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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신공항 백지화 후 첫 대구·경북 방문

    “욱하는 성질 갖고는 소프트(soft)한 산업을 하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경북 상주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대구·경북(TK) 유력 인사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다. 이 대통령이 TK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30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무산으로 인한 TK민심을 다독이면서 대구·경북 지역이 의료산업 등 특성에 맞는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구·경북은 정말 뿌리내릴 산업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싹이 트려고 하는 것이므로 이때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소프트한 산업을 유치하려면 도시 분위기가 소프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가 아무리 커도 의료산업보다 규모가 작다. 첨단의료 관련 비즈니스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된다. 갈 길이 다 보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 도시가 과연 정치도시냐, 경제도시냐 하는 특색을 정해야 한다.”면서 “정치 도시도, 경제도시도, 과학도시도 아니면 정착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인사들은 신공항 유치가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TK지역에 유치해 달라는 뜻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우리 세대와 자식들에게까지 세계 전선에서 경쟁하며 살 수 있도록 과학분야에 대한 관심을 부탁 드린다.”(김관용 경북지사), “요새 (지역주민들이) 약간 뿔따구도 나 있다. 대통령도 고민이 많으셨겠지만 안타깝고 좌절의 분위기도 있다.”(김범일 대구시장) 등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상주 북천시민공원에서 개막한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개막식에 참석, “4대강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도 많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이 금년 가을에 완공되면, 그 주위에 많은 관광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일은 다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가 있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안 하게 되면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춘천, 새달 일반산단 SPC 설립

    강원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와 동산면 군자리 일대에 추진해 온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 4년 만에 가시화된다. 춘천시는 빠르면 새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법인은 춘천도시개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참여해 광판리와 군자리 일원 330만~550만㎡에 총 7000억원을 투입,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현재 민간사업체와 막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1~2개월 내로 법인 설립 후 올 상반기까지 산업단지 지정을 받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업도시 조성을 추진한 지 4년 만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광판리 산업단지는 춘천~서울고속도로 남춘천·강촌·조양IC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주변 개발여건이 좋은 곳이다. 2007년 12월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에도 예정지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제한지역 및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타당성 조사까지 완료했으나 경제불황 등을 이유로 시행사가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국내 굴지의 그룹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지난해 말 세종시 수정안의 여파로 사업의사를 철회하면서 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또 2009년 기업도시를 다양한 인센티브 지급이 이뤄지는 산업단지로 형태 변경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는 광판리 일반산업단지 조성으로 일자리 3만개 창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춘천이 수도권 제1의 경제도시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2010 뒤돌아본 관가]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지자체 빚더미’ 논란 불러

    [2010 뒤돌아본 관가]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지자체 빚더미’ 논란 불러

    2010년은 그동안 관가에 잠복돼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얼굴을 드러낸 해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정부부처의 이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정부의 공직 채용구조 개선 시도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좌절되기도 했다. 특히 빚더미에 오른 지방재정과 호화청사 문제 등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사제도의 개선이나 지방재정 감시체제 구축 등의 성과를 이끌어 내 행정시스템의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세종시 이전 현실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세종시 이전안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정안 논란 끝에 이전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1월 11일 세종시로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건설하는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수정안은 6월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수정안 추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7월 29일 사퇴했다. 수정안 부결에 따라 세종시에는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9부 2처 2청 등 35개 기관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이전하지 않고 공무원 혼자만 이주하는 ‘나홀로 이주’가 많을 것으로 보여 정부가 유인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공직채용제도 개선안 역풍 행정안전부가 8월 12일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행정고시 폐지론으로 오해되면서 수험생은 물론 정부 여당 내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행안부는 당초 공무원 채용 경로 다양화를 위해 2011년부터 행시 선발인원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2015년까지 5급 특채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 무산에 따라 지난달 18일 행시 선발 인원은 기존 인원과 비슷한 규모로 유지하면서 시험을 통해 특채 인원을 선발하는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 방안을 발표했다. ●공무원 임금 3년 만에 5.1% 인상 2008년 발생한 세계적 금융위기로 공무원 임금은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동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 초 국무회의에서 “경제위기 상황을 벗어난 만큼 내년에는 공무원의 봉급 인상이 필요하다.”며 “현실을 감안해 인상안을 마련하고 반영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인상률 5.1%는 2003년 6.5% 이후 최고 인상폭이다. 기본급 중심으로 인상되며 최종안은 30일 열리는 차관회의에 보고된다. 공무원 임금 인상폭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내년 각계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 행안부가 발표한 ‘공직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던 8월 말,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부정에 이어 외교부가 전직 외교관과 고위직 자녀 등 10명에게 특채 과정에서 혜택을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가가 발칵 뒤집혔다. 유 전 장관은 특채 비리 파동이 불거지자 9월 초 사퇴했고, 외교부는 5급 이상 특채는 행안부로 이관하고 특채로 선발하던 6~7급 공무원도 행안부가 관리하는 공채 위주로 선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만연한 내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재외공관장을 외교부 이외의 부처와 민간인에게 대폭 개방하기로 했다. ●공무원 근무형태 변화 스마트폰 확산과 태블릿 PC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스마트워크’ 시대에 맞춰 공직 근무형태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정부는 8월부터 중앙부처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시간제 근무, 시차출퇴근 등 유연 근무제를 전면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거점 근무시설인 ‘스마트워크센터’를 개소, 시범운영 중이다. 세종시 이전에 대비해 행정 기능의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행정기관 이전’이라는 세종시 이전의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 딜레마다.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 7월 성남시의 지자체 사상 첫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은 지자체 채무과다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판교신도시 조성사업 특별회계 차입금 5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자체들이 방만한 지방채 발행으로 각종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 나머지 파산지경에 이른 위험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부산 남구·대전 동구 등은 소속 공무원 월급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해 쩔쩔매기도 했다. 행안부는 지방재정 위기경보시스템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자체 세입·세출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화청사 논란 경기도 용인시청과 성남시청, 서울 용산구청 등 혈세를 1000억원 넘게 들인 지자체 호화청사가 여론의 빈축을 샀다. 호화청사는 지자체 파산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성남시청은 3222억원, 용인시청 1633억원 등 천문학적 액수가 쓰였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시청처럼 단체장 집무실이 정부권고안보다 300% 이상 넓은 곳도 있었다. 반면 이들 청사는 에너지 효율이 10곳 중 8곳은 4등급 이하로 낮은 것으로 드러나 두번 지탄을 받았다. 정부는 뒤늦게 지자체 인구에 맞춰 신축 청사와 단체장 사무실의 최대면적을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방선거 여소야대 7월 출범한 민선 5기 지자체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으로 출발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었다. 16개 광역시·도 중 인천, 강원, 충남·북 등 10곳에서 야당 출신 지자체장이 탄생하면서 국책사업, 전 단체장 시절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남도는 4대강 사업에서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산적한 지역현안을 두고 지역의회와 대립하는 양상도 빚어졌다.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전 의회 추천을 받은 인물을 의회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가 야당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인사실험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는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4~5급 간부 40여명을 추려 3~5개월에 걸친 직무역량 강화교육과 평가를 거쳤다. 이 중 8명이 11월 면직됐다. 이달에는 6~7급 공무원 5명을 추가 퇴출하기로 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4~5급 간부 직원 인사부터 잡호스팅이 적용된다. 직원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업무 제안서를 내면 이 제안서 평가를 거쳐 합당한 경우 해당 부서로 발령내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산하기관인 노동위원회 상임위원(1~3급)들을 시간제 근무형태로 채용할 방침이다. 시간제로 일하는 고위 공무원단의 신호탄이며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도 다른 부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방행정의 달인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는 8월부터 전국 27만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행정의 달인’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직 공무원들이 많은데 공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들이 폄하되고 사기도 떨어지는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다. 지자체와 공무원의 열띤 호응 속에서 29명이 선발됐으며 최종 등급과 시상식은 내년 3월에 열린다. 지방 공무원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사례들을 계속 발굴, 그들의 발전을 돕고 나아가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전경하·이재연·박성국기자 lark3@seoul.co.kr
  • [新 차이나 리포트] 선양 올 상반기 14.6% 성장… 中 4대 성장축으로

    [新 차이나 리포트] 선양 올 상반기 14.6% 성장… 中 4대 성장축으로

    동북 3성의 경제 중심지인 선양(瀋陽)은 지금 빌딩숲으로 덮여가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의 하나로 꼽혔던 동북 3성 역시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중앙정부의 필사적인 노력과 투자기회를 엿보던 다국적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에 힘입어 정상궤도에 진입 중이다. 베이징에서 고속전철로 4시간 만에 도착한 선양역 주변은 불과 3~4년 만에 온통 개발붐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다.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서 굴착기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 선양의 경제 성장률은 14.6%에 달했다. 중국 전체 성장률(9% 안팎)과 비교해 보면 선양의 역동성과 발전 잠재력을 알 수 있다. 권유현 동북3성 한인연합회 회장은 “중국의 연안지역보다 늦게 시작된 경제개발이지만 후발주자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곳보다 크다.”면서 “이곳의 지방정부들은 베이징과 상하이와 달리 외부 투자에 대해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랴오닝(遼寧)성의 성도인 선양의 발전은 눈부시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까지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공업기반을 토대로 중국의 중화학 공업을 선도한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연안지역에서 시작된 개혁·개방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해 90년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기울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중앙정부는 서부 대개발에 이어 ‘동북진흥전략’이란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했다. ‘중국판 균형발전’ 전략인 셈이다. 현재 광저우와 선전의 주강 삼각주와 상하이·쑤저우·항저우를 중심으로 한 장강 삼각주, 베이징과 톈진의 보하이만 경제권에 이어 중국의 제4대 경제 성장축으로 급부상 중이다. 신형근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는 “선양 주변 100㎞ 이내 8개 도시는 선양경제구라는 거대 도시권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면서 “현재 인구는 740만명이지만 대(大)선양 경제권이 완성될 경우 서울의 10배 면적에 인구 1000만명의 경제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북 3성의 물류기지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과거 열차로 베이징~선양(680㎞)까지 8시간이 걸렸지만 초고속 철도가 들어오는 2013년에는 2시간 만에 주파한다. 동북 3성의 핵심 인프라인 선양(랴오닝성 성도)~창춘(지린성 성도)~하얼빈(헤이룽장성 성도)을 잇는 600㎞가 고속철도를 이용해 4시간으로 좁혀진다. 현재 동북 진흥계획은 크게 랴오닝성 연해경제벨트, 선양경제구, 창지투(‘長吉圖) 선도구 및 하다치(哈大齊) 공업지역 등 이른바 ‘4대 경제벨트’가 신 경제엔진이다. 랴오닝성 연해경제벨트는 조선, 석유화학, 첨단장비 제조산업 등을 집중 육성한다. 이미 다롄(大連)과 단둥(丹東) 등 6개 도시에 437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확정됐다. 총 투자규모가 1265억 위안(약 21조 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북·중 경제협력과 연계된 창지투 선도구 경제규모를 2020년까지 현재의 2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창춘(長春)과 지린(吉林) 두 도시를 연결한 뒤 투먼으로 발전해 나가는 전략이다. 동시에 쓰핑(四平) 랴오위안(遼源)시 등 20여개의 중소도시가 이를 에워싸고 산업별로 분업·협력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구상이다. 김명식 산업은행 선양사무소장은 “2003년에 시작된 군수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군수공장 1500개가 없어지고 엄청난 부지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섰다.”며 “베이징에서 하얼빈까지 이어지는 철도가 고속화되는 등 동북 3성을 잇는 거미줄 인프라가 깔린 것이 커다란 성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양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진흥 바람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홍콩과 싱가포르·타이완·마카오 등 화교들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고, 최근 3~4년 사이 4~5배까지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한국 기업의 동북 3성 투자는 다롄 등 항구도시나 선양 등 랴오닝성 중남부에 집중됐다. 백인기 다롄 코트라무역관 부관장은 “올 3월까지 한국의 투자는 7287건으로 중국 전체(4만 2120건)의 17.3%에 이르고 투자금액은 34억 7300만 달러로 중국 전체(299억 130만 달러)의 11.6%를 차지한다.”면서 “앞으로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선양의 발전 잠재력에 착안해 롯데그룹이 최근 선양 북역(北驛)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2배에 달하는 복합단지를 건설 중이다. 포스코와 SK, 금호석유화학 등 대기업의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글 사진 선양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뉴 시티노믹스 시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5) 행복한 중소기업 도시 볼로냐

    [뉴 시티노믹스 시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5) 행복한 중소기업 도시 볼로냐

    현대사회에서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이다. 특히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직원과 전 세계에 지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하는 강력한 영향력과 부를 자랑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고, 애플의 신제품 발표 소식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관심을 받는 이유다. 특히 ‘중소기업 상생’이나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등의 표어들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과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밀라노에 이은 이탈리아 제2의 경제도시 볼로냐에서는 ‘대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행복한 중소기업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代이은 중소기업 즐비… 세계시장과 경쟁 볼로냐 시내를 벗어나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지나자 조그마한 공단이 등장했다. 곱슬머리에 풍채가 좋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성이 문 앞에서 기자를 맞았다. 농기계 전문 생산업체 ‘노빌리’의 귀도 로시 사장이다. 철공소 직원이었던 이프롬 노빌리가 1945년 세운 회사를 동업자이자 사장의 아버지인 마리오 로시가 인수해 대를 이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전 직원이 80명에 불과하지만 전세계에 분무·살포기를 팔고 있다.”면서 “지난 3년간 매출이 1850만 유로(약 290억원)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올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파트너도 선정했고, 이미 상당한 수출물량이 예약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농기계 시장에서 노빌리의 장점은 독보적인 기술과 뛰어난 품질이다. 로시는 “직원 모두가 오랜 경험과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어 불량품이 없다.”면서 “해외수출 시에는 해당국 파트너도 철저하게 교육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익의 절반 가까이는 다시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특허 수를 묻는 질문에는 “세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100개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빌리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이웃의 농기계 업체들이다. 로시는 “유럽시장은 물론 미주나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다 보면, 항상 이웃 업체들과 최종 경쟁을 펼치게 된다.”면서 “여기에 볼로냐 중소기업들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볼로냐의 중소기업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체적인 ‘협동조합’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가 5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도시에 협동조합이 400개이고 전체 생산의 3분의1가량이 조합을 통해 이뤄진다. 시민의 절반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조합에 가입해 있다. 협동조합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상생’의 정신에 있다. 이들에게 국가와 시 정부는 자신들을 방해하지 않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낸 규율을 깨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로시는 “주문이 많아져 일손이 모자라면 조합을 통해 전문가들을 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일이 없는 경쟁업체의 직원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인식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의 경우가 항상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이탈리아인이 정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는데, 한국도 협동조합이 자리잡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 이탈리아에 협동조합의 개념이 처음 선보인 것은 1854년 북부 토리노에서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각종 물건을 구입하려 했던 것이 그 시초다.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대안경제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개념이 이탈리아에서는 무려 150년 전에 싹이 튼 셈이다. 이것이 단순히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협동조합에서 사회복지 협동조합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급속히 퍼져 나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은 파시즘 등 자신들을 억압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이는 현재 이탈리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주의 성향의 토대가 됐다. 협동조합이 이루고 있는 네트워크는 볼로냐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다. 농업, 공업, 의료업은 물론 산업의 기본이 되는 사회보장체제에도 협동조합의 개념이 도입돼 있다. 농업에서는 비료나 제초제 구입과 수확물의 유통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정 조건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키우기 위해 공동소유물에는 균등 출자와 소유권 배분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시는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볼로냐시 경제국장인 프란체스카 마르티네스는 “볼로냐의 경제정책은 협동조합과 각 상공협회들이 주도하는 형태”라며 “이들은 스스로 의료시스템 등을 갖추며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볼로냐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노원, 주민센터마다 취업창구 설치

    구청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노원구가 8일 모든 주민센터에 취업정보창구를 설치하고, ‘서울의 실리콘밸리’를 육성해 일자리 1만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먼저 구는 서울시 5대 정보기술(IT) 거점 및 국가 균형발전 과제로 선정돼 조성 중인 ‘서울테크노폴리스 조성 사업’을 2014년까지 추진하고, 서울과학기술대에 조성된 서울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일자리 1000개를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개관 2년째를 맞이한 서울테크노파크는 나노, IT, 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가진 60개사가 입주해 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생산거점으로 거듭났다. 구는 이를 십분 활용해 서울테크노파크와 협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분야에 지원함으로써 일자리 400개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또 20~30대 청년 창업을 위해 중소기업청의 1인 창조기업 및 40~50대를 위한 시니어 창업지원센터를 서울테크노파크에 유치, 3년 동안 300개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전력이 참여한 서울테크노폴리스 조성 2단계 사업도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한전은 2014년까지 한전교육원 부지에 48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의 생산, 운반, 소비에 IT를 접목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으로 300개 이상의 연구인력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서울형 사회적기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지난 5일 ‘동천의 집’과 사회개발비 지원협약을 맺은 구는 2012년까지 총 50개의 서울형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14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오는 15일 사회적기업 설명회도 연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 개선을 통해 7000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서울과학기술대, 한전연수원, 원자력병원을 중심으로 NIT(나노정보기술)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성북, 석계역 부지를 상업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벤처타운으로 개발하겠다.”며 “노원을 베드타운에서 벗어난 일자리가 넘치고 활력 있는 경제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원자력 르네상스 글로벌 현장] ‘미니 원자력 타운’ 스웨덴 포스마크

    [원자력 르네상스 글로벌 현장] ‘미니 원자력 타운’ 스웨덴 포스마크

    지난달 14일 오전 8시30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 50여명이 스웨덴 포스마크 원자력 발전소의 담을 넘었다. 친환경 에너지 원료인 태양, 물, 바람을 상징하는 복장을 입은 이들은 ‘원자력은 노(No)! 재생에너지는 예스(Yes)!’ 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3일 동안 발전소를 점거했다. 새 원전 건설을 승인하는 법안이 스웨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항의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러나 3일 뒤 법안은 통과됐고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경찰에 연행돼 190~1600유로(약 30만~2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스웨덴 전력의 15% 생산 ‘힘의 땅’이라는 뜻의 포스마크는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외스트하마르시(市)에 있는 마을이다. 인구 6000명의 미니 원자력 타운이다. 시위 소동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달 21일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의외로 차분했다. “원전이 또 들어올 수도 있는데 불안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리양은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면서 “우리는 원자력의 안전성과 위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을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200~300년의 역사를 가진 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연못에서는 오리들이 한가롭게 떼지어 다녔다. 이곳에서 스웨덴 전력의 15%, 북유럽 4개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전력의 7%가 생산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후보지 선정 포스마크 원자력 단지는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1980년부터 3200㎿ 용량의 원자로 3기가 차례대로 가동을 시작했다. 1년에 22조~25조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스톡홀름 크기의 3개 도시에 1년 동안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1988년에는 의료·산업·연구 등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이 설치됐다. 바다 밑에 구멍을 뚫어 폐기물을 저장하는 세계 유일의 해저동굴 처분 방식이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설 후보지로 선정됐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전량 폐기하는 장소다. 포스마크 원전 소유 기업인 바텐팔의 페테르 얀손 홍보관장은 “포스마크 주민의 77%가 고준위 방폐장의 유치를 원한 덕분에 외스트하마르시가 경쟁 후보인 오스카샴시를 따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전과 처분장이 처음부터 주민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원전 건설을 추진했던 1970년대 초반 무렵에는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극심했고 주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외스트하마르시의 안나 레나 쇠데블롬 부시장은 “나도 당시에는 방사능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바텐팔이 30년 동안 원전시설을 개방하고 지역 주민을 상대로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개최한 덕분에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됐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원전 견학등 연평균 3만명 관광 원전과 중저준위 방폐장이 들어선 뒤 마을 인구는 200명에서 6000명으로 30배 증가했다. 처분장에서 지역주민 1000명이 일하고, 원전 시설 견학을 위해 북유럽 각지에서 연 평균 3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가난한 농촌마을이 관광 경제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바텐팔은 매년 포스마크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를 조사하는데,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평균 신뢰도가 80.3%에 이른다. 쇠데블롬 부시장은 “시 정부와 바텐팔은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주민 교육과 홍보를 1977년부터 시작했다.”면서 “주민들의 신뢰와 동의를 얻으려면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마크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지역경제 활로 찾는다] 슬로시티 경남 하동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지역경제 활로 찾는다] 슬로시티 경남 하동

    세계 슬로시티 중 첫 녹차재배지, 느리게 걷는 길 위에서 소설 ‘토지’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곳, 곶감·장아찌 같은 슬로푸드가 널린 고장. 인구 5만 1000명의 경남 하동군이다. 농업이 기반인데다 앞으로는 남해, 뒤로는 지리산이, 여기에 섬진강이 하동포구까지 80리를 감아 돈다. 느림을 실천하는 슬로시티가 되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이다. 이용우 하동군청 경제도시과 계장은 “워낙 공장지대가 없어 발전이 더뎠는데 그게 오히려 개발 대신 보전을 지역 생존전략으로 짜는 보탬이 됐다.”고 말한다. 슬로시티인 만큼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마트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하동에 가면 ‘이것’이 있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토지길 31㎞.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 이 길 위에는 ‘이야기’가 있다. 토지길은 2개 코스로 나뉜다. 악양면을 둘러보는 제1코스는 평사리공원에서 시작해 악양들판∼동정호∼최참판댁∼조씨고택∼취간림∼다시 평사리공원으로 돌아오는 약 18㎞ 구간이다. 제2코스는 평사리∼악양정∼화개장터∼하동차문화센터∼쌍계사∼불일폭포로 약 13㎞ 거리다. 제1코스의 최참판댁은 방문객의 문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대표 장소다. 드라마 ‘토지’를 만들 때 세워진 세트를 시작으로 한 칸씩 넓어졌다. 2004년 인근의 평사리 문학관, 2008년 한옥체험관이 완성돼 소설 속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최참판댁 솟을대문을 넘으면 금방이라도 최치수가 “밖에 누가 오셨는가?”하고 걸어나올 것 같다. 여주인공 서희와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임이네, 용이, 김훈장, 월선 같은 등장인물들도 스쳐 지나간다. 이런 상상을 하동군은 실제로 재현하고 있다. 흰 모시 두루마기를 입은 최참판이 문화해설사와 함께 관광객을 맞는다. 명예 최참판 김동언씨다. 하동군은 3명의 명예 최참판을 선정해 이들이 번갈아 상주하면서 관광객을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최참판이 실제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방문자들은 즐거운 탄성을 지른다. 그의 청으로 가장 안쪽 사랑채 대청마루에 서면 소설 속 배경 평사리 너른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강을 굽이굽이 끼고 4월엔 바람결 따라 청보리밭이, 10월엔 황금들녘이 한눈에 펼쳐진다. 김씨는 여기서 관광객들에게 전경(全景)을 벗 삼아 차 한잔을 권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최참판의 실제 후손이냐.”는 것이라며 호방하게 웃는다. 한옥체험관에선 실제로 숙박도 할 수 있다. 토지길 스토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대인기다. 최참판이 직접 영어 안내도 해 준다. “문학 속 상상의 인물이지만 예전 어느 고을에나 있을 법한 넉넉한 만석꾼 이미지를 최참판댁에서 그려내고 있다.”는 게 하동군의 설명이다. 걷기 체험을 하는 ‘느린 관광’. 토지길 1코스는 약 5시간, 2코스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평사리 너른 논 한가운데엔 토지 속 서희와 길상의 사랑을 상징하는 부부송(松) 두 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소나무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걷는 코스는 악양들판에서 시작한다. 최참판댁에서 나온 길은 일명 ‘조부잣집’ 조씨 고택으로 이어진다. 토지 속 최참판댁 실제 모델이 됐던 이곳엔 조씨 후손이 아직도 살고 있다. 마을 돌담길은 천천히 음미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취간림’은 500년 된 향나무가 있는 마을 숲으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토지길 제2코스에 위치한 화개장터와 하동차문화센터에선 아낙네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녹차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야생녹차의 본거지가 하동이다. 녹차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큰 구릉을 뒤덮은 차숲이다. 그러나 하동에선 대규모 차밭을 찾기 힘들다. 농가 1956가구 대부분이 소규모 야생차밭을 키우고 수작업으로 녹차를 생산한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찻잎을 따고 덖는다. 기계로 수확하지 않아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없어 잎이 두껍고 그만큼 차향이 진하다. 예부터 왕의 녹차로 진상할 만큼 가치를 인정받은 역사를 자랑한다. 연간소득만 1000억원. 하동군 문화관광과 서영록씨는 “녹차 중에서도 하동녹차가 슬로푸드의 제왕이라고 할 만한 이유는 바로 수작업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대량 생산하는 티백용 녹차와 달리 품을 들여 생산하는 하동녹차는 거의가 고급품이다.”라고 말했다.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하동차체험관의 김명애 관장은 “녹차는 차 중에서도 가장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차”라고 조언한다. “입 안에서 혀로 굴릴 때 차향과 코로 내뿜을 때 차향, 그리고 한번 마신 뒤 내뱉는 향이 모두 다르다.”면서 “언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1000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동 글 사진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슬로푸드 하동 매계리 장독마을

    슬로푸드 하동 매계리 장독마을

    경남 하동이 슬로푸드로 내건 녹차와 대봉감, 곶감은 이미 전국에서 명성을 얻었다. 뒤이은 야심작은 바로 된장이다. 악양면 매계리의 장독마을. 이 마을 사람들은 올 3월 메주 200개를 띄운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 담그기에 나섰다. 일반메주와 녹차·옻·청미래(맹감) 메주 등 4종류다. 소금은 전남 신안에서 공수해온 천일염을 고수한다. 신안은 한국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도시. “하동 된장을 매개로 슬로시티 간 음식 연계도 물꼬를 텄다.”고 이용우 하동군청 경제도시과 계장이 설명했다. 마을 입구 장독대에선 메주가 바깥세상과 만나기 위해 100일 동안 숙성되고 있었다. 항아리 바깥엔 서리처럼 하얀 테가 끼어 있다. 항아리가 외부 공기로 숨을 쉬면서 메주를 띄운 염분이 장독 바깥으로 스며 나온 것이다. 이렇게 담근 된장과 간장을 이용해 각종 장아찌 반찬으로 만들어 판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하동 사람들이 대규모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건 올봄 슬로시티 사무총장단의 하동 방문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방문단 대접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한 끝에 매계리 슬로시티 추진위원회 소속 아낙네들은 장아찌 한상 차림을 냈다. 총장단은 별다른 찬 없이 종류별 장아찌만으로 차려진 밥상에 아주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매실과 함께 하동 2대 과일인 배를 이용한 소주도 선보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가을쯤 배상면주가에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서 대봉감과 곶감은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자연건조한 곶감은 ‘느리게’를 표방한 전통 식품의 대명사다. 대봉감은 농식품연구원으로부터 지리적생산자표시를 획득했다. 덕분에 하동에서 생산되고 가공된 일정 품질 이상의 감만 대봉감 상표를 쓸 수 있다. 하동 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키운 고을 먹을거리를 지역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대표 음식으로 키우겠다.”고 말한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정치이슈 Q&A] Q : 세종시수정안 본회의에 부치려는 이유는

    [정치이슈 Q&A] Q : 세종시수정안 본회의에 부치려는 이유는

    세종시 수정안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놓였다. 1월11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정부안을 공식 발표한 지 161일 만이다. 여당의 6·2 지방선거 패배가 결정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표결을 요청했고 이를 따르겠다고 천명했다. 22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예정인 세종시 수정안의 운명을 분석했다. Q 22일 국토위에 상정되나 A 불확실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 상임위 세종시 수정안 상정 및 표결은 불확실해졌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상임위에서 부결돼도 7일 내, 30명 이상 의원들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는 국회법 87조를 들어 본회의 표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당이 본회의 처리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상임위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Q 상임위 상정 뒤 결과는 A 부결 가능성 높아 세종시 수정법안 6개 중 4개가 계류 중인 국회 국토해양위는 송광호 위원장을 비롯 한나라당 친박계(9명), 야당(민주당 9명 포함 12명) 등 세종시 원안 찬성의원들이 21명이다. 구성원 31명의 과반을 넘겨 상임위 통과는 불투명하다. Q 상임위 상정 불발 이후는 A 직권상정 박희태 국회의장은 21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법안의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 “국회법대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본회의 부의에 대해서도 “국회법대로”를 강조했다. Q 이후 국회 전망은 A 경색될 듯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상임위 표결처리’를 어겼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한나라당 친이계 역시 “역사에 기록한다.”는 명분으로 합의를 우회하는 변칙을 노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Q 정부, 세종시안 본회의 부치려는 이유 A 역풍 책임 모면 청와대, 정부, 여당(친이계)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부 국회의원에게 거는 일말의 기대다. 국회 본회의는 표결에 전 의원들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데다 국민에게 공개돼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 기업 이전 무산 등에 따른 충청권 반발시 역풍의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Q ‘원안 플러스 알파’ 가능성은 A 적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수정안 부결시 원안” 입장을 굳혔다. 민주당은 “원안 자체에 알파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1일 “플러스 알파가 없다는 것은 원안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기업 유치를 방해하고 이 대통령이 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공약이행을 하지 않겠다는 유치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Q 수정안, 원안과 어떻게 다른가 A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대기업+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은 국무총리실을 비롯, 9부2처2청의 중앙부처 이전 전면 백지화다. 대신 삼성·한화 등 대기업과 고려대·카이스트 등 대학이 입주하고 중이온가속기 등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는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표방한다. 원안의 투자규모는 국고 8.5조원이며 수정안은 국고에 민간 4.5조원, 과학비즈니스벨트 3.5조원 등을 합쳐 2배 가량인 16.5조원이 투입된다. Q 수정안 반대자들의 논리는 A 뿌리 깊은 ‘불신’ 수정안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일관성 상실과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 있다. 원안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시절 전문가들에 의해 6번의 국제공모를 거치며 만들어졌지만 이명박 정부의 새 연구용역은 20년간 155조원 손해라는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Q 부결시 세종시기획단과 민관합동위원회 운명은 A 조기 종결 10월로 활동이 종료되는 세종시기획단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수정안이 이달 부결될 경우 조기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단 등은 수정안을 탄생시킨 핵심 전략본부다. 안이 통과되면 기업유치 및 투자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Q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어디로 가나 A 천안·아산 유력 부결시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은 법안과 함께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정책사업의 입지 선정은 통상 응모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장소 선정에만 1~2년은 걸린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현재로선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과학벨트 입지 선정 방안 연구 용역’에서 적합지 1위로 꼽힌 천안·아산이 유력하다. Q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들 향후 계획은 A 세제 혜택 없으면 안 가 세종시 법안 통과 지연으로 인해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적기에 사업추진을 못할 경우 시장 주도권 및 경쟁력 상실 등 현실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세종시가 부결돼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대체 부지를 물색하겠다는 분위기다. 강주리·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시·도지사 당선자에게 듣는다] 허남식 부산시장 “4대강 동남권엔 꼭 필요”

    [시·도지사 당선자에게 듣는다] 허남식 부산시장 “4대강 동남권엔 꼭 필요”

    3선에 성공한 허남식(61) 부산시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와 남강댐물 부산공급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 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허시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접근성이 아닌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 가덕도에 건설하고, 남강물 부산 공급은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만나 인접 지역 간 협력도 다졌다. 부산시 조직 개편안도 앞당겨 발표했다.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선5기에 임하는 각오는. -시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시정에 대한 기대가 무척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민의 기대와 바람을 담은 시정이 될 수 있게 강력한 변화를 유도하고, 시민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하겠다. 뭐니뭐니해도 부산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올인할 것이다. 미래 부산의 먹거리와 신성장동력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화, 공공기관과 공공부문 대형사업 유치, 국내외 우수기업 유치로 1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생각이다. →역점 추진사항은. -‘시장이 바뀌었다.’라는 생각으로 전 부분을 새롭게 짤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속의 부산’이라는 글로벌 위상을 정립하고, 대내적으로는 활력 넘치는 지식경제도시, 복지와 문화가 충만한 부산을 창조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도시의 질적, 내용적 성장을 중시하는 창조적인 도시정책으로 전환해 나가도록 하겠다. →최근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만났는데. -지난 8일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를 부산으로 초청, 오찬회동을 가졌다. 당선을 축하하는 상견례로 보면 된다. 부산과 경남의 상생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현안과 관련해 수시로 논의를 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부산과 경남은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이어서 두 시·도가 공동발전을 위해 잘 협력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신공항 입지, 남강댐 물 공급 등 부산·경남의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잘 타결될 것으로 본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영남권 다른 지자체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입지선정은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부산 가덕도가 적지라고 본다. 정부에서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타당성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항은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기능성과 경제논리가 우선돼야 한다. 왜 영종도에 인천공항이 들어섰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앞으로 공항 수요 증가와 산업 경제 측면을 고려할 때 가덕도가 최적지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4대강 사업은 친환경사업으로 부산에 많은 편익을 줘 꼭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4대강 사업이 지역적 관점에서 지역발전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 사업인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부산권 낙동강 사업은 다른 지역과 달리 친수공간 확대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경남의 반대로 남강물 부산 공급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수자원 관리 및 정책은 국가시책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 국토해양부가 남강댐 상하류의 침수피해와 댐 안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 서로 ‘윈-윈’하도록 협력을 구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같이 노력해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 급식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는 2006년부터 학교급식의 질 향상을 위해 친환경 우수농산물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이 현재로서는 예산 문제 등으로 힘들다. 신임 교육감과 충분히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허남식 당선자는 행정고시 19회 출신으로 부산시에서 30년간 공직 생활을 한 부산 ‘터줏대감’이다. 부산시 요직을 두루 거치고 정무부시장을 지내다 시장에 당선된 행정 CEO다. 2006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2006년 재선, 이번에 3선에 성공했다. 온화한 성격에 겸손하면서도 합리적이다. ‘소리 없는 불도저’, ‘부지런한 마당발’이란 별명에서 보듯이 일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경남 의령 출신으로 마산고·고려대 졸업. 부인 이미자(58) 씨와 1남1녀.
  • [이대통령 국정연설] 세종시 수정안 동력 상실… 원안 공사도 로드맵 다시 세워야

    [이대통령 국정연설] 세종시 수정안 동력 상실… 원안 공사도 로드맵 다시 세워야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회 표결처리를 요청하면서 ‘세종시 원안’의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종결되려면 ‘원안 추진’이나 ‘원안+α 추진’ 등의 확실한 대안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14일 정치권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세종시 논란’ 조기종결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 파장은 어느 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 부처들은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며 일단 유보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세종시는 정치적으로 워낙 꼬여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국회가 원안, 수정안, 원안+α 가운데 여론을 수렴해 방향을 정해주면 이를 토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22일 국회에 넘겨진 세종시 수정안 관련법은 모두 5건.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이다. 업무 추진 속도만 놓고 본다면 수정안을 포기할 경우 원안 추진이 가장 효율적이다. 수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이나 상임위 표결, 본회의 표결 등을 거쳐 폐기되면 원안은 자동으로 재개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안에는 이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과 일자리 마련 등의 대책이 없다.”면서 “다시 ‘원안+α’의 법안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단계(2007~2015년), 2단계(~2020년), 3단계(~2030년)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던 세종시 건설은 지난해 10월 세종시 수정 방침이 나오면서 주요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원안에서 1-1구역에 들어서기로 했던 국무총리실 청사는 수정안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본부로 바뀌어 23.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부처가 입주할 1-2구역은 지난해 착공 예정이었지만 공터로 남아 있다. 다른 부처의 이전 부지도 기반공사만 마친 상태다. 수정안이 폐기되면 ‘세종시 로드맵’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국토부는 세종시를 제외하고 10개 혁신도시 건설과 6개 기업도시 조성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했지만, 세종시 수정안과 함께 국회에 넘겨진 혁신도시·기업도시 관련법 개정안도 모두 수정안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안들이기 때문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鄭총리, 김무성 원내대표와 세종시 ‘공감’

    정운찬 국무총리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확정된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세종시 수정론자인 김 의원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국회의 세종시 논의에 물꼬를 터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총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김 원내대표 후보 확정과 세종시 전망과 관련, “(국회 통과가)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세종시 원안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상 독립기관을 중심으로 한 7개 기관을 세종시로 옮기는 절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 총리는 김 의원의 절충안에 대해 “(김 의원을) 만나 들어 보니까 (헌법기관이 아니라) 처·청 단위 기관을 내려보내자는 거여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라는 세종시 개념에 맞춰 기존에 언급됐던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빅(big)’ 기관들은 세종시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행정기관 분산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정 총리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김 의원이 세종시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사이가 멀어졌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 의원들의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에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국제 친환경 물류도시로… 대학 3~4곳서 투자 관심”

    “국제 친환경 물류도시로… 대학 3~4곳서 투자 관심”

    “방조제 개통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장 33.9㎞ 새만금 방조제 개통을 하루 앞둔 강현욱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5배, 서울시 면적의 3분의2에 달하는 거대한 동북아 경제중심 거점 ‘새만금 개발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새만금은 27일 방조제 준공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내부 개발에 착수한다. 강 위원장은 26일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방조제 하나 짓는데 19년이 걸렸다.”면서 “너무 많은 세월을 보냈지만 내부개발이 들어가는 지금부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 위원장은 그동안 지적된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자평하며 국내외 투자유치에도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수질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면서 “환경단체와 토론, 법적투쟁 등 곤욕을 많이 치르면서 수질문제 노하우도 많이 배웠고 대비도 많이 했다. 걱정 안 해도 될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2020년까지 10년간 3조원을 수질정화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륙에서 흐르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물로 담수호를 만드는데 강 상류는 공장, 산업 등이 못 들어서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폐수, 농약 등 오염원에 대해선 미생물이나 전기 등 첨단정화기법을 활용해 정화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지역 일자리 창출과 외국인 자본 등 국내외 투자 유치와 관련해 “다 밝힐 순 없지만 경남 지역 국립대 한 곳을 포함해 3~4군데 대학이 유치에 관심이 있다.”면서 “28일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네덜란드는 물류,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이 많아 다방면으로 기업들이 새만금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력을 끌기 위해 경제자유구역보다 더 파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 없이 출입가능하고 투자가 오고감에 제약이 없도록 외화관리에 자유를 줘야 한다.”면서 “제일 걸림돌인 땅값은 50년, 100년 장기임대조건으로 해서 공짜로 집을 짓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땅값은 3.3㎡당 50만원 선이다. 그는 3~4석 규모의 신항만은 내년 가을쯤 착수하고 군산공항의 활주로를 넓혀 국제선 취항도 추진, 인프라를 완벽히 갖춰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지난 1월 발표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 세종시로 인한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세종시는 완전 내륙도시고, 새만금은 몇 배(5.7배)나 클 뿐 아니라 해안에 위치한 국제적인 친환경 물류도시를 꿈꾸는 터라 차원이 다르다.”며 “장기적인 사업인데 그쪽이 잘되면 더 좋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새만금은 위치상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거대시장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최적지의 깊은 항만과 국제공항을 확보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보상과 민원 없이 환경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정부가 100% 조성하는 이 넓은 땅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천문학적인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에 따르면 21조원이 투입되는 새만금 개발은 2020년까지 전체 면적 71.4%를 개발하는 1단계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 토지이용계획과 기반시설 구축 등 세부 마스터플랜은 올 연말까지 마련된다. 핵심 전략지역인 명품복합도시는 연내 관계기관 간 MOU를 체결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국회로 넘어간 세종시

    국회로 넘어간 세종시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이 23일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가 지난 1월11일 부처이전을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지 71일 만이다. 수정안에 대한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 정치권은 또다시 세종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법안이 제출되자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친박계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당에 균열을 초래하는 일을 자처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를 흠집내기 위한 의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계 한 의원은 “법안은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친박과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법안을 제출한 것은 ‘백년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 대통령’과 ‘옹고집을 부린 박근혜’라는 흑백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친이계는 세종시를 국회에서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정부의 법안 제출이라며 청와대를 옹호했다. 김영우 의원은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것은 세종시를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4월중에 세종시 논쟁을 빨리 매듭지을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친이계는 반드시 당론 변경 절차를 밟겠다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진수희 의원은 “이달 말까지 세종시 중진협의체가 해법을 만들면 만드는 대로, 못 만들면 못 만드는 대로 다음달 초엔 당론을 정해야 한다.”면서 “국회 제출 뒤 20일간의 상임위 숙성 기간이 있는 만큼 그 안에 당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4월 국회내 처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친박계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다른 야당과 공조해 상정을 막을 것인지, 상정해서 신속히 표결 처리할 것인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 혁신도시 건설지원 특별법, 산업입지·개발법, 기업도시개발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5건이며, 모두 정부 입법 형식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鄭총리 “세종시 허비할 시간 없다”

    정부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한 5개 법률안을 심의, 의결했다. 정부가 지난 1월11일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한 지 64일 만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중앙행정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바꾸는 내용이다. 세종시와 관련한 법안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서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바뀌었다. 개정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한나라당 6인 중진협의체에서 결론을 내린 뒤 이르면 이달 말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친박계와 야당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 총리는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면서 “더 이상 눈앞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선 안 되며 나보다 우리를 앞세우고 오늘의 집착에서 벗어나 내일의 눈으로 세종시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한순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국무위원들 모두 굳건한 신념과 사명감을 가지고 발전안(수정안)을 관철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시와 관련된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교육·과학기반 시설 투자를 위한 국가예산을 지출상한액인 8조 5000억원 이상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만 한정됐던 원형지 개발이 기업 등 민간에도 허용된다.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도 원형지 형태로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됐다. 우수한 학교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특목고, 자율고의 전국모집도 허용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세종시 공청회 난장판

    16일 경기 안양시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안 공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반쪽 난 민심만 확인시켰다. 입법예고 마지막날 열린 공청회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2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소동은 세종시 발전안에 대한 주제발표 도중 벌어졌다.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주장하는 공주 지역 주민이 “원안이 수정안보다 우수하다.”고 목청을 높이자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의 감정이 폭발, 몸싸움으로 치달았다. 이들은 “정부가 애초 계획된 대학과 기업유치를 안 돼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원주민들을 먹고살게 해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냐.”며 맞섰다.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도 찬반 양론으로 나뉜 교수들이 날을 세웠다. 안성호 충북대 교수는 “정치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경제논리로 전환하는 것이 지혜”라고 주장한 반면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외국에서도) 대통령이 수차례 약속한 정책은 대부분 수정하지 않는다.”며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김영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세종시 계획은 국정 비효율 문제로 연간 3조~5조원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만큼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고, 박상우 국토해양부 정책국장도 “행정중심복합도시 명칭을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꾸고 민간 투자자에게 원형지 공급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특히 박 국장이 설명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전부개정안’에는 원주민들의 ‘환매권’ 행사제한이 포함돼 논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사업의 통일성을 위해 공주·연기 주민들이 팔았던 땅을 도로 사들일 권리인 환매권을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환매권 제한이 재산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반발한다. 세종시 수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세종시 ‘사교육중심도시’ 될라

    정부가 세종시에 설립되는 특목고 등 우수 사립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혜를 준 데 대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민주당과 관련 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수정안은 세종시에 설립되는 사립 초·중·고등학교에 전국 단위의 학생 모집, 공립학교 부지 임대 및 사용, 임대료 감면·분할납부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유재산법상 5년으로 제한된 공립학교 부지 사용도 50년까지 연장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가 조기에 정착되려면 특목고, 자율학교 등의 유치를 촉진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또 인구 50만명 규모의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학교 150곳을 만들려면 예산 100억원이 들어 국가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우수 사립고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을 전국적으로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외국어고의 모집 단위를 전국에서 광역시·도로 축소한 것도 사교육 유발 요인을 줄이자는 취지였는데,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제안연구소 김성천 부소장은 31일 “정부 취지대로 원주민과 세종시 입주자에게 혜택을 주려면 오히려 통제가 가능한 국·공립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려 질 높은 교육을 구현하고, 다른 고등학교처럼 세종시 거주 학생들만 모집하게 하는 것이 옳다.”면서 “사교육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외고와 자율학교 등에 이런 혜택을 주는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사교육 억제정책을 펴겠다는 정부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기고] 세종시 국론분열 부추겨선 안돼/장영철 대전사랑문화협회장

    [기고] 세종시 국론분열 부추겨선 안돼/장영철 대전사랑문화협회장

    세종시 수정계획으로 충청권이 들끓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의 전환이 주요 골자다. 원안은 행정부처(9부 2처 2청) 이전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고 수정안은 기업 유치, 중이온가속기를 포함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으로 세종시를 과학의 허브, 자족기능을 갖춘 단위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국토균형발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행정부처 이전으로는 수도권의 기업이나 인구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고, 외국의 사례나 대전의 제3청사 이전 사례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정보체계가 발전한 현대사회에서는 행정부처가 이전한다고 해도 기업이전 효과는 미미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세종시에 일부 행정부처를 이전해도 행정기관의 섬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고, 분산으로 행정 비효율이 발생(연 3조∼4조원 손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정안은 세종시를 기초 미래과학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인접한 대덕연구단지와 함께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과학허브로 육성하자는 계획으로 KAIST, 고려대는 물론 외국의 교육·연구기관이 입주한다. 또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신수종 녹색성장 대기업을 유치함으로써 국토균형발전 중에서 교육과학분야 기능 분산화를 우선적으로 실현시키는 셈이다. 세종시 자족용지가 3배 이상 증가하고,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업이 입지하면 국제도시로서의 기능도 담당할 것이다. 또 세종시에 부여된 기업의 세제혜택을 전국의 기업도시, 혁신도시에도 적용한다고 하니 향후 수도권 기업의 실질적 지역분산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세종시 원안은 청와대를 포함한 중앙정부기관을 서울에서 충청권으로 이전함으로써 수도를 옮기겠다는 공약에서 출발해 선거를 앞두고 행정부처 일부를 이전하는 수준에서 졸속으로 결정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제는 수정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을 떠나 올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당리당략의 문제로 급격히 변질됐다. 행정부처 이전을 공약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세종시 문제를 기폭제로 삼아 대전·충남에서 국회의원 각 1석뿐인 정치환경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은 오로지 지역정당으로서 세종시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정당으로서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존립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나친 정치적 대립에 지역주민들이 희생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원안이 갖고 있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론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의 지역적 실익론 사이에서 충청민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를 설득하지 말고 충청민을 설득하라.”고 했듯이 이제 세종시 문제는 충청민의 선택에 달렸다. 정작 최대 피해자인 충남 연기군 주민들은 이제 수정안에 고개를 돌리면서 뭐가 되든 빨리 결정해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더 이상 정치권이 국민을 혼돈시키고 국론을 분열시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 [열린세상] 수도 분할의 위헌성/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수도 분할의 위헌성/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세종시 논란이 정부와 야당, 그리고 여당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에 일전을 불사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27일 세종시의 개념을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는 내용의 세종시법 수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3월 중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신행정수도의 이전’ 공약 이행으로 제정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은 헌법재판소에서 2004년 10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2004헌마554·566)으로 실효되었다. 그런데 당시 정치권은 충청권의 민심을 우려하고 위헌결정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세종시법)이라는 긴 이름으로 법률을 바로 통과시켰다. 이 세종시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2005년 11월 “수도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한다거나 수도가 서울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분할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각하하는 합헌결정을 했다.(2005헌마579·763). ‘신행정수도법’의 헌재결정에 대해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이 헌법 제72조가 정한 국민투표의 대상이라고 판시하여 ‘세종시법’이라는 편법적인 입법을 방지했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최근 세종시 논란과 관련하여 헌재가 참여정부에서 제출한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였으므로 그 결정을 회피하기 위한 ‘세종시법’도 위헌으로 결정했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필자는 2007년 5월 위 행정도시법의 합헌결정 이후 연기군 내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연기군 주민 500여명을 대리하여 당시 건설교통부장관을 상대로 행정도시 예정지구지정의 취소를 구하고, 그 근거가 되는 ‘세종시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연기군 주민들은 “내 조상이 묻혀 있는 내 고향을 떠날 수 없고, 치솟은 땅값으로 농사지을 대토를 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정부가 반대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주지 않았으며, 신행정수도에 이어 행정도시로의 대못박기식 강행은 자신들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세종시법은 위헌결정으로 실효된 법률과 동일한 법률을 다시 입법하는 ‘제자리 입법’이었다. 행정도시 건설이 수도의 분할이나 이전이 아니라는 합헌결정 이후 참여정부가 추진한 행정도시 건설의 추진 내용은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수도의 분할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행정수도 후보지를 그대로 행정도시로 승계하기 위해 세종시법에 “예정지역은 충청남도 연기군 및 공주시의 지역 중에서 지정한다.”는 기이한 규정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는 세종시법에 의한 기초조사나 지자체장·위원회의 심의 등을 따로 하지 않고 위헌결정으로 실효된 신행정수도법의 기초조사 자료 등을 그대로 활용하였다. 필자는 고향을 지키겠다는 심정에서 참여정부의 세종시 강행에 저항한 지역주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참여정부는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해 ‘헌재폐지론’까지 내세우다가 제대로 된 입법상 논의절차 없이 졸속으로 세종시법 입법을 추진했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제2의 탄핵사태와 같은 역풍을 우려해 반대다운 반대도 없이 입법에 동의했다. 세종시의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는 어디에도 없었던 사실을 분명히 기억한다. 세종시법의 위헌성이나 입법절차상 흠결이 결국 지금의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이를 해소할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세종시법에서 위헌성이 지적되는 수도 이전·분할의 문제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정책사항이다. 정치권이 정권적 차원에서 추진하거나 정치적 차원에서 반대할 일이 아니다. 입법 당시 외면당했던 주권자 국민의 의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함은 물론 의회주의의 원리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과 표결에 따라 세종시법의 입법에 대처해야 마땅할 일이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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