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경우의 수
    2025-12-06
    검색기록 지우기
  • 2025-12-06
    검색기록 지우기
  • 김영희
    2025-12-06
    검색기록 지우기
  • 청첩장
    2025-12-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61
  • 성착취 채팅만으로도 처벌…‘온라인그루밍 처벌법’ 여가위 의결

    성착취 채팅만으로도 처벌…‘온라인그루밍 처벌법’ 여가위 의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 성착취 관련 대화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라고도 불린 해당 개정안은 아동 청소년 성 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성매매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권유·유인하는 경우의 형량은 현행 징역 1년 이하에서 징역 3년 이하로 강화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뒤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전 세계 63개국이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고 있다. 이제야 우리도 그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본회의 의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박수를 치다

    [이경우의 언파만파] 박수를 치다

    박수(拍手)를 친다고? 한때 한쪽에선 ‘박수(를) 치다’라는 표현을 영 못마땅해했다. ‘박수’에서 ‘박’이 ‘치다’라는 뜻인데 또 ‘치다’를 붙이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니까 ‘박수하다’나 ‘손뼉을 치다’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압력을 넣었다. 이들의 글에선 영락없이 ‘박수하다’였다. 이들은 ‘박수 치다’가 눈에 띄면 곧바로 지적을 했다. 그래도 현실은 ‘박수 치다’로 흘렀다. ‘박수하다’는 어색해했으며, ‘박수 치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박수’라는 단어에서 한자어 ‘박’의 의미는 흐려져 갔다. 지금은 ‘박수 치다’를 두고 딴지를 걸지 않는다. ‘박수’와 달리 ‘부상’(負傷)은 ‘부상하다’도 잘 쓰인다. ‘부상을 입다’와 ‘부상을 당하다’라는 표현이 나오면 ‘부’에 ‘입다’, ‘당하다’란 의미가 있어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지만, 이 표현들도 자유롭게 사용된다. 말의 주인 대중의 선택이다. ‘피해(被害)를 입다’도 문제가 됐다. ‘박수를 치다’와 같은 이유다. ‘피해’의 ‘피’가 ‘입다’란 뜻인데, 이러면 역시 의미가 겹친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피해를 입다’는 반드시 ‘피해를 보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말과 글은 오직 ‘피해를 보다’가 됐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피해를 입다’에 대한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를 입다’를 문제시한 건 지나치게 어원을 따진 것이었다. ‘피’에 ‘입다’란 뜻만 대응시킬 일도 아니었다. ‘피’는 ‘입다’뿐만 아니라 ‘당하다’, ‘미치다’, ‘받다’, ‘맞다’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피해’의 서술어로 ‘입다’를 붙였을 뿐이다. ‘피해’는 하나의 단어이지 문장도 아니다. ‘피해’를 한문 문장처럼 봐서 ‘피해’를 ‘해를 입다’로 풀이하고, 뒤에 ‘입다’가 오니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피해’에서 ‘피’의 뜻도 희미해졌다. 문장에서 ‘피해’는 ‘해’의 의미로만 구실한다. 의미의 겹침에 대한 지적이 수없이 이어졌다. 그 결과 ‘히트를 치다’를 써도 되는지 갸우뚱하며 ‘히트’가 ‘치다’인데라고 되뇌기도 한다. ‘당구(撞球)를 치다’의 ‘당’에도 ‘치다’라는 뜻이 들어 있지만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좋은 호평을 받았다’에서 ‘호평’은 그 자체로 ‘좋은 평’이다. ‘새로 신설하다’에서 ‘새로’는 ‘신’과 겹친다. ‘더러운 누명’에서 ‘더러운’과 ‘누’는 같은 말이다. ‘간단히 요약하다’(요약하다), ‘수입해 들여오다’(수입하다), ‘수확을 거두다’(수확하다), ‘바라는 소망’(소망), ‘온 전력을 다해’(온 힘을 다해)에서는 괄호 안의 말이면 된다. 어떻게 봐야 할까. 규범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말의 주인인 각자가 결정해야 한다. wlee@seoul.co.kr
  • 국민도 참가국도 찜찜하다는데… 스가는 왜 성화를 놓지 못하나

    국민도 참가국도 찜찜하다는데… 스가는 왜 성화를 놓지 못하나

    올림픽의 정치성이 문제가 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림픽이 당장 개최국 정권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의 중요 변수로 등장한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올여름으로 1년 연기되면서 명칭도 어색해져 버린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하 도쿄올림픽)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전 세계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나 주최국·참가국의 준비상태 등을 볼 때 32회째인 올해 대회의 개최는 상식선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권은 올림픽의 취소나 연기는 있을 수 없다며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참가국들도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만 안간힘을 쓰는 기묘한 현상의 내막을 들여다본다.●3월 성화 봉송 전까지 개최 여부 결정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개최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시한은 실질적으로 3월 하순이다. 전국 성화 봉송이 3월 25일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판가름을 내야 한다. 지난해 124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개최 연기 결정도 3월 24일에 이뤄졌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다.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하루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나오지만 백신 접종률은 1% 정도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바이러스가 여전한 것도 문제이지만, 스포츠 대회로서 준비도 극히 부진하다. 개최까지 6개월도 안 남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예선대회 불발 등으로 출전 선수가 정해지지 않은 종목이 태반이다. 주최국인 일본조차 전체 600명 정도의 선수단 중 20%밖에 선발이 안 돼 있다. IOC 지침에 따라 7월 5일까지는 출전선수 등록을 마감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빠듯해 일부 종목은 예선 없이 세계 순위 등 과거 성적을 바탕으로 참가자를 정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탈락한 국가나 선수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여건이 나빠도 많은 사람들이 개최를 원한다면 힘을 받을 텐데, 일본 국민의 86%(1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가 ‘취소’(35%) 또는 ‘재연기’(51%)를 주장하고 있다. 예정대로 치르자는 사람은 11%에 불과하다. 주최 측이 크게 두려워하는 것은 “대회 불참”을 선언하는 국가들의 속출이다. 지난해 3월의 연기 결정도 바로 이틀 전 캐나다의 불참 선언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일본 체육계 관계자는 “미주와 유럽의 주요국에서 올림픽 선수단을 보내지 못하게 되면 IOC로서는 중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일본이 코로나19 방역에 크게 성공을 거둔 것도,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것도 아니란 점도 나라 안팎으로 큰 부담이다. 이미 약 60개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일본은 이달 말부터나 코로나19 의료진을 상대로 처음 이뤄진다. 일반국민 접종은 5~6월에나 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1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 선수단이 한꺼번에 일본에 입국하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들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감염증 전문가들은 “현재의 3차 확산이 진정되더라도 올림픽이 열리는 여름 이전 어느 시점에 4차 확산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자민당 총재 선거 앞당겨 실시할 수도” 그런데도 스가 정권이 올림픽에 목을 매는 것은 ‘올림픽 무산=정권 붕괴’의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스가 정권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출범 당시 60~70%대의 절반 수준인 30%대로 떨어져 있다. 정권의 붕괴가 머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은 스가 총리의 불명예 퇴진을 막아 줄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올림픽을 열면 좋다”가 아니라 “올림픽이 불발되면 이 정권은 끝장”이라는 강박관념이 총리관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한 일본 종합지 정치 데스크는 “만일 다음달에 올림픽 취소가 확정되면 오는 9월로 예정돼있는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를 앞당겨 곧바로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때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한 스가 총리는 “나는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 다소나마 모양새를 갖춰 퇴진한다는 얘기다. 야권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적 관측만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며 올림픽 개최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라고 스가 총리를 다그치고 있다. 그러나 대회 무산 가능성의 언급은 스가 총리로서는 절대 금기어다. 정가 소식통은 “스가 총리가 올림픽 중단·연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내비치게 되면 그 순간 분위기는 ‘중지’ 쪽으로 확 기울어질 것이고 스가 총리에 대한 자민당 내 경쟁자들의 공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것이 스가 총리가 중지의 ‘중’자도 꺼낼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반대로 올림픽에 성공하면 정권 지지율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스가 총리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정가 소식통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올림픽이 개막되면 어떻게든 상황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현실적인 얘기”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야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국민들 다수가 올림픽에 반대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돼 분위기가 고조되고, 스포츠 특유의 감동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더해 일본 선수들이 선전해서 금메달을 많이 따게 되면 올림픽을 개최하길 잘했다는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정권 지지율 상승→오는 9월 총재 선거 및 이를 전후로 한 중의원 해산 총선거 승리→안정적 집권 토대 구축’이 스가 총리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일본 정부는 대회를 무관중으로 하거나 관중석에 내국인만 받아들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과 IOC는 입장료 수입 손실과 경제적 효과 감소 등을 이유로 무관중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불리해지면서 “무관중으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러 가능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지난달 28일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고 입장을 선회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조건 대회는 연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다른 묘안이 없는 데 따른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무관중 개최의 타격은 막대하다. 간사이대 연구팀은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열릴 경우의 경제적 손실을 약 2조 4133억엔(약 25조원)으로 추산했다.●결국 미국 참가 여부에서 갈린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지금까지의 방침을 바꿔 무관중 개최 가능성을 열어 두기 시작했다. 다음달 IOC 총회에서 안정적인 회장 재선을 노리는 그는 스가 총리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상황 때문에라도 도쿄올림픽 개막 팡파르를 반드시 울려야만 하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와 IOC의 방침이 단호한 상태에서 앞으로 개최 여부 결정에 최대 변수가 되는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올림픽 참가를 포기하면 일본이나 IOC로서는 올림픽을 이끌고 갈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올림픽 예산에 압도적인 기여를 하는 방송 중계권료의 절반을 미국 NBC가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주요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미국 선수들이 안 나오면 대회 자체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스가 정권 내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원망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래 모리 회장을 비롯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3월 연기 결정 때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2022년 여름으로 2년 미루자”고 했으나 자신의 임기(지난해 9월 돌연 사퇴하지 않았더라면 올해 9월까지) 중 개최에 욕심을 낸 당시 아베 총리가 1년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에 힘입어 최고 권좌에 오른 스가 총리가 도쿄올림픽 불발에 따른 정국 급변으로 조기 퇴진을 하게 된다면 ‘올림픽 1년 연기’는 그로부터 물려받은 여러 ‘부(負)의 유산’ 중 최악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2021년 평화협력국 주요 현안 보고회 실시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2021년 평화협력국 주요 현안 보고회 실시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심규순의원)는 지난 26일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협력국으로부터 2021년 주요 사업을 논의하고, ‘Let’s DMZ’ 추진방향 등 DMZ 관련 사업의 추진사항을 보고받았다. 이날 보고회에서 평화협력국은 DMZ 사업으로 추진되는 ‘DMZ포럼’, ‘Live in DMZ’를 비롯한 ‘DMZ 155마일 걷기’, ‘평화통일 마라톤 대회’, ‘Tour de DMZ’ 등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DMZ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경기도 대표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설명했다. 신준영 평화협력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필근 부위원장과 이종인 부위원장은 각각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의 대안마련을 요청했고, 사무위탁 사업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달수의원은 평화협력국 사업이 수 년째 비슷한 주제로 진행됨을 지적하면서 차별성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당부하였고, 이제영의원은 작년 행감과 예산심의에서 지적된 Let’s DMZ 조직위 운영에 대한 개선을 요청했다. 또한 평화협력국의 사무위탁 관련해 원미정 의원은 사무위탁 시 의회동의와 협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김재균의원도 사업을 위한 수탁기관 선정 시 사전에 도의회와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말했다. 염종현의원은 사무위탁 재계약 타당성의 세밀한 검토를 주문했다. 한편 전반기부터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강식 의원은 “‘Let’s DMZ ’사업은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에 비해 사업의 효과가 부족하고 운영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매년 있었다”면서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대해서도 의회가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신설된 경기국제평화센터에 대해서 이영봉 의원은 센터가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특화사업 발굴을 주문했고, 정희시의원은 신설된 센터의 안정적 업무 추진을 위해 도의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신 국장은 “그동안의 지적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Let’s DMZ ’총괄감독 체계를 도입했으며, 앞으로도 흥행성 높은 공연과 도민이 참여하는 행사를 추진해 그동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사항을 청취한 심규순 기재위원장은 “평화협력국의 DMZ사업은 5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DMZ사업의 인지도 측면이나 사업의 내실화, 운영 투명성에 다수 문제점이 지적됐다”면서 “많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조직위원회 신뢰회복과 사업 내실화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경우의 언파만파]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의 정식 국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부르는 일은 찾기 어렵다. ‘북한’이 가장 일반적이다. ‘북측’, ‘북쪽’이라고 하거나 그냥 ‘북’이라고도 한다. 한데 ‘북한’이란 표현은 ‘대한민국’ 안에서 북쪽 지역을 가리킨다. 우리 영토라는 의식이 들어 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과 회담이나 직접 대화를 할 때는 ‘북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해 ‘북측’이나 ‘북쪽’이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북쪽 사람들은 평소처럼 ‘남조선’이라고 하지 않고 ‘남측’, ‘남쪽’이라고 한다. 서로 정식 국명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어물쩍 ‘남’과 ‘북’을 내놓는 것이다. 본래 하나였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바탕과 의지가 깔려 있다.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 언론단체들인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피디연합회는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을 내놓았다. 이 언론단체들은 보도제작 준칙에서 상대방의 국명을 있는 그대로 쓰자고 밝혔다. 평화의 길로 가려면 남과 북의 차이를 먼저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대한민국’(약칭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약칭 ‘조선’)이라고 쓰자는 것이었다. 남과 북의 현실을 인정하자는 차원이었다. 그래야 평화적인 협력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보도제작 준칙이 지닌 의미는 컸다. 남북 언론 교류 과정에서 유효한 지침 구실을 했다. 그렇지만 ‘조선민주주의공화국’도 ‘조선’도 여전히 낯설고 멀리해야 하는 국명이 되고 있다. 그것이 평화와 공존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것이기는 한데 미심쩍게 보려고 한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북쪽에선 ‘조미 대화’라고 하지만, 우린 ‘북미 대화’라고 한다. 직접 인용한 문장 속의 ‘조미 정상회담’, ‘조중 회담’ 같은 표현은 낯설게 비친다. 북쪽의 언론은 ‘대한민국’ 대신 ‘남조선’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준칙에선 북쪽 사람들의 호칭도 있는 그대로 쓰자고 했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지며 북쪽 인물들에 대한 호칭은 어느 정도 준칙에서 밝힌 대로 적용된다. 북쪽 인물들에도 성명 다음에 직책을 붙이는 일이 흔하다. 2018년 4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대부분 언론이 ‘리설주 여사’라고 했고 지금도 그렇게 표현한다. 광복은 곧 분단으로 이어졌다. 대통령들은 광복절 기념사마다 ‘평화’를 담았다. 남북 대결이 아니라 공존, 교류와 협력을 말했다. 상대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불러 주는 것도 평화로 가는 걸음이 된다. wlee@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최후의 국어사전 편찬자 안상순

    [이경우의 언파만파] 최후의 국어사전 편찬자 안상순

    왠지? 웬지? 지금은 ‘왠지’로 정리됐지만, 1991년 ‘금성판 국어대사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왠지’와 ‘웬지’가 섞이며 쓰이고 있었다. ‘왠지가 옳다’, ‘아니다. 웬지가 맞다’며 서로 우기는 일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국어 교과서에 ‘웬지’가 오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떤 국어사전도 ‘왠지’를 표제어로 삼은 곳은 없었다. ‘왠지’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구(句)처럼 보였다. 이렇게 보는 사전 편찬자의 눈으로는 표제어로 올리기 어려웠다. 이미 한 단어가 된 현실을 사전 편찬자들이 잡아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흔하게 쓰이는 단어였지만 표기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지금은 모든 국어사전들에 ‘왠지’가 실렸다. ‘금성판 국어대사전’의 편찬 실무 책임을 맡은 안상순은 한 언어 공동체에서 쓰이는 단어는 가능하면 모두 사전에 올리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유행어든 욕설이든 사투리든 국어사전이 폭넓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겼다.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섬세하고 정직하게 담아내는 게 사전 편찬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표준어 규범이 너무 강력하게 작용하는 걸 경계했다. 표준어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말로 받아들이고, 방언은 지역적인 제한이 있는 말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비표준어라는 개념도 사전에서 빼 버리고 싶어 했다. 그는 2006년 ‘얼짱’을 두고 오간 논쟁에서 당연히 ‘얼짱’이 국어사전에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쪽에선 기존 조어법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얼짱’을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는 학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엉터리 취급하는 건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국어사전은 언어 현실을 생생히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규범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생생함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안상순은 기존 국어사전들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좌우하다’를 ‘좌지우지하다’의 준말로 본 기존 사전들에 동의할 수 없었다. 분명 의미가 다른데, 이전 사전들은 이 말들을 동의어로 보고 있었다. 정확한 말, 이를 바탕으로 한 오해 없는 소통의 바탕을 마련하는 일을 그는 너무도 즐거워했다. 30여년간 국어사전 만들기에만 몰두했다. 그로 인해 국어사전이 한 걸음 나아갔다. 보이지 않게 우리의 언어생활이 또 나아졌다. 그가 지난 15일 66세로 세상을 등졌다. 또 다른 사전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 국어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wlee@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여의도 면적

    [이경우의 언파만파] 여의도 면적

    기준은 쉽게 드러나야 한다. 대부분의 기준들이 그렇다. 상징성이 있거나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 주로 기준이 되고 표준이 된다. 그래야 소통에 장애가 일어나지 않고 신뢰가 생긴다. 국회도 있고, 방송사도 있는 서울의 ‘여의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여의도도 특정한 부분에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한데 특이하게도 여의도는 면적을 가리킬 때 기준이 되는 일이 자주 있다. 그렇다고 여의도 면적에 어떤 상징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한 표현을 사용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지난 50년간 국토 면적 2382㎢ 증가, 여의도 면적 821배’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국토부는 이 자료에서 “최초 작성된 1970년 지적통계와 비교할 때 전 국토의 면적이 23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의도 면적의 약 821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농경지, 생활용지, 도로용지의 증감 추이를 나타낼 때도 계속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제 ‘여의도 면적’은 생활화된 용어라고 본 것인지 모르겠다. 국토부는 2019년 국토 면적 관련 보도자료에서는 여의도 면적이 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으로 2.9㎢라는 설명을 달았었다. 친절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애초 ‘여의도 면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설명을 붙일 일도 없었다. 여의도라는 지명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크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굳이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국토 면적을 제시했다. 관행처럼 ‘여의도 면적’을 끼워 넣은 것이다. 여의도 면적을 안다고 해도 제각각이다. 국토부는 그래서 2013년 보도자료에선 여의도 면적을 정리해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 면적은 세 가지다. 첫째, 행정구역상 여의도동 전체 면적인 8.4㎢다. 여기엔 밤섬 일부도 해당된다. 둘째, 여의도 섬 자체만 가리키는 4.5㎢인데, 한강시민공원까지 포함된다. 셋째, 윤중로 제방 안쪽만을 뜻하는 2.9㎢이다. 국토부도 이 면적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이 면적이 다른 곳의 면적을 비교할 때 주로 쓰인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고 이를 받는 언론 매체들이 윤중로 제방 안쪽만을 기준으로 하는 건 아니다. 다른 기준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기준도 없이 버릇처럼 내놓을 때도 있다. 서울 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온 표현의 일부처럼 비치기도 한다. wlee@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캡처와 갈무리

    [이경우의 언파만파] 캡처와 갈무리

    컴퓨터 자판에서 ‘PrtSc’를 누르면 떠 있는 화면이 복사된다. 컴퓨터에 잠시 저장되는 것이다. 흔히 ‘캡처’(capture)라고 말한다.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편집이나 저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따로 떼어 내는 일’이다. 컴퓨터 화면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이나 음성, 기타 이미지의 일부를 떼어 놓는 일도 ‘캡처’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캡처’ 대신 ‘갈무리’라고도 말한다.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천천히 살피면 통하는 데가 있다. 사전에 보이는 ‘갈무리’의 첫 번째 의미는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표준국어대사전)이다. 어떠한 것을 보기 좋게 정리해 놓는다는 것이기도 하고, 안전하고 적절하게 보관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갈무리’의 이런 뜻을 참고해 ‘캡처’의 순화어가 됐고, 국어사전에는 정보통신 용어로 오르게 됐다. 1990년대는 피시(PC)통신 시절이었다. 피시통신 이용자들은 ‘전산용어 한글화 운동’을 펼쳤다. 이들 사이엔 컴퓨터의 대중화를 위해선 컴퓨터 관련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게 시급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피시통신상에서 일어난 ‘한글화 운동’은 분위기를 탈 수 있었다. 이들은 컴퓨터와 관련한 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새로운 말도 만들었다. ‘갈무리’(캡처), ‘자료’(데이터), ‘내려받기’(다운로드), ‘자판’(키보드), ‘글꼴’(폰트) 같은 말을 대신 써 나가기 시작했다. ‘늘기억장치’(ROM), ‘막기억장치’(RAM), ‘큰글쇠’(엔터키), ‘무른모’(소프트웨어), ‘굳은모’(하드웨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한글화 운동’엔 열의가 가득했다. 한 피시통신은 화면의 항목 이름으로 ‘갈무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들 사이에선 ‘갈무리’가 대세이기도 했다. 피시통신 시작 화면엔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길’이라는 문구를 띄워 놓기도 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한글날은 국경일이 됐다. 지금 ‘표준국어대사전’의 ‘갈무리’는 피시통신 당시의 의미를 반영한 것이다. ‘갈무리’는 1997년에 나온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도 올라 있다. 2012년 국어심의회는 ‘캡처’ 대신 상황에 맞춰 ‘갈무리’ 또는 ‘장면 갈무리’, ‘화면 담기’를 쓰라고 제안했다. 국어심의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어정책 자문기구다.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전문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국어정책을 집행하는 쪽에서는 ‘갈무리’가 더 퍼지기를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캡처’를 더 많이 사용한다. ‘캡처’가 눈과 귀에 더 익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갈무리’는 탐탁지 않게 보려고 한다. wlee@seoul.co.kr
  • 서울 동부구치소 186명 확진... “무증상 확진 거르기 어려운 구조”(종합)

    서울 동부구치소 186명 확진... “무증상 확진 거르기 어려운 구조”(종합)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하면서 교정 당국이 감염경로 파악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이날 동부구치소의 전수 조사로 밝혀진 확진자는 직원 1명과 수용자 185명 등 모두 186명이다. 전수 조사에서 결정 보류 판정을 받았던 수용자 1명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날 185명에서 1명 추가됐다. 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것은 ‘무증상 신입 수용자’를 통한 감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교정시설에 입소한 수용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 독방에 격리 수용된 뒤 이상 증상이 없으면 다른 수용자들이 있는 혼거실로 옮긴다. 이는 무증상 확진자를 제대로 걸러내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직원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교도관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질병관리청과 함께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2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염두에 두고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동부구치소에 운영 중인 코로나19 현장 대책본부를 찾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차관은 현장 방문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든 신입 수용자에 대해 격리기간 내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한편 확진된 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운데 42명은 최근 서울동부지법과 서울북부지법, 수원지법 성남지원, 대전지법 서산지원, 창원지법 거창지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법원들은 법정을 소독하고 법관과 직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이날 서울동부지법은 “확진자 중 22명이 8개 법정에 각각 출석한 것으로 확인됐고, 법정동 전체 및 지하 통로에 대한 소독 작업도 끝냈다”고 설명했다. 서울북부지법도 3개 법정에 확진 수용자가 다녀가 해당 법정에 대해 방역조치를 끝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21일 오전 ‘코로나19 대응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법원 휴정 권고 등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유모차

    [이경우의 언파만파] 유모차

    ‘동차’(童車)는 국어사전에서나 겨우 찾을 수 있다. ‘동차: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유모차.’(표준국어대사전) 일상의 말과 글에서 쓰이는 예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국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확인할 일도 없다. 사라져 간 말이 됐다. 1970년대 어느 국어학자는 ‘동차’가 표준어로 돼 있어도 ‘유모차’(乳母車)가 쓰이는 현실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1957년 완간된 한글학회의 ‘큰사전’에는 ‘유모차’가 표제어로 올라 있지만, 뜻풀이는 ‘동차’에 돼 있었다. ‘동차’에 더 중심을 둔 것이다. 그렇지만 아기가 있는 집에서 갖기를 원하는 수레의 이름은 ‘유모차’였다. 그것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라는 것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유모차’는 아기가 타는 것이고, ‘유모’와는 관련이 없으니 적절치 않다는 의견은 하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2018년 6월 서울시는 ‘성평등 언어사전 시민 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말이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성차별적인 표현을 바꿔 보자는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에서 한 시민이 ‘유모차’ 대신 ‘유아차’로 바꿔 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유는 ‘유모차’라는 낱말에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어 평등 육아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 회의를 거쳐 유아가 중심이 되는 ‘유아차’(乳兒車)로 개선하자고 발표했다. ‘유아차’는 곧 ‘서울시성평등생활사전’에도,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렸다. ‘유아’는 ‘동’(아이)에 들어간다. 말이 본래 지닌 의미만 보자면 ‘유아차’는 앞서의 표준어였던 ‘동차’로 돌아간 셈이다. 북녘의 ‘조선말대사전’에도 ‘동차’가 보이는데, 뜻풀이에는 ‘애기차’로 가라는 화살 표시가 돼 있다. ‘동차’가 한자어이니 고유어인 ‘애기차’를 쓰라는 표시다. ‘유모차’는 쓰지 말라는 뜻에서 가위표(×)도 돼 있다. ‘유아차’가 ‘유모차’를 대신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성평등’이란 차원의 의미를 담았다지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알 수 없다. 공적인 언어들에서도 여전히 ‘유모차’가 절대적이다. 판매하는 쪽에서도 ‘유모차’를 버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유모차’의 ‘모’가 ‘어미 모’ 자인지 몰랐다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젊은 엄마와 아빠들은 ‘유모차’를 줄여서 ‘윰차’라고도 한다. ‘유모차’가 본래 지닌 의미 같은 건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유아차’가 새로운 약속이 되려면 기존 약속인 ‘유모차’와 다른 게 충분해야 한다.
  • 박용만 “경제3법 정치적 처리 당혹·유감”

    박용만 “경제3법 정치적 처리 당혹·유감”

    8일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강행 처리에 재계는 우려와 당혹감을 호소하며 “법안 추진 절차를 보류하고 경제계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법안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나 당혹스럽고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개정법안 상정을 유보해 주고 기업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긴박히 돌아가는 국회 상황을 보면 애초에 제시된 정부안과 거의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럴 거면 공청회는 왜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기업들이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는 게 아닌데 기업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는 시급성이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의 대응에 대해 “재계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며 “강행 처리 이후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이번에 의결하신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6단체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그간 여당과의 간담회, 공청회 등으로 재계의 우려와 입장을 적극 피력했는데도 핵심 요구사항이 거의 수용되지 않은 법안이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기습 통과가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와 당혹스러움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거래규제 대상 확대,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등은 모두 기업 경영체제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소송이 남발되고 전략적 사업 추진에 중대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박용만 “경제법안 정치적 처리 유감..부작용 책임져야”

    박용만 “경제법안 정치적 처리 유감..부작용 책임져야”

    8일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강행 처리에 재계는 우려와 당혹감을 호소하며 “법안 추진 절차를 보류하고 경제계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법안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나 당혹스럽고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개정법안 상정을 유보해 주고 기업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긴박히 돌아가는 국회 상황을 보면 애초에 제시된 정부안과 거의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럴 거면 공청회는 왜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기업들이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는 게 아닌데 기업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는 시급성이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의 대응에 대해 “재계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며 “강행 처리 이후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이번에 의결하신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6단체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그간 여당과의 간담회, 공청회 등으로 재계의 우려와 입장을 적극 피력했는데도 핵심 요구사항이 거의 수용되지 않은 법안이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기습 통과가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와 당혹스러움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거래규제 대상 확대,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등은 모두 기업 경영 체제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소송이 남발되고 전략적 사업 추진에 중대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기업 규제 3법’이 통과되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말을 만들어 가는 주체는 대중이다

    [이경우의 언파만파] 말을 만들어 가는 주체는 대중이다

    친구에게 물었다. “내후년은 몇 년도?” “무슨 말?” “내후년이 2022년이야, 2023년이야?” “내후년? 음, 2022년이지. 아냐?” “국어사전에 따르면 얘기가 달라지네. 어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내후년’은 ‘후년의 다음해’야. ‘후년’은 ‘올해의 다음다음 해’고. 그러니까 국어사전대로 쓰면 내후년은 2023년이 되는 거지.” “이런…. 잘못 알고 쓰고 있는 거야? 그렇더라도 내후년을 2023년으로 알라는 건 영 아닌 것 같은데.” 주위 스무 명에게 다시 물었다. 내후년이 2023년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내후년은 2022년’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의 뜻풀이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9월 취임 100일은 맞은 박병석 국회의장은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내후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와 전국지방선거가 세 달 간격으로 열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내후년’은 2022년이다.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도 내후년은 이처럼 내년의 다음해인 2022년의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 달 탐사선이 2022년 발사되는데,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 매체들도 ‘내후년’이란다. 2022년 전기차의 성장이 가속화된다는 증권가 소식도,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끝나는 건 2022년에나 가능하다는 소식도 ‘내후년’이라는 말로 전해진다. 내년 다음해는 ‘내후년’이 아니라 ‘후년’이고, 내후년은 3년 뒤라는 지적들은 무색하다. 이런 지적이나 국어사전의 뜻풀이에도 현실에선 ‘내년’ 다음해는 ‘후년’이 아니라 ‘내후년’이다. ‘후년’은 사라져 간다. 바뀌어야 하는 건 현실의 대중이 아니라 지적하는 쪽과 국어사전이다. 비슷한 예로 ‘한나절’도 있다. “그거 하려면 한나절은 걸려”라고 했을 때 대부분 ‘한나절’을 ‘하룻낮 전체’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한나절’은 ‘하룻낮의 반’이다. 하루 가운데 낮의 반 동안을 가리킨다. ‘반나절’은 ‘한나절의 반’이니까 하룻낮의 반에서 또 반으로 나눈 시간이 된다. 그러고 보면 하룻낮의 절반쯤을 뜻하는 ‘나절’이 ‘낮절’이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에 수긍이 간다. 여기서 ‘절’은 ‘절반’의 ‘절’이다. ‘낮의 반’이란 의식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한나절’의 뜻을 바꿔 사용하는 게 현실이 됐고, 표준국어대사전의 ‘한나절’에는 ‘하룻낮 전체’라는 풀이도 실렸다. 일부가 생각하듯이 국어사전과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다. 국어사전은 훌륭한 참고서일 뿐이다. 말의 뜻을 정하고 말을 새롭게 하거나 변화시키는 주체는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국어사전은 이 과정이 기록된 결과물이다. wlee@seoul.co.kr
  • [2021학년도 수능] 국어 1등급 커트라인 87점 예상… 수학이 당락 가른다

    [2021학년도 수능] 국어 1등급 커트라인 87점 예상… 수학이 당락 가른다

    수학 가형은 어렵고 나형은 작년과 비슷킬러문항은 쉽고 준킬러문항은 어렵게인문·자연계 중상위권 변별력 가를 듯국어 가채점 결과 예상보다 낮아 ‘변수’영어 EBS 연계 7문항 그대로… 평이한 편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 첫 번째 수능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코로나19로 인한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감안한 듯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수학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어영역에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사들과 입시업계는 국어영역의 경우 전년도 수능과 비슷하거나 쉬웠던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전년도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으로, ‘불국어’ 논란을 빚었던 2019학년도(150점)만큼은 아니지만 2017학년도(139점), 2018학년도(134점)보다는 어려워 상당한 난이도가 있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의 윤상형 서울 영동고 교사는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문제가 2~3개 있었지만 기존의 틀을 깨는 형식의 문제는 없었다”면서 독서는 지문 길이가 적절하고 어려운 개념이 출제되지 않고, 지문의 제재도 고르게 안배돼 계열에 따른 유불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과 달리 입시업계에서는 이날 국어 1등급 커트라인 점수가 전년도(91점)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EBS는 87점, 종로학원은 최고 89점을 예측한 반면 진학사는 가장 낮은 85점을 내놓았다. 종로학원은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어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수험생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책상 위 가림막 등 낯선 환경과 코로나19로 인한 부담감 등이 작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정보를 세밀하게 파악해야 하는 지문과 추론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교사들은 정철의 ‘사미인곡’과 신흠의 ‘창 밧긔 워석버석~’, 유본학의 ‘옛집 정승초당을 둘러보고 쓰다’를 묶은 고전시가·수필 복합 지문(38~42번)을 읽고 ‘보기’의 설명을 파악해 지문을 이해하는 40번이 고난도 문항이라고 밝혔다. 입시업계에서는 예약의 법적 특성에 대해 설명한 지문(26~30번)과 지문 속의 ‘채무 불이행 책임’과 ‘손해 배상 채무’를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는 29번 문항이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법률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다뤄 난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수학영역은 가형은 다소 어렵게, 나형은 난이도가 높았던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환 대구 혜화여고 교사는 “수학 나형에서 4점짜리로 출제된 문항 3개가 가형에서는 3점 문항으로 출제됐고, 중난도 문항의 개수가 늘었다”면서 “중난도 문항의 풀이 과정이 다소 길어 중위권 수험생들은 시간 안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사는 “상위권 수험생 역시 기하 문항이 미적분 문항으로 출제돼 까다로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학 가형에서는 수열의 개념을 활용해 수열의 합을 구하는 21번, 중복 조합을 활용해 경우의 수를 구하는 29번이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삼각함수 그래프의 성질과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이용해 함수의 최대·최소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30번도 초고난도 문항으로 언급됐다. 수학 나형에 대해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빈칸 추론 문제와 프랙털 문제 등이 출제되지 않았고,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새로 출제 범위에 들어온 삼각함수는 6, 9월 모의평가에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유형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수학 나형에서는 주어진 조건을 이용해 삼차함수와 1차함수를 추론하는 30번 등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킬러문항’은 쉽게, ‘준(準)킬러문항’은 어렵게 출제해 중상위권 사이의 변별력을 높이려는 최근의 경향이 이번 수능에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전년도와 비슷하게 출제됐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31번부터 시작되는 어려운 문항들은 중상위권 수험생들을 변별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홍 경북 무학고 교사는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변화에 관한 33번 문제와 교육에 대한 34번 문항이 각각 자연계열과 인문계열에서 익숙한 소재들로, 영역별 지문이 균형 있게 출제돼 유불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업체 스카이에듀는 “주제 및 제목 요지를 찾는 문제들이 평이하고 사용된 어휘 역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들”이라면서 “EBS 연계 교재에서 7개 문항이 그대로 출제되는 등 EBS 연계율이 73%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7.43%로, 입시업계에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1등급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수능 수학, 가형은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나형은 비슷”

    “수능 수학, 가형은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나형은 비슷”

    3일 시행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2교시 수학 영역의 경우, 가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으며 나형은 난이도가 비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 상담교사단의 대구 혜화여고 김정환 교사는 자연 계열 수험생이 많이 보는 수학 가형에 대해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학 나형에서 4점짜리로 출제된 문항 3개가 가형에서 3점 문항으로 갔고, 중난도 문항의 개수가 작년보다 조금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중난도 문항의 풀이 과정이 다소 길어지면서 중위권 학생의 경우 시간 안배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하 문항이 미적분 문항으로 출제돼 상위권 학생들도 다소 까다롭게 느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가형에서는 등차수열의 개념을 복합적으로 묻는 16번, 수열의 개념을 활용해 수열의 합을 구하는 21번, 중복 조합을 활용해 경우의 수를 구하는 29번이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함수 그래프의 개형과 합성함수의 미분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30번도 고난도 문제로 평가받았다.인문사회계열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나형은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수학 나형의 올해 출제 난이도는 9월 모의평가,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돼 학생 입장에서 조금 부담감이 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절댓값 포함 함수와 구간을 나눠서 정의한 함수, 미분 가능성 등을 모두 확인한 뒤 3차 함수와 1차 함수를 추론해 풀이하도록 한 30번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오수석 경기 소명여고 교사는 “개정 교육과정에서 취지상 교과 내용의 양이 10% 정도 줄었지만, 쉬워졌다기보다는 깊이 있는 사고력과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변별력을 갖고 출제된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찰진 대사·복잡한 내면… 우리는 악역에 끌린다

    찰진 대사·복잡한 내면… 우리는 악역에 끌린다

    배트맨의 영원한 대항마 ‘조커’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빌런이 됐다. 느닷없이 소환된 영화 ‘타짜’ 1편의 악역 곽철용은 “묻고 더블로 가”, “내 순정을 짓밟으면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같은 대사로 대중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빌런을 낳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이상 평면적인 ‘선한 역’에 열광하지 않는다. 복잡한 내면에 감정 이입되는 빌런이 더욱 매력적이다.도서출판 요다에서는 현대적 의미의 빌런을 되짚는 책 두 권을 나란히 내놨다. 차무진 작가가 쓴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와 다섯 작가의 빌런 앤솔러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다.‘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를 쓴 차 작가는 대학 등에서 10여년간 스토리텔링을 강연해 온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소설, 희곡, 각종 시나리오 창작자가 이야기 속 악당을 만들 때 맞닥뜨리는 고민을 17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분석했다. 키워드는 그림자, 각성, 절대성, 신념, 시기, 광기, 시스템, 인정욕망, 지척, 전능, 양면성, 카리스마, 2인자, 여성, 자연재해, 외계, 어린아이다. 책은 ‘각성’이라는 키워드로 주인공 배트맨을 각성시키는 존재, 조커에 대해 이야기한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고담시를 지키는 검사 하비 덴트와 옛 연인 레이철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레이철을 구하려 하지만 조커의 인질 위치기 바꾸기 계략으로 옛 연인을 잃게 된 배트맨. 조커는 레이철을 너무도 원했으면서 ‘정의의 기사인 척하느라’ 반대로 행동한 배트맨을 ‘가식덩어리’라며 맹비난한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배트맨은 조커를 밀어붙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분명한 것은 배트맨은 끝까지 자신을 가렸고 조커는 마지막까지 솔직했다는 점이다.”(43쪽) 되레 솔직한 조커에게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배트맨의 비애, 선역이라고 마냥 행복하거나 악역이라고 마냥 불행하지는 않은 서사에 대중은 반응한다. 책은 이 외에도 더는 여성적 조건에 기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기감정을 다루는 여성 빌런의 모습, 자기 행동을 나쁜 짓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빌런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김동식·김선민·장아미·정명섭·차무진 작가의 앤솔러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는 아예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동식 작가의 단편 ‘시민의 협조’에서는 지구 대폭발 1분 전, 시간을 돌리는 초능력을 가진 블랙 코스모스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필사의 사투를 그린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지구를 구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희생과 협조가 불가피하다. 블랙 코스모스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재앙을 막아 보려 분투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평화로운 놀이공원에 난입한 테러리스트로 비칠 뿐이다. 이 각박한 세상 속 무엇이 히어로이고 무엇이 빌런인가. 다섯 편의 소설은 복잡한 경우의 수로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삼인칭 대명사 다시 보기

    [이경우의 언파만파] 삼인칭 대명사 다시 보기

    영어 ‘데이’(they·그들)는 미국 방언학회가 선정한 ‘2015년 올해의 단어’였다. 방언학회 언어학자들은 ‘they’가 일반적인 쓰임에서 벗어나 단수형으로 사용되는 사실에 주목했다. 복수형 삼인칭 ‘그들’인 ‘they’이 아니라 ‘그’의 뜻으로 쓰이는 단수형 ‘they’가 가치 있게 다가온 것이다. 미국 언어학자들은 2016년 1월 열린 방언학회 연례총회에서 단수형 ‘성 중립 명사’로 쓰이는 ‘they’의 뜻을 인정하고, 성 정체성이나 중립과 관련한 생각들이 퍼져 나가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문법학자들이 보면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이 학회는 성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려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도 2015년판 스타일북(표기규정집)에서 단수형 ‘they’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일상의 쓰임을 따른 것”이라며 “이것은 영어에 성 중립적 삼인칭 단수 대명사가 없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도 했다. 미국 방언학회의 결정은 저간의 이런 인식과 흐름을 반영한 것이었다. 미국의 에이피(AP)통신도 2017년 개정한 스타일북에 ‘they’의 용법을 새로 담았다. 이 통신사의 스타일북은 영어권에서 공적인 글쓰기의 교범 같은 구실을 한다. 이 통신사도 ‘they’를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삼인칭 단수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히’(he)나 ‘시’(she) 대신 ‘they’를 사용해도 좋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 꼼꼼한 사용 방법을 안내했다. 무조건 ‘they’를 사용하지 말고 “자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 자신을 ‘he’나 ‘she’로 가리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에 대해 사용할 때”만 쓰라고 했다. 또 가능하다면 대명사 대신 사람 이름을 직접 쓰라고 밝혔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삼인칭 대명사에 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 ‘그녀’가 일본말에서 왔다는 것에서부터 일상의 대화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라는 것, ‘그녀’라고 굳이 드러내는 건 성차별적이라는 것까지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그’라는 대명사도 없었던 말이고, 일상의 말보다는 글에서나 자리를 잡은 말이라고 했다. 다른 의도에서였겠지만, 가능하다면 사람 이름을 직접 쓰라는 에이피통신의 지침이 와닿는다. ‘그’, ‘그녀’ 같은 대명사보다 이름을 쓰는 게 나을 때도 ‘그(그녀)’를 사용하려고들 한다. 이름이 대명사보다 더 선명할 때가 많다. wlee@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교수, 시인, 스님

    [이경우의 언파만파] 교수, 시인, 스님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이들은 지금처럼 ‘교수’로 불리지 않았었다.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듯 학생들은 이들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교수들도 당연히 이런 호칭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슬며시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수’란 호칭이 주는 거리감에 불편을 느꼈던 것이다. ‘선생님’이 가르치고 배우며 밀접해지는 관계를 나타냈다면, ‘교수님’은 대가를 주고받는 관계를 의식하게 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선생님’을 더 대접하고, 권위를 실어 주고, 만족시키려고 그러는 것이라면 얄팍한 생각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여기에다 ‘교수’라는 직업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이제는 이런 의심과 불편함은 사그라지고 대학의 ‘선생님’들은 대학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교수’란 호칭, 지칭으로 거의 자리를 잡은 듯하다. ‘시인’들에게도 언제부터인가 이름 뒤에 직업명인 ‘시인’을 붙여 부르는 일이 흔해졌다. ‘시인 김아무개씨’가 아니라 ‘김아무개 시인’ 또는 ‘김 시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소설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호명되고 지칭된다. 언론매체에도 그대로 전달돼 낯설면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풍경이 돼 가고 있다. 이것은 아무래도 ‘씨’의 가치 하락에서 온 듯하다. ‘씨’가 본래 지녔던 존칭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다른 호칭 방식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직함’이나 ‘직업’ 이름을 붙여야 상대를 대접하고 권위를 실어 주는 것이라는 의식이 결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교수나 변호사, 기자’처럼 ‘직업’이 ‘직함’이 되는 대상과 달리 시인들에게 ‘김 시인’, ‘이 시인’이라고 하는 건 여전히 마뜩지 않게 느끼는 시선들이 많아 보인다. 아주 익숙해졌지만 따져 보면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건 ‘스님’이다. 국어사전들의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스님’은 ‘중’ 혹은 ‘승려’를 높이는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종교의 목사나 신부들과 달리 모든 상황에서 승려들은 ‘스님’으로만 불리고 지칭된다. 최근 구설에 올랐던 승려들도 거의 ‘스님’으로만 지칭됐다. 낯익으면서도 낯설게 하는 호칭이었다. ‘중’은 낮추는 말이 돼 버렸고, ‘승려’는 ‘스님’에 밀려 덜 쓰는 말이 됐다. 타인을 부르고 가리키는 말들이 지나치게 높이거나 격식을 따지거나 권위를 높이는 쪽으로 여전히 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사회는 이런 흐름에도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wlee@seoul.co.kr
  • ‘가을야구는 이렇게 하는 것’ 클래스 보여준 두산 AGAIN 2015

    ‘가을야구는 이렇게 하는 것’ 클래스 보여준 두산 AGAIN 2015

    정규시즌 성적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왕조’ 두산 베어스가 기어코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6년 연속이다. 예년 같지 않은 정규시즌 성적에 우려도 따랐지만 두산은 가을야구에서 남다른 실력으로 왜 자신들이 왕조인가를 보여줬다. 두산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최주환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3차전에서 kt의 타선에 일격을 당했지만 이날 1회부터 선발을 교체하고 마무리로 1차전 선발 크리스 플렉센을 내는 등 과감한 승부수가 통했다. 가을야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보여줄 수 있는 파격이었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지난해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NC 다이노스가 워낙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긴 했지만 두산은 선두 그룹에서 놀았던 날이 드물었다. 10월 1일만 해도 두산의 순위는 6위였다. 치열했던 마지막 2위 경우의 수에서도 두산은 마지막 후보였다. kt, LG 트윈스와 달리 자력 2위의 가능성도 없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마지막 남은 한 발이 통하며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두산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그리고 LG와의 준PO부터 두산은 한 수 높은 야구를 보여주며 ‘가을야구란 이렇게 하는 것’을 보여줬다. 과감한 작전과 주루 플레이, 변화무쌍한 라인업,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까지 가을야구를 치르는 팀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다 나왔다. 4차전에서도 선발 유희관을 내리는 강수를 뒀다. 김태형 감독은 “승부가 안 될 것 같아서 바꿨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판단력은 결국 kt를 0점으로 묶는 원동력이 됐다. 단기전 승부의 흐름을 알고 있기에 내릴 수 있던 판단력이었다. 두산 왕조의 시작은 2015년부터였다. 당시에도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두산은 준PO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PO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당시 왕조를 구가하던 삼성에게 시리즈를 따내며 왕조를 탈환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영원했던 왕조는 없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많은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만큼 올해가 어쩌면 두산 황금기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 ‘AGAIN 2015’를 꿈꾸는 두산의 꿈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목욕탕에서 마스크 안쓰면 과태료 부과하나요?”(종합)

    “목욕탕에서 마스크 안쓰면 과태료 부과하나요?”(종합)

    내일(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자 과태료목욕탕도 탕 벗어나면 써야 내일(13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본격 시행된다. 이에 수영장과 사우나에서도 물 속이나 탕 안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할 수 없는 격한 운동은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다가 숨을 쉬는 게 어려워지면, 즉시 벗고 다른 사람과 분리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완벽하게 가리지 않는 등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외에서는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둔다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500인 이상이 모이는 모임이나 행사에서는 이와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마스크는 비말 차단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보건용, 비말 차단용, 수술용 마스크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마스크만 인정된다. 망사형 마스크, 밸브형 마스크는 허용되지 않는다. 마스크 안쓰면 10만원…걸리더라도 바로 쓰면 면제 지난달 13일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한 달간의 계도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이뤄지는 조치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시설과 위반했을 경우의 과태료 부과 여부를 정리했다. 12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시설 및 장소는 중점·일반관리시설 23종과 대중교통, 집회·시위장, 의료기관·약국, 요양시설 및 종교시설 등이다. 다만 방역 당국은 단속이 돼도 마스크를 바로 착용하면 과태료를 물리지 않을 계획이라 일각에선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서울시, ‘24시간 마스크 민원처리 긴급대응팀’ 운영 서울시는 마스크 미착용 단속을 시작하는 13일부터 각 자치구에 ‘24시간 마스크 민원처리 긴급대응팀’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긴급대응팀은 마스크 단속에 관한 시민의 궁금증을 상담하고 필요하면 현장에 출동한다. 서울시는 처벌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는 기본 방침에 따라 단속 현장에서 일단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길 방침이다. 13일 오전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에서 단속과 함께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24일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감염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스크 착용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며 “마스크는 감염병을 예방하고 전파를 차단해주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백신이므로 마스크 착용 생활화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경기도, 마스크 착용 의무 어기면 과태료…“주의 당부” 김재훈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코로나19 대응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12일부터 한 달간 연장되었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계도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11월 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라며 “도내 거주자 및 방문자께서는 다중이 밀집돼 있는 실내에서 반드시 올바른 착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외에서도 의무적으로 착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위반하면 위반 당사자에게는 10만원, 시설 관리·운영자가 방역지침 준수를 위반했을 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코로나19 환자 발생 시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과태료 외 별도의 방역비용 등에 관한 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