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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청포도

    7월이다.번개가 번득이는 본격적인 장마철일 것이다.그래선지 첫날부터 무더위가 지독했다.회색빛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에 진땀을 뺐다.남녘에선 와중에 비까지 내렸으니 불쾌 지수깨나 올라 갔을 것이다.서울의 7월은 정말 어수선해 보였다.당장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청계고가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그렇지 않아도 막히는 길이 더욱 막힐 것이다.엎친 데 덮쳤다고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무더위와 교통 체증,그리고 집단 시위.7월의 자화상일 듯싶다. 그러나 예전의 7월은 싱그러웠다.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었다.웬만한 시골집에는 청포도 몇 그루씩 있었다.앞마당에 뿌리를 박고 지붕으로 이어진 줄을 따라 뻗어 나며 앞 마루의 햇빛을 가려 주었다.푸른 포도알이 맺히고 익는 듯 마는 듯 푸름을 간직한 채 결실을 농축시켜 갔다.확실히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다.이육사 선생은 외견상 일제의 강점 상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안으로 안으로 조국 독립을 농축시키던 노력을 청포도에 비유했던 것 같다. 청포도는 하루하루를 살아 가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희망이요 꿈이었다.청포도 노래라면 ‘청포도 사랑’과 ‘청포도 고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라고 시작되는 청포도 사랑은 ‘오늘도 맺어 보는 청포도 사랑’이라고 끝을 맺는다.특유의 첫사랑을 시큼하면서도 단맛이 쪽쪽 나는 청포도에 잘도 비유하고 있다.청포도 고향은 애틋한 망향의 노래다.‘청포도 익어 오는’으로 시작해 ‘청포도 송이송이 옛날이 그립구나’로 말을 맺는다.청포도는 고향과 희망을 일깨워 주는 우리네 공통 코드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각박하게 세상을 사는 것 같다.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사사건건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각을 세우는게 무슨 시변(時變)인 것 같다.남의 의견을 따라 주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법석이다.7월 한 달을 청포도의 계절로 만들어 보자.짐짓 패자가 되어 보자.한번쯤 나의 주장을 포기도 해보자.억지로라도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 보자.7월은 청포도의 계절이다.청포도를 닮아가는 우리를 꿈꾸어 보련다. 정인학 논설위원
  • [길섶에서] 우직함

    ‘세상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 했습니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에 나오는 글이다. 신 교수의 말은 빛의 속도로 비유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들릴지 모른다.급변하는 사회에서 우직함이 장점이 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세상에 맞추어가는 사람만 있다면 발전은 더딜 것이다.그리고 오늘의 세속적 성취만이 성공은 아니다. 당장은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의 힘이 결국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놓는다.설사 그들의 노력이 오늘의 역사에서는 결실이 미흡하더라도 역사의 다음 장에서는 빛날 것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南北 공동번영의 장 열렸다”개성공단 어제 착공식 정몽헌등 320명 참석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착공식이 30일 오전 10시50분 북한 개성직할시 판문군 평화리 1단계 사업지구 부지에서 남측인사 120명과 북측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는 남측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북측 사업자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공동주최로 남측대표의 기념사와 북측대표의 축사,발파식 등의 순서로 30여분간 진행됐다. 김진호 토공 사장은 기념사에서 “활발한 생산활동으로 땀의 결실과 희망을 안겨주며 공동 번영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많은 개성주민의 환대를 받으며 1989년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이래 15년여 만에 착공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최현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개성공단 착공식은 6·15 공동선언이 낳은 뜻깊은 결실로 북남 공동번영의 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남측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선죽교와 개성박물관 등을 참관하고 이날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 1단계 사업은 토공이 사업시행을,현대아산이 시공을 맡아 2200억원이 투입된다.내년 상반기 분양에 들어가 2007년까지 100만평을 조성해 섬유,의류,전기,전자 등 300여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경의선 북측 구간중 비무장지대∼개성공단 인근까지 철로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특히 선로가 깔려 있는 일부 구간은 자갈 등이 없는 상태여서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착공식 장소가 전날 내린 장맛비로 잠기는 바람에 착공식은 개성공단 부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서 열렸다.공단 부지는 인근에 남북 연결도로와 경의선 철도가 지나고 있어 물류수송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참석자들은 착공식날 비가 그치자 “하늘까지 돕는다.”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개성 공동취재단
  • [나의 건강보감]이정무 한체대 총장

    “퇴근하다 목적지에 이르면 무조건 차에서 내립니다.운전기사를 돌려 보내고 거기서부터 걷지요.그날 컨디션에 따라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도록 거리를 잡습니다.지금까지 30년을 그렇게 해왔는데,정말 그만큼 좋은 운동 없습디다.” 이정무(李廷武·63) 한국체육대학 총장.한때 자민련 소속 재선의원으로,‘국민의 정부’의 1기 내각에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입각,국정 일선에서 뛰었던 그를 만나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다. ●일주일에 4만~5만보 걸어 그는 처음에 인터뷰를 안하겠다고 했다.“정치 얘기를 할 양이면 인터뷰를 사양하겠습니다.내 건강이 실은 내세울만 한 게 아니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산실인 한체대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은 거저 줍는 사람 없습니다.타고난 건강이라는 것도 따져보면 무의미하고요.누구든 건강한 삶을 살려면 생각만 하지 말고 결심을 해야 합니다.스스로 아무 것도 포기하지 못하면서 건강을 바란다? 그건 넌센스지요.” 그의 건강론은 명쾌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건강에 대해 그토록 자신을 낮춘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그는 30년 넘게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었다.정치 일선에서 한창 뛸 때는 “까짓 혈압 정도야…”했다.건강에 관한 자신감이었다지만 실은 오만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지역구를 누빌 때는 젊은 당료나 운동원들도 혀를 빼물었다. 그런 그가 2000년 4·13총선때 지역구인 대구 남구에서 패퇴,정계에서 발을 뺀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한 것은 ‘몸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이었다. “정치 12년 하면서 몸 많이 상했다.”고 털어놨다.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출세’의 상징인 국회의원을 하면서 몸을 상했다는 그의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몸 돌보지 않고 정치했으나 정치판,특히 한국 정치판에서 ‘잠깐의 승자’라면 몰라도 ‘영원한 승자’란 없다.누구도 이 치욕의 풍토병에서 자유롭지 못했고,그도 마찬가지였다. ●술·담배와는 담쌓고 지내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건강’이라는 화두를 젖혀두고 살지는 않았다.저녁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대개는 차를 돌려보냈다.걷기위해서 차에 의지하려는 근거를 스스로 없애버린 것이다.“절대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차는 편안함으로 유혹하는 이기”라며 “머잖아 건강을 위해 일상적으로 걷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에게 걷기는 운동이라기 보다 생활이었다.구력 30년의 골프 애호가지만 특별히 의전적인 경우가 아니면 카트를 이용하지 않는다.역시 걷기 위해서다.골프를 치면서도 의도적으로 걸을 ‘꺼리’를 만든다.그래서 골프장에 가면 항상 남보다 바쁘다. 이렇게 걷기에 몰두하는 그가 일주일에 걷는 평균 거리는 얼추 4만∼5만보.그가 이런 정도의 운동량을 30년씩이나 소화해 낸 것은 “기왕 할 일이면 생활이라고 여기고 즐겁게 한다.”는 긍정적 사고에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술·담배와 담 쌓고 산지 오래며,먹거리는 철저하게 채식 위주다.단골집은 나물 밥집이며,붙박이 메뉴가 산채비빔밥이다. ●오만과 과욕에 빠지지 말라 그의 건강 철학은 ‘오만과 과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일상 생활도 이렇게 한다.치열한 선거까지 치러 한체대 총장으로 부임한그가 줄곧 주창한 것도 ‘매사를 감사하게 여기며 생활하자.’였다.학생들에게도 “마음을 밝게 갖지 않으면 어떤 운동,어떤 노력도 결실에 이르지 못한다.”고 가르친다.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도 마음의 짐은 있다. 한체대가 한국 엘리트체육의 요람이지만,이곳에서 땀흘리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이 학교에는 축구,야구,농구 등 이른바 인기종목의 학과는 없다.언론과 국민이 철저하게 외면하는 역도,하키,체조 등 27개 비인기 종목 중심으로 학과가 구성돼 있다.이곳 학생들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거둬들인 금메달이 무려 31개.학교 단위로 출전해도 아시아 4위권의 빼어난 성적이지만 이들에게 남은 것은 상대적 빈곤감 밖에 없다. ●비인기 종목 살아야 체육발전 월드컵으로 나라가 들썩일 때도 이들은 환호와 비탄을 함께 토했다.축구,야구,농구 스타의 시시콜콜한 스캔들까지 대서특필하는 신문·방송이 한국 신기록을 세운 비인기종목 선수는 이름 한 줄 내주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그는 “이런 인식이 한국 스포츠의 기형화를 부채질하고 육상 등 기본을 소홀하게 하는 직접적인 이유”라고 진단했다.“그러니 어린 선수들이 몸바쳐 운동할 의욕이 나겠느냐.”는 대목에서는 유난히 목에 힘이 실렸다. 정부의 무관심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철벽같은 현실.그가 부임해 정부 부처를 설득,겨우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고 한창 힘쓰는 학생들 1일 섭취 열량을 4500㎉로 늘려 놨지만,올림픽 금메달을 따봐야 취업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이들의 상심은 깊기만 하다.“이러니 누가 자식 비인기종목 운동 시키려고 하겠어요? 비인기 종목을 이끌어가는 한체대가 살아야 체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늘고,그런 변화를 거쳐야만 모든 국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보장되는 것 아닙니까.”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지속적 걷기’ 혈압 4∼9㎜Hg 낮춰 고혈압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이 총장의 걷기는 따로 시간을 정해두지 않는다. 짬짬이 시간의 틈새를 ‘걸음의 땀’으로 채우는 그의 운동 스타일은 이른바 ‘자투리형 걷기’.정치인으로,행정관료로,또 교육자로 숨가쁘게 일해야하는 그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매주 4만∼5만보 정도를 걷는다.㎞로 환산하면 적게는 32㎞에서 많게는 40㎞에 이르는 거리.말이 40㎞지,환갑을 넘긴 나이에 매주 마라톤 풀코스에 버금가는 거리를 걷는다는 게 여간한 결심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그와 학교 캠퍼스를 걸어보니,보폭은 보통이었고 속도는 좀 빨랐다. 그러나 정해둔 룰은 없다.몸이 요구하는 대로 보폭과 속도를 조절한다. 그는 “걷기를 만만하게 여기면 오래 못한다.정말 건강을 생각한다면 결심이 필요하다.”고 했다.결심이란 언제,어디서든 이 ‘하찮은 운동’을 결코 하찮지 않게 치러내는 진지함과 생활화를 이르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지속적인 걷기가 혈압을 4∼9㎜Hg 정도 낮춰주며,혈압을 높이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고 혈관의 탄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체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켜 심장병도 예방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강도.사람마다 적당한 운동 강도가 있는데 이를 정하는 기준은 맥박수다.일반적으로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가 최대 맥박수로 한다. 예컨대 63세인 이 총장의 경우 분당 137회가 최대치이며,적정 운동강도는 최대 맥박수의 50∼90% 정도로 잡으면 된다. 운동은 가능한 매일 하는 것이 좋으나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해야 한다. 운동으로 심혈관계에 주어진 자극이 2∼3일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이렇게 운동할 경우 보통 6∼8주가 지나면 혈압 감소효과가 나타난다. 전문의들은 “새벽 시간대만 피한다면 고혈압 환자에게 걷기(속보)는 좋은 운동”이라며 “걷기에 익숙한 사람은 조깅을 병행,한번에 5㎞를 30∼40분에 걷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해영 국민고혈압사업단 내과전문의 심재억기자
  • 지자체 외자유치 속빈 강정 / 양해각서 체결뒤 흐지부지 다반사

    수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외자유치 경쟁을 벌여왔으나 성사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마치 외자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 요란을 떨고 있으나 한꺼풀 벗겨보면 알맹이가 없다.심지어 충분한 준비와 검증없이 외자유치에 나섰다가 브로커에게 속는 경우도 있다.그럼에도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민선 단체장들이 실적을 쌓으려면 이 보다 더 좋은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실제는‘속빈 강정’에 불과한 외자유치 실태를 해부해 본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 인근 용유·무의도 213만평을 호텔,골프장,마린월드 등을 갖춘 국제종합해양관광단지로 개발키로 하고,1998년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했다.미국의 투자회사인 CWKA사가 45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2001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하지만 심의 결과 이 회사의 재원조달 방안이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 2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이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천시는 또 연수구 동춘동송도신도시에 수십 건의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실제 성사된 것은 지난 3월 4공구 3만평에 미국 벡스젠사가 1억 5000만달러를 들여 착공한 에이즈백신공장 한 건에 불과하다. 충남도는 지난 달 국제무기거래상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드난 카쇼기가 이끄는 알 나스르의 자본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심대평 지사가 2000년 말 프랑스 방문시 카쇼기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 카쇼기에 대한 국제적 악평 때문에 외자유치가 성공하리라고 믿은 도민은 많지 않았다.결국 예상대로 카쇼기에게 시종일관 끌려다니다 손을 들어 89년부터 추진돼온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이 또 다시 표류하게 됐다. 관광도시인 제주도 역시 말만 요란할 뿐 아직 외자유치가 구체적으로 성사된 것은 없다.98년 미국의 풀토넥스사와 홍콩의 삼자기업협조총회가 각각 북제주군 묘산봉관광지구에 4억달러와 14억달러를 투자,복합위락단지와 차이나타운을 건설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었다.그러나 내국인 카지노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전북도는미국에서 활동했던 화려한 경력의 유종근 전임 지사 시절부터 외자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때문에 유 전 지사가 외자유치를 핑계로 30차례가 넘는 외유성 해외출장만 다녀왔다는 비아냥마저 일고 있다.특히 유 전 지사가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세풍그룹과 함께 유치하는 과정에서 세풍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되자 ‘외자유치는 복마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환경관련 기업인 ㈜대륭과 1000억원대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그러나 대륭측은 지난 4월까지 투자를 구체화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세계 경제사정을 이유로 투자일정을 미루고 있어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대륭은 자기자본이 아닌 외부의 펀드를 조성,투자를 추진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엉뚱한 트집을 잡아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외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미국 페어차일드사는 99년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을 인수한 뒤 동남아 거점지역 확보를 위해 2억달러 상당의 추가 투자계획을 세웠다.그러나 부천이 수도권제한정비법상 과밀억제권역이어서 공장을 더 이상 늘릴 수 없자 중국 쑤저우로 투자처를 옮겼다. 강원도 춘천시는 99년 의암호 내 상중도를 관광호텔,컨벤션센터,가상체험장 등을 갖춘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렘나(Lemna)사와 6억달러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의회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외자유치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자체가 외국회사와 양해각서만 체결해도 ‘외자유치 성공’으로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러나 양해각서는 투자의사를 밝힌 것에 불과한 외자유치 초기단계로,최종 계약까지는 험난하고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따라서 양해각서만 체결한 채 다음 진행은 흐지부지되는 일이 다반사여서 양해각서는 지자체 전시행정의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외자유치 성공 발표와는 달리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단체장이 ‘유령회사’나 ‘브로커’ 수준의 외국사 국내법인과 접촉한 뒤 치적을 앞세워 서둘러 홍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외 현지 KOTRA나 동포기업인 등로부터 소개받은 투자희망자에 대한 정확한 검증없이 무리하게 외자유치를 추진하다보면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관내 기업이 노력해 외국자본을 유치한 것을 마치 지자체가 힘써 결실을 맺은 것처럼 포장하는 ‘빈대형’ 외자유치도 많이 등장한다.전북도는 현대자동차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현대다임러 엔진공장,대상그룹이 끌어온 군산의 바스프공장 등을 외자유치로 잡고 있으나 이는 지자체와는 무관하게 외국사가 국내기업과 제휴한 것이다.한솔제지가 팬아시아 페이퍼에 팔리고,무주리조트가 외국계 자본에 헐값에 넘어간 것도 지자체의 외자유치 실적에 잡히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전국 정리 김학준 기자 kimhj@ ■전문가 기고/ “외국기업에 투자이점 설명해야”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사회에 가져온 수많은 변화 중의 하나는 외자유치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외자유치에 부정적이던 인식이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자유치를 선언하고,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그러나 외자유치 자체의 어려움과 적절치 못한 접근방법으로 노력에 비해 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우선 외국기업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왜 한국으로 와야 하는지,한국으로 오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거점으로서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도로·항만·철도·전기·수도 등 사업을 위한 우수한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그러나 이같은 장점은 부각되지 못하고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 제도적 투자환경 열악,투자 메리트와 수익성 보장이 뒤따르지 않는 등 단점만 부각돼 외자유치 성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외자유치에 성공하려면 미국 및 유럽기업의 경영관행과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구미(歐美)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변호사와 전문가그룹의 검토를 거쳐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동의해야 하는의사결정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이같은 특수성을 이해하고 외자유치에 나선 중앙정부,지자체 또는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즉 외자유치 주체기관이 구미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를 활용,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했을 때 얻는 이점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투자를 검토하는 구미 기업에 효율적·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상대는 전문가 집단인데 우리는 과거의 공직수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성공적인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에서 훈련된 인력과 전문성·기능성을 갖춘 조직이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 ■사천 진사공단 경남 사천시 방지리 진사공단이 외국인 투자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외국기업전용단지로 지정된 10만평에는 외국기업의 공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일본과 중국이 합작으로 설립한 ‘루이테크’가 다음 달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고,일본계 ‘UDK㈜’도 9월쯤 완공된다. ●고도 신기술 수반 외국업체 5개 가동 중 일본 다이요 유덴(太陽誘電)이 3억 3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한국 경남 태양유전’을 비롯한 5개 업체는 이미 가동 중이다.그리고 독일과 일본계 첨단 부품소재 기업이 4200만달러를 투자,올해 안에 공장신축을 착공할 계획이어서 경남도가 1999년부터 유치한 외국기업 12개 가운데 9개가 입주하는 셈이다. 모두 ‘신규공장 설립형 투자’(Greenfield Investment)인데다, 신기술을 함께 들여온 고도기술 수반업체여서 다른 외자유치보다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남도의 오춘식(吳春植) 투자유치과장은 “현재 투자의사를 밝힌 4∼5개 기업과 협상 중”이라면서 “외국기업전용공단 추가 지정을 산업자원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공 열쇠는 원 스톱 서비스 이 공단은 당초 항공우주산업단지로 개발됐으나 97년 외환위기로 버려져 있었다.이를 침체된 서부경남의 성장엔진으로 활용키로 하고 외자유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김혁규(金爀珪) 지사의 구상이 적중한 것. 도는 98년 8월 투자유치과를 신설하고,외국어에 능통한 대기업 출신 전문가 4명을 영입했다.이듬해 1월에는 투자유치 조례를 제정,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제도화했다.행정의 ‘원스톱’(One Stop)서비스 체제도 구축했다. ‘나노’ 수준의 분체가공기술을 가진 JS테크는 사업계획서 제출 후 19일만에 행정절차를 마치고 기공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태양유전은 49일만에 공장신축공사를 착공했다. 한국 JS테크의 야마키 준(八卷潤) 공장장은 “규제가 복잡한 한국에서 행정절차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스피드 원스톱 서비스에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도는 지난 3월부터 인근 2500평 부지에 외국인전용학교를 건설 중이다.사천시는 지난 봄 사업비 3000만원으로 공단 내 거리에 벚나무를 심었다.입주업체 이름을 따서 공단 내 거리명을 명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외자유치를 위한 일종의 ‘러브 콜’이다.이런 노력이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밑거름이다. 사천 이정규 기자 jeong@
  • 떡국·풀국·布穀·法禁·復國…뻐꾸기 소리 하나에도 큰 의미담았던 선인들 / 정민著 ‘한시 속의 새‘

    새는 늘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아침 까치 울음소리에 마음 설고,올빼미가 울면 불길한 예감에 잠을 설쳤다.뻐꾸기 소리를 듣고 씨 뿌릴 때가 됐음을 알았고,편대를 지어 날아오는 기러기 떼를 보며 겨울을 예감했다.마당에 학을 길러 그 고고한 정신을 닮으려 했고,닭의 행동을 관찰하며 인간 삶의 면면들을 곱씹었다.새는 선인들의 삶과 함께하며 신화와 전설,민담을 비롯한 많은 이야기를 낳았고 다양한 이미지로 자리잡아 왔다. ‘한시 속의 새,그림 속의 새’(전2권,효형출판 펴냄)는 새를 소재로 한 한시와 그림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 속에 자리잡은 새와 관련된 기록을 살핀다.저자는 한문학 속에 담긴 풍부한 콘텐츠를 살아 있는 유용한 정보로 바꾸는 작업에 몰두해온 한양대 국문과 정민(44) 교수.그는 새소리를 빌려 노래하는 금언체(禽言體) 한시를 공부하면서 이 책을 구상하게 됐다.5년 동안 일본과 타이완,중국을 종횡으로 누비며 새와 관련된 책을 구했고,세계의 새 그림 우표도 600장 넘게 모았다.이 책은 그런열정의 산물이다. 새가 지니는 상징성과 의미는 무궁무진하다.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문(文)·무(武)·용(勇)·인(仁)·신(信)의 오덕(五德)을 갖춘 닭,장수를 축원하는 세화(歲畵)의 소재인 학,신의의 상징인 제비,안분지족의 상징인 메추리,부부의 백년해로를 축원하는 의미가 담긴 백두조,태평성대를 알리는 황여새,개 대신 집을 지키는 거위,방정맞은 할미새….그런가하면 고구려 고분 벽화 속의 학이나 봉황,세 발 달린 까마귀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등장한다.저자는 “새 그림에 담긴 의미들은 철저하게 문학적 상징으로 코드화돼 있다.”고 말한다.새 그림은 영모화(翎毛畵)라고 해 옛 그림의 한 장르를 이뤘다.옛 그림 속의 새는 관념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조류도감을 방불케할 만큼 사실적인 것이 특징이다. 새들은 어떻게 우는가.우리 선인들은 같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떡국·풀국·박국 등으로 달리 들어 전설로 엮었다.그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상상을 자극해 다양한 의미를 낳았다.‘씨 뿌려라(布穀)’라는 독촉으로,‘법으로 금한다(法禁)’는 외침으로,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나라 찾자(復國)’는 다짐의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며 ‘논어’ 위정편의 한 구절을 그럴싸하게 읊조리는 제비도 있다.‘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것이 아는 것이니라’라는 뜻의 이 구절을 소리대로 빨리 읽으면 마치 지지배배하고 조잘대는 제비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장자’의 한 구절로 노래하는 꾀꼬리 또한 이에 못지않다. 180여컷의 새 관련 그림 자료와 170여 수의 한시가 실린 이 책은 문학,회화,조류학 세 분야에 걸쳐 있다.그동안 조류학자들이 쓴 책이나 새 그림에 관한 미술학계의 연구는 많지만 우리 옛 문헌 속의 새 자료와 그림들은 다뤄지지 않았다.이 책은 ‘학제간 연구’의 결실이자 ‘인문학 가로지르기’의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1권 2만 2000원,2권 1만 9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한국학 메카 만들날까지 고서수집 멈출 수 없죠”명지대 LG연암문고 운영 유영구 이사장

    “세상에 재미있는 일은 보람이 없고 보람있는 일은 재미가 없기 쉬운데 고서(古書)를 모으는 일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학교법인 명지학원 유영구(57) 이사장은 사학경영인이기에 앞서 고서수집가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20층.한 편에 떼어놓은 자그마한 이사장실 공간을 빼면 이곳은 온통 책의 숲이다.산학협동의 결실인 ‘명지대LG연암문고’가 바로 여기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관련 서양 옛책 1만여권 갖춰 무릇 소중하지 않은 책이 어디 있으랴.하지만 이 고서문고는 각별히 주목받아 마땅하다.16세기 후반부터 1950년대 이전까지 서양의 언어로 씌어진 한국 관련 책만 1만여권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영어책을 비롯,불어·독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러시아어·네덜란드어·포르투갈어·스웨덴어·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의 책들이 망라됐다.이 ‘명지대LG연암문고’는 산학협동의 모범 사례로,LG그룹은 해마다 2억원 규모의 도서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그 외에 도서 운송·보험료등 부대경비와 문고운영비,인건비 등 2억원에 이르는 예산은 전적으로 유 이사장의 사재로 충당된다. “고서에 대한 관심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한국관계 서양고서 찾기운동’에 나선 것은 95년 10월부터입니다.세계 고서시장의 움직임을 늘 주시하고 있지요.단 몇 줄이라도 한국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면 어떻게든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200군데의 고서상들과 카탈로그를 통해 책을 구입하고,경매에 나온 책들을 사기도 한다는 그는 “몇 백년 된 유명 고서점들 중에는 지금도 서지정보가 가득 담긴 카탈로그를 통해서만 책을 파는 곳이 많다.”고 말한다. 유 이사장은 “세계 고서시장은 단연 유럽이 강세이며,역사가 짧은 미국은 맥을 못추고,일본 고서상들은 가장 정직하고 값도 정확하게 매기는 것 같다.”고 경험을 들려준다.그는 ‘무역대국’인 한국이 세계의 고서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무엇보다 안타까워한다. ●고서수집은 시간·땀·돈·안목의 싸움 ‘명지대LG연암문고’는 그 역사적 의의나 자료적 가치에 비해 일반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1950년대 이전 한국과 관련된 서양 고서들이 기껏해야 몇 백권 정도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구하다 보니 1만권이 넘어 저도 놀랐어요.서세동점 시기에 서양인들이 얼마나 동양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지요.‘명지대LG연암문고’를 그동안 적극적으로 드러내놓지 않은 데는 보안유지의 필요성도 있었습니다.한국 관련 서양 고서를 구하는 데 국내외적으로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올 수도 있고 아이디어를 도용당할 우려도 있고 해서 조용히 책을 모으는 데만 힘을 쏟아왔습니다.하지만 이제 이만큼 모양을 갖췄으니 제대로 알리고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찾아보아야지요.” 그의 말을 듣다 보면 고서수집이란 역시 시간과 열의와 안목과 돈과의 싸움임을 깨닫게 된다. ‘명지대LG연암문고’는 유 이사장의 총괄 관리 아래 6명의 ‘교수급’ 위원으로 구성된 연구위원회에 의해 운영된다.전담 사서도 2명 있다.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올해 안에 총도서목록을 만들어 책으로 내는 일.내년부터는 주제별로 연구위원을 위촉해 번역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명지대LG연암문고’ 중에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책들이 즐비하다.중국에서 발간된 라틴어판 ‘아담 샬 회고록’,독일어판 ‘하멜 표류기’,16세기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담은 ‘감바쿠도노의 죽음’,1936년 베를린올림픽 보고서인 ‘Die Olympischen Spiele 1936’ 등은 특히 한국사를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데 으뜸자료가 될 만하다.또 19세기 말 영국에서 발간된 화보집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는 한국 근대의 풍경을 흥미롭게 전해준다. 이미 독보적인 가치의 전적을 소장한 상태이지만 유 이사장의 고서수집열은 식을 줄 모른다. “한국 관련 내용이 담긴 서양책으로 지금 구하려고 하는 것이 100권쯤 있습니다.그 중에서도 특히 애타게 찾는 책이 니콜라스 윗센의 ‘동북 타타르지’(1692)이지요.그러나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으니…” 하멜과 동시대인인 윗센은 러시아 피터대제가 선진국의 조선술을 배우려고 네덜란드에 와 신분을속이고 일했을 때 암스테르담 시장으로 후견인 노릇을 했던 인물.이 책에는 윗센이 하멜 일행을 만나 인터뷰해 기록한 150여개의 한국 단어가 서양책으로는 처음 소개되어 있다.한마디로 희귀본이다.유 이사장은 책값이 10만달러가 넘는 이 책을 10년 가까이 추적해오고 있다.이쯤 되면 그의 고서수집은 하나의 신앙이요 생활의 한 부분이라 할 만하다.그는 “가능하다면 기존의 ‘명지대LG연암문고’에 한국과 관련된 한적(漢籍) 1만권 정도를 보태 명실상부한 한국학 센터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살롱문화'를 꿈꾼다 유 이사장이 ‘명지대LG연암문고’와 함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태평관 기영회(耆英會)’다.지난해 12월 설립된 이 모임은 20세기 초 영국 런던의 블룸즈베리 그룹을 연상케 하는 지식인 집단으로 고병익 전 서울대총장·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조순 전 서울시장·여석기 고려대 명예교수 등 각계 원로 27명이 참여하고 있다. 명지빌딩 20층에 마련된 30여평의 ‘태평관 기영회’ 공간에서는 매달 첫 수요일 월례회가열린다.기영회가 현업을 떠난 기로(耆老)들의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니라 성숙한 담론의 장을 지향함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유 이사장은 “‘태평관 기영회’를 자유로운 만남과 비판적인 토론이 이루어지는 대화의 마당,우정어린 교제 속에 지식을 재생산하는 진지한 ‘살롱문화’의 현장으로 가꾸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면기자 jmkim@
  • [CEO 칼럼] 건축은 ‘건축주의 거울’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이는 건축물이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기술·정신·예술·생활관습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할 뿐 아니라,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생활과 그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 말이 ‘건축은 건축주(建築主)의 거울’이라는 의미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즉 건축물은 그 주인이 가지고 있는 지혜와 역량,자질대로 지어진다는 뜻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하고 훌륭한 건축물 뒤에는 반드시 그 건축물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는 건축주가 있었다. 실제로 건축활동에 있어서 건축주의 역할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건축물의 기획·설계 단계에서부터 외부환경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으며 시시각각으로 진행되는 시공단계에 이르기까지 전체 건설생산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최종 주체는 항상 건축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건축주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도로 양쪽으로 빽빽이 들어선 도심 건물들의 획일적이고 밋밋한 외관이나 무질서한 스카이 라인,그리고 인간의 숨결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주변의 자연환경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건축물들은 다름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도시들이 이토록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는데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러한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기란 좀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우리 나라의 많은 건축주들에게 건축물은 예술적 가치를 지니거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투기·불법 전매·탈세·부실·자연훼손 등 온갖 건전치 못한 용어들이 횡행하는 ‘치부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건축물이 지니고 있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가치나 기능을 송두리째 무시할 수는 없다.하지만 정도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건축주들은 건축물이 지녀야 할 본연의 목적이나 기능을 중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물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주변의 경관이나 건물들과의 조화,그리고 시대의 삶이나 가치관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물이란 한번 지어지면 짧게는 수십 년,길게는 수천 년 이상 존속되기 때문에 한번 생긴 생채기를 치유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준비하고 변해야 한다. 우리 국민 누구나 건축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변화의 시발점은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되어야 한다.먼저 시민단체와 관련 학술단체,그리고 언론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운동’을 제창하고,모든 국민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럼으로써 잠재적 건축주인 일반 국민들의 건축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훗날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게 되면 생명력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했던 우리 주변의 건축물 군상들이 비로소 살아서 숨을 쉬게 되고,국민들도 5000년을 이어 온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부심과 고유한 정서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우리 후손들은 단지 건축물 속에서 생활하고 편의를 얻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과 서로 교감하고 대화하며 기쁨을 얻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 종 훈 한미파슨스 대표
  • 기고 / 무용은 체육이 아니라 예술이다

    교육계의 관심이 온통 NEIS와 관계된 일련의 사태에 쏠려 있는 중에 무용교과독립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무용교육 현장보고를 중심으로 한 제2차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인간문화재 제1호 김천흥옹을 비롯하여 무용계의 지도적인 인사와 학생들이 작은 규모지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는데, 언론에서의 반응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귀 기울일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서,무용을 예술로서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무용이 예술이 아니면 뭐냐? 하며 그 당연한 이야기를 왜 새삼스레 외치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없지 않겠지만,대학을 비롯한 각급 학교 교육에서 무용은 예술이 아니라 체육으로 분류돼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무용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까 체육이 아니냐는 억지가 그 배후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정에서 낭독되는 판결문도 글이니까 문학이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되 좀더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가치의식의 발로이므로 인간의 모든 행위와 사고,그리고 그 결실 치고 문화 아닌 것이 없다.그러나 그 중에서도 완성을 지향하는 의욕이 가장 분명하게 발현되는 활동을 구분하여 예술이라고 한정짓는 것 또한 어김없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각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나 뚜렷이 식별되는 구조가 존재한다.그리고 그 구조는 상대적으로나마 자율성을 지니고 있기에,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지침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다.그것은 또한 뛰어난 솜씨와 독창적인 개성을 요구한다. 예술적 가치 역시 이와 같은 특성들과 연관된다.심리학적으로 본다면,그것은 조화와 안정을 추구함으로써 충동을 다스리게 하는 동시에,사회학적으로 본다면,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가장 감동적으로,효과적으로 경험케 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좀더 이상적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추동한다. 체육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문화와 교육의 일환이지만,앞에서 말한 표현활동이자 의미활동으로서의 예술과는 다른 목표와 가치의 측면이 두드러지므로 예술의 일환인 무용과는 다르게 교육되고 향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이 둘이 같은 틀 속에서 운용된다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좁은 의미의 문화영역과 교육부문이 지금처럼 두개의 독립적인 부처로 분리되어 있고,문화관광부가 그 명칭대로 경제적인 부가가치에 좀더 치중한 듯한 상황에서는 자칫 그 뿌리가 되는 문화교육 영역은 내 일이 아닌 듯이 소홀시되기 쉽다. 그런 모순 속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면,이제부터라도 두 부처가 문화교육 내지 예술교육의 의의를 절감하는 중에 진지하게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또한 이는 비단 무용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기에,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간의 연대가 요청된다. 김문환 서울대 교수 한국미학회장
  • MH 북초청 방북 “感 좋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이 10일 설봉호편으로 방북했다.정 회장 등은 오는 13일까지 금강산에 머물면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왜 가나 북측은 대북경협 현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초청했다.올초만해도 대북경협사업은 육로관광이 이뤄지는 등 가속도를 냈으나 특검제 도입 이후 주춤했다.이에 따라 개성공단 착공식과 개성관광,류경정주영체육관 준공식 등에 대한 논의도 중단됐다.이번 방북은 이를 풀기 위한 것이다. ●성과는 6·15 정상회담 3주년을 앞둔데다 북측 초청이어서 성과가 기대된다.금강산 관광도 쉽게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해로관광은 관광객 모집을 거쳐 6월말쯤,육로는 7월중 가능할 전망이다. 개성공단 착공식은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하고 있다.류경정주영체육관 준공식은 체육행사와 연예인 공연이 계획돼 있어 7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북측도 이들 행사를 남북정상회담 3주년에 맞춰 성대하게 치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개성공단 임대료와 노임은 이미 양측이 합의한 상태다. 현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어느때보다 분위기가 좋다.”면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명망가 위주 소설출판 벽 허문다 / 인문학 전문 출판사 ‘소명’ 소설집 3권 펴내

    150여종의 인문학 관련 서적만을 외곬으로 펴내온 소명출판사가 처음으로 소설 3권을 펴냈다.출판사가 문학 관련 책을 내는 게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소명출판사의 기획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 출판의 벽을 낮추거나 허물려는 의지가 담겼기 때문. 박성모(사진·41) 대표는 “소설 출판에는 명망가 위주의 출판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지 벽이 존재하는데,이런 풍토에서는 신인이나 등단 뒤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면이 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보려고 나름의 성격에 맞는 소설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물론 상업적인 성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게 8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정혜주의 ‘내 안의 불빛’을 비롯,99년 문학동네에 중편으로 등단한 도태우의 ‘디오니소스의 죽음’,늦깎이 작가 김정주의 ‘을를에 관한 소묘’등 세권이다.첫 작품집인 만큼 작가들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는 문학적 기초가 탄탄하다. ●‘내 안의 불빛’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작가가 ‘한백’이란 가명으로 88년 발표한 ‘동지와 함께’를 포함해 지식인과 노동자의 관계를 탐색하는 세편의 중편 모음집.‘강·섬·배’는 새로운 세기를 운운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대에 오히려 굼벵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80년대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작가는 당시를 ‘쓰라린 자부심’의 시대라고 결론짓는다.‘영만이’는 노동자의 변신과정을 통해 지식인의 부채의식을 벗어난,있는 그대로의 노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기고 있다. ●‘디오니소스의 죽음’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상상력의 틀 속에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생을 불태우는 로커 ‘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표제작 등 네편의 중단편을 모았다.작가는 ‘발루아의 환영’‘테에베 통신’‘판팔루스 판포스’ 등에서 현실에서 문학,나아가 예술과 종교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작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면서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소수‘광인’들의 힘으로살고 있다. ●‘을를에 관한 소묘’ 탑골 공원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이야기한 표제작 외 세편을 실었다.현실과 유리된 채 인식론에 안주한 여성과 재봉질에 매달려 욕망에만 안주하는 다른 여성을 통해 생의 풍속도를 압축한 ‘알 수 없는 문’을 비롯,‘잃어버린 방’‘수면 아래 저편’등에서 녹록지 않은 솜씨를 자랑한다. 모두 어느 한 경향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과 작가들이다.하지만 이들이 기존의 문학물 출판 관행으로는 좀처럼 빛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그리고 그들의 결실이 낳은 ‘못자리’에는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탄탄하게 키워온 글솜씨가 깔려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사설] 새로운 한·일 동반자 시대 선언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동반자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노 대통령은 어제 일왕과의 만찬에서 “한·일 양국은 명실상부한 동반자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월드컵 공동개최 등 우호관계를 강조했다.일왕도 만찬사에서 침략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과거사 문제가 늘 중요한 이슈였던 과거의 한·일 회담과는 다른 모습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인들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유사법제가 참의원을 통과하는 것을 일본에서 봐야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강조했다.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한 차원 높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노 대통령은 전후 세대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전후 세대다.양국의 전후 세대 지도자들이 만나 그동안 과거사가 억눌러 왔던 한·일관계를 청산하고 21세기의 우호관계 비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다면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관계는 사실 과거에 머무를 수는 없다.양국의 젊은 세대들은 지난해 월드컵 공동개최 이후 더욱 친밀해졌다.두나라는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한국과 일본의 공조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북핵문제가 해결되어 한반도의 안정이 확립돼야 동북아의 평화도 가능하다.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양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한·일간의 우호관계를 위해서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하고 군사적 야욕이 없어야 한다.그런데 반복되는 역사 왜곡과 군사력 증강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노 대통령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 위에서만이 진정한 동반자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일본의 그릇된 행태는 변함이 없는데 한국만이 미래지향적 관계에 집착하다가는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노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일본의 대응을 기대한다.
  • “대덕밸리 R&D 중심지 조성 송도밸리는 물류·금융 허브로”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

    “송도IT밸리 조성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백종태(白種泰·47) 회장은 “대덕밸리는 R&D(연구개발) 중심으로,송도밸리는 물류와 금융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대덕밸리 800여개 벤처기업을 이끄는 그는 “대덕이나 송도를 이처럼 구분하지 않고 만들면 두 곳 모두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대덕밸리만 있는 것보다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 인천 송도를 IT(정보기술)기업과 대학 등이 있는 R&D의 허브(중심)로 만든다고 밝힌 뒤 현재 정부와 인천시가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사업이 발표되자 30년간 자타가 공인해온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밸리가 “벤처 기업이 모두 송도로 몰려가 대덕은 빈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며 크게 술렁이고 있다. ●30년 공들인 대덕밸리 무너질라 백 회장은 “송도IT밸리 조성시 그 결실이 나오기까지는 2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2020년 동북아시아의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이 가운데 한국이얼마 만큼 차지하느냐는 국제경쟁력이 좌우한다고 그는 덧붙였다.백 회장은 “과학기술이 경제의 중심축”이라면서 “지금은 한국이 중국의 과학기술을 4∼5년 앞선다지만 2020년까지도 그럴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결국 송도IT밸리 조성계획은 20년 이후의 결실을 위해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인천공항과 서울 등에서 가까운 점도 송도를 물류와 금융으로 한정시켜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그는 “대덕밸리는 대학,벤처기업,연구소 등 IT밸리로서 기반시설이 다갖춰져 있지만 물류와 금융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부연했다.지난 73년 대덕연구단지로 출발한 대덕밸리는 현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정보통신대학원대,충남대 등 대학과 18개 정부출연연구소 등 80여개 연구소,벤처기업 등이 있다.840만평의 광활한 땅에 1만 6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종사하며 국내 최대의 산·학·연 과학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그는 “대덕밸리는 한국과학기술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면서 “7∼8년 전부터 입주한 벤처기업들이 연구성과를산업화,2∼3년 후면 성숙기로 접어든다.”고 설명했다. 지방분권화 차원에서도 기능을 분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백 회장은 “기업·학교·연구기관 등이 수도권인 송도로 몰리면 행정수도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그는 “대덕밸리와 똑같은 기능을 가진 송도IT밸리가 조성되면 지난 30년간 30조원을 쏟아 공들인 대덕은 곧 공동화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IT밸리 ‘선택과 집중' 필요 백 회장은 “정부는 경제논리 등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지만 과학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큰 만큼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현재 대덕밸리의 IT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는 세계적이라고 자랑했다.그는 미래를 ‘기술패권주의 시대’라고 진단한 뒤 “대덕밸리와 비슷한 송도IT밸리가 들어서면 이 경쟁에서 멀어진다.”고 예상했다. 백 회장은 인수위의 발표 직후인 지난 2월 초 회원 벤처기업인들과 성명을 내고 대덕과 성격이 같은 송도IT밸리 조성을 반대했다.3월에는 대전지역 과학자,교수,자치단체·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대덕밸리 동북아 R&D허브 구축단’을 구성,R&D 허브의 대덕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그는 이 구축단의 단장직까지 맡고 있다.다음달 10일 대전지역 기업인과 시민 등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열어 대덕밸리 R&D 허브의 당위성을 알릴 계획이다. 그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실리콘밸리처럼 과학기술의 역사가 길고 재원이 많은 미국은 IT밸리를 여러 군데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싱가포르 등은 IT산업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30년 한국과학 프로젝트 세워야” 백 회장은 “정부에서 30년 전 대덕연구단지를 구상했던 것처럼 이제는 향후 30년 과학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충고했다.30년 전의 그것이 미국보다 한국이 IT에서 앞서는 힘이 됐다고 주장했다.휴대전화나 반도체 기술도 대덕밸리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백 회장은 경북 구미 출신으로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17년간 재직하다 2000년 3월 대덕에서무선통신용 부품을 만드는 ㈜CIJ를 창업,운영하고 있다. 백 회장은 “이미 IT,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를 하나로 융합하는 시대가 왔다.”며 극소자 분야를 연구하는 ‘나노팹센터’도 KAIST에 유치돼 대덕밸리가 이런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과학시스템도 선택과 집중을 필요로 한다.”며 말을 맺었다. 대덕 이천열기자 sky@
  • [데스크 시각] ‘월드컵 신화’ - 그후 1년

    꼭 1년전 한반도는 단군이 하늘을 연 이후 가장 크고 깊은 격정과 감동에 휩싸였다.한달 내내 우리의 영웅들이 펼쳐 보인 축구 드라마에 밤을 새워 웃고,울었다.거리를 뒤덮은 ‘붉은 함성’은 지축을 뒤흔들었고,사람들의 가슴은 쇳물을 녹일 만큼 뜨거웠다. 축제가 끝난 뒤 한동안 ‘월드컵 신화’는 대한민국을 지배했다.태극전사들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은 정계와 재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고,아스팔트를 메운 ‘W세대’는 사회변혁의 주류로까지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우리는 앞다퉈 다짐을 했다.‘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의 이름으로 하나가 된 에너지를 국가발전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고,이번 만큼은 제대로 뒷마무리를 해 ‘축제 뒤의 거품’만 남은 88서울올림픽 때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정부는 물론 각계에서 ‘포스트 월드컵’ 청사진이 봇물처럼 쏟아졌다.정치선진화를 비롯해 10년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으로 부상하고,종국에는 ‘경제 4강’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 등등…. 감동의 주역인 축구또한 청사진의 현란함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월드컵 개최도시 10곳 가운데 프로축구단이 없는 서울 대구 인천 광주 서귀포 등에 2005년까지 새 구단을 창설해 축구붐을 스포츠산업으로 발전시키고,한국 일본 중국 국가대표팀간의 경기를 정례화하는 한편 유소년클럽은 7개에서 30개로 늘리기로 했다.또 연령대별로 유소년 상비군을 운영하고 민간 체육시설의 등록·신고 등 각종 규제도 풀기로 했다.실천만 된다면 해묵은 과제들을 단칼에 해결하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신화를 재현하는 데 결정적 디딤돌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실은 불쾌한 예상과 경험을 크게 비켜가지 못했다.1주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휘장사업 스캔들’만큼이나 우울하다. 월드컵 이후 연일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하는 등 ‘반짝 강세’를 보인 프로축구는 다시 월드컵 이전 수준으로 시들해졌고,대구와 광주를 연고지로 한 구단이 생기기는 했지만 내용상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대구는 시민구단 형태이고,광주는 군팀인 상무여서 ‘포스트 월드컵’의 결실이라고 하기에는 낯이 간지럽기 때문이다.기존의 10개구단도 재정자립도 30%미만인 적자구조에서 한치의 진전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 활용 역시 쇼핑몰로 ‘전업’해 그나마 수지를 맞춘 서울을 제외하고는 매년 20억∼46억원씩 드는 관리비조차 충당하기가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그렇다고 희망의 단초가 없는 것은 아니다.수평사회를 지향하는 흐름들이 사회에 넘쳐 나고,코리아에 대한 인지도가 10%포인트나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많은 이들을 들뜨게 한다.“외국공항 면세점 직원이 코리안이냐고 묻는 일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는 세일즈맨들의 전언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축구를 하고,축구를 즐기는 일이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하지만 지난 1년처럼 화려한 수사를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포스트 월드컵’을 제대로 챙길 수 없다.신화를 자랑하고,샴페인을 터뜨리며 장밋빛 비전을 쏟아내느라 1년을 허송했다면 이제부터라도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딛고 뜻을 모아 실천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실사구시의 자세로 구슬을 꿰자.‘포스트 월드컵’은 처음부터 그렇게 출발했어야 했다. 오 병 남 체육부장
  • 韓·美·日 북핵 평화해결 공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6일 밤 8시 30분(한국시간)부터 약 2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양 정상은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과 다자회담에 한국과 일본도 이른 시일내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 동맹관계 발전과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중요한 성과를 얻은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구체적 결실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방미(訪美)때 보여준 부시 대통령과 미 정부관계자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시했다.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北 “美와 쌍무회담후 다자회담”외무성대변인 담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4일 담화를 발표,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쌍무회담에 나서면 미국이 원하는 다자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조선(한)반도 핵 문제는 미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인한 위협으로 산생된 문제이며 이 문제 해결의 관건은 미국이 실제로 대 조선정책을 전환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면서 “먼저 조·미 쌍무회담을 하고 계속하여 미국이 제기하는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순수 조·미 사이에만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있는 만큼 조·미 쌍방이 마주앉아 서로의 정책에 대한 솔직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그렇게 될 때 다자회담도 할 수 있으며 또 결실있는 회담으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정부 당국자는 25일 “북한의 담화 내용은 양자회담에 무게를 둔 것으로,양자 뒤 다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은 베이징 회담때도 해온 것”이라고 밝혔다.이 당국자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3자회담 후속회담의 형식과 일정과 관련.“오는 31일 중·미 정상회담과 새달 1일 미·러 정상회담,7일 한·일 정상회담을 끝낸 뒤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조율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톱스타 이승환·채림 커플 결혼

    가수 이승환(36)과 탤런트 채림(24)이 지난 24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후정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룹 토이의 유희열과 신동엽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예식에서 가수 이소라 김광진 정지찬 등이 축가를 불렀으며 가수 장호일,탤런트 채정안 김정화 엄정화 차태현 감우성 류시원 등 동료 연예인과 친지 1000여명이 참석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여름부터 교제를 시작해 2년만에 결실을 맺었다.신라호텔 최상급 객실인 프레지던셜 스위트룸에서 첫날밤을 보냈으며,신혼여행은 채림이 출연중인 KBS 2TV ‘저 푸른 초원 위에’가 끝난 이후로 미뤘다. 황수정기자 sjh@
  • 기고/‘對北지원’ 장기적 안목으로 보자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대북지원에 대해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대북지원 자체에 대한 반대의사의 표시이기도 하고,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쟁점으로 떠오르곤 하는 것으로 보아 다분히 정략적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올해는 북한의 핵 개발 및 보유 문제가 쟁점화되면서,대북지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갖게 된다. 대북지원에 대한 반대는 금액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흔히 하는 말로,우리 국민 각자가 북한주민들에게 해마다 ‘자장면 한 그릇’을 사주는 셈인데,이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액보다는 군사전용과 투명성의 문제 그리고 대가성의 문제 등 제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요약컨대,우리가 해마다 자장면을 사줘도 돌아오는 것이 없고,주민에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할 뿐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직접 쓰거나 먹을 수 있도록 분배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데,결코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국가안보에 대한 건전한 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증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우리가 북한에 대해 언제까지나 피해의식과 불신감을 갖고 살아 갈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제 우리는 GDP가 세계 12위,무역액이 세계 13위에 달하는 등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선진국을 바짝 쫓아가고 있다. 이런 성취는 우리 국민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그러나 이제까지는 우리만 열심히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본격적인 선진국 진입은 아무래도 우리의 의지와 노력만 가지고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육로를 통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는데다,한반도가 불안정하면 외국의 투자자도 망설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자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그들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데,그들이 처해 있는 실정을 외면한 채 결실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북한에 끌려만 다닌다는 비판도 없지 않아 있지만,그래도 그들이 얻는 것이라도 있기에 대화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대북지원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우리가 통일을 이루려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여기에는 대북지원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독일의 통일도 결국은 동독주민이 동의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우리도 북한주민에게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매일 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우리의 ‘퍼주기’ 논쟁을 본다면 뭐라 할 것인가? 오뉴월은 우리에게는 산과 들로 나가는 여유의 계절이며 농부들도 풍년을 기약하며 땀을 흘리는 기약의 계절이겠지만,북한의 오뉴월은 문자 그대로 암울한 계절이다.가을걷이 식량도 이쯤 되면 소진되고,씨앗을 뿌리려 해도 비료가 모자라 농민들이 수심의 나날을 보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북한 당국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모양이다.어떻게 해야 할 건가? 또 ‘퍼주기’ 논쟁이나하면서,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를 외면할 건가.북한의 핵문제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그래도 보낼 때는 보내야 하지 않을까. 북한을 ‘악의 축’이라 몰아붙이는 미국도 해마다 쌀이나 밀가루를 지원해주고 있고,올해도 이미 10만t의 곡물을 지원해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외국 그것도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도 보내는데,하물며 동포인 우리가 팔짱만 끼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정부 당국자도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으면 설득하고,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면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등 책임있는 자세로 대북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싶다.줄 때는 주자.그리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자. 고성호 통일교육원교수 명예논설위원
  • ‘찐한’ 팔도 사투리 다모였네/ 퓨전역사코미디 부여 ‘황산벌’ 촬영현장을 가다

    지난 20일 영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감독 이준익)의 촬영이 한창인 충남 부여군 규암면 세트장.병풍 같은 산으로 에워싸인 목조성곽 세트가 2만여평에 달하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안에 세워져 있다.성문 입구 광장,위풍당당하게 말등에 올라 앉은 장군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중훈씨,말을 좀 더 앞으로 몰고 나와요.조금 더 앞으로요!” 주인공 계백장군 역의 박중훈이 취재진 앞에서 극중의 모습 그대로 포즈를 잡아보인다.건들건들 코믹한 이미지로 익숙한 그가,투구에 갑옷으로 중무장한 모습은 그 자체가 코미디다. ●계백·김유신장군 ‘사투리 전투’ 영화에 제작사가 특별히 이름붙인 장르는 퓨전역사코미디.지금으로부터 1343년 전,백제의 계백 장군과 신라의 김유신 장군(정진영)이 ‘찐한’ 사투리로 황산벌 전투를 벌였으면 어땠을까.실소부터 터질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다.늦봄 오후의 따가운 햇볕.세트장 건너편 너머로 멀리 보이는 부소산성은 천년의 꿈결 속에서 몽롱한데,정작 세트장내 풍경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정없이 두드려 깬다. 감독의 ‘큐’사인을 받고 연출되는 신라·백제 병사들의 대치장면.신라병사들의 영남사투리,백제병사들의 호남사투리에 나중엔 강원도사투리까지(제주도만 빼고 팔도 사투리가 다 나온다.),온갖 욕설들이 속사포처럼 터져 뒤엉킨다. “스크린 연기에 대한 권태가 한동안 무척 심했어요.뭔가 똑같은 것을 답습하는 듯해서요.할리우드로 나갔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한참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었는데,때마침 이 시나리오가 들어온 겁니다.갑옷에 수염을 다 달아보고….(웃음)” ●박중훈 “충무로사랑 뼈저리게 그리웠다” 박중훈이 충무로에 돌아온 건 ‘세이 예스’ 이후 꼭 2년 만이다.물론 그 사이 할리우드 진출(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이라는 큼지막한 이력을 쌓았다.하지만 “충무로의 사랑이 절실하게 그리웠다.”고 고백한다. 모처럼 돌아온 ‘친정집’에서 요즘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최근작들이 모두 흥행에 쓴맛을 봤는데도,새 작품에 대한 흥행부담이라곤 여전히 눈곱만큼도 없다. “감독의 특별주문이 애써 웃기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거였어요.계백장군의 역할을 코미디가 아니라,오히려 정극에서처럼 집중해 연기해달라는 주문이죠.한때 코미디로 날렸던 배우 박중훈이 말탄 장군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웃기니까 제발 오버하지 말라,그 뜻을 제가 왜 모릅니까.” 하회탈처럼 또 한번 오만상을 구기며 호탕하게 웃어젖힌다. 사실 이번 영화의 매력포인트는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사투리에 있다.그가 “말이 장군이지 칼 한번 제대로 잡는 장면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입심’하나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다.촬영초반인데도 호남사투리가 혀끝에 착착 감긴다.‘본토 발음’을 CD로까지 녹음해 달달 외운 결과다.스크린의 주인공이 아니라 ‘중고참’ 영화인으로 돌아오면 그는 대번에 진지해진다.할리우드 첫 진출작으로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세상에 헛된 일이란 없다.국내 배우로는 처음으로 이번 작품의 출연계약서를 할리우드 방식으로 체계화해서 썼다.할리우드 경험의 결실이다.“하루 12시간 이상은 찍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작사와 합의했다.”는 그는 “현장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제작비 50억… 10월 개봉 예정 그는 스스로를 “억세게 운이 좋은 인간”이라고 말한다.할리우드 쪽으로 꾸준히 행동반경을 넓히기로 마음을 다잡는 건 그런 믿음 덕분이다.올 하반기엔 조너선 드미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재도전한다.시나리오 초고는 이미 나왔다.‘황산벌’의 전체 제작비는 50억원.멀리 강원도에서 300t이 넘는 나무를 공수해 지은 성곽세트 비용만도 5억원이나 들였다.오는 8월 말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부여세트에서 찍을 영화는 10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부여 황수정기자 sjh@
  • 신당 워크숍 안팎 / 신당 합의… 기선잡은 신주류

    16일 저녁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국민참여신당 창당에 합의한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신주류들은 기분좋은 표정으로 귀가했다.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신당창당을 공식제안한 지 20일 만에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전체 101명 의원 가운데 절반수준인 54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위임장을 보낸 13명까지 합치면 67명이 참여해 일단 대세는 잡은 셈이다.이날 배기선·천정배 의원의 기조발표에 이어 4개조로 나뉘어 1시간30분 동안 분임토의를 갖고 종합토론을 벌인 끝에 ▲신당추진모임 결성 및 의장선임 ▲조기 신당창당 등의 합의를 박수소리와 함께 이끌어냈다. ●신당추진모임 구성 놓고 이견 천정배 의원 등 강경 개혁파들은 신당추진모임을 만들고 의장에 김원기 상임고문을 추대하고 추진기구 산하에 간사단 모임인 운영위와 조직위 등 5개 정도의 소위원회를 둔다는 세부계획 통과까지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상현·조순형 의원 등은 “신당창당 모임을 당 밖에서 만드는 것 자체가 분당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전국정당화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지역구를 영남으로 옮겨라.”,“워크숍은 워크숍으로 끝나야 한다.”는 등 모임결성 시도를 비판하면서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함승희 의원도 “워크숍이란 신당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 의견을 나누는 곳이지 미리 결정하고 추진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장영달 의원은 “우리 의도는 분당하자는 게 아니라 신당 추진에 역동성을 주기 위해 비공식 기구를 두자는 것”이라면서 “당 개혁안도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하다 지지부진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일부 반발속 신당대세 확인 신주류들은 이날 워크숍을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당초 의도했던 신당추진모임 및 의장선출 등을 모두 다 이끌어냈다는 자평이었다. 내년 1월초 창당일정을 제시했던 천 의원은 워크숍장을 떠나면서 “참석한 의원 3분의2가 오는 8월 말까지 신당창당을 마무리하자고 하니 나도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승희 의원은 신당추진모임 의장으로 김원기 고문이 확정되자,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가는 등 신주류 주도의 창당 논의에 강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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