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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檢과거사위 조사결과에 양쪽다 반발용산참사규명위 “특검 재조사해야”당시 수사팀 “의심을 사실처럼 발표”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31일 용산참사와 관련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날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펼쳤는지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총장의 사과와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 사과와 제도 개선만 권고하고,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은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검찰 조사단은 수사검사 외압 논란으로 지난 1월 말에 새로 구성됐다”면서 “강제 수사 권한도 없고 조사 기간도 짧아 애초부터 충분히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국회와 정부가 나설 때”라면서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검을 비롯한 수사·기소의 권한이 있는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제대로 된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검찰 수사팀은 “과거사위가 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한 채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객관적 사실처럼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기소된 농성자 16명은 화재원인과 형사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불복하지 않았으며 상고한 9명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면서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과거사위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경찰 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경찰로부터 잘못까지 시인받았으나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앞서 검찰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31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 관련 철거민들과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화재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압작전을 강행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지휘부는 철거민들이 소지한 염산과 화염병 등 위험물질을 파악하고 있었고, 극단적인 돌출 행동도 우려되는 상황임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원들은 농성장에 다량의 시너 등 인화물질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고, 소방차도 단 2대만 출동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게 이뤄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무리한 직업 작전을 결정·변경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음에도,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해 서면 조사만을 한 뒤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무리한 진압 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도 김 전 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는 누락됐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철거용역업체 직원의 불법행위 및 경찰과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이 소극적 수사를 펼쳤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과거사위는 “용역업체 직원의 살수(撒水) 및 방화 행위에 대해 묵인·방조한 경찰의 위법행위(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긴급부검하도록 구두 지휘한 부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 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대책위 관계자들의 재판에서 변호인들의 수시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부분 등도 사건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엔 부족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유족들에게 사전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과 수시기록 열람·등사 거부 등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교육 및 제도 개선, 긴급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심의를 끝으로 약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임은정 부장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고소장 위조’ 공범”

    임은정 부장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고소장 위조’ 공범”

    고발인 자격으로 경찰 출석5시간 조사 받은 뒤 귀가 “검찰이 수사 안해 고발한 것검찰이 자초한 일…반성해야”“검찰 개혁 묵살 당해”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31일 경찰에 출석해 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9시 25분쯤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면서 “2016년 부산지검과 대검찰청 감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19일 김 전 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전 총장 등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모 전 검사(현재 퇴직)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무마했다는 게 임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에서 수사하지 않아 직무유기로 고발한 것이며 경찰은 고발사건을 수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각자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시기의 공교로움에 대해서는 검찰이 자초한 일이므로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까지 혐의가 있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사표 수리는 검찰총장의 결재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김 전 총장이) 공범이고 최종 책임자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성폭력 은폐 사건부터 시작해 대검 감찰 제보시스템을 통해 자체 개혁과 감찰, 처벌을 요구했는데도 묵살당했다”며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는데도 1년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떠밀려서 여기까지 오게 되어 슬프다”고 말했다. 또 “2015년 성폭력 사건과 2016년 공문서 위조사건을 무마했던 관련자들에 대해 감찰을 요구했지만 현 대검 수뇌부도 이들을 징계하지 않고 있다. 당시 사건을 덮었던 이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현 수뇌부의 2차 직무유기도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에서 2016년 사건을 열심히 수사하겠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할 확률이 높다고 보아 재정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검찰) 조직문화의 문제가 너무 깊어 자체 개혁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검찰에 훌륭하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 없지 않은 만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기초는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10월에야 윤 전 검사를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 결과 2015년 12월 윤 전 검사는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자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했다.그는 이어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하는 방법으로 분실 사실을 숨겼다. 윤 전 검사는 위조된 고소장을 바탕으로 사건 각하 처분을 내리고 상부 결재까지 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윤 전 검사는 2016년 6월 사표를 냈다. 당시 부산지검은 감찰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열어 고소장 분실 경위 및 고의성 여부, 위조 이유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수리해 의원면직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사표 수리가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체 감찰을 한 부산지검에서 중징계 사안이 아니라서 사표 수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고 대검도 타당하다고 판단해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임 부장검사는 검찰의 해명에 대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예상했다. 감찰을 해야 할 관련자들이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았다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시중은행의 현직 회장인 윤 전 검사 아버지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건 전에도 부산지검에서 연이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면서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아버지 덕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맞다. 2012년도에도 문제가 있어 감찰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다녀가고 나서 덮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김학의 부실수사 확인, 검찰개혁 필요성 절감한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어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뇌물 혐의로 구속돼 수사 중인 김 전 차관의 스폰서 역할을 했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검찰 고위간부 등 법조계 관계자들과 교류·접대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실세였던 김 전 차관의 봐주기 수사와 검찰권 남용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번 발표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일깨워 준다. 과거사위는 윤씨와 유착 의혹이 있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에 대해 수뢰후 부정처사 등의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한 전 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 3명이 윤씨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해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다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와 교류·접대 등을 한 윤씨에 대한 개인비위 혐의에 대해 소극적이고 부실한 수사를 한 것이 확인된다”며 “이는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윤씨에 대해 봐주기 수사로 입막음하려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와 함께 과거사위는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 외에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동영상 및 피해자 존재 여부 등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 사건처리 결재 제도를 전면 점검해 검사 전결권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무감사와 감찰 강화 방법으로 사후 통제도 엄격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 검찰의 전횡은 김학의 사건뿐만 아니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소·고발된 347건의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로 고발당한 검찰이 스스로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셀프 수사’한 뒤 모두 ‘죄가 안 됨’으로 ‘셀프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형법 제126조에는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했을 때는 징역 3년 이하 등 엄중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 훈령으로 ‘예외적 공보 사유’를 마련해 사실상 형법 조항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왔다. 검찰은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하는 식의 검찰권을 남용했지만 여전히 현직에 있는 당시 수사 검사들이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처벌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스스로 저지른 잘못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 “실체 드러난 ‘윤중천 리스트’… 윤갑근, 부적절한 수사 지휘 의심”

    “실체 드러난 ‘윤중천 리스트’… 윤갑근, 부적절한 수사 지휘 의심”

    “차장검사 등 고위직 3인 연루 정황 확인 윤갑근 수차례 골프접대 받고 별장 방문 검찰 스폰서 문화 실체 파악할 핵심 사건” 韓·尹 “근거 없는 추측… 법적 대응 불사”29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과거사위는 이날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의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에 대해 윤씨와의 유착이 의심된다고 지목했다. 과거사위는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윤씨와의 유착 의심 정황이 확인됐다”며 “이 사건은 단지 성폭행 문제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검찰 내 스폰서 문화의 실체와 그 폐해 등 진상을 파악해 단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수사 촉구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사위가 한 전 총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한방천하 분양 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은 윤씨를 다섯 차례나 진정·고소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과거사위는 특히 2011년 3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한 전 총장이 ‘편파적 조사를 한다’는 윤씨의 진정서를 접수받고 수사 주체를 수사관에서 검사로 바꿔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고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 수사가 진행된 2013년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로서 최종 결재자 위치에 있었고, 2차 수사 당시인 2014년엔 대검찰청 강력부장으로서 수사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윤 전 고검장이 윤씨와 수회 만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같이 하고, 별장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윤 전 고검장이) 부적절한 결재나 수사 지휘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차장검사도 윤씨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과거사위는 덧붙였다. 과거사위의 지목을 받은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전 총장은 “근거 없는 추측만으로 수사 촉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음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고검장도 “윤씨를 전혀 모르고 윤씨 관련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과거사위가 훈령에 규정된 ‘수사 권고’ 대신 훈령에 없는 ‘수사 촉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수사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사위 관계자는 “이미 김학의 수사단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수사해주길 기대하면서 촉구 형식으로 권고했다”면서 “수사 권고에 준한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향후 수사 전망은 엇갈린다.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선 나온다. 수뢰죄, 수뢰후 부정처사죄 등 뇌물 수사에서 범죄 사실을 특정하는 것과 직무 관련성을 확인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이다. 뇌물을 준 사람도 처벌받기 때문에 제대로 입을 열지 않고, 금품 수수, 식사·골프 등 향응 제공 모두 진술 외 증거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청탁을 받은 뒤 직무상 어떠한 부정 행위를 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앞서 지난 3월 과거사위가 우선적으로 수사 권고한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전격 구속한 만큼 이번 검찰 고위직의 비위 의혹도 밝혀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지검장, 국회의원에 이메일… 9개 개혁방안 제시 “검찰총장, 법무장관, 청와대 檢권력집중 개혁해야”“법무부장관에 수사, 처리 사전보고를 해야 하나”“민정수석실, 사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위선”“표만 의식 검찰 해체… 세월호 해경 해체와 같아”송인택(56·사법연수원21기) 울산지검장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담은 e-메일을 국회의원 모두에게 보냈다. 송 지검장은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9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송 지검장은 26일 오후 8시 국회의원 300명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 개혁 건의문’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문서엔 A4용지 14장에 달하는 장문의 건의가 담겼다. 송 지검장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돼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송 지검장은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방안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다”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송 지검장은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 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이다. 이 한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 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실이 우리는 보고 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송 지검장은 조만간 이뤄질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서도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 현재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라기보다 코드에 맞는 분,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했다. 다음은 송 지검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분야 9가지 건의다. ▲법무부나 청와대에 수사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현행 보고 시스템 개선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상설특검 회부 요구 장치 마련 ▲부당·인사권침해 수사를 한 검사를 문책하는 제도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 개선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비율 제한 ▲검찰 불신을 야기한 정치적 사건과 하명 사건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독립적인 위원회의 인사 제도 등이다. 다음은 송인택 지검장이 보낸 e-메일 전문이다.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 저는 진실을 밝혀 옳은 것을 옳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직업,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 직업이 좋아서 검사의 길을 택했고, 가족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사건과 기록에 파묻혀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제는 집보다 사무실이 더 편한 그런 검사입니다. 공안·기획이나 특수 전담을 제외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한다는 긍지 하나로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아 왔음을 저는 잘 압니다. 저 스스로가 검사라면 주말도 하루정도는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고 강요하던, 후배들이 힘들어 하던 선배였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논할 사건보다는 사기, 횡령, 공갈, 폭력, 강·절도 등 보통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사건들, 그러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더러는 속고, 더러는 범죄자에게도 마음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런 사건들에 파묻혀 살아왔습니다. 밀려오는 사건의 대다수가 기록만으로 판단이 서지 않거나 보완할 점이 너무 많기에, 때로는 경찰에게 수사방향과 보완할 점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수사를 통해, 더러는 꿈에서조차 진실을 찾아 헤매면서 죄가 밝혀지면 기소하고, 없으면 불기소하는 일만 해오던 대다수의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주범으로 취급되는 작금의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서 세월호 비극의 수습책으로 해경이 해체되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여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되었고,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습니다. 누구든 검사를 고발할 수 있고,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으며, 상설특검제도도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이제 공수처까지 더 생긴다니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논란은 곧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 특수, 형사, 공판 중 어느 분야의 수사에서 생겼는지, 검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초래하는 잘못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치고, 국민의 불편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사제도 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검사제도의 근간인 수사지휘제도와 영장통제제도, 검사에 의한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검찰수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요? 검사의 권한이 크고, 그게 문제여서 이를 경찰 등에게 나누어주면 대한민국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될까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형사사건 수사가 왜곡되는 것인가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그동안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진상을 잘 모르시는 국민께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죄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도록 논의되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사분쟁에 있어서는,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과 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경찰이든 검사든 국민에 대한 수사는 마음껏 할 수 있게 허용해서는 안 되며,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어 돈을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일 뿐입니다. 평범한 국민들간의 분쟁사건 수사에 있어서 검사가 최종 책임을 지는 수사종결제도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지휘제도 때문에 검찰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검사가 책임지고 최종 결론을 내기 때문에 경찰 수사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도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하고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들이 국민에게는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비용은 늘어나게 하며, 수사기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으로 인하여 진실과 다르거나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하여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입니다. 만일 그런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처럼 모든 검사를 적폐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취급하며 검사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추진되고 있는 개혁안들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를 설계할 때 절대 금물은 일단 시행해 보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그 때 가서 고친다거나,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감수하고 간다는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검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문제를 제기하는 구체적 사례는 매우 소중하고 반드시 반영해야할 중요한 자산입니다. 특히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대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준수되어야 할 가치이기에 국가의 수사구조에 관한 제도의 변경이 섣부른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승진을 위해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보도자료만 배포하려는 수사, 유죄를 받아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니면 말고식 떠넘기기 수사,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와 같은 경찰 수사에 대한 정당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검찰개혁 필요성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고, 저도 비록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사이지만 그런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사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고,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인 지에서부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되고 처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사람들이나 미운 사람들을 쳐내고 손보려는 소위 하명사건, 정치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들어와 진실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사법기관들을 비난하고 국민을 선동하는데 이용하는 사건들에 대한 잘못된 수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인 저 조차도 일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권이 가장 관심 갖고 싸우는 분야인 공안사건과 특수사건 수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누구에게는 신속하고 가능하면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누구에게는 가급적 천천히 가급적 안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한 예가 없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비판도 있겠지만, 특검에서 뒤집힌 사건,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된 사건 등 국민들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이라고 지적하는 문제에 대하여 검찰은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러한 비판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구는 말합니다. 검사들이 다 정치적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수사팀 모든 검사가 그럴까요? 검사들은 다 인사에 목을 매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다. 과연 제도와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데 단지 사람만의 문제일까요? 진심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검사들의 인성을 비난하며 모든 검사가 선비가 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 본성을 전제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가장 욕을 먹고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한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국민은 물론 심지어 검사들 중에서도 연륜이 짧거나 중요사건 수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검사들은 정치적 사건 등에 있어서 검사의 수사가 검찰청법 제4조의 규정대로 주임검사의 책임으로 단독으로 진행되거나 검찰청법 제21조에서 규정한 검사장의 책임 하에만 진행되는 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수나 공안 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및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되어 있고,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나 사람의 소환은 물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도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 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내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과연 놔두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보고시스템 아래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터 잡아 추진해야만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 “이 한 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하여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진행과정과 처리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합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만일 꼭 그렇게 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민정수석실에서 사전보고를 받을 사항이 굳이 있다면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보고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합니다.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어서라기 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나쁘게 의심하면 정권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인정하는 분은 없을 테니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함에 있어서 100%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빚을 지면 갚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 특검에서 결정이 번복된 사건들은 모두 대검의 지휘를 받은 사건임에도 공정성 시비 문제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검의 손을 타는 바람에 망가졌다고 봐야 할 사건들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제인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판을 초래한, 그래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직접적 분야인 공안, 정치, 특수 사건 수사에 대한 개혁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들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아무런 개혁방안도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직접수사권 폐지하고,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집권 경험을 가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하여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들을 검찰개혁으로 추진하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께 다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이 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환부에 대한 수술인지, 그리고 그 제도가 도입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저절로 확보될 것인지 입니다. 만일 환부가 아닌 엉뚱하게도 멀쩡한 다른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귀를 닫고 검사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진정한 검찰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집권시 정권의 칼로 검찰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검찰의 이해와 통제받지 않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대하여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비록 공안·특수의 요직을 거친 검사는 아닙니다만, 검찰에서 24년 넘게 근무한 검사장으로서 검사로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심정에서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다소 표현이 과하더라도 충정으로 이해해 주시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안이 도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비롯된 검찰개혁 논의가 본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제대로 깊이 있게 논의되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램뿐 입니다. 첫째, 검찰총장 임면절차를 개선하여 정권에 충성서약하거나 빚을 진 총장이 아니라 국민과 검찰 구성원 모두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는 분이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은 권력의 옷을 벗어버렸을 때 참모습이 드러나 제대로 된 인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가 현직에서 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가급적 이번 총장부터 당장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직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검찰업무에 관하여 능력과 인품을 검증하고,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총장을 바라보는 고검장들, 정치권력과 관계되는 수사를 가장 많이 맡게 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여건을 마련해 주고, 검사장 이상에게는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다가 퇴직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렇게 임명된 검찰총장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구체적 사건마다 모두 만기친람하며 수사의 착수여부, 구속여부, 기소여부는 물론 어디를 압수수색하고 누구를 불러 조사할 것인지조차 총장 또는 총장의 위임을 받은 대검 참모의 사전지휘를 받게 하는 검찰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합니다. 검찰총장이 참모를 내세워 아무런 근거도 남기지 않고 지휘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관행은 총장에게는 편리하나, 문고리권력만 양산하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큽니다. 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청법 제4조와 제21조를 형해화시키지 못하도록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지휘권을 발동할 경우에도 반드시 문서로 직접하고 참모에게 위임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문서로서 지휘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휘권을 행사한 때에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과 함께 총장의 서면지휘 내용이 그때마다 국민에게 공개되도록 의무화하여 반드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오래전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폐지한 상명하복과 구속승인제도 조차 지금은 그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지침 하나로 사실상 과거보다 훨씬 못한 상태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지침과 예규 제정에 관한 총장의 무제한적 지휘권한도 그것이 조직 전체의 업무와 밀접히 관계된 제도라면 검사장회의와 평검사대표 기구의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절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치권력에게는 내 편의 사람에 대한 수사정보를 사전에 알려서 개입을 유발하는 일이 불가능하도록 수사에 관한 현행 보고 시스템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나 청와대의 소속 직원이 사전에 보고를 받도록 허용되지 않은 수사 사항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 지위나 보직에 불문하고 보고를 받은 사람은 물론 보고를 한 사람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수사해야하는 구조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국민의 뜻으로 특별검사제도와 상설특검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력과 시민단체는 늘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고소·고발장은 검찰에 제출합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로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특검이나 경찰로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를 자처해서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장관이나 총장에게 맡겨서는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차제에 일정 수 이상의 검사장들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상설특검 등의 회부를 요구하면 특검에 회부되도록 하여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의욕이 앞서서, 또는 상관의 지시에 굴복하여 부당하거나 인권침해 수사가 벌어진 경우에는 그 검사를 문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검사는 정의로움이 지나쳐 잔인하게 수사할 우려가 있고, 간부는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수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1년마다 하고, 재판결과는 몇 년이 걸려야 확정되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 현행 인사시스템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유발하고 있으니, 늦어도 1심 판결 선고 직후에는 반드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청와대, 국회,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실질적으로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파견금지를 위해서는 그러한 기관에 근무한 사람은 아예 검사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표내고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오는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검사의 권력기관 파견제도는 정치권력과의 유착만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현재 검사장 이상은 대부분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들입니다. 지금 같은 공안기획 및 특수 분야 출신 검사를 우대하는 인사제도는 잘나가는 간부에게 잘 보이게 하여 결국 검사들을 말 잘 듣는 검사로 순치되게 하고 있으니, 우수한 검사들이 형사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의 검사장은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일반사건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온 정치적 사건과 하명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검찰개혁 논의가 촉발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개선책은 없이 검찰에 왜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것인지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오랫동안 독자적 수사 종결권을 갖고 마음대로 수사하고 싶어하는 영역인 만큼 경찰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반면 설사 경찰이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수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국민의 민생과는 무관한 힘 센 분들에 관한 것이므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니 검사가 그분들의 인권침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일정기간 이내에 수사를 끝내지 않고 계속할 경우, 그 즉시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고 송치명령까지 할 수 있게 한다면 부작용도 최소화될 것입니다. 아홉째,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고,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검사인사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판사에 대한 인사제도와 달리 검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정작 업무 수준은 검사에게 판사와 같은 정도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검사 인사에서 손을 떼고, 장관이나 총장이 전횡할 수 없도록 프랑스 등 외국처럼 독립적 위원회에 검사에 대한 인사를 맡긴다면 검사장 직급을 강등시킨다 한들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검사들은 대통령의 정무적 인사권 행사가 가능하게 하는 차관급 예우보다는 검찰의 인사독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검찰 개혁에 관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국민적 관심사건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처리되는 원인은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검사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습니다만 진실을 규명할 방법이 없는 잘못된 영장재판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진실규명에 꼭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적 관심사건이 된 당사자들은 잃을 것이 많고 힘도 세므로 스스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참고인조차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므로 결국 압수수색과 통신 및 금융계좌 추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판사 들 중에는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한 영장도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처럼 범죄사실의 입증부터 먼저 소명하라고 기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자료를 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등에 대하여 혐의부터 입증하라는 것이어서 선후가 바뀐 것입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 인지사건도 아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까지 그들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임의수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진실규명이 안되므로 증거부족을 이유로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특히 그것이 국민적 관심사건이고 상식에 반하는 결과일 때 수사기관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면 개인의 주거가 아닌 공공기관 등에 보관중인 자료에 대하여는 범죄혐의 유무 판단에 필요한 압수수색에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부터 먼저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억울함을 밝혀달라는 국민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영장재판 관행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늘도둑은 가진 것이 없다보니 주거가 부정으로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소도둑도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현실은 이렇다 할 불복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조차도 구속기준 자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영장재판의 현실임을 알아야 합니다. 차제에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하게 하여 구속여부든 압수수색이든 국민이 영장심사에 참여하여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영장재판에 대한 합리적 국민통제 제도를 도입해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판깨스트] 숙명여고 시험 유출…재판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던 정황들

    [판깨스트] 숙명여고 시험 유출…재판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던 정황들

    -“검찰조사에서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나 학생에게 모함을 받는 거라고 주장했는데 맞나요?”(검사), “네, 맞습니다.”(쌍둥이 자매 중 첫째) -“아직도 아버지가 재판받는 이유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 국회의원, 교육감 세력이 이 모든 상황을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검사), “무슨 취지로 말씀하시는 건지 다시 한 번 물어봐주시겠습니까?”(쌍둥이 자매 중 둘째) 지난달 23일 아버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쌍둥이들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또박또박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으로 성적이 올랐는데 왜 자신들을 모함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부터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검찰이 지적하면 의심스러운 정황들에 대해서도 아주 똑부러지게 반박을 해냈습니다.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달 뒤인 23일 현씨는 시험답안을 쌍둥이들에게 유출해 성적을 올리게 한 혐의(업무방해)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다”, “각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정기고사에서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모든 수업 내용을 녹음해 복기를 하며 열심히 복습을 했고, 쌍둥이 자매이기에 선생님들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취합해 결국 뛰어난 내신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쌍둥이 자매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월 17일 재판준비절차를 거쳐 2월 12일부터 시작된 현씨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그리고 유죄로 인정된 판결 내용을 통해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을 돌아볼까 합니다. ●‘내신 지옥’ 숙명여고서 121등→1등 가능?…변호인 “원래 잘하던 아이들 공부 열심히 해” ‘내신 성적 경쟁이 매우 치열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숙명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인문계 1등과 자연계 1등을 차지했다.’ 일부 학부모들과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작된 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교육청의 감사, 경찰 및 검찰 조사를 거쳐 급기야 현씨는 구속됐고 쌍둥이 자매는 학교를 떠나게 됐습니다. 1학년 1학기 전체 459명 중 121등과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한 학기 만에 종합 석차 전체 5등과 2등으로 성적이 급격히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합쳐 두 자매가 문과 1등과 이과 1등이 된 것인데요. 시험 문제 한두 개 차이로도 내신 등급이 갈린다는 숙명여고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 과정 내내 현씨의 변호인은 자매들이 대치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A등급 상위권이었고, 숙명여고에서 내신 성적을 위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며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집중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원래도 공부를 잘 하는 데다 엄청난 노력을 더했으니 아무리 숙명여고라도 쌍둥이들의 성적이 급격히 뛸 수 있었다는 거죠.그런데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폭으로 성적이 오른 것부터 의심스럽다고 봤습니다. 아무리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열심히 했다한들 어떻게 1학년 1학기 중상위권에 있던 성적이 동시에 1학년 2학기부터 최상위권으로 오르냐는 겁니다. 내신 성적이 그렇게 갑자기 확 오르는 사이 모의고사 성적은 그 상승폭 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학생의 기초실력의 지표로 꼽히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성적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학년 1학기 내신성적과 2학기 내신성적, 2학년 1학기 내신성적과 1학년 9월 모의고사, 2학년 3월 모의고사를 비교했는데요. 첫째인 A학생의 경우 1학년 1학기 국어과목 석차가 82등에서 2학기에 7등으로, 다음해 1학기에 1등으로 올랐는데 모의고사는 1학년 9월 130등에서 2학년 3월 301등이 됐습니다. 수학과목 내신석차는 1학년 1학기 265등에서 2학기에 갑자기 4등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학과목은 모의고사도 300등에서 96등으로 성적이 올랐습니다. 둘째 B학생은 국어가 1학년 2학기 101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올랐는데, 비슷한 기간 모의고사는 68등에서 459등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폭 성적 오른 쌍둥이… “모의고사 성적은 안 올라” 재판부는 “물론 통상적인 학생의 경우를 전제할 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아니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한 모의고사에서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수 있어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성적의 차이가 결정적인 부정행위의 정황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어 “지문 독해력이 중요한 국어 과목,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과목 등에 한정해 본다면 교내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다는 자매의 교내 정기고사 및 국어 및 수학과목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사이에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면서 “교내 정기고사 성적이 진정하게 실력에 기한 것인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임에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재판에는 숙명여고 선생님들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주로 쌍둥이 자매의 ‘답’이 쟁점이 됐는데요. 수사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된 ‘정정 전 오답’을 쌍둥이 자매들이 똑같이 써서 똑같이 오답 처리가 된 것들이 있었고, 수학이나 물리 과목에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풀이과정이 전혀 없거나 어떤 문제는 풀이과정이 잘못됐는데 답을 맞게 쓴 문제들이 있었던 겁니다. 검찰은 각 과목을 출제한 교사들에게 풀이과정을 적지 않고 답안 도출이 가능한 것인지, 애초에 제출한 답안을 정정하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물었습니다. 시험문제를 낸 교사들에게 논란이 된 문제들을 직접 풀어보고 풀이과정을 설명하라고 해 교사들이 5분 남짓 여러 개의 시험문제를 직접 풀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물리Ⅰ 과목의 경우 오히려 배점이 낮은 쉬운 문제에는 풀이과정이 있는 반면 교사가 “풀이과정이 없이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목한 어려운 문제들에는 문제를 푼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도 만점을 받았거든요. 수학Ⅱ 과목에서는 중간 수식 전개가 없이 풀이과정의 일부만 시험지에 적혀 있었는데 답을 써낸 것도 있었습니다. ●판사 “오류 줄일 수 있는 풀이과정 없어…천재 아니면 불가능” 재판부는 “풀이과정을 쓴다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문제풀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면서 “최상위권 학생으로서는 오류의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해서라도 풀이과정을 어느정도 기재하게 되고, 암산을 할 경우 오류의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과 성적을 경쟁하는 학생이 암산 방법을 고집하며 오로지 암산에 의존해 풀이과정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들의 진술에도, 상식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은 B양이 교사들을 비롯한 일반인의 상식을 넘는 천재일 가능성인데 압수된 시험지 등에 의하면 1학년 1학기에는 대체로 풀이과정을 기재했고 만점을 받지도 않았다”며 “선천적인 천재가 아닌 사람이 단지 공부를 하여 후천적으로 약 1년 만에 오로지 암산만 하여 물리과목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식을 넘는 천재적인 실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쌍둥이 자매들이 시험지와 메모장에 아주 작고 연한 글씨로 ‘13324, 54414’ 등으로 ‘깨알 정답’ 숫자를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시험이 끝나고 반장이 불러준 모범답안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험이 끝난 학생에게는 자신이 푼 문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그래서 자신이 그 과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가 훨씬 중요한데 바로 채점하지 않고 숫자부터 받아적을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일부 숫자 나열은 중간에 끊겼는데, 정답을 받아적다 멈춘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깨알 정답’과 ‘정정 전 정답’은 가장 의심을 키운 정황들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한 듯 합니다. 일부 문제에선 시험지에 복수정답 3개를 맞게 표시해놓고 정정 전 정답인 2개에만 체크를 하는 등 오히려 정정 전 정답 대로 표기하느라 틀린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교육현장 신뢰 바닥…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도 발생” 결국 재판부는 ①현씨가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답안 등 출제서류 접근 가능성, ②현씨의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기간 무렵의 의심스러운 행적, ③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④쌍둥이 자매들이 시험 과정에서 남긴 의심스러운 흔적들을 근거로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교사들이 각 과목의 시험지나 답안 등 시험 관련 서류를 모두 교무부장인 현씨가 받은 뒤 결재라인에 있었던 점과 1학년 2학기부터 시험 며칠 전쯤 현씨가 교무실에 혼자 남아있는 시간들이 있었고, 그것을 야간근무나 주말근무에 등록하지 않은 점, 현씨의 자리 바로 뒤에 출제서류를 보관한 금고가 있었는데 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현씨가 교무부장이 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점도 모두 시험답안에 접근해 유출한 정황으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매우 크다”면서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투명성·공정성이 높게 요구되는 고등학교 내부 성적처리에 대해 숙명여고 뿐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다. 이어 “국민의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지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모습도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현씨에게 유리한 점으로 언급한 내용이 눈에 띄는데요.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 내부 정기고사 성적의 비중과 위상이 매우 높아졌음에도 시행 과정이나 성적 처리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은 정밀하게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은 대목입니다. 재판부는 또 “딸들이 이 사건으로 퇴학돼 학적을 갖기 어렵게 됐고 학생으로서의 일상생활도 잃어버리는 등 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가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현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구형했는데 이보다는 적은 형을 선고하게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숙명여고 前교무부장 징역 3년 6개월… “문제유출, 교육신뢰 저하”

    시험 전 야근·주말근무 기록 안남겨 의심 “쌍둥이 딸, 풀이과정 없이 풀었다면 천재” 시험 며칠 전 교무실에 늦게까지 혼자 남아 있던 아버지, 딸들의 시험지와 메모장에 깨알같이 나열된 숫자들, 문제풀이가 전혀 없는 물리 과목 시험지, 쌍둥이들이 똑같이 한 개씩만 틀린 답안….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에 대해 법원은 “합리적 의심 없이, 넉넉히”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현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매우 크다”면서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투명성·공정성이 높게 요구되는 고등학교 내부 성적처리에 대해 숙명여고뿐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지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증거를 인멸하려는 모습도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현씨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포함한 출제서류 전부를 교사들에게 받아 결재하는 지위에 있었던 데다 교무부장 책상 바로 뒤에 출제서류를 보관한 금고가 있었고,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현씨가 충분히 시험서류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봤다. 특히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시험 5일 전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혼자 교무실에 남아 있으면서도 야근이나 주말근무 처리를 하지 않은 점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쌍둥이들이 같은 시기 같은 폭으로, 중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성적이 향상됐는데 모의고사나 수학학원 레벨테스트 등에서는 그와 상응하는 성적 향상 폭을 전혀 보여 주지 않았다는 점, “타고난 천재가 아니고서는 풀이과정 없이 풀 수 없는” 문제들도 시험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정답을 맞힌 점 등을 혐의가 인정되는 정황들로 꼽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딸들에 문제유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1심 중형…“교육 신뢰 저하”

    ‘딸들에 문제유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1심 중형…“교육 신뢰 저하”

    쌍둥이 딸에게 사전에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선고공판을 열고 현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현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재학생인 딸들에게 알려줘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실제로 쌍둥이 딸은 1학년 1학기 당시 각각 전교 59등과 121등을 기록했지만, 2학년 1학기 때 각각 이·문과 전교 1등을 달성해 학부모들의 의심을 샀다.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 뿐”이라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의 정기고사 답안에 대한 접근 가능성 △정기고사를 앞둔 현씨의 의심스러운 행적 △딸들의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딸들의 의심스러운 행적 등 4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현씨가 정기고사 출제서류의 결재권자이고, 자신의 자리 바로 뒤 금고에 출제서류를 보관하는 데다 그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던 만큼 언제든 문제와 답안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현씨는 정기고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주말 출근을 하거나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일과 후에도 자리에 남아 있었다면서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금고를 열어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쌍둥이 딸이 정기고사 성적과 달리 모의고사나 학원 등급평가에서는 성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고교 3학년이 아니면 모의고사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있어 그런 성적 차이를 결정적인 부정행위 정황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문을 독해하는 국어나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등 과목에 한정해도 정기고사는 교내 최상위권인데 비해 모의고사 등의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풀이 과정도 없이 고난도 문제의 정답을 적거나, 서술형 답안에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을 교사의 정답과 똑같이 적거나, 시험 직전 정답이 바뀐 문제에 두 딸이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 틀린 사실 등은 두 딸의 의심스러운 행적으로 꼽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딸들과 공모해 범행을 했다는 사정도 추인된다”고 밝혔다. 쌍둥이 딸은 현재 가정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 고교 내부의 성적 처리에 대해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됐고,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모습도 보여 죄질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그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딸들이 이 사건으로 학생으로서 일상을 살 수 없게 돼 피고인이 가장 원치 않았을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7년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순익 39% 감소…반도체·대중국 수출 감소 여파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순익 39% 감소…반도체·대중국 수출 감소 여파

    올해 1분기(1~3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등이 감소한 여파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2019년 1분기 결산실적’을 발표했다.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73개사(금융업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 1분기 매출은 484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6%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7조 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6.88%, 당기순이익은 20조 9000억원으로 38.7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은 각각 5.74%, 4.31%로 1년 새 3.37% 포인트, 2.74% 포인트 하락했다.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이 감소한 것이 꼽힌다. 세계 경기가 하강 국면이어서 우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분기 수출은 1327억 달러(약 15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21.4%)와 컴퓨터(-33.7%), 무선통신기기(-27.1%)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감소 폭이 컸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코스피 상장사의 1분기 매출액은 425조 2000억원으로 2.64%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조 2000억원와 14조 7000억원으로 각각 15.96%, 23.55%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수치보다 감소 폭이 작다. 실적이 나쁘자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부채 비율은 1분기 말 기준 112.36%로 지난해 말보다 6.84% 포인트 올랐다. 적자를 본 기업도 많았다. 분석 대상 기업의 75.04%인 430개사는 당기순이익 흑자를 냈고 143개사(24.96%)는 적자였다.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50개사로 흑자 전환 기업(36개사)보다 40% 가까이 많았다. 업종별 순이익은 비금속광물(372%), 유통(54.26%), 기계(20.59%), 운수장비(20.54%), 의약품(10.05%) 등 5개 업종은 늘었지만 전기전자(-56.25%), 화학(-49.98%), 의료정밀(-42.65%), 섬유의복(-30.2%), 통신(-26.03%), 철강금속(-25.77%), 서비스(-24.25%), 종이목재(-21.28%), 음식료품(-17.41%), 건설(-6.68%) 등 10개 업종은 줄었다. 금융업종 41개사의 연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조 9000억원, 6조 100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1.7%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증권(7.6%), 은행(7.0%), 금융지주(0.2%) 등은 증가했지만 보험(-19.4%)과 기타(-6.4%)는 줄었다. 순이익도 증권(13.0%), 은행(8.8%)은 늘어난 반면 보험(-15.4%), 기타(-5.5%), 금융지주(-1.6%)는 감소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은 코스피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았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12월 결산 코스닥 법인 910개사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3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8% 늘었다. 영업이익도 2조 1000억원으로 3.42% 증가했다. 순이익은 1조 6000억원으로 7.80% 줄었으나 코스피 상장사들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다. 영업이익률은 4.93%로 지난해 말보다 0.19% 포인트 하락했고 순이익률은 3.82%로 0.63% 포인트 떨어졌다. 분석 대상 910개사 중 589개사(64.7%)는 흑자를 냈고 321개사(35.3%)는 적자를 봤다. 흑자 전환 기업은 109개사, 적자 전환 기업은 122개사였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충북, 국장급 공무원 청문회 도입 논란

    “지방정부 장관격… 인사투명성 확보” “지시 따라 움직여 실질적 권한 없어” 道, 도입 결정 땐 구체적 시행계획 마련 시민단체 “산하기관장 청문회 더 시급” 충북도가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의 인사청문회 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다. 도는 이시종 지사 제안으로 이를 검토한다고 16일 밝혔다. 도의회와 시민단체가 산하기관장과 정무부지사 인사청문회 실시를 요구하자 국장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가 더 필요하다는 게 이 지사 생각이다. 광역단체 국장급은 ‘지방정부의 장관’ 격이고, 지자체 일부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산하기관장보다 임무가 더 막중하다는 게 이유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과장(3~4급) 보임 시 역량평가, 실국장급(1~2급) 승진 시 인사검증이 진행되지만 지방공무원은 이런 절차 없이 국장까지 올라가는 것도 추진 배경이 됐다. 부이사관(3급)들이 맡는 도 본청 국장급 자리는 9개다. 도 관계자는 “도 국장은 200여명의 직원을 가진 거대조직 수장으로 도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한경쟁 시대에서 지자체 국장급의 맨파워가 지역의 경쟁력임을 감안하면 국장 인사청문회 도입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연공서열 위주의 승진제도 개혁과 인사투명성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는 의회와 협의해 도입이 결정되면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서 국장 인사청문회를 하는 곳은 없다.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5곳은 의회와 협약을 체결해 산하기관장 청문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국장은 지사의 결재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등 실질적 권한이 없어 청문회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중앙정부 장관보다 존재감이 약한 청와대 수석에 가까운데 그런 자리를 청문회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A 도의원은 “국장들은 지사가 근무평정을 통해 임명하면 된다”며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닌데 무슨 청문회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산하기관장은 전국적으로 낙하산, 정실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아 청문회를 하자는 것”이라며 “산하기관장 청문회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도의 B국장은 “청문회에서 난도질당할 것을 우려해 후보자들이 국장 임명을 꺼릴 수도 있다”며 “너도나도 국장 자리를 거부하면 인재풀이 얼마 안 돼 인사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효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국장은 “능력을 평가해 국장을 임명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선거가 끝날 때마다 우려되는 선피아, 관피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산하기관장 청문회가 더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임은정 검사 고발에 김수남 등 전·현직 검찰 간부 수사 착수

    임은정 검사 고발에 김수남 등 전·현직 검찰 간부 수사 착수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들이 부하 검사의 공문서위조 사실을 알고도 징계를 미룬 채 묵인한 혐의로 고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의 고발을 토대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고발장에서 김 전 총장 등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 검사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지검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10월 A 전 검사를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2015년 12월 A 검사는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해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의 고소장을 복사했다. 여기에 표지를 만들어 붙인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는 방법으로 분실 사실을 숨겼다. 검사는 위조된 고소장을 바탕으로 사건 각하 처분을 내리고 상부 결재까지 받았다. 고소장을 분실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고소인에게 알리고 다시 받아야 한다. 뒤늦게 분실 사실을 알아챈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A 검사는 2016년 6월 분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 부산지검은 감찰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열어 고소장 분실 경위와 고의성 여부, 위조 이유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수리해 의원면직 처리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19일 이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고, 서울청은 사건을 같은달 30일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 빅데이터 인력의 절반이 중국인

    세계 빅데이터 인력의 절반이 중국인

    전 세계 빅데이터 관련 종사 인력의 59.5%가 중국인이며 이어 미국인이 2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경제신문망은 14일 세계 빅데이터 관련 인력 가운데 중국인이 가장 많다면서 빅데이터가 중국에서 행정, 소매, 교통, 의료, 교육 등 여러 부문에서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빅데이터 산업과 연구, 기술 개발 등에 있어 선도적 위치에 있긴 하지만 관련 서비스에서 중국이 앞서는 분야도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밝혔다. 류딩딩 빅데이터 전문가는 “중국이 인터넷을 경제·사회의 모든 영역과 긴밀히 접목시키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으로 빅데이터 산업에서도 혁신적 발전을 이뤘다”며 “풍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으며 빅데이터 관련 기업들도 번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빅데이터 관련 인력 숫자는 세계 최대이긴 하지만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국의 인력은 전체 인력의 0.23%밖에 되지 않아 미국의 0.41%, 한국의 0.43%, 핀란드 0.84%, 이스라엘 1.12%와 차이가 크다. 기술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수적으로 중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빅데이터 교육 과정을 개설해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당국도 나서서 세금 감면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빅데이터 산업 관련 창업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관련 가치가 높은 데이터의 70%를 정부가 관장하고 있어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데이터 공개와 공유와 같은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는 빅데이터 관련 부서를 설립해 도시의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장려하고 있다. 청두시 정부는 지난달 10일 3000만 종류 이상의 데이터를 플랫폼에 공개했다. 현재 데이터 플랫폼은 시장 감시, 신용 포인트, 결재 서비스 등 34가지 업무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정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5~2018년 중국의 빅데이터 관련 특허 숫자는 연평균 49.9%씩 증가해 2018년에는 1만 개 안팎에 이르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휴가의 질을 개선한다는 자율휴업일, 불편한 건 왜일까

    [우리둘은1학년]휴가의 질을 개선한다는 자율휴업일, 불편한 건 왜일까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과 ‘학교에 가면 안 되는 날’이 있다. 이 두 날의 차이는 ‘학생 선택권’에 있다. 내가 개인체험학습과 자율휴업일(학교장 재량휴업일)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말하면 교육청이나 학교 관계자들은 틀렸다고 지적할 게 분명하다. 원칙적으로 자율휴업일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휴업일을 ‘자율’로 느끼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하지 않기로 한 날은 부모에겐 강제로 쉬어야 하는 날과 다름없다. 자율휴업일 등교 희망 조사서가 가정통신문으로 온 순간부터 조바심이 난다. 조사서에는 굵은 글씨로 ‘부모님 두 분 모두 출근하실 경우’ 신청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급식실도 운영하지 않기에 자율휴업일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점심 도시락과 간식을 싸 들려 보내야 한다. 학교는 자율휴업일엔 ‘나 홀로 학생’을 중심으로 보육하겠다고 공지했다. 누가 자식을 나 홀로 학생으로 만들고 싶겠는가. 휴가를 써서라도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으려는 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 오늘은 지난 4월과 5월에 처음 경험한 초등학교 개인체험학습과 자율휴업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난달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딸은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학교를 빠져야 했지만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개인체험학습으로 처리한 덕분이다.세상 참 좋아졌다. 1980년대생인 나는 6년간 하루도 결석하지 않아 초등학교 졸업식날 개근상을 탔다. 학교는 심하게 아프지 않은 한 빠져선 안 되는 곳이었다. 가족여행은 여름방학에나 가능했다. 사람이란 사람은 전부 동해로 떠나는 것 같았던 7월 말과 8월 초, 찜통더위와 교통체증, 바가지요금은 휴가의 ‘필수 옵션’이었다. 요새 아이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학기 중간 가족 여행을 위해 학교를 빠져도 문제가 없다. 연차 사용이 의무화되고 국외여행 문턱이 낮아지는 등 사회 변화상에 맞춰 교육정책에서 개인체험학습의 출석 인정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2007년 3월 도입된 개인체험학습은 전체 수업 일수의 10% 이내에서 출석을 인정한다. 애초 1회당 연속 5일까지 체험학습을 쓸 수 있었는데 2017년 3월부터 연속 10일로 늘어났다. 이때 토·일요일과 공휴일, 재량휴업일, 개교기념일 등 공식적으로 쉬는 날은 제외된다. 쉽게 말해 개인체험학습의 앞과, 중간, 뒤에 주말을 끼워 넣으면 최대 17일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다. 딸이 다니는 학교는 1년 동안 최대 19일까지 개인체험학습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출석 처리를 받으려면 미리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소 일주일에서 3일 전, 학교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체험학습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담임교사에게 제출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면담을 통해 체험 여부를 확인받아야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 따라 신청서와 보고서를 학생 스스로 작성해야 하는 일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만약 허락받은 일수를 초과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개인체험학습지침을 보면 체험의 예시로 ▲농촌체험학습 ▲시골 친척방문 ▲친척 애·경사 참석 ▲문화 유적지 탐방 ▲현장 답사 ▲조사활동 ▲유적 탐방 ▲문학기행 ▲우리문화 및 세계문화 이해 체험 ▲국토순례 ▲자연탐사 ▲직업체험 등이 열거돼 있다. 보다 보니 단순한 가족여행에도 교육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졌다. 그럴싸한 단어를 총동원해 딸의 체험학습 신청서에 ‘제주 토속문화 체험 및 특산물(흑돼지, 해산물 등) 시식, 해양생물 관찰’이라고 적어 넣었다. 솔직하게 휴식이 목적이라고 적었다면 부끄러움은 학교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 담임 선생님 몫이 될 테니까. 제주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도 구워 먹고, 흑돼지도 실컷 먹고 바닷가에서 미역도 한 아름 채취했으니 과장은 아니었다. 출석 인정을 받기 어려운 체험학습도 있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학생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불법 어학연수, 상업적 체험학습 등은 자제해달라는 게 교육당국의 당부다. 또 교외 대회 참가 준비를 위한 개인체험학습 역시 불허 대상이다. 학교장은 개인체험학습 승인 전에 학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보호자가 동행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습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이 책임진다. 또 학기 초, 학기 말, 학년 말 등 특정 기간에는 체험학습이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전에 학교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 딸의 개인체험학습 덕분에 여유로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비성수기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교통, 숙박을 해결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하반기에도 체험학습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제주 여행을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의 첫 자율휴업일을 경험했다. 자율휴업일, 학교장 재량휴업일, 단기방학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날은 말 그대로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다. 휴업일은 학교장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한다. 보통 개교기념일, 공휴일 연휴 전후 등 1년에 4~5번 정도다. ‘가족 간 유대를 증진하고… 효도와 관련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기회’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효도방학’이라고 부르는 학교들도 있었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효도방학이 아니라 ‘불효방학’이라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재량휴업일을 폐지해 달라”는 맞벌이 부모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딸 학교의 올해 자율휴업일은 모두 4일이다. 이 가운데 이틀이 5월에 몰렸다. 5월 1일(수요일)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다음 날인 7일(화요일)이다. 다음 달 현충일 다음날인 7일(금요일)도 자율휴업일로 지정됐다. 개천절 다음 날인 10월 4일(금요일) 역시 자율휴업일이다. 공휴일과 주말 사이 샌드위치 휴일을 자율휴업일로 지정한 것은 합리적이지만, 5월에만 자율휴업일을 이틀 지정해 곤란을 겪은 학부모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자율휴업일은 전년도 11~12월쯤 결정돼 학교가 학기 초에 배포하는 학사일정에 적혀 있다. 자율휴업일 시행 일주일 전쯤 가정통신문을 통해 휴업일 등교 희망 여부를 조사한다.학사 달력을 장식장에 넣어두곤 펴 보지 않고, 가정통신문 대충 보는 ‘덤벙이 엄마’(참고기사: [우리둘은1학년]애증의 가정통신문)인 나는 두 번째 자율휴업일 때문에 ‘멘붕’(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3일, 학교를 마친 딸과 놀이터에서 나눈 대화다. 딸: 엄마, 선생님이 수요일(8일)에 학교 오래.나: 무슨 소리야. 어린이날이 일요일이어서 월요일(대체공휴일)에 하루 더 쉬고 화요일에 학교 가는 거겠지.딸: 아닌데, 수요일에 오라는데…. 주변에 시원한 답을 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결국 최근에 알게 된 학부모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엄마, 헷갈려서 그러는데, 대체공휴일 끝나고 애들 등교하는 거죠?○○엄마: 아이고, 모르셨구나. 7일이 자율휴업일이에요.나: 1일에 자율휴업일 하고 또 요? 멘붕이네요. ㅠㅠ○○엄마: 저 또 휴가 냈잖아요. 7일은 남편이 휴가 내기로 했는데, 바쁜 일이 생겨서 못 쉰대요. 그래서 제가 또. ㅠㅠ 자율휴업일을 위해 휴가를 낸 또 다른 워킹맘이 합류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자율휴업일이 졸지에 ‘공동육아의 날’이 된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놀이터엔, 학교에 가지 않은 초등학생들과 엄마들로 북적였다. 아빠들은 보이지 않았다.엄마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율휴업일에 대한 불평으로 이어졌다. △△엄마: 돌봄교실 보내고 출근할까 하다가 그냥 관뒀어요. 그런 날 애들 보내면 괜히 눈치 줄 것 같아서 불안해요.나: 이름은 자율휴업일인데 전혀 자율이 아닌 기분…. 누구를 위한 자율휴업일인가요?엄마 일동: 선생님들을 위한 휴업일이죠. 생각해보면 선생님도 휴식이 필요하다. 지난달 제주 여행에 동행한 팀 중에 초등교사 부부가 있었다. 육아휴직 중인 부인은 목요일 오후 아기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지만, 남편은 하루 뒤 금요일 수업을 모두 마친 뒤 늦은 저녁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담임교사는 학기 중에 자유롭게 휴가를 쓰기 어렵다. 한해 고작 4일, 자율휴업일을 지정해 교사들에게 재충전과 휴식의 기회를 주는 것이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교육당국은 자율휴업일의 목적 중에 하나로 휴가를 질적으로 개선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삶,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삶이 보장된다면 자율휴업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는 그렇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율휴업일도 그런 부분이 있다. 자율휴업일이 엄마의 ‘의무휴업일’이 돼버리는 현실이다. 아빠들도 상사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제도의 취지를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자율휴업일에 대한 맞벌이 부모들의 불만과 고충에 대한 기사를 뒤져보니 2005년 즈음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개인체험학습을 생각하면 세상 참 좋아진 것 같은데, 자율휴업일을 보면 세상은 여전히 좋아지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아이의 친구관계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입니다.
  • “골목상권 살릴 김포페이 가맹점 신청하세요”

    “골목상권 살릴 김포페이 가맹점 신청하세요”

    경기 김포시가 지역화폐인 ‘김포페이’를 발행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김포페이 서포터즈’ 발대식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일 오후 장기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발대식에서는 서포터즈 123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김포페이 사용자와 가맹점을 위한 김포페이 신청 방법과 사용법 설명회가 진행됐다. 이날 위촉장을 받은 서포터즈는 총 123명으로, 시민 64명과 김포시청 공무원 59명으로 구성됐다. 서포터즈는 김포페이 홍보와 가맹점 등록을 유도하는 임무를 맡아 활동하게 된다. 정하영 시장은 발대식에서 “민선7기 출범 후 소득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청년배당 등 복지수당 지급 제도를 도입했다”며, “지급된 복지수당이 지역에서 사용돼 골목상권이 살아날 수 있게 지역화폐 김포페이를 발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빠른 시일 내 김포페이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서포터즈 여러분들이 사용자와 가맹점 확대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포페이 가맹점 확보를 위해 ‘서포터즈 김포페이 추천인 이벤트’ 설명도 진행됐다. ‘서포터즈 김포페이 추천인 이벤트’는 서포터즈가 가맹점 1곳을 등록 완료하면 김포페이 5000원을 지급한다. 가맹점이 3000개소가 될 때까지 5000원 지급 이벤트는 계속된다. 한편 시가 발행하고 시내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김포페이는 케이티(KT)가 플랫폼을 개발, 케이티(KT)착한페이를 통해 제공되는 지역화폐로 모바일과 카드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는 김포페이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카드 결제는 가맹점이 아니더라도 카드단말기가 있는 상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은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카드는 앱에서 신청한 후 하나은행에서 체크카드 형태로 발급받는다. 김포페이 사용자는 김포페이 구입(충전) 시 구입 금액의 6~10%를 시에서 지원받게 된다. 예를 들면 김포페이 10만원 충전 시 현금 9만 4000원만 결재하면 된다. 현금영수증 발행과 소득공제(30%) 혜택이 주어진다. 가맹점에는 모바일 결제수수료가 0%이며 가맹점용 큐알(QR)키트가 무료로 제공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권영진 대구시장 부정·부패 적발되면‘연대책임’묻겠다 !

    권영진 대구시장은 부정·부패 적발되면 연대책임묻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5월 정례조회에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은 명예를 먹고 산다. 이 명예를 가족들에게 선사해야 한다”며 가정과 공무원으로서의 명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존중받는 가장이고 누군가의 아들, 딸들이며 가족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지만 우리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공직자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청렴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원한다. 일자리로서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 되어 있고 미래가 불확실한 사회에서 장래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열망 한다. 하지만 ‘왜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공무원은 시민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존중받게 되는 것을 모두 명예라고 생각해야 한다”라며 “위임된 권한은 크지만 공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사익을 추구하여 본인뿐만 아니라 조직 및 가족에게 불명예를 입히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청렴도를 몇 단계 높이려고 청렴을 강조 하는 게 아니다”며 “청렴은 우리 스스로를 명예롭게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내가 지키는 조직의 명예는 따라서 올라가게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우리 조직의 자존심을 지키고 청렴도를 올리는 일은 동시에 해야 될 일이다”며 “앞으로는 누군가가 특정 비리에 연루된다면 부서장과 상위 결재선 까지 반드시 ‘연대책임’을 물어 대구시 공직사회의 청렴과 기강을 반드시 확립해 가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비밀누설’ 신재민, ‘직권남용’ 김동연 전 부총리 모두 불기소

    검찰 “부당한 목적으로 적자 국채 발행 지시 인정 어려워”“신재민 유출 문건, 공공기록물로 볼 수 없어”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강요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강성용)는 30일 직권남용·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김 전 총리와 차 전 비서관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30일 밝혔다. 아울러 기재부로부터 공무상비밀누설 및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발된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지난해 말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 문건을 입수했으며, 청와대가 기재부에 4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 관리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난해 7월 공직을 떠났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기재부를 압박해 초과 세수가 있는데도 국채 발행을 시도해 전 정권의 국가 부채를 늘리는 등 부채 비율을 조작하려 했다”면서 김 전 부총리와 차 전 비서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1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바이백)을 취소해 국가 재정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지난해 3월 KT&G 관련 동향보고 문건을 언론에 전달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 발행에 대한 의사결정과 청와대 협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한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고발했다. 조사 결과 검찰은 “김 전 부총리와 차 전 비서관은 확대재정 정책을 추진하려고 국고국 공무원에게 적자국채 추가발행 검토 지시를 했다가 이들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여 결국 발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면서 “부당한 목적으로 인위적인 적자국채 추가발행을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바이백 취소 지시와 관련해서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자체 검토 과정에서 국채 발행 한도를 탄력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바이백’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외부에 자료를 공개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재부 문건과 정책결정 과정이 공개돼 기재부의 담배사업 관리, 국채 발행 등 국가기능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신 전 사무관이 유출한 문서는 ‘정식 보고 또는 결재 전의 초안 성격의 문서’이므로 공공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직권남용’ 김동연 전 부총리, ‘비밀누설’ 신재민 모두 무혐의

    ‘직권남용’ 김동연 전 부총리, ‘비밀누설’ 신재민 모두 무혐의

    자유한국당과 기획재정부가 각각 고발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강성용)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된 신재민 전 사무관에게도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전 부총리와 차영환 전 비서관이 KT&G와 서울신문에 사장 교체 압력을 넣고, 청와대는 적자국채를 발행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KT&G 관련 동향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의사결정과 청와대 협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 전 사무관이 외부에 자료를 공개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재부 문건과 정책 결정 과정 공개로 기재부의 담배사업 관리, 국채 발행 등 국가기능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이어 “신 전 사무관이 유출한 문서는 ‘정식 보고 또는 결재 전의 초안 성격의 문서’이므로 공공기록물로 볼 수 없다”면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와 차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검찰은 “인위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을 높여 전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김 전 부총리는 기재부 공무원 등에게 KT&G와 서울신문사 사장 교체를 지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동물국회’ 하려면 국회선진화법 왜 만들었나

    참담한 심정이다. 국회 점거 농성이 재등장해 감금, 몸싸움, 욕설, 고성, 막말, 집기 파손이 난무하고 빠루(노루발못뽑이), 망치까지 등장했다. 민의의 전당이라기보다는 ‘동물국회’나 다름없다. 팩스 사보임에 국회의장의 병상 결재, 이메일 법안 제출 등도 이뤄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휴일인 어제도 선거제·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상대 당에 대한 고소·고발전을 이어 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방해한 혐의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의원 18명과 보좌관 1명, 비서관 1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오늘 또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도 홍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7명을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국당은 과거 여당 시절 물리적 충돌 없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패스트트랙 규정을 담은 현 국회법 입법을 주도했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으로 여야가 합의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담긴 절차다. 여야의 이견이 팽팽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 최소 270일, 최장 330일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지 ‘직권상정’처럼 확정된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 날치기 처리하는 게 아니다. 신속안건 지정 후 법안에 대한 타협과 수정이 가능하다. 자신들이 만든 합법적 제도를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하는 것은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 이럴 거면 왜 국회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했나. 한국당은 당장 농성을 풀고 신속처리 안건 지정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선거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 합의 처리 관행이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만 합의한 점을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제의 개혁 법안을 논의할 때 전당대회 등으로 집중하지 못했는데, 과연 그 책임은 어디에 있나. 바른미래당도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 처리 과정에서의 지도부 리더십이나 민주적 절차인 표결로 결정된 사안에 끝까지 반대하는 소속 의원들의 행태는 비판받을 만하다. 다만 국회가 마비되면 그 부담은 오롯이 정부 여당의 몫이 된다는 점에서 해결책은 필요하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개선 흐름도 더뎌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개혁 법안 입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 빠루·육탄전에 무너진 ‘국회의 품격’… 주말까지 일촉즉발 대치

    빠루·육탄전에 무너진 ‘국회의 품격’… 주말까지 일촉즉발 대치

    2019년 4월 말의 국회는 시계를 돌려 7년 전인 2012년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이 처리되기 이전인 ‘동물국회’로 다시 돌아간 날들이었다. 수년간 국회에서 볼 수 없었던 ‘빠루’(노루발못뽑이)며 검찰 고발을 위한 몸싸움 채증, 욕설과 고성이 난무한 시간이었다. ‘인간국회’에서 ‘동물국회’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28일 시간대별로 정리했다.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전격 합의했다. 4당 원내대표는 25일까지 책임지고 완료하기로 했지만 한국당은 크게 반발했고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와 처리 전망이 불투명했다. 4당은 23일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을 추인하기로 했지만 관건은 바른미래당이었다. 바른미래당은 3시간 50분 격론 끝에 12대11, 1표 차로 패스트트랙을 추인하기로 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에 반발해 탈당했다. 24일은 동물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사개특위 소속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려 하자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가 집단 반발했다. 바른정당계는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신청서 접수를 몸으로 막고자 종일 대기했다. 밤샘농성에 들어간 한국당은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충돌했고 문 의장은 쇼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4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처리를 완료하기로 한 25일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오전 11시 문 의장이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신청을 병상에서 직접 결재하자 한국당 의원과 바른정당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개·정개특위 회의 개최와 법안 발의를 막고자 국회 회의장을 비롯한 의안과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또 채 의원의 사개특위 전체회의 출석을 막고자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을 사무실에 가뒀고 채 의원은 112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후 6시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법을 국회에 팩스로 제출했으나 팩스 기계가 고장 나 실패했고 의안과를 몸으로 막은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과 충돌했다. 물리적 충돌이 격화되자 문 의장은 1986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해 해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8시 민주당 의원들이 의안과를 다시 찾아 법안 제출을 시도했지만 “헌법수호, 독재타도” 등을 외치며 육탄방어에 나서는 한국당 의원과 또다시 충돌했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며 일부는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발생했다. 육탄전은 2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새벽 1시 30분 본청 7층 의안과를 다시 찾아 법안 제출을 시도하면서 한국당과 거세게 부딪혔다. 한국당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사개특위가 열렸지만 법안이 접수되지 못해 정회했다. 결국 새벽 4시 민주당은 해산했고 각 당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민주당과 한국당은 폭력을 저지른 의원 및 보좌진을 고발했다. 또 민주당은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이용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접수를 완료하는 등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기초작업을 끝냈다. 사개특위는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공수처 설치법 등을 상정했지만 바른미래당 의원이 불참해 처리하지 못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회의 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주말인 27일 민주당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소속 의원은 필수 대기인력으로 지정하는 한편 소속의원을 4개조로 나눠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한국당 역시 시간대별로 국회 본관 445호를 지켰다. 이날 오후 한때 민주당이 기습 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처리를 시도한다는 소문이 돌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광화문광장 집회 도중 긴급 의원소집령을 내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 심 위원장 등은 28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론전에 나선 가운데 의원들은 긴장감 속에 대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유승민, 지도부에 “불법 사보임 당장 원위치해”…국회 “사보임 정당”

    유승민, 지도부에 “불법 사보임 당장 원위치해”…국회 “사보임 정당”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8일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대치 사태와 관련해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같은 당 오신환ㆍ권은희 의원에 대한)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도 모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서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바른미래당이 법과 원칙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될 수는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공수처법을 담당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권은희·오신환 의원이 법안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패스트트랙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각각 임재훈·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면서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마저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21대 국회부터 다수의 힘을 동원한 불법 공모가 판을 쳐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보임 승인에 대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았다. 유 의원은 “문 의장께서도 불법 사보임을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면서 “야만적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의 대표이고 평소 의회주의자인 의장께서 사보임을 법대로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유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검찰을 동원해 정치보복을 해오면서 검찰개혁은 실종됐다”면서 “검찰조차 개혁할 의지가 없는 이 정권이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공수처로 검찰을 지배하고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쓰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불법 사보임을 원위치로 돌려놓으면 국회가 정상 가동되고 김 원내대표도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만약 철회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은 물론 국회 갈등이 계속돼서 저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반면 국회사무처는 사보임 결정은 국회법 취지와 관행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무처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 문희상 국회의장의 경호권 행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온라인 접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무처는 문 의장이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결재로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한국당 주장에 대해 “그동안의 일관된 관행의 연장 선상에서 국회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사보임을 결정했다”고 일축했다. 사무처는 “일각의 주장처럼 임시국회 회기 중 위원을 사보임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경우 폐회 없이 임시회가 계속되면 사보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이 조항이 개정된 2003년 이후에도 임시회 회기 중 위원의 사보임이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사무처는 이어 “국회의장은 사보임 여부를 해당 의원이 아니라 교섭단체 대표의 의견을 들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문 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임시회 회기 중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총 238건의 사보임 요청을 받아 모두 재가했다”고 부연했다. 사무처는 민주당 측이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규정에 따라 의안을 접수한 것으로, 문서 효력에는 문제가 없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문 의장이 33년 만에 경호권을 행사한 데 대해 “(한국당이) 물리력을 통해 사무처 사무실을 점거하고 사무집기의 사용을 가로막아 의안 접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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