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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구강청결제 3개·보디로션 2개 ‘보존제’ 과다 검출

    72개 제품서 보존제 검출…파라벤류 23배 검출된 의약품도 가습기 살균제 독성 피해와 관련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일부 일반의약품과 구강청결제, 보디로션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보존제가 검출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제품은 성분 표시조차 없어 관리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12일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연구팀이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최근호에 기고한 ‘의약품 및 개인위생·생활용품 중 보존제 함유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구강청결제, 치약, 보디로션, 물티슈 등 152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72개(47%)에서 보존제가 검출됐다. 보존제는 제품의 부패나 변질을 막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위해성 때문에 기준치가 설정돼 있다. 일반의약품은 조사 대상 40개 제품 가운데 액체 형태의 액상제제 13개에서 보존제가 검출됐다. 심지어 11개 제품에서는 보존제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벤조산’은 0.06%, ‘파라벤류’는 0.01%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벤조산은 피부와 눈에 자극을 일으키고 어린이에게 위험한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라벤은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정자 감소나 성조숙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그런데도 조사 대상 의약품에서 벤조산은 기준치의 최대 1.6배, 파라벤류는 23배나 검출됐다. 구강청결제는 28개 제품 중 20개에서 보존제가 나왔다. 3개 제품은 벤조산 허용 농도 0.3%를 넘었다. 21개 제품은 구체적인 성분 표시도 없었다. 보디로션은 12개 제품에서 보존제가 검출됐고, 2개가 ‘트리클로산’ 허용치 0.3%를 초과했다. 지난해 6월 화장품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됐지만 규정 개정 이전에 제조한 제품으로 추정됐다. 물티슈는 25개 중 14개에서 벤조산이 검출됐다. 기준치는 넘지 않았지만 길거리에서 배포하거나 소형마트에서 판매된 8개 제품에는 성분 표시가 없었다. 치약도 29개 제품 중 13개에서 보존제가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넘지는 않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국회 농해수위,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무산… “새누리당 반대”

    국회 농해수위,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무산… “새누리당 반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또 처리하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한을 오는 6월 30일에서 세월호 인양 뒤 6개월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자유무역협정(FTA) 피해 대책으로 농어촌상생기금 1조원 조성을 위한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 등 관련법들도 다른 법안에 밀려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다. 대신 소위에서는 수협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개정안 등 36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이 가운데 17건이 전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통과됐다. 농해수위는 지난 10일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 탓에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개최하면서 이날 전체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졌지만, 무쟁점 민생법안까지 폐기돼선 안 된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이날 회의를 개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437% 살인 이자… 불법 대부업체 13곳 적발

    자영업자인 A(40·여)씨는 2014년 12월 길거리에 뿌려진 대부업 광고 전단을 보고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가게 사정이 나빠지면서 추가 대출 3500만원과 고리 이자가 더해져 1년여 만에 1억 4800여만원으로 대출금이 늘었다. 돈을 더 빌려서 연체 이자를 갚는 ‘꺾기’ 대출 탓이었다. 올 초까지 8300만원의 대출금을 갚았지만 아직도 6500만원의 채무가 남았다. A씨는 경찰 수사에서 “절박한 마음에 (사채에) 손을 댔는데 이렇게 인생이 망가질 줄 몰랐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는 ‘빚 지옥’.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이처럼 서민들을 울리는 불법 대부업체 13곳을 적발하고 22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대부업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 기획 수사를 시작한 뒤 첫 성과다. 이번에 적발된 업소들은 주로 무등록 불법 대부업체로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등 정상적인 은행 대출이 어려운 서민을 노렸다. 이들 업체는 최저 133%에서 최고 2437%의 살인적인 고금리를 적용했다. 장부를 압수한 무등록 대부업소 4곳에서만 총대부금액 41억 2000여만원, 피해 사례 378건을 적발했다. 수법도 다양했다. 카드깡과 소액 결제부터 휴대전화깡(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하도록 해 이를 돈으로 바꿔 주는 방식)까지 동원됐다. 무등록 업자의 불법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등록 업자의 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권해윤 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대부업체 이용 시 반드시 등록 업체인지 확인하고, 불법 사채로 피해를 입은 경우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싸지만 불확실… 지역주택조합 신중히 투자하세요

    싸지만 불확실… 지역주택조합 신중히 투자하세요

    절차 늦어질 경우 분담금 증가 추진사업비 등 반환 조건 봐야서울 조합 53% 지연 상태 놓여 조합 밀집지 ‘일반분양’ 인기도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내 집 마련 수요가 증가하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워 조합원을 모집하는 지역주택조합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저렴한 만큼 사업 지연과 같은 위험 부담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총 155개 조합(7만 5970가구)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는 2010년 3개에서 2011년 11개, 2012년 23개, 2013년 19개, 2014년 28개로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3개 조합(2만 1431가구)이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또 서울시가 200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치구의 지역주택조합 설립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개 자치구에 28개 조합이 설립됐지만, 이 가운데 53%(15개)가 사업 지연 상태로 나타났다. 청약통장이 필요한 일반분양 아파트와 다르게 주민 등 일정 자격만 갖추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지역조합 아파트의 경우 사업구역 규모가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작아 추진 비용이 적게 들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조합원 모집이나 토지 매입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업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사업 부지 소유권을 95% 확보해야 하는 등 승인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워서다. 지연된 시간만큼 건설·사업비가 가중된다면 나중에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입주 시기 역시 불확실해지지만, 조합원이 사업 주체이기 때문에 사업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조합원이 책임져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계약을 준비할 때 가입 계약서 및 조합규약 등에 조합비 및 추진사업비 반환 조건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일대 ‘서울숲 두산위브’의 경우 2007년 분양을 목표로 2005년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도입,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분양 시기를 놓치게 됐다. 사업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해 2010년 6월 주택조합이 부도를 맞게 됐고, 이후 2013년이 돼서야 새로운 사업자가 인수해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2014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일대에서 지역주택조합에 ‘센텀마루’와 ‘타워애비뉴’ 등의 조합원 모집이 동시에 추진됐지만 현재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재송동 근처 공인중개업소는 1일 “조합원 모집을 한다고 말은 많았는데, 현재 사업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2곳에만 조합원이 1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서민만 피해를 본 사례”라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선택할 때 위험성이 부각되며,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일반분양하는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서울에서 조합 설립인가 전 조합원을 모집 중인 사업장은 동작구 5개, 성동구 2개, 성북구 2개, 송파구 3개, 양천구 1개, 은평구 1개, 중랑구 1개, 영등포구 1개 등 16곳이다. 이 중 서울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가장 활발한 동작구에서 공급한 일반분양 아파트가 긍정적인 청약 성적을 거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지난해 12월 사당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는 1순위 청약 결과 총 340가구 모집에 4757명이 몰리며 평균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동구에서도 대림산업이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도 1순위 청약 결과 92가구 모집에 6273명이 지원해 68.18대1로 전 주택형 마감에 성공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2만원’ 술값 ‘200만원’으로 결재한 간큰 호프집 주인 구속

     대전 동부경찰서는 1일 술에 취한 손님들의 결제금액을 100배나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호프집 사장 김모(42)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만취한 손님을 골라 술값을 결제하면서 금액 뒷자리에 숫자 ‘000’을 붙여 100만∼300만원을 추가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1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손님이 2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먹었다면 금액 뒤에 ‘0’을 세 개 더 붙여 ‘200만원’을 결제했다. 그는 영업이 끝날 쯤 만취한 손님에게 “영업시간이 끝나가니, 카드를 주면 술값을 계산하겠다”며 신용카드를 받아 결제했다. 결제 금액이 카드사에서 업주에게 들어오는 데 3∼5일 걸리지만, 김씨는 카드사에 “돈이 급하다”며 재촉해 돈을 바로 입금받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김씨의 뻥튀기 결제를 현장에서 알지 못했다. 술에 취해 영수증이나 휴대전화로 온 카드결제 문자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를 뒤늦게 알고 찾아간 손님에게는 ‘실수였다’며 카드 승인을 취소해주겠다고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손님들은 카드사에 호소했지만 ‘호프점에서 승인을 취소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피해자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김씨가 상습적으로 술값을 부풀린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왕서방 모셔라… 한·중·일 면세점 삼국지

    왕서방 모셔라… 한·중·일 면세점 삼국지

    지난 19일 오후 2시 일본 도쿄의 최고 번화가이자 쇼핑 장소로 유명한 긴자.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리 곳곳에서 중국말이 왁자지껄하게 들렸다. 한쪽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우려는 관광버스의 불법 주차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특히 중국계 자본으로 설립된 전자제품 판매장 ‘라옥스’ 앞에는 쇼핑백을 어깨에 메고 그것도 모자라 양손 가득인 중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라옥스 매장 방문이 중국 관광객의 도쿄 여행 필수 코스로 포함되면서 곧잘 보이는 모습이다. 이들을 피해 무심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본 직장인들이 묘한 대조를 보였다. 라옥스는 소비세(8%·우리의 부가가치세)만 빼 주는 이른바 ‘택스 프리 숍’이다. 그럼에도 라옥스는 중국인 관광객의 ‘폭매’(폭풍 매입)에 힘입어 빠르게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 3년 전 11곳에 불과했던 매장 수가 이미 34곳으로 늘었다. 긴자에만 3곳이 있어 중국인 관광객을 싹쓸이하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1조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왕서방’을 모시기 위한 일본과 한국, 중국 간 면세점 사업 경쟁이 불붙었다. 3국이 면세점 확대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고성장 시대’를 마감한 중국도 자국민에게 해외에서 관광만 하고 중국으로 들어올 때 ‘입경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라고 할 정도다. 라옥스를 비롯한 택스 프리 숍의 성공을 지켜본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소비세뿐 아니라 관세(5~30%)까지 면세해 주는 ‘시내면제점’(Duty Free Shop)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국제공항마다 소유 구조가 제각각인 데다 ‘개미’(국민)들도 지분을 보유해 시내면세점 허가가 쉽게 날 수 없는 구조다. 면세점을 하려는 사업자도 일 진행이 복잡하고, 각 공항공사도 기존 면세점 공간을 없애고 ‘인도장’(시내면세점에서 돈을 지불한 뒤 공항에서 면세품을 넘겨받는 곳)까지 내주며 사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이 난관을 뚫고 지난 1월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8층에 ‘시내면세점 1호’가 들어섰다. 이날도 손님 태반이 중국 관광객이었다. 판매 사원들은 누가 지나가거나 물건을 쳐다보면 바로 “닌하오”(?好) 인사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도쿄 최고의 미쓰코시백화점이 아니라 베이징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긴자 도쿄플라자 7~8층에 들어선 ‘시내면세점 2호’인 롯데면세점도 비슷했다. 개장한 지 20여일밖에 안 돼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다니는 ‘중국인 단체 고객’은 드물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나홀로 중국 관광객들이 꽤 됐다. 롯데면세점의 한 판매사원은 “주말엔 중국인 관광객들로 면세점이 바글바글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철 일본롯데면세점 판매본부장은 “일본을 방문하는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3년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올해 매출 목표인 150억엔(약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이 한국(400~500달러)보다 떨어지는 것이 다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유통업계도 시내면세점을 막 시작한 미쓰코시와 롯데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사업이 ‘제2의 황금알’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일본 유통기업들이 시내면세점의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바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이에 앞서 선발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내년에 간사이공항공사와 합작해 오사카에도 시내면세점을 낼 계획이다.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추가로 시내면세점 2~3곳을 더 낼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면세점 사업 확대에 긍정적이다. 해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여는 데 면세점만 한 것이 없는 데다 바로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세수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귀현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일본 정부가 라옥스처럼 소비세만 면세해 주는 유통 판매장을 앞으로 2만개가량 더 늘린다”면서 “침체된 내수 시장의 돌파구로 면세점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시각, 한국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의 ‘택스 프리 숍’을 본떠 부가가치세(10%)와 개별소비세를 매장에서 바로 돌려주는 ‘사후면세점’이 확대되는 가운데 서울시내 사전면세점(Duty Free Shop)도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려는 주변국과 달리 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업체마저 탈락시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궤도를 수정한 것이다. 다음주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과 신규 업체 수, 신청 절차 등이 발표된다.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2~4곳을 추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기업들은 경쟁력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해외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는 만큼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최근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한류 열풍’에 불을 지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음달 문을 여는 두산면세점이 드라마 주인공인 송중기를 모델로 계약해 한류 스타 마케팅에 나선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업계 매출은 9조 1983억원으로 이 중 외국인이 올린 매출은 6조 1000억원(66.5%)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200달러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단어인 세계의 공장 ‘메이드 인 차이나’가 바야흐로 세계의 소비자 ‘유커’로 바뀌어 가자 중국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입국하는 국민들에게 면세품을 살 수 있는 ‘입경 면세점’ 19곳(공항 13곳, 항구 6곳)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내수 시장을 키워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중국의 새로운 조치인 셈이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여행객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1조 2000억 위안(약 211조 5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는 이번 면세점 신설로 소비재 판매가 1%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인당 면세구매 한도는 기본 원칙인 5000위안(약 88만원)으로 하되 입국 면세점에서는 3000위안(약 53만원)을 더 늘려 최대 8000위안(약 141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내수 소비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인터넷) 면세점까지 활용하고 있다. 하이난 리다오의 면세점은 지난 2월부터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상품구매 예약과 온라인 결제, 수령지 선택 등이 가능하다. 고객들은 물품 수령 시간 단축과 쇼핑 시간 단축 효과를 얻는 셈이다. 신설 면세점도 온라인 운영 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않아 중국 면세점도 ‘온라인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강민주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한국 면세점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쇼핑 환경을 개선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도쿄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미 “엔고 GO” vs 일 “안 된다” 글로벌 환율전쟁 재연 촉각

    미 “엔고 GO” vs 일 “안 된다” 글로벌 환율전쟁 재연 촉각

    헤지펀드 위안화 약세 호시탐탐 中 경기 부진 땐 재공격 나설 듯 한동안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환율 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인다.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을 묵인하던 미국이 갑자기 제동을 걸면서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올해 초 중국 정부와 한판 붙은 글로벌 헤지펀드도 여전히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연초 달러당 120.3엔에서 지난 19일 108.9엔으로 올해에만 9.5% 하락(엔화 가치 절상)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엔저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엔고(高) 현상이 심화될 경우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반대하면서 양국 사이가 벌어졌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난 뒤 “최근 엔고 현상은 정상적이며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며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엔화 강세가 물가 안정 목표를 위협한다며 추가 부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엔화 약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면 환율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강하게 제동을 건 만큼 당분간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2년 아베 총리의 집권과 함께 시작된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을 묵인해 왔다.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야 글로벌 경제도 회복할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지속된 엔저에도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대일 무역 적자가 심화돼 더이상 엔화 약세 정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증권 연구원은 “제로섬 성격의 외환시장에서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은 타국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밖에 인상하지 않았음에도 달러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G20 회의에서 위안화의 고평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절하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올해 초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다가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손해를 입은 헤지펀드들도 아직 물러나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미국 증권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파생상품시장에서 위안화 약세 관련 옵션 잔액은 5588억 달러로 1월 말 기준 6075억 달러의 90%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이 0.5%에 그쳐 헤지펀드가 입은 손실은 크지 않다”며 “중국 경기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위안화 재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씨줄날줄] 가습기 살균제 파문/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습기 살균제 파문/강동형 논설위원

    가습기 살균제 파문은 소비자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빗나간 상혼’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습기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은 아니다. 공기가 건조하면 수건을 물에 적셔 널어 놓거나 수생식물을 띄운 물그릇 등을 놓아 두어도 습도를 높이는 데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사용하기 간편한 가습기 한 대쯤 없는 가정이 없다. 가습기 물을 소독하려고 살균제를 타는 가정도 있었는데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1994년 겨울 모 경제신문에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가습기 살균제가 개발됐다’는 글이 처음 보도됐다. 그 후 2011년 5월 ‘미확인 바이러스 폐질환으로 산모들이 사망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해 8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원인 미상 폐 손상이 47.3배나 높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는 1281명, 사망자는 225명이나 된다. 확인된 피해자만 403명, 사망자는 103명에 이른다. 2008년에는 대한소아학회 학술지에는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급성간질성 폐렴’이라는 사례 보고가 실렸다. 서울의 2개 대학병원에서 15명이 발병해 7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 채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나 봐야 알겠지만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유해화학물질 피해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판매·제조회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사실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회문제화되자 2012년 초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서울대 C교수 연구팀에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 여부 대한 실험을 의뢰한다. 이 연구팀은 의뢰인의 입맛에 맞춰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60차례에 걸친 실험에서 2차례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얻었으나 평균값을 내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30명 중 1명이 높은 독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도 평균값으로 물타기를 한 셈이다. 장기간 소량 노출된 사람보다는 하루에 11시간 이상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사람 중에 피해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은폐 의혹이 짙다고 할 것이다.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은 이제 시작 단계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 의지도 부족했다.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원인부터 확실히 밝혀야 한다.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제품을 판매한 회사와 원료를 제조 공급한 회사를 엄중히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보건 당국은 비슷한 용도인 에어컨 청결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단독] 쇼핑몰 눈치 보느라… 털린 후에야 인증 강화한 카드사들

    [단독] 쇼핑몰 눈치 보느라… 털린 후에야 인증 강화한 카드사들

    2014년 초 카드 정보 1억건 유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고객 정보 도용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데는 나날이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도 원인이 있지만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카드사들의 ‘보안 불감증’ 탓이 더 크다.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도 ‘선(先) 사고 후(後) 조치’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정보를 빼내 간 수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PC에 악성 코드를 심어 둔 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PC를 원격 조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빼돌려진 개인 정보에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인터넷일반결제서비스(ISP) 비밀번호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불법 결제 대상으로 삼은 수단도 ‘고전적’이다. 상품권깡을 한 것이다. 상품권은 현금화가 쉬워 게임 사이트의 ‘게임 머니’와 마찬가지로 불법 결제에 빈번히 악용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카드사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추가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나 휴대전화 자동응답서비스(ARS), 공인인증서 등 추가 인증을 거쳐야 상품권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아예 구매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고 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추가 인증 절차조차 마련해 두지 않았다가 당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구매할 때 추가 인증을 도입하려면 쇼핑몰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카드사에는 ‘갑’이라 (이런 요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터지자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뒤늦게 추가 인증 장치를 도입했다. BC카드는 지난 1월, KB국민카드는 2월에 각각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추가 인증을 거치도록 했다. 일부 쇼핑몰은 상품권 결제를 아예 차단했다. 추후 책임 소재를 두고 고객과 카드사 간 책임 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법 결제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PC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카드를 소유한 고객이 직접 결제한 것인지는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15일 카드사 정보보안 책임자를 소집해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고객 정보를 도용한 불법 결제 수법이 국경을 넘어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측은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서 이를 예측하고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한 카드사에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업계 전체가 공유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안 정비뿐만 아니라 사후 책임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정보보안 예산을 투자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해 최소 규제만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정보 유출이나 보안 미비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단독] 카드 고객정보 또 해킹당했다

    PC에 악성코드 심어 정보 빼내 백화점·문화상품권 불법 구입 카드사 고객 정보가 또 털렸다. 도용된 카드 정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환금성이 높은 백화점 상품권 등을 불법 결제하는 데 이용됐다. 이번에도 카드사들의 안이한 대응이 화(禍)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의 고객 정보 79건이 지난해 12월 도용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국민카드가 48건, 비씨카드가 31건이다. 고객이 두 카드사에 피해를 신고한 금액은 2억원에 이른다. 이번 고객정보 유출은 개인용 컴퓨터(PC)에 악성 코드를 심어 두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PC(좀비 PC)를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빼내 간 개인 정보에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인터넷일반결제서비스(ISP) 비밀번호, 카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도용된 고객 정보는 G마켓, 11번가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백화점 상품권, 문화상품권 등을 불법으로 사들이는 데 쓰였다. 상품권은 이른바 ‘상품권깡’(상품권을 액면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현찰을 받고 거래)을 통해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범죄에 자주 악용돼 대부분의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상품권 구매 주문 시 별도의 추가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최소한의 이런 안전장치조차 두지 않아 범죄에 노출됐다.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 측은 “사고가 난 뒤 추가 인증절차를 갖췄다”며 “접수된 신고 사례 중 실제 불법 도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도용이 인정돼 두 카드사가 금융 당국에 보고한 피해금액은 2300만원(비씨카드 1500만원, 국민카드 770만원)이다. 확인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단독]쇼핑몰 눈치 보느라… 털린 후에야 인증 강화한 KB·비씨카드

    [단독]쇼핑몰 눈치 보느라… 털린 후에야 인증 강화한 KB·비씨카드

    쇼핑몰 허락해야 추가 인증 도입 현대카드는 온라인서 상품권 못 사 2014년 초 카드 정보 1억건 유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고객 정보 도용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데는 나날이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도 원인이 있지만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카드사들의 ‘보안 불감증’ 탓이 더 크다.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도 ‘선(先) 사고 후(後) 조치’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정보를 빼내 간 수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PC에 악성 코드를 심어 둔 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PC를 원격 조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빼돌려진 개인 정보에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인터넷일반결제서비스(ISP) 비밀번호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불법 결제 대상으로 삼은 수단도 ‘고전적’이다. 상품권깡을 한 것이다. 상품권은 현금화가 쉬워 게임 사이트의 ‘게임 머니’와 마찬가지로 불법 결제에 빈번히 악용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카드사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추가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나 휴대전화 자동응답서비스(ARS), 공인인증서 등 추가 인증을 거쳐야 상품권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아예 구매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고 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추가 인증 절차조차 마련해 두지 않았다가 당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구매할 때 추가 인증을 도입하려면 쇼핑몰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카드사에는 ‘갑’이라 (이런 요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터지자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뒤늦게 추가 인증 장치를 도입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월, 비씨카드는 이달 들어 각각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추가 인증을 거치도록 했다. 일부 쇼핑몰은 상품권 결제를 아예 차단했다. 추후 책임 소재를 두고 고객과 카드사 간 책임 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법 결제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PC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카드를 소유한 고객이 직접 결제한 것인지는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15일 카드사 정보보안 책임자를 소집해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고객 정보를 도용한 불법 결제 수법이 국경을 넘어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측은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서 이를 예측하고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한 카드사에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업계 전체가 공유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안 정비뿐만 아니라 사후 책임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정보보안 예산을 투자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해 최소 규제만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정보 유출이나 보안 미비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단독] KB·비씨카드 고객정보 또 털렸다

    카드사 고객 정보가 또 털렸다. 도용된 카드 정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환금성이 높은 백화점 상품권 등을 불법 결제하는 데 이용됐다. 이번에도 카드사들의 안이한 대응이 화(禍)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의 고객 정보 79건이 지난해 12월 도용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국민카드가 48건, 비씨카드가 31건이다. 고객이 두 카드사에 피해를 신고한 금액은 2억원에 이른다. 이번 고객정보 유출은 개인용 컴퓨터(PC)에 악성 코드를 심어 두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PC(좀비 PC)를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빼내 간 개인 정보에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인터넷일반결제서비스(ISP) 비밀번호, 카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도용된 고객 정보는 G마켓, 11번가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백화점 상품권, 문화상품권 등을 불법으로 사들이는 데 쓰였다. 상품권은 이른바 ‘상품권깡’(상품권을 액면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현찰을 받고 거래)을 통해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범죄에 자주 악용돼 대부분의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상품권 구매 주문 시 별도의 추가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최소한의 이런 안전장치조차 두지 않아 범죄에 노출됐다.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 측은 “사고가 난 뒤 추가 인증절차를 갖췄다”며 “접수된 신고 사례 중 실제 불법 도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도용이 인정돼 두 카드사가 금융 당국에 보고한 피해금액은 2300만원(비씨카드 1500만원, 국민카드 770만원)이다. 확인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개성공단 기업, 근로자, 정부가 함께 가는 길/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월요 정책마당] 개성공단 기업, 근로자, 정부가 함께 가는 길/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최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A사는 국내 공장의 신축 공사를 진행하면서 개성에서 같이 일했던 B사에 1억 2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발주했다. 이로 인해 B사는 공단 중단으로 휴직해야 했던 근로자 2명을 복귀시킬 수 있었다. C사를 비롯한 9개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공단 내에서 영업을 해 왔던 소규모 유통·서비스 업체들과의 기존 거래대금 결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단 중단 40일을 지나고 있는 지금 기업인들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도와 가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의 목표는 기업들이 공단 중단으로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있다. 개성공단 개별 기업들의 업종, 규모, 국내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20회 이상 장·차관 기업 간담회,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기업 맞춤형으로 적극 해소해 나가는 데 주력해 왔다. 정부 지원을 추진하면서 우선시했던 원칙은 ‘신속성’이다. 공단 중단 직후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기존대출 상환유예, 국세·지방세 및 공과금 납부유예 등의‘우선 지원대책’을 마련해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시급한 조치들을 실시했다. 경협보험금 지급 소요 기간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해 현재 전체 보험가입 기업 중 약 25%가 보험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기업에 한층 유리해진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건으로 특별 대출을 시행하고 있으며, 3%를 넘나들던 남북협력기금의 기존 대출금리도 이번과 동일하게 1.5%로 인하했다. 기업 의견을 적극 수용해 국내 대체생산을 위해 1년간 임대료를 면제하는 한편 수도권에 대체 공장을 마련하는 경우에도 수도권 인접 지역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방투자촉진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입주 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정부 조달 참여 시 1년간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으며,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위해 해외 유망 지역 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조만간 해외투자사절단 형식으로 입주 기업들의 해외 현지 방문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기존의 고용유지지원금 이외에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휴업·휴직수당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고용 유지가 보다 수월하도록 했다. 기업에서도 이 지원의 취지에 따라 근로자 해고를 자제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취업상담·교육·알선 과정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청·장년인턴제 지원 요건도 완화해 적용하고 있으며,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와 긴급생계비 지원을 통해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목표로 하는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근로자들의 고용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협력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정부가 기업의 불가피한 직접적 피해에 대해 지원한다는 기본적인 방향하에 현재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자 모두가 조사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성급하게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당면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대다수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던 만큼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와 함께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이후에도 대남 핵공격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을 제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기업 경영 정상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지혜를 모아 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대한민국의 모습이자 현재의 어려움을 가장 빠르고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 대형치과 前대표 차 트렁크 속 돈다발

    손모(30)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형 치과 체인 대표였던 김모씨에 관한 솔깃한 소문을 들었다. 김씨가 ‘차 안에 현금 다발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때 김씨는 저렴한 임플란트를 내세워 전국에 30여개 지점을 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후 차명계좌를 이용해 종합소득세 32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대신 현금 결제만 하며 지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가압류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손씨는 지난해 6월 김씨를 서울 강남의 한 마사지 가게로 유인했다. 김씨보다 30분 먼저 마사지를 끝낸 손씨는 김씨 몰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트렁크는 소문대로 ‘보물상자’였다. 5만원권 지폐 900장과 100만원권 수표 20장이 쌓여 있었다. 조수석 앞 사물함에도 시가 2억 2000만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이 들어 있었다. 손씨는 돈과 주식 등을 들고 줄행랑쳤다. 김씨는 손씨를 범인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손씨는 다른 친구의 카드를 훔친 혐의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손씨는 법정에서 수표는 훔쳤지만 현금에는 손을 안 댔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손씨가 현금 4500만원을 탕진하는 바람에 김씨는 절도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현재 서울 지역의 한 법원에서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엄철 판사는 절도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손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무제한 요금’ 피해 736만명 데이터로 보상

    ‘무제한 요금’ 피해 736만명 데이터로 보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라는 과장·허위 광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736만명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LTE 데이터 무료 쿠폰(1∼2GB)을 받는다. 음성 무제한에 가입한 적이 있는 2508만명도 ‘1644·1588’로 대표되는 부가 통화와 영상 통화를 30~60분 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특히 SK텔레콤과 KT는 요금제 이용자들이 문자와 음성 사용량을 초과해 추가로 낸 금액(8억원)을 모두 돌려주기로 했다.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피해 보상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2679억원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와 이런 내용의 잠정 동의 의결안을 마련해 18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40일간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동의 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과 소비자 피해 구제안을 내놓고 공정위가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하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표시·광고법에 동의 의결제를 도입한 뒤 첫 번째로 적용한 사례다. 합의 내용을 보면 이통 3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동의 의결 신청일)까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가입자 736만명에게 데이터 쿠폰을 주기로 했다. 대상은 LTE 100+ 안심옵션(SK텔레콤), 광대역 안심무한(KT), LTE8 무한대 요금제(LG유플러스) 등에 가입한 소비자다. 광고 기간에 가입한 소비자는 2GB, 광고 기간 이후 가입자는 1GB를 받는다. 받은 데이터는 제3자에게 줄 수 있다. SK텔레콤과 KT의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그동안 사용 한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요금을 추가로 냈다면 모두 돌려받는다. 통신사를 그대로 유지한 가입자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요금이 자동 차감된다. 통신사를 바꾼 가입자는 신청을 통해 환불해주고, 통신사를 바꾼 지 6개월이 넘었다면 개인적으로 청구서를 제출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 음성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적이 있는 2508만명에게는 부가·영상 통화 서비스가 제공된다. 광고 기간 가입자는 60분, 광고 기간 이후 가입자는 30분을 받는다. 받은 날로부터 3개월 내로 쓰면 된다. 무제한 요금제 광고도 바뀐다. 앞으로 ‘문자 무제한’이라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 데이터·음성 무제한은 사용 한도나 제한 사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이번 잠정안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전원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면서 “소비자 보상은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생각나눔] ‘회장님’은 없고 ‘각본’만 있는 거수기 주총

    [생각나눔] ‘회장님’은 없고 ‘각본’만 있는 거수기 주총

    삼성전자 전자표결 도입 등 변화 시도하는 기업 있지만 철저히 짜인 틀에 맞춰 진행하고 총수 불참하는 등 악습 되풀이 “사업보고서 나온 후 열어야” 지난 11일 모 기업 주주총회 현장. 주총 도중에 한 주주가 손을 들더니 진행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주총에 처음 참석했다는 그는 “정상적인 절차라면 의안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주주에게 의견을 묻고 찬성 여부를 따진다”면서 “어떻게 의안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발언하기로 돼 있는 듯한) 주주가 ‘적극 찬성한다’고 동의하고 몇몇 주주가 큰 소리로 ‘제청한다’고 하면 안건이 통과되느냐”며 30년 전의 구시대적인 문화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옳소”라는 큰 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상장법인 81개사가 주총을 연 데 이어 오는 20일까지 367개사가 일제히 주총을 개최한다. 올해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전자표결 진행(삼성전자), 질의응답 시간 마련(포스코) 등이 꼽힌다. 과거에도 주총 현장에서 전자표결이 진행된 적은 있지만 이번 삼성전자 주총처럼 세 차례에 걸쳐 표결이 진행된 것은 드물었다. 기업이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진적인 주총 문화가 개선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비판했다. 3월 안에 주총을 열어야 하는 12월 결산 법인들이 마치 담합을 한 것처럼 금요일에 주총을 여는 것부터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철저히 각본대로 진행되는 주총 방식, 투명하지 못한 의결절차, 기업 총수의 불참, 기관투자가의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주총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귀찮은 요식행위로 이해한다”면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잡음’으로 치부하는 현실에서 우리 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투명하고 자랑할 게 많으면 오히려 다른 기업의 주총 날짜를 피해 잡을 것이다”면서 “지분 구조의 취약성 등 한계점을 지닌 기업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주총이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같은 날짜로 잡는다”고 말했다. 주총장에서 투명하지 못한 의결 절차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 동의한다고 하면 통과되는 현실”이라면서 “폴(Poll) 투표 등 전자표결을 통해 투명한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총수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만나는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김상조 교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를 받은 전문경영인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사업보고서가 나온 이후 주총을 열자는 의견도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무제표 승인 등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끝내도 된다”면서 “같은 시기 경쟁사의 실적 등을 비교해야 배당, 이사 보수 한도의 적정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靑 “北, 스마트폰 해킹 국민 안전 심각한 위협”

    청와대는 9일 사이버 안보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북한이 최근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주요 인사 스마트폰을 해킹해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를 절취한 사실은 우리나라와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는 심각한 도발”이라면서 “이것은 핵 관련 도발에 이어 우리나라를 마비시키고 교란시키려는 또 다른 도발의 한 면”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어 “북한은 우리 국민 2000만명 이상이 인터넷뱅킹과 카드 결제에 사용하는 금융보안망에 침투하여 전산망 장악을 시도한 바 있고 지금도 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금융기관 해킹은 모든 국민의 재산에 한꺼번에 큰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악성 바이러스를 심는 방식으로 수만 대의 좀비 PC를 만들어 국내 주요 기관 전산망을 공격하려 하는데 만일 북한이 국가 주요 기반 시설의 제어시스템을 해킹하여 장비 오작동을 유발한다면 극심한 사회 혼란과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 기관과 국민은 신경을 써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북한 ‘사이버 도발’] “고위 공무원 스마트폰에 보안앱 설치 의무화해야”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진 북한의 스마트폰 해킹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이를 완벽히 막아내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정부 및 보안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스마트폰 해킹 방법은 ‘스미싱’이다. 국내에서도 매년 수만건의 피해가 발생하는 스미싱은 스마트폰으로 발송된 문자메시지 안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스마트폰에 악성코드가 설치되고, 동시에 범인에게 소액결제 인증번호가 전송돼 범죄자가 사이버머니 등을 구입하는 수법의 스마트폰 기반의 신종 금융사기다. 북한은 스미싱 수법으로 금융사기가 아니라 피해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심어 각종 정보를 빼 가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PC에 내장된 백신이 대부분의 악성코드를 잡아 주지만, 해커들은 끊임없이 백신에 걸리지 않는 악성코드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외교·안보 요직 인사의 전화번호를 빼내는 것 역시 단 한 명만 해킹에 성공하면 전화번호부를 빼내는 것은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보안업체들이 백신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지만, 북한은 업데이트의 속도보다 빠르게 백신에 잡히지 않는 코드를 만들어 낸다”면서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의 취약점을 재빨리 파악해 악용하는 기술이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효율적으로 해킹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방식의 북한 해킹 시도에 당하지 않는 방법은 의심스러운 URL이나 알 수 없는 출처의 앱을 받지 않는 것이다. 개인의 보안의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경제활성화법이 있다고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처럼,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있다고 해서 해킹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부 요직자들의 개인 사용 스마트폰에 보안앱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보험’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北, ‘좀비 PC’ 7만대로 철도망 마비 시키려 했다

    北, ‘좀비 PC’ 7만대로 철도망 마비 시키려 했다

    북한이 우리 외교·안보 부처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고 우리 국민 2000만명 이상이 인터넷뱅킹에 사용하는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업체 내부 전산망에 침투했던 사실이 8일 국가정보원을 통해 밝혀지면서 정부의 사이버 방호에 비상이 걸렸다. 한·미연합 ‘키리졸브’ 군사연습 및 독수리훈련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북한이 도발 주체가 모호한 사이버 공격을 본격 감행함으로써 정부 기관의 정보 체계를 마비시키고 남남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해킹 경로 추적 긴급 대응 태세 북한이 지난달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실제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정부의 주요 대북 정책 기밀이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의 휴대전화도 해킹하고자 했으나 일단 이번 해킹 피해 대상은 주로 최고위급 인사가 아닌 군과 정부의 실무자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정확한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하지만 북한이 유출된 전화 번호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추가 공격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정부 인사들의 스마트폰에 심어놓은 악성코드에는 음성통화를 녹음해 파일을 탈취하고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역, 전화번호까지 해킹하는 기능이 포함됐다. ●스마트폰 게임변조 프로그램 악성코드 국정원은 또한 북한 해킹 조직이 2013~2014년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 변조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은닉한 뒤 국내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통해 유포하는 방식으로 2만 5000여대에 달하는 일반인의 국내 스마트폰을 해킹해 전화번호와 문자메시지 등을 절취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해당 업체와 협조해 보안 조치를 실시해 일단 국민들의 피해를 막았지만 이번 공격이 2013년 언론·금융사의 전산 장비를 파괴한 ‘3·20 사이버 테러’와 같은 금융 전산망 대량파괴를 노린 사이버테러의 준비단계일 것으로 분석했다. 국정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조해 지난달 북한 해커조직이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카드 결제 시 사용하는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의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이 전산망을 장악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보안 소프트웨어는 2000만명 이상이 인터넷뱅킹과 인터넷에서 카드를 결제할 때 사용하는 제품이다. 국정원은 또한 금융위원회, 금융보안원과 함께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인터넷뱅킹용 보안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업체의 전자인증서도 탈취당한 사실을 지난달 확인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늦게 발견됐었다면 인터넷뱅킹이 마비되거나 무단으로 계좌이체가 이뤄지는 등 금융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2월 서울메트로 등 철도 운영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피싱 메일’을 유포해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빼내려고 시도했고 국정원이 메일 계정을 차단하는 조치로 대응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북한이 철도교통관제시스템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철도망을 마비시키려 한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특히 악성 바이러스를 심는 방식으로 지난해 전 세계 120개국의 컴퓨터(PC) 6만여대를 해커에 원격 조종당하는 ‘좀비PC’로 만들었고 올해 1월까지 1만대의 좀비PC를 추가로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해당 PC의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관 전산망을 상대로 악성 코드 공격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국방부 일부 문서 유출 정황 국방부도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에 걸쳐 기획조정실 등 주요 부서의 컴퓨터 약 10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문서가 유출된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킹을 통해 유출된 자료에는 군 관계자들의 이메일 주소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며 군 정보 당국은 북한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방부는 해킹 피해가 확인되자 이달부터 인터넷PC의 자료를 자동 삭제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군 관계자는 “인터넷 PC와 국방부 내부전산망(인트라넷)은 분리돼 있기 때문에 해킹을 통해 군사 기밀이 유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추가 공격이 우려되는 등 국내 사이버 보안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개성공단 南근로자 90% 해고”

    개성공단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00여명의 개성공단 근로자로 구성된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 발대식을 열었다. 협의회는 개성공단 근로자 2000여명 가운데 80~90%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윤순 협의회 공동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실직자가 된 모든 근로자의 생계 보증을 지급하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개성공단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결의 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로 구성된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협의회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정부 대책이 부실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4일 비상총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잠정 피해 금액이 815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피해 금액은 고정자산과 재고자산만 포함된 것으로 영업 손실과 원청업체에 대한 손해 배상 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입주 기업들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5500억원의 특별대출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패션그룹형지는 교복을 만드는 계열사 형지엘리트가 개성공단 협력업체에 결제하지 않은 임가공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형지엘리트는 협력업체에 개성공단에 남겨두고 온 원부자재 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업체 3곳에 지난달 중순쯤 지급할 예정이던 약 10억원의 대금 결제를 미뤄 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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