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경영계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콘서트홀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수사기록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수원지검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 부하 직원
    2026-03-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13
  • 아시아나 새 주인, 애경·현대산업 경쟁

    아시아나 새 주인, 애경·현대산업 경쟁

    양측 가격 2조 이상 써 내… 1~2주 내 윤곽 애경, 항공사 보유 장점… 한투증권 가세 현대산업개발 현금 자산 1.7조 최대 강점 KCGI는 대기업 확보 못해 인수 못할 듯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새 주인’ 후보가 가려졌다. 속내를 숨기고 있다가 막판에 뛰어든 깜짝 후보는 없었다. 본입찰 결과의 윤곽은 1~2주 뒤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7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지난 9월 예비입찰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그대로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 3개사는 구주·신주 매입 가격과 향후 투자 및 경영계획 등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다. 금호산업은 앞으로 1~2주간 제한요건 충족 여부, 국토교통부의 인수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이달 중으로 우선인수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한다. 이어 다음달까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에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를 ‘통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절차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 8063주(지분율 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보통주식)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초미의 관심사인 입찰가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그룹 측이 모두 2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 추산한 1조 5000억~2조원의 범위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두 기업의 강한 의지가 ‘베팅액’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그룹 간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만 1조 7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9조원이 넘는 증권업계 1위 회사다. 애경그룹은 본입찰 직후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며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본입찰 직전 한국투자증권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며 약점으로 지적된 자금력도 보완했다. 전략적투자자(SI)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KCGI는 막판에 한 중견기업을 SI로 확보하고 입찰에 참여했지만, 대기업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인수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국내 2위의 대형항공사(FSC)다. 9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하고, 노후 항공기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은 인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지방정부가 사람중심 일자리 만든다”

    “지방정부가 사람중심 일자리 만든다”

    일자리委 민간위원 유일 지자체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건의로 개최 결실 “지방정부는 주민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없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전국 지방정부 수장들이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주도로 일자리 창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2019 좋은 일자리 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은 양천구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상생의 지역 일자리’를 주제로 환영사와 축사, 일자리 정책 우수사례 발표, 기조발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중앙·지방정부와 노동계·경영계·학계 일자리 전문가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카렌 리뇨 코스타리카 국회 외교통상위원장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등 지역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국내외 인사들도 동석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함께하는 일자리 포럼은 처음이다. 그만큼 일자리 창출에서 지방정부 역량과 역할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럼을 이끈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환영사에서 “지방정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최적의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하고 이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뇨 위원장은 축사에서 “전국 지방정부가 청년 등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지역 사회 발전을 이끄는 코스타리카협동조합을 떠올리게 한다”며 “한국 지방정부의 모든 노력을 코스타리카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우수사례 발표자로 나선 이성 구청장은 정부·지자체·산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 창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강연했다. 이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장 제일의 책무는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구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의 기조발제에 이어 ‘일본 수출규제 대응-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 등 3개 주제를 놓고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김 구청장이 지난 9월 열린 ‘제12차 일자리위원회’ 본회의에서 지방·중앙정부와 민간 전문가 간 협업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한 데서 비롯됐다. 김 구청장은 지난 7월 대통령직속 제2기 일자리위원회 지방자치부문 위원으로 위촉, 민간위원 중 유일한 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지방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람 중심 일자리 경제’를 만드는 데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민간·지자체·정부 손잡고 좋은 일자리 창출 門연다

    민간·지자체·정부 손잡고 좋은 일자리 창출 門연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촉돼 활동 중앙·지방정부·노동전문가 500명 참석 “민생과 맞닿은 지방정부 재량권 넓힐 것”정부·민간 일자리 전문가들이 총출동하는 ‘2019 좋은 일자리 포럼’이 다음달 7일 오후 2~5시 서울 양천구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포럼 개최를 앞두고 29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언론설명회를 열어 “양천구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국 기초지방정부가 함께하는 포럼”이라며 “고용 불황 원인을 진단하고, 지역별 환경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이어 “그간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일자리 정책은 민생 현장과 맞닿은 지방정부의 정책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기획·설계할 수 있도록 재량권과 자율성을 부여할 것,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과 지원에 집중할 것, 중앙·지방정부 간 소통과 협업을 강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번 포럼은 김 구청장이 지난달 3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2차 일자리위원회’ 본회의에서 지방·중앙정부와 민간 전문가 간 협업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한 게 계기가 돼 성사됐다. 중앙·지방정부와 노동계·경영계·학계 일자리 전문가 등 500여명이 참석한다. 양천구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한다. 김 구청장은 지난 7월 대통령직속 제2기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 민간위원 중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럼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상생의 지역 일자리’를 주제로, 특별강연, 기조발제, 사례발표, 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특별강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의 기조발제에 이어 이성 구로구청장과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이 우수사례 발표자로 나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을 소개한다. 토론은 일본 수출규제 대응-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 상생형 지역 일자리 성과와 확산 방안, 고령화(고령)사회 노동시장 변화와 일자리 정책 과제의 3개 주제로 진행된다. 이영목 경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최형기 상생형지역일자리센터장 등 민·관·학 전문가가 참여한다. 김 구청장은 “양천구청장으로서가 아니라 226개 기초지방정부 전체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을 중앙에 제안하고, 중앙·지방정부 간 협업이 촉진될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노 “직접고용 통해 노동자 보호” 사 “안전은 도급 아닌 시스템 문제”

    노 “직접고용 통해 노동자 보호” 사 “안전은 도급 아닌 시스템 문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다. 노동자들은 열광했다. 더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누릴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안전한 일터는 아직도 요원하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에서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이달 초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긴급진단을 시작해 국내외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28일 기획보도의 마지막으로 노사정과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산업안전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고재철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안홍섭(한국건설안전학회장)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백대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직처장 등이 참석했다. 오일만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이 사회를 맡았다.-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현주소는. 백대진 후진국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겉으로만 안전을 강조한다. 여전히 안전보다는 성과와 실적을 우선시한다. 2017년 산업재해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재에서 요양기간이 30일 이상인 중상해 사고 비율이 85%가 넘는다. 가벼운 사고는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은폐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산업안전 인식의 현주소다. 류기정 과거보다 재해율이나 사망자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산재가 주로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사망사고는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만 실제로는 50인 미만 기업에서 산재 사고의 80%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 서비스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을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로 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서 찾는다. 백대진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사회적 문제가 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을 통해 처리하는 것은 안전보건 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불합리한 제도다. 이를 금지하는 꼼꼼한 규제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하청 구조를 깨뜨리고 직접고용을 확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류기정 위험의 외주화는 노동계가 설정한 프레임이다. 사고들을 보면 반드시 2인 1조로 해야 할 작업을 1명이 맡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 많다. 공정의 분업화와 전문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모든 도급을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안전관리는 도급의 여부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면서 관리·감독할 권한은 주지 않는다. 원청에서 하청업체의 안전을 관리하다가 자칫 ‘불법파견’으로 판정이 나면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원·하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홍섭 도급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췄는지 확인을 깐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건설현장에서 비계(작업대) 설치는 안전을 담보하는 기본이기에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이런 어려운 작업일수록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업체가 그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청이 도급을 줄 때 하청업체에 가격을 ‘후려치지’ 않고 제값을 지불했는지, 작업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내년 시행된다. 백대진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취지가 퇴색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한다고 했지만 ‘경제 사정’을 고려한다면서 알맹이는 쏙 뺐다. 하위법령 개정안에서도 도급 금지 작업이 오히려 상위법보다 후퇴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면서 건설기계 분야를 제외한 것도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고재철 법 개정 절차가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급물살을 탔다. 산안법은 원칙적으로 사고의 책임을 사업주가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고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역할을 분담하는 게 중요하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노동법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류기정 과연 사업주만 처벌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전반적인 법의 틀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이 없이 너무 급속하게 통과된 측면이 있다. 안홍섭 영국은 건설안전법을 따로 둔다. 그런데 한국의 산안법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모든 업종을 묶어서 관리한다. 제조공장과 건설현장은 속성이 전혀 다르다.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안법을 아무리 뜯어고쳐도 건설업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이유다. 앞으로는 건설업의 속성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은 어떻게 보나. 백대진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가깝다. 기업이 안전에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게 된다. 기업살인법을 도입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이것이 예방으로 선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류기정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산안법은 이미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정부에서 특별감독을 나오면 수천 건의 지적사항이 나오고 수억원의 과태료를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이 사업주에게 낮은 형량을 내리는 이유는 사업주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고는 재래형 사고를 포함해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위험한 행동)에서 발생한다. 고재철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위험한 행동을 하는 노동자는 없다.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줄이려면 그 행동이 왜 위험한지 이해를 시키는 것이 먼저다. 규칙을 만들고 반복적으로 지키도록 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불안전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에서도 일정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산안법 규정에서 정한 2시간짜리 교육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살인법은 법이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다. 안전은 생명이고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살인법의 메시지는 근로자를 고용해서 죽거나 다치게 하려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산재 사망자수를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류기정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소중히 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양적인 수치에만 골몰하면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대기업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했다. 문제는 중소 영세사업장이다. 이들이 따라올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적절한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은 노사가 대결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하는 문제다. 안홍섭 이번 정부에서는 엄청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확실하게 안전에 대한 문제를 각인시킨 것은 중요하다. 과거에는 각 부처에서 나눠서 했다면 이제는 관계부처가 협업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현장을 단순하게 점검해서 바꾸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개입하는 산업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는 제도와 절차가 필요하다. 정리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열린세상] 일하는 사람이 안전한 사회가 노동 존중 사회다/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일하는 사람이 안전한 사회가 노동 존중 사회다/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하루에 평균 246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아프고, 하루에 5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재 왕국이다. 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인 사망만인율을 국제 비교하면 2015년 우리나라는 0.53이다. 일본(0.15)과 독일(0.17)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고, 영국(0.04)과 비교하면 13배 이상 높은 비정상적인 수치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산재 사망자가 많은 걸까?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7년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 원ㆍ하청 관계가 일반화되어 있는 51개 원청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의 단면을 찾아볼 수 있다. 사망만인율이 원청은 0.05였고, 하청은 0.39였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망만인율이 원청업체 노동자보다 8배가량 높은 것이다. 이렇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비율이 높은 건 많은 기업들이 ‘위험한 작업’을 직영하지 않고 외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 김용균씨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김용균씨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울린 경종이 사라지기도 전에 하청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지하철 선로 외주 노동자 사망 사고, 속초 아파트 건설 현장 노동자 사망 사고, 삼성물산 건설 현장 추락 사망 사고, 경북 영덕 수산물 가공업체 외국인 노동자 질식 사망 사고 등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하청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김용균법은 28년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말한다. 김용균법은 2018년 12월 17일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1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험한 업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주요 내용은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호 대상 확대, 산재 예방계획의 구체화다. 김용균법 시행에 대한 노사 간 견해는 상반된다.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법령이 원청의 책임 대상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등 모법의 취지가 퇴색된 ‘김용균이 빠진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한다. 반면 경영계는 작업중지 명령의 세부 요건이 규정돼 있지 않아 작업중지 명령이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문제점이 있고, 중소·중견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김용균법이 시행되기 전 노동계와 경영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볼멘소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노동자 산재사망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산재사망률을 낮추려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게 잡히고 있는 산재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산재를 산재로 인정해야 산재사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산재율은 0.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7%)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 숫자는 1만명당 0.68명으로 압도적 1위에 해당한다. 원인은 기업이 산재보험료 인상 등을 이유로 노동자가 죽기 전까지는 산재를 숨기는 탓에 있어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일터에서 다친 조선·철강·건설플랜트 하청노동자 343명 중 산재 처리가 된 사람은 36명(10.5%)에 그쳤고,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거나 아예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람은 122명(35.6%)이었다. 나머지 185명(53.9%)은 산재가 아닌 원·하청업체의 비용으로 공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야 어쨌든 사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는 잘못된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는 대부분 산재일 수밖에 없다. 산업 현장에서 사소한 재해라도 산재로 인정하고 처리할 때 산재에 대한 경각심도 오르고 안전 의식도 오를 것이다. 이때 비로소 산재사망률은 낮아지고 제대로 관리될 수 있다. 김용균법의 시행과 더불어 잘못된 산업 현장의 악습을 우리 스스로 바꿀 때 안전한 일터는 구현된다.
  • 66년간 근로기준법 비켜 간 영세사업장

    66년간 근로기준법 비켜 간 영세사업장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전체의 27% 근로계약서 안 쓰고 월급은 현금 지급 야근수당·4대보험·퇴직금 못 받기 일쑤 30~40년된 숙련공 50대에 갑자기 해고 영세사업장 노조 가입률은 0.9% 그쳐 규모 작아 근로기준법 보장 요구 못해 노동환경 가장 열악한데 보호 못 받아 개혁위 작년 8월부터 법적용 확대 권고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해고나 임금체불 등을 겪을 가능성이 커요. 법의 보호가 가장 절실한 노동자들인데 오히려 법 밖에 방치돼 있습니다.”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종로주얼리 분회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시키는 사업주들이 정말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열악한 노동 환경 탓에 야근수당 등은 받을 생각조차 못하고 버티는데 그러다가 예고 없이 해고당하는 노동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보석 등을 가공하는 숙련공들은 보통 30~40년 경력인데 50대가 되면 해고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는 “(사업주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봉급도 현금으로 주니까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기 어렵고 4대 보험에도 잘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면서 “아이들 대학 등록금 등으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시기에 대책 없이 직장을 잃게 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고 하소연했다. 김 분회장의 호소처럼 국내 노동자(자영업주 및 무급가족 포함)의 27.0%(580만명)가 일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은 암담하다.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다. 근로기준법(1953년 제정)에 나오는 법정근로시간과 연차휴가, 연장·야간·휴일수당 지급, 해고 등의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작은 사업장을 너무 엄격하게 규제하면 사업장의 지속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세 사업장의 생존이 어렵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노동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간신히 버텨 내고 있다. 영세업체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문제는 노동 조건 등을 담은 근로계약서조차 체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33.8%에 불과했다. 10명 중 6명은 보장받을 수 있는 근로조건을 문서로 남기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근로계약서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사업주들이 많고 노동자들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 쓰기 운동부터 하자는 목소리가 노동계에서 몇십 년째 반복되는 이유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일이 많다.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급휴가를 보장받거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 비율은 각각 23.9%, 35.1%에 그쳤다. 반면 5인 이상 10인 미만은 각각 43.2%, 59.4%였고 10인 이상은 75.2%, 84.1%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에게 법적으로 유급휴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곳에서 퇴직금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요원하다. 물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많기도 하다. 영세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는 김모(29·여)씨는 “밤 공연이 있는 날이 많지만 야간수당은 없다. 다음날 조금 늦게 나오는 것이 전부”라면서 “휴일에도 일했지만 한 번도 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뭉쳐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동료가 몇 명 되지 않고 업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영세 사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가입률은 0.9%에 그쳤다. 국내 전체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이 10.7%(지난해 기준)인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노조가 없으니 노동자의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기 어렵다. 참여연대가 최근 낸 임금체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을 떼인 노동자는 35만 1531명인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14만 6124명(41.6%)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최근에는 그 목소리가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한상균(57)씨는 지난 9일 ‘권유하다’라는 단체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노조를 조직하기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를 돕는 단체다. 조직화하기 어려운 영세 업체 노동자끼리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서로 존재를 확인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을 공개해 상황을 바꿔 보자는 취지다. ‘권유하다’는 사업장의 규모를 떠나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걸고 직접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말했던 내용과 똑같다. 학계나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낡고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꾸린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해 8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 적용을 확대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핵심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영세사업장의 근로 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졌다”면서 “법 적용에 차등을 둬야 할 이유가 없다는 데 거의 만장일치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은 모든 근로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호가 가장 필요한 이들은 노동 환경이 열악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이라면서 “사용자나 경영계의 사정을 함께 고려하면서도 작은 업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 시간제를 개선할 정책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국회 보낸 4개 법안 싸고 고용부 긴장

    국회 보낸 4개 법안 싸고 고용부 긴장

    첨예한 이견에 통과 낙관 어려워 한시름 놓았다면서도 초조한 표정농사가 끝나고 수확만 남았습니다. 무사히 잘 될까요. 굵직한 현안들을 국회로 보낸 고용노동부에는 때아닌 긴장감이 감돕니다. 여야 정쟁으로 진작 처리됐어야 하는 것까지 쌓이고 또 쌓였습니다. 결국 하나도 처리되지 않을 거란 불안감도 엄습합니다. 여의도를 쳐다보는 고용부 공무원들이 초조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고용부의 중요한 현안으로 4개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근로기준법),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구직자취업촉진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노동조합법 등), 그리고 최근 관심도가 다소 낮아졌지만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최저임금법) 등입니다.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의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내년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기다려야 한다는 고용부와 이달 말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기획재정부 사이에 이견도 첨예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국회 상황에 혼란스러운 것은 일반 국민이나 정부부처나 매한가지네요. 고용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국민취업지원제입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구직자들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구직수당을 지원하는 것인데요. 특히 고용보험 제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1995년 노동부 담당 사무관이었던 이재갑 장관이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고용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취임 1년을 지나는 장관의 마지막 과업 아니겠느냐”면서 입법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의 강한 열망이 담긴 ILO 핵심협약 비준도 빼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국정과제로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지금껏 추진해 왔는데요. 정부가 비준안과 입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하긴 했지만 최근 동력이 꺼져 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동계의 압박과 경영계의 반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국회에 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어느 하나 국민 실생활에 밀접하지 않은 정책이 없네요. 그만큼 첨예한 이견 대립에 통과 가능성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세종청사 고용부 공무원들의 표정은 복잡미묘합니다. 공을 국회로 넘겨 한시름 놓았다는 것과 함께 초조함도 읽힙니다. 많은 사회적 고민이 담긴 것들인 만큼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매년 100여명씩 ‘끼임 사망’… 위험의 외주화 달라진 게 없다

    매년 100여명씩 ‘끼임 사망’… 위험의 외주화 달라진 게 없다

    #지난 5월 부산 강서구의 한 하수처리시설 공사현장. 전기수리원인 A씨가 일명 ‘고소작업대’에 탑승해 천장 내 전선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작업대가 갑자기 위쪽으로 튕겨져 올랐다. A씨는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작업대의 난간과 천장 구조물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당시 작업대가 너무 높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해놨지만 그중 일부가 전선이 절단돼 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해 9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에도 산업 현장 곳곳에서 끼임 사고로 인한 ‘제2의 김용균’이 나오고 있다.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일명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 개정안도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구조적인 개선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전공단에 따르면 끼임으로 인한 사고 재해자는 최근 5년간(2014~2018년) 6만 7210명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모두 합친 숫자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만 4673명, 2015년 1만 3467명, 2016년 1만 3260명, 2017년 1만 2614명, 2018년 1만 3196명이 끼임 사고로 죽거나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6368명이 재해를 입어 예년 수준과 비교해 한 해 재해자수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사망자수는 100여명 정도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사망자가 많았다. 2017년 102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64명이 제조업이었다. 전 분야 사망자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제조업 분야에서 사망하는 셈이다. 대책 중 하나로 안전공단은 ‘공장설비 정비·보수작업 트러블 슈팅 사업’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노동자들이 기계 설비를 청소, 정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계가 주로 사고를 유발하는지 지역별 작업실태를 조사하고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사업체 대신 설계해 주는 사업이다. 내년에는 성형기와 산업용 로봇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서고 이후 컨베이어 벨트 등으로 확대한다.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제도’는 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주가 재해 예방 설비를 새롭게 갖추는 등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면 정부에서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한 뒤 돈을 지급한다. 올해 예산만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의 경우 397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말까지 120억원을 지원한 상태다.14일 기자가 방문한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밴드골드 사업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곳 중 하나다. 약국,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일회용 반창고 등 의약외품을 생산하는 ‘밴드골드’의 고종원(54) 대표는 사업장 내 생산시설을 안전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교체해 혹시 모를 끼임 사고에 대비했다. 밴드가 생산 과정에서 롤러에 걸렸을 때 직원이 손을 넣지 못하도록 덮개로 막는 식이다. 담당자인 공장장 3명만이 그 덮개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했다. 관리자인 김지숙(59·여)씨는 “이전에 사용하던 설비에는 습관적으로 손을 많이 넣었는데 지금은 덮개가 있어서 밴드가 걸려도 1차적으로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걸림이 생겨도 공장장을 부르면 되니까 직원들 모두 재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고 대표는 지난 1월 경기 광명시에서 안양시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일반 작업용 리프트를 없애고 약 5000만원을 들여 화물용 승강기를 설치했다. 고 대표는 “건물 벽에 설치하는 일반 작업용 리프트가 불법은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화물을 옮기려고 리프트에 같이 올라타면서 끼임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해 고민 끝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사업장에서는 직원이 계란을 3층으로 옮기려고 일반 작업용 리프트에 올라탔다가 리프트가 추락하면서 목과 어깨가 리프트와 창틀 사이에 끼면서 사망한 일이 있다. 내년 1월이면 산안법 전부 개정안도 시행된다. 도급을 주는 사업자인 원청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사업주와 하도급업체 대표의 처벌 수위를 높였다.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벌칙(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가중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또한 산업재해가 빈번하거나 사고 가능성이 큰 업종은 외주를 줄 수 없도록 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58조는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대상물질을 제조·사용하는 작업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작업의 도급을 금지했다. 이어지는 59조는 도급을 하기 위해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작업을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법의 미비점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정작 산안법 개정의 계기가 된 김용균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와 같은 발전업 등 ‘전기업종’이 도급 금지·승인 대상에서 모두 빠진 것이다. 법 시행 이후에도 전기업종인 원청업체가 도급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발전업은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수력발전 등을 일컫는다. 원청업체가 도급을 주는 구조를 ‘위험의 외주화’로 규정짓고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비판해 온 노동계에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경영계도 개정 산안법에는 작업 중지 명령을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데 경영계는 ‘급박한 위험’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자의적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하는 관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큰 변화 없이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법제처에서 심사 중인데 일부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전기 분야 등) 도급 승인 대상 분야의 확대는 반영하기 힘들다. 여야가 법 개정 과정에서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큰 틀을 마련했고 그 범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미 도급인 안전·보건조치 책임장소를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고 도급 시 산재예방조치 능력을 갖춘 적격수급인을 선정할 의무를 신설하는 등 노동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끼임 사고 등 재해 예방 해법으로 외주화 근절과 원·하청 차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특조위는 사고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노동자 간의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막고 안전에 대한 책임 공백 상태를 야기하는 외주화와 원·하청 차별 구조를 지목했다. 발전사가 외주화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행점검위를 설치해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는 안전강화대책 발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호 단국대 건설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안전보건행정 공무원을 분석한 결과 5년 미만 경력자가 72%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학적·기술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현재 고용부의 산업재해예방보상정책국을 고용부에서 별도의 행정구조인 외청으로 분리해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In&Out] 위험의 외주화, 자본에 의한 사회적 살인/김철홍 교수노조 국공립대 위원장

    [In&Out] 위험의 외주화, 자본에 의한 사회적 살인/김철홍 교수노조 국공립대 위원장

    성장주의와 양극화에 가려져 일 년에 2000명 이상, 하루 평균 6~7명이 일하다가 사망.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일 때문에 산업재해의 고통을 당하는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의 아픈 자화상이다. 2017년 기준 산재 사망자의 81.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일용직·비정규직의 산재 발생률이 정규직의 1.5~6.4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보듯 대부분의 산재 사망자가 외주·하청·비정규직 등 이른바 소외 노동자다. 삶의 차별을 넘어 죽음조차 차별받는 이 땅의 실상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라는 자본에 의한 사회적 살인 행위가 경영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무차별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이며 어떤 경우에도 타협과 계약,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노동시장 기본원리가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살인적 노동강도의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은 대부분 하청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 신분이 불안정하고, 임금도 적으니 위험하고 힘든 일은 너희들이 하라는 카스트제도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이 세계 10위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산재 사망자가 발생해도 불과 몇 백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되는 등 기업에는 더없이 관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재 예방을 위한 투자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산재 예방에는 제도적, 기술적, 교육적인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산재 발생에 따른 손실과 처벌보다 산재 예방을 위한 투자가 더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명확하도록 엄격한 법의 개정과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돈을 좇는 기업은 투자와 처벌, 어느 쪽이 더 이익인지 기막히게 판단할 것이다. 산재 사망은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안전을 도외시한 기업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인식은 선진 산업국가의 보편적인 상식이자 글로벌 스탠더드다. 노동자와 안전보건 전문가가 노동자 생명 보장을 위해 머리를 맞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경영계의 우려와 고충 해소라는 명분으로 누더기가 됐다. 이로도 모자라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 등의 추가 개악을 추진 중이다. 산업현장은 분노를 넘어 절망을 느낀다.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산재 예방에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예방 주체인 노동자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산안법 전면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살인기업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화학물질 취급 노동자와 공장 주변 주민 등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산재 예방 감시를 위해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대통령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권에서조차 노동자 삶의 보장은 물론 생명의 보장이 외면받는다면 절망감은 분노로 바뀔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자본에 의한 사회적 살인이다.
  • 모든 특고 산재보험 자동 가입?… 사업주 강압 탓 제외 신청 빈발

    모든 특고 산재보험 자동 가입?… 사업주 강압 탓 제외 신청 빈발

    정부와 여당이 지난 7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1인 자영업자에 대한 산업재해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원 대책도 없이 보험 적용을 확대해서 산재보험기금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산재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료를 부담하는 경영계와는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는 비판도 있다. 9일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둘러싼 몇 가지 논란을 짚어봤다.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을 부담한다? “일반 노동자의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특고는 다르다. 이른바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낸다. 특고 노동자의 총소득 또는 근로시간 절반을 특정 사업주에 의존하고 있을 때 해당 사업주가 전속성을 가지는 사용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포함되는 모든 특고 노동자가 산재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사실이 아니다. 당정은 이번 조치에서 방문판매원 등 27만 4000명의 특고 노동자를 추가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자동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에 앞서 이미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던 퀵서비스 배달원 등 9개 직종 47만명 노동자 중에서도 극소수만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아왔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고 노동자 산재보험 평균 가입률은 11.2%에 그쳤다. 저임금으로 생계가 어려운 특고 노동자들이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거나 사업주의 강압으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가입률을 높이고자 특고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료를 한시적으로(1년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 확대로 보험료가 오른다? “정부는 ‘일단’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입 범위 확대로 새로운 수입보다는 지출 규모가 더 크다는 점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특고 노동자 범위 확대로 연간 256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라 지출되는 금액은 연간 430억원으로 1년 동안 160억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산재보험 적립금 누계액은 17조 8000억원이고 매년 기금운용수익으로 1조원 이상이 추가로 적립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는 특고 노동자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인 만큼 무조건 고정된 보험료율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특고 노동자 규모는 74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내 전체 특고 노동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큰 166만~221만명 수준이다.” -사용자가 여러 명인 특고가 다쳤을 때 책임 소재는. “일단 보험료는 특고 노동자의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주가 내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당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고 노동자는 보험료를 낸 사업주의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다쳐도 보상을 받는다. 다만 이럴 때에는 전속 사업주의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하지 않도록 돼 있어 사업주가 내는 보험료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경영계 의견을 듣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말이 엇갈린다. 고용부는 경총과 양대 노총까지 모여서 두 차례 실무협의를 개최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총은 정부가 경영계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률 개정사항은 아니지만 노사 이견이 치열한 만큼 정부도 입법예고 기간 경영계 등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접수한 뒤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정수기 점검원·1인 사업자 등 160만명 산재보험 혜택 받는다

    정수기 점검원·1인 사업자 등 160만명 산재보험 혜택 받는다

    방판원 등 특수 고용직 27만명 추가 혜택 화물차주도 포함… 다단계 판매원은 제외 사업주 산재보험 가입 요건도 대폭 완화 사업장 규모 50인→300인 미만으로 확대 민노총 “특고 확대 부족… 전면 적용해야” 경총 “의견 수렴 없어 부작용 상당할 것”일하다가 다친 노동자의 병원비 등을 지원하는 산업재해보험의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 정수기 등 대여제품 점검원이나 방문 판매원 등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추가됐다. 1인 자영업자는 업종 제한 없이 모두 산재보험 혜택을 받는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160만명 정도가 새롭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7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중소 사업주 가입 요건 완화는 즉시 시행하되, 특고 노동자 적용 범위 확대는 사업주 준비 기간 등으로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일명 ‘특고’라고도 불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일반적인 노동자와 비슷하지만 법적인 지위는 전혀 다르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을 보호하고자 일부 특고 노동자는 지금도 산재보험을 적용한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적용 범위를 퀵서비스 배달원, 건설기계 운전자 등 9개 직종으로 매우 엄격하게 제한했다. 실제로 혜택을 받는 특고 노동자는 극히 일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특고 노동자는 40여개 직종 166만~22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산재보험 적용 대상 특고 노동자는 47만명에 불과하다. 가정이나 회사를 방문해서 건강기능식품 등을 파는 방문 판매원 11만명도 앞으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상위 판매원이 3단계 이상인 이른바 ‘다단계 판매원’ 157만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 대여 제품을 점검하는 점검원 3만명도 가입할 수 있다. 장난감이나 피아노, 미술, 컴퓨터 등 학습교재를 활용해 지도하는 방문 교사 4만 3000명도 포함된다. 1인 단독으로 근무하는 가전제품 설치기사 1만 6000명과 철강재,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화물차주 7만 5000명도 혜택의 길이 열린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 새로 추가되는 특고 노동자는 대략 27만 4000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중에서 실제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사람은 8만 80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1년간 부담하는 보험료는 약 120억원이고 사업주 부담금까지 합치면 약 240억원의 보험료가 산재보험에 유입된다. 특고 노동자 가입 확대로 산재보험 지급액은 400억원 정도가 증가하는데, 차액(160억원)은 기존 적립금으로도 충당할 수 있어서 보험료율 조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고용부는 판단했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사업장 규모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인 경우에만 한했다면 앞으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한다.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은 1인 자영업자는 현행법상 음식점업 등 12개 업종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업종과 무관하게 누구나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 고용 사업주 4만 3000명과 1인 자영업자 132만 2000명 정도가 새롭게 산재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는 각각 반발했다. 먼저 노동계는 정부의 이번 확대 조치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당정 협의안은) 특고 노동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고 노동자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하고 사업주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신청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공식적인 논평은 하지 않았지만 불만의 기색이 역력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특고 적용을 확대할 때 업계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없었다”면서 “산재보험 제도를 특고 노동자에게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이 아직 제대로 점검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폭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ILO 협약 비준안 의결… 국내법 개정도 추진

    국회 의결돼야 효력… 통과는 불투명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내용을 포함해 22건의 안건(법률안 11건·대통령령안 7건·일반안건 4건)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제87호·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 협약 비준을 추진 중이다. 이날 의결한 일반안건 가운데 ILO 핵심협약 비준안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비준안’,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비준안’, ‘강제노동 협약 비준안’ 등 3건이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비준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도 의결돼야 한다. 핵심협약과 상충하는 국내법 개정도 이뤄져야 비로소 실질적인 비준이 이뤄진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안과 법률 개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국내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입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가 마무리됐고 차관회의를 지나서 다음주 정도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노동자의 단결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외에도 소방공무원과 대학교원, 5급 이상 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확대’ 등 경영계가 요구한 내용도 정부입법안에 반영됐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노동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이를 대변하는 여야의 입장 차가 극심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노동계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협약 위반 비준해야” 경영계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대체근로 허용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노사의 전초전이 시작됐다. 비준을 압박하는 노동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영계가 지금껏 나왔던 것 외에 어떤 논리로 무장하고 싸움에 나서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입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 중에 있다. 이르면 다음달 국회로 넘어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비준 압박 카드로 일본과의 경제갈등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일제강점기 일본기업이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로 동원한 것은 명백한 ILO 핵심협약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위반이다. 피해자를 구제해야 하는 의무는 일본 정부에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고 해당 기업들은 손해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ILO 회원국은 ILO 헌장 26조에 따라 다른 회원국의 협약 위반에 대해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회원국도 해당 협약을 비준한 상태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 제29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기에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에 따른 ILO 핵심협약 위반에 대해서도 일본을 제소할 권리가 없다. 이런 의견을 지난 17일 ILO 전문가위원회에 제출한 양대노총은 “(한국은) 29호 협약은 물론 모든 미비준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와 야당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 및 노동법의 패러다임 전환 대토론회’가 열렸는데 주최자인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민주노총 등 강성 귀족노조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투쟁적 노동운동 관행과 결합돼 결국 노사관계를 극단으로 치닫게 해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입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4년까지 확대하고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하며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근로를 허용하면 당장 생산에 미치는 차질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고 노사 갈등이 더욱 극심해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단협 유효기간을 4년마다 하게 되는 것은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교섭을 그만큼 미룬다는 것인데 이는 지나치게 큰 변화”라고 비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10개월 몸살 앓은 ‘ILO 협약’… 정부 처방전 국회 문턱 넘을까

    10개월 몸살 앓은 ‘ILO 협약’… 정부 처방전 국회 문턱 넘을까

    노사정 대화 접점 못 찾은 채 ‘허송세월’ 정부안으로 입법예고… 여야 합의 주목 노사, 핵심요구 빠진 ‘정부입법안’ 불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노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노동계를 뜨겁게 달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라서다. 정부의 입법예고는 지난 9일로 마무리됐다. 노동계는 절실하지만, 비준이 달갑지 않은 야당이 쉽사리 통과시켜 주지 않을 모양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 기준보다 뒤떨어진 국내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LO 협약을 비준하면 강성노조가 판친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노사는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고, 정부가 공익위원안으로 입법안을 만들었지만 불만만 가득하다. 집권 3년차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지금 비준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는 기회가 없을 거란 전망이다. 꺼져 가는 불씨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대화 작년 7월~올해 4월 ‘헛바퀴’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었던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3개 법률 개정안(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에 총 7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비로소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등 보수정권이 외면한 문제들이 거론되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노동계는 들떴지만 경영계는 그 반대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 대립에서 정부가 찾은 방법은 사회적 대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새롭게 출발한 사회적 대화기구는 기대와 책임을 동시에 떠안았다. 그러나 타협은 쉽지 않았다.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 노사정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됐지만 헛바퀴만 돈 셈이다. 결국 정부는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공익위원안’으로 정부입법안을 만들어 지난 7월 입법예고했다. ●노사 모두 반발하는 정부입법안 노동계가 보기에는 부족하고 경영계가 보기에는 과했다. 각자 보기에 꼭 들어가야 하는 조항도 빠졌다. ILO가 제시하는 핵심협약은 총 8개로 이 중에서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것은 ‘결사의 자유’(제87·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105호) 등 총 4개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105호 협약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협약 비준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입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자의 단결권 강화’다.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과 노조 전임자 급여금지 규정 삭제, 사용자가 개별교섭을 동의할 때 노조 차별 금지의무 부여 등은 모두 이에 따르는 조치들이다. 경영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담겼다. 해고자·실업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시키되, 반드시 노조 임원은 재직자만 가입할 수 있다. 노조 전임자의 급여는 반드시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만 지급한다. 노사가 맺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사용자 측 요구안 가운데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은 ‘사업장 점거 금지’다. 노조가 사업장 안에서 생산 시설이나 주요 업무 시설을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파업하는 것은 앞으로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경영계는 당연한 조치라고 보지만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파업 행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직사회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내용도 포함됐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에서 퇴직 공무원·교원도 앞으로는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조치다. 법 개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이 이뤄진 뒤 전교조가 새로이 등록 절차를 밟으면 비로소 합법적인 노조로 거듭난다. 이 외에도 소방공무원과 대학교원, 5급 이상 공무원에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使 “노조 쏠림 심화” vs 勞 “구시대적 주장” 경영계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입법안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산별노조 체제인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라는 노사관계 특수성이 존재한다”면서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대립·갈등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입법안대로 노조법을 개정하면) 지금도 힘의 우위를 가진 노조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계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 자신들이 주장했던 내용이 법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정부의 비준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현재 전교조에 내려진 법외노조 처분을 정부의 직권으로 취소하고 특수고용노조의 설립 신고를 수리하는 등 정부가 국회의 입법 없이도 바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장 점거 금지 조항 외에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등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도 끼워 넣으면서 노조법을 ‘개악’하고 있다고 날을 세운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전체 표결로 통과된 ‘특수고용노동자 규제법안’(AB5)을 거론하기도 했다.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노동자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법에 따라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분류하던 각종 배달기사, 우버 등 플랫폼 노동자, 화물기사 등은 앞으로 유급휴직, 최저임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된다. 사업주가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두려면 법에서 정한 까다로운 판단 기준을 증명해야만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노동후진국인 미국에서조차 플랫폼 경제 체제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노동 문제에 대해 의회 등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면서 특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장기 과제로 미뤘다. 사용자단체의 구시대적인 주장에 귀 기울일 게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면피용 비준 아닌 대통령 의지 보여야” 노사의 반발에도 정부가 비준을 서두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서 규정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갔다. 전문가 패널에서 권고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적인 경제 보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관 절차 강화 등 ‘보이지 않는 제재’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ILO 차원의 제재도 가능하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ILO 역사상 실제로 제재를 받은 국가는 미얀마가 유일하다. 과거 미얀마 정부는 강제노동 철폐를 요구한 ILO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LO는 2000년 회원국에 “미얀마와의 관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압박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에서도 미얀마의 강제노동 문제를 특별 의제로 채택하도록 했다. 이런 ILO의 다각적 외교 공세에 버티지 못한 미얀마는 권고사항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비준 절차 강행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또 다른 부담까지 정부가 짊어질 수는 없다는 판단이 짙게 깔려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입법안과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야당을 얼마나 잘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노동계가 야당보다 정부의 행보에 더욱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자칫 이번 기회를 놓치면 ILO 핵심협약은 이대로 영영 표류해 버릴 거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가기 위한 ‘면피용’ 비준 노력이 아닌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만회하고 국정 기조였던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려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드시 비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고향세’ 지자체 기부 경쟁 촉발… 日, 수입액 90% 답례품에 지출

    ‘고향세’ 지자체 기부 경쟁 촉발… 日, 수입액 90% 답례품에 지출

    문재인 정부가 재정분권 추진 과제로 도입을 예고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다. 속칭 ‘고향세’로 알려진 이 제도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출발해 2017년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를 거쳐 지난해 9월 정부가 밝힌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등장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과 지방세입 기반 확충에 이은 세 번째로 언급될 만큼 중요 정책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 일부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가 수도권·대도시와 비수도권·농어촌 지역 간의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농어촌 지자체의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지역균형 발전 대안으로 설명한다. 비수도권 지자체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안이 현재 14건이나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도의 원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2008년 1차 아베 내각은 총선을 앞두고 자유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농어촌 지자체의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해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공약으로 제안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도 2007년 대선과 2010년 지방선거 공약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중도 폐기했다. 그 뒤 비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이어진 끝에 문재인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장점으로 열악한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고 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파한다. 특히 답례품 제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기부문화 확산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꼽는다. 하지만 지방재정 전문가들에게는 부정적인 견해가 대세다.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예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우려를 사는 건 인센티브 차원에서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답례품 문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선 답례품 제공 비용이 고향납세 수입액의 80~90%에 이르는 곳도 있으며 이런 틈을 타 호객행위를 하는 답례품 쇼핑몰도 등장했다”면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노트북이나 골프용품, 심지어 부동산(토지)까지 답례품으로 등장해 중앙정부가 규제에 나서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 서점가에는 답례품을 재테크와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수십종이나 된다. 더 암울한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향우회를 상대로 한 기부 요청, 지자체마다 관련 부서를 만들어 공무원을 동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경영계열 교수는 “고향사랑기부금 실적과 답례품을 미끼로 활동하는 브로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부금 액수보다 행정비용이 더 나올 수도 있겠다”고 꼬집었다. 광역 지자체 고위공무원 B씨는 아예 “지자체가 시민단체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원이 모자라서 시민들한테 후원받아서 운영된다고 하면 그건 더이상 지자체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건 결국 국세를 떼어서 지방에 주는 건데 그럼 현행 지방교부세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지자체별로 기부금 액수를 두고 경쟁이 벌어질 텐데 그럼 지자체 공무원들만 들들 볶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세 비중 확대와 마찬가지로 재정분권 정책의 특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정부 차원의 토론 과정이 생략됐다. 지방자치단체, 특히 비수도권 농어촌 지자체는 제도 도입에 적극 호응하지만 수도권 지자체는 시큰둥하다. 결과적으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심지어 왜 해야 하는지 무관하게 ‘재정분권은 좋은 것’이라는 구호에 휩쓸려 버린다. 지방재정학자 A교수는 “행정안전부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한결같이 ‘이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마이동풍”이라면서 “결국 대통령 공약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할 뿐”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수익 적은 시사·광고 없는 드라마… 폐지·개편하는 ‘지상파의 생존기’

    수익 적은 시사·광고 없는 드라마… 폐지·개편하는 ‘지상파의 생존기’

    미디어 환경은 말 그대로 ‘격변’ 중이다. 영상 플랫폼은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로 확산하고 있고, 소수 인력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수렴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전통 방송매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시사교양, 드라마 등 프로그램들의 폐지와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송의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계속되지만, 지상파 방송사에 수백억, 수천억원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경제 논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을 개편을 앞둔 지상파 방송사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심각한 위기를 맞은 지상파 방송사의 현재와 개선 방향, 그로 인해 시청자가 맞게 될 변화를 짚어봤다.KBS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지난달 30일 방송을 끝으로 36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983년 시작해 매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쳐 고발한 프로그램은 같은 해 ‘긴급점검, 기도원’ 방송으로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에 대한 정부 법제화 계기를 마련했고, 2006년 ‘과자의 공포’ 시리즈 방송 후 음식물 포장지에 식품첨가물 기재 의무화가 시작되는 등 정책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공익 프로그램이었지만 수익을 내기 힘든 특성상 개편 대상이 됐다. 2016년 시작해 경제, 역사, 환경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 다큐멘터리로 지식과 감동을 선사했던 ‘KBS 스페셜’도 폐지를 검토 중이다. KBS는 ‘추적 60분’과 ‘KBS 스페셜’을 통합한 ‘시사다큐 직격’(가제)을 다음달 방송을 목표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자 김제동의 고액 출연료 논란을 빚기도 했던 ‘오늘밤 김제동’도 지난달 29일 종영했다. 각종 정치적 이슈를 다루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시청률은 3~4%대에 머물렀다. ‘KBS 뉴스라인’을 없애고 그 시간에 연예인을 기용한 프로그램을 신설했지만 시청률 효과를 보지 못해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MBC의 경우 ‘생방송 오늘 아침’과 ‘기분 좋은 날’, ‘파워매거진’과 ‘생방송 오늘 저녁’ 같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의 통합 등을 검토 중이다. 갈수록 제작비가 높아지는 드라마도 개편 가능성이 높아진다. KBS는 기존 드라마 편성 시간을 70분에서 50분으로 줄이고, 광고 비수기에는 과거 드라마를 재방송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월화드라마의 경우 현재 방영 중인 ‘너의 노래를 들려줘’ 후속작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편성 작품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했던 MBC의 드라마 구조조정은 더 폭넓다.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웰컴2라이프’ 이후 편성 작품이 없다. 주말드라마는 방영 중인 ‘황금정원’의 후속작 ‘두 번은 없다’가 올해 말까지 방영될 예정으로 내년부터는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SBS는 이미 월화드라마 시간에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리틀 포레스트’는 같은 날 방송하는 KBS, MBC의 월화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으로 효율적인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광고 수익이 적은 시사교양과 제작비 부담이 큰 드라마의 축소·폐지를 중심으로 한 편성 변화는 지상파 방송국이 최근 겪고 있는 심각한 경영난의 결과다. KBS와 MBC는 최근 나란히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양대 공영 방송사가 비상경영에 들어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7월 22일 조회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비상경영계획안은 KBS가 당면한 구조적인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혁신안”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앞서 정필모 부사장 주재로 ‘토털 리뷰 비상TF’를 구성하고 4개 분야 63가지 실행과제를 담은 개선안을 내놨다. 2023년 KBS의 누적 사업손실이 6569억원에 이르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은행 차입금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담겼다. KBS는 연간 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TV 프로그램 10% 수준 감축, 특파원 제도와 중계차 등 대형장비의 개선, 경인취재센터 폐지 또는 대폭 변경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증가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올 하반기 추가 채용을 하지 않고 앞으로도 경력직 채용을 늘릴 방침이다. 최근 KBS는 비상TF안에 대해 각 부서와 의견을 주고받고, 최종안을 확정해 양 사장에게 보고했다. 이르면 이주 안에 시행방안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5일 최승호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비상경영 추진 계획을 밝히고 “모든 부문에서 비용 절감을 추진함은 물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장기적인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MBC의 올 상반기 영업 손실은 이미 400억원을 넘어선 반면 광고 매출은 1100억원대로 목표치의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하락하는 지상파의 광고매출과 종편의 성장을 거론하면서 “지상파의 경우 중간광고가 불가능하고 종교방송 등의 광고까지 판매해줘야 하는 이중삼중의 부담을 지고 있다”며 “이런 차별규제는 과거 정부에서 지상파 방송을 인위적으로 약화시키고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상식적 규제”라고 주장했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은 지상파의 상황을 토로하면서 “현재의 방송제도는 지상파 독과점 시절에 만들었던 것을 고치지 않은 것이 많다. 방송 환경, 통신 환경이 변했는데 그대로인 제도는 불공정하다. 차별적인 비대칭규제로 지상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발간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표집에 따르면 방송매체의 광고매출은 2011년 3조 7342억원에서 지난해 3조 2275억원으로 줄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을 통한 광고매출의 전체 파이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은 지상파에 더 영향이 크다.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2011년 2조 3754억원에서 7년 연속 줄어든 끝에 지난해 1조 3007억원에 그쳤다. 7년 만에 45.2%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종편PP(프로그램 제작자)의 광고매출은 같은 기간 716억원에서 4481억원으로 성장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최근 지상파 제작 드라마 중에는 광고가 하나도 안 붙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며 “제작할수록 적자만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KBS의 경우 2009년 이후 수신료와 프로그램 판매, 재송신 매출은 증가한 반면 광고매출이 연 평균 4.8%씩 줄었고 2013년 이후에는 광고매출이 수신료매출을 밑돌고 있다. 지상파의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지만 제작비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지상파의 지난해 제작비는 2조 8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종편PP도 지난해 1조 8299억원(전년 대비 94% 증가)의 제작비를 들이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양대 공영방송의 비상경영 체제 돌입은 미디어 환경 변화라는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마저도 난관이 예상된다. 당장 일거리 축소를 우려한 외주 작가와 독립PD들의 목소리가 높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달 논평을 내고 “KBS 비상경영 선포는 외주작가와 독립PD 대량해고 전초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방송국 통합·축소에도 반발이 일고 있다. 포항, 전남, 충주, 진주 지역 시도의회 등은 최근 연이어 “KBS의 비상경영계획은 지역분권시대를 역행하고 공영방송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고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해야 할 공영방송이 지역국 통폐합을 들고 나온 것은 존립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주총 거수기’ 오명 벗는 국민연금

    ‘주총 거수기’ 오명 벗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의 2배 수준 부결시킨 안건 0.9%뿐… 영향력 미미국민연금이 2018년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후 투자기업의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이 도입 이전과 비교해 두 배 수준이 됐다. 무조건 찬성표만 던진다는 뜻의 ‘주총 거수기’라는 꼬리표를 떼고 적극적인 주주로 거듭났다. 1일 국민연금공단 ‘2015∼2019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주총에 참여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2015년 10.1%, 2016년 10.1%, 2017년 12.9% 등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에는 10%대였지만 시행 후인 2018년 18.8%로 뛰어올랐고, 올해에는 1∼4월 현재 20.4%를 기록했다. 올해 국민연금은 1∼4월 기간에 총 997개 기업의 주주총회에 총 636회 참석해 2987개 안건에 의결권 행사를 했다. 이 가운데 20.4%인 610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2374건(79.5%), 중립은 3건(0.1%)이었다. 반대 사유는 ▲이사 및 감사 선임 243건(39.8%) ▲보수 한도 승인 240건(39.3%) ▲정관변경 92건(15.1%) ▲기타 35건(5.7%) 등이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국민연금의 주총안건 반대 의결권 행사가 늘었지만, 주총에서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반대 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 실제 부결된 안건은 5건(0.9%)에 불과하다는 게 그 방증이다. 약 700조원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노르웨이 국부펀드(GPF), 일본 공적연금(GPIF·연금적립금관리운용) 등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 해외 연기금들은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여성 임원의 선임 등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추구를 요구하거나 책임투자 관련 공시 확대를 요구하는 등 책임투자와 관련된 주주관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활동은 경영간섭이라는 경영계의 반발을 우려해 아직 소극적인 수준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국민연금 개혁안 단일안 도출 실패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다수안 제시

    국민연금 개혁안 단일안 도출 실패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다수안 제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대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높이고 보험료율은 9%에서 12%로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다수안으로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제도 개선위원회’(이하 연금개혁 특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활동결과 보고를 채택했다. 연금개혁안의 핵심인 노후소득 보장 기능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각 안을 지지한 사회단체를 명시했다. 먼저 다수안인 ‘가’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면서 보험료율도 12%로 인상하는 안이다. 한국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대한은퇴자협회가 이 안을 지지했다. ‘나’안은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동의했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입장이 반영됐다. ‘다’ 안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수준인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1%포인트 높은 10%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후세대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재정 지속성을 위해 현 세대가 연금재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로, 소상공인연합회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또 기초연금을 내실화하기 위해 수급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소득 하위 20% 노인에 대한 집중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함께 아이를 낳으면 일정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을 확대해 첫째 아이부터 6개월을 인정하는 정부 계획에 동의했다. 현행 제도는 둘째 아이에 대해 12개월, 셋째 아이부터 18개월씩 인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두루누리 지원 사업 확대, 종합적인 노후소득 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 기구 구성, 국민연금공단 관리·운영비의 국고 부담 비율 확대, 유족연금 지급률의 점진적 인상 등도 권고했다. 연금개혁 특위는 지난해 10월 발족해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참석 단체들간 의견이 엇갈려 합의를 도출하진 못했다. 장지연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최종 단일안으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그럼에도 이번 논의는 노후소득 보장과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만족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체 간 의견을 최대한 좁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 논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경사노위 논의 결과가 반영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토대로 논의를 계속해 단일안을 도출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 2022년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얼마나 밀도있게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홍남기 “내년 소재·부품 예산 2조 이상 마련”

    홍남기 “내년 소재·부품 예산 2조 이상 마련”

    한국노총 “지나치게 규제완화 위주”정부가 내년에 소재·부품산업 관련 예산을 2조원 이상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예산 관련 비공개 당정에 이어 정부가 다시 한번 확장적 예산 편성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소재·부품 예산 규모는 정부가 지난번 순증 1조원 이상 반영한다고 했는데 총액으로 2조원 이상 반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다음달 3일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는데 예산 편성이 후반전 중에서도 막바지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소재·부품·장비 관련 예산은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또한 “과거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 의지가 있었는데도 번번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에는 항구적 대책의 일환, 자립화를 확실하게 하는 일환으로 관련 예산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기금을 만든다거나 특별회계를 만들어 관련 예산을 담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며 다음주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방안과 관련, 지나치게 규제완화 일변도로 흘러간다는 노동계의 지적도 나왔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경영계 일부에서 규제완화 핑계로 근로시간 및 산업안전관련 노동자보호정책을 일거에 제거해 달라고 요구한다”며 “심지어 여당 일부 의원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주 52시간제도 근본 개선하려는 유예 입법안을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흔드는 게 아니라 유지하되, 수출 제한조치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실증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업에 맞춤형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하고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라며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신청해서 인정된 기업은 현재 3곳”이라고 밝혔다. 일본 수산물 등 식품 수입 시 안전조치 강화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가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유연근로제 느는데… 제도 악용 막을 ‘근로자 대표’ 규정은 부실

    유연근로제 느는데… 제도 악용 막을 ‘근로자 대표’ 규정은 부실

    근로자 대표와 반드시 ‘서면 합의’ 불구 일부선 근로자 동의 없이 탄력근로 도입 문제점 인식한 경사노위서도 결론 못 내 서면 합의 동의권 법적 실효성 있게 해야정부가 최근 유연근로제의 하나인 재량근로제 운영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사업장 곳곳에서 제도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더불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반색하는 모양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집중근무가 필요한 사업장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으로 합의만 하면 유연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근로자 대표’에 대한 정의 규정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자칫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유연근로제에 관심을 크게 보이는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점차 확대돼서다. 지난달 300인 이상 근로시간 특례제외업종(금융업 등 21개 업종)에 적용됐고, 내년부터 50~299인 사업장에도 도입된다.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기 전에는 유연근로제를 활용하지 않아도 위반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1개월)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도 기업의 수요에 맞게 유연근로제 활성화의 길을 터 주고 있다. 고용부는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를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와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까지 확대하는 한편 사업장에서 재량근로제를 제대로 활용하도록 관련 지침서도 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려는 차원에서 에칭가스 등 규제품목 연구개발 업무에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 주기도 했다. 공짜 노동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의식해 정부는 유연근로제를 사용자 맘대로 도입할 수 없게 했다. 반드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조항이 부실한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근로자 대표는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다.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조가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장하는 별다른 조항이 없다. 노조가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자칫 기업이 ‘어용 근로자 대표’를 내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는 등 주 52시간 근무제를 피해 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 대표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일부 사업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이는 무효이며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근로자 대표 정의 규정이 미비하다는 것은 노사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이다. 경영계도 기업에서 부서 한 곳에만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데도 회사 전체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여력이 없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서면 합의 동의권이 법적인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명확한 근거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도 근로자 대표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투표 등 민주적인 방식으로 전체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 대표와 관련된 제도 개선 요구가 노사 모두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해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