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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미디어 법안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

    [열린세상]미디어 법안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

    미디어법안의 처리와 관련하여 한국헌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북대 법대 김승환 교수가 국회의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김교수는 이번 ‘방송법 표결 불성립과 재투표에 대한 다툼’은 그 결론이 너무 단순명료하므로, 국회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얼핏 보면 그의 결론은 타당한 것 같지만 논지 전개에는 상당한 문제가 발견된다. 김 교수가 쓴 장문의 공개질의서에는 국회의 미디어법안 표결처리가 명백하게 불법이라는 취지의 항의성 논지로 가득 차 있다. 나무를 보는 시각에서 그의 지적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숲을 보는 시각에서 그의 지적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일방적이다. 김 교수는 질의서에서 주로 표결처리 과정에 필요한 정족수와 재투표 문제가 불법이라는 사실만을 장황하게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가 평형감각을 가진 헌법학자였다면 당연히 국회의 고유 기능, 특히 헌법 40조의 ‘입법권’과 헌법 49조의 ‘의결조항’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언급해야 옳았다. 국회에서 입법 행위 자체를 저지하는 폭력적 상황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중으로 비판했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번 국회의 법안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국민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안이다. 굳이 헌법학자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미디어 법안 사태를 보는 국민적 시선은 너무나 분명하다.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카오스 상태에서 절차상 잘못 처리된 미디어 법안을 폐기하는 것보다도,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의사 결정 구조 자체가 위협받았던 사태를 더 중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의원들이 폭력을 사용하여 입법권의 행사를 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헌적 행위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앞에서 의원직 포기 선언을 하고서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이나 ‘법란’(法亂) 운운하면서도 자신들의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가? 이 모든 것이 그저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은 꿰뚫어 보고 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상호 견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국회는 열린 소통의 체계가 생명이고 헌재는 ‘법의 제국’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 고유한 기능이다. 국회에서 만든 법이 헌법 체계에 부합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헌재의 주요 임무이다. 그런데 국회는 입법 절차까지 헌재에 제소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폐기하고 말았다. ‘미디어법안’은 현대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이익갈등의 상징물이다. 이 법안에 관한 한 민주 ‘진보’, 한나라 ‘보수’의 구도가 엇갈렸다. 평소에 ‘진보’를 외치던 민주당이 결사항전으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것을 보면 현상유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익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점에서 민주당은 철저하게 ‘보수적’이었다.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의 이해관계는 광고시장의 77.3%를 독점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 3개사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이 두 이익당사자들의 결속은 지금 미디어법안의 반대 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법안’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떠드는 것은 왜곡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이처럼 왜곡된 의사소통의 구조는 분쇄되어야 마땅하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시장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호막 속에서 안주해온 미디어 산업은 이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이 다양한 채널 선택권을 보장받고 싶어하고, 개성 있는 지식정보의 향유를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
  • 민주 전의원에 비상대기령

    민주 전의원에 비상대기령

    ■ 로텐더홀 농성 안팎 “여당의 단독 국회는 독재 선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23일 다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모였다. 당내 강경 개혁파 의원모임의 궐기 형식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그동안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온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의 암묵적 지지를 얻고 있어 당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행동에 나선 의원들의 요구사항도 한나라당의 단독 개회 방침 철회, ‘MB악법’ 강행처리 시도 중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쇄신, 미디어관련법 강행 처리 포기 등으로 당론과 맞닿아 있다. 주류 초·재선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와 비주류 소장파가 주축이 된 ‘국민 모임’은 이구동성으로 ‘여권의 소통 없는 폭주’를 규탄했다. ‘다시 민주주의’ 소속 조정식 의원은 농성 직전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정권은 국민 요구를 무시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에 편승해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고 의회독재를 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면서 “이명박 정권 및 한나라당의 독주와 ‘MB악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먼저 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모임’ 소속 이종걸 의원은 “위기상황일수록 여야가 국정을 함께 논의해야지 단독으로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단독 개회를 ‘1당 독재 국회’로 규정하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여당의 단독 국회 소집 요구는)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철회를 요구해도 한나라당은 ‘소 귀에 경 읽기’식으로 갈 것 같다. 참으로 어렵고 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 전원에게 해외 출장과 지역구 활동을 자제하고, 지도부가 행동지침을 내리는 문자메시지를 24시간 확인할 것을 당부하는 등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민주당의 강경 기류는 정국 주도권 싸움과도 맞물려 있다. ‘조문정국’에서 여권에 요구한 5대 조건과 미디어관련법 포기 요구에 대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등원한다면 백기투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돌아온 지지층’을 붙들기 위해서라도 강한 야성(野性)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강경파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 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할 것”이라며 강경파의 구심점을 자청했다. 하지만 강경 투쟁에 대한 당 안팎의 거부감을 떨쳐내야 하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행동을 ‘나쁜 관행’으로 몰아세우며 “실업대란을 앞두고 한 달째 등원을 거부하면서도 세비를 받는 민주당의 직무유기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원로인 박상천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급하고 어려운 일을 협상을 통해 결론낼 때 국회의 존재 가치가 부각된다. 막기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것도 여론의 악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방송통신위 또다시 술렁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이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청와대 성 접대 사건으로 신모 과장 등이 물러난 데 이어 정진우 한국전파진흥원장이 취임 8개월 만에 전격 사임함에 따라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통합 조직인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축이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 한국전파진흥원 노동조합이 정 원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신 과장과 정 원장은 얼마 남지 않은 방송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방통위 주변 인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색이 없고 무난한 성품의 정 원장은 옛 방송위 직원들로부터 신망을 받아왔는데 예고도 없이 1년도 안돼 갑자기 물러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 원장의 사퇴로 현재 방통위 국장급 이상 간부 중 방송위 출신은 황부군 방송정책국과 김춘희 전파연구소장 두명이다. 또 다음 달 초 방통위 본부 10국 32과 3팀에 대한 조직개편과 인사로 2과 5팀이 없어지는데, 지역방송팀·심결지원팀·방송환경개선팀·네트워크윤리팀 등 대부분 옛 방송위 출신들이 맡던 부서가 통폐합 대상으로 올라 있다. 여기에 국장이나 부이사관 승진에서도 방송위 출신들이 배제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정 원장의 사퇴 파문도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전파진흥원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정 원장의 사퇴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법에 보장된 임기가 부당한 압력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각종 사업을 무리없이 추진하고 있는 정 원장의 사퇴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하산 코드인사 등이 현실화되면 노조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가자지구 지하터널 붕괴에 식량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엿새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50만명의 가자 주민들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했다.그러나 ‘하마스 책임론’을 내세우는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논의를 결렬시키는 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휴전의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닷새째인 31일 아침 표정 동영상 보러가기 ☞라파의 땅굴 동영상 보러가기 미 백악관은 31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으로 가자사태 수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하마스의 로켓공격 중단이 휴전의 전제조건”이라며 이스라엘과 뜻을 같이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군을 동시에 투입,단기간에 하마스를 무력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세부작전을 일선 지휘관들에게 하달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망자는 402명,부상자는 2098명으로 늘었다.하마스 고위급 지도자인 니자르 라이얀도 이날 자택공격으로 사망했다. ●하마스, EU 휴전안 조건부 수용 공습이 거세지면서 ‘결사항전’을 부르짖던 하마스는 한 발 물러났다.하마스는 1일 유럽연합(EU)이 제안한 휴전안을 조건부로 수용한다고 밝혔다.파우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고 봉쇄가 해제되며,점령자들이 테러리스트전을 재개하지 않을 것임을 국제적으로 보장받는다는 조건 하에 EU 휴전안을 수용한다.”고 말했다.31일 CNN방송은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샤알이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의 전화통화에서 휴전할 용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이같은 ‘후퇴’는 계속된 공습으로 가자 주민들의 ‘생명줄’인 지하터널이 붕괴돼 주민들이 극심한 식량난에 빠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1일 AP에 따르면 15㎞에 달하는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선 아래 매설된 수백개의 지하터널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붕괴되거나 봉쇄됐다. 이스라엘측은 폭격한 지하터널이 80여개라고 밝혔으나,이집트 관리들은 120개로 추정하고 있다.이 지하터널들은 연료와 식량,무기,현금의 3분의2가 운반되는 주요 수송로로 ‘가자의 면세지역’이라 불려 왔다.그러나 이스라엘의 철저한 봉쇄작전으로 현재는 식수공급조차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가자지구의 공장 3900여개도 원자재 수입이 불가능해져 폐쇄된 상태다. ●미국 반대로 안보리회의 결렬 한편 유엔안보리는 31일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가졌으나 미국측의 반대로 표결없이 결렬됐다.이날 회의는 즉각적인 휴전,국경봉쇄 해제 등에 대한 구속력 있는 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는 아랍연맹(AL)의 요구로 열렸다.그러나 미국은 하마스가 남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중단하는 등 휴전의 증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서방 외교관들은 수일 내에 실질적 교섭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미국의 강경자세가 향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30일 가자지구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며 국제사회에 3400만달러의 긴급구호금 지원을 호소했다.이에 호주정부는 31일 가자지구에 350만달러를 즉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가자지구 대공습… 전면전 조짐

    이스라엘이 27일에 이어 28일 이틀 연속 과격 무장세력 하마스가 지배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모두 290여명이 사망하고 800명이 다쳤다.이는 1967년 발생한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쯤 전투기 60여대로 가자지구 남부지역을 시작으로 중·북부 지역으로 폭격을 확대했다.하마스의 보안시설 50여곳과 로켓탄 진지 50여곳이 폭격 대상이 됐으며 대부분의 보안시설물이 파괴됐다.28일 새벽엔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 TV 방송국 건물과 가자지구 시내의 시파 병원 인근 모스크에 폭격을 가했으며 하마스가 무기류를 밀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땅굴을 공격하기도 했다.사망자 중에는 민간인이 15명 이상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접경지대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집결하고 있어 추가 공격에 이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싸워야 할 시기이며 앞으로 전투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는 “우리는 우리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신이 아니면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라고 결사항전을 다짐,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제사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가자지구의 심각한 폭력과 유혈사태에 경악했다.”면서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날 긴급회의를 개최해 폭력사태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랑스,러시아,바티칸 등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이들은 양측이 무력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미국은 하마스 책임론에 무게를 뒀다. 중동 국가들도 가세했다.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으며 새달 2일 카타르 도하에서 비상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시한넘긴 ‘입법전쟁’ 대타협이냐 대충돌이냐

    시한넘긴 ‘입법전쟁’ 대타협이냐 대충돌이냐

    2008년 여의도의 성탄절은 잿빛투성이였다.캐럴송 대신 날선 신경전이,산타의 선물 대신 막판 선전포고가 오갔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휴전 협정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25일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과정의 물리적 충돌과 관련해 민주당의 책임을 지적했다.내부적으론 ‘MB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한 선별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없다면 대화할 수 없다고 맞섰다.국회의장실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행정안전위·정무위 등 주요 상임위 회의실 점거농성도 이어갔다. 대화의 물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은 이날도 계속됐다.한나라당은 강행처리 수순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지는 등 대충돌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태풍전야’를 연상케 하듯 별다른 움직임 없이 하루를 보냈다.소속 의원 대부분은 여론전 차원에서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데 주력했다.지도부는 26일부터 주말까지 개인 일정을 잡지 말고 30분내 소집이 가능하도록 비상대기할 것을 지시했다.일전을 앞둔 전열정비에 치중한 모습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오늘까지 대화시한으로 민주당에 통보했지만 마지막 법안처리 직전까지 협의 처리토록 대화를 시도하겠다.”면서 “국민이 불가피하다고 느낄 만한 법안에 대해서는 2차 선정작업을 한다.”고 밝혀 야당과의 최종 협상 실패시 단독 처리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보인다.26일 의원총회에서는 우선 처리 법안의 최종안이 보고될 예정이다.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18일 폭력 사건의 주동자와 지시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비롯,상당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과 주요 상임위원장실에서 성탄절을 맞았다.민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사과 등 전제조건이 선행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강경기조를 유지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시점에 대응하지 않겠다.”면서 “법안의 내용도 모른 상태에서 날치기로 처리하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역풍을 받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그러면서 국회 사무처가 소속 의원과 보좌진을 고발한 데 대해 “내가 지시해 발생한 일인 만큼 나를 고발하라.”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특히 이날 “국회 사무처가 경위를 동원해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출입시간대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며 ‘의원 사찰의혹’을 제기했다.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 보인다. 서갑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등·퇴청 시간을 백지에 기록한 문건을 발견했다.”면서 “김 의장은 입장을 밝히고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국회의장 공관방문에서 면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도 따졌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
  • 여 “개혁법안 협의” 야 “날치기 사과를”

    여 “개혁법안 협의” 야 “날치기 사과를”

    한나라당 지도부의 대화 제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단독 상정 이후 불거진 여야간 충돌과 파행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하지만 민주당이 국회 파행에 따른 선(先)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고 여야간 불신의 골이 깊어 연말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21일 쟁점법안 일괄처리 방침을 일단 유보했으나 민주당은 “종전과 다름없는 협상시한 일방통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5일까지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겠다.”면서 “사회개혁(이념) 법안 가운데 협의 처리해야 할 것들은 야당과 전면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박희태 대표도 “우리는 이 기간 야당과 원만한 대화를 통해 타협의 정치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해 22일부터 모든 상임위를 강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듯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기다려서도 안 된다.국회법 절차에 따라 (대화기간에도)상임위별 회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혀,최후통첩임과 동시에 입장에 큰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밤 최고위·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를 열고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날치기로 가기 위한 명분 축적용 ‘제스처’에 불과하다.”면서 “민주당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상임위별 점거 농성과 비상 의원총회도 강행하기로 했다.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법안을 합의처리하겠다고 약속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예산안과 FTA 날치기 불법상정을 반성하고,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전제를 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여권의 일방통행과 야당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국회 무력화가 정권은 물론 정치권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인 스스로 자신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면서 “50%가 넘는 무당파층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여당의 책임이 커져 보인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여야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합의를 통해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구동회기자 sdoh@seoul.co.kr
  • 반정부단체 PAD는

     반정부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태국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2005년 결성된 PAD는 지난 8월부터 수만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이들은 정부청사 점거를 시작으로 의사당과 재무부, 경찰청사를 봉쇄한 데 이어 25일에는 국제공항까지 점거했다.  태국 사회는 ‘친(親) 탁신’과 ‘반(反) 탁신’ 세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PAD는 현 정부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보는 반 탁신 세력이다.따라서 이들은 탁신 전 총리의 매제인 솜차이 옹사왓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 퇴진을 ‘마지막 전쟁’이라 부르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그러나 솜차이 총리는 국민 선출에 의한 합법적 정부라며 퇴진을 거부하고 있어 정국 혼란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에 대한 PAD의 적의는 탁신과 그 측근들이 입헌군주제를 공화정으로 바꾸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PAD는 국민으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과 입헌군주제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시위대가 왕실을 뜻하는 노란색 옷을 입는 것도 국왕에 대한 충성 때문이다.  PAD는 방콕의 중산층,왕당파 정치인,국왕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군부 인사로 이뤄져 있다.지역적으로는 남부지방에 널리 분포해 있다.공동대표는 손티 림통쿨, 잠롱 스리무앙, 핍홉 동차이, 솜삭 코살숙, 솜키앗 퐁파이분 등 5명이나 최근 시위를 이끄는 양대 지도자는 손티와 잠롱이다.친 탁신 세력은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으로 도시노동자와 농민이 주 지지기반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길 잃은’ 민주

    ‘길 잃은’ 민주

    “도대체 민주당은 뭐하는 거야?” 최근 민주당을 향해 쏟아지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다. 지난 4·9총선 이후 발표된 지지율 추이(그래픽 참조)가 민주당의 현주소를 가리키고 있다. 평균 10%대 후반∼20%대 초반에서 소폭 반등을 반복하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급전직하중인데도 좀처럼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는 상황이 고착화되는 데 본질적인 고민이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 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인 김효석 의원은 16일 “매주 수요일 민주정책 포럼을 열어 본격적인 대안야당의 위상을 찾겠다.”고 밝혔다. 당내 이같은 자구책의 이면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보면 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 같다. 야당이라 외적 요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놓여진 정치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 우선 지적됐다. 추가경정예산안 파문에서 보듯 여권의 강경드라이브는 하반기 정국 내내 가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내 ‘친이’(親李·친이명박)의원들이 전위부대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여당의 추경안 강행통과가 시도됐던 지난 11일, 민주당에선 야당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당 관계자는 “밤 11시쯤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는데도 의원들이 결사항전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강경 드라이브 중엔 청와대가 주도하는 사안이 대부분이다. 당내 또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의 강경기조가 세질수록 분열의 원심력이 커진다. 당청간의 간극을 최대한 벌려 한나라당을 입법부 본연의 견제세력으로 분리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적 요인을 짚다 보면 민주당의 한숨소리가 더 커진다. 당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당 정체성으로 체화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 정치전문가는 “호남과 수도권 지지층이 완전히 복원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참여정부 국가기록물 유출의혹 사건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여권에 맞선 정책적 대척점이 분명하지 않다는 자성이 비등하다. 개혁진영을 자처하면서도 이에 맞는 어젠다를 제기하고 실천하는데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부가세 인하에 합의한 것이나, 모 최고위원이 지역 국제고 유치 서명운동에 나선 것, 일부 지역에서 경인운하 건설에 찬성한 것 등은 비판의 소지가 크다.”고 걱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개혁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흡수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처럼 미래권력을 대표하는 차기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 ‘인물난’도 갈길 바쁜 민주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구혜영 나길회기자 koohy@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78) 남한산성의 나날들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78) 남한산성의 나날들 Ⅱ

    남한산성을 공략하려는 청군 지휘부의 계책은 치밀했다. 그들은 성 주변에 참호를 파고 목책을 설치했다. 이미 1631년 홍타이지가 명의 대릉하성(大凌河城)을 공략할 때 사용했던 전술이었다. 성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격리시켜 그야말로 고사(枯死)시키려는 작전이었다. 그러면서 때때로 홍이포(紅夷砲)를 발사하여 돈대(墩臺)와 성첩(城堞)을 파괴하면 성안의 공포심은 극에 이르게 된다. 군량은 나날이 줄어드는데 보충할 방도는 없고, 학수고대하는 외부 구원병은 오는 족족 청군 복병들에 의해 궤멸되었다. 명장 조대수(祖大壽)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던 그 전술이 남한산성에서 재연될 판이었다. ●김류, 인조의 탈출을 건의하다 청군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는데, 구원군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고립된 산성에 갇힌 인조와 신료들은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소식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했다. 청군 진영을 다녀온 사절들이 들고 온 소식에 조정의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렸다. 능봉수 일행이 ‘이제 세자를 보내지 않으면 화친을 논의할 수 없다.’는 소식을 가져오자 조정의 분위기는 다시 침울해졌다. 화친이 물 건너가고 말았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화친이 불가능하다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산성의 방어 태세를 확고히 하는 것이었다.1636년 12월17일 도체찰사 김류는 성첩(城堞)을 지킬 병력이 부족하다며 상을 내걸어서라도 병사들을 빨리 모집하라고 촉구했다. 병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런 판국에 도원수 김자점과 부원수 신경원(申景瑗)은 도대체 그 많은 병력을 이끌고 어디 가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휘하 병력을 이끌고 달려와 산성 방어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 아닌가? 인조는 답답했다. 급히 두 사람에게 교서(敎書)를 보냈다.‘거가(車駕)가 바야흐로 포위된 성안에 있는데 안으로는 믿을 만한 형세가 없고 밖에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구원하러 오지 않는다. 나라의 존망이 경각에 달렸는데 화사(和事)는 이미 끝장났다. 경은 속히 병력을 이끌고 들어와 구원하라.’ 하지만 김자점 등은 오지 않았다. 초저녁 무렵 김류를 비롯한 중신들이 인조에게 뵙기를 청했다. 김류는 인조에게 이제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날랜 병사들을 뽑아 적을 기습하여 길을 열고, 인조가 옷을 갈아입고 탈출하자는 복안이었다. 인조는 반대했다. 적이 도성에 들어와도 화살 1발 제대로 쏴보지 못한 처지에 탈출 작전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김류는 남송(南宋) 고종(高宗)의 고사를 들고 나왔다. 고종은 1126년 금군(金軍)이 송의 수도인 개봉(開封)을 유린했을 때(정강의 변), 탈출에 성공했던 강왕(康王) 조구(趙構)를 가리킨다. 당시 포로가 되어 금으로 끌려갔던 휘종(徽宗)의 아홉째 아들이었던 그는 이후 제위에 올라 양자강 남쪽에서 송의 종사를 잇는 데 성공했다. 김류는 고종의 고사를 강조하면서 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 ●주화, 척화 논쟁이 다시 가열 인조는 다시 난색을 표했다. 청군의 복병이 곳곳에 깔려 있어 섣불리 시도할 경우 위험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자 장유(張維)가 화친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군이 ‘왕세자 운운’ 한 것은 그들에게 화친할 의사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화친을 포기하면 고립된 성에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장유도 이제 공공연히 주화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장유의 발언을 계기로 대신들의 분위기가 다시 바뀌는 조짐을 보였다. 김류는 인조에게 종사를 위해 화(禍)를 완화시킬 계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조는 “위로는 종사를 위하고 아래로는 백관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은 이미 다했다. 이제 대책은 경들에게 달렸다.”고 응수했다. 마치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인조가 다시 대책을 묻자 장유가 말끝을 흐렸다. 그는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할 일’이 있다고 했다. 왕세자를 인질로 보내자는 내용이었다. 김류는 ‘인질을 보내는 것은 예로부터 있던 일이고, 설사 세자를 적진에 보내도 심양으로 끌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인조는 한숨을 내쉬며 신하들의 뜻이라면 세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왕세자 입송론(入送論)이 제기된 뒤 홍문관과 시강원(侍講院) 신료들이 인조에게 달려왔다. 이시해(李時諧)는 적은 지구전을 획책하려 들지 결코 화친을 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조를 만류했다. 그러면서 딴생각하지 말고 성을 지키며 적과 싸울 의지를 다지라고 촉구했다. 신료들은 왕세자를 오랑캐 진영으로 보내라고 주장한 자를 색출하라고 촉구하며 일제히 통곡했다. 그들은 예로부터 간신들이 나라를 망치는 것은 화의(和議)에서 비롯되었다며 주화론자들을 다스리지 않으면 국사를 망칠 것이라고 극언했다. 인조는 홍문관과 시강원 신료들이 물러간 뒤 대신과 비변사 당상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을 보자마자 인조는 울음을 터뜨렸다.‘재덕이 변변치 못한 내가 본래는 잘해 보려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인조반정을 언급했다.‘아, 폐조(廢朝) 시절에도 없었던 일을 당하고 말았구나! 나라의 윤기(倫紀)가 사라졌을 때, 여러 어진 이들과 함께 반정하여 보위에 오른 지 이제 14년인데 끝내는 견양금수(犬羊禽獸)의 지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변변치 못한 나 때문에 망극한 일이 벌어졌으니 경들은 어찌할 것인가?’라며 울먹였다. 김류를 비롯한 신료들도 같이 통곡했다. ‘폐조’란 광해군 시절을 가리킨다.‘명에 대한 의리를 외면하고 명과 후금 사이에서 양단을 걸쳤다.’는 것을 빌미로 광해군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인조였다. 그런데 이제 ‘패륜아’라고 매도한 광해군조차 겪지 않았던 ‘견양금수의 늪’에 자신이 빠지게 될 줄이야? 인조가 무엇보다 뼈아파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감정이 북받친 인조는 척화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연소한 자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과격한 논의로써 끝내 이같은 화란을 부른 것이다. 당시에 만약 저들의 사자를 박절하게 배척하지 않았더라면 화란의 형세가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인조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당시에는 자신도 척화신들의 주장을 정론(正論)으로 여겼으니 누굴 원망하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인조의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인조 “왕세자 보낼 수 있다” 인조는 홍서봉에게 청군 진영에 가서 적장을 만나 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전날의 일을 사과하고, 청군이 조금 물러나면 왕세자라도 보낼 수 있다고 제의하라고 했다.‘왕세자를 보낼 수도 있다.’는 인조 발언을 계기로 화친론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성구(李聖求)가 인조를 찾아왔다. 그는 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사방의 근왕병을 불러들여 적과 결전을 벌일 태세를 갖춰야 적도 두려워하는 바가 있어 화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 화친을 청할 경우 오욕이 있을 뿐이니 군신 상하가 결사항전의 태세부터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헌 또한 결전이 없이는 화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동조했다. 맞는 말이었다. 고립무원에 군량마저 고갈되어 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청군은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싸움이었다. 이성구 말대로 이쪽에서 적을 위협할 만한 최소한의 ‘카드’가 있어야만 적을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은 ‘무장들이 화의에 미혹되어 군량 걱정만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미 부귀가 극에 이른 무장들에게 적진을 함락시키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12월17일 조정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적이 성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음에도 조선군은 발포하지 않았다. 어쨌든 화의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적진에 갔던 홍서봉 일행이 돌아와 화의를 추진하기가 어렵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청군이 증강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자 인조는 그만하라고 역정을 냈다.“방바닥이 너무 차서 늙고 병든 자들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인조의 짜증처럼 산성의 하루하루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오늘 쇠고기 고시] 野 “일방적 결정 응징”

    [오늘 쇠고기 고시] 野 “일방적 결정 응징”

    정부가 2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 관보 게재를 의뢰하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최근 등원을 저울질하던 통합민주당은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장관고시 연기와 한나라당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뒤 즉각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개정에 대해 “크로스보팅(교차투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민주당 조정식 원내공보부대표는 “물타기를 하려는 시도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이명박 정부 규탄장을 방불케 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일방통행식 정치에 대해 국민은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등원 주장이 나오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강경했다. 김재균 의원은 “단식 등 우리의 의사가 결연히 표현되는 농성을 해야 한다.”고 하자 김우남 의원은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동안 ‘즉각 등원’을 주장했던 의원들도 “대통령의 오만함이 또 나왔고 한나라당의 말바꾸기가 시작됐다.”며 입장이 달라졌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시를 의뢰한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안 된다.’”면서 “고시를 강행하면 야당은 결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동안 국회 등원쪽에 무게를 뒀지만 이날은 “추가협상을 통해 국민의 어떤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켰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정체성 운운하는지 정부의 자세에 깊은 의문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노동당은 관보 게재 중단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희 의원이 연행됐다 풀려나자 민노당은 “이성을 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결사항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불법 연행에 항의하며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단독]통합신당 109석 중 5석만 생존

    [단독]통합신당 109석 중 5석만 생존

    530만표차의 대선 참패를 겪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대로 가면 오는 4월 총선에서 궤멸에 가까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통합신당 내부에서 나왔다. 대선 직후 통합신당이 실시한 지역별 여론조사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109개 지역구 가운데 4·9 총선에서 불과 5곳에서만 승리할 뿐 나머지 104곳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복수의 통합신당 관계자들은 3일 이같은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뒤 “내용이 너무나 비관적이어서 조사 결과를 덮어버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호남과 충청 일부를 제외한 한나라당의 전국 ‘싹쓸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조사된 5명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절대 우위의 현 국면에서 이들의 이름이 알려지면 오히려 이들마저 역풍을 맞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명단 공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의 측근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대선 직후 전략 수립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했고 결과는 극소수만 살아남는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워낙 상황이 부정적이라 살아남을 사람이 누군지 일부러 알아보지도 않았다. 싸움이 돼야 싸울 의욕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대선 직후에 한 조사라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 ‘압승’ 여파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느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합신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승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의원 5명 가운데 1명은 경기도 부천 오정구의 원혜영 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신당의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명단을 유출하는 사람은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통합신당은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이날 “자체 여론조사는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직 지역마다 우리 후보는 물론 상대 후보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론조사를 한다는 말이냐.”며 ‘의미 없는 조사’라고 일축했다.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나올 게 뻔한데 굳이 대선 직후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러 곳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워낙 상황이 비관적이다 보니 지역별 대선결과를 토대로 정세분석을 하던 것이 와전된 것 아니겠느냐. 아직 시간이 많으니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이명박 공략법 특강장 된 민주신당 첫 워크숍

    이명박 공략법 특강장 된 민주신당 첫 워크숍

    “이명박 후보는 어떻게 봐도 70,80년대 개발독재 주자임이 분명하다.”(오충일 대표) “특검을 하려면 성역 없이 해야 하고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필요하다.”(김효석 원내대표) 대통합민주신당이 31일 창당 후 처음으로 가진 의원워크숍은 ‘대선 전략’과 ‘9월국회 대책’에 대한 토론의 장이었다. 타깃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다. 정기국회가 ‘이명박 때리기’로 달궈질 것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오충일 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오 대표는 ‘이명박 공략법’을 특강했다. 그는 “이명박씨는 잘못된 걸 지적하면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여러 가지 말 실수가 많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로써 엄포를 놓는 것보다는 웃는 얼굴로 구체적인 자료 하나하나를 놓고 ‘이거 맞습니까.’라고 낮은 소리로 말해서 꼼짝 못하게 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특검은 성역이 없으므로 신정아, 정윤재씨뿐 아니라 BBK나 도곡동 의혹을 갖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게도 요구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에 맞불을 놨다.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의 ‘747 공약’대로 성장만 추구하면 또 외환 위기가 날지도 모른다.”며 “이 부분을 국민에게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병헌 의원은 “모든 캠페인을 포지티브로 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대운하 문제는 매우 중요하므로 전력을 다해 정책적 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워크숍은 이처럼 이 후보에 대한 ‘결사항전’ 분위기였다. 이날 특강을 한 정치컨설팅업체 e-윈컴의 김능구 대표의 “이 후보에 대한 내부 교체론이 나올 것이다.”라는 발언과 김교흥 전략기획위원장의 “이 후보의 지지율이 완만하지만 빠지고 있다. 이는 (경선 직후 현상으로는) 특이한 것”이라는 분석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감 연기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최재성 원내공보부 대표는 “국감 일정을 줄여서라도 추석 전에 완료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면서 “11월17일까지 예산안과 법률안 심의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혜영 나길회 박창규기자 koohy@seoul.co.kr
  • 강재섭,정치생명 건 승부수…朴에 최후통첩

    강재섭,정치생명 건 승부수…朴에 최후통첩

    1. 강재섭대표 사퇴 배수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1일 경선규칙 중재안과 관련해 정치인생 최대 승부수를 던졌다. 우유부단해 보인다는 당 일각의 평가를 일축하듯 정치생명을 건 배수진을 친 셈이다. 강 대표는 이날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내주 상임전국위원회까지 내 중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대선주자 간에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표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으며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같은 결단을 내비쳤다. 나 대변인은 “의원직 사퇴는 정계은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는 “내가 무슨 옆집 똥개냐.”,“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하지 않겠다.”는 등 그동안 양 캠프의 틈바구니에서 겪은 심경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고 한다. 한때 대권도전까지 염두에 뒀던 강 대표로선 이번 경선규칙 중재안과 관련해 대표직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었음을 말해 준다. 이처럼 강 대표가 초강수를 둔 것은 경선규칙 중재안의 향방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장래가 갈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측에 대한 최후 통첩이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간 경선규칙 합의를 우회 촉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97년 정치에 입문한 박 전 대표와의 ‘정치적 인연’이 이번 중재안 발표로 회복불능으로 빠져들게 됨으로써 겪게 된 인간적 고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지난 98년 대구 달성 보선에 출마하도록 설득했고,‘박 대표’ 당선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박 전 대표도 당 대표, 원내대표 경선 등 고비마다 강 대표를 지원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양 주자 진영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당 내분사태는 더욱 혼미한 국면으로 치닫는 기류다. 박 전 대표 측이나 이 전 시장측 모두 각자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은 채 상대측의 양보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측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 혼란을 수습해야 할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못하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중재안 수용 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이 전 시장측 주호영 비서실장은 “고심 끝에 내놓은 중재안이 저렇게 되니까 강 대표 본인이 견딜 수 없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닌가 싶다.”며 박 전 대표측에 중재안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2. 상임전국위 찬반팽팽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경선규칙 중재안이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연 대선후보 경선규칙으로 확정될 수 있을까. 중재안이 경선규칙으로 확정되려면 오는 15일로 예정된 당 상임전국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에 상정돼야 한다. 중재안에 대한 상임위원들의 기류는 찬성이 반대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재안 처리여부는 여러모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중재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나 박 전 대표측은 무조건 안건 상정을 저지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는 중재안이 상임전국위에서 부결되면 대표직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중재안’을 ‘당 분열안’으로 규정한 김형오 원내대표도 “다음주쯤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게다가 상임전국위 안건 상정의 열쇠를 쥔 김학원 전국위원장은 주자간 합의 없는 중재안 상정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해 양 주자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전여옥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표의 원칙론에 일리가 있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강 대표가 중재안을 즉각 철회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강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3. 전국위 열리면한나라당의 대선 경선규칙과 관련, 강재섭 대표가 제안한 중재안이 15일 상임전국위원회에 상정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 세 대결이 본격화된다. 21일 전국위원회는 실질적인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양측은 결사항전으로 표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양측 지지자들의 몸싸움이나 각목사태 등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 진영은 표대결 가능성에 대비,‘세’ 점검에 나섰다. 지지세를 동원해서라도 각자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양 캠프 소속 의원들은 또 방송출연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홍보하는 등 대국민 여론전도 병행하면서 ‘대격돌’을 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애국심 있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원칙을 깬 중재안의 부당성을 호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측에서 일언지하에 무시하는 태도는 정당정치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상임전국위 소집 전에 양 주자간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막판 대타협의 여지도 남아 있다. 양 진영 모두 표결까지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음주 초쯤 막판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강 대표의 박재완 비서실장은 “전국위 소집 요구를 통해 절차를 계속 진행시키면서 후보들에게 중재안을 수용하든지, 아예 다른 합의를 하든지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4. 표대결 한다면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 오는 21일 전국위원회에 상정돼 표대결이 이뤄지면 경선준비위원회에서 결정된 8월 경선도 물 건너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재안이 통과되면 표 대결에서 패한 대선 주자측에서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중재안이 부결되면 당 지도부 총사퇴가 이어지면서 경선 룰 논의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측은 강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에서 전국위원회 중재안 통과를 강행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면 ‘경선 불출마’를 적극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8월 경선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 캠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헌법 같은 당헌을 부당하게 바꿔서 경선을 하면 결과는 뻔하다.”며 “부당한 승부엔 참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의 향후 거취도 8월 경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재안이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표직 사퇴를 시사한 강 대표에 이어 김 원내대표도 이날 “내주쯤 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지도부 총사퇴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 ‘불도그’가 될 ‘참여정부 포럼’ /김종배 시사평론가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발족했다. 창립 회원 수만 300명, 대개가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친노직계 인사들이다. 친노인사들이 대선과 총선을 겨냥해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위해 강연과 토론을 하겠다면서 일반 회원을 대거 모집하려는 데서 이런 분석은 더욱 힘을 얻는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포럼의 활동시한은 참여정부 임기 만료 때까지이며, 참여대상에서 정치인은 배제한다고 한다. 포럼의 대표를 맡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표현을 빌리면 포럼을 정치세력화의 전단계로 보는 건 강아지를 ‘새끼 개’로 표현하지 않고 ‘개새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왜곡이라는 얘기다. 현 단계에서 ‘새끼개’인지 ‘개새끼’인지를 가려내는 건 어렵다. 포럼 발족 동인은 분명히 있다. 한·미 FTA 비준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영역이 한데 뒤엉켜 대격돌을 벌일 건 자명하다. 대선과정에서 참여정부 역점사업이 선거논리에 의해 재단되고 격하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 점을 중시하면 포럼의 발족 취지를 ‘정당방위’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 순회강연이나 정책토론을 중점적으로 펼치겠다면서 일반회원을 대거 모집하려는 점을 보면 ‘정당방위’가 말의 전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력 대결까지 불사하면서 전개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엄연한 정치활동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이병완 대표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럼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포럼)활동에 따라 생기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우리가 어떻게 책임지겠나.”라고 했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병완 대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뻔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범여권에서 보면 그렇다. 범여권의 통합 흐름은 크게 두 갈래다.4·25 재·보선으로 윤곽을 또렷이 드러낸 ‘지역’ 흐름과, 한·미 FTA협상 타결을 계기로 시동을 건 ‘개혁’ 흐름이다. 범여권에 예닐곱 개의 분파가 있고, 이들이 갖가지 이합집산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지역’’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과 ‘개혁’ 깃발을 들려는 움직임으로 압축된다. 포럼은 이 두 흐름의 안티테제다. 지역 회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인사들이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는 새삼 짚을 필요가 없다. 개혁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교조적 진보’ ‘비겁한 진보’에 대해 이들이 냉소를 보내왔음은 국민이 다 안다. 범여권 통합도정에서 ‘지역’과 ‘개혁’이 포럼과 각을 세울 것은 자명하다.‘지역’이 살려면 민주당 분당사태 책임론을 각인시켜야 하고,‘개혁’을 선명히 하려면 참여정부의 ‘변절’을 부각시켜야 한다. 포럼 입장에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결사항전’은 당위이자 필연이다. 포럼의 활동이 왕성해질수록 범여권 통합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범여권의 한 축인 친노세력이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인지 여부는 둘째 문제다. 이들이 통합에 반대를 하면 대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통합의 한 축이 떨어져나가는 통합은 대통합이 아니다. 기껏해야 중통합일 뿐이다. 분명해진다. 포럼이 ‘새끼개’인지 ‘개새끼’인지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포럼이 ‘불도그’의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는 점, 이게 더 중요하다. 첨언하자. 포럼이 ‘불도그’의 활동력을 보이려면 반드시 얻어야 할 게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과 지지다. 그러지 않으면 포럼은 ‘친목계’로 격하된다. 그러니까 포럼의 운명, 나아가 범여권 통합의 미래는 노무현 대통령이 쥐고 있는 셈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 “전효숙 불가” 한나라 의장석 점거

    “전효숙 불가” 한나라 의장석 점거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끝난 14일 오후 6시10분쯤 국회의장석은 점거됐다.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15일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일찌감치 의장석을 봉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의장석 아래쪽 단상엔 ‘헌법파괴 전효숙! 헌재소장 원천무효!’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로 인해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방침에 대해 일차적으로 국회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고, 여의치 않으면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막아내겠다고 외쳐 왔다. 그같은 외침을 입증이라도 해보이듯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긴급 의총을 열어 전 후보자 처리 대책을 논의하고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본회의장 앞쪽엔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 의장 등 지도부와 안상수·김용갑·권영세 의원 등 2·3선 그룹이 진을 쳤고, 의장석 주변엔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을 비롯해 황진하·정희수·김영덕·권경석·최경환·이명규 의원 등 초선 10여명이 포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가 끝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습적으로 의장석을 점거하자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도 본회의장에서 30분 가량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치했으나 하나둘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상민 의원 등은 “단상에서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브리핑을 갖고 “한나라당이 불법적으로 단상을 점거해 국민들의 기대에 반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회는 입법 기관인데 불법이 판치고, 실력저지가 난무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는 명백한 불법인 만큼 열린우리당은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불법을 방치할 수 없는 만큼 단호히 대응하고 임명동의안을 당당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밤 전체 의원들에게 국회 주변 대기령을 내리고, 의장석 탈환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15일 국회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어떤 희망도 없는 경우를 우리는 절망이라 부른다. 절망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된 경우와 같다. 절망의 극치가 곧 자살로 이어진다. 희망은 삶을 지탱시켜 주는 에너지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그녀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인간 세상에 모든 재앙들을 다 퍼뜨려 놓고 뚜껑을 닫았기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인간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실존하면서 희망만을 아직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겠다. 누구나 다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에서 대개 어떤 것을 갖고 싶은 소유욕을 희망으로 삼는다. 돈을 벌고 싶은 희망, 출세하고픈 희망, 시험에 합격하고픈 희망 등등 다양한 희망을 갖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희망을 단적으로 소유론적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희망의 철학적 의미를 화두로 삼은 20세기 가톨릭 실존철학자 마르셀은 저 소유론적 희망을 ‘나는 …을 희망한다.’(I hope that…)라는 구절로 간략하게 묘사했다. 이것은 희망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구조다.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의 희망은 내가 소유하고픈 내용과 같다. 그런 희망이 달성되는 경우에 나는 만족을 느낀다. 만족의 현상은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충분히 먹어서 포만상태에 이른 것과 유사하다. 포만상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게걸스러운 기분에 젖은 식곤증처럼, 생각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 판단공백의 상태를 동반한다. 거기에 비하여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하여 시기와 원한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들은 식곤증에 취해 있는 만족계층과 달리 더욱 또렷하게 의식이 깨어 있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계급전복을 준비한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의 모습이다. 만족의 게걸스러움과 불만의 분노는 다 소유론적 희망의 취득여부와 직결된다. 소유론적 희망은 결국 인생에서 만족을 누리려는 욕심과 직결되어 있다. 이 욕심을 불교에서 오욕(五欲=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라 부른다. 세상살이는 예나 이제나 이 오욕을 쟁취하기 위한 모든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 화가 나고, 화의 분노가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명분화하기 위하여 그럴싸한 이론을 다 끌어들인다. 인간의 사회적 투쟁은 거의 대개 이 오욕의 쟁취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벌이는 소유론적 불만이나 절망을 분노의 명분으로 표시한다. 아집(我執)에 찬 분노의 명분이 진리의지와 만나면, 그 분노는 진리의 투쟁이란 법집(法執)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아집과 법집이 뒤엉키면, 소유론적 욕심이 결국 결사항전의 어리석은 고집으로 바뀐다. 그런데 한 사회의 정신문화가 일반적으로 속물적인 소유론적 희망만을 삶의 동력으로 여기면, 그 사회는 그만큼 만족과 불만의 양극단에서 늘 요동친다. 속물적 희망은 오욕의 소유만을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속물적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소유적 지배층의 거만떨기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원한의 심리를 품고 있는 소외층의 대등 질투심리와의 양극사이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에 속물이 아닌 것처럼 도덕적으로 온갖 좋은 말씀을 내놓던 분이 일단 자기의 출세와 직결되는 순간에 벼슬을 놓칠까봐 명예욕에 추하게 매달리는 탐욕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배층의 게걸스러움을 싫어하던 소외층의 가열찬 투사가 하루아침에 지배층에 오르자마자 자기가 그토록 미워한 그 오욕의 탐욕에 정신을 못 차린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생각이 깊지 않은 인간은 그가 투사이든 지배층이든 소외층이든 도덕적 설교자이든 다 속물적 소유욕을 인생의 희망으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의 부정부패는 모두가 다 속물적 탐욕의 근성을 희망으로 갖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속된다. 우리는 생각이 깊은 정신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악을 박살내려고 흥분하지 말고 속물근성에 빠지지 않는 깊이 있는 사회를 일구자. 그러기 위하여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소유론적인 것에서 존재론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음의 혁명이 필요하다. 인생의 희망을 소유론적인 만족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존재론적 기쁨으로 인생을 승화시키려는 마음의 전환에서 마음의 혁명이 가능해진다. 불만의 심리는 늘 복수의 심리를 속으로 감추고 있다. 역전의 상황이 오면, 불만의 심리는 복수한다. 만족의 심리는 남들에게 으쓱대면서 과시하려는 충동을 띠고 있고, 불만의 심리는 속으로 응어리를 품고 있어서 비뚤어진 공격성을 감추고 있다. 과시적이든, 열등의식으로 비뚤어졌든 다 공격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열린 마음의 기쁨이 삶의 희망으로 등록되겠는가? 나는 우리가 서로서로 사랑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비록 TV 드라마에 사랑 극이 너무 넘쳐나고,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상의 깊지 않은 희비극이 화면에 벌어져도, 우리는 진실로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안이나 바깥에서나 서로 모래알처럼 살면서 “제까짓 것” 한다. 속물적 욕망만이 인생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곳에 절대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융결(融結)하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족한 자나 불만스러운 자나 다 속으로 타자에 대하여 “제까짓 것” 하는 심리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과 기쁨, 불만과 괴로움은 다르다. 만족의 포만감은 꽉 차서 더 이상의 여백이 없는 닫힌 마음의 상태를 함축하고 있으나, 기쁨은 5세기 말 신플라톤주의자로서 익명의 철학자인 가짜(Pseudo)-디오니시오스의 말처럼 ‘자기의 확산’(self-diffusion)과 같다. 만족은 자아위주로 닫힌 느낌이지만, 기쁨은 우주로 자기가 확산되는 열림의 느낌을 준다. 불만은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을 띠고 있지만, 괴로움은 내적 평안을 찾으려는 긴장완화의 요구를 품고 있다. 소유적 만족보다 존재의 기쁨을 찾으려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적 계산과는 무관하다. 낙관적 계산은 속물적 욕심의 취득이 계산적으로 명백할 때에 생긴다. 그러나 존재의 희망은 오히려 속물적 인생의 무상함과 괴로움의 자각에서부터 움튼다. 내 인생의 의미가 속물적 오욕(五欲)의 소유적 다과로 평가되기를 거부하는 ‘존재론적 요구’가 마음에서 싹틀 때에, 존재론적 희망의 의미가 절실히 다가온다. 속물은 소유나 적어도 허영의 과시에 사로잡힌 수인(囚人)과 같다. 짝퉁으로도 자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속물은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가짜 소유로 채우려는 자기체면에 걸린 수인이다. 희망을 소유에서 존재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죽음의 응시에서 가능하다. 죽음은 소유의 수인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약이다. 속물들은 죽음이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처럼 산다. 그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죽음이 있음을 그들도 알지만, 그들의 지금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죽음의 생각을 그들은 유예한다. 속물들은 세상에 가장 친사회적으로 사는 것처럼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들은 사실상 가장 고독한 인생을 산다. 소유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열린 기쁨의 마음을 모른다. 속물사회에서는 다 고독하다. 지옥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나 모두 고독한 곳이다. 존재론적 희망은 괴로운 번뇌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인생의 요구에서 싹튼다. 모든 번뇌는 소유의식에서 생기고, 그 소유의식은 집착을 낳고 나의 마음을 뇌쇄시켜 거기에 중독되게 한다. 앞에서 본 마르셀이 그의 저서 ‘편력하는 인간’에서 희망의 철학을 가르친다. 희망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나는 우리를 위하여 그대 안에서 희망한다.’(I hope in you for us.)는 것이다. 소유의식을 지우는 것이 번뇌에서 해방되는 첩경이다. 소유의식은 잘난 척하거나 으쓱대는 자만심과 같이 간다. 불만도 역설적인 소유의식에 다름 아니다. 마음의 존재론적 혁명은 마르셀이 언명하였듯이 겸허하며 요란스럽지 않고 수줍은 듯한 마음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마르셀이 말한 ‘그대’의 이인칭은 고요하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과 같다 하겠다. 소유로 들뜬 속물들은 수줍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이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하면서 살아 왔다. 오욕을 사냥하는 소유론적 속물근성을 떠나서 자기 마음에 늘, 그리고 이미 있어 온 그 고요한 본성에 인사드리고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마음이 약속하는 순간에, 존재론적 희망은 문득 솟아오른다. 내가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희망하는 그 순간은 동시에 만족과 불만이라는 소유적 삶의 수인(囚人)상태를 벗어나 나의 존재와 인연이 있는 모든 존재들을 함께 기쁘게 해주려는 열린 마음의 상태로 변하는 마음의 비약이 생기는 순간과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웃이 된다. 이것이 마르셀이 말한 ‘우리를 위하여’라는 말이겠다. 존재론적 희망은 나의 본성인 ‘그대’와 나의 일상적 마음이 일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요, 그런 일치는 이웃들과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되는 융결의 띠를 형성한다. 이 ‘우리’는 소유론적 폐쇄적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네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자기와 타인이 둘이 아님)의 ‘우리’다. 마르셀의 용어를 빌리면, 우리가 ‘코러스’(chorus)를 들었을 때에 느끼는 마음의 환희가 바로 존재론적 희망에 아주 가깝다고 하겠다. 코러스의 감동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도 열려 있고 서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기쁨을 맛본다. 우리 사회가 속물근성의 자기 감옥을 부술 때에, 우리는 상호주관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무 콘텐츠가 없는 공허한 추상적 구호로서의 같은 민족끼리의 감상을 넘어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경계하는 모래알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으로 기쁨을 주고 서로서로 친절한 이웃이 될 것이다. 속물적 희망을 존재론적 희망으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곧바로 우리가 전대미문의 도약판을 밟고 비상하는 순간이 될 것이고, 각자의 좁은 감옥을 벗어나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儒林속 한자이야기] (120) 燎原(요원)

    儒林(586)에는 ‘燎原’(화톳불 료/들판 원)이 나오는데,‘燎原之火’(요원지화)의 준말이다.燎原之火는 원래 ‘무서운 기세로 타고 있는 들판의 불길’을 뜻하였으나 오늘날은 ‘오랫동안 억눌린 勢力(세력)이나 主張(주장)이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가는 狀態(상태)’를 말한다. ‘燎’자는 불 위에 엮어 세운 나무와 흩어지는 불티의 象形(상형)으로 ‘화톳불’ ‘불을 놓다.’의 뜻을 나타냈다.用例(용례)에는 ‘薪燎(신료:땔감),燎亂(요란:흩어져 어지러움),燎衣(요의:옷을 불에 쬐어 말림) 등이 있다. ‘原’은 벼랑 밑에서 솟기 시작한 샘의 뜻에서 ‘근원’의 뜻을 나타냈다.原産地(원산지:본디 생산된 땅),原始(원시:시작하는 처음, 처음 시작된 그대로 있어 발달하지 아니한 상태),原則(원칙: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 다른 여러 명제가 도출되는 기본 논제),抗原(항원:생체 속에 침입하여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단백성 물질) 등에 쓰인다. 書經(서경)의 盤庚篇(반경편)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殷(은)나라의 盤庚(반경)은 황하의 홍수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首都(수도)를 경(耿)에서 은(殷)으로 옮기려고 하자 반대 輿論(여론)이 들끓었다.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일부 반대론자들은 流言蜚語(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수도 이전을 반대하였다. 이에 반경은 유언비어를 捏造(날조)하여 流布(유포)하는 사람은 地位高下(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할 것을 闡明(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너희들이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서 뜬소문을 퍼뜨려 백성들이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있다. 유언비어가 번지는 것은 마치 넓은 벌판에 화톳불을 붙여 놓은 것과 같아 너희들 가까이 접근해 와도 끌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곧 너희 스스로 조성한 불안일 뿐, 내 잘못은 없다.” 우리나라는 오래된 義兵(의병)의 歷史(역사)와 특유한 義兵精神(의병정신)으로 외침에 처할 때마다 決死抗戰(결사항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의병의 역사에서 가장 현저한 활동을 보여준 때는 壬辰倭亂(임진왜란)과 丙子胡亂(병자호란),朝鮮(조선) 末期(말기)의 의병이었다. 특히 壬辰倭亂(임진왜란)에는 전국에서 신분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義兵(의병)이 蹶起(궐기)하였다. 乙巳勒約(을사늑약)으로 우리의 外交權(외교권)을 침탈한 日帝(일제)는 강제로 韓日合邦(한일합방) 조약을 체결하여 植民(식민) 統治(통치)를 시작하였다. 폭압적인 武斷統治(무단통치)가 거세질수록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憤怒(분노)와 抵抗(저항) 또한 高潮(고조)되었다. 高宗(고종)의 因山日(인산일)인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의 主導(주도)로 서울을 비롯한 各地(각지)에서 獨立宣言式(독립선언식)을 거행하였다. 독립선언식은 만세시위 운동으로 이어졌다.1907년 2월 중순 大邱(대구)에서는 일본에서 도입한 借款(차관) 1300만원을 갚자는 國債報償運動(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되었다. 신분과 지위를 초월하여 담배를 끊어 저축한 돈, 장롱 속의 佩物(패물)까지 快擲(쾌척)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2개월 남짓 기간 동안 補償金(보상금)을 義捐(의연)한 사람의 수가 4만을 넘었고 모금액도 230만원을 상회했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서울광장] 비정규직 이름팔지 말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비정규직 이름팔지 말라/우득정 논설위원

    16개월에 걸친 진통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민주노동당의 국회 법사위 점거와 야 4당의 공조로 또다시 4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까지 포함하면 4년 가까이 비정규직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책임을 떠넘기며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는 파견 및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정부안보다 1년 줄인 환노위 수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며 모처럼 ‘공조’를 보이고 있다. 재계는 노동계의 결사항전을 빌미로 비정규직 입법 자체를 아예 백지화했으면 하는 속셈이다.‘고용 유연성 확보’와 ‘비정규직 고용 안정’이라는 양대 정책 목표 중 고용 안정에만 치우친 입법 내용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 채용 사유만 제한하면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정규직을 채용할 텐데 구태여 잡다한 부대조건을 붙여가며 누더기 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처럼 번듯한 정장을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철 지난 세일품을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형편만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해결법이다. 하지만 기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내용을 분석하면 지난해 8월 현재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184만 6000원, 비정규직 115만 6000원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62.6%다. 노동계 주장대로 비정규직을 850만명으로 보면 정규직 전환 비용은 연간 70조 3800억원이다. 정부 기준을 적용해 540만명으로 보면 연간 44조 712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10대 그룹의 전체 순이익은 23조 362억원이다. 2004년 기준 전체 531개 상장회사의 순이익은 49조원이다. 순이익을 몽땅 쏟아부어도 정규직 전환 비용에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3대 보험의 가입실태를 보면 정규직은 63.8∼75.9%인 반면 비정규직은 34.5∼37.7%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사회보험 추가비용도 간단치 않은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하청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시정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허구인 셈이다. 기업으로선 적자를 감수하며 정규직으로 전환할 바에야 공장을 접거나 살 길을 찾아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치권과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게 된다거나,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말꼬리잡기식 힘겨루기만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정부안이든, 환노위 수정안이든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비정규직에게는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노동계가 선동하듯이 비정규직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는 악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고용구조는 갈수록 줄어드는 정규직 일자리, 광범위한 비정규직 일자리에 다양한 형태의 실업자군이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형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따라서 실업자는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선순환할 수 있게 혈로(血路)를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해법이다.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의 참상을 내팽개치는 놀음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살아있는 神’ 일왕의 베일 벗긴다

    ‘살아있는 神’ 일왕의 베일 벗긴다

    개명한 21세기에 ‘신(神)’을, 그것도 ‘현인’으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데 있다. 국가의 구심점,‘현인신’(顯人神·아라히토카미) ‘천황´을 떠받드는 일본인들이다. MBC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천황´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5부작 다큐멘터리 ‘‘천황´의 나라 일본’을 준비했다.7일 1부 ‘텐노, 살아있는 신화’,8일에는 2·3부 ‘사쿠라로 지다’와 ‘신을 만든 사람들’,14일에는 4부 ‘충성과 반역’,21일에는 5부 ‘제국의 유산’이 전파를 탄다. 방영시간이 밤 11시∼12시대여서 아쉽다. 사실 ‘‘천황´’이라는 존재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아키히토 ‘천황´이 실토했듯 일본 ‘천황´가가 백제 무령왕의 방계 일족이라는 점은 이런 저런 자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을 사실상 백제 계열의 국가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게다가 장군들이 통치하는 막부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 ‘천황´은 아무런 권력없이 은거하고 있는 상태가 됐다.MBC가 조명하는 대목은 메이지유신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없던 ‘천황´이 어떻게 만세일계의 절대권력자이자 일본의 상징으로 떠올랐는가이다. 1부에서는 많은 일본 전문가들이 토로하는,“‘천황´과 황실 얘기만 나오면 일본인들과의 대화는 더 이상 진전이 안된다.”는 현상을 다룬다.‘천황´과 황실에 대한 믿음은 그야말로 무모함 그 자체다.2부는 2차대전 당시 ‘인간폭탄 부대’였던 카이텐, 오오카 부대원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꽃다운 젊은이들이 ‘텐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죽어가야 했는지를 묻는다.3부는 근대화 과정에서 ‘천황´이 부각되는 과정을 다뤘고,4부는 ‘천황´제를 둘러싼 극우세력들의 테러와 협박,5부는 미·일동맹 아래 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이 ‘천황´을 어떻게 다시 이용하려 드는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쏠쏠하게 건진 것들도 많다.‘천황´과 황실에 대한 보도지침을 뜻하는 기쿠 터부,2차대전 당시 일본 본토에서 미국에 결사항전하기 위해 지은 마쓰시로 대본영의 모습, 얼마전 논란이 일었던 ‘천황´의 사이판 방문 이모저모, 일본국 헌법개정을 둘러싼 논란 등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그러나 이런 사실관계를 다룬다 해도 일본인이 변할까. 제작발표회장에 참석한 한 일본 기자는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지만 ‘믿음’은 사실관계와 다른 차원의 문제기 때문이다.‘천황´제에 이의를 제기하던 메이지 당시 민권운동,20세기 초 공산주의,60∼70년대 적군파, 이들 모두가 실패한 이유기도 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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