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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김부겸 “지방의회 독점 차단 제도적 장치 만들 것”

    [단독] 김부겸 “지방의회 독점 차단 제도적 장치 만들 것”

    특정 정당 의석 3분의2 안 넘게 개헌 구체안 내년 3월까지 마련 토호와 결탁 ‘부패 온상’ 전락 방지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 의석을 독식하는 것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방의회가 토호 세력과 결탁해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 선거공약인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는 지금의 교육공무원 운영 시스템을 모델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행안부 업무보고 때 밝힌 ‘국가공동세’(각 지자체가 특정 세금을 함께 걷은 뒤 기준을 정해 나눠 쓰는 제도) 재원 마련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를 현실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재정 형편이 좋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을 더 걷어 세수가 부족한 지자체를 돕겠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토착형 비리 네트워크’가 정보와 자원을 독점하는 현상을 근절하고자 지방 의회에서 특정 정당이 3분의2 이상 의석을 독점하지 못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3월까지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개헌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소방직 공무원 국가직화가 지방분권 시대에 역행한다’고 지적하지만 소방 인력이 법정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고 장비도 지자체별로 편차가 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이를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면서 “교사들처럼 국가직 공무원으로 선발은 하되, 인사나 지휘통제 등은 각 지자체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소방직 국가직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의 경우 지자체별로 자치경찰을 출범시켜 지역밀착형 업무를 맡게 하는 동시에 기존 국가경찰 또한 수사 직렬과 비수사 직렬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해 경찰 전체가 ‘인권친화적 조직’으로 성장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지켜주려면 ‘중부담 중복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로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국가공동세를 도입해 진정한 의미의 재정분권이 이뤄지도록 국회가 머리를 맞대 달라”고 당부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eoul.co.kr
  •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에도 버티는 비결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북한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북한 경제가 이미 정부 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체질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 시드니대 저스틴 헤이스팅스 수석연구원은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수많은 북한과 중국의 사업가들을 만나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 연구원은 “북한은 놀랄 정도로 안정적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평양에는 건축 붐이 일고 있으며, 식품 가격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무기 판매, 마약 밀매, 해킹 범죄 등으로 외화를 확보한다고 말하지만, 이보다는 경제 체질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헤이스팅스는 “북한은 더는 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다”면서 “민간 부문의 비공식 경제가 주도하는 시장 중심 국가로 변신했다”고 진단했다. 만약 북한이 국가 주도의 통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면 공식적 무역 루트를 봉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전역에서 주민들은 자영업과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곳곳에 생겨난 ‘장마당’에서는 주민들이 생산한 생필품과 식량, 중국과 한국에서 수입한 공산품이 판매된다고 한다.  헤이스팅스는 “사업체는 법에 따라 국영기업으로 등록되지만, 무늬만 국영기업일 뿐”이라면서 “사업가들은 공무원들과 결탁해 기업을 맘대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가들은 하위 공무원들에게 뇌물과 수수료, 이익의 일부를 갖다 바치고, 하위 공무원들은 고위층에 상납해야 한다”면서 “먹이사슬의 정점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헤이스팅스는 이어 “사회주의 통제 경제라면 상층부가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무너지겠지만, ‘돈의 맛’을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은 창의력과 실용주의, 인내심으로 어떠한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단언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자유한국당 해산 요구” 청와대 청원글에 참여자 줄 이어

    “자유한국당 해산 요구” 청와대 청원글에 참여자 줄 이어

    현 정부가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등록된 이후 이 청원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지난 11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현재 ‘베스트 청원’ 상위 7위로 올라섰다. 이 글의 청원인은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민의를 배반하며 적폐세력과 결탁하는 등 반민주적 행위로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며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다”면서 “이들은 지난 60년 동안 국민 전체를 인질로 삼아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오르지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겨왔던 기회주의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또 “이들은 헌법전문에도 있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4·19혁명의 민의에 따라 불명예 퇴진한 이승만을 국부로 칭송했다”면서 “이명박과 박근혜를 통해 연이어 집권한 이들은 평범한 다수의 보통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해 왔으며 오르지 소수 기득권을 위해서만 존재해 왔다”고 비판했다.청원인은 2014년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중 어느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면 해산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들면서 자유한국당이 ‘반민주적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를 차례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점, 또 이명박 정부 집권 당시 국가정보원이 ‘댓글 공작’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청원인은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대한민국 법무부는 헌법 제4조 4항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에 의거하여 자유한국당 해산심판제청을 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날 밤 10시 기준 1만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 청원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훈 센 32년 철권통치 연장 행보에… 웃음꽃 핀 中

    훈 센 32년 철권통치 연장 행보에… 웃음꽃 핀 中

    캄보디아의 훈 센(65) 총리. 1985년부터 지금까지 32년째 단독·공동총리를 오가며 ‘철권’을 휘두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훈 센 총리는 집권 연장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며 “10년은 더 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독재 행보를 지켜보며 웃음 짓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그동안 훈 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얻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훈 센 총리는 지난 3일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 지도자 켐 소카를 미국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재판에 넘겨진 소카 대표는 반역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에 지난 10년치 체납 세금 630만 달러(약 71억원)를 내라고 갑자기 통보, 캄보디아데일리는 지난 4일 결국 폐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 송출을 차단하고 미 비영리단체 민주주의연구소(NDI) 활동도 금지했다. 11일 일간 크메르타임스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훈 센 총리는 전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의류업계 근로자들과 만나 캄보디아구국당이 반역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해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1야당 지도자 구속에 이어 당 해체까지 이뤄지면 내년 7월 총선은 사실상 여당의 독무대가 된다. 훈 센 총리는 지난 6일 “이전에는 언제 공직을 사임할지 매우 주저했지만 최근 야당 지도자의 반역 행위를 목격하고서 10년은 내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세계에서 최장수 총리가 되는 나를 질시하지 말 것을 외국인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훈 센 총리가 이렇게 독재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밀월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훈 센 총리는 그동안 캄보디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온 중국을 등에 업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은 훈 센 총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남중국해 등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계산을 각각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7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헹 삼린 캄보디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캄보디아가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캄보디아를 돕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시사평론가 라오몽헤이는 “중국의 캄보디아 정부 지지는 예상된 것이었다”며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우호적 관계에서 이익을 보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직후 캄보디아에 36억 위안(약 6243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캄보디아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을 지지한 것이 경제 지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훈 센 총리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국에서 막대한 원조와 차관을 지원받았고, 이런 경제적 성공을 정권의 정당성으로 이용하고 있다. 원래 친(親)베트남 노선을 꾸준히 걸어온 훈 센 총리는 1997년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를 몰아내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국제사회의 고립에 직면했다. 훈 센 총리는 캄보디아에 제재를 가하려던 서방 세계를 피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선택을 한다. 훈 센 총리는 1999년 처음 중국을 방문해 무이자 차관 2억 달러와 1830만 달러 원조 약속을 선물로 안고 왔다. 이후로 중국은 캄보디아에 막대한 지원을 이어 나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중국은 대(對)캄보디아 투자국 1위로,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나머지 나라를 합친 것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한 뒤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캄보디아가 진 빚 8700만 달러를 탕감해 줬다. 중국은 이어 지난해 7월 캄보디아의 인프라, 교육, 건강 분야의 개선을 위해 6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5월에는 훈 센 총리가 중국을 찾아가 2억 4000만 달러의 원조 약속을 받아 왔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훈 센 총리는 판 소라삭 상무장관과 함께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광시(廣西)성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엑스포에 참석한다고 크메르타임스는 전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바른말 한다고 뉴스 없애면 그게 언론입니까?

    바른말 한다고 뉴스 없애면 그게 언론입니까?

    KBS, MBC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총파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다른 두 민영 방송사에서 기자들의 삶과 언론의 실상을 다룬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4일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8부작)과 결말을 남겨두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조작’(16부작)이다. 방송 시간대도 절묘하다. ‘조작’이 끝나면 ‘아르곤’이 시작한다. 두 드라마는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암시해 극적 재미와 더불어 시청자에게 쾌감을 주고 있다.“시청률 안 나오면 폐지하는 거고,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자르는 거고, 그게 다야.”(유명호) “이런 식으로 하면 뉴스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합니까.”(김백진) “마음에 안 들면 애들 데리고 나가서 요즘 유행하는 독립언론 같은 것 하든가.”(유명호) “바른말 좀 한다고 뉴스를 없애요? 그게 무슨 언론입니까?”(김백진) 메인 뉴스의 특종(나중에 오보로 드러나는)에 반하는 내용을 심층 보도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맡고 있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에 놓인 김백진 앵커(김주혁)가 유명호 보도국장(이승준)과 대화를 나누는 ‘아르곤’의 한 장면이다.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 속에서 어떻게 진실이 드러나거나 혹은 묻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과거에도 ‘피노키오’(2014), ‘스포트라이트’(2008) 등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있긴 했지만 기자의 직업윤리나 언론의 방향성, 애환에 초점을 맞춘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반해 ‘아르곤’은 보다 직접적으로 저널리즘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탐사 프로그램 이름이자 드라마 제목인 아르곤은 산소가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지 못하게 하는 원자 아르곤(Ar)처럼 진실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 보호막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언론사 내부 이슈도 놓치지 않는다. 예컨대 HBC 방송국에 2년 계약직으로 들어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아르곤 팀으로 발령받은 이연화(천우희)는 이른바 ‘시용 기자’다. 앞서 HBC에서는 15명이 파업으로 해고됐는데 이 자리에 들어온 이연화를 두고 동료들은 ‘용병’이라 부르며 따돌리거나 외면한다. 이런 설정은 2012년 파업 이후 9명이 해고되고 61명이 정직 처분을 당한 자리에 경력 기자들을 채운 MBC의 모습과 겹친다. MBC는 여전히 내부적으로 공채 출신 기자들과 경력 기자들 간 갈등을 겪고 있다.‘조작’은 정체불명 매체 소속의 ‘기레기’ 한무영(남궁민)과 소신을 지키려고 하는 1등 신문 대한일보의 기자 이석민(유준상), 한 번 문 사건은 절대 놓치지 않는 검사 권소라(엄지원) 등이 한 팀을 이뤄 변질된 언론과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이다. ‘조작에는 뇌물 상납 리스트를 대한일보 심층취재팀에 제보한 이후 변사체로 발견된 한 기업인, 단지 목격자였을 뿐인데 살인 누명을 쓰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는 청년 등이 등장했다. 검찰과 경찰, 거대 언론이 결탁한 조직적 음모에 희생된 것으로 그려진 이들은 201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2008년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피살 사건’과 닮아 있다. ‘조작’은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진짜 범인을 놓친다거나, 반대로 기자 몇몇이 검사와 의기 투합해 진짜 범인 검거에 나서는 내용 등은 다소 과장스럽다. 그러나 출처를 확인할 길 없는 기사가 한 번 인터넷에 오르고 나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카더라’ 식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는 일부 온라인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도 언론이나 기자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지만 로맨스로 귀결되거나 디테일이 떨어진 반면 아르곤과 조작은 기자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을 잘 살려 장르물로서의 묘미가 있다”며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진실이 궁금한 대중들의 관심이 맞아떨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독]동국대 총학생회 장학금으로 해외연수 논란

    12명 미국행 총경비 8250만원 학생회장 “당선 전에 결정된 사안 前총학 측의 프레임 씌우기” 주장 동국대 총학생회장과 집행부가 학교 장학금으로 비공개 해외 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학내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6일 학교 측에 따르면 총학생회장인 김모(23)씨와 총학생회 집행부 2명을 포함한 재학생 12명은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6일까지 14박 15일 동안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탐방을 다녀왔다. 연수 경비로는 총 8250만원이 들었다. 학내 언론인 ‘동국교지’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총학생회장과 간부 일부가 학교의 추천으로 보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장학의 기회를 일반 학우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측이 임의로 총학생회에만 제공하는 것은 총학생회에 대한 엄연한 특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총학생회장인 김씨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월 해외 연수는 지난 3월 총학생회장에 당선되기 한 달 전인 2월에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생 자격으로 연수를 다녀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교 측도 “장학금을 제공한 신라문화장학재단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했던 1차 ‘글로벌리더 탐방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로 다시 연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김씨가 “(이번 장학금 해외 연수 논란은) 전임 총학생회장 측의 프레임 씌우기”라며 전임 총학생회장이 속한 ‘미래를 여는 동국 추진위원회’와 동국교지 간 ‘결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동국교지 측은 “전학대회 참가자들은 미동추와 교지, 학교와 총학생회 간 커넥션 진상 규명단을 조직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임 총학생회장이었던 안모(26)씨도 “김씨의 프레임 씌우기 발언은 이번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주장”이라며 현 총학생회를 겨냥했다. 전임 총학생회 측은 장학금 해외 연수가 학교 측의 ‘총학생회 달래기용’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앞서 ‘운동권’으로 분류된 전임 총학생회는 총장 퇴진을 주장하며 학교 측과 대립각을 세웠었다. 그러다 지난 3월 총학생회장 보궐선거에서 학생 복지 개선을 전면에 내세운 김씨가 당선되면서 총학생회는 ‘비운동권’으로 사실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양측은 서로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 보니 인수인계를 비롯한 각종 사안을 놓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열린세상] 공영방송과 그 적들/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공영방송과 그 적들/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은 중국 문화대혁명의 야만성을 이렇게 고발했다. “10년 문화혁명 중에 나는 수성(獸性)의 대발작을 충분히 보았다. 조반파가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와 늑대가 되는지 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사람과 짐승이 뒤바뀌는 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문화혁명은 혁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광란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무너지고 문화는 파괴됐다. 상상을 초월한 한 바탕의 대재앙, 그 전위가 바로 홍위병이다. 그런 광란의 역사를 모르지 않을진대 어떻게 홍위병이라는 섬뜩한 말을 예사로 할 수 있을까. 지난겨울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일부 정치 세력은 집회 참가자들을 홍위병이라고 불렀다. 이번에는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또 홍위병이라는 말이 나왔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MBC 김장겸 사장은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졌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등을 거론, “언론 노조의 직접 행동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노조를 홍위병에 빗댔다. 홍위병의 실체는 알고나 하는 말인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유를 하더라도 대상을 제대로 짚어 해야 할 것이다. 노조이고 아니고를 떠나 같은 회사 직원을 광기와 미망의 주체로 규정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이미 조직의 책임자로서 자격이 없다. 바진의 말대로 문화혁명 당시 사람들은 사람과 짐승이 뒤바뀐 채 서로 적이 되어 싸웠다.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이 뒤섞였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짐승이었던가. 세상에서는 불의가 곧잘 정의 행세를 한다. 가당치도 않게 법을 얘기하고 원칙을 얘기하고 가치를 얘기한다. 김 사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공신력과 객관성을 인정받는 영국 BBC 같은 공영방송 흉내라도 낸 후에야 비로소 할 수 있을 법한 말이다. 제작 자율성 침해에 ‘MBC판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비정상의 일상화’를 가져온 사람이 누구인가. 김 사장은 부당 노동행위와 심각한 보도 공정성 훼손 등의 이유로 이미 ‘공영방송의 적’이 됐다. MBC 정상화 투쟁을 “정치권과의 결탁” 운운하며 음모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면 그것은 공영방송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마치 언론 독립 투사라도 된 양 ‘도덕적 확신범’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창공을 나는 쾌락, 아니 본능을 잊지 못하는 매는 떨어져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벼랑 끝에서 최후의 비행을 시도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끝내 창공을 질주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물의 세계다. 인간의 세계에서 그것은 언제나 선은 아니다. 본능대로 살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만은 없는 게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책임윤리가 있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이 우주보다 한층 더 나은 이유는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각 없는 동물의 삶을 살 것인가, 생각하는 인간의 삶을 살 것인가. 김 사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실존적 결단이다. 바진이 말했듯이 아무리 수천, 수만 송이의 꽃으로 치장해도 거짓말이 진리로 변할 수는 없다. 어떤 수사를 동원해도 공영방송 MBC가 빈껍데기만 남은 사실은 가릴 수 없다. MBC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게 단지 파업 때문인가. 김 사장의 반언론·반민주 행태와는 무관한가.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을 ‘유사언론’의 지경으로까지 내몬 ‘불량 언론인’부터 정리돼야 한다. 전비(前非)를 뉘우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MBC는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는 이해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국가적 과제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영방송의 파행 원인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한 채 언론개혁을 ‘의도적’으로 오독하려 한다. 그렇기에 언론 스스로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론에 아직 자정의 능력이 남아 있다면 정치 권력에 복무하는 ‘언론 아닌 언론’, ‘언론인 아닌 언론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언론개혁은 한시도 지체될 수 없는 개혁과제 중의 개혁과제다.
  • [In&Out] 갑질, 적폐청산, 민주시민교육/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In&Out] 갑질, 적폐청산, 민주시민교육/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땅콩 회항, 라면 상무, 미스터피자, 호식이두마리, 종근당, 공관병.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갑질’이다. 갑질은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신조어다. 갑의 부당 행위란 무엇일까.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계약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선물이나 향응을 요구하는 것 등이다. 딱히 규정에 어긋나진 않지만 규정에 있는 것도 아닌, 계약의 여백을 이용해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슈퍼’ 갑질을 설명하지 못한다. 인격 모독과 모멸감을 동반하는 부당 행위쯤 돼야 갑질의 정수를 맛보는 거다. 갑을관계는 신분사회의 유산일 수도 있고 계급사회의 불평등일 수도 있다. 단 한번도 갑이 되지 못하고 언제나 ‘을’, 혹은 을보다도 못한 ‘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갑질은 갑질로 끝나지 않고 갑질의 도미노를 만들어 낸다. 갑질보다 더 무서운 을질이 그것이다. 갑질에 직면하면 갑질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인 을질로 도피한다. 무의식의 심연으로 파고들어 습관으로 체화되는 자발적인 복종과 자기 규율은 갑질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 육군 대장의 공관병도 갑질보다 을질이 더 무서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갑을관계가 반드시 신분이나 계급 관계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갑을관계는 매우 유동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영국의 비교법학자 헨리 메인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변화를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한마디에 담았다. 근대에는 누구나 계약 주체로서 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휴대전화를 사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순간만큼은 명실상부한 갑이 된다. 구조화된 권력관계가 아니라 이 소심한 계약관계에서 작렬하는 것이 진짜 갑질이다. 갑에게 구박받던 을이 내일 갑이 되어 어제의 갑에게 “일백 배, 일천 배” 되돌려주는 갑질의 무한궤도에 승차하기도 한다. 슈퍼 울트라 갑질은 권력의 사유화를 시도하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한 지난 정부의 적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소심한 갑질도 그만큼 무서운 적폐임에 주목해야 한다. 갑질이 성행하는 사회는 갑을 통제할 장치가 엉성해서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살아간다는 가치가 무뎌지거나 공공의 행동 규범과 판단기준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슈퍼 울트라 갑질과 싸우기 위해 소심한 갑질을 용인한다면 흰개미를 집안에 들이는 것과 같다. 거대한 명분의 속살이 텅 비어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갑질을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정도로 단순화시키면 고전적인 신분관계나 계급관계의 구조적 모순에 눈을 빼앗겨 한 사회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공성의 규범을 놓치기 십상이다. 집단이기주의가 횡행하고 불신이 만연해진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사회적 거래비용은 불어난다. 땅에 떨어진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갑질을 뿌리 뽑는 근원 대책이다. 다행스러운 건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에 민주시민교육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더디더라도 민주시민교육은 성찰과 토론을 통해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특정 정파의 교리가 아니라 생활 현장에서 부닥치는 일상의 딜레마를 ‘우리’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며 생활 속에서 공공의 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겐 학교가, 주민들에겐 주민자치센터와 각종 시민단체가, 국가에는 정당과 언론이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상대방과 대화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기술이다. 공화(共和)의 이념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되살아나고 더 풍성해진다. 민주시민교육이 갑질의 악순환을 끊는다.
  • 김장겸 MBC 사장 “불법적·폭압적 방식에 밀려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

    김장겸 MBC 사장 “불법적·폭압적 방식에 밀려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

    김장겸 MBC 사장이 23일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김 사장은 이날 열린 MBC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치권력과 언론노조가 손잡고 물리력을 동원해 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MBC를 또 ‘노영방송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언론노조가 회사를 전면파업으로 몰고 가려는 이유는 한가지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정치권력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선임된 경영진을 억지로 몰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최근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 광우병 보도와 한미 FTA,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대업 병풍 보도 등의 사례로 볼 때 시청자나 역사의 판단은 다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두 12번의 파업을 할 때마다 MBC의 브랜드 가치는 뚝뚝 떨어졌다.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총파업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파업 투표에 앞서 이날 기준 소속 기자·PD·아나운서 등 350여명이 제작중단 또는 총파업을 결의해 사실상 총파업이 확정적이다. < 김장겸 MBC 사장 발언 전문 >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내일부터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 MBC본부는 또다시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고 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9월 4일부터는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미 시사제작국과 보도국, 콘텐츠제작국 등의 구성원 200여 명은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프로그램은 결방되고 있고, 제작 차질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전면파업으로 확대될 경우 더 많은 프로그램의 제작 차질은 물론, 광고 등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 지상파 방송사를 둘러싼 방송환경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광고시장의 전체 규모는 정체되어있는데, 네이버 1개 회사의 광고매출이 지상파 3사와 신문매체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고, 케이블 방송들도 앞 다퉈 히트작을 내 놓으며 지상파의 경쟁매체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7월까지 우리 회사 광고매출은 작년에 비해 16%가 줄었고, 경쟁사인 SBS에게도 1백억 원 이상 뒤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역량의 100%가 아니라 200%를 쏟아 부어도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데도 언론노조 MBC본부는 억지스러운 주장과 의혹을 앞세워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본 적도 없는 문건으로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연결해 경영진을 흔들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제가 그런 문건이 왜 필요했겠습니까?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블랙리스트는 자신들의 성향과 다르다고 배포한 부역자 명단일 것입니다. 언론노조가 회사를 전면파업으로 몰고 가려는 이유는 한 가지로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유례없이 언론사에 특별근로감독관을 파견하고, 각종 고소·고발을 해봐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으니, 이제는 정치권력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선임된 경영진을 억지로 몰아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졌다”는 발언에 이어, 여당 인사가 “언론노조가 방송사 사장의 사퇴를 당연히 주장할 수 있다”며 언론노조의 직접 행동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홍위병’을 연상케 하듯 언론노조가 총파업으로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방송통신위원장은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해임할 수 있고 사장도 교체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정치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과거 광우병 보도와 한미 FTA,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대업 병풍 보도 등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시청자나 역사의 판단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란 겁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정치권력과 언론 노조가 손을 맞잡고 물리력을 동원해 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MBC를 김대업 병풍 보도나 광우병 방송, 또 노영방송사로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해야 MBC가 정치권력과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2012년 170일 파업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파업의 이유로 삼은 것은 한미FTA 반대집회 보도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불공정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한미FTA는 대표적으로 잘된, 성공한 외교적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문화방송은 지금 파업을 외치고 있는 일부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만의 회사가 아닙니다. 정규직을 비롯하여 계약직, 협력직 직원에 작가와 스텝까지 모두 합하면,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터전삼아 삶을 가꾸고 있는 소중한 일터입니다. 언론노조 소속 일부 정규직 사원들이 주도해서 회사를 나락으로 몰고 간다면 이곳에 생계를 맡기고 있는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화방송은 지금까지 모두 12번의 파업을 했습니다. 파업을 할 때마다 MBC의 브랜드 가치는 계단식으로 뚝뚝 떨어졌으며 그 때마다 경쟁사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줬습니다.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금 업무가 과중하고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면 파업으로 전환되면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파업 기간도 지난 170일간의 파업 때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입니다. 정치권력의 압제도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상황을 당당하게 극복하고 자신감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이곳 문화방송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과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방송을 위해, MBC의 공멸이 아니라 MBC의 미래를 위해, 회사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도록 맡은 바 자리에서 함께 최선을 다 해 봅시다. 제가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내용이 아닌 거라면 제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고,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중 잣대의 편향성 압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보도를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특정 단체나 정치집단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 자율성과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의도 사옥개발을 비롯해 MBC의 백년대계를 위한 먹거리도 잘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경영진을 믿고 굳건하게 함께 갑시다. 갖은 어려움에도 MBC의 미래를 위해 애쓰고 계신 간부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사법개혁 기대 큰 김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장고 끝에 새 대법원장 후보자에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우선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법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우리법 연구회’ 회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2015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만 봐도 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김 후보자는 또한 양승태(연수원 2기) 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무려 13기수 후배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기수가 거꾸로 올라간 적도 더러 있었다. 지방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직행한 것도 유례가 없다. 임명 동의를 거쳐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사법부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은 자명하다. 민주주의 3권의 한 축인 사법부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임 시기에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관 성향의 다양화가 이뤄졌지만 그 이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년에 대법관 6명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대법관 지명권을 가진 대법원장의 권한에 따라 구성의 다양화가 이뤄질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구성은 기계적이라고 할 만큼 고르다. 현재는 9명 중 보수가 5명, 진보가 4명이다. 진보 성향의 연방대법관이 있어야 소수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법부는 서민과 소수자의 권리보다는 기득권의 권익 보호에 치중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 만큼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강하다. 국민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고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과 헌법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또한 사법부 내부에서도 대법원의 수직적인 사법행정권 행사에 대한 반발이 잇따랐다. 최근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젊은 법관들이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김 후보자도 당시 대법원을 비판하며 개혁 요구를 주도했었다. 사법부의 임무는 법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라고도 불렸던 독재 정권 시절의 사법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동안 사법부의 재판권 행사가 정의로웠는지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김 후보자가 사법부의 수장이 되면 이런 점을 늘 인식하면서 사법부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재판의 공정성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 섞인 말이 국민의 입에서 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 강조한 전관예우 근절은 허언이 되고 말았고 피고인이나 변호인과 결탁한 판사들의 비리도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린 과거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하며 잘못한 재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재심을 수용해야 한다. 대법원 건물의 ‘정의의 여신상’은 장식용으로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기 바란다.
  • 로마를 뒤흔든 7일간의 범죄전쟁!…‘수부라 게이트’ 1차 예고편

    로마를 뒤흔든 7일간의 범죄전쟁!…‘수부라 게이트’ 1차 예고편

    이탈리아 사상 초유의 범죄 액션 누아르 ‘수부라 게이트’ 1차 예고편이 최초 공개됐다. ‘수부라 게이트’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재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정치, 종교, 마피아가 뒤얽힌 7일간의 범죄 전쟁을 다뤘다. 공개된 1차 예고편은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황제의 궁전 뒤에 숨겨진 비밀의 장소”라는 카피를 시작으로 실제 존재했던 권력과 범죄가 결탁한 곳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어둠으로 휩싸인 도시와 함께 “이곳을 수부라라고 불렀다”는 카피는 이야기 속 배경과 사건을 궁금케 한다. 각기 다른 비밀을 감춘 듯한 인물들의 모습은 예측불허 스토리를 예고한다. ‘수부라 게이트’는 개봉 당시 이탈리아 아카데미와 비평가 협회로부터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서는 “수부라” 오리지널 시리즈 10부작 제작을 확정지었다. TV 드라마 ‘고모라’ 시리즈로 유명한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이 연출한 ‘수부라 게이트’는 오는 9월 21일 개봉 예정이다. 134분. 청소년 관람불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노종면 해직기자, 사장 공모 서류심사 탈락 “YTN 복직하겠다”

    노종면 해직기자, 사장 공모 서류심사 탈락 “YTN 복직하겠다”

    노종면 해직기자가 YTN사장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뒤 회사에 복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노종면 기자는 26일 페이스북에 ‘X’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노 기자는 서류심사 탈락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YTN 대주주들은 공기업이다. 그들 회사의 경영진이 아무리 박근혜 정권 사람들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절박한 결행이 가능한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이 의문의 끝에서 X, 당신을 본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내가 (사장 후보에) 서자 당신은 어찌 했습니까. ‘노종면은 피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통제 불능의 소영웅주의자다’ 따위의 흑색선전으로 나에 대한 YTN 안팎의 지지여론에 균열을 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고 되짚었다. 그는 “입후보를 공식화 한 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흑색선전과 싸우는 일이었다”며 “결국 당신은 권력을 참칭하거나 YTN에서 누리는 알량한 지위를 지렛대 삼아 대주주와 결탁했고 나를 배제하는 작전에 성공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사장 공모 인정할 수 없다. 동지들을 규합해 투쟁에 나서겠다”며 “조작된 심사를 통해 사장 선임이 시도된다면 주저 없이 2008년으로 돌아가겠다. 당장 복직부터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YTN사추위는 YTN 대주주인 한전KDN, 한국마사회, KGC인삼공사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 3명, 노사 협의에 의해 방송학회가 추천한 인사 1명, 언론노조 YTN지부가 추천한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 YTN지부와 방송학회 추천 인사를 제외하고, 대주주 측이 추천한 사추위원 3명이 동일하게 노 기자에게 최저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대주주가 추천한 사추위원들이 동일하게 최저점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외부 입김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미륵 자처한 태봉의 왕, 죽주땅 석불로 세워진 궁예의 천년 흔적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미륵 자처한 태봉의 왕, 죽주땅 석불로 세워진 궁예의 천년 흔적

    ‘신라 말기에 정치가 거칠어지고 백성들이 흩어져 왕도 지역의 바깥 고을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지지하는 것이 반반이었다. 원근에서 도적의 무리들이 벌떼처럼 일어나고 개미처럼 모여드는 것을 보고 선종(善宗)은 어지러운 때를 타서 백성을 모으면 가히 뜻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진성왕 5년(891) 죽주적괴(竹州賊魁) 기훤에게 투탁하였다.’●‘죽주적괴’ 기훤 휘하에 1년 남짓 머물러 ‘삼국사기’ 궁예열전의 한 대목이다. 선종은 세달사의 승려였다는 궁예의 법명이고 죽주적괴는 죽주의 도적두목이라는 뜻이다. 기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신라의 왕족 출신인 궁예가 그 휘하로 들어갔다는 것은 당시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죽주는 오늘날의 경기도 안성 동부 지역으로 죽산, 일죽, 삼죽 같은 땅이름이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궁예는 ‘기훤이 업신여기고 예로 대하지 않으므로, 근심하며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가 몰래 기훤 휘하의 원회와 신훤 등과 결탁하여 벗을 삼았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이후 궁예가 죽주에서 포섭한 세력을 이끌고 오늘날의 강원도 원주인 북원(北原)의 초적(草賊) 양길에게 다시 의탁한 것은 한국사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 같다. 이것이 진성왕 6년(892)이라니 궁예가 죽주에 머문 기간은 한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궁예는 독자적인 세력을 키워 898년 오늘날의 개성인 송악에서 자립의 기초를 닦는 한편 휘하에 들어온 왕건으로 하여금 양길을 물리치게 한 다음 901년 고려를 세우고 904년 마진, 911년 태봉으로 국호를 바꾼다. 수도를 강원도 철원으로 옮긴 것은 905년이다. 이후 태봉은 북쪽으로는 평양 부근, 남쪽으로는 공주와 상주를 아우르는 영토를 갖게 된다. 궁예는 918년 왕건 세력에게 축출되었으니 그의 시대 불과 20년 남짓이다. ‘태봉시대 미술’이 존재하기는 쉽지 않은 기간이다. 그럼에도 비무장지대 내부인 철원 풍천원의 태봉 도성에는 궁예세력이 조성한 석물(石物)이 남아 있다. 지금은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대형 석등은 일제강점기 국보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6·25전쟁 이후에는 행방을 모르고 있다. 학계는 정권의 존속 기간은 짧았어도 궁예가 승려 출신으로 스스로를 미륵불이라고 칭했던 만큼 불상을 비롯한 불교 조각의 조성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안성의 옛 죽주 지역에는 ‘궁예미륵’이라고 불리는 불상이, 그것도 복수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 조각들이 궁예와 실질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어 흥미롭다. 안성시 삼죽면 기솔리의 국사봉 아래에는 기솔리 석불입상과 국사암 석조여래입상이 1㎞ 남짓 거리를 두고 자리잡고 있다. 지역에서는 두 불상을 모두 궁예미륵이라 부른다. 기솔리는 삼국시대 이후 죽주의 읍치(邑治)였던 죽산에서 7~8㎞ 떨어져 있다. 죽산에는 통일신라 이후 조선시대까지 천혜의 요새로 알려진 죽주산성이 있다. 그런데 기솔리 계곡은 북쪽 해발 438m의 국사봉을 정점으로 역(逆)U자의 지형을 보인다. 남쪽만이 좁은 통로로 열려 있을 뿐이니 방어에 유리하다.●비무장지대엔 태봉 시대 석물 남아 있어 기훤 휘하 시절 궁예도 기솔리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학계는 추측한다. 기솔리 석불입상 주변에는 지금 쌍미륵사라는 절이 터를 닦았다. 국사암은 여기서 산길을 한참 더 올라야 한다. 국사봉이라는 이름을 보면 일대는 안성 지역 민간신앙의 성지(聖地)로 봐야 할 것이다. 도적떼에 불과한 기훤의 세력을 사실상 무너뜨리고 후고구려를 창업한 궁예는 죽주의 산신(山神)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을 것이다. 쌍미륵사라는 절 이름에서 보듯 기솔리 석불입상은 높이 5.8m 안팎의 부처 두 분이 10m 남짓 사이에 나란히 세워져 있다. 정면에서 볼 때 오른쪽 석불은 남미륵, 왼쪽 석불은 여미륵이라고 한다. 한 장(丈) 여섯 척(尺) 크기의 이른바 장육상이라면 경제력은 물론 상당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 없으면 조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역민이 십시일반 추렴해 세웠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기솔리 석불입상의 조성 연대를 충남 논산 개태사 삼존불상보다 다소 앞서는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도 있다. 개태사와 삼존불이라면 고려 태조 왕건이 황산벌에서 벌인 후백제와의 마지막 결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상징물이다. 그런데 기솔리 입상은 통일신라 금동불의 표현을 보수적일 정도로 꼼꼼하게 모방한 반면 개태사 삼존불은 새로운 외래양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솔리 석불입상의 상호, 즉 얼굴을 분석한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남미륵의 입술을 보면 입꼬리는 수평으로 길게 뻗어나왔고 아랫입술과 윗입술은 벌어져 있다. 그런데 입을 벌리고 있는 불상은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나 중국, 일본에서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 아랫입술과 윗입술 가운데는 도드라진 세로선이 새겨져 있다. 한마디로 남미륵의 입은 화살을 장전한 활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의 해석은 이렇다. 궁예(弓裔)는 글자 그대로 ‘활의 후예’라는 뜻이다. 여기서 활은 주몽을 뜻한다. 곧 주몽의 후예란 뜻이다. 궁예가 고구려의 후예를 표방한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태봉시대 궁예가 자신이 현세의 미륵불임을 보여 주려는 의도에서 조성한 것이 곧 기솔리 석불입상이라는 것이다.●석불과 궁예 연관성 불분명… 추가 연구 필요 국사암 석조여래입상의 높이는 본존이 310㎝, 좌협시가 245㎝, 우협시가 230㎝ 남짓하다. 궁예는 약병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좌협시를 문관, 칼을 들고 있는 우협시를 무관, 본존은 자신을 상징하도록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인상으로 조각 솜씨도 소박하다. 국사암 삼존상 역시 궁예미륵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조성 시기는 일반적으로는 고려 후기, 늦으면 조선시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 만큼 궁예 시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해도 좋다. 그럼에도 쌍미륵보다 오히려 더 높게 표현된 머리의 책(幘)모양 보개(寶蓋)는 ‘삼국사기’ 기록처럼 ‘금책(金幘)을 쓰고 방포(方袍)를 입었다’는 궁예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책과 방포는 고구려의 왕실 인사나 귀족이 썼던 모자와 겉옷이다. 안성에서 궁예를 만나는 것은 조금 뜻밖이다. 물론 기솔리 석불입상이 궁예가 직접 발원해 만든 것인지는 조금 더 진전된 연구가 필요하다. 국사암 삼존상과 궁예의 관계도 조금 더 밝혀져야 한다. 그럼에도 옛 죽주땅 안성 기솔리에 남은 궁예의 흔적은 너무나도 뚜렷하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최저임금 1만원의 조건, 싼 임대료!/문소영 금융부장

    [데스크 시각] 최저임금 1만원의 조건, 싼 임대료!/문소영 금융부장

    2015년에 개봉한 영화 ‘킹스맨’은 콜린 퍼스 같은 톱스타들이 주연배우로 나왔지만, 영상 처리가 왠지 모르게 B급 영화스러웠다. ‘마크 밀러의 만화에 기초한 B급 스파이물’이라며 대놓고 ‘B급 영화’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Manner makes the man)라는 대사처럼 이 영화에서 콜린 퍼스는 방탄 기능을 갖춘 최고급 맞춤 양복과 우산으로 무장한 멋진 영국 신사이자 베테랑 스파이였다. 줄거리는 다소 엉뚱하다. 악당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려고 ‘불필요한’ 인간들을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일종의 ‘노아의 방주’ 같은 피난처를 만들어 일부 인간을 구제하는데, 그 대상은 갑부나 정치인, 고위관료 같은 권력자들이다. 사실 이들이 지구온난화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인데 구제 대상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정의는 늘 손가락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인가. 악당과 결탁한 정치·경제 권력자와 기득권층의 안전한 삶이 영화 속에서 구체화하는 순간 해변에서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던 평범한 시민들은 서로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아귀다툼을 벌인다. 권력과 자본이 악당과 손잡고 시민을 속일 때 시민은 연대해 공동체를 구해야 하지만 악당이 유도한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최근 2018년 최저임금, 즉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공약 현실화의 첫걸음을 떼었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1만원’이 새 정부의 급진적인 정책으로 포장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5월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까지 ‘임기 내 시급 1만원’을 내세웠다. 즉 누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10%대 상승률의 최저임금은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결정된 직후 일부 언론에서 프랜차이즈 점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소상공인들이 ‘청년 알바’를 줄이고 가족노동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일자리 절벽의 공포’를 확산한다. 또한 부족한 3D 업종 일손을 채우는 외국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돼 이들의 본국 송금액이 늘어나고, 9급 공무원 월급이 시급 알바생보다 더 적을 것이라는 걱정도 늘어놓는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이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완전한 고용 형태로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하는 탓이다. 주말이나 명절 연휴 때 대형마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최저임금 논쟁이 건설적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점주나 자영업자들이 매달 수백만원 이상 지불하는 과다한 임대료를 줄이거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피할 방안이 동시에 모색돼야 한다. 또한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본사 영업부에 매출의 거의 60%를 재료비 등의 명목으로 건네거나, 수수료로 지불하는 현실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시민들이 대형마트에서 3000원에 살 수 있는 생닭을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본사에서 5000원에 산다면 그거야말로 ‘비정상’이다. 이처럼 수백만원의 월세에 과다계상된 것으로 보이는 물품대를 부담하고 남은 쥐꼬리만 한 돈에서 최저임금을 줘야 하니 시간당 1060원 올리는 인건비가 점주들 부담이 된다. 현실 세계의 ‘슈퍼 갑’인 건물주나 프랜차이즈 본부의 관행에 대한 정상화 논의가 선행돼야 ‘을·병·정’의 영세 자영업자와 알바 청년의 연대와 우정도 돈독해질 것 같다. symun@seoul.co.kr
  • 제주 소방공무원 장비 산 것처럼 속여 예산 빼돌린 100여명 무더기 적발

    소방 장비를 산 것처럼 속여 예산을 빼돌린 제주지역 소방공무원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제주지검은 강모(49)씨 등 8명을 사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김모(43)씨 등 5명은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등 소방공무원 13명을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들 소방공무원들과 공모해 장비를 납품한 것처럼 속여 7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소방장비 납품업자 김모(53)씨를 구속 기소했다. 허위 구매 서류 작성 등에 관여하거나 비리를 묵인한 소방공무원 88명은 제주도감사위원회에 비위를 통보, 자체 징계토록 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소방장비 납품업자 김모(53)씨와 짜고 장비를 산 것처럼 가짜 문서를 만들어 40회에 걸쳐 9600만원의 예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빼돌린 예산은 회식비나 행사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월 소방공무원과 납품업자 간의 뇌물수수 등을 조사하다 납품업자와 결탁해 예산을 빼돌리는 소방공무원의 관행적인 비리를 포착, 수사를 벌여왔다. 김한수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개인 장비를 사비로 사는 등 열악한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이 오래전부터 문제 돼왔으나 그 이면에는 예산 장비 담당 소방공무원들의 구조적 비리가 있었다”며 “결재권자도 비리를 묵인하거나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명 남짓의 소방공무원들이 지역에서 근무 관서를 이동하며 지속적으로 계약담당 업무를 전담하고 있어 계약담당 부서 근무 기간 제한, 순환 근무 등 납품업자와의 유착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메일 공개한 트럼프 장남… 러 스캔들 ‘스모킹건’

    이메일 공개한 트럼프 장남… 러 스캔들 ‘스모킹건’

    장남 “러와 만남 시간 낭비였다” 美언론 “러 정부와 결탁한 증거” 트럼프는 “투명성에 갈채” 옹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미 대선 기간 러시아 관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자신의 트위터에 전격 공개하면서 워싱턴 정가가 또다시 ‘러시아 스캔들’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주니어의 이메일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을 밝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변호사와의 회동을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담당자인 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 대화를 공개했다. 공개 이유를 ‘완벽하게 투명하려고’라고 밝히면서, 꼬리를 무는 의혹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이메일에서 골드스톤은 “에민이 전화를 걸어와 매우 흥미로운 것을 가지고 당신과 접촉해 보라고 했다”면서 “트럼프 캠프에 힐러리 클린턴과 러시아의 거래를 유죄로 만들 공식 문서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의 아버지에게 유용한 것”이라고 적었다. 또 “이것은 분명히 매우 민감한 고급 정보이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 변호사가 이런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만나볼 것을 권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메일로 골드스톤에게 “그 말이 맞는다면 후일 여름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면서 “다음주에 내가 돌아와서 전화로 먼저 얘기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또 러시아 변호사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날 정확한 약속 시간을 잡으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6월 9일 골드스톤이 정보를 제공할 사람으로 지목한 러시아 여성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를 만났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메일을 공개하며 낸 성명에서 “그들이 클린턴에 대해 가진 정보가 ‘정치적 스캔들에 대한 정보’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 여자(베셀니츠카야)는 제공할 정보가 없었으며 그날 회동은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과 미 언론은 트럼프 주니어가 자신이 원하던 정보를 얻었는지와 관계없이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클린턴에게 해를 입히겠다는 목적으로 러시아 측 인사를 만났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직접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고 비난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지휘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스모킹건’을 건넸다”면서 “그의 이메일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결탁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법적인 ‘게임 체인저’(국면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남의 이메일 공개에 성명을 내고 “투명성에 갈채를 보낸다”면서 “내 아들은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남을 아버지에게 알렸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 만남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말할 게 없었다”면서 “그야말로 낭비한 부끄러운 20분이었다”고 답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내가 트럼프 장남에 이메일 공개하라 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내가 트럼프 장남에 이메일 공개하라 했다”

    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에게 “러시아 의혹 관련 이메일을 공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어산지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트럼프 주니어와 접촉해 이메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돼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고 미 일간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어산지는 트럼프 주니어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이메일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자신과 접촉하고 2시간 지나 실제로 이메일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한 트위터 팔로워의 질문에 대한 “내가 트럼프 주니어에게 ‘당신의 적들이 몇 주, 또는 몇 개월 동안 그 문서에서 문장을 분리해 짜내려 했다는 점을 알려줬다”면서 “그래서 투명해지는 게 더 낫다고 조언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정부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와의 회동에 앞서 주선자의 대리인인 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 대화 내용을 전격으로 공개했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를 건네받고자 러시아 측 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반역 행위’에 해당한다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의 이메일 공개에 대해 “투명성에 갈채를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산지에 대해 기소를 추진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한 첼시 매닝 일병이 빼돌린 기밀문서 수십만 건과 미 국무부 외교 전문 등을 2013년 폭로한 바 있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에는 클린턴 캠프의 해킹당한 이메일을 공개해 파문을 불러왔고,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을’ 가맹점이 분노할 권리를 주는 게 상생

    최근 3년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기간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은 1045건이었으나 검찰 고발 사례는 2건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이 자료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 가맹본부의 횡포를 잊을 새도 없이 듣고 있는 마당이다. 검찰 고발 사례가 이 정도에 불과하다면 공정위는 화살을 비켜 갈 수 없다. 가맹본부의 갑질에 그만큼 솜방망이만 두들겼다는 얘기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가맹본부의 횡포가 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본부의 크고 작은 부당 행위에 가맹점주들이 속앓이만 하거나, 어렵사리 분쟁을 하더라도 바위에 계란 치기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고발은커녕 과징금 제재를 받은 업체도 단 한 곳에 불과했다. 가맹점은 퇴직자들에게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생업 현장이다. 창업 노하우가 부족하니 본사의 관리 시스템에 의지하는 대가로 영세한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요구를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환경을 악용한 사례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니 심각한 문제다. 올해 상반기 가맹거래 관련 분쟁은 1년 전보다 무려 52%나 늘었다. ‘을’인 영세 가맹점주들의 하소연이 이렇게 급증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더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가맹사업법의 형사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게 당장 쉽지 않다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다. 물론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누구나 고발할 수 있으니 기업들이 줄 소송에 시달릴 거라는 우려가 크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경제적 약자의 눈물을 언제까지 무시해도 되는 이유일 수는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의 조사 체계를 혁신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축소의 의지도 이미 내비쳤다. 대기업과 가맹본부의 갑질을 웬만하면 한눈 감아 준 공정위의 처벌 관행은 명백한 개혁 대상이다. 제도 보완만큼 시급한 작업은 공정위 내부에서 선행돼야 한다. 기업체, 로펌 등과 결탁하는 공정위 퇴직자들의 ‘전관예우’부터 털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솜방망이 처벌 관행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이제 알 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 [성장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미스터 갑질, 미스 빽이 통하는데… 우린 은행 빚 갚다 끝나야 합니까

    [성장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미스터 갑질, 미스 빽이 통하는데… 우린 은행 빚 갚다 끝나야 합니까

    한국은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국민은 ‘헬(Hell) 조선’이라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구성원의 행복 증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헤븐 코리아’(Heaven Korea)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모바일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어봤다. 이들의 바람이 하나둘 이뤄지고 쌓일 때 비로소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재벌이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본을 독점하고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권력과 결탁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공(功)보다 과실(過失)이 많은 거죠.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선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해체해야 합니다.”(부산 58세 남성 ‘보리수’) 설문조사 결과 재벌과 대기업 개혁을 바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90.9%가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그중 50.2%가 ‘대기업에 편중된 사회구조’를 양극화의 이유로 손꼽았다. 복수응답(최대 3개)으로 물었을 때는 73.7%까지 높아졌다.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성토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닉네임 ‘지옥을 보았다’(서울·22)는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과 하청관계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용한 대기업이 청년들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빼앗아 특허까지 취득했다”고 억울해했다. ‘옥포예비맘’(대구·30·여)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비용 절감을 강요하면서 (회사) 임금과 복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너무 교묘해 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아이를 어떻게 낳고 키울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라쿠스’(경기·48)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거의 원가로 물건을 넘겨야 한다”며 “꼭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벌과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해 반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땅’(세종·31)은 “우리나라의 실제 빈부 격차는 체감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 부재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외관상 얼핏 보이는 한국의 양극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16(2015년)에 비해 약간 낮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을 뜻한다. 그러나 이는 가계동향 조사 때 집계된 가처분소득을 기반으로 산출한 것이라 통계 착시라는 지적이다. 고소득층의 금융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오는 12월 국세청 소득자료를 반영한 신(新)지니계수를 발표한다. 신지니계수는 0.4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양극화의 원인을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에서 찾는 답변(23.2%)도 많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빠백곰’(세종·33)은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가 됐으면 한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법을 교묘히 이용해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행복하자’(제주·27·여)는 “회사 내에서도 부패와 낡은 관습이 정말 많아 놀랐다. 부당한 채용이 스스럼없이 진행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빽’이 있는 사람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숨지었다. 4명 중 3명은 ‘포용적 성장’에 ‘헤븐 코리아’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로는 ‘고용’(43.7%)을 지목했다. 취업난은 물론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 차별 등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말린당근’(인천·37)은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만 서로 다른 회사 소속, 큰 임금 격차…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전했다. ‘은또’(경북·28)는 “비정규직 철폐로 안정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ijin’(강원·36·여)은 “지역 소재 회사는 월급이 적고 근무시간은 길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누가 지역에 살려고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휘아민’(전남·25·여)은 “다들 공무원 시험만 준비한다. 고용에 불안을 가지고 있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은 것이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정된 소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저녁에 가족과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포용적 성장의 출발이며 행복한 대한민국의 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용적 성장의 전제조건을 묻는 서울신문의 질문<7월 3일자 16면>에 이렇게 말했다. 많은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OECD가 조사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으로 멕시코(2248시간), 코스타리카(2157시간)에 이어 3위다. OECD 34개국 평균 1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 많다. 주말·공휴일·휴가를 제외한 연간 근무일이 230일 정도인 걸 감안하면 하루 평균 1시간 30분가량 더 일한다. ‘남편바라기’(대전·32·여)는 “오후 11시에 퇴근한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이다. 신혼부부인데 아기 얼굴 보는 건 고사하고 남편과도 함께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민트쟁이’(25·서울·여)는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Myheaven80’(37·전북·여)은 “근로시간이 너무 길고 탄력적인 조정도 불가능하다. (사회적) 능력이 있는데도 아이가 클 때까지는 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좀더 따뜻하게 보듬기를 희망했다. 장애인 딸을 키우는 ‘새봄’(인천·52·여)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인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꿈을 꾸며 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좀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채민대디’(경북·34)는 “합격과 불합격, 성적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는 이제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 아이를 순위별로 줄 세워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어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고 했다. 교육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로는 ‘공교육 정상화’(32.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 완화’(25.7%), ‘대학 서열화 폐지’(18.8%), ‘입시제도 개선’(18.3%) 등이 뒤를 이었다. ‘하루종일’(충남·50·여)은 “아이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 젊은 사람들은 겁부터 먹는다. 선진국처럼 양육과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 나도 내 자녀들에게 아이 많이 낳기를 권하겠다”고 했다. ‘바보보배’(서울·31·여)는 “평생 내 집 한 채 갖지 못하고 은행 빚 갚다 죽는 사회다. 주거 문제가 해결될 때 결혼, 육아 나아가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강물처럼’(대구·50·남)은 “출생지나 부모의 능력이 신분이 되지 않고, 내가 낸 세금이 올바르게 돌아오는 나라”를 희망했다. 소수지만 포용적 성장이 ‘포퓰리즘’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5.8%가 포용적 성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 포용적 성장을 추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48.3%)고 생각하거나 ‘노력한 자에게 결실을 주는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43.1%)고 우려했다. ‘와니’(서울·45·여)는 “복지 포퓰리즘은 필요한 게 아니다. 각각의 경제 수준에 맞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피’(경남·여·54)는 “이분법적으로 고소득자를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는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살기 좋은 한국이 되기 위해선 ‘세대 간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청년들이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힘든 세대라는 걸 윗세대는 인정합시다. 반대로 청년세대도 윗세대가 경제 부흥을 일군 걸 존중하고 ‘꼰대’가 아닌 대화의 상대로 대합시다. 서로 이해를 통해 갈등이 해소된다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세종 36세 남성 ‘지민아빠’)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술보다 총 사기 쉬운 미국…年 3만명 ‘내전’으로 숨진다

    술보다 총 사기 쉬운 미국…年 3만명 ‘내전’으로 숨진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야구연습장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의원 등 4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미국 내 ‘총기 규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미 언론 등은 총기 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총’은 자신을 지키는 도구이자 ‘힘’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총기협회(NRA)의 전방위 로비가 더해지면서 번번이 총기 규제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만이 가진 독특한 ‘총기 문화’ 속으로 들어가 봤다.●총기사망자, 남북전쟁 사망자보다 많아 미국에서 한 해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비영리단체 ‘총기아카이브’ 등에 따르면 한 해 평균 3만명 이상이 미국 내에서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여기는 총기 자살과 난사 사건 등이 모두 포함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총으로 사망한 사람은 31만 6545명에 이른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혈전쟁인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의 총기 사망자 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총기전문가인 마이크 웨이서 박사는 “남북전쟁 50개월간 실제 전투로 인한 사망자는 14만명으로 추산한다”면서 “2010~2013년 48개월 동안 총기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12만 8933명으로, 남북전쟁 기간과 같이 50개월로 환산하면 14만명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매년 자국민끼리 ‘내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또 스위스 국제무기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에 따르면 2007~2012년 미국인 100만명당 31명이 총기로 사망했다. 이는 100만명당 31.2명이 사망한 교통사고와 비슷한 수치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차 조심’이 아니라 ‘총 조심’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일본에서는 100만명당 0.1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는데, 이는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0.4명으로 물건 사이에 끼여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스몰 암스는 설명했다. 독일은 2명, 영국은 1명 등으로 경제협력기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이 유독 총기 사망 사고가 잦은 것은 독특한 총기 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9살 꼬마 “우리집에 두자루 있어요” 으쓱 “아저씨, 우리 집에는 총이 2개나 있어요. 엄마, 아빠 침대 옆 서랍에 있고요. 거실 소파 옆에도 있어요”라며 동네 9살 꼬마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꼬마는 내년에는 아버지가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며 어깨도 으쓱였다. 미국에서 ‘총’은 우리의 부엌칼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가정에 꼭 필요하지만 사용할 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건 정도의 느낌이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2013년 기준)는 모두 3억 5700만정에 이른다. 이는 미국 인구(2016년 기준, 3억 2300여명)보다 훌쩍 넘어선다. 특히 총기 보유 수는 1996년 2억 4200만정에서 2000년 2억 5900만정, 2013년 3억 1000정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총기 전문가들은 미국 내 가정의 절반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총기 문화는 미국의 태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신대륙 정착 초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총은 야생동물이나 인디언의 습격, 그리고 법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무질서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였다. 더 나아가 무질서한 사회에서 범죄를 막고 법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80년대 우리도 서부영화 ‘돌아온 세인’을 보면서 총에 대한 동경을 가졌듯이, 미국인에게 총은 힘과 정의로 대변된다. ●美 시민이면 무장 가능… 법으로 보장 잦은 총기 사고에도 미국의 총기 문화를 지키는 근간은 ‘수정헌법 제2조’다. 1791년 2차 헌법 수정에서 추가된 이 조항의 내용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휴대하거나 보관하는 권리를 제한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추가된 것은 강력한 중앙정부와 그 통제하에 있는 상비군이 국민의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뿌리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 겪었던 압제였다. 이 조항은 1960년대 하버드대 법대 교수인 스튜어트 헤이즈에 의해 ‘민병대’는 ‘미국 시민’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면서 ‘미국 시민이면 누구나 자기 보호를 위해 무장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당시 헤이즈 교수는 “수정헌법 제2조는 민병 의무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를 소지하려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해석은 2008년 미국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수정헌법 제2조는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사실상 보호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이 총기 소유는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내가 소유한 총이라는 자기방어의 철학을 가지게 됐다. 이런 철학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총 사용법을 배우면서 이어지고 있다. ●18살 넘으면 총 구입 허용… 찬반 팽팽 미국에서 술을 사려면 21살까지 기다려야 한다. 21세 미만 청년들은 술을 살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닐 수도 없다. 하지만 총은 18세부터 살 수 있다. 또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총기 신고가 결혼 신고나 운전면허 취득보다 쉽다는 우스개도 있다. 혼인 신고를 위해서는 4시간의 혼전 교육을 받는 것이 권장되며, 혼인 신고가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3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다. 또 운전면허는 출생증명이나 여권, 사회보장번호 등 까다로운 서류가 필요하며, 4시간 동안 교통법 교육과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총기는 간단한 신고만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살 수가 있다. 쉬운 총기 구매가 난사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총기 소지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최근 의원 총기 테러 이후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 의원은 “거리에 총기가 너무 많다”면서 “우리는 우리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총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신을 강력한 총기 권리 옹호자로 밝혀 온 민주당 팀 라이언 의원도 “나의 주장은 총기 구매자가 정신적 이상이 있는지 또는 테러 요주의 인물인지 등에 대해 이력 체크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총기 구매자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주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기 규제 옹호단체인 ‘프로그레시브 체인지 캠페인 커미티’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만연한 총기 폭력 앞에서도 태만한 의원들에게 미국인들은 진저리가 나 있다”면서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상식적인 총기 규제 개혁에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 브룩스 공화당 의원은 “오늘 우리가 본 것은 총기 소지 권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나쁜 부작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면서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지권을 강조했다. 크리스 콜린스 공화당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은 주장을 낮춰야 한다. 그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그동안) 가끔 자동차 앞 글로브박스에 총기를 넣고 다녔지만, 오늘 이후 주머니에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것”이라고 총기 규제 목소리를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총기규제 법안 반대”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200년이 넘게 지켜 온 총기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수정헌법 2조의 개정뿐 아니라 업체와 정치권의 결탁 등 때문이다. ‘총을 든 악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선인’이라고 주장하는 NRA는 450여만명의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 등을 갖추고 미 의회에 대한 무차별 로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2016년 올란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후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상정됐으나 NRA 등의 로비로 무산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총기 규제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미국의 총기 규제 강화는 요원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기 전문가는 “미국인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건 총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앞으로 약간의 총기 규제는 필요하지만 총기 소지를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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