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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과학자 국내유치/최선록 본사 편집위원(굄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오는 20 00년까지 선진 7개국 수준(G­7)에 진입할려면 선진국의 두터운 기술보호주의의 장벽과 고의적인 기술이전회피 및 심한 견제의 어려운 난관을 끝없이 넘겨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래 전부터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정치·외교·군사적인 유대와 동맹관계 및 문화교류가 수없이 이루어져 왔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우방관계나 상호협력은 현재나 앞으로도 더욱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선진국이 많은 노력과 비싼 연구 개발비를 들여 확보한 첨단기술은 앞으로 몇년동안 세계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국내에서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와 고급 과학두뇌 양성 및 해외에서 활약중인 재외한국인 과학기술자들을 적극 유치활용하는 방법을 손꼽을수 있다. 그렇지만 첨단기술 개발과 국내에서 과학기술 인력양성에는 몇년이라는 긴 세월과 많은 연구개발비의 투자가 뒤따라야가능하지만 해외동포 과학기술자들의 유치를 통해 국내에서 도입된 첨단기술은 당장 활용할 수가 있다.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가 최근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재외한국인 과학기술자수는 미국에 7천5백명,독일·프랑스·영국등 유럽지역에 1천2백명,일본에 1천명,캐나다에 5백명,중국에 6백20명,구소련에 1천명 등 전세계에 1만2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과학기술자들은 거의가 모국에 대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언어소통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 과학기술자보다 기술 이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 과학기술자들은 지역마다 다른 전문성을 갖고 있다.미국내의 교포 과학기술자들은 국내에서 활용잠재력이 큰 각종 첨단기술분야,구주지역은 금속·기계·조선·항공분야,일본은 국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애로기반 기술 그리고 캐나다 지역은 통신·원자력·유전공학·환경공학·제약분야의 종사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해외동포 과학기술자들의 효과적인 유치를 위해서는 재외한국인 과학기술자 협회에 대한 재정지원을 더욱 늘리고 모국과 해외과학기술자간에 과학기술 정보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 총선뒤에 남은일/정희경 전 이화여고 교장(굄돌)

    우리나라의 선거가 그 언제 한번이라도 정상적 상황에서 정상적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예상하는 결과를 낳게 치러진 일이 있었으랴만 이번 14대총선도 참으로 여러가지 변수가 엎치고 덮친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명선거를 부르짖는 소리와 부정이 판치는 이전투구의 양상이 엇갈리는 과정속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나타내며 끝났다.보는 이에 따라서는 앞으로의 이 나라 정국이 또 극히 험난하거나 매우 무력해질 것이라고 염려할 것이다.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가 나왔든 그것은 엄연히 국민이 선택한 결과라는데 대해서 정치인도 그리고 국민도 군말없이 냉정하게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겸손과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우리나라 여당이 여소야대의 국회구성으로는 나라가 안 된다고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없지않다.민주주의 정치의 종주국이라해도 좋을 미국에선 으레 의회는 정부의 반대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히려 균형잡힌 나라살림을 하고 있지 않은가.지난번 13대 총선 결과인 여소야대로 크게 놀란 여권이 3당통합이라는 무리수를 쓰면서 민심을 잃어갔다.그 결과 이번 총선에 앞서 민망스러우리만큼 정당의 이합집산이 어지러웠고 그 결과 다시 여소야대라는 총선 결과를 낳았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뿌리박아 나가려면 선거 결과를 겸손히 헤아리고 무리수를 쓰지 않으면서 순리로 정치를 해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의리도 신의도 더구나 정강정책의 진실성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정상배를 국민은 원치 않는다.총선뒤에 남은 일은 깨끗한 승복이다.그리고 조국의 미래를 위한 선명한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유능한 국회가 되도록 국회의원이 된 인사들의 자기충실이 시급하다.올해 남아 있는 많은 정치일정이 순리로 진행되기 위해서도 이 두 가지만은 국민으로서 꼭 정치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그리고 국민은 흔들리지 말고 한 표로써 나라를 위한 자기의 뜻을 표현해나갈 것이다.
  • 이거 달라져야 합니다(고쳐야할 정치행태 시리즈:16)

    ◎지역감정 조장·비방등 흑색전단 살포/민주당 선거지침서에 나타난 탈법행태/지·혈연통한 물품공세·여당 비판 유도/달동네·공단근로자 「빈곤감」 자극 강조/“정책대결” 국민여망 외면… 매수·포섭전략도 구사 민주당이 최근 14대총선 후보자들에게 배포한 「조직지침서」내용중 상당부분이 합법적인 선거전략을 제시하기 보다는 오히려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탈법선거운동」을 제시,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당의 정책을 홍보하고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득표활동에 앞장서야할 공당이 지역감정과 씨족·혈연·학연을 이용해 득표활동을 하라고 공식적인 지침을 내린 점이라든지 편향적인 여론조사 및 무차별전단살포,전화부대동원,물품공세 등을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한 점등은 과열·타락선거를 앞장서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공천자대회이후 가진 선거전략세미나에서 당후보자들에게 창당 및 개편대회·총선선거운동과 관련,조직지침서를 시달했다. 조직편제·지역 및 계층별 특성과 선거전략·선구운동일정 등 6개항으로 정리된 16쪽 분량의 이 지침서는 선거와 관련한 조직구성 및 선거운동준비·기본전략 등을 제외한 상당부분에서 세목별로 탈법선거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지침서 내용중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지구당창당과 개편대회과정에서의 과열선거분위기 조장▲선거운동과정에서의 불법·편법 활동지시를 내린 대목이다. 민주당은 지구당창당 및 개편대회 과정에서 창당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주민접촉을 확대해 지지를 유도해 나가라고 시달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는 『편향성을 띤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사전홍보와 센서스의 2가지효과를 달성하라』고 강조했다.현행 선거법에서도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가 불법임을 명백히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스스로 소속 후보자들에게 불법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여론조사문안에 「여당을 지지해서는 안되는 이유등을 교묘히 문안에 넣어 사전교육된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설문조사케하라」고까지 안내하고 있어 상대당 또는 후보비방금지및 여론조사가 금지된 선거법을 이중으로 우롱하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민주당은 선거공고후부터 유세종료시까지의 특별활동사항으로 여론조사·전화홍보반·사랑방좌담회·유권자에 대한 교통편의제공·물품제공·대대적 전단살포를 지시하고 있다. 이중 전화홍보반은 편향여론조사를 한뒤 이를 자당후보홍보목적에 사용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며 전단살포에 있어서도 선관위의 허용범위를 넘는 유인물을 대량제작해 전지역에 융단폭격식으로 살포하라고 시달하고 있다. 지역별 선거전략으로는 ▲도시지역은 인물및 정책대결의 선거운동▲농어촌지역은 혈연·지연·학연등 연고주의에 바탕을 둔 선거운동을 전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계층별 선거전략에서는 공단지역등 저소득층에는 물품공세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사회·경제적 소외감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말로만 공명선거를 주장할뿐 실제 득표전략에 있어서 금품살포를 조장하고 있으며 지연·혈연을 부추겨 선거의 과열·타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을면키 어렵다. 이외에도 지역선거대책반운영위원회를 지역유력인사나 재력있는 신사로 구성하여 「선거자금의 일익을 담당케하라」는 뜻을 은연중 강조,금권선거에 대한 우려를 높여주고 있다. 또 선거기간중의 「특수활동」까지 지시,타후보 선거운동원의 이탈작업을 3차례 실시할것과 유세장에서는 상대방 후보의 감정을 유발시키고 상대방의 홍보물의 물량축내기 작전까지 감행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선거법 범위내에서 공명선거를 하겠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훨씬 뛰어넘어 매수·포섭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선거를 혼탁과 타락으로 몰고가겠다는 의도를 극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민주당의 지침서는 이같은 눈에 띄는 불법·타락선거조장 이외에도 직업·종교 등 직종별로 홍보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대학 총학생회에는 민자당선거운동을 하지않도록 협조요청하라고 지시해 일부 계층별 유권자들을 선거전위조직으로 의식화 하겠다는 의도까지 드러냈다. 이같은 민주당의 총선전략 윤곽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그동안 내세웠던 공명선거나 정책대결을 통한 선거운동주장은 어느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도시·농촌간,고소득층·저소득층간의 격차와 배타적감정을 자극하고 지연·혈연·학연 등을 득표전략에 이용하는등 국민정서를 사분오열시키는 비상식적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선거법에 허용된 선거운동의 범위를 넘어 후보자들로 하여금 불법·타락선거에 앞장서도록 세목별 지침을 내린 것은 총선득표에 급급한 나머지 정당의 기본적인 의무조차도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공명선거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민주당의 이같은 선거전략 지침은 공당이 탈법·불법·과열선거를 조장해서라도 득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또 비전있는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기 보다는 유권자들의 지역감정·계층간 소외감을 득표전략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냄으로써 유권자들의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민주당 「총선지침서」 문제내용 ▷조직활동◁ ▲선거구내 지방의원 활동강화 및 활용 극대화(중앙당지원)신년 주민간담회,의정보고회 등을 통한 주민접촉 및 지지유도 ▲창당및 개편대회,선거운동전단계로서 효율적으로 선전,홍보에 활용.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별 주소록 작성.혈연은 종친회,학연은 학교별 동문회,지연은 지역향우회에서 회장·총무 등 영향력 있는 인사를 후보자가 직접 방문하여 포섭하여 지지세력으로 유도한 후 소규모 그룹모임을 빈번히 갖는다. ▲기독교·천주교·불교 신도중에서 덕망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장로·집사·사목회 회장 및 임원,신도회 회장 및 임원)를 색출하여 포섭,소규모 모임을 주도케 한다. ▲대학총학생회·농민회·전교조·지역운동단체원들을 후보자가 논리적으로 접촉,이해를 구하여 선거시 조직원의 지지 및 반민자당 운동을 연대 활동 형태로 유도한다. ▲아르바이트 학생 활용,무차별 전단살포. ▷지역·계층별대응◁ ▲농어촌지역은 전통적 관례가 영향력이 있고 권위에 대한 맹종 및 판단의 타인의존 경향.따라서 지역유력자 포섭하고 유권자에게 겸손과 신뢰감을 주어인정에 호소하며 혈연·지연·학연등 연고주의 요소에 바탕을 둔 선거운동 전개. ▲저소득층(공단지역 포함)은 감상주의적 정서 및 주택·소득의 빈곤에 따른 현실지향적 사고.따라서 물품공세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주민이 동류의식을 느끼도록 끊임없는 접촉을 통한 유대관계 형성 및 여론지도자를 포섭하는 것이 효과적. ▷단계별 선거운동◁ ▲제1단계(준비단계)△편향성을 띤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사전 홍보와 센서스의 2가지 효과 달성△여당을 지지해서는 안되는 이유와 통합야당을 지지해야만 하는 이유 등을 교묘히 문안에 넣어 사전교육된 아르바이트생을 통하여 설문조사케 함. ▲제2단계(조직단계)△동문·동향·종교·씨족·이익집단 즉 APT부녀회·자모회·APT대표 등의 자율모임을 지원,활성화하여 선거시 유효한 조직으로 활동. ▲제4단계(선거공고후부터 유세종료까지)△전화홍보반 운영하여 여론조사·편향여론조사 필요 ▲제5단계(유세 종료후부터 선거일까지)△홍보물 전 가구 대량살포(투표 2일전) ▲투표일 직전△토요일하오6시∼밤12시까지 전지역 융단폭격식 홍보물 살포 투포△타후보 홍보물 물량 축내기 작전△타후보 선거사무원 이탈작업△유세장 투쟁활동으로 상대후보 감정유발하도록 하는 작전△타후보 운동원 탈퇴 3차작전△홍보물 2차 융단폭격식 살포 전지역 가구별 홍보물 투입△대자보 부착△타후보 운동원 탈퇴 2차작전△타후보 지지활동은 못하도록 하는 중요인사 방문작전
  • “「아라미드펄프」로 세계적 과학자 됐죠”(과학에 산다:43)

    ◎윤한식 KIST 석좌연구원/강철보다 5배 가볍고도 강한 신소재/특허권전쟁서 미 듀폰사에 멋진 승리/「아크릴펄프」·「젤 크리스탈」로 연구의욕 이어져 지난해 12월.유럽 한복판 뮌헨서 있었던 한재판소식이 서울로 날아들었다.이 재판결과가 기술주권시대의 새로운 생존경쟁에서 얼마나 많은것을 상징하고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그리 많지않은듯 했다. 세밑의 분주함속에서 많은 사건들과 함께 묻혀버린 이 사건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윤한식박사(63)에 대해 미국듀폰사와 네덜란드의 악소사가 제소한 특허침해소송의 최종판결내용. 지난 86년 윤박사에 의해 개발된 아라미드펄프를 듀폰사와 악소사가 「기술도용」이라며 지난 5년동안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온 이 사건은 결국 91년12월6일 유럽특허청 항소심판소에서 윤박사 연구의 독창성을 인정,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 특허전쟁에서의 패배를 안겨주었다. 강철보다 5∼6배나 강하면서도 5배나 가볍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기존탄소섬유의 4분의1에 불과,항공기·자동차등 각종기계부품과 구조재는 물론 컴퓨터의 회로기판등 전자제품과 각종 생활용품재료로 폭넓은 쓰임새가 기대되는 합성섬유의 일종인 아라미드펄프. 지금까지의 모든 인공섬유가 원료가 되는 고분자 물질을 열이나 용매로 녹여 작은 구멍으로 뽑아내는 방법을 썼다면 아라미드펄프등에서 윤박사가 제시한 방법은 순수한 화학반응으로 방사과정없이도 섬유를 만들수있게 한것이다.이러한 연구결과는 지난 87년 4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지에 실려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바 있었다.섬유생산에서 방사과정이 차지하는 비용부담이 90%임을 감안할때 이연구가 산업에 미칠 영향은 짐작이 간다. 그의 연구는 세계최초로 석유화학제품인 아크릴니트릴을 이용,천연펄프보다 가격은 반정도에 불과하면서 영구보존이 가능한 종이재료인 인공아크릴 펄프개발과 「젤 크리스탈」이론확립등으로 이어진다. 그의 이러한 연구성과는 보직이라곤 맡아본 적이 없는 그의 명함 한쪽에 석좌연구원이란 직함을 새기게 했다.그리고 이 직함은 오랜 무명의 각고속에 얻은 성취란 점에서 기술 기술개발성취의 과학적 의의보다도 더 큰 무게를 느끼게 한다.그는 자신의 독창적인 연구를 탄생시키기 전까진 『그림공부하다 실패해 간판쟁이가 된 심정으로』살아온 『월급쟁이기술자』라고 말했다. 사범학교 과학선생생활6년,염료회사연구실장직6년등 남보다 본격적인 연구활동이 10여년이나 늦은데다 50살이 넘어서야 박사학위란 것을 지닐수 있었던 그이고 보면 번쩍거리는 외국박사들로 구성된 연구진들 틈에서 주눅들어 지냈을지도 모른다.그런 상황속에서 이뤄낸 성공이어서 그런지 그의 연구는 더 탄탄하고 힘있게 보인다. 『과학자로서는 성공한 인생』이라는 주위칭찬에 겸손해 하는 그도 『남의 이야기를 베껴먹는 것같아』대학원학생들에게 강의하기도 부끄러웠으나 자신의 이론정립등 연구성과를 통해 이제는 『어떤전문가들 앞에서라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것이 지난 노력의 대가며 보람이라면 보람』이라고 말한다.그리고 그러한 자신감 때문인지 외국대가들의 이론과 기존학설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남다르다.사실 그는 「젤 크리스탈」이론에 입각,생명현상에 대한 새로운 규명을 시도하고 있다.「분자의 성장,즉 저분자가 중합을 거쳐 고분자가 되는 현상은 반드시 젤 크리스탈이란 특수한 결정체내에서만 일어난다」는 젤 크리스탈이론.앞으로 그의 연구방향은 이 이론에 입각,모든 생명체조직의 70%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섬유상물질형성과 실현에 쏟을 예정이다. 「아크릴펄프연구때엔 실험실에 편광현미경시설을 갖출 수 없어」다른 연구실시설을 빌려 결과를 얻어냈던 그이고 보면 시설과 돈이 없어 연구못한다는 투정은 그에겐 상상할수도 없다.『연구소가 누구든지 한평생을 걸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될 때만이 비로소 좋은 연구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정부출연연구소들의 획일화 및 「하향평준화」의 개선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연구비 및 연구기회등의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경제부진 원인이 기술부족이라는 지적에 따라 너나할것 없는 과학기술중요성 강조유행을 보면서 윤박사는 때대로 한숨짓는다고 한다.『주요 정책결정자들을 비롯,상당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기술을 상품처럼 손쉽게 수입할 수 있는것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그러나 과학도 하나의 문화예요』특히 그는 중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경시하는 풍조가 아직도 개선될 기미가 없음에 크게 가슴아파 한다.『남들은 국민전체의 창조력과 국부를 동원 과학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우린 막연하게 대처하고 있는듯 합니다』
  • S­TV 소설극장 「분례기」 열연 신영진양(인터뷰)

    ◎“첫 TV출연에 주인공 맡아 너무 기뻐요” 『첫 TV출연인데다 주역까지 맡아 여간 기쁜 게 아니지만 한편으로 시청자들의 평가가 어떨지 걱정이 앞섭니다』. SBS 소설극장 「분례기」의 여주인공 신영진양(24). SBS1기생으로 첫작품부터 주역을 따낸 그녀는 「유심초」에 출연하는 변소정,이주나와 함께 SBS의 신트로이카로 꼽히는 유망주다. 『힘들어요.우선 촬영이 많은 사람들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구요.또 전작제 제작방침에 따라 지난 해 9월부터 충북예산에서 올야외로케를 강행해 왔는데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질 않아 저뿐 아니라 모든 스텝들이 애를 먹었죠』. 고생한 만큼 열정과 애착을 갖고 만든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방영웅의 원작소설을 각색해 만든 「분례기」는 4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토속적 성과 서민들의 삶을 그린 작품. 『분례는 뒷간에서 태어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집이 너무 가난해 일찍 아버지의 노름친구에게 팔려간 뒤 남편의 무관심과 가난 속에서도 억척스럽고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한국여성이죠』 서울토박이로 흙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고 자란 그녀로서는 자신과는 너무 이질적인 분례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미루어 짐작하고 상상해서 연기했다」는 겸손한 말과는 달리 신인답지 않게 원숙하고 대담한 연기를 보인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작품속의 인물과 진실하게 만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연기를 하면서 깨닫게 된 건데 분례와 저와의 공통점은 낙천적이라는 점이죠.자신의 삶에 열심이듯이 분례의 삶을 충실하게 연기했을 뿐입니다』 한국적 용모와 분위기로 분례역에 적역이라는 그녀는 도서관에서 두꺼운 원작소설을 찾아가며 배역 분석을 하고 선배들의 연기를 쫓아다니며 배우는 등 열성파로 스탭들 사이에서 소문나 있기도 하다.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기는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하면서부터. 극단 사조에서 만든 「암소」,「정복되지 않은 여자」등의 작품에서 기본기를 쌓아왔다. 평범한 삶을 살아주기를 원하는 가족들은 그녀의 연기생활에 그리 만족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은 엄격한 모니터노릇을 하고 있단다.
  • 불가리아 첫 직선/대통령에 젤레프

    【소피아 AFP 로이터 연합】 개혁주의자인 젤리오 젤레프 현 대통령(56)이 19일 실시된 불가리아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선거 2차 결선투표에서 사회당(구공산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벨코 발카노프 후보를 누르고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다. 젤레프 후보의 당선으로 그의 러닝 메이트인 여류 소설가 블라가 디미트로바 여사(70)가 부통령직에 오르게 됐는데 동구권에서 여성 부통령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선투표서 압승한 젤레프/65년 당서 추방된후 반공단체 주도/교수출신… 공산주의 비판 서명 펴내 불가리아 최초의 민선대통령으로 최종 확정된 젤리오 젤레프 현대통령(56)은 반체제인사로 공산당에 끊임없이 저항해온 전력을 가지고 있어 불가리아의 민주화 과정과 시장지향경제를 선도할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야윈 체구에다 겸손한 성품으로 알려진 철학교수 출신의 젤레프는 지난 65년 공산당에서 추방된뒤 당국의 끊임없는 박해를 받아왔으나 동구를 휩쓴 민주화 과정이 종착점을 달리고 있던 지난해 10월 반공민주세력동맹(UDF)의 첫 지도자로 의회 표결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불가리아의 민주화를 주도해왔다. 그는 지난 82년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폭로한 「패시즘」이라는 책을 저술,당국의 판금 조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으나 공산주의가 몰락한 뒤 이 책은 불가리아 최대의 베스트 셀러로 부상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전공산당 독재자 토도르 지브코프의 화려한 저택으로 주거지를 옮길 것을 거부,소피아 시내의 보잘 것없는 자신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박한 일면을 보여왔으나 소피아의 서방 외교관들 사이에서 젤레프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소련에서 발생한 불발 쿠데타 당시 젤레프는 강력하고도 신속한 어조로 쿠데타를 비난,이같은 그의 성품을 비난해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 진주만기습 50주년(사설)

    과거는 현재의 원인이며 현재는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7일(한국시간 8일)은 일본이 미국의 하와이진주만을 기습공격한지 꼭 50주년이 되는 날이다.아침 7시30분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에 나선 3백50여기의 일본전폭기들은 불심을 자랑하던 미전함 애리조나등 미태평양함대 군함 수십척을 격침하고 2천4백명의 사망자를 포함,수천명의 군인·민간인들을 살상했다. 이른바 「진주만기습」인 것이다.세계사에 있어 그것은 태평양전쟁의 개전이다.일제에 있어 그것은 제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봉쇄하던 미국을 극복하기위한 「성전」의 개시를 의미했으며 미국에 있어 그것은 불의에 당한 오욕의 패배였다.우리와 아시아이웃에 있어 그것은 보다 심각한 수난의 시작을 알리는 비극의 신호였다.무수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참기 어려운 고통과 희생을 강요했던 5년간의 이 전쟁은 일제의 패망으로 끝이 났다.그리고 개전 50주년이요,종전 46주년인 것이다. 당연히 회고와 반성이 있어야할 날인 것이다.그것은 지난날의 과오와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필요한 것이다.새로운 비극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하다.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일본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고 그 희생자인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성하고 자중해야할 나라는 개전의 장본인인 일본이다.미·구의 봉쇄에 대항하기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는가 하는것이 그동안 일본의 은연중의 변명이었다.일본은 한번도 개전의 과오를 정말로 인정하고 반성하거나 사죄한 일이 없다.입으로만 하고 지나가는 형식적인 사과와 반성은 몇차례 있었으나 그것도 마지못해 하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것이었다.진주만기습50주년을 계기로한 일본의회의 사과와 반성의 「비전결의 무산」소동은 오늘의 일본 심리상태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수있다. 일본은 그동안 반성하고 사과하며 보상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변명하고 외면하며 회피하려고만 해왔다.그러고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의 논리로 적반하장의 역습만 일삼아왔다.일제만행을 외면하는 역사교육이 그것을 말한다.그동안의 일본에서는 개전의 날을 기억하거나 기념하는 사람이나 행사는 거의 없었다.오직 8·15종전의 날만 와신상담의 계기로 기억되어왔다.히로시마(광도)나가사키(장기)에 대한 미국의 「무자비한」원폭피해만 강조하고 선전해왔다.개전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원폭이 죄악이라는 것이 많은 일본사람들의 논리다.사죄는 미국이 하라는 것이다. 선전포고 없는 기습의 진주만공격은 전쟁이었지만 야비한 비도덕의 상징이다.그것을 옹호하고 변명하는 심리도 불도덕인 것이다.그 부도덕을 오늘의 일본사람들은 예사롭게 생각하게 된것이 아닌가.승패의 역전을 논하는 성급한 사람도 있다.일제가 가졌던 자만이요,오만의 부활인 것이다.패전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있다가 「다행스런 점령자」미국의 비호와 도움속에 거부가 되면서 다시 살아나고있는 것은 아닌가.「미국에 대해선 경멸밖에 할말이 없다」는 말도 거침없이 하게된 오늘의 일본인이다.패전당시의 겸손과 자중은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경제뿐아니라 정치 군사대국화의 21세기를 거침없이 지향하고있다. 사정이 이렇고서는 또 한차례의 「진주만」이걱정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일본은 진주만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 제1회 교통봉사상 대상받은 신태홍씨

    ◎「낙도민의 발」로 격랑 헤쳐온 34년/27세때 첫발… 여객선과 한평생/40t배 선장되어 10개섬 순항/75년엔 낙도 연결하는 새 직항로 발견도/“다섯 자녀 훌륭히 키운 아내 고생에 늘 미안” 『청춘을 바다에 싣고 섬사람들의 길잡이가 돼왔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신문사와 교통부가 공동제정한 제1회 교통봉사상의 대상수상소식을 3일 하오 자신의 근무지인 낙도에서 전화로 전해받은 신태홍씨(61·목포 조양운수 새마을호선장)는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히면서 『상이란 젊은 사람한테 돌아가야 하는 것인데…』라며 겸손해했다. 지난 57년 27세의 나이로 조양운수에 입사해 뱃고동을 벗삼아 30여성상을 여객선운항에 몸을 맡기고 있는 신선장이 현재 승선중인 배는 전남 신안군 장산면의 10여개 낙도를 오가는 40t급의 새마을호.목포와 안산면·하의면등을 연결하는 여객선에 승선할 낙도주민을 위해 10여개의 낙도만을 순회하는 「보조선박」의 선장이다. 신선장은 소외되고 가난한 낙도주민을 뭍과 연결시켜준다는 보람으로 스스로 보조선박의 선장을 자청,홀로 낙도에 기거하며 낙도주민의 길잡이를 하고 있다. 그는 하루에 두차례 낙도인 장산 북강을 출발,인근 부서·기도 등 낙도 7군데를 돌고 다시 장산 북강을 순회하면서 섬사람들의 발이 돼주고 육지에서 전해오는 물건과 편지 등을 전해준다.승선인원이 하루 고작 5∼6명에 불과할 때도 있지만 신선장은 자신을 기다리는 섬사람들 때문에 한번도 운항을 거른 적이 없다.그래서 그는 낙도사람들에게는 다정한 할아버지 선장이고 육지소식과 물품을 배달해주는 자상한 이웃이다. 이따금 낙도에서 발생한 환자를 태우고 여객선기항지로 갈 때는 신선장이 환자가족보다 더 안타까워 한다. 고향인 목포시내에 있는 집에는 한달에 한번 들릴까 말까 하는 그는 영락없는 「낙도인생」이지만 낙도순회선장을 앞으로 몇년 남지 않은 뱃사람경력의 마지막자리로 생각하고 있다. 낙도주민에게 신선장은 신안군임자도와 영광군 낙월도간의 새로운 낙도연결직항로를 발견,이곳의 교통을 편리하게 한 장본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75년 목포∼낙월도(중간기항지 임자도)간을 정기운항하는 한양호 선장으로 일하면서 본선의 항로중 임자도∼낙월도간 해저에는 폭 1㎞,길이 25㎞의 모래언덕이 형성돼 있어 모든 선박이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ㄷ자모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3년동안 바닷길을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매달 썰물때와 밀물때 조류의 흐름,바닷물 색깔등을 관찰,모래언덕 중간에 작은 수로가 있음을 발견하고 모래언덕을 가로지르는 직행항해에 도전,종전 30㎞거리를 20㎞로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신씨는 현재 50여만원의 박봉이지만 그동안 아무말없이 세아들과 두딸을 장성시킨 부인(임희진·57)에게는 항상 빚진것 같은 심정으로 감사해하고 있다. 신씨는 『힘든일을 싫어하는 풍토때문에 뱃사람이 점점 더 줄어들어 안타깝다』며 『삶의 보람은 물질적인 풍족에서가 아니라 마음의 풍요속에서 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김춘수 그리고 박노해(송정숙칼럼)

    지난주의 한 TV에 김춘수 시인이 등장했었다.가파르게 수척한 칠순의 시인이 구사하는 남도사투리는 알아듣기가 매우 거북했다.그렇기는 하나 그 말에 담긴 진률한 목소리는 TV같은데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숨을 죽이고 귀기울이며 들어야 했다. 육신의 고통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의 체험담은 오늘의 시인이 지닌 그 이기적인 정직성을 이해하게 했고 그중의 한 대목인 「3개의 빵」에 대한 삽화는 오래오래 지워지지않을 부조로 새겨진 느낌이 들었다. 일제하의 일본유학시절 관헌의 끄나풀을 못알아본 실수로 그는 감옥에 간 적이 있다.거기서 거물급 좌익사상가인 일인 노교수와 잠깐 부딪는다.굶주린 탓에 피골이 상접한 대학생 정치범 앞에서 「김이 무럭무럭나는 빵을 3개씩이나」차입받고 앉았던 노교수는 그 빵에 시선이 못박힌채 신음하며 마주앉아 있는 젊은이를 묵살한채 혼자서 독식을 해버렸다. 그 노교수가 출옥한 뒤 「감옥까지 다녀온 경력」을 과시하며 펼쳐갔을 「사상운동」을 생각하며 시인은 인간성의 한계앞에스스로 부끄러워진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예수만이라도,인간의 자존심을 위해 예수만이라도 『있어 줘야겠다』고 말한다.그 말이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그날의 시인의 고백중 관심을 끈 것은 그의 「80년도의 행적」이다.그는 이른바 5공시대에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평소에 증류수를 느끼게 하는 맑음과 순수함을 풍기던 시인의 이 느닷없는 「정치리환」은 당시의 문단을 놀래준 이변이고 당혹이었다.그래서였던지 「신세력」과의 피치못할 관계설이 소문으로 떠돌았었다.의리로도 친분으로도 거역하지 못할 「관계」때문에 거절이 허락되지 않았다는,그 소문으로 사람들은 양해를 자청한 셈이다. 그러나 TV에서의 고백에 의하면 그의 「의원직」은 강압도,피치못할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60살이던 그때의 내게,이상하게도 그일은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이다.정치라는 것이 무엇하는 것인지 한번 경험해보고도 싶었고 문화예술,교육같은 분야에서 도움이 되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솔깃해지더라는 것이다.그의 그 무섭도록 이기적인 정직성이 토해놓는 이 고백이,신뢰감도 주고 위안도 준다.호기심이나 솔깃함이 짓밟혀 결국은 『괜히 들어온게 아닌가』하는 회의를 부르는 것으로 끝났지만,그것 역시 정치적 역량의 문제였음을 체험한 그로서는 「한 체험의 소득」을 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런 그에게서는 성숙한 해답같은 것을 기대하게 한다.이제는 우리도 이만한 해답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위선에 찬 궁한 답이나 일차방정식같은 우답,가짜대답들에는 염증이 났으니까. 자기와 반대되는 뜻을 가진 시인,그러니까 이른바 참여파의 이념시인에 대해서도 명징한 답을 그는 가지고 있다.그런 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다만 그 시인들이 「자신들것만 시다」라며 다른 것은 「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안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김춘수시인은 최근의 박노해시인을 생각나게 했다.「얼굴없는 노동자시인」으로 80년대의 일부를 영웅처럼 차지했던 시인이다.그는 지금 영어의 몸이다. 그가 최근 법정에 서서 「거대한 꿈의 환상에서 깨어났음」을 고백했다.1차공판때인 몇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주의」를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정정당당」을 최대의 자존심으로 삼았던 참여파 시인이다. 그런 그가 『무거운 침묵속에서 사회주의의 붕괴를 지켜보았다』고 말했다.또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했음」을,「경쟁을 통한 자기성취와 끊임없는 자기갱신이 승리의 요인임」을 인정했다.그러면서 그는 「소월」과 「미당」같은 순수파 시인들의 작품을 옥중에서 읽은 소감도 피력했다.『국어를 갈고 닦은 그들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동양적 예의나 겸손의 미덕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버릇없는 「평가」이긴 하다.거인같은 민족시인들을 국어의 갈고닦음 속에 축소시켜버리려는 듯한 맹랑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가 구사한 어휘가 지닌 본래의 뜻만 살려도 시인들의 크기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다만 김춘수시인의 유감처럼 「그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것을 「그것도 기다」라고 인정한 박노해의 그 변화가 놀랍다.그 변화의 성숙성때문에 우리는 『자유와 인권,민주가 가득한 사회를 바라며 혁명을 꿈꾸는 자는 반드시(앞으로도)생겨난다』는 그의 예언도 미소로 수긍할수 있는 것이다.또한 「겨울나무처럼 잎을 떨구고 추위를 견디고 있는」박노해시인의 겨울에 연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대의 홍수가 남긴 상처를 가슴에 품고 시인들은 진주를 키운다.김춘수,박노해들 말고도 우리시대의 고통을 품고 있는 진주조개같은 시인과 예술가들이 우리시대에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 최고위원의 비정치적 행보/이목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박태준 민자당최고위원은 무슨 구상을 하고 있는가.미국·캐나다·일본 3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그에 대해 서울 정가에서는 무척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박최고위원의 출국환송을 위해 민정계 의원들이 대거 나왔다는 사실이 이번 순방의 정치적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박최고위원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취재차 수행한 기자도,또 이곳 교민들도 모두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최고위원과 간담회를 가진 캐나다교민들은 『경제분야에서 발휘한 능력을 정치에서도 보여주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주문하면서 대권구상을 밝히도록 요구했다.교민들은 모두 고국의 정치에 상당한 관심과 지식이 있었고 박최고위원이 어떤 성향의 인물이라는 것도 잘 아는 것 같았다.하지만 박최고위원은 『더 큰일은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하실 것』이라고 겸손하게 답변했다. 평범한 말같지만 대권후보의 한사람으로 거론되는 인사로서는 정말 하기 어려운 말이다. 미국 뉴욕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까지 오는 동안 박최고위원은정치적 욕심을 내포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거의 대부분 우리 경제걱정만을 했다.『정치가 경제를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해 정치에도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퍽 아쉽다』는 것이 박최고위원의 한결같은 말이다. 미국 뉴욕에서 부시대통령의 친형과의 골프회동,그리고 과거 반정부 교민들이 가장 많았다는 토론토에서 융숭한 환대를 받으면서도 그것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제스처는 전혀 없었다.정치적 관심속에 출국했으면서 시종일관 비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격변을 치렀으며 또 한차례 치열한 대권대결이 무슨 운명인양 예견되고 있는 현실의 정치상황에서 마음을 비운듯 한결 무결해보이는 박최고위원의 「정치적 흉중」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기자는 더욱 궁금할 뿐이다.
  • 외언내언

    독일은 세계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나라의 하나다.우수한 두뇌에 근면·검소한 국민성이 자랑거리다.패전후의 서독은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겸손의 나라였다.경제대국으로 발전하면서도 일본과는 달리 외국과의 무역마찰을 모르는 합리적인 나라였다.이런 인상도 독일의 통일을 앞당기는데 큰 도움을 준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그 좋은 인상이 통일후 크게 흐려지고 있는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겸손이 사라지고 오만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한다.지난 3일로 통일 1주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선 때아닌 외국인 배척운동이 한창이며 이에 편승한 국수주의 신나치스운동이 극우민족주의를 내세우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나치스의 죄악을 반성한다는 뜻으로 전후의 서독은 정치망명을 헌법상의 의무로 수용하고 난민도 관대하게 받아주었다.그 상황이 작년의 통일과 동구개방후 크게 달라졌다는 것.외국노동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독일 특히 구동독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워졌다는 것.금년만도 9월까지 19만의 외국인이 독일로 이주했다니 이해도 간다.◆그러나 문제는 네오 나치스운동이 이런 상황의 분위기를 악용하고 있는 것.머리를 박박깎아 「스킨 헤드」로 불리는 극우파와 신나치스청년들의 외국인배척운동은 구나치스를 무색케할 정도.외국인수용소를 습격하고 거리의 외국인을 무차별 공격한다.금년들어 지난 8월말까지만도 4백여건.최근의 베를린 한국여자유학생 피습·피살사건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할 수 없는 억울한 희생.◆진상이 조사되고 대책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주간지 슈피겔은 나치스의 유태인학대이후 최악의 외국인 배척 사태라고 경고하고 있다.일간 디 차이트는 「통일을 달성한 독일인이 통일이전과는 다른 추악한 독일인으로 변했는가」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악몽의 역사가 되풀이 되려 하는가.「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존경받는 독일인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 지방의원 특별교육을 마치고/이기옥 한양대 교수(특별기고)

    ◎「민주초산아」지방자치 내일은 밝다/온 국민이 애정과 사랑으로 보살펴 키우자 『교수님,예습교재 나왔습니까?』『지난주 강의 테이프 남았습니까?』『출석부에 서명부터 하시지…』 강의시작을 앞두고 활기로 가득채워진 교실이다. 주말 야간반 특수과정 학생들이 저마다의 음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만사 제치고 학교 앞으로 갓­하는 거지』『아 글쎄,오늘은 우리 며늘아기가 「아버님 학교가실 시간이에요」하질 않겠어. 거 얼굴 빨개지더구만』『학교 시작하군 최우선 순위가 학생이라니까. 오늘만 해두 일곱건 제끼구 여기 앉은거요』 서로 바쁘게 악수를 나누고 큰 소리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의원학생들이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의회의원들이 섞여있다. 한마디로 지방의원반이다. 평균연령이 49세. 여성의원이 한분 섞여서 더욱 보기좋은 교실이다. 배운다는 것,학교에 출석하고 학생여러분으로 불린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날 수 없다는 다각적 표현을 참말 멋지게 해내는 학급이다. 성공적인 의원생활 올바른 의정활동을 하고 싶다,그걸위해서는 배우는 것밖에 달리 수가 없다는 단순 명쾌한 공감으로 형성된 일체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출석부에 정성껏 서명하는 진지함,강의에 몰두하는 눈빛,예습과 복습에 대한 자발적인 애착 등…. 태도에서 읽는다. 신앙차원으로까지 승화된 배워서 알고자 하는 열의를. 나의 짧지 않은 교직생활중 이번 담임(?)반에서 같은 신선한 충격을 받아본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가 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미래를 고운 빛깔로 그려본다. 믿을 수 있다,해낼 수 있다는 지극히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낙관적인 견해를 갖게된 것이다. 물론 현실이 그렇지 못한데 무슨 잠꼬대냐 할 수도 있다. 다 듣고 보아서 나도 알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주체가 되거나 대상이 되어서 내놓은 각종 잡음. 급기야는 모교수님이 TV대담에서 『국민들이 지방의원들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단언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지방의원들이 요감시 감독의 대상으로 못박히고만 것이다. 그 뿐인가 지방의원 모두에게 익숙하고 다정한 자타공인의 그방면 저명교수님이 못당할 화풀이 봉변(?)까지 의원들로부터 당했다. 갈수록 태산이다. 이쯤에서 무언가 짚고 넘어가야겠다. 지방의원이 누구인가. 단 한명의 예외도 없는 선출된 공인이다. 그냥 공직자가 아니다. 주권을 위탁받은 주민의 대표자인 것이다. 5천여명이나 된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30년만에 시도에서 배출된 것이다. 민주 초산아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다. 형이 없다. 선배도 없다. 보고 따를 분이 없다. 나서자마자 맞기부터 시작하니 과히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아니 나오기전,선거기간중에 이미 전과자 누명부터 씌우는 매스컴의 매운 맛도 보았다. 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이없는 일이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이런저런 구체적인 불미한 사건들이 거짓일리 없고,신분이 신분이니만치 두드러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 계속 손가락질을 주고 받는 일의 악순환속에 지방의원들을 방치해도 될까. 아니 그냥 싸잡아 기대를 걸만한 가치가 없다는 등 내리 깎으면서 외면하려는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얼마나 뜨겁게 열망하여 채택한 지방자치인가. 울고 불고 몸부림쳐서 얻은 장난감을 손에 쥐자마자 내동댕이 쳐버리는 정신박약아의 영그와 우리사회가 다른바가 없다면? 원한 미숙성에는 모두 연민을 보낸다. 뽑힌 사람들을 뭉뚱그려 질책하는 것은 뽑아준 모두에게 몇배의 오물을 끼얹은 후에만 가능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아랫물이 맑아야 윗물이 맑을 수 있는 분수의 논리라고 하는 것이다. 손가락질을 할때 손을 보자. 한 손가락은 상대를 찌르지만 굽힌 세 손가락은 분명 나를 가리킨다. 애써 시작한 지방자치에 애정을 가지고 아기를 키우는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피자. 그래서 지방자치 무용론이 정식으로 거론되는 불상사를 피해야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경우 교육이라 하겠다. 배우려는 열망과 가르치려는 애정이 맞물려 돌면서 맏형으로서의 자질과 도리를 형성 발전시키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구소 특별과정에 스스로 등록한 1기생 50명에 큰 꿈을 걸어본다. 눈덮인 새벽길을 함부로 걷지 못하겠다는 겸손함과 배워서 바로 걷고자 하는 진지함이 돋보이는 1%라고 믿는다. 이 1기생이 핵이되어 지방자치의 싱싱한 뿌리역할을 맡을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계속 의원학급을 밀고가는 가운데 뿌리박고 성장하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확인하고 싶다. 1기 의원학생들의 순수한 열의가 엎드려 절하고 싶을만큼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희망이 넘쳐나는 특별과정 교실에서 의원학생들을 지켜보는 기쁨과 함께 지방자치의 내일을 낙관한다.
  • 통독 1년의 후유증/이기백 베를린특파원(오늘의 눈)

    독일의 통일은 우리와 같이 반세기 가까이 분단의 고뇌를 함께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느끼게한다.독일의 통일은 동서독의 재결합 뿐만 아니라 유럽의 통일을 의미하며 동서진영의 화해와 냉전의 종결이라는 뜻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1년전 역사적인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옛 독일제국의사당(라히흐스탁)광장에 모인 1백여만명의 독일인들 틈에끼여 마치 내나라가 통일이 되는 듯한 기분에 휩싸여 함께 열광하던 감격을 기대하고 3일 통일의 현장을 찾았으나 허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베토벤의 장엄한 「환희의 송가」와 롯시니의 쾌활한 멜로디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횃불과 깃발이 물결치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아래 지칠줄 모르고 『독일은 모든 것 위에 있네』라는 독일국가를 외쳐대던 그 군중들은 간곳없었다.그 대신 지난 1일부터 구서베를린의 주택값 수준으로 임대료가 인상된 구동베를린의 임대주택입주자들 1천여명이 1년전의 그자리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절규하는목소리가 청량한 가을하늘로 맥없이 빨려들어갈 뿐이었다. 통일은 이상이지만 현실로 부딪쳤을 때는 환멸도 뒤따른다는 것을 통일의 현장에서 맛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우리가 통일이 되었을 때는 동서의 경우와는 달리 남과 북의 동포가 천년 만년 얼싸안고 기뻐할 수 있게 희한없는 치밀하고 완전한 통일을 이루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우러나오는 것은 통일1주년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한겨레가 다시 결합한 통일기념일을 맞아 온국민이 너와 나를 잊고 격정에 빠져 그날의 감격을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때 콜총리는 서독국민의 겸손성과 동서국민의 단합을 강조하고 바이츠제커대통령은 전염병처럼 위험수위를 넘어선 외국인혐오증을 경고하는등 통일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독일통일의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통일1주년을 만 나흘 앞두고 지난달 30일 실시된 브레멘시 지방의회선거에서 통일후 집권기민당(CDU)에 대한 실망감에 반비례해 인기가 상승하던 사회당(SPD)이 87년 선거때 54석에서 41석으로 패하고 CDU가 25석에서 32석으로 인기를 되찾은 배경에는 통일독일의 분위기가 반영돼 개운치 못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동서독의 장벽은 헐렸지만 마음의 벽이 아직 두텁고 내셔널리즘을 앞세운 일부계층들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연일 신문에 보도되는 가운데 맞는 통일1주년 기념일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낼 정도다. 매년 각주의 수도에서 돌아가면서 통일 행사를 치르기로해 뜻깊은 첫 통일기념축제가 벌어지는 함부르크시에는 때마침 올해의 첫 북해 태풍이 몰아쳐 더욱 스산한 분위기지만 통일후유증을 모두 휩쓸어 갔으면 하는 것이 분단국기자가 보는 시각이다.
  • 오만해져 가는 일본(사설)

    일본은 전전의 오만방자했던 시절로 되돌아 가려 하는가.탈냉전의 신질서 형성이라는 과도기적 혼돈상황에 편승하는듯한 일본의 변신이 우려의 경계심을 자아내게 한다.전후 46년 세계는 지금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일본도 변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는지 모른다.세계의 변화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며 전진적인 방향이다.일본의 변화도 당연히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 눈앞의 일본은 과연 어떤가.정반대의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면 잘못본 것일까.아시아의 대일본 비판과 경계에 그동안 비교적 중립적이었던 미·구의 대일본 비판과 경계가 금년들어 거세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물론 일본의 경제공세에 대한 반격일 것이다.그뿐인가.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대국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일본의 패권주의 부활에 대한 견제와 경고는 아닐까.세계적으로는 몰라도 오늘의 일본이 아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 패권을 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것 같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일본의 모든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군축을 지향하는 세계와는 반대로 군비 증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이미 미·소에 이은 세계3위의 군사예산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은 각종 첨단장비의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미국등 서방첨단무기의 심장은 일본의 기술이 장악하고 있다고 일인들은 호언하고 있다.미국의 걸프전 수행도 일본의 돈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본인들의 본심이다.일본은 이미 군사대국이다. 정치대국화 노력도 만만치 않다.G­7등 국제무대에서 아시아의 대변자내지는 아시아 이익의 옹호자를 자처한지는 오래다.걸프해역에의 소해함대 파견도 같은 발상에서다.캄보디아평화협상을 주선하면서 이곳 유엔평화유지군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직접투자와 경협제공등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삼아 동남아와 중국,그리고 몽고에서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착실히 사들이고 있다.북한과의 수교협상으로 한반도에 대한 발언권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집권 자민당과 외무성 고위층뿐 아니라 일반국민 사이에서도 과거의 「대동아공영권」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미신문·잡지들은 전하고 있다.그리고 2차세계대전의 책임은 미국에 있으며 사과는 미국이 해야 한다는 관방부장관의 15일 발언인 것이다. 「대동아공영권 부활론」과 「미국의 전쟁책임론」은 46년동안이나 숨겨온 일본의 본심을 잘도 드러내는 주장들이라 할 수 있다.미국이 일본의 생존권을 위협해 불가피하게 전쟁을 일으켰다는 일제 논리의 부활인 것이다.대동아공영권은 문자 그대로 아시아의 공영을 위해 훌륭한 것이며 한반도 식민지화도 붕괴위기에 빠진 조선의 요청에 따라 불가피했던 것이라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일본은 진심으로 세계에 대해 겸손하고 아시아에 대해 사죄하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엔(원)의 힘만 믿고 오만해지기 시작하면 아시아는 물론 일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일본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패권자가 아니고 일본 스스로 잘 쓰는 말인 「아시아의 선린」이 되어야 한다.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이 아니라 아시아 이웃의 참된 마음과 신뢰를 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아시아도 이제는 옛날의 아시아는 아니다.
  • “공명정대한 경찰상 확립에 온 힘”/허정훈 초대 경찰위원장의 포부

    ◎수사때 인권보호 최우선 과제로/인사등 의결권한 충실하게 수행 『생각지도 않은 중책을 맡고 보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29일 초대 경찰위원장직에 임명된 허정훈변호사(57·전사법연수원장)는 우선은 겸손해 하면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신설된 기구인만큼 미력을 다해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그는 특히 『경찰청의 발족이 경찰의 독립이라는 대전제아래 취해진 조치인 점을 감안,인사·예산 등의 의결권한을 충실히 수행해 불편부당하고 공명정대한 경찰상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7년 제9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출발한 신임 허위원장은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8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사법연수원장으로 있다 공직에서 잠시 물러나 변호사 일을 해왔다. 매사에 꼼꼼하기로 소문나 있는 허위원장은 특히 치안업무와 인권보호와의 관계에 대해 『공권력 가운데 국민과 가장 밀접한 것이 경찰인 만큼 사건이 발생했을때 초동수사단계에서부터국민의 인권이 보호되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민주복지국가로의 발전단계에서 경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만큼 경찰의 책임과 임무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힌 그는 『민주국가로의 발전은 곧 경찰의 발전과 깊은 관계에 있는만큼 경찰권이 공정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제도와 기구 등의 개편을 통해 경찰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오해보다는 이해와 애정으로 지켜봐 주길 부탁한다』면서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제약하는 경찰이 아니라 보호하는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세모/79년 창업,베일속에 급성장

    ◎한강유람선 운항등 해운서 두각/16개사업부 운영… 유사장이 총괄 「오대양사건」의 배후에 주식회사 세모가 개입됐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날로 의혹이 증폭됨에 따라 이 회사에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모는 그동안 독특한 경영방식 때문에 급성장한 기업의 하나임에도 「베일에 싸인 기업」으로 인식돼왔던게 사실이다. 세모는 지난 79년 3월22일 태양개발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출발,82년 10월 현재의 명칭으로 상호를 바꿨으나 그 모태가 된 것은 삼우트레이딩이라 할수 있다. 세모는 지난 76년2월 유병언사장(51)이 부친의 친구가 운영하던 삼우트레이딩을 인수,오늘의 모습으로 급성장시켰다. 삼우트레이딩은 종이비누 섬유 페인트 전자모니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업계에 발판을 넓혀갔다. 삼우트레이딩은 이밖에도 지난 84년 세계에서 3번째로 고해상도 컬러TV모니터를 개발,정부로부터 훈장과 함께 대통령의 방문격려까지 받았다. 이처럼 발명·실용특허가 기반이 된 삼우트레이딩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던 세모는 지난 85년 9월 유사장이직접 도안·제작한 한강유람선모형이 서울시에서 채택됨에따라 86년 9월 코리아타코마등 유수업체를 물리치고 한강유람선 운항권을 따내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한강유람선사업자선정문제를 둘러싸고 「특혜시비」에 휘말려 86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동안 집중적인 세무사찰을 받아 31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련을 겪었음에도 세모는 「오대양사건」이 발생한 87년을 전후한 86년부터 88년사이 30여억원의 자본금을 집중적으로 투자,사업규모도 식품제조업(세모스쿠알렌) 유람선제작 종합개발 컴퓨터주변기기 제약(피부미용제) 보일러제작등 16개 사업부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들 각 사업부는 독립적인 영업·생산활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입을 맞추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유사장이 사업부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인천시 북구 십정동 558의10에 본사를 둔 세모는 인천·부천·경산·김포·칠곡등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미국 뉴욕과 독일 뒤셀도르프에 해외지사를 갖고있다. 2천6백여명의 직원을 둔 세모의 지난해 매출규모는8백30억원에 이르며 올해는 1천2백억원을 매출목표로 정해놓고 있다. 한강유람선으로 출범한 해운사업부는 지난 89년1월 부산∼여수간 쾌속정인 엔젤1·2·3호등 쾌속정 4척을 인수,불과 2년남짓만에 국내 최대의 연안여객사로 부상했다. 지난 41년 일본에서 태어난 유사장은 대구 성광고교를 졸업한뒤 네덜란드 선교사 케이스 글라스씨에게 「복음」을 깨닫고 대구공설운동장 맞은쪽의 「칠성예배당」을 중심으로 전도활동에 나섰다.겸손한 태도로 열성적인 활동을 해오던 유씨는 지난66년 대구 YMCA에 드나들면서 알게된 「구원파」지도자 권신찬목사의 큰 딸과 결혼했으며 지난 72년 권목사의 소개로 한때 극동방송국의 부국장직을 맡기도했다. 독실한 장로회 신자였던 유씨는 70년대 권목사가 벌였던 초교파운동에 동참했으나 80년대초 한국기독교침례회라는 교파로 자리잡게되자 이때부터 이 교파는 물론 다른 교회와도 발을 끊고 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나라를 테러한 이 패륜/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공멸한다(사설)

    어처구니가 없다. 분노가 끓어오른다. 망연자실한다. 「일인지하만인지상」의 밀가루·달걀이 범벅된 얼굴은 오늘의 이 나라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것이 수출 10위권,국제 신인도 19위 나라의 자화상이란 말인가. 국무총리가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다. 이 나라가 당했다. 어찌하여 나라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싶어 침통해지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려워진다. ○못된 버릇 조장한 결과 오냐 오냐 조동으로 키운 손자,할아비 수염을 뽑는다고 했다. 버릇을 제대로 못 가르친 앙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손자」들은 할아비의 수염만 뽑는 것이 아니다. 망건도 망가뜨리고 얼굴도 할퀸다. 그도 모자라 넘어뜨려서 올라탄다. 못되게 구는 버릇을 진작에 바로잡아놓지 못한 결과가 그것이다. 학장·총장실을 점거하고 스승의 머리를 깎고 멱살잡이하며 폭언을 했을 때,그때 단단히 혼을 냈어야 한다. 그렇건만 자기에게 떨어진 불똥이 아니라선지 유야무야 넘기기가 일쑤였다. 그러면서 「일리」가 있는 양 옹호론을 펴는 부류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만능방패인 「민주화」를 내세우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그 못된 버릇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못된 버릇은 상습화하고 면역을 심어 나왔다. 그 잘못된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잘못된 죽음까지를 잘못된 죽음이라 가르치지 못했다. 입으로만 건성으로 그러지 말라면서 그들의 잘못된 죽음을 영웅시함으로써 오히려 그 길의 선택을 미화하고 나섰다. 그들이 못된 어리광 부리는 「손자」들에게 가르친 것은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였다. 도대체 「민주화」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이었던가. 인성이 마모되고 규범과 예절을 어겨도 괜찮은 것이었던가. 그렇게 해서 「쟁취」한 민주화로써 과연 무엇을 기대하려 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어른들은 지금도 「백병원」과 「명동성당」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이 시점에서 수염 뽑히는 할아비들은 하나같이 어른 노릇 못한 점에 대해 자책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양식들은 많았고 그를 부추기는 잘못된 어른들의 행태 또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양심들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들을 다부지게 야단치는 일에만은 선뜻 앞서려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편 아니면 적으로 치는 흑백논리의 악의에 찬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질타할 줄 아는 어른으로 그런 점에서 최근의 김동길 교수나 김지하 시인,박홍 총장 등의 준절한 타이름과 꾸짖음은 모든 어른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그들의 질타에 대해 재야나 운동권은 「배신자」로 낙인 찍었지만 그것은 「민주화」를 내세우면서도 얼마나 비민주적인 생리를 지녔는가를 말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현실적 이익에 좌우되어 한 언행은 아니지 않았던가. 그같은 영혼의 소리를 「배신」으로 몰아붙이는 독선에 대한 질타가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바로잡힌다. 그렇게 나무랄 줄 아는 「양식의 용기」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인식도 바로잡혀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막연한 선입관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당한 행사에까지도 조금만 과격하면 곧장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그러나 공권력의 위축은 남용되고 오용되는 행사 못지않게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선진 제국에서의 가혹하고 냉엄한 공권력 행사의 사례를 우리도 알고 있지 아니한가.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는 첨병인 공권력에 대해 그것이 신중하고 올바른 행사일 때 국민적인 뒷받침을 해야 마땅하다. 공권력과 대등하게 「대치」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안녕 질서를 해치는 존재가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성회복에 지혜 모을 때 일언이폐지하여 한 나라의 재상이 학원 안에서 학생들에 의해 집단폭행을 당한 일은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정 총리는 총리로서보다도 먼저 교육자적인 양심으로 못 다한 강의를 보충하기 위하여 예전에 하던 대로 대중교통수단으로 학교에 가서 강의를 했다. 이런 스승에게 제자들은 폭행으로 보답한 셈이다. 위아래도 없고 법도 없고 예절도 없고 우악스런 폭력만이 있는 사회라 함을 내외에 과시한 꼴이 되지 않았는가.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우리가 제아무리 잘 살게 되고,또 그들 과격학생들이 주장하는 「민주화사회」가 된다고 해도 우리의 심성이 이렇게 황폐해지고 우리의 도덕률이 이렇게 와해되어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불행해질 수밖에는 없다.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겸손을 잃고 나만 주장하면서 편을 가르고 내 뜻에 거슬리면 행패와 폭력으로 나온다 할 때 이 세상의 선의와 미덕이 어디에 발붙일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번의 정 총리에 대한 폭행사건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심각한 시각에서 출발하는 대응이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타난 현실에의 대응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근원적인 병리가 무엇이며 어디에 연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통찰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이와 유사한 혹은 그보다 더 흉악한 사단도 배제할 수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행복의 기준을 지나치게 물질 쪽으로 설정한 나머지 인성을 잃어온 데 대한 성찰을 하면서 그 회복운동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배우고 배우지 못하고 또는 가지고 가지지 못하고에 관계없이 오늘의 우리는 자족과 겸허를 잃고 욕망과 오만에 차 있다. 배타와 아집에 차 있다. 정 총리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다시 한 번 그것을 읽는다.
  • 외언내언

    일본 만큼 자국에 대한 비판을 관대히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도 없을 것이란 말을 흔히 듣는다. 칭찬하는 말보다는 비판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교훈을 삼는 것이 미덕인 나라라는 인상마저 주는 것이 일본이다. 덕분에 일본은 그 패전의 폐허 위에 오늘의 경제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 일본이 최근 들어 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걸프전을 계기로 한 일본군 해외파병 합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동안 오래 자숙했으니 이제 돈도 벌 만큼 벌었고 더 이상 기죽어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자숙과 겸손을 잊고 다시 오만과 만용으로 나갈 조짐인가. ◆경계해야 할 일본의 변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총리의 최근 일본 비판에 대한 대응도 그런 심증을 깊게 한다. 프랑스판 「대처」요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크레송 총리는 반일 강경파로 유명. 일본 신문들은 프랑스의 첫 여재상 탄생보다 반일 총리의 등장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취임하자마자부터 노골적인 일본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취임 다음날인 5월16일 TV회견에서 『일본이 약탈자 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한 일본과 협력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고 19일에는 『일본은 우리와 전연 다른 세계이며 그것은 문자 그대로 정복을 추구하는 세계』라고 비판. 「일본인에 대한 정말의 선전포고」라는 것이 일본 신문의 제목이었다. 「일본은 적」이라고까지 했던 전력으로 미루어 예상되었던 공격이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대응은 이전과는 달랐다. 29일 주일 프랑스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는 전례없는 반응. 『일본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되풀이하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으며 계속될 경우 양국의 우호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고 경고. 크레송 총리가 말을 들을지는 미지수. 그 동안의 일본이라면,그리고 그녀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일본이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것은 관전평자의 의문. 반일의 수단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친한파라는 것. 귀추가 흥미거리다.
  • 정통 경제관료,도박도 역임/강현욱 기획원 차관(얼굴)

    예산실장을 끝으로 경제기획원을 떠난 지 3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정통 경제관료. 겸손한 태도와 정감 넘치는 말솜씨를 지녔다. 재무부 이재국장시절엔 대형 금융사고를 무리없이 처리했고 내무부 특유의 「텃세」 속에서도 고향인 전북지사 재임중 인심을 얻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박선순 여사와 사이에 3녀가 있다.
  • 「민주주의의 위기」라는데…/이용필 서울대교수·정치학(서울시론)

    ◎지도자들의 비전·국민의 슬기 절실 우리는 대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너무도 빠르고 또한 그 파급도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대외적 차원에서의 대격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가 하면 많은 정치체제들이 전반적 또는 만성적 위기에 직면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중압 아래서 존속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렇게도 확고한 듯이 보였던 사회주의체제들이 와해되어 시대적 상황의 추세에 적응하면서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르크스와 레닌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역사의 유물로 비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원리를 과감하리만큼 수용하려고 몸살을 앓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동서독이 하나의 통일국가를 단시일내에 성취하였고 사회주의블록의 많은 체제들이 개방과 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민주화를 서두르고 있다. ○사회 혼돈의 책임 인식 이러한 대전환의 추세 속에서 우리도 북방정책을 추구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게 되어 한소,한중 관계가 개선되었고 마침내 노태우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역사적인 3차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소 중일과 남북한간의 상호작용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국민은 국내외적 변화의 속도와 그 복잡성을 쉽게 이해할 수 없거니와 오히려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의 걸프전쟁 발발과 그 진전,그리고 그 결과는 인류로 하여금 국제정치질서의 개편,국지적 전쟁 발생가능성의 증가,고성능 무기의 경쟁적 확보,전쟁으로 인한 생태계의 엄청난 파괴 등에 대해서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걸프전으로 인한 인적 및 물적 손실과 그 정치적·경제적,그리고 인도적 후유증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영토내에서의 쿠르드족의 엄청난 수난과 참상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지? 인류는 양심을되찾아야 한다는 명제 이외에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독일이 통일된 후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특히 갈라졌던 독일국민간의 심리적·정치적 갈등과 불안,그리고 실업과 아노미적 현상 등의 속출은 통일에 수반된 정신적 및 물질적 코스트의 지불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또한 일깨워주고 있다. 더욱이 사회주의체제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파탄에 직면하면서 몰고온 위기는 대다수 인민의 기대상승과 그들의 충족될 수 없는 요구의 폭발적 증가에서 연유된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그들은 성급한 욕구를 표출하는가 하면 그들의 요구를 집단적 행동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체제의 유형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체제가 국민의 요구들로 인해서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요구들은 규제됨이 없이 증가되고 있는 반면에 국가에 의해서 사용될 수 있는 자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추세는 배분 위기와 정통성 위기 등으로 속출되어 체제의 존속을 위협하리만큼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통치력의 한계라느니 또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고도산업사회에서 초래된 정치의 무능력을 보여준 징후라고도 하겠다. 정치의 무능력은 체제에 대한 국민의 요구들을 적절하게 규제하는 데 실패하거나 또는 긴박한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가실패 또는 산출실패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가실패는 산업사회에서의 증가된 규제의 필요성과 규제해야 할 국가와 정치력의 쇠퇴에서 연유된 것이다. 규제의 필요성은 발전의 한계에 도달된 산업사회의 구조적 위기의 결과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기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왜 민주주의의 제도화와 그 존속을 과거 어느때보다도 갈구하고 있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만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보장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포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도 불완전한 상태에 있으며 더 많은 개선의 필요가 있지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사회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회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이념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마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려는 소망일 것이다. 천국을 땅 위에서 실현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지옥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일조일석에 이룩될 수 없으며 시간·인내 그리고 꾸준한 학습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정착된다. 오늘날의 거대한 대중사회에서,그리고 비대한 관료조직의 메커니즘 속에서 개인은 매몰되고 비합리적 집단심리가 정치와 사회의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집단적 이기심의 무절제한 표출과 이를 역용하려는 일부 집단의 무절제한 횡포 등은 비민주주의적 방종을 자극하고 있다. 체제의 규제능력과 대응능력이 이완된 상황에서 정치적·경제적 및 사회문화적 산출실패와 퇴영의 징후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근년에 들어와서 우리 사회에서도 정치적 도덕성의타락,사회적 부조리의 만연,그리고 그밖의 사회병리적 범죄의 급격한 증가 등은 사회생활의 전반적 운행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오늘의 사회는 문자 그대로 혼돈의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태와 현상은 결코 고립적인 것이 아니며 직간접적으로 얽혀진 복합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무지 자각해야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도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의 복합적 측면에서 연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전지구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또한 해결의 실마리가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은 대격변의 시대에서 우리가 직면한 혼돈을 이해하고 또 대처하기 위한 비전과 슬기를 가져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말과 같이 정치가와 국민은 현명해야 한다. 정치가라면 다른 어떠한 사람들보다도 자신의 무지를 자각해야 한다. 정치가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로 하여금 자기의 한계를 깨닫게 하며 또한 지성적 겸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대격변 상황이 지도자들의 비전과 국민의슬기에 의해서 함께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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