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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사건 이후…위장고객 걸러내기 묘수가 없다?

    한국도로공사의 고객만족도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발방지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사기관들은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해 정부차원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매년 조사기간 같아 결탁의혹 되풀이 여론조사기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전화조사와 질문지를 발송하는 우송법, 개별면접기법 등이다. 공공기관의 고객만족도 조사를 위해서는 이 가운데 개별면접조사가 실시됐다. 현장을 방문, 고객들에게 설문지를 나누어 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위치한 현장을 방문해 설문조사를 하다 보니 조사원의 신분이 쉽게 노출된다. 시기도 문제다. 공공기관의 고객만족도 조사는 연말인 10∼11월 사이로 해마다 일정하다. 사정이 이러니 공공기관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번 사건처럼 특단의 대책을 썼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탁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생산성본부 송영훈 연구원은 “면접조사 후 1시간만 지나면 조사원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시기도 매년 똑같아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사기관 바꿔도 마찬가지 고객만족도조사는 2006년에는 생산성본부가,2007년부터는 능률협회로 이관됐다. 능률협회는 “문제가 됐던 2006년 조사는 우리가 아닌 한국생산성본부가 실시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능률협회 측도 재발 우려에 대해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2007년 조사에서 도로공사가 직원들을 내세웠을 경우 속수무책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능률협회 오세종 연구팀장은 “혹시라도 모를 위장고객들에 대비하기 위해 면접원교육과 대상 직원, 가족들의 신분확인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뚜렷한 재발방지책은 없는 상태”라며 “많은 조사대상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그럴 권한도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정시기에 실시되는 면접조사를 연중 불시에 하는 방안을 나름대로 연구 중이지만 반영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결탁여부 수사 사건을 담당한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는 결탁여부에 대한 수사여부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수사가 진척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처사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기와 방법이 노출됐다고는 하지만 도로공사 직원들의 조직적 개입이 즉석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능률협회 측도 일부 위장고객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수백명이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경찰의 최종수사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성과급 회수, 기관장 문책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공정거래독버섯 카르텔] 교복 왜 비싸나

    [공정거래독버섯 카르텔] 교복 왜 비싸나

    ‘교복값 거품’ 논란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1986년 교복자율화 조치가 완화되고 거의 모든 중·고교에서 교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중소업체 중심이던 교복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1990년 선경(지금의 SK네트웍스),1996년 제일모직,1997년 제일합섬(지금의 새한)이 가세하면서 교복시장은 현재 연매출 4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교복 담합 문제는 2000년에 본격화됐다.‘빅3’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선 때다. 학사모의 고진광 교복값종합대책위원장은 “업체들이 장사를 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한다.1년에 두 차례,3주 정도씩만 거래되는 폐쇄적 시장이라 담합이 쉽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신입생들이 학교를 배정받고 동복을 사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교육부에서 지난해 초에 동복 착용을 하복 착용 시기 전인 5월까지 유보하도록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면서 “하지만 학교들이 이를 무시, 많은 학부모들이 종전처럼 3월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교복을 사고 있어 학교와 대형 교복업체가 결탁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200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시정조치를 내린 것도 이같은 교복시장의 폐쇄적 특성 때문이다.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다. 2001년 공정위는 교복 3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연 2회 교복시장 집중 관리 ▲교육인적자원부와 교복시장 개선방안 마련 ▲산업자원부와 교복의 ‘품질표시기준에 관한 고시’를 마련해 사업자들에게 시행 권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제품에 제작 연도를 표시하도록 하는 이 고시는 이월상품을 신상품으로 속여 파는 행위를 근절할 주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 고시는 지난해 12월에서야 겨우 시행돼 교복업체들은 이월상품을 신상품인 양 속이는 불법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복시장 특성상 독과점의 힘이 너무 셌다.”면서 “그럴수록 신경써야 하지만 매년 교복시장만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고충을 털어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부모들이 싼값에 질 좋은 교복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학부모들에게 싸게 사라, 비싸게 사라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복값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는 본사-총판-대리점으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도 한몫한다. 중소 교복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교복협회 송영주 이사는 “제조원가는 옷값의 40∼50%밖에 안 되지만 총판에서 10%, 대리점에서 20% 정도 마진을 붙이고 백화점에 들어가면 15%쯤 더 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소년 연예스타를 내세운 마케팅도 ‘거품’ 요인이다.2006년 아이비클럽 모델로 나선 슈퍼주니어는 4억 8000만원을 받는 등 교복광고 모델들은 대개 억대 모델료를 받았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교복값 거품 중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주장한다. 송 이사도 “품질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다 보니 교복값이 비싸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檢 “론스타회장 체포영장 검토”

    대검 중수부(부장 이귀남)는 14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송해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늘부터 법과 절차에 따라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상당기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을 상대로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스티븐 리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 등을 시켜 정ㆍ관계 로비를 벌이고,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에 관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최근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법정 증인 자격으로 입국한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위해 10일간 출국을 정지시켰다.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출국정지 기간을 1차 연장할 수도 있으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6년 12월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론스타측과 결탁해 고의로 은행자산을 저평가해 정상가보다 최대 8252억원 낮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시 존 그레이켄 회장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과 함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해선 참고인 중지 조치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코튼 로드/에릭 오르세나 지음

    우선 일러둬야겠다. 황금가지가 펴낸 ‘코튼 로드’(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는 제목으로 내용을 넘겨짚지 말아야 할 책이다. 부지런한 독서가들이 오히려 목화의 문화사쯤으로 오해하기 좋은 표제이다. 하지만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 ‘세계화’의 진행과정과 지구촌 역학관계를 고찰한 일종의 테마 여행기이다. 책의 화두는 일상용어가 돼버린 ‘세계화’에 고정돼 있다. 전 세계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세계화를 놓고 과연 그것에 의문없이 일방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되짚는 탐색기인 셈이다. 그 주제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무척 새롭다. 지은이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학술원의 대표주자. 문학가이자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세계화의 허실을 따져 보는 작업에서 부표로 삼은 것은 목화밭이다. 지구촌의 대표적 목화 재배국으로 꼽히는 6개 나라를 집중조명하며 목화를 둘러싼 세계가 어떤 역학논리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프랑스의 기업 CMDT가 목화에 관한 모든 것의 실권을 쥐고 있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추수를 한 날 저녁이면 시골에서는 당나귀들이 끄는, 수도 없이 많은 짐수레들을 만나게 된다.(…)이윽고 하얀 꽃 더미 위로 밤이 내려앉는다.” 어깨힘을 빼고 여행 수필처럼 써내려간 글에, 세계화를 둘러싸고 국가들이 벌이는 치열한 잇속 경쟁 등을 포착해 넣는다. 그런 아이디어가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부드러움의 상징, 목화의 이면에 발톱을 숨긴 세계화의 그늘은 서늘하다. 가난을 벗으려 온 나라가 통째로 목화 생산에 매달리다시피 하는 말리에서는 지금 거대목화 기업인 CMDT가 민영화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의 부패와 목화시세 폭락으로 적자가 늘자 대주주인 말리 정부의 재정적자도 급등해 세계은행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정을 현장고발한다. 외국(프랑스)자본 덕분에 목화 생산국으로 성장은 했으되 면직산업의 기반은 전무한 말리의 사정은 그대로 ‘세계화’의 미명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인 것이다. 반미·반자본적 시각을 견지한 저자는 또 세계 최대 목화대국 미국을 겨냥했다. 전체 인구의 고작 2%가 목화생산에 참여해 세계 목화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도 왜 정작 목화를 생산하는 그 나라의 농민들은 부자가 아닐까. 역시 목화대국으로 꼽히는 브라질 노동자들은 왜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다리품을 팔아 현장을 탐색한 지은이는 느낀 대로 물음표를 찍고 그곳에서 듣고 본 내용을 신랄히 지면에 옮겼다. 로비스트와 국회의원이 결탁해 유전자 변형 목화를 만들어 내는 현장의 주체가 돼버린 미국의 목화 농가도 정책의 피해자이기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식물 유전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닐 스튜어트 교수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이런 사정을 은유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뒤늦게 목화시장에 뛰어들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목화대국을 노리는 브라질, 품질은 최고로 통하면서도 오랫동안 목화생산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이집트, 사회주의를 벗어나 목화산업에 명운을 걸고도 여전히 허덕이는 우즈베키스탄, 도시(다탕) 전체가 면양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국. 노동 경쟁력 하나를 무기삼아 세계 면직산업계를 위협하는 중국의 가족중심 노동체계는 그 자체로 지은이의 눈에 경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계 6개국 목화밭에 주목한 지은이의 시선은 그러나 단정적이지 않다. 관계자 인터뷰, 통계수치 등 현장답사의 자료는 정확하고 풍성하지만 세계화의 허실에 대한 일방적 진단은 끝까지 유보했다. 지은이는 독자들에게 의문부호를 넘긴다. 세계화라는 이름의 심판 없는 게임에서 당신은, 당신의 나라는 지금 승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소리소문 없이 승기를 뺏기고 있는가.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신당-한나라 ‘BBK 난타전’ 2라운드

    BBK 검찰수사 결과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 연일 벌이는 난타전이 ‘정치공작설’과 ‘역공작설’로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이명박-삼성’의 3자 동맹설을 주장하며 “검찰과 수구부패 정치세력, 특정재벌이 결탁한 거대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경준 기획귀국설’을 꺼내들며 신당측에 맞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치공작’ 맞불전 양상이다. 신당은 7일 검찰의 ‘김경준 회유설’을 내세워 검찰 수사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급기야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BBK특검법 국회 본회의 직권 상정을 요청했다. ●신당 “검찰 수사 원천무효” 정동영 후보는 전주시청 앞 유세에서 “거대한 수구부패 동맹에 의해 생매장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우리당의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김경준을 면회하는 자리에서 김경준이 수사 검사들로부터 ‘검찰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면서 “이번 수사결과가 삼성특검으로 떨고 있는 세력 간의 ‘야합에 의한 결과’임을 입증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국민이 늘고 있다.”면서 “변호인단을 구성해 매일 김경준씨를 접견하고 검찰의 허위 진술 강요를 고발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경준 귀국 공작설’ 카드로 맞대응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씨의 송환과 관련된 정치공작설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여권의 ‘실세’가 김경준씨를 미국에서 만나 귀국을 유도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검찰은 즉각 대규모 수사팀을 만들어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김경준 누나·부인 송환” 한나라당은 당 공작정치투쟁위 내에 ‘김경준 기획 입국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부인 이보라씨를 BBK 사건의 공범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범죄인 송환 촉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양당은 법사위에서 BBK 관련 특검법 상정과 검찰총장·법무부장관의 현안보고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신당측의 법안 상정 및 출석요구에 한나라당은 “정략이 깔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신당은 결국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특검법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임 의장은 “국회 운영은 교섭단체가 협의하게 돼있고 절차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구혜영 한상우기자 koohy@seoul.co.kr
  • 코카콜라 게이트/윌리엄 레이몽 지음

    나치가 패망한 뒤 미국은 본토에 포로수용소를 여러 군데 설치했다. 독일군 포로들이 뉴저지로 들어가던 어느날 경비병들은 술렁거리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포로들은 벽에 붙은 코카콜라 광고를 보고 ‘독일 음료수’가 미국에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음료수를 독일사람들이 자기 나라 것으로 알고 있을 만큼 코카콜라는 독일에서 성공적이었다. 코카콜라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원산지인 미국보다 앞선 1941년 독일에서 공식 전쟁물자 공급업체가 된다.1942년 말에서 1945년 초까지 정신차릴 사이 없이 쏟아지는 폭탄 속에서도 독일 코카콜라는 1억병이 넘는 음료수를 생산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독일 코카콜라가 콜라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에센에 있는 본사는 물론 43개 공장이 모두 폭격당하자 독일 코카콜라는 생산 시설을 도시 외곽의 낡은 창고나 우유 공장으로 옮겨야 했다. 비축된 원액이 떨어져 가자 대용음료 개발에 나섰고 전쟁 중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치즈찌꺼기와 사과즙을 짜고 남은 섬유질 등을 이용하여 과일 맛이 나는 음료를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환타(Fanta)이다. 코카콜라가 유럽시장의 주도권을 잡고자 나치에 부역한 실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카콜라 게이트’(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는 오늘날 다국적(多國籍) 기업을 넘어 초국적(超國籍) 기업으로 성장한 코카콜라가 성공하기까지 그 이면에 감춰진 씁쓸한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코카콜라가 ‘세계인의 음료’가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자랑스럽지 못한 과거를 어떻게 감추었고, 어떻게 윤색했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한때 광적인 코카콜라 마니아였다고 한다. 프랑스에 코카콜라가 정착한 과정을 쓰고 싶어서 자료를 요청했지만, 코카콜라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 나아가 코카콜라는 “원고를 미리 내놓으면 자료를 주겠다.”고 사실상 ‘사전 검열’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대중적 이미지와는 달리 성공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코카콜라의 비정한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1886년 5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 코카콜라를 만든 존 S 펨버튼은 만병통치약을 비롯해서 잡다한 약을 만들던 사람이었다. 코카콜라라는 이름도 코카인과 콜라열매 추출물이라는 두 가지 주재료에서 비롯되었다. 코카콜라는 당시 코카인의 치료와 자양강장 효과를 적극 홍보했는데, 코카콜라가 ‘코크(Coke)’와 함께 마약의 속어인 ‘도프(Dope)’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후 코카콜라는 서류조작, 증거조작, 권력과의 결탁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갔고, 오늘날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코카콜라의 이미지도 시장과 소비자를 자기 입맛대로 조정하려는 의도된 조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코카콜라가 아무리 오만해 보여도 역사를 되돌아보면 약점투성이이고 자칫 불똥이 튀어 큰 불로 번질까 안간힘을 쓰며 막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책에서 다룬 은폐된 진실이 적어도 조그만 불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1만 2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데스크시각] ‘경제대통령’ /손성진 경제부장

    대공황이 닥쳤을 때 미국의 대통령은 ‘후버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31대 후버다. 후버빌(빈민촌)과 후버담요(노숙자들이 이불 대용으로 쓴 신문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후버가 출마 당시 내건 모토는 ‘경제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경제를 일으키기는커녕 미국을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뜨리고 말았다. 후버와 비근한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YS다.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다가 국민들을 수렁으로 밀어넣은 점에서 비슷하다. 우리에게도 후버빌과 같은 쪽방촌이 생겼고 후버담요와 같은 박스 종이를 덮고자는 노숙자들이 밤거리에 넘쳐나게 되었다. 또 하나,YS도 경제대통령을 부르짖었다는 점도 같다. 경제대통령을 내걸었던 사람은 YS뿐만이 아니다. 카드 사태와 벤처 거품을 만든 DJ 역시 경제대통령이었고 14대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도 경제대통령을 외쳤다. 노무현 대통령도 간판만 붙이지 않았지 예외는 아니었으며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이 타이틀을 붙이고 나왔다. 다른 후보들도 한 목소리로 ‘경제, 경제’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이 수식어를 선호하는 것은 국민들의 갈망을 역이용하려는 목적이다. 국민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언제나 ‘먹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허상에 불과했던 ‘경제대통령’을 좇아 표를 찍어왔다. 결과는 불행했다. 국민들은 일종의 사기를 당한 셈이 됐다. 외환위기와 그 후유증을 10년에 걸쳐 겪어온 국민들은 이번에도 경제대통령에 끌리고 있다. 경제하면 떠오르는 대통령은 박정희다.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십중팔구 박정희를 첫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린 국민들은 정치 독재의 과오를 묻어둔 채 그의 경제 치적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이런 심리에 편승해 후보들은 박정희를 등에 업지못해 안달이 날 정도며 진보진영의 후보는 박정희를 성공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그렇다. 여러 비판과 반론이 있지만 박정희가 한국 경제를 부흥시킨 ‘경제대통령’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를 짓밟고 재벌을 키웠지만 수출과 성장 드라이브 정책으로 대한민국을 이만큼 키워놓는 데 주춧돌을 놓았음은 사실이다. 박정희를 떠올리며 국민들은, 이번 후보들의 공약이 5년 후에 부도수표로 판명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속지 않기 위해 어느 후보를 고르느냐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경제회복을 열망한다면 유권자 스스로 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분석하고 비판한 다음에 표를 던지는 주도면밀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의 반대쪽에서는 30대에 거대 기업가가 되어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후버에 빗대어 경제대통령론을 비판하지만 그 또한 맞다. 박정희가 원래 경제의 문외한이었듯 역사상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들이 꼭 경제전문가는 아니었다. 루스벨트나 레이건이 그랬다. 거꾸로 YS가 나라를 궁지에 빠뜨린 것은 경제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동반했는지, 유능한 참모진을 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더 강조할 것은 후보의 진정성과 투명성이다. 국민들의 희망대로 경제에 몰입할 수 있는 참된 의지력과 금권과 결탁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념을 지녔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었다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몹시 피폐해졌다.2만달러는 평균 통계치가 보여주는 왜곡이다. 성장은 강조되어야 마땅하지만 양극화의 비극은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등장해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염원과 갈증을 해소해 주리라고 기대해도 좋을까?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삼성특검 문제 많지만 수용”

    “삼성특검 문제 많지만 수용”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이 합의한 삼성 비자금 특검법을 ‘대통령 흔들기’라면서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 비자금 특검법은 다음달 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절차를 밟게 된다. 노 대통령은 27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법의 국회 재의(再議)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법리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가진 법”이라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특검법의 국회 통과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 재의를 요구한다고 해서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고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재의를 요구하면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되고, 또다시 수사를 이어받아서 하는 번거로움과 혼란이 있고, 정치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꼭 부당성을 주장하고 다퉈 나가야 할 정치적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검법은 국회의 횡포이자 지위의 남용”이라면서 “국회가 이번처럼 결탁해서 ‘대통령 흔들기’를 위해 만들어 낼 때만 특검이 나올 수 있다.”며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특검 대상에 2002년 대선의 ‘당선축하금’ 의혹이 포함된 것과 관련, 노 대통령은 “수사의 단서는 의혹의 단서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면서 “의혹의 단서도 의문스러운데 하물며 수사의 단서로 삼겠다는 것은 ‘대통령 흔들기’가 맞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축하금’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을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당선축하금과 관련해) 사실상 대통령을 겨냥한 실질적 수사를 많이 받았다.”면서 “법대로, 양심껏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004년 검찰 수사 당시 대통령의 사돈에 팔촌까지 계좌추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당선축하금’을 받지 않았어도 측근이 받았다면 당연히 수사 대상이 되겠지만, 이용철 변호사 사례로 청와대 일반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문제를 깊이 있게 보지 않는 것”이라면서 “참모들에게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47) 親明意識(친명의식)의 고양과 가도 정벌

    [병자호란 다시 읽기] (47) 親明意識(친명의식)의 고양과 가도 정벌

    모문룡을 제거한 이후 원숭환은 가도( 島)에 대한 정비 작업에 나섰다. 부총병 진계성(陳繼盛)에게 임시로 가도의 군병들을 지휘토록 하는 한편, 유해(劉海)를 시켜 진계성을 보좌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휘하인 부총병 서부주(徐敷奏)를 가도로 보내 주민들을 위무(慰撫)하고 군병을 점검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모문룡과 결탁했던 인물들을 제거하고, 노약자들을 찾아내어 등주(登州) 등지로 이주시켰다. 바야흐로 가도는 후금을 공격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개편되고 있었다. ●변화하는 가도 상황과 조선 가도의 노약자들을 명 내지로 옮긴 원숭환의 조처는 조선의 숙원이었다. 그들이 먹는 식량의 대부분을 조선이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선은 이미 광해군 시절부터 ‘전투 병력만 남기고 노약자들을 색출하여 등래(登萊) 지역으로 옮겨달라.’고 간청했지만 모문룡은 조선의 요청을 무시해 왔었다. 원숭환은 또한 가도 군병들이 조선에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선으로서는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원숭환의 이 같은 조처들은 일견 조선에 대한 ‘배려’처럼 보였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조선을 통제하려는 조처도 빼놓지 않았다. 원숭환은 조선 사신들이 북경으로 갈 때 이용하는 해로를 바꾸었다. 가도에 들렀다가 여순(旅順) 근처의 섬들을 지나 산동반도의 등주로 상륙하는 기존의 길을 폐지하고, 각화도(覺華島)를 거쳐 자신이 머물던 영원에 들러 가도록 했다. 북경을 왕래하는 조선 사신들을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였다. 조선이 모문룡의 작폐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모문룡에게 길들여져 후금과 싸울 의지가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숭환은 조선을 철저히 견제하여 후금과의 결전에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실제로 원숭환이 가도를 장악한 이후, 조선이 운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후금과 결전을 벌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던 원숭환의 눈치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1629년(인조 7) 8월, 추신사(秋信使) 박난영(朴蘭英) 일행이 후금에서 돌아올 때, 아지호(阿之好)와 중남(仲男) 등 후금의 사절단도 서울을 향하고 있었다. 당시 가도에 와 있던 원숭환의 부하 서부주는 후금 사절단 일행을 공격하여 죽이려고 시도했다. 진계성 등이 적극적으로 뜯어말려 미수에 그쳤지만, 서울을 왕래하는 후금 사신들은 청북(淸北) 지역을 지날 때마다 명군의 위협에 노출되었다. 자연히 그들도 자위(自衛)를 위해 더 많은 병력을 대동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명군과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져 갔다. 조선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명과 후금 모두로부터 ‘은혜를 저버렸다.’,‘맹약을 어겼다.’는 등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親明,主戰의 분위기가 높아가다 조선은 ‘후금을 공격하는 데 동참하라.’는 원숭환의 압박 때문에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명분을 생각하면 원숭환의 종용에 당장 따르고 싶었지만 당시 조선의 현실은 군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후금에 적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어렵사리 유지되고 있는 후금과의 화친이 깨질 경우 평화는 물론, 모든 것이 결딴날 판국이었다. 이 같은 와중에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1629년 10월, 후금의 홍타이지는 심양을 출발하여 명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그는 원숭환이 절벽처럼 버티고 있는 영원성으로 향하지 않고 몽골족들이 살고 있는 만리장성의 외곽으로 우회하는 길을 잡았다. 홍타이지는 장성 동북쪽의 희봉구(喜峰口)라는 곳을 통해 북경 부근으로 진입하여 황성(皇城)을 기습했다. 영원성과 산해관을 거치지 않고도 북경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명 조정은 경악했고 북경 주변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뒤에 다시 서술하겠지만, 당시 영원성에 있으면서 홍타이지의 장성 돌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원숭환은 소환되어 처형되었다. 1630년(인조 8) 1월, 평안병사의 장계를 통해 황성이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선 또한 경악했다. 인조는 번국(藩國)의 신하로서 숭정(崇禎) 황제의 안위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정전(正殿)에 머물지 않고 월랑(月廊)에 거처하면서 신료들을 불러모았다. 신료들은 가도에 사람을 보내 정확한 정보부터 탐지하자고 했다. 인조는 “장계를 보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 약간의 병력만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오랑캐의 본거지로 쳐들어가 뒤엎어 버릴 적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료들도 후금에 대한 적개심과 스스로 느끼는 자괴감을 계속 쏟아냈다.2월에 열린 경연 자리에서 이귀는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의리로 보면 군신(君臣)이고 은혜로 보면 부자(父子)”라며 “군부(君父)가 환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수수방관할 수 있냐?”며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아예 병력을 이끌고 오랑캐의 소굴을 짓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현(金光炫)은 “오랑캐가 황성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의리를 보여주기는커녕 조정은 풍정(豊呈, 잔치)의 명목으로 풍악을 울리며 춤추고 있다.”고 통탄했다. 홍타이지의 황성 기습은 엉뚱한 방향으로도 불똥이 튀었다.‘후금군의 배후에 있으면서 황성이 포위되었음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는 명 조정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가도의 서부주 등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1630년 3월, 오랑캐의 사자를 체포한다는 명목으로 명군 병력을 이끌고 의주에 잠입했다. 명군은 의부부윤 이시영(李時英) 등을 마구 구타하고 물건을 약탈했다. 이시영은 당시 의주에 머물던 호차(胡差) 중남 등을 탈출시켜 창성(昌城)으로 안내하여 압록강을 건너 도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강 건너에서는 후금 장수 용골대 일행이 군대를 이끌고 건너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가도의 반란 가도를 ‘요동 수복의 전진기지’로 재정비하려던 원숭환이 하옥되자 가도의 정세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섬 전체를 장악할 만한 지휘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숭환에 의해 총사령관으로 임명되었던 진계성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사람이 본래 무른데다, 딸이 모문룡의 첩이었기 때문에 원숭환의 부하들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유해는 민완하고 눈치가 빨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도의 모든 권한은 유해와 그 형제들에게 집중되어 갔다. 1630년 4월, 유해의 동생 도사(都司) 유흥치(劉興治)는 반란을 일으켜 진계성을 살해하고 가도의 권력을 장악했다. 원숭환이 사라진 여파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다. 가도에서 일어난 변란의 소식을 들었을 때 인조와 조선 조정은 격앙되었다. 인조는 4월 21일 비변사 신료들을 소집했다. 인조는 이 자리에서 유흥치를 ‘명 조정의 반적(叛賊)’이라고 규정하고 조선이 군사를 일으켜 토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의정 김류(金 )도 유흥치가 분명 오랑캐에게 투항할 것이라며 속히 토벌하자고 동조했다. 부원수 정충신(鄭忠信)은, 수군 3천명을 동원하여 유흥치 일당의 배를 불태우면 역도들을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류를 비롯한 일부 신료들의 동조 속에 인조는 토벌대의 대장에 총융사(摠戎使) 이서(李曙)를, 수군 사령관에 정충신을 지명했다. 반대하는 신료들이 의견을 채 제시하기도 전에 원정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인조는 고무되었다. 그는 ‘유흥치는 항우보다 나쁜 자’라며 ‘토벌은 명분이 바르고 정당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묘호란을 맞아 오랑캐와 화친하고, 황성이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자괴감을 유흥치 토벌을 통해 한꺼번에 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바야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도 정벌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26일 TV 하이라이트]

    ●미녀들의 수다(KBS2 오후 11시5분) 한국에서 살려면 개인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각국 미녀들이 자신의 개인기 보따리를 풀어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아비가일과 에바는 특유의 앙드레김 말투로 크리스티나의 목소리를 흉내내 주변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도미니크는 자밀라의 성대모사를 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와신상담(EBS 오후 8시50분) 구천은 대신들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걸 더는 보지 못하고 결국 단식을 포기한다. 부차의 지시를 받고 감옥을 염탐하러 온 백비는 구천이 기둥에 묶여있는 걸 확인한다. 백비는 구천, 아어에게 신복한다는 단 한마디면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해보지만 거절당한다.   ●아름다운 시절(KBS1 오전 7시50분) 마산댁은 한번 상처를 한 면사무소 서기를 향숙의 선 자리로 순애한테 가져오고는 급한 마음에 향숙에게 달려가 이야기를 해보지만 빚 전화로 의심되는 이상한 전화에 불안하기만 한 향숙은 마산댁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답답한 마산댁은 결국 향숙을 애경의 다방으로 불러내는데….   ●창사46주년특별기획드라마 ‘이산’(MBC 오후 9시55분) 박영문은 화사 경합에서 5등을 한 송연에게 다시 빈궁의 병풍을 그리게 한다. 한편 산은 난전 장사치들을 만나 자유롭게 장사할 수 있도록 해 줄 테니 뜻을 모아달라고 말한다. 홍국영은 시전 상인과 중신들이 결탁한 증거를 찾으려면 노론 세력들의 비밀 장부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한다.   ●그 여자가 무서워(SBS 오후 7시20분) 백 회장이 영림을 찾자 경표는 혹시 대영건설과의 관계를 물어보려는 건지 아니면 비공개로라도 비서직에 합격을 시키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다 엘리베이터에서 영림을 본 경표는 그녀를 부르지만 영림은 단호하게 자신의 이름은 아무나 함부로 부르는 게 아니라고 말을 자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400년 북미지역에서 인간 다음으로 많았던 포유류, 늑대. 그러나 사냥꾼과 모피 상인들에 의해 늑대는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늑대의 멸종을 막고자 생태학자들이 앞장서 집중 사육을 펼쳤다. 그 덕에 이젠 개체수가 250마리까지 늘었다. 자취를 감출 뻔했던 늑대가 노력 덕분에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 [병자호란 다시 읽기] (45)모문룡의 죽음과 파장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45)모문룡의 죽음과 파장 Ⅱ

    모문룡은 쌍도로 향하면서 엄청난 수의 병력을 대동했다. 수백 척의 선박에 2만 8000명의 병력을 싣고 갔다고 한다. 말하자면 3만명 가까운 경호원을 대동한 셈이다. 원숭환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경 조정과 조선, 그리고 후금 사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그는 분위기 파악의 귀재였다. 하지만 수만명의 경호원들도 모문룡의 목숨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원숭환은 그만큼 치밀하게 모문룡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12가지 죄악 들어 모문룡 단죄 모문룡은 1629년 5월26일 쌍도에 도착했다.6월3일 모문룡은 술자리를 마련하여 원숭환을 초청했다. 술자리가 깊어가자 원숭환은 모문룡에게 ‘공이 이제 나이가 들었는데 어찌 병권을 내놓고 향리로 돌아가지 않느냐?’며 은근히 은퇴를 종용했다. 모문룡은 ‘내가 귀향하지 못하는 것은 요사(遼事)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사가 끝나면 조선을 기습하여 차지하겠다.’고 떠벌렸다. 평소 조선에 대해 품고 있던 솔직한 생각을 원숭환 앞에서 토로한 것이다. 두 사람은 6월5일에도 만났다. 원숭환은 자신의 휘하와 모문룡이 거느리고 온 병사들에게 활쏘기 시합을 시켰다. 그리고 섬의 산꼭대기에 설치해 둔 장막으로 모문룡을 불렀다. 장막 부근에는 복병을 배치하여 모문룡 부하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장막에서 원숭환은 앞으로 자신이 동강진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동강향부(東江餉部)라는 것을 만들어 영원으로부터 군량을 공급하되 그 회계 내역을 엄격히 감시하겠다는 내용을 통고했다. 이윽고 원숭환은 부하들에게 모문룡을 포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모두 12가지의 죄악을 들어 모문룡을 질책했다.‘병마(兵馬)와 전량(錢糧)을 사용하면서 전혀 감사를 받지 않은 죄’,‘제대로 적과 싸우지 않았으면서도 공을 세웠다고 황제를 속인 죄’,‘사사로이 시장을 열어 오랑캐와 내통한 죄’,‘상인들을 약탈하여 장물을 쌓아두고 스스로 도적이 된 죄’,‘부하와 여염의 부녀자들을 빼앗아 첩을 삼고 음행을 일삼은 죄’,‘위충현을 아비처럼 섬기고 환관배들과 결탁한 죄’,‘진(陣)을 연 지 8년이 지났지만 한 뼘의 땅도 수복하지 못하고 관망한 죄’ 등이 그것이었다. 결국 엄당(奄黨)의 비호 아래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밀수 왕초’가 되어 흥청망청 ‘해외 천자’처럼 군림했던 과오에 대한 단죄였던 셈이다. 모문룡은 겁에 질려 말도 못했다고 한다. 원숭환은 북경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면서 “신이 문룡을 주벌하는 것은 삼군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함입니다. 신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폐하께서 또한 문룡을 죽인 죄로 저를 주벌하실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이어 상방검을 뽑아 모문룡의 목을 베었다. 수많은 모문룡의 부하들이 장막 아래 있었지만 그들도 겁에 질려 엎드린 채 감히 위쪽을 쳐다보지 못했다. 원숭환의 일갈이 추상 같은 데다 워낙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원, 목벤 후 예를 갖춰 장사 치러줘 이튿날 원숭환은 예를 갖춰 모문룡의 장사를 치러 주었다. 그는 제문에서 “어제 그대를 죽인 것은 조정의 대법(大法)을 밝힌 것이고 오늘 그대를 제사함은 동료의 사정(私情)에서 나온 것”이라며 눈물을 뿌렸다. 자신이 모문룡을 죽인 것이 결코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원숭환은 모문룡을 처단하면서 황제로부터 재가를 받지 않았다. 모문룡 같은 ‘거물’을 황제의 허락도 없이 처단한 것은 분명 엄청난 문제였다. 실제 원숭환은 모문룡을 군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강조했지만 그 배후에는 치열했던 당쟁의 여파가 자리잡고 있었다. 모문룡의 죽음과 관련하여 당시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었다. 모문룡의 생일을 맞아 어떤 사람이 그에게 수장(壽帳)을 보냈다고 한다. 수장이란 오늘날로 치면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축하 ‘카드’에 해당한다. 수장에는 당시 명의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진계유(陳繼儒)와 역시 석학이자 화가로도 잘 알려진 동기창(董其昌)이 쓴 글이 들어 있었다. 모문룡은 수장에 대한 답례로 동기창에게는 인삼 1근을, 진계유에게는 인삼 반 근을 보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진계유는 모문룡이 자신을 경시한 데 분노하여 깊이 유감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자신의 문인 원숭환이 계요경략( 遼經略)으로 승진하자 진계유는 “터럭 하나(一毛)를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일모’란 물론 모문룡을 가리키는 것이다. 원숭환이 모문룡을 처단하는 데는 대학사(大學士) 전용석(錢龍錫)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전용석은 동림당(東林黨) 계열의 문신으로 천계 연간 예부시랑(禮部侍郞)까지 올랐지만 위충현의 눈 밖에 남으로써 벼슬에서 쫓겨났던 인물이다. 숭정제가 즉위하면서 조정으로 복귀한 전용석은 위충현 실각 이후 엄당(奄黨)을 제거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 전용석의 고향 선배였던 진계유는 전용석에게도 ‘일모를 제거하여 천하를 이롭게 하라.’고 풍유(諷諭)했다고 한다. 전용석은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한 채 북경으로 돌아왔는데, 얼마 후 문인 원숭환이 그에게 ‘모문룡 처리’ 문제를 자문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일모 제거’의 뜻을 간파한 전용석은 원숭환의 ‘거사’에 동의했다. 요컨대 원숭환이 모문룡을 제거하는 과정에는 천계 연간 명 조정에서 빚어졌던 동림당과 엄당 사이의 격렬한 상쟁과 복수의 여파가 자리잡고 있었다. 환관들의 당파인 엄당에 대한 혐오가, 그들과 밀착되어 있던 모문룡의 죽음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엄당의 잔여 세력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동림당에 대한 복수의 기회를 엿보게 된다. 뒤에서 다시 서술하겠지만, 그들의 복수는 원숭환의 비명횡사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조선, 후금정벌 파병 요구에 고심 원숭환이 모문룡을 제거한 것은 조선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가? 청북 지역을 자신의 앞마당처럼 횡행하면서 징색을 일삼았던 그가 사라진 것은 일견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원숭환은 모문룡을 처단한 직후 조선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모문룡을 처단하게 된 전말을 설명하고, 과거 모문룡과 부하들이 조선에 끼쳤던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동강진의 명군이 조선에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언급이었다. 원숭환은 후금을 공격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조선도 병력을 동원하여 같이 협공하라고 종용했다. 그것은 상황이 급변한 것을 의미했다. 원숭환은 모문룡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물이었다.‘요동 수복’을 공언하면서 뒤로 피하기만 했던 모문룡과는 달리 원숭환은 ‘오랑캐를 제거하고 요동을 수복하는 것’을 비원(悲願)처럼 가슴에 새기고 있는 장수였다. 그는 철두철미한 ‘중화(中華) 민족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조선에 협공하라고 요구한 것은 결코 범상한 문제가 아니었다. 모문룡은, 조선이 그의 욕심을 일정 부분 채워주기만 하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갔다. 자신이 후금과 군사적 대결을 벌일 의지가 없는지라 조선에 대해서도 싸우자는 시늉만 할 뿐 후금과의 결전을 강요하지 않았다. 비록 사회경제적으로는 괴로웠지만 조선은 그 와중에서 후금을 자극하지 않고 군사적 대결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원숭환은 달랐다. 실제 원숭환의 편지를 받았을 때 조선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최명길은, 원숭환이 당장 군대를 보내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 만큼 마치 시기에 맞춰 파병할 것처럼 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민 끝에 조정은 원숭환에게 답서를 보냈다.‘명의 은혜를 잊지 않았지만 몹시 피폐한 처지에 있다.’는 것,‘어쩔 수 없이 후금과 화친했지만 명이 후금을 정벌할 때는 돕겠다.’는 내용을 완곡하게 담았다. 모문룡은 죽었지만 조선은 또 다른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李, MAF펀드 무관은 거짓”

    “李, MAF펀드 무관은 거짓”

    “(김경준씨 범죄인 인도) 연기 신청은 왜 했나. 뭔가 대단한, 커다란 게 있지 않겠냐.” 23일 오후 박영선 의원이 국회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전날 국세청 국정감사장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의 자금 핵심인 MAF펀드와 이명박 후보가 대표이사이자 최대 주주로 있는 LKe뱅크와의 관계를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김경준씨가 이 후보의 인감을 도용했다고 해명하자 다시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이 후보의 대리인인 김백준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들고 왔다. 그는 “소장에 따르면 MAF펀드 출자는 이사회에서 승인됐다.”면서 “LKe뱅크 정관에 따라 이 후보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MAF와 이 후보가 관계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BK와 관련된 미국 내 재판은 모두 4가지로 2가지는 김경준씨가 승소해 마무리됐다. 현재 2가지가 진행 중이고 그 중 하나가 이 후보가 김경준씨를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 후보측이 이와 관련,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근거로 BBK 사건의 핵심에 이 후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그동안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쳐 왔다.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서도 국내·외에서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이명박씨가 BBK 이사회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자료를 인터넷으로 입수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김경준씨와 (나와)결탁설을 제기하는데 이 소장은 이 후보측이 작성해 제출한 것이고 이 소장은 장당 7달러면 누구나 한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면서 “LA 특파원 시절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 20만 달러 밀반출사건 재판 기록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 자료요청을 해 특종 보도했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계좌 추적 권한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라면서 “검찰이 자금 흐름만 따져 보면 BBK와 이 후보와의 관계는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업신청 당일 졸속 허가

    일가족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이동식 놀이공원(월드카니발)의 허가서가 구청에 신청된 당일에 허가돼 허가 처리과정이 허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곤돌라 추락 사고가 ‘기계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월드카니발 사고는 지난 13일 오후 5시25분쯤 영도구 동삼동 이동식 놀이공원에서 회전 관람차의 곤돌라가 뒤집히면서 발생, 할머니와 며느리, 손자, 손녀 등 나들이 일가족 5명이 추락해 숨졌다. 14일 행사 관할 구청인 부산 영도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월드카니발측이 영업 신청서를 제출했고 오후 허가(종합유원시설업)를 내줬으며 업체는 곧바로 영업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허가 관청인 영도구청은 “당시 안전점검 기관인 (사)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가 3,4일 전인 지난달 20일 전후해 시설물 안전 검사를 해갔으며 공교롭게도 이날 구청으로 ‘적합’ 통보를 해와 오후에 영업 허가증을 내줬다.”고 해명했다. 구청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업체와 구청 간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월드카니발측은 행사에 앞서 구청에 지역발전 장학금 명목으로 10만달러를 무상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글이 잇따랐으나 영도구청은 이동시설이라는 이유로 한차례도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월드카니발 주최측은 기계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행사 주최측 관계자로 구성된 ‘월드카니발 부산 비상대책위’는 곤돌라의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 돼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당시 공중에 매달려 있다 구조됐거나 관람차 아래에서 근무하다 코앞에서 사고현장을 목격했던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생들은 심각한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김모(18·대학 1년)양 등 4명은 음식을 먹지 못한 채 헛소리를 하는 등 정신적 공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7 star, 7000원에 연극 보여준다

    7 star, 7000원에 연극 보여준다

    극장이 뭉쳤다. 그리고 7000원으로 연극을 보여준다. 지난 7일 대학로 소극장 7개가 모여 문화공감그룹 ‘7star’를 만들며 선포한 공약이다. 사랑티켓 할인폭이 5000원으로 줄어든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혜화동1번지 동인처럼 연출가들끼리 움을 트거나 100만원 연극제처럼 극단이 모여 연극을 살리자는 연대는 있었어도 극장끼리의 결탁(?)은 이번이 처음이다.11일 ‘7star’의 박장렬(사진 오른쪽·42) 대표이사와 방지영(왼쪽·40) 상임이사를 만나 왜 뭉칠 수밖에 없었는지 물었다. “한마디로 살아 남기 위해서입니다. 순수연극을 올릴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자는 거죠. 점점 줄어드는 마니아 관객을 보호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어요.” 100만원연극제 위원장이자 극단 반의 대표인 박장렬씨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관객에게 7000원으로 연극을 보여주자는 결심이 나온 이유다.‘7star’는 7월말까지 모임에 소속된 극장에 7000원짜리 연극표, 세븐티켓 발권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온티겟 사이트를 통한 예매, 현장발매와 카드결재도 가능하다. 좌석의 20%를 내줄 생각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본딴 공연들이 잘 되면서 그 장르도 연극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본주의에 밀려 정통연극들은 탈출구가 없어지고 있는 셈이죠.”극단 나이테의 대표이기도 한 방지영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연극의 속성은 엔터테인먼트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렇다 보니 비보이 연극과 상업화된 뮤지컬 등이 돈을 벌고 있죠.” 박 이사가 안타까운 건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다. 이제 젊은 후배들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다. 7개의 별인 가변무대, 글로브극장, 단막극장, 동숭무대소극장, 우석레퍼토리극장,76스튜디오, 혜화동 1번지. 이들의 공통점은 극장주가 모두 ‘연극쟁이’라는 것, 극장이 소속 극단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 이사는 ‘7star’를 프로덕션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연기자, 연출자, 희곡 등을 공유하면서 객관성을 높여 작품을 검증하는 새로운 형태죠.” 내년 8월에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연령대별 공연 ‘레인보우 페스티벌’도 개최할 예정이다.20대만 대학로를 찾는 쏠림 현상에 반기를 든 것.“실버시대라고 하지만 노인들이 대학로에 와서 할 게 없습니다.40,50대와 노인들이 연극을 즐길 수 있는지 모색해보며 즐기는 축제를 만들 생각입니다.” 일곱 곳이 다른 작품을 선보여 살아남은 연극만 해도 위험이 덜어지리라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외부에서는 실상을 모르고 단순히 대학로의 규모만 부러워합니다. 우리가 관객들에게 좋은 연극으로 다가가는 제스처가 됐으면 합니다. 제가 배울 때 연극은 예술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즐거움만 주는 연극만 살아남다 보면 연극이 예술이 아닌 순간이 올 테죠.”박 대표와 방 대표가 만들고 싶은 공연은 위안이 되는 연극이다. 이것도 일종의 담합 아니겠냐는 물음에 박장렬 대표는 파안대소를 터뜨렸다.“담합이요? 제발 담합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녹색공간] 체니와 한국 정치인의 닮은 꼴/한면희 녹색대 녹색문화학과 교수

    2002년 9월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시민들이 경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주의 접경 지역을 흐르는 클래머스 강에 대략 3만 3000마리의 연어와 송어, 그리고 다른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멸종 위기에 내몰린 코호 연어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은 상태였는데, 인간과 일부 어류 종에게 시련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이 때 인근의 대규모 기업농장주는 지하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강물을 사용하도록 수로 개방을 요구하고 있었다. 반면 그 지역의 인디언 원주민과 환경운동단체, 자연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멸종 위기에 내몰린 어류를 보호하기 위해 강 수위를 일정한 정도로 유지하여 수온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데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연방정부도 멸종위기보호법에 등재된 코호 연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써 2001년 봄부터 수량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태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정책 보고서가 나돌더니, 갑자기 수로개방 지시가 떨어졌다. 이로써 기업농은 풍작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자연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것이었다. 원주민 여성으로 강 보호에 앞장선 82세의 라라는 평생 동안 이같이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기는 처음이라고 몹시 비통해 했다. 왜냐 하면 강둑 따라 40km이상 줄지어서 치누크 연어와 코호 연어, 옥새 송어 등 숱한 물고기가 배를 허옇게 드러낸 채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주무부서인 내무부의 정책이 바뀐 것일까. 그 베일이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딕 체니 부통령과 관련된 기사를 탐사보도 형태로 실었다. 이에 따르면 체니는 막강하고 은밀하게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국방장관 럼즈펠드와 함께 백악관의 네오콘을 대표하는 체니는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후 대통령에게 영장 없이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고 제안하였고, 외국인 테러 용의자에게는 기소 없이도 무기한 감금을 허용하자는 인권침해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네바다주 유카산에 핵·방사선 폐기물 저장소 설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성사시켰고, 연장선상에서 내무부의 클래머스 강 책임자를 압박해 기업농장주에게 물을 제공토록 수로를 열게 만든 장본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권력은 늘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도를 도모한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방도는 다수 시민의 표를 얻는 것이고,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하고자 금력과 결탁하는 것이다. 제약회사 사장이던 럼즈펠드와 마찬가지로 거대 군수산업계의 임원을 역임한 체니 역시 부시를 재선시키기 위한 표와 자금을 의식하여 멸종 위기 종을 희생시키면서 농장주에게 물을 대준 것이다. 이런 구조는 한국의 정치권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자연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새만금 갯벌도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희생된 대표적 사례다.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태우 후보가 호남 표를 얻고자 이곳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뒤이어 불거진 보전과 개발의 논란 와중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모른 척 방조했으며, 전라북도 지사는 사활을 걸고 간척 사업에 달려들었다. 모두가 돈과 선거구민의 표를 의식한 행보였다. 이제 또 구시대적 개발 열풍이 대형 허리케인처럼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공약이다. 그러나 이런 개발 역시 자연의 희생과 대규모 환경재앙을 부메랑처럼 자초하는 일일 뿐이다. 이제 시민이 녹색의 정신으로 깨어서 더 이상 권력이 분별없이 자연을 볼모로 잡는 일을 그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면희 녹색대 녹색문화학과 교수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노대통령 vs 이명박 그리고 정쟁의 사법화

    최근 이명박 캠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전방위적인 검증 국면을 피해나가는 수단으로 얼마나 유효한지를 검토했다고 한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기관을 비롯해 전문가들에게도 자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후보쪽 인사들이 청와대를 각종 비리 의혹 유포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이 후보도 “음모에 청와대가 결탁한 조짐이 보인다.”며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이 후보쪽의 전략적 선택은 결국 청와대 비서실과 이 후보쪽의 고소·맞고소전(戰)으로 비화하고 있다. 청와대의 고소·고발전은 지난 2003∼2004년 야당 정치인과 언론을 상대로 10건 남짓 이어졌다. 이후 뜸했던 청와대의 고소·고발전이 대선을 앞두고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건곤일척의 선거철을 맞아 정치가 또다시 법정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의 확대 재생산으로 ‘타협을 통한 합의’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실종되고 있고, 대통령의 선거중립 논란이 선관위와 헌법재판소를 정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 후보 관련 파일이 열린우리당쪽으로 흘러오고 있다. 과거 이 후보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언론인 출신 일부 의원은 나름대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나 정부 산하기관의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작성의 당위성을 강조한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이 후보쪽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도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정치권이 스스로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를 부추기는 꼴이다. 대선 정책검증이나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호주제 등 정치·사회적 핵심 의제를 정치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법적으로 시비를 가리려는 것은 한마디로 ‘정치의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이 지난 15일 이 후보쪽 박형준·진수희 대변인을 고소하면서 “청와대 내에서는 무책임한 음모론과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다반사인 우리 정치관행에서 청와대가 형사고소까지 하는 게 각박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었다.(이 후보쪽이)청와대를 끌어들여 검증공방의 소나기를 피해 나가려는 정치적 의도에 말려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고민을 드러낸 대목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청와대가 전략적 고려를 떠나 구태정치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기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로서는 비(非)한나라당 진영과 박근혜 후보의 공격을 비켜가면서 검증 국면을 ‘선방’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법하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이번 싸움을 확대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와 이 후보의 대립전 추이는 추가적인 네거티브 소재가 얼마나 파괴력을 지닐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청와대와 상징적인 대척점에 서는 게 당장 검증의 파고를 넘기에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비노(非盧)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포지티브 효과를 가져오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는 상대를 과도하게 비방하는 구태정치에서 비롯된다.”면서 “대선 국면에서 내용있는 정책담론은 고사하고 네거티브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ckpark@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잃어버린 10년’ 논쟁의 허와 실

    [김형준 정치비평] ‘잃어버린 10년’ 논쟁의 허와 실

    노무현 대통령은 6·10항쟁 20주년 기념사를 통해 ‘민주세력 무능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지나간 기득권 세력들이 수구 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민주세력이 무능한 게 아니라 집권세력이 무능한 게 문제’라는 논리로 ‘집권세력 무능론’을 제기했다. 한국정치학회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정치의식조사에서는 ‘집권세력 무능론’이 대세라는 민심이 확인되었다.87년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4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에서 10점 만점 기준으로 김대중 대통령(DJ)이 평균 5.36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김영삼 대통령(4.10점), 노무현 대통령(3.97점), 노태우 대통령(3.82점) 순이었다. 국민설득, 외교능력, 위기관리 등 9개 평가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단 한 분야에서도 1등을 차지하지 못한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전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특히 ‘경제발전’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3.66점)은 외환위기로 온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던 김영삼 대통령(3.87점)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며 꼴찌였다. 이는 노무현 정부 4년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 해도 빠짐없이 세계 평균 GDP 성장률을 밑돌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추론된다. 민주세력을 대변한다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통치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여하튼 민심에 투영된 결과로만 보면,DJ 지도력에 대한 높은 평가로 ‘진보 세력이 집권했던 10년은 경기침체와 사회갈등 심화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틀렸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민심의 부정적인 평가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은 10년’이었다.”는 DJ의 주장도 역시 틀렸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노 대통령은 ‘민주세력 무능론’을 반박하면서 대선에 개입할 정당성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자신의 지역 기반이 없고,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있는 구조 속에서 퇴임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할 세력을 확대·강화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것이 친위세력으로 ‘참여정치평가포럼’을 만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노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행보는 DJ의 훈수정치에 대항해 친노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깔려 있다. 의도야 어쨌든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해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은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오로지 선거를 통해서만 창출된다. 그런데,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면 창출된 권력은 정통성(legitimacy)을 잃게 된다. 따라서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리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해도 결국 민주주의 파괴세력으로 낙인찍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더구나 ‘반칙 없는 사회 건설’은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이다. 그런데 임기 말 대통령이 느닷없이 “선거법의 중립 조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선거에서 반칙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 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세력 무능론’을 반박하고 소모적인 ‘선거법 위헌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정 철학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반칙 없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만 ‘집권세력 무능론’을 잠재우고 퇴임 후에 국가 원로로서 당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수구 집권 막자고 지역주의 되살리나”

    “수구 집권 막자고 지역주의 되살리나”

    노무현 대통령이 10일에도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 통합파 세력도 싸잡아 비판하고,‘선거법 위헌’ 발언도 이어갔다. 이에 한나라당은 “좌파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도 높게 맞받아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물론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가세했다. 노 대통령은 곳곳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비한나라당 세력 일부의 지역주의 회귀 움직임과 관련,“수구세력에게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될 것이며, 기회주의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새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단임제와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 당정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며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거듭 불만을 피력했다. ●“개발독재의 후광 빌려 집권 도모”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을 염두에 둔 듯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으며 심지어 민주정부를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 독재와 부패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날 독재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해 왔던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그들 중에 누구도 국민 앞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언론을 강력 성토했다. ●한나라 “與 선대본부장 노릇”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온갖 교언영색으로 여권선대본부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실패한 정권은 그 책임을 지고 다른 정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자명한 원리”라고 일축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언론 더이상 특권주장·권력화 안돼”

    “언론 더이상 특권주장·권력화 안돼”

    노무현 대통령의 강성 발언이 10일 6월 항쟁 기념사에서도 계속됐다. 정치권과 언론, 지역주의, 선거법을 비롯한 단골 메뉴가 또 등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에게 참여정부의 정책 성과나 도덕적 우월성에 대해 말을 못하게 하고, 재갈을 물리는 순간 이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생존권적 위기 차원에서 계속 입을 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세력,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삼위일체’가 되어 대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슈를 선점해 가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겨냥,“우리는 6월 항쟁의 승리를 보고 일시적인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혜, 당장의 성공에 급급하여 대의를 저버리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며 지역주의와 기회주의 청산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6월 항쟁은 가치와 목표를 더욱 뚜렷하게 제시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잘 조직하면 더 큰 역사의 진보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참여정부의 가치를 잇는 정치세력이 대통합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민주세력 무능론은 양심 없는 사람들의 염치 없는 중상모략”이라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그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상실은 군사독재와 결탁했던 수구언론이 그들 세력을 대변하는 막강한 권력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 것”이라면서 “언론도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특권을 주장하고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선거법 위헌” 盧발언 파문] “기자실에 아예 대못질을 해서…”

    盧대통령 언론권력은 가장 강력한 권력수단을 보유한 집단이다. 독재 시대에는 독재와 결탁하고, 시장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시장 또는 시장의 지배자와 결탁했다. 과거에는 언론이 시민사회를 대변해 권력에 맞서는 무기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민중을 속이는 데 앞장서 왔다. 다음 정권에서 되살아날지 모르니 기자실에 대못질을 해버리고 넘겨주려고 한다. 반응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언론 선진화 의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부정적인 언론관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재일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노 대통령의 화법이 언론계 내부를 단합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노 대통령의 비판은 기본적으로 틀리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화법이나 추진 방법이 너무 단순해 갈등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언론은 정부의 실정이나 제반 정책을 감시하는 게 주요 임무이고 원래 갈등 관계다. 현 정권은 언론이 정권의 찬양대나 응원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이지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며 전적으로 ‘노 대통령식’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또“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광고주와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락 이문영기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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