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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ㆍ전의 고빗길”… 미의 「중동카드」

    관심을 모았던 부시 미국대통령과 후세인 요르단국왕의 회담이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페르시아만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세계의 이목이 중동에 쏠려 있는 가운데 미국의 지미 카터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박사는 16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기고한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의 진정한 이익」이란 글에서 이라크와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방한중인 미국의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 윌리엄 테일러 부소장은 본사와의 단독회견에서 이라크를 차제에 군사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있는 두 인사의 중동사태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정리해 본다. ◎미 전 안보담당 보좌관 브레진스키의 「협상론」/미국의 최대임무는 대서방 원유 안정공급/소ㆍ일과 공동대응으로 평화적해결 바람직 쿠웨이트 위기에서 진정으로 미국에 중요한 국가이익은 페르시아만이 서방에 적정한 가격의 안정된 석유를 공급토록 하는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이같은 이해관계를 위태롭게 했으며 미국이 즉각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이라크는 이 지역의 군림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석유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80년 카터독트린선언 이후 미국의 중동정책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어떤 적대적인 국가가 페르시아만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데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부시대통령이 지난주 더 이상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국가에 미국 혼자서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이같은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내에서는 대체로 의견의 일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부시행정부는 확고함을 보여줌으로써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미국은 이같은 신뢰성 있는 방패역할을 바탕으로 이제 산유국들의 증산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도 적극적으로 증산채비를 갖추고 있고 중동 뿐 아니라 그외 지역의 우호적인 산유국들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수출부족분을 보충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미국이 선언한 또다른 정책목표 즉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토해내는 문제는 좀 복잡해진다. 그것도 바람직한 목표라는 것은 분명하다. 힘이 더 센 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인 이웃국가를 무자비하게 강압적으로 합병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받아들여져서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유엔이 비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점은 완전히 미국 혼자나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응이 아니라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국제사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축출할 수 있으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고 냉전후 최초의 위기에서 국제적인 협조를 해냈다는 찬사를 받을만한 일이다. 두가지 요구만 충족된다면 실제로 찬사를 받을 수 있다. 먼저 집단적인 행동이 진정으로 국제적인 행동이 되어야지 유엔 깃발아래 행동이 이루어지더라도 주로 미국이 주축이 되는 원정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말은 그렇게 해야 진지한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소련ㆍ일본 또는 다른 주요국가가 회피할 수 없으며 적어도 몇개 아랍국이 지속적으로 이라크에 압력을 가하는데 참여할 수 있으며 그 비용이 균등하게 국제적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경제제재든 봉쇄든 간에 국제적인 압력은 이라크를 협상에 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야지 공격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기도는 이라크를 압박하는 것이어야지 목을 조르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그 목표는 2차세계대전 당시와 같이 무조건 항복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해결이 되어야 한다. 이같은 점을 무시한다면 궁지에 몰린 이라크정부가 국제적 봉쇄조치를 아랍민중들에 의한 대미전쟁으로 변형시키는 필사의 노력을 벌이도록 할 것이고 요르단을 공격해 이스라엘의 대응을 촉발함으로써 매우 양상이 다른 폭발의 뇌관을 건드리는 셈이 된다. 이 문제에 조심하지 않으면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축출하는 군사비는 상당히 높아지게 되는데 미국국민들이 쿠웨이트왕을 다시 권좌에 앉히는 대가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의심스럽다. 게다가미국의 공격적인 자세는 상당한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이란과 시리아는 옛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나설 유혹을 받을 것이고 이스라엘정부도 일방적인 군사개입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라크는 분쟁을 확대해 이익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간단히 말하면 중동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는 분쟁의 확대로 나타날 뿐 아니라 서방국가가 석유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의 축출이라는 2차적인 목표는 첫번째,그리고 중심적인 목표인 석유공급선을 위태롭게 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이같은 점을 간과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사담 후세인을 히틀러에 비교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오류를 범하게 한다. 두사람의 비교는 히틀러는 7천만 국민과 산업적으로 지구전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나 사담 후세인은 1천7백만 인구에 군수산업이나 식량생산도 없는 국가를 이끌고 있다는 차이점을 간과한데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단호하게,그러나 지각있게 행동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은 침략을 저지하는데 두어져야지 아랍의 대미 성전을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원활한 석유의 공급이 궁극적인 미국의 과제이며 쿠웨이트의 해방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다. 반드시 쿠웨이트가 해방돼야만 원활한 석유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전략문제연 부소장 테일러의 「전쟁론」/분쟁 장기화땐 「경제숨통죄기」실패 가능성/온건아랍 공존돕게 대 이라크 무력화 마땅 ­귀하는 안보문제,특히 동북아 및 중동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중동문제 전문가로서 이라크,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후세인이 왜 쿠웨이트를 군사적으로 강점했다고 보는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은 이란과의 오랜 전쟁으로 피폐된 경제의 회생과 군비증강을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나세르와 같은 아랍세계의 지도자가 되려는 개인적 야심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방의 대 이라크 경제봉쇄는 성공할 수 있겠는가. ▲경제제재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지 나만의 예상이 아니라 슐레진저 전미 국방장관등 많은 CSIS연구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라크가 이번 경제봉쇄에 6개월이나 1년을 버틸 경우 유가의 급등으로 서방국가들의 고통이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어느나라나 일본 혹은 그밖의 다른 나라가 될지는 모르지만 대 이라크 경제봉쇄를 해제하는 나라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시 미대통령은 중동사태에 적절히 대응해왔다고 보는가. ▲부시대통령은 미군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신속히 파견했고 유엔으로 하여금 경제제재를 취하게 하는 등 매우 훌륭히 대응해 왔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장기적인 전략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어떤가. ▲매우 높다고 본다. 이라크가 이미 침략행위를 했기 때문에 미국이 이라크군을 공격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와의 무력충돌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이라크군을 공격할 경우 반미감정의 고조와 아랍민족주의를 유발하는 역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아랍민족주의는 아랍인들을 결속시키는 유일한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아랍민족주의의 촉발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아랍민족주의는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아랍민족주의를 주창하지만 언제나 국가이익에 따라 분열돼 왔다. ­미국이 무력공격을 시도할 경우 이라크나 쿠웨이트에 있는 서방인들이 인질이 되지 않겠는가. ▲이 문제가 바로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매우 심각한 과제이다. ­쿠데타에 의한 후세인 정권의 자체붕괴 가능성은. ▲물론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난다해도 다음 지도자가 어떤 인물이 될지 알 수 없으며 또 다른 강경파 지도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라크가 군사강국으로 남아 있는 한 지도자의 교체는 의미가 없다. ­그러면 중동위기의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문제의 핵심은 후세인 개인이라기보다는 이라크가 군사강국으로 중동의 힘의 균형을 깨고 있다는데 있다. 후세인은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군을 철수시킬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중동위기가 잠시 잠복기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후세인은 2년이나 3년후에 또다시 침략행위를 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은 이번 기회에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무력화시켜야 한다. 최첨단 장비를 자랑하는 미국의 공군과 해군 화력은 불과 5주 정도면 이라크의 군사ㆍ통신시설과 정유소 등 기간산업시설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이때 미국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해야 한다. 경제봉쇄조치가 실패할 경우 유엔안보리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군사행동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 이라크 공격에 해군과 공군력이면 충분한가. ▲미국에서도 지금 이 문제가 커다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해ㆍ공군력만으로도 이라크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쿠웨이트에서 끝까지 저항할 이라크군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지상군의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앞으로의 중동전망은.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이라크의 군사력은 약화될 것이다. 또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중동은 세계의 원유 공급원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온건 아랍국가들의 주도아래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원유가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정해져야지 강경파 국가의 인위적 조작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이나 소련을 비롯,주요국가들은 중동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서로 협력해야 하며 장기적인 에너지전략과 함께 무분별한 무기판매로 또 다른 이라크가 등장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내각제 거론않기로/노대통령·김최고위원/대야 대화 주력

    민자당총재인 노태우대통령은 14일 낮 청와대에서 김종필최고위원과 오찬회동을 갖고 최근 당내 계파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내각제개헌문제를 비롯,야권의 의원직 사퇴에 따른 경색정국 해소방안과 경제문제,중동사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방문을 마치고 13일 귀국한 김최고위원의 귀국인사를 겸한 이날 회동에서 노대통령과 김최고위원은 연내에는 내각제문제를 거론치 않고 정치·경제·사회부문 등 각 부문에 걸쳐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당력을 결속하는 데 주력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과 김최고위원은 또 야권의 의원직 사퇴 정국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야당과 막후접촉을 통해 현안에 대한 절충및 원내복귀 설득작업을 계속키로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대통령과 김최고위원이 3당통합이후 단독회동을 갖기는 처음이다.
  • 「중동 힘겨루기」 전문가들의 진단

    ◎“미ㆍ이라크 동시철군 바람직”/터너 전CIA국장의 사태 전망/이라크,수세몰리면 사우디 침공/“후세인 축출” 공개는 부시의 잘못 지금의 페르시아만사태가 이라크에 불리하게 진행될 경우 이라크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물러나는 대신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스탠스필드 터너 전미 중앙정보국 (CIA)국장이 13일 파리에서 발행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와의 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이라크가 택할 수 있는 카드로는 사우디를 침공하거나 혹은 이스라엘을 공격,아니면 서방인질을 이용하는 등 몇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의 회견 요지. ­현재 페르시아만의 군사ㆍ외교적 사태진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로 기선을 잡기 위한 일종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미국으로서는 세계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이라크연합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가 문제이고,반면 후세인은 이라크국민과 아랍대중에 대한 결속력을 유지해 이 반이라크연합을 어떻게 타파할 것이냐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대세장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물리적으로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밀어내기 위해 군사력을 더 집중시키려 할 것이다. 이라크는 자신들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사우디나 이스라엘 둘중 하나를 공격하거나 서방인질을 이용하는 등 몇가지 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주동안의 정세는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세계에 대한 후세인의 「성전」호소로 미국이 거둔 이 우세는 곧 상쇄될 것이다. ­아랍연합군의 참전으로 미군의 역할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인가. ▲아랍연합군의 파견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을때 전투는 주로 미국과 유럽 일부국에 의해 수행될 것으로 본다. ­일부에서는 페르시아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모호하고 이번 사태에 걸려있는 미의 이해가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이해는 명확하다고 본다. 소련이든 이라크든 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이 지역의 석유생산이 지배되는것을 자유세계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실수한게 한가지 있다면 미의 목표를 너무 명백히 밝힌 점이다. 그 목표는 후세인의 제거,다시말해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타협의 여지를 너무 막아놓고 있다, ◎“아랍권의 분열이 가속된다”/이집트 정치분석가 “손익계산”/이라크 경제난 심화… 정치위기에/유가올라 남미는 웃고 일은 울상 대회전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페르시아만 사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이익을 보는쪽은 어디고 손해를 보는쪽은 어디인가. 다음은 이집트의 저명한 정치분석가 칼리드 마드히트 아불파달씨의 중동전 손익계산서 요약이다. 첫째,아랍국가들 간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호간에는 불신이 증대하고 실질적 적대국인 이스라엘에 저항할 수 있는 단합된 힘이 약화됐다. 둘째,남미는 어부지리를 보았다. 명백한 스태그내이션 상황을 맞고 있는 남미의 경제는 자국이 생산하는 석유값의 인상을 통해 이 경제위기로부터 소생할 수 있는 기회를발견한 것이다. 또한 미국의 무기제조공장들은 이번사태로 인해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무기수요의 증대로 수익을 올리게 되며 종래 무기 생산감소로 인해 증가돼왔던 실업률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페르시아만의 위기는 미국의 역할과 그 군사적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증거가 됐다. 아울러 유가의 인상은 미국경제의 위험한 경쟁자로 간주되고 있는 일본의 산업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셋째,소련은 유가의 인상으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소련은 달러 및 기타 경화의 절실한 필요와 심지어 파산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었다. 소련의 석유 생산능력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가격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넷째,이번 위기는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가리켜 호칭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란 비난이 분명해졌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의 여론이 요르단과 이라크를 무력으로 이스라엘이 침범했다고 더이상 비난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다섯째,이라크가 이번 사태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 쿠웨이트산 석유수출로 예상했던 이익은 국제적인 경제제재조치로 인해 물거품이 됐고 이라크경제의 숨통마저 조이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인 정치ㆍ경제적 봉쇄가 야기할 파괴적 고립화의 영향도 지대할 것이다. 유가인상은 유럽과 일본의 희생으로 미국과 소련을 유익하게 하여 미국달러의 가치가 상승,독일 마르크와 일본의 엔화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는 부채가 증가되고 수출이 감소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그 군사적 능력이 약화된다. 그리하여 이라크가 당면하게 될 정치ㆍ경제적 위험은 쿠웨이트 침략을 통해 노렸던 물질적 이익보다 훨씬 크게 될지도 모른다.
  • 「집단안보」 인식 드높인 나토기치

    ◎“이라크 응징” 다국적군 참여 안팎/신 데탕트 물결속에도 건재 과시/평화수호 명분뚜렷… 미 측면지원/EC서도 봉쇄 미흡땐 추가조치 천명 페르시아만사태에 대한 유럽 각국의 대응은 이라크가 「공동의 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의 이같은 대응자세는 10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외무장관회의와 구주공동체(EC) 외무장관회담에서 잘 나타났다. 쿠웨이트를 침공,점령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조치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의 두 회의는 한결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내용을 뒷받침 하면서 군사및 경제제재등 대이라크 제재조치에 행동을 같이하기로 결의했다. 특히 NATO 외무장관회의는 유럽국가들에 집단안보의 필요성을 다시 인식시키고 공동의 적에 대한 집단보복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동안 동ㆍ서 긴장완화로 군사동맹의 존재명분이 퇴색되면서 탈군사기구화 논의까지 대두되고 있는 NATO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만일 이라크가 NATO회원국인터키를 침공할 경우 NATO 헌장에 따라 전회원국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어 NATO동맹군의 즉각적인 공동군사보복을 받게 될 것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NAT0가 빛은 바랫지만 아직은 종이호랑이가 될 수는 없다는 다짐을 이번 기회에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심사로 등장되고 있는 「다국적군」 참여문제는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참여여부를 결정,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미국군및 영국군과 「공동군사작전」을 펼 수 있다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개별적 결정방법을 택한 것은 회원국 영토 밖에서의 군사행동을 금지한 NATO규정을 피하기 위해서이며 아울러 이번 경우 NOTO회원국들이 사우디아라비아나 걸프만에 군대를 파견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NATO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셈이다. 이날 회의는 역시 NATO회원국이며 대이라크 제재조치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결론지어진 흔적이 역력하며 미국의 행동에 대한 측면지원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 결정을 앞세운 공동대응에 쉽게 합의될 수 있었던것은 이번 사태가 유럽각국의 이해관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물론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점령행위자체가 국제법을 어긴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아울러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거나 확대될 경우 걸프만지역의 안정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는 전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명분아래 영국이 가장 먼저 다국적군에의 파병을 결정했으며 프랑스가 그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서독 포르투갈은 미군기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영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유럽국가중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인 지난 2일 마거릿 대처총리는 미국으로 달려가 조지 부시 미대통령과 사태를 논의하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영국의 이같은 태도는 NAT0의 집단안보기능에 깊은 신뢰를 보내던 평소의 소신외에 쿠웨이트와는 과거 한때 상호방위조약을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다 현재 5천여명 정도의 영국인이 인질상태로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묶여있는 점이 큰 작용을 한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경우는 걸프만에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한 함대를 파견하면서도 「독자적인 결정」 「개별적 행동」을 앞세우고 있다. NAT0회원국이면서 군사적으로는 참여치 않고 있는 프랑스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서독은 국내에서 말썽의 소지가 있는 다국적군에의 출병을 포기하는 대신 지중해 함대로 하여금 걸프만으로 이동한 미국함대의 역할을 대신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통독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헬 무트 콜 총리에게 있어서 걸프만사태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같이 NATO 외무장관 회의가 군사행동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EC외무장관 회의는 군사외적인 측면의 공동행동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의 결과는 무력분쟁저지와 사태해결을 위해 ▲추가 이니셔티브 준비 ▲아랍국가들과의 긴밀한 접촉유지 ▲군사및 정치적 대응조치 협의등 다소 모호한 단어들로 표현됐으나 EC차원에서의 실질적인 대이라크 제재조치는 이미 실천에 옮겨지고 있는 중이다. 사태발발 직후인 지난 4일 로마에서 열린 EC 정치위원회에서 이라크및 쿠웨이트 원유수입 중지와 이라크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결의했다. EC의 이같은 결정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뒷받침 됐고 국별로 별도의 추가 조치를 보태 즉각실천에 옮겨졌다. 각국은 우선 자국내의 쿠웨이트및 이라크 소유의 모든 재산을 동결시켰다. 이 조치로 아마도 사담후세인의 가장 큰 관심사인 1천억 달러의 쿠웨이트재산이 동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유럽각국은 이라크와 과학기술및 군사협력을 중지했으며 무기판매도 동결했다. 수입신용장의 발급도 중단됐고 식량수출도 금지 되었다. 이와같은 유럽각국의 경제력 옥쇄작전에 이라크가 얼맛동안이나 버텨나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 이라크가 무모하게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배제된 것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계평화와 질서유지라는 명분을 알세운 유럽국가들의 대이라크 제재조치는 그 명분이 충족되지 않거나 훼손될 기미가 보일 경우 더욱 고리를 죄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 다국적군 집결속 엇갈린 중동표정

    ◎파병항의 예멘인들,미 공관 난입 시도/요르단선 영기등 불태우며 성전다짐/호텔ㆍ기업 등 민간서도 화학전 대비 북새통/외국인 50만 볼모… 소련인은 거의 철수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병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예멘인들이 11일 예멘주재 미국대사관과 사우디대사관으로의 난입을 시도했으나 곤봉세례를 퍼붓는 경찰의 저지를 받고 물러났다고 목격자들이 밝혔다. 한 미대사관 대변인은 『예멘 보안군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해주었기에 손해는 경미했다』고 말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1만명이 넘는 이라크지지 시위군중들이 미국과 사우디 양국 대사관 밖에서 투석행위와 함께 아랍권에서는 최대의 모독행위인 낡은 신발을 던지면서 『미국이나 유태인에게 맡기지 말라. 예언자 모하메드의 군대가 돌아온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소련은 이라크에 체류중이던 8천명의 자국민중 7백명 정도만을 남겨놓은 채 대부분을 최근 며칠 사이에 이라크에서 철수시켰다고 지아니 데 미켈리스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11일 밝혔다. 미켈리스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의회의 한 위원회에 출석,이같이 말했으나 이라크 거주 소련인들의 철수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발이 묶여 있던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미국인 11명 및 10세 미국인 소녀 1명과 일본인 23명,서독인 5명이 11일 하오 2시(현지시간) 버스편으로 국경을 넘어 요르단에 탈출했다고 관리들이 밝혔다. 바그다드로부터 1천50㎞에 달하는 육로여행 끝에 루웨이세드의 요르단 국경초소에 도착한 이들 가운데는 바그다드주재 미대사관의 외교관들과 가족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독인 5명의 신분은 즉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인 12명중에는 혼자서 프랑스에서 인도로 가던 도중 중간기착지인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병사들에게 체포돼 바그다드로 이송됐던 10세 소녀가 포함돼 있었다. ○…미국의 중동개입 이래 요르단ㆍ리비아ㆍ예멘ㆍ수단 등지에서 항의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요르단내 수도 암만을 비롯한 2개 도시에서 모두 1만2천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반미시위가 벌어져 대미성전(지하드)을 선포하고 이라크 지원을 위한 자원병 모집을 촉구하는 등 아랍권내 반미분위기가 확산,고조되고 있다. 7천여명이 참석한 암만시위에서 참석 회교도들은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병 및 사우디의 미개입 승인을 규탄하고 이라크 지원을 다짐하면서 미ㆍ영ㆍ이스라엘국기 등을 불태웠다. ○이란,제재동참 시사 ○…이란정부는 11일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중동지역에 대한 외국의 개입에는 비판을 가했다. 니코시아에서 수신된 테헤란 라디오방송은 『이란은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강대국의 주둔과 영향력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중동국가들과 어떤 종류의 협력에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방송은 이어 서방측과 미국을 겨냥해 「거만한 국가」들이 중동지역에 간섭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페르시아만지역의 호텔 및 기업체들은 10일과 11일 화학전발생에 대비,화학무기로 공격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내용으로하는 안내팸플릿을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영어로 된 2페이지의 이 팸플릿은 화학전발생시 모든 문과 창문을 닫고 이를 다시 차단테이프로 봉쇄하도록 충고하고 있다. 이 팸플릿은 또 지금부터 미리 식수등 물을 따로 밀폐된 용기에 보관하되 화학전 발생후엔 미리 보관한 물이외에는 절대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이 팸플릿은 피부노출을 막기 위해 장갑과 양말을 반드시 착용하고 음식도 되도록 미리 보관하는게 좋다고 적고 있다. ○일,다국군 경원 검토 ○…일본정부는 미국이 이라크의 사우디아라비아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제창하고 있는 다국적군에 재정적인 지원을 검토중이라고 아사히(조일)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같은 검토는 다국적군의 현지 주둔이 장기화해 일부 경비분담을 미국이 요청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편성된 외무성 특별작업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지비 월 3억불선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미군 유지비용은 현재의 비전투상황에서도 최소 월간 3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군분석가들은추산. 그러나 일단 전투가 개시되면 그 소요비용은 단순간에 3∼4배 뛰어오를 것으로 워싱턴의 민간방위정보센터의 진 라 로크 소장은 전망했다. 미 군관계자들은 페르시아만 작전소요비용에 대한 언급을 않고 있으며 현재 이 지역에는 제18ㆍ제82ㆍ제101 등 3개 공정여단과 1개 기계화 보병사단,2개 전술비행단이 파견되어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및 국경폐쇄 조치로 부유한 구미 각국의 중견 실업인에서부터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에 이르기까지 5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중동위기의 잠재적 볼모로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궁지에 빠져있다. 2백만명에 달하는 쿠웨이트 인구의 약 60%는 쿠웨이트 국적을 획득한 주로 노동과 서비스업에 고용돼 있는 아시아인과 아랍인들로 이뤄져 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정부자료에 따르면 레바논과 방글라데시ㆍ인도 등 3개국 사람만도 약 30만명에 달하며 팔레스타인 및 파키스탄ㆍ필리핀인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련조종사 50명뿐 수백대의 중형 전차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사막전에 노련한 이라크의 백만 지상군에 주목이 쏠리고 있으나 이라크의 공군에 대해서는 이란ㆍ이라크전 당시 실전에서 나타난 조종사들의 능력 및 훈련부족으로 관심밖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50명의 조종사를 제외하고는 이라크 공군의 조종사들은 훈련이 부족하며 지난 87년 미국 해군함정 슈타크호를 적함으로 오인,공격한 것은 이라크 공군의 통제능력 결여를 드러내는 증거라는 것. ○파병미군엔 여군도 ○…회교율법에 따라 여자들이 자동차운전을 할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려야 하며 남성들이 출입하는 극장에 들어갈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최근 이라크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공수된 미군들 가운데 여군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나 사우디측은 아직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 탬파시의 미 중앙사령부는 지난 8.9일 사우디아라비아에 급파된 일부 여군들은 항공모함 승무원,의료 및 본부부대 등의 비전투요원이라고 밝히고 사우디측에서 여군파병에 대해 아직 이의를제기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20개국 외무장관회담에 참석한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사바 알 아메드 알 자베르 알 사바 외무장관이 이라크의 타리크 알 아지즈 외무장관과 설전을 벌이던중 쓰러져 회담장 부근 숙소로 급히 옮겨지는 사건이 발생. 알 사바 장관은 이곳에 도착할 당시 몹시 지친듯이 보였고 회담이 개막되며 국가가 연주될 때는 흐느끼기도 하는 등 심신이 비정상적 상태를 나타내다 급기야는 쓰러진 것인데 이를 두고 그가 퇴장했다는 일부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올들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정권으로부터 피신,그리스에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이라크인이 2천명에 달했다고 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11일 말했다. 이들 망명요청 이라크인들은 대부분이 기독교도이거나 쿠르드족 출신으로 여권과 여행비자를 소지한 1천3백83명의 기독교도 이라크인과 대부분 터키를 경유해 이곳에 도착한 5백48명의 쿠르드족 출신 이라크인이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나 대다수 거부당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 아랍국 긴급 정상회담 배경과 전망

    ◎“중동 불끄기”… 아랍 결속의 시험대로/이라크군 철수ㆍ평화군 창설 논의/후세인 반발,타협안 제시 불투명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촉발된 긴박한 중동위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긴급 아랍 정상회담이 10일 카이로에서 열렸다.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의 긴급제안에 의해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당초 9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하루 연기됐다. 이집트 관리들은 각국 대표들의 카이로 도착이 늦어져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할 뿐 내면적으로는 각국간의 이견조정을 위한 막후협상의 필요성 때문에 연기된 것이다. 이집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요르단ㆍ리비아 등 21개 아랍연맹 대부분의 나라가 참석하는 이번 정상회담은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졌으며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실효성있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바라크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파멸적인」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외세의 개입 없이 아랍인들 스스로가 중동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무바라크대통령은 중동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군의 철수 ▲쿠웨이트 합법정부의 원상회복 ▲쿠웨이트와 이라크간의 완충역할을 할 「아랍평화군」의 창설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같은 논의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라크가 이미 쿠웨이트와의 합병을 선언했기 때문에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이라크군의 철수와 알 사바 쿠웨이트왕정의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아랍평화군의 창설문제에 대해서도 무바라크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아랍국가 정상들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의 군사력으로 이라크에 대응할 수 있는 힘과 결속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때 아랍평화군의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아랍평화군이 창설된다해도 강력한 군사강국인 이라크의 군사력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때 쿠웨이트가 가입돼 있는 GCC(페르시아만 협력협회)는 상호방위 조약을 맺고 있는 엄연한 안보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무력침공에 대한 어떤 군사적 대응조치도 하지 못했다. GCC뿐만 아니라 다른 아랍국가들도 이라크의 불법적인 침략행위에 대해 강력한 응징은 고사하고 비난성명조차 며칠 후에나 겨우 발표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무바라크대통령은 또 이라크와의 협상안으로 ▲쿠웨이트에서 자유선거를 통한 새정부 구성 ▲쿠웨이트와의 영토분쟁 해결과 이라크의 재정ㆍ전략적 이익을 인정하는 포괄적인 협상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라크가 마지막 순간에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라크가 이같은 「무바라크 구상」에 어느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라크가 반응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교소식통들은 후세인이 이미 쿠웨이트를 합병하는등 강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가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은 이보다는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고 쿠웨이트 침공의 「정당성」을 강요하기 위한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라크대표단도 『이라크는 미국의 위협에 대해 아랍권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실제로 쿠웨이트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미국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사우디에 진주한 미군의 철수를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이라크의 강변에 전혀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랍국가는 물론이고 당초 이라크의 입장을 지지했던 요르단도 쿠웨이트의 합병이후 안보의 위협을 느껴 이미 반이라크 노선으로 돌아섰다. 아랍국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라크는 이제 더이상 형제국이 아님을 실감했을지도 모른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아랍세계에서조차도 그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아랍국가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명목아래 정상회담에 들어갔으나 군사강국인 이라크의 야욕을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임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우디에 이미 미군이 진주하고 서방 강대국들의 함대가 페르시아만에 속속 집결하는가 하면 유엔의 각종 대이라크 제재조치가 발효되는등 이라크에 대한 정치ㆍ군사ㆍ경제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이번 회담이 열리고 있어서 이라크도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아랍국가들은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라크로부터 중대한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대이라크 경제봉쇄강화와 더나아가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북,개방 두려움에 「대교류」 차단/「방북명단」 수령 거부의 저변

    ◎사제단ㆍ전민련 등 선별초청도 포기한 듯/장벽ㆍ보안법 등 트집,역선전 강화 예상 북한이 9일 우리측의 북한방문증명서 발급 신청자명단 접수를 거부함으로써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민족대교류 기간동안 방북을 희망했던 6만1천여명의 북한방문이 어렵게 됐다. 북한은 이날 우리측 방북희망자 명단 수령과 북한측의 임수경위문단 명단을 우리측에 전달하기를 거부,민족대교류를 실시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는 한편 남북개방과 교류의 길을 사실상 차단했다. 북측의 이러한 태도는 이미 어느정도는 예측되어 왔다. 북측이 개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비단 남북문제 전문가와 정부당국의 관계자 뿐만 아니라 1천만 이산가족들까지도 예상했었으나 그것이 현실로 밝혀졌다. 실제 방북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할 뿐더러 괜한 방북 기대심리가 실망감으로 증폭될 것을 우려,실제 예상보다 적은 6만여명만이 방문증명서 신청을 한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민족대교류를 수용해 남북교류를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 북한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콘크리트 장벽과 국가보안법 등의 대남논리가 무너지게 될 것을 무엇보다 우려해 이날 교류를 거부하고 나선 것으로 정부당국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북측은 내부적으로 개방의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고 후계체제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개방을 두려워 하고 있으며 이를 적극 저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측이 이날 연형묵정무원총리 명의로 보낸 전통문에서 방북희망자 명단접수 거부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은 바로 우리측 정부의 임수경양 위문단의 재소자 면담불허 방침이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임수경 위문단이 재소자의 가족이나 변호인단 면담은 허용하나 재소자 면담은 불허한다는 우리측 정부방침에 대해 『누구는 만날 수 있고 누구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은 8ㆍ15에 즈음한 5일 동안의 민족대교류와 자유왕래가 거짓이며 남북 사이에 그 어떤 왕래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선포하는 것』이라며 민족대교류 정신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북측은 또 전통문에서 방문자 명단교환의 전제조건으로 첫째,임수경 위문단이임양ㆍ문익환목사ㆍ문규현신부를 직접 면회할 수 있고 둘째,전민련ㆍ전대협 대표들의 범민족대회 참가를 공식 허락해야 하며 셋째,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내세웠다. 북한측은 그동안 우리측의 민족대교류선언을 거부한다는 방침아래 대남전통문과 일방적인 방송등을 통해 명분쌓기와 시간끌기에 주력해 왔다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즉 우리측이 지난 7일까지 민족대교류에 대해 응답을 촉구한데 대해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으며 오히려 일방적인 방송을 통해 임수경위문단 파견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민족대교류에 대해 희석작전을 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측이 재소자 면회불허,가족이나 변호인 면담허용의 방침을 발표하자 이러한 방침을 트집잡아 민족대교류와 이에따른 방문자 명단교환을 거부하고 나왔다. 북한측도 재소자 면담사실자체가 대내외적으로 정치선전의 효과가 그다지 크게 작용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다만 우리측의 수용거부를 트집삼으려는 수단으로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위문단이 우리측지역에 내려올 경우 위문단을 통한 개방물결 유입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위문단 파견의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범민족대회 장소를 놓고 전민련측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등 대회 개최장소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북한측이 판문점 이외의 지역,즉 평양이나 개성 등의 지역에서 대회를 열게 되면 3백여명의 전민련인사를 비롯한 전대협 학생들이 북한의 폐쇄사회에 남기고 갈 개방과 교류의 후유증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판문점 이외의 지역에서의 대회 개최는 곧 개방물결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국가보안법 철폐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교류를 거부하기 위한 그동안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한 것으로 남북인적왕래를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우리측의 전민련ㆍ전대협ㆍ민중당(가칭)ㆍ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에 대해서도 선별적 초청을 거부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동안 북측이 전민련ㆍ민중당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해 초청(신변안전보장)을 밝혔으나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해온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이날 전통문에서 우리측이 사제단 방북을 불허했다고 밝혀 사제단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이날 북측이 방문자명단 상호교환을 거부한 데 대해 『앞으로 북측 태도는 일정한 원칙하에 가변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10일 갑자기 방문자 명단을 교환하자고 제의한 뒤 실무접촉과정에서 또다른 트집을 잡아 이를 무산시키거나 시기적으로 교류가 이뤄질 수 없는 시점에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북측은 우리측의 민족대교류발표로 인해 명분상 몰려 있기 때문에 명분을 쌓기 위한 선전전과 함께 대내적인 결속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애,이라크의 패권주의에 쐐기/“후세인 응징”동참의 저변

    ◎미의 경원등 걸려 실리외교로 전환/온건아랍국 규합,중동 새질서 모색 호스니 무바라크(62) 이집트대통령이 리처드 체니 미국방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중해에서 발진한 미함대의 수에즈운하 통과를 허용하고 나섬으로써 미국은 대이라크 응징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게 되었다. 지난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래 미ㆍ이라크의 대결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아랍국들중에서 특히 미묘한 입장에 놓였던 나라가 바로 이집트였다. 당초 이라크와 쿠웨이트간에 석유분쟁이 벌어졌을 때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은 중재역을 자처하며 두 나라의 다툼을 해결하려 적극 나섰었다. 그러나 이런 무바라크의 중재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라크는 지난 2일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했던 것이다. 이집트는 침공이 있은지 꼭 24시간 뒤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이라크의 침략행위를 비난하고 나서는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이 성명에서 이집트는 ▲쿠웨이트에서의 즉각 철수 ▲알사바 쿠웨이트국왕의 복위 ▲두나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방안 모색등 3개항의 요구사항을이라크측에 제시했다. 이 성명이 나오기까지만해도 외교소식통들은 무바라크의 이런 행동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자신의 중재노력을 무시하고 쿠웨이트를 침공한데 대한 섭섭함 때문에 나온 것쯤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집트는 7일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병에 적극 동조하고 나섬으로써 반이라크 노선을 분명히 했다. 무바라크대통령의 이번 미국 「편들기」는 일차적으로는 실리외교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현재 연 20%를 웃도는 인플레,4백억달러에 이르는 외채등 열악한 경제사정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23억달러 상당의 경ㆍ군원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지원요청을 뿌리칠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보다 설득력을 갖는 것은 무바라크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와 협력해 온건 아랍세력의 규합에 앞장서려는 「계산된 의도」를 품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건 아랍세력 결속의 움직임은 기왕 이란ㆍ이라크 전쟁말엽부터 나타났었다. 이란ㆍ이라크의 패권주의에 대항해 온건세력규합에 나설 만한 나라로는 군사적으로 우세를 지키고 있는 이집트­무바라크 뿐이라는 인식에서였다. 이에 따라 지난 79년 이스라엘 이집트 평화협정체결 이후 이집트와 손을 끊었던 아랍국들이 속속 이집트와의 복교에 나섰다. 페르시아만협력협의회(GCC)의 5개국에 이어 지난해 리비아와의 복교,이어 금년 5월에는 시리아와의 복교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번 이집트의 미 지원결정은 지금까지 반이스라엘 전선구축 내지 헤게모니다툼 등으로 생채기가 난 기존 아랍세력 질서의 기본틀을 허물고 새 질서구축의 길을 여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미 정가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호메이니 사후 온건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이란과도 관계개선을 추진 온건그룹으로 편입시킬 길을 모색하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터이다. 이럴 경우 아랍권은 현재 이라크 지지입장에 서있는 팔레스타인ㆍ리비아ㆍ요르단 등과 반이라크 세력으로 「헤쳐모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랍민족주의,회교혁명 세력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랍권은 뜻하지 않은 재편의 기회를 맞은 셈이 됐으며 무바라크의 새로운 「맹주」로서의 부상 또한 자연스럽게 굳혀질 전망이다.
  • 「아태지역 경제블록화」 기반 구축/싱가포르 2차 각료회의 결산

    ◎EC·UR협상 대응에 한 목소리/중국등 회원국 가입 합의도 큰 성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환경문제 등 제반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차 아태 각료회의는 오는 92년의 EC(구주공동체) 단일시장에 대비,역내 국가간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더욱 절실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을 비롯,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6개국등 모두 12개 회원국이 참가한 이번 회의는 25명의 외무·통상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내 국가들의 깊은 관심속에 진행됐다. 특히 내년 제3차 서울 각료회의에 이어 92년 제4차 회의와 93년 제5차 회의 개최국을 각각 태국과 미국으로 결정함으로써 아태 각료회의가 정례화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회의에서도 되풀이됐지만 아세안과 비아세안간의 주도권 경쟁으로 인해 앞으로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또한 아태 각료회의에 구체화를 위한 상설사무국의 설치가 요원한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역내 국가간의 실질경제협력이 지금보다 훨씬 증진될 것이 확실시되고 이에따라 EC등과 같이 정형화된 협력기구의 상설설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참가회원국이 현재의 12개국에서 더 늘어날 경우 아태 각료회의의 위상은 그만큼 올라가게 되고 따라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및 지역경제정세·전망,우루과이라운드 협상,참가국 확대문제 등 5개 의제를 놓고 참가회원국들간에 열띤 논의를 거쳐 모두 30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이번 회의에서 거둔 큼직한 성과는 대략 4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우선 참가국 확대문제와 관련,중국·호주·홍콩 등 3개국의 가입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도록 합의한 회원국들의 결정은 가장 큰 성과로 보여진다. 더욱이 회원국들은 협상에 따른 전권을 차기 회의 의장국인 한국측에 일임했는데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측과 공식적인 접촉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뜻밖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또 역내 국가간의 7개 우선협력사업을 조기에 실시키로 한 것도 커다란 성과에 해당된다. 인력자원 개발·투자 및 기술이전 확대·에너지협력·해양오염 등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7개 주요사업을 실시하게 되면 역내 국가들간의 결속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특히 우선협력사업의 조기실시가 대아세안 유대강화의 관건이라고 판단,이 부문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번째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성공적인 연내 타결을 위해 공동선언을 별도로 채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회원국들은 이 선언을 통해 농산물시장및 서비스시장 개방등 3개항을 집중 협의대상 품목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아세안국가들이 미국·캐나다·호주 등을 겨냥,이 문제를 강력하게 개진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회원국들은 오는 9월11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아태 통상관계장관회의를 개최키로 결정한 만큼 이 회의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차기회의 의장국으로서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인수받은 사실은 아태지역의 주도적인 위치를 우리측이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성과로 볼 수 있다. 한일·한소·한미 정상회담의 잇따른 성공으로 외교적 자신감에 차있는 우리 정부의 추진력에 따라 아태 각료회의의 정례화등 굵직한 현안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외무부측의 설명이고 보면 내년 서울 각료회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어쨌든 아태 각료회의는 이번 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참가국 확대및 우선협력사업의 성공적인 실현이 가시화된다면 지금의 경제분야 협력에서 더 나아가 정치·안보 측면의 협력기구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싱가포르=한종태기자〉
  • 북한,58개 사회단체 참가 불허

    ◎“범민족 예비회담 전민련만 허용” 【내외】 북한의 범민족대회 북측 준비위원회는 30일 전민련 앞으로 방송통지문을 보내와 제3차 예비회담을 오는 8월6일 평양에서 갖자는 전민련 제의에 동의하면서 이 3차 예비회담의 참가대상에 대해 한국의 58개 사회단체들이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고 전민련만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및 평양방송으로 보도된 이 방송통지문에서 북한은 당초 그들이 제의했던 30·31일을 철회하고 전민련이 제의한대로 오는 8월6일 평양에서 제3차 예비회담을 갖자고 밝히면서 참가대상문제와 관련해 『이미 진행된 제1·2차 예비회담에 참가했던 대표들이 참가하는 것이 문제토의에 계승성을 보장하며 접촉 자체를 성과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 강조하는 한편 『전민련대표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도 될 것도 없고 부담으로 될 것도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그같은 입장을 밝혔다.
  • 건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위하여(사설)

    지루하고 긴 장마속에서 맞은 여름이 하마 중복을 맞고 있다. 이런 여름은 으레 무서운 늦더위를 몰고 온다. 학교들도 거의 다 방학에 들어갔으므로 가족단위로 떠나는 여름휴가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 여름은 관리하기에 따라 성패사이의 갭이 아주 큰 계절이다. 가족이 결속해서 지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자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연중 가장 효과적인 시기라는 점에서,마음놓고 쉴 수 있는 유일한 휴가기라는 점에서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여름은 힘들고 어려운 계절이다. 더위와 비로 생활이 성가시고 집밖의 생활에 대한 유혹 때문에 사고의 위험과 만날 빈도가 높고 가족의 건강이 위협받기 좋은 계절이다. 노출과다,타락,퇴폐의 비리가 자녀들 근처를 맴도는 계절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동안 돌이킬 수 없는 비운을 만나는 청소년이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생긴다. 또한 소유결핍증 같은 심리적 갈등으로 가정의 평화가 붕괴의 위기를 맞는 것도 휴가의 계절인 여름이다. 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고달픈 가장을더욱 고달프게 만들고 1년치 가계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계절이다. 이렇게 좋고 나쁜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시기이므로 미리미리 건전하고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우선 휴가만 해도 그렇다. 이제는 휴가가 마치 안다녀오면 큰일나는 일인 것처럼 생각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남과 덩달아 떠나곤 한다. 그러나 성숙한 휴가생활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다녀와서 경제적 부담을 남기거나 가족구성원이 오히려 불행을 만나는 기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19일 저축추진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름휴가 예정자가 예상하고 있는 휴가비용은 88년에 비해 30.6%나 증가하고 있고 이 비용이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용도 2%포인트쯤 높아졌다. 조사대상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런 비용은 낭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71%)하고 있다. 또 미리했던 예상이 초과되었었다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나 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8.4%의 응답자가 돈을 빌리거나 다른 데 쓸 돈이라도 쓰고보겠다고 대답하고 있다. 「유흥비 마련을 위해」가 청소년범죄의 가장 큰 원인임을 생가해보면 결코 무심할 수 없는 수치인 것이다. 그리고 휴가를 다녀와서 후회가 되었다는 사람들이 53%나 되었다는 점도 깊이 음미해볼 만한 일이다. 가깝고 싸고 짧게 다녀오는 휴가가 유행중이라는 일본의 예도 참작할 만하다. 여름이 실패의 계절이 되지 않게 하는 일은 자라는 세대에서 더 긴요하다. 어른들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모험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발동하기에 여름방학은 아주 적당한 기회다. 도처에 사고의 빌미가 있고 온갖 어두운 손길이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서 무모한 모험을 벌이다가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효과없는 잔소리로 억압하면 빗나가고 방임하면 곁길로 빠진다. 간섭은 줄이고 관심은 깊이 기울여 젊은이 스스로가 자신을 자율관리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특히 수험생들에게는 여름방학이 큰 고비다. 결정적인 슬럼프가 이 때에 엄습하여 9월쯤 되면 학습의 리듬이 무너져 당황하는 지경에 이르는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 9월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증세를 일으키는 수험생이 많다는 것은 통계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마와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숨을 조절하고 심신의 긴장에 한두번 휴식을 주어 결정적인 해이를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뭐니뭐니해도 이 여름을 건강하고 건전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의무는 시민의식을 성숙시키는 일이다. 휴가철만 되면 민족의 대이동처럼 옮겨다닌 인파가 남긴 뒷자리가 쓰레기 공해의 처참한 광경으로 산하를 황폐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너무 더럽히고 너무 짓밟아 놓는다. 엄청난 바가지 상혼과 가공할 오물들로 이 땅을 버리고 달아날 것 같은 사람들의 행적을 보여준다. 민도가 아직도 이렇다는 일은 우리를 절망시키기도 한다. 여름은 특히 농촌이 어려운 철이다. 가뜩이나 실의를 자아내는 농사일이 도시인의 무절제한 행태 때문에 더더욱 의욕을 상실시킨다. 이런 모든 정황을 생각하여 시민으로서의 도덕적인 자기반성부터 해보아야 하는 것이 건전한 여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성숙한 시민만이 건강한 가정을만들 수 있다.
  • 「7ㆍ20 남북자유왕래 선언」의 뜻(긴급대담)

    ◎“이념보다 민족 우선”… 가장 현실적 통일 접근/중국­대만간의 「협약없는 교류」 배울만/4강엔 「한반도 데탕트」 지원 유도 계기/북측 강온싸움 가속화 예상…보안법 철폐등 내세워 시간벌기 펼칠지도 「민족대교류」를 제의한 노태우대통령의 특별발표는 우리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전향적으로 수용,민족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자는 획기적인 선언으로 북한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분단극복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흐름과 북한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온 최평길교수(연세대)와 도흥렬교수(충북대)의 대담을 통해 이번 특별발표의 의의와 배경 그리고 이 발표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장단기적인 영향 등을 들어본다. □참석자 ▲최평길교수 연세대 ▲도흥렬교수 충북대 사회=이동화 편집부국장 ­노태우대통령의 특별발표는 일차적으로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앞으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서 남북분단의 벽을 허물수도 있으며 남북간의 교류를 촉진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리라고 봅니다. 노대통령의 특별발표의 전반적인 의미와 그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최평길교수=노태우대통령의 제의는 분단이후 4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사회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의 모든 제의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원한다면 모든 왕래와 교류를 허용하겠다는 이번 제의는 분단이후 민족사에 일대 획을 긋는 쾌거인 동시에 세계사적인 흐름으로 볼때 「당연한」조치라고 봅니다. 다만 70년대에 7ㆍ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다면 오늘의 이같은 제의는 88년 서울올림픽 이전에 나왔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특별발표는 전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실질적인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데 있어 진일보한 조치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는 한편 간접적으로는 미ㆍ일ㆍ중ㆍ소 등 주변 4대강국에 대해 남북한의 실질적인 통일을 위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할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경제교류부터 시작 이번 제의가 구체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우리측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느냐와 북한이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도흥렬교수=특별발표의 의미나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우선 우리 정부가 우리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표명했으며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교류의 실체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김일성의 올 신년사에 대응,북한이 제의하고 있는 통일정책을 전향적이고 포괄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언으로 볼 수 있으며 세번째는 독일통일에 크게 고무받아 우리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언은 한ㆍ소 정상회담의 성사에 이은 양국간의 관계진전,7ㆍ7선언이후 계속된 우리측의 각종 대북제의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으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혁명적인 거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번 제의가 갖는 의미를 여러 면에서 지적하셨는데 이 제의를 앞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판문점공동경비구역내 북측지역의 개방선언,8ㆍ15범민족대회,남북고위급회담 등과 관련해 이번 제의가 남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말씀해 주십시요. ▲최=북한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보조를 같이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가령 북한은 소련으로부터는 정치ㆍ경제적인 개방압력을,중국으로부터는 단계적인 경제적 개혁이나 대외경제적 개방을 종용받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입니다. 동구식의 개혁ㆍ개방정책을 추진할 경우 북한체제의 근저를 뒤흔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내부에서는 개방과 개혁을 추구하는 경제ㆍ행정관료 중심의 진보파와 혁명1세대라는 수구파 사이에 정책적 갈등이 노출되고 있고 이에 따라 대내적 정책방향은 물론 대남정책에 있어서도 뚜렷한 방침이 정립돼 있지 못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북한은 고위급회담등 정치선언적 의미가 큰 남북회담에는 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대화는 기피하면서 여러가지 조건을 붙여 한국정부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당분간 견지하리라고 봅니다. 또한 남북고위급회담도 범민족대회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거부하든지 아니면 7ㆍ4공동성명당시 서명자인 김영주대신 박성철이 나왔듯이 연형묵총리를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총리등 실세가 아닌 제3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습니다. ▲도=북한이 보일 반응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우리의 이번 제의를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북한경제를 연구하는 소련학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백달러를 넘지 않으며 더 놀라운 일은 공장ㆍ기업소의 가동률이 40∼50%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후 85년 남북고향방문단이 다시 남과 북을 오가는데는 13년이 걸렸습니다. 즉 남북간의 비교열세를 확인했던북한이 평양시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자신있게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까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계획적이고 치밀한 판단이 서야만 북한사회를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권력층이 그들의 체제열세를 대내외에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자유왕래를 허용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또한 북한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창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을 모색하는 과도기의 단계에 있고 김정일 후계체제의 구축에도 많은 걸림돌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과연 우리의 의도대로 따라오겠느냐는 것은 역시 의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직접적인 거부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철폐라든가 임수경ㆍ문익환목사의 석방,미군철수 등 여러가지 전제조건의 해결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응방식을 찾기까지 시간벌기작전을 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제의가 남북한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이나 파급효과 등은 어떻습니까. ▲최=직접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의 통일정책을 미ㆍ일ㆍ중ㆍ소 4대강국은 물론 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권력 핵심부에 큰 영향을 미쳐 개혁성향을 가진 계층과 세습체제를 고수하려는 수구계층과의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권력핵심부를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에 달렸는데 이번 제의는 개혁파의 세력부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김일성의 연령(78)등을 고려,오는 92년이나 가까운 시일내에 정권교체의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번 제의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정=그렇습니다. 북한에서의 이념투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에는 저도 동감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선동적 통일전선차원의 각종 제안을 내놓았으나 이번에 우리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앞으로는 섣부른 선동이나 선전적인 제안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중ㆍ소서도 교류지원 ­민족교류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민족교류에서 통일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지,또한 동서독과 중국ㆍ대만등 외국의 경우와 비교,어떻게 민족교류를 전개해야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북한의 수용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주변 4대강국의 지지여부도 중요합니다. 남북한을 포함한 6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동서독과 비슷한 경제교류입니다. 경제교류는 중국과 소련도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사회주의경제의 최대 약점인 생산관리기법이나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군비축소와 관련된 실질적인 결실이 있어야 하며 북한도 이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측은 선 군비축소통제,후 신뢰구축을 주장하는 북한의 제의를 전향적으로 수용,이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도=남북관계에서 우리는 대화와 접촉ㆍ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북한은 선 군비축소주장을 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전제조건이 없어야 하며 이점에서 대만의 방식을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만의 행정원은 지난 87년 10월 대만인들이 대륙의 가족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만인들은 가족방문을 시작했고 이어 관광ㆍ비즈니스방문 등으로 대륙방문을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중국과 대만간에는 거창한 공식적 협약도 없이 왕래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동질성과 전통성을 회복,신뢰구축을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대만식의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도 제한된 기간이지만 조건없는 왕래를 허용함으로써 오해와 불신을 조금씩 씻어내야할 것입니다. ▲최=독일은 동서독분단이후 즉시 매년 4백∼5백여명씩 크리스마스가 되면 서로를 방문할 수 있었고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우리는 6ㆍ25전쟁으로 이것마저 없었는데 이번 제의를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제한된 수,제한된 기간이나마 서로 오가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60년대는 조총련을 통해,80년대는 재미교포를 통해 경제적인 도움을 추구했는데 90년대에는 북한출신 한국기업인들을 불러들여 부분적인 경제적 도움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또 순수한 관광객유치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북한을 개방한다고 과시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가 통일을 이루기위해 앞으로 취해야할 조치들을 말씀해 주십시요. ▲도=대만의 예처럼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며 관계법에 따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활동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선언앞서 제도 마련” 또한 북한의 입장을 고려,정책추진의 완급을 조정해야하며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반응도 생각해 현실과 동떨어진 급진적인 조치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분배구조를 개혁,7.7%에 이르는 3백30만명의 절대빈곤계층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도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최=첫째 정치적 선언에 앞서 법적 제도적 조치를 먼저 취해야합니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고 냉전시대의 법규ㆍ정책을 과감히 정비해야 합니다. 둘째 통일과 민족교류의 문제를 정권적 차원에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정부는 내부결속을 위해 야당 및 재야 등 각계각층과 충분한 협의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 민자의원ㆍ원외 지구책회의 안팎

    ◎「장외투쟁」에 대응논리 마련/조기총선의 법리적 허구성 공박/“논란만 벌였다면 종이호랑이 됐을 걸” 18일 상오 서울 가락동 민자당 중앙정치교육원에서 열린 당소속의원및 원외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는 여야간 격전을 치렀던 지난 1백50회 임시국회 당시 여권의 입장에 대한 대국민 홍보방향및 하한정국의 귀향활동,지역활동지침 등이 폭넓게 제시돼 야권의 장외투쟁에 대한 역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성격을 띠었다. 따라서 이날 모임은 지난 5월말 의원세미나가 3당통합이후 3계파의 결속을 다지는 단합대회의 성격을 지녔던 데 반해 범야권의 반민자당 투쟁움직임에 정면대응하고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적시하는 적극적인 대야 공격논리 전개에 초점을 두었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배포ㆍ시달된 귀향활동대책에는 지난 임시국회의 성과와 민자당이 주요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한 배경에 대한 설명과 함께 평민당의 속셈과 국회해산,조기총선 주장의 부당성을 집중 소개토록 강조. 김동영원내총무는 원내보고를 통해 『지난 임시국회는 평민당의 주투쟁ㆍ종대화라는 비의회ㆍ반평화적인 선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참을 수 있는데까지는 참고 양보할 수 있는데까지는 양보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시끄럽게 끝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총체적인 책임이 원내 사령탑인 자신에게 있음을 지적. 김총무는 그러나 『흑백논리와 계획적인 파괴공작으로 무정부상태를 유도,이를 3당통합의 탓으로 전가하고 민자당을 종이 호랑이로 만들려는 평민당의 저의를 알면서도 회기내내 현안에 대한 결론없이 논란만 벌였다면 여당의 존립가치는 상실했을 것』이라며 현안법안의 강행처리가 소수의 횡포에 대응,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명. 김총무는 특히 이번 국회에서 헌정사상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당상을 보인 실례로 △소수야당에 상임위원장 4석 할애 △국무총리의 과거잘못에 대한 사과 △국군조직법ㆍ방송법 등의 야 주장 대폭수용등을 지적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한 평민당의 집단적 조직적 의사방해,유혈폭력 유발 등이 없었다면 모범적인 국회가 됐을 것이라고 해석. ○…주요당무 보고에 이어 열린 자유토론에서 당내 법이론가로 손꼽히는 이진우의원(포항)은 야당측이 내세우고 있는 조기총선 주장에 대해 『현행 헌법상 국회해산은 불가능하며 국회의원의 임기가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전원이 사퇴하더라도 총선이 아닌 보궐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법이론에 입각,야당측을 공박. 이의원은 『야당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법을 무시하고 국회를 해산할 경우 앞으로 여당도 자신의 편의에 따라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잘못된 관행을 남기게 된다』면서 『3당통합을 국민의 의사에 반한 야합이라고 주장하던 야당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면 이것이야말로 직무유기이며 선거구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논리로 귀향활동을 해달라』고 주문. 또 3당통합이후 민정계 소장파의원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중위의원(서울 강동을)은 민자당의 법안 일방처리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꼭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토론문화가 정착될 수 있고 폭력이 배제되고 순조로운 의사진행이 될 수 있는 제도장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 한편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국민의 절대다수가 조기총선을 원치 않는다면서 『야당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이 우리의 길을 당당하게 나아가면 된다』고 역설. 김대표는 이어 이날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노태우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온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속에서 노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굳게 단결하자』고 호소.
  • 방송파동의 전과 후/황진선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다행스럽게도 방송사의 연대제작거부사태는 파행방송 3일 만에 일단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지나간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적지않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노조측을 보면 방송매체를 특정회사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방송사 노조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회를 통과한 방송관계법이 정부당국의 방송재장악을 위한 음모의 산물이라면 당연히 철폐되어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노조들은 자신들이 지적한 방송관계법상의 독소조항이 구체적으로 방송재장악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물론 소속 조합원들까지 제작거부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따르지 못했다. 오히려 방송매체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생각한 나머지 방송관계법상의 민간방송이 허용됨으로써 지금까지 자신들이 누려온 독점적 지위가 상당부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자사 이기주의적인 입장에서 제작거부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현재의 방송매체 또한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인 만큼 제작거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을 얻었어야 했다. 비록 새로운 민간방송의 출현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정부의 방송재장악 의도여부를 감시할 수 있게 됐다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지만 노조 내부적으로 볼 때도 조합원들의 결속력만 약화시킨 꼴이 됐다. 정부쪽에서도 시행착오를 발견하게 된다. 방송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방송관계법을 의견수렴의 과정을 생략하고 입법화 됐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 문공위에서 이 법에 대한 반론을 무시하고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소속 노조원들의 제작거부를 제지하기는 했지만 방송관계법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있는 각 방송사의 고위관계자들조차 이 법의 개정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사후에 통보만을 받아 몹시 불쾌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어도 방송관계자들의 참여하에 방송관계법을 개정했다면 제작거부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얘기다. 어쨌든 한차례 소용돌이를 겪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공정한 민간방송이 출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 「신질서」모색하는 유럽의 내일/해외특별기고

    ◎「통합유럽」 21세기를 주도한다/국경없는 무역… 5억인구에 번영 약속/「사회주의 결별」 동구 가세로 저력 “탄탄” 사회주의는 명백하게 유럽에서 그 막을 내렸다. 유럽의 미래에는 서구식 시장경제체제가 개인의 자유와 다당제,그리고 사적소유권의 인정 등에 기반을 둔 보다 나은 경제원칙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이른바 「본 선언」의 주요 골자인 것이다. 「본 선언」은 지난 4월중순 유럽에 있어서 경제협력에 관한 3주간의 회의(CSCE)를 끝마친뒤 유럽 33개국과 미국ㆍ캐나다 등에 의해 채택됐다. 소련 대표로 「본 회의」에 참석했던 스테판 시타란 소련 부총리조차 앞으로의 경제정책에 있어서 통제,혹은 계획경제의 가능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소련 대표는 『칼 마르크스의 생각은 이론상으로 훌륭하지만 실제에 있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의 공산정권 붕괴 이후 유럽인들이 칼 마르크스와 사회주의에 대해 작별을 고하고 있다. 이는 물론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러나실패한 이념의 시도로 야기된 충격이 치유되기 까지는 오랜기간이 걸린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시대에 있어 수많은 지식인들로 하여금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은 이념을 신봉케 만든 유토피아에 대한 유럽인의 특별한 사랑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람들이 지구상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념적 환상을 최초로 포기하고 삶의 수준은 물론 성공에 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혹자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가 단순히 자본주의 이념과 이론자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1세기 이상동안 정치엘리트나 지식엘리트만을 위해서가 아닌 모든사람을 위해서 성공과 번영을 이루게 했다는 것이다. 실패한 정치체제를 즐기는 것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체제가 왜 실패했는가 분석하는 것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지난 4월초 암스테르담에서 「유럽인연구회」에 의해 주관된 「세계토론회」는 바로 그러한 목적으로 시도됐다. 토론회의 연설은 최근의 정치ㆍ경제적 발전에 대한 중요한 증언들이었다. 브레즈네프시대에는 「매파」의 일원이었으며 현재는 소련 최고회의 의원인 역사가 조지 아바토프는 여기서 『한 개인의 지식습득 과정이 고통스럽듯이 현재 소련사회는 고통의 길을 걷고 있으며 또한 그러한 고통은 소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변혁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냉전의 주요 이념가들로 부터 전혀 새로운 신호의 실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련은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위험스러우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해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지 다른 그 누구로부터도 배울 수가 없다. 서구사회는 우리의 이같은 문제를 이해해야 하며 또한 전쟁이란 팽팽한 줄을 당기던 양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갑자기 줄을 놓을때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그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줄을 계속 잡고 있던 쪽은 승리하겠지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 것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국제정치에 있어서는 「승리」나 「패배」라는 개념이 적절치않다는 것과 소련에 나쁜 것이 결코 서구사회에 좋은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암스테르담 토론회에서 서구정치가의 연설을 듣고 난뒤 조지 아바토프는 냉소적인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소련은 유럽의 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토의 일원이 돼야 할지도 모른다』 위에서 지적됐듯 말만으로 모든 것이 되는건 아니다. 왜냐하면 말은 전혀 다른 목적을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상황은 민주주의쪽으로 유리하게 변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서구유럽은 그러한 변화를 즐기지도,승리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전 서독수상 헬무트 슈미트도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의 역사는 우리에게 함께 뭉칠 것을 가르쳐 줬다. 우리는 동유럽과 소련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EC의 형태로 함께 해야한다. 보다 강하고 밀접한 EC국가들의 결속은 단일통화와 정치단일화를 통해 보다 나은 유럽의 미래를 만들 것이다. 모든 국가간의 문화교류와 인적자원의 교류는 오래전에 이루어졌다. 앞으로는 유럽의 일방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강한 단결을 보여야 한다』 헬무트 슈미트 또한 나토의 계속보존과 나토안에 거대 통일독일의 유지를 강조했다. 전일본수상 야스히로 나카소네는 토론회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은 끝났으며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글라스노스트ㆍ페레스트로이카 정책으로 인해 새로운 세계질서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ㆍ북한ㆍ베트남 등은 동구와 소련의 발전에 충격을 받았으며 물에 관한 오랜 격언인 「물이 돌과 만나면 물은 돌을 밀어내든지 넘어가기 위해 잠시 기다린다」는 교훈을 실감했다』고 했다. 올해 봄에 우리는 점차 증대되는 유럽인의 자존심과 낙관주의를 목격했다. 어제의 적들은 아지랭이 속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적들이 수평선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듯 하지만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힘과 중요성을 신뢰하는 경향은 점점 더 명백해 지고 있다. 완전한 EC통합과 소련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동유럽을 포함한 새로운 유럽의 개념을 위해 통일독일은 새로운 요소이다. 다른지역,특히 일본과 같은 나라는 철옹성같은 유럽이 자급자족하는 지역으로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자기모순이다. 유럽의 무역과 산업은 국경없는 자유무역을 그 근본으로 삼고 있다. 이미 미국내 유럽 EC국가의 투자는 유럽내 미국의 투자를 능가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 1억2천5백만,소련 2억8천만,미국 2억3천만명에 비교해 볼 때 유럽의 인구는 5억이다. 그리고 낙관적으로 볼 때 유럽은 현재 사회주의에 작별을 고하고 난뒤 가장 성공적인 시기의 시작단계에 있다. 암스테르담 토론회에 참가한 세계경제학자들의 주요 발언내용은 바로 이것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서독 상업은행 도이체은행 총재이자 저명한 재정고문관인 헤이코 디에메의 말이다. 『경제학은 앞으로 무엇이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유일한 과학이다』〈아스거 라슨 덴마크 욜란드 포스텐지 회장〉
  • 선진국 정상회담과 세계의 변화/한반도에도 깊은 관심을(사설)

    전후 45년간에 걸친 미소 냉전구조의 세계질서를 청산하고 화해와 공존의 다양화된 새 국제질서를 모색하고 정립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활발하다. 5월말과 6월초에 걸친 미소 정상회담과 우리의 대미·일·소 정상외교에 이은 소·동유럽 바르샤바조약기구 정상회담,그리고 6일 폐막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담과 9일 개막되는 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 등은 모두가 고르바초프 소련의 개혁·개방과 신사고 외교에서 비롯되고 있는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주목되고 있다. 특히 나토정상회담에 연이어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은 그러한 일련의 세계적인 정상외교를 총정리하고 결산하는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휴스턴에서 2일간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담은 또한 통독의 가속화와 함께 소·동유럽의 민주화개혁및 동서냉전질서붕괴 이후 처음 열리는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이란 점에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중요한 회담으로 평가되고 있다. 75년부터 시작해 이번으로 16회째가 되는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은 그동안 동서대립이 격화되었던 70년대 말에서부처 80년대를 통해 항상 소련에 대항하는 것이 기본 과제였으며 서방세계의 대소 결속을 다지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변해 버렸으며 소련은 이미 대항해야 할 상대가 아닌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러한 상황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오늘의 국제 정치·경제·기타 상황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개진되고 그것을 종합한 선언문들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것이 될 것이며 앞으로 전개될 정치·경제 양면에 걸친 새 세계질서 구축의 방향을 예고하게 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실무급 준비회담등을 통해서 이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정치선언등의 내용을 보면 소련·동유럽을 비롯,아시아·중남미·중동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개혁등 민주화 움직임을 민주주의의 범세계적 규모에서의 진전으로 규정,바람직한 변화로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움직임에 대해 선진국으로서 경제협력을 포함하는 공동의 일치된 지원을 다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범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승리가 선언되고 그러한 민주화의 흐름을 촉진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약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의 위협이란 표현이 선언문에서 사라짐으로써 정상회담 성격의 변화가 극적으로 과시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총론적인 국제정세 인식면에서의 시각 일치에도 불구하고 경제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구질서의 붕괴에 환호를 보내면서도 새 체제의 구축에서는 각국이 그들 나름의 국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의 전개를 원하는 데서 오는 분열인 것이다. 소련의 고르바초프 집권기간내의 조기통일 달성을 바라는 서독과 유럽통합의 주도권을 노리는 프랑스의 즉각적이고도 대규모적인 대소 경제지원주장과는 대조적으로 군축등에서 보다 많은 소련의 양보를 원하는 미국에 프랑스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영국,그리고 소련이 점령하고 있는 북방 4개도서의 반환을 갈망하는 일본 등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지원문제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위한 지적 정보의 제공을 공동 다짐하는 한편 금융지원문제는 각국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 없는 소련의 출현」을 현단계에서 바라는 서방국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민족분쟁·경제곤란·공산당분열의 궁지에 몰려 있는 고르바초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주목된다. 끝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물론 지난 1년간의 국제정세 흐름의 변화와 관련,우리가 특별히 주목하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지나친 유럽중심주의 경향이다. 그리고 아시아 특히 이제는 세계유일의 냉전유산적 분단의 땅이 되어버린 한반도에 대한 선진 각국의 깊은 관심과 이해를 촉구하고 싶은 것이다. 이번 정치선언에서는 아시아의 민주화 흐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 의지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일본수상과의 전화를 통한 의견교환에서 일본수상이 한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입장도 적극 반영시켜주기를 희망한 우리 대통령의 요청에 주목하면서 일본수상의 노력과 결과도 관심깊게 지켜보고 싶다.
  • 개방바람 차단위한「역설적 개방」/북한의「판문점 개방」발표를 듣고

    ◎“통일주도” 인상심어 체제결속 겨냥 북한은 지난 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성명을 통해 남북접촉과 왕래를 성과있게 보장하기 위해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내 북측지역을 오는 8월15일부터 일방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히고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성명은 남북간의 접촉과 왕래를 적극 추진시켜 나가는데 대한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남북간의 접촉과 왕래는 ①통일문제 해결과 직결되어야 하고 ②정당ㆍ단체 각계층 인민들이 동등하게 참여해야 하며 ③법률적 사회적 조건에 의한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등 3개항을 제시했다. 이어 북한은 『한국과 해외의 정당ㆍ단체 각계각층 인민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며 『북한을 방문하는 한국인과 해외동포들의 신변안전,그리고 모든 편의를 보장해 줄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같이 북한이 판문점개방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얼핏 매우,그리고 획기적인 조치로 생각될는지 모르나 따지고 보면 김일성이 올해의 신년사와 지난 5월24일 「평화통일 5개방침」에서밝힌 「자유왕래ㆍ전면개방」과 「콘크리트장벽」제거 주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개방하겠다고 선언한 지역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북한측 지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사회의 일부를 개방하는 것으로잘못 또는 확대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북한을 방문하는 한국주민과 해외 동포들의 신변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문제도 한국주민들과 해외동포들을 자유왕래 할수 있도록 받아 주겠다는 의미와는 다른 문제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무슨 조치를 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자세가 바뀌고 있는가 하는데 있다. 아무리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북한의 대남전략에 실제적인 변화가 없다면 그 조치는 선전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지난 3일 개최된 7차 남북고위급 예비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측의 주장인 「정치ㆍ군사」를 먼저 표기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였고,북한측도 회담외적인 문제로 회담자체를 공전시켜온 종래의 상투적인 태도를 삼가함으로써 8월중 양측 총리를 단장으로 한 고위급회담 본회담의 서울개최를 기대해볼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7월4일 북한은 전날 태도와는 달리 정부ㆍ정당ㆍ단체대표 등의 명의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한반도통일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한당국과 정당 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민족통일협상회의」를 소집할 것을 주장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①3대원칙의 재확인 ②두개한국정책 포기 ③팀스피리트 훈련중지 ④국가보안법 철폐 ⑤「민주인사」들의 석방등을 요구하고 『이러한 초보적인 태도표시 없이 분열노선을 그대로 들고 나선다면 최고위급회담에서도 해결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변,남북고위급회담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갖게 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판문점개방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북한의 계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북한주민의 결속강화를 위한 대내 선전용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최근 극심한 경제난과 사상교육 및 통제강화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있고 외부세계와의 직ㆍ간접적인 접촉의 확대로 체제와 이념에 대한 불신이 두터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일성은「평화통일 5개방침」에서 제시한 남북간의 전면개방과 대화의 발전을 주도함으로써 주민들의 신뢰를 증대시켜 대내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해방 45주년을 기념하는 8ㆍ15「범민족대회」를 오는 8월13일부터 사흘동안 판문점에서 열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북쪽 지역뿐만 아니라 남쪽지역까지 판문점 전지역을 완전히 개방시켜 한국의 일부 급진단체들이 참석할수 있도록 사전 정리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둘째 이 시기를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지난 5월24일 김일성이 시정 연설에서 밝힌 「전민족적 통일전선」형성 분위기를 조성시켜보자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한국사회가 학생소요ㆍ노사분규ㆍ치안부재ㆍ강력범죄ㆍ부정부패 등으로 매우 불안하고 유동적이며 대다수의 국민이 정부를 일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정부ㆍ제정당ㆍ사회단체가 참석하는 「통일협상회의」를 개최하여 급진단체들이 반정부운동을 부추켜보자는 계산일 수도 있다. 셋째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한국의단독 유엔가입을 저지시키고 주한미군의 조기 철수를 가속화시키려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남북한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로 제3국들이 간섭할 것이 아님을 내세워 남북대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9월 유엔총회기간을 넘겨보자는 생각일 수도 있다. 넷째 남북한관계개선을 앞세워 중소 등 주변국가들로부터 개방의 압력을 완화시키고 한소접근을 늦추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의 접근으로 경제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대북한 접근의 전제조건으로 남북한 관계개선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대미접근을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내 북쪽 지역을 상징적으로 개방하면서 한국측지역 개방촉구,콘크리트장벽제거문제를 들고나오면서 8ㆍ15「범민족대회」의 성공적인 성사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점차「남조선혁명」과 같은 이념문제보다는 경제문제 해결에 역점을 둘 것이며 체면과 자존심이 손상되지 않는한 한국과의 경제교류도 적극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한사회의 개방에 앞서 분단현실을 인정하면서 체제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계속 주장할 것이며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요구를 통제하기 위하여 북한주민들의 사상교육을 보다 강화시키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부심할 것이다.
  • “독일ㆍ예멘은 통일하는데 우린 뭘했나”/판문점 남북회담 이모저모

    ◎“고위회담 성사땐 획기적 전기 올 것” 남/“대화 성과없어 민족앞에 면목없다” 북 ○…3일 상오 10시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제7차 남북고위급 예비회담에서 양측 대표들은 5개월여 만에 만난 때문인 듯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날씨ㆍ동서독 통일ㆍ7ㆍ4공동성명 등의 화제로 10여분간 가벼운 대화를 교환하며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회담을 시작. 회담장에 들어선 우리측 송한호수석대표가 북한측 백남준단장과 악수를 나누며 『5개월 만에 만나 반갑다』며 『백선생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고 인삿말을 건네자 백단장은 『고맙다』면서 반가운 표정. 송대표는 이어 새로 교체된 우리측의 최선의(청와대비서관) 신성오(외무부정보문화국장)대표를 소개한 뒤 신임장을 백단장에게 전달. 양측은 이어 최근 많이 내린 비를 화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백단장이 먼저 『남쪽에 비때문에 피해가 있는 것 같던데 어떠한가』라고 묻자 우리측 송대표는 『비가 약간 많이 내렸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면서 『예년에는 비가 남부지방에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중부에서 시작해 남부로 내려가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고 대답. 이에대해 백단장은 『금년에는 평양에도 비가 많이 내렸다』면서 『평년에는 6월에 비가 90㎜정도 내렸는데 금년에는 2백10㎜가 내렸다』고 말한 뒤 이상기온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 ○…송대표는 이날 회담이 지난해 11월 준공된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처음 열리는 점을 지적,『국회회담이나 체육회담은 열렸으나 우리 대표단이 여기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새 집에서 시작하는 회담인 만큼 양측간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제의하기도. 북측의 백단장은 『7ㆍ4공동성명 발표당시 같은 해 동서독 기본협정이 발표돼 세상 사람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고 상기시키고 『그러나 동서독과 남북예멘이 통일을 이룩하고 있지만 우리는 해놓은 일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피력. 이에대해 우리측 송대표는 『7ㆍ4공동성명당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이산가족들도 고향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었다』며 『이번에 우리가고위급회담을 성사시키면 남북한관계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대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제의했고 백단장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공감을 표시. 송대표는 이어 『7ㆍ4공동성명당시 서울에 와있던 내독성의 우바움국장이 당시 서울∼평양을 오가며 남북대화가 진전되는 것을 보고 동서독보다 남북한 통일이 먼저 이루어질 것이라며 부러워했다』고 술회한 뒤 『그러나 현재의 상태는 오히려 순서가 뒤바뀐 인상』이라며 『실질적인 회담진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의. 이에대해 백단장도 『대화의 성과가 없어 민족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고 응수했고 송대표는 『고위급회담 본회담이 성사되면 우리도 늦었지만 빨리 성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 ○…이날 회담장에는 서울과 평양에 주재하는 내외신기자들을 포함,1백5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7차 회담에 임하는 언론의 열기를 반영.
  • 통일감격에 부푼 베를린 현장을 가다(이제 독일은 「하나」:4)

    ◎“일터 잃을라”… 동독인들 막연한 불안감/40년 분단에 말ㆍ관습등 곳곳 이질요소/72년부터 교류 텄으나 「완전합일」 미흡/교과서 개편ㆍ법규 조기정비로 공동의식 높여야 마리아본 뵈르너부인(48ㆍ동베를린 거주)은 요즘 매일밤을 걱정으로 설친다고 했다. 동베를린의 한 국영식당 현관에서 옷보관 일을 담당하고 있는 뵈르너부인은 통일이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에 싸여있다. 「동독」의 시절에서는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이 부인과 같이 혼자 몸으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여자들은 평생근무가 보장됐었다. 『서독에 그런 제도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일이 없습니다.그래서 서독제도에 흡수되는 통일은 나와같은 사람들에게는 직업박탈의 가능성만높여주는 계기로 받아들여 질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뵈르너부인의 걱정은 동서독 사회제도 격차 때문에 동독국민들이 겪는 불안의 작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일 이후 동베를린 시가지 상점들의 진열상 앞에는 그안의 물건들을 눈여겨 보려는 사람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매장안이한가한데도 이들은 들어가 볼 생각은 않은채 유리창 너머의 물건만 살피고 있었다. 이 역시 제도차이에서 오는 희극적인 풍경들이다. 줄서서 기다리고 주는대로 받아야 하는 사회주의 스타일의 물자구득 방법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있어 물건을 만져보고 따져보며 요모조모 확인한뒤 사들이는 시장경제하에서의 상품구입 스타일은 아직 생소하기이를데 없는 것이다. 진열장을 통해 살 물건을 결정한 뒤에야 들어가 지체없이 사가지고 나가는 그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생각되었다. 동 서독 전문가들은 경제ㆍ사회통합후 동독사회안에 혼란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실업자가 늘며 상충되는 제도 때문에 빚어지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예로 동독 고속도로 경찰의 고민이 서독의 신문에 우스갯거리만화로 등장되기도 했다. 「베를린 회랑」으로 불리는 서독∼서베를린간 고속도로는 모두 6개. 서독의 고속도로는 속도가 무제한이며 저속이 오히려 단속대상이다. 그러나 동독은 시속 1백㎞가 고작. 서독구역에서 무서운 속도로 내닫던 서독차들이 동독에 들어서면 엉금엉금 기어갈 수밖에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형편이었으나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경찰은 단속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독의 경찰 모습으로 양쪽 사회의 제도적 격차가 빚는 아이러니를 이 만화는 잘 표현하고 있었다. 깊은 골로 패인 분단 40여년의 사회적 격차는 그밖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서독의 언어학자들은 양쪽 국민들사이에 상대쪽의 어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증명하고 있다. 동독에서 허락되고 있는 낙태가 서독의 법률로는 금지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이념교육이나 역사교육에서도 서로 부딪치는 부문이 허다하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교과서며 금지되어온 종교교육에 대한 새로운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통일의 부정적 측면에 시각을 맞추고있는 사람들은 이번 경제ㆍ사회통합조치가 완전통일을 촉진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양독국민들사이 또는 각기의 제도와 생활방식간의 이질성만부각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강요된 평등,몸에 젖어온 동독사람들에게 경쟁이니 시장경제니 하는 단어는 고통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독작업의 가속화 계기를 제공한 지난 3월의 동독총선에서 동독국민들이 헬무트 콜 서독총리의 약속과 서독 마르크화를 향해 표를 던진것도 『어떻게 해주겠지』하는 의존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동독의 피폐된 경제를 서독이 책임져 달라는 요구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때 그들의 거부감과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서독은 그동안 분단으로 인한 이질적인 요소들을 줄이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통일에의 길목에 이같은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점이 같은 분단국인 한국에 많은 교훈을 주고있다. 동서독이 서로 적대시하는 자세를 버리고 공존체제를 확립한 것은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72년에 조인된 동서독기본조약을 바탕으로한 이질요소 해소작업은 인적교류ㆍ물자교류를 포함하여 다방면에 걸쳐 추진되어 왔다. 특히 동독지역의 85%가 서독TV를 볼수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동독정부는 방해전파를 띄우거나 시청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아 통일 그날의 충격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같은 노력들이 통일에의 초석이 되었음은 되풀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합쳐지는 단계에 이르자 적잖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동독주민들이 미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이번의 통일작업이 너무 급속히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대해 서독의 디 차이트지는 『늦다 빠르다는 후세 역사에 판단을 맡기고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찬스를 잡았을때 통일을 완성해 버려야한다는 태도는 옳은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민족통일이라는 대과업 추진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점들은 오히려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인해 통일완성뒤의 사회를 더욱 굳게 결속시킬수 있을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면의 과제는 동독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적응해 나가느냐하는 것으로 집약되지만 법률이나 제도적 또는 관습의 차이를 함께 줄여나가는 노력의 과정이 통일에의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 “「시장경제」 서두른 나라가 잘산다”(차동세의 경제기행 동구:하)

    ◎헝가리,비교적 부유… 체코는 훨씬 궁핍/개방ㆍ개혁 이끌 「경영두뇌」없어 애태워 1인당 국민소득통계로 보면 폴란드가 소련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여야 하는 데도 공중에서 내려다 본 폴란드의 모습은 소련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농장의 집들도 제법 깨끗했고 길거리에 차들도 더 많았다. 만나본 사람들도 소련보다는 활기차 보였으며 어느 정도 개혁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였다. 시장경제에 대한 예비지식도 꽤 축적되어 있는 것 같았다. 동독 체코 헝가리 등 방문 5개국중 헝가리가 가장 잘 살고 그다음이 동독 체코 폴란드이고 소련이 가장 못사는 것 같았다. 국민의 실제 생활수준은 국민소득에 관한 통계와는 거의 정반대였다. 시장경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가 생활수준도 가장 앞서있고 시장경제도입이 늦은 나라는 가장 뒤져 있는 셈이다. 경제발전에 있어 시장의 힘이라는 것이 그토록 강한 것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방문국중에서 폴란드의 농가가 유독 잘 살아 보였고 주택도 농장도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되어 물었더니 폴란드에서는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도 농토만은 80%가 사유지라는 것이었다. 공산주의하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의문스럽기도 했지만 어떻든 현재 폴란드에서는 식량이 오히려 남아도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동구권국가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동독사람들은 자기들이 언제 공산주의자였더냐는 듯 하였으며 그들의 머리속에는 이데올로기 대신에 독일민족의 위대함과 경제적 풍요에 대한 기대가 가득차 있는 듯하였다. 동독 사회과학원 간부급인사에게 독일이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을 보니 같은 분단국의 국민으로서 대단히 기쁘다는 말과 함께 남ㆍ북한도 가까운 장래에 통일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가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았다. 그의 얘기인 즉,독일의 경우와 한국의 경우는 사정이 판이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비유하면 사랑하는 남녀가 부모에 의해 강제로 떨어져 살아온 격이지만 남ㆍ북한은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을 부모들이 겨우 떼어말려 놓은 것과 같지 않느냐고 했다. 또 하나 동독은 오래전부터 서독과 교류를 실행해왔고 서로 내왕이 있었으며 김일성이 같은 독재자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남ㆍ북한 통일에 대해 너무 성급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약이 올랐지만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무안을 당한 꼴이 된 채 겨우 늘어 놓은 변명은 베를린장벽도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모르지 않았느냐. 그러니 우리의 휴전선도 어느날 갑자기 무너져 내릴지 모르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하였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서독분계초소를 지나 서베를린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모처럼만에 김치를 실컷 먹고 나니 속이 얼얼하였지만 살것만 같았다. 그러나 서베를린의 번화한 모습과 바로 경제하나 넘어 동베를린의 침울하고 정체된 모습이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루어 그것이 인간의 장난인가 아니면 신의 조화인가 실로 감회가 착잡하였다. 체코에서는 19세기에 지어진 왕궁의 하나를 사무실로 쓰고 있는 과학원산하 경제연구소를 방문하였다. 서구세계 같았으면국보급 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써야할 왕궁을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마루며 무너진 벽,망가진 화장실을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사무실로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계획경제란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천장의 화려한 벽화가 부서진 난간이나 허물어진 벽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경제가 무너지면 문화도 긍지도 자존심도 다 무너지는 것인가. 체코경제연구소의 한 경제학자는 동구권국가들의 공통된 애로사항은 시장경제를 이끌어 갈 기업인이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제건설을 위해 가장 다급한 것은 시장원리에 따라 상품을 만들어 국내에도 공급하고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일인데 막상 그일을 수행해 낼 경험있는 기업인이 없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와는 퍽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부르주아계급으로 지탄받아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파탄에 이른 경제를 되살려 내 줄 기업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 마지막 체류국인 헝가리에서는 서구 여느나라와 별차없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상점마다 각종 소비재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시내 번화가에는 세계유명브랜드 상품을 파는 패션상점도 즐비해 있어 사람사는 곳 같았다. 사람들의 얼굴모습도 한결 활기차고 무엇인가 하려는 의욕에 넘치고 있었다. 이번에 돌아본 동구권국가들은 모두 지금 시장경제의 도입이라는 엄청난 개혁의 물결속에 휩싸여 있었고 서방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개혁에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혁명적인 변화를 보고 지금은 경제가 어려우니까 시장경제니 개혁이니 하며 떠들지만 일단 급한 불만 끄고나면 다시 공산주의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로의 회귀가능성을 묻는 유도성질문을 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그럴 가능성은 결코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그들은 처음부터 공산주의가 아니었는데도 소련의 힘에 눌려 할수 없이 공산체제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소련은 줄곧동구권국가들을 침략하고 괴롭혀 왔기 때문에 비록 소련이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해도 그들은 이번기회에 완전히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얘기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들의 계획경제가 참담하고 쓰라린 실패로 끝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사회제도와 인간본성의 괴리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는 경제문제의 해결에 관한 한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의 치밀한 머리로 짜낸 그럴듯한 경제조치들이 엉성하고 결점투성이 같아 보이는 시장기능 보다 훨씬 못 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인간은 이윤추구와 개인의 욕망충족을 위해 일할 때는 보람을 느끼고 기운도 나지만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때는 한낱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변해 버린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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