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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AI 심장’ 땅끝 해남서 뛴다

    ‘대한민국 AI 심장’ 땅끝 해남서 뛴다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기업도시가 국가 인공지능(AI) 경쟁력을 좌우할 거대한 ‘데이터 허브’로 탈바꿈한다. 4000억 원의 출자금을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총 2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전남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삼성SDS 컨소시엄이 확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삼성SDS를 필두로 네이버클라우드, 삼성전자, 삼성물산, 카카오, KT, 클러쉬 등 국내 내로라하는 ICT 기업들과 전남도,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대거 참여해 공신력을 높였다. 국가 AI컴퓨팅센터는 AI 연구와 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컴퓨팅 자원을 한데 모아 관리하고, 이를 산업계와 연구계에 적기 공급하는 ‘국가적 AI 병기창’ 역할을 수행한다.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오는 2028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5000장을 우선 확보하고, 2030년까지 총 5만 장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세계적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현재 실시설계 수립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랐으며, 오는 7월 착공해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센터 운영의 생명줄인 전력 공급 문제도 해결됐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는 해남군 산이면 상공리 일원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산이변전소’ 신축 인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154㎸급 최첨단 설비를 갖춘 이 변전소는 센터와 함께 오는 7월 착공해 2028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전남도는 이번 센터 건립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기업 입주와 전문 인력 유입이 본격화되면 약 6조 4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 5000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 1만 9500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글로벌·콘솔’ 신장에 ‘뼈 깎는 쇄신’ 통했다, K-게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글로벌·콘솔’ 신장에 ‘뼈 깎는 쇄신’ 통했다, K-게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1분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내수 시장과 모바일 과금 모델에 편중됐던 사업 구조를 글로벌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고강도 경영 효율화를 단행한 결과다. 넥슨은 지난 1분기에 매출 1조 4201억원, 영업이익 542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성장 동력은 대표 흥행작의 글로벌 저변 확대와 신규 콘솔 지식재산권(IP)의 시장 안착이다.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2% 급증한 ‘메이플스토리’가 견고한 기초 체력을 증명한 가운데, 콘솔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누적 판매량 1600만장을 돌파하며 북미·유럽 매출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에 넥슨의 해외 매출 비중은 62%까지 확대되며 글로벌 중심의 수익 구조를 공고히 했다. 글로벌 파워는 크래프톤의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메가 IP인 ‘배틀그라운드’가 인도와 중동 시장을 장악하며 1분기에 매출 1조 3714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분기 매출 1조 시대’를 연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5616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22.8% 성장했다. 펄어비스도 콘솔 신작 ‘붉은사막’이 출시 한 달 만에 5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흥행을 거두며 영업이익 212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597.4% 증가한 수치로 K-콘솔 게임의 경쟁력을 숫자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장기 부진의 늪에 빠졌던 전통의 강자 엔씨 역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실현했다. 엔씨는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등 비용 구조를 전면 재편한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배(2070.1%) 급증한 1133억원을 기록했다. 또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 등 PC 게임 부문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끌어내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1분기 실적은 한국 게임 산업이 ‘내수용 모바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작품성과 플랫폼 다변화로 세계 무대에서 승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단순 과금 유도 구조를 넘어 고품질 IP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실적 반등의 실질적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 전영현 삼성 부회장, 파업 앞두고 임원 소집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전영현 삼성 부회장, 파업 앞두고 임원 소집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15일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53조 7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총파업 예고 등 안팎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전 부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현재의 실적 회복이 삼성의 저력보다는 메모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냉정히 진단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1분기에만 전사 영업이익(57조 2328억원)의 94%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으며,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이러한 장밋빛 수치에 자만하지 말고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특히 전 부회장은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항상 ‘을(乙)’의 자세로 고객의 사업을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AI 열풍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제품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자칫 빠질 수 있는 공급자 우월주의를 경계하라는 취지다. 그는 “성과는 고객이 만들어준 결과”라며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철저한 실행력을 역설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예고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파업이 강행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측 역시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 규모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임원들에게 “여러모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본연의 경영 활동만큼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업 장기화가 고객사 이탈과 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들 또한 삼성의 생산 안정성을 매주 업데이트 요청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어, 이번 ‘골든타임’ 선언은 삼성 반도체의 명운을 건 배수의 진으로 풀이된다.
  • 하나금융, 두나무에 1조 투자

    하나금융, 두나무에 1조 투자

    하나금융그룹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약 1조원을 인수하며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첫 대형 ‘지분 동맹’이 성사됐다. 단순 실명계좌 제휴를 넘어 은행이 직접 거래소 지분을 확보한 첫 사례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228만 4000주)를 약 1조 3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디지털 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번 거래로 하나금융은 단숨에 두나무 4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2025년 말 기준 두나무 최대주주는 송치형 회장(25.51%)이며 김형년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가 뒤를 잇고 있다. 기존 3대 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지분이 줄며 주요 주주 지위에서 밀려나게 됐다. 함영주 회장은 “이번 지분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두나무와 함께 K-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농구 코트 지배한 ‘작은 거인’…“월드컵·AG 때 큰일 낼게요”[스포츠 라운지]

    농구 코트 지배한 ‘작은 거인’…“월드컵·AG 때 큰일 낼게요”[스포츠 라운지]

    신장 165㎝… 리그서 세 번째 단신키 작은 건 더는 변명이 될 수 없어3점슛 성공률 37%… 다음 목표 40%박지수 언니 이탈에 한발 더 뛰어기회 되면 하루빨리 해외 진출 도전여자농구 부흥 선봉장 되고 싶어요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농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은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 전성기를 보낸 전설적인 가드 앨런 아이버슨이 남긴 명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와전된 것으로 이 말의 원조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단신 선수인 타이론 보그스다. 1987년 NBA에 데뷔한 그는 키가 160㎝였다. 1996년 데뷔한 아이버슨(183㎝)보다 23㎝가 더 작다.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포인트 가드 허예은(25)은 학창 시절 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188㎝)를 보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 여자농구의 보그스에 가깝다. 신장 165㎝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작지만, 지난달 26일 끝난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우승을 견인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지난 6일 충남 천안시 KB 숙소에서 만난 그는 “신장이 작다는 게 더는 농구에서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챔프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챔프전 2차전에서 허예은이 자신보다 18㎝가 더 큰 삼성생명 센터 배혜윤(183㎝)을 정면에 두고 코트 거의 중앙이나 다름없는 거리에서 3점포를 성공했을 때였다. 방송화면에 포착된 동료 이채은이 ‘저게 들어간다고?’ 하며 놀라는 표정까지 더해져 더욱 유명해졌다. 그 슛 한 방으로 삼성생명 수비는 허예은을 코트 중앙부터 막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허예은이 드리블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시리즈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얘기를 꺼내자 허예은은 “들어가지 않았으면 엄청 욕먹었겠죠“라면서 “비시즌에 그런 슛을 많이 던져봐서 확신이 있었고 감독님과 동료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에 책임감을 갖고 던진 슛이었다”고 소개했다. 정규리그 3점슛 성공률이 37.30%였던 그는 다음 시즌에는 40%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수비와의 1대1 상황에서도 상대를 더 흔들고 슛도 더 갈고 닦고 싶다”고 말했다. KB에게 이번 챔프전은 ‘핸디캡 매치’나 다름없었다. 정규리그 MVP에 올랐던 센터 박지수(196㎝)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높이 경쟁에서 열세였다. 이를 허예은을 비롯해 KB의 모든 선수가 ‘한발 더 뛰는 농구’로 극복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허예은은 “평균 신장이 상대보다 더 낮아진 상황에서 결국 한발 더 뛰고 외곽공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이슬 언니와 제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은 한국이 17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무대가 됐지만, 허예은에게는 또 다른 자극제가 됐다. 그는 “프랑스와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등 강호들과 경기하면서 계속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며 “지금처럼 해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는 수준이 안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고 진짜 땀을 두 배로 더 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장이 작다는 게 변명이 될 수 없다. 일본 선수만 봐도 작은 키가 단점이 되지 않게 만든다”며 “기술적인 부분이나 슈팅을 더 보완해 9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팀 동료 박지수의 부상은 대표팀에도 큰 악재다. 기둥이나 다름없는 그가 발목 수술을 받으며 최소 4개월 이상 재활해야 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허예은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허예은은 “지수 언니가 없으면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방법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이제 한 발이 아니라 세 발 먼저 뛰고 외곽에서 더 많이 터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배인 박지현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진출은 그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줬다. 허예은은 “국내에서 최고가 되는 게 최고인 줄 알았는데 지현 언니가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기회가 된다면 하루빨리 해외 무대에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여자농구 부흥을 위해 자신이 선봉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허예은은 “여자 배구는 팬도 많고 인기도 많다. 그게 항상 부러웠다”면서 “결국 국제대회에서 여자농구가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내가 더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로봇의 얼굴 ‘디스플레이’… 내구성·유연성 ‘체력 검정’ 시대

    로봇의 얼굴 ‘디스플레이’… 내구성·유연성 ‘체력 검정’ 시대

    ‘휴머노이드’ 디스플레이 새 수요처극한 환경 견뎌내는 ‘튼튼함’ 필요LG, 탠덤 OLED 적용한 패널 공개영하 35도~영상 80도서 정상 작동삼성 신제품 ‘스트레처블OLED’ 주행 상황 따라 화면 늘거나 변형 TV·모바일 시대 해상도 경쟁에 몰두했던 디스플레이 시장이 피지컬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내구성·유연성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존의 평평하고 납작한 패널에서 벗어나 차량·로봇 등 디스플레이를 적용해야 하는 폼팩터(기기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디스플레이 경쟁의 축이 물리력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의 새 수요처로 각광받는 휴머노이드용 ‘얼굴’은 극한의 온도와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이나 TV, 노트북과 같은 ‘리지드 디스플레이’가 상대적으로 균일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용된다면, 산업 현장에서 출발해 군사용, 가정용 등으로 진출하는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는 극한의 온도나 자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용 출시를 준비하는 LG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차량용 ‘탠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적용한 ‘P-OLED 패널’을 선보였다. P-OLED 패널은 탠덤 OLED 기술을 적용해 영하 35도부터 영상 80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개발됐다. 탠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소자를 2개 층으로 쌓는 기술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기존의 중소형 OLED 패널과 두께는 동일하지만 소자에 가해지는 에너지를 분산시켜 성능을 선택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는 것다. 이론상 기존 1개 층 OLED 대비 밝기는 최대 2배, 수명은 최대 4배 늘릴 수 있고 소비전력은 최대 50% 절감할 수 있다. 또 P-OLED는 패널은 탠덤 OLED를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에 적용해 사람의 얼굴처럼 불규칙한 곡면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 계기판을 겨냥해 고도화한 ‘스트레처블 OLED’를 공개했다. 화면 자체가 늘어나고 수축할 수 있는 구조로, 평면 패널이 접히는 방식의 폴더블을 넘어 유연성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마이크로 LED 기반의 스트레처블 OLED 신제품은 주행 상황에 따라 속도계 화면이 늘어나거나 변형돼, 운전자에게 시각적인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신제품은 패널이 늘어나도 전기적 성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브릿지 구조에서 픽셀 밀도를 기존보다 2배 높여 해상도를 67% 향상시켰다. 이를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과 결합하면 운전자의 주행 상황에 맞춰 화면을 동적으로 조정해 시인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제주도를 주행한다면 상공에서 제주도를 바라보는 것처럼 3차원 모습을 운전자에게 제공하고, 내 차량의 위치도 표시하는 식이다.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팀과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 연구팀은 지난달 공동으로 메타렌즈 기반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디스플레이는 전압에 따라 편광을 조절해 별도의 3D 안경 없이도 2D와 3D 모드를 간단히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정보의 일방 전달이 아닌 쌍방향 인터페이스가 핵심이 되면서 투명 디스플레이도 주요 승부처다. 전시관, 대형 상업시설부터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AI까지 투명 디스플레이의 활용처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각 OLED와 마이크로LED를 밀어붙이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중국 ‘보(BOE)’는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행사인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6’에서 햇빛이 내리쬐는 야외에서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고휘도의 투명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고, ‘티엔마’는 스마트워치에 사용되는 3.16인치의 소형 마이크로LED를 공개했다. 마이크로LED는 구조적으로 픽셀과 픽셀 사이를 비우기 쉽고 수명이 길어 고휘도의 투명성을 구현하기 용이하지만 높은 제조 비용과 공급망 문제 등이 한계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OLED 기술력을 기반으로 투명 OLED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 [기고] 과학 혁신의 답 ‘질문’에서 찾는다

    [기고] 과학 혁신의 답 ‘질문’에서 찾는다

    과학기술 혁신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많은 이들이 막대한 자본이나 첨단 장비를 떠올리지만 본질은 결국 ‘좋은 질문’에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제나 연구 현장의 절실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최근 정부는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하고 이를 ‘R&D 맞춤형 점검제도’로 전환했다. 특히 연구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는 사업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연구 현장의 수요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를 확인한다. 이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Top-down) 기획에서 벗어나 연구자 커뮤니티가 스스로 과학적 필요를 정의하는 ‘R&D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형 R&D 사업은 재정 건전성 중심의 예비타당성조사 체제 아래 운영돼 왔다. 이 방식은 예산 집행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었으나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할 창의성과 속도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 특히 대형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실제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다 보니 유사 시설에 대한 중복 투자나 활용도 저하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기도 했다. 이런 반성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과학적 큰 질문’(Big Scientific Question) 중심의 수요 발굴 체계다. 연구자들이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학적 난제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인프라와 연구를 직접 제안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접근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과학기술 선도국들은 이미 연구자 중심의 합의를 통해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의 ‘스노매스’나 ‘데커들 서베이’는 연구자들이 주도해 과학적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이를 국가 투자 계획으로 연결하는 대표적 사례다. 일본 또한 학술 커뮤니티가 제안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정부가 예산을 설계한다. 이들 시스템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연구 현장의 질문이 정책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런 현장 중심의 기획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국내 학회를 대상으로 제도의 취지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학회를 중심으로 상향식(Bottom-up) 수요 발굴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시설 구축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표준, 플랫폼 등 미래형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기획 수요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인공지능(AI), 정밀 의료, 신약 개발 등 국가 전략 분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제도 변화의 진정한 가치는 연구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이제 연구자는 자율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그에 걸맞은 책임성을 요구받게 된다. 학회 또한 단순한 학술 모임을 넘어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그 위상이 변화될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와 연구자’ 사이의 수직적 관계가 대등하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으로 진화함을 뜻한다. 이 제도의 성패는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세상을 바꾸는 질문은 소수 전문가의 머릿속이 아닌, 치열한 연구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기술 추격국을 넘어 선도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에 ‘우리는 왜 이 연구를 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연구자 자신이다. 연구자의 질문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지형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박웅양 생화학분자생물학회장(성균관대 의과대학 석좌교수)
  • SKT·국방부 ‘국가대표 AI’로 국방 AX 가속화

    데이터 유출 막고 행정 효율 높여민관 협력 ‘소버린 AI 전략’ 가늠자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국방 행정 전반에 투입하는 국방 인공지능 전환(AX)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국방 현장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데이터 주권을 민간 기술로 확보하는 ‘소버린 AI’ 전략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국방부와 ‘독자 AI 모델의 국방 분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SK텔레콤이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매개변수 5000억개를 돌파하며 과기정통부의 독자 AI 모델 프로젝트 2단계에 진출시킨 ‘A.X K1’을 국방 환경에 최적화해 이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범용 모델을 빌려 쓰는 단계를 넘어 안보 특수성을 반영한 ‘전용 엔진’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2분기 중에 과기정통부의 ‘국가 AI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GPU 자원을 SK텔레콤에 배정하기로 했다.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연산 자원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민간은 독자 모델과 경량화 기술을 제공해 국가 연구개발(R&D) 인프라와 민간 기술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구조다. 보안이 생명인 국방 환경을 고려해 기술적 해법도 정교화한다. SK텔레콤은 대규모 모델의 연산 부담은 낮추되 처리 속도는 높이는 경량화 기술을 전면에 배치한다. 특히 외부 클라우드 연결이 제한되는 폐쇄적인 군 네트워크 특성에 맞춰 국방 데이터를 집중 학습시킨 ‘온프레미스’형 AI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유출을 원천 차단하면서 군 행정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전준범 국방부 국방인공지능기획국장은 “이번 협약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국방 AX가 한걸음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라며 “민간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 국방 전반에 AI를 효과적으로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김명국 SK텔레콤 인더스트리얼 AI 본부장 역시 “데이터 주권과 보안이 중요한 금융, 제조 등 공공 영역 전반으로 K-AI 경쟁력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했다.
  • 대한전선, 포설선 추가 확보… 해저케이블 ‘승부수’

    대한전선, 포설선 추가 확보… 해저케이블 ‘승부수’

    대한전선이 대형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CLV)을 추가 확보하며 해저케이블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해상풍력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 확대에 대응해 시공 역량을 끌어올리고 설계부터 생산·운송·시공까지 수직계열화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대한전선은 1만t급 CLV ‘스칸디 커넥터’호를 인수한다고 14일 밝혔다. 기존에 보유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CLV인 팔로스호에 이어 국내에 도입된 두번째 해상풍력용 CLV로 한 번에 7000t의 해저케이블을 선적할 수 있다. 선박은 오는 8월 국내에 인도된다. 대한전선은 이번 선박 확보로 해상풍력 내부망 및 외부망 시공 역량을 강화하고 장거리 계통 연계와 HVDC 전력망까지 수행 가능한 대응 체계를 갖추게 됐다. 프로젝트 특성과 시공 환경에 따라 최적의 선박을 투입·운용할 수 있는 투트랙 시공 체계도 구축했다. 스칸디 커넥터호는 네덜란드의 특수선 전문 기업인 다멘이 설계한 고사양의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으로 글로벌 해양 시공 및 엔지니어링 기업인 노르웨이 DOF그룹이 운용해왔다. 현재까지 총 27개 프로젝트에 투입돼 약 1300㎞의 해저케이블을 포설하며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성과 시공 역량을 입증했다. 선박위치정밀제어시스템(DP2)을 갖춰 기상 변화에도 선박 위치를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고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도 안정적인 시공이 가능하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해상풍력 확대와 전력망 투자 증가로 대형 포설선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뿐 아니라 장거리 계통 연계까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공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 [사설] 봇물 터지는 성과급 요구, 금고 탈탈 털어먹고 말자는 것

    [사설] 봇물 터지는 성과급 요구, 금고 탈탈 털어먹고 말자는 것

    영업이익의 일정 몫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15% 요구에 이어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노조(최소 30%), 카카오 노조(13~15%), LG유플러스 노조(30%) 등이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를 요구하며 지난 1~5일 창사 이후 첫 파업을 했고 현재는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 투쟁을 하는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수년째 순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협력사와 하청업체 노조까지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임금구조는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 성격이 강하다. 성과급이 고정 급여처럼 공식화되면 퇴직금에 포함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성과급이 집단 보상 성격의 계약상 급여가 되면서 취지 또한 약해진다.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악화시킨다. 성과급 논의에 임금체계 개편이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주주 배당과 직원 성과급의 공정성 논란도 심각해진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원칙이다. 핵심 인재에 대한 높은 성과 보상은 글로벌 경쟁 속 필수 전략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 성과급에 과도하게 쓰이면 투자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45조원 추정)은 회사의 연간 연구개발비 37조원을 웃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영업이익의 100% 이상을 투자하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초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금을 모을 금고를 털어 현금 잔치를 하고 말자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다. 노사 관계의 목표는 특정 집단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기업 경쟁력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어야 한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경제·사회 전반에 후유증을 남기지 않도록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 [사설] ‘공존’으로 갈등 봉합한 美中… 한미 현안 해결 속도를

    [사설] ‘공존’으로 갈등 봉합한 美中… 한미 현안 해결 속도를

    어제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와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허에 동의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신화통신도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미중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를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신흥 강대국이 필연적으로 기존 패권국과 충돌한다는 의미의 ‘투키디데스의 함정’까지 거론하며 공존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도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부딪치거나 충돌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신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해 북핵과 북미회담 여부는 뒷전으로 밀렸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중이 상호이익의 균형과 관계 안정화엔 뜻을 같이했지만, 중동질서 재편이나 패권 경쟁 등 근본적 갈등 해소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같은 불확실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국익을 관철해야 하는 우리 앞에는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당장 나무호 피격 이후 강도가 높아진 미국의 해양자유구상(MFC) 참여 요구와 군함 파병 요청에 어떤 방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호르무즈 항행 재개를 위해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 자산 지원 등 단계적 기여 방안을 미국과 적극 협의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과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그제 “올해 전작권 회복 로드맵을 완성하겠다”며 연내 전작권 전환 시점 명문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문성의 축적을 요하는 일을 일정을 정해 추진하려 할 가능성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한국의 조기 전환론에 우려를 표했다. 자강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전에 조급히 서둘러서는 한미 불협화음과 함께 우리가 부담할 ‘동맹 현대화’ 비용만 더 늘 수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은) 정책적, 정치적 결심 사항”이라고 했지만, 군사적 평가에 대한 이견부터 해소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쌓일 수도 있다. 통화 스와프를 비롯해 지난해 합의된 대미 전략적 투자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쿠팡 문제까지 얽혀 통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안보 합의’ 현안들이 답보 상태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미정상간 통화 등 고위급 채널의 상황인식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동맹의 현안 해결에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 [한영민의 우주路] 누리호의 다음 진화를 기대하며

    [한영민의 우주路] 누리호의 다음 진화를 기대하며

    올해 3분기 5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의 미래는 얼마나 발전적 진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의 집 열 자식 부럽지 않은 잘 키운 자식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와 반복 발사로 누리호의 성능과 경제성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 개발 과정을 보자. 스페이스X는 추력 43t급 멀린 엔진 한 개로 1단을 구성한 팰컨1 개발 당시 세 번 연속 실패를 겪은 끝에 2009년 네 번째 시도에서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애초 계획했던 팰컨5를 건너뛰고 불과 1년여 만인 2010년 1단에 9개 엔진을 클러스터링한 팰컨9을 발사했다. 팰컨9의 멀린 엔진은 약 12년 동안 계속 개량되면서 추력이 43t에서 86t으로 증가하는 등 성능과 신뢰성을 높였고 발사체 역시 여러 버전을 거치며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발사체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지금의 팰컨9 경쟁력은 확정된 단일 발사체 모델이 아닌 지속적인 성능 업그레이드로 진화해 가는 발사체 모델에서 나온 것이다. 2015년 도입된 재사용 발사체는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발사 횟수를 비약적으로 늘리며 글로벌 발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팰컨9과 비교해 10배의 수송 능력을 가진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개발로도 이어졌다. 스타십의 랩터 엔진 또한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구현해 냈다. 스타십 역시 빠르게 반복 시험과 개선을 거치며 ‘개발→운용→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스페이스X의 진화형 개발 로직이다. 누리호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발사체로서 기술적 성과를 입증했다. 이 성과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발사 신뢰성 검증, 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 가격 경쟁력, 고객 확보 등 많은 단계가 남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복 발사, 부품 수 감소, 제작 공정의 표준화, 3단 재점화, 엔진 비추력 증가, 구조비 개선 등을 통한 저비용화와 성능 개량이 이루어져야 한다. 5차 발사까지 오는 동안 각각의 위성에 맞춘 탑재와 분리를 위한 위성 탑재부의 최적화가 진행됐고 위성 분리를 확인하는 탑재 카메라 추가 등의 설계 변경이 있었지만, 이제는 비용과 성능에 직결된 보다 근본적인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값싸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누리호 역시 반복 발사를 통해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과정에서 개선을 멈추지 않는 ‘진화형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스페이스X가 보여 주는 것은 닫힌 체계로의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진화형 개발 철학의 열린 체계이다. 이제 누리호도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지속적 혁신으로 우주 경제를 견인하는 스테디셀러 발사체로 나아갈 것인지, 기술적 성과를 이룬 데 만족하고 그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소장
  • 울산, 청년 삶의 질·경쟁력 향상 추진

    울산시가 청년들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을 돕는다. 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독료’ 지원 사업과 ‘청년 스포츠+문화패스’ 사업을 동시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생성형 AI 구독료 지원은 청년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된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주요 AI 서비스 6종 구독료를 연 1회 최대 10만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준다. 오는 26일부터 11월 말까지 선착순 1000명을 모집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 유사 사업 참여자는 중복 지원받을 수 없다. 스포츠+문화패스는 울산 거주 19~39세 1만명(선착순)에게 연간 최대 10만원을 울산페이로 환급해 주는 사업이다. 울산 연고의 프로 스포츠 홈 경기와 지역 내 공연·전시 관람료가 대상이다. 26일부터 온라인 신청을 받는다. 영화 관람과 정부의 청년문화예술패스 수혜자는 제외된다. 두 사업은 울산청년정책플랫폼에서 신청할 수 있고, 울산청년멤버십 가입도 필수다. 시 관계자는 “청년들이 문화 혜택과 디지털 신기술을 부담 없이 누리며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박진 칼럼]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박진 칼럼]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논란을 계기로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주주자본주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많은 대기업에서는 지배주주가 전체 주주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곤 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승계를 위한 기업 분할이나 인수합병이 그 예다. 정부는 2025년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는데 앞으로도 이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노동자나 하청업체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하거나 환경보호 등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기업이 노동자, 소비자, 채권자, 하청업체, 국민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됐다. 이러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2020년 다보스 선언에 포함돼 각광받았다.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어떻게 추구해야 할까. 이해관계자를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할까. 독일의 대기업은 주주와 노동자 동수(同數)로 감독이사회를 구성한다. 그 결과 노사 관계는 좋으나 의사결정이 느리다. 다른 이해관계자까지 포함되면 더 느려질 것이다. 예컨대 협력업체 납품 단가에 대해 소비자는 인하를, 협력업체는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사회 구성에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소비자 간에 이해관계가 상이한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독일에서는 노동자에겐 불리하지만 기업의 미래에 필요한 결정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독일이 전통 제조업에서는 강자이나 AI 등 첨단산업에서 그렇지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를 종합할 때 민간기업 이사회에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해관계자별로 그 이익을 존중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답이다. 먼저 노동자에게는 성과급으로 주식을 부여해 주주의 일원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그러면 노동자도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하게 되므로 노사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라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연동주식보상(PSU)을 도입한 바 있다. 많은 기업이 이를 성과급의 일부로 제도화했으면 한다. 정부도 세제 혜택 등 PSU 촉진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소비자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비자24’ 등 정보공개 인프라가 더 고도화돼야 한다. 나아가 집단소송제를 소비자 피해가 많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피해자가 기업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도록 증거개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은행 등 채권자 역시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이사회 결정이 부채 비율, 유동성, 신용등급 등 채권자의 핵심 지표를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 경우 그 분석 결과도 공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이해관계자는 협력업체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단가 후려치기 근절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원재료 및 에너지 비용에 대한 납품 대금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 대상에 노무비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하청업체의 인건비 절감 노력을 유지하려면 노무비 상승의 일부만 반영토록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일정 수준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한 협력업체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하자.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소득 탈루율이 큰 것이 현실이다. 끝으로 국민에 대한 기업의 핵심 책무는 납세이다. 현재 법인세는 4구간으로 돼 있는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고 세율인 25%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기업의 대국민 기여를 높여야 한다면 국민배당금이 아니라 법인세 5구간을 신설하자고 해야 한다. 예컨대 과세표준 30조원 이상에는 27%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재정 확충과 기업 경쟁력 간의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 마이클 젠슨은 저서에서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지만 최종 목적은 장기적 기업 가치 극대화라고 했다. 정부도 기업의 그런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지방시대] 광주·전남 통합, 백년대계 돼야

    [지방시대] 광주·전남 통합, 백년대계 돼야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구조와 경제 질서를 재설계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다. 40년 만의 광주·전남 통합은 지방소멸의 절벽 앞에서 선택한 ‘생존의 결단’이며 동시에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구조 개혁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청년과 자본, 기업과 대학, 의료와 문화가 서울·수도권으로 쏠리는 동안 지역은 소멸의 경고음을 울려 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광주·전남 통합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이번 통합은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인구 32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59조원 규모의 초광역 경제권이 형성되면서 광주·전남은 수도권에 대응할 새로운 메가시티 모델로 부상하게 된다. 단순히 간판만 바뀌는 행정 개편이 아니다. 장관급 특별시장 체제와 확대된 조직 권한, 대폭 이양되는 인허가 권한은 중앙정부의 국가 운영 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국가균형발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권한과 재정 이양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에서 이번 통합은 지방분권의 시험대라 할 만하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미래 산업 재편의 거점으로 설계되고 있다. 광주가 보유한 인공지능(AI) 산업 기반과 전남의 에너지·신재생 자원은 상호 보완성이 크다. 여기에 반도체와 데이터 산업까지 결합되면 광주·전남은 단순 제조업 지역을 넘어 첨단 미래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광주는 이미 국가 AI데이터센터와 AI 집적단지를 중심으로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분산에너지 산업에서 전국 최대 잠재력을 가진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정부가 약속한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더해질 경우 통합특별시는 AI·에너지·반도체·데이터 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규모의 확대’가 아닌 ‘구조의 혁신’이다. 과거 메가시티 논의가 행정 통합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통합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선 통합 후 정비’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별법에 핵심 특례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통합의회 구성 방식과 지역 간 예산 배분, 공공기관 재배치 등 해결해야 할 갈등 요인이 적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속도가 아니라 정교함이 요구된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가 절실하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인정하되 공동의 미래를 위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광주와 전남이 지역주의와 행정 칸막이를 넘어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통합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백년대계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성과나 정치적 이벤트에 매몰될 경우 통합은 또 하나의 실패한 지역 실험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광주·전남이 미래 산업과 분권 모델 구축에 성공한다면 이는 부산·경남, 대구·경북 등 전국 초광역 통합 논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호남은 지금 다시 한배에 올랐다.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정신으로 함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아니면 이해관계의 파도 속에 표류할지는 이제부터의 정치력과 행정 역량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가름할 국가적 과제라는 사실이다. 서미애 전국부 기자
  • [세종로의 아침] 미국 홀린 K뷰티, 롱런하려면

    [세종로의 아침] 미국 홀린 K뷰티, 롱런하려면

    한국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미국에 머물렀을 때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건 ‘K뷰티’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화장품 판매 순위 1위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였다. 10위권 안에도 여러 한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소비자가 남긴 수만개의 리뷰는 제품의 경쟁력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K뷰티는 더이상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미국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든 주류 소비재가 돼 있었다. 미국 상무부와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실제 한국은 지난해 미국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샤넬·랑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앞세운 프랑스와 일본까지 제쳤다. 미국의 한국산 수입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반면 프랑스(3위)와 일본(9위)은 각각 20.2%, 17.4% 감소했다. 한국이 전통 뷰티 강국들을 넘어 미국 시장 정상에 섰다는 건 K뷰티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보다 12.2% 증가한 114억 1800만 달러(약 17조 250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했다. 올해 1분기 수출도 31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다. 10년 전인 2015년(29억 3100만 달러)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1억 8400만 달러로 전체 화장품 수출의 약 5분의1을 차지했다. 일본 수출 역시 10억 87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한류 확산을 바탕으로 미국·일본을 넘어 동남아·유럽·중동까지 시장을 넓히는 화장품 산업을 대표 소비재 수출 산업으로 보고 20대 주력 수출 품목에 포함시켰다. 화장품은 소비재 가운데 자동차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큰 품목이다. K뷰티 수출 급성장 배경에는 아마존·틱톡숍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직접 판매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보수적 유통 구조를 유지하는 사이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고 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했다. 여기에 K팝·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더해지며 글로벌 팬층이 소비자로 연결됐다. 다른 회사 제품을 대신 개발·생산해 주는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중소 브랜드의 시장 진입과 수출을 뒷받침한 점도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과 달리 상대적으로 관세·공급망 부담이 적고,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적은 자본으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K뷰티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플랫폼 알고리즘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브랜드 경쟁력보다 일부 히트 상품의 아마존 노출이나 틱톡 바이럴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알고리즘 변화나 경쟁 제품 증가 시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발 ‘미투 상품’ 확산에 따른 저가 출혈 경쟁 우려도 나온다. 빠르고 저렴한 ‘가성비 K뷰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ODM 중심 생산 구조가 브랜드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표시·인증 강화 등 화장품 규제 강화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K뷰티의 진짜 경쟁력은 ‘브랜드 체력’이다. 화장품은 반복 구매 산업인 만큼 소셜미디어(SNS) 유행을 넘어 “믿고 쓰는 브랜드”가 돼야 오래 살아남는다. 샤넬·에스티로더처럼 강한 브랜드는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 자체로 소비자를 끌어온다. 아마존 인기 상품과 소비자가 일부러 찾는 브랜드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게 K뷰티의 다음 과제다. 문화와 제조업, 디지털 플랫폼이 만든 K뷰티 성장세도 결국 브랜드 철학과 품질 신뢰가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하다. 인도·튀르키예·남미 등 화장품 수요가 높고 한류에 관심 많은 신흥 시장 공략으로 수출 저변도 넓혀야 한다. 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차장급)
  • 주가 뒤쫓아가는 ‘증권사 목표 주가’[경제 블로그]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새로 쓰자 증권가 목표주가도 경쟁하듯 올라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줄줄이 상향 조정되고, 코스피 연말 전망치 역시 잇따라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에서는 “입찰도 아닌데 숫자가 왜 다 같이 뛰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최근에는 한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올렸는데, 정작 당일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서는 일도 있었습니다. 같은 증권사가 한 달도 안 돼 목표주가를 다시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목표주가가 아니라 현재 주가 확인서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근 일주일간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는 352개였지만, 하향 보고서는 89개뿐이었습니다. 연초 이후로 넓혀 보면 상향 4106개, 하향 802개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예년보다 목표주가 조정 보고서 자체가 많이 늘어난 데다, 방향도 한쪽으로 쏠린 모습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 등이 맞물리며 한국 증시 재평가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해외 투자은행(IB)들도 국내 반도체 기업 목표주가와 코스피 전망치를 잇따라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리서치센터들이 시장 분위기와 정책 기조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초 코스피 전망치를 잡을 때는 “5000선 아래 숫자는 쓰기 어렵다”는 말이 돌았고, 정부가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언급하고서부터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추천을 줄이는 분위기도 나타났습니다. 리서치센터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최근처럼 목표주가와 전망치가 한 방향으로 빠르게 쏠리는 현상은 과거보다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눈앞에 둔 가운데, 리서치센터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37.40포인트(1.75%) 오른 7981.41로 장을 마쳐 이틀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건 비슷한 숫자 경쟁보다, 투자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소신 있는 길잡이’인지도 모릅니다.
  • 중노위, 조정회의 이례적 재요청… 노조 “15일까지 구체안 달라”

    중노위, 조정회의 이례적 재요청… 노조 “15일까지 구체안 달라”

    정부·사측·노동계 추가 대화 제안노조 “사측 확실한 의지 땐 대화”재계는 정부 적극 개입 요청할 듯“수출·환율 등 국가적 악영향 우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오는 21일부터 총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사측, 노동계 등이 전방위적으로 ‘대화 재개’를 촉구했지만, 노조 측은 사실상 소통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타격 등을 고려해 정부의 개입 및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최할 것을 14일 공식 요청했다. 정부가 한 차례 결렬된 사후조정을 재권고한 것은 이례적으로 파업 때 겪을 수 있는 국가 경제 타격과 사회적 혼란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양측은 지난 11일과 12일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노위 중재 아래 협상했지만, 노조 측이 13일 새벽 3시쯤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떠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입장차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교섭의 자리를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측도 이날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공문을 보내 “노사가 직접 대화를 나누자”며 직접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초기업노조는 이날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회신 공문에서 “진심으로 노사 간 대화를 원한다면 핵심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며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화와 투명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위 안건에 대해 사측의 확실한 대화 의지가 확인될 경우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15일 오전 10시까지 대표이사가 직접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변화가 없을 경우 적법한 쟁의행위인 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노조는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OPI 재원으로 고정 지급하고, 현재 연봉 50% 수준인 OPI 상한도 폐지해야 하며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회사 측은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OPI 체계를 유지하되 DS부문 특별 포상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공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긴급 공동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간 삼성그룹에서 인사전문가로 일했던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정부가 국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수출과 외화, 환율,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산업인 만큼 정부도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울·평’ 단일화 골든타임 사흘 남았다

    ‘부·울·평’ 단일화 골든타임 사흘 남았다

    6·3 지방선거 등 후보 단일화 효과를 최대로 누릴 수 있는 ‘골든타임’의 종료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14일 범여권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가 시작됐다. 반면 경기 평택을, 부산 북구갑 등 단일화가 최대 변수인 재보궐선거 지역구에선 여전히 후보 간 팽팽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명필 조국혁신당 후보는 김 후보로의 단일화를 공식 선언했다. 황 후보는 “안심번호를 받고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 여론조사를 할 시간이 빠듯하다”며 “김종훈 진보당 후보와의 2차 단일화를 이끌어낼 촉매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진보당 측은 “후보 등록 최종일인 15일에는 시민이 기대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14~15일 후보 등록이 끝나면 오는 18일부터 본투표 용지 인쇄에 들어간다. 용지 인쇄 전에 사퇴를 하면 투표용지 후보 기표란에는 ‘사퇴’가 표시된다. 이 때문에 본투표 용지 인쇄 하루 전인 17일은 단일화 ‘1차 시한’으로 불린다. 17일을 넘기더라도 사전투표(29~30일) 하루 전인 28일까지 사퇴하면 사전투표 용지에는 후보 기표란에 사퇴가 표시된다. 그 이후에도 단일화는 가능하지만 투표 용지에는 사퇴 표시가 되지 않아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 울산시장 선거 외에 다자 구도가 형성된 평택을, 부산 북구갑 재보선도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논의가 이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평택을, 부산 북구갑은 후보들 모두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5파전 양상인 평택을의 경우 김용남 민주당·유의동 국민의힘·조국 혁신당·김재연 진보당 후보 등이 일제히 이날 후보 등록을 했다. 유 후보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제로는 아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했다. 부산 북구갑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도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후보 등록을 한 박 후보 입장에선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기엔 명분이 없고, 15일 후보 등록을 예고한 한 후보 역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대결 구도라 단일화를 먼저 꺼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만 선거 막판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단일화 논의가 급부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파업 땐 긴급조정”… 정부 경고 나왔다

    “파업 땐 긴급조정”… 정부 경고 나왔다

    “파업 강행 땐 최대 100조 피해협력업체 1700여곳 고통 받아”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과 관련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히며 노사에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정부가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1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안타까움과 걱정을 금할 수 없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정은 국가 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정부가 파업을 중단시키고 강제 조정 절차에 들어가는 제도로 그간 단 4차례 발동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권한으로, 발동하면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고 갈 독보적인 성장동력”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투자의 속도와 규모로 경쟁하는 승자독식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국들은 강력한 정부지원과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게 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공장 정지 시 하루 최대 1조원 정도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웨이퍼 가공에 5개월 이상 소요되고, 현재 가공 중인 웨이퍼 전량이 손상된다면 최대 100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SNS에 “노동자 없는 기업 없고 회사 망하라고 설립된 노조는 없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김 장관은 ‘민주주의는 대화의 힘을 믿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동자 없는 기업 없고 회사 망하라고 설립된 노조는 없다”며 “제 경험으로 파업만큼 어려운 것은 교섭이었다. 파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결국 교섭으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현재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미 비상 대응 체제가 가동됐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갑작스러운 작업 중단이 발생하면 생산 차질과 품질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신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첨단 제품 중심으로 생산 전략을 재편하는 이른바 ‘웜 다운’(Warm-down) 조치에 들어가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빚어 단순한 공급량 감소 이상의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 파업 참가 신청자는 약 4만328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반이 사실상 셧다운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기간은 18일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전 준비와 이후 정상화 과정까지 포함하면 생산 차질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는 과거 평택공장 정전 사고 사례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2018년 단 28분간 정전이 발생했는데 당시 손실 규모는 약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단순 계산하면 시간당 손실액은 약 1071억원에 달한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까지 연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가동률 하락과 납품 지연, 고용 불안 등이 협력업체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과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경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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