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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나리자, 특별한 ‘진짜’ 이유… “복제품과 광고 덕분”

    모나리자, 특별한 ‘진짜’ 이유… “복제품과 광고 덕분”

    매일 전세계에서 온 수천명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의 베이지색 방에 들어가 유일하게 전시된 그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봅니다. 모나리자를 관람하려고 그들은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걸작을 그냥 지나쳐 갑니다. 왜 모나리자는 이렇게까지 특별하게 보일까요. 이에 대해 CNN이 15일(현지시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역사학과 수전 브룸홀 교수와 멜버른 대학교의 현대예술학과 찰스 그린 교수의 분석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의 첫 전기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조르조 바사리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 유화 초상화는 비단·양모 상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이런 이유로 이탈리아 말로 ‘라 지오콘다’로 알려졌습니다)의 두번째 부인 리자 게라르디니를 그린 것입니다. 레오나르도는 1500년대 초기 플로렌스에 있을 동안 작품을 시작했었던 것같습니다. 그는 아마도 ‘앙기아리의 전투’라는 커다란 벽화를 맡아 커미션을 받고자하면서 작품을 시작했던 것같습니다. 도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고 정치적 시민 가운데 한 명에게서 초상화 커미션을 받음으로서 레오나르도에겐 기회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외교관이자 작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한 때 측근이었던 아고스티노 베스푸치에 의한 여백 메모가 최근에 발견되었습니다. 이 메모에 의하면 레오나르도는 1503년 ‘리자 델 지오콘도’의 그림을 작업하고 있었습니다.레오나르도의 숭배자인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은 1505~1506년 전후에 이 작품처럼 보이는 스케치를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레오나르도가 1516년 프랑스로 이사했을 때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술 전문가들은 루브르에 있는 그 그림의 스타일과 테크닉은 1510년부터 계속되는 레오나르도의 후기 작품과 훨씬 더 잘 맞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정말로 바사리의 ‘리자’인지에 대해 점점 의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1517년 레오나르도 집을 찾은 한 방문자는 “어떤 피렌체 여인, 생전”과 “고 줄리아노 데 메디치 각하의 요구” 만들다는 초상화를 그곳에서 보았다고 기록했습니다. 메디치는 1513년부터 1516년까지 로마에 있던 레오나르도의 후원자였습니다. 우리의 방문자는 바사리와 리자라고 적은 여백에 메모를 남긴 사람과 같은 그림을 보았을까요, 아니면 나중에 커미션을 받기로 한 다른 여성의 다른 그림일까요? 무엇보다다 우리가 루브르에서 보는 바로 그 사람은 이 작품의 많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발가 벗겨진 초상화훌륭한 많은 현대 그림들과 비교하면 이 그림에서 앉아 있는 사람이 왕가의 유산일 것이라는 높은 지위나 상징적 암시이라는 일반적인 함정을 없애줍니다. 모든 관심은 그녀의 얼굴에 집중됐으며, 그것은 수수께기같은 표정입니다. 18세기 이전 그림에서 감정은 얼굴보다는 손과 몸의 제스처를 통해 훨씬 더 자주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개인을 묘사할 때 오늘날 우리가 초상화 사진에서 보는 것같은 같은 종류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기쁨이나 행복 보다는 용기와 겸손을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엘리트 계층의 특징은 좋은 규칙 아래에서 자신의 열정을 유지하는 능력이있습니다. 치과위생 기준과는 관계없이 예술작품에서 함박웃음은 레오나르도 자신의 ‘기묘한 5개의 두상 연구’에서 보듯 통상적으로 잘못 자랐거나 조롱을 암시합니다. 감정에 관한 우리의 현대 관념들 때문에 모나리자가 무엇을 느꼈을지 또는 생각했을지에 관해, 초기 현대 관람객들이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우리에게 궁금증을 남기고 있습니다. #20세기 현상 사실, 20세기 이전의 누구든지 ‘모나리자’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진짜 의문이 듭니다. 사학자 도널드 새순은 현대에서 세계적 아이콘 지위에 있는 많은 그림은 넓게 펴진 복제품에 의존하며, 온갖 광고를 이용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악평은 1911년 전 루브르 직원 빈센조 페루기아에 의한 절도 사건으로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박물관이 문을 닫은 어느날 저녁 그의 코트에 그림을 둘둘 말아서 박물관을 걸어 나옵니다. 그는 숙소에 숨긴채 이 그림과 함께 2년을 보냈습니다.그림이 반환된 직후에 다다이스트인 마르셀 뒤샹이 1919년 그의 레디메이드 작품 ‘LHOOQ’의 바탕으로서 ‘모나리자’ 우편엽서를 사용하였습니다. 이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살바도르 달리의 ‘자화상으로서 모나리자’(1954년작)과 더불어 ‘모나리자’ 패러디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사례들 가운데 아마 하나일 것입니다. #문화적 가구 뒤샹과 달리에서 우리는 점점 더 비유로 쓰인 ‘모나리자’를 많이 보게 됩니다. 호주 눈가르족 유산의 원주민 예술가 다이앤 존스는 이 작품을 2005년 잉크젯 프린터로 초상사진을 재조명했습니다. 사진들은 백색 유럽인 작품에서 덜 지적되었지만 모나리자의 꿈과 같은 풍부한 감각을 더 빛나게 했습니다. 그림은 최근 비욘세와 제이 지가 의한 뮤직 비디오 ‘Apes**t’(2019년)에서 문화적 가구로 나타납니다. 무직 비디오에서 그들은 옷을 거의 입지 않은 댄서들이 유명한 작품 앞에서 레이디 해밀턴과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뒤따르며 루브르를 뛰어다닙니다. ‘Apes**t’는 모나리자를 포함한 세 친구들이 만나서 루브르를 뛰어다니는 프랑스의 뉴웨이브 영화 감독 장-뤽 고다르의 ‘국외자들’(1964년)은 아니지만 그 자체는 현대 고급문화의 초기 작품들은 거의 모방합니다. 반면에 1976년 독일 행위 예술가 울레이에 의해 작품의 유명한 절도 사건이 1911년 ‘모나리자’의 절도를 반복합니다. 많은 현대 예술가들은 ‘모나리자’와 같은 가보고싶어 하는 예술작품에 대한 경외심을 혹평하고 있습니다. 최근 벨기에 예술가 빔 델보예는 루브르 중앙 유리 피라미드 입구에 거대한 강철 코르크 스크류인 ‘서포’(2012년) 설치하였습니다. 이것은 ‘모나리자’를 보려는 방문객들에게 박물관에서 가장 처음 보게 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나리자에 대한 미스터리는 우리를 앞으로 수년동안 매료시킬 것입니다.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정확하면서 가능하면 폭넓고 깊은 해석일 겁니다. ‘모나리자’는 우리가 원하는 누구이든지, 그녀가 궁극적인 여성 판타지 인물이 되지 않을까요?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하룻밤 새 ‘은발’ 된 20대 여성, 15년 염색 강박에서 벗어나다

    하룻밤 새 ‘은발’ 된 20대 여성, 15년 염색 강박에서 벗어나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사는 사라 아이젠만(43)은 겨우 21살의 나이에 머리가 하얗게 셌다. 흰 머리를 감추려면 2주에 한 번은 염색을 해야 했다. 그녀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은발이 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정말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어린 나이라 굴욕감이 심했고 강박적으로 염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둘째 아들 아베(8) 출산을 몇 시간 앞두고도 병문안 올 사람들이 자신의 ‘노화’를 눈치챌까 전전긍긍하며 염색부터 먼저 했다. 아이젠만은 노화의 상징인 흰 머리카락을 수치스럽게 생각했으며 언제나 염색을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렇게 15년을 염색약과 씨름했다.그러던 그녀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아이젠만은 “흰 머리보다 자녀 양육이 중요해지면서 우선순위였던 염색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아이젠만은 “어느 날 문득 염색에 집착하는 나 자신이 불쌍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 미안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지지도 한몫했다. 그녀는 “남편이 나의 은발을 매우 아껴주었다. 남편의 지지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염색약을 붙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점차 염색에 대한 강박을 버리려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다른 가족과 친구, 학부모 사이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아이젠만은 “특히 아이들 학교 엄마 무리에서 공연히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 염색을 하지 않고 은발을 유지하는 것이 괜한 소란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가지의 커다란 깨달음이 그녀를 해방시켰다.아이젠만은 “머리카락 색에 대한 나의 수치심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른 수치심들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수치심들은 사회의 편견과 세뇌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은발이 일종의 왕관이라는 점 역시 깨달았다. 쉽지 않겠지만 그 무게를 감당한다면 자신은 물론 나아가 자녀들 역시 자유로워지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그렇게 15년간 이어온 염색을 중단했다. 주변의 시선은 엇갈렸다. 그녀는 “염색 머리에서 자연 그대로의 은발로 넘어가는 과도기 동안 일부 잘난 척하는 엄마들과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친구들 역시 늙어 보일 게 분명하다, 마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며 그녀의 결정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주위의 시선과 판단은 중요치 않았다. 일단 결심을 굳히자 염색 중단은 재탄생의 기회가 됐다. 아이젠만은 먼저 평소 입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옷들을 과감하게 입기 시작했다. 그녀는 “모든 종류의 스카프와 머리띠를 이용해 이전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에서 춤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그녀는 이제 염색 머리보다 자연스러운 은발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아이젠만은 “내 은발은 해변의 아름다움과 사막의 순수한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반짝 빛났다. 염색의 노예에서 벗어나고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행복해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발간했다. 모두가 그녀의 결정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염색약을 버린 것이 지금까지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여성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며 뿌듯해하고 있다. 아이젠만은 “내 은발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집을 나설 때마다 그녀는 두 가지 시선과 마주한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은발을 한 그녀에게 경외심을 가지고 머리카락을 만져봐도 되는지 묻거나 칭찬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지만, 곁눈질과 노골적인 시선도 심심찮게 날아든다. 아이젠만은 “우리 사회는 노화를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숨어서 살아야 하는 늙은이로 취급한다. 여성에게 젊음만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사회 전면에서 나이 든 여성을 자주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과 진실성을 가진 자유롭고 현명한 중년 여성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15년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하며 ‘비싼 독약’을 머리카락에 쏟아붓고, 그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자위하던 그녀는 이제 노화를 포함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삶에서 얻는 즐거움을 역설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혹시 잠수함?…지구상 최대 크기 동물 거대 ‘대왕고래’ 포착

    혹시 잠수함?…지구상 최대 크기 동물 거대 ‘대왕고래’ 포착

    현존 최대 크기의 동물인 ‘대왕고래’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달 초 태국 출신 다이버 타나키트 얌모 수완양아운(37)이 이끄는 수중촬영팀은 스리랑카 심해에서 길이 30m짜리 ‘대왕고래’와 마주쳤다.타나키트는 “수많은 고래를 봐왔지만 이렇게 큰 고래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0m가 넘는 크기의 대왕고래는 잠수함 같았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해주는 대왕고래의 거대함에 경외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직접 주최한 ‘2019 고래 사진 전시회’에서 이 사진을 공개했다. 타나키트와 함께 촬영에 임한 사진작가 피어라퐁 조 크롱프라타야는 크릴새우 사냥에 한창인 대왕고래를 배경으로 찍은 셀카를 SN에 공유하기도 했다.타나키트는 “대왕고래는 촬영이 매우 까다롭다. 겁을 먹으면 심해 깊숙이 헤엄쳐내려 가기 때문에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르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왕고래가 스쳐 지나가는 데는 10여 초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숨 쉴 틈이 없다고 덧붙였다.대왕고래의 최대 길이는 33m, 몸무게는 179t에 이른다. 일부 학자들은 대왕고래가 현존하는 동물은 물론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동물 가운데서도 가장 거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상에 살았던 가장 큰 육지 동물로 추정되는 공룡 아르헨티노사우루스가 길이 35m, 몸무게 90t 정도인 것만 봐도 대왕고래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한편 대왕고래는 붓으로 그린 듯한 주름이 온몸을 뒤덮고 있으며, 크릴새우(남극새우)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 수명은 10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문소영 칼럼] ‘자명한 진리’로 불평등을 개선하는 사회

    [문소영 칼럼] ‘자명한 진리’로 불평등을 개선하는 사회

    프랑스가 수출한 최고의 상품은 와인이나 테제베, 에어버스가 아닌 ‘자유·평등·박애’라고 생각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산물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 탄생에 지대하게 공헌했고, 현대인의 정신적 지주들이 아닌가. 프랑스에서는 ‘자유와 평등’은 천부적인 권리로서 혁명이 있던 그해인 1789년에 제정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박애’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로서 1795년 제정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와 의무선언’에 각각 수록됐다. 우리의 헌법에도 이 정신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설 연휴에 서독 총리를 지낸 헬무트 슈미트가 쓴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을 읽다 보니 ‘아니, 신생국가 미국에서 프랑스로 수출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미국은 프랑스혁명보다 10여년 전인 1776년 독립을 선언했는데, 이때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쓴 이는 나중에 3대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토머스 제퍼슨으로 선언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그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이 제퍼슨은 프랑스혁명이 진행될 때 파리 주재 미국대사였는데 인권과 시민권 선포에 기여했다고 슈미트 총리가 설명했다(120~121쪽). 세계사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인 ‘미국 독립전쟁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구절이 갑작스레 훨씬 풍부해졌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 담은 ‘자명한 진리’로서의 천부인권론은 사실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가장 핫한 이론 가운데 하나였다. 제네바 출신의 장 자크 루소가 쓴 논문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년)과 ‘사회계약론’(1762년)이 당시 유럽 지성계를 강타한 것이다. 루소는 두 논문에서 ‘인간 조건의 모든 불쾌한 특성이 자연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 과정에서 파행해 불평등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함으로써 불평등을 제도화했다’면서 “인민이 좋아하면 수임자를 지정할 수가 있고, 또한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며 체제 전복도 옹호했다. 특히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프랑스 디종 아카데미가 1753년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라는 주제로 한 논문 현상 공모에 루소가 응모했다가 낙선한 논문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그는 앞서 1749년 디종 아카데미의 논문 현상 공모에서는 최고상을 받았다. ‘불평등의 창조’를 쓴 인류고고학자인 켄트 플레너리와 조이스 마커스는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대해 ‘찰스 다윈과 허버트 스펜서의 진화론보다 100년이 앞서고, 하인리히 슐리만의 고고학보다 120년이나 앞선 탓에 어떤 자료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통찰만으로 인류의 불평등을 진단했다’며 감탄한다. 이 자유·평등·박애와 같은 자명한 진리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면서 서로에게 깊이 영향을 주고 현대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인류의 불평등은 언제 시작됐을까. 인류학자들은 기원전(BC) 2500년부터 어느 문화권이든 나타난다고 한다. 1만 2000년 전 신석기혁명이 일어났으니, 농사를 지은 뒤 1만년쯤 지난 무렵이다. 불평등은 약 5000년도 안 된 셈이다. 5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대신 5만년 전에 나타난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를 기준으로 해도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평등하게 살았다. 즉 인류는 경쟁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협동하고 겸손하고 이타적으로 살아 3만년 전 빙하기도 뛰어넘고 대륙을 뛰어넘는 사상적 연대로 연결돼 발전해 온 것이 아닐까. 미국 시카코에 살인적인 한파가 닥치자 지난달 30일 모텔방 30개를 빌려 노숙자에게 제공한 30대 평범한 여성의 충동적인 용기는 지역의 이웃들에게도 영향을 줘 100여명의 노숙자들이 한파를 피하는 모텔에 있다고 한다. 두 달도 안 돼 새해가 또 시작됐고 새 각오를 하고 있다. 집안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저 작은 고양이조차 빅뱅 이후 지구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품은 생명체이거니 생각하니 문득 경외심이 솟고 팔뚝에 소름도 오스스 돋는다. 인류가 공존의 힘으로 수십만년을 진화해 왔다는 많은 연구들을 접하면서 자유·평등·박애가 다시 자명한 진리인 세상을 떠올린다. symun@seoul.co.kr
  • 나무 위에서 훌쩍…임팔라 사냥하는 표범

    나무 위에서 훌쩍…임팔라 사냥하는 표범

    나무 위에 숨어 있던 표범이 놀라운 점프력을 뽐내며 임팔라를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탄자니아 루아하 국립공원에 방문한 필 행킨슨이라는 남성이 포착한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표범이 임팔라를 영리한 은신술로 사냥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임팔라는 커다란 나무 아래서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나무 위에는 표범이 나뭇가지에 완벽하게 은신한 채 사냥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개코원숭이는 임팔라를 지켜보며 경고하듯 울음소리를 낸다. 사냥 순간을 찾던 표범은 결심한 듯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내려 그대로 임팔라를 덮친다. 놀란 개코원숭이 무리는 소리를 지르며 임팔라와 표범 주위를 에워싸지만, 표범은 임팔라의 목을 꽉 문 채 놓치지 않는다. 영상은 임팔라 숨이 끊어지기 전에 끝나지만, 촬영자에 따르면 임팔라는 표범의 입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30분 뒤에야 숨이 끊어졌다. 필 행킨슨은 “나는 아직도 내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경외심을 느낀다”면서 “표범이 임팔라에게 달려드는 데에는 2초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이드가 이런 장면은 5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말했다”면서 “카메라 촬영을 하지 않고 눈으로 담고 싶었기 때문에 촬영을 계속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사진·영상=케이터스 클립스/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와우! 과학] 2300년 전 진시황 할머니 무덤서 멸종 원숭이 발견

    [와우! 과학] 2300년 전 진시황 할머니 무덤서 멸종 원숭이 발견

    약 23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한 무덤에서 지금은 멸종된 유인원(원숭이)의 두개골 화석이 발견돼 학계가 연구에 나섰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 해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영국 런던동물학회는 중국 산시성에서 발견된 2300년 전 분실(무덤이 있는 방)안에서 현재는 찾아볼 수 없는 신종 긴팔원숭이 친척뻘의 유인원 두개골 조각을 찾았다고 밝혔다. 해당 무덤은 진시황의 할머니의 것으로, 여기에 함께 묻힌 원숭이는 진시황의 할머니가 생전 키우던 애완동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이 ‘쥔즈 임페리얼리스’(Junzi imperialis)라고 명명한 이 원숭이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이는 현존하는 긴팔원숭이의 친척뻘에 해당하며 현존하지 않는 멸종된 동물로 밝혀졌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속(屬, 생물 분류의 단위로 과(科)와 종(種)사이)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해당 두개골과 턱 부위는 현존하는 긴팔원숭이 20종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며,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발견된 적이 없었던 신종 긴팔원숭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신종 긴팔원숭이의 멸종 원인은 현존하는 유인원의 멸종 위기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왔다. 연구진은 “고대 중국에서는 긴팔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매우 고귀하게 여겨 종종 이를 잡아 애완동물처럼 키웠다”면서 “신종 긴팔원숭이 두개골이 발견된 무덤에서는 표범과 곰, 스라소니 등의 동물 뼈도 함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역사적 환경으로 살펴봤을 때, 애완동물로 키우기 위한 무분별한 사냥이나 숲이 무너지고 농업이 확장되는 등 서식지 파괴의 영향으로 멸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현존하는 긴팔원숭이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적은 것도 이 같은 역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긴팔원숭이 전문가 토마스 가이스만 박사는 “이 두개골의 발견은 매우 놀랍다. 이번 연구는 고대 중국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긴팔원숭이가 다수 서식했다는 증거가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대 중국인들이 영장류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영역을 광대한 산림에까지 확장하면서 긴팔원숭이의 멸종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 21일자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8월 8일 ‘섬의 날’이 갖는 의미와 가치/이재영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기고] 8월 8일 ‘섬의 날’이 갖는 의미와 가치/이재영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섬을 영어로 ‘Island’라고 하는데 여기서 ‘Is’는 바다, ‘land’는 땅을 가리킨다. 즉 ‘바다와 땅’이다. 섬을 육지와 동떨어진 곳으로 멀찌감치 인식하기보다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해양 영토의 확장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섬은 드넓은 해양 영토의 거점이자 해상교통의 중심지다. 독도 문제를 보면서 여타 한국의 섬들도 지정학적, 생태적, 자원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고히 해야 할 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3355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사 이래 처음으로 ‘섬의 날’이 제정돼 선포됐다. 8월 8일이다.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날은 불볕더위에 지쳐 섬과 바다가 한없이 그리운 한여름이고, 8자를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 의미로 넓은 대양의 의미를 살렸다. 또한 국토의 끝을 꿋꿋이 지키고 살아 낸 섬의 숲과 새들과 뭇 생명들, 나아가 태풍과 바람, 가난과 역경 속에서 섬을 지켜 낸 섬 주민들의 삶을 경외심으로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국회를 통과한 섬의 날 첫 기념식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이유다. 국민들의 인식 속에 섬이라는 곳은 ‘가기 힘든 먼 곳’ 으로 교통 여건 역시 여전히 불편할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동안 국가와 각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쳐 왔고 실제로 많은 환경적 변화를 가져왔다. 밖으로는 연륙·연도교를 개통해 외부의 접근이 쉽도록 하고, 안으로는 도서민의 여객선 운임비를 지원하고 있다. 선착장과 방파제 시설 등 섬 주민들의 기반시설 안정화에도 애써 왔다. 전남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섬 주민들의 생필품 물류비를 지원해 육지와 도서 간의 물가차액을 최소화하는 등 열악한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쏟았다. 이번 대한민국 ‘섬의 날’ 제정이 갖는 의미는 대한민국 영토 확장의 개념도 있지만, 섬 주민들과 섬의 문화, 그리고 이 독특한 공간이 갖는 고유한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된다. 섬은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 마지막 남은 소중한 비오톱(생태서식공간)이다.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섭과 훼손, 오염이 덜하기 때문에 연구하고 보존할 가치가 차고 넘친다. 아직도 우리는 섬에 대해 잘 모른다. 섬에 대한 개발이나 섬에 대한 접근 방식은 대단히 신중하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하는 이유다. 육지에만 한정됐던 관심의 절반의 절반이라도 섬으로 향해야 한다. 섬은 국토의 주변 머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 영토의 주권을 쥐고 있는 중심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전국 섬의 65%인 2165개를 갖고 있는 섬 왕국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가고 싶은 섬’ 정책을 통해 주민과 여행자들이 공존하는 생태여행지로, 무엇보다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섬 재생사업이 푸른 바다 위에서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섬의 날’ 제정은 육지부에 국한됐던 국민적 시각을 드넓은 해양 영토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우선 그 의미가 크다. 나아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해 국가 균형발전을 촉진할 중요한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섬들에게 희망을!
  • ‘해투3’ 타이거JK-윤미래, ‘내 노래를 불러줘’ 부부 맞대결

    ‘해투3’ 타이거JK-윤미래, ‘내 노래를 불러줘’ 부부 맞대결

    ‘해투3-내 노래를 불러줘’에서 최초의 부부 맞대결이 펼쳐진다. 대한민국 대표 ‘잉꼬 힙합부부’ 타이거JK와 윤미래가 각각 상대팀으로 출격하는 것.최근 진행된 KBS2TV ‘해피투게더3’ 녹화에서 타이거JK와 윤미래는 남다른 부부애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타이거JK는 아내 윤미래를 향한 경외심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힙합 레이블인 ‘필굿뮤직’의 사장인 타이거JK가 ‘소속사 사장이 누구냐’는 질문에 “실질적인 사장은 윤회장님”이라며 비선실세를 공개한 것. 더욱이 타이거JK는 ‘힙합 호랑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자존심은 결혼하자마자 없어졌다”며 윤회장님 앞에 온순한 새끼 호랑이의 모습을 보여 폭소를 유발했다. 반면 윤미래는 타이거JK를 쥐락펴락하며 ‘호랑이 잡는 조단이 엄마’의 위엄을 드러냈다. 윤미래는 ‘본인의 노래가 먼저 나오면 퇴근을 따로 할 거냐’는 질문에 “기다리겠다”고 답한 타이거JK에 반해 “그냥 집에 가겠다”며 철벽을 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도 잠시 윤미래는 타이거JK 앞과 MC 유재석 앞에서 극과 극의 표정을 지어 관심을 집중시켰다. 앞서 보여줬던 ‘호랑이 사냥꾼’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이 유재석의 왕팬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연발한 것. 이에 타이거JK는 “미래가 TV에 유재석 씨가 나오면 너무 심하게 행복해하더라. 그래서 유재석 씨를 흉내 내서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며 일편단심 사랑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윤미래는 “말 많은 거 저는 별로 안 좋아한다”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타이거JK에게 굴욕을 안겨 주변 모두를 포복 절도케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12일 목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가난한 민중들의 기이한 삶 그들을 사랑한 러시아 문호

    가난한 민중들의 기이한 삶 그들을 사랑한 러시아 문호

    가난한 사람들/막심 고리키 지음/오관기 옮김/장석주 해설/민음사/360쪽/1만 6000원열렬한 혁명가이자 대표작 ‘어머니’로 유명한 러시아 문호 막심 고리키(1868~1936).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스코프. 러시아어 ‘최대’라는 뜻의 ‘막심’과 ‘맛이 쓰다’라는 뜻의 ‘고리키’를 필명으로 짓고 ‘삶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겠다’는 의지로 글을 썼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고리키가 스탈린 체제와 불화하며 유럽을 떠돌던 1924년 펴낸 ‘일기로부터의 단상. 회고’라는 단행본에 실린 글 22편을 추린 것이다. 제목 그대로 러시아 각지에서 만난 민초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골 농민도 있고, 심약한 도시인도 소개하는데 흥미로운 건 인물들이 범상치 않다. 이웃들에 대한 고소를 남발하며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사는 모자 제조공, 건너편 집 사람들의 정사를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는 관음증 공장주, 시를 쓰고 노래하지만 아들을 때려죽이는 시계공 등 너무 특이해서 지어낸 소설 속 인물들 같다. 믿기 어려운 사람들의 어리석은 이야기를 줄줄 써내려 가는 고리키의 글은 한 편의 판타지 소설처럼 읽힌다. 러시아 민중에 대한 작가의 경외심은 혁명에 동조했던 이들의 허탈감도 재치 있게 표현한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 낭만주의자처럼 그녀를 숭배했지만, 어떤 파렴치한 놈이 나타나 우리 연인을 처참히 욕보였습니다.” 러시아 원전을 한국어로 옮긴 오관기 번역가는 스탈린의 러시아가 고리키를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작가’라든가 ‘레닌의 흔들림 없는 친구’ 등으로 과장되게 미화해 체제 선전 도구로 삼았고 한국 독자 대부분이 이렇게 이해하고 있지만, 이는 고리키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다양한 개성과 가능성을 지닌 러시아 민중을 깊이 사랑한 인본주의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광장] 방관자도 공범이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방관자도 공범이다/임창용 논설위원

    흑인 차별 의식이 미국 사회 깊숙이 고착화돼 있던 1960년대 초. 항공우주국(나사)에서 계산 업무를 하던 흑인 여성 캐서린은 어느 날 우주임무센터에 투입된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지자 캐서린의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활용하기로 한 것. 흑인 여성으로선 첫 센터 입성이었다. 캐서린은 그러나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 숨 막히는 나날을 보낸다. 출입구부터 화장실과 식당, 커피포트에까지 ‘유색인 전용’이란 표시가 붙어 있었다. 어려운 계산을 하다 말고 800m나 떨어진 화장실에 뛰어갔다가 오기를 반복해야 했다. 어느 날 실험에 문제가 생겨 급박한 상황에서 보스가 캐서린을 찾는다.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늦어 보스로부터 질책을 들은 그녀는 급기야 쌓인 분노를 터뜨린다. 모든 차별적 환경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주목되는 장면은 그녀의 보스인 알 해리슨의 대응. 그는 직접 화장실로 가 ‘유색인 전용’이란 푯말을 깨부순다. 나사엔 유색인 화장실이 아니라 그냥 화장실이 존재할 뿐이라면서. 이후 나사에선 제도적으로 흑인 차별이 사라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주를 향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치열할 때 나사 내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사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우리 검찰엔 나사의 해리슨 같은 보스가 한 명도 없을까’란 의문이었다. 장관이든 부장검사든 단 한 사람이라도 ‘싸워 보자, 도와줄게’라고 나섰다면 어떻게 됐을까. 장례식장에 동석했던 그 많은 선배 검사들은 왜 한 명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나서지 못했을까. 서 검사는 치욕적인 성추행을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너무 부당하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많은 사람이 말렸다”고 했다. 그저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입 다물고 근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성추행 피해자가 외려 마녀사냥감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8년간 눈물만 삼켜 왔다는 것이다. 서 검사는 검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다. 익명의 진정서나 투서도 아닌 실명으로 본인의 성추행 피해 이야기를 그토록 세세하게 폭로한 용기에 경외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당사자의 용기만으로 진실을 밝히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켜켜이 쌓인 한 조직의 치부는 은밀하고 단단하다. 구태의 관성은 웬만해선 멈추지 않는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법무부나 검찰의 모습을 보라. 서 검사의 폭로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아침과 저녁 때의 말이 다르다. 검찰도 처음엔 내부 감찰로 끝내려다가 파장이 확산되자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은밀한 범죄가 저질러지고 은폐되기 쉬운 권위적 조직문화는 검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성추행이나 차별, 인격 모독적인 갑질 행태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다. 모르는 체, 못 본 체하는 방관자들로 가득한 조직문화는 이런 범죄를 부추긴다. 이젠 서 검사의 주변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용기를 발휘할 때다. 두렵더라도 보고 들은 대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장례식에선 차마 용기가 없어 모른 체했지만 이제라도 돕겠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진실이 덮이지 않고 검찰의 조직문화도 바뀐다. 역사적으로 성추행과 고문 같은 은밀하게 저질러지는 범죄의 진상은 주변인들이 방관을 거부하는 용기를 냈을 때 비로소 밝혀졌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도 현장을 본 한 의사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있었기에 드러날 수 있었다. 시인 김수영은 이미 1970년대에 ‘무서워서 편리해서 살기 위해서’ ‘그저 그저 쉬쉬하면서’ 살고 있느냐며 불의를 방관하는 우리를 질타했다. 뻔히 알고 뻔히 보이는데도 각종 핑계를 대고 자기를 합리화하며 입 다물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모두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는 김수영의 시 제목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아니면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가 내리는 명령에 조용히 따르면서 평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관자도 공범이다. sdragon@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스푸트니크에 대한 단상

    [남순건의 과학의 눈] 스푸트니크에 대한 단상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에 ‘스푸트니크의 연인’이 있다. 1957년 구 소련에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려 올해로 60년이 되었다. 지름 58㎝, 무게는 84㎏ 정도인 작은 물체를 인간이 최초로 지구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린 뒤 고도 480㎞ 정도에서 지구 궤도를 돌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이 사건 직후 미국에서는 소련과의 경쟁에서 뒤졌다는 긴장감이 돌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교육을 전면 개편하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에 부딪혔다. 과학계에서는 과학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용적인 교육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기초과학 교육을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과학자들이 주도한 과학기술 교육 쇄신이 성공했다. 그 덕분에 미국의 과학기술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지위를 지킬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사회 발전이 가능했다.이후에 미국의 과학교육의 개편은 교육학자나 시민단체가 아닌 과학자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실험실습을 더 강조하고 기초과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과학교육이 등장한 것이다. 개편된 과학교육을 받은 미국인들이 인공심장, 개인용 컴퓨터, 심우주 탐사선을 발명했다. 이런 점은 과학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노쇠해 있는 한국 과학계의 리더십과 대비된다. 요즘 미국 과학교육에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중국, 한국 등의 중·고등학생에 비해 수학 과학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의 과학교육은 미국이 부러워할 정도인가? 여기에는 평균점수가 주는 착시 현상이 있다. 분명 한국 학생의 평균 성적은 미국 학생의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최상위권 수준의 성취도를 보인 학생 비율은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적다. 그리고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수월성은 과학고, 과학기술대학에서만 된다는 매우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수학, 과학을 재미있어하는 학생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입시만 끝나면 곧바로 과학을 멀리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입시 때문에 기형적으로 왜곡된 과학교육 때문이다. 입시에서는 맹목적으로 정답을 빨리 찾는 훈련만 하기 마련이다. 자연의 신비에 놀라워하는 경외심은 입시에서 불리하다고 문제풀이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과학의 핵심이지만 점수 받기가 쉽지 않은 물리과목은 외면받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계속 경종을 울리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에 정치계는 제대로 반응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간산업은 하나하나씩 경쟁력을 잃고 있다. 조선산업이 한번 비틀거린 후 회복하지 못하는 양상은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특히 가장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분야도 조만간 중국에 추월당하고 나면 복원력을 상실한 물건처럼 축 늘어질 것이다. 이제 창의력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인재들이 보다 많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스푸트니크의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 인공지능 ‘알파고’로 다가왔다.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배출할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교육계에서는 기껏해야 코딩 교육 의무화 정도의 별로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은 방안들만 나오고 있다. 코딩 교육 역시 암기 위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를 잘 알고 코딩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 코딩 교육이다. 반면 자연의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법칙의 지배를 받는 우주 속에 살고 있다. 어떤 실용적인 것이 나오더라도 자연법칙을 벗어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과학 교육이 실용교육보다 더 큰 비중을 가진 것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 각 교과목을 담당한 교육계의 공평무사한 것만을 중시하는 교육부의 고루함이 하루속히 혁신되어야만 한다.
  • ‘나의 아저씨’ 아이유X이선균, 출연 확정 “따뜻한 인간애 느낄 것”

    ‘나의 아저씨’ 아이유X이선균, 출연 확정 “따뜻한 인간애 느낄 것”

    2018년 상반기 기대작인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이선균, 아이유, 나문희, 오달수, 송새벽 등 주요 출연진을 확정짓고 곧 제작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나의 아저씨’는 ‘미생’,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또 오해영’ 박해영 작가가 의기투합해 ‘믿고 보는’ 제작진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내고 있는 아저씨 삼형제와, 그들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삶의 고단함을 겪어왔던 거칠고 차가운 여자가 상대방의 삶을 바라보며 서로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선균은 삼형제 중 둘째인 박동훈 역을 맡았다. 인생의 내리막 길을 달리는 형과 동생 사이에서 안전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건축회사의 구조기술사로 근무한다. 묵묵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이 시대의 중년 역할을 매력 넘치게 보여줄 예정. 아이유는 퍽퍽한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이지안 역을 맡았다. 3개월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한 회사의 대표이사 사주로 박동훈의 약점을 찾아내는 스파이를 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의 따뜻한 매력에 빠져들어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된다. 앞서 아이유가 해당 작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수 팬들은 ‘20대 여성과 40대 남성의 로맨스’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출연 반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박동훈의 형 박상훈 역으로는 충무로 섭외 0순위 배우 오달수가 열연한다.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 후 사업을 두 번이나 말아 먹고 집에서 쫓겨난 위기의 중년. 엄마 집에 빌붙어 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행복을 논하는 낭만적인 캐릭터다. 삼형제 중 막내 박기훈 역으로는 대체 불가 배우 송새벽이 맡았다. 스무 살에 대충 찍은 독립영화로 칸 영화제에 다녀올 정도로 천재 감독으로 주목 받았지만 20년 째 영화감독 데뷔도 못한 채 업계를 전전하다가 운명처럼 영화판을 단념하게 되는 계기를 맞이한다. 마지막으로 삼형제의 어머니 변요순 역은 이 시대의 어머니 상을 연기하는 명품 배우 나문희가 열연한다. 돈 잃고 별거 중인 큰아들 상훈과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막내 기훈 때문에 걱정이 마를 날 없는 모정을 보여줄 예정. ‘나의 아저씨’ 제작진은 “캐릭터를 통해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도록 섭외에 심혈을 기울여왔는데, 역할에 적격인 배우들을 만나게 돼 기대가 크다”며, “작품의 감정선을 따라 가다보면 ‘인간의 매력’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아저씨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나의 아저씨’는 tvN 수목극으로 편성이 확정돼 ‘마더’ 후속으로 2018년 상반기 시청자들을 찾아가며, 12월 중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산소리, 새소리, 음악소리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산소리, 새소리, 음악소리

    가을의 시간은 유독 알레그로(빠르게)로 흘러가는 듯하다. 아름다운 만큼 아쉬운 계절이 또 지나가고 있다. 이곳저곳 가릴 것 없이 총천연색의 붉은 기운으로 가득 찬 산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1년 중 지금뿐이다. 이제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오로지 산길 산책을 위해 혼자 여행을 떠나곤 했다. 단풍의 대명사인 내장산도 자주 갔었는데, 단풍 시즌의 인파 속에 섞일 자신이 없었던 나는 산이 붉어지기 직전 주변의 산책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의 정기를 만끽하는 것에 만족했다.며칠 있으면 더 농염하게 변할 산의 색채를 상상하며 그곳에서 들었던 음악은 바흐의 칸타타와 수난곡 등 합창 음악들이었다. 절대음악의 순수성을 깊은 신앙으로 강조했던 바흐의 음악을 산속에서 듣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신에 대한 경외심으로 살았던 바흐가 만들어 낸 음악 이상으로 자연에 가까운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풍경과 음악이 만들어 내는 절묘한 매치는 훌륭했다. 숲길을 걸으며 작품을 구상하곤 했던 베토벤은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작곡가였다. 그의 대표작 ‘전원’ 교향곡의 2악장 말미에는 새들의 노래가 관악기들을 통해 등장한다. 꾀꼬리(플룻), 뻐꾸기(클라리넷), 메추리(오보에)들의 노래인데, 마음 내키는 대로 지저귀는 새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하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주고받는 세 관악기 주자들의 모습은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빚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쓸 당시 30대 후반의 베토벤은 청각장애가 심각한 상태여서 숲의 소리들을 듣기가 어려운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먼저 그가 남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서도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작곡가의 슬픈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요컨대 이 새들의 노래는 어디까지나 관념 속 소리이나 악성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실제의 소리를 능가하는 사실성을 지닌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프랑스 작곡가 중 베토벤을 특별히 사랑했던 인물이 있는데, 바로 뱅상 댕디(1851~1931)다. 그가 만든 ‘프랑스 산사람의 노래에 의한 교향곡’은 존경하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 댕디는 할아버지 대부터 소유하고 있던 프랑스 세반 지방의 산골에서 매년 여름을 보냈는데, 이 지방 양치기의 노래를 듣고 착안했다고 알려진 이 작품은 1887년 파리 음악원에서 초연됐다. 모두 세 악장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가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해 피아노 협주곡과도 유사한 특이한 편성이다. 작품 전체를 통해 여러 번 등장하는 ‘산사람의 주제’는 작품의 앞부분 잉글리시 호른의 연주로 제시되는데, 어딘가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어느 나라 민요나 공통으로 지닌 특징인 편안함과 낙천적인 기분도 드는 작품이다.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작곡가인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의 ‘종달새의 비상’은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07년 시즌 프리 프로그램에서 연기했던 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윌리엄스가 영국 시인인 조지 메러디스가 쓴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영감을 나타냈으며, 시의 내용은 전원생활로 회귀해 편안하고 근심 걱정 없는 생활을 동경하는 시인의 마음을 한없이 자유로운 모습의 종달새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바이올린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동시에 종달새가 날아다니며 위아래로 빠르게 도약과 하강을 반복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현재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더 많이 연주되는 이 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편성으로 된 첫 발표는 1914년이었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으로, 작곡가는 전운이 감도는 도버해협을 오가는 도중 메모지에 악보를 그려 가며 작품을 완성했다. 어지러웠던 시대, 평화와 안식을 원하는 시인과 작곡가의 교감이 이루어진 독창적인 걸작이다.
  • [길섶에서] 경외심/이동구 논설위원

    곤충, 물고기, 야생동물들의 삶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 영상물은 볼 때마다 숙연한 마음이 든다. 놀랍고도 신기한 그들의 능력과 함께 희생적인 삶이 감동을 준다. 모기는 빗줄기를 피해서 날아다닐 수 있고, 못생긴 꽃등에는 초당 1000번 이상의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개미, 매미, 나비 등 우리 주변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곤충들도 사실은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신의 창조물이자 지구를 공유하며 살고 있는 이웃들임을 일깨워 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식 사랑이다. 어떤 거미는 새끼 수십, 수백 마리를 머리에다 붙인 채 몇 개월을 참고 지낸다. 제주도 문섬 주변에서 서식하는 줄도화돔 수컷은 암컷이 낳은 알을 수정한 뒤 입안에 한가득 담은 채 생활한다. 그 기간 내내 먹이 활동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천적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희생이다. 본능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삶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모성애, 부성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물고기, 벌레 한 마리에도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세상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 오른팔 없는 14세 포수, MLB 경기 시포

    오른팔 없는 14세 포수, MLB 경기 시포

    2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던 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클리블랜드 경기에 앞서 여느 시구-시포와 다른 시포자가 눈길을 끌었다.시구자는 볼티모어 투수 출신으로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짐 팔머(72). 그런데 그의 시구를 받아낸 14세 소년은 오른팔이 없어 왼팔만으로 공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팔머가 뿌린 공을 미트로 받은 그는 마운드 옆에 있던 존 러셀(56) 볼티모어 벤치 코치에게 깔끔한 송구를 완벽하게 해냈다. 물론 모든 동작을 왼팔로만 해냈다. 공을 받아 살짝 공중으로 띄운 뒤 재빨리 미트를 벗어 다시 맨손으로 공을 잡아 송구까지 해낸 것이다. 주인공은 테네시주 코너스빌 중학교 야구팀의 주전 포수 겸 3번 타자로 활약하는 루크 테리. 두 살 때 박테리아 감염 합병증으로 세 차례 수술 끝에 오른쪽 어깨 아래를 모두 잃은 테리는 “원래는 공을 잡고 글러브를 벗은 뒤 땅에서 공을 주워 송구했다. 하지만 이게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 이 방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몇 년이 걸려서야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장애를 극복한 테리의 시포를 옆에서 지켜본 볼티모어 포수 케일럽 조지프(31)는 경외심을 토로했다. 그는 “무척 우아한 동작이었다. 분명 수천 번은 연습했을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내게도 두 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내 아들도 어떤 비극과 마주하더라도 테리처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테리의 시포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 건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블A에서만 4년을 머물렀는데 정말 야구를 포기할 뻔했다. 돈도 없었고 식탁을 채우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테리의 삶 역시 그랬을 거다. 그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테리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 등장한 여러 ‘외팔 선수’들이 적지 않은 용기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미네소타주립대에 재학 중인 파커 핸슨(21)은 오른손만 갖고 태어나 주축 선수로 활약 중이고 오른손 투수 조시 스티븐스(18)는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 진학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美백악관 보좌관 “한국의 부드러운 정권교체 감명···질투날 정도”

    美백악관 보좌관 “한국의 부드러운 정권교체 감명···질투날 정도”

    한국을 방문 중인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6일 청와대·외교부 방문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포틴저 보좌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이정규 차관보를 면담한 후 취재진과 만나 사드를 논의했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폭넓은 이슈를 논의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우리 동맹의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드는 이미 정해진 사안으로, 앞으로 계속 대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사실상의 ‘트럼프 특사’인 포틴저 보좌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조속히 열기 위한 일정을 조율했다”면서 “오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를 전달했다. 어서 만나고자 하는 두 정상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오는 6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윤 수석은 “상세한 일정과 의제 등은 외교 경로를 통해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 간 개인적인 유대와 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도록 관련 준비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틴저 보좌관은 “한미 정부는 모두 젊은 정부이지만, 우리의 동맹은 역사가 깊다(old alliance)”며 “동맹의 뿌리는 어느 때보다 강하며, 양국 신정부 하에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포틴저는 또 “한국의 부드러운 정권교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마치 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쉬운 것처럼 보일 정도”라며 “조금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세계에 모범을 보였다”면서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그리고 신정부와 함께 일주일간 이룬 성취에 경외심을 느낀다”고 찬사를 보냈다. 포틴저 보좌관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행위가 지역 정세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며, 올바른 조건에서만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포틴저 보좌관 일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면서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밝힌 ‘고위 자문단’이다. 이들은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참석한 뒤 한국을 찾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세계 평화 일궈온 과학, 한국 미래 위한 역할 찾자

    [남순건의 과학의 눈] 세계 평화 일궈온 과학, 한국 미래 위한 역할 찾자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제롬 케이건 명예교수는 과학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하던 한 세기 전에 비해서 최근 물리, 화학 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몇 가지 이유로 보다 불확실해진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우선 과학에서 개념과 방법이 일반인 이해 수준을 넘어 너무 어려워졌다. 갈릴레오의 자유낙하 실험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수준으로도 이해가 가능하지만 인플레이션 우주론이나 끈이론 같은 수학적으로 복잡한 이론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과학의 산물로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섞는 것 같은 윤리적 문제,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 방사능 오염 등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발전상을 기대하면서도 그것의 부작용을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과학자들 스스로도 이러한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경제발전이 일어난다는 큰 전제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학이 갖고 있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세계 평화에 대한 기여다. 최근 세계에서는 서로 빗장을 닫아걸려는 분위기가 강하게 일고 있다. 나와 우리만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나만이 옳고 나와 반대되는 집단은 용납하지 못한다고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정치와 외교로만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역사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7년 동안 수천만명이 죽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각 나라 간에 서로에 대한 갈등의 깊이가 어떠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많은 노력 중 하나가 1954년 설립된 CERN이라는 유럽 국가 간의 공동연구소이다. 서로 전쟁을 하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2개 국가가 자연의 근본원리와 우주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 이후에 동유럽의 공산권이 해체된 후에는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 수만명 학자들이 서로의 정치적 이념과 경제적 수준 차와 무관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집단에 대해 이해하게 됨으로써 지구촌 사회를 만드는 씨앗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 이념으로 쉽게 갈라질 수 있는 문화예술계보다 평화에 다가가는 데 과학이 기여하는 점이 더 클 것이다. 물론 힉스 입자 발견같이 대단한 과학적 성과들도 여러 개 나왔다. 또 인류에 크나큰 경제적인 선물도 주었는데 인터넷의 활용에 필수적인 웹브라우저를 최초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 기여한 바를 제대로 계산해 보면 단연 으뜸으로 꼽힐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개방화에도 기여해 국민들이 직접민주주의에 가깝게 가도록 직접 여론을 개진할 수 있게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의 모든 면에서 매우 암울해 보인다. 줄어드는 인구, 높아지는 국가 간 장벽, 조만간 우리를 넘어설 중국의 과학기술력, 구태에 머물러 있는 정·재계의 구조를 보면 백약이 무효일 것 같아 보인다. 어두운 터널 끝, 빛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라 감히 생각한다. 올해 안에 앞으로 5년을 책임질 사람이 선출될 텐데 과학기술에 대해 보다 많이 고민하는 사람이 뽑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의 언저리를 맴도는 사람들이 아닌 제대로 된 과학자들에게 ‘한국에서 큰 그림으로 본 과학의 역할’을 질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학계는 이런 미래 설계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틀에 머무르지 말고 이제껏 가지고 있던 편협함을 넘어서서 국가 설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 클린턴 부부의 ‘사랑과 전쟁’…결혼 41주년 기념 트윗

    클린턴 부부의 ‘사랑과 전쟁’…결혼 41주년 기념 트윗

    "당신은 나의 최고의 친구이자 체인지 메이커야!" 지난 11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트윗을 남겼다. 이 날이 바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의 결혼 41주년이기 때문. 빌 클린턴은 "41년 전 나는 최고의 친구이자 ‘체인지 메이커’(changemaker·변화를 만드는 사람)와 결혼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다"고 썼다.(41 years ago I married my best friend and the finest changemaker I’ve ever known. And yes, I’m still in awe of her!)   지난해 결혼 40주년을 기념한 트윗과 별 차이는 없지만 이번 글이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빌 클린턴이 사면초가에 놓인 트럼프의 집중포화를 대신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영욕의 세월이라는 의미가 딱 들어맞는 빌 클린턴과 힐러리의 인연은 지난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사람은 예일대 로스쿨의 도서관에서 안면을 터 이듬해 연인관계가 됐다. 힐러리가 두 차례나 청혼을 거절할 만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1975년 10월 11일 아칸소주 페이엣빌의 주택 거실에 하객 15명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부부이자 정치적인 동지로 뜻을 함께하며 클린턴은 42대 미국 대통령으로, 부인 힐러리는 뉴욕주 상원의원과 국무부 장관을 거쳐 이제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에 올라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빌 클린턴의 '추악한 과거'를 다시금 상기시킨 것은 최근 음담패설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다. 9일(현지시간) 열린 2차 TV토론에서 트럼프는 폴라 존스 등 빌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과 연관된 여성 3명을 토론장에 손님으로 초청했다. 이어 트럼프는 “빌 클린턴은 여성을 공격했고 힐러리는 피해자를 비웃었다”면서 “힐러리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빌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을 들춰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 공격에 힐러리는 "그들은 저급하게 가지만, 우리는 고상하게 가자”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발언을 인용하며 여유있게 받아넘겼지만 속마음은 편치 않을 터. 실제 빌 클린턴은 아칸소주 주지사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여러 여성들과의 성추문으로 정치는 물론 결혼생활의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중 지난 1998년 대통령 재임 중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대표적. 당시 클린턴은 힐러리에게 용서를 받을 때까지 몇 달 동안 백악관 소파에서 밤을 보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디케의 안대와 배리스터의 가발/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열린세상] 디케의 안대와 배리스터의 가발/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 디케(Dike)는 한 손에 저울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는 공평무사한 판단과 엄정한 법의 집행을 표상한다. 그런데 정의의 여신은 눈을 왜 안대로 가린 것일까. 원래 신화상으로는 눈을 가리지 않았으나, 중세에 독일의 풍자극에서 눈을 가린 모습으로 묘사한 데서 유래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그 이유는 주관적인 편견과 선입견이 없도록 하는 데 있다. 이에 반해 혹자는 오히려 눈을 똑바로 뜨고 정의와 진실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뜨고, 서 있지 아니하고 앉아 있으며, 또한 칼 대신에 법전을 들고 있다. 법대에 앉은 판사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영미법계 국가의 법정에서 변호사(Barrister)가 착용하는 가발도 유사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가발을 쓴 변호사들이 서로 비슷하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판사로 하여금 차별이 없는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고자 한다. 반론도 물론 있다. 원래 가발은 프랑스의 국왕이 착용한 것인데 영국의 왕실, 귀족 및 법정 변호사가 하나의 패션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퇴임 판사인 변호사, 즉 소위 전관 변호사의 불공정 개연성 논란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법 제도화를 정착시킨 대표적인 나라가 홍콩이다. 홍콩법원에서는 법관 임용 시 변호사 개업 포기 각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경력 변호사들의 판사 임용 지원은 자못 신중하다. 일단 판사로 임명되면 이후 법관 경력이 도움 될 변호사로의 활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호주도 홍콩과 유사하나 법관 임관 1년 이내에 퇴직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허용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영국 등에서는 사법문화 전통의 일환으로 전관 변호사의 소송 관여가 금기시된다. 모두 다 전관 변호사의 재판부와의 과거 친분 등에 따른 불공정성 개입 또는 의혹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법 제도 또는 사법문화를 공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성숙한 선진 법제도와 사법문화는 법관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의 표시와 동시에 상응하는 철저한 헌신과 자기 희생도 함께 요구한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모두 엄격하다. 미국의 ‘경영판단의 법리’는 참조할 만한 좋은 사례가 된다. 통상적으로는 회사의 임원진이 내린 경영 판단은 최대한 존중되고 사후적인 사법 심사는 가급적 자제된다. 그러나 임원진의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입장이 완전히 돌변한다. 그 경우 경영 판단 사항은 더이상 이 원칙에 따른 보호 자체가 불가능하고 더 엄격한 기준에 의한 사법 심사와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만이 문제 된다. 최근의 충격적인 공직자 비리 문제 등으로 공정, 형평 그리고 엄중한 법 집행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에 부응하려면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스스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전관예우 등의 문제는 사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그리고 사법부 자신의 문제라는 점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어쩌면 아직도 전관예우 등에 관한 논란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 사법문화의 후진성을 반증하는 셈이다. 또 전관예우가 가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이 문제 해결을 더 미루면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와 권위도 잃을 것이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전관예우 등의 문제 해결에서부터 시작해 바로 사회 전반에 걸친 엘리트 카르텔 형태의 부패와 비리를 근원적으로 척결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초 토양 자체는 김영란법으로 이미 어느 정도 준비돼 있다. 이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법부 자신의 가혹할 정도의 자성과 반성, 확고한 실천 의지, 그리고 강력한 추진과 실천이다. 범사회적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감독이야말로 청렴하고 모범적인 선진 사법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데 가장 주요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 [영화 多樂房] 스티브 잡스

    [영화 多樂房] 스티브 잡스

    대니 보일 감독과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에게는 분명 외람된 일이겠으나 영화 ‘스티브 잡스’의 제작진 크레디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사람은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이다. ‘어 퓨 굿 맨’(1992) 때부터 탁월한 이야기꾼이었고, ‘웨스트 윙’ 등의 드라마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소셜 네트워크’(2010)와 ‘머니볼’(2011)의 각본은 숨이 막힐 만큼 멋졌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를 스크린에 재현해내는 데에는 페이스북 설립자(‘소셜 네트워크’)나 미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머니볼’)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용기와 노력, 그리고 재능이 필요했을 것이다. 잡스와 그의 제품에 대한 경외심의 중량은 곧 부담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킨은 모든 불안을 불식시키고 본인이 얼마나 독보적인 각본가인지를 증명해냈다. 영화평에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각본의 우수성을 먼저 말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다. 영화는 단 세 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시퀀스는 1984년 매킨토시 론칭, 두 번째는 1988년 넥스트 큐브 론칭, 그리고 세 번째는 1998년 아이맥 론칭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상황이다. 카메라는 부산히 마지막 점검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잡스를 쫓는다. 시퀀스마다 잡스의 기업가적 지위나 상황은 달라져 있으며, 그에 따라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바뀌어 있지만 구성은 거의 유사하다. 각 시퀀스는 행사를 앞둔 상황의 긴박감, 일대일로 대면하는 사람들과의 갖가지 갈등, 열광 속에 시작하는 행사를 담고 있으며, 주인공은 1막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2막과 3막에서도 만나고, 1막에 등장했던 대사나 대화들은 2막과 3막에서도 조금씩 변형되어 등장한다. 3막쯤 오면 2막에서의 학습효과와 더불어 자잘한 디테일들까지 때론 세련되고 때론 위트 있게 살려내는 솜씨에 소름이 끼친다.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잡스의 캐릭터가 서사 구조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각본가가 이 세계적인 독선가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마크 저커버그의 별난 성격과 도의적 무책임을 꽤나 객관적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영화는 잡스의 저 유명한 괴팍함과 대인관계 장애를 파고든다. 스티브 워즈니악, 존 스컬리, 조안나 호프만 등 동료들은 물론이고 딸 리사와도 갈등을 겪었던 잡스의 캐릭터는 초반부 강하고 건조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데 이것은 기업가로서 그의 위대함과 함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호환성 대신 ‘아우라’를 가진 IT 기기, 소비자의 논리보다 욕망을 공략했던 스티브 잡스는 이제 그가 선보인 어떤 제품보다도 더 크게 숭배받고 있음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자, 이제 각본을 충실히 해석하고 발전시켜 살아있는 인물 및 영상으로 빚어낸 배우들과 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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