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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그램에 경찰 총경도 가입’ 보도에 경찰 정면 반박

    ‘텔레그램에 경찰 총경도 가입’ 보도에 경찰 정면 반박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박사방’과 유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입장했다가 신원이 드러나자 탈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부산지방경찰청과 해당 간부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25일 일부 언론은 지난해 한 현직 총경이 박사방과 유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입장했다가 곧 신상이 털려 탈퇴한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n번방 내부 고발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는 음란물 유통 채팅방을 보호하는 ‘주홍글씨’라는 자경단이 SNS 등을 검색해 A 총경의 신원을 밝혀내자 탈퇴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A 총경과 부산경찰청은 박사방이나 유사한 대화방에 가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A 총경은 부산경찰청을 통해 “제주지방경찰청 근무 당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했는데, 가상화폐 오픈 토론방이었다”면서 “가입 이후 일부 이용자가 음란물을 올려 문제를 제기하자 대화방 가입자 2명이 내 신상을 털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밝혀진 내 신분을 이용해 협박하거나 민원을 제기했고, 심지어 명의를 도용해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에 음란물을 올리기까지 해 지난해 8월 무고,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왔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언론 보도와 유사한 내용의 진정이 들어와 경찰청에서 A 총경을 감찰조사 했으나 혐의 없어 종결된 상태”며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 총경이 고소한 사건은 현재 서울 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나 피의자 특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 지하철, 도심물류체계의 중심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지하철, 도심물류체계의 중심으로 탈바꿈한다

    추승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초구 제4선거구)은 25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상범 사장후보자를 대상으로 경영철학 및 능력 등에 대한 후보자 검증 관련 질의를 했다. 추 의원은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만성적자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사의 수입구조는 운송수입을 제외하면 부대수입은 약 10%에 불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수입 창출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서울형 도심물류체계 구축 사업’은 그 해결의 첫 걸음이 될 중요한 사업임을 사장 후보자에게 강조했다. ‘서울형 도심물류체계 구축 사업’은 차량기지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물류시설을 설치하고 화물열차로 도심 거점역사에 배송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서울 물류체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다. 「개발제한구역 특별법 시행령」개정 등으로 차량기지를 이용한 택배 물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만큼 물류사업에 대한 환경도 조성돼 있어 사업 추진의 적기라고 볼 수 있다.사업 기본구상의 배송체계는 공동분류장 ▶ 공동물류센터 ▶ 생활물류단지로 이동하고 공동분류장은 6,600㎡ 규모로 상하역장 및 분류작업장, 공동물류센터는 33,000㎡ 규모로 보관창고, 생활물류단지는 100,000㎡로 복합기능에 편의·복지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중장기 로드맵에 있어서는 1단계(2017~2021년)에는 당장 시행 가능한 물류서비스인 무인물품보관함 서비스, 여행객 캐리어 보관 및 공항·호텔 배송을 추진하며 2단계(2020년~)는 고도화된 생활편의 물류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무인물품보관 및 생활편의 보관소 그리고 기업물류 보관 거점 제공 등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의 추진목적은 도시철도 인프라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물류체계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물류 현안을 해결하고 보관과 배송 등 다양한 물류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시민편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또한 외부효과로는 대기오염 및 교통혼잡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추 의원은 “지하철 인프라를 활용한 도심물류체계 구축사업의 효과는 연간 당기 순손실 5000억원이 발생하는 서울교통공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서울 전체 물류량의 5%를 대체할 경우 연간 5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바 있다. 사장 후보자도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수익을 내고 적자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본 사업이 그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서울 지하철을 도심물류의 허브가 되도록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 경쟁하는 최악의 여야

    미래통합당이 자신들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의원들을 파견하자 ‘후안무치’라고 맹렬히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결국은 자신들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소속 의원들을 파견하기로 했다. 우려했던 여야의 ‘의원 꿔주기’ 경쟁이 현실화된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불출마 현역의원 7명을 당 지도부가 설득해 파견하기로 했고, 지역구 4명과 제명 절차를 마친 비례대표 3명이 당적을 옮긴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인 한국당에 이미 10명의 의원을 보냈다. ‘의원 꿔주기’의 목적이 투표용지의 앞기호이므로, 최종 결정되는 내일까지는 당적 변경 의원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은 한국당이 2번이어서 아쉬울 게 없는 상태지만 이참에 아예 투표용지의 맨 앞번호를 차지해야 한다며 한국당에 10여명의 추가파견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준으로 정당 투표에서 민생당과 한국당, 정의당에 이어 4번의 기호를 부여받게 되는 시민당도 민주당에서 최소한 지역구 의원 1명을 추가로 넘겨받아 정의당보다 앞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당적을 옮긴 여야 의원들은 총선이 끝나면 모(母)정당으로 ‘원대복귀’한다. 총선용 ‘위장전입’이다.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 경쟁에 이어 ‘위장전입’ 경쟁까지 벌이다니, 대한민국 헌정 72년 역사에서 그 어떤 여당과 제1야당도 이런 최악의 선거판을 만들지 않았다. 이런 거대 양당의 위헌적 꼼수와 반칙으로 국민의 참정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은 탓에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에는 두 당의 위성정당이 대리토론을 벌이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 공천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선거자금까지 대줄 방침이라고 한다. 총선이 끝나면 두 위성정당은 모(母)정당에 흡수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치인들의 탐욕을 고려할 때 과연 그렇게 될지도 의문이다. 위성정당이 해체된다면 유권자의 표심은 고려되지 않은 채 공중분해되는 것과 같고, 해체되지 않아도 기형적 정당활동을 할 것이니 정치가 왜곡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위헌적 일탈이 가능한 배경에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은 데에도 책임이 있다. 소속 의원들의 탈당과 위성정당행을 적극 권유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정당법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위성정당 창당도 위법일 가능성이 높다. 중앙선관위와 법원은 헌법을 중심에 두고 엄중한 잣대로 판단하고 심판해야 한다.
  • 십자가 길의 선물… 집콕 피로를 날리다

    십자가 길의 선물… 집콕 피로를 날리다

    보통의 풍경이 사라진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에 고마워하라는, 그러니까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다.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에 차분히 돌아볼 여행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명소로 떠오른 곳이 많단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좀더 솔직해지자면, 당진을 찾은 게 사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여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게 더 큰 이유였다.25일 현재 당진에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실내와 달리 야외에서만큼은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아직 바이러스의 기세가 등등한 만큼 당장 다녀오시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차분히 정리된 뒤 ‘집콕’에서 쌓인 먼지들을 털어낼 겸 발걸음하는 것도 좋겠다.●김대건 신부 태어난 ‘솔뫼성지’엔 교황의 흔적 당진엔 천주교 성지가 두 곳이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다. 둘 다 한국 천주교사에서 주요 지역으로 꼽히는 합덕면에 있다. 이름값으로는 솔뫼성지가 단연 앞선다. 솔뫼성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1821~1846)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내년이면 벌써 그의 탄생 200주년. 그를 포함해 4대에 걸쳐 순교자가 배출됐다고 한다. 2014년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천주교 관련 유적 중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제529호)가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일 터다. 솔뫼는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이리저리 휜 소나무가 그윽한 풍경을 선사한다. 성지 안에 ‘십자가의 길’, 기념관과 성당, 수녀원, 김대건 신부 생가 등이 있다. 다만 건물 내부는 코로나19 탓에 공개되지 않는다.●조선의 순교자가 묻힌 ‘신리성지’는 SNS 핫플 신리성지는 최근 SNS를 타고 급속히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신리성지는 조선 후기에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이 때문에 로마시대 지하교회인 카타콤바에 비유해 ‘한국의 카타콤바’라 곧잘 불린다. 제5대 조선교구장을 지낸 다블뤼 주교가 은거하며 조선천주교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김대건 신부와 함께 논산 강경에 첫발을 내디딘 후 21년간 조선에서 활동했다. 그동안 그가 수집한 자료와 순교자들의 행적은 훗날 ‘한국천주교회사’의 기초가 됐고, 103위 성인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리성지가 명소 반열에 오르게 된 건 종교적인 이유보다 여행지로서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신리성지는 사방이 탁 트였다. 성당에 이르는 길 주변으로는 연못과 잔디밭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그 사이사이에 다블뤼 주교 등 다섯 성인의 삶을 기억하는 작은 경당이 조성돼 있다. 평평한 잔디밭 끝자락의 가장 높은 곳엔 순교미술관이 우뚝 솟았다. 십자가를 제외하면 장식이라고는 없는, 소박하고 무뚝뚝한 건물이다. 잘 정돈된 잔디밭과 소박한 순교미술관이 어우러져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생사진 건지려는 청춘들의 애정행각은 좀… 순교미술관 안엔 한국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기록한 그림들이 전시됐다. 순교미술관 꼭대기에 오르면 국내에선 드물게 지평선을 볼 수 있다. 드넓은 내포평야가 선사하는 시원한 풍경 덕에 온몸에 달라붙은 바이러스들이 죄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한데 빼어난 풍경과 달리 교회 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죽은 이들이 묻힌 곳이라는 교회의 설명에도 ‘인생사진’을 얻으려는 연인들이 성지 곳곳에서 과감한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이웃한 합덕성당도 둘러볼 만하다. 1929년 세워진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정한 외양이 인상적이다. KBS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 촬영지로 쓰였다고 한다.●일출·일몰이 장관인 왜목마을의 명물 ‘새빛왜목’ 바닷가 쪽에서는 왜목마을을 찾을 만하다. 한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갯마을이다. 저물녘 풍경도 곱지만 해뜰녘 풍경은 더 빼어나다. 동해의 힘차고 장엄한 일출과 달리 서해 특유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해돋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왜목마을의 명물은 ‘새빛왜목’이다. 높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저 유명한 경북 포항 호미곶의 ‘상생의 손’(8.5m)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날아오르는 왜가리의 모습을 표현한 이 조형물은 스테인리스 스틸판으로 이뤄졌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판에는 외부의 색이 그대로 담긴다. 이 덕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야간에는 조형물 내부의 조명이 켜져 은은한 빛을 낸다. 대호방조제 너머의 도비도는 섬이었다가 뭍이 된 곳이다. 대·소난지도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엔 잔잔한 물 위를 떠다니는 다양한 철새들과 만날 수 있다.오래된 시간의 선물 … 상실의 위로를 받다 면천읍성 일대는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다. 한때 버려졌던 옛집들이 이야기가 있는 집들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이제 막 주민 중심의 문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책방에서 책을 읽거나 작은 미술관, 잡화점 등을 기웃대며 나른한 한때를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오래된 자전거포 건물서 재탄생… 발길 붙잡는 아늑한 책방·카페 면천읍성 일대를 어슬렁대다 보면 귀가 따갑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면천(옛 면주)이 충청도의 5주 가운데 하나였다는 거다. 충북 청주와 충주, 이웃한 홍주(현 홍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도읍이었다는, 이른바 ‘라떼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다 어느 시기엔가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됐고, 이후 면주(면천) 일대는 자연스레 쇠락의 길을 걷게 됐을 것이다. 요즘 면천읍성 일대는 다르다. 하루 종일 머물러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곳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이 이끌고 있다. 옛 건물을 새로 꾸민 문화공간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한적하기 짝이 없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면천 여정의 들머리는 면천읍성 남문이다. 성을 쌓은 이가 자신의 이름을 벽에 남긴 각자돌이 확인돼 지난해 ‘500년 전 공사 실명제’로 잠시 화제가 됐던 곳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면천읍성이 처음 세워진 건 1439년(세종 21년)이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던 성벽은 긴 세월을 건너오는 동안 시나브로 사라졌고,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2025년쯤 발굴 작업과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일대의 모습이 제법 번듯하게 바뀌지 싶다.읍성 남문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전부터 면천 사람들이 살아왔던 동네가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숱한 열사들을 길러냈던 100여년 역사의 면천초등학교, 옛 면사무소 등은 이미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 객사 등 옛 관아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옛 면천초등학교 바로 앞은 책방 ‘오래된 미래’다. 오래전 자전거포였던 건물이 아늑한 책방으로 새로 태어났다. 새 책도 있고, 헌책도 판다. 2층은 일종의 북카페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방 이름은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동명의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서까래·봉놋방 등 탁배기 한 잔의 추억 고스란히 간직한 잡화점 책방 바로 옆은 잡화점 ‘진달래 상회’다. 화가인 주인장이 이런저런 액세서리들을 팔고 있다. 이 집 역시 책방과 같은 가치를 지키고 공유하려는 곳이다. 잡화점의 전신은 ‘희망집’이란 대폿집이다. 오래전엔 탁배기 한 잔 걸치려는 술꾼들의 발걸음이 무시로 이어졌을 터. 당시 ‘주막’이나 다름없었을 봉놋방, 서까래 등 건물 내부는 대부분 예전 형태 그대로 남아 있다. 옛 면천초등학교 한구석엔 거대한 노거수 두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1000년을 넘어선다는 면천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551호)다. 나무 바로 옆은 ‘영랑효공원’. 둘 다 복지겸 장군의 딸, 영랑에 대한 전설이 담겼다. 줄거리야 흔히 듣던 여느 전설들과 다르지 않다. 면천에 살던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이 병에 걸렸고, 효녀 영랑이 백방으로 약을 찾아다녔고, 산신령이 나타나 신묘한 처방을 내려줬다는 얼개다. 다만 현 영랑효공원 안쪽의 안샘의 물로 두견주(진달래술)를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그곳에 은행나무를 심으면 아버지의 병이 낫는다는 산신령의 가르침에선 어딘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스토리텔링한 듯한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미술관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골정지다. 1797~1800년 면천군수로 있던 연암 박지원이 축조했다는 저수지다. 물 위엔 ‘하늘과 땅 사이의 한 초가지붕 정자’라는 뜻의 건곤일초정이 떠 있다. 이 정자 역시 골정지 축조 당시 연암이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아미미술관·아그로랜드 목장·놀이공원 등 인생사진 성지도 이제 새로 떠오르는 여행지 몇 곳 덧붙이자. 아미미술관은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이다. SNS의 성지라는 당진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보통 오전에 찾아야 창문으로 넘어오는 햇살 등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아그로랜드(옛 태신목장)는 당진과 예산에 걸쳐 있는 대규모 목장이다. 너른 보리밭과 벚나무길, 메타세쿼이아, 트랙터 열차 등의 목장풍경과 몇몇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다. 합덕에 있는 카페 피어라, 서해대교 건너 송악에 있는 해어름 카페 등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1970년대 건설된 삽교천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등 3개의 방조제를 잇는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는 맛도 시원하다. 삽교천방조제 인근의 놀이공원도 요즘 ‘핫한’ 곳이다. 저녁때 조명이 켜진 놀이기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제법 많다. 글 사진 당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당진은 해안과 내륙의 관광지 간 거리가 멀다. 미리 돌아볼 구역을 정해야 알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왜목마을, 도비도 등은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 면천읍성 일대는 당진영덕고속도로 면천나들목, 신리성지 등은 합덕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면천읍성 일대엔 콩국수집이 유난히 많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른라 ‘원조’라 할 만한 집도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도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보통 5월쯤 날씨가 더워지고 주민들이 ‘은근한 콩국수 개시 압력’을 넣기 시작할 무렵 문을 연 뒤 가을에 문을 닫는다. 일년 내내 여는 집도 있는데, 추운 계절엔 콩국수 대신 칼국수를 판다. ‘에이스식당’은 쑥을 곁들여 만든 면이 특징이다. 열무김치 때문에 간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김치 맛도 좋다. 당일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 초원콩국수는 검은콩, 면천곱창콩국수(상호와 달리 곱창은 없다)는 메주콩으로 각각 맛을 낸다고 한다. 코로나19 탓에 음식점을 찾을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는 피하길 권한다. -이맘때 서해바다에선 실치가 난다. 밑반찬으로 흔히 쓰이는 뱅어포의 주인공이 바로 실치다. 실치는 주로 무침회로 먹는다.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한 곳. 요즘 이 일대가 대대적인 공사 중이어서 예전만큼 맛집들이 늘어서 있지는 않다. 몇몇 횟집에서 실치 맛은 볼 수 있다.
  • “동유럽 출국 전날 공항 닫혔다… 무작정 티켓 끊고 2박3일 분투”

    “동유럽 출국 전날 공항 닫혔다… 무작정 티켓 끊고 2박3일 분투”

    “인천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혹시 감염됐더라도 이제 치료는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동유럽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재학 중이던 박진혁(24·가명)씨는 지난 22일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동유럽 탈출기를 서울신문에 소개했다. 박씨는 세르비아 현지 공항이 전격 폐쇄된 가운데 프랑스 항공사가 세르비아 거주 자국민 귀국을 돕기 위해 띄운 임시편 항공기를 타고 파리를 거쳐 극적으로 귀국에 성공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세르비아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 중이었지만 베오그라드 시내는 평온했다. 그러다가 지난 6일 세르비아 내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12일에는 갑자기 휴강할 수 있다는 공지가 나왔다.박씨는 “환자 수도 적고 거리도 평온해 곧 수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평소처럼 지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미리 마스크를 구입해 두라고 연락했지만 마트에선 아예 마스크를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지난 15일부터 베오그라드 시내 병원에 군인들이 배치되는 등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시 모든 학교 6월까지 휴교, 야간 통행금지, 외국인 입국 금지, 카페 및 음식점 운영 시간 단축 등 조치가 내려졌다. 동양인을 보면 “코로나, 코로나”라고 화내며 고개를 돌리는 현지인들 때문에 불안에 떨기도 했다. 박씨는 “공항이 폐쇄될지 모른다는 소식까지 들려오자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인터넷을 뒤진 끝에 20일 출발 두바이 경유 인천행 티켓을 구해 짐을 챙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발 하루 전날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들었다. 19일부터 베오그라드 니콜라 테슬라 국제공항이 폐쇄됐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육로 및 수로 국경도 전면 폐쇄됐다. 당시 현지 확진환자는 103명으로 늘었고 앰뷸런스가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감염이라도 되면 외국인은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불안감은 극대화됐다. 망연자실하고 있던 중 현지 대사관에서 21일 프랑스행 임시 항공편 운항 소식을 알려 왔다. 베오그라드~파리~인천공항까지 환승 연결 티켓 예매가 불가능했고 프랑스는 한국인 입국도 금지된 상태였지만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세르비아를 떠나는 날 공항 발권데스크에서 ‘프랑스 입국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한국까지 환승으로 연결해 달라고 요청해 가까스로 환승 티켓을 발권받았다. 현지 대사관 직원이 공항까지 직접 나와 귀국길에 감염 우려가 있다며 마스크 한 장을 건네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박씨는 지난 2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유럽 지역 입국자 특별검역 조치에 따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1박을 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음날인 23일 음성 판정을 받아 현재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박씨는 “유학생이 많은 이탈리아에는 전세기를 띄운다고 하는데 세르비아를 비롯한 인근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지역은 공항이 폐쇄돼 우리 교환학생이 남아 있다”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까지 발생해 항공편이 여의치 않아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1일 현재 세르비아는 확진환자가 188명(사망 2명)으로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동유럽 지역까지 덮치기 시작했다. 한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현지 유학생과 교민의 귀국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감염자가 5만명을 넘어서자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뉴욕, 인천~LA 노선 항공권 가격도 평소보다 3배 가까이 올랐지만 표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남미에서 발이 묶인 한국인들도 귀국길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입출국을 금지한 페루에서는 여행자와 봉사자 등 200여명이 26일 한국행 특별기를 이용하기 위해 수도 리마로 이동 중이다. 에콰도르와 온두라스에서도 한국인들이 제3국을 경유해 귀국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에서 교민 600여명이 전세기로 귀국한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성배 서울시의원 “재난 긴급지원에 제로페이용 상품권 지급?”

    이성배 서울시의원 “재난 긴급지원에 제로페이용 상품권 지급?”

    이성배 서울시의원(미래통합당·기획경제위원회)은 24일 개최된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위 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 피해지원에 서울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4일, 코로나19 대응 및 피해지원을 위해 7,348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중 저소득층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에게 지급되는 “재난 긴급생활비(3,271억원)”, “저소득층 소비쿠폰 지원(1,712억원)”, “아동수당 대상자 돌봄 쿠폰(1,663억원)” 등은 서울사랑상품권(이하 “상품권”)이나 선불카드 등의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며, 상품권으로 수령하는 경우10%의 추가혜택을 제공한다. 이성배 의원은 “코로나로 인한 재난 상황임에도 제로페이 확산을 위한10%의 유인책을 이용해 서울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 적합한 정책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상품권 사용처인 제로페이 가맹점은 현재 서울시 66만 소상공인 중27% 수준인 18만개로, 매우 제한적”이고, “상품권은 25개구 전체가 아닌 18개구만 발행한 상황으로 미 발행된 구민들에겐 역차별이며, 모바일상품권 형태로의 지급은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한 번 더 소외 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사랑상품권 및 선불카드는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 사용하는 오프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한 바, 정부와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도 상충되는 것임을 지적했다. 이성배 의원은 “코로나19 피해 시민들을 생각하면, 현재시점의 추경도 다소 늦었다고 본다”라며, “현재는 긴급한 재난상황으로 상품권이나 제로페이 등 선택지원보다는 신속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혜택을 바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美 ‘무제한 양적완화’ 동조해야 투자·소비 해법 나와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어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다. 이 금액은 지난 19일 1차 회의에서 소상공인을 위해 집행을 결정한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보다 두 배가 많다. 또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조성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성한 안정펀드의 두 배이다. 경제 현장의 최일선에 선 기업의 위기 심화가 고용 악화, 가계 소득 감소 등 경제 전반의 도미노 악현상을 우려한 특단의 조치라는 평가다. 여권에서는 전방위적 시장 안정정책이자 ‘한국형 양적완화’라고 평가한다. 이번 결정은 비교적 시의적절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어제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매입 대상 채권에 국공채뿐만 아니라 회사채 등 민간 채권도 포함시켰다. 전례가 없는 특단의 대책이라는 평가다. 미 연준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1929년의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당시의 교훈이 영향을 미쳤다. ‘자산 붕괴에 대한 공포가 시장에 만연할 때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지체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시장이 놀랄 정도의 규모와 속도가 아니면 금융위기 이상의 대형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사례를 연구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제 증권과 외환시장 등은 다소 안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연일 돈을 풀었다지만 기업 등은 시중에선 구경도 못했다며 아우성이다. 경로의존성을 재점검해야 하고, 정책의 효과를 위해 타이밍도 검검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2차 대책의 성패 역시 빠른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정된 정책이 현장에 접목되기 위해서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비상 시국인 만큼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경기도가 어제 1364만명 도민 모두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정부도 가급적 신속하게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전 부처가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집행을 당부한다. 정책 집행자들이 좌고우면하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가 중요한 만큼 국민에게 정책의 신뢰를 주고, 기업에 정부가 기업을 보호한다는 신뢰를 줘야만 투자와 소비 심리를 살릴 수 있다.
  • 이해찬 “열린민주당, 사람 모일 것 같지 않다…합당 어려워”

    이해찬 “열린민주당, 사람 모일 것 같지 않다…합당 어려워”

    총선 의석 전망엔 “130석 목표”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손혜원 의원·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 정당 열린민주당과의 4·15 총선 후 관계와 관련해 “최소한의 연합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총선 후 열린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의 비례 정당 통합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말에 “그때 가봐야 하는데 꼭 우리가 의석이 제일 많지 않더라도 원을 구성하기 전까지 연합하면 된다”고 말했다. 복수로 존재하는 범진보 비례정당과 통합에 대해서는 “그분들하고 아주 친한 사람을 통해서 제가 직접 제안을 했는데 원래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협상이 되지 않았다”면서 “합당을 해버리면 존재 자체가 상실되고 불과 몇석만 얻어도 국고보조금도 나오기 때문에 (합당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총선 후 열린민주당이 독자 정당으로 지지자들을 모을 가능성에 대해선 “대선 중심으로 정치국면이 넘어가는데 그 당에 대선 관계된 역할이 있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아니냐”면서 “지금 거기에 사람이 모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출신이 무소속 출마 시 영구제명하겠다는 방침이 지역구 공천에서 낙천한 뒤 열린민주당 등 다른 비례 정당으로 출마한 사람에게도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대한 선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 간에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안 되지만, 개인이 그 당 후보를 하는 것은 된다”며 “우리 당의 개인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민당에 민주당 의원 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한 6~7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총선 의석 전망에 대해서는 130여석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경제 대응과 관련해 2차 추경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지금까지는 대개 공급 쪽에 지원해주는 그런 부분이었는데 수요를 진작시키는 쪽의 대책을 정부하고 당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지역화폐 경기부양론 뜨는데… 전문가들은 ‘갸우뚱’

    지역화폐 경기부양론 뜨는데… 전문가들은 ‘갸우뚱’

    경기도민 73%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국회예정처 “경기부양 효과 검증 안 돼” 보고서 학계선 “세금 감면이 더 실효성” 지적도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로 붕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 할인 혜택과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해 말 출시한 지역화폐 동백전 규모를 올해 당초 계획했던 3000억원 규모보다 대폭 늘린 1조원대로 늘리기로 했다. 국비 지원을 받아 발행 규모를 늘리고 기존 5%였던 할인 혜택도 10%까지 한시적(6월까지)으로 늘린다. 울산시도 지역 경기 부양을 위해 연말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울산페이를 발행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에 대응해 연일 ‘재난기본소득’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 지역화폐 형태로 발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기도는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이틀간 18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8%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재난소득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도민의 73%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역화폐 발행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는 4개월간 한시적으로 3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하고 이 중 8%를 국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본예산에서 계획한 발행 규모(3조원)를 6조원으로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지자체들의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경안 보고서도 “지역화폐 사업이 수행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경기부양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장 필요한 곳에 돈이 뿌려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대구 지역에는 지역화폐가 없다. 경북도 23개 기초자치단체 중 6곳이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지역화폐 발행을 늘리는 것보다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게 폐업을 목전에 둔 영세업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세상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긴급자금의 신속한 지원인데 긴급자금을 수혈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서류가 너무 많은 만큼 정부가 이 부분을 우선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서울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디플레에 실업대란까지 ‘복합 불황’ 경고등 켜졌다

    디플레에 실업대란까지 ‘복합 불황’ 경고등 켜졌다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하락)뿐 아니라 고용 위기까지 겹치는 ‘복합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지속과 소비 감소, 생산성 저하 가능성이 적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과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영국의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로 낮췄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코로나19가 촉발한 저유가가 물가 하락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가 떨어지고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디플레이션 압박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정부나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면 코로나19로 수요 측면이 완전히 훼손돼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고, 기업들도 원자재 구입을 줄인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경기 둔화로 인한 일자리 대란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소비자들이 그동안 미뤘던 상품 구매 등 소비 활동에 나서 경기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코로나 충격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분야에 집중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물건은 안 사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살 수 있지만, 서비스 부문은 그동안 서비스를 안 받았다고 나중에 누적해서 받지는 않는다”며 “예상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소비 반등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이는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앞으로 1년 이상 고용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주가 회복 속도보다 실업률 상승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이미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고, 사태 수습 후에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최근 폭락한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기업 세금 감면과 피해계층 금융지원, 추가 금리인하 등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2차는 물론 3차 추경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경 규모는 산술적으로 성장률이 0.1% 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5조원가량”이라며 “코로나19로 올 성장률이 2%에서 1.5%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추경 예산으로 25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추경은 항공사와 여행사 등 가장 큰 피해 업종과 가게 문을 닫은 소상공인들의 소득을 메워 주는 대책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코로나19로 디플레이션+실업자 급증 ‘복합 불황’ 공포 커졌다

    코로나19로 디플레이션+실업자 급증 ‘복합 불황’ 공포 커졌다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하락)뿐 아니라 고용 위기까지 겹치는 ‘복합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지속과 소비 감소, 생산성 저하 가능성이 적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과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영국의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로 낮췄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코로나19가 촉발한 저유가가 물가 하락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가 떨어지고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디플레이션 압박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정부나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면 코로나19로 수요 측면이 완전히 훼손돼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고, 기업들도 원자재 구입을 줄인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경기 둔화로 인한 일자리 대란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소비자들이 그동안 미뤘던 상품 구매 등 소비 활동에 나서 경기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코로나 충격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분야에 집중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물건은 안 사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살 수 있지만, 서비스 부문은 그동안 서비스를 안 받았다고 나중에 누적해서 받지는 않는다”며 “예상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소비 반등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이는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앞으로 1년 이상 고용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주가 회복 속도보다 실업률 상승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이미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고, 사태 수습 후에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최근 폭락한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기업 세금 감면과 피해계층 금융지원, 추가 금리인하 등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2차는 물론 3차 추경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경 규모는 산술적으로 성장률이 0.1% 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5조원가량”이라며 “코로나19로 올 성장률이 2%에서 1.5%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추경 예산으로 25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추경은 항공사와 여행사 등 가장 큰 피해 업종과 가게 문을 닫은 소상공인들의 소득을 메워 주는 대책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지구로 돌아오니 ‘코로나19’ 세상…ISS 우주비행사의 자가격리

    지구로 돌아오니 ‘코로나19’ 세상…ISS 우주비행사의 자가격리

    전세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예방 차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에 들어간 가운데 지구인 중 이들만큼 앞서 이를 완벽하게 실천한 사람은 없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NN은 '미 항공우주국(NASA)은 코로나19로부터 우주인과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어떻게 보호할까'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현재 전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큰 충격을 받고있지만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은 이를 멀리서 발을 동동구르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현재 ISS에는 러시아 우주인 올렉 스크리포치카, 미국 우주인 앤드류 모건과 제시카 메이어 등이 남아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두 미국 우주비행사는 다음달 17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인데, 각각 6개월, 9개월 전 지구를 떠났던 시기와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됐다. 통상 ISS에 머무는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극미중력 상태와 오랜시간 폐쇄된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위해 지상에서 충분한 신체적, 정신적, 물리적 훈련을 한다. NASA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처음 48시간 동안 현기증, 구토, 식욕저하를 경험하지만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이는 ISS에서 감기나 독감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위해 우주비행사들이 출발하기 전 충분한 격리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NASA 측 관계자는 "우주로 출발하기 전 우주비행사들은 2주 동안 격리된 상태로 보내야 한다"면서 "이는 ISS에 도착했을 때 아프거나 (전염)병을 갖지 않았음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NASA는 우주비행사들의 귀환 후 이들의 건강을 위한 프로토콜을 갖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날 9일 카자흐스탄에서 소유즈 MS-16를 타고 ISS로 떠나는 우주비행사들의 환송 풍경도 코로나19로 바뀌었다. 가족과 동료 등의 환송 인파없이 조용히 우주로 떠나야 하기 때문.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ISS로 떠날 예정인 NASA의 우주비행사 크리스 캐시디는 현재 자가격리 상태다. 캐시디는 "출발 전부터 이미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라며 훈련 도중에도 혹시 모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자주 손을 씻고, 동료들과 거리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과정 공정했지만 ‘여성 0명’이라서…문예위 신임위원 재공모

    과정 공정했지만 ‘여성 0명’이라서…문예위 신임위원 재공모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 한국문화문예위원회(문예위) 신임위원 선임 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과정은 공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어서다. 공모 기관이 “이번에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를 건네는 우스꽝스런 풍경도 연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예위 7기 비상임위원 후보자를 공개 모집한다고 20일 밝혔다. 모집 분야는 문학, 미술, 연극, 전통예술, 문화일반 5개로, 임용 기간은 2년이다. 문예위는 매년 2000억원 이상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하는 문화예술지원기관이다. 문예위원은 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하며 8~11명을 둘 수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임기가 끝난 문예위 비상임위원 8명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9월부터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최종후보 16명 전원이 남성으로 선정되자, 문예위 소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성평등 예술지원 소위원회가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5%에 그친 역대 문예위원 여성 비율을 22%로 더욱 악화시킨다”며 “문예위원 여성 비율을 최소 4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문체부는 이와 관련 후보자 추천위원회 구성은 물론, 문예위원 후보자 공모 과정과 심사 과정 역시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추천위원회 구성 후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2주 동안 문예위원 후보자 공개 모집을 시행한 결과, 응모자가 남성 50명(83%)인데 반해, 여성은 10명(17%)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추천위원회도 “성별, 연령 등 균형적 추천에 대한 고지를 받는 등 자율성을 보장받고 이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응모한 여성 숫자가 매우 적어 결과적으로 여성 후보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훨씬 더 응모한 데다가 역량들 역시 나은 데 따른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비난 목소리가 이어지자 결국 재공모에 나선 것이다.결과적으로 지난 공모에서 선정된 후보들만 피해를 입게 됐으며, 여성 비율을 억지로 늘리려 재공모에 나선다는 ‘역차별’ 의혹도 제기된다. 문체부는 이와 관련 “이번 공모는 최대한 많은 후보자가 응모하도록 공모기간을 14일간으로 정했고, 기존 서류 심사와 함께 인터뷰 심사까지 진행한다”며 “특히 그간 상대적으로 접수가 저조했던 여성, 30~40대를 포함한 모든 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4월 2일까지다. 공모 결과는 4월 중 공지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낯선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낯선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타인의 해석/말콤 글래드웰 지음/유강은 옮김/김영사/472쪽/1만 8500원 2015년 7월 10일 백인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텍사스주 프리뷰대 인근에서 흑인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세운다. 블랜드가 차선 변경 시 깜빡이를 켜지 않아서다.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엔시니아와 강경하게 버틴 블랜드 사이에 말싸움은 점차 거세지고, 결국 엔시니아는 블랜드를 체포한다. 그리고 유치장에 갇힌 블랜드는 3일 뒤 자살한다. 엔시니아가 블랜드를 체포하기까지 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미국 전역은 들끓었다. 사건 전에 벌어졌던 백인 경찰관의 흑인 소년 총격사건 등과 겹쳐지며 결국 이 사건은 인종갈등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우리가 이 사례에서 놓친 것은 없을까.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 역경과 결점의 힘을 보여 준 ‘다윗과 골리앗’, 처음 2초 직관의 힘을 다룬 ‘블링크’ 등으로 유명한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6년 만에 낸 ´타인의 해석´을 통해 이 사건을 분석하고,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3가지 오류를 짚어 낸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진실기본값 이론’을 첫 번째 오류로 꼽는다. 대학 풋볼팀 코치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는 데 첫 제보 이후 판결까지 16년이 걸렸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쿠바를 위해 일해 온 스파이의 정체가 탄로 나는 데에도 십수년이 걸린 사례를 든다. 두 사건에서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두둔했다. 우리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는 ‘투명성 관념 맹신’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인간 판사와 인공지능의 보석 결정을 비교해 보면 인공지능의 판단이 훨씬 낫다. 판사들이 풀어준 이들의 재범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판사들은 “피의자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유를 들었는데, 저자는 이를 가리켜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를 너무 믿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한 행동이 특정한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결합성 무시´도 오류를 일으킨다. 우리는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자살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환경의 영향이 자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도시가스를 천연가스로 전환하자 전체 자살 건수가 확 줄어들었다. 자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자, 자살률이 매우 줄어든 것이다. 저자는 결국 타인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들이 보이는 태도가 내면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며, 사건이 자주 벌어지는 환경도 잘 살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엔시니아와 블랜드의 사례는 결국 두 번째 오류인 ‘투명성 관념 맹신’에 있다. 경찰관인 엔시니아는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 가정하는 ‘진실기본값 이론’은 잘 피했지만, 블랜드의 태도를 오인했다. 물론 경찰관이 실적을 올리는 것을 중시하는 정부 당국의 태도, 즉 ‘결합성 무시’도 놓쳐선 안 된다. 극단적인 사례를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작은 사건 하나에서 시작해 여러 사례를 들고, 이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의식을 끄집어내 이론으로 정리한 저자의 식견은 확실히 탁월하다. 여러 사례를 이야기꾼처럼 이어 가는 실력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전하다. 의사소통의 문제를 다룬 저서가 우리 사정과 다소 다른 부분도 있지만, ‘믿고 읽는 저자’라는 수식어가 이번에도 아깝지 않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트럼프 “난 전시 대통령”… 군용 마스크 500만개 민간에 제공

    트럼프 “난 전시 대통령”… 군용 마스크 500만개 민간에 제공

    전쟁때 발동하는 국방물자생산법 서명 산소호흡기 2000개도… 야전 병원 검토 英, 군 병력 2만명 투입… 의료장비 요청 메르켈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사망자가 9000명을 넘어서는 등 사회·경제 시스템이 마비되자 전시 상황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장비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전쟁 때나 발동하던 국방물자생산법(DPA)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전시(戰時)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정부의 요청에 민간 기업들이 필수 의료장비 생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물자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DPA를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해진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방독면 등의 의료장비를 충당하려는 조치다. DPA는 대통령이 민간 부문 물자 공급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으로, 1950년 9월 한국전쟁 때 군수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비상사태 선포에 이어 DPA까지 발동할 정도로 미국 상황은 심각하다. 19일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오전 11시 30분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환자는 9345명, 사망자는 150명이다. 하루 만에 감염자가 2000명가량 늘면서 누적 환자 수에서 한국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를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언급한 뒤 “가장 힘든 적은 보이지 않는 적”이라며 “어떤 의미에서 나는 ‘전시 대통령’이라고 본다.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의 국경도 일시 폐쇄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에 해군 병원선을 배치하고 서부에도 1척을 정박시키겠다”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군용 마스크 500만개와 특수 산소호흡기 2000개를 보건당국에 제공하고 야전 병원이 필요한지도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제너럴모터스(GM)가 이미 중국 류저우시의 자사 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제조하는 등 미 기업들은 이미 ‘코로나19와의 전쟁’에 투입된 상태다. GM과 포드 등은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럽도 전시체제 가동에 나섰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최대 2만명의 군 병력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간 호텔을 임시병동으로 개조하는데, 일부는 여기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롤스로이스와 포드 등 영국 내 제조업체 60여곳에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생산에 나서 달라”며 민간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스코틀랜드 주류회사들도 손세정제 생산에 나선다고 CNN은 전했다.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공표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군 병원과 군 장병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TV 연설에서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코로나19에 맞서 연대를 호소했다. 한편 AFP통신은 19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902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너와의 거리 두기… 이토록 가슴 시렸던가

    너와의 거리 두기… 이토록 가슴 시렸던가

    봄이 오면 나를 부르는 강이 있다. 남도의 산과 들을 두루 적시며 흐르는 강, 섬진강이다. 내륙을 향해 봄을 알리는 꽃등불을 켜는 곳도 바로 이 강이다. 매화와 산수유가 다투어 피고, 강에 기대 사는 마을 어디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가 된다. 그러니 이맘때 섬진강 변의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 등으로 발걸음하는 건 봄 여행의 정석이자 진리다. 하지만 어쩌랴. 얄밉고 무서운 코로나19가 온 국민의 발을 꽁꽁 묶어 두고 있는 걸. 어디를 가 보시라 권할 수도 없는 걸. 그러니 아쉽지만 이제부터 전하는 이야기는 그저 남녘의 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를 단순 전달하는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봄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 멀리 지리산의 정수리가 희끗하다. 산 아래에선 봄을 재촉하는 비였지만, 산꼭대기에선 눈이 되어 내렸던 거다. 매화 향기 진동하는 곳, 광양으로 먼저 간다. 섬진강에 매달린 마을마다 매화가 폭죽 터지듯 피었다. 혹자는 늙은 매화의 고절한 멋에 견줄 수 없다고 하지만, 키 작은 매화 여럿이 모여 이같은 절경을 펼쳐내는 것도 여간 기특한 일이 아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청매실농원이다. 해마다 봄이면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곳. 농원 뒷산 여기저기에 희고 붉은 매화가 흐드러졌다. 사진 몇 컷 찍자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당최 뭘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할 만큼 매화들의 자태는 현란하다. 예전 이맘때면 매화 꽃잎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매화 축제 기간에만 100만명 이상의 상춘객이 몰려든다. 요즘은 확실히 다르다. ‘사회적 거리’를 둔 탐화객들로 듬성듬성이다. 코로나19는 정말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백운산 중턱의 전망대에 오르면 농원 전경은 물론 인근의 매화마을과 섬진강, 경남 하동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농원 뒤편엔 짧은 대나무숲이 있다. 매화와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 있다. 섬진강을 따라 구례까지 가는 길은 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화사한 매화가 이방인을 반긴다. 조만간 벚꽃 시즌이 되면 이 강을 따라 또 한번 꽃들의 전쟁이 펼쳐질 터다. 지금의 고요는 그러니까 폭풍전야의 고요인 셈이다. 이 길에서 구안실(苟安室)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독특한 이름에 끌려 찾은 곳은 뜻밖에 매천 황현(1855∼1910)의 사적지였다. 익히 알려졌듯,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이웃한 광양에서 출생한 매천은 구례에서 학문을 배우고 서울로 올라간 뒤, 1886년 낙향했다. 그 당시 터를 잡은 곳이 바로 구례 간전면 만수동이다. 여기서 그는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사실상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한 셈이다. 안내판 역시 “그가 지은 시 1451수 가운데 400여수를 빼고는 모두 이곳에서 완성했다”고 적고 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이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단칸 ‘일립정’(一笠亭)을 지어 벗들과 술을 나누고 시회도 열었다. 아쉽게도 지금 남은 건 바짝 마른 샘터와 낡은 안내판뿐이다. 구례군에서 사적지 조성 공사를 벌일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여태 버려진 듯한 모습에서 후세의 인심이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늙은 절집을 찾는 맛도 각별하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절집 앞 뜨락에 서면 너른 구례 들녘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구례 북쪽의 천은사도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절집 들머리의 수홍루가 핫스폿이다. 홍예문 형태의 다리 아래로 흐르는 말간 물을 보면 가슴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극락보전과 명부전의 현판 글씨도 놓쳐선 안 된다. 둘 다 당대의 명필이었던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이제 곱게 늙은 한옥들을 영접할 시간이다. 토지면 오미동의 운조루(雲鳥樓)는 1776년 건축된 조선시대 전통 양반가옥이다.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이른바 ‘남한 3대 길지(吉地)’ 위에 세워졌다는 집이다. 오래된 집이니 둘러볼 게 어디 한둘일까만, 큰사랑채 왼쪽의 누마루에는 반드시 앉아볼 일이다. 잠시 다리쉼을 하며 산수유꽃 흐드러진 바깥 풍경을 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헛간에 있는 뒤주도 명물이다. 쌀 세 가마니를 담을 수 있다는 나무 뒤주다. 뒤주 아래 쌀 개방구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집 주인들은 대대로 뒤주에 쌀을 채워 마을의 굶주리는 이를 위해 항상 개방했다고 한다. 부잣집의 선한 영향력,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여기서 본다. 요즘처럼 나눔의 정신이 절실한 때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뒤주다. 동학, 한국전쟁 등 수없이 많은 위기 속에서도 운조루가 건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타인능해’ 정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운조루 바로 앞의 곡전재, 쌍산재 등도 시간을 내 찾아볼 만한 고택들이다. 구례 하면 산수유다. 해마다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었던 꽃인데, 따뜻했던 지난겨울 탓인지 올봄엔 예년보다 이르게 노란 꽃술을 열었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 자락의 산동면 일대는 노란 꽃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른 듯하다. 과연 산수유꽃의 성지라 할 만한 풍경이다. 단지 이를 보아 줄 사람이 적은 것이 못내 아쉬울 뿐.●세월이 내려앉은 검은 돌담과 허름한 농가들이 어우러진 산수유 마을 산동면에서도 가장 이름난 곳은 상위마을이다. 언덕에 차곡차곡 쌓인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꽃과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 내고 있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상위마을과 이웃한 반곡마을은 이 풍경 덕에 ‘꽃담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난 봄 풍경이긴 한데, 어딘가 어색한 느낌도 든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고급진’ 집들과 값비싼 차들이 마을을 조금씩 점령해 가고 있다. 그 탓에 숨 쉴 공간 역할을 했던 공터는 사라지고 풍경의 주인이었던 꽃은 어느새 들러리가 돼 가는 모양새다. 언제 가도 늘 그러할 것 같았던 산수유 마을이지만 머지않아 지금 그러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산수유 마을들이 아름다웠던 건 꽃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월이 더께로 내려앉은 검은 돌담과 그 사이사이 들어찬 허름한 농가들이 꽃받침 노릇을 해 줬기 때문에 더 예뻤던 거다. 한데 돌담과 농가가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대식 집들이 들어차고 나면 그때도 마을 풍경이 온전할까 싶다. 산동면 주변에도 산수유 마을이 몇 곳 있다. 자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현천마을이나 달전마을,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 등이 서정적인 풍경을 갈무리한 곳들이다.구례와 이웃한 마을은 경남 하동이다. 야생 차밭이 특히 인상적인 곳. 꼭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이맘때면 차밭 사이사이에 매화꽃이 핀다. 이리저리 휜 차나무 사이로 뿌리를 내린 매화의 단아한 자태가 일품이다.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알려진 화개면 일대에 야생차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야생차박물관과 인접한 정금리, 운수리 일대와 덕은리 일대가 널리 알려진 곳이다. 정금리는 화개동천, 운수리는 쌍계동천, 덕은리는 덕은동천에 각각 속해 있다. 동천(洞天)은 산이 빙 둘러 있고, 가운데는 뻥 뚫린 공간을 말한다. 그러니까 세 곳 모두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차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대기와 빗물의 흐름, 토양 등 여러 여건들을 고려한 결과일 텐데, 이는 화개 일대가 오래전부터 차 재배에 적합한 땅이었다는 걸 일러 주는 방증이지 싶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곳은 매암제다원이다. 이 집 마루에 걸터앉아 차밭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평사리 들녘과 섬진강 내려다보이는 고소산성· 최고의 남해 전망대 금오산 고소산성은 평사리 너른 들녘과 섬진강의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전망대다. 절집 한산사에서 산길을 20분쯤 걸어 올라야 닿는다. 굳이 산성까지 오르지 않고 한산사 어름에서 보는 풍경도 그 못지않게 멋들어지다. 한산사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한산사 아래엔 ‘스타웨이’라는 상업시설이 최근 문을 열었다. 스카이워크로 이뤄진 전망대와 커피숍을 겸하는 곳이다.하동 읍내에선 하동 송림(천연기념물 445호)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1745년(영조 21) 도호부사 벼슬을 하던 전천상이 방풍림으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아름드리 소나무 750여 그루가 섬진강을 따라 솔향 가득한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소나무의 붉은 수피는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그야말로 ‘철갑을 두른 듯’한 모습이다. 솔숲 안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솔향 가득한 숲을 천천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숲 밖은 섬진강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섬진강의 명물인 재첩 조형물도 세웠다. 이제 콧구멍에 바닷바람 좀 쐬어 줄 차례다. 최고의 남해 전망대 중 하나로 꼽히는 금오산을 찾아간다. 내륙에서 줄달음쳐 온 산줄기가 섬진강 끝자락의 망덕포구로 빠져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 금오산이다. 고도는 849m. 바닷가의 산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고룡에서 포장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6.3㎞를 오르면 산정에 가 닿는다. 한 굽이 돌면 지리산의 연봉들이, 또 한 굽이 돌면 남해의 섬들이 차창에 매달린다. 정상 바로 아래에 해맞이 공원이 조성돼 있다. 나무 데크 끝자락에 서면 발아래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줄달음친다. 왼쪽으로 사천의 섬들이 바둑알처럼 떠 있고, 그 옆으로 남해 창선도 등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물비늘은 또 얼마나 고운지, 눈앞에 거대한 영화 스크린이 펼쳐져 있는 듯하다. 글 사진 구례·광양·하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산채정식으로 유명했던 하동 쌍계사 앞 단야식당은 찻집으로 변신했다. ‘단야찻집’ 맞은편의 ‘팔모정’은 산채비빔밥으로 이름난 집이다. 재첩국을 주문해도 산채정식처럼 나물 반찬이 딸려 나온다. 하동 읍내 ‘대나무집’은 황태찜을 잘한다. ‘혼밥족’이라면 황태구이 정식을 맛보면 된다. 구례 ‘부부식당’은 다슬기 수제비로 이름난 집이다. 다만 오후 6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바로 이웃한 ‘목화식당’은 소 내장탕을 시원하게 끓여 낸다. ‘동아식당’은 가오리찜 등으로 진작부터 소문난 ‘전국구’ 맛집이다. 광양 쪽에서는 요즘 벚굴이 한창 나올 때다. 청매실농원 주변에 늘어선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사성암을 오가는 셔틀 버스는 코로나19로 운휴 중이다. 자신의 차로 오르거나 구례읍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금오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도 공사 중이다. 4월 말~5월 초 완공될 예정이다. 개인 차량은 통제되고 집트랙 이용객을 태운 승합차만 정상까지 갈 수 있다.
  • 대세론 굳힌 바이든 ‘샌더스 지지층’ 껴안기

    “샌더스와 비전 같아… 청년 목소리 경청” 코로나 확산에 봉사자 이탈해 경선 파행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등 3곳에서 열린 7차 경선을 싹쓸이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리다(93% 개표 기준)에서 61.9%, 일리노이(97% 개표 기준)에서 59.4%, 애리조나(69% 개표 기준)에서 42.4% 득표율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압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기준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21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839명에 그친 샌더스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매직 넘버’는 1991명이다. NYT는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는 샌더스 의원의 재기 기회를 거의 소멸시켜 버렸다”면서 “코로나19 우려로 인해 샌더스 의원이 선거운동 시간을 벌더라도 이미 벌어진 큰 격차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온라인 연설에서 “샌더스와 나는 전술이 다를 수 있지만, 모든 미국인에게 알맞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득 불평등을 축소하며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협인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샌더스에게 고무된 모든 젊은 유권자들에게 ‘나는 여러분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샌더스 지지층’ 껴안기에 나섰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가 나오기 한참 전 코로나19와 관련한 자신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온라인 연설을 했으나 앞으로 경선이나 선거운동 방향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중도 하차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날 민주당 경선은 일부 파행을 겪었다. 플로리다에선 자원봉사자가 대거 이탈하고, 선거 관리를 맡은 직원까지 나타나지 않는 등 투표 관리 차질도 빚어졌다. 투표소가 폐쇄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지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기피했고, 일부 유권자는 장갑을 끼고 투표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와 일리노이에서 열린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1276명 이상을 확보해 일찌감치 공화당의 대선후보를 거머쥐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당정청 “지자체 재난기본소득, 2차 추경으로 보전할 수도”

    당정청 “지자체 재난기본소득, 2차 추경으로 보전할 수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해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 기본소득에 가까운 성격의 긴급지원정책을 펴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 직후 “지자체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정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범의 의미도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지자체의 결단에 대해 저희는 환영하며 내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가 열리면 거기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차 추경 논의…재난기본소득 포함은 미지수 이 위원장은 2차 추경 문제와 관련해 “시기는 논의하지 않았으나 2차 추경을 전제로 한 대화가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지자체가 긴급 지원하고, 거기에 중앙 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면 추후 추경을 통해 도와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정부 측에서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2차 추경에 재난기본소득이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빨리 본궤도에 편입될 수 있을까 싶다”면서 “일단 지자체들이 앞서서 진행하는 시범 실시 과정으로 평가하겠다. 그러나 어느 쪽도 가능성을 닫아두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또 “이번 추경의 성패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신속 이뤄질 것인가에 있다”면서 “금융위원장의 현장 점검에 따르면 보증 심사가 누적됐는데, 이 보증심사 지체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신보든 기보든 지자체 소속으로, 지원업무의 병목이 되는 보증심사를 단축하기 위해 지자체장의 결단이 절실하다”면서 “지자체장께서 오늘이라도 소속 신보·기보에 방문해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지체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서 “정부에 세금, 대출 상환, 교통벌칙 및 기타 범칙금 등 민생에 부담금을 주는 것을 유예·완화해줄 것을 다시 전달했고 정부도 긍정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이 또한 많은 업무가 지자체 소속으로 이 문제도 지자체장이 결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회의를 소집해서 지자체장의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면서 “지자체가 그런 방식을 통해 지원하거나 부담이 생기면 다음 추경으로 보전해드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IMF 사태·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 앞서 당청청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과거 경제 위기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방역과 경제 피해 최소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했으나 추경에는 그것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당과 정부는 신속히 추가 대책에 돌입하고, 2차 추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인영 원내대표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메르스 사태를 더한 것과 같다고 할 정도”라며 “국회를 통해 금융·재정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가능한 모든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하 등 대응에도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의 지속 가능성에 따른 비상계획을 강구하고 있다. 향후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정부가 전날 발표한 개학 연기에 따른 후속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당정청 “메르스+IMF보다 더한 위기…모든 조치 강구”

    당정청 “메르스+IMF보다 더한 위기…모든 조치 강구”

    국회서 당정청 회의…경제 피해 최소화 논의이낙연 “추가 대책·2차 추경 검토해야 한다”이인영 “과거 답습하지 말고 모든 조치 강구”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과거 경제 위기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방역과 경제 피해 최소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는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과 이인영 총괄본부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참석해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했으나 추경에는 그것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당과 정부는 신속히 추가대책에 돌입하고, 2차 추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와 사회의 위축이 장기화하고 국민의 고통이 깊어질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서 “재정당국, 세무당국, 금융기관, 정치권,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존의 정책과 기관이익을 먼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인영 본부장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메르스 사태를 더한 것과 같다고 할 정도”라며 “국회를 통해 금융·재정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가능한 모든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경험한 적 없는 위기인 만큼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해법을 과감하게 모색해야 한다”며 “경제당국은 추가 금융안정 조치는 물론이고 통화스와프 등을 포함한 국제공조 방안까지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은 금융위원장도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하 등 대응에도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의 지속 가능성에 따른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강구하고 있다. 향후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정부가 전날 발표한 개학 연기에 따른 후속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장기간 휴업으로 인한 학습결손으로 학생과 학부모 걱정이 크고 가정 돌봄의 어려움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 최소화를 위해 온라인 학습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보소외계층 학생을 위한 PC 인터넷 통신비 등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학습, 돌봄지원과 함께 개학에 대비해 학교 방역을 촘촘히 챙기겠다”며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을 학교 현장에 안내하고, 학교에 보건용 마스크를 비축하는 한편 교실 내 책상 재배치, 급식환경 개선, 식사와 후식 시간 분리까지 학교 안전도 세심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낙연 “세금·대출·범칙금 일정 유예해야…2차 추경 필요”

    이낙연 “세금·대출·범칙금 일정 유예해야…2차 추경 필요”

    “경제 위축 장기화 미리 대비해야”“종교인들 현장 예배 자제 요청”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이 통과한 것과 관련해 “당과 정부는 신속히 추가대책에 돌입하고, 2차 추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했으나 추경에는 그것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피해 업종이 위기를 맞기 전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엊그제 제안한 바와 같이 세금, 대출 상환, 교통벌칙, 범칙금 부과 등 민생에 부담을 주는 행정을 일정 기간 유예 또는 완화해주길 바란다”면서 “관련 기관이 당연히 갖는 합법적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민생이 더 위축되지 않도록 유예 또는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와 사회의 위축이 장기화하고 국민의 고통이 깊어질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서 “재정당국, 세무당국, 금융기관, 정치권, 행정부, 지자체 등이 기존의 정책과 기관이익을 먼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추경과 관련해 “추경을 집행하는 정부는 당장 힘든 분들께 예산이 신속하게 전해지도록 최대한 노력해주시기 바란다”면서 “기존의 절차나 심사를 단순화할 것은 과감하게 단순화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일부 교회는 지금도 현장 예배를 계속하고 있다. 그중 한 교회에서 수십 명의 신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자신은 물론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종교인들께서 현장 예배를 자제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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