당이 처리를 원하는 법안은 서로 양보하자”는 물밑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인 ‘전두환 추징법’과 새누리당이 집중한 정보통신기술(ICT) 진흥법이 속전속결로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점이 그 증거로 여겨진다. 특히 ICT 진흥법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주요 법안으로 새누리당은 이 법안의 우선 통과에 당력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지난 27일 저녁 긴급히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속전속결로 해당 법안을 처리했다. 여야 모두 치고받는 정치 공방을 벌이면서도 실속은 챙긴 것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부처 협업’ 긍정 평가… ‘조용한 대응’ 비판도

    ‘부처 협업’ 긍정 평가… ‘조용한 대응’ 비판도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분수령’입니다. 지금 하루, 한 시간이 너무나 중요합니다.”(지난 3월 22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30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 때 처음 만들어졌던 경제부총리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 비상사태로 잠시 중단됐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유지되다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겸직 형태로 경제부총리를 재도입했고 현 부총리를 임명했다. 기재부는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의 위상을 5년 만에 되찾았다. 박근혜 정부의 3대 키워드 중 하나가 ‘경제부흥’인 만큼 현 부총리 경제팀의 100일은 다양한 정책 발표로 채워졌다. 지난 4월 1일 부동산 대책(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발표를 필두로 17조 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 투자활성화 방안, 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안,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임기 5년간 수행할 공약 재원의 마련 방안과 추진일정을 담은 ‘공약가계부’도 수립됐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2차 투자활성화 방안 등도 곧 발표된다. 특유의 조용한 리더십 때문에 현 부총리 취임 초기 일각에서 보였던 우려는 그간 많이 사그라졌다. 차분한 행보 속에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착실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부총리는 15년 만에 부활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지금까지 40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각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업’과 ‘정책 조합’(폴리시 믹스)이 강조됐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한 밀어내기식 정책’이란 비판을 자주 받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기재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 3월 28일 경제전망을 내면서 올해 성장률을 당초의 4.0%에서 2.3%로 대폭 현실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는 정책 나열에 급급하다 보니 설익은 정책을 미리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경기 부진을 인정하면서 차근차근 제시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현 경제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의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한 대응이 시장에 던지는 정부 메시지의 힘과 권위를 약화시켰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속도조절’, ‘공약 후퇴’ 등 비판이 일었지만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현 부총리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난제와 맞닥뜨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에 그치는 등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미국의 양적완화(시중에 돈을 푸는 경기 부양책) 축소, 중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 등 거대한 불확실성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반쪽’ 6월국회

    6월 임시국회가 다음 달 2일 폐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야의 당초 다짐과 달리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당초 민생·대선공약 입법,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약자 보호를 표방하며 ‘일하는 국회’에 대한 약속으로 시작했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놓고 씨름을 거듭하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공개와 새누리당의 대선 전 원문 입수 의혹, 민주당의 녹음 파일 불법 유출 파문 등 정쟁으로 얼룩진 회기의 막을 내릴 태세다. 의원 겸직 금지 등 특권 내려놓기 법안, 새누리당 대선 공약인 ICT 진흥 특별법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의결 등 부분적인 성과도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별로 파행이나 진통을 겪으면서 주요 법안 다수는 이번에도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 법안은 여야 입장차가 커서 6월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초 6월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여당은 정치적 의혹 사건 발생 시 신속히 특검을 임명하는 ‘제도특검’을, 민주당은 별도 조직·인력을 갖춘 ‘기구특검’을 각각 고집하고 있다. 환노위도 6월 국회의 뇌관이었던 노동 쟁점 법안들을 다음 회기로 넘겼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 통상임금 산정방식 변경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여론의 관심이 쏠렸던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 분야에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지만 기존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조항을 보강하는 쪽으로 축소되면서 ‘후퇴’ 논란이 일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재계, 경제민주화 탓만 말고 투자 성의 보여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엊그제 경제5단체장과 만났다. 국세청장, 관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사정기관장들을 대동하고서다. 객관성과 중립성 시비를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부총리는 회동을 강행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때려잡자’는 식의 세무조사와 불공정행위 조사를 자중하겠다는 공개 약속이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앞서 정부는 SK종합화학의 울산 공장 설립을 가로막던 ‘손톱 밑 가시’ 등 투자 관련 규제를 대거 풀어주었다. 융·복합산업과 서비스 관련 규제 완화 중심의 2단계 투자 활성화 대책도 곧 내놓을 방침이다. 이제는 재계가 성의를 보일 차례다. 삼성·현대차 등 국내 10대 그룹의 올 3월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이 147조원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 말 대비 10.9% 늘어난 수치다. 반면 투자는 18조 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 여전히 현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부총리와의 회동 자리에서도 재계는 경제민주화 탓에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을과 함께하는 경제’는 재계도 공감했던 명제다. ‘라면상무’가 시끄럽고 ‘막말우유’가 문제 되니 순간의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뱉은 허언(虛言)이 아니라면 경제민주화 부작용 타령은 그만두어야 한다. 총수 일가 회사에 무조건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행위는 뿌리 뽑아야 할 병폐다. 이를 법과 제도로 규제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과정이다. 물론 과잉입법은 걸러내고 자의적 규제가 되지 않도록 법망을 촘촘히 짜야한다. 어제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만 하더라도 재계가 반발했던 ‘30%룰’(총수일가 지분이 30%가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에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은 빠졌다. 금융연좌제 논란을 낳고 있는 대주주 적격 심사제의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조항도 빠질 공산이 높다. 우리는 또 한 명의 재벌총수가 검찰에 불려가는 것을 보았다. 비자금 조성 등 ‘비리 백화점’이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혐의 앞에서 국민들의 반감은 커져가고 있다. 조세피난처로 간 기업인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평범한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반(反)기업 정서의 책임에서 재계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만큼 ‘탓’은 그만하고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 현오석 “경제민주화 기업 세심 배려” 재계 “기업 옥죄는 과잉입법 개선을”

    현오석 “경제민주화 기업 세심 배려” 재계 “기업 옥죄는 과잉입법 개선을”

    경제부처 수장들과 재계의 대표들이 25일 아침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 모였다. 정부 쪽에서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 맞은편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자리했다. 경제부총리나 산업부 장관이야 그렇다 쳐도 재계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규제 당국의 수장들이 동시에 재계 대표들을 만난 것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현 부총리의 주도로 이뤄진 이 자리는 왜 마련된 것일까. 현 부총리는 이날 “정부로서 기업의 활동을 저해하는 국회입법에 대해 의견을 내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옆집에서 세무조사를 받으면 나도 받지 않을까 불안감이 있다”면서 “이런 것이 확산되는 측면이 있는데 기업에 더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그러면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전제가 미국의 경기 회복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기업들이 투자 준비를 하지 않으면 회복의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할 수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이날 모임을 만든 이유를 요약했다. 그러자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 투자를 위한 선행조건을 제시했다. 대한상의 손 회장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지나치게 기업을 옥죄면 안 되고 지하경제 양성화도 과도한 세무조사로 이어져 기업의 불안감을 키우고 투자의욕을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허 회장도 “앞으로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법환경이 좀 더 개선되면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정부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중립성이나 독립성 등을 놓고 뒷말이 나오기 십상인 상황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렇게 ‘노골적인 기업 달래기’에 나선 것은 녹록지 않은 당장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정부는 역대 두 번째 규모인 17조 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이달부터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분기에 1% 미만 성장률이 예상되는데 하반기 3%대 성장을 하려면 최소한 3~4분기에는 1% 이상 성장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목표 달성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만남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계가 대통령 공약사항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 로비를 펴고 정부부처 책임자들이 이에 들러리 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경제부처 장관들이 국회 입법권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특혜성 채용은 축협뿐만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 관변단체 유력인사 등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이른바 토호(土豪)라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한 특혜성 채용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치단체, 산하기관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취업시키고 있다. 지자체 등을 감시해야 할 국회·지방의원과 언론계 인사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일종의 일자리 빼앗기, 일자리 독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중앙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낙하산 인사보다 더 심각한 불공정 사회를 조장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정부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토대 ‘가정경제’를 떠받치는 취업의 첫 단계부터 토호들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한 산하기관이 최근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은 지 두 달여 만에 추가 공채에 나섰다. 같은 직종을 두 차례, 그것도 곧바로 공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추가 공채에서 한 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서류심사에서 응시자들 대부분을 통과시킨 뒤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면접 등으로 합격시키는 절차를 이용했다. 이 인사와 기관장은 학연으로 얽혀 있다. 기관 관계자는 “그 자녀가 1차 공채에서 떨어진 뒤 특별한 이유없이 추가 공채에 나섰다. 그 자녀 한 사람을 위한 추가 공채라는 게 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기관은 이후 해당 직종의 신입사원을 한 번도 뽑지 않아, 다른 구직자의 입사 길이 막혔다. 기관 관계자는 “요즘은 면접 등 형식이라도 갖췄지만 7~8년 전만 해도 전부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곳은 직원 정년이 공무원과 같고, 연봉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에서는 전 시의회 의장 아들이 근무하다 직원 간 폭력사건으로 들통이 났다. 최근에는 공원관리원, 청소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지자체가 잇따르자 지방의원 책상에 5~6건씩 청탁형 이력서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단체장과 공무원의 일자리 빼앗기는 더 비일비재하다.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특채로 들어온 고위층 자제를 뜻하는 은어 ‘똥돼지’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강원 철원군은 결격사유가 있는 군수의 딸 채용으로, 경북 경산시는 시장 조카를 기능직으로 임용해 시끄러웠다. 경산시의회 관계자는 “기능직이 되려고 10여년씩 묵묵히 일만 해온 일용직 공무원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모 단체장은 “지역 유지들로부터 한 달에 한건 넘게 취업 청탁을 받는다”고 밝혀 악습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가족과 친인척을 지하철 역무원과 대전아쿠아월드 직원으로 취업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는 오모(50)씨는 “수의계약 여부를 알아보려고 충남 모 자치단체에 갔더니 관련 공무원이 자녀 채용을 대가로 요구하더라”고 털어놨다. 경남 양산시의회는 최근 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 30명 중 23%인 7명이 시 간부 공무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 도시관리공사에도 전·현직 국장급 공무원 자녀들이 근무하고, 고양문화재단은 시 고위 관계자 부인의 회사 직원이 채용돼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빽’도 없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한 모텔에서 대학 휴학 중인 박모(24·여)씨가 “엄마 아빠, 잘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문모(29)씨가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씨의 상의 호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찔러 넣은 이력서 한 장이 발견됐다. 같은 해 대전의 모 대학 인문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자살하기까지 했다. 취업 준비생의 심정도 씁쓸하다. 구유나(26)씨는 학점 평균 4.2에 토익 920점이란 스펙을 갖췄건만 지난해 2월 졸업 뒤 1년 4개월째 줄줄이 낙방했다. 구씨는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부정채용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한남대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던 올해 경영학과 졸업생 임이랑(23)씨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쪽 빠진다”면서 “정치도 그렇고, 기대할 데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대 졸업생 이소영(22)씨도 “우리 자리가 그만큼 주는 것 아니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용택 전 충북 옥천군수도 2010년 4월 인사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아 구속됐지만 돈을 건넨 이는 지금도 청원경찰로 일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몇 단체장은 직권으로 특혜 취업자를 해임했지만 당사자들의 맞대응으로 결국 법원 판결로 임용 취소가 확정됐다”면서 “채용 문제는 뽑는 측의 잘못이어서 이미 합격한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단체장 측근 낙하산 인사가 줄게 한 것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의 일자리 빼앗기도 시민 감시가 절대적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盧 발언’ 공방 넘어 국정원 개혁 힘 모아야

    여야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로 인해 정국이 극한 대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하던 상황에서 나온 극적 반전(反轉)이다. 이에 맞춰 여야는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민생 및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순조롭게 처리했다. 열흘 가까이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며 국민을 걱정케 하던 여야가 모처럼 타협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작금의 ‘롤러코스터 정국’엔 여전히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잖다. 우선 여야 모두 국익이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당리(黨利)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진작 합의된 국정원 국정조사를 놓고 민주당은 당장 실시하자며 새누리당을 거칠게 압박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여부에 대한 수사까지 마무리된 뒤 하자는 새누리당의 ‘지연전술’에 맞서 장외투쟁 불사를 외치며 제 길로 내달렸다. 새누리당은 야권 일각에서 대선 불복 조짐까지 보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공개 요구라는 메가톤급 맞불로 국면 뒤집기에 나섰고 결국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사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여야는 피차 깊은 상처와 정치적 부담만 떠안게 됐다. 승자가 없었고,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청구서만 손에 쥐게 됐다.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격적인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정조사 합의는 모두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 이후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회의록 공개와 국정조사 합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 문제에 나서지 말라던 민주당이 당 대표 편지까지 보내 가며 박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하는 자가당착의 모습을 보인 것이나, 국정조사를 뒷전으로 미루던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 말 한 마디에 태도를 바꾼 것 모두 빈약한 정치력을 보여준 셈이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여야 그리고 국정원 가운데 누구 힘이 센지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국정원에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잘못을 바로잡기를 원한다. 진실 규명보다는 흠집내기 굿판에 그쳤던 국정조사의 전례를 볼 때 과연 지금의 여야가 검찰 수사결과를 뛰어넘어 뭘 보여주고, 바로잡을지 의문이 든다. 자세만이라도 바로 하기 바란다. 국익만을 기준 삼아 국정원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금도(襟度)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정쟁 접고 민생법안 6월 국회서 꼭 처리하길

    여야 모두 민생 법안 처리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한 6월 임시국회의 표류는 안타까운 일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놓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민생 현안 심의가 사실상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민생 법안이 기다리고 있는 국회라는 점에서 걱정은 더욱 크다. 법안 가운데는 경기 침체에 따른 민생의 고통을 덜어줄 경제 회생 방안과 시장질서의 공정한 재편으로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내용이 상당수에 이른다. 정치권도 당초 6월 임시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결같이 “이번에는 민생을 위한 입법을 제대로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공언한 사실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회기가 끝나가는 마당에 민생은 접어두고 정치공세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6월 임시국회는 그렇지 않아도 첩첩산중이었다. 여야가 민생 현안에만 집중해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이견이 적지 않은 사안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갑을(甲乙) 사이의 그롯된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의 우선 처리를 목표로 삼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의 속도조절론을 펴면서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경제의 활력을 찾고 일자리 창출 등 당면 과제의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지금 경제 현안은 정치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연금제도 개선 등 ‘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법안도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다. 정치를 협상의 예술이라고 한다. 한쪽이 전부를 얻는 결과는 전쟁터에서나 나온다. 그럼에도 여야는 지금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민심을 잡는 경쟁이 또한 정치의 본령이라지만, 국민의 고통을 볼모로 벌이는 경쟁을 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정쟁이 아닌 정치를 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 모두 새로 뽑은 원내대표 체제에서 맞은 첫번째 국회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원내전략에서 벗어나 민생 법안 처리에서 실리를 얻고, 명분도 여야가 나누어 챙기는 성숙한 협상 솜씨를 보여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여야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법으로 6월 임시국회에 임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배를 산으로 보낼 수는 없다.
  • 민생·경제민주화 법안 6월 처리 물 건너가나

    민생·경제민주화 법안 6월 처리 물 건너가나

    6월 임시국회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으로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경제 민주화, 민생법안 처리 전망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음 달 2일 끝나는 임시국회가 후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상임위마다 현안들이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주요 법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는 이번 주라도 막판 스퍼트를 해야 하지만 상임위와 법사위가 공전한다면 6월 국회가 파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처리 대치로, 4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허송세월했다가 “6월 국회만큼은 민생법안에 머리를 맞대자”고 다짐했었다. 경제 민주화 법안과 갑을(甲乙) 상생 법안은 여야 모두 우선처리법안으로 분류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가맹사업법은 4월 국회 때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사위에서 보류된 이후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이견이 만만치 않다. 가맹사업점의 예상매출액을 산정하는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추가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역시 법사위에 계류 중인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민주당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민간인 사찰 방지책에 대한 개정안을 내놓고 있어 법사위에서 병합심사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법사위 간사는 23일 “FIU법과 가맹사업법이 함께 처리되거나 아니면 아예 처리가 무산될 것 같다”고 전했다. 노동선진화 법안들을 벼르고 있던 환경노동위 역시 공전 중이다. 당장 근로시간 단축·정리해고 요건 강화·통상임금 개편 등 안건이 산적해 있지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주 여야 신경전 끝에 파행했다.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법안 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야당 반발로 처리가 무산됐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법안 역시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주택바우처 및 행복주택 도입 방안은 6월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서울 강남권에 혜택이 돌아가 강북권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가 표출됐다. 밀양송전탑 건설과 관련,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내용의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지원법안’은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처리가 유보된 상황이다. 무상보육 예산 지원을 늘리는 영유아 보육법도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9월 이전 예산소진 전망이 나왔지만 정기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6월 임시국회 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여러 민생 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메가톤급 파장… 정치게임 최종 승자는?

    메가톤급 파장… 정치게임 최종 승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중‘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 공개’를 놓고 21일 정면충돌했다. 양측 모두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를 가진 고난도 정치게임을 펼치고 있다. 국정조사 피감기관을 피하려는 국가정보원의 의도까지 뒤엉켜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해 대선 때 소동을 일으켰던 NLL 대화록이 재등장한 것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를 ‘물타기’하려는 새누리당의 의도로 비쳐졌다. 실제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로 수세로 몰렸던 여권이 NLL 발언을 공개하며 공세로 전환하고, 민주당은 수세로 바뀐 형국이다. 6월 임시국회 핵심의제였던 민생과 경제민주화는 실종됐다. 민주당은 NLL 발언 대응 수위를 고심하느라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늦게 개회할 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한길 대표가 대화록 전문 공개를 요구하면서 새누리당에 재반격을 가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국정조사를 한 뒤 NLL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우회적 반격이었다. 입장이 옹색해 직공을 피한 인상을 줬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새 정치 경쟁을 하는 상황도 민주당의 입지를 어렵게 한다. 새누리당은 발언록 즉각 공개로 응수했지만 포기 취지 발언을 짜깁기했다는 반격도 받았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면 제 궤도에 오른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찜찜해했다.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가를 자극할 것도 우려했다.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 살림이 더 팍팍하다는 국민들의 불만 분출 가능성도 있다. NLL 공방이 국격(國格) 하락 논란으로 연결되는 것도 부담이다. 국정원이 대선 직전 NLL 대화록 공개를 거부하다 반년 뒤 태도를 바꿔 공개한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쟁도 거세다. 새누리당은 당 소속 의원들이 국정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열람한 것이 ‘공공기록물’이라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보호기간 중의 ‘국가기록물’이기 때문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의결이 필요했다며 열람이 불법이라고 공격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난해한 고차방정식 풀기다. 양측은 당분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 사항을 계속 제기하면서 주고받기식 공방을 이어갈 것 같다. NLL 발언 공방은 야권의 안보관에 대한 공세 측면도 있어 사회 전반이 좌우 이념 대결로 치달을 우려도 있다. 정치권이 예상하지 못한 국정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국정원 논란에 민생법안 볼모 잡혀선 안 된다

    민생 개혁 국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6월 임시국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가 고소·고발을 앞세운 이전투구에 돌입하면서 산적한 민생법안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가 죄다 불투명해진 것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만나 국정원 국정조사 등과 관련해 4가지 항목을 합의했다지만, 말 그대로 합의를 위한 합의에 그치고 말았다. 죄다 ‘노력한다’ ‘추진한다’는 식의 미완의 합의만 있었을 뿐이다. 두 원내대표는 국정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가 6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고, 앞서 합의해 놓은 정치 쇄신안과 민생 관련 법안을 차질없이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런 다짐이 구체적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 여야는 당초 검찰 수사가 종료된 뒤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수사가 종결된 것인지를 놓고 여야 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전 간부가 댓글 의혹을 민주당에 제보한 탈법 커넥션에 대한 검찰수사도 진행 중인 만큼 이것까지 마무리돼야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은 사건의 핵심인 댓글 의혹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됐고 그나마 내용이 매우 부실한 만큼 즉각적 국정조사로 실체를 가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의 대상도 논란거리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미행·감금 등 댓글 폭로 경위도 조사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국정원의 댓글 공작과 검찰·경찰의 부실수사 및 외압 여부로 국한해야 한다고 맞서 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정치 개입 논란은 반드시 실체를 가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여야가 국정조사를 놓고 벌이는 공방의 이면에는 아직 1년이나 남은 지방선거를 겨냥해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적 계산이 어른댄다.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조사하려는 데서 보듯이 염불보다는 잿밥, 실체 규명보다는 서로를 흠집내는 데 공을 들이는 형국이다. 국정조사의 시점과 대상은 여야가 대화로 풀 사안이며, 마땅히 그리 돼야 한다. 다만 이로 인해 정치 쇄신이나 민생 개혁 법안 처리가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국회를 ‘갑을 상생의 국회’로, 민주당은 ‘을을 위한 국회’로 규정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시장의 혼선을 줄이고,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려면 여야가 처리키로 합의한 83개 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빌미로 민생 개혁 법안이 몽땅 발이 묶이는 구태가 재연돼서는 곤란하다. 올해부터 가동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의 취지가 민생을 정쟁으로부터 구해 내자는 것임을 여야는 다시 한번 되새기기 바란다.
  • 민주, 국정원사건 장외투쟁? 원내 대응?

    ‘장외투쟁’이나 ‘원내 대응’이냐.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등의 현안과 국정원 국정조사 요구 등을 병행한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 일부에서는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며 장외투쟁까지 거론하는 등 강온 기류가 충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19일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설훈 의원은 의총에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 전부 다 들고 일어나 국정원 문제로 싸워야 한다”면서 “지도부가 특히 나서야 한다. 협상 국면이 아니라 싸워야 할 국면”이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목희 의원도 “지도부가 앞장서서 싸워야 한다”며 “다양한 정치적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상희 의원은 “투쟁 자체를 원내에 국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과 함께 투쟁할 시점”이라며 “지도부가 고민해 안을 내놔야 한다”고 장외투쟁까지 거론했다. 의원들의 강경론이 이어지자 전병헌 원내대표는 “제한적 장외투쟁을 비롯한 모든 수단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다시 의총을 열어 결의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전면 투쟁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108만여표 차이로 패배한 지난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로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선거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국정원과 경찰을 올바르게 개혁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범정부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가세

    “경쟁당국(공정거래위원회)과 징세당국(국세청·관세청)이 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 의욕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을 만나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경기 회복과 경제민주화는 서로 양립해야 한다”면서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모두 정부의 정책인 것처럼 기업과 언론이 오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입법에는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 정부 차원에서 경제민주화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태려는 것이다. 이른바 ‘남양유업법’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현 부총리가 처음부터 경제민주화의 역(逆)기능을 강조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경제민주화를 외면하는 기업은 판단 착오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 반발이 본격화되고 청와대에서 ‘속도 조절론’을 펴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4월 국회에서 하도급법 등이 입법화되자 “무차별 과잉 입법”이라며 국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상임위 차원이긴 하지만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는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현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정책을 이끌기보다는 청와대의 말을 옮기는 역할에 그친다거나 기업 입장을 앞장서서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현 부총리는 그동안 청와대의 말을 옮기는 수준에서 경제민주화를 다뤄 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오늘 발언만으로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꼴이 됐다”고 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현 부총리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저해했던 재벌의 사익 편취 등 불법 행위를 막자는 것인데 이를 경제 성장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공정위 등 언급된 부처 공무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언제 기업을 죽이려고 한 적이 있느냐”면서 “이미 공정위는 재계, 정치권 입장을 고려해 ‘30%룰’(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 등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빼는 등 최소한의 범위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개별 사건에 영향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현오석 “내년 경제성장 4% 내외 가능할 것”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책효과를 감안하면 4%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3%대도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기대감을 표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 부총리는 다만 “(4% 달성 여부는) 대외적인 위험요인이 좌우할 것”이라면서 일본의 엔저 정책 등이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조치와 관련, “과거 공정위 활동을 보면 법 위반 여부만 봤다. 미리미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기준도 작성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좀 지체돼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한다”고 답했다. 앞서 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갑을관계 이슈에 대해 이달 초 유제품과 주류 등 8개 업종 거래실태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복지부가 요구한 재의를 따르는 게 맞다”면서 “진주의료원을 정상화하는 게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은철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원자력 부품 비리 원인은 기술적 문제”라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됐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번 비리는 예고된 참사, 인재(人災)라고 본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소속 한선교 미방위원장도 “사람의 문제를 자꾸 기술적 문제라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사태와 관련, “이번 사안은 언론 성격과 사기업 성격을 같이 갖고 있어서 좀 더 신중히 지켜본 뒤 정부가 나설 부분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靑정무수석 인선 새달 이후로?

    청와대 정무수석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인선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16일 현재 정무수석은 이정현 전 정무수석이 ‘윤창중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된 지난 3일 이후 14일째 빈자리다. 정무수석 후보로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친박(친박근혜)계 전직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인선 대상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는 관측도 있지만, 인선 시기에 대해서는 정치권 일정과 맞물려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비롯한 입법 논의가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정무수석을 새로 기용할 경우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신임 정무수석이 입법 문제가 쟁점화되기 이전인 이번주 초에 발표되지 않을 경우 6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시점(7월 2일)을 전후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27~30일)도 감안한 것이다. 지난달 10일 전격적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의 후임 임명 문제는 이날까지 38일째 매듭을 짓지 못했다. 당초 기존 남녀 대변인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홍보수석이 실질적으로 대변인 역할도 함께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각각 다른 인물로 기용됐으나, 노무현 정부 때는 홍보수석이 대변인을 겸하기도 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새 정부의 그랜드 디자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새 정부의 그랜드 디자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넉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진용도 갖추어지고, 바야흐로 새롭게 출범한 정부다운 면모를 다듬어 가고 있는 듯하다. 수많은 현안과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외정책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국내정치도 물론 쉽지 않지만 북한을 포함한 주변정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제재,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부상, 한·미관계의 재조정 등 새 정부 출범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북관계와 주변 4강 관계는 한반도 대외정책의 핵심이다. 올 초부터 심각하게 전개된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의 제재,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는 일련의 긴장국면은 새 정부의 가장 큰 시련이 되고 있다.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한·미 간의 안보협력과 정책공조 역시 지난번 대통령의 방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였다. 이달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점차 중요해지는 한·중관계에 대한 비중 있는 논의가 기대된다. 한편 주변 국가들과의 감정적 대립을 불사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깊어만 간다. 그런데 이런 여러 현안들을 죽 펼쳐 놓으면 무언가 큰 그림이 떠올라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퍼즐조각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지만 이것들을 다 맞추었을 때 전체가 하나로 뭉쳐지는 그림이 안 보인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퍼즐조각을 찾기도 힘겨운데 큰 그림도 함께 그리라니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퍼즐이 맞추어지는 과정을 관람해야 하는 국민들 입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종착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그랜드 디자인’이 약하다는 데 있다. 국내정치 차원에서는 다양한 공약들이 정책화되면서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의 그림들이 빠르게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대외정책의 차원에서는 다양한 이슈들을 한데 모으는 국가전략, 큰 그림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말하자면 한반도 현안과 주변 4강에 관련된 이슈들이 결국에는 우리의 어떤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거대 담론이 없다는 것이다. 원칙을 중시하는 철학이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중요한 정책 가이드라인이지만, 어디까지나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외교안보라인이 많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을 한데 묶는 통합 프레임워크가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 백범 김구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국가가 ‘아름다운 나라’로서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언급했다. 우리는 스스로 풍족하게 살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과 남의 침략을 막아낼 정도의 군사력만 가지면 족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다만 ‘문화력’만큼은 한없이 가지고 싶어 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뿐만 아니라 남까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요소가 아니라 정신을 배양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문화가 필수적 요소라고 보았다. 백범은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으로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평화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범이 신생 대한민국의 정부를 맡을 기회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의 ‘문화국가’는 분명 미래의 나라 모습을 그려낸 큰 그림이었다. 매번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마다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하나로 묶어 미래의 청사진으로 그려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국가전략은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토대로서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궁극적인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복잡다단한 현안들을 헤쳐 나가면서 장차 우리가 도달하려는 목표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의 ‘주연 배우’로서 우뚝 서는 문화국가를 제창했던 백범, 국가적 ‘그랜드 디자인’을 그려야 하는 지금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선각자가 아닐까?
  • [사설] 무상보육 해법 찾아 ‘野·政대화’ 전범 만들길

    정부와 민주당이 어제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야·정(野政)정책협의회’를 열어 무상보육에 대한 지방재정 지원 방안과 원전안전대책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야·정협의회는 지난 2010년 이후 3년여 만에 열리는 것으로, 정부와 야당 간 국정 협의 채널을 가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민주당은 “정부와 야당의 관계가 진일보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절충과 타협을 통해 민생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길 기대한다. 여야는 민생 국회 등을 강조하며 6월 임시국회 개원 협상을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개원 이후 움직임을 본 국민들은 정쟁 국회가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법 처리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야·정협의회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운용해 여야가 약속한 민생 국회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민주당을 진정한 정책 협의의 파트너로 여기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민주당 일각의 지적처럼 정부가 야당을 대우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장(場)쯤으로 협의회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제 고위정책회의에서 “제1야당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정쟁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민주당은 첫 협의회의 주요 의제인 무상보육 해법을 찾는 데 초당적 협력을 다해야 한다. 협의회를 통해 ‘정부 발목 잡기’만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정책 정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혹여 정부와의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협의회는 지속돼야 한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으로 정부 지원이 없으면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무상보육비 국고보조율 상향 조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도 협의회에서 무상보육은 여야 합의사항으로,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긴 예산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정부예산 요구시한 전인 오는 25일까지 국고보조율 조정을 포함한 정부의 최종적인 입장을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국고보조율 조정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상보육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 정책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한 발짝씩 양보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무상보육 해법과 지방재정 확충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 대기업 “광고 일감 나눈다”… 업계는 “글쎄”

    대기업 “광고 일감 나눈다”… 업계는 “글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대기업이 계열사에 맡겼던 광고들을 재빠르게 외부로 개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다음 달 삼성생명, 삼성화재 광고를 시작으로 계열사 광고 발주 때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를 시작으로 제조 분야 계열사들도 차례대로 광고에 경쟁 PT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까지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맡아 온 삼성 관련 광고 물량 중 상당 부분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외부 광고회사에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는 이달로 예정된 ‘2014년형 쏘나타 프로모션’ 행사를 문화·콘텐츠 대행업체인 중소기업 무한상상에 맡겼다. 이전까지 현대차의 모든 광고와 프로모션 행사는 계열사인 이노션이 전담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5년 만에 외부 광고회사가 제작한 TV 광고를 내보냈다. 2008년 SK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SK플래닛이 설립된 이후 계열사들의 광고를 도맡아 오던 관행이 깨진 것이다. 국내 대기업 계열 광고사는 대주주 또는 계열사 지분이 전체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한다.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 부자 등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 계열의 대홍기획은 롯데쇼핑 등 계열사 지분이 90%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광고계에서 일감 몰아주기는 관행이었다.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에 지난해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은 광고를 포함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내부거래위원회도 설치했다. 하지만 ‘광고계 속 갑의 횡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지난달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제일기획과 대홍기획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계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앞서 말한 대로 대기업의 지분이 워낙 높아 당장 광고 계열사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제일기획을 제외하면 대기업 계열 광고사는 대부분 비상장사다. 광고사 수입 대부분이 총수 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아무리 불경기가 와도 대기업이 광고 계열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 중소 광고업체 사장은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변할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적어도 실력 있는 젊은 업체들에 먹고살 것은 남겨두는 미덕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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