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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 TV·표정 읽는 카메라… 쏟아진 신기술

    투명 TV·표정 읽는 카메라… 쏟아진 신기술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가 개막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이른 오전부터 신기술 향연이 펼쳐지는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은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는 관람객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바람에 입장을 하려면 긴 줄을 서야 했다. LG전자 부스 입구에 설치된 무선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15대가 미디어아트를 연출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화면이 앞뒤로 움직이고 차광막이 올라갔다 내려가며 투명 모드로 바뀌면서 화면 건너편의 부스 모습이 환하게 보였다.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한참 동안 지켜보다 이내 LG전자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차랑용 전기·전자장비)·오디오 자회사 하만도 삼성전자 바로 옆에 부스를 꾸리고 기술력을 뽐냈다. 삼성의 ‘네오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차 전면 유리 하단에 실시간 운행 정보, 주행 속도, 길 안내 메시지를 표시해 주는 기술과 함께 운전자의 안면(얼굴) 표정을 인식해 운전에 집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얼굴 혈류를 측정해 심박수와 스트레스 정도를 보여 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I)과 뷰티의 결합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쏠렸다. 프랑스 뷰티 기업 로레알의 콜라스 이에로니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뷰티 앱 ‘뷰티 지니어스’를 공개했다. 이 앱을 켜면 AI가 피부 건조 정도를 파악하고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준다. 일종의 ‘뷰티 비서’인 셈이다. AI 뷰티·헬스케어 기업 ‘룰루랩’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자신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모니터에 얼굴을 갖다 대면 7초 만에 피부 나이와 함께 주름, 트러블, 모공, 색소침착, 붉은기 등 7개 항목에 맞춰 피부 상태가 점수로 표시된다. 일부 관람객은 피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낮게 나오자 기쁜 표정을 지으며 ‘예스’를 연신 외쳤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을 통해 분사한 이 회사는 전 세계 400만건 이상의 피부 데이터를 AI 기술과 접목시켰다고 한다.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생태계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LG전자와 협력해 올해부터 LG TV 일부에 ‘크롬캐스트’(기기 간 연결을 도와주는 장치)가 내장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번 CES에 대형 부스를 차린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 TCL과도 협업하기로 했다. 일본 소니는 독일 지멘스와 산업용 확장현실(XR·가상현실, 혼합현실 등을 아우르는 기술) 헤드셋을 개발한다. 이 차세대 헤드셋은 올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투닷’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플랫폼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았다.국내 기업 총수들도 현장을 찾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함께 전시 개막 직전 SK 부스에 나타나자 취재진이 우르르 몰려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삼성과 LG 등 주요 기업 부스를 둘러본 최 회장은 “AI가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면서 “전체적인 시장 크기와 시장이 그만큼 열려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해 롯데가(家)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전무)도 전시장을 둘러봤다.
  • 경찰 “습격범, 이재명 대통령 되는 것 막으려 범행”

    경찰 “습격범, 이재명 대통령 되는 것 막으려 범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김모(67)씨는 왜곡된 정치 신념에 경도돼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디지털포렌식 조사와 참고인 진술, 프로파일러 조사 등을 종합해 “김씨가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으로 극단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사법당국이 이 대표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 총선에서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살인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8쪽짜리 문건 이른바 ‘변명문’에도 유사한 취지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기재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변명문에는 “사법부 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 재판이 지연되고 나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갈 것을 저지하려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범행으로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의 구국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는 취지도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단독 범행이었다는 김씨의 진술을 확보한 뒤 압수물 디지털 포렌식 조사, 통화내역, 거래계좌, 행적 수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공모범이나 배후세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같은 해 6월부터 이재명 대표의 공식 일정을 5차례 따라다니며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수개월간 범행의 기회를 엿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대표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직접 플래카드, 머리띠 등을 제작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앞서 김씨가 범행에 앞서 작성한 일명 변명문(남기는 말)을 범행 이후 언론매체와 가족에게 전달해줄 것을 약속한 조력자 70대 남성을 범행 방조 혐의로 검거해 입건한 바 있다. 경찰은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을 뚫고 들어가면서 피해자가 뇌경정맥 손상을 입었으며, (흉기가) 바로 피부에 닿았다면 심각한 피해를 당하였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50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 전망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지지자인 것처럼 접근해 목 부위를 흉기로 찌른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부산경찰청은 6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차려 9일간 이번 사건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김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 AI는 인류를 이롭게 할까…개인정보 침해 우려에도 환경·의료 개선 기대감 컸다[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AI는 인류를 이롭게 할까…개인정보 침해 우려에도 환경·의료 개선 기대감 컸다[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전 산업에 파고든 AI는 업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CES 전시 예정인 제품을 대상으로 사전에 선정하는 혁신상 수상작을 보더라도 AI는 ‘대세 기술’이 됐다. 이렇듯 AI가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AI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기존의 사업에 접목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가 나서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개막을 앞두고 개최한 미디어 행사에서 “AI가 모든 산업을 이끌어가는 트렌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CTA가 올해 CES 슬로건을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으로 내건 것도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을 모든 산업 분야로 확산해 전 세계 공통 과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기술이 가져올 ‘선순환’에 방점이 찍혀 있다.AI가 가져올 파급력, 긍정적 63% > 부정적 24% 서울신문이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리서치DNA와 함께 지난달 26~2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3.5%가 ‘AI 기술 발전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답했다. ‘더 나쁜 방향으로 바꿀 것’이란 응답은 24.3%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AI가 우리 사회 주요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8가지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우선 AI가 의료 서비스, 교통 관리 및 안전 향상, 환경 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교육 개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민 의견을 확인했다. 이후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증가, 개인정보 침해 및 프라이버시 문제, AI의 편향성과 차별, 사회적 격리 및 인간관계 약화 등 AI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물었다. 이 8가지 질문은 생성형 AI 챗GPT를 통해 도출한 내용이다. AI가 의료 서비스 개선시킬까…“응답자 77% 공감” 사회 문제 개선과 관련해 ‘AI 기술이 질병 진단, 치료 계획 수립, 환자 모니터링 등에서 정확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7.1%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남성은 81.0%, 여성은 73.2%로 남성이 상대적으로 공감 비율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82.1%로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만 18세 이상~29세 이하도 80.5%로 두 번째로 높았다. 소득 구간별로는 850만원 이상이 82.3%로 공감 비율이 높았다. 반면 250만원 미만은 68.7%로 가장 낮았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응답 비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AI가 의료 기술·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해도 비용 부담이 클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AI가 교통 흐름 분석, 사고 예측 및 예방, 자율주행차량 개발을 통해 교통 문제와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5.4%가 공감한다고 했다. 남성의 공감 비율은 78.2%로 여성(72.6%)에 비해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가 80.9%로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구간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의료 개선과 마찬가지로 85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공감 비율(90.1%)이 가장 높게 나왔다. 반면 25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공감 비율이 62.9%였다. 모빌리티는 이번 CES에서 AI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하는 기술로 꼽힌다. 자율주행차가 주행 중 사고를 냈을 때 보험사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기법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환경 보호에 활용되는 AI…에너지 절약 기술 등장 ‘환경 모니터링, 기후변화 예측, 에너지 효율 개선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80.6%가 공감한다고 했다. 비공감 비율은 9.7%로 10명 중 1명도 안 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87.7%로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구간별로는 850만원 이상이 87.5%로 가장 높게 나왔다. ‘모두를 위한 AI’를 선언한 삼성전자의 경우, CES 2024에서 에너지 사용량과 요금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고 ‘AI 절약 모드’를 통해 직접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 혹은 탄소 집약도가 높은 시간대를 피해 로봇청소기를 충전하도록 설정하거나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대로 합친 ‘비스포크 AI 콤보’와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를 자동으로 운전해주는 기능도 상반기 내에 도입된다. 기후위기와 삶의 질 문제 해결에 기여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글로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도 AI 기술을 환경에 접목하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스타트업 inQs의 유리 제품 ‘SQPV 글래스’는 실내에서 발생하는 조명 빛까지 전력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을 탑재해 CES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AI 활용하면 교육 격차 해소?…20대 공감 비율 55% ‘맞춤형 학습 경험 제공, 학습 효율성 증가, 교육 격차 해소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2.8%가 공감한다고 했다. 공감하지 못한다는 비율도 26.5%로 적지 않았다. 의료, 교통,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달리 교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시민들 의견이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만 18세 이상~29세 이하에서 55.3%로 공감 비율이 가장 낮았다. 소득구간별로는 250만원 미만이 58.3%로 가장 낮았다. AI가 개인별 수준 진단,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으로 교육 격차를 좁힐 수도 있지만 AI를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쟁력이 크게 차이나면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해석된다.‘자동화 및 AI의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9.7%가 공감한다고 했다. 이 질문에는 여성의 공감 비율(73.4%)이 남성(65.9%)보다 높았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30대가 81.1%로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만 18세 이상~29세 이하는 63.3%로 가장 낮았다. 직종별로는 사무·관리직이 76.7%로 공감 비율이 높았고 농·축·수산업은 41.9%로 가장 낮았다. AI로 인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공감 비율도 크게 차이가 났다. ‘AI 기반 시스템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6.6%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여성이 79.2%로 남성(74.0%)에 비해 공감 비율이 높았다. 직종별로는 사무·관리직이 88.1%로 가장 높았고, 농·축·수산업은 48.7%로 가장 낮았다. 소득구간별로도 AI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민감도가 달랐다. 850만원 이상에선 84.5%가 사생활 침해에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250만원 미만에선 63.1%가 공감한다고 했다. 학생 대다수 “편향된 데이터 기반한 AI, 차별적 결정” ‘AI 시스템이 편향된 데이터에 기반해 만들어진다면 부정확하거나 차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4%가 공감한다고 했다. 다수의 응답자들도 AI의 편향성, 차별성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만 18세 이상~29세 이하(82.4%), 30대(80.7%), 40대(83.7%) 모두 80%대의 공감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50대, 60세 이상으로 갈수록 공감 비율이 낮아졌다. 60세 이상은 66.0%로 젊은 층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응답자 중에선 학생(93.5%)이 AI의 편향성·차별성과 관련해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가정주부와 농·축·수산업은 각각 63.3%, 62.8%로 공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소득구간별로는 850만원 이상이 87.2%로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고 250만원 미만이 64.7%로 가장 낮았다.사회 문제 악화에 동의한 3분의 2 “긍정적 기대”“더 늦기 전에 AI 규범 방향 폭넓은 의견 수렴” ‘과도한 AI에 대한 의존이 인간의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7.2%가 공감한다고 했다. 여성의 공감 비율은 81.7%로 남성(72.7%)에 비해 높았다. 소득구간별로는 850만원 이상이 87.7%로 공감 비율이 가장 높았고 250만원 미만이 63.9%로 가장 낮았다. 사회 문제 개선과 악화에 대해 각각 질문을 던진 뒤 재차 ‘AI 기술 발전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을 바꿀지, 아니면 나쁜 방향으로 바꿀지’를 물었다. 그러자 긍정적 방향으로 응답한 비율이 66.2%로 사회문제에 대해 묻기 전(63.5%)보다 더 높게 나왔다. 부정적 방향으로 응답한 비율은 22.9%로 소폭 하락했다.AI로 인한 사회 문제 악화에 동의를 한 응답자 3명 중 2명이 “그래도 AI 기술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기수 리서치DNA 대표는 “AI로 발생되는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더 살기 좋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고 기대를 갖는 사람이 3분의 2이고, 나쁜 방향으로 바뀔 거라는 전망은 4분의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의 경제성, 효용성, 유용성에만 경도돼 이에 대한 보호장치나 규제 없이 무분별한 활용이 이뤄진다면 그로 인한 인권 및 기본권 침해의 문제는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AI 규범 방향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CTA 미디어 행사에서 나온 내용과도 연결된다. 제시카 부스 CTA 리서치 디렉터는 최근 CTA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9명(86%)이 AI에 친숙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AI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AI와 관련해 개인정보와 가짜뉴스, 실업 문제에 대해 모두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어떻게 조사했나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리서치DNA와 함께 ARS 전화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6~27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남녀 각각 496명(49.6%), 504명(50.4%)이며 연령별로는 만 18~29세 16.1%, 30대 14.9%, 40대 18.0%, 50대 19.6%, 60세 이상 31.4%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메타서치·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4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2016년 공공의창을 출범시켰다.
  • 강남, 층간소음 주민 피해 예방 사업 추진

    강남, 층간소음 주민 피해 예방 사업 추진

    서울 강남구는 층간소음 갈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피해예방 사업과 경비원 등 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6월 법 개정으로 층간소음 피해 예방 및 경비원 등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 지원 사업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난해 9월 강남구 공동주택 관리 조례에 이를 반영했다. 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주택 291개 단지를 대상으로 지원 사업 공모를 진행해 구와 공동주택 단지가 각각 5대5~7대 3으로 분담해 층간소음 예방을 위해 소음 매트 설치 및 슬리퍼 지원, 캠페인, 입주자 대상 교육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 또한 단지별 최대 4000만원 한도 내에서 경비원 등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냉·난방기 구매, 휴게공간 설치 및 개선사업을 지원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강남구 대부분의 구축 아파트가 층간소음 성능보강이 어려운 상황에서 층간소음 피해 예방을 위한 단지별 위원회 활성화를 지원하고 혹한과 폭염에 고생하는 경비원과 청소노동자들의 근로환경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테러범에게도 인권 있다?…77명 살해한 연쇄테러범, 국가 상대 소송[핫이슈]

    테러범에게도 인권 있다?…77명 살해한 연쇄테러범, 국가 상대 소송[핫이슈]

    노르웨이의 연쇄테러범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교도소에 갇혀있는 동안 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2011년 7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정부청사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이후 총기를 난사해 총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은 이듬해부터 교도소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독방에 감금된 자신의 교도소 생활이 유럽인권협약에 따라 비인도적인 처우에 해당한다며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재 브레이빅이 수감돼 있는 오슬로 북서부 티리스트란드의 링기케 교도소는 매우 쾌적하고 넓은 시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브레이빅은 주방과 식당, 게임기, 여러 개의 안락의자와 에펠탑 그림이 걸린 교도소의 독방에서 생활한다”면서 “해당 교도소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가능한 다양한 운동기구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브레이빅의 변호인단 측은 “브레이빅은 독방에서 생활함으로써 외부 세계의 그 누구와도 의미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그가 외부에 편지조차 쓰지 못하도록 한 조치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브레이빅은 2012년에도 교도소 측에 서한을 보내 수감생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빵에 바를 버터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커피가 너무 차갑다’, ‘보습제를 제공하지 않는다’, ‘수감실에 장식이 되어 있지 않고, 풍경도 아름답지 않다’, ‘수갑이 너무 날카로워 손목이 베인다’ 등의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브레이빅의 주장은 유럽인권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이후 브레이빅은 2022년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잉게 한센 현지 법률 전문가는 “테러범은 수감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그의 가석방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검찰 측도 “그가 석방될 경우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브레이빅은 이후 법의학위원회에 의해 망상성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다. 77명 살해한 극우주의자 “무슬림 이민자로부터 유럽 구하려 한 것” 한편, 브레이빅은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정부청사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이후 10~20대 학생들 700여 명이 참여한 여당 노동당의 청년캠프 행사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후 그는 “무슬림 이민자로부터 서유럽을 구하려 한 것”이라며 허무맹랑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가석방 심리에 출석할 당시에도 영어로 ‘백인 민족에 대한 학살을 멈춰라’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들고 법정에 들어서며 나치 경례를 하는 등 극단적인 극우주의자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도 브레이빅은 “나는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세뇌당했다. 제3제국(나치 독일 체제)을 재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각 전사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빅은 연쇄 테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1년 형을 선고받았다. 노르웨이 법정은 피고에게 선고한 징역형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이 권한은 복역이 끝날 때마다 무제한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노르웨이 법원이 브레이빅을 사회에 복귀시킬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징역형을 5년 씩 추가로 연장해 무기징역형 또는 종신형을 살게 할 수 있다.  
  • “민주당은 개딸당” 탈당했던 이상민 의원, 국민의힘 입당할 듯

    “민주당은 개딸당” 탈당했던 이상민 의원, 국민의힘 입당할 듯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된 이상민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7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 의원은 “입당 시기와 방식은 국민의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역시 “이 의원이 이르면 이번 주에 입당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1시간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이 의원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요청했다. 오찬 뒤 이 의원은 “오늘 상당 부분 한 위원장과 의기투합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회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숙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지난해 1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탈당한 이 의원은 그동안 신당 합류, 국민의힘 입당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거취 문제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한 위원장은 본인이 커 온 환경도 그렇고, 이념에 매달려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더라. 나 또한 우리 사회의 극단적 대립을 넘어서려면 좌우 구분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탈당 당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이재명 사당’,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당’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 컵라면 먹던 초등생에 흉기휘두른 고등학생…항소심도 ‘실형’

    컵라면 먹던 초등생에 흉기휘두른 고등학생…항소심도 ‘실형’

    사적인 일로 화가 난다며 아파트 단지 안에서 컵라면을 먹던 초등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고등학생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18)군에게 단기 5년·장기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군은 지난해 4월 3일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1층 필로티 부근에서 친구와 컵라면을 먹던 초등학생 B군에게 다가가 흉기를 휘둘러 목 부위를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군은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도의 지적 장애를 앓는 A군은 다니던 학교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류돼 분노를 느끼던 중 교사와 언쟁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지자 이 사건 범행 도구인 흉기를 학교 교실에서 챙겨 휴대하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원심은 “피해자의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거나 응급조치가 늦었을 경우 자칫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이른바 무차별 폭력의 경우 사회적으로 큰 불안을 야기하므로 같은 범죄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분노 감정과 폭력 성향을 조절하지 못하고 그 감정을 불특정 대상자에게 표출하는 등 자신의 정서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군은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려고 했을 뿐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법원은 증거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에게 당시 살인의 범의(고의)가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그의 항소를 기각했다.
  • 유정복 인천시장, 북한 해안포 사격 관련 주민 안전 철저 지시

    유정복 인천시장, 북한 해안포 사격 관련 주민 안전 철저 지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북한의 서해안 해안포 사격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주민안전에 철저를 기할 것을 지시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 우리 군도 이에 맞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이날 12시 백령, 대청, 연평 대피소를 개방하고, 주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와 마을방송을 했다. 또 이들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에 대한 운항도 통제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총 49개의 대피소가 있으며, 오후 3시 30분 기준 약 810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했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시 경보통제소에서 주민 대피상황을 점검하고, 이들 지역을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연평면장과 긴급 통화해 주민 안전과 대피에 철저를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정복 시장은 “북한의 이번 사격은 9·19 합의 사항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우리 시와 옹진군은 현장 상황을 관리하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소에 머물 수 있도록 조치하고, 조업대피에도 신경써 달라”며 “주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해 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매뉴얼에 따라 대응해 줄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인천 연평도와 백령도에 내려진 주민 대피령이 3시간 30분 만에 해제됐다. 인천시 옹진군은 이날 오후 3시 46분쯤 연평도와 백령도에 내려진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앞서 옹진군은 이날 오전 11시 18분쯤 해병대사령부로부터 북한 해안포 사격에 따른 대피 방송 준비 요청을 받고 오전 11시 40분쯤 인천시 재난안전종합상황실에도 유선으로 상황을 알렸다. 이후 대피소 개방 요청을 받은 연평면사무소와 백령면사무소는 이날 낮 12시 13분쯤 안내 방송을 하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인천시도 오후 1시 21분 ‘완충구역 북 해안포 사격으로 우리 군은 오늘 오후에 해상 사격(을 할) 예정입니다. 서해5도 주민께서는 만일의 사태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북한의 사격으로 인해 이날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백령도 행 여객선 코리아프린스호는 50분 뒤 회항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해경도 군 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파받고 이날 오전 서해5도에서 출항한 어선 6척을 오후 2시까지 항구로 다시 돌아오도록 조치했다.
  • 네 법당이 곧 방음벽…원만한 빛, 원활한 길[마음의 쉼자리-종교와 공간]

    네 법당이 곧 방음벽…원만한 빛, 원활한 길[마음의 쉼자리-종교와 공간]

    코앞까지 다가서도 건물의 존재감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동굴처럼 생긴 나선형 계단이 펼쳐졌다가 파도처럼 돌출한 옥상이 보이거나 한옥이 등장하기도 한다. 네 개의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선 이곳, 서울 종로구 원남동의 원불교 원남교당이다. 건물은 크게 네 개다. 중심 법당인 대각전과 위패 봉안실이 있는 종교관, 일종의 수도원인 훈련관,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한옥으로 설계한 인혜원, 대로에 접한 문화 시설인 경원재 등으로 구성됐다. 건축가는 왜 좁은 공간을 여러 조각으로 나눴을까. 크게 한 덩어리로 올리면 쓰임새가 많은 복합 건물이 될 텐데 말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형의 이형성 때문이다. 그러니까 땅이 똑바르지 않아서 그랬다는 뜻이다. 이형의 땅에 건물을 짓다 보면 각이 맞지 않아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그래서 서로 다른 형태의 건물 네 동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건축가가 의도한 모양새가 ‘도심 속 산사(山寺)’였기 때문이다. 공간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면 그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된다. 네 건물의 가운데를 움푹 팬 골짜기처럼 만들었다. 각각의 건물은 도심의 소음을 차단하는 차음벽 구실을 한다. 그 덕에 도심 한복판인데도 절간처럼 고요하다.전체를 아우르는 조형적 키워드는 원불교의 상징인 원(圓)이다. 모난 곳은 줄이고 외관의 곡면부터 계단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건물 곳곳에 원형을 적용했다. 백미는 중심 법당인 대각전의 원상(圓相)이다. 폭과 너비가 8.4m에 달하는 정사각형의 거대한 철판에 지름 7.4m의 원을 뚫어 만들었다. 단지 원형과 사각형만으로 조성됐을 뿐인데 존재만으로 건물 전체를 압도하는 듯하다. 천장으로는 창을 냈다. 그 덕에 하늘빛이 쏟아져 원상을 비출 때마다 시시각각 분위기가 바뀐다. 빛과 공간이 만나 일궈 낸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는 느낌이랄까. 안내를 맡은 김해민 교무는 “건축가가 의도한 건 정중동, 곧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각전 일원상 바로 뒤는 영모실이다. 위패를 봉안한 대형 위패단이 설치된 공간이다. 바깥과 단절된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14m에 달한다는 높은 천장의 개방감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위패단을 비추고 있다. 앞쪽의 일원상처럼 원남교당을 비추는 자연광을 가장 먼저 받는다. 법당의 ‘법음’(法音)이 가장 먼저 전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건희 회장 등의 위패가 있다.원남교당에서 가장 이질적인 건물은 한옥 인혜원이다.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가장 뜸한 건물이기도 하다. 인혜원은 작은 법당을 겸한 일종의 접견실 같은 공간이다. 다른 건물처럼 누구나 들어가 참선하고 차담도 나눌 수 있다. 종교관 밖으로는 ‘여래길’이 조성됐다. 이 길을 따라 건물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여래길에서 감상하는 건물 전경도 독특한 느낌을 안겨 준다. 원남교당에는 입구가 따로 없다. 건물이 지어지면서 생긴 7개의 골목 가운데에 건물이 있을 뿐이다. 어디서 진입하건 그곳이 곧 입구인 거다. 막힘이 없는 개방성은 건물 어디에서나 통용된다. 누구나 거리낌없이 드나들 수 있다.
  • 백지영 “치매 전 단계, 진짜 심각” 눈물 그렁

    백지영 “치매 전 단계, 진짜 심각” 눈물 그렁

    가수 백지영이 기억력이 감퇴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2일 백지영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집 공개 2탄! 신기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백지영 옷장! (백지영 코트, 명품 패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날 영상에서 백지영은 드레스룸에 걸린 옷들을 소개하던 중 ‘어제 입은 옷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백지영은 “나 어제 뭐 입었지?”라며 한참을 생각하다 “윤혜진씨가 하는 브랜드의 코트를 입었다. 제일 편하고 따뜻하다”고 답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라는 게 있더라. 치매보단 약하고 건망증보다 심한 거다. 나 그거 아니냐. 어제 어디 갔지? 이거 입고 어디 갔지?”라며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생각난 듯 “선교사님 만나러 가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고 밝히며 “진짜 심각하다. 나 진짜 지금 약간 눈물 날 뻔했다”고 우려했다.
  • [속보] 이재명 집도의 “1.4㎝ 자상, 동맥·기도 손상 없어…경과 지켜봐야”

    [속보] 이재명 집도의 “1.4㎝ 자상, 동맥·기도 손상 없어…경과 지켜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이 4일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병실에서 회복 중이지만 출혈이나 추가 손상 등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송 당시에는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내경정맥 손상, 기도나 속목동맥 손상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목 부위는 중요 기관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상처의 크기보다 얼마나 깊게 어느 부위가 손상됐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목 정맥이나 동맥에 혈관 재건술을 난도가 높아 경험 많은 혈관외과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이유를 설명했다. 민 교수는 수술 당시 이 대표의 상태에 대해 “목뒤에 1.4㎝ 칼에 찔린 자상이 있었고, 속목정맥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렸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있었다”면서 “다행히 동맥 손상이나 뇌신경이나 식도·기도 손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감염 우려로 세척을 실시한 뒤 속목정맥을 1차로 9㎜ 정도 꿰맸고 이후 수술 부위에 관을 집어넣고 상처를 봉합하는 조치를 취했다고”고 덧붙였다. 그는 “이 대표가 수술 이후엔 다행히 순조롭게 잘 회복 중”이라면서도 “칼로 인한 외상 특성상 추가 손상이나 감염, 혈관 수술 뒤 합병증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과는 조금 더 잘 지켜봐야 하겠다”고 밝혔다. 수술 시간은 2일 오후 4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약 1시간 40분 소요됐다. 민 교수는 이 대표의 수술 경과 등에 대한 브리핑이 뒤늦게 열린 배경도 밝혔다. 그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수술 후 브리핑을 준비했었지만, 전문의 자문 결과 의료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해선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지금은 (이 대표가) 많이 회복돼 언론 브리핑에 보호자인 부인이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 관련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당일 갑자기 취소했다. 이후 이날 오전 이 대표의 치료 경과에 대해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에서 괴한에게 흉기에 피습 후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약 두 시간 동안 경정맥 혈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회복하다 지난 3일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 광양경제청, 2023년 ‘1조 2000억원’ 투자유치 성과

    광양경제청, 2023년 ‘1조 2000억원’ 투자유치 성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경제청)이 지난한해 어려운 투자환경에서도 전략적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26개 기업에서 1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일자리 1206개를 창출하는 성과도 냈다. 광양경제청은 209개 네트워크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전문가그룹 회의, 잠재 투자자 초청 설명회 등을 160회 이상 개최하고 1594개의 잠재투자기업을 발굴하는 등 투자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율촌산단에 이차전지 소재 제조기업 포스코리튬솔루션이 5751억원,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08억원, 대송산단에 연료전지 발전업체인 하동이팩토리㈜가 1188억 원을 투자하는 등 총 20개 기업에서 신규 투자를 실현했다. 또 산단 특성에 맞는 기업지원 서비스 제공으로 ㈜씨아이에스케미칼이 세풍산단에 이차전지 소재 제조 공장을 600억원 들여 증설하기로 하는 등 6개 기업의 증액 투자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8월에는 황금산단에 40㎿급 대규모 ㈜전남클라우드데이터센터 구축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32년까지 7500억원 투자를 통해 데이터센터 2기를 구축, 정보통신 분야 인력 2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지방세 수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동 대송산단에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에서 2028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4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개발 분야에서도 산업단지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세풍산단 공영개발 사업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고, 율촌제2산단도 공영개발을 위한 사업 타당성 분석 용역을 추진 중이다. 해룡산단은 새로운 민간사업자와 사업 시행협약을 체결하고 편입토지 보상에 착수했다. 광양경제청은 남해안 관광 거점 조성을 위해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도지구 해양친수공간은 부지 조성 중에 있으며, 진입도로 개설 공사는 사전 행정절차를 완료한 후 지난해 8월부터 공사를 착수해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에도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광양경제청은 올해 차세대 첨단기술, 이차전지 혁신생태계 조기 완성을 위해 미국, 중국, 독일 등 해외투자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광양만권 이차전지 기회발전특구 지정 추진 및 산업단지의 신속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상락 광양경제청장은 “오는 3월 개청 20주년이 되는 만큼 그동안의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미래 비전을 수립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투자유치 활동을 적극 추진해 이차전지 등 미래성장산업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광양만권이 글로벌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KBO 족집게 쌤’ 거듭난 강정호…“타격왕 손아섭도 그의 작품”

    ‘KBO 족집게 쌤’ 거듭난 강정호…“타격왕 손아섭도 그의 작품”

    한국 프로야구(KBO)리그 통산 621경기에 출전한 최익성(52) 저니맨육성사관학교 대표가 미국 로스엔젤리스(LA)에서 개인 코치로 활동하는 강정호(37)의 근황을 전했다. 강정호는 KBO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로 직행한 최초의 한국인 타자로, 2015~201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으로 맹활약하다가 음주운전 3회 적발로 ‘불명예 은퇴’했다. 최 대표는 2일 유튜브 채널 ‘체육공단’에 출연해 “요즘 KBO 타자들이 시즌이 끝나고 미 LA 등에서 개인코치를 고용해 훈련하고 있다”며 손아섭(36·NC 다이노스)을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1월에 강정호 야구 아카데미에 참가해 스윙 궤적과 발사각 등을 조정한 뒤 2023년 시즌에서 타격왕과 최다안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손아섭은 올해 1월에도 다시 한번 강정호 스쿨을 찾는다. 손아섭이 강정호를 극찬하면서 김재환(36·두산 베어스)과 박세혁(34·NC 다이노스), 한동희(24·롯데 자이언츠), 정훈(37·롯데 자이언츠) 등도 올 겨울 강정호를 찾아 개인 교습을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강정호는 “모든 타자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타자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설정해주고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C급 선수라면 큰 걸 바꿔야 할 수도 있지만 (손아섭 같은) A급 선수들은 하나만 찾아주면 된다. 강정호가 그걸 세밀하게 잘 한다”며 “큰 걸 바꾸는 건 아닌데 (미세한 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강정호가 이 부분을) 잘 짚어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LA는 날씨도 좋고 운동 환경도 좋다. (선수들이) 몸도 만들고 (강정호의) 어드바이스도 받으면 야구에 대한 시야도 넓어진다. 여러 효과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비활동기간에 KBO 타자들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개인 코치를 고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미국에서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나 마이크 트라웃(33·LA 에인절스)도 비(非)시즌에 사비로 코치를 섭외해서 엄청나게 훈련한다. 운동선수가 돈을 받으면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에서 코치들은 (개인별 맞춤 지도에) 한계가 있다. 타자가 30명인데 개개인 다 붙어서 집중적으로 지도하기가 어렵다”며 “요즘은 좋은 지도자들이 밖에 많이 있다. 자기한테 맞는 사람을 찾아가면 된다”라고 했다.
  • 용산구, 원효로1가 자투리땅 주차장 조성 협약

    용산구, 원효로1가 자투리땅 주차장 조성 협약

    서울 용산구가 고질적인 지역 주차난 해결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자투리땅을 활용한 공공주차장 조성에 발 벗고 나섰다. 구는 지난달 27일 원효로1가 소재 자투리땅 토지소유주 대명실업과 거주자우선주차장 조성·운영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2일 밝혔다. 주택밀집지역과 도심지에서는 어디서나 주차난으로 겪고 있지만 부지 매입 문제로 새로운 공공주차장 조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별도 부지 매입 없이 지역주민들이 공유주차할 수 있는 거주자우선주차구획 20면을 신규로 조성할 수 있게 됐다. 해당 부지는 4개 필지(원효로1가 1-4, 1-7, 1-8, 3-1번지)로 구성된 법인 소유의 토지이며, 건축물 없이 나대지로 장기간 방치된 상태였다. 이에 구는 토지소유주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거주자우선주차장을 조성함으로써 방치된 부지 내 쓰레기 무단투기나 청소년 일탈 등 주거환경도 개선하고 도로변 불법주정차로 인한 주민 불편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토지소유주에게는 유휴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주차장 운영 수입금이나 재산세 감면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번에 조성될 원효로1가 거주자우선주차장은 민선8기에 발굴한 후암동(4면) ’1호‘와 원효로2가(23면) ’2호‘에 이은 ’3호‘ 자투리땅 주차장으로 올해 2분기부터 2026년 4분기까지 약 3년 간 운영될 예정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부지를 제공하신 토지소유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자투리땅 주차장은 주택가 인근이라 주민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숨어있는 자투리땅을 적극 발굴해 주차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윤호 구하기 대작전/강보경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동화]

    윤호 구하기 대작전/강보경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동화]

    “이제 다 왔어. 여기가 앞으로 우리가 살 아파트야.” 보조석에 앉은 엄마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좋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빠의 발령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슬펐다. 매일같이 놀던 친구들과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서울에 와서 보니 앞으로 살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으리으리한 정글놀이터가 좋았다. 이전에 살던 곳에도 놀이터가 있었지만 친구들 5명만 모여도 비좁게 느껴질 만큼 작았다. 그런데 이 정글놀이터는 반 친구들 모두 있어도 거뜬할 것 같았다. 나는 새로운 친구들과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왔어요. 구한이 인사해볼까?” 선생님이 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안녕? 나는 김구한이야. 만나서 반가워.” 나는 선생님이 가리키는 빈자리에 앉았다. 내 짝꿍은 하얗고 둥근 얼굴에 잠자리 눈 같은 안경을 쓴 친구였다. “안녕? 이름이 뭐야?” “이윤호.” 윤호는 멍하니 앞만 바라보며 무심하게 이름을 말했다. 선생님의 하교 인사를 듣고, 짐을 챙겨 나왔다. 저 앞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윤호가 보였다. 나는 서둘러 윤호 옆에 바짝 붙었다. “윤호야, 너도 이 아파트에 살아?” “어.” 전학 온 학교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학생의 대부분이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정글놀이터에서 같이 놀래?” “피아노학원 가야해.” “피아노 끝나고는 뭐해?” “영어학원, 수학학원 가야해.” 윤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앞만 보며 걸어갔다. 윤호는 걸음이 느려진 나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이사 오기 전에 피아노 학원만 다녔다. 내 친구들 중에는 윤호처럼 여러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윤호 같진 않았다. 학원과 학원 사이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든 같이 놀기 위해 시간을 맞췄다. 단 30분이라도 놀이터에서 만나 놀았다. 그 30분은 쏜살 같이 흐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놀고 나면 숨이 헐떡헐떡 차고 머리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윤호는 나와 놀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멀어져 가는 윤호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잘 다녀왔어?” “네. 엄마! 나 숙제 끝내놓고 나가서 놀아도 돼요?” “그래. 대신 단지 밖으로 나가면 안 돼. 아직 이 동네에 서투니까.” 나는 숙제를 재빨리 끝냈다. 그리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 있는 산책로를 걸었다.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왼쪽은 아파트 정문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정글놀이터로 가는 길이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오른쪽 길로 갔겠지만, 오늘은 달콤한 꽃향기가 나는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호다!’ 윤호가 정문 한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학원 차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내가 다가가 앉는데도 모르는 것 같았다. 윤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을 양 손에 쥐고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핏 보니 요즘 유행하는 ‘티끌모아 태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게임은 차근차근 아이템을 모아가야 해서 많이 하는 만큼 레벨이 올라가는데, 윤호는 나보다 5배는 높은 15레벨이었다. 나와 놀 시간은 없다더니 게임할 시간은 많나보다. 내가 옆에서 보든 말든 신경도 안 쓰던 윤호는 학원 차의 빵 소리에 부리나케 일어나 달려갔다. 나는 토요일이 게임하는 날이다. 평일에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냈을 때 2시간의 게임시간이 생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평일에는 게임도 안하고,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척척 끝내는 아이 같겠지만, 그건 아니다. 나도 매일 ‘티끌모아 태산’ 게임을 하고 싶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다. 토요일에도 아빠 스마트폰을 빌려서 게임을 하는 거다. 작년에 잠깐, 내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스마트폰이 있었다. 스마트폰은 나의 보물 1호였다. 그래서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숙제할 때, 화장실갈 때도 들고 다녔다. 보다 못한 엄마는 내 스마트폰을 없애버렸다.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때까지 절대로 사주지 않을 거야!’ 호랑이 같은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며칠은 눈물이 날만큼 속상했다. 그리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불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밖에 나가면 같이 놀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멍한 눈빛과 손놀림으로 게임을 하는 윤호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도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갑갑하고 쓸쓸해 보였다. 옛날 내 모습 같았다. 아무래도 윤호를 스마트폰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야겠다. 나는 윤호구하기 작전을 계획했다. 「1단계, ‘티끌모아 태산’을 주제로 대화를 튼다. 2단계,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대신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도록 한다. 3단계, 최대한 재미있게 논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생각나지 않게 한다.」 내 생각대로라면 3단계를 거치고 났을 때 윤호는 나와 나의 옛 친구들이 그랬듯 틈만 나면 뛰어 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같이 놀 친구가 생길 것이다. 나는 윤호와 땀을 흘리며 신나게 뛰어 놀고 싶다.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딩동댕.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운동장에서 놀아도 좋아. 그런데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는 들어와야 해.” 선생님의 말씀에도 윤호는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윤호구하기 작전 1단계에 돌입했다. “윤호야, 너 ‘티끌모아 태산’ 게임해?” 윤호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맞췄다. “응. 너도 해?” “나도 하지. 난 20레벨 이야.” “우와. 너 정말 높다. 난 15레벨인데. 게임 정말 많이 했나보다.” 나는 사실 3레벨이다.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이건 하얀 거짓말이다. 윤호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짓말. 어찌됐든 대화를 시작하게 됐으니 1단계 성공! “15레벨까지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고난도의 훈련이 필요해.” “고난도의 훈련? 그게 뭔데?”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큰 비밀이라도 되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알고 싶어?” “응.” 윤호는 침을 꼴딱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학교 끝나고 시간돼?” “오늘은 4시부터 6시까지 시간 있어.” 내 생각이 맞았다. 시간이 있었으면서 나와 노는 것보다 스마트폰이 더 좋았던 거다. 학교가 끝나고 윤호와 나는 서둘러 나왔다. “고난도 훈련이 뭐야? 어떤 기술을 써야 하는데?” 윤호가 다그치며 물었다. “오늘은 체력훈련이야.” “체력훈련?” 윤호는 멈춰 서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뜨끔했지만 확신을 주기 위해 목소리에 힘주어 말했다. “너 ‘티끌모아 태산’ 할 때 손가락 안 아파? 목, 어깨, 등 뻐근하지 않아? 그런 상태로 어떻게 게임에 집중 하겠어. 그래서 체력훈련이 필요한 거야. 딱 1주일만 해도 변화가 느껴질걸.” 윤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4시에 정글놀이터에서 만나.” 나는 10분 먼저 정글놀이터에 도착했다.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좋은 놀이터가 있는데 왜 다들 놀지 않는 걸까? 나는 텅 빈 놀이터를 둘러보며 어떻게 놀면 훈련처럼 보일지 고민했다. 그때 윤호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손의 힘만 가지고 이 구름다리를 통과해야해. 나 하는 것 잘 봐.” 나는 손에 힘을 줘 밧줄로 만들어진 구름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그리고 한손, 한손 옮기며 건너갔다. 그 다음은 윤호였다. 윤호는 나처럼 손에 힘을 줘 밧줄을 잡았다. 하지만 옮겨 건너려 한손을 놓는 순간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손을 옮길 때 한손으로 자기 체중을 버티고 재빠르게 옮겨야 하는데, 힘도 부족했고 재빠른 기술도 부족한 듯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훈련에 열중했다. “하하하. 됐다. 나 봤지?” 마침내 윤호는 구름다리를 건너고 환하게 웃었다. 윤호의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2단계 성공! 우리는 그 날 이후 틈만 나면 훈련을 했다. “오늘은 순발력을 기르는 훈련을 할 거야. 내가 잡을 테니까. 너는 도망가. 이 놀이터를 벗어나면 안 돼.” “이거 술래잡기 아냐?” “맞아. 술래잡기만큼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이 어디 있냐? 어느 방향으로 도망갈지 순식간에 판단해야 하잖아.” 둘이 하는 술래잡기는 잠시도 쉴 틈 없이 뛰어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윤호야, 개미들 좀 봐. 꼭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는 것 같지 않아?” “그러네. 이거는 무거워 보이니까 같이 옮기려나 봐.” 개미들이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과자 부스러기위에 모여들어 있었다. “게임에서도 팀원 모두 열심히 해야 이기잖아. 한 명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자기 멋대로 해버리면 이길 수 없지.” 우리는 한참 동안 개미를 관찰하며 게임 전략을 짰다. 그리고 개미들처럼 멋진 나뭇잎과 가지를 모았다. 쌓인 나뭇잎 더미를 바라보던 윤호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구한아! 우리 이제 슬슬 실전에 들어가 볼까?” 심장이 덜컹하고 배꼽까지 내려앉았다. 윤호 구하기 작전 3단계는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고백하면 윤호가 뭐라고 할까? 이제는 나와 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속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윤호야…….” “응?” 윤호는 스마트폰 화면 가운데에 자리 잡은 ‘티끌모아 태산’ 게임 앱을 누르며 대답했다. “나…….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뭔데?” 가슴이 쿵쿵 뛰다 못해 온몸이 쿵쿵 뛰었다. 입에 침도 말랐다. “사실 나……. ‘티끌모아 태산’ 3레벨이야.” “뭐?” 윤호의 동그란 눈이 왕사탕만큼 커졌다. “미안해. 나는 너랑 같이 놀고 싶어서 그랬어.” 윤호는 말없이 땅바닥을 쳐다봤다. 나는 애꿎은 손톱 끝만 긁었다. 째깍째깍 1초가 10분처럼 느껴졌다. 한참 후 윤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어쩐지 이상했어. 체력훈련하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윤호가 억울하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때 윤호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나 조금 달라진 것 같지 않냐? 사실 예전에는 학교 갔다, 학원 갔다 피곤해도 밤에 빨리 잠들지 않았거든. 눈을 감아도 ‘티끌모아 태산’이 둥둥 떠다녔어. 그런데 너랑 논 이후로 밤에 눕자마자 잠들어.” 나는 와락 윤호를 끌어안았다. 오늘도 우리는 머릿속에 땀이 줄줄 흐르도록 뛰어 놀았다. “너 영어학원차 올 시간이야. 오늘은 내가 정문까지 데려다 줄게. 인심 썼다.” 우리는 티격태격 장난치며 정문으로 걸어갔다. 정문 앞 벤치에 현진이가 앉아있었다. 현진이는 우리 반 친구다. 맨 뒤쪽에 앉아서 별로 얘기를 해보지는 않았다. 현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윤호를 쳐다보며 옆구리를 찔렀다. “윤호야, 현진이구하기 작전 어때?” “좋지!” 윤호가 활짝 웃었다. 그리고 손을 쫙 펴 내 앞에 갖다 댔다. 나는 윤호의 손바닥에 내 손바닥을 부딪쳤다. 찰싹! 소리가 내 마음처럼 경쾌하게 울렸다.
  • 북바인딩 수업/이지혜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단편소설]

    북바인딩 수업/이지혜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단편소설]

    책방 안에 희미하게 레몬빛이 돌았다. 창문에는 아이보리색 커튼이 드리워졌고, 형광등과 보조등에서 퍼져나온 빛이 커튼 위로 어우러져 따듯하면서도 산뜻했다. 윤재는 사람들과 함께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내 기척을 느낀 몇 사람이 얼굴을 돌렸고 윤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줄지어 선 책장을 지나쳐 테이블 쪽으로 걸었다. 중앙에 자리 잡은 매대 위에는 윤재가 만든 책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있어요, 오래된 자리, 쓰고 만듦. 이모의 환갑을 열흘 앞두고 윤재는 나에게 다시 연락해왔다. 휴대폰 액정에 윤재에게 온 메시지 알림이 떴을 때 나는 윤재가 환갑잔치 일정을 알려주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메시지에 이모 이야기는 없었다. 윤재는 내가 사는 곳 근처 책방에서 북바인딩 수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날짜는 이틀 뒤였다. - 민정아, 와줄 수 있어? 나는 답장하길 망설였다. 윤재와는 한동안 거리를 두며 소원하게 지내고 있었다. 반년 만에 온 윤재의 연락이 반갑기보다는 어색했다. 윤재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여섯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나를 이모에게 부탁했다. 동생만 외할머니 집에 데려가 함께 살면서 식당에서 종일 일하며 돈을 벌었다. 아빠가 남긴 유산은 없고 병원비와 빚만 쌓여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훗날 엄마는 설명해 주었다. 일이 년 돈을 모아서 방이라도 얻을 수 있게 되면 나를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결정과 계획을 당시에는 알지 못한 채로 나는 이모네 집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사촌인 윤재와 함께 자랐다. 윤재가 한 살 많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윤재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윤재의 형인 윤석을 꼬박꼬박 오빠라고 부른 것과 달리 윤재는 이름으로 부르며 친구처럼 대했다. - 이모 환갑은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되묻자 윤재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답장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우리는 반년 전에도 나눴다. 당시 그렇게 말한 건 나였고 윤재는 알겠다고 우선 만나자고 선뜻 대답했다. 그때 윤재도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윤재에게 답장을 보내 책방으로 가겠다고 말해 놓고도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도 올까 말까 망설였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윤재는 웃으면서 나에게 손짓했다. 유난히 하얗고 마디가 굵은 윤재의 손. 어린 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작은 손으로 윤재가 내 등을 쓸어내렸던 적도 있었다. 처음 이모네 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잘 웃지 않았다. 울거나 떼를 쓰지도 않았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고, 괜히 말썽을 부렸다가 이모네 집에서 쫓겨나게 될까 봐 불안해했다. 이모나 이모부가 나에게 눈치를 줬거나 윤재나 윤석과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모부는 이 년 동안 나를 거두어 키우면서도 싫은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를 돕는 일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윤재와 윤석을 대할 때는 태도가 엄격했고, 자녀의 교육과 생활 지도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확고했다. 거기 어긋나거나 미치지 못하면 납득이 될 때까지, 원하는 말을 들을 때까지 사람을 몰아세웠다. 왜 그렇게 했니. 말해봐, 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왜 말을 못 해. 어떻게 할 거냐니까. 윤석은 공부나 생활 면에서 이모부의 기대만큼 해내는 편이었고 이런 말을 듣는 건 대체로 윤재였다. 이모네 집에 들어간 지 세 달쯤 지났을 때 윤재가 이모부에게 크게 혼났다. 그날은 이모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도중에 이모부가 윤재를 때리려고 해 이모가 말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공부방으로 들어온 윤재가 테이블 앞에 주저앉았다. 윤재 눈에서 눈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줄줄 흘러내렸다. 소리 없이 우는 윤재를 보다가 나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왜 그랬는지 윤재가 하는 것처럼 숨죽여 울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내 등을 다독이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윤재가 테이블 앞으로 몸을 숙인 채 내 등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윤재의 눈에서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간식을 들고 온 이모가 우리 둘 사이에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나는 봤다. 와달라는 윤재의 요청을 끝내 거절하지 못한 것, 머뭇거리면서도 뒤돌아 책방에서 나가지 못한 것, 이게 다 그 순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울었고 또 웃기도 했으니까. 단지 그것뿐이라고 속으로 되뇌며 윤재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두 여섯 사람이 색지와 실, 송곳 등이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 테이블은 밝은 갈색의 원목 상판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철제 다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벽면 스크린 앞에 서 있던 윤재가 목을 가다듬었다. “저는 책 만드는 박윤재예요. 제 목소리가 좀 작은 편이죠? 혹시 안 들리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빔 프로젝트 화면을 넘기자 윤재가 만든 세 권의 책이 스크린에 올라왔다. “그동안 이 책들을 만들었고요. 여러 책방에서 북바인딩 수업을 진행해 왔어요. 첫 번째 책을 만든 게 벌써 칠 년 전이네요.” 윤재는 책들을 소개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고, 어떤 상황에서 만들었으며,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어려움은 또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는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낮고 느린 목소리에서 나름대로 강약이 느껴졌다. 가끔 참여자들이 소리 내어 웃기도 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술술 이야기하는 윤재가 나는 좀 낯설었다. 윤재는 참여자들에게도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첫 번째 참여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곧 어학연수에 갈 예정이라며 거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펴낼 거라고 했다. 두 번째 참여자는 입을 열기 전, 옆에 앉은 세 번째 참여자를 잠깐 봤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사내 커플이었다. 퇴근 후 함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우리가 같이 보낼 시간을 책에 기록하고 싶어요.” 두 번째 참여자가 말하자 세 번째 참여자가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했다.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했고 윤재도 따라서 손뼉을 쳤다. 나는 타이밍을 놓쳐 고개만 끄덕거렸다. 속없이 웃는 윤재가 내심 못마땅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저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던 호텔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나와야 했고, 요즘 다른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말을 덧붙일 순 없었다. 윤재의 사촌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그 후 대화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마지막 참여자가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신청했다고 말하는 것만 귀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 호텔에서 일하기 시작한 때는 윤재가 첫 번째 책을 만들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인턴으로, 정확하게는 프리인턴으로 호텔에 입사했다. 육 개월간의 프리인턴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 일 년제 인턴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꽤 그럴싸해 보였고 그 안에서 유니폼을 맞춰 입고 구성원이 되면 든든한 소속감을 느끼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반년이 지나가고 인턴 전환 시험이 다가왔다. 개별 면담과 지필 시험, 조별 면접까지 마치고 며칠간 결과를 기다렸다. 어느 날 쉬는 시간, 직원 로커룸에서 친한 동기가 가방을 꾸리고 있었다. 내가 뭐 하냐고 묻자 동기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 집에 가.” 오후 세 시가 되기도 전에 동기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로커룸을 나갔다. 다음 날 나는 인턴이 되어 출근했고 평소처럼 유니폼을 입은 채 일했지만 호텔이라는 공간, 특히 매일 지나는 길고 어두운 직원 통로가 좀 무서워졌다. 나는 이런 일들을 그때그때 윤재에게 알렸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엄마는 이모네 집 가까이에 셋집을 얻었다. 윤재와 따로 살면서도 같이 밥을 먹고 숙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미 엄마보다는 이모를, 동생보다는 윤재를 더 친밀하게 느끼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윤재와 가깝게 지냈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윤재에게 연락했다. 내 친구들이 윤재와 내가 연인 같다고 놀린 적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호텔에서 있었던 일들을, 윤재는 책 만드는 작업을 주로 이야기했다. 내가 인턴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윤재도 첫 번째 작업에 대해 소식을 전해왔다. 윤재가 처음으로 만든 책 <여기 있어요>는 서울아트시네마가 많은 사람의 후원과 노력에도 낙원상가에서 철수하고 서울극장 삼 층에 단일 상영관으로 축소되어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윤재는 일이 벌어지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위치를 옮긴 서울아트시네마가 오픈하던 날부터 백 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곳에 갔다. 많은 사람이 거기 서울아트시네마가 들어섰다는 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선 여전히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새로운 독립영화가 상영됐고 또 누군가는 계속 극장을 찾았다. 나는 윤재의 책을 통해서 그런 일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윤재는 대학교 사 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윤재가 색지를 테이블 가운데로 옮겨서 색깔별로 펼쳤다. “이 두꺼운 색지는 여러분이 만들 책의 표지가 될 거예요. 좋아하는 색으로 두 장씩 골라주세요.” 같은 크기로 잘린 흰 종이도 색지 옆에 꺼내두었다. “눈에 띄는 색이 없으실까 봐 걱정인데요. 그러면 흰 종이에 색연필이나 펜으로 표지를 꾸미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표지를 만드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윤재가 혼잣말하듯 덧붙이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여러 색의 색지들은 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진달래색 표지 두 장을 손에 들었다. 조금 촌스러운가 생각했지만 그대로 내 앞에 가져왔다. 진달래색 색지는 묘하게 기시감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 매니큐어 색깔과 비슷했다. 며칠 전 나는 발톱에 짙은 분홍색 매니큐어를 발랐다. 꽃잎을 그려 넣듯 하나하나 두 번씩 덧칠했다. 매니큐어가 마른 발을 보면서 색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손을 보며 조금 씁쓸했다. 이제 정직원도 아닌데 적당히 넘어가도 되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다. “이 얇은 종이들도 열 장씩 가져가세요. 이건 책의 내용을 담을 내지가 될 거예요.” 윤재는 표지와 같은 크기인 흰색 종이들도 테이블 위에 죽 늘어놓았다. 어차피 내지는 다 똑같은 흰 종이라 열 장씩 나눠줘도 될 텐데 한 장 한 장 직접 골라서 가져가라고 했다. 참여자들은 테이블 중앙에 세 줄로 놓인 종이들을 훑어보다가 한 장씩 집었다. 옆 사람이 고르기를 기다렸다가 가져가기도 했고 앞 사람과 손가락이 부딪히기도 했다. 그 과정이 나는 좀 번거로웠는데 옆에 앉은 연인 참가자들은 서로 종이를 골라주며 재미있어했다. 나는 윤재를 흘끔 봤다. 윤재는 테이블 반대쪽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윤재가 나를 왜 이곳에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 이모 환갑잔치 일정은 전화로도 충분히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라서 나는 윤재가 그걸 핑계로 나에게 연락해 관계를 회복하려는 게 아닌가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윤재는 나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 하셨으면 이렇게 표지 사이에 내지를 넣어 보세요. 벌써 책 같은 모양이 됐죠?” 다들 윤재가 말한 대로 표지 사이에 내지를 넣어서 앞뒤로 살폈다. 나도 앞에 놓인 종이들을 한 손에 잡고 어떤 책이 완성될지 가늠해 보았다. 잘 그려지지 않았다. 윤재가 실뭉치와 송곳 두 개를 테이블 가운데로 가져오더니 이제 구멍을 뚫을 차례라고 말했다. 이미 묶어둔 견본을 펼쳐서 우리에게 보여줬다. “구멍을 잘 뚫는 게 중요해요. 그 구멍으로….” 그때 책방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커서 윤재의 말이 끊겼다. 책방 직원이 다가가 수업 중이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말했다. “수업이요? 무슨?” 한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보며 물었다. “책 만드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책방 직원이 목소리를 낮춰가며 대답했고 세 사람은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책이요? 그래, 책을 만든대. 그런 수업도 하는구나. “그걸 어떻게 만드는데?” 셋 중 한 사람이 물었고 실내가 조용해졌다. 세 사람은 서가 앞에 서서 이쪽을 들여다보더니 테이블 위를 둘러보고 윤재와 참가자들도 훑어봤다. “저렇게 만드는가 보네.” 그런가 보다고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는 책방 직원을 향해 그러면 다음에 오겠다고 말했다.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세 사람이 나간 뒤 닫힌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저걸 왜 만들지.”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윤재는 서너 차례 목을 가다듬었다. 잠깐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곧 견본을 손에 잡고 테이블 앞으로 내밀었다. “구멍을 잘 뚫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그 구멍으로 한 장 한 장의 낱장들이 모이고 묶여야 책이 되는 거니까요.” 목소리가 조금 흔들리는가 싶었지만 윤재는 막힘없이 말을 마무리했다.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고 마음이 상한 듯해 보이지도 않았다. 당황하고 마음이 흔들린 쪽은 오히려 나라는 것을 깨닫고 있을 때 윤재는 표지를 자세히 보라며 견본을 들어 올렸다. 구멍 사이의 간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어야 했다. 모든 구멍은 왼쪽 끝을 기준으로 가로 0.5cm를 띄워놓아야 했으며, 첫 번째 구멍은 왼쪽 끝 윗면에서 세로 1cm의 간격을 둬야 했고, 두 번째 구멍부터는 세로 2.5cm의 거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간격을 유지하다 보면 마지막 다섯 번째 구멍은 자연스럽게 네 번째 구멍과는 세로 2.5cm, 종이의 아랫면과는 첫 번째 구멍과 마찬가지로 세로 1cm의 거리가 생겼다. 표지에 윤재가 알려준 간격대로 점을 찍어 두었다. 송곳이 나에게 넘어오길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책 만드는 모습을 둘러봤다. 옆에 앉은 커플은 알맞은 위치에 점을 잘 찍었는지 서로 확인하는가 싶더니 책을 바꿔 상대방의 책에 구멍을 뚫어주고 있었다. “제일 끝에 있는 구멍은 잘 안 되는데? 잘못했다간 종이 찢어질 것 같아.” “이리 줘. 내가 해볼게.” 여자가 마지막 구멍을 뚫어서 남자에게 건넨 뒤 나에게 송곳을 전해줬다. 여자가 몸을 돌렸고 두 사람은 테이블에 놓인 하늘색 표지 위로 손을 포갰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송곳을 잡았는데 무언가에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벼려진 바늘 끝으로 오래된 흉터를 짓누르는 기분. 송곳을 고쳐 쥐었다. 진달래색 표지와 흰색 내지들을 모아서 왼손에 잡고 오른손으로 송곳을 들어 첫 번째 구멍으로 가져갔다. 종이 위에 찍어 둔 점을 송곳으로 누른 뒤 힘을 줬지만 종이는 뚫리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종이를 내려놓고 왼손 손바닥으로 고정한 채 송곳을 좌우로 돌렸다. 손의 힘이 풀려 낱장들이 자꾸 흩어졌다. 윤재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윤재는 앞 장 표지만 가져가 송곳을 살살 돌려가며 구멍을 뚫었다. 뾰족한 송곳 끝이 표지 반대편으로 빠져나오자 내지를 서너 장씩 집어서 같은 위치에 구멍을 만들었다. 송곳을 돌리는 윤재의 손. 가까이서 보니까 작은 흉터가 많았다. 윤재가 종이를 다시 내게 건넸다. 가지런히 뚫린 다섯 개의 구멍이 흠집 같았고 그 자체로 고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윤재는 사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며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았다. 송곳 두 개를 한쪽에 모아놓고 실뭉치를 풀었다. 미리 준비해 둔 실을 손에 잡고 그 길이에 맞춰서 한 줄씩 잘라나갔다. “이제 구멍 사이에 실을 넣어서 책으로 엮어 볼게요. 실 한쪽 끝에 매듭을 만들어 주세요. 구멍에 매듭이 고정될 수 있도록이요.” 참여자들이 그 말에 따라 매듭을 묶고 있을 때 윤재 앞에 놓인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윤재는 한동안 테이블을 내려보다가 빠르게 말했다. “급한 전화라 잠깐 받고 올게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져 통화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곧 몸을 돌려 책방 서가를 가로질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윤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됐다. 반년간 왕래 없이 지내는 동안 윤재에게도 많은 일이 생겼을 것이다. 그전엔 윤재와 이렇게 오래 연락이 끊긴 적이 없었다. 윤재는 만들고 싶은 책이 떠오르면 나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작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갔고, 책이 나오면 나에게 제일 먼저 보여줬다. 그런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는 윤재도 나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함께 있는 게 그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느끼지 못한 동안 윤재와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윤재는 내가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대개 카페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은 윤재를 만나러 도서관에 갔다. 윤재는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나를 만나러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지, 우선 나갈까? 내가 묻자 윤재는 여기에도 식당이 있다며 내려가 보자고 했다. 우리는 도서관 지하 식당에서 라면과 김밥을 사 먹었다. 내가 내려고 하는 걸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 수 없다며 윤재가 막아섰다. 내가 한 번 더 나서자 윤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럴 땐 좀.” 식사 후에는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마시며 일 층 만남의 광장에서 조용조용 얘기를 나눴다. 윤재는 당시 구상 중이던 책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내가 딴생각을 하지 않는지 가끔 눈치를 살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질문을 부지런히 삼켰다. 그때는 내가 정규직이 된 지 육 개월쯤 지난 시기였다. 인턴 때에 비하면 생활이 조금 나아졌고 해고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졌다. 하지만 유니폼이 마치 내 일부인 듯 익숙해지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나는 뭘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애꿎은 매니큐어만 사서 모으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같은 값이 더 나가는 것은 사지 못했고 가끔 퇴근길에 매니큐어를 샀다. 화장대 위에 올려둔 매니큐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두세 달이 지나자 두 줄 세 줄로 길어졌다. 업무 규정 때문에 손톱에는 바를 수 없어서 나는 발톱에만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날 도서관에서 윤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도 화장품 가게에 들러 매니큐어를 하나 더 샀다. 일하지 않은 날 매니큐어를 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윤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발톱에만 바를 수 있는 매니큐어 같다는 생각도 그날 처음으로 했다. 이런 시간이 윤재와 나 사이에 난 구멍처럼, 적당하지 못한 간격처럼 느껴졌다. 구멍을 뚫는 건 종이에 손상을 주는 일인데도 그 구멍을 통과해야 낱장들이 하나로 묶여서 책이 된다는 윤재의 말을 곱씹었다. 지난 반년 새 우리 사이에는 확실히 거리가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윤재에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내는 근황을 알리지 못했고 어쩌면 윤재도 나한테 전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전화를 받으러 나간 윤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하나둘씩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십 분쯤 지났을 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밖으로 나왔다. 복도는 어두웠고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층계참에서 방향을 꺾고 뛰어 올라오는 윤재가 보였다. “미안, 많이 늦었지?” 윤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방금 들은 말과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윤재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 낯익었다. “아니야, 다들 신경 안 써. 무슨 일이야?” 윤재는 발을 멈추고 주저하다가 그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윤재는 참여자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일이 생겨서 시간이 지체됐어요.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근데, 괜찮으신 거예요?” “그래요. 작가님 별일 없으면 됐어요.” 참여자들에게서 괜찮다는 반응과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이어졌다. 윤재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거듭 시간을 확인했다. “매듭을 만드는 데까지 했죠? 이어서 나가볼까요?” 윤재가 테이블을 훑더니 작업하던 것을 위로 올렸다. “이제 표지 뒷장 두 번째 구멍에 바늘을 넣어서 매듭으로 고정해 주세요.” 두 번째 구멍에서 나온 실로 책등을 한 바퀴 돌려서 묶고 두 번째 구멍으로 다시 돌아왔다. 세 번째 구멍으로 이동해서 또 책등을 한 바퀴 돌리고 한 번 더 옆으로 바늘을 움직였다. 윤재의 손을 따라서 나도 구멍 안으로 바늘을 넣었다. 낱장의 종이들을 묶으려고 하니까 표지와 내지가 모이는가 싶다가도 금방 실이 풀려 흩어지고 말았다. “헐거워지지 않도록 적당한 힘으로 당겨주는 게 중요해요.” 윤재의 말을 듣고 손에 더 힘을 줬다. 다시 옆으로 바늘을 돌려 책등을 만들고 아래로 이동해 나가며 종이를 엮었다. “이걸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옆에 앉은 사람이 혼잣말했다. 여러 방향을 오가며 구멍에 바늘을 넣었다가 빼야 하는 과정이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간이 지체된 것 때문인지 윤재는 윤재대로 조급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통화 내용이나 나와 나눈 이야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졌을지도 몰랐다. 윤재는 사람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는데 일의 진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사람도 같은 자리에서 바늘을 넣었다가 빼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순서가 바뀐 것 같아요.” 내가 손을 내밀자 그는 나에게 자신의 책을 건넸다. 오렌지색 표지 끝부분에 자리 잡은 구멍으로 실을 빼내고 윤재가 알려줬던 순서로 다시 바늘을 넣었다가 뺐다. 다른 사람의 책을 들고 있다는 게 왠지 긴장돼서 조심히 손을 움직였다. 복도에서 윤재에게 들은 얘기가 떠오를 때마다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선 느슨해진 매듭을 꽉 묶어두고 바늘로 구멍과 구멍을 옮겨가며 그의 책을 엮었다. 팽팽히 묶인 책을 건네고 나자 반대쪽 테이블에서 참여자들을 도와주던 윤재가 고개를 들었다. 몸을 세우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동양식 바인딩이라고 말한 뒤 이쪽으로 다가왔다. 옆을 지날 때 윤재가 내 어깨에 잠깐 손을 올렸다. 두 시간 전에 고른 열두 장의 종이가 제법 책의 틀을 갖췄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표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윤재가 입을 열었다. “이제 여러분 책에 내용을 채워 보도록 할 건데요. 책의 제목은 <북바인딩 수업>이라고 정해볼게요. 이 시간 동안에 여러분께 생긴 일,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 등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윤재는 내지 첫 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책을 옆으로 돌려서 그 내용에 대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는 것으로 책 속 내용을 채워 나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여기서 함께 시간을 보낸 건 맞지만, 다 같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이 수업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솔직하게 써볼까요.” 참여자들은 손에 색색의 책을 한 권씩 들고 있었다. 색연필을 나눠준 뒤 윤재는 내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 옆에 놓인 책장을 곁눈질로 가리켰는데 거기엔 윤재의 세 번째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윤재가 나에게 색연필을 건넸다. 글씨 쓰기 편하도록 끝이 뾰족하게 깎여 있었다. 윤재는 나를 향해 살짝 웃더니 몸을 돌렸다. 앞에 놓인 책의 표지를 넘기고 하얀 바탕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으로 윤재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인터뷰집을 만들었다. 다섯 작가의 인터뷰를 싣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책을 만들기 직전, 윤재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윤재는 카페 아르바이트 휴무일에 물류 창고 일을 하러 갔다가 허리를 다쳐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도 못 하게 됐다. 당시 나는 정규직 사 년 차로 호텔의 중식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거쳐 연회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를 위해 준비해야 했고, 결혼식이 주말마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열렸다. 나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다가 또 상사에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길 반복했다. 정신이 없을 땐 명찰을 착용하는 것도 잊었다. 내가 호텔 얘기를 하면 이모는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모가 윤재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는 건 나중에 전해 들었다. 뭘 선택해도 길은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했든 윤재도 나도 마음껏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윤재가 마지막 통원 치료를 받았다며 전화를 걸어와 독립출판 작가들을 인터뷰해서 책을 만들 거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윤재가 답답하다고 느꼈다. 윤재가 책을 만들수록 윤재와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애초에 쉬운 관계도 아닌데. 불쑥 눈물이 나왔다. 이번에는 참을 수 없었다. “그걸 왜 만드는데?” 윤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윤재가 다시 입을 닫았고 나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냥 내가 남았어.” 윤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 근데 지금 와서 보니까, 그냥 책을 만드는 내가 남았어. 나는 책이 남는 건 줄 알았지.” 윤재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테이블 위에는 손바닥만 한 책이 아홉 권 놓여 있었다. “다 적으셨으면 다른 사람의 책을 같이 완성해 봐요.” 책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윤재 앞에 오른쪽에서 넘어온 책이 놓였고 나도 옆 사람이 만든 책을 건네받았다. 내 앞에 차례로 전해지는 책들은 이 시간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어떤 책에는 책방 공간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얻은 느낌들이 적혀 있었고, 다른 책에는 책 만드는 과정과 재미있었던 점이 쓰여 있었다. 참여자들과 겪은 에피소드를 적어둔 페이지에서 나에 관한 내용을 읽었을 때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윤재의 책이 내 앞에 도착했다. 나는 민트색 표지를 넘겼다. 막상 쓰려고 하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써봤어요.) 앞으로 북바인딩 수업을 쉬려고 했거든요. 책 만드는 것도 그만하려고 했고요. 엄마가 아프셔요. 큰 병은 아니지만 수술을 받고 잘 관리해야 한대요. 엄마 컨디션 때문에 일정이 당겨져서 오늘 수술을 받으셨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다고 연락이 왔어요. 한동안 엄마 옆에 있으려고 해요. 그래도 북바인딩 수업은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서툴게 진행한 부분이 있어서 이번 참여자분들은 다음 수업에 한 번 더 오실 수 있도록 할게요. (그만 사과하라고 하셨지만 정말 죄송해요.) 책, 책이요. 책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또 솔직하게 써보자면) 어영부영 책 만든다고 놓치고 산 게 많아요. 우선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싶어요. 못 본 척해 온 것을 이젠 제대로 보고 싶고요. (더 솔직하게는)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보고 싶어요. 오늘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가 아프다는 말은 복도에서 들었지만 윤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다. 오늘로 북바인딩 수업을 그만하려는 줄은. 그래서 나에게 와달라고 한 건가. 예전에 윤재에게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윤재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 만드는 걸 쉬겠다는 윤재의 말도 뜻밖이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참여자들이 남긴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머님 쾌차하실 거예요, 작가님 팬인데 책도 계속 만들어 주세요. 다음에 또 뵐 수 있다니 좋네요, 같은 말들이 페이지 가득 적혀 있었다. 내가 윤재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병원에 있을 이모가 걱정됐다. 아까 복도에서 윤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수술 전에 엄마가 괜히 겁을 내면서 나한테 당부하더라고. 너를 잘 챙기라고.” 이모는 어째서 윤재에게 나를 부탁했을까. 어째서 윤재에게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어째서 엄마나 동생이 아닌 윤재에게 나를. 그래도 우선은 수술이 잘 끝난 게 다행이었다. 얼마 전 엄마가 두 번 연달아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마 이모 소식을 전하려던 것 같았다.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로 나는 엄마의 전화를 피하고 있었다. 그날도 일이 바쁘니 다음에 전화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은 없었다. 선뜻 색연필을 들지 못하다가 윤재의 글을 다시 읽어봤다. 아까는 급하게 읽느라 놓친 것인지 이번에 유독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윤재는 못 본 척해 온 것을 이젠 제대로 보고 싶다고 썼다. 나는 윤재가 어떤 일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반년 전 그날은 이른 장마가 끝난 직후라 여름 한복판에 들어선 듯 무더웠다. 나는 아침에 윤재에게 불쑥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윤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와도 만나서 얘기하자고 대답했다. 그동안 만나왔던 루트를 벗어나 윤재와 새로운 곳에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처음 가는 곳에서 윤재와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선 경복궁역에서 만나 같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윤재가 잠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한 뒤 오겠다고 해서 나는 십 분 정도를 더 계산해 집을 나섰다. 십 분 정도 늦게 나가면 시간이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한 시간이 지나서도 윤재는 오지 않았다. 경복궁역 앞 잡화점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밖으로 나와 다시 십여 분을 기다렸다. 윤재는 일이 좀 꼬인다며 금방 온다고만 말했다. 금방 온다고 하지 않았다면 어디 카페에라도 가서 기다렸을 텐데 윤재는 곧 도착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윤재와 새로운 곳에 가려고 했으므로 땡볕을 참았다. 원래 약속했던 시간보다 삼십여 분이 지나서야 윤재가 지하철 역사 안쪽에서 뛰어 올라왔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늦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아니, 윤재가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해서 윤재가 사과할수록 서운함만 더 커졌다. “뭐 하느라 늦었어?” “미안해.” “왜 늦었는데?”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윤재는 대답이 없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게 버스 때문에.” “버스?” “딴생각하다가 정거장을 놓쳐서. 괜히 좀 돌아오느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윤재의 답은 계속 늘어졌고 종종 끊겼다. 둘러댈 말을 찾는 것 같기도 했다. “너 지하철로 왔잖아.” 내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래도 왔잖아.” 윤재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중간에 갈아탔어. 너무 오래 걸려서.” 말을 마치자마자 입을 다물었고 나를 앞질러서 걸어 나갔다. 윤재가 입은 파란색 티셔츠 위에 등을 따라 흐른 땀자국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날 가려고 했던 새로운 곳에 가지 않았고 나는 하려던 말을 하지 않았다.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마주 앉았다. 윤재는 유독 말이 없었고 내가 나서서 평소에 하던 얘기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잘되지 않아 곧 일어났다. 그 후로 한동안 윤재와 연락하지 않았다. 뜸하게 업데이트되는 윤재의 SNS 피드를 보며 나는 혼잣말했다. 그냥, 나를 보듯 너를 보며 살아야 했을까. 그날 내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윤재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윤재의 글을 한 번 더 읽었다. 색연필을 손에 잡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하얀 종이 위에 윤재의 이름을 썼다. 윤재를 부르고 나니까 쌓여 있던 말들이 술술 풀려 나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대로 모두 적었다. 나만 너무 길게 쓰는 게 아닌지, 내용이 너무 튀는 게 아닌지, 윤재를 난처하게 할 만한 말은 없는지, 신경을 쓰느라 자주 주저했지만 멈췄다가도 다시 적어나갔다.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모두 적고 나서 추신을 남겼다. - 너의 다음 책이 또 뭘 남길지 궁금해. 색연필을 내려놓고 앞을 봤다. 윤재도 조금씩 손을 움직여 가며 누군가의 책에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윤재가 잠깐 고개를 들었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어떤 책에 답글을 적고 있는지 윤재가 볼 수 있도록 앞에 놓인 윤재의 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윤재가 쓰던 것을 멈추고 책을 덮었다. 나는 윤재의 책을 두 손으로 잡았다가 내려놓고 민트색 표지 위에 내 손을 포개어 올렸다. 나를 바라보던 윤재의 눈매가 조금씩 휘었다. 윤재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우리가 함께 만든 첫 번째 책이야,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기고] 초고령 사회와 디지털 생활체육/김성민 한양대 스포츠사이언스학과 교수

    [기고] 초고령 사회와 디지털 생활체육/김성민 한양대 스포츠사이언스학과 교수

    초고령 사회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25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경제 성장과 함께 의료 기술과 사회 문화의 급격한 발달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이지만 평균 건강수명은 64.4세다. 18.3년을 질병과 함께 생활한다는 말이다. 특히 고령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근 감소는 그동안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근감소증에 대해 질병코드를 지정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하는 국제질병분류(ICD)에도 등록됐다. 우리나라도 2021년 질병코드를 부여해 근감소증이 질병으로 인정된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 때문에 체육활동을 통한 근감소증 진행 둔화와 건강수명 연장이 국가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년층의 지속적인 사회 참여와 건강한 노후생활 영위를 돕는 노인 생활체육 활성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3명 중 2명은 유산소 신체활동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노인 생활체육 증진은 건강을 유지하게 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의료비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노인들의 건강증진 및 건전한 여가생활 도모와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정책은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여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노인 체육활동 수요와 선호 프로그램을 파악해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대해야한다. 또 체육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2022년 의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9.7%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OECD 평균치를 넘어섰다. 시급한 문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대한노인회가 스마트 경로당 사업의 하나로 진행 예정인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4대 질환(근감소증·경도 인지장애·암 경험자·당뇨병 전 단계) 예방과 치유를 위해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은 부지 확보 및 예산 문제로 인한 시설 확충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다. 이제는 노인인구도 신체활동만 하면 건강하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디지털 스포츠 헬스케어 기반의 생활체육으로 개인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성이 높다. 그러자면 디지털 스포츠 토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구축과 지속적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한 고도화, 그리고 지역 의료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 나아가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생활체육 서비스가 보장돼야 하겠다.
  • 시진핑, 대만 향해 “통일은 필연”… 젤렌스키 “드론 100만대” 전의

    시진핑, 대만 향해 “통일은 필연”… 젤렌스키 “드론 100만대” 전의

    2024년을 열면서 각국 정상들이 내놓은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 국제 정세를 내다봤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및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과 전 세계 인구의 40억명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상 최대 선거의 해’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극명한 대조를 이룬 신년사의 주인공은 곧 2년째로 접어드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해 전야에 발표된 20분간의 영상 연설을 통해 “676일 전, 나는 바로 이 장소에서 전면전의 시작을 알렸다”며 “2023년은 고사하고 2022년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오늘 우리는 2024년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치하했다. 그는 “적들이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든, 얼마나 많은 포격과 공격을 가하든 우리는 여전히 일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새해에는 고글을 쓰고 1인칭 시점에서 조종하는 FPV 드론 100만대를 포함해 자국산 무기로 흑해 등에서 적을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1년 전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분노를 쏟아 냈던 푸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쟁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4분 길이의 사전 녹화 연설에서 러시아 군인들을 “영웅”이라고만 불렀을 뿐 우크라이나와 서구에 대한 발언은 전혀 없었다. 새해를 앞두고 양측은 치명적 공방을 벌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40명 이상이, 러시아 서부 국경도시 벨고로드에서 24명이 사망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하고 서방의 지지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전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3월 대선에서 다섯 번째 임기에 도전하며 모든 언론이 그의 손아귀에 있어 당선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오는 13일 대만 대선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국 통일은 역사적이고 필연적이며 양안(중국과 대만)의 동포들이 손을 잡고 민족 부흥의 위대한 영광을 함께 누려야 한다”면서 통일 의지를 밝혔다. 반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양안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은 시 주석이 연설에서 짧게나마 “일부 기업은 운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부 국민들은 고용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 대해 말한 것을 주목했다. 반면 중국 관영언론은 올해가 신중국 건국 75주년이 되는 해로 세계 일부 지역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시 주석은 평화 수호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중미 관계 항로의 키를 잡고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기를 원한다”는 신년 축전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중 관계는 전 세계의 번영과 기회를 촉진했다”고 화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외교에 있어 긴박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국제 정세를 예단하기 어렵고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중요한 국정 선거가 치러지는 해”라고 전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가을 미국 대통령선거 등 유럽을 포함해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유럽연합(EU)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 7월 파리올림픽, 6월 EU 의회 선거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할지 아니면 독재 세력에 굴복할지, 유럽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차단할지 등을 선택해야 해 프랑스는 물론 EU에 결단을 요구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영국 보수당인 토리당 출신으로 14년 만에 실각 위기에 놓인 리시 수낵 총리는 경제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경제는 성장했고, 인플레이션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역설했다.
  • 경제 19번, 개혁 11번 언급한 尹 “민생 파고들어 즉각 문제 해결”

    이처럼 문제 해결 능력과 행동하는 정부를 내세운 대목을 두고 국정 운영의 속도와 과감성을 공직사회에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약 20분간 진행된 신년사는 지난해에 견줘 두 배 늘어난 분량으로, 국민(28회), 경제(19회), 개혁(11회), 민생(9회)과 같은 키워드의 빈도수가 높았다. 건전재정 기조 원칙과 물가 안정,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전임 정부와 비교될 수 있는 그간의 성과를 소개한 윤 대통령은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나아지고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물가도 지금보다 더욱 안정될 것이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한 이후 일관되게 이권 카르텔, 정부 보조금 부정 사용, 특정 산업의 독과점 폐해 등 부정과 불법을 혁파해 왔다”며 이념 기반 패거리 카르텔에 대한 타파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특정 단체의 이권이나 기업 독과점 문제 등을 지적하며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윤 대통령이 이번 신년사에서는 ‘이념’을 고리로 기득권화·권력화된 운동권 카르텔 문제를 다시 조준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념에 경도돼 법의 테두리를 넘어 자신의 이권만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 또한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단 한 차례 나왔던 ‘저출산’이 올해 신년사에서는 6번이나 언급된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의 3대 구조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라며 신년사 일부를 저출산 문제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중요한 국정 목표인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사 법치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 이중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고, 교육개혁에 대해 미래세대 경쟁력 제고와 교육·돌봄의 국가 책임 등을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개혁안의 국회 제출’이라는 타임 테이블이 제시됐던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말 개혁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이제 국민적 합의 도출과 국회의 선택과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신년사가 진행된 대통령실 브리핑룸에는 뒷배경으로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라는 문구가 적혀 민생 안정과 약자 돌봄에 3년차 국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수경 대변인은 “올해 신년사는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라는 기치 아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조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태도는 따뜻하게, 국민을 위해 일하는 방식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尹, 운동권 겨냥 “이권·이념 카르텔 타파”

    尹, 운동권 겨냥 “이권·이념 카르텔 타파”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자신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낭독한 신년사에서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후 일관되게 문제의식을 드러냈던 ‘이권 카르텔’과 더불어 ‘이념 기반 카르텔’까지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은 이른바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 카르텔’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86세대 교체’를 외치며 야권 주류와 각을 세우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올해도 국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함과 아울러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2024년은 대한민국 재도약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민생·경제와 외교안보 등 국정 주요 분야의 목표를 제시한 이날 신년사에서 강조된 것은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이처럼 문제 해결 능력과 행동하는 정부를 내세운 대목을 두고 국정 운영의 속도와 과감성을 공직사회에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약 20분간 진행된 신년사는 지난해에 견줘 두 배 늘어난 분량으로, 국민(28회), 경제(19회), 개혁(11회), 민생(9회)과 같은 키워드의 빈도수가 높았다. 건전재정 기조 원칙과 물가 안정,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전임 정부와 비교될 수 있는 그간의 성과를 소개한 윤 대통령은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나아지고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물가도 지금보다 더욱 안정될 것이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한 이후 일관되게 이권 카르텔, 정부 보조금 부정 사용, 특정 산업의 독과점 폐해 등 부정과 불법을 혁파해 왔다”며 이념 기반 패거리 카르텔에 대한 타파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특정 단체의 이권이나 기업 독과점 문제 등을 지적하며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윤 대통령이 이번 신년사에서는 ‘이념’을 고리로 기득권화·권력화된 운동권 카르텔 문제를 다시 조준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념에 경도돼 법의 테두리를 넘어 자신의 이권만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 또한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단 한 차례 나왔던 ‘저출산’이 올해 신년사에서는 6번이나 언급된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의 3대 구조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라며 신년사 일부를 저출산 문제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중요한 국정 목표인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사 법치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 이중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고, 교육개혁에 대해 미래세대 경쟁력 제고와 교육·돌봄의 국가 책임 등을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개혁안의 국회 제출’이라는 타임 테이블이 제시됐던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말 개혁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이제 국민적 합의 도출과 국회의 선택과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신년사가 진행된 대통령실 브리핑룸에는 뒷배경으로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라는 문구가 적혀 민생 안정과 약자 돌봄에 3년차 국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수경 대변인은 “올해 신년사는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라는 기치 아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조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태도는 따뜻하게, 국민을 위해 일하는 방식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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