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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염(殮)하다

    기억을 염(殮)하다

    글 황두진 건축가 나는 건축가지만 아주 드물게 건축이 아닌 다른 창작을 하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직업적 외도겠지만 창작이란 인간성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나와 친분이 있던 어떤 갤러리에서 여러 작가들을 모아 전시회를 하는데 거기에 동참할 것을 권유해왔다. 약간의 주저 끝에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곧 나는 답을 내 자신에게서 찾기로 했다. 그 당시 갖고 있던 느낌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그 무엇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즉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아버지의 장례를 막 치르고 난 후였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그때만큼 열심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막상 대면해 보니 죽음이란 마치 정전과도 같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컴퓨터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돌아가신 분과 살아 있는 나 사이의 어떤 초자연적인 교감과 소통을 기대했고, 그 증거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아버지는 심지어 내 꿈에도 나타나지 않으셨다. 어떤 분들은 그것이 오히려 좋은 징조이며, 돌아가신 분이 미련 없이 이승을 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감사히 들으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죽음은 곧 끝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비교적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은 여전히 죽음이라는 문제와 씨름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음,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그만큼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혹은 종교에서 그 대답을 찾기도 하고, 혹은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미학적 형식들을 통해 어떤 의미를 발견하거나, 혹은 심지어 그것들을 만들어내려고도 한다. 장례 절차란 이러한 노력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정교한 의미와 형식의 복합체에 다름 아니다. 장례란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일종의 포장과정이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을 종이와 천, 그리고 나무, 최종적으로 흙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입관 절차, 특히 시신을 염(殮)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중년의 두 남자분이 그 일을 했다. 침묵 속에, 그러나 너무나 숙달된 몸짓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그것은 마치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벌이는 군무와도 같았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애절한 순간이었지만 그 경건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인사동에 나가 한지와 삼베를 넉넉히 사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 주변의 작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싸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내 물건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쓰시던, 혹은 아버지와 관계 있던 물건들도 있었다. 아버지의 안경. 아버지가 보시던 책.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눈이 펑펑 내리던 설악산에서 찍어드린 아버지의 빛 바랜 사진. 아, 그리고 그토록 좋아하시던 소주를 담은 병에 이르기까지. 나는 때로는 한지를 접고, 때로는 한지를 구기고, 또 때로는 한지를 돌돌 말아 끈을 만들어가며 서로 다른 형상과 의미를 지닌 물건들을 제 나름의 형식을 담아 싸고 있었다. 머리 속으로는 아버지의 입관 과정에서 보았던 종이와 천의 순결한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엮이고 접히며 만들어내는 간결하고 엄숙한 결합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싸고 있었던 것은 물건들이었지만, 내가 염하고 있었던 것은 그 물건들이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 나 자신에 대한 기억,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나날들에 대한 예언적 기억. 나는 이렇게 종이와 삼베로 싼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갤러리에 보냈고 그것이 나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를 내 마음 속으로 보내드렸다. 황두진 ·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 미국 예일대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받았다. 재미건축가 김태수 문하에서 7년 간 일했으며, 2000년 독립하여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 현재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中企특별위원장 염홍철씨 내정

    청와대는 17일 최근 사의를 표명한 최홍건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후임에 염홍철(62) 전 대전시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04년 8월 임명돼 2년 이상 재직한 데다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겸임하고 있어 대학 복귀의 뜻을 밝혔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부고]

    ●김형주(한국토지공사 차장)혜경(주부)성주(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차장)씨 부친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010-2265●노배영(자영업)명금(동화고교 교사)명민(의정부 삼성어린이집원장)씨 부친상 최병각(자영업)김용욱(수자원공사 소양댐관리팀장)김은환(자영업)김상철(〃)정재식(한양공업고교 교사)씨 빙부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010-2293●김인배(전 쌍용해운 부사장)씨 별세 종수(동일레나운 전무)종학(한국 수력원자력㈜ 부장)씨 부친상 정두호(재미)김재헌(단국대 교수)씨 빙부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410-6916●김해동(계문사 대표)정옥(새명문 유치원 원장)씨 모친상 김성배(동아방송대 겸임교수)조명동(전 경향신문 사진부장)씨 빙모상 김대형(대신증권)찬형(팬택앤큐리텔)씨 조모상 15일 건국대학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30분 (02)2030-7903●박성준(삼성전기 책임)용준(〃)범준(도레이새한 주임)씨 부친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010-2238●김병희(비씨카드 과장)남용(자영업)상옥(두산중공업 대리)씨 부친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010-2294●조동엽(MBC 모스크바 특파원)기엽(서울 대성고 교사)호을(군산 해양수산청 항무과장)씨 모친상 15일 서울 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010-2233
  • [인디아 리포트] (19) 변화된 투자환경 넘어서야

    [인디아 리포트] (19) 변화된 투자환경 넘어서야

    포스코의 인도 진출은 성공할까 실패할까. 세계 인도 투자기업들과 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포스코는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투자를 발표했다.120억달러를 들여 연간 1200만t 생산 능력의 제철소를 2012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인도시장에서 포스코가 ‘한국 대기업의 성공신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인도시장에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인도계 ‘토종재벌’들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인도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력 투구에 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도전받는 한국기업의 성공신화 현대차,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대기업 삼총사는 인도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불확실하던 인도 시장을 파고들어 손익계산에 우물쭈물하던 선진국들을 제치고 인도 시장을 선점했다.1991년 인도 경제위기 이후 막 시작된 개방 및 외국인 투자자유화 정책의 물결을 제대로 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한국 기업의 인도 시장 선점 효과는 점차 줄고 있다. 저가 휴대전화를 앞세운 노키아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돌리고 앞서가고 있다. 자동차도 GM과 포드 등 다국적 기업은 물론 인도 기업 타타(TATA)가 현대를 위협하고 있다. 부시의 지난 3월1일 인도 방문은 서구 다국적기업들에 투자보증과 같은 작용을 하고 있다. 이후 중국에서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에 적응하기 시작한 인도기업들이 점차 강력한 라이벌로 한국기업들을 가로막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토종 상인카스트 그룹들이 글로벌 경쟁에 눈을 뜨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인도 진출 외국 기업들에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 삼총사가 인도에 진출하던 90년대와는 달리 이제 처녀 진출하려는 포스코는 처음부터 다국적 기업은 물론 상인카스트 그룹들과 뜨거운 경쟁 속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전장 낸 미탈과 타타 세계 최대 철강 기업 미탈 스틸은 포스코가 진출하는 부근(오리사주 파라딥)에 연간 1200만t(포스코와 같은 규모)을 생산하는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타타그룹도 오리사 제철소 건설 계획을 구체화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실제로 제철소를 건설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은 포스코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엿보인다. 과거 90년대 초 한국기업들이 인도로 진출하던 때와 차이점 중 하나는 상인카스트 그룹들의 인도 국내시장 장악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다. 미탈 스틸은 네덜란드 국적이지만 인도 상인카스트 중 가장 무섭다는 ‘인도의 유대인’ ‘마르와리 상인’의 회사다. 타타 그룹도 ‘파시 상인’이다. 인도 상인카스트의 한 거물 인사는 최근 필자에게 “글로벌 경쟁에 눈을 뜬 상인카스트들은 오리사의 포스코 제철소를 초원에서 먹잇감이 사냥 거리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자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인도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인 카스트, 특히 마르와리들이 유통망을 통해 포스코의 목을 죈 뒤 인수·합병의 방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탈그룹은 그동안 공장을 직접 건설하지 않고 인수 합병이라는 파이낸싱 기법으로 세계 제1의 제철회사로 성장시켰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스코 제철소와 함께 오리사 주에 들어갈 우리 협력 업체는 150개가 넘는다. 포스코가 우리 경제의 대들보라는 것을 인식하고 범 정부적, 국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상인카스트들이 어떻게 움직일까. 유통망의 운영과 행태를 어떻게 돌파할까. 포스코의 성공을 위해, 한국기업들의 지속적인 인도 선점을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할 때다. 향후 인도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의 롱런의 기틀이 마련되느냐 아니면 다른 우리 기업들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델리·뭄바이에서 ■ 인도인이 본 인도상인 넘는법 |첸나이 이석우특파원|“인도 상인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들은 처음에 인도 측이 보여주는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다. 샘플을 달라, 이러저러한 자료를 보내달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인도 상인들은 정말로 거래를 트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도 공인회계사 N 수쿠마는 “다민족, 다언어의 환경에서 중계무역에 의존해 생존해온 인도 상인계층의 전통과 특징을 숙지하지 않으면 낭패 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인도 남부경제권의 중심 첸나이에서 회계사무실 ‘수쿠마&어소시에이트’를 운영하는 수쿠마 회장은 영산대 인도연구소 연구원을 겸임하면서 컨설팅 등 한국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돕고 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고전하고 있는데. -인도 상인계층은 자기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사업확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습관이 있다. 외국 기업인들이 어떤 종류의 사업이나 품목을 제시하면 능력이 없으면서도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중소기업들은 이 점에서도 상인카스트의 벽에 막힌다. 인도측의 습관적인 말과 상투적인 반응을 과신하지 말고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인도측과 합작하는 과정에서 증자,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인도 상인들은 처음의 적극적이고 호기로운 태도에서 돌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인도 상인들은 각각의 ‘비즈니스 패밀리’에 속해 있고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개별적인 기업과 상인들도 그 공동체가 허용하고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업을 벌이고 확장한다. 인도측과의 비즈니스 협상과 합작 투자가 소득없이 끝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별 상인에 대한 상인카스트 공동체의 영향력이 그렇게 큰가. -인도 상인들은 대개 수십 종으로 세분화돼 있는 상인 카스트의 일원이다. 공동체는 구성원에게 무담보로 대출해 주고 어려울 때 돕는다.“한 배를 탔다.”는 의식으로 강하게 묶여 있다. ▶인도 재벌의 자회사들이 화제가 되곤 하는데. -모(母) 기업이 대정부 로비, 블랙머니 세탁, 세금 포탈 등을 목적으로 명목뿐인 특정 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룹은 자회사를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것처럼 간단히 정리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도마뱀의 꼬리처럼 언제든지 잘라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상인카스트의 특성을 또 든다면. -공동체 확장과 번영을 위한 신규 사업 진출 독려다. 봉급 생활을 하는 구성원에게는 자신의 사업을 일으키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그들의 투자 방법은 시장을 봐 가면서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시차를 두고 진행한다. jun88@seoul.co.kr
  • 98년 노벨 생리의학상 페리드 뮤라드 인터뷰

    98년 노벨 생리의학상 페리드 뮤라드 인터뷰

    199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페리드 뮤라드(69·휴스턴 텍사스대 교수) 박사가 연세대의 연세노벨포럼(11∼12일) 참석차 한국에 왔다. 비아그라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산화질소 연구로 유명하지만 아직도 두번째 노벨상을 겨냥해 연구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 생명공학의 미래와 과학교육에 관해 들어보았다. ▶의사이면서도 기초과학자로서 정진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파트타임 의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과학연구는 보다 도전적이고 흥미진진하며 보상이 크다. 의사는 환자 몇명을 구할 수 있지만 과학자는 국가, 세계, 인류에 더 큰 규모로 기여할 수 있다. 나는 수백만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학생들이 과학을 싫어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우수한 학생들을 과학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좋은 교사, 흥미를 유발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훌륭한 일인지 학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면 왜 이를 기피하겠는가. 교사는 학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항상 좋은 답변자가 돼 주어야 한다. ▶한국은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는 과학고등학교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우려를 사고 있다. 과학에 재능있는 학생들이 모험보다는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나. -의과대학에 가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의학공부를 하다 보면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마련 아닌가. 보다 나은 진단, 보다 나은 치료를 하려면 보다 기초적인 원리를 연구해야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 의학공부 배경을 갖고 생명과학 분야로 진출하면 훨씬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력 선택 과정은 매우 경직돼 있다. 의과대학의 기초과학 연구수준도 높지 않은 편이다. 박사께서 밟으신 MD-PhD(의사-이학박사) 복수학위과정을 국내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미국의 독특한 제도다. 나의 은사인 얼 서덜랜드 교수가 1957년 클리블랜드의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처음 도입했다. 나는 정부로부터 전학년 학비면제에 연간 2000달러씩 잡비도 받았다. 지금은 이 제도가 보편화됐다. 미국 최고의 의사, 미국 최고의 과학자는 의학과 기초과학을 동시에 전공한 사람들 중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진로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경험을 하여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좋다. ▶한국은 IT분야를 이을 경제성장 동력으로서 생명공학을 염두에 두고 국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세계 1위국가인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의 생명공학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1940년대 이후 50∼60년 동안 끈질기게 교육, 연구,MD-PhD 과정 등에 투자해 나온 결과다. 생명공학 연구에 지름길이란 없다. 짧은 시간에 결과를 얻으려다간 큰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한국은 이미 경험을 하지 않았나. ▶그래도 수많은 경쟁국가들 속에서 이기려면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대학, 기업이 해야 할 역할 중 한 가지라도 빠진다면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은 GNP의 1∼2%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중국도 비슷하다. 이들은 4∼5년 내 이를 6%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스칸디나비아 국가도 교육과 연구에 성공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들의 장래가 밝다고 본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은 국내외 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줄기세포 연구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줄기세포와 복제 연구는 여전히 중요하다. 아직은 극히 초기 연구단계라 실용화 연구까지는 10년,15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예상되는 혜택은 엄청나다. 조직대체용 세포생성, 유전자치료 벡터효과, 약물전달 체계 기여 등 의학적 응용 외에도 생물공정, 농작물과 가축 등 식량난 해결에도 잠재력이 크다. 과학 연구기회는 제공돼야 한다. ▶줄기세포와 유전공학의 윤리적 문제와 환경파괴 등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과학의 세계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항상 논쟁이 뒤따른다. 이럴 때 정부관리가 혼자 하는 정책 결정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았다. 정부와 과학자, 사회가 협력하여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내면 된다. 유전자치료의 경우 너무 앞서나가 문제를 일으켰다. 환자들에게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 기본 시스템을 이해한 후 응용했어야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인간복제가 언제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과학적으로 이의 실현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가 있다. 이탈리아 등지에서 인간복제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황우석 박사는 최근 개인연구소를 차려 연구를 재개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과학계가 그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소한 산업계 수준에서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 과학자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미 부정으로 낙인찍힌 그를 어떤 생명공학 업체가 고용하겠는가. 소비자가 그가 만든 약을 믿고 쓸 것이라고 기대할 기업이 있을까. 미국에서는 그런 부정을 저지른 과학자가 다시 활동하는 일은 없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명성, 정직성, 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과학계뿐만 아니라 언론, 기업, 정부 등 어느 조직에도 부정사건은 있다. 대부분은 정직한데 몇 명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도덕적 가치가 특히 중시되는 분야에서 이런 부정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다. ▶당신은 대학교수, 기업체 부회장, 생명공학기업 창업을 거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다양한 직장 경험을 했다. 이들 중 연구개발에 있어 가장 경쟁력 있는 기관은 어느 곳이었는가. -개인적으로는 대학에서의 자유를 가장 좋아한다. 대학에서는 연구비만 확보되면 어떤 연구를 하든지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대학은 기본적으로 각자의 고유 역할이 있다. 각자 역할에 충실하며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에서는 새로운 연구를 하면서도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장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일단 방향이 잡히기만 하면 놀라운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흥미는 극대화된다. 때로는 여기까지 5∼6년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나의 노벨상 수상 업적인 산화질소 연구가 그랬다. 기업은 이렇게 대학연구실에서 만들어낸 기술과 정보를 응용하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연구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과 연구 지원을 하면 된다. ▶당신은 69세 나이에도 여러 직책을 갖고 활동한다. 과학자로서 은퇴적령기는 언제인가. -나는 생의 마지막까지 연구할 것이다. 지금도 10∼15명의 연구팀을 이끌고 줄기세포, 암 치료에 쓸 약품 개발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두번째 노벨상에 도전하고 있다. 앞서도 5명이 2개의 노벨상을 받았다. yshin@seoul.co.kr ■ 뮤라드박사는 누구 페리드 뮤라드 박사는 자수성가형 과학자. 밤잠을 자지 않고 겹치기 일을 하며 학위과정을 마쳤고, 특이한 직장경험을 했다. ●성장 알바니아 이민 2세로 인디애나주 휘팅이란 도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의 식당에서 설거지나 식사주문, 카운터 일을 봤다. 손님들의 주문액수를 암산하여 계산서와 맞춰보는 게임으로 지루함을 달랬다. 부모는 교육을 강조했고 자식들도 부모처럼 중노동을 하지 않으려면 상당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함을 알았다.8학년 때 수업시간에 장래 희망 세 가지로 의사, 교사, 약사를 써냈는데 결과적으로 그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이루었다. ●교육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과정을 마친 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의학박사-이학박사 복수학위프로그램에 지원,2개 학위를 취득했다. 이때 만난 얼 서덜랜드 교수와 시어돌 롤 교수는 멘토로서 과학에 있어 스승의 중요함을 일깨워줬다. 세포간 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하면서도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임상의학 과정을 모두 밟았다. 다섯 자녀 등 가족 부양을 위해 주2회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밤샘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일을 마치면 실험실로 직행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새로운 원리를 알아내는 데 희열을 느꼈고 무조건 노력했다. ●직업 미 국립보건원(NIH) 심장연구소에 임상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33세 때 버지니아 주립대 조교수로 스카우트됐다. 스탠퍼드 대학 시절까지 18년간 대학교수로 일했다. 애보트사 부회장 겸 연구소장으로 기업 경험을 한 후에는 직접 생명공학 회사를 창립하기도 했다. 1997년 텍사스 휴스턴 대학에 개설된 생물·약리학·생화학 통합 기초과학부와 의과대 임상약리학부의 겸임부장으로 대학에 돌아옴으로써 자신의 커리어 주기를 ‘완성’했다고 말한다.“대학의 자유와 지성, 젊음이 좋다.”는 그는 120여명의 제자를 키웠다. ●연구업적 세포들 사이의 의사소통방법을 연구하던 중 산화질소의 신호전달 역할을 밝혀 1998년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니트로글리세린은 100년 넘게 협심증 치료제로 쓰였으나 작용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뮤라드 박사는 니트로글리세린의 혈관 이완효과가 이로부터 유리된 산화질소의 효소 활성화 작용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이는 공동수상자인 퍼고트 박사와 이그나로 박사의 연구 성과와 합쳐져 비아그라 개발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그러나 산화질소의 역할은 고혈압, 선천성 심장병,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통 질병에 국한되지 않는다. 뮤라드 박사는 세포이식, 위장운동, 줄기세포 증식 및 분화, 유전자 조절, 상처치료, 암 등 다양한 활용분야를 예상하며 현재도 응용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분야는 연구논문은 7만 7000여건, 관련 업체가 30여개에 이를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국내파’ 활용에 대하여

    한국축구대표팀에 미묘한 흐름이 느껴진다.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의 활약을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 주장 김남일은 “해외파 선수들이 팀 플레이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정도는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일부다. 더욱이 팀의 주장이 ‘전체적인 흐름’을 한번 짚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지난 6월 이후 팀을 새로 맡은 핌 베어벡 감독이 이른바 ‘해외파’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대목이다. 베어벡 감독은 세대교체의 실행을 아시안컵 대회 본선 진출 이후로 유보했다. 일단 중요한 대회의 본선 진출을 성사시킨 후 차근차근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 세상의 모든 축구가 오직 월드컵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아시안컵도 중요한 대회라고 한다면 일단 본선 진출 이후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을 활용해 시도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세대 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대표팀은 말 그대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갖춘 23명의 대표를 뜻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 한국대표팀의 과제는 나이만 낮추는 ‘물리적인’ 세대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골키퍼 이운재를 제외하면 나이 많은 축에 속하는 안정환, 이을룡, 김상식만이 이제 서른을 갓 넘겼을 뿐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20대인데 여러 면에서 이들을 압도하는 20대는 몇이나 될까. 현재 대표팀의 중요한 과제는 세대 교체가 아니라 해외파와 국내파의 ‘아름다운 조화의 실현’이다.‘베스트11’에 속할 선수 가운데 절반이 해외파로 구성되어 있는 현 대표팀의 상황은 자칫 미묘한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해외파가 선전을 하면 “역시 해외파!”라는 칭찬을, 그 반대로 졸전을 하면 “시차적응도 안 된 무리수”라는 비판을 듣기 쉽다. 국내파 선수들에게 “결국 엔트리는 해외파 몫”이라는 절망감도 불러올 수 있다. 제안하건대, 어차피 베어벡 감독 스스로 “세대교체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 이후”라고 시기까지 밝혔으므로 일단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 전까지는 가능한 한 모든 경기를 국내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하길 바란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겸임하고 있으므로 이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터이다.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파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고 젊은 유망주에게 폭넓게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해외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은근한 채찍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향후 1년 동안 이 작업의 조화로운 진행 여부가 대표팀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설계한 삼성물산 상무 아메드 압둘라자크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설계한 삼성물산 상무 아메드 압둘라자크 씨

    인간이 하늘을 향해 벽돌을 쌓으면 얼마만큼 올라갈까. 이집트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사람은 시간을 두려워하고 시간은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 4600년 전의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 10만명이 3개월 교대로 20년 동안 돌을 쌓았다. 훗날 역사가들이 헤아려 보니 2.5t에서 10t 무게의 돌이 무려 230만개나 쌓아올려졌다는 것을 알았다. 높이가 오늘날 42층 건물과 비슷한 146m에 이르렀고, 넓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축구장 10개 크기였다. 이는 수천년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의 손으로 빚은 세계 최고이자 최대의 석조 건물로 인정되고 있다. 현대인을 뺨치는 건축공법 등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전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현대 최첨단 기술과 이슬람건축 접목 시계바늘을 2008년 12월로 돌린다. 중동지역에 피라미드 이후 최고 높이의 건물이 들어선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끝,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새로운 신화가 창조된다. 지상 160층, 높이 700m, 대지 3만 2000평, 연면적 15만평…. 얼핏 계산해도 우리나라 63빌딩보다 무려 3배에 달한다. 세계 최고층이 될 ‘버즈 두바이’(두바이의 탑)의 위용이다. ‘버즈 두바이’는 현재 60층까지의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사흘에 한 층씩 착착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다.1층부터 39층까지는 호텔,40∼108층은 아파트, 그 이상은 사무실과 전망대로 사용된다. 현대 최첨단 기술과 두바이 고유의 사막꽃 ‘블루딕’ 모양의 이슬람건축을 접목, 형상화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마천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세기의 작품’이자 인간도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물음표를 던져본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두바이는 석유로 돈을 벌여들여 불모지의 사막을 오아시스로 개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중동의 홍콩’식이다. 이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버즈 두바이’. 금세기 최고의 야심작으로 자부하는 ‘버즈 두바이’는 피라미드, 바벨탑, 사마라의 첨탑 등 끝없이 하늘로 향하는 중동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어 흥미를 끈다. 뿐만 아니라 ‘버즈 두바이’가 우리에게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8억 8000만달러에 이르는 공사 수주를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 따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12월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30여개국의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참여한 경쟁에서 승리,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마천루가 될 ‘버즈 두바이’를 과연 누가 설계했을까. 중동계 미국인 아메드 압둘라자크(47) 삼성물산 상무가 주인공이다.‘버즈 두바이’ 수주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상하이의 진마오타워(88층), 우리나라의 타워팰리스 3차(69층) 등을 설계해 초고층계의 세계적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非) 미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토목공학회 구조설계부문 초고층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그가 어떻게, 무슨 연유로 한국에 왔을까.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초고층팀 사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한국생활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미국과는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극복됐다.”고 입을 열었다.“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부터 언어문제, 생김새, 행동, 커뮤니케이션 등이 그렇다.”고 부연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며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단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제주도이며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비빔밥, 바비큐, 불고기를 예로 든 뒤 고추장, 고춧가루, 매운 김치가 들어간 음식은 아직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다며 빙그레 웃는다. ●인상 깊은 여행지 ‘제주도´ 좋아하는 음식 ‘비빔밥´ 그의 가족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부인과 자녀 둘은 한국에 살고 있다. 부인은 잡지사 기자였을 만큼 글솜씨가 뛰어나 한국에 머무는 지난 2년 동안의 경험, 즉 만난 사람과 이웃들, 방문했던 곳 등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녀들은 서울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 중압감을 느낀다고 했다. 주말과 휴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비원, 한국민속촌,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음악회, 박물관 등을 찾는다고 했다. 서울 외곽을 드라이브할 때도 있고 서울국제학교 학생 부모들과의 모임에도 참석한다. 아메드 상무는 짬을 내 서울대 전임강사 자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초고층 건물 설계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학생들은 매우 영리하고 수업을 잘 따라온다. 설계의 개발단계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도전과제를 자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학생들의 기발한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면서 “다양한 기회와 실전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탁월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를 묻자 “미국에 있으면서 엘지 강남타워, 엘지 아트센터,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타워팰리스3차와 인천송도타워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낯설지가 않았고 만났던 사람들 또한 느낌이 좋았다.”고 전제했다. 삼성물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타워팰리스3차 시공 때.“당시 현장에서 한국 건설인력의 엄청난 근면성을 발견했고 또 스스로도 모든 지식을 쏟아부어 지었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아울러 삼성측이 보유한 건축응용 전자기술에 감동했다. 타워팰리스 곳곳에 전자시스템을 설치해 놓고 각종 데이터로 건물의 상태를 파악·진단하는 첨단공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람으로 치면 매일 건강검진을 받는 식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물산 이상대 CEO는 ‘신삼고초려’라고 할 만큼 아메드 상무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최경렬 건축본부장 등 10여명의 관계자를 시카고에 보냈고, 스카우트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거듭 약속했다.“삼성측의 연구 및 설계에 대한 관심, 부서 관리, 전문성, 기술력 등은 매우 인상 깊었다.”면서 설계 아이디어를 시공에 결합시키는 좋은 업무환경이 한국행을 선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구조설계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이 초기 설계나 아이디어 창조에 대해서는 국제 설계 회사에 많이 의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조설계 분야는 건축 평면설계, 감리, 시공을 통틀어 세계 건축업계의 핵심분야로 통한다. ●한국의 초고층 기술력·경험이 수주의 힘 그는 한국에 오기 전 마천루의 본고장이자 세계 3대 구조설계회사 중 하나인 미국 시카고의 SOM사에서 17년 동안 근무했다. 또한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일리노이 테크놀로지 인스티튜트 겸임교수로 몸담아 학자로도 명성을 얻었다. ‘버즈 두바이’ 수주역할과 관련,“SOM에서 쌓은 인맥도 도움이 됐지만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시공 제안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초고층 기술력과 경험이 중요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구조설계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했겠느냐고 하자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 조립하고 만드는 일을 좋아했으며 건축가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대신했다. 아메드 상무는 어린 시절을 레바논에서 보냈다. 팔레스타인인 부모 아래 1981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베이루트에서 생활했다.“고교 시절에는 교내 축구선수까지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지만 미국으로 간 이후에는 멀리하게 됐다.”고 웃는다. 부모는 현재 시카고에 살고 있으며 가끔씩 조국을 찾는다. 친척들 대부분이 베이루트에 살았는데 얼마 전 이스라엘 폭격 이후에는 트리폴리로 이사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입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지요. 또한 가족의 일원이 된 것도 저에겐 큰 행복입니다.” 그는 이제까지 설계했던 작업들을 모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쉼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뒤를 돌아볼 기회를 갖고 자신처럼 구조설계가의 꿈을 안고 사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중동 사막의 후예 아메드.‘버즈 두바이’라는 세기의 작품으로 분명 마천루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아울러 좀더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아라비안나이트’에 새로운 얘기를 덧붙이고 있다.“처음 한국땅에 발을 디뎠을 때 마음먹은 것처럼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건축물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km@seoul.co.kr
  • 청와대 부대변인 김성환씨 내정

    청와대는 1일 새 부대변인에 김성환(41) 정책조정비서관을 내정했다. 김성환 신임 부대변인은 서울 한성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 서울시의원을 역임했으며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 비서실에서 줄곧 정책 분야에서 일했다. 김 부대변인은 당분간 정책조정비서관을 겸임한다.
  • 국회 본회의 통과 주요 법안과 안건 요지

    다음은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요 법안과 안건 요지. ●민방위기본법(개)민방위대 편성연령을 현행 45세에서 40세로 낮추고 행자부장관 소관 민방위 업무 책임을 소방방재청장으로 이관한다. ●위치정보의 보호·이용법(개)긴급구조를 위한 개인위치정보 이용 요구 대상에 현행 직계 존·비속은 물론 형제·자매와 친권자가 없는 미성년자의 후견인까지 포함한다. ●의료법(개)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 가운데 고등학교에 준하는 특수학교에서 안마 시술 관련 교육 과정을 거치거나,중졸 이상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안마 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수련 과정을 마친 사람으로 한정한다. ●임대주택법(개)임차인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부도임대주택 매각시 시장 등이 임대주택분쟁조정위의 심의를 거쳐 허가하고,전·월세 임대주택의 분양전환시 일반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보호법(개)소액다수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일괄적 집단분쟁조정과 단체소송을 도입하고,한국소비자보호원 관할을 포함한 소비자정책 집행기능을 공정거래위로 이관한다. ●병역법(개)25세 미만 병역의무자가 국외여행을 할때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을 폐지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개)세제상 혜택과 공제금 지급 등을 통해 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장기등 이식법(개)운전면허증 등 국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 증명서에 희망자에 한해 장기 기증의사를 표시하게 하고 국가가 예산범위 내에서 장기기증자 등에게 장제비와 진료비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 ●아동복지법(개)아동복지시설,영유아보육시설,유치원,초.중등학교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화한다. ●전염병예방법(개)국가와 지자체가 정기예방접종 비용을 전액 부담하게 한다. ●국정감사·조사법(개)국회 운영·정보·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는 별도로 3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제)미래형 문화경제도시 구현과 시민의 삶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광주 지역에 조성한다. ●한국농업대학설치법(제)한국농업전문학교의 명칭을 한국농업대학으로 바꾸고,한국농업대학 졸업시 전문학사학위를 수여하고,추가로 1년 심화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준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특별법(개)친일반민족행위의 범위에 찬의,부찬의를 포함시키고 위원회의 독립적인 예산 운용·편성 기능을 신설한다. ●군인사법(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법(개) ●소방공무원법(개) ●지적법(개) ●유선·도선사업법(개) ●위험물 안전관리법(개) ●소방시설공사업법(개) ●의무소방대설치법(개) ●소방시설 설치유지·안전관리법(개) ●지방세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법(개) ●과학기술기본법(개)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법(개) ●우정사업운영 특례법(개) ●공연법(개) ●친환경농업육성법(개) ●초지(草地)법(개) ●식물방역법(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개) ●수상레저안전법(개) ●국민건강증진법(개) ●공중위생관리법(개) ●식품위생법(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개) ●하수도법(개) ●가축분뇨의 관리·이용법(제) ●국무위원 후보자(법무부장관 김성호)인사청문경과보고 ●200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개)는 개정안,(제)는 제정안
  • [가슴속 그림 한 폭] 전광영 ‘축소이미지’

    [가슴속 그림 한 폭] 전광영 ‘축소이미지’

    한용외(58) 삼성재단 사장이 전광영의 작품을 추천하자마자 ‘절묘하면서도 당연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부터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던 삼성에 몸담아왔고,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그룹의 머리에 해당하는 비서실과, 그룹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책임졌던 그에게 ‘한지 추상화가’ 전광영은 더없이 걸맞은 작가로 여겨진다. 전광영은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대표적 추상화가다.80년대 초반, 고서나 버려진 한지 등을 소재로 한 실험적 회화작업을 시작, 현대적 조형성을 획득하는 놀라운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오래된 한지를 현대 추상미술로 전환시킨 화가’라며 소개하는 등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삼성에 근무하면서 한 사장이 늘 가졌던 생각은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서 기존의 발상과 사고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압박감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전광영의 작품은 한 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지 않는 그림’을 시도한 발상의 전환이 놀라웠어요. 작가를 만나보니 그도 오랜 기간 일반적인 화화작업을 하면서 고전한 끝에 ‘한지회화’란 장르를 개척했다고 하더군요.” 또 하나 한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전광영이 한국적 소재로 세계적 작가가 됐다는 점. 삼성전자에서 디자인센터장을 겸임했던 그는 평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광영의 작품은 그에 정확히 일치했다.”고 했다. 한 사장은 지난 97년 처음 ‘집합’이란 전광영의 작품을 구입했다. 캔버스에 붙인 작은 한지 조각 입자들이 조밀함과 성김, 짙음과 옅음의 미학적 분포를 보여주는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이다. 전광영 작품은 추상화이지만, 오래된 한지의 편안함과 입자 형상의 차분함 때문에 어디 걸어도 어울린다는 게 한 사장의 평가. 그는 현재 삼성문화재단과 호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지난 94년부터 5년간 재단을 맡은 데 이어 두번째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주력기업과 비영리 재단을 오가는 일이 마치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혼란스럽지는 않을까. 한 사장은 그 반대라고 한다. 문화 마인드는 현대 CEO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라는 것. 오히려 “요즘 세계적 기업의 성공한 CEO치고 문화적 소양이 없는 이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문화를 알고 즐길 수 있는 품격이 있어야 회사경영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과 문화는 아주 밀접하게 통하지요.”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아내·애인 가슴 풀어헤쳐 ‘돈 좇는 사회’

    배우자나 애인의 누드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려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음란 사이트 운영자와 회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발됐다. 회원 중에는 대학 겸임교수, 무역회사 대표, 증권사 간부 등 그럴듯한 사회적 위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이 실제 아내임을 증명하려고 자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올린 사람까지 있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7일 회원들이 제공한 음란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모 사이트 운영자 이모(32)씨 등 2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강모(29)씨 등 회원 41명과 이 사이트의 해킹을 시도한 민모(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2001년 이 사이트를 개설해 30여만명을 회원으로 모집한 뒤 이들의 배우자나 애인의 음란 사진을 올리는 코너를 운영해 6억 2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권모(34·모 대학 겸임교수)씨 등 회원들은 배우자 또는 애인과 가진 성관계 사진, 나체 사진 8000여건을 사이트에 올리고 한 번 내려받아갈 때마다 50∼150원씩 받아 모두 6000여만원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음란사진을 올린 회원 중에는 대학 겸임교수인 권씨 외에도 무역회사 대표, 증권사 간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대학생인 군수 아들, 미국 모협회 검사관, 중국인 사업가 등이 포함됐고 주부 등 여성도 3명이 끼어 있었다. 사진작가가 모델을 기용해 사진을 찍어 올린 경우도 있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의 직업은 대학생과 주부부터 교사, 공무원, 간호사, 성매매 여성, 미술학원장까지 다양했다. 일부 회원은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이 자기 아내임을 보여 주려고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으며 부부 간 교환 성행위(스와핑)를 시도하거나 여성 여러 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한 경우도 있었다. 월수입 50만원 이하인 한 부부는 아기 분유값 등 생활비를 벌려고 집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해 500여만원을 벌어들이는 등 범행 동기가 생계형인 사례도 일부 있었지만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나 애인의 미모를 과시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사이트 해킹을 시도한 민씨는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이트 회원 30여명에게 유포해 음란물 1만여건을 공짜로 내려받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경찰은 음란사진 2만여건을 압수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는 한편 비슷한 사이트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들은 처음엔 재미로 사진을 올렸다가 음란물에 대한 댓글이 잇따르면서 경쟁이 붙은 데다 더 큰 성적 만족감을 느끼려고 중독에 빠져 들었다.”고 말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소프트웨어진흥원장 유영민씨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소프트웨어진흥원은 23일 이사회에서 4대 원장으로 유영민 LG CNS 부사장을 선출했다. 유 원장은 부산 동래고, 부산대 출신으로 LG전자 CIO,LGCNS 금융·ITO 사업본부장으로 재직했고, 인제대 시스템 경영공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민생·개혁법안들 장기간 국회표류 정부선 ‘전전긍긍’

    민생·개혁법안들 장기간 국회표류 정부선 ‘전전긍긍’

    여야와 당정, 이해단체의 대립으로 각종 민생·개혁법안이 장기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정부의 속앓이가 깊다. 소비자보호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민생·개혁법안들이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가 이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전력투구하기로 했다. 앞서 한명숙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입법 대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개혁·민생법안은 국민의 권익과 생활 향상에도 꼭 필요한 만큼 각 부처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의 긴밀한 협조에도 적극 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17일 현재 정부가 제안한 법안 가운데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213건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시급한 민생·개혁법안으로 소비자보호법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등 39건을 꼽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임위 소위나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와 법제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법안은 13건에 지나지 않는다. ●장기 표류중인 법안도 많아 정부 입법안 가운데 189건은 현재 상임위원회에 머물고 있고,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올라간 법안도 24건에 불과하다.6개월 이상 국회에 장기 계류되고 있는 법안은 121건으로 56.8%를 차지하고 있다. 1년 이상 장기 표류중인 법안도 25건이나 된다. 급여수준은 낮추고, 보험요율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국민연금법과 공직부패수사처를 청렴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 등은 여야의 이견으로 2004년 이후 잠자고 있다. 하지만 중대한 이견이나 쟁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도 140여건이나 된다. 교원으로 재직중 미성년자 성폭력, 금품수수 등으로 파면·해임되면 원칙적으로 교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한 교육공무원법도 지난해 말부터 진전이 없다. ●민생·개혁법안 줄줄이 입법 기다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민생법안으로는 먼저 양극화 해소법안이 있다. 차상위계층에 주거·의료·교육·자활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 급여 제도를 도입하는 국민기초 생활보장법 등이다. 사법개혁 관련 법안도 시급하다. 법과전문대학원 도입을 골자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2008년부터 도입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여전히 입학정원과 겸임교원 문제를 둘러싸고 관련 기관 및 단체의 이해가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국방개혁법안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권익을 확대하고, 군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강화를 골자로 하는 군형사소송법,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도 반드시 통과돼야 할 법안으로 꼽는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사정위원회법 등이다. 이밖에 자치경찰법,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도 시급히 처리돼야 할 제도개혁법안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발언대] 改葬 전용 火葬爐가 필요한 이유/안우환 동국대 겸임교수

    음력 7월 윤달(8월24일∼9월21일)이 다가오고 있다. 올 윤달은 쌍춘년 윤달이라 어느 때보다 조상의 산소를 이장하거나 화장하려는 후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개장 유골 전용 화장로를 한 기도 갖고 있지 못하는 등 화장 능력이 크게 부족해 많은 이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제주도의 경우 이미 지난해 9월의 166건보다 2배를 웃도는 370여건의 화장예약이 접수됐다고 한다. 수도권 벽제, 성남, 수원, 인천 등 4곳의 화장장도 포화상태다. 다른 지자체의 화장장을 이용할 경우 아예 거부당하거나, 많게는 10배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님비(NIMBY) 등으로 인해 화장장을 설치하거나, 확장하지 못한 대가를 비싸게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 결과 전국에서 불법으로 화장을 하는 행위가 적지 않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장장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 불법화장이나, 개장 유골을 일반화장로에서 처리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소량의 개장 유골을 일반 대형 화장로에서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개장 유골 전용 화장로의 설치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시한부 묘지제도 시행에 대비해 개장 유골 전용 화장로를 설치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비해 개장 수요가 월등히 많은 우리나라도 개장 유골 전용 화장로를 설치하면 많은 문제들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장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건 하에서 관계자들이 책상머리에서 불법 화장을 하는 개장업자들을 탓할 때가 아니다. 화장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부족한 화장 능력을 확충하거나, 기존의 화장장 내에 개장 유골 전용 화장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방안으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장사시설의 장기 수급계획을 세울 의무가 있는 만큼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대안을 찾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안우환 동국대 겸임교수
  •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 “주한미군 추가감축 가능성”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 “주한미군 추가감축 가능성”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국과 미국 사이에 계속돼 온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논란이 가닥을 잡으면서 양국 동맹의 미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방부의 고위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펜타곤으로 한국과 일본, 미국 기자들을 초청해 전시작전권 이양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의 현안들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독자적인 2개의 사령부 체제 전시작전권 이양은 한·미연합사라는 한·미동맹의 기존 틀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전시작전권이 한국으로 이양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연합사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각자 독자적인 사령부를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군은 앞으로 한반도 방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미군은 지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2개의 병렬적인 지휘체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유엔사령부는 존속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는 유엔사령관은 계속 미군의 4성 장군이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주한미군 추가 감축 불가피?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이양받으면서 역할을 확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은 감소된다고 할 수 있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따라 2008년 이후에 사령부와 지원병력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지상군을 줄이는 대신 해군과 공군 위주로 재편되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의미있는 수준의 감축은 없다.”고만 말했다.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문제는 한·미 양국의 각종 협상에서 미국측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 국방부는 8일 “감축이 아닌 조정의 문제”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한·미간에는 현재 2008년까지 주한미군 1만 2500명을 줄여 2만 5000명 수준을 유지한다는 합의에 따라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2만 5000명 유지’라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 증원군 불투명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의 전시 증원군 전개가 전시작전권 반환 계획에 명시될 것이냐는 질문에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시 증원군 전개는 미군의 참전이 결정돼야 이뤄지는 것이다. 미군의 참전 여부는 미 의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한·미 국방 당국이 실무 차원에서 관련 계획을 짜놓을 수는 있으나, 미국의 참전을 전제로 한 전시 증원군 전개를 명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정부는 최근 들어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개념을 강력 부인하는 등 미군의 자동개입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양시기는 ‘과정’의 개념으로 이달 들어 한국과 미국 사이에 큰 논란이 돼 왔던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 시기와 관련해서는 새 해법이 마련되고 있다.2009년(미국측)이냐 2012년(한국측)이냐의 단절된 양자선택 대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계속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개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행사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 C4I 능력. 한국측 안과 미국측 안의 3년이라는 시차도 사실상 한국군의 C4I 능력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C4I는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formation)를 의미하는 약자로 현대전을 수행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들이다. 또 독자적인 C4I 능력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2009년부터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전적으로 행사하기 바란다면서도 C4I 지원은 미군이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dawn@seoul.co.kr
  • 특허청 민간전문가 특채 인재 대거응시… 8명 선발

    지난 5월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처음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된 특허청의 ‘약점 보강 프로젝트’가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조직진단 과정에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경영혁신과 국제통상 등 5개 분야 8명의 민간전문가를 특채하는데 우수한 인재가 대거 몰렸다. 경영혁신 분야는 경영학이나 산업공학 박사, 국제통상 분야는 변호사, 지식재산권 분야는 변리사나 변호사, 기업회계 분야는 공인회계사로 자격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경영혁신 분야에는 대기업 책임연구원 등 20명, 지식재산권 분야는 대학 겸임교수와 대형로펌의 변리사 등이 대거 지원했다. 특허정보시스템 분야는 7급으로 직급이 낮은 편인데도 2명 모집에 49명이 지원했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8명이나 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선발기준을 마련해 놓고는 있지만 응시자들의 경력이 워낙 출중해 선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다만 6급으로 공모한 기업회계 분야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요구한 탓인지 지원자가 없어 직급을 높여 재공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허청은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맞춰 특채한 뒤 3년인 전보제한기간을 7∼8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대전청사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김부총리 청문회 이후] 與도 날선 추궁… 김부총리 적극 반박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논란 등을 규명하기 위해 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교육위 소속 의원들과 김 부총리 간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제자 논문 표절 ▲연구비 이중수령 ▲논문 실적 중복보고 ▲논문 중복게재 ▲‘학위 거래’ 등 5대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하며 김 부총리의 해명을 요구했다.여당의 정봉주 의원만이 김 부총리측 입장에 섰다. 우선 김 부총리가 2001년 국민대 교수 시절 제자인 진모 당시 성북구청장으로부터 1억원대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이듬해 그의 박사학위 논문 통과에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학위 거래’ 의혹에 질의가 집중됐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지도교수 입장에서 제자인 구청장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같은 당 김영숙 의원은 “용역 받은 대가로 박사학위 논문(통과시키고), 겸임교수(자리 제공하는) 등 여러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문 실적 중복보고’ 및 ‘연구비 중복 수령’ 의혹에도 질의가 쏟아졌다.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은 “김 부총리가 학술진흥재단에 연구과제로 작성된 논문을 ‘BK(두뇌한국)21’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했으며,(BK21 사업 전인)1998년 8월 지방자치학회보에 실린 논문을 BK21(실적)에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같은 당 김교흥 의원도 “1996년 발표한 (연구)부분이 2000년 2월 BK21(실적)에 들어가게 된 배경이 뭐냐.”면서 “실적 부풀리기”라고 했다. 김 부총리의 1988년 6월 한국행정학회 발표 논문이 사망한 제자 신모씨의 1988년 2월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게 아니냔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도 있었다. 김 부총리는 일부 ‘서류상 실수’를 인정한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태권V’ 낳아 30년 기른 한국 애니 대부 김청기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태권V’ 낳아 30년 기른 한국 애니 대부 김청기 씨

    30년 만에 생일상을 받았다. 이제 잔치는 시작됐다. 키 56m, 몸무게 1400t, 주행속도 시속 300㎞,895㎾의 초강력 파워엔진, 태권도 100단의 무술실력 소유자, 주소 대한민국 태권브이 기지….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 동요도 아닌 것이 동요처럼 신나게 불려졌다. 전국의 태권도장에는 어린이들로 붐볐다. 그랬다. 지금의 30∼40대에겐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요, 우상이었다. 1976년 7월, 이순신 장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정의의 사도 ‘로보트 태권V’는 이렇게 우리곁으로 처음 다가왔다. 태권V는 그동안 7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변신과 진화를 거듭했다. 한 차원 높은 2단 옆차기와 벽돌깨기 기술 등도 깔끔하게 연마했다. ●로봇팔·로켓주먹 과학적 검증 심포지엄 태권V는 최근 서른 생일을 맞아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우선 산업자원부로부터 주민등록증과 같은 대한민국 제 1호 로봇 등록증(760724-RO60724)이 수여됐다. 이른바 토종 애니메이션 배우 1호이자 ‘국민로봇’으로 공인된 셈이다. 또 유명 연예인처럼 매니지먼트 회사와 부활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로 거듭난다. 문근영 김주혁 등 스타 연예인들이 이를 축하해 줬다. 아울러 이달에는 로봇팔과 로켓주먹 등 태권V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심포지엄에도 참가하는 등 무척 바빠진다. 계획대로라면 2008년 하반기에는 확 달라진, 최소한 마징가Z를 능가하는 늠름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애니메이션 감독 김청기(65)씨. 태권V를 낳고 길러 태권V의 아버지로 부른다.76년 처음 개봉 당시 3주 만에 28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들여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방화사상 공전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서른살 청년으로 키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태권V의 생일행사에도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 김씨는 올해로 애니메이션 외길인생 40년째를 맞는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토토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태권V 모형을 손자 끌어안듯 자주 어루만지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먼저 한국의 태권V와 일본의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불쑥 물었다.“그야 태권V이죠. 국기원에서 태권도 3단증을 공인받았거든요. 하지만 순간적인 강력파워를 계산하면 100단 실력은 충분합니다.”하며 웃는다. 태권도 유단자들을 불러다 실제 대련을 시킨 뒤, 이를 16㎜ 필름에 담아 태권동작을 연출했기에 최소 3단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순신 장군 동상을 참고해 태권V에게 투구를 씌워 민족의 태권도를 연마시켰다고 부연했다. 김씨 자신은 태권도의 기본 품새도 못한다며 부끄러워한다. 태권V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서울 광화문 뒷골목에 방 2개를 얻어 50명이 밤낮없이 3∼4개월 동안 숙식을 하면서 그렸지요. 우리는 한국의 디즈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어요. 의욕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나중에 보니 3만 8000장이나 그렸더군요.”라고 회고했다. 앞서 김씨는 애니메이션을 하기 전에 만화작가로 6년 동안 일하다가 서울 퇴계로 대한극장에서 ‘백설공주’와 ‘피터팬’을 보고 찡한 감동을 받는다. 그동안 해왔던 인쇄만화를 접고 애니메이션으로 뛰어들었다.66년 세기영화사에 들어가 ‘홍길동’‘보물섬’‘황금철인’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하지만 70년대 초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전무할 만큼 암흑기였다. 그러던 75년 마징가Z가 흥행하자 번뜩 영감을 얻었다. 인간형 로봇에다 태권도를 도입하면 아주 멋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주위의 많은 격려 속에 어렵게 제1탄을 만들었다. 외형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의 수중에는 돈 한푼 남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사당동의 1800만원짜리 단독주택을 팔아야 했다. 요즘에야 지방 흥행사들한테 판권료를 받아 제작비로 쓰면 되지만 당시에는 만화영화가 흥행한다는 보증이 없다는 이유로 판권 자체를 미리 팔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낙담한 김씨에게 “김청기라는 이름 석자를 널리 알렸잖아.”하는 위로에 다시 용기를 얻어 제작에 들어갔다. “당시 제작비가 4200만원정도 들었지요. 사채까지 끌어다 썼습니다. 나중에 ‘똘이장군’으로 집을 되찾았고 ‘황금날개1,2,3’으로 돈을 좀 벌었습니다. 아무튼 태권V 1탄의 28만 관객은 지금으로치면 500만명은 족히 될 것입니다.” 또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한 김씨는 원판을 미국에 팔았다. 처음에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미국회사가 망했고 더 이상 찾을 길 없어 포기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장에서 돌렸던 필름이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발견됐다. 세월이 지나 훼손된 부분이 많았지만 적잖은 비용을 들여 겨우 복원했다. 이 필름으로 지난 부산영화제때 상영됐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관객들이 이젠 부모가 돼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적 개성 살리려 이순신 장군 투구 씌워 태권V가 일본만화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시 애니메이션 초기여서 일본의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식으로 만들까 하는 것이 숙제였지요.”라고 전제했다. 이어 “마징가로 했으면 더 히트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식으로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태권V에게 이순신 장군의 투구를 씌운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권V의 적군이 붉은왕국이었던 점을 잠시 상기시킨다. 서울 중구 주교동의 방산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사는 집이 적산가옥이었는데 틈만 나면 벽에다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었다. 야단을 칠 줄 알았던 아버지는 “칭찬은 낙타도 춤을 추게 한다.”면서 꾸지람 대신 칭찬을 자주했다. 6·25가 나자 아버지는 장성한 두 아들을 숨겼다는 이유로 북한군에 의해 납치되고 말았다. 이후 생사기별조차 한번도 없었다. 어린 김청기에겐 북한은 늘 증오의 대상이었고 결국 태권V에서 붉은왕국으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돈을 벌게 해준 ‘똘이장군’은 아버지를 모델로 그렸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많이 봤어요. 특히 두 발로 걸어가는 로봇우체통이 끊어진 한강다리에서 엎드려 피란민들을 건너게 하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김씨는 64년 서라벌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인 출판용 만화를 그렸다.‘삼총사’‘쾌걸조로’‘강강술래’ 등이 당시 작품이다.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태권V를 비롯해 ‘썬더에이’‘우뢰매1∼4’ 등 28편을 만들었다.90년 이후에는 ‘우뢰매7∼10’ ‘닌자 꼴뚜기’ 등 비디오 30여편을 제작했다. ●“징기스칸 뛰어넘는 광개토대왕 애니 제작” “만화세대들이 지금은 기성세대가 됐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거부감 없이 봅니다. 또 만화는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고 이해가 빠른 매체이지요. 좀더 많은 기회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술부분에는 어느 정도 앞서 나갔지만 창의적인 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디즈니도 한번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섰거든요.” 김씨는 태권V 박물관과 공원조성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아울러 ‘국민로봇’이라는 캐릭터를 활용,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때에는 붉은악마와 함께 국민적 응원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벽에 걸린 애니메이션 ‘광개토대왕’의 포스터를 가리킨다. 총 제작비가 180억원이 넘는 대작으로 미국 회사로부터 투자 약속까지 받았다.2년 후에는 칭기즈칸과 알렉산더 이상의 이미지가 새로 탄생될 것이라며 자신있게 미소 짓는다. ■ 그가 걸어온 길 ▲1941년 서울 출생. ▲64년 서라벌예술대 서양화과 졸업. ▲61∼66년 만화작가 생활.‘삼총사’‘쾌걸조로’ 등 발표. ▲66년 애니메이션 입문.‘보물섬’‘황금철인’‘홍길동’ 등 작품참여. ▲76년 ‘로보트태권V’ 감독(이후 태권V 7편 발표). ▲91년 김청기필름대표 ▲99년 청강산업대 겸임교수 ▲2004년 문화콘텐츠 엠버서더 대표. 제8회 서울국제만화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공로상. ●주요 작품 ▲78년 ‘황금날개’‘똘이장군’ ▲79년 ‘간첩잡는 똘이장군’ ▲80년 ‘삼국지’ ▲86년 ‘외계에서 온 우뢰매’ ▲89년 ‘슈퍼 홍길동’‘우뢰매6’ ▲96년 ‘왕후 에스더’ ▲97년 ‘의적 임꺽정’ 등 52편. km@seoul.co.kr
  • ‘연구용역 대가 논문지도’ 의혹도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국민대 교수 시절 억대의 연구용역을 준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사실이 드러나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문 관련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김 부총리의 도덕성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국민대 교수 시절인 1997년 서울 성북구청으로부터 1억 500만원 규모의 연구 용역을 받아 8명의 연구자와 함께 ‘성북구 구정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냈다. 당시 구청장은 진영호씨였다. 김 부총리는 2001년 3∼8월에는 성북구청으로부터 4700만원의 연구용역을 받아 ‘21세기 성북비전을 위한 행정수요조사’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에는 국민대 조경호 교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진 전 구청장은 이듬해인 2002년 2월 ‘지방행정수요 파악 및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성북구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국민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국민대 겸임교수로 위촉됐다. 진 전 구청장의 논문은 김 부총리 보고서의 조사통계표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김 부총리는 진 전 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했다.이에 따라 김 부총리가 연구용역을 대가로 진 전 구청장의 논문을 대충 심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커리어 우먼] 신순희 모든넷 사장

    [커리어 우먼] 신순희 모든넷 사장

    ‘장애인이면서 여성, 여기에 사업기반이 지방….’ 이 정도면 CEO로서 불리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모든넷’ 신순희(46) 사장에게는 이러한 조건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모든넷’은 모니터형 전자칠판을 주력으로 멀티미디어 시스템 구축과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검색엔진, 웹 메일 개발 등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 올해는 4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 단가가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3살때 앓은 소아마비, 그러나 좌절한 적 없어” 그는 “어릴 때 다리가 불편하다고 놀리는 아이가 있으면 먼저 다가가 친구로 만들었다.”면서 “재미있게 해주니까 주위에는 늘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밝게 자라던 그녀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부산대학교 약대에 합격을 했는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부모님이 약대 진학을 희망했고 나도 약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수험생을 받아 주는 대학을 찾아 전국 모든 약학대학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대학입시 행정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헤쳐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신 사장의 집념을 꺾지는 못했다. ●결혼후 인연을 맺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인생 전환 약사의 꿈을 접고 의류학과로 진로를 바꾸었다. 어릴 적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미술 소질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혼이 그녀의 꿈을 다시 한번 접게 했다. 학창시절 사랑을 키워온 남편과 대학 졸업 후 곧 바로 결혼하면서 평범한 주부로 주저앉았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유명한 디자이너가 됐을 거예요. 당시 유학과 남편 사이에 갈등을 했으나 결국 사랑을 선택했죠.” IT와는 결혼 후 우연찮게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신 사장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가 된 것은 1994년 ‘한국컴퓨터그래픽 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그녀의 컴퓨터그래픽 실력이 높이 평가받으면서 대전에 있는 시스템공학연구소에 취업했다. 또 국내 최초의 컴퓨터그래픽영화 ‘구미호’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뒤 구미지역 데이콤 지정사업체에서 일하면서 통신분야의 경험을 넓혀 나갔다. ●악바리 정신으로 외환위기 극복 1997년 10월 ‘모든넷’을 설립했다. “주위의 반대는 없었어요. 하고 싶은 일은 꼭 하는 성격이라 말려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겠죠. 남편은 오히려 창업을 권유하는 쪽이었어요.” 창업 첫해에 그녀는 소기업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시련을 만났다. 연구개발에는 많은 돈이 투자되는 반면 매출은 없어 개점 휴업상태가 계속됐다. “직접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났죠. 당시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어요.” 이런 성실함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여기에다 일을 맡기면 똑소리나게 마무리하는 그녀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일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구시청, 경북도청, 대구시교육청 등 대구·경북지역 관공서 전문정보시스템 구축작업은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신 사장의 성공에는 남편 이종열(48) 상무도 큰 힘이 됐다. 삼성전자를 다니던 남편은 창업 1년 후인 1998년 사표를 내고 합류했다. 그녀의 기술에 일류 기업 경험이 있는 남편의 조직관리까지 더해지면서 회사는 날개를 달았다. 이로 인해 직원도 없는 1인 회사가 지금은 직원 50명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2003년에는 영업망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신 사장은 최근 일본 중견기업인 ‘퀸랜드’사와 전자칠판과 프리젠드를 공급하는 MOU를 체결했다. 해외 수출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뚫은 것이다. “술도 골프도 못하는 여성 장애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니까 더 어려워져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요. 여태까지도 해왔는데….” 잔잔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 신순희 사장은 ▲1961년생 ▲부산여고 졸업 ▲부산대 의류학과 졸업 ▲1994년 대전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 ▲1995년 세리콤 실장 ▲1997년 모든넷 창업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이사 ▲국가기술혁신특별위원회 지역기술실무위원 ▲계명대 겸임교수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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