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 큰 시각차…답이 안보인다
시내버스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서울 등 전국 7대 시·도 시내버스 노조는 임금 12.7%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27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버스운송사업자측도 경영난을 이유로 다음달 1일부터 30% 감축운행하겠다는 종전의결정을 고수하고 있다.사용자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해 노사협상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노사갈등 노조측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오히려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함께 연간 상여금을 600%에서 400%로 깎자고 맞서고 있다.버스조합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없는현재의 경영여건상 임금을 한푼도 올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1일 9시간 1개월 26일 근무를 기준으로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월평균 임금(상여금 포함)이 150만원에 불과한데다 교통사고가 나도 대물사고일 경우 운전기사에게 부담케 하는 사례가 많다”며 “파업을 해서라도 임금인상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감축운행 주장 배경과 업계 요구 누적되는 적자 때문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경유값의 가파른 상승과 승용차 대중화,2기 지하철의 완전개통 등에 따른 승객감소로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버스요금이 평균 13.8% 인상됐지만 지하철로 하루 39만4,000여명이 옮겨가면서 지난 1월 현재 1대당 수입금은 하루 33만2,000여원으로 요금인상 때의 36만원에 비해 2만8,000원 줄었다.
반면 경유값은 ℓ당 558원에서 646원으로 15.8% 오르고매연저감장치(대당 710만원) 부착이 의무화되면서 운송원가는 대당 42만7,000원으로 1만6,000원 정도 늘었다.버스1대당 매일 9만5,000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조합 관계자는 “적자 누적으로 65개 업체중 33개 업체가 자본잠식상태에 있고 체불노임도 현재 200억∼3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버스업계는 경유값의 31.2%를 차지하는 교통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의 세금 감면과 적자노선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서울버스조합측은 “1대당부담하는 유류세가 연간 1,040만원에 달한다”며 “면세유가 공급되면 연간 767억원의 경영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자치단체 입장과 대책 정부도 교통세 등의 감면을 검토하고 있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택시나화물차 등도 감면을 요구해 올 게 뻔해서다.그러나 상황이 급박해지면 27일 이전 일단 교통세 감면과 적자노선 보조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기다리면서 만일의 사태에대비,지하철 배차간격 축소 및 연장운행,택시부제 해제,마을버스 노선 조정,출근시차제 등의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감축운행에 대해서 시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윤준병 서울시 대중교통과장은 “운수사업법상 10% 이상감축운행을 하려면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며 “시민불편을 무시하고 감축운행에 들어가면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전문가 진단/ “”노선조정·재정지원 병행””.
전문가들은 노선 조정 및 재정지원,운수업체의 효율성 제고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노선조정은 잇단 지하철개통에 따른 것으로 서울의 경우버스노선중 30%가 지하철노선과 겹쳐 승객감소는 피할수없는 현실이라는 것.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우승 부연구위원은 “지하철 확충과 맞물려 노선조정이 필수적임에도 업체들과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밀려 지금까지 조정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시내버스는 지하철과 경쟁하기보다는 노선조정을 통해 지하철의 지선개념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말했다.
그는 사업자측의 30% 감축운행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배차간격이 지나치게 길어져 승객을 다른 운송수단에 빼앗기게 되고,이에 따라 적자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일률적인 감축운행 보다는 출퇴근시간과 낮시간,학기중과 방학기간 등을 구별해 배차간격을 조정하는 등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운행원가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손의영 교수는 “유류세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은 필요하나 그 이전에 운수업체의 효율성부터 높여야한다고”고 지적했다.지금처럼 많은 업체들이 영세하고 서비스개선 의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각 업체들의 자본잠식 상태,서비스 개선의지,경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는 과감히 퇴출시키고,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자를 선정,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보조금 지급도 외국처럼 경쟁원리를 도입해 입찰제를 실시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창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