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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인 듯 사진인 듯 조각인 듯

    연극인 듯 사진인 듯 조각인 듯

    러시아 모스크바 의과대학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레오니트 티시코프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9월 16일’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과 우주를 이어 주는 상냥한 요정 이야기를 만들었다. 누군가 원한다면 지구 끝까지도 찾아가는 ‘사적(私的)인 달’이다. 그는 2003년부터 달 모양으로 만든 조명을 특정 장소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세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그의 작품은 차가운 현대의 미디어 기술을 사용했음에도 매우 시적이고 따뜻하며 서정적이다. 경북 경주 우양미술관(옛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실재와 가상의 틈, 한국-러시아 미디어아트의 오늘’전은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틈에서 디지털 이미지들이 지니는 의미와 예술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티시코프의 ‘타이완의 사적인 달’(2012)과 ‘북극의 사적인 달’(2010) 작품을 포함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독특한 시선과 표현 방식을 소개하는 전시다. ●한·러 수교 25주년 기념… 작가 6명씩 총 12명 참여 한국과 러시아가 친교를 맺은 지 25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 이번 전시는 두 나라에서 6명씩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 측에서는 지난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미술관에서 열린 제5회 국제 현대사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된 한국특별전에 출품했던 작가들이 귀국전 형식으로 참여했다. 러시아 측 작가는 모스크바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마르티노프가 김영호 중앙대 교수와 함께 선정했다. 마르티노프 감독은 “러시아에서 사진, 컴퓨터 인쇄, 비디오 아트와 같은 미디어아트 분야에 집중하는 작가는 많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선별해 이번에 소개하게 됐다”며 “한국 관람객들이 러시아적 독창성과 순수성을 어떻게 이해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크게 두 공간으로 구성되는 전시의 전반부는 연극적 설정으로 실재와 가상이 혼재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조각과 회화, 영상을 혼합하는 연극적 작품을 구현하는 유현미는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을 설정해 바닥과 벽, 모델에 물감을 칠하고 이를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의 ‘미술관 시리즈 2탄’을 선보인다. 작가가 직접 쓴 짧은 소설을 바탕으로 한 ‘그림이 된 남자’는 그림이 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결과물인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작품이다. ●연극적 요소, 사진으로 극대화한 작품 ‘피에타’ 라우프 마메도프의 ‘피에타’는 영화 연출의 미장센을 통한 연극적 요소를 사진으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성경의 이야기들을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설정해 놓고 촬영한 일련의 작품으로 유명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모델로 삼았다. 영화연출을 전공한 마메도프는 군 제대 후 정신병원에서 간병인으로 근무한 독특한 경험을 통해 다운증후군 환자들의 순수함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아 1990년 후반부터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알렉산드라 미틀랸스카야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상물 ‘협주곡’과 슈트라우스의 음악과 함께 스틸사진의 효과를 내는 ‘카프리치오’를 선보인다. 비탈리 푸시니츠키는 2차원의 사진을 예리한 칼로 모양을 도려내는 방식으로 3차원으로 변형시킨 ‘아라베스크’ 연작을 소개한다. 예술성 강한 사진으로 주목받는 천경우의 ‘천 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선조의 군의(軍衣)를 재현해 모델에게 입힌 뒤 장시간 노출로 흔들리는 모습을 잡아낸 작품이다. 박준범 작가는 건물과 주차장을 콜라주하는 장면을 비디오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후반부는 실재하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서정성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책장에 직접 만든 다양한 오브제들을 설치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비춰 보여주는 ‘기억극장’은 주목받는 부부 작가 뮌(김민선+최문선)의 작품이다. 한성필은 경주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촬영한 ‘환영’을, 캔버스를 배경으로 자연의 나무를 촬영하는 이명호는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사막의 마른 덤불 후면에 캔버스를 연못처럼 설치한 근작 ‘신기루’를 기존 나무 시리즈와 함께 선보인다. ●조각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 표현 미술관 2층 공간은 중진 작가 박선기의 개인전으로 꾸며졌다. 해체와 시점(視點)에 집중해 온 작가는 화업 20년을 정리하는 의미의 이번 전시에서 공간을 꿰어 매듯이 숯을 매달아 만든 입체 설치작품들과 평면 작품, ‘시점’을 다룬 조각 등 17점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는 경주 불국사 내에 현존하는 다보탑의 형상을 해체해 숯덩이를 매달아 공간에 설치한 ‘조합체-파고다’를 이번 전시에 처음 발표했다. 숯, 공간, 빛을 재료 삼아 실재와 가상의 사이에 공간을 들여놓은 작품은 특정 시점에 위치했을 때만 완전한 탑의 형상을 읽어 낼 수 있다. 9월 30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승부조작’ 전창진 영장 기각…KBL·인삼공사 ‘진퇴양난’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최악이다.’ 서울 중부경찰서가 지난 22일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의 불법 도박 및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한 구속영장이 반려되자 프로농구연맹(KBL)은 이런 반응을 내보였다. KBL이나 인삼공사 구단이나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경찰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당장 오는 9월 2015~16시즌 개막 준비에 열중해야 할 KBL과 구단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수사 능력을 발휘해 유죄판결을 구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기소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혐의나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것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몇 주가 더 걸린다는 점이다. 인삼공사 구단은 사법처리 과정을 지켜본 뒤 전 감독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팬들의 비난에 내몰린 KBL은 성급하게도 지난달 29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만으로도 감독 자격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인삼공사는 외국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전 감독의 애제자인 찰스 로드를 뽑았다. 그만큼 전 감독이 돌아온다는 것을 전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16일에는 KCC를 상대로 프로아마 최강전 1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KBL은 전 감독의 등록 유예도 이 대회 앞까지만이라고 구단에 권고했다. 그러나 3주 동안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고 결국 인삼공사는 50여일의 비시즌 내내 이 문제와 씨름할 가능성이 높다. 팀 전력의 주축인 오세근과 양희종은 부상에 허덕이고 있고, 박찬희 등은 아시아농구선수권에 차출될 상황이라 전력을 추스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전 감독의 영장 신청 단계에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문경은 SK 감독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KBL이 감독 자격을 제한하는 칼을 먼저 뽑아 들어도 법적 근거 없이 도덕적 잣대만으로 재단했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리그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덧씌워질 것이고 팬들의 원성은 커질 것이다. KBL과 구단, 전 감독이 머리를 맞대는 방안을 떠올릴 수도 있다. 전 감독이 모든 짐을 떠안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명예와 모든 것을 내던져야 할 판에 누가 그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생명의 窓] 메르스가 남긴 과제/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메르스가 남긴 과제/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메르스 사태가 한 달을 지났다. 이제는 진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대형 병원에서의 대규모 감염 사태는 더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확진 환자가 산발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종식 선언은 적잖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 종식 기준을 적용해 보면 모든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거나 사망으로 인해 퇴원해야 하고, 그날로부터 최대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이 경과할 때까지 새로운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아야 국제사회를 향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 새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부적으로야 메르스 걱정을 덜겠지만,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게 하자면 치료 중인 일부 불안정한 환자를 고려해 볼 때 긴 싸움이 예상된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은 확산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공포도 관리 대상이다.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면 초기 대응의 성패가 곧 전체 국면을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일단 초기 대응에 실패해 상황이 나빠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이미지나 신용도에도 엄청난 마이너스를 초래한다. 앞으로 재평가될 것이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아쉬운 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이로 인해 정보 공개, 가용 자원의 대대적인 투입 등 초기 대응이 일사불란하지도, 신속하고도 효과적이지도 못했다. 둘째는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과소 평가였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보는 것처럼 슈퍼전파자를 통한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의 환자를 양산했음에도 병원정보 공개 등 적극적인 조치가 따르지 못했다. 셋째는 한국의 예외적 상황에 대한 수용 불가 자세다. 발생 초기에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사례에서 비롯된 게 전부였는데, 그 정보만으로 우리의 예외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함에도 계속 중동 사례로만 우리 상황을 대처하려는 미숙함이 큰 화를 자초했다. 넷째는 특정 인맥 또는 학회의 전문가 문제다. 방역 당국 측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특정 전문가 집단이 전면에서 행세함으로써 방역 당국의 오판을 바로잡기는커녕 동조한 측면이 있다. 방역 당국이 저지른 연속적인 헛발질, 의사 결정권자의 이해되지 않는 상황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다섯째는 일부에서 확인된 성숙한 시민의식의 부재다. 역학조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점, 격리 대상자인데도 스스로 격리를 해제한 점, 메르스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여행객이 돼 방문 지역을 초토화한 점 등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몰상식이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나 구급 요원의 자녀들을 낙인찍는 행위도 성숙한 사회가 보일 태도는 아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오래지 않아 종식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이번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대비하자면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제도 정비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도 배우지 못한다면 언제든 우리는 새로운 위험에 또다시 빠질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정부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 카페인 섭취, ‘만성 스트레스’ 부작용 줄인다 - 연구

    카페인 섭취, ‘만성 스트레스’ 부작용 줄인다 - 연구

    카페인의 효과라고 하면 졸음을 쫓는 것이다. 피로가 쌓이면 ‘아데노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본래 이 피로 물질은 ‘아데노신 수용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데 카페인은 모양과 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해서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먼저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피로 물질이 결합할 자리가 없어져 졸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카페인의 ‘수용체 차단’ 작용이 만성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연구로 확인됐다. 만성 스트레스는 이름 그대로 단기간의 자극이나 긴장 상태인 급성 스트레스가 지속해 나타나는 것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포르투갈 코임브라대 신경과학·세포생물학센터(CNC)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3주간에 걸쳐 스트레스를 줬다. 잠자리를 수시로 바꾸고 찬물 속에 20분간 빠뜨리는 등 쥐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주고 카페인을 섭취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반응을 비교했다. 카페인을 주지 않은 쥐는 장기간 스트레스에 의해 불안과 식욕 저하, 기억력 감퇴, 무기력 등 행동 양상의 변화와 함께 ‘시냅스 가소성’(이미 형성된 시냅스의 성질이 변하는 것)이 떨어져 아데노신 A2A 수용체가 증가하는(차단되지 않은) 등 뇌에도 변화를 보였다. 반면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전부터 카페인을 지속해서 섭취하고 있던 쥐는 이런 징후를 보이지 않고 아데노신 A2A 수용체가 차단돼 있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차단하는 길항제를 투여한 쥐와 유전자 조작으로 A2A 수용체를 제거한 쥐도 카페인을 섭취한 쥐처럼 만성 스트레스의 영향을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아데노신 수용체 가운데 A2A 수용체가 대상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어서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가 인정되는 것인지 약물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6월 8일자)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본회의 재의결 땐 ‘부결’쪽 힘 실릴 듯

    본회의 재의결 땐 ‘부결’쪽 힘 실릴 듯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상처가 깊게 팬 새누리당이 출구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예상 가능한 경우의 수 어느 하나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반드시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여권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나 박 대통령의 탈당 등과 같은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새누리당으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여기서 안건을 번복한다는 의미의 ‘번안 의결’이 거론된다. 국회법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기 전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수정 요구권에 강제력이 없다는 것에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 입장이 명확한 데다 정부 이송까지 협상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방안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숨 고르기를 하며 내홍을 봉합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황에서 이를 번복하고 꼬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 시기를 더 늦춘 뒤 그사이 야당을 설득해 시행령 수정 요구권의 강제력을 완화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도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여야가 재의결을 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때 개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다는 것은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현재 표 대결에서는 ‘부결’ 쪽에 힘이 실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둘로 쪼개지는 극한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재차 가결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절차도 파행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아 ‘자동 폐기’시키는 것이 현재로선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당·청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야당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정국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동력을 상실한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10월 재보선 ‘미니 지방선거’?

    여야는 벌써부터 10·28 재·보궐 선거에 시선을 옮기고 있다.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가운데 현재 16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보니 재·보선 규모는 ‘미니 지방선거’를 연상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대전시장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치러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모두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경우 판결이 뒤집히는 사례가 드물다 보니 현재로선 대전과 서울 두 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재판이 지연돼 오는 9월 30일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재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된다. 여야는 대전시장 선거를 10월에 치르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치 계산기’ 두들기기에 한창이다. 10월 재·보선을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면 어떤 경우의 수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게 핵심이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3일 “새누리당이 4·29 재·보선에서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두는 바람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절박함이 다소 덜해진 분위기가 있다”면서 “직전 선거에서 패배해야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속설에 따라 판이 커진 10월 재·보선에서 패배하는 것도 내년 총선을 위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대전시장 선거가 오는 10월에 치러지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는 대전시장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것을 가장 희망하며, 치러지더라도 내년으로 지연되길 희망하고 있다. 아무래도 선거 구도가 야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자체 판세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박성효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에서는 박병석 의원이 대전시장 후보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육류 아미노산, 치석 등 막아 치아 질환 예방

    육류 아미노산, 치석 등 막아 치아 질환 예방

    우리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미노산 성분이 치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영국 뉴캐슬대학교 합동 연구진은 붉은 육류와 어류, 닭고기, 유제품, 견과류, 초콜릿 등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인 ‘L-아르기닌’(이하 엘-아르기닌)이 치석과 치태를 생성을 막아 치아질환 예방에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성인남녀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엘-아르기닌 보충제를 섭취한 그룹과 섭취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타액을 정밀 분석한 결과, 엘-아르기닌 보충제를 섭취한 그룹의 구강 속 유해 박테리아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상당수 분해돼 있음을 확인했다.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구강질환을 방치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앓는 치아질환은 치주염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시간대학교 유행병학 전문가인 알렉산더 리카드 부교수는 “치석이나 치태는 치아 표면에 자리잡은 일종의 생체막(Biofilm)으로, 유해균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만든다”면서 “엘-아르기닌 성분은 이러한 치석과 치태의 생성을 방해해 구강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양의 성인 중 10~15%는 치주염을 앓고 있으며, 이 떄문에 치아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치료를 받기도 한다. 치아의 생체막은 충치와 치은염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클로르헥시딘이라는 화학성분은 미각에 영향을 미치거나 치아의 색깔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치약 등 구강 관련 제품에 엘-아르기닌 성분이 포함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엘-아르기닌이 어떤 화학적 반응을 통해 치주염 등 치아질환을 예방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으며, 이번 연구가 엘-아르기닌 아미노산 성분을 다량 사용한 결과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음식으로 소량 섭취했을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엘-아르기닌은 항산화 작용, 면역조절기능, 상처치유, 신장질환예방 및 방광염치료 효과, 남성 발기부전 치료, 정자 생성촉진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눈 돌리면 볼거리 ‘11만t 수상 호텔’

    눈 돌리면 볼거리 ‘11만t 수상 호텔’

    크루즈는 배 자체가 여행지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특급호텔이니만큼 보고, 먹고, 즐길 것들이 수두룩하다. 선내 시설들을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보다 효율적으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뜻이다. 사파이어 크루즈는 프린세스 크루즈라는 미국 회사에 속한 배다. ‘7080’ 세대라면 귀에 익은 이름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유람선’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던 미국 ABC 방송사의 TV 시트콤 촬영지가 바로 프린세스 크루즈다. 현재 운용 중인 선박은 모두 18척. 이 중 아시아 지역에 주로 투입되는 사파이어·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두 배만 영국 선적이다. 기항지에 입항할 때마다 선수에 영국기 ‘유니언 잭’을 내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먼저 배의 제원부터 살피자. 거대함을 숭배하는 사람이라면 이 거구의 선박은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배의 총톤수는 11만 5875t이다. 우리가 낚시 갈 때 흔히 타는 약 8t짜리 어선 3만 9000대와 맞먹는 무게다. 가늠조차 쉽지 않다. 길이는 291m다. 63빌딩(249m)을 옆으로 누인 것보다 길다. 갑판은 18개 층. 호텔 18층 규모다. 이 거대한 구조물에 승객 2670명과 승무원 1100명이 타고 바다 위를 설렁설렁 떠다닌다. 올 3월 대규모 시설 개보수도 마쳤다. 크고 작은 정찬 식당과 뷔페, 수영장(4), 월풀 스파(8), 라운지(4), 나이트클럽,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시설물을 말끔하게 새로 단장했다.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먹고 마시는 것.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에서 아침, 브런치, 점심, 오후 차, 저녁, 야식, 24시간 룸서비스 등 매일 끊임없이 식사를 제공한다. 룸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일 아침 선실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도 있다. 소비되는 식재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대략 살펴도 소고기 30t, 돼지고기 7.8t, 생선 15t, 닭고기 11t, 과일 22t, 우유 30t, 계란 26만 5000개, 맥주 2만 4000병 등이다. 기항지에서 멀어지면 선내 카지노가 문을 연다. 10달러만 들고 가도 몇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5~7층 가운데의 중앙 라운지에서는 파티와 이벤트 등이 주로 열린다. 선내 여러 바와 라운지, 극장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선상 카드는 선실 도어키, 신용카드, 신분증의 역할을 한다.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특히 기항지에서 선상 카드를 잃어버리면 승선 시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매일의 일정은 선내 신문인 ‘프린세스 패터’에 게재된다. 날씨와 기항지 안내, 익스커션 예약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 무렵 선실 앞에 배달된다. 온 보드 크레디트라는 것도 있다.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돈이다. 흔히 현금이 아니니 돈이라 생각하지 않기 십상이다. 한데 배 위에 올라 보면 다르다. 이 녀석 참 쓸 만하다. 현금과 다름없다. 100달러만 있어도 단번에 어깨에 힘이 확 들어간다. 이번 여정에선 상하이 1박의 식사비 조로 100달러가 지급됐다. 크루즈 여행 경비엔 기본적으로 모든 식사가 포함돼 있다. 레모네이드와 커피 등의 음료도 무료로 제공된다. 다이닝(정찬)까지 무료다. 물론 줄은 좀 서야 하지만. 한데 콜라(약 4달러) 등의 음료수와 맥주, 와인 등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는 유료다. 특히 와인은 애호가의 입맛을 만족시킬 정도로 수준급이다. 비용은 병당 35달러 안팎. 봉사료까지 포함하면 40달러 정도다. 잔술로도 판다. 한 잔에 대략 6~8달러 선이다. 좀 더 품격 있는 식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식당도 따로 마련해 뒀다. 물론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스털링 스테이크하우스에선 최고급 스테이크가, 사바티니에선 고급 이탈리안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추가 비용은 봉사료 등을 포함해 30~40달러쯤 된다. 배멀미를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한데 그리 걱정할 건 못 된다. 어지간한 파도는 사파이어 프린세스의 거대한 덩치에 눌려버린다. 배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큰 파도가 이는 날엔 스테빌라이저라는 장치가 흔들림의 80%까지 감쇠시킨다. 그런데도 예민한 사람은 멀미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멀미약을 붙이거나 복용하는 것이다. 푸른색 사과나 생강을 먹는 것도 좋다고 한다. 둘 모두 선내 식당에서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다. 손목 안쪽 중앙 부분을 지속적으로 눌러 주는 지압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객실의 경우 배의 중앙 쪽이 흔들림이 덜하다. 발코니나 유리창이 있는 선실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한 편이다. 승선 첫날 대피훈련이 열리는데, 승객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선실 카드에 참가 여부를 체크한다. 불참자는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훈련은 단순하다. 경보를 듣고 객실 내 구명동의를 챙긴 뒤 구역별로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전부다. 이후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한국어 승무원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드물게 운항 스케줄이 어긋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여정에선 배가 제 시간에 상하이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하지 못했다. 짙은 안개로 항구 자체가 폐쇄됐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다소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여정 중 나머지 일부 코스가 생략되는 ‘비극적인’ 사태도 맞는다. 따라서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글 사진 상하이·홍콩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프린세스 크루즈는 4일부터 111일에 이르는 150여개의 크루즈 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 취향과 일정에 맞게 항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지사 홈페이지(www.princesscruises.co.kr) 참조. (02)318-1918. ■선실 내 전원은 110V다. 일(一)자형 콘센트에 맞는 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 ■수영복은 반드시 가져간다. 선내에 빌려주거나 파는 곳이 없다. ■칫솔 등 세면도구, 선블록과 화장품 등 일상용품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항지에서의 여행은 선사 측에서 준비한 익스커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현지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보는데,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선정한 뒤 반드시 안내데스크에 가서 예약해야 한다. 개별 여행을 원한다면 현지 교통정보를 한국에서 미리 확인해 가는 게 좋다. 대만의 경우 택시요금은 협상을 잘해야 한다. 현지 항구에 내리면 택시요금 등의 교통정보가 제공되는데, 여기 적힌 금액에서 최대한 깎는 게 좋다. 예컨대 대만 지룽에서 지우펀까지 택시요금이 1000대만달러라고 적혀 있지만, 항구 밖에 줄지어 선 택시는 800달러 안팎이면 충분하다. 버스는 788번이 지우펀까지 간다. 편도 30달러. ■신용카드가 통용되지 않는 곳도 있다. 특히 대만이 그렇다. 지우펀, 야시장 등에서 현금만 받는 곳이 많다. 다만 유명 관광지인 지우펀의 경우 한국 돈도 통용된다. ■사랑의 유람선(www.lovecruise.co.kr)은 크루즈 전문 여행사다.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유명 크루즈 상품은 빠짐없이 갖췄다. 1599-1659.
  • [사설] 北 내부불안 덮기 위한 도발 가능성 대비해야

    북한이 그제 서해 백령도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이례적으로 야간 포 사격을 했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으로 13∼15일 사흘간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에서 해상 사격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측의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력 시위를 강행한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공개 처형 등으로 북한 내부가 불안정해진 터라 더욱 예의 주시해야 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폐쇄 회로’에 갇힌 듯한 북한 정권의 진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정보원의 발표대로 군부 2인자인 현영철이 처형됐다면 북 세습정권의 불가측성은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공포정치’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악력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 불안 요인의 싹을 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당·정·군 경력 없이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내외부에 걸쳐 고립무원의 처지다. 경제 여건도 최악이지만 과거 혈맹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친중파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데 이어 전승기념일을 앞두고 러시아를 방문했던 현영철마저 처형했다면 북·러 관계도 더 삐걱거릴 공산이 크다. 그럴수록 그는 공포정치에 기댈 소지가 크다. 하지만 당장엔 잔혹한 처형과 숙청을 피하려고 당·정·군 간부들이 숨죽이겠지만, 극단적 공포정치는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현영철 처형설과 관련해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다만 그런 장기적 준비는 기본일 뿐이다. 더 시급한 건 북한이 내부 불안을 밖으로 투사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일이다. 북측이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국지적 대남 도발이나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는 구태를 보일 것에 대비하란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북측은 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이나 개성공단 북 근로자 태업이 그 징후다. 심지어 그들 마음대로 그은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조준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더니 청와대로 전통문을 보내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우리측의 과민 반응도 금물이다. “도발 시 원점을 타격하겠다”며 말만 앞세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북측이 서해 등 남북 접촉 면에서 제한적 도발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확실한 준비 태세를 보여 줘야 한다. 한·미 공조는 물론 중·일·러 등과도 긴밀한 감시 체제를 가동해 북한 권력의 불안정이 야기할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때다.
  • 계란장수 과부댁, 일주일 밤 불태운 남자 알고 보니…

    계란장수 과부댁, 일주일 밤 불태운 남자 알고 보니…

    예전에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인생상담, 고민상담이 많이 이뤄졌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선데이서울도 전문가 상담코너들을 여럿 운용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1972년부터 연재했던 ‘人生극장: 법률상담’ 코너였습니다. 선데이서울에 전달됐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인생 고민과 법률가의 해법을 소개합니다. 40여년 전에 제시됐던 전문가 조언들은 현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여덟번째 이야기는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성에게 계란 판 돈을 모두 날려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60. 계란장수 과부댁을 살살 꼬인 가짜 교사…계란 판 돈 몽땅 먹고 살림까지 팔아먹어 (선데이서울 1972년 10월 8일)    계란장수 여인이 한 알 두 알 팔아 모은 돈 10여만원을 어느 사기꾼에게 깨끗이 날렸다. 게다가 몸도 주고 마음까지 준 그녀는 어찌나 울화통이 터졌는지 자살까지 꿈꾸었으나 실패. 결국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격으로 690일 만에 사기꾼의 목덜미를 잡고 원한을 풀었다..   ●10여만원 날리고 죽으려 투신도 했으나   1970년 11월 2일 오후 5시 30분. 목포발 광주행 완행열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순덕(40·담양군 담양읍 112)여인은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면서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때마침 빈 옆자리를 메우는 한 중년 남자가 강여인의 신경을 자극했다. 뒤에 밝혀진 이름이지만 나종선(36·광주시 농성동 493)이란 사람. 약 20분이 흘렀을까, 문제의 나씨가 말문을 열었다. “어디까지 가시지요?” 강여인은 의아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광주까지 간다”고 대답했다. 이들의 폭소적 탈선 행각은 여기에서부터 비롯됐다. 이런 경우의 공식대로 그들은 고향과 나이를 묻고 여행목적을 서로 얘기하는 등 제법 친숙한 말벗이 됐다. 나씨는 감 2개를 사서 그중 1개를 권함으로써 상대방 여인의 호기심을 끄는 작전으로 나갔다. 홀몸으로 12년간 고독하게 살아온 강여인 역시 옆자리에서 권하는 나씨의 말이 별로 싫지 않았다. 두 사람의 얘기는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나씨는 일찍 결혼한 탓으로 지금은 홀몸이며 현재 목포 U중학교 교사로 근무한다는 등 자신의 사생활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상대방 강여인의 처지를 탐색하기 위한 엉터리 수작에 강여인은 나씨가 기대한 그대로 자신의 사생활의 전부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20년 전 김모씨와 결혼, 딸을 낳고 아들을 얻지 못해 시가로부터 쫓겨났다는 것. 현재는 도내 곳곳으로 다니며 계란을 수집, 광주 양동시장 도매상에 넘겨 생활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나씨는 자신을 얻었다. 오랫동안 남자를 멀리한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온갖 추파를 던지며 나씨는 강여인에게 접근했다. 두 남녀는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차를 내려 광주로 향하는 시내버스에 탔다. 시간은 밤 11시쯤. 시내 북동 어느 중국집에 들러 우동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T여인숙 2호실에 들어갔다. 그날 밤 오랜만에 남자의 품에 안겨본 강여인은 ‘이젠 고생 않고 살 날이 왔는가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그렇게 나씨가 고마울 수가 없었다’고 조서에서 고백. 이들은 이 여인숙에서 일주일 동안 열정을 불태우며 뒹굴었다. 낮에는 영화를 보고 택시로 유원지 일대를 돌며 지내는 생활들이 강여인에겐 꼭 신혼여행인 것만 같았다. 나씨는 강여인을 마치 자기 아내처럼 여기고 있는 듯 행세했다. “당장 담양의 모든 짐을 꾸려 목포에 있는 근무지로 가자”며 그녀를 바람 태웠다. 강 여인은 계란 한 알 한 알에서 얻은 10전 20전의 이익금으로 모았던 ‘구렁이 알 같은 돈’ 5만 3000원을 유흥비로 날리고도 아까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새로 맞을 남편 나씨의 명령에 그녀는 곧장 고향으로 돌아가 유일한 재산인 재봉틀과 가구 몇 점을 끌고 광주로 왔다. 나씨가 반가이 맞이했다. 강여인한테 같이 살 것을 굳게 약속한 나씨는 속셈이 따로 있었다. 가구를 점검하고 돈이 될만한 재봉틀을 가리켜 이사하는데 번거로우니 처분하겠다면서 광주시내 금남로 5가 모 전당포에서 2000원에 팔아넘기고는 다시 강여인 앞에 나타나 광주발 목포행 열차를 탔다. 나씨는 여기에서 또 한 계책을 꾸몄다. 당장 목포에 가면 방을 구할 전세금이 필요하니 우선 5만원만 둘러대라고 졸랐다. 이때 그녀는 다소 의심이 갔지만 바로 내려가서 봉급으로 이를 갚겠다는 장담을 듣자 별로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열차가 광주역을 떠나 송정리로 가는 사이 나씨에게 전세금 조로 5만원을 건네준 것이 큰 불행. 그날따라 열차 안은 복잡했다. 좌석 하나를 구하겠다고 나선 나씨가 증발되어 버린 것이다. 저녁 8시 열차는 목포에 도착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튿날 나씨의 말을 따라 그가 근무한다는 중학교로 달려가 나씨의 신원을 알아봤지만 말짱 거짓말이었다. 강여인은 미칠 것만 같았다.   ●뇌 수술로 시력 잃게 되자 약값 구하려고   여관에서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고 곰곰 생각했다. 남편을 생이별한 후 혼자서 푼푼이 모은 일금 10만 3000원을 단번에 날려 버린 여자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온갖 궁리 끝에 투신자살을 생각했다. 다음날 밤 11시쯤 삼학도 앞 바닷물 속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이것도 운이 없었던지 마침 순찰 근무 중이던 해양경찰대원에게 구조 받아 되살아났다. 서광주 경찰서는 지난 26일 나종선씨를 혼인빙자 간음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서에 따르면 나씨는 어엿이 처자가 있는 몸. 8년 전 현부인 송모(35)여인과 결혼, 4살짜리 딸과 함께 살고 있음이 밝혀졌다. 경찰에 붙들린 나씨는 해방된 3년 후 일본에서 귀국, 나주 Y중학교를 졸업, 그 후 서울 예술학원에서 2년간 수업하고 간판과 아크릴 주문 초상화 등을 그리면서 제법 단란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5년 전부터 머리가 아프면서 시력을 점점 잃어갔다. 많은 약을 썼지만 신통한 효험을 못 보았다는 것. 약해진 몸으로 더 이상 작업을 꾸려나갈 수 없게 됐다. 강여인과 처음 만나던 1970년 11월 2일 그날도 나씨는 뇌 신경에 좋은 약이 있다는 친지의 말을 듣고 목포에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강여인을 만났다는 것. 나씨는 결코 강여인과 살아 보겠다는 마음은 아예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 약값 마련을 위해 순간적인 사기를 해 본 것뿐이었다. 세상은 넓고도 좁았던 것인지 나씨가 강여인의 눈길에 걸려든 것은 지난 24일 저녁 7시쯤 광주시 중흥동 68의 12 K여객 차고에서 일하는 사촌동생을 만나러 간 것이 쇠고랑을 차게 했다. 뇌 수술로 시력을 거의 잃은 나씨는 맑은 날씨 말고는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도 잘 분간 못하게 된 것. 이날 나씨는 마침 차고 직공들을 상대로 강여인이 무허가 술집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
  •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 국민 입장에서 논하라/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 국민 입장에서 논하라/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재원 조달 방법 가운데 하나인 ‘부과 방식’을 “세대 간 도적질”에 비유했다. 부과 방식이란 적립 기금이 소진됐을 때 매년 노인 세대(현재 부모 세대)에 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후세대(현재 자식 세대)로부터 걷는 것이다. 세대 간 도적질을 막으려면 현재의 ‘부분 적립방식’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재원 소진과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으니 폐기돼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장 반론이 나왔다. 한 예로 현재 부모 세대의 노후 생활이 안정적일수록 이들을 부양하는 자식 세대의 부담과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시시비비는 둘째치고라도 공적 연금을 담당하는 부처 수장이 세대 간 타협과 공존이라는 공적 연금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을 일삼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 장관의 태도는 2013년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맞서 ‘양심에 관련된 문제’라며 스스로 물러난 전임 진영 장관의 소신 행보와 뚜렷이 대비된다. 학자 출신으로서의 양심, 공인으로서의 책임감보다 자리 보전과 개인의 입신이 더한 가치라 할 수 있는지 자문할 일이다. 돌아보면 2007년 국민연금 2차 개혁에서는 명목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되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사실상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추도록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제 와서 소득대체율이 40%니 50%니 입씨름을 할 일도, 노후소득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던 2차 개혁의 취지가 훼손되는 일도 없었을 테다. 이 점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현 여권은 국민연금제도를 이토록 혼란에 빠뜨린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다양한 경우의 수와 상황별 시나리오를 배제한 채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시 1702조원 세금폭탄’을 공언하며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에 ‘증세 프레임’을 덧칠하면서 반대론자와 국민을 겁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적 연금의 담론을 정부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여론을 옥죄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민연금법 제4조 2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의 조정 및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2013년에 이어 5년 뒤인 2018년 열리게 된다. 이처럼 법에 정한 국민연금 논의의 틀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며 의무라 할 수 있다. 심의위에서 논의된 재정추계의 구체적이고 민감한 내용들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두절미한 채 해석하거나 부각시키는 행위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공적 연금의 토대를 허무는 일이나 다름없다. 공적 연금 제도는 합의의 산물이며 공존의 틀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타협의 논의 구조를 이끌어 가려 하는지 그 진정성을 묻고 싶다. ckpark@seoul.co.kr
  • 육류 속 아미노산, 충치예방에 효과 有

    육류 속 아미노산, 충치예방에 효과 有

    우리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미노산 성분이 치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영국 뉴캐슬대학교 합동 연구진은 붉은 육류와 어류, 닭고기, 유제품, 견과류, 초콜릿 등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인 ‘L-아르기닌’(이하 엘-아르기닌)이 치석과 치태를 생성을 막아 치아질환 예방에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성인남녀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엘-아르기닌 보충제를 섭취한 그룹과 섭취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타액을 정밀 분석한 결과, 엘-아르기닌 보충제를 섭취한 그룹의 구강 속 유해 박테리아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상당수 분해돼 있음을 확인했다.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구강질환을 방치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앓는 치아질환은 치주염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시간대학교 유행병학 전문가인 알렉산더 리카드 부교수는 “치석이나 치태는 치아 표면에 자리잡은 일종의 생체막(Biofilm)으로, 유해균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만든다”면서 “엘-아르기닌 성분은 이러한 치석과 치태의 생성을 방해해 구강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양의 성인 중 10~15%는 치주염을 앓고 있으며, 이 떄문에 치아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치료를 받기도 한다. 치아의 생체막은 충치와 치은염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클로르헥시딘이라는 화학성분은 미각에 영향을 미치거나 치아의 색깔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치약 등 구강 관련 제품에 엘-아르기닌 성분이 포함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엘-아르기닌이 어떤 화학적 반응을 통해 치주염 등 치아질환을 예방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으며, 이번 연구가 엘-아르기닌 아미노산 성분을 다량 사용한 결과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음식으로 소량 섭취했을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엘-아르기닌은 항산화 작용, 면역조절기능, 상처치유, 신장질환예방 및 방광염치료 효과, 남성 발기부전 치료, 정자 생성촉진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연금개혁 후폭풍] 복지부, 국민연금 100년 뒤 상황 가정 보험료 2배 인상 추계

    [연금개혁 후폭풍] 복지부, 국민연금 100년 뒤 상황 가정 보험료 2배 인상 추계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2028년 이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문제를 놓고 야당과 정부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야당은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0.01%로 1.01% 포인트만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당장 18.85%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다 재정추계상으로는 맞는 주장이다. 다만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보험료율 계산이 나온 것이다. 야당은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가정했다. 보험료율을 현재 9%대로 유지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지금부터 1.01% 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4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복지부의 주장은 2100년 이후까지 연금 기금을 유지할 경우, 즉 약 100년 뒤의 상황을 가정해 추계한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연금제도를 유지하려면 어차피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지만 100년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데 당장 보험료율을 18%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며 “이런 식으로 위기의식을 조장하면 재정프레임에 갇혀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 상태에서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율을 25.3%로 올리고 2083년에는 28.4%로 또 올려야 한다는 복지부의 주장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는 기금이 바닥나 아무 준비 없이 지금의 부분적립 방식을 부과방식(매년 노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을 젊은 세대에게 걷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남은 기간에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조금씩 올리고 수익률을 높이면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이런 보험료율 인상 폭은 여러 경우의 수를 대입해 계산한 것으로 정확한 것도 아니다. 연금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 보험료율을 9%로 유지해도 2060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 경우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보험료율은 2060년 21.4%, 2083년 22.9%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둘 때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복지부의 우려에는 전문가들도 공감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 보험료가 증가해도 직장인은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보험료 전액을 자신이 내야 하는 영세자영업자는 노후 소득을 위해 현재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금 고갈은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급여를 받는 사람은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 상태로 2018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가 되며 2026년에는 20%가 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37.3%가 노인인 나라가 된다. 따라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2060년쯤 적립한 기금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정책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기금 고갈 시점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비록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만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재설계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장기적 재정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틀을 제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일·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공적연금 명목소득대체율도 우리와 같은 40% 수준이라고 얘기하지만 단순 비교는 무리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연금에 40년간 가입했을 때의 소득대체율을 말하는데, 선진국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30~35년으로 40년에 가까워 명목소득대체율과 실질소득대체율이 대체로 일치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15년 정도이며 2050년이 돼야 평균 23년이 된다.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고용시장이 불안정해 실질소득대체율은 반 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실질소득대체율은 23% 수준이며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7%가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60만명이나… 실손보험 중복 가입

    160만명이나… 실손보험 중복 가입

    # 주부 A씨는 지난해 3월 지인의 권유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면서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서명했다. 2011년 실손의료비 특약에 든 사실을 알았지만, 보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에 추가 가입하기로 한 것이다. 매달 두 보험사에 9000원과 1만 1000원씩 납입하던 A씨는 올해 초 손목을 다쳐 입원치료비 100여만원이 들었지만 보험금은 한 보험사에서밖에 받지 못했다. 병원비가 최대 보장한도(5000만원)를 넘지 않아 중복 청구가 안 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A씨는 “처음부터 그렇게 제대로 설명을 해 줬어야 했는데 보장 한도가 늘어단다기에 (치료비를) 두 배로 받을 수 있는지 알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손의료보험을 두 개 이상 든 ‘중복 가입자’가 1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은 생명보험과 달리 아무리 많이 들어도 실제 들어간 의료비만큼만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2009년부터 상품 가입 전 반드시 중복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보험설계사)의 미흡한 설명과 고객의 부주의 등이 겹쳐 중복 확인이 요식 절차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거액의 병원비가 나올 가능성 등에 대비해 일부러 중복 가입하는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손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울신문이 13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함께 금융감독원, 생명·손해보험협회에 확인한 결과 올 2월 말 기준 158만 7604명이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했다. 지난해 12월 2만 5470명에 이어 올해 1월 1만 2998명, 2월 1만 4197명 등 매달 1만~2만명이 중복 가입하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잘 몰라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09년 실손보험 중복 가입이 사회문제로 떠올라 중복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있지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실적을 의식해 제대로 설명을 안 하거나 (충분히 설명을 해 줘도) 고객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회사가 알아서 단체보험을 든 경우에는 고객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중복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제조합이나 단체보험 가입 여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보험개발원 홈페이지(www.kidi.or.kr)를 통해 확인이 가능해졌다. 보험사별로 들쭉날쭉하던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는 2009년 금융 당국의 지도로 표준화(통원치료비 1일 30만원, 입원치료비 연간 5000만원 한도)됐다. 최대 보장 한도가 5000만원이다 보니 병원비가 그 이상 나올 때를 대비해 ‘의도적으로’ 여러 개 실손보험에 드는 고객도 있다. 예컨대 병원비가 6000만원이 나왔다고 하면 실손보험을 하나만 든 고객은 5000만원밖에 보험금을 못 받지만 두 개를 든 고객은 6000만원을 다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했다는 회사원 박모씨는 “최근 비급여 진료 항목이 많아지면서 의료수가가 올라가는 추세인 데다 물가 상승 등에 대비해 추가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장은 “병원비가 5000만원 이상 나온다면 실손보험을 여러 개 들 필요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그런 경우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2009년 표준화 조치로 실손보험이 사실상 대동소이해졌기 때문에 굳이 중복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큰 실익이 없으면서 보험료만 이중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들의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단체 실손보험의 경우 다른 종류의 보험 선택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이 실장은 지적했다. 민 의원은 “금융 감독 당국이 (중복 가입을 방조하는) 실손보험 불완전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등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씨줄날줄] 여불위의 간통죄/정기홍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의 풍속도가 다양하게 그려진다. 60여년 된 죄목이 폐지됐으니 입방아가 이상할 건 아니다. 찬성 쪽은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부합했다며 이미 폐지한 혼인빙자간음죄에 이어 성매매특별법도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대 쪽은 ‘간음하지 말라’는 성경의 십계명과 부부 간의 ‘신의성실’을 들어 불륜의 음욕(淫慾)에 빠져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뭇사람들도 ‘경우의 수’를 짚기에 바쁘다. 그 열기에 사뭇 불륜 공화국인가 싶지만 인간의 원초적 관음증이 한몫하는 것 아닌가 한다. 큰 관심사는 간통의 죗값을 이미 치른 이들의 주홍글씨를 지울 수 있느냐다. 구제의 대상은 3000명 정도라고 한다. 판결 효력이 2008년 10월 31일까지 소급 적용돼 그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구제가 가능하다. 배우 옥소리씨의 경우 2008년 초 간통 혐의로 기소됐지만 유죄 확정 판결을 31일 이후에 받아 구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간통죄로 해고된 공무원의 복직 여부도 관심사다. 하지만 공무원법에 품위유지 조항이 엄연히 있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공무원이 일반 근로기준법이 아닌 특별법인 공무원법에 적용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간통 대응 방안은 좀 헷갈린다. “바람 피우는 장면을 잡아도 가만히 보기만 해야 하는가”가 일반인의 반응이다. 지금까지는 간통 현장을 경찰과 함께 급습해 물증을 잡아내 법정에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이 방법을 쓸 수 없다. “들켰지만 잡아뗐다”는 바람둥이 남자들의 무용담이 더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주거 침입죄 적용 여부도 논란이다. 배우자가 몰래 애인을 집으로 불러들였다면 죄는 성립하지만, 물증을 잡겠다고 모텔방 등 현장을 급습하면 되레 무단 주거(방) 침입이 적용될 수 있다. 비슷한 법원의 판례들이 있다. 일각에선 흥신소와 심부름센터의 호황도 점치지만 요즘은 폐쇄회로(CC)TV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돼 불륜 입증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혼 풍속도의 변화도 점쳐진다. 민사 법정에서 혼인 파탄의 책임을 더 폭넓게 적용해 위자료 지급 등 이혼 소송비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진시황의 아버지 여불위(呂不韋)는 간통을 악용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는 이웃 나라에 볼모로 잡혔던 진나라의 태자 자초에게 자신의 첩을 임신한 사실을 숨긴 채 바친 뒤 자초의 귀국을 도와 황제 자리에 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불위는 태후가 된 그의 첩과 애정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들통 날까 두려워 노애란 사내와 태후가 정을 통하게 했다. 자초의 태자(진시황)가 어머니 태후와 노애 간의 불륜을 눈치채자 노애는 태자를 제거하려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극형에 처해진다. 여불위도 사건에 연루돼 귀양 간 곳에서 자결로 생을 마감한다. 간통죄 폐지로 입맛을 다시는 이들이 있다면 여불위의 흥망의 길을 새겨볼 일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부모, 딸보다 아들 앞서 거짓말 더 많이 해…그 영향은? -美 연구

    부모, 딸보다 아들 앞서 거짓말 더 많이 해…그 영향은? -美 연구

    남성은 금방 탄로 날 것 같은 거짓말을 여성보다 쉽게 하는 데 이는 남성이 그런 부정행위에 관한 죄책감이 적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의식에 관한 성적 차이점은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부모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팀이 3~5세 사이 자녀가 있는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성인 152명을 대상으로 정직성을 판정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각각 녹색과 파란색 코인 한 쌍을 주고 수차례 걸쳐 던지는 게임을 통해 두 코인 모두 녹색이 나왔을 때만 10달러씩 보상금을 지급했다. 단 두 코인 중 단 한 코인만이라도 파란색이 나온 경우는 실패로 간주하고 보상금을 주지 않았다. 이 실험은 감독자가 없는 밀실에서 이뤄졌고, 참가자들은 주어진 용지에 스스로 결과를 기록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직접 보고한 승률과 이 게임의 예상 승률(0.25)을 비교해 참가자들의 정직성을 결정한 것이다. 즉 참가자들이 보고한 승률이 예상 승률보다 높으면 거짓으로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두 코인 모두 녹색이 나왔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 이 실험은 세 가지 상황에 따라 진행됐다. 첫 번째 실험은 참가자가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있거나 없는 경우. 그다음으로는 자녀가 없을 때 보상금을 부모가 받는 경우와 자녀가 받는 경우. 마지막 실험은 아들 앞에서 할 때와 딸 앞에서 할 경우로 나눴다. 그 결과, 첫 번째 실험에서는 자녀가 없는 경우, 두 번째 경우는 자녀가 보상을 받을 경우, 그리고 세 번째 실험에서는 아들 앞에서 할 경우 기록한 평균 승률이 예상 승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분석은 부모에게 자녀의 이익이 되는 것은 사소한 거짓말이 동기가 됐지만 아이 앞에서 나쁜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 시 아들이 있을 경우는 그런 양심의 가책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딸 앞에서 실험한 경우의 승률은 0.28로 예상 승률을 조금 넘어섰지만, 아들 앞에서 실험한 경우의 승률은 0.42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남성의 부정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쉬운 상황이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바람을 피우는 경우 남성은 여성보다 “남성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용인되는 사회적 풍조가 있다. 그런 상황을 보고 자란 부모는 아들 앞에서 거짓말이라는 장애물을 쉽게 넘게 되고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있는 소년들이 자라면 거짓말 등 부정행위를 하는 데 거부감을 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경제학적으로 봐도 직원이 거짓말을 하면 하나하나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쌓이면 큰 손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짓말이 적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포토리아 연구논문=http://www.nber.org/papers/w20897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반쪽이냐, 반란이냐… 여·야 기로에 선 ‘이완구 인준안’

    반쪽이냐, 반란이냐… 여·야 기로에 선 ‘이완구 인준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15일 새누리당은 피할 수 없는 ‘외길’, 새정치민주연합은 표결 참석과 불참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본회의 강행 및 내부 단속’ 외에는 대안이 없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158명으로, 국회 재적의원 295명의 과반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야당이 16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의결정족수(148명)를 채우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본회의 출석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구속된 송광호, 조현룡 의원 외에 표결 대상인 이 후보자 본인은 물론 국무위원을 겸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지난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소속 의원 4명 등 156명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은 최대 변수는 ‘반란표’다. 야당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지고 여당의 반란표까지 더해질 경우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정 파행이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당 지도부를 겨냥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여권 전체가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부대표단이 상임위별, 지역별로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인준안 처리를 당부하는 등 반란표 방지에 주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의(大義)와 소리(小利)가 충돌할 때 군자는 대의를 택하고 소인은 소리를 택한다.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대의를 택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귀추가 주목된다. 대의는 이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인 여론, 소리는 여당의 임명동의안 강행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 요구나 문재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 본회의 재연기 등의 승부수가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본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원내대표단 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비공개로 열어 당 지도부 입장을 조율했으며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는 본회의에 우선 참석,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이 후보자의 총리 자격을 강하게 문제 삼은 뒤 반대 표결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거론됐던 ‘본회의 참석 후 표결’, ‘반대토론 후 표결 불참’, ‘본회의 보이콧’ 등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적절히 절충한 셈이다.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따른다는 명분을 챙기면서 이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야당 역시 이 후보자와 동향인 충청 출신 의원 등의 반란표 가능성이 상존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소수지만 아예 본회의에 불참하거나 반대토론만 한 뒤 퇴장해 표결에는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야당이 대치 정국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반쪽 총리’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대여 강경 투쟁을 이어 갈 수 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보이콧을 하자는 강경한 의견들도 있어 본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최종 입장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의 고삐도 늦추지 않았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2002년 타워팰리스 구입 당시 재산 신고 누락 의혹에 대해 정정 신고를 했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국회 사무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정정 사항 없었음’이라는 답변이 왔다”며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은 거짓말쟁이 총리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사설]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논의 물꼬 함께 터야

    여야와 정부가 뒤엉켜 정국에 3각 파도를 몰고 온 복지·증세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긴급 회동을 가지면서다. 박 대통령이 ‘선(先) 경제활성화 후(後) 증세 논의’ 방침을 밝히면서 당정 간 난기류는 일단 잦아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증세 통한 복지’ 드라이브를 계속 걸 태세다. 청와대든 여야든 비현실적 도그마는 버리고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두 갈래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합리적 타협점을 찾을 때다. 박 대통령은 그제 정치권의 증세론에 대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는 “경제 활성화가 안 되면 증세를 해도 모래성(城)”이란 논거에서 보듯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화하겠다는 의지일 게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은 여당 지도부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한 뒤끝이라 공허하게 들린다. 더욱이 복지 수요는 급증하는데도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 9000억원이나 부족해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치였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비록 대선 공약이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이에 집착하는 건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개울물이 불고 있는데도 위험한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우직하게 지킨 미생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 호주머니를 털기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게 정공법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도 그런 관점에서 ‘선 경제활성화 후 증세 논의’에 공감했을 법하다. 그러나 경제가 당장 살아나지 않는데 증세 논의를 원천봉쇄하는 건 가당치 않다. 언제까지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늘리면서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다수 국민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정부가 ‘꼼수 증세’를 하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 구조조정과 신중한 증세 논의 등 두 트랙으로 접근해 ‘복지 대란’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까닭에 지금이야말로 이를 위한 국민적 대타협을 이끌어 낼 시점이다. 박 대통령도 65세 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70%로 줄이는 과정에서 우리의 부실한 ‘복지 체력’을 실감했을 게다. 차제에 전면 무상보육 공약이 재원 부족으로 벽에 부딪힌 한계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야당이 먼저 불을 지핀 무상급식도 속도 조절할 명분이 서지 않겠는가. 선별적 무상복지를 위해서도 재원이 넉넉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증세의 항목과 폭을 놓고 전문적 토론을 해야 할 이유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와 전면전 불사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거위의 털을 아프지 않게 뽑는’ 방법은 없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허덕이는 기업에 고율의 법인세를 매길 경우의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기업의 서민 근로자들이 유탄을 맞으면 누가 책임질 건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세수 확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 ADHD의 전두엽, 두뇌훈련으로 활성화

    ADHD의 전두엽, 두뇌훈련으로 활성화

    최근 한 학급당 1명 정도의 발병률을 보이는 ADHD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약자을 뜻한다. 주로 학교 및 가정에서의 산만함, 수업 중 교실을 돌아다님, 집중력의 부족, 수업 중 떠들거나 친구들에게 장난침 등과 같은 모습을 보여 담임선생님에게 피드백을 받고 클리닉을 방문하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 ADHD, 즉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뇌의 영역 중 자극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부분의 기능이 약하여 생기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ADHD의 주된 특성으로는 주의가 산만하고 몸을 가만히 있지를 못하며 계획성 있는 활동과 정리정돈이 어렵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산만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많은 지적과 야단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ADHD 아동들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져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반대로 반항심이 생겨 청소년기의 비행이나 품행장애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ADHD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ADHD의 치료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약물치료이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약 복용시엔 산만한 행동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약효가 끝나면 ADHD 증상이 다시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아동의 장기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훈련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연구진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식 명상인 뇌파진동 숙련자와 일반인의 뇌를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식 명상훈련을 진행한 그룹의 뇌에서 전두엽과 측두엽, 또 내측 전전두엽의 회색질과 백색질의 두께가 동시에 증가한 것을 밝혀졌다. 이 연구는 세계 신경과학분야의 저널인 SCN(Social Cognitive Affective Neuroscience)에 실리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명상과 같은 두뇌훈련으로 뇌 구조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두엽은 ADHD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의 영역으로서, 사고 기능과 집중력,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 부위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명상 수련 후 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지속적인 두뇌훈련은 전두엽의 발달과 함께 집중력과 주의력이 부족하며 산만한 경우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R집중력클리닉은 아동청소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의 집중력 증진, 정서 조절,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클리닉으로, 뉴로피드백과 학습뇌파 검사 및 심리, 인지기능 검사 등 최신 뇌과학 기술을 이용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연말정산 폭탄 논란, 싱글 분노 폭발 “결혼 못한 게 죄냐”

    연말정산 폭탄 논란, 싱글 분노 폭발 “결혼 못한 게 죄냐”

    연말정산 폭탄 연말정산 폭탄 논란, 싱글 분노 폭발 “결혼 못한 게 죄냐”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얇아진 ‘13월의 보너스’ 봉투로 반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월급쟁이의 세 부담 증가 폭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2013년보다 작년에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급여생활자는 10명 중 1∼2명꼴이다. 그러나 실제로 연말정산 환급액수를 통해 세금 증가를 체감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세법 중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는 연봉이 5500만원을 초과하는 납세자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연봉 5500만∼7000만원 구간의 경우 평균 세 부담이 2만∼3만원 정도 증가하고, 7000만원 초과 구간은 134만원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총급여(과세대상 근로소득)가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급여생활자는 297만 6000명으로 전체 월급쟁이 1635만 9000명의 18.2%가량이며, 6000만원을 초과하는 급여생활자는 206만 5074명으로 전체의 12.6% 가량이다. 국세통계연보에 5500만원 기준은 없지만, 5000만원 초과자와 6000만원 초과자의 비율을 고려할 때 5500만원 초과자는 전체의 15%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세부담이 늘어나는 월급쟁이는 전체의 15%가량으로, 10명 중 1∼2명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별 특별공제 혜택 적용 차이 등으로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의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연말정산을 해보니 세금이 늘어났다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이가 없어 자녀세액공제와 교육비, 의료비 등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다 근로소득공제는 줄어든 미혼자들은 연말정산 환급액이 대폭 줄어 세부담 증가를 더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 결국 “결혼 못한 게 죄냐”, “이건 싱글세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바뀐 세법을 적용해 연봉 2360만원∼3800만원 미혼 직장인의 올해 납세액을 산출해보니 근로소득공제는 24만 7500원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액공제 증가는 7만4250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가 간이세액표를 ‘덜 걷고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꾼 효과까지 겹쳐 근로소득자들에게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는 더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정부도 전체 평균으로 보면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부담 변화가 없지만, 부양가족 여부 등 개별 사례에 따라서는 세부담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개별 케이스별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사례가 없다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다”며 “올해 연말정산을 마치고 전체적으로 분석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 개인 사정에 따라 세금이 늘어난 경우까지 고려하면 전체 월급쟁이 중 세부담 증가를 겪은 사람은 15%보다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연말정산은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데,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맞추다 보니 특정 계층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는 역진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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