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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골프회원권 시장도 강타

    ‘김영란법’ 골프회원권 시장도 강타

    올 9곳 퍼블릭 변신·12곳 예정 무기명 회원권 사용 접대 간주 경영난 골프장 더욱 궁지 몰려 ‘회원제→대중제’ 전환 불가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국내 골프장 지도까지 바꿀까. 경기 하락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골프 회원권 시장이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회원제 골프장(회원제)에서 대중제 골프장(퍼블릭)으로 변신하는 곳도 크게 늘고 있다. 6일 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 현재 군 골프장을 제외한 전국의 골프장은 485개다. 이 가운데 퍼블릭이 266개로 219개인 회원제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 올해 9개가 퍼블릭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전환 예정인 곳도 12개에 달한다. 골프장 홀 수를 기준으로 회원제와 퍼블릭의 비중은 지난 6월 현재 회원제(48.2%)와 퍼블릭(47.8%)이 비슷했지만 이마저도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 비중은 2006년 23.5%에서 해마다 3~5% 포인트씩 증가하는 추세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역전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회원권 거래가 실종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은 개인이나 회사법인이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일정 금액을 내고 사들이는 이용권으로 과거 회원권은 한때 수백~수천만원을 ‘뻥튀기’하는 투자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특히 ‘무기명 회원권’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말 그대로 누가 사용하는지 정해 놓지 않은 회원권으로, 익명성은 물론 예약과 그린피 할인 혜택까지 갖춘 덕에 주로 기업에서 접대용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한때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회원권 시장을 주도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이면서 위기를 맞았고 김영란법 시행으로 시장에서 아예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무기명 회원권’으로 골프를 쳐도 비회원 그린피 접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캐디피와 카트 사용료 등을 한 팀 네 명이 나눠 내더라도 1회 비용은 20만∼30만원이다. 이렇게 공직자 등에 대한 기업들의 골프 접대가 원천 봉쇄되면서 무기명 회원권의 소비와 공급도 급감하고, 이는 회원제 골프장들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게 뻔하다. 결국 회원제 골프장들은 어쩔 수 없이 퍼블릭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무기명 골프회원권의 몸집이 쪼그라들면서 회원권 전체 시장이 부실해지고, 그렇잖아도 경영난에 허덕이던 회원제 골프장들이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서 “살길을 모색하던 이 골프장들이 택한 건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변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퍼블릭’으로 불리는 대중제의 장점은 골프장 전체에 부과되는 무거운 세금 대신 일반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 외에 입장료에 붙는 4만원가량의 소비세가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내장객을 불러모으는 효과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김영란법, 국내 골프장 지도까지 확~바꾼다

    김영란법, 국내 골프장 지도까지 확~바꾼다

    접대골프 상징 ‘무기명 회원권’ 설 자리 잃어 .. 골프장 경영악화 부채질부실 -> 대중제 전환 골프장 증가세 가속 .. 회원제와의 격차 점점 커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국내 골프장 지도까지 바꿀까. 경기 하락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골프 회원권 시장이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회원제 골프장(회원제)에서 대중제 골프장(퍼블릭)으로 변신하는 곳도 크게 늘고 있다. 6일 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 현재 군 골프장을 제외한 전국의 골프장은 485개다. 이 가운데 퍼블릭이 266개로 회원제 219개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 올해 9개가 퍼블릭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전환 예정인 곳도 12개에 달한다. 골프장 홀 수를 기준으로 회원제와 퍼블릭의 비중은 지난 6월 현재 회원제(48.2%)와 퍼블릭(47.8%)이 비슷했지만 이마저도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 비중은 2006년 23.5%에서 해마다 3~5% 포인트씩 증가하는 추세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역전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회원권 거래가 실종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은 개인이나 회사법인이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일정 금액을 내고 사들이는 이용권으로 과거 회원권은 한때 수백~수천만원을 ‘뻥튀기’하는 투자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특히 ‘무기명 회원권’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말 그대로 누가 사용하는지 정해 놓지 않은 회원권으로, 익명성은 물론 예약과 그린피 할인 혜택까지 갖춘 덕에 주로 기업에서 접대용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한때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회원권 시장을 주도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이면서 위기를 맞았고 김영란법 시행으로 시장에서 아예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무기명 회원권’으로 골프를 쳐도 비회원 그린피 접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캐디피와 카트 사용료 등을 한 팀 네 명이 나눠 내더라도 1회 비용은 20만∼30만원이다. 이렇게 공직자 등에 대한 기업들의 골프 접대가 원천 봉쇄되면서 무기명 회원권의 소비와 공급도 급감하고, 이는 회원제 골프장들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게 뻔하다. 결국 회원제 골프장들은 어쩔 수 없이 퍼블릭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무기명 골프회원권의 몸집이 쪼그라들면서 회원권 전체 시장이 부실해지고, 그렇잖아도 경영난에 허덕이던 회원제 골프장들이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서 “살길을 모색하던 이 골프장들이 택한 건 회원권 제도가 없는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변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퍼블릭’으로 불리는 대중제의 장점은 골프장 전체에 부과되는 무거운 세금 대신 일반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 외에 입장료에 붙는 4만원가량의 소비세가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내장객을 불러모으는 효과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불황에 법정 관리 급증… 법원 파산부 ‘재계 12위’

    불황에 법정 관리 급증… 법원 파산부 ‘재계 12위’

    경기 침체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경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하는 기업의 전체 자산 규모는 국내 기업집단 중 12위에 이를 정도로 팽창했다. ●매달 80개 기업 회생 절차 신청 5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전국 법원에 모두 562개 법인(개인법인 제외)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 달 평균 80개 기업이 법원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540개)보다 20여개 이상 늘었다. 기업회생은 채무를 갚을 수 없는 법인이 채무조정이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법원이 관리하는 절차다. 2013년 835개, 2014년 873개가 회생을 신청했고 지난해 925개 법인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1000개 가까운 기업이 회생 신청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 중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하는 곳은 450개에 이른다. STX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자산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기업들이 연달아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들 기업의 총자산 규모가 26조원을 넘어섰다. 자산 총액으로만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19위를 차지한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신세계그룹에 이어 12위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 30명 중 기업회생 담당은 17명으로 판사 1명이 26건, 1조 5000억원 규모의 기업 사건을 다루는 셈이다. ●최근 3년 회생·파산 年 20%씩 늘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에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한 자산 규모가 30조원대에 육박하면서 ‘재계 서열 5위’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2000년대엔 감소세를 보이던 자산 규모는 2010년대 들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기업이 늘면서 다시 상승했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법인 회생이나 파산 사건이 매년 20%씩 늘고 있다”며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경기 불황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97@gmail.com
  • [사설] 노벨상 꿈 키우는 서경배의 3000억 출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과학재단을 만든다고 한다. 사드 갈등을 비롯한 정치권의 갈등으로 시끄러운 요즘 오랜만에 들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만드는 재단은 앞으로 연구 기반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기초과학 육성에 힘을 쏟는다고 하니 더더욱 높이 평가하게 된다. 국가가 나서서 할 일을 기업인이 그것도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을 쏟아부어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결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앞으로 지원 규모를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도 했다. 일부 기업의 오너들이 재단을 설립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속세 등을 피해 가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서 회장의 과학재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큰 까닭이 바로 거기 있다. 그가 첫 조치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이 필요 없는 우선주부터 출연하겠다고 나선 것도 상속에 재단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의 진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화장품 회사가 기초과학 지원에 나선 것도 놀랍다. 보통 기업들이 과학 투자에 잘 나서지도 않거니와 투자한다고 해도 당장 돈이 되는 반도체·통신 등 응용과학에 나선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 성과보다 멀리 내다보고 기초과학에 미래를 걸었다. 많은 부를 창출하는 응용과학도 사실 기초과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기초과학의 저변을 다지겠다는 그의 계획이 앞으로 과학계와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의 지원에 힘입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그는 “과학을 포기하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까지 갔지만 연구소에서 수백 번의 실험 끝에 내놓은 신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경험하면서다. 아모레퍼시픽이 K뷰티의 선구자로 꼽히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100대 혁신기업 28위에 오른 것도 다 이런 그의 경영철학이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기업인들의 일탈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존경받는 부자가 나올 때가 됐다. 세계 최고 부자인 미국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는 이제 기업가보다 자선사업가로 더 유명하지 않는가. 서 회장처럼 다른 기업에서도 사회적 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 ‘기사회생’ 현대상선, 한진 자산 인수 여력 있나

    ‘기사회생’ 현대상선, 한진 자산 인수 여력 있나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핵심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실제 현대상선이 그럴 여력이 있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겨우 구조조정을 마친 현대상선이 무리하게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다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 매입에 필요한 비용은 최대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의 직원은 4824명이고, 컨테이너 노선은 71개다. 영업망은 지역본부 4개에 영업소 54곳, 대리점 52곳, 165개 네트워크로 구성됐다. 또 미국 2개, 유럽 2개, 아시아 4개 등 8개의 해외 터미널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컨테이너선 등 회사 선박도 59척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제값을 받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인수에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인 만큼 보유 자산도 많고, 인력과 영업망도 최고 수준이라 합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 구조조정을 마친 현대상선의 인수 여력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을 떠나오면서 약 1조 2000억원을 받아서 나왔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해 밀어준 자금이다. 하지만 1조 2000억원의 자금 중 현재 남은 것은 6000억~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1조 2000억원 중 이전에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현대상선이 빌린 돈을 제하고 나면 실제는 9000억원 정도가 남는데, 올 2분기 2543억원의 적자를 봤다”면서 “춘궁기를 버티기에도 넉넉하지 않은 자금이다. 자칫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만 발표됐을 뿐 구체적인 자금지원 계획은 나오지 않아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인수하게 할 것 같다”면서 “한진해운 자산 인수는 (현대상선에) 기회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해운사 관계자도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에 이어 한진해운도 무너졌는데, 겨우 되살린 현대상선이 다시 흔들리면 국내 해운산업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기사회생’ 현대상선, 한진 자산 인수 여력 있나

    ‘기사회생’ 현대상선, 한진 자산 인수 여력 있나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핵심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실제 현대상선이 그럴 여력이 있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겨우 구조조정을 마친 현대상선이 무리하게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다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 매입에 필요한 비용은 최대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의 직원은 4824명이고, 컨테이너 노선은 71개다. 영업망은 지역본부 4개에 영업소 54곳, 대리점 52곳, 165개 네트워크로 구성됐다. 또 미국 2개, 유럽 2개, 아시아 4개 등 8개의 해외 터미널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컨테이너선 등 회사 선박도 59척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제값을 받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인수에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인 만큼 보유 자산도 많고, 인력과 영업망도 최고 수준이라 합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 구조조정을 마친 현대상선의 인수 여력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을 떠나오면서 약 1조 2000억원을 받아서 나왔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해 밀어준 자금이다. 하지만 1조 2000억원의 자금 중 현재 남은 것은 6000억~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1조 2000억원 중 이전에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현대상선이 빌린 돈을 제하고 나면 실제는 9000억원 정도가 남는데, 올 2분기 2543억원의 적자를 봤다”면서 “춘궁기를 버티기에도 넉넉하지 않은 자금이다. 자칫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만 발표됐을 뿐 구체적인 자금지원 계획은 나오지 않아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인수하게 할 것 같다”면서 “한진해운 자산 인수는 (현대상선에) 기회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해운사 관계자도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에 이어 한진해운도 무너졌는데, 겨우 되살린 현대상선이 다시 흔들리면 국내 해운산업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 한진해운 대체 선박 13척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당장 시급한 국내 화주들의 물동량 처리에 집중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체불임금 8131억 원 ‘사상최대’…고용부 “추석 전 청산에 힘쓸 것”

    체불임금 8131억 원 ‘사상최대’…고용부 “추석 전 청산에 힘쓸 것”

    체불임금이 8131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낸 가운데, 정부가 추석 명절 전 집중적인 단속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추석 전인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2주간을 ‘체불임금청산 집중 지도 기간’으로 지정,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올해는 조선업을 비롯한 각 산업계 경기 둔화로 체불임금이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전국 47개 지방관서 1000여명의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체불임금 청산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올해 7월 말 체불임금 규모는 18만 4000명에 대해 8131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보다 피해액은 8.1%, 피해 근로자 수는 9.5% 증가한 추세다. 7월 말 체불임금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체불임금 규모는 1조 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부는 5억원 이상 고액 체불임금은 지방 관서장이 직접 지휘·관리하도록 했다. 5인 이상 집단 체불은 ‘체불임금 청산 기동반’을 운영해 현장에서 즉시 대응한다. 익명 제보도 적극적으로 받는다. 재산 은닉 등 체불 청산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8월 말 현재 8명의 사업주가 임금체불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불가피하게 체불이 발생한 사업주에게는 최대 5000만원 융자를 지원해 체불임금 청산을 돕는다. 체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생계비도 빌려준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올해 추석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임금체불 예방 및 조기 청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서 또… 주사기 재사용 집단 C형 간염

    주사기 저렴해도 동네병원 경영난 수액주사 처방 늘어 사태 커진듯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제이에스의원)에서 C형 간염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올해 초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의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겪고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감염이 재발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06년 3월부터 10년간 이 의원에 내원한 환자 3만 4327명 가운데 5713명을 검사한 결과 508명이 C형 간염 항체 양성자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항체 양성자란 현재 C형 간염에 걸렸거나 과거에 걸린 사람을 말한다. 항체 양성자는 2011~2012년 이 의원을 방문한 환자에 집중됐다. 이 기간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사기 가격은 100원 정도지만 경영이 어려운 동네 병·의원에서 비타민 주사, 미백 주사 등 치료 목적이 아닌 다양한 수액 주사 처방이 늘어난 것이 집단감염 배경으로 분석된다. 2012년 서울현대의원 내원자의 항체 양성률은 17.7%, 2013년 내원자의 항체 양성률은 13.2%로 우리나라 평균 C형 간염 항체 양성률(0.6%)보다 10배 이상 높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12~2013년 항체 양성률이 높은 것은 해당 의원 내원자가 2011~2012년 C형 간염에 감염돼 형성된 항체가 2012~2013년에 검출됐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2011~2012년 내원자 1만 1306명을 대상으로 오는 25일부터 C형 간염과 혈액매개감염병(B형 간염, 매독 등) 정밀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검사 대상자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안내할 예정이다. 서울현대의원은 주사기 재사용 의심 신고가 들어와 보건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다나의원 내원자와 직원 등 2266명 가운데 1709명을 검사해 현재까지 167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양정형외과의원 내원자 가운데는 643명이 C형 간염 감염자로 확인됐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수능 3개월 남기고 목동 유명 재수학원장 잠적

    경영난에 허덕이던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유명 재수종합학원의 원장이 돌연 잠적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3개월 여 앞둔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22일 학원가와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양천구의 B 재수종합학원 원장 P씨가 최근 잠적했다. 불어나는 채무를 갚지 못해 강사들의 임금마저 제때 주지 못했던 P씨는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뒤 자취를 감췄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원 측을 상대로 수강료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재수생 200여명 가운데 50여명은 노량진과 인근 목동의 다른 학원으로 적을 옮겼다. 다른 마땅한 학원을 구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독학하거나 단과 수강을 하면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불안감에 학원을 찾아와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학원 측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관할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정부 “에어컨 하루 4시간 전기료 10만원… 징벌적 요금폭탄 없다”

    정부 “에어컨 하루 4시간 전기료 10만원… 징벌적 요금폭탄 없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속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최고 11.7배에 달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이 무더위에 에어컨도 못 켜고 산다”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정부는 “합리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요금 폭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소비자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개편 입법에 나서자 ‘오해와 진실’을 밝히겠다며 브리핑을 자청했다. ①“주택용에만 가혹한 누진제 적용”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왜 주택에서 쓰는 전기에만 징벌적 누진제 요금을 부과하느냐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체 사용량의 13.6%에 불과한 주택용 전력에만 최대 11.7배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1.1배), 일본(1.4배), 대만(2.4배) 등과 비교했을 때 최저요금과 최고요금의 격차가 12배 가까이 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1~6단계의 누진 체계로 구성돼 있다. 100㎾h 이하 1단계에서는 ㎾당 요금이 60.7원이며 100㎾h 증가 때마다 125.9원, 187.9원, 280.6원, 417.7원으로 늘어나 6단계에서는 ㎾당 709.5원을 내야 한다. 이날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도시 4인 가구 기준 평균치(342㎾h)를 기준으로 에어컨 사용량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는 “4인 가구 평균치를 적용하면 월 5만 3000원 정도가 나오는데 여기에 추가로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해도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에어컨을 두 대씩 사용하거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가동하면 20만원 이상을 낼 수 있지만, 그건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나 산업부가 산출한 전기요금 모델이 된 에어컨은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전력 상태가 좋지 않은 구형 에어컨 전기요금과는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1등급과 3등급의 전기요금은 같은 시간을 쓸 경우 3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② “산업용과 일반용에는 요금 특혜” 정부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의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을 100%로 봤을 때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61.3%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300㎾h를 쓰면 8만원이 나오는데 우리는 5만원 정도로 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정부의 “저렴하다”는 주장은 일반인이 느끼는 정서와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56%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22%를 차지하는 일반용(사무실·상점 등)의 전기요금을 인상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용 전기 사용을 억제해 산업용 전력을 보전해 주던 산업화 시기는 이미 지났고, 문을 열고 냉방 영업을 하는 상가 등 일반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은 11% 올린 반면 산업용 요금은 76%나 올렸다”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징벌적 과금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원해 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철탑을 이용해 고압전력이 바로 공장에 들어가는 산업용에 비해 멀리까지 송배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택용의 원가가 더 비쌀 수밖에 없는데도 원가의 92~95%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요구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③“누진제 폐지 또는 개편해야” 주택용 누진제 구간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누진제 구간 완화는 결국 부자 감세와 저소득층의 요금 인상으로 연결돼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채 실장은 “전력 소비를 적게 하는 사람에게 징벌적인 부과를 하고 많이 쓰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누진제 개편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 에어컨을 못 켜는 가정이 있다는 지적에는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면서 “소비자의 선택이고 과도한 부담이 안 되게 효과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누진제를 완화하면 한국전력의 경영난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에 대한 투자 재원 부족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은 국제 연료 시세 하락, 원전 발전량 증가에 따른 연료비 감소 등에 힘입어 올 1분기 2조 1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봤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커버스토리] 한정식집은 어쩌다 쌀국수집이 됐나

    [커버스토리] 한정식집은 어쩌다 쌀국수집이 됐나

    “장원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마라.” 한정식의 대모, ‘장원’의 주인 고 주정순 사장이 남긴 이 마지막 유언에는 낭만과 풍류, 음모와 공작이 뒤엉킨 지난 시절 정치의 음습한 공기가 서려 있다. 종업원만 한때 100여명에 이를 만큼 위세를 떨쳤던 한정식집 ‘장원’. 역대 대통령들과 이병철, 정주영 회장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단골손님이었다. 지난 반세기 우리에게 한정식집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었다. 시대 변화의 물결에 떠밀리면서도 힘겹게나마 서울 골목골목에서 명맥을 이어 온 한정식집들은 앞으로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구한말 이후 한국 근현대사의 ‘야사’를 간직해 온 궁중요릿집과 요정 그리고 한정식집들의 흥망성쇠를 짚어본다. 박정희 정권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정식집들에 진한 석양이 깃들었다. 일본 기생 관광의 온상이 됐던 요릿집(요정)들의 화려했던 위용은 오래전 옛일이 됐고 정·재계 인사들의 은밀한 대화를 품어온 콧대 높은 한정식집들도 진작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성 접대와 풍악을 빼고 오롯이 맛깔스러운 음식에만 집중해 온 지금의 ‘한정식집’도 오는 9월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앞에서 존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1980년대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해 30년 넘게 한정식집을 운영해 온 여사장 A(61)씨는 5일 “인사동 시절엔 잘나갔다. YS(김영삼), JP(김종필), 정주영 회장이 우리 집을 많이 찾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자주 왔었는데 이렇게 (김영란법 추진으로) 망하게 하니까 솔직히 서운하다”고 말했다. 한정식집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설들이 존재하지만 유흥이 강조된 요릿집과 혼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정식은 원래 서양 코스요리에 대응해 정부에서 만들어 낸 말”이라고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올려놓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잔칫상과 달리 가짓수를 줄인 한식을 코스 요리로 내놓자는 캠페인에 가까웠다. 주 교수는 “5·16 군사 쿠데타 당시 고급 비밀 요정이 서울 도심 곳곳에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한정식집과 기생이 나오는 요릿집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현규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조선 후기에는 한정식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대령숙수였던 안순환이 궁중 음식을 내놓기 시작한 명월관이 한정식집의 원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월관은 일본의 요정을 본떠 만든 요릿집이다. 명월관은 궁중 연회 요리를 도맡았던 안순환이 1909년 서울 광화문 현 동아일보 자리에 개업했다. 1918년 화재가 난 뒤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가 1963년 워커힐 호텔로 편입됐고 지금의 숯불갈비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신 교수에 따르면 당시 명월관은 한상 음식을 차려 놓는 게 아니라 차린 상을 들고 음식을 내놨다. 손님은 책자를 보며 권번(기생조합의 일본식 표현)의 기생을 불러 창을 듣거나 춤을 보며 여흥을 즐겼다. 기생들은 고운 빛깔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나 택시를 타고 요릿집에 왔다. 기생이 공연을 할 때면 음식상을 치웠다. 기생도 급(일패, 이패, 삼패)이 있어 일패 기생들의 몸값은 지금의 연예인처럼 비쌌다고 한다. 신 교수는 “낮에는 기생이 없었고, 명월관에서는 예식이나 피로연도 열렸다”면서 “명월관의 음식들이 정통 궁중 요리와는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도) 제대로 전수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명월관이 번창하자 주변에 국일관, 송죽관 등 유흥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문을 열었다. 1920년대부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이 상을 가득 채우는 가게들이 많아졌다. 주객(?)이 전도되면서 요정이 성행하게 된 건 6·25전쟁 이후라고 학계는 본다. 음식보다 기생과의 유흥을 즐기려는 목적성이 강해진 것이다. 한때 정부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이들 요릿집을 기반으로 한 일명 ‘기생 관광’을 방관했다는 연구도 여럿 존재한다. 1950~1970년 서울에는 이른바 요정 3각이라고 불리는 요릿집이 성행했다. 청운각, 대원각, 삼청각이 대표적이다. 특히 성북동의 대원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했을 만큼 풍광이 수려했다. 대원각의 안주인이던 고 김영한씨와 시인 백석과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김씨는 열여섯 살에 남편을 잃고 조선권번에 들어가 ‘진향’이란 이름의 기생이 됐다. 대원각은 1970년대 경영난을 겪다 1980년대 초 갈비집으로 전환했다. 이후 대원각은 김씨가 1987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땅과 건물을 통째로 시주하면서 불자들의 공간인 길상사가 됐다. 효자동 산중턱에 자리한 청운각은 1965년 한·일회담이 성사된 곳이다. 1960년대 말 사라진 청운각 자리에는 교회 등이 들어서 있다. 셋 중 유일하게 요릿집을 유지하고 있는 삼청각은 후발주자였으나 그 기세와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군사독재 시절 남북적십자회담을 앞두고 북한 방문단의 접객을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지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장 비싼 요리는 ‘궁중수라’다. 참치뱃살, 랍스터, 송이볶음 등 화려한 요리가 코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인당 19만 8000원. 가장 저렴한 메뉴는 붕장어구이가 메인으로 올라가는 ‘유하수라’. 5만원짜리 메뉴다. 요정은 비밀 유지가 중요하다. 마담 사관학교로 불렸던 장원 출신 접객원 B(60)씨는 “이미 단골이 된 거물급 인사들의 비밀 유지를 위해 장원은 미로 같은 골목에 있었다”면서 “오고가는 손님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주 사장은 종업원들 사이에서 미국 헌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성격이 엄격했고 회고록을 쓰자는 숱한 제의도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30여년간 절정기를 구가했던 장원은 1987년 20여억원의 사채를 갚지 못해 은행에 압류된 뒤 1990년 한 건설사로 넘어가면서 잠시 문을 닫았다. 이후 고 주 사장은 서울 신문로에서 ‘향원’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업했고 2004년 필운동에서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장원’을 되찾았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세금 셈법 때문에 요릿집이 일부 한정식집으로 바뀌게 됐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 후반 요정은 유흥음식세로 총수입의 100분의20을 세금으로 내게 했는데 한정식집은 100분의10 내지 100분의5만 내게 했다는 것이다. 룸살롱, 풀살롱(접대와 성매매가 한 건물에서 이뤄지는 유흥업소) 등 유흥문화가 강남으로 옮겨가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던 많은 요릿집이 유흥 딱지를 떼고 ‘한식 음식점’으로의 생존을 택했다. 정치 무대가 여의도로 옮겨간 뒤로 한정식집의 수난사는 계속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접대비를 3만원으로 줄이면서 수많은 한정식집들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남은 곳들이 인사동, 청운동, 수송동 근처에 밀집한 유정, 양지 등 중저가 한정식집들이다. 유정은 이번 김영란법의 여파로 문을 닫고 1만원대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한정식을 특별하거나, 근본 없는 음식이라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정식 가게 나름의 철학과 문화가 사라지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고급 한정식집들은 예술품, 시조, 창, 한복과 어우러진 전통공연의 무대이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장원은 삼합, 애저(새끼돼지에 마늘과 생각을 넣고 삶아 초장에 찍어먹는 요리) 등 정갈한 남도 음식으로 유명했다. 60여년의 역사를 내려놓은 유정은 참나물, 쑥갓 반찬 등 계절에 따라 4~5가지 나물 반찬이 인기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봉화고, 등록금 지원 약속 깬 사연은…

    후원 기업 경영난에 지원 끊겨 시정명령한 공정위 “안타까워” 경기 악화로 3년 전 장학금 지급 약속을 지키지 못한 지방 공립고등학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 시 4년 등록금 지원’이라는 신입생 모집 당시의 광고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경북 봉화고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봉화고가 학교를 대상으로 이뤄진 최초의 공정위 시정명령 대상이 된 데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농촌 지역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07년 3월부터 봉화여고와 합쳐져 기숙형 공립고로 운영돼 왔던 봉화고는 대구나 인근 영주시로 유학을 떠나는 성적 우수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2012년 11월 1일부터 신입생 모집 안내를 하면서 “국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경우 4년간 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광고했다. 장학금은 봉화고 출신으로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이창호 제성유압유한공사 대표가 대기로 했다. 지역 인재 육성을 통해 전통을 이어 가고자 했던 봉화고의 생존 전략과 “가정 형편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못 가는 후배가 없도록 돕고 싶다”는 이 대표의 바람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합격자는 등록금의 100%를,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인하대, 경북대, 부산대 합격자는 등록금의 50%를 지원받았다. 그 결과 2013년부터 매년 10명 넘게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제성유압은 최근 중국 경기의 악화로 사업부문을 축소해야 할 만큼 비상 상황을 맞았다. 장학 지원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봉화고는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졸업생에게 1학년 첫 학기 등록금을 지원하면서 ‘향후 등록금을 계속 받으려면 학점 3.8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예전에 없던 조항을 제시했고, 부산대 입학생에게는 등록금을 아예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장학제도가 입학 당시의 약속과 달라졌다”고 공정위에 신고를 했다. 공정위는 ‘거짓·과장광고를 했다’며 봉화고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를 담당한 박종일 공정위 대구사무소 소비자과장은 “지역 인재 육성으로 명맥을 이어 가려던 시골 학교가 힘을 잃게 될까 봐, 또 불경기에 어쩔 수 없이 모교 지원을 줄여야 하는 선배의 마음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생활정책 Q&A] 연장·야간·휴일근로 통상임금의 50% 가산 지급

    [생활정책 Q&A] 연장·야간·휴일근로 통상임금의 50% 가산 지급

    근로시간에 대한 해석은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만 세부 내용까지 알고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야간근로와 연장근로 등 각종 근로형태에 따른 임금 산정방식을 모르는 근로자도 많다. 18일 각 근로조건에 따른 임금 산정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Q. 법정근로시간은 무엇인가. A. 근로기준법에 의해 1주 단위나 하루 단위로 정해져 있는 최저 기준근로시간을 말한다. 기준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단 15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근로자를 의미하는 ‘연소근로자’는 하루 7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위험 작업인 잠함·잠수 작업 등 고기압 환경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는 하루 6시간, 주 34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Q. 연장근로 기준은. A. 연장근로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의미한다. 보통 ‘시간외근로’라고 부른다. 연장근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다만 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소근로자는 하루 1시간, 주 6시간 한도로 연장근로할 수 있다. 12시간을 넘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와 근로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Q.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는 무엇인가. A. 야간근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근로를 의미한다. 휴일근로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상 휴일로 정해진 날에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토요일은 무급휴일, 일요일은 유급휴일로 정해져 있다. 각각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사업주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따라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보상휴가를 제공할 수 있다. Q.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겹치면. A.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현재 관련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을 중복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와 ‘할증 지급은 안 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일반적으로 휴일근로를 하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준다. 노동계는 연장근로에 해당할 경우 연장근로수당 50%를 중복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91년 대법원은 휴일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때만 중복 가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일부 하급심은 8시간 미만 근로도 연장근로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 50%까지 중복 적용해 휴일수당을 총 100% 추가 지급하면 산업계에 큰 혼란이 불거지고 심각한 경영난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환경미화원, 두산인프라코어 근로자·퇴직자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져 고무된 상황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일자리 늘리는 군함 발주 추경 편성 옳다

    10조원대 추가경정예산안의 사업 내역 윤곽이 드러났다. 어제 열린 정부와 새누리당 당정 협의에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어 편성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우리 경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안, 조선·해운 구조조정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추경이 불가피하다면 때를 놓치지 말고 적기에 편성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당정이 지역 편중 우려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경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선심성 SOC 위주의 추경에 반대한다는 야권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다. 추경을 편성하는 정부든, 이를 심의할 국회든 국민 혈세를 효과가 불분명한 곳에 쏟아붓는 헛발질은 경계하기 바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이달 중 빠른 시일 내에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잘못된 예산안이 끼어 있지 않은지 따질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등 절박한 민생 문제를 잣대로 추경을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추경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국민 세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낭비할 순 없는 노릇이다. 국회예산처의 지난해 추경 결산분석 결과를 보라. 11조 6000억원의 예산 중 6000억원가량이 불용 처리됐고, 9개 사업은 집행률이 70%에도 못 미쳤지 않나. 다 쓰지도 못할 돈을 편성하고 일자리 확충 등 정작 써야 할 곳에는 못 썼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17조 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2013년에도 10조원 정도를 미처 집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먹구구로 추경을 편성했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당정이 공언한 대로 반드시 기업 구조조정 지원과 민생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당정 협의에서 어업 지도선·경비선 등 관공선(官公船)과 군함 발주 등을 추경 사업 내역에 포함한 사실을 주목한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여 대규모 실업이 우려되는 국면이 아닌가. 당정 협의안이 관철되면 중소 조선사들의 경영난에 숨통이 트이고 대량 실업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정부에 요청한 올해 1000억원 정도의 규모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시금석 삼아 기왕에 건조가 계획된 이지스함 등 초대형 군함 발주를 앞당겨 침체된 조선업을 살리는, 일종의 국방 뉴딜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어린이책 1770권 기부한 은희씨

    어린이책 1770권 기부한 은희씨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2000여만원어치 어린이책을 지역 도서관에 기증한 사실이 12일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이는 평생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시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구청장은 지난 5월 시부상 부조금 2000여만원으로 지역 어린이를 위한 책을 구입해 반포도서관 등 지역 20개 도서관에 전달했다. 46년을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올바른 사회인으로 키우기 위해 애쓴 고(故) 남병주 전 대동초 교장의 뜻을 이어 가겠다는 조 구청장의 의지다. 기증도서는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세계위인전 Who’, ‘반달곰’, ‘원켄슈타인’ 등 모두 219종 1770권이다. 도서관마다 100여만원 상당의 책이 전달된 셈이다. 책은 경영난을 겪는 지역 영세서점 17곳에서 골고루 샀다. 서초 A 서점 관계자는 “서점의 보릿고개인 6월에 갑자기 책이 많이 팔려 좋았다”면서 “이런 멋진 사연이 숨어 있는지 최근 소문을 듣고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구청장은 시부상 때도 구 직원의 조문을 일절 금지하고 부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청렴 공직자의 모범을 보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사진작가 김중만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사진작가 김중만

    김중만(62)과의 만남은 금요일인 지난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예정돼 있었다. 그 주 수요일부터 수영 박태환을 리우올림픽에 내보내자는 1인 시위를 국회 정문 앞에서 벌여 온 그가 일단은 그곳에서 보자고 제안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후에 쏟아진 폭우로 그는 철수를 해야 했고 결국 청담동 스튜디오로 장소가 변경됐다. 폐렴 증세가 있는데 비까지 흠뻑 맞은 그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좀 있으니 그에게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법원에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인정했다는 뉴스였다. 그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그럼 이제 정말 사자도 보고 침팬지도 보고 하마랑 코뿔소도 보고 그러는 거예요?” 1970년 여름 어느 날 저녁 나는 만세를 불렀다. 끓어오르는 희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서울에서 홍대부고 1학년에 다닐 때였다. 아버지는 충남 한산에서 외과의원을 운영하셨는데, 가족들을 불러 앉혀 놓고 상상도 못했던 말씀을 하셨다. “정부에서 아프리카 봉사활동 파견 의사들을 모집하는데, 거기에 지원했다. 거기 가면 여기에서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다.” 나와 동생은 기뻐 날뛰기만 했지, 아버지의 입가에 흐르는 씁쓸한 미소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대접받는 의사의 자리를 버리고, 자식들 교육도 제대로 안 되는 나라로 떠나갈 결심을 한다는 게 얼마나 깊은 번민의 산물이었을지는 나중에 좀더 철이 든 뒤에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6·25 참전 군의관이셨다. 내가 휴전 이듬해 강원도 철원에서 2남1녀의 맏이로 태어난 건 그래서였다. 아버지는 군인들이 이 땅을 계속 통치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셨던 모양이다. 요즘 ‘헬조선’이라며 이민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46년 전에 그걸 몸소 실천에 옮기셨던 것이다. 그것도 가난과 모래폭풍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오지에 가는 걸로 말이다. -아버지는 전역 후 당신 아버지의 고향인 전북 군산 대신에 어머니의 고향인 한산에 정착해 의원을 차리셨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 즈음만 해도 우리 집이 양계장을 하는 줄 알았다. 아픈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닭을 가져왔고 아버지는 늘 그걸 웃으며 받아주셨다. 매일 닭 요리가 밥상 위에 올라왔는데, 그때 물리게 먹어서 지금도 닭을 안 좋아한다. -내가 아프리카행에 그토록 환호했던 것은 탐험 소설가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대니얼 디포의 고전 ‘로빈슨 크루소’를 주셨는데, 난생처음 밤을 새워 읽은 책이었다. 이후 내 머릿속에는 무인도나 정글 생활 같은 것들이 꽉 들어찼고, 중학생이 돼 서울로 올라와서는 틈만 나면 청계천 8가 헌책방 거리로 달려갔다. -아버지의 중대 발표가 있고 보름 후 부모님과 우리 형제, 이렇게 네 식구가 탄 비행기가 서아프리카 오트볼타 상공에 도착했다. 오트볼타는 지금은 부르키나파소로 개명된 옛 프랑스 식민지였다. 하지만, 비행기가 랜딩 기어를 내릴 즈음 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창밖의 풍경은 내가 상상했던 그림이 전혀 아니었다. 밀림이나 사자는커녕 아래로 온통 시뻘건 모래사막뿐이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사하라 남쪽에 위치한 오트볼타는 거대한 사막의 끝자락이었다. ‘아프리카면 다 똑같은 줄 알았더니….’ 게다가 우리가 살 곳은 수도인 와가두구에서 버스로 20시간도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였다. 철판으로 벽을 세운 묘한 형태의 집에 방 두 칸과 나무침대가 전부였다. 옆에서 흐뭇하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가 야속했고, 할머니와 함께 서울에 남은 여동생이 부러웠다. -아버지는 그 길로 평생을 아프리카 사람으로 사셨다. 오트볼타에서 의료 활동을 마친 후에는 더 남쪽에 있는 보츠와나로 옮기셔서 돌아가실 때까지 계셨다. “내 통장에 2000풀라(보츠와나의 화폐 단위)가 있는데, 그 정도면 괜찮겠냐.” 1999년의 어느 날 생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직감한 아버지가 미국에서 돌아와 병 수발을 들고 있는 나에게 물으셨다. 그게 장남인 나에게 남겨 주시는 전 재산이란 얘기였다. 아버지의 표정은 대단했다. 2000풀라면 우리 돈으로 200만원 정도인데, 거의 200억원을 물려주시는 듯한 그 당당함이란. 얼마 후 돌아가셨을 때 당신이 남긴 거라곤 정말로 그 2000풀라와 양복 2벌, 청진기 3개, 모자 3개, 모터 달린 자전거 1대 그리고 ‘김정’이란 이름 두 글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대한 유산이 그리고 이만큼 멋진 분이 또 어디에 존재하겠는가. -나는 동생보다도 아프리카 생활을 못 견뎌했다. 일단 마을에 학교가 없어 답답했다. 불어를 익히는 것 말고는 나를 채워 줄 것이 없었다. 신물 나게 양배추 김치만 먹어야 하는 것도 싫었고, 독거미에 물려 사경을 헤맸던 일도 끔찍했다. 1971년 나는 아버지가 수소문한 끝에 프랑스 서부의 작은 도시 숄레로 보내져 고1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인생의 황금기가 열렸다. 사방이 포도밭이었는데, 모두가 와인을 만들어 먹고살았다. 학교건 기숙사건 와인이 넘쳐났다. 그리고 1500명 학생 중에 유일한 동양인인 나에 대한 남녀 학생들의 관심과 배려는 한이 없었다. 꿈결 같은 3년을 보냈다. -원래 꿈대로라면 문학을 전공해야 했는데, 그러기엔 수학 실력이 너무 달렸다. 수학 시험을 안 보고 갈 수 있는 대학 전공은 미술밖에 없었는데, 그건 자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으로 숱하게 상을 받은 나였다. 1974년 니스에 있는 국립응용미술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1년을 보내고 난 어느 날, 기숙사에서 사진을 취미로 하는 법대생 친구가 인화 작업을 도와 달라고 했다. 사진 한 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처음으로 보게 됐다. 3~5분 만에 인화지에 그림이 새겨지는 건 미술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내 그림은 석 달이 걸려도 완성이 될까 말까인데. “맞다 저거야. 내 성격엔 저게 딱이야.”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렸다. 잠자고 씻을 때를 빼고는 카메라를 품고 살았다. 풍경, 얼굴, 동물 등을 닥치는 대로 찍었다. 아르바이트해서 몇 푼 손에 들어오면 무조건 필름 가게로 달려갔다. 늘 필름에 목이 말랐다.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누드도 찍었는데, 이는 내가 작가로서 초기에 명성을 얻게 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데뷔 시절 나의 주제가 아름다운 여성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1975년 대학 2학년 때 일찌감치 아들을 보았다. 아이의 엄마는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한 살 어린 프랑스인 여자친구였다. 가장이 됐으니 생활비가 필요했고 필름값도 벌어야 했다. 돈을 아끼려고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아이를 몰래 돌보다 쫓겨난 적도 있었다. 주말이건 심야건 닥치는 대로 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디스코텍에서 DJ도 했다. 점심때 식당 주방에 설거지를 하러 가면 늘 4~5m 높이 분량의 접시들이 쌓여 있었다. 당시 아버지가 아프리카 의료 활동으로 받는 돈은 고작 석 달에 500달러였다. 멀리 프랑스에 있는 아들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사진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었을까, 얼마 안 돼서 나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공을 살려 사진에 과감하게 미술적인 프레임을 접목한 게 먹혀들었다. 주어진 것을 찍는다는 생각보다는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장소를 정하고 모델을 세웠다. “니스에 동양인이 한 명 있는데 사진을 잘 찍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를 찾는 곳이 늘어갔다. ‘프랑스 오늘의 사진 80인’ 등 몇몇 중요한 상을 거머쥐고 나는 파리로 진출했다. 자연히 니스에서의 학업은 더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다. 파리에서는 유명작가들 밑에서 패션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당시는 세계적인 대가일수록 동양인 어시스턴트를 두는 게 유행이었다. 이게 나에게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떠한 다른 동양인 사진작가도 나만큼 불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는 못했다. -1977년 서울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23세 때였다. 칸 미술제 참석을 위해 프랑스에 온 우리나라 화가들이 우리 집에 왔다가 내 사진을 보더니 “한국에는 이런 사진이 없다”며 전시회를 열어 보라고 했다. 전시회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인연으로 한국에 계속 머물게 됐다. 이듬해 배우 오수미(1950~1992)를 만났다. 남편인 신상옥 감독이 납북되고 혼자 살고 있던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아름다움에 현기증을 느꼈다. 얼마 후 한국에 같이 머물고 있던 첫 번째 아내에게 “새로운 운명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용서를 구했다. 아내는 별말 없이 아들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났다. 그녀는 지금도 니스에서 전공을 살려 정신지체아들을 돌보고 있다. 지금도 아내와 아들과는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그녀는 가히 천사다. 방학이면 해마다 인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나는 테레사 수녀님을 따서 그녀를 ‘마더 테레사’라고 부른다. 지금도 우리들은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아들은 나와 같은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나는 이 땅에서 두 번의 추방을 당했다. 1985년에는 프랑스 국적의 외국인이면서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고 전시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1986년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보당국에 붙들려가 일본과 미국행 비행기에 강제로 태워 보내졌다. 두 번째 추방은 신상옥 감독이 북한을 탈출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그걸 계기로 오수미와는 자연스레 결별을 하게 됐다. -1988년 프랑스 국적을 버리고 한국인이 됐다. 당시 나는 프랑스에서도 톱클래스에 있었다. 그런데 오기가 생겼다. 두 번이나 나를 추방한 이 나라에 뭔가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해 당시 톱 모델이던 이인혜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1995년 5월에는 서울시립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됐다. 검찰이 일부 마약사범의 진술에 의존해 나에게 대마초 흡연 혐의를 씌웠는데, 나는 이미 2년 전에 같은 혐의로 구속돼 55일 동안 구치소 생활을 했고, 이후로는 완전히 절연한 상태였다. 검찰은 소변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자 13일간 나를 정신병원에 가뒀고, 이는 인권탄압 사례로 신문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어쨌거나 이 일로 나는 국립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강사에서 잘리고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했다. -다섯 살 된 아들을 데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갔다. 1년을 아이와 둘이 살고 있으니 아내가 다시 찾아왔다. LA에서 3년 동안 패션사진, 상품 카탈로그 등을 찍으며 세 식구가 괜찮게 먹고살았다. 그런데 1997년 말 한국 외환위기의 파고가 멀리 LA까지 밀려왔다. 주된 고객이던 한국 기업들이 도산을 하거나 경영난에 빠지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결국 월세 3000~40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살다가 빈민들이 사는 300달러짜리 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꼬박 1년을 살면서 전당포를 세 번을 갔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 500달러에 카메라를 잡히면 그날은 LA갈비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거기에서 얻은 건 가족애였다. 극심한 가난 속에 우리 셋은 정말로 하나가 됐다. 너무도 소중한 가치였다. -“형, 처자식 고생 그만 시킬래.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형이 사진전 좀 열 수 있도록 주선해 줘.” 1999년 LA라디오 사장이던 가수 이장희에게 귀국을 고했다. 떠나기 전에 라디오코리아에서 내 작품들의 전시회를 열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였다. 사람들에 신세진 것들 좀 갚고 남은 돈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부모님 계신 보츠와나를 거쳐 서울로 오는 티켓이었다. 그런데 카메라 장비며 책이며 옷가지 등 해서 짐이 250kg이나 됐다. 추가 화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수중에 남은 돈이 고작 400달러 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사진 5장을 별도의 휴대용 박스에 넣고 우리가 예매한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카운터를 찾아갔다. 책임자를 보자고 했다. 후덕해 보이는 여성이 나왔다. “저는 사진을 하는 예술가입니다. 짐이 좀 많은데, 추가 비용을 낼 형편은 안됩니다. 저의 작품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게 힘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는 내 사진을 한 장, 두 장 보더니 곧바로 ‘오케이’ 사인을 냈다. 이에 더해 우리 가족의 티켓을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내가 절실할 때, 진실할 때 정성이 통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란 걸 새삼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보츠와나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그의 30년 아프리카 여정을 기리는 뜻에서 카메라 장비를 챙겨 초원으로 나갔다. 요하네스버그, 세렝게티, 타랑기레 등의 동물들을 담아 2001년 8월 15일 광복절에 한국에 돌아왔다. -막상 귀국을 하니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내 한 몸은 고사하고 아내와 아들이 머물 수 있는 집 한 칸이 없었다. 상업사진을 시작했다. 명함을 만들고 압구정동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패션, 영화포스터, 음반표지 등 닥치는 대로 작업을 했다. 3년을 일하니까 서울 전농동에 아파트 한 채를 살 돈이 모였다. 3년을 더 하니까 한 해에 15억원 정도가 손에 들어왔다. -‘이게 내가 추구하던 삶인가? 맹목적으로 일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먹고 살 만 해지니까 또 다른 생각에 발동이 걸렸다. 2006년 고비 사막으로 여행을 갔다. 보름 동안 50대, 60대의 김중만은 어때야 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돌아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나 상업사진 그만할게. 그래도 괜찮겠지?” 6년 동안 상업사진을 찍으면서 50억원 이상을 벌었는데 남은 건 거의 없었다. 빌딩 한 채 사 두라는 주위의 말들 무시한 채 어려운 나라에 학교 지어 주고, 카메라 장비 사고, 스튜디오 운영하고, 먹고 놀고 했더니 남은 게 없었다. -2008년 관광공사의 외주를 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앵글에 담기 시작했다. 한국의 이미지는 나에게 새로운 전기가 되어 주었다. 그동안 나는 우리나라의 이미지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어느날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에 갔다. ‘600년 된 학교인데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고, 옆에는 숲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600년 전에 이런 학교를 지었던 것이다.’ 내가 그동안 우리나라를 너무 피상적으로만 보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이미지 촬영은 나에게 새로운 전기가 됐다. 무엇보다도 해외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극단적으로 동양적인 본질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극단적으로 서양적인 표현력을 갖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겸비한 이중성을 갖고 있는 유일한 작가’ 등 평가들이 나왔다. -예술사진으로 다시 돌아와 시간이 흐르니 내 작품 가격이 2500만원, 5000만원, 7500만원 등으로 해가 다르게 뛰었다. 대부분 외국에서 구매하는데 3개월 전에 처음으로 작품 하나를 파리에서 1억원에 계약했다. 작품의 가격은 작가의 자존심이다. 5억원까지는 올려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건 나의 철칙은 지키려 한다. 작품의 영역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순결해지자는 것이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사진작가 김중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다. 10대 중반 아프리카를 거쳐 프랑스에 유학해 21세 때인 1975년 니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데뷔했다. 19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에 역대 최연소 작가로 선정되면서 주목받았다. 인물, 동물, 꽃, 풍경, 패션 등 다양한 주제에서 틀에 짜인 관습과 앵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조해 왔다. 현재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상업 활동을 중단하고 예술 사진에 집중하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 지원과 캄보디아, 베트남 학교 건립 등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이다. ▲1954년 강원 철원 출생 ▲한산초, 홍익중, 프랑스 숄레 고등학교, 니스 국립응용미술대 서양화과 중퇴 ▲프랑스 아를 국제 사진페스티벌 젊은 작가상(1977), 올해의 패션사진가상(2000),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2010), 한국패션 100년 어워즈(2011) ▲ 작품집 ‘불새’, ‘인스턴트 커피’, ‘동물왕국’, ‘아프리카 여정’, ‘애프터 레인’, ‘네이키드 소울’, ‘오키드’ 등
  • [사설] 조선업 혜택 입은 만큼 자구 노력 보여라

    정부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조선업종의 대량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안전판 확충에 나섰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는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업종을 정부가 지정해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난해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실제 적용된 것은 조선업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등 이른바 ‘빅3 조선사’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용 상태가 취약한 영세 업체와 협력 업체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번 조치에서는 파업을 결의한 빅3 조선사 노조에 파업을 철회하고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정부는 조선업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1년 동안 7500억원을 지원한다. 조선 업종 6500여개 업체와 사내 협력 업체 1000개 등 모두 7500여개 업체와 이들 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13만 8000여명이 대상이다. 고용유지 지원금을 하루 최대 4만 5000원에서 6만원으로 올리고, 실직할 경우 최대 2년 동안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하며 국민연금을 1년 동안 75%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경영난을 겪는 업체가 유휴 인력을 해고하는 대신 휴업이나 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에서 현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실직자를 한 명이라도 줄여 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타 업종에서 보면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노사가 고통 분담을 통한 자구 노력에 힘을 모으는 것은 그에 따른 의무다. 남은 문제는 대상에서 제외된 빅3 조선사다. 빅3 노조는 자신들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수주 잔여 물량이 남아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지원 대상 업체로 지정되려면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고 파업결의 철회와 노사의 고통 분담을 통한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빅3 노조는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노사 합의에 바탕을 둔 자구 노력에 동의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며, 일자리를 나누는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조선업 호황기에 높은 임금과 각종 복지 혜택을 누렸던 노조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1993년 독일 폭스바겐 노조가 일자리 나누기로 구조조정 대상 3만명 가운데 2만명을 구제한 성공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 [빅3 뺀 조선업 특별고용업종] 회생 노력 없이 파업뿐… 정부 ‘괘씸죄’ 빅3에 경고 메시지

    [빅3 뺀 조선업 특별고용업종] 회생 노력 없이 파업뿐… 정부 ‘괘씸죄’ 빅3에 경고 메시지

    정부가 30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함에 따라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지원 대책이 추진된다. 향후 노·사·정 관계 회복, 노사 고통 분담 여부가 조선업 위기 극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 지원 대책의 핵심은 고용유지지원금이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 조치를 취하면 근로자 휴업수당(기존 임금의 70%)의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중소기업 고용유지지원금을 휴업수당의 3분의2에서 ‘4분의3’으로 상향 조정한다. 대기업 지원금은 2분의1에서 ‘3분의2’로 올린다. 지원 한도액은 1일 1인당 4만 3000원에서 6만원으로 인상한다.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한 직업훈련비 지원 한도는 납부한 고용보험료의 240%에서 300%로 상향 조정한다. 대기업은 100%에서 130%로 인상한다. 해당 훈련을 유급휴가훈련으로 실시할 경우 종업원 1000명 미만 기업에는 훈련비 단가의 100%, 1000명 이상 기업은 70%를 지원한다.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 등은 4대 보험료, 장애인 의무고용부담금, 국세, 지방세 등의 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체납 처분을 유예한다. 물량팀(일용직 중심의 외부 하청업체) 등 단기 근로자의 ‘체당금’ 지원도 강화한다. 체당금은 사업주가 도산 등으로 근로자에게 임금·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정부가 사업주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사업을 6개월 이상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기준을 완화해 여러 작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했을 경우 작업 중단 기간이 1년을 넘지 않고 각 작업장 근무 기간을 합쳐 6개월 이상이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직급여 수급자가 국민연금보험료를 계속 납부하기를 희망하면 보험료의 75%를 최대 1년간 지원한다. 실직자도 최대 2년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핵심 대책으로 거론됐던 ‘특별연장급여’는 이번 지원 내용에서 빠졌다. 특별연장급여는 최대 6개월까지 추가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수급 기간을 연장해 주는 제도다. 현재 조선업 구직급여 수급자의 67.7%는 9월까지 급여를 받을 수 있어 1~2개월간 실직자 규모와 재취업률을 모니터링해 지원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조선업이 밀집한 울산, 경남 거제, 전남 영암, 경남 진해에는 ‘조선업 희망센터’를 설치해 재취업을 지원한다.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방고용관서, 지역 노사단체 등이 참여하는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 위원회’도 구성한다. 지방국토청 등 주요 공공발주기관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해서는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에 조선업 실직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유도한다. 울산·포항 복선전철화 600명, 부산·울산 동해남부선 600명, 신고리 원전 300명을 비롯해 4000개의 일자리 수요가 있을 것으로 고용부는 추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소요되는 예산 7500억원은 대부분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조달한다. 노동계는 대기업 3사가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데 반발하며 파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형 조선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예고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뺐다면 잘못된 판단”이라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독일 폭스바겐 사례 등에 비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조도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93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폭스바겐은 10만여명의 종업원을 7만여명으로 줄이고 독일 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반발하던 노조는 결국 35시간이던 주당 노동시간을 28.8시간으로 줄이고 대신 임금을 10% 삭감하는 것에 동의했다. 사측도 화답해 해외 이전 계획을 철회했고, 구조조정 대상 3만명 가운데 2만명이 실직 위기를 벗어났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고용을 모두 유지할 능력이 없다는 엄혹한 사실을 노조는 직시해야 한다”며 “노조도 임금 삭감과 일자리 나누기 등 자구노력에 협력할 때만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팬택의 귀환 스톤 승부수

    팬택의 귀환 스톤 승부수

    “고객보다 경쟁사를 먼저 의식했던 팬택에는 통렬한 반성이 필요했습니다. 고객 한분 한분의 삶에 주목하고 옆에서 공존하는 게 진정한 제품의 가치 실현임을 깨달았습니다.”(문지욱 팬택 사장) ●전성기 ‘스카이’로… 44만원대 중저가 팬택이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신제품 ‘스카이, IM-100’을 공개하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돌아왔다. 2014년 11월 ‘베가 팝업 노트’ 이후 1년 7개월 만으로, 파산 위기의 경영난을 극복한 팬택이 재기를 알리는 제품이다. 스마트폰 브랜드인 ‘베가’ 대신 2000년대 팬택에 전성기를 안겨 줬던 피처폰 브랜드 ‘스카이’를 다시 내세우고, 모델명인 ‘IM-100’에는 ‘내가 돌아왔다’(I’m back)라는 의미를 담았다. “스펙 경쟁보다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문 사장의 말처럼 스카이는 몸을 한껏 낮췄다. 단말기와 번들로 제공되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합해 출고가는 44만 9000원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속한다. “팬택의 부활을 알리는 첫 제품이 아니라 여러분의 일상의 친구가 되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은 제품”이라는 의미로 제품에 브랜드 로고도 새기지 않았다. ●조명·충전 겸한 스피커 ‘스톤’ 휠키 눈길 대신 과거 스카이의 광고 문구인 ‘이츠 디퍼런트’(It’s different)를 떠올릴 만한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승부수다. 팬택은 단말기와 블루투스 스피커 ‘스톤’을 연동해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스톤은 상자 모양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스카이에 탑재된 전용 앱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원을 풍부한 음량으로 들을 수 있다. 또 실내 조명 램프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전용 앱에서 촛불, 반딧불, 오로라 등 패턴을 선택할 수 있다. 무선충전 기능도 탑재해 단말기를 스피커 위에 올려놓으면 고속 충전도 가능하다. 아침 모닝콜과 출근시간 알림, 전화와 문자를 빛과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 등 일상 속에서 실용성을 갖춘 오디오 및 조명 기능을 다양하게 담았다. 단말기 뒷면에 달린 바퀴 모양의 ‘휠키’도 돋보인다. 손가락으로 휠키를 돌려 스마트폰의 음량을 100단계로 조절하거나 동영상을 초 단위로 탐색하는 등 기존 스마트폰의 버튼보다 정밀하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잠금을 해제하거나 카메라의 타이머를 설정하는 등에도 휠키를 사용할 수 있다. 스카이는 오는 30일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출시된다. 팬택은 올해 안에 30만대 이상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AS센터는 전국 65곳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늘리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앱으로 채팅하며 상담하고 택배 또는 기사가 방문해 수리하는 ‘모바일 AS’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전기차 혁명’ 테슬라, 다음 타깃은 태양광·로봇

    비영리재단 손잡고 집안일 로봇·AI 비서 개발도 박차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 일론 머스크(45)가 자신의 두 회사인 테슬라(전기차 제조)와 솔라시티(신재생에너지)를 통합할 방침이다. 솔라시티를 테슬라에 합쳐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전기차 사업의 3가지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회사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솔라시티에 편지를 보내 “솔라시티 종가에 25∼35%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26.5∼28.5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인수가액은 최대 28억 달러(약 3조 2000억원)다. 솔라시티는 테슬라, 스페이스X(우주선 제조)와 함께 이른바 ‘머스크 제국’의 3대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다. 솔라시티는 테슬라 전기차를 무료로 충전해 주는 ‘슈퍼차저 스테이션’에 직접 생산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일을 한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솔라시티의 창업자이자 테슬라 지분 21%와 솔라시티 지분 22%를 보유한 양사 최대 주주다. 머스크가 내세우는 양사 통합 명분은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다 만드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세계 어느 회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투자자와 증권사 등을 상대로 한 전화회의)에서도 “(양사 통합을) 몇 년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왔다”면서 “두 회사의 제품들을 긴밀히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SJ는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두 회사의 결합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상식에도 반한다”며 양사 통합의 속내가 따로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변화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솔라시티를 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테슬라에 합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회사가 지난해 쓴 돈만 50억 달러(5조 7600억원)에 달하지만 수익은 크지 않아 월가 일부에선 ‘머스크 제국’의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양사 통합 보도 이후 솔라시티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최대 29%까지 치솟았지만 테슬라 주가는 12% 떨어졌다. 한편 미국 CNN 방송은 머스크와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비영리 재단 ‘오픈 AI’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이날 전했다. 오픈 AI는 블로그에서 “가사용 로봇을 필두로 이해력과 언어 구사력을 겸비해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AI 비서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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