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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와해 위기·일선 유치원 이탈에… 한유총 “무조건 개학” 유턴

    조직와해 위기·일선 유치원 이탈에… 한유총 “무조건 개학” 유턴

    개학 연기 참여 예상치 6분의 1 수준 그쳐 교육부·공정위·검찰 전방위 압박이 결정타 한유총 이사장 “곧 거취 표명” 사과했지만 ‘유치원 3법’ 반대 고수… 시간벌기 가능성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4일 ‘개학 연기’ 투쟁을 하루 만에 접은 것은 막가파식 전략을 계속 고수하다가는 조직 전체가 와해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유총 집행부의 강압에 못 이겨 개학 연기를 결정했던 상당수 유치원들이 전날 밤 급히 연기 결정을 철회하는 등 결속력 약화 조짐이 보였다.한유총이 꼬리를 내린 결정적인 원인은 정부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5일까지 회원들에게 폐원 투쟁 의견을 받은 뒤 (폐원 투쟁 실행 여부 등)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의 설립 허가 취소에 이어 교육부의 공정위 신고, 검찰의 동시다발 수사 조짐이 나타나자 벼랑 끝 전술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며 조만간 거취표명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은 개학 연기 투쟁 철회문을 통해 “개학 연기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개학 연기 준법투쟁을 조건 없이 철회한다”면서도 “정부가 경찰관, 시청공무원, 교육청공무원을 동원해 개학 연기 참여 유치원을 압박했으며, 이로 인해 유치원 현장의 혼동과 학부모의 불안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혼동의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린 셈이다. 개학 연기 투쟁 철회는 한유총의 벼랑 끝 전술이 이젠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동안 한유총은 유치원을 휴업하거나 폐업하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큰 피해가 돌아가 여론의 화살이 정부로 쏠리는 약점을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해 왔다. 다만 개학 연기 투쟁 철회가 한유총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한유총의 최대 목표인 ‘유치원 3법’ 통과 저지를 위해선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한유총이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을 우군 삼아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전횡을 막고 공공성을 높이는 ‘유치원 3법’ 통과를 저지하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개학연기 투쟁이 준법 투쟁이며 이번 사태가 정리된 이후 폐원 투쟁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BBC “지동원 두 골 넣어 도르트문트에 충격적인 패배 안겨”

    BBC “지동원 두 골 넣어 도르트문트에 충격적인 패배 안겨”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 보러시아 도르트문트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에게 두 골이나 내주며 지난해 12월 이후 충격적인 리그 패배를 당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지동원은 2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WWK 아레나로 불러들인 도르트문트와의 리그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24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22분 추가 골(리그 4호)을 터뜨리며 2-1 승리에 앞장섰다. 5개월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던 지난 16일 바이에른 뮌헨전에 이은 2주 만의 득점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시즌 5승 6무 13패(승점 21)를 기록해 15위로 강등권에서 벗어난 반면 도르트문트는 선두를 지켰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3일 보러시아 묀헨글라드바흐를 5-1로 격파해 승점 54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선두를 지켰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지구특공대’ 지동원은 원톱, 구자철은 2선 공격수로 나란히 선발 출장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상대 문전을 위협하던 지동원은 전반 24분 안드레 한의 크로스를 받은 후 침착하게 마무리해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흔들었다. 1-5로 대패하면서도 도움을 기록했던 지난달 24일 프라이부르크전까지 포함하면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이자 시즌 3호 골이다. 지동원은 후반 22분 빠른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돌파한 뒤 감각적인 왼발 칩슛으로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꿰뚫으며 멀티 골을 완성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 36분 도르트문트의 파코 알카세르에게 만회 골을 내준 뒤 지동원을 2분 뒤 세르히오 코르도바로 교체했고, 아우크스부르크는 끝까지 실점하지 않아 2-1로 이겼다. 도르트문트는 점유율 72%에 슈팅 수 17-9, 유효슈팅 수 8-4의 압도적인 우위를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지동원의 멀티 골은 2013년 4월 이후 거의 6년 만에 나왔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지동원이 2014년 입단해 1년 조금 안 되게 몸 담았던 팀이어서 더욱 각별했다. 2013~14시즌 후반기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뛰었고, 임대를 마치고 돌아가서도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활약을 펼쳐 보일 기회는 없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도 지동원이 친정 팀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두 골을 폭발한 것에 초점을 맞춰 경기 소식을 전하며 그를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지동원은 “우리 팀은 오늘 경기를 잘 풀어가며 잘 싸웠다. 정신력과 투지, 결속력 모두 좋았다”면서 “다음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北, 기대감 속 내부 결속 강화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고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부각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26일 사설에서 김 위원장이 “조국을 빛내기 위해 분분초초를 쪼개가며 대외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외국 방문 기간에 우리의 일심단결의 진면모와 위력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금 온 세상에 남김없이 과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이 미국과 담판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완화를 통한 경제 재건인 만큼 주민에게 빈곤 탈출의 희망은 물론 김 위원장 부재 시에도 변함 없는 내부 결속을 안팎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당원과 주민의 강연, 교양 자료의 주교재로 활용하는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김 위원장의 업적을 선전하고 있는 것은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은 1면과 3면에서도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에 대한 간부와 당원의 반응을 통해 자신들의 변치 않는 충성심을 강조하려고도 했다.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와 원산구두공장도 지배인 명의의 기고문을 싣고 김 위원장의 “불멸의 업적을 노력적 성과로 빛내기 위한 투쟁에서 본분을 다할 것”이라며 “애국헌신의 그 자욱자욱(자국자국)을 높은 생산성과로 따르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절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특별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동정을 지난 24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이후 연일 매체들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연속물을 쏟아내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새 법원장들 “사법부 유례 없는 시련, 극복은…” 한목소리

    새 법원장들 “사법부 유례 없는 시련, 극복은…” 한목소리

    “사법 70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 “역사상 유례 없는 시련” 지난 14일자로 새로 보임된 각급 법원장들의 사법농단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거친 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 대해 이 같은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일선 법원에서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재판 뿐이라는 해결책도 한결 같았다. 14일 취임식을 가진 각급 법원장 17명 가운데 13명의 취임사를 17일 확보해 분석한 결과 법원장들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인한 법원의 현실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각오를 각자 밝혔다. 13명 가운데 11명의 법원장이 ‘위기’이자 ‘어려움’에 부딪힌 법원의 상황을 언급했고, 13명 법원장 모두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원 ‘본연의 임무’이자 ‘기본’인 ‘좋은 재판’, ‘올바르고 정의로운 재판’을 강조했다. 법원장들에게도 사법농단 의혹이 드러나 재판까지 넘겨진 지금의 법원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여겨졌다. 이강원(59·사법연수원 15기) 부산고등법원장은 “우리를 향한 외부의 시선은 냉혹하기 그지없고,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참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현주(58·18기) 인천지방법원장은 “국민들의 걱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법원이 오히려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된 것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고 이창한(56·18기) 제주지방법원장은 특히 “사법부의 시련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라는 법원 내부 문제로 시작됐다는 것이 우리에게 더욱 뼈아픈 점“이라고 토로했다. 조영철(60·15기) 대구고등법원장은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재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재판에 대한 불신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 재판의 독립을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면서 “여론을 가장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과 법관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을 계기로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이라는 등 법관과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거셌던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위기를 마주한 데 대한 신임 법원장들의 다짐과 당부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고 서울고등법원장으로 보임된 김창보 법원장은 “사법 70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라고 하는 어려운 이 시기에 법원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헌법이 부여한 법적 분쟁해결기관으로서 굳건히 서는 길은 결국 본연의 임무인 재판 기능을 통한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구남수(58·18기) 울산지방법원장은 “지금 법원은 가파른 고개와 깊은 낭떠러지, 거친 숲속을 지나고 있어 위기감과 표현하기 어려운 낭패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가파른 고개도 꾸준히 올라간다면 어느 순간에는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깊은 낭떠러지에 떨어져도 밧줄과 도구만 갖추면 너끈히 극복할 수 있다”며 법관들과 법원 직원들을 다독였다.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실시한 법원장추천제를 통해 소속 법원 법관들의 추천을 받아 보임된 손봉기(53·22기) 대구지방법원장은 ‘법원다움’을 거론하며 “누구나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억울함을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곳, 그 호소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간절하게 기대하는 곳이 법원”이라면서 “법원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임을 늘 마음 속에 새겨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문을 연 서울회생법원의 두 번째 법원장으로 보임된 정형식(58·17기) 서울회생법원장도 “우리를 찾아오는 채권자나 채무자들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이라면서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지만 당사자들도 법률상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다 아는 경우에도 마지막으로 법원에 하소연 해보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공감해 주는 것이야말로 사건 처리결과와 무관하게 법원이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기훈(57·18기)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은 “의사가 난치병에 걸린 환자를 외면하지도, 감기 환자를 소홀히 여기지도 않듯이 법률 문제로 마음의 상처를 입어 해결책을 얻기 위해 법원을 찾는 우리의 이웃을 따뜻한 마음으로 소중히 대하고 진심으로 아픔을 공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좋은 재판’, ‘올바르고 정의로운 재판’,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에 대한 충실한 사법서비스 제공 등이 13명 법원장들이 취임사를 통해 공통으로 내놓은 과제였다. 조영철 대구고법원장은 ‘이청득심(以聽得心·’귀담아 들어 마음을 얻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강조하며 법원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적게 말하고 많이 듣고, 듣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따르겠다. 여러분도 그 마음으로 재판과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많은 법원장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의 위기를 내부 결속과 화합으로 이겨내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은 “지난해 업무과중으로 소중한 동료를 영원히 떠나보내야만 하는 불행한 사건도 겪었다”면서 “법원 구성원들이 출·퇴근 할 때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지는 방안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 실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용달(58·17기) 부산지방법원장도 ”법원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원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조화로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저녁 및 주말행사를 조정하는 등 여러 방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통일부 장관 후보에 천해성·김연철, 중기벤처부는 고형권·김용범 거론

    박상기 법무 유임 가닥… 박영선 행안 검토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등이 통일부 장관 복수 검증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는 고형권 전 기재부 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대 7개 부처에 대한 중폭 개각을 다음달 초 단행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통일부는 대통령이 직접 남북 관계를 챙기기 때문에 관료 혹은 대통령의 철학과 조직을 잘 아는 전문가일 것”이라며 “정치인 입각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부처는 ‘홍남기(경제부총리) 원팀’에 힘을 싣는 상황이어서 관료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3선 우상호 의원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입각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등 여권 중진들이 검증 대상에 오른 가운데 개각 콘셉트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부처(행정안전·문화체육)는 정치인, 안보(통일)·경제부처(국토교통·해양수산·중소벤처부)는 4선 변재일 의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관료들이 거론된다. 다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6월까지 연장되면서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 법무부 장관에 거론됐던 4선 박영선 의원은 행안부 장관 후보로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진력 있는 중진을 발탁해 집권 중반기 난제를 풀고, 총선에 불출마하면 세대교체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범주류·비주류를 발탁해 여권 결속력을 키우고 ‘코드 인사’ 비판에서 자유로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손학규 “진보·보수 아우르는 중도개혁의 길 갈 것”

    손학규 “진보·보수 아우르는 중도개혁의 길 갈 것”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유승민 전 공동대표, 안철수 전 의원 등 당 ‘대주주’들의 결속력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날 창당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성의 시대에 진보와 보수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길”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에선 경제는 시장경제, 안보는 평화 정책을 취하는 게 중도개혁의 길”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통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아직도 정체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불안감마저 도는 현실”이라고 토로한 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분열과 극단의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합 정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손 대표는 최근 당의 정체성으로 ‘개혁보수’를 강조해 결별 수순 아니냐는 관측을 빚은 유 전 대표를 향해 “유 전 대표가 합리적 진보를 배제하는 게 아닌 만큼 통합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유학 중인 안 전 의원에 대해선 “곧바로 귀환을 이야기할 때는 아니고 때가 되면 바른미래당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문제와 관련, “바른미래당은 중도개혁으로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 것”이라며 “거론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442년 전통 강릉 위촌리 ‘도배례’ 무형문화재 등록 추진

    442년 전통 강릉 위촌리 ‘도배례’ 무형문화재 등록 추진

    강원 강릉시는 442년간 이어져 오는 ‘위촌리 도배례(都拜禮)’를 무형문화재로 등록, 보존· 전승하는 작업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설날 마을 합동 세배의식인 도배례의 맥을 잇고 있는 위촌리 마을 대동계가 지난해 “도배례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해 젊은이들을 더 많이 참여 시키고, 전통의 맥을 전승해 가치를 빛내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본격화 됐다. 시는 이미 지난해 말 전문가 용역을 마치고 각종 자료 확보에 들어갔다. 올해 사진· 영상과 문서자료를 구비하는 등 보완작업을 거쳐 내년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시한 ‘위촌리 도배례의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 연구 용역에서는 ‘문화재 지정을 적극 검토할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이규대 강릉원주대 교수와 박도식 강릉문화원평생교육원 주임교수, 최호 율곡연구원 교수는 “현재 도배례 참석자는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소멸 위기를 인식해 2013년부터 국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맥을 이어갈 중간 세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 무형문화재 지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1577년(선조 10년) 대동계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 위촌리 도배례는 17세기 중반 성산목린계 시행 이후 18∼19세기를 거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며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보여주는 도배례는 세대, 계층, 이웃 간 갈등 등 현대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는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촌리 도배례는 해마다 설날을 전후한 음력 정초 한 장소에서 촌장을 모시고 집단으로 세배 드리며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 된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박건승 칼럼] ‘전두환 골프’ 실종 사건

    [박건승 칼럼] ‘전두환 골프’ 실종 사건

    골프는 ‘멘탈게임’이라고 한다. 그만치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골프는 90% 심리 게임이다’라거나 ‘골프는 과학이다´와 같은 책이 인기를 모으고, ‘마인드 골프´나 ‘골프 심리´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회자하는 것을 보면 골프는 정신력이 강하게 지배하는 운동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서울대병원이 제공하는 ‘의학정보´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는 기억력 쇠퇴 말고도 전형적으로 인지기능 장애와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 운동력 장애, 판단력 저하 증세를 보인다. 중증 알츠하이머와 골프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란 얘기다. ‘손혜원 투기 의혹’에 묻혀 묵과한 것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른바 ‘알츠하이머 골프’ 사건이다. 2013년 이후 6년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전씨가 광주 재판을 앞두고 지난해 두 차례(8월, 12월) 부인 이순자씨 등과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전씨 측근도 부인하지 않은 데다 골프장 종사원들의 다양한 증언을 토대로 운동한 날짜까지 확인된 사안이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해서 골프를 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2~3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해 하루에 열 차례씩 양치질을 한다는 사람이 멀쩡히 필드에 나가 골프를 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골프 스코어를 손수 계산할 정도로 정신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세계 의학계에 기적의 사례로 보고해야 할 일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전씨는 2년여 전에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재판에 회부돼 있는 상황이다. 광주지법은 2017년 8월 27일 첫 재판을 열었으나 그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불출석했으며 지난 7일에도 독감과 고열 등을 내세워 나오지 않았다. 물론 운동 삼아 골프를 칠 수는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증세가 워낙 심해 재판에도 못 나갔다는 사람이 멀쩡한 정신으로 라운딩했다는 사실 앞에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부질없는 소리지만 김영삼 정권이 좀더 사려가 깊었더라면 1997년 12월에 전씨를 사면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풀어 주더라도 구속집행정지 조처를 택했더라면 전씨가 이처럼 함부로 국민을 기만하거나 사법체계를 비웃지는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지금까지도 광주 시민에게 제대로 사죄한 적이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진실성을 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음 광주 재판은 3월 11일 열린다. 그때 가서 또 무슨 핑계를 댈지 알 수 없지만, 3월 재판은 역사가 전씨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괴이한 일들이 잇따르는 것은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유일하게 ‘전씨 골프’에 대해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 아무리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은근슬쩍 전씨를 비호하는 듯한 냄새를 풍겨서는 곤란하다. 이 당은 ‘알츠하이머 골프’ 사건 직전에는 보란 듯이 극우적 성향의 인사를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그 가운데는 “계엄군은 시위대를 조준 사격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시위대가 군경을 위협했다”고 언죽번죽 말하는 사람도 있고 “5·18은 시민들이 선동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오죽했으면 “진상조사위원에 ‘조사 대상´을 추천했다”는 말이 나올까. 이들이 왜곡되거나 은폐된 5·18의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 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들이라는 제1 야당의 평가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와 여당에도 책임이 없진 않다. 반역사적인 일들이 공공연히 펼쳐지고 있는데도 그때마다 논평 하나 달랑 내놓고 할 일 다했다는 식의 안일함과 무기력증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전씨가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는 부인 이순자씨의 코미디 같은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많은 사람은 이런 것에 분노하고 절망한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젊은층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과거 청산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기 때문이란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유모차 부대나 젊은이들이 광장에 뛰쳐나와 소리 높여 외친 것은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인 찌꺼기를 걷어 내자는 요구였다. 누가 뭐래도 촛불정신은 이 시대에서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가치다. 역사가 전씨의 ‘놀이터’가 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겠다.
  • “한·미·일 안전보장 연대 영향 없게 ‘레이더 갈등’ 대응”

    한·일 간 ‘레이더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미·일 방어체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와야 방위상은 16일(현지시간) 섀너핸 장관대행과 가진 회담에서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한·미·일 안전보장 연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4일 한·일 국방당국 간 협의 등) 양국 간 인식이 일치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앞으로도 협의방식에 대해 한국과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억지력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한·일 사이에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한·미·일 3국의 협력태세를 확실히 갖춰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또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강연에서 “레이더 갈등을 극복해 한·일 방위당국 간 관계와 한·미·일 3국 간 결속·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NHK는 “이번 회담에서 이와야 방위상과 섀너핸 장관대행은 해양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응을 위해 긴밀히 연대하기로 했으며, 북한 핵·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피플인 월드] ‘유럽의 해’ 마크롱 지고 쿠르츠 뜨다

    [피플인 월드] ‘유럽의 해’ 마크롱 지고 쿠르츠 뜨다

    겸손 리더십·협치로 안정적 국정 운영 극우 ‘바지 사장’ 우려 딛고 지지율 상승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 英·佛 중재도 에마뉘엘 마크롱(42) 프랑스 대통령과 제바스티안 쿠르츠(33) 오스트리아 총리는 2017년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집권 3년차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부른 반(反)정부 시위로 위기에 몰린 반면 민주국가 정부 수반 중 최연소 지도자인 쿠르츠 총리는 초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리더십과 소통으로 국민의 신망을 얻고 있어 유럽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된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전했다. 2017년 12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1당이 된 중도 우파 성향 국민당의 쿠르츠 대표가 3당인 극우 성향의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해 총리가 됐을 때 유럽연합(EU)은 경악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나치를 미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극우 정당이 득세하면 EU의 결속력도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31세에 불과한 쿠르츠 총리가 극우 정객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50) 자유당 대표에게 휘둘리는 ‘바지 사장’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쿠르츠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은 총선 당시 국민당의 총선 당시 득표율 31.5%보다 높은 35%의 지지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 지지율이 26%에서 24%로 다소 하락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오스트리아의 극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이는 쿠르츠 총리가 특유의 신사적이고 겸손한 정치 행보로 협치 정신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쿠르츠 총리는 10개 부처의 장관 가운데 외교·국방을 비롯한 6개 장관직을 자유당에 양보한 대신 EU 탈퇴 등 국체의 근본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자유당으로부터 받아냈다. 국민·자유 양당은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호흡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정부가 자유당 각료들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쿠르츠 총리는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유대주의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이는 23세 때부터 청년 당원으로 활동했고 2013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외교부 장관을 맡은 풍부한 경험도 한몫하고 있다. 쿠르츠 총리가 이끄는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7월부터 EU 순회 의장국 역할을 맡아 브렉시트 협의 과정에서 영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하는 등 중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쿠르츠는 난민에 대한 반감 때문에 유럽 국가 어디에서나 발호하고 있는 극우 세력을 고립시키는 대신 포용함으로써 국정을 원활히 이끌고 있다”면서 “이는 반극우 정서에 호소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근 여러 시행착오로 지지율이 떨어져 재차 극우 정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마크롱과는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라면 예찬

    [이재무의 오솔길] 라면 예찬

    우리 세대에게 라면은 구황식품이었다. 1960~70년대 시골에 처음 들어온 라면은 단박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라면은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었다. 당시엔 라면이 국수보다 훨씬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어머니는 여름날 특식으로 국수에 라면을 섞여 끓이곤 했는데, 아버지의 사발에는 항상 더 많은 양의 라면 사리가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라면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게 돼 서민들이 즐겨 먹게 됐다. 너나없이 궁핍한 시절 라면이 서민들 식생활에 기여한 공로가 실로 적지 않았다.지금에 와서도 라면은 서민들이 일용하는 양식 중 하나다. 나 역시도 라면을 즐겨 먹는 편이다. 58년생인 내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라면을 먹는 셈이니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허기질 때 먹고, 적적할 때 먹고, 슬플 때도 나는 라면을 먹는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찾는 음식도 라면이다. 매콤한 라면 국물을 들이켜면 타국에서 먹은, 느끼한 음식 때문에 더부룩했던 속이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가시는 기분이 드는 것은 결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서민 음식 중 라면 앞에 서는 것이 과연 몇이나 될까? 라면의 원조가 중국이다, 일본이다 분분하지만 그거야 어쨌든 박래품인 라면이 우리 맛의 과정을 거쳐 서민과 함께하는 보편적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여름 나는 시골집에 내려가 밤을 기다려 물을 반쯤 채운 냄비에 뜬 별에 라면을 넣고 끓여 먹었다. 또 낮에는 시골집 평상에 앉아 지나가는 구름 한 장을 냄비에 띄워 라면과 함께 끓여 먹었는데 냄새를 맡고 온 바람이 얼굴을 사납게 할퀴어 댔다. 그 여름 막바지 주말에는 바닷가에서 끼룩대는 갈매기 울음 서너 송이를 따 냄비에 넣고 끓여 먹다가 바다가 흰 목젖을 내밀어 오는 통에 사리 몇 가닥을 적선한 적도 있다. 몇 해 전에 나는 심야에 라면을 끓여 먹다가 사색에 잠긴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라면이 한 소식을 안겨 준 셈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늦은 밤 투덜대는, 집요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나는 신경이 가파른 아내의 눈치를 피해서 도적처럼 몰래 주방에 갔다. 사기 그릇들이 눈을 크게 뜨고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침묵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자극보다 반응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구석에서 곤한 잠에 든 냄비를 깨워 물을 채운 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점화를 했다. 적요의 천에 구멍을 내는, 냄비 속 물 끓는 소리가 어릴 적 들었던 한여름 밤의 개구리 울음소리 같았다(고요 속에는 저렇듯 호들갑스런 소리가 숨어 있는데, 물체 안쪽에 박혀 있는 소리들은 언제든 들킬 준비가 되어 있고, 그리하여 계기만 주어진다면 잽싸게 몸 밖으로 소리를 토해 놓는다). 찬장에서 라면 한 봉지를 꺼냈다. 라면의 표정은 딱딱하고 각이 져 있었다. 사리들이 짠 스크럼의 대오는 아주 견고하고 단단해 보였다. 누구도 저들의 몸통을 부러뜨리지 않고서는 깍지 낀 결속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사리를 끓는 물 속에 넣었다. 딱딱하고 각이 져 있고, 한 몸으로 뭉쳐 있던 사리들은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자마자 금세 표정을 바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는 각자 따로 놀며 흐물흐물 흩어지며 풀어지고 있었다. 저 급격한 표정 변화는 우리 시대의 슬픈 기표였다. 도마 위에 양파, 호박, 파 등속을 가지런히 놓아 두고 집 속에 든 칼을 불러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의 눈빛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는 세상을 나누고 자르기 위해 태어난 자였다. 놓여진 것들을 다 자르고도 성이 안 찬 노여운 그는 늦은 밤을 이기지 못한 내 불결한 식욕을, 지난한 허기의 관성을 푹 찔러 올는지 몰랐다. 냄비 속 부글부글 끓는 것은 그러므로 라면만은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라면 한 그릇 앞에서 자못 느낌이 무겁고 진지했다. 하지만 그해 늦은 밤 라면이 정색하고 내게 준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허기의 관성을, 라면의 유혹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 “열차 타고 38선 넘다니… 평화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어요. 허허”

    “열차 타고 38선 넘다니… 평화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어요. 허허”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의 새 장을 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노력을 이어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금 생존해 있다면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할까. 남북 정상이 1년 내 3차례나 만나고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그림을 그들은 생전에 과연 상상했을까. 두 전직 대통령의 생전 발언과 옛 참모들의 전언을 토대로 가상 대담을 엮었다.# 북한 개성 판문역행 열차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싣고 달린다.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삶은 달걀 하나를 건넸다. 1시간 뒤 기차는 밭은 숨을 내쉬며 판문역에 다다를 것이다. 서울역을 출발할 때만 해도 바삐 밀린 안부를 묻던 두 정상은 임진강역을 지나면서부터 상념에 젖은 듯 말이 없다. 창 밖에는 싸락눈 사이로 새들이 북녘을 향해 날고 있었다. “얼마 만이지요?” “11년 만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대답에 김 전 대통령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대중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이 지켜져서 다행입니다. 약속대로 지난 26일 이곳에서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이 열렸지요. 노무현 예. 북·미 관계가 주춤하고 있는데도 남북이 나름대로 앞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고 있는 게 대견합니다. 김대중 18년 전 제가 하늘길로 평양에 다녀왔고, 노 대통령은 육로로 평양에 가셨지요. 당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하셨던 말이 생생합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지워질 것입니다”였지요? 노무현 역시 기억력은 여전하시네요. 오랜 세월 나이테가 촘촘히 쌓여 단단해진 그 장벽이 무너지고 있어요. 김 대통령께서 첫걸음을 뗐고, 제가 오솔길을 냈습니다. 제가 홀로 넘은 군사분계선을 올봄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넘었지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T2-T3’ 샛길을 가로지르는 높이 10㎝의 콘크리트 경계석을 두 정상이 가볍게 넘어 군사분계선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지를 만천하에 보여줬어요. 김대중 애초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인위적으로 그은 금단의 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눈물을 삼켰던가요. 무력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냉전의 시대가 종식되고 평화로 평화를 지키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어요. 낡은 패러다임이 무너지는 것이죠. 노무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27, 5·26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평화와 화해의 선순환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김대중 저는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 15만명을 상대로 7분간 연설한 ‘능라도 연설’이 인상적이었어요. 남측의 대통령이 평양 시민 속으로 성큼 들어간 대사건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연설은 체제 결속을 위한 핵심적 선전도구인데, 그걸 남측의 대통령에게 넘긴 거예요. 그때 북한 가이드가 남한 대표단에게 “남측 대통령 목소리 듣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지요. 노무현 연설 내용도 인상깊었죠.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고 제안했어요. 남북이 공유할 시대정신을 제시한 거죠. 우린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산 한 민족임을 상기시키면서요. 김대중 노 대통령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 5·1 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봤었지요? 노무현 그때는 공연 후 기립박수를 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마저 적잖은 고심거리였어요. 참모들이 ‘일어서기는 하되, 박수는 치지 않는다’는 절충안을 만들어왔는데 제가 “무슨 소리요? 가서 전부 박수치는 걸로 해요!”라고 질책했죠. 여기 온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데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본전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싶었습니다. # 기차는 경의선 최북단 도라산역에 이르러 작게 몸을 떨며 속도를 낮췄다. ‘평양 205㎞, 서울 56㎞’ 도라산역 표지판의 두 글자가 선명했다. 이 역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2002년에 들어섰다. 김대중 판문역까지 7㎞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차를 타고 평양에 다녀온 대통령은 없었네요. 노무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기차로 평양에 가고 싶었습니다. 철도가 개성까지 연결돼 화물도 남북을 오가는데 아직 사람은 오가지 못하던 때였어요. 대통령이 열차로 다녀오면 남과 북의 끊어진 철도길이 명실상부하게 열리는 것인데, 개성에서 평양까지의 철로가 시원찮아 아쉽게도 도로를 택해야 했습니다. 김대중 대북제재 해제로 남북 철도 연결이 이뤄져 제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밝힌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 현실화됐으면 합니다. 부산,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서울, 평양, 신의주, 만주, 몽골, 러시아를 지나 런던, 파리까지 가게 되겠지요. 노무현 비단 그 꿈은 김 대통령과 저만의 것이 아니겠지요.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던 김구 선생의 꿈이고 민족의 꿈이지요. 한국교통연구원은 경의선 철도 연결로 30년간 약 148조원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더군요. 김대중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도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해줬지 않습니까. 머잖아 남북 경제협력과 개성공단 정상화의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노무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속히 실현됐으면 합니다.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넘어 동북아 경제공동체 시대가 열리는 것이지요. 북한이라는 잠재력 큰 시장을 선점하려면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에 기댄 낡은 협력방식에서 벗어나 남북의 특수성을 충분히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김대중 100년 후에는 동북아 경제·평화 번영의 중심이 된 한반도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네요.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하지만 남한도 성장하고 북한도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성장한다면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노무현 예. 그러나 당장의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나선 대통령은 없었죠. 미국 외교 정책의 관성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기에 북·미 관계의 일대 도약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북한 최대의 핵 단지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했고요. 지난 30일에는 문 대통령에게 ‘깜짝 친서’를 보내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더군요. 비록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지만 이미 한반도 평화시계는 되돌릴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김대중 북·미 지도자 사이에서 인내심을 갖고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설득한 문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적중했다고 봅니다. # 어느새 판문역에 곧 들어선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창밖을 바라보던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노 대통령과 저는 전생에 형제가 아니었을까요. 둘 다 농민의 아들, 북한도 차례로 다녀왔고요.” 노 전 대통령의 코끝이 발개졌다. 판문역에 눈이 내린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행복한 돼지’ 만나서 새해 꿈 이루면 되지

    ‘행복한 돼지’ 만나서 새해 꿈 이루면 되지

    2019년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이다. 십이지신 가운데 12번째인 돼지는 보통 게으른 동물로 인식되지만 전통적으로 성(聖)과 속(俗)을 넘나드는 건강한 존재였다. 새해를 맞아 잡귀를 몰아내는 신장(神將·사방의 잡귀나 악신을 몰아내는 신)이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인 돼지를 전시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국립민속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행복한 돼지’는 돼지를 ‘인간의 수호신’, ‘선조의 동반자’, ‘현대의 자화상’이라는 세 측면으로 나눠서 조명한다.원시사회에서 두려운 존재로 여겨졌던 돼지가 인간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예는 ‘서유기’에서 볼 수 있다. 악신(惡神)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한 뒤 선한 수호신으로 변모했고, 돼지는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올리는 잡상(雜像)의 소재가 됐다. 불화에 등장하는 해신(亥神)인 비갈라대장(毘乫羅大將)은 가난해서 의복이 없는 이에게 옷을 전한 착한 신이다. 속세로 내려온 돼지는 인간의 반려자로서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제의를 지낼 때 제물로도 사용됐다. 현대에 와서 저축의 상징이 된 돼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부자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특별전에서는 시대에 따른 돼지의 이 같은 상징적 의미를 유물과 사진, 영상 등 70여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화성 행궁에서 출토된 돼지 모양의 장식용 기와, 이성계가 돼지를 타고 내려와 조선을 건국했다는 내용이 담긴 책 ‘동각잡기’, 삶은 돼지를 담는 제기(祭器), 1970~1980년대 이발소의 번성을 위해 걸어 놓은 돼지 그림 등 다양한 유물이 소개된다. 체험 코너에서 기념 엽서에 새해 소망을 적는 기회도 놓치지 말자.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Ⅱ에서 계속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교황 “이민자 악의 근원으로 보는 정치인 용납 안돼”

    교황 “이민자 악의 근원으로 보는 정치인 용납 안돼”

    프란치스코 교황(82)이 이민자를 악의 근원으로 보고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을 그들에게 덮어씌우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교황은 18일(현지시간) ‘카톨릭 세계 평화의 날’인 1월 1일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문제가 이주민 탓이라고 비난하고 가난한 이들로부터 희망을 빼앗는 정치인들의 언사는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나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막고 강력한 반이민자 정책을 추진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 유럽에서도 이민자 문제가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성명에서 “좋은 정치는 평화에 기여한다. 좋은 정치는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고, 장려하며, 현재와 미래 세대가 신뢰와 감사로 결속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면서 정치에 있어서의 미덕과 악덕들을 나열했다. 교황은 악덕 가운데 하나로 국수주의를 꼽았다. 교황은 “타인과 이방인들에 대한 공포 또는 자신의 안전에 대한 염려에 뿌리를 둔 불신의 분위기가 우리 시대에 두드러지고 있다”며 “국수주의는 세계화된 이 세상에서 신뢰를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발언 역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우선주의’ 등의 정치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교황은 아울러 “인종혐오, 인종차별, 자연환경에 대한 무관심, 눈앞의 이익을 위한 자연 자원의 낭비, 난민들에 대한 혐오 등도 정치적 악덕에 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北 통치 유지 따른 여성상 변화… 자본주의식 자기계발 주체 부각

    北 통치 유지 따른 여성상 변화… 자본주의식 자기계발 주체 부각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 사회가 추구하는 여성상이 바뀌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과거 ‘노동의 주체’였던 여성상이 리설주와 김여정을 통해 ‘자본주의식 자기계발의 주체’로 부각했다는 것이다. 권금상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전 북한대학원대 연구교수)은 최근 발행한 계간지 ‘문화과학’(문화과학사) 96호 특집에 낸 ‘북한 여성과 문화연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권 센터장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친 북한 여성상을 연구한 결과, 김일성은 1946년 권력을 얻을 당시 여성을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로 호칭했다. 국가 건설기에 봉건적 속박에서 해방된 새로운 사회주의 여성상을 표방한 것이다. 권 센터장은 이에 대해 “남녀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을 ‘노동력으로서의 몸’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대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김정일은 어머니 김정숙을 전쟁터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김일성의 죽음을 막아내면서도 밤이면 재봉틀 한 대로 한 달 동안 600여명의 군복을 만들어낸 인물로 묘사했다. 1995년부터 5년 동안 북한에 심각한 경제난이 이어진 이른바 ‘고난의 행군’과 맞물린 신화였다고 권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정일이 1998·2005년 열었던 전국 어머니대회를 2012년 11월 부활시키고, 한 발 나아가 ‘어머니날’도 제정한다. 그는 어머니대회에서 ‘선군 시대 어머니들의 긍지 놓은 대화합’과 같은 표현으로 여성의 노력을 치하한다. 이는 여성들의 자발적 충성과 사회 결속을 다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권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리설주’와 ‘김여정’으로 대변되는 북한의 현재 여성상이 북한 사회의 성평등 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권 센터장은 “3대에 걸친 여성상의 부각이 여성의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통치를 유지하려는 수단인 점은 모두 마찬가지”라면서도 “리설주와 김여정이 집권자의 아내와 여동생으로 남성 권력자를 숭상하는 모습이지만, 자본주의식 자기계발의 주체로서 모습을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어르신에게 시네마 천국 선물하는 ‘8석 영화관’ 관장님

    어르신에게 시네마 천국 선물하는 ‘8석 영화관’ 관장님

    연립 개조… ‘혼영’ 뻘쭘해 어르신들 모셔 “멀티플렉스보다 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 생업에 치여 자주 못 보여드리는 게 죄송 10년 후 젊은이도 많이 찾는 마을 됐으면”서울 한복판 이런 마을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신선했는데 서른여섯 총각이 어르신들의 극장을 정성스레 꾸몄다는 건 더 신기했다. 경기 파주로 이어지는 통일로를 따라 은평구 홍제동에서 녹번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오른편에 산골(山骨) 판매소가 있다. 산골이란 광물질인데 타박상에 빼어난 효험이 있는 한약 재료로 동의보감에 소개될 정도다. 산골 판매소에서 더 걸음을 옮기면 녹번동 산골마을이 있다. 겨울철 연탄 조각이 숱하게 뿌려졌을 가파른 골목에 유례를 찾기 힘든 초미니 극장이 있다. ‘산골 시어터’로 불리는데 어느 강당에서 쓰던 좌석 여덟 개를 뜯어 옮겨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견줘 터무니없이 비좁지만 프로젝터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빛이나 방음 설비까지 갖춘 번듯한 극장이다. 2015년 문을 열었는데 경남 거창 출신으로 서울살이 3년 끝에 목공예 공간을 홍제동에 차린 전병도씨가 때맞춰 재개발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집주인이 싸게 내놓은 연립주택 1층의 방 셋을 매입했다. 전씨는 9일 “누구나 그렇듯 나만의 영화관을 꾸미려는 로망이 있었다. 의자 하나만 들여 왕국을 꾸미려 했는데 목수 분이 좌석 여덟 개를 설치해 줄 테니 번듯하게 꾸미라고 제의하는 바람에 넘어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처음에는 혼자 보기 뻘쭘해 동네 어르신들을 모셨다. ‘집으로’와 ‘개를 훔치는 방법’을 보신 어르신들이 무척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다가 편히 잠을 청하는 어르신들을 봐도 멀티플렉스 상영관보다 좌석이 편안한 덕이라 여겨 흔감했단다. 하지만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보여드린 뒤 “1년 가까이 영화를 튼 기억이 거의 없다”며 죄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부동산 광고 촬영을 본업으로 하고 야간과 주말 목공 일과 강습을 병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어서다. 전씨는 “어르신끼리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자꾸 폐를 끼친다고 생각해 몸을 사리시는 것 같다”며 “마을 일을 돕는 코디네이터에게 ‘제가 없더라도 어르신들이 원하면 영화를 틀어드리라’고 당부하는데도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꿈을 묻자 “10년쯤 흐르면 어르신 중에 많은 분이 세상을 뜰 것 같다. 그래서 사시는 동안 마을 분들끼리 다복하게 지내고,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와 더 결속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글 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어르신에게 시네마 천국 선물하는 ‘8석 영화관’ 관장님

    어르신에게 시네마 천국 선물하는 ‘8석 영화관’ 관장님

    서울 한복판 이런 마을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신선했는데 서른여섯 총각이 어르신들의 극장을 정성스레 꾸몄다는 건 더 신기했다. 경기 파주로 이어지는 통일로를 따라 은평구 홍제동에서 녹번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오른편에 산골(山骨) 판매소가 있다. 산골이란 광물질인데 타박상에 빼어난 효험이 있는 한약 재료로 동의보감에 소개될 정도다. 산골 판매소에서 더 걸음을 옮기면 녹번동 산골마을이 있다. 겨울철 연탄 조각이 숱하게 뿌려졌을 가파른 골목에 유례를 찾기 힘든 초미니 극장이 있다. ‘산골 시어터’로 불리는데 어느 강당에서 쓰던 좌석 여덟 개를 뜯어 옮겨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견줘 터무니없이 비좁지만 프로젝터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빛이나 방음 설비까지 갖춘 번듯한 극장이다. 2015년 문을 열었는데 경남 거창 출신으로 서울살이 3년 끝에 목공예 공간을 홍제동에 차린 전병도씨가 때맞춰 재개발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집주인이 싸게 내놓은 연립주택 1층의 방 셋을 매입했다. 전씨는 9일 “누구나 그렇듯 나만의 영화관을 꾸미려는 로망이 있었다. 의자 하나만 들여 왕국을 꾸미려 했는데 목수 분이 좌석 여덟 개를 설치해 줄 테니 번듯하게 꾸미라고 제의하는 바람에 넘어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객석 하나에 5만원씩 40만원에다 수송비 떠안아 옮겨와 단까지 만들어 좌석을 앉혔다. 그는 “처음에는 혼자 보기 뻘쭘해 동네 어르신들을 모셨다. ‘집으로’와 ‘개를 훔치는 방법’을 보신 어르신들이 무척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다가 편히 잠을 청하는 어르신들을 봐도 멀티플렉스 상영관보다 좌석이 편안한 덕이라 여겨 흔감했단다. 하지만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보여드린 뒤 “1년 가까이 영화를 튼 기억이 거의 없다”며 죄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부동산 광고 촬영을 본업으로 하고 야간과 주말 목공 일과 강습을 병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어서다. 바쁜 중에 짬을 내 본업을 살려 마을 행사를 카메라에 담아 출품했는데 마을 살리기 공모전 대상을 받아 이태 전 어르신들에게 고기를 사드린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씨는 “어르신끼리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자꾸 폐를 끼친다고 생각해 몸을 사리시는 것 같다”며 “마을 일을 돕는 코디네이터에게 ‘제가 없더라도 어르신들이 원하면 영화를 틀어드리라’고 당부하는데도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꿈을 묻자 “10년쯤 흐르면 어르신 중에 많은 분이 세상을 뜰 것 같다. 그래서 사시는 동안 마을 분들끼리 다복하게 지내고,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와 더 결속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조선시대 굶주린 이웃들에게 쓰라며 녹(錄·월급)을 내놓아 궁휼을 면하게 했던 녹번동 출신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 차려져 더 많은 방문객들이 마을을 돌아볼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사실 녹번동 산골마을 개조의 알파요 오메가는 신현수(77) 어르신이다. 주말 방영된 공중파 프로그램을 통해 꽃으로 장식된 집 앞 계단에 앉아 또박또박 쓴 ‘하루에 감사할 일 열 가지’를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전 마을 대표다.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말 정갈한 손글씨다. 서울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마을 투어를 찾은 외지인들이 “인쇄된 글씨 아니냐”고 의심하는 필치다. 소소하게 감사한 일들을 빼곡이 적어놓았다. 이런 일을 11년째 해온다니, 그 정성과 꾸준함이 혀를 내두를 만하다. 마을 일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이 무산된 뒤 5년 전 마을의 모든 포장을 뜯어내고 대형 하수관을 심고 모든 계단을 지하철 계단 높이에 맞춰 일관되게 설치했다. 그 과정을 모두 일지로 꼼꼼이 적어놓았다. 언제 자신이 무얼 했는지, 어떤 점을 고민했는지, 마을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협의했는지까지 세세이 적어놓았다.전병도 청년회장은 “어르신에게 동전 한 닢도 생기는 일이 아닌데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어느 산촌 마을처럼 산골드림센터(마을회관)를 소모임에 회의 공간과 침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모과차, 청국장 등을 판매하는 사업도 벌인다. 8월이면 통일로가 뚫리는 바람에 헤어졌던 응암 산골마을과 생태통로로 이어진 것을 축하하는 은오교 축제가 열린다. 통일로를 건너는 생태통로를 만드는 데 50억원이 들었단다. 신 마을 대표는 “봄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나면 참 아름다운 동네인데 꽃마을 경진 대회 상금 700만원을 모두 꽃 장식하는 데 재투자해 봄여름이면 구경할 만하다”고 자랑한다. 2년 임기인 마을 대표를 세 차례나 역임한 어르신은 생태통로가 최근 연이은 멧돼지 출몰 때문에 막힌 것이 못내 안타깝다고 했다. 응암동 산골마을 뒤쪽 홍은동 주민들이 민원을 내는 바람에 생태통로를 일단 막는 임시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전 회장이나 신 대표나 입을 모은 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려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내가 학교를 다닐 때(30여년 전쯤)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욕의 의미로 ‘유대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독일 학교에선 유대인이 모욕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고, 유대인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조차 유대인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요.” (독일 외교관 펠릭스 클레인, 50세) “교실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반(反)유대인 정서를 가르칠 때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유대인이라는 단어가 욕설처럼 통용되고 있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계 사회 교사 미할 슈바르츠, 42세) 1945년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독일은 홀로코스트와 유대인에 대한 혐오 범죄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또다시 반(反)유대주의가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CNN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반유대주의학술정보원(RIAS)은 지난해 베를린에서만 유대인 혐오 사건이 전년보다 61% 많은 947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대부분이 언어폭력이었지만 신체적 폭행도 18건에 달했다. 한 16세 소녀는 학교 친구로부터 “유대인에게 가스를!”이라는 말을 들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발로 차이고 공기총에 맞은 14세 소년도 있다. 무슬림 이민자 늘면서 증오 범죄 확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악몽이 각인된 유럽 사회에서 그동안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금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홀로코스트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옛 조상의 땅에 강력한 유대인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시오니즘)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슬람권 이민자를 중심으로 반유대주의도 확산됐다는 논리가 제기됐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 유럽 내 무슬림 인구는 1950만명으로 전체 유럽 인구의 3.8%였지만 2016년 2577만명(4.9%)으로 증가했다. 프랑스(8.8%), 스웨덴(8.1%), 영국(6.3%), 독일(6.1%) 등은 이슬람권 인구가 5%를 넘는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기조를 강화하자 분노한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반유대주의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 파리 근교 도시 사르셀에서 한 여덟 살 유대인 남자아이가 10대 청소년 두 명에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청소년들은 종교시설로 향하던 소년이 ‘키파’를 쓴 모습을 보고 길에 쓰러뜨린 뒤 주먹으로 때린 뒤 달아났다. 키파는 유대교 남성들이 쓰는 모자다.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해 ‘작은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사르셀에서 이런 폭행사건이 일어난 데 프랑스 유대인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유대인 인구가 1만 5000여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도 지난해 12월 9일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유대교 회당이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10대의 화염병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홀로코스트 기억하는 세대 줄어…교사들도 곤혹 하지만 유럽을 휩쓰는 반유대주의가 온전히 유럽 내 이슬람 인구의 급증 때문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유럽인들 마음속에 내재된 반유대 정서가 되살아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영문 매체 ‘더로컬’은 독일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2015년 독일 내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1366건 가운데 78건만 이민자들의 소행이고 1246건은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반유대 증오범죄 1453건 중 1377건이 극우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후 70년이 지나도 네오나치 등이 발호하는 등 반유대주의 정서가 독일인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음을 반영한다. 독일에서 유대인 증오가 확산되는 이유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CNN 조사에 따르면 독일 18~34세 성인의 40%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거의 알지 못한다’거나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반 이민, 독일우선주의 등을 기치로 하는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열광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독일 학생들은 14~15세 때 제3제국(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를 배운다. 교육 과정에는 인근 포로수용소 현장 학습도 포함된다. 하지만 베를린 상원 교육국의 사라야 고미스 차별조사위원은 “요즘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는 그저 과거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유대주의가 퍼지면서 독일 교사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베를린 중·고등학교 선생님인 유대계 레이첼(가명)은 지난해 학생들의 괴롭힘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학교를 옮겼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 “학생들은 교과서에 하켄크로이츠(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 문양)를 그렸고, 수업시간에는 나에게 ‘이봐, 유대인!’이라고 소리 질렀다”고 증언했다. 특히 유럽 내 우파 민족주의가 확산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지난해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는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 논란이 됐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7월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권이 유대인 1만 3000명을 억류했다 나치 수용소로 보낸 일을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선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제3당에 올라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자유당의 우도 란트바우어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의원은 올해 초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나치를 추종하는 학생동맹의 부의장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단체가 행사 때 쓰는 ‘나치 노래책’에 유대인 학살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퇴했다. 유럽인 28% “유대인이 경제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 행사한다” 미국의 유대인 전문 매체 ‘포워드’는 이런 반유대 정서가 전통적인 ‘음모론’, 즉 유대인이 인류에 기생해 인류를 해치려 한다는 뿌리 깊은 유럽인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징조라고 평가했다. 유대인들은 로마 시대 이후 유럽에 흩어져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일이 금지돼 주로 상업·금융업 등에 종사했다. 이로 인해 다른 민족을 깔보고 돈만 밝힌다는 편견과 함께 미움을 샀다. CNN이 지난달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등 7 개국에서 7092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44%의 유럽인들이 반유대주의를 자신의 나라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유럽인의 28%는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포함한 경제계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20%는 유대인의 정치·언론계 파워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5%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원인으로 유대인을 꼽았다.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약 5%의 유럽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4%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점유할 자격이 있다고 대답한 반면, 응답자의 32%는 이스라엘 때문에 유대인이 싫다고 말했다. 약 31%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고, 약 28%는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악행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분출되는 반이스라엘 정서와 극우 민족주의의 확산을 제어하지 못하면 반유대주의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유럽에서 지금과 같은 난민 유입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무슬림 인구는 75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계기로 EU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EU가 추구하던 자유주의적 관용의 가치도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北리용호 시리아 찍고 중국으로...美에 대항 ‘광폭행보’

    北리용호 시리아 찍고 중국으로...美에 대항 ‘광폭행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간 결속을 다짐한 데 이어 6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지난 1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선(先)비핵화 후(後)제제완화’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북한에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전통적 우방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광폭행보’로 귀추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리 외무상 일행을 만나 양국 우호관계와 발전방안을 논의했다고 시리아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리 외무상은 시리아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표명하고 대테러전 승리를 축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아사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독립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행위는 지리적 제한이 없다”면서 “우리와 북한은 같은 적을 마주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력을 요청했다. 리 외무상도 “북한과 시리아, 패권주의와 외세 간섭을 거부하는 모든 나라는 외부의 계략에 맞서기 위해 하나로 뭉치고 더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의 이번 시리아 방문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일정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 6월 북한 매체들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이 오랜 우방국인 시리아에 화학무기 개발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고했으나, 양국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리 외무상이 6~8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면서 “리 외무상은 방중 기간에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중·북 관계, 한반도 정세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융 상하이 푸단대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은 5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리 외무상의 방중은 “미·중간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떠한 합의가 이뤄졌는지 중국 측에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만의 생각에 기반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최세일의 건축이야기] 중정이 있는 집

    [최세일의 건축이야기] 중정이 있는 집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주로 ‘ㄷ’ 자와 ‘ㅁ’ 자 형태 주택의 중정이다. 크기에 따라 중정의 역할은 바뀐다. 저층의 넓은 중정은 마당 역할, 고층의 좁은 중정은 빛 우물과 환기 역할을 한다. 주택에서 중정은 소통이다. 현대 주거시설은 가족 구성원의 프라이버시는 중요시하는 반면 소통에 대한 장치들은 많지 않았다. 그 소통의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중정이다. 중정을 통해 마주 보는 공간들에서 가족들의 동선을 서로 알 수 있고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실제로 중정이 있는 집에서는 서로 마주 보며 손짓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마주 보며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일들이 많다. 작은 우물형 중정 건너에서 애교춤을 추는 어린 딸과 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아름답던지.외부 정원과 반대로 중정은 가족만의 내부 정원으로 구성원 간의 결속을 다지는 상징적 의미가 존재한다. 도심의 비싼 땅값에 마당의 역할을 하는 큰 중정은 어렵지만, 빛 우물과 대면활동의 역할을 하는 중정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주택은 3대의 대가족을 위한 중정이 있는 집이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이 집은 단독주택임에도 경관 심의를 시행하던 곳이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대개 건축주의 일정이 여유가 없어 심의에서 한 번 부결되면 건축주는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건축주의 세부 요구 사항은 이랬다. 중정을 두고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나중에 사무실로 쓸 수 있으니 외관이 너무 주택 같지 않게 디자인할 것, 두 형제가 어머니를 모시는 3세대 주거 형태이며 외부 공간이 풍부했으면 좋겠고, 거실은 두 개 층 높이로 디자인할 것, 두 가족이 어느 정도 독립적인 공간 분리가 됐으면 좋겠고 가족 구성원 외에 방이 하나 정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어머니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승강기 박스를 미리 만들어 두고 싶다, 옥상 정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 어머니가 제일 많이 쓸 옥상까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등이었다. 정방형 평면 가운데 위치한 중정이 다양한 역할을 한다. 작은 정원과 빛 우물, 증정을 둘러싼 복도에 나서 소통의 공간까지. 1층에는 방 2칸에 가족실 겸 미니 주방이 하나 있다. 메인 주방과 거실은 2층에 있지만, 어느 정도 독립성을 확보했다. 출입 역시 2층으로 진입하는 메인 현관과 별개로 만들었으며 내부 계단으로 2층과 연결된다. 처음부터 두 형제의 독립과 다른 용도의 사용을 고려한 사무공간을 염두에 두었다. 지금은 건축주의 서재 겸 작업실 공간, 응접실의 기능으로도 훌륭하다. 이른바 사랑채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은 거실, 주방, 식당과 어머니 방, 여분의 방이 하나 있다. 어머니 방과 거실 사이에는 작은 외부 공간이 하나 있어 ‘ㅁ’ 자로 막힌 공간에 숨통을 텄다. 거실은 3층까지 트여서 3층 복도에서 2층의 거실까지 대화가 가능하다. 면적이 넓은 거실은 아니지만 높은 층고에서 느끼는 공간감은 이곳이 이 집의 중심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실의 중정 맞은편은 주방 식당이다. 인접 대지 쪽은 이웃집과의 공간이 협소해 환기 위주의 창이 있고 중정으로의 채광만으로 충분히 밝다. 거실과 중정을 사이에 두고 있어 대나무 사이로 서로 살필 수 있고, 식사 준비가 끝나면 거실에 있는 식구들을 손짓으로 부를 수 있다. 3층은 아이들 방과 부부의 침실이 있다. 부부의 방과 아이들 방 사이에는 마당이 하나 있으며 마당에 나가면 멀리 관악산까지 트여 있어 현재는 그네 겸 흔들의자를 만들어 놓고 가족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 거실 상부의 복도는 양면이 트여 있어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한쪽은 중정의 커튼월이고 한쪽은 2층의 거실이 내려다보인다. 옥상은 전체가 정원이다. 장독이 있고 고추 널고 빨래 널기 좋은 마당이다. 다른 층에서는 중정으로 하늘을 보지만 옥상 정원에서는 중정을 통해 집안과 마당의 바닥이 내려다보인다. 유리면이 많아 열효율이 높은 자재로 열 교환 장치와 기계 환기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잡았으나 한여름에 햇볕이 잘 드는 부분은 보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볼수록 더 애정이 가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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