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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 위에 권력자… 아프간의 비극 불렀다

    법 위에 권력자… 아프간의 비극 불렀다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세라 체이스 지음/이정민 옮김/이와우/314쪽/1만 6000원 저자가 10여년간 취재한 ‘부패 보고서’ 주택 개발로 차익 챙긴 대통령 가족 등 정치인 도덕적 붕괴가 경제 붕괴 원인 내전 종식 후 아프간 상황 생생한 증언‘예절, 절제, 그리고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의 부재는 경제적으로도 대재앙을 일으킨다.” 2008년 파탄 직전까지 갔던 아일랜드 사태를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주목받은 아일랜드 칼럼니스트 핀턴 오툴의 유명한 일갈이다. 공직자와 은행 고위간부,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똘똘 뭉친 부패정치 네트워크를 파헤친 오툴은 이렇게 경고한다. “시민들은 자신을 둘러싼 명백한 범죄에 정면 대응하길 꺼린다. 그 경향은 부패와 연관될 때 더욱 심해진다.”#1.아프가니스탄 고위 공직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뒤 검찰이 관련 혐의 증거와 함께 거액의 현금 다발까지 확보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석방을 지시하고 TV에까지 등장해 무고를 주장한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보직 해임되고 체포 영장을 승인한 검찰 부총장은 스파이 누명을 쓴 채 해임된다. #2.세관, 부패한 관리와 기업가들이 결탁해 불법으로 물건들을 들여오고 값싼 수입품들을 무한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깔아 놓는다. 권력에 줄이 없는 지역 상품 생산자며 수입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도산한다…. 1996년 탈레반의 카불 점령으로 시작해 5년간 지속된 아프가니스탄 내전.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이 내전은 종전 이후의 비참한 양상 탓에 더욱 회자된다. 책은 10여년간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 살면서 건져낸 ‘부패 고발서’로 눈길을 끈다. 부패권력이 국가를 망쳐 가는 과정과 암묵적 동조가 부른 비극상이 생생하다. 아프간의 부패상은 지독하다. 내전 종식과 함께 탈레반이 떠난 칸다하르에는 폭력이 난무했다. 폭력을 피해 시민들이 모여든 공유지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통령의 형과 그 형제들이 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여 주택단지를 개발, 시민을 상대로 비싼 가격에 집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둔 것이다. 탈레반 수감자들의 말을 전하는 관리들의 증언이 충격적이다. 탈레반 가입 동기가 민족적 편견이나 이슬람교 무시, 미군 영구 주둔에 대한 우려, 민간 사상자들에 대한 원한 때문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프간 정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고 부패가 확산되다 못해 제도적으로 자리잡자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아프간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물론 당시 아프간과 탈레반의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는 슬쩍 비켜간 진단일 수 있다. 하지만 아프간 관리들과 시민, 탈레반 수감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그 부패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고스란히 입증한다. 특히 아프간과 연결해서 소개한 이집트, 튀니지, 나이지리아의 부패 사례는 우리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인문주의자로 통하는 에라스무스는 일찍이 간파했다. “그렇게 입이 쩍 벌어지는 소득 격차는 우연히 생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권력층에게 유리하도록 온갖 법을 개정하고 특혜를 몰아준 결과다.” 600년 전 에라스무스가 경고한 부패의 문제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경제평론가 알다 지그문트 도티르의 말을 결론삼아 전한다. 정부 관리들과 은행 간부들이 결탁한 부패정치 탓에 2008년 경제 붕괴를 맞은 아이슬란드를 꼬집은 말이다. “아이슬란드의 붕괴는 경제적 붕괴일 뿐 아니라 도덕적 붕괴이기도 하다. 수십년간 우리 사회의 표면 아래서 꿈틀댄 광범위한 정치부패와 방치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재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라이프’ 조승우-문소리-정문성, 살얼음판 삼자대면 ‘고개 숙인 조승우’

    ‘라이프’ 조승우-문소리-정문성, 살얼음판 삼자대면 ‘고개 숙인 조승우’

    ‘라이프’ 상국대학병원이 거대한 힘의 지배로 위기를 맞는다.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측은 12회 방송을 앞둔 28일 구승효(조승우 분)와 오세화(문소리 분) 그리고 화정그룹 회장 조남형(정문성 분)의 살얼음판 같은 삼자대면 현장을 공개해 궁금증을 높인다. 상국대학병원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거센 폭풍에 휘말렸다.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의 내부고발자 이정선이 새글21 기자와 다투던 중 쓰러져 사망한 것. 이 사건 뒤에는 국회의장과 QL 회장 홍성찬의 정경유착 등의 문제가 얽혀있었다. 헬스 앱 개발을 위해 QL의 힘이 필요했던 화정그룹까지 결탁하면서 이정선의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예진우(이동욱 분)와 주경문(유재명 분)은 죽음에 감춰진 그림자를 짐작하고 이정선 부모에게 부검을 제안하며 진실을 찾아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상국대학병원 총괄 사장인 구승효와 병원장 오세화, 화정그룹 회장 조남형의 만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긴장감을 자아낸다. 자존심과 실력 모두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구승효와 오세화는 잔뜩 얼어붙어 있다. 화정의 힘을 잘 알고 있는 구승효의 얼굴에 두려움이 비치고, 오세화도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감지하며 눈치를 살핀다. 조남형의 폭발하는 분노를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참아내는 구승효의 낮은 자세가 긴장감을 높인다. 상국대학병원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구승효와 오세화마저 압도하는 화정그룹 조남형의 힘은 또 다른 파국을 예고한다. 오늘(28일) 방송되는 12회에서 이정선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과 진실을 묻으려 하는 이들의 치밀한 수 싸움이 벌어진다. 의사의 신념과 양심이 이정선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움직이고, 상국대학병원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지배하는 거대한 힘이 이를 막아선다. 의도치 않게 힘의 논리에 휘말리게 된 구승효와 오세화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라이프’ 제작진은 “상국대학병원에서 펼쳐지는 대립 양상이 보다 세분화하고 심화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수 싸움이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할 전망이니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라이프’ 12회는 오늘(28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태국판 ‘하나회’ 민정이양 속셈은… 군부·왕권 공생 작전

    [글로벌 인사이트] 태국판 ‘하나회’ 민정이양 속셈은… 군부·왕권 공생 작전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일정상) 불가능하다면 나중에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지만 총선은 2월 24일 치러져야 한다.”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4년 이상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64) 태국 총리가 지난 21일 구체적 날짜를 명시하며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부터 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요원하다. 집권 후 4차례나 총선 시기를 늦춰 비판을 받아 온 쁘라윳 총리가 이제 더이상 총선을 늦추지 않아도 군부가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태국 차기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군부가 정권을 유지할 것임은 확실하다”면서 “군부가 태국 정치의 핵심으로 남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입헌군주제 국가를 표방하는 태국이 지난 4년간 전제군주와 군부가 공생하며 권력을 분점하는 체제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탕아’로만 알려졌던 새 국왕의 권력 의지와 그 후원을 받고 자란 태국 군부 내 파벌의 결탁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일상화된 쿠데타… 군주와의 ‘권력 나누기’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전환된 1932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9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정도로 쿠데타가 일상화된 국가다.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국왕 시절에는 쿠데타가 발생하면 국왕이 이를 사후 승인해 군부가 집권한 뒤 민정으로 전환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국왕이 쿠데타를 승인하지 않아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있었다. 2014년 5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쁘라윳이 이끄는 군부는 극심한 정치 갈등과 혼란을 잠재운 뒤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며 계엄령을 선포한 후 잉락 친나왓(51·여) 당시 총리를 축출했다. 쁘라윳 총리는 쿠데타 직후 2015년 10월쯤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2016년으로, 다시 2017년으로 연기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말에는 2018년 11월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가 올해 초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퇴폐적이고 방탕한 후계자의 이중생활 민정 이양이 늦춰지는 와중인 2016년 10월 70년간 재위하며 태국 정치의 구심점이 돼 온 푸미폰 국왕이 서거했다. 그의 장남인 마하 와치랄롱꼰(66) 왕세자가 라마 10세로 즉위했지만 왕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왕세자는 퇴폐적이며 방탕하며 기행을 일삼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2009년 공개된 동영상은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세 번째 부인인 스리라스미 왕세자비(2014년 이혼)가 속옷 하의만 입고 왕세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외설적 장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푸미폰 국왕 생전에 차기 왕위는 왕세자가 아니라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그의 여동생 마하 짜끄리 시린톤(63) 공주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쿠데타 주역들은 와치랄롱꼰 신임 국왕을 왕세자 시절부터 지지해 왔다. 쁘라윳 총리를 비롯한 쿠데타 주역들은 와치랄롱꼰 국왕을 지지한 국왕의 어머니 씨리낏(86) 태후가 후원한 군부 내 유력 사조직인 ‘동부 호랑이’ 파벌 출신들이다. 2006년부터 태국 군부를 장악해 태국판 ‘하나회’로 알려진 이 파벌은 ‘왕비의 근위대’인 태국 육군 2사단 21연대에서 장교 생활을 했던 군인들이 주축이 된 집단이다. 씨리낏 태후는 푸미폰 국왕의 왕비 시절 이 부대의 명예 연대장을 맡아 쁘라윳 총리 등 장교들을 각별히 챙겨 와치랄롱꼰 왕세자의 후원 세력으로 키웠고, 평판이 좋지 않은 왕세자가 차기 국왕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쁘라윳 총리 이외에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아누퐁 파오찐다 내무부 장관 등 주요 요직에 앉은 인사들이 동부 호랑이 파벌의 실세들이다. 쁘라윳 정권은 집권한 직후 푸미폰 국왕이 서거할 때를 대비해 젊고 효심 깊은 이미지의 왕세자를 홍보하는 데 적극 나서 후계 구도를 공고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2월 부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와치랄롱꼰은 ‘탕아’라는 이미지가 무색하게 강력한 정국 장악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1월에는 새 헌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해 국왕의 일시적 부재 시 섭정을 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원래 조항에서는 왕실 자문기구 추밀원이 국왕 부재 시 섭정을 지명하고 의회 승인 절차를 밟도록 규정했었다. 아울러 태국 국민들의 구심이자 불교 지도자인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승려들의 원로회의에서 승왕을 임명해 국왕에게 추천하도록 했는데 이를 직접 임명함으로써 불교계에 대한 국왕의 통제를 강화한 셈이다. 새 국왕의 전제왕권이 막강해진 것은 지난해 8월 군부 정권이 왕실자산관리국(CPB)을 국왕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도록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300억 달러가 넘는 왕실 재산을 관리하는 왕실자산관리국은 원래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4인 이상 위원으로 구성됐으나 국왕이 직접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태국 왕실의 자산은 산유국인 브루나이 왕실(200억 달러)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180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정부의 감사도 면제된다. ●개헌·창당까지… 쁘라윳의 정치 야망 활활 동부 호랑이 파벌이 주축이 된 군부는 왕권 강화의 대가로 정치 개입의 제도화를 이뤘다. 쁘라윳 정권은 태국의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2016년 8월 국민 투표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임명하고, 이들이 선출직 의원 500명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군부 지도자들도 상원의원에 자동적으로 포함된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 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해 군 출신인 쁘라윳 총리에게 굳이 선출직 의원을 하지 않아도 다시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군사 정권의 막강한 정치 권력과 비교해 정치적 반대 세력은 왜소하다. 쿠데타로 물러난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영국으로 도피한 상태이며, 궐석재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잉락은 재임 중이던 2011~2014년 부정부패와 재정 손실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됐던 잉락의 친오빠 탁신 전 총리도 2008년 해외로 도피했다. 쁘라윳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정당 추천 후보로 출마해 총리로 당선되기 위한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군부는 직접 새 정당인 ‘팔랑 쁘라차랏’ 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양대 정당인 프어타이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을 회유해 포섭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탁신 전 총리 계열인 프어타이당에 대한 지지율이 31%로 팔랑 쁘라차랏당(22%)보다 높지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정당은 없다. 차기 총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차기 총선 결과 팔랑 쁘라차랏당과 쁘라윳을 지지하는 일부 군소 정당 간 연립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지표 호전도 군부 자신감 뒷받침 쁘라윳 정권은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 관광업 등에 의존했던 태국 경제의 체질을 노동집약적 첨단 기술 위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가경제발전계획 ‘태국 4.0’을 제시해 민심을 다스리고 있다. 실제로 2014년 0.9%였던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4% 수준으로 격상됐고,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최근 7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3500만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제지표의 호전은 군부의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시사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지금이 태국의 안정을 되찾고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文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이 광복의 완성”… 강주룡·제주 해녀 언급

    文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이 광복의 완성”… 강주룡·제주 해녀 언급

    “남녀 차별 없이 독립운동 역사 쓸 것” 정부, 5월 여성독립운동가 202명 발굴 그중 26명에게 서훈·유공자 표창 수여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깊이 묻힌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이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02명의 여성 독립유공자를 발굴했고 이날 이 중 26명에게 서훈과 유공자 표창을 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 낼 것”이라며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 노동자였던 강주룡 선생과 제주 해녀 항일운동의 시발점이었던 5명의 해녀를 대표적인 여성독립운동가로 언급했다. 노동계의 여장부로 불리던 강주룡 선생은 14세에 서간도로 이주해 혼인했지만 독립운동가였던 남편과 사별하고 평양 평원고무공장에서 일했다. 세계경제공황으로 타격을 입은 평양고무공업조합이 1930년 노동자 측에 임금의 17%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그는 일제와 결탁한 자본가를 비판하며 투쟁했다. 특히 1931년 5월 평원고무공장의 파업을 주도하던 중 일본 경찰의 개입으로 공장에서 쫓겨나자 을밀대 지붕으로 올라가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치며 단식투쟁을 펼쳤다. 투옥된 그는 건강이상으로 보석 출감됐지만 병세가 악화돼 두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정부는 2007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또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등 5명의 해녀는 1931년 일본 관리들이 전복 등 해녀의 수확물을 헐값에 매수하고 제주도해녀조합을 어용화하려 하자 이듬해 1월 7일과 12일에 제주도 구좌면에서 항일 시위를 일으켰다. 시위가 제주 각지로 확산되면서 참여인원은 800여명으로 늘었고 3개월간 연인원 1만 7000명이 238회의 집회시위를 열었다. 결국 이들 5명은 당시 도사(島司)였던 다구치 데이키와 담판을 지었고 ‘지정판매 반대’ 등 해녀들의 8대 요구조건을 관철했다. 하지만 이후 일제의 민족운동가 검거를 저지하려다 체포돼 3개월가량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2003년 이들에게 건국포장을 추서했으며 현재 구좌읍에는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이런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에도 발굴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독립운동가 포상자 1만 4830명 중에 여성은 296명으로 2%에 불과했다. 최소 3개월의 수형·옥고 등 획일적인 포상 기준에다 남성에 비해 독립운동기록도 많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4월 3개월 기준을 폐지하고 학생 독립운동가의 경우 정학 및 퇴학도 인정했다. 또 실형 여부보다 실질적인 독립운동 활동을 포상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이날 포상자 177명 중 여성이 14.7%(26명)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직접 포상한 5명의 독립유공자 중에는 허은 선생도 포함됐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워마드건 일베건 엄정하게 수사”… 또 편파 논란에 진땀 뺀 경찰청장

    “불법촬영물 관련 누구든 해당” 적극 해명 민갑룡 경찰청장이 ‘여성 편파수사’ 논란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경찰이 남성 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워마드’ 운영진 체포에 나서자 차별 수사 논란이 다시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8일 외국에 거주하는 워마드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해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남자 목욕탕을 불법 촬영한 사진을 워마드 게시판에 올린 혐의(음란물 유포 방조 및 명예훼손)다. 페미니즘을 넘어 남성 혐오 논란을 빚는 워마드에는 홍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촬영자 구속 이후에도 계속 오르내리고 있고, 천주교 성체 훼손 추정 사진, 성당 방화 예고, 남자아이 살해 예고 사진 등도 잇따라 게재됐다. 특히 경찰이 운영자의 신병 확보를 위해 서버가 있는 미국 당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자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는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베와 같은 여성혐오 사이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항의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 청장은 9일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개소식에서 “경찰은 누구든 불법 촬영물을 게시·유포·방조하는 사범에 대해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면서 “일베에 대해서도 최근 불법 촬영물이 게시된 사안을 신속히 수사해 게시자는 검거했고,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이를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이 불법 행위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측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소한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전국 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의 수사를 조정하며,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불법 촬영 등 각종 사이버성폭력과 관련해 해외 서버 수사, 대형 웹하드 업체와 결탁한 촬영물 유포·판매행위 수사 등을 담당한다. 민 청장은 수사팀에 “불법 촬영물 판매자는 물론 게시물을 지워준다고 하고는 게시·유포자와 결탁해 촬영물을 모으고 돈을 갈취하는 ‘디지털 장의사’들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드론 암살’모면한 마두로, “콜롬비아 사주받은 범인 11명 5000만弗받고 범행”

    ‘드론 암살’모면한 마두로, “콜롬비아 사주받은 범인 11명 5000만弗받고 범행”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 폭탄’으로 자신을 암살하려 한 일당은 모두 11명이며 이들은 총 5000만달러(약 558억원)를 제안받아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비판적인 야권 인사를 연이어 체포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 도중 폭탄을 실은 드론 2대가 폭발한 사건과 관련해 “이들 11명의 암살 행동대원들은 콜롬비아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암살 대원들이 당초 지난달 5일 드론 폭발 테러를 감행하려 했지만, 주문한 드론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은 앞서 이번 암살 미수 사건과 관련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과 결탁한 친미 우익 세력이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단체와 공모했다”고 했던 본인의 주장을 스스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당국은 평소 마두로에 비판적인 우파 야권 인사들에게 잇단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법원은 국회의장을 지낸 보르헤스 의원에 대해 “대중 선동과 반역, 대통령 암살 기도 등 극악무도한 범죄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보르헤스 의원은 현재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망명 중으로, 지난 7일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또 전날 밤 체포된 반정부 학생 지도자 출신인 후안 레케센스 의원에 대한 기소도 명령했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보르헤스 의원과 레케센스 의원의 면책 특권도 박탈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이들 두 사람이 사건에 개입했고, 이미 체포된 용의자 6명 중 일부가 이번 범행 자금을 댄 인물로 보르헤스 의원을 지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의원은 드론 암살 시도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보르헤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군사적인 음모 개입,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우리에게 덮어 씌우고 있다”면서 “폭력을 조장하는 이는 마두로 딱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연임이냐 탄핵이냐… 트럼프 운명 쥔 ‘러시아 스캔들’

    [글로벌 인사이트] 연임이냐 탄핵이냐… 트럼프 운명 쥔 ‘러시아 스캔들’

    美 경제 성장 업고 트럼프 지지율 정점 ‘집사’ 코언 폭로로 장남 수사선상 올라 뮬러의 트럼프 대면조사 실현 미지수 수사결과·종결시점 따라 선거 판도 요동 세계 정치와 무역 질서를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연합(EU)을 향해 관세폭탄의 집중포화를 쏟아붓기도 하고, ‘정적’인 러시아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좌충우돌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분기(4~6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1%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발판으로 최고점인 45%를 찍었다. 이는 2020년 재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원 의석을 공화 202, 민주 199(경합 34곳)로, 상원 의석도 48대45(경합 7곳)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여당(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야당(민주당)에 빼앗기는 선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바로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던 ‘러시아 스캔들’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크 코언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큰아들인 트럼프 주니어가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중간선거의 승패는 ‘러시아 스캔들’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워싱턴 정가의 시선은 ‘북·미 관계’가 아니라 바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입’에 쏠려 있다. 언제쯤 수사 결과를 발표하느냐에 따라 중간선거의 판도가 뒤흔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최측근 코언의 변심… 특검 호재로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충견’으로 불리는 코언이다. 그는 200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잡일을 챙겨 온 ‘집사’다. 그런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며 뮬러 특검에게 ‘협조’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명적인 개인사까지 아는 코언의 변심은 뮬러 특검에게 가장 큰 ‘호재’다. 코언은 지난 2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아내와 딸, 아들이 내가 가장 충실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가족과 국가를 최우선에 둔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뮬러 특검에게 협조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언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관계자의 만남인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CNN 등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당시 대선 캠프 측과 만나자는 러시아 측 인사들의 제안에 관해 아버지(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으며 당시 자신(코언)은 이 대화가 오간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언의 주장을 뒷받침할 녹취록 등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언의 주장에 따라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과 큰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등 측근을 조여 오자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이건 상대편(민주당 힐러리 진영)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회동이었다”며 “전적으로 합법적이었고 정치에서는 늘 행해졌던 일이다. 그리고 아무런 성과(진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에 관해 몰랐다”고 결탁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뮬러 특검과 이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을 싸잡아 공격했다.●선대위원장 매너포트 재판… 스캔들 분수령 또 하나의 러시아 스캔들 분수령은 ‘특검 기소 1호’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의 재판 결과다. 지난달 31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두 번째 재판은 오는 9월 열린다. 매너포트의 재판 결과가 사실상 뮬러 특검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매너포트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특검팀의 신뢰도 타격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특검수사를 걷어치우라’는 요구가 확산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망했다. 반대로 매너포트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특검수사를 마녀사냥으로 공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로 몰리게 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매너포트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뮬러 특검에 힘이 실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니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 전 발표 땐 후폭풍 커… 내년 연기될 듯 로드 로젠스타인 미 법무차관은 지난해 5월 17일 전격적으로 뮬러 특검을 임명하면서 지난 대선 기간인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관계 수사를 허용했다. 특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마이클 플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하려는 의도였는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공개적인 증거가 아직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뮬러 특검의 마지막 관문인 트럼프 대통령 대면 조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뮬러 특검의 대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백악관은 공공연하게 이를 거부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뮬러 특검은 로젠스타인 차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 또는 불기소 내용을 포함한 기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료한다. 그러면 로젠스타인 차관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모든 형사사건에 대해 서명하고 법무부가 뮬러 특검의 권고를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 의회에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와 종결 시점에 따라 중간선거의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 연말까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방 검찰은 일반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정치인들에 대한 공개적인 수사 절차를 피하고, 기소장도 반려한다고 미 법무부는 규정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로젠스타인 차관이 2018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오는 9월 30일에 뮬러 특검팀 수사를 자연스럽게 끝내도록 하는 방법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절차와 상관없이 로젠스타인 차관이 뮬러 특검팀의 수사 중단을 요구하면 뮬러 특검은 바로 해임되고 수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연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규정에 따라 임명된 특별검사는 제한된 시간과 범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조사는 분명한 종점이 있다. 조사 기간과 범위는 언제나 법무장관(대행)의 통제하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공화당 의원 11명이 지난달 25일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의 탄핵안을 발의하면 ‘특검의 수사 중단’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법무차관의 탄핵안 발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사실상 의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위싱턴의 한 외교관은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발표된다면 미 정가에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면서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인 내년 초쯤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정치인과 결탁한 조폭, 혁신 사업가로 변신한 행동대장, 경찰 부인을 유령직원으로 둔 회사…. 이권과 성공을 위해 조폭과 권력이 서로 뒷배가 되는 공간,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그린 영화 ‘아수라’는 정말 경기 성남시에서 재현됐을까. 구속된 이준석(37) 코마트레이드(코마) 대표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이 함께 찍은 사진, 은수미 현 성남시장의 옛 운전기사 월급을 코마 측이 대납한 정황 등 올봄 세간에 터진 이야기들은 성남을 안남과 같은 선상으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 대표 재판, 이재명 지사에 대한 추가 폭로전 공방 과정에서 이야기의 2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야기들은 실재하는 더 거대한 관계들을 감춘 채 특정 세력만 정밀 타격하기 위해 선별된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2015년 8월 성남에 본사를 둔 샤오미 국내 총판 코마를 설립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에서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보복폭행 혐의, 성남 수정경찰서 이모(A) 강력팀장 부인을 코마 ‘유령직원’으로 등재해 월급 형식으로 3700만원을 지급한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해 각각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뇌물공여 재판이 비교적 최근인 2016년쯤의 범행을 다룰 뿐 조폭 범죄 혐의를 다루는 나머지 두 재판은 2010~2013년쯤 벌어진 비교적 먼 과거의 범행을 다룬다. 이 가운데 뇌물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지난달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재직 중인 W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같은 달 24일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가 W법무법인 서초동·성남분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변호사별 사건 수임·법인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 도중 재판장이 직접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 보완을 지휘한 모양새가 됐다. W법무법인 압수수색은 A강력팀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로 전개하는 독특한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법정에서 “A강력팀장보다 훨씬 높은 지위의 공직자들과도 친분을 이어 왔는데, 유독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주고 사건을 청탁할 이유가 없다”거나 “현직 경찰에 뇌물을 주면 현금으로 주지, 누가 기록이 다 남게 회사 계좌로 A강력팀장 부인 쪽 차명계좌와 거래를 하느냐”고 주장했다.●은수미 운전기사 월급 대납 등 연루 부인 코마엔 이미 전직 경찰 정모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이 대표는 W법무법인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이모(B) 사무장과 어린 시절부터 20년 동안 친분을 쌓아 왔다. 정씨와 B사무장 등 둘이 성남 지역 내 폭넓은 인맥을 갖춘 데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임원들 역시 정·관계 고위직 인사 여럿과 친분이 있어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면 ‘이 대표-A강력팀장’이 아니라 ‘A강력팀장-B사무장’ 사이를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강력팀장 측 계좌를 이 대표에게 건넨 B사무장을 추궁해야 했는데, 경찰 쪽으로 돈이 흘러가는 줄 모른 채 B사무장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만 생각한 이 대표에게 검찰이 뇌물공여 혐의를 씌웠다는 것이다. 은수미 시장 운전기사 월급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또 다른 의혹을 내놓는다.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경찰에게 뇌물을 준다고 직원들에게 들었다”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업가 배모씨는 2015년 10월 코마 재무이사가 돼 연봉 1억 2000만원을 받던 인물이다. 배씨는 2016년 총 26억원 상당의 투자를 코마에 유치해주기도 했으나 이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 그해 회사를 떠났다. 배씨의 동생 친구인 최모씨가 바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된 은 시장의 2016년 당시 운전기사였다. 월 200만원에 달하는 최씨 급여와 차량 유지비 등은 코마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씨는 운전기사를 그만둔 뒤 4개월 만에 성남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 대표 측은 “(이 지사와 사진을 찍은 계기가 된) 성남FC 후원 등 정치권 관련 활동은 배씨가 연결해 준 것이 많다”며 이 사건에서도 자신의 직접적인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치인들과의 사진에 자신이 등장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 자리를 만든 이들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이 대표 주장의 요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역 정·관계는 배씨가, 경·검 등 사정기관엔 B사무장이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코마 자금이 기부 등의 형식으로 지역에 풀리면서 코마 관계자들의 영향력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이 가운데 B사무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재판부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통해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B사무장이나 배씨가 피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나 폭로전 끝에 이 대표는 성남시 우수중소기업이 돼 세무조사를 한시 면제받는 등 각종 로비를 통해 정·관가를 쥐락펴락한 조폭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이 대표 외 코마 관계자들 각자가 지역 정·관계 인사들과 어떻게 선이 닿았고 어떤 로비 경로를 형성했는지 의구심이 커져 버렸다. 정작 코마가 성남시에서 세무조사 한시 면제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관례상 신설법인은 설립 뒤 5년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 안의 더 큰 커넥션 은폐를 위한 이준석 죽이기’라고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다면, 이 지사는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가 패륜, 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치닫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지사는 “범죄집단이 모습을 숨긴 채 접근하거나 봉사단체, 사회공헌기업으로 포장해 공익활동을 하면 정치인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과 이 대표의 관계를 영화 ‘아수라’에 빗대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심각한 명예훼손과 정치적 타격을 당했다”는 내용의 반론 제기 및 방송경위 설명 요청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다.●이 지사 “정치 타격”… 방송경위 설명 요청 이 지사와 이 대표가 ‘더 큰 커넥션’이나 ‘거대 기득권’을 운운하는 계기 중 하나로 ‘성남시 조폭 연계설’이 불붙은 시기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민감한 선거 국면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폭 연계설은 6·1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초쯤 본격적으로 나왔다. 상대당인 자유한국당이 선거전에서 ‘이재명 조폭 연계설’을 쟁점화시켰을 뿐 아니라 이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후보 비토론’이 제기됐다. 19대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에도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문재인 후보 지지세를 위협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조폭 연계설이 대두됐다. 당시에도 안 전 후보 뒤로 조폭인 듯한 청년들이 앉아 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게 의혹을 키웠다. 이후 대선 1년 뒤 댓글 조작 수사 국면에서 드루킹 일당이 의도적으로 ‘안철수 조폭’ 검색어를 띄운 정황이 포착됐다. 성남이란 독특한 지역색 때문에 조폭 연루 의혹이 무성하다는 평가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 수도권 철거민 집단이주지였던 성남은 90년대 분당 신도시, 2000년대 판교 IT단지 건설 등 급격한 개발을 경험했다. 개발과 저항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운동 세력과 정치 조직이 싹을 틔웠다. 이권을 노린 폭력 조직은 정치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정·관계에 줄을 댔다.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조폭과 정치인의 사진’이 유독 성남에서 계속 나오고, 조폭 유착설로 지역 정치가 출렁이는 원인에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드론 암살기도… 마두로 연설 중 긴급 대피

    드론 암살기도… 마두로 연설 중 긴급 대피

    “배후는 산토스” 주장에 콜롬비아 반박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야외 연설 도중 드론(소형 무인항공기)을 이용한 암살 기도에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우익 세력의 음모로 규정하고 ‘앙숙’ 콜롬비아 정부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실제 용의자를 둘러싸고 무성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오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하는 도중 굉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연설은 중단됐고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정보부 장관은 “대통령 연설 도중 인근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 여러 대가 폭발했다”면서 “대통령은 안전한 상태지만 군인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는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로 그 배후에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콜롬비아 대통령)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용의자 일부가 체포됐고 극우 세력이 연계돼 있다”면서 “이번 공격에 자금을 댄 사람들의 일부는 미국 마이애미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테러 단체와 싸울 용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는 반(反)마두로 성향의 베네수엘라 망명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미 정부의 개입설을 부인했다고 AFP는 5일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았고 지난 5월 조기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난을 미국 등 외부 세력과 결탁한 국내 우파 보수세력의 방해 탓으로 돌려 왔다. 특히 자국과 국경을 접한 친미 우파 성향의 콜롬비아 산토스 정권이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우파의 선봉에 서 있다고 비판해 왔다. 타레크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이번 암살 기도는 대통령뿐 아니라 연단에 함께 있던 군 수뇌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정부는 “산토스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부를 전복하는 일이 아니라 손녀 세례식 때문에 바쁘다”고 배후설을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자칭 ‘티셔츠를 입은 군인들’이라는 정체불명의 반정부 단체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범행을 둘러싼 의문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폭발물을 실은 드론 2대를 마두로를 향해 날려 보낼 계획을 짰지만 정부군이 이를 격추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화폐가치가 폭락하며 교육 시스템이 망가지는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성남시 ‘조폭 행동대장’ 이준석 코마 대표를 둘러싼 소송전정치인과 결탁한 조폭, 혁신 사업가로 변신한 행동대장, 경찰 부인을 유령직원으로 둔 회사…. 이권과 성공을 위해 조폭과 권력이 서로 뒷배가 되는 공간,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그린 영화 ‘아수라’는 정말 경기 성남시에서 재현됐을까. 구속된 이준석(37) 코마트레이드(코마) 대표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이 함께 찍은 사진, 은수미 현 성남시장의 옛 운전기사 월급을 코마 측이 대납한 정황 등 올봄 세간에 터진 이야기들은 성남을 안남과 같은 선상으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 대표 재판, 이재명 지사에 대한 추가 폭로전 공방 과정에서 이야기의 2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등장인물 간 유착의 증거로 여겨지던 사진, 자금 흐름, 검찰 수사결과가 알려진 것보다 더 거대한 관계들을 감춘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것이다.2015년 8월 성남에 본사를 둔 샤오미 국내 총판 코마를 설립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에서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보복폭행 혐의, 성남 수정경찰서 이모(A) 강력팀장 부인을 코마 ‘유령직원’으로 등재해 월급 형식으로 3700만원을 지급한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해 각각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중 뇌물공여 재판이 비교적 최근인 2016년쯤의 범행을 다룰 뿐 조폭 범죄 혐의를 다루는 나머지 두 재판은 2010~2013년쯤 벌어진 비교적 먼 과거 범행을 다룬다. 이 가운데 뇌물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지난달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재직 중인 W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같은 달 24일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가 W법무법인 서초동·성남분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변호사별 사건 수임·법인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 도중 재판장이 직접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 보완을 지휘한 모양새가 됐다.W법무법인 압수수색은 A강력팀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로 전개하는 독특한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이 대표는 법정에서 “A강력팀장보다 훨씬 높은 지위의 공직자들과도 친분을 이어왔는데, 유독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주고 사건을 청탁할 이유가 없다”거나 “현직 경찰에 뇌물을 주면 현금으로 주지, 누가 기록이 다 남게 회사 계좌로 A강력팀장 부인 쪽 차명계좌와 거래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은수미 운전기사 월급 대납 등 연루 부인 코마엔 이미 전직 경찰 정모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이 대표는 W법무법인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이모(B) 사무장과 어린 시절부터 20년 동안 친분을 쌓아 왔다. 이들 둘이 성남 지역 내 폭넓은 인맥을 갖춘 데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임원들 역시 정·관계 고위직 인사 여럿과 친분이 있어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면 ‘이 대표-A경찰팀장’이 아니라 ‘A강력팀장-B사무장’ 사이를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강력팀장 측 계좌를 건넨 B사무장의 뒤를 캐야 했는데, 경찰 쪽으로 돈이 흘러가는 줄 모른 채 B사무장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만 생각한 이 대표에게 검찰이 뇌물공여 혐의를 씌었다는 것이다. 은수미 시장 운전기사 월급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또 다른 의혹을 내놓는다.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경찰에게 뇌물을 준다고 직원들에게 들었다”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업가 배모씨는 2015년 10월 코마 재무이사가 돼 연봉 1억 2000만원을 받던 인물이다. 배씨는 2016년 총 26억원 상당의 투자를 코마에 유치해주기도 했으나 이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 그해 회사를 떠났다. 배씨의 동생 친구인 최모씨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된 은 시장의 2016년 당시 운전기사였다. 월 200만원에 달하는 최씨 급여와 차량유지비 등은 코마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씨는 운전기사를 그만둔 뒤 4개월 만에 성남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 대표 측은 “(이 지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계기가 된) 성남FC 후원 등 정치권 관련 활동은 배씨가 연결해 준 것이 많다”며 이 사건에서도 자신의 직접적인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치인들과의 사진에 자신이 등장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 자리를 만든 이들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이 대표 주장의 요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역 정·관계는 배씨가, 경·검 등 사정기관엔 B사무장이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가 동원되고 코마에서 나온 자금이 지역 정치권에 풀리면서 코마의 영향력과 사업 규모가 커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가운데 B사무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재판부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통해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B사무장이나 배씨가 피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나 폭로전 끝에 이 대표는 성남시 우수중소기업이 돼 세무조사를 한시 면제받는 등 각종 로비를 통해 정·관가를 쥐락펴락한 조폭 출신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이 대표 외 코마 관계자들 각자가 지역 정·관계 인사들과 어떻게 선이 닿았고 어떤 로비 경로를 형성했는지 의구심이 커져 버렸다.이 대표가 ‘성남시 안의 더 큰 커넥션에 의한 이준석 죽이기’라고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다면, 이 지사는 ‘거대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가 패륜, 불륜 몰이에 이어 조폭 몰이로 치닫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지사는 “범죄집단이 모습을 숨긴 채 접근하거나 봉사단체, 사회공헌기업으로 포장해 공익활동을 하면 정치인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과 이 대표의 관계를 영화 ‘아수라’에 빗대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심각한 명예훼손과 정치적 타격을 당했다”는 내용의 반론 제기 및 방송경위 설명 요청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다.●이 지사 “정치 타격”… 방송경위 설명 요청 이 지사와 이 대표가 ‘더 큰 커넥션’이나 ‘거대 기득권’을 운운하는 계기 중 하나로 ‘성남시 조폭 연계설’이 불붙은 시기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민감한 선거 국면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폭 연계설은 6·13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초쯤 본격적으로 나왔다. 상대당 후보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선거전에서 ‘이재명 조폭연계설’을 쟁점화시켰을 뿐 아니라 이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후보 비토론’이 제기됐다. 19대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에도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문재인 후보 지지세를 위협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조폭의 연계설이 대두됐다. 당시에도 안 전 후보 뒤로 조폭인 듯한 청년들이 앉아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게 의혹을 키웠다. 이후 대선 1년 뒤 댓글조작 수사 국면에서 드루킹 일당이 의도적으로 ‘안철수 조폭’ 검색어를 띄운 정황이 포착됐다. 성남이란 독특한 지역색 때문에 조폭연루 의혹이 무성하다는 평가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 수도권 철거민 집단이주지였던 성남은 90년대 분당 신도시, 2000년대 판교 IT단지 건설 등 급격한 개발을 경험했다. 개발과 저항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운동 세력과 정치 조직이 싹을 틔웠다. 이권을 노린 폭력 조직은 정치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정·관계에 줄을 댔다.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조폭과 정치인의 사진’이 유독 성남에서 계속 나오고, 조폭 유착설로 지역 정치가 출렁이는 원인에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재명 “조폭몰이의 허구를 밝히기 위한 법적조치 돌입”

    이재명 “조폭몰이의 허구를 밝히기 위한 법적조치 돌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SBS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최종 입장을 밝히며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이 지사 측은 3일 SNS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SBS와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PD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방송을 제작했다”며 “즉, 방송에서 조폭연루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이 ‘팩트’가 맞냐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SBS와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PD는 그저 공정했다고 주장만 할 뿐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이재명 지사의 지적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담당PD와의 통화는 공식 취재에 응한 것이었고 공식 취재내용의 공개여부는 SBS가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며 “그럼에도 취재원에게 공개에 동의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인 ‘팩트 확인’을 외면하려는 ‘논점 흐리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지사 측은 “이번 ‘조폭몰이’는 공무에 관한 것이자 성남시민 나아가 경기도민의 명예에 대한 것으로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따라서 ‘조폭몰이’의 허구를 밝히기 위한 법적조치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재명 지사 측은 ‘조폭몰이 팩트체크’ 자료를 내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5개의 쟁점 분야로 나눠 조목조목 되짚었다. 이 지사 측은 이날 법적 조치 예고에 앞서 지난달 25일 방송 내용 일부를 거론한 뒤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SBS 측에 1차 반론 제기 및 의견 요청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한편 지난달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성남 국제마피아 조직원 출신인 이모 대표가 성남 지역 전직 경찰을 고용하는 등 경찰과 결탁했고, 은수미 성남 시장과 이재명 지사와도 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악녀 보고서…진보의 탈 쓴 惡을 말하다

    악녀 보고서…진보의 탈 쓴 惡을 말하다

    ‘봉침 여목사’ 연상…5년간 실화 짜깁기 “소설 속 도시 무진은 대한민국 축소판”“이 소설은 한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제가 목격한 악(惡)은 1980년대나 그 이전의 어떤 단순함과는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재벌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극심해지는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예전과는 달리 돈이 된다는 것을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든다는 것을 알게 됐죠. 우리가 지금부터 향후 몇십년간 싸워야 할 악은 아마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했습니다.” 올해로 등단 30년째인 공지영 작가가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해냄)를 펴냈다.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그간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형상화해 온 작가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들춰낸 작품이다. 작가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서 악으로 묘사한 사람들은 우리가 쉽게 선이라고 믿고 정의라고 믿었던 가톨릭과 사제들,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리고 수많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위선을 행함으로써 돈을 긁어모으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들이 막말을 내뱉는 극우 정치인보다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이들을 새로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해리’는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 권력자와 성직자를 쥐락펴락하는 여성 ‘이해리’와 그와 결탁해 기부금·후원금 등을 가로채고 ‘성령의 뜻’이라며 여성들을 성추행하는 신부 ‘백진우’ 등 선(善)이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 이면에 도사린 악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이해리가 유력 인사들과 지역민들에게 봉침(벌침)을 놔주고 돈을 챙기거나 입양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몇몇 장면은 ‘전주 봉침 여목사 사건’과 겹쳐 보인다. 공 작가는 “이 소설은 사실에 의거한 것이 많지만 모두 허구다. 한두 사람을 미화하거나 모델로 삼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수집했던 실화들을 짜깁기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특정 사건에 대한 작가의 직간접적인 비판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도시에서 지방 토호와 정치인들이 형성한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약자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봐 왔다”면서 “작품 속 무진이라는 공간은 ‘도가니’에서도 그랬듯 특정 장소를 지칭하기보다 대한민국을 압축해 놓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 배우 김부선의 스캔들에서 김씨를 옹호하는 입장을 적극 표명했던 일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공 작가는 “생각없이 앞뒤 못 가리고 어리석어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나가면 아무데서나 ‘벌거벗었네’라고 말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면서도 그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새 작품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나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럴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33년 집권 훈센, 독재 선거로 5년 연장

    33년 집권 훈센, 독재 선거로 5년 연장

    1야당·언론사 강제 해산시켜 장기집권 의석 100% 장악… 美 “민주주의 후퇴” 비난캄보디아를 33년 동안 통치해 온 훈센(66) 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엉터리 선거’라는 비난 속에 치러진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모든 의석을 싹쓸이했다. CPP는 30일 “전체의석 125석을 모두 차지한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득표율 집계 결과 확인됐다”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역 지도자로는 최장수 집권 기록을 세운 훈센은 2023년까지 최소한 5년 더 권좌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훈센 총리의 독재가 강화되는 속에서 치러졌다. 훈센 정부는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지난해 11월 해체하고, 캄보디아 데일리와 프놈펜 포스트 등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에 대해서는 ‘세금 폭탄’ 등을 통해 폐·정간시키며 재갈을 물렸다. CNRP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44%의 득표율을 얻으며 장기집권에 지친 민심들을 흡수하며 맹렬하게 훈센의 독주를 견제해 나갈 기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훈센 정부와 사법부는 CNRP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면서 당 대표를 구속하고, 당을 해산했으며, 소속 의원들의 정치 참여도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민주적으로 치러진 선거였지만, 야당과 비판세력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비민주적인 엉터리 선거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강력한 야당의 부재 속에서 투표 강요행위나 금권 선거를 통한 매표(買票) 행위를 의심하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의석 100% 장악”이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봄 직한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국제사회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훈센의 야당 및 인권탄압을 문제 삼아 주요 정부 인사에 대한 비자 제한 조처를 취했던 미국은 이번 총선을 ‘결함이 있는 선거’로 규정하고 비자 제한 조치 확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핵심 야당을 배제한 결함투성이 선거는 캄보디아 헌정 사상 최대의 민주주의 후퇴 사례”라고 비난했다. 한편 프랑스에 망명 중인 CNRP 지도자 삼랭시는 “결과가 정해진 엉터리 선거였다”며 캄보디아 국민에게 평화적인 저항을 촉구했고,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무 소추아 CNRP 부대표도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갖었다. 무 소추아 부대표는 “2018년 7월 29일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면서 “국제사회는 CPP와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 결과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공지영 작가 “신작 소설 ‘해리’는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위선자들에 대한 이야기”

    공지영 작가 “신작 소설 ‘해리’는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위선자들에 대한 이야기”

    “평소 ‘작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벌거벗었네’라고 말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이라고요.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제가 그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 생각도 없고 앞뒤도 못가리고 어리석어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아무 자리에서나 ‘벌거벗었다’라고 말했던 탓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씨 스캔들과 관련해 김씨를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 작가는 그간 부당한 상황을 보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자신의 과거 일화들을 들려주면서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새 작품을 내기 얼마 전이니까 나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가 어떨지 신경쓸 수는 없었다”면서 “한 여자를 오욕에서 구하기 위해 듣고 본 바를 얘기했을 때 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세상에서 독자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나. 지나가다 맞고 있는 여자를 봤지만 (신작 출간을 고려해) ‘나중에 구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책이 잘 팔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 작가는 자신의 등단 30년 기념작이자 5년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 ‘해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고 소개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내가 목격한 악(惡)은 1980년대나 그 이전의 어떤 단순함과는 굉장히 달라졌다. 재벌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극심해지는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예전과는 달리 돈이 된다는 것을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지금부터 향후 몇십년 간 싸워야 할 악은 아마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리’는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그간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이면을 들춰낸 작품이다. 공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악으로 묘사한 사람들은 우리가 쉽게 선과 정의라고 믿었던 가톨릭과 사제들,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리고 수많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위선을 행함으로써 돈을 긁어모으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 이것이 막말을 내뱉는 극우 정치인보다 우리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새로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해리’는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 권력자와 성직자를 쥐락펴락하는 여성 ‘이해리’와 그녀와 결탁해 돈을 가로채고 ‘성령의 뜻과 명령’이라며 여성들을 성추행하는 신부 ‘백진우’ 등 선(善)이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 이면에 도사린 악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인 ‘해리’는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해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인 ‘해리성정체감장애’를 가리키는 동시에 이 소설의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공 작가가 설명했듯 “수많은 인격들이 튀어나오는 정신병적 현상을 내재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표한다.이해리가 유력 인사들과 지역민들에게 봉침(벌침)을 놔주고 돈을 챙기거나 입양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몇몇 장면은 ‘전주 봉침 여목사 사건’과 겹쳐 보인다. 공 작가는 “이 소설은 사실에 의거한 것이 많지만 모두 허구다. 한 두 사람을 미화하거나 모델로 삼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수집했던 실화들을 짜깁기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특정 사건에 대한 작가의 직간접적인 비판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도시에서 지방 토호와 정치인들이 형성한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약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왔다”면서 “작품 속 무진이라는 공간은 특정 장소를 지칭하기보다 대한민국을 압축해 놓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작품 후기에 쓴 대로 대구 희망원에서 9년간 (생활인) 312명이 사망했지만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던 일은 보도를 바탕으로 실화 그대로 다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이해리는 SNS를 통해 의지할 가족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사서 돈을 갈취한다. 진보적인 성향의 정치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은 백진우는 SNS를 통해 온갖 모금 활동을 진행하며 사리사욕을 채운다. 공 작가는 “21세기 들어 위선과 사기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SNS”라면서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악인들이 자기의 이미지를 어떻게 세탁하는지, 그들이 거짓말을 할 때 선의를 지닌 무구한 사람들이 어떻게 거기에 속아 넘어가는지 보여주고자 페이스북 이미지를 삽화로 책 속에 넣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성곤의 시시콜콜] 조폭과 정치, 악어와 악어새인가

    [김성곤의 시시콜콜] 조폭과 정치, 악어와 악어새인가

    안상구는 깡패다. 골목 깡패는 아니다. 언론사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검사 사이에서 비자금 장부를 들고 게임을 하는 이른바 ‘정치 깡패’다. 어설픈 그의 게임은 곧 들통이 난다. 비자금 장부를 통해 자기 몫을 챙기려다가 되레 손목이 잘리고 버려진다. 그리고 복수의 칼을 간다. 2015년 11월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고, 지금도 케이블TV에서 때가 되면 한 번씩 상영하는 영화 ‘내부자들’ 얘기다. 뜬금없이 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 조폭과 정치인이 뉴스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한 공중파 방송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이 경기 성남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제마피아파 중간보스 출신이 운영하는 코마트레이드와의 연루 의혹을 보도한 뒤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검찰의 수사를 요청했다. 당사자는 연루는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뛴다. 그를 의심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당 진영이 갈라져 온라인에서 갈등의 불꽃이 튀고 있다. 조폭의 역사는 참으로 뿌리가 깊다. 조폭은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제적인 폭력조직의 대명사인 마피아는 로마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중국의 국민당 정부와 ‘삼합회’ 등과의 관계는 중일전쟁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종종 뉴스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야쿠자도 막부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막부도 적절히 이를 활용했다고 하니 그때도 권력과 조폭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였던 것일까. 야쿠자의 뿌리는 막부시대 도박꾼인 바쿠토(博徒)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야쿠자라는 명칭이 가장 안 좋은 패라는 도박용어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한국에서는 요즘 집단으로 불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 폭력배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칭은 다양하다. 건달, 깡패 등이 그것이다. 건달은 불교 용어인 건달바(乾達婆)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애초 인도에서는 허공을 날며 음료와 약품을 나른다는 신이었다는 데 우리에게 전해지면서 놀고먹는 건달로 바뀌었다니 아이러니다. 깡패는 영어가 들어오면서 생겨난 말이란다. 영어 Gang과 패거리를 나타내는 패가 결합해서 태어난 용어라는 게 다수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깡패는 언제부터 발호하기 시작했을까. 많은 이가 그 시원을 조선시대 보부상에서 찾고 있다. 보부상을 하려면 산적도 피해야 하고, 다른 패거리들과도 경쟁해야 해서 떼를 지어 다녔고 이들이 가끔 폭력성도 띠곤 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부여됐다. 그리고 전국을 돌며 관부 대신 정탐도 하고,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 뿌리가 해방 후까지도 지속됐다고 한다. 깡패도 협객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청산리 대첩의 독립영웅 김좌진의 아들로 불리는 김두한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깡패는 해방 이후 좌익대결 과정에서 정치와 결부돼 정치깡패로 변질된다. 경기 이천 출신으로 이승만 정부와 결탁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정재는 정치 깡패의 대명사다. 그는 야당과 가까웠던 김두한을 능가했으며 결국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용팔이(김용팔)를 꼽을 수 있다. 1987년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던 전두환 정권이 기존 야당이던 신한민주당과 손잡고 김영삼, 김대중 등 야당 중진들이 추진하던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방해하려고 폭력배를 동해 난장판을 만든 사건이 이른바 ‘용팔이 사건’이다. 주역이 바로 용팔이라서 이름 붙여졌다. 지금은 그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당시의 일을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정치 깡패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하고 있다. 조폭은 이권이 있으면 어디든 개입한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칼부림도 서슴지 않는다. 깡패의 손에 칼과 도끼가 들리면서 깡패보다는 조직 폭력배로 불리기 시작했다. 노른자위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칼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1971년 조양은 등 ‘양은이파’가 칼과 도끼로 ‘신상사파’를 습격한 명동사보이호텔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정부의 주기적인 단속으로 설 자리를 점차 잃어 가면서 마약 등으로 갈아타거나 재개발·재건축 현장 등의 철거, 주가조작, 기업 인수·합병(M&A)에까지 손을 뻗쳤다. 사업을 확장·보호하고 이권을 얻어내려고 정치권이나 검·경 등에 선을 대는 것도 이들의 오랜 방식이다. 후원도 하고, 선거 때 사람도 동원하고, 낙선자에게는 각종 편의도 제공하고 후하게 대한다. 정치인은 기업인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조폭이라는 명찰은 달지 않는다. 그러니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관계가 길어지면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고, 이권을 취하려 한다. 사진도 찍는다.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전주에서 찍은 사진 속에 지역 조폭 출신들이 끼었다고 해서 논란되었다. 이번에 이재명 도지사도 성남시절 코마트레이드 사장 이모씨와 찍은 사진이 보도가 됐다. 다들 조폭인지 몰랐다고 한다. 이 지사도 “조폭이 신분 세탁을 해서 접근하면 어떻게 아느냐”고 항변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방송사 보도대로라면 과거 변호도 했고, 성남시장 재직 때 관련기업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고, 사업도 수주했다면 그 정도 해명으로는 다소 부족하다. 시장이 아니라 공무원이 했다면 그 공무원을 가려내야 한다. 차량과 운전기사 지원설에 휘말려 있는 은수미 시장도 자원봉사자라는 말로 다 해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어차피 이 도지사 등도 자발적으로 수사 의뢰를 했으니 언젠가는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인은 온갖 사람과 어울릴 수밖에 없지만, 여과장치는 갖춰야 한다. 신분세탁을 하고 접근해 왔다는 이 모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이는 친구가 대가 없는 돈이라며 건넨 후원금을 받은 뒤 자책하며 세상을 등졌다. 이 지사든 은 시장이든 한국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본인과 주변인의 통장을 잘 들여다봤으면 한다. 김성곤 논설위언 sunggone@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투신 들어간 기사 제목 자극적…고인 배려 없는 보도 아쉬워

    [불온(不·On)한 회의] 투신 들어간 기사 제목 자극적…고인 배려 없는 보도 아쉬워

    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은 개성이 넘칩니다. 귀여운 얼굴로 제 할 말 따박따박 다 하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평소 조용한데 ‘꼭지 돌면’ 물불 안 가리는 기자, 온갖 진지모드를 온몸에 장착한 기자, 20대 초반까지 북한에서 산 기자, ‘19금 발언’도 자연스럽게 툭툭 내뱉는 기자가 공존합니다. 투철한 기자 정신에 개성을 얹은 이들이 모여서 이슈를 논하노라면 한두 시간은 정신없이 갑니다. 이런 모습을 지면 중계로 공개합니다. 이 기사를 왜 썼는지, 저 기사는 왜 빠졌는지, 어떤 고민에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독자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의 온라인 밖 회의, ‘불온(不on)한 회의’를 들여다 보세요.<부장白>●7월 24일 오후 2시 20분 회의 시작 부장: 아무래도 노회찬 정의당 의원 얘기부터 해야겠지.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폭 연루설도 뜨겁긴 했어. 진호: 그 두 가지만큼 큰 이슈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날 아침을 생각하면, 그저 ‘이게 뭔 일이야’만 연발할 정도로 멍~. 경근: 처음 노 의원 사망 소식 듣고는 동명이인이 아닐까, 오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너무나 충격적이라 현실 부정이 앞섰달까. 부장: 충격은 잠시였고 사실 확인이 된 뒤에는 각자 기사를 쏟아냈지. 속보에, 네티즌 반응과 과거 ‘드루킹’ 발언 등등. 혜진: 아쉬웠던 건 첫 기사(‘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 노회찬 투신 사망)에서, 과연 ‘투신´이라는 단어를 썼어야 했나. 자살 예방을 위한 윤리 강령을 보면 자살 방법에 대한 정보 취득을 할 수 없도록 돼 있거든요. 사망 경위를 설명했어야 한다면 기사 내용에 들어가는 걸로 충분했을 거예요. 제목에 ‘투신´을 넣은 건 다소 자극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부장: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그 얘기가 맞긴 해. 정보 전달과 윤리 준칙 사이의 갈등은 항상 언론의 딜레마지. 진호: 어쩌면 투신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덜 끔찍하게 느껴진다는 함정에 빠졌던 거 아닐까요. 혜진: 2008년 배우 최진실씨 사망 사건 당시 자살 방법에 대해 보도가 많이 나왔어요. 통계를 보면 그해 자살 건수가 1000여건 증가했고,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어요.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면 자살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지는데, 거기에 방법까지 알려준다면 자살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요. 최진실씨 사건이 그에 대한 방증이었고요. 달란: 그때 서초경찰서에서 그 사건을 취재했던 기억이 나요. 언론사 취재 경쟁이 어마어마했어요. 도구, 방법 가리지 않고 마치 누가 더 자세히 쓰나 경쟁이 붙은 거죠. 그 후 같은 방식의 자살 사건이 여럿 있었고 언론에 책임을 묻는 비판이 컸어요. 자살 보도에 대한 자성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유민: 제가 심각하게 느낀 건 많은 언론사가 여전히 자살 보도 권고기준을 무시한다는 거예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항이죠. 노 의원이 몇 층에서 투신했는지, 투신한 아파트에 누가 살고 있었는지. ‘90세 노모를 찾아뵙고 극단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죠. 심지어 TV조선은 노 의원 시신을 이송한 구급차를 뒤쫓는 장면을 생중계했어요. 유족에게 자책감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걸 왜 모를까요. 진호: 한 통신사는 노 의원 시신이 이송되는 사진을 보도했다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항의를 받고 내리기도 했죠. 달란: 첫 기사를 쓴 제가 변명해야겠네요. 사실 경찰의 최초 보도자료에 나온 정보를 그대로 옮겼어요. 17층과 18층 사이에 외투와 소지품이 있었다는 대목에선 너무 구체적이라 좀 망설여지긴 했죠. 한편으론 “다른 언론사는 다 쓸 텐데 나만 무슨 선비라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모든 정보를 담았습니다. 부장: 자살 보도를 할 땐 항상 한 번 더 고민해야 해. 노 의원 어록에 대해서도 우리처럼 고민한 언론사가 있을까 싶은데.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 때는 자연스럽게 JP어록을 썼지만, 노 의원의 어록은 망설여지더라고. 경근: 노 의원의 어록은 유독 재치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니까요. 정치판을 새까맣게 탄 삼겹살 불판에 비유하거나,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을 두고 ‘냉면 대장균 단독 범행’이라고 말하는 식으로. 진호: 어록이 기사 가치가 있는 건 그 사람의 면면을 조명할 수 있어서인데, 노 의원이 남긴 말은 위트가 넘치니까 비극적인 죽음과 더 미스매치였어요. ●유전유치(有錢有治) 무전무치(無錢無治) 달란: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정치하는 데 이렇게 돈이 많이 필요하구나, 새삼 느꼈어요. 진호: 노 의원이 ‘드루킹’ 측근 도모 변호사에게 돈을 받은 시점이 야인으로 있다가 창원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하기 전 상황이었잖아요. 노 의원마저 정치자금에 발목 잡혔다는 게 안타깝죠. 달란: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때 노 의원은 한결같이 부인했어요. 2016년에 아예 도 변호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죠. 차라리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 진실은 밝혀질 거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정치인이 한둘도 아닌데. 경근: 노 의원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을 때 “불법자금은 받지 않았다”고 했던 것 기억하세요? 저는 그걸 나름의 방어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금은 받았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뉘앙스로. 부장: 지역 조직이 탄탄해도 지역구에 수십억원을 뿌릴 수 있어야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설도 있지. 그렇기 때문에 기반이 약한 정치 신인들에게 돈의 유혹은 더더욱 뿌리치기 힘들 걸. 은수미 성남시장도 그런 의혹 아닌가. 혜진: 정치자금을 검증하는 게 당연한데 선거캠프가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자금 출처를 확인할 새도 없이 막 끌어다 쓰는 게 문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도 그런 지적이 있었어요. 유민: ‘그알’은 은 시장이 차량만 제공받은 게 아니라 조폭회사로부터 출판기념회 행사를 비롯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꾸준히 받았다고도 보도했죠. 후원자의 정체나 후원의 이유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는 어렵죠. 달란: ‘그알’이 은 시장과 이 지사 이슈를 만들었지만, 사실 조금 갸우뚱한 부분이 있어요. 전도유망한 20대 프로그래머가 숨진 채 발견된 ‘파타야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면서 사건에 연루된 조폭 국제파를 언급하더니 이 지사와 조폭의 연관성으로 끝났어요. 이 지사가 사건의 공모자거나 방조자는 아닌데 연결고리를 그쪽으로 만든 거죠. 혜진: 조폭, 아수라, 진보정치인…. 자극적인 키워드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확실히 관심은 쏠렸죠. 경근: 거기서 PD저널리즘의 한계를 봐요. 이목을 집중시키려 극적인 효과를 곳곳에 배치하다 보니 논점이 다소 흐려지죠. 제작진이 설정한 방향대로 끌고 가면서 반론을 받는 데는 소극적인. 꼭 ‘그알’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뭣이 중헌디… 이재명에 묻힌 ‘계엄령 문건’ 유민: 답답한 건 이 지사와 조폭 연루설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얘기가 완전히 묻혔다는 거예요. ‘그알’ 방송 다음날(22일) 포털 검색어 10위권에 이 지사 이슈 관련 키워드가 5~7개나 있었어요.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이 발동될 수 있었다’는 게 더 소름끼치는 일인데 말이죠. 대중적 이슈를 따르다 보면 더 중요한 사건을 묻어 버리는 건 아닐까 고민이 들기도 해요. 진호: 청와대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공개한 게 지난 20일이었기 때문에 관심에서 다소 멀어질 수는 있죠. 반면 이 지사 건은 막 터진 이슈여서 비중 있게 다룰 만했고요. 미래권력을 제대로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니까. 유민: 적폐청산도 중요한 거죠. 계엄령 검토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찾아내서 철저히 단죄해야 하는데 기무사 건은 장기 이슈라 대중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혜진: 기무사 건은 독자가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본 정보를 깔고 있어야 하죠. 반면에 이 지사 얘기는 일단 자극적이잖아요. 조폭과 정치인의 결탁, 직관적으로 시선을 잡아끄니까요. 유민: 그래도 언론이 적폐청산을 지겨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하니까 쉽게 풀어서라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겠죠. 회의 종료.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재명 “‘조폭몰이’ 허구 밝혀달라”…검찰수사 요구

    이재명 “‘조폭몰이’ 허구 밝혀달라”…검찰수사 요구

    이재명 경기지사는 25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폭 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한 검찰수사를 요구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선거부터 최근까지 저를 향한 음해성 ‘조폭몰이’가 쏟아지고 있지만, 결코 조폭과 결탁한 사실이 없으므로 터무니없는 악성 음해에 대한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실체 없는 ‘허깨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마침내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감추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더는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됐다. 명명백백히 그 실체를 밝혀야 할 때”라며 “조폭과 각종 권력 사이의 유착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식으로 검찰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며 조폭 사이에 유착이나 이권개입이 있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다. 철저한 수사로 음해성 ‘조폭몰이’의 허구를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을 대독한 김남준 언론비서관은 음해성 조폭몰이에 대한 검찰수사를 정식 요구한 것과 관련, “(이재명 지사가 조폭연루설 보도내용과 관련해 ) 전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음해성 조폭몰이가 되는 것을 억울해 한다. (그 부분에서) 뜻뜻하기 때문에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방송보도에 대한 허위사실 고소 여부에 대해 “추가적인 대응방안이 결정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김부선 스캔들에 이어 조폭연루설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1일 이 지사가 2007년 인권변호사 시절 성남의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61명이 검거된 사건에서 2명의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맡아 2차례 법정에도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사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려졌다. 또 성남시장 시절 같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이모씨가 자격 미달이었지만 성남시로부터 우수중소기업인으로 선정됐고 또 다른 조직원이 소속된 단체는 성남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했다. 이 지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본방송 전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문을 올렸지만, 보도 후폭풍이 이어지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이 지사와 조폭 간 유착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 지사를 파면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이 400건을 넘었다. 특히 ‘불법폭력조직 코마트레이드와 연루된 성남시장 은수미와 경기도지사 이재명 즉각 사퇴하라’는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10만 7000여명의 청원 인원이 몰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이재명 “‘조폭연루설’, 경찰이 아닌 검찰이 나서달라”

    이재명 “‘조폭연루설’, 경찰이 아닌 검찰이 나서달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폭연루설’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최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성남시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폭력조직 ‘국제마피아’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아닌 검찰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미 경찰은 지방선거 당시 제기됐던 배우 김부선씨와 이 지사 간 일명 ‘여배우 스캔들’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남준 경기도지사 언론비서관은 25일 오전 도청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수사 요구를 핵심으로 한 이 지사 명의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선거부터 최근까지 저를 향한 음해성 ‘조폭몰이’가 쏟아지고 있지만 결코 조폭과 결탁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악성 음해에 대한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며 “이는 민선7기 경기도의 첫 걸음을 안정적으로 내딛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고 그동안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지사는 “하지만 실체 없는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마침내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감추는 상황에 이르렀고,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게 돼 그 실체를 밝혀야 할 때”라며 “따라서 조폭과 각종 권력 사이의 유착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식으로 검찰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수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며, 조폭과의 사이에 유착이나 이권개입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로 음해성 ‘조폭몰이’의 허구를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번을 계기로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조폭과 권력의 유착관계가 완전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우리 사회에서 그 연결고리를 원천봉쇄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앞서 SBS는 지난 21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인권변호사인 이재명이 2007년 조직폭력집단 ‘국제마피아’ 조직원 2명 변호 △조직원 이모씨와 연관된 회사가 성남시와 3000만원, 성남도시공사와 1000만원의 주차시스템 수의계약 △또 다른 조직원 이모씨가 ‘코마트레이드’ 설립해 성남시와 협약을 맺고 ‘주빌리은행’ 후원, 성남FC 경품 후원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이 지사와 이들 조직 간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예맨 난민반대 2차 집회…“난민법 폐지 청원, 청와대 응답해야”

    예맨 난민반대 2차 집회…“난민법 폐지 청원, 청와대 응답해야”

    예멘인들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2차 집회가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인터넷 카페 ‘난민반대 국민행동’은 이날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예멘 난민수용 반대, 무사증·난민법 폐지’ 2차 집회를 열고 난민법과 제주 무사증(무비자) 제도 폐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 참여자가 최근 70만명을 돌파했지만, 청와대는 국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침묵하고 있다”며 “평범한 국민인 우리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두고 “이들은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이 아니라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경제적 이주민”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이들을 입국시키고 난민이라 거짓 선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유럽의 많은 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여 참혹한 범죄에 노출됐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국내에서도 주변에 이슬람국가(IS) 가입을 권고한 난민신청자가 구속되고 제주 예멘인 사이에 칼부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난민 브로커가 활개 친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국민 생명과 안전, 행복을 누릴 권리가 파괴되고 있다”며 “우리는 브로커와 결탁해 취업과 지원금 수급 목적으로 입국하는 가짜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우리는 난민법 개정을 바라지 않는다”며 “개정안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지 말고 난민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인들에겐 청천벽력… 고통 딛고 향기 나는 이웃으로 거듭날 것”

    “교인들에겐 청천벽력… 고통 딛고 향기 나는 이웃으로 거듭날 것”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참사에 충격이 컸어요. 하지만 이웃의 고통을 보지 못하는 관성적 신앙생활을 버리고 ‘향기 나는 이웃’으로 거듭나자는 교훈으로 받아들입니다.” 지난 8일 강남향린교회 천막 주일예배에서 만난 김석권(49·경기 오산)씨. 8년 전부터 이 교회의 예배며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해오던 중 벌어진 ‘교회 침탈’에 분노를 느끼지만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더욱 섬기자는 성숙한 신앙을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김씨는 경기 오산의 대형 보수 교회를 다니다가 교회와 목회자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뒤 강남향린교회로 옮겨 신앙생활을 이어온 인물. “성경에 충실하자는 기독교 보수 신앙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 교회가 기득권과 결탁해 정치세력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크게 실망했습니다.” 보수적 신앙과 정치적 진보의 입장이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점차 허물어져 가는 기대를 견딜 수 없었다. 새로운 신앙처를 물색하던 중 향린교회를 알게 됐고 만족한 신행을 이어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향린교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작은 교회입니다.” 개인 구원에 머물지 않고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먼저 보듬자는 열린 교회. 그곳에서 다른 신도들과 호흡하고 행동하면서 늘 행복하다는 김씨다. 하지만 이번 교회 침탈에 분노를 느끼는 신도들을 보면서 슬픔을 느낀다고 전했다. “교회도 역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 만큼 구성원들 간 의견 차가 있을 수 있어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신도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부활절 이틀 전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를 준비하던 교인들에겐 공통의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한다. 많은 신도들이 종교 침해에 대한 분노와 충격을 느끼는 와중에 높아져 가는 목소리가 반갑다고 한다. “너무 교회 안에서만 충실하게 살았던 게 아닌지 반성합니다. 교회가 순탄하게 새 터전으로 이전했다면 우리와 비슷하게 고통받는 이웃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아요.” 그래서 향린 신도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재개발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어깨동무하며 아픔을 보듬겠다고 다짐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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