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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토허구역 1년 연장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의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다. 서울시는 전날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4.6㎢ 규모의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고 주거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사업 아파트단지,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내년 4월 26일까지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된다. 시는 2021년 4월 해당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뒤 매년 효력을 연장해왔다. 용산구 후암동 일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지 2곳은 사업구역 결정 경계에 맞춰 토지거래허가구역 경계를 조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를 초과하는 토지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나 지상권 이전·설정 계약 때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발 기대감이 높은 정비사업 지역에서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최진석 시 주택실장은 “시장 상황을 자세히 살펴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 9.9% 뛴 기름값에 데고… 밥상 물가엔 숨 돌렸다

    9.9% 뛴 기름값에 데고… 밥상 물가엔 숨 돌렸다

    석유, 3년 5개월 만에 최대치 올라농산물 -5.6%… 상승세 억제 역할석유 최고가격제도 오름세 방어 “4월 유가 상승 반영 땐 더 오를 것”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지난달 국내 기름값이 전년 동월 대비 10%가량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10월 10.3%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대 폭 상승이다. 농산물값 하락과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설탕·밀가루값 인하 등으로 전체 물가는 2.2% 오르는 것으로 억제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고유가 영향은 시차를 두고 품목 전반으로 확산하는 만큼 물가는 4월부터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지난해 11월 2.4%, 12월 2.3%, 지난 1·2월 2.0%로 하락세를 보였다가 지난달 중동 전쟁의 여파가 반영되면서 4개월 만에 오름 폭이 커졌다. 물가를 끌어올린 건 역시 석유류였다. 지난달 9.9% 급등했다. 휘발유 8.0%, 경유 17.0%, 등유 10.5%씩 올랐다. 특히 경유는 2022년 12월 21.9%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휘발유는 승용차에 제한되지만 경유는 운송 등 활용 범위가 넓어 상승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6%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세를 억제했다. 봄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채소류 물가는 13.5% 뚝 떨어졌다. 가공식품은 평균 상승률(2.2%)보다 낮은 1.6% 오르는 데 그쳤다. 업계가 설탕·밀가루값 인하에 동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설탕은 3.1%, 밀가루는 2.3%씩 각각 하락했다. ‘밥상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6.6% 하락했다. 이런 일부 먹거리 품목의 하락세에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이 더해져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4월부터는 물가 오름폭이 더욱 커질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4월부터 국제유가 인상에 따른 유류할증료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500원대를 고공비행 중인 원달러 환율도 수입품 물가를 밀어올릴 핵심 요인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 중동 상황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김흥종의 세계읽기] 이란 전쟁이 드러낸 불가역적 신세계

    [김흥종의 세계읽기] 이란 전쟁이 드러낸 불가역적 신세계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기 위해 2~3주 공습을 더 하겠다고 한다. 이 전쟁이 4월 내에 끝난다 하더라도 그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당연시해 온 몇 가지 국제 질서의 전제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와 통행세 문제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협, 그것도 맞은편으로는 오만령 무산담 반도와 마주하고 있어 해협 양쪽 지역이 전부 자국 영토인 것도 아닌, 불과 39㎞ 폭밖에 안 되는 해협의 항행을 사실상 억제하고 나아가 통행세를 징수하는 행위는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자연 해협에서의 이러한 조치는 통과통항권을 인정한 유엔해양법협약 취지에 배치될 소지가 크다. 만약 이러한 선례가 굳어진다면 과거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긴장이 고조됐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물론 보스포루스, 지브롤터, 말라카 등 주요 해상 요충지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드론도 전쟁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사실 드론이 전쟁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초창기부터 공격용 드론이 맹위를 떨쳤다. 전쟁으로 초래된 급속한 성능 개선은 불과 몇천만원이면 만들 수 있는 공격용 드론으로 재탄생해 수억원을 호가하는 요격용 미사일을 소진하게 함으로써 비대칭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값싼 무인기가 고가의 방어 체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전쟁은 점점 더 소모전 성격을 띠게 된다. 향후 보다 진일보한 인공지능(AI) 장착형 공격 드론이 개발된다면 그 위력은 더 가공할 만하고 비대칭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 산재해 있는 해외 미군 기지에 대한 해당 국가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빠뜨릴 수 없다. 걸프 지역의 미군 기지들은 이번 충돌에서 주요 타격 대상이 되며 주둔국에 새로운 안보 부담을 안겼다. 그간 억지력으로 여겨졌던 기지가 오히려 공격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민간 테크 기업이 축적한 위성 정보와 AI 기술이 표적 식별과 타격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는 모습도 놀랍다.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부터 시작해 지상의 사소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정보기술(IT)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자각케 한다. 데이터의 결합과 이의 활용은 전장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있다. 공습은 요인 암살과 일부 시설 파괴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상전은 여전히 막대한 인명 피해를 수반하는 최후의 선택지로 남아 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지상전 전개 없이 적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핵무기 사용의 유혹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현대전은 파괴적 욕망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우리가 마주한 세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세종로의 아침] 한국 경제,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라

    [세종로의 아침] 한국 경제,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라

    때아닌 쓰레기봉투 품절 대란이 닥쳤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따른 나비효과다. 중동산 원유 의존율이 70%인 한국에 원유 도입 중단은 국민의 삶에도 포탄을 떨궜다. 원유 수급 위기에 유가는 치솟았다. 전쟁 전날 배럴당 7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3주 만에 170달러로 2.4배 급등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이자 거의 모든 공산품 제조의 출발점인 나프타 가격은 한 달 만에 t당 600달러 선에서 1200달러 선으로 100% 올랐다. 국내 수요의 45%를 해외에 의존하는 나프타의 수급 차질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비닐·포장재·페트병 같은 생필품과 수액팩·주사기·마스크 필터 등 보건·의료용품까지 줄줄이 흔들었다. 원료 하나에 공장과 병원, 일상 곳곳에서 ‘멈춤’ 신호가 감지된다. 석유가 우리 삶 깊숙이 얽혀 있고, 끊겼을 때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났고 정부는 결국 물량 통제에 나섰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는 감염병이었고 지금은 에너지다. 위기의 모습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2일 0시를 기해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나프타 수급 지원을 위해 469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에 이어 기업의 대체 원유 물량이 국내 도착하기 전 정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는 ‘비축유 스와프’도 처음 가동했다. 8일부터 공공부문 차량 홀짝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도 시행한다. 온 나라가 에너지 비상 체제다. 지난달 13일에는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다. 잠시 안정되는 듯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속에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은 모두 ℓ당 1900원을 다시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전자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 등유 가격이 올라 농가 부담도 커졌다. 비닐하우스 난방비가 급증하면 작물 재배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닐과 포장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생산·유통 전반의 비용이 동시에 뛴다. 결국 에너지 위기로 밥상 물가가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에너지의 94%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원빈국이다. 원유와 가스, 나프타 등 공급망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해상 통로에 수송로가 묶여 있는 구조적 위험도 수십 년째 변하지 않았다. 세계 10위권(2021년) 경제 규모의 첨단 산업 국가지만 에너지 구조만큼은 여전히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수출 제한, 대체 도입선 확보, 기업 간 물량 조정, 수요 억제 정책까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용 대응에 가깝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기는 반복되고 같은 대응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변화는 눈에 띈다. 안 쓰는 멀티탭 전원을 끄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 절약이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봉투 부피를 줄이기 위해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작은 실천도 확산 중이다. 위기 때마다 생활 방식을 바꿔 극복한 경험이 재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긴 쉽지 않다. 에너지는 산업·안보·통상을 관통하는 핵심 원자재다. 공급선 다변화와 장기 계약, 전략적 비축 체계의 고도화, 동맹 기반 협력 등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구조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석유화학 중심 구조를 당장 바꾸긴 어렵더라도 대체 소재 개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 호르무즈는 멀리 있지만 한국 경제와는 여전히 가깝다. 위기를 버텨 온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이번에는 버티는 데 그치지 말고 바꾸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차장급)
  • 남김없이 타고 남은 뒤에 보였다… 탈출을 향한 고백

    남김없이 타고 남은 뒤에 보였다… 탈출을 향한 고백

    불은 모든 것을 태운다. 남김없이. 한데 어떤 불은 파괴가 아니라 탈출이 되기도 한다. 연작소설 ‘용궁장의 고백’은 바로 그 불에서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이면서도 여행하고 춤을 배우는 등 낯선 경험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조승리 작가가 썼다. 신도시 한복판, 낡은 모텔 ‘용궁장’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투숙객 전원이 참변을 당했다. 그중엔 주인공 5남매의 부모도 있다. 하지만 합동 장례식장에는 곡소리가 없다. 이 기이한 침묵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의 출발점이다. 누가 불을 질렀는가가 아니라, 왜 아무도 울지 않는가. 소설은 1부부터 5부까지, 각기 다른 인물의 고백 형식으로 구성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을 피해자와 가해자, 설계자, 생존자, 조력자 등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는 것이다. 이런 연작 방식은 가해와 피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진실은 하나의 목소리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할 때 종종 쓰인다. 1부는 70년간 가정폭력과 형제 부양에 시달린 끝에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자신을 고백하는 시각장애인 여성의 이야기다. 2부는 죽은 아버지의 편애와 형제들의 희생 위에 안락하게 살아온 ‘가해자’ 막내 남동생의 이야기다. 가부장제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시절, 한 가족 안에서 누군가의 평화는 다른 누군가의 살을 깎아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이런 ‘폭력’은 늘 ‘사랑’과 ‘도리’의 이름으로 포장됐다. 작가는 그 포장지를 거침없이 벗겨내고 가족이란 성역에 불을 놓는다. 그는 ‘천륜’과 ‘인륜’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강요된 희생의 구조를 해부하면서도, 그 구조에 갇힌 인물들을 단지 피해자란 틀에 가두지 않는다.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공모하고, 때로는 또 다른 폭력의 공범이 된다. 3~5부도 형식은 비슷하다. 생존인지 복수인지 불분명한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에 대한 해석을 독자에게 맡긴다. 책이 불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다. 용궁장이 전소된 뒤 남은 자들은 새 삶을 시작한다. 고백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마침내 “봄볕 아래” 모인 가족들. 하지만 비극을 양분 삼아 피워낸 해방감 뒤로, 이 행복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졌을지 모른다는 여운이 묵직하게 남는다. 작가는 “이 이야기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던 어느 장례식장에서 구성됐다”며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고 했다.
  • 후지산 북쪽엔 한일 경계인의 서사가 흐른다

    후지산 북쪽엔 한일 경계인의 서사가 흐른다

    후지산 절경에 숨어 있는재일교포 이양지 문학비경계인의 흔적 되짚어 봐‘인증샷 핫플’ 혼마치 거리 낮은 건물 늘어선 골목 끝후지산은 마치 액자 같아‘후지고코’ 5개 호수 명소주변에 관광 인프라 가득후지큐 하이랜드도 아찔후지산을 처음 본 건 오래전 신칸센 차창 너머였다. 일본 도쿄에서 서쪽 방향으로 달리던 열차가 도심을 벗어날 무렵, 느닷없이 차창 밖으로 거대한 흰 봉우리가 들이닥쳤다. 정상에 눈을 이고 있는 후지산이었다. 그 박력 넘치는 등장에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탄성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야마나시는 바로 그 후지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은 현이다. 야마나시현은 한국인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한국 근현대사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이제부터 전하려는 건 조선과 한국을 사랑했던, 후지산 북쪽 기슭에서 온 사람들과 그들이 거닐었던 풍경에 관한 이야기다. 야마나시현은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한 시간 반이면 닿는다. 주말이면 어지간한 관광지 주차장은 도쿄 지역 번호판을 단 차들로 북새통이다. 그만큼 도쿄 사람들에게 야마나시는 근교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다. 야마나시현은 내륙의 분지다. 전체적으로 고도가 높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강원 평창군의 700m 보다 높은 800~900m 정도의 고지대에 대부분의 도시가 형성돼 있다. 한국인에겐 마음 불편한 벚꽃길 먼저 후지요시다시의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부터 간다. 야마나시현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특히 벚꽃이 피는 봄철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산인해다. 과장 좀 보태 100개 나라 언어를 한꺼번에 듣는 느낌이다. 해마다 벚꽃 필 무렵에 주민 축제가 열렸지만 올해는 취소됐다. ‘오버 투어리즘’ 때문이다. 공원뿐 아니라 도시에 산재한 명소들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일본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곳곳에서 주민 불만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을 먼저 소개하는 건 야마나시를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불편할 수 있는 여행지라는 걸 무엇보다 앞서 말하고 싶어서다.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은 가장 일본적인 풍경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후지산과 벚꽃, 붉은색 오층 건물이 완벽한 구도로 어우러져 있다. 일본을 소개하는 관광 포스터에서 수없이 봤던 바로 그 풍경이다. 문제는 추레이토(충령탑)라 불리는 붉은 오층탑이다. 야마나시 출신 전사자의 위패가 이 탑에 합사돼 있다. 한데 이들이 어느 지역 전투에서 사망했는지가 불분명하다. 한반도에서 빚어진 양국 간 전쟁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군인의 위패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유명한 공원에서 기필코 마주해야 할 건 재일교포 이양지 문학비일런지도 모른다. 그의 문학비는 찾기가 쉽지 않다. 야마나시 최고의 풍경을 굽어보는 ‘명당’ 인근에 옹색하게 숨어 있어서다. 이양지(1955~1992)는 재일교포 소설가다. 일본 이름은 다나카 요시에. 한국계로는 두 번째로 1989년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제주도 출신 부모를 둔 이양지가 나고 성장한 곳이 바로 후지요시다이다. 도쿄의 명문 와세다대학을 다니던 그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한국말로 떠드는 관광객을 만났다. 당시 재일교포 사이에서 신분을 노출할 수 있는 한국어는 일종의 금기였다. 그런데도 ‘2류 국가’에서 온 한국인은 거리낌이 없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 그는 와세다대를 중퇴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1982년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조국과 자신의 정체성을 치열하게 탐색했다. 그 경험이 소설 속 인물들의 언어가 됐다. 그는 재일 한국인 유학생의 좌절과 환멸을 다룬 소설 ‘유희’(由熙)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을 놀라게 했다. 그가 정한 제목 ‘유희’는 ‘밝음에 이르지 못한 존재’를 뜻한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한국무용을 공부하던 그는 1992년 일본으로 돌아가 장편소설 ‘돌의 소리’를 집필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서른일곱 안타까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던 작가가 어린 시절 매일 올려다보던 하늘, 후지산이 보이는 이 공간에 문학비가 세워진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센겐 공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시모요시다 혼마치도리가 있다. 편의점인 로손 가와구치코마에점에 견줄 만큼 소셜미디어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옛 상점가로, 낮게 깔린 건물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그 골목 끝에 후지산이 액자처럼 걸렸다. 맑은 날이면 거리를 걷는 내내 후지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면 오래된 시계점, 된장 가게,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전통 양식의 건물들도 곳곳에 남아 있다. 관광지인데도 지나치게 꾸미지 않아 일상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고소한 튀김 냄새를 따라가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소박한 식당이 나온다. 후지요시다 명물인 요시다 우동을 파는 곳이다. 얼요기 정도로 먹는 건 나쁘지 않지만, 한 끼 식사로 생각하지는 마시길. 아직 야마나시 현민들의 소울 푸드, 호토 국수가 남아 있다. 복사꽃 산골서 만난 가네코의 삶야마나시를 대표하는 건 물론 벚꽃이다. 하지만 복사꽃의 위세도 만만하지 않다. 4월이면 야마나시 분지 전체가 복사꽃 연분홍으로 물든다. 복사꽃 향기를 따라 야마나시시 마키오카초의 산골 마을로 들어서면 ‘문제적 여자’ 가네코 후미코(1903~1926)의 시비와 만난다. 가네코의 동지였던 구리하라 가즈오 등이 1974년 그의 삶과 행적을 기려 세운 시비다. 가네코는 ‘불량스러운 조선의 아나키스트’ 독립지사 박열(1902~1974)의 아내였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추서한 일본인 독립유공자다. 그가 태어난 곳은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지만 성장한 곳은 야마나시다. 시비가 건립된 곳은 가네코의 외가가 있던 곳이다. 유년 시절을 야마나시에서 보낸 그는 아홉 살 때 충북 청주시 부강면(현 세종시)의 고모 집으로 건너가 7년을 살았다. 후지산을 빼닮은 부강면의 부용산이 그가 절망 속에서 찾아가던 위안의 산이었다. 부강에서 3·1 만세운동을 목격한 뒤 야마나시로 돌아와 혁명의 길로 들어선 그는, 도쿄에서 만난 박열과 함께 일왕 폭살을 계획하다 체포돼 스물세 살에 교도소에서 숨을 거뒀다. 현재 야마나시에 남은 그의 흔적은 거의 없다. 마키오카초의 시비, 그의 가장 가까운 혈육인 가네코 타카시 가족이 2017년까지 살았던 집 정도가 고작이다. 다행히 2003년부터 짝수 해마다 경북 문경시 박열의사기념관과 일본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가 공동으로 시비 앞에서 추도식을 연다. 조선의 美 사랑한 아사카와 형제 야마나시현 동북쪽에 가네코가 있다면 서북쪽 호쿠토시엔 아사카와 형제가 있다. 형인 노리타카는 ‘조선 도자기의 신’이라 불린다. 1913년 경성(현 서울)의 소학교에 미술교사로 온 그는 1946년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33년 동안 조선 도자 연구에 몰두했다. 1914년엔 그의 권유로 동생 다쿠미도 조선에 온다. 다쿠미는 황무지 같았던 한반도의 녹화운동에 헌신했다. 현 한국 인공림의 37% 정도가 그의 공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쿠미는 급성 폐렴으로 40세에 요절하면서 “조선의 옷을 입혀 조선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조선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시 그의 관을 매겠다며 나선 조선인들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동생을 먼저 보낸 노리타카는 이후 반평생 모았던 공예품과 도자기 등을 신생 한국에 기증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1964년에 세상을 떴다. 아사카와 형제의 고향인 호쿠토시에 일본 내 3대 ‘장수 벚꽃’으로 꼽히는 ‘야마타카진다이 자쿠라’가 있다. 믿기 어렵긴 한데, 공식적으로 수령이 2000년에 이른다고 한다. 이웃한 니라사키시엔 와니쓰카 벚꽃이 있다. 들녘에 핀 ‘홀로 벚꽃’으로, 후지산 등 주변 풍경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벚꽃이 피는 시기엔 경관 조명을 한다. 이 장면 하나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과 사진작가들이 몰린다. 야마나시현과 시즈오카현 사이에 솟은 후지산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한데 자연유산이 아니라 문화유산이다. ‘신앙의 대상’과 ‘예술의 원천’이 등재 이유다. 후지산과 주변 신사, 호수 등 25곳의 구성 자산이 포함됐다. 후지산 관찰에는 새벽부터 이른 오전 시간대가 좋다. 말간 공기 덕에 선명한 후지산을 보기에 유리하다. 치맛자락처럼 뻗은 후지산 아래로 여행 명소들이 별처럼 박혔다. 다섯 개 호수를 이르는 이른바 ‘후지고코’(富士五湖)가 대표적이다. 모토스코, 쇼지코, 사이코, 가와구치코, 야마나카코 등이 후지고코다. 1707년 후지산 대분화로 형성됐다. 오감이 만족하는 후지산 기슭가장 유명한 건 가와구치코다. 후지산이 물 위에 거꾸로 비친 모습, 이른바 사카사후지(逆富士)로 이름났다. 그러니까 데칼코마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는 건데, 사실 맑고 바람 없는 날엔 다섯 호수 모두 이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다만 일본인 시각에서 그 장면이 가장 빼어난 곳이 가와구치코인 거다. 명성에 걸맞게 주요 명소를 도는 ‘레드 라인’ 버스, 텐조산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호수 북쪽의 오이시 공원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조성돼 있다. 호수 북쪽의 가와구치 아사마 신사는 인증샷 성지다. 특히 신사 뒤 요배소(遥拝所)가 인기다. 붉은 도리이 사이로 후지산이 담기는 사진 한 장을 위해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다른 호수들도 저마다 한 가지 ‘캐릭터’는 갖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공간에 붙어 있으니, 렌터카를 가져갔다면 천천히 다섯 호수 전체를 돌아보길 권한다. 가와구치코와 후지요시다 사이에 후지큐 하이랜드가 있다. 이른바 일본 내 ‘4대 절규 머신 성지’ 중 하나다. 하늘 위로 사람들을 ‘내던지는’ 놀이기구들이 득시글댄다. 후지산을 보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재미가 각별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향토 음식 먹고 온천으로 마무리 속이 출출할 때는 호토가 딱이다. ‘며느리라면 호토를 잘 끓여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마나시현민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음식이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이튿날 아침으로 먹는 것이 현지 가정집의 오랜 방식이라고도 한다. 우리 수제비와 비슷한데, 꽤 맛있다. 과자 ‘쫀디기’를 닮은 길고 끈적한 면과 단호박, 감자, 표고버섯 등의 채소가 걸쭉한 국물과 어우러진다. 가와구치코 인근에 호토만 내는 집들이 몇 곳 있다. ‘오픈런’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식당에서 한 시간 남짓 대기해야 한다. 이 지역 별미인 말고기 육회를 곁들여 먹길 권한다. 값이 비싸 지갑은 홀쭉해지겠지만. 후지큐 하이랜드 바로 앞에 후지야마 온천이 있다. 이 온천의 자랑은 일본 최대 규모의 순수 목조 욕탕이다. 천장 높이가 12m를 넘고 100평(약 330㎡)이 넘는 대욕장은 전통 건축 방식인 못을 사용하지 않는 이음새 공법으로 지었다. 온천수엔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는 바나듐이 풍부하게 함유됐다고 한다. 3층에 다다미 전망 라운지가 있다. 누워서 후지산을 볼 수 있다.
  • 다가가면 날고, 닿으면 들리는… 기억과 감각을 깨우다

    다가가면 날고, 닿으면 들리는… 기억과 감각을 깨우다

    벽면의 책장을 더듬거리며 밀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토끼 굴 속으로 빨려 들어간 앨리스처럼 어둠 속에서 새로운 공간과 마주한다. 거대한 방파제 주변 ‘테트라포드’의 모습을 한 다리 네 개 달린 나무 블록 속에서는 낮은 악기 소리가 흘러나오고 전통 산수처럼 보이는 그림을 가까이 가서 보면 하늘에 비행기가 날고 한강 다리가 놓여 있다. 달콤한 솜사탕 향이 진동하는 또 다른 공간에 들어서면 여러 가닥으로 얽혀 있는 수도꼭지를 만난다. 은빛의 수도꼭지를 돌릴 때마다 익숙하고도 낯선 소리가 흘러나온다. 서울 광화문의 빽빽한 빌딩 속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온 세화미술관이 두 개의 전시로 겨우내 잠들었던 기억과 감각을 깨운다. 세화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기획전 ‘기억의 실루엣: 형태, 이미지, 관점’과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와 출구를 비밀처럼 숨겨둔 ‘기억의 실루엣’ 전시는 사운드를 조형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작가 서성협, 사진을 매개로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탐구하는 임수식, 전통 산수화 구도와 시점을 바탕으로 현대 도시 풍경을 그리는 김보민이 참여했다. 다문화 가정을 이룬 서성협은 경계에 대한 고민을 바다와 땅의 경계를 나누는 테트라포드 모양으로 형상화해 빚어냈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이 시각이 아닌 신체적 감각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도록 인도한다. 임수식은 개인의 책장을 책가도 형식으로 재구성해 인간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한다. 김보민은 산수를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닌 동시대 사회와 권력, 기억이 중첩된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마동은 세화미술관 부관장은 “‘무엇을 기억할까’가 아닌 ‘어떻게 기억할까’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전시”라며 “기억이 가지고 있는 형태, 성질, 특성을 세 명의 작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서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손을 움직여야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김예솔의 작품들은 관람객이 쇠구슬이나 원형의 나무 바퀴를 굴려 흔적을 남기도록 유도한다. 정만영은 관람객이 수도꼭지를 돌리면 경희궁 까치 소리와 암천의 물소리 등 자연과 도시에서 채집한 소리가 흘러나올 수 있도록 했다. 이원우의 ‘상냥한 왕자’ 조각상 앞에는 솜사탕 기계가 놓여 있다. 솜사탕 퍼포먼스는 관람객에게 흥미롭고 신선한 기억을 생성한다. 부지현의 ‘빛의 축’은 사방이 거울로 된 공간 속에 홀로 갇혀 오징어잡이배 조명이 번지는 순간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선우지은 큐레이터는 “작은 손들, 우리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나의 손, 너의 손이 점점 모여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이 공간에 얹을 수 있다”며 “아무도 신경 안 쓸 수도 있지만, 여기 와서 하나씩 남기고 간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지점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형 조형물 ‘해머링 맨’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에 자리 잡은 세화미술관은 태광그룹 세화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두 전시 모두 6월 28일까지.
  • 자원위기경보 ‘경계’ 격상… 8일부터 공공기관 ‘홀짝제’

    자원위기경보 ‘경계’ 격상… 8일부터 공공기관 ‘홀짝제’

    전국 3만개 공영주차장 ‘5부제’李 “해외 대체 공급선 적극 발굴”원유·나프타 확보에도 ‘총력전’UAE 원유 600만 배럴 국내 입고휘발유·경유 가격 1900원 넘어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3단계)로 격상했다. 공공 부문에 도입한 ‘승용차 5부제’는 ‘홀짝제’로 강화하고 공영주차장에도 5부제를 시행한다. 산업통상부는 1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2일 0시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2단계)에서 ‘경계’로 상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18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지 2주 만이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된다. ‘경계’ 단계는 우려를 넘어 전쟁 발발이나 시설 파괴로 원유 도입에 실제 차질이 발생했을 때 발령된다. 현재 지난달 1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 직전 출발한 유조선이 지난달 20일 국내에 입항한 이후 도입이 멈췄고, 국내 원유 재고는 20% 이상 감소했다. 아울러 정부는 천연가스에 대한 위기경보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전쟁의 영향이 예상되는 모든 품목을 선제적으로 식별·목록화하고 일별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 이상 징후를 면밀히 점검하라”면서 “재외 공관을 중심으로 품목의 크기와 중요도를 불문하고 확보 가능한 해외 대체 공급선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부는 비상 대응 강화에 나섰다.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공공 분야 ‘승용차 5부제’를 오는 8일 0시부터 ‘홀짝제’로 강화한다. 위반자에 대해선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1회 위반 시 구두 경고, 2회 위반 시 기관장 보고 및 주차장 출입 제한, 3회 위반 시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민간 분야에 대해서는 ‘자율 참여’를 유지한다. 대신 전국 3만개 유료 공영주차장에 5부제를 시행한다. 경차와 하이브리드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단 전기·수소차, 장애인 차량,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 긴급·의료·경찰·소방 등 특수목적 차량 등 공공기관장이 인정하는 차량에는 5부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국립대 병원 주차장도 방문객 차량을 막지 않는다. 정부는 원유·나프타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각국에 파견된 상무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관에게 적극적인 물량 확보를 지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가용한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점검·준비해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긴급 도입하기로 한 원유 2400만 배럴 중 600만 배럴은 순조롭게 입고됐거나 하역 중이다. 국제유가는 중동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국내 전국 평균 기름값은 이날 ℓ당 1900원을 돌파했다. 오후 7시 기준 평균 휘발유값은 전일보다 16.16원 오른 ℓ당 1911.12원, 경유값은 16.30원 오른 1902.53원으로 집계됐다.
  • “구글·애플 타격하겠다” 이란 최후통첩…2일 새벽 1시 30분 비상 [핫이슈]

    “구글·애플 타격하겠다” 이란 최후통첩…2일 새벽 1시 30분 비상 [핫이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중동에 있는 미국 기업 18곳을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혁명수비대는 1일 오후 8시(현지시간)부터 이들 기업의 지역 거점을 “정당한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국시간으로는 2일 오전 1시 30분이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종합하면 표적 명단에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인텔, 엔비디아, 테슬라, 보잉, 팔란티어 등이 포함됐다. 혁명수비대는 직원들에게 즉시 사업장을 떠나라고 했고 반경 1㎞ 안의 민간인에게도 대피를 권고했다. 이번 경고가 더 심상치 않게 읽히는 이유는 표적의 성격 때문이다. 이란은 군사기지나 유조선이 아니라 미국의 핵심 기술기업과 제조기업을 직접 겨눴다. WSJ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IRGC는 이들 기업이 정보기술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이란 내 표적 설계와 추적,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빅테크의 지역 사무실과 데이터 인프라, 운영 거점까지 전장의 일부로 보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타스님통신이 전한 성명에는 메타, HP, 시스코, 오라클, JP모건, 델 테크놀로지, 제너럴일렉트릭(GE), G42, 스파이어솔루션 등도 포함됐다. 클라우드와 AI, 반도체, 서버 운영 능력이 전장 정보 분석과 표적 선정, 지휘 통제에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위협은 단순한 반미 수사를 넘어 기술기업 자체를 전쟁 수행의 한 축으로 본다는 신호에 가깝다. ◆ 해킹으로 끝날까, 드론·미사일로 번질까 와이어드는 이번 경고를 단순한 심리전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 3월 1일 이란 드론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를 타격해 중동 지역 금융·소비자 서비스에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 위협은 사이버전을 넘어 민간 기술 인프라를 겨냥한 물리적 공격 가능성까지 보여준 사례가 된다. 실제 우려는 해킹에만 머물지 않는다. AP통신은 최근 전쟁 국면에서 이란 연계 세력이 해킹, 랜섬웨어, 피싱 문자, 허위정보 유포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안업체 디지서트는 이란 연계 약 50개 그룹이 지금까지 약 5800건의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고 추적했다. AP는 표적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넘어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지역으로 넓어졌다고 짚었다. ◆ 미국은 방어 자신감…시장과 기업은 긴장 미국도 곧바로 맞대응 메시지를 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3월 31일 미군이 이란의 어떤 공격도 좌절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억제 태세 덕분에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약 90% 줄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런 반응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엄포로만 보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이란의 보복 압박이 더 거칠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AP는 이란·미국·이스라엘이 얽힌 이번 전쟁으로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섰고 지역 긴장도 한층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IRGC가 군사시설을 넘어 민간 기술기업까지 표적 범위를 넓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시장도 즉각 흔들렸다. 이란의 위협이 알려진 뒤 미국 증시는 장중 변동성을 키웠고 걸프 지역에 진출한 일부 기업들은 보안 수위를 높이고 재택근무 확대, 출입 통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이란이 실제로 몇 곳을 때리느냐보다 이제 무엇을 전장으로 보느냐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공개적으로 표적 목록에 오른 순간 중동 전쟁은 군사 충돌을 넘어 민간 기술 인프라를 둘러싼 싸움으로 더 깊게 들어섰다.
  •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 법제화 시동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 구조를 제한하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정치권도 입법으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임원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해 총 임기를 최대 6년으로 묶는 데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연임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 은행장과 계열사 대표를 거쳐 금융지주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기집권 구조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임원 겸직 금지도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이해상충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금융지주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상근임원이 자회사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예외가 허용돼 있지만, 개정안은 해당 조항을 삭제해 권한과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신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과 이해상충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내부통제와 건전성을 말할 수 없다”며 “시장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제도로 바로잡는 것은 관치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채용비리, 친인척 특혜, 부당대출 등 금융권에서 반복된 사건의 배경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을 점검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도 금감원 등과 함께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꾸려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경영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주 판단에 맡길 사안을 법으로 임기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사 대비 경쟁력 저하와 장기 전략의 연속성 약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 반전 맞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여러 기업 몰렸다

    반전 맞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여러 기업 몰렸다

    복수 업체에서 ‘인수의향서’ 제출홈플 “매각 대금으로 운영 정상화”유통업계 “수익성 측면 경쟁력 있어” 홈플러스 회생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홈플러스는 31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31일 복수 업체가 익스프레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참여 업체명과 상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적격 인수 후보를 선정해 실사와 본입찰을 거친 뒤 최종우선협상대상자를 가리게 된다. 앞서 업계에서는 롯데쇼핑,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전통적인 유통 강자나 하림, 유진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모두 입찰 참여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으로 약 3000억원의 대금을 확보해 운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상품 공급 차질로 인해 매대가 비는 경우가 생겼고, 지난 1월부터 직원 임금 체불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이달 두 차례에 걸쳐 투입한 긴급운영자금(DIP) 1000억원 역시 미지급금 해소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절차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경계심을 낮추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정부와 여당에 정상화 방안 마련을 촉구하라며 4월 한 달간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노조는 제3자 관리인으로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선임하거나 유암코를 통한 인수를 추진하는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2월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당초 통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자, 상대적으로 마트보다 수익성이 나은 슈퍼마켓을 분리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말 기준 29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이 불황이지만 익스프레스는 수도권 역세권 중심으로 매장을 갖추고 있어서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열린세상] 이란 전쟁으로 부메랑 맞은 트럼프

    [열린세상] 이란 전쟁으로 부메랑 맞은 트럼프

    한 달 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타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그 가족을 비롯해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전쟁의 여파에 관해 알아채지 못했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의 승자와 패자 경계가 모호해지는 중이다. 다만 전쟁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뚜렷하다. 단서는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사임할 때 공개한 서한에 있다. 그는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로 미국에 즉각적 공격이 임박했기 때문에 공습을 시작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란 문제를 국무부나 국가안보회의 대신 측근을 통해 다루고 있다.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친구 스티브 윗코프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와 3자 종전 협상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벌어진 가장 중요한 국제 현안 두 건을 비전문가들이 맡았다니 매우 이례적이다. 유대인 사업가인 쿠슈너는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이란 전쟁 발발’이라는 의심에 근거를 만드는 핵심 연결 고리이다. 뉴욕타임스는 쿠슈너가 이란 전쟁 협상 도중 중동에서 투자자들을 만나 자신의 사모펀드를 위해 무려 50억 달러 이상을 모금하는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전쟁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일은 트럼프 일가의 전매특허 같다. 최근 트럼프의 두 아들이 신생 드론 회사 파워러스에 투자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중국산 신규 드론 수입을 금지한 채 여기저기에서 전쟁을 벌이고, 아들들은 미 국방부가 2027년까지 11억 달러를 투입해 자국산 드론을 구입할 계획을 세우자 아예 사업을 차린 것이다. 또 트럼프가 대이란 공격이나 협상 등의 입장을 내는 시점이 거래 시간과 맞물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점도 논란이다. 즉 미국 시간으로 월요일 새벽인 지난 23일 오전 7시 5분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그 15분 전에는 미 뉴욕증시 지수 선물 거래량이 갑자기 폭증했다. 같은 시간 석유 선물시장에서도 거래량이 급증한 건 덤이다. 트럼프발 호재로 증시는 급등했고 유가는 급락했다. 단기간 막대한 수익이 일어날 수 있는 그림이라 내부 거래 의혹도 일파만파다. 그래도 이란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일 것이다. 부패 혐의와 2023년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한 탓에 실각 위기에 놓인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지금 70%대다. 군인은 사망하고 민가도 폭격을 당하는데 네타냐후 가족은 미국 마이애미 맨션에서 유유자적이다. 전쟁통에 원유 수요 급증으로 러시아도 하루 최소 7억 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4년간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있는 전쟁도 끝낼 거라 했는데 이란 전쟁으로 제 발등을 찍은 듯하다. 이란 공습 직후 로이터는 전쟁 지지 응답이 27%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월 24일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공화당 후보가 낙선했다. 미국에서도 유가는 폭등하고 물가는 천정부지다. 11월 중간선거도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다. 미국이 이란 공격 첫 6일 동안 퍼부은 돈이 최소 16조원이며 그 뒤 하루에 약 1조 3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한국은 날벼락을 맞았다. 모처럼 치솟던 주가도 꺾였고 유가는 리터당 2000원을 넘는 곳이 생겼다. 이제 중동에서 석유가 도착하지 않을 것이고 고유가가 1년 이상 지속되면 한국의 성장률은 0%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전쟁을 일으켜 떼돈을 버는 데도 있는데 엉뚱하게 우리네 피해는 막대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한글 현판 더해 국가 정체성 강조” vs “역사적 증거로 원형 보존해야”

    “한글 현판 더해 국가 정체성 강조” vs “역사적 증거로 원형 보존해야”

    “시대정신 반영한 재해석·활용 가능”“문화유산 변형은 역사 왜곡·훼손”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다는 일은 국가 정체성을 올바로 밝히는 일이다.”(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다.”(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도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앞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다. 최 장관은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기존 현판은 그대로 두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요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 대표는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을 넘어서 ‘국가 정체성’을 밝히는 차원에서 광화문에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설치된 유리 피라미드 등을 사례로 들며, 시대정신을 반영한 현대적 재해석과 활용이 원형 보존과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한글은 국민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이므로, 이를 국가 상징 공간에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최 전 소장은 “광화문의 진화는 경복궁과 함께 1910년으로 끝났다”며 “정치적 시류나 권력자의 의도(선전장 등)에 흔들려 변형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유산은 우리가 물려받은 과거의 흔적이며 이야기로 듣고 기록으로 남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실체”라며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것은 과거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반 양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의견도 나왔다. 토론 발표에 나선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한글이 미래지향적 비전을 대변하고자 한다면, 과거 현판에 고착될 이유가 없다”며 “미래의 현판, 즉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가상 레이어링이나 건축물 외벽을 매개로 한 미디어 파사드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체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문체부 누리집에 게시판을 개설하고 전문가 의견 조사,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쟁 추경, 국민 70% 최대 60만원 받는다

    전쟁 추경, 국민 70% 최대 60만원 받는다

    3577만명에 ‘고유가 피해지원금’에너지 불안 해소·물가 안정 총력2인 가구 月소득 630만원 이하 지급… 李 ‘긴급재정명령’ 거론 ‘소득 하위 70%’ 국민 3577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지급된다. 중동전쟁발 기름값 인상으로 커진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소비를 진작해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며 위기 대응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26조 2000억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기획재정부로부터 분리·신설된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첫 번째 추경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다. 유가 급등으로 민생 경제 타격이 본격화하자 기획처는 역대 최단기간인 19일 만에 추경 편성 작업을 마쳤다. 지금까지는 40일가량 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조 1000억원(38.5%)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4조 8000억원(47.5%)을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에 쓰기로 했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10만~60만원을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원한다. 최소 10만원을 지원하고, 추가 금액에서 거주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액수에 차등을 뒀다. 비수도권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최대액인 60만원을 받는다. ‘소득 하위 70%’ 기준은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거나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1인가구 기준으로는 월 385만원, 2인가구는 월소득 630만원 수준일 때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할 예산으로 5조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나프타 수급 위기에 대비한 예비비 5000억원과 유류비 예산 부족분 3000억원을 반영했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 877억원을 투입해 K패스 환급률을 6개월간 최대 30% 포인트 높인다. 현재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저소득층은 53%를 환급받는데, 추경안 통과 시 83%까지 혜택이 늘어난다. 정부는 약 65만명의 신규 이용자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20만 가구에는 5만원씩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농어민의 면세유와 비료·사료 구매에는 1000억원을 지원한다. 취약계층과 청년 등 민생 안정에는 2조 8000억원이 투입된다.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300곳으로 2배 확충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의 3분의 1을 보장하는 데 279억원을 투입한다. 구직 단념 청년의 복귀를 돕는 ‘K뉴딜 아카데미’ 신설에도 1000억원을 배정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800억원,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문화·관광계에 586억원을 지원한다. 영화 관람객 600만명에게 1회당 6000원, 공연 관객 50만명에게 1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으로 충당한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서 50.6%로 1% 포인트 낮아지고 올해 명목 GDP는 0.2% 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하며 “대응책을 고민할 때 기존 관행이나 통상적 절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발동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다만 청와대는 “긴급재정명령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로 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이르면 6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홀짝제로 강화

    이르면 6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홀짝제로 강화

    정부·정유사 ‘비축유 스와프’… 석화 필수품 생산 명령 실시 미국·이란 전쟁으로 자원 안보 위기가 가중되면서 정부가 지난 25일부터 공공부문에 도입한 ‘승용차 5부제’를 ‘홀짝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짝숫날에 차량 번호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는 홀짝제가 도입되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 단계가 현재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면 4월 6일 0시부터 공공기관에 승용차 2부제(홀짝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기후부는 “2부제 시행 시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 출퇴근에 큰 불편이 생기기에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시행하게 되면 시행일은 오는 6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원 위기 상황이 더 악화했을 때 시행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KBS 뉴스광장에 출연해 “중동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하면 차량 5부제보다 더한 조치도 가능하다”며 홀짝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민간에는 홀짝제를 강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자원안보 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되면 민간 5부제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5부제가 의무화되면 걸프전이 일어난 1991년 2개월간 시행된 이후 35년 만이다. 자원안보 위기 속 정부의 비상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을 겨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쓰레기봉투가 부족해서 나중에 값이 오를 테니 미리 사 놓자’는 얘기가 있는데 쓰레기봉투는 영업 물품이 아니다”라며 “생산 원가는 몇 원에 불과한데 100~200원씩 받는 일종의 세금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투값을 올릴 리가 없고 올릴 수도 없다”며 “사재기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요소수, 헬륨,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 역시 전시물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필수 제품의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생산 명령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명령’은 국가 필수품 공급을 위해 정부가 사업자에게 생산·수입·공급을 강제할 수 있는 비상조치다. ‘물가안정법’을 근거로 하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가 마스크 등 위생품목 생산을 명령했을 때 발동된 적이 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유언비어나 매점매석 등 공동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모든 조치를 활용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유사의 원유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유 스와프(교환)’ 제도를 4~5월 두 달간 도입하기로 했다. 정유사가 원유 대체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증명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제공해 수급난을 해소하고, 대체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빌려준 만큼 되돌려받는 방식이다. 원유 도입 계약 이후 원유를 선적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중동산은 20일, 미국산은 50일이 걸린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내 정유 4사 모두 스와프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했고 요청한 2000만 배럴은 정부가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나프타 대체 수입선 확보를 위해 단가 차액 지원, 저리 융자 및 신용장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카메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을 만나 나프타 수입 긴급 확대를 요청했다.
  • 전국 청소년, 양천서 AI 역량 경쟁

    영어스피치·드론 축구·수학 등‘AI 빅뱅’ 주제 미래 학습 경험서울 양천구는 ‘전국 청소년 경진대회’ 참가자를 다음 달 1일부터 5월 7일까지 모집한다고 30일 밝혔다. 경진대회는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인공지능(AI) 빅뱅: 경계 없는 교육, 한계 없는 배움’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Y교육박람회 2026’의 핵심 행사다. 구체적으로는 ▲제4회 전국 인공지능(AI) 영어스피치 경진대회 ▲제4회 청소년 전국 드론 축구 경진대회 ▲제2회 전국 수학 구조물 경진대회 등 3개이며, 총상금은 2100만원이다. 특히 올해는 ‘AI 빅뱅’ 주제에 맞춰 인공지능 요소를 대폭 강화하고, 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실전형 대회로 운영된다. 먼저 EBS와 함께하는 AI 영어스피치 경진대회는 이번부터 ChatGPT를 포함해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전국 드론 축구 경진대회’는 유소년에서 청소년까지 참여 범위를 넓혔다. 초중고생이라면 팀을 구성해 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재활용품을 활용해 창의적인 구조물을 제작·발표하도록 했던 ‘수학 구조물 경진대회’는 ‘수학,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읽다’는 주제로 새롭게 운영된다. 참가자는 주제에 맞춰 모션 인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코딩으로 수학 원리를 구현하고, 구조물을 실제 작동시켜야 한다. 이기재 구청장은 “이번 전국 청소년 경진대회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청소년들이 AI와 기술을 활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협력하는 미래형 학습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풍경에 새겨진 시간의 얼룩을 담다

    풍경에 새겨진 시간의 얼룩을 담다

    같은 풍경 속에 서로 다른 감정과 기억이 녹아 있다. 현재는 분절된 시간이 아니라 과거,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을 관통한다. 하나의 풍경 속에 각자의 감각과 여러 시간의 층위를 녹여낼 수 있을까. 풍경 속 ‘시간의 얼룩’과 ‘시간의 밀도’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 이우성(43)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 전시를 선보인다. 한동안 ‘인물’을 집중적으로 그려 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다층적인 시간과 감각을 포괄하는 ‘풍경’에 주목한다. 캔버스 작업부터 대형 걸개그림까지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우성은 “이번에는 인물이 있던 상황과 배경을 더 그려 보려고 시간을 많이 썼다”면서 “어쩌면 사람을 더 드러내기 위해서 주변 배경을 더 많이 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작에는 서울 한강대교, 종로3가역, 뚝섬유원지, 제주 성산일출봉, 정방 폭포와 같은 특정 장소부터 논과 밭, 계곡, 폭포 등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 친화적 공간까지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작가는 직접 방문했던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기록한 장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하고 이후 감각, 상상을 더해 화면을 재구성했다. 최근작인 ‘새벽녘 폭포 아래서’(2025~ 2026)는 제주의 3대 폭포 중 하나이자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학살터였던 정방 폭포를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 만화처럼 그려진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둥켜안고 있는 사람, 자연 풍광을 즐기는 사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등이 한 폭에 담겨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사람을 만화처럼 묘사한 점에 대해 작가는 “누구도 아니지만 누구도 될 수 있는 존재”라며 “구체성이 덜한 작업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저 멀리 풍경과 인물이 공존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구체성을 지움으로써 관람객은 상상하는 그 누군가와 작품 속 인물을 치환하며 각자의 드라마를 펼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시 작품 속 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나 해질녘이다. 세밀하게 묘사된 풍경과 달리 현실적이지 않은 구름, 물결 등은 작품을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는 “사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찰나, 경계의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풍경 속에서 녹음한 다양한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어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 미국 지상군 투입 땐 ‘호르무즈 7개 섬’ 유력

    하르그섬, 사상자 발생 등 부담 커케슘·라라크섬 점령 후보지 거론고농축 우라늄 탈취 작전도 구상미국이 현재 이란 주변에 해병대와 공수부대 등 7000명 규모의 지상전 병력을 배치한 가운데, 지상군 투입 시 실제로 전개될 작전에 관심이 쏠린다. 지상전 타깃으로 가장 자주 언급된 지역은 이란 경제의 ‘생명줄’이자 급소인 하르그섬이다. 미군이 중동 병력을 증원한 이유도 바로 하르그섬 장악을 위한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를 처리하는 핵심 거점으로, 미국이 실제로 점령한다면 단번에 이란의 경제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BBC는 30일 “하르그섬을 장악하면 이란 혁명수비대의 경제적 생명줄이 사실상 차단돼 전쟁 수행 능력을 잃게 된다”고 짚었다. 다만 하르그섬은 이란 본토와 가까워 미사일·드론 공격에 취약한데다, 점령에 따른 미군 사상자 발생 등 위험 부담이 큰 선택지다. 더욱이 미군의 하르그섬 점령 구상은 이미 노출돼 이란도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하르그섬이 거론된 것은 이란의 경계를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로는 미군이 주변 도서 장악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공격 대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북쪽에 있는 케슘섬이 있다. 이 섬은 지하 터널에 미사일과 기뢰, 드론, 해상 운송 방해 장비 등이 보관된 요충지로, 장악시 해협 통항로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다만 면적이 약 1450㎢에 달해 현재 미군 병력으로 점령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또다른 공격 대상으로는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 중심부에 있는 라라크섬이 거론된다. 이 섬은 해협을 통과하는 대형 선박들을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 기지와 벙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NN은 케슘섬과 라라크섬을 포함해 해협 인근 7개 섬이 실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상군 투입에 따른 위험은 있지만, 하르그섬 작전에 비해 유지비용과 피해는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탈취하기 위한 군사 작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드론 공격 경험한 러 병사들, 전장서 ‘극단적 선택’ 늘어…이유는? [핫이슈]

    드론 공격 경험한 러 병사들, 전장서 ‘극단적 선택’ 늘어…이유는? [핫이슈]

    전장에서 드론 공격이나 무인 시스템에 의한 포위 공격을 경험한 러시아 보병들이 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병사들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영상 증거를 전장으로부터 매일 보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수부대의 별도 성명에 따르면 최전선 부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됐다. 페도로프 장관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러시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자폭 드론 공격으로 부상을 입거나 무인 항공기 여러 대에 포위됐을 때 발생한다. 페로도프 장관은 “러시아군은 종종 훈련이 부족한 상태로 전선에 배치되거나 철수 옵션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또 드론의 지속적인 감시와 공격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항복 불가 정책’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러시아군은 병사들을 상대로 한 선전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세뇌한다. 이는 전장에서 살아남았음에도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 추산에 따르면 2026년 3월은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개전 이후 가장 많은 기록적인 시기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전장의 양상으로 볼 때 3월 한 달 동안 러시아군 사상자는 3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면서 “한 달 사상자가 5만명에 달한다면 러시아군에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공수부대는 도네츠크주 올렉산드리브카에서 진행된 반격 작전을 통해 9개 마을과 440㎢에 달하는 지역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은 36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드론 1200대를 포함한 전차, 포병 시스템 등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에 보복할 수밖에” 경고한 러시아한편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28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간접적으로 공급하는 데 참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특히 미국과 서방이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체계인 ‘우선 지원 요구 목록(PURL)’을 언급하며, 한국이 이 체계를 통해 무기를 제공한다면 러시아가 문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러한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러시아는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장비와 인도적 지원만 제공해 온 점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이 한국에 포탄과 방공무기, 포탄 생산 협력 등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극도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루덴코 차관은 일본에도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일본의 추가 조치가 러시아 극동 국경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의 방어 능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데스크 시각]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의 군사 표적을 공격할 당시 이스라엘군은 테헤란에 있는 우주연구센터와 방공 시스템 제조 시설을 대대적으로 타격했다. 군사용 위성 개발과 정찰 등에 활용되는 곳이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전황을 바꾸는 군사 인프라였다. 진짜 전쟁은 국토가 아닌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도 지각 변동 중이다. 전차나 전투기 같은 개별 플랫폼만 파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를 우주의 센서 및 통신망에 연결해 적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수주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 글로벌 방산 업체들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우주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략 폭격기 B-2를 만드는 미국 노스롭그루먼은 2018년에 우주 발사체 및 위성 역량을 가진 오비탈 ATK를 인수해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에 집중 투자했다. 미국 정부가 미사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는 ‘골든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최근 노스롭그루먼의 주가가 치솟았다. 미국 록히드마틴도 2024년 소형 위성 제조업체 테란 오비탈을 인수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인수해 기업 가치 1조 2500억 달러(약 1886조원)의 공룡이 됐다. 유럽의 에어버스, 레오나르도, 탈레스도 각자의 우주 사업을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겠다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럽도 분산된 우주산업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보고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주 산업에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통신·감시·요격이 결합된 현대전 체계는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체계종합 역량, 후속 군수 지원 능력까지 요구한다. 방산 기업의 전략적 합병이 중요해진 이유다. 시장 독과점은 경계해야 하지만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선 승산이 적다. 수출만이 살길인 한국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한국 방산기업은 여전히 각자도생 중이다. 디펜스뉴스의 지난해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화는 세계 22위였다. 현재 ‘K방산’은 각국에서 수주를 이어 가고 있지만 우주산업에 투자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입하며 협력을 강화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한화가 갖춘 우주산업 핵심 부품과 밸류체인 전반의 강점과 KAI가 비교우위를 누리는 항공 플랫폼과 체계종합 역량이 시너지를 보인다면, 한국 방산·우주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과 매킨지는 세계 우주 경제 규모가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2035년에는 1조8000억 달러로 3배가량 뛴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우주항공청 예산은 9649억원으로 38조원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비교하기도 힘들다. 국력의 차이가 있다면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민간 주도의 새 우주산업 질서에 대응하면서 핵심 기술과 사업 역량을 묶어 국제 경쟁력을 높일 ‘국가대표’ 기업을 키워야 한다. 한화와 KAI가 발사체, 위성, 항공 플랫폼, 체계종합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시 대응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첨단전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제도 개선, 민간 수요 확대, 스타트업 육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과 맞물려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양사의 주요 사업장이 있는 경남·전남·제주를 결합하는 ‘우주산업 벨트’가 구축돼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경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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