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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자력갱생” 25회 언급…‘버티기’ 돌입한 듯

    김정은 “자력갱생” 25회 언급…‘버티기’ 돌입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 이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자력갱생’을 25차례나 강조하며 경제발전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11일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위원장 자격으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라의 자립적 경제토대를 강화하며 사회주의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9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에 진행된 조미(북미)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해 밝히면서 “우리나라의 조건과 실정에 맞고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결렬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관련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을 향한 강경 발언이나 핵 관련 언급은 없었다. 대신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경제 총력전에 매진하라고 주문했다. 북한 매체들이 전한 회의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이란 단어를 25차례나 언급했다. 특히 자력갱생과 자립경제가 ‘존망’을 가르는 생명선이자 ‘확고부동한 정치노선’이라며 “자력갱생을 구호로만 들고 나갈 것이 아니라 발전의 사활적인 요구로 내세워야 하며 오늘의 사회주의 건설을 추동하는 실제적인 원동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루 전인 9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그는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자력갱생 등의 정신을 높이 발휘할 것을 독려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오는 11일 북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14기 첫 회의를 앞두고 연일 회의를 열어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북미회담 결렬에 따른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을 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와 제재 압박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한 셈이다. 사실상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 맞서 버텨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작년 당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에서도 탈선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현상유지’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도발도 하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은 영변핵시설을 앞세워 대북 제재 완화의 기대에 부풀어있던 김정은 위원장을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뜨린 것으로 해석된다. 강경 도발을 통한 과거 회귀를 선택하면 미국의 제재 강화에 구실을 주고, 중국과 러시아 등 우호 국가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더 큰 고립을 자처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미국과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포위망이 더욱 좁혀져 간신히 연명하는 경제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파국은 정권 유지에도 절대로 유리하지 않다.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 입장에서 이미 대내외에 선언한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을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과 이미지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미 협상 실무자들을 포함해 북한 간부와 기득권, 일반 주민들까지 북미 관계를 풀어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욕구를 갖고 있음에도 완전한 핵 폐기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중적 심리가 적지 않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15일 평양주재 대사관 관계자들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국내의 많은 반대와 도전과도 맞서오시었다”며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우리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수천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문 대통령, 북미대화 복원위한 ‘한미 담판’ 앞두고 워싱턴 입성

    문 대통령, 북미대화 복원위한 ‘한미 담판’ 앞두고 워싱턴 입성

    ‘하노이 핵담판’ 결렬로 멈춰선 북미 대화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짊어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1박 3일간 공식실무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이자, 지난해 11월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이뤄진 회담 후 4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약 13시간 비행 끝에 오후 5시 20분쯤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안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11일 오전(한국시간 11일 오후)부터 비핵화 외교전에 돌입한다. 문 대통령은 오전에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뒤 시간차를 두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따로 접견한다. 정상 간 만남에 앞서 상대국 각료와 먼저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위기에 처한 톱다운(top down·정상이 합의한 뒤 실무진이 따르는 형식) 방식의 성공을 위해 사실상 보텀업(bottom up·실무진이 합의한 뒤 정상이 추인하는 형식) 방식을 병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볼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 내 대표적 강경파라는 점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정부 내 강경파를 설득하지 못하고서는 비핵화 협상의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라 외교적 관행보다는 실용적 측면에서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문 대통령은 12시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등에서 2시간가량 만나 비핵화 해법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정상회담은 정상 내외가 함께 참석하는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을 먼저 진행한다. 역대 한국 정상 가운데 대통령 부부가 오벌오피스에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상 내외는 방명록 서명 및 사진촬영 등을 함께하며, 김 여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는 사진촬영 뒤 별도 오찬을 위해 퇴장한다. 그 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역만 배석한 채 대화를 나누게 된다. 단독회담이 끝나면 양측은 3명씩 배석자를 두고 소규모 정상회담을 이어간다. 한국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강경화 외교부 장관·조윤제 주미대사, 미국에서는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배석한다. 이후에는 양 정상이 각각 9명의 각료·참모를 배석시킨 채 업무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이 진행된다. 한편 김 여사는 11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소재 초등학교를 방문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학교는 주미대사관과 결연을 통해 한글수업, 태권도·사물놀이 체험, K팝 따라하기 등 문화수업 프로그램을 해 온 학교”라며 “한미 우호관계의 초석이 될 미국 학생들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학교에서 민화 수업과 K팝 관련 수업 등을 참관할 예정이다. 이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일대일 오찬을 한다. 한국 대통령의 방미 시 두 나라 정상 부인이 단독으로 오찬을 하는 것은 30년 만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11일 미국을 떠나 한국시간으로 12일 밤늦게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책설’ 김영철 건재… 대미라인 유지 전망

    김여정 등과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 신변이상설 박광호도 5개월만에 등장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책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가 9일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정치국 확대회의에는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이 참가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어 “또한 중앙위 부장, 제1부부장, 일부 부서의 부부장들 그리고 도당위원장이 방청으로 참가했다”고 전했다. 통신이 10일 기사와 함께 보도한 사진에는 김 부위원장이 사진 기준 오른쪽 여섯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식별된다. 앞서 일부 언론은 대미 협상 총책인 김 부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북미 실무협상에 참가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이 2차 정상회담 결렬로 문책돼 대미 협상에서 배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가함에 따라 김 부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은 물론 기존 대미 협상팀도 대부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국 확대회의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참석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달 10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됐으며 이번 회의에는 정치국 후보위원 자격으로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3일 이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던 박광호 부위원장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김정은 “자력갱생·새 전략노선 관철”… 대북제재 장기전 대비

    김정은 “자력갱생·새 전략노선 관철”… 대북제재 장기전 대비

    북한이 11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10일 중앙위 전원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내외 전략노선을 최종 확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자력갱생을 통해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라고 주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도했다며 “정치국은 조성된 혁명정세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투쟁 방향과 방도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10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여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간부들 속에서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세도, 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들”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아나운서가 이 내용을 전하는 대목에서 다소 흥분하고 찌푸린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아 가며 간부들에게 관료주의 타파를 강조하는 듯했다. 3분가량 되는 전체 영상에서도 김 위원장은 내내 굳은 표정으로 여러 가지 손동작을 써가며 설명했고,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도 김 위원장이 왼 주먹을 불끈 쥐고 발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2011년 집권한 이후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와 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가 연달아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고인민회의는 총 9차례 개최됐으며 직전에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나 중앙위 전원회의 중 하나만 열린 적은 4차례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당과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회의를 3일 연속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국내외 정세가 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끝내고 새로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나간다”고 언급한 만큼 당분간 지난해 대내외 노선에서 일탈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을 재확인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되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대내적으로는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경제건설을 위해 자력갱생을 내세웠다는 해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가 아직 있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협상 중단이나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을 선언해 정책 자율성을 제한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와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의 성과를 거두고자 과감한 경제 개혁·개방 조치가 결정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내각에서 독립채산제 확대와 무역회사의 해외 진출 허용 등 경제 개혁·개방 조치를 결정하고 내부적으로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관련 정책을 정령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절박한 文, 분초 쪼개 전방위 설득… 강경파 ‘볼·펜’ 먼저 넘는다

    절박한 文, 분초 쪼개 전방위 설득… 강경파 ‘볼·펜’ 먼저 넘는다

    트럼프 회담 전 폼페이오·볼턴·펜스 접견 장관→부통령→대통령 ‘보텀업’도 불사 파격적 일정… 한미 비핵화 로드맵 총력 전문가 “돌출 결정·변수 사전 제어 의도”‘하노이 핵담판’ 결렬로 멈춰선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복원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짊어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1박 3일 일정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그림에 합의하고 이 과정에서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을 만들어 한 발씩 서로 다가서도록 한다는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한미 공동의 비핵화 로드맵에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실질적으로 비핵화 외교를 펼치는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11일 하루 중 5시간가량이다. 지난해 5월에도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1박 4일 일정의 방미 강행군을 펼쳤지만, 그때보다 더 분초를 쪼개 미 행정부와 백악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설득에 나선다.특히 낮 12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외교안보 핵심참모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한 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따로 만나는 일정이 눈에 띈다. ‘장관→부통령→대통령’의 총 3단계 일정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셈이다. 정상 간 만남에 앞서 상대국 각료와 먼저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방식이다. 위기에 처한 톱다운(top down·정상이 합의한 뒤 실무진이 따르는 형식) 방식의 성공을 위해 사실상 보텀업(bottom up·실무진이 합의한 뒤 정상이 추인하는 형식) 방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볼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 내 대표적 강경파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뿐만 아니라 온건파였던 폼페이오 장관도 9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에서 “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독재자’라는) 그런 말을 했던 게 확실하다”고 했고, 하노이 회담 이후 줄곧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정부 내 강경파를 설득하지 못하고서는 비핵화 협상의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외교적 관행을 파격(破格)하고 실용적 측면에서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강경파의 산을 먼저 넘으려는 취지”라며 “시간제약으로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이겠지만 성의를 보여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측면과 정상회담 전 만남으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의) 공감대를 확산시켜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교착국면이 길어진다면 지난 1년여 한반도에 펼쳐진 평화무드가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오랜 기간 돌파구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가 절실하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뜬 뒤 뒤따라 나가던 폼페이오 장관을 붙들고 선 채로 10여분 남짓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설득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때 ‘굿 이너프 딜’로 요약되는 중재안을 파악했지만, 문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상 대화를 앞두고 장관 등을 만나는 게 의외”라면서 “미국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생각을 들어보고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적 결정이나 변수를 사전 제어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문 대통령 오늘 방미…트럼프와 북미교착 푸나

    문 대통령 오늘 방미…트럼프와 북미교착 푸나

    북미 비핵화협정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1박 3일의 일정에서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접어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방미 다음날인 11일 열린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 오전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차례로 접견할 예정이다. 정오부터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시간 가량 만나며 비핵화 해법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정상회담은 정상 내외가 참석하는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과 핵심 각료 및 참모들이 배석해 이뤄지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일괄타결론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는 북한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한미정상이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청와대가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연속적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단계적 대북 보상’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미 정상 부인 간 단독 오찬도 30년 만에 열린다. 김 여사는 11일 오전 워싱턴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한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일대일 오찬을 한다. 문 대통령 내외는 11일 오후 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12일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한미 정상, 북미 협상 재개 돌파구 내놔야

    비핵화에 중대한 고비가 될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현지시간 11일 워싱턴에서 열린다. 하노이 회담 합의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 미국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단서가 한미 정상의 허심탄회한 대화에서 나오기를 바란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후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 방침을 고위 당국자의 입을 빌려 천명해 왔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바탕으로 단계적 해결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북미 어느 일방이 자국의 협상 방침을 고집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족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는 요원해진다. 정부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으로 북미를 설득한다는 복안이다. 이 방안은 북미가 비핵화의 정의에 합의하고 주고받을 것을 로드맵에 짜넣는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시간표에 따라 단계적 상응 조치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게 골자다. 북한 지도부가 구상하는 비핵화의 복잡한 단계를 대폭 줄이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목표를 이루고 싶어 하는 미국과의 중간 지점쯤 되는 방식이랄 수 있다. 이 방식이야말로 북미의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의 바탕이 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까운 시간 안에 열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노이 회담 합의 실패의 책임이 상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북미이지만, 격렬한 비난은 삼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정상 간 사이가 좋다고 강조하는 북미다. 두 정상의 ‘케미’가 좋을 때 북미 회담을 재개해 비핵화 동력을 키워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이끌어 내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할 거면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11일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열린다. 이 회의는 한미 정상회담보다 적어도 10시간 정도 일찍 개최된다. 김 위원장이 대미 메시지를 낼지가 관심이지만, 한미 회담 결과를 보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 행보를 강조한다. 삼지연과 원산갈마지구의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완공 시기를 늦추라고 지시했다. 경제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례적인 ‘속도 조절’ 지시는 제재를 견디면서 자력갱생의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시간은 많지 않다. 북미가 손에 넣으려는 비핵화와 경제 건설의 목표가 뚜렷한 만큼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뉴스 분석] ‘톱다운 비핵화’ 1박3일 승부수

    [뉴스 분석] ‘톱다운 비핵화’ 1박3일 승부수

    靑 “톱다운 방식·대북 제재 틀은 유지” 조기수확 통한 신뢰회복으로 美 설득 美 빅딜론-北 단계론 절충점 도출 과제 한국의 단계적 보상 방안 정상간 논의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여부 테이블에‘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동력을 되살리고자 문재인(얼굴 왼쪽) 대통령은 10일 1박 3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1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의 취임 이후 7번째 열리는 정상회담은 같은 날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맞물려 비핵화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특히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해법을 고수하는 북한이 대치한 가운데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로 불리는 초기단계 비핵화 및 상응조치 조합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끌어내는 데 성패가 달렸다. 성과를 거둔다면 4차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의 토대가 마련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9일 “이번 정상회담은 톱다운 접근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완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가시적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기반한 ‘조기 수확’을 통해 상호 신뢰를 끌어내고 최종적 비핵화에 도달하는 로드맵으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예외인정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요 포인트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상태, ‘엔드스테이트’에 대한 한미 의견이 일치하며 이를 위한 로드맵 달성에도 일치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괄적 비핵화 합의에 기반한 단계적 보상 아이디어 등이) 정상 간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톱다운 방식과 제재의 틀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체류 시간은 24시간 남짓이지만 분초를 아껴 일정을 소화한다. 문 대통령 부부는 10일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워싱턴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11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하고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따로 만나는 등 전방위 설득에 나선다. 낮 12시쯤 정상 부부 간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을 한 뒤 핵심 각료·참모가 배석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 및 업무 오찬을 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미 정상은 비핵화에 대한 공통 메시지를 발신하며 북한에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국이 북한의 화답을 받아내느냐가 향후 북미 논의 재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문 대통령, 내일 트럼프와 정상회담…북미협상 돌파구 마련

    문 대통령, 내일 트럼프와 정상회담…북미협상 돌파구 마련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내일(10일) 워싱턴DC로 떠난다. 두 정상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다. 특히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론’과 북한이 추구하는 ‘단계적 해법’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오는 10일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문 대통령의 백악관 영빈관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튿날인 11일에는 오전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차례로 접견한다. 이어서 정오쯤 내외간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이 열리고, 핵심 각료와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 겸 업무오찬도 예정돼 있다. 한편 김 여사는 이날 오전 워싱턴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또 백악관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일대일 오찬 시간도 가진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내외는 11일 오후 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12일 밤늦게 귀국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南北美에 함몰된 시야를 틔워주는 책 ‘한반도 평화와 중국’

    南北美에 함몰된 시야를 틔워주는 책 ‘한반도 평화와 중국’

    어쩌면 우리는 지금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만 정신이 팔려 그 아래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과 힘들을 설핏 망각하는 척하는지 모른다. 바로 북한의 전통적인 동맹인 중국, 먼 듯하지만 최근에 북한과 한껏 가까워진 듯한 러시아, 그리고 미국을 대신해 동북아 안보를 대체 관리하는 일본의 강한 파장이다. 학계 일부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일본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달 지식공작소가 펴낸 ‘한반도 평화와 중국’의 서문 격에 해당하는 글 가운데 ‘오랜 상호 신뢰 적자(trust deficit)’란 말이 등장하는데 그 속뜻을 며칠째 되뇌이고 있다.책의 대표 편집자인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지난 2월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신뢰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상대가 나의 존재를 인정해준다는 것을 내가 확신하는 것이다. 즉 내가 생각하는 바대로 상대가 행동해줄 때 신뢰가 형성된다. 그러나 북미관계에는 정직한 중개자가 없고 다자보장체제도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적자를 메우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북미정상회담도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긴 과정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 몇번이고 되읽게 만든다. 이 책은 한국과 중국의 학자 23명이 동북 지역과 베이징을 오가며 두 차례 심도있는 정책 토론회를 열어 주제 발표와 집중 토론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한편 미래 과제를 도출해낸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편집자가 무리하게 하나의 일관된 틀을 갖게 해달라고 주문해 비교적 체계화된 성과물이 책 한권으로 묶여 나오게 됐다고 이희옥 소장은 적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인식을 지금의 정세와 문제 인식에 맞춰 갈무리하자면 다음의 다섯 섹션으로 분류된다. 첫째 섹션은 한반도 정세를 신냉전 구도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미중 관계를 어떻게 볼까?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질서는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까? 둘째 섹션은 북한의 통일 방안은 어떻게 바뀌어왔나? 북한은 동북아와 어떤 경제협력의 틀을 갖춰 왔고, 북중 무역결제 시스템은 어떤 특징을 갔나 등이다. 셋째 섹션은 북핵 문제는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남북 관계의 변화에 중국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왔나? 한반도 비핵화에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등을 살펴본다. 넷째 섹션은 평화체제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나? 주요 쟁점은? 등이다. 다섯째 섹션은 대북 제재와 남북의 경제협력, 남북중의 경제협력 접근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나? 추진 전략은 어떻게?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개 방안 등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이 바라보는 관점은 비핵화란 지난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손쉬운 이슈라고 갈파한다. 그를 넘어 동북아 번영과 안정, 공존의 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조금 더 폭넓게 바라보자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이 줄곧 주장한 ‘쌍잠정(雙暫停)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은 점차 현실화됐다’는 지적(39쪽)이나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누가 더 급한가의 딜레마로 전환되고 있으며 누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지가 북미 지도자의 진정한 역량을 검증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71쪽)은 새길 만하다. 남북미에 함몰된 시야를 틔워주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태영호의 분석 “제재 버틸 수 있고 남북대화에 흥미 잃을 가능성↑”

    태영호의 분석 “제재 버틸 수 있고 남북대화에 흥미 잃을 가능성↑”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한미정상회담을 사흘 정도 앞둔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잇따라 대형 공사 둘의 완공 시기를 늦춰주는 속도 조절을 통해 제재 해제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올해 하반기까지 자력갱생으로 버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보여줬다는 것과 한미정상회담 전에 특사 교환과 같은 방법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선 한미대화 후 남북대화’ 구도가 펼쳐진다면 북한은 남북대화에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의 분석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문을 싣는다. 다만 우리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약간 손질했음을 덧붙인다.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북한 동향을 살펴본 데 따르면 주목되는 점이 첫째로 김정은이 올해 상반기는 미북, 남북 사이의 교착상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지난 주 김정은은 현지지도를 하면서 삼지연 건설은 ‘노동당 창건 75돌’(내년 10월 10일)까지, 원산 갈마해양관광지구는 원래 계획보다 6개월 늦춰 내년 태양절(4월 15일)까지 완공하라고 ‘속도 조절’을 지시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를 좌우명처럼 여기는 북한에서 일주일 동안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올해 북한에서 제일 중요한 대상계획 완공 시기를 둘씩이나 늦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은이 오는 11일 최고인민회의를 며칠 앞두고 ‘속도조절’ 지시를 연이어 내린 것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노이회담 결렬로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현실에 비춰 자력갱생의 구호를 전면에 들고 나가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하겠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면서 미국, 한국에도 제재 장기화에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수 있다. 아울러 최근 북한 언론들에서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선언, 6·12 싱가포르 합의와 같은 남북, 미북합의 이행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아마 하노이회담 총화 회의에서 하노이회담 전야에 남북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 등 제재 해제에 너무 집착을 보인 것이 오히려 미국에 약점으로 잡혔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향후 북한은 미북, 남북협상에서 제재 해제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경우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수 있겠느냐가 관심사인데 지난 1월 김정은-시진핑 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올해 분 무상 경제지원은 다 받아냈으니 하반기까지 버틸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관심의 초점은 11일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탈퇴와 같은 ‘폭탄선언’을 하겠는가인데 ‘폭탄선언’을 하면 미국이나 한국보다 시진핑과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 차마 그런 용단은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수준으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한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에로 나아간다면 북한으로서도 어쩔수없이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식으로 다시 한번 엄포를 놓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둘째로, 김정은은 11일 한미정상회담에도 별로 기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단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기초를 둔 ‘스몰 딜’, 한국의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기초를 둔 ‘굿 이너프(good enough) 딜’, 미국의 ‘포괄적 합의와 단번 이행’에 기초를 둔 ‘빅 딜’ 사이에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북한으로서는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트럼프의 ‘영변 핵시설 페기+α(영변 외의 모든 핵시설) 폐기 제안’에 NCND 입장을 보인 마당에 지난해 10월 7일 김정은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한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하자’는 제안을 당장 거둬들일 없게 돼있다. 북한이 이렇게 요지부동이라면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유일한 방도는 김정은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받아들이는 길 밖에 없는데 미국은 트럼프로부터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이라는 표현 자체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출발 전까지 남북 사이에 특사 방문 같은 접촉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 제안에 아무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선 남북대화 후 한미대화’ 구도를 유지해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를 선행시킬 것이다. 만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선 한미 후 남북’구도가 펼쳐진다면 북한으로서도 김정은이 미국의 압력을 한국을 통해 받는 구도로 보일수 있어 남북대화에 더욱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급증하는 대북제재 업무에… 외교부, 전담조직 확대 추진

    새달 개편… “美와 공조 강화” 분석도 외교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국장급인 원자력·비확산 외교기획관실 산하 군축비확산담당관실에 속해 있던 ‘제재수출통제팀’을 분리해 별도의 ‘과’로 승격하는 것이다. 개편이 완료되면 원자력외교담당관실, 군축비확산담당관실 등 현재 2개 과에서 제재수출통제과까지 3개 과로 늘어난다. 행정안전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는 끝난 상태로 오는 5월에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확대 개편은 급증하는 대북 제재 관련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수출통제팀은 안보리 대북 제재 관련 사항을 국내의 관계 부처에 전파하고 제재 저촉 사항이 포착되면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 지난해부터 제재수출통제팀의 업무가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구성원이 5명도 안 되는 관계로 다른 부서에서 한시적으로 충원을 받아서 업무를 진행해 왔다. 실제 지난해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패널보고서에 2017년 10월부터 러시아에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인천, 포항 등지에서 환적됐다고 적시됐다. 이후 정부는 수사를 통해 지난해 8월 수입업체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최근에는 안보리에서 금지한 ‘선박 대 선박’ 이전 방식으로 북한 선박에 석유 제품을 옮겨 실은 선박과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한 선박이 잇따라 적발됐다. 외국 선적인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코티호·탤런트 에이스호, 한국 선적 P호 등 4척이다. 이외 같은 의혹을 받는 파나마 선박 1척과 토고 선박 1척이 지난 2월 각각 부산, 포항에 입항했고 정부는 조사를 위해 이들 선박의 출항을 보류시킨 상태여서 대북 제재 위반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 공조 강화 압력이 더욱 거세지면서 정부가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진들] 평양 국제마라톤에 950명 서양 사람 참여, 트위터 중계도

    [사진들] 평양 국제마라톤에 950명 서양 사람 참여, 트위터 중계도

    7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제30차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에는 950명의 서양 사람이 참여해 지난해 450명의 곱절 이상 늘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방송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트위터에 올라온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콜린 크룩스의 사진들을 소개했는데 남북한의 시차가 없어진 점을 감안하면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자유롭게 평양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크룩스 대사는 몸소 10㎞ 코스를 달렸는데 출전자들이 집결해 출발한 김일성 경기장에 대해 “분위기가 대단했다”고 적었다. 지난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도 여전히 정치적 긴장이 많이 이완된 것을 반영해 외국인 참가자가 대폭 늘어났고, 평양 거리에는 많은 응원객들이 몰려나와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정겨운 풍경이 연출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대회는 북한 정권 수립자인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이맘때 열린다.이 대회에 세 번째 출전한다는 호주 여성 재스민 바렛은 “어린이들의 얼굴에 피어난 마소를 보기 위해” 계속 찾는다며 “이 도시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대단한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참여해보라고 권한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은 2015년 북한을 방문하다 간첩죄로 체포돼 끝내 2년 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때문에 북한 여행이 금지돼 이날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방송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소개하고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하면서 북한 관광이 대단히 침체했지만 오해 어느 정도 되살아났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 관리들은 여전히 외교적 해결 방안이 살아 있다고 강조한 반면, 북한 당국은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한편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상징처럼 여겨지던 연락사무소를 폐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방송은 최근 몇주 다시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은 빠뜨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뉴스 분석] 11일 ‘한반도 운명의 날’… 북미 비핵화협상 정상화 메시지 내놓나

    트럼프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 불구 北 모든 핵·미사일등 일괄타결 재차 강조 金, 최근 경제행보 나서며 긴장 수위 관리…영변 핵 폐기·제재 일부 해제 교환 반대 文,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카드 주목 오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이 동시에 평양과 미국 워싱턴에서 각각 개최된다.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된 비핵화 협상의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나는 운명의 날이 될 전망이다. 일단 현 시점에서 나타나는 북미 정상의 행보는 긍정적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유대인연합회(RJC) 연례행사에서 “우리는 북한과 잘 지내고 있다”면서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는 “한 번의 협상(하노이 회담)에서는 걸어 나와야 했다. 올바른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모든 핵·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해체를 골자로 하는 일괄타결을 재차 강조하기는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전날 CBS 인터뷰에서 “우리가 거의 2년 전 착수한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정책은 매우 분명하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해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최근 잇따라 경제 행보에 나서면서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긴장 조성보다는 비핵화 협상 계속 의지를 밝힐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온천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했다고 6일 보도했다.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올해 첫 경제 행보로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된 이후 이틀 만의 공개 행보다. 하지만 북한 역시 단계적·동시적 이행의 원칙하에 2차 정상회담에서 제의했던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교환하는 안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북미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중재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단계적 이행의 원칙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칠지 주목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등이 방미해 미국 측과 회담 의제 조율에 나섰기에 두 정상이 회담에서 공통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을 지지한다고 표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선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하는 포괄적 합의에 나설지 여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양측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받는다면 포괄적 합의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의사는 내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2017년 1~7월)을 지낸 라인스 프리버스와 서울 시내 모처에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관련 논의가 있었을지 주목된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문 대통령, ‘분초 아껴쓰는’ 한미 정상회담 1박3일 강행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후 다섯 번째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 대화를 한미 정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1박 3일 공식 실무 방문이다. 10일 오후 워싱턴에 도착해 11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바로 귀국길에 오를 만큼 물리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분초를 아껴 쓰는 일정이다. 김정숙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 초청으로 별도 일정을 갖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세부 일정은 조율 중이지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킬 수 있는 ‘레버리지’를 만들기 위한 담판, 즉 단독정상회담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로 표현되는 초기단계 비핵화 및 상응 조치 조합을 포함해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한 태도를 이끌어 내는 데 성패가 달렸다. 의제 조율차 미국을 방문했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5일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런 다른 어젠다나 이슈에 대해서는 정상 사이에 좀더 심도 있게 얘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5월 말에도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6월 12일)을 코앞에 두고 워싱턴을 찾았다. 1박 4일 일정이었지만 체류시간은 25시간 남짓하고 공군 1호기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다. 이전 대통령 중 워싱턴에서 1박짜리 초단기 일정을 소화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2005년 6월 6자회담 재개 및 한미 갈등, 북핵 문제를 다루고자 1박 3일 일정으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났다. 1987년 개헌 이후 재임 중 한미 정상회담은 평균 8.2회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 일곱 번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하프타르 반군 트리폴리 50㎞까지 압박, 리비아식 해법의 ‘15년 뒤’

    하프타르 반군 트리폴리 50㎞까지 압박, 리비아식 해법의 ‘15년 뒤’

    리비아식 핵해법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상황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리비아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이 나중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뜻한다. 대신 미국은 무아마르 가다피 정권이 지위를 유지하게 보장해준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리비아는 2003년 12월 자진해서 핵 등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모든 관련 시설을 국제사찰단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관련 장비를 모두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은 이듬해 봄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부분 해제했으며 리비아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2011년 시민혁명으로 가다피 독재가 무너진 뒤 내전을 겪었고, 무장세력의 난립으로 혼란이 여전하다. 유엔 지원으로 구성된 리비아 통합정부(GNA)가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하고, 가다피를 추종하던 군부 세력을 규합한 칼리파 하프타르(76) 사령관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이 동쪽을 점령해 국가가 사실상 양분됐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지난 몇년 동안 거점을 확대하며 트리폴리를 장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LNA가 6일(이하 현지시간) 트리폴리 국제공항과 트리폴리 남부 와디 엘-라베이아 지역도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트리폴리 공항은 2014년 교전 때 상당 부분이 파괴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부군은 이날 LNA를 겨냥해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가했다. LNA 측은 트리폴리를 수호하는 과정에 21명이 죽고 2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적십자사의 한 의사도 희생됐다. 하프타르 반군 측은 사령관이 지난 4일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한 뒤 병력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LNA는 군사 행위를 중단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며 6일에는 수도에서 40∼50㎞ 거리까지 육박한 것이다. 특히 하프타르 장군은 5일 벵가지에서 중재 활동을 하던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테러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LNA가 연초 남부 유전지대를 장악함에 따라 트리폴리 주민들은 식량과 연료를 사재기하기 시작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유엔은 필수 요원이 아닌 인력을 철수하기 시작했으며 이탈리아 석유 기업 등이 주재원들을 피신시키고 있다. 유엔은 2시간만 휴전을 선언하고 다친 주민이나 어린이나 여성들을 시 외곽으로 소개시킬 것을 제안했으나 양측의 교전으로 무산됐다. 파예즈 알사라지 GNA 총리는 이날 유혈사태를 피하고 분열을 끝내기 위해 하프타르 사령관에게 양보 의사를 전했으나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LNA에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도 오는 14∼16일 리비아 남서부 가다메스에서 예정된 리비아 국가 회의를 계획대로 열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총선 개최 등 리비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일단 선진 7개국(G7)과 유엔, 러시아 모두 교전을 중단할 것을 바라고 있다. 러시아와 이집트 모두 하프타르를 지원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외국의 간여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사메흐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군사적 수단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며 외교 노력을 주문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하프타르가 계속 군사 행동에 나서면 최악의 유혈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가다피 대령을 도와 1969년 쿠데타 성공에 공을 세운 하프타르는 그 뒤 가다피의 미움을 사 미국으로 망명한 전력이 있다. 2011년 귀국해 가다피 축출에 앞장섰다. 다시 말해 유엔이 지원하는 GNA 정부로부터 임명된 사령관이 이제는 GNA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지난해 12월 알사라지 총리를 한 회의에서 만나 공식 회담을 제안받았지만 퇴짜 놓았다.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살만 국왕과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회담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여러 국제 정세에 차이가 있겠으나 지난 2월말 미국이 내미는 바람에 결렬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리비아식 해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격렬하게 반대할 수 있는 명분 하나를 리비아의 최근 혼란상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동영상] 그래픽에 드론 카메라, 타임랩스 기법까지 조선중앙TV의 혁신

    [동영상] 그래픽에 드론 카메라, 타임랩스 기법까지 조선중앙TV의 혁신

    영국 BBC가 북한의 국영 텔레비전 조선중앙TV의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7일 소개해 눈길을 끈다. 방송은 지난달 말 어느날 조선중앙TV가 경제 소식을 다루며 낯선 얼굴의 앵커가 등장한 것뿐만 아니라 현란한(우리 눈에는 촌스러워 보이지만) 그래픽을 동원하고 드론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 타임 랩스 촬영(저속 촬영했다가 정상 속도로 재생하는) 기법 등 종전에 눈에 띄지 않던 세 가지 첨단 방법을 한꺼번에 동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날 하루뿐이었고 다음날부터 다시 종전 딱딱한 보도 행태로 돌아갔지만 북한이 파격적인 실험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런 방송 파격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같은 정상회담 기간 주민들의 반응 인터뷰를 거리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따는 등 과거 사무실 등 실내에서만 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콘텐츠 내용은 여전히 북한이 잘 굴러가고 있으며 경제 현장에서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등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머무르는 한계를 지니지만 분명 이런 북한 방송과 언론의 취재와 제작 관행이 바뀌는 것은 북한 내부의 정보 취득이 다원화되고 외부 정부 유입이 많아진 데 따른 긍정적 변화로 보인다고 방송은 결론내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북미대화 ‘빅딜’ 압박도

    트럼프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북미대화 ‘빅딜’ 압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올바른 합의’를 강조함으로써 김 위원장을 향한 ‘빅딜’ 압박 수위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유대인연합회’(RJC) 연례행사에 참석해 북미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취임했을 당시 그들(북한)은 로켓과 핵폭발을 일으켰다”며 지난해 초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된 후 북한이 더는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올바른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추후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빅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의 미국 이전,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해체 등을 요구하는 ‘빅딜 문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네타냐후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병합하겠다” 어떤 폭발력?

    네타냐후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병합하겠다” 어떤 폭발력?

    유대인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9일 총선에서 승리하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병합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측은 정착촌이 “불법이고 제거될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정착촌은 국제법으로도 위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6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 12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예루살렘과 골란고원처럼 서안에서 이스라엘 주권을 확대할지 묻는 질문에 “우리는 진행 중이며 그것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느냐고 묻는데, 대답은 ‘그렇다’이다.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난 이스라엘의 주권을 확장할 것이고, 정착촌 단지들(settlement blocks)과 외딴 정착촌(isolated settlements)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을 사흘 앞두고 접전 양상을 벌이는 극우 정당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땅을 내주는 데 반대하는 강경파 유권자들을 붙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BBC는 잠재적인 폭탄 하나를 건드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일 저녁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극우 정당들의 연합인 블루와 화이트가 28석씩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전체 120석 가운데 두 정당이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엇비슷한 득표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말까지는 블루와 화이트가 근소하게 앞서다가 이달 들어 네타냐후 총리가 보수층 결집에 총력을 쏟으면서 리쿠드당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채널 13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파 및 종교 정당들이 총선에서 확보할 의석은 모두 66석으로 중도좌파와 아랍계 정당들(54석)보다 많을 것으로 조사됐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인 나빌 아부 루데이네는 “어떤 조처와 발표도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정착촌은 불법이고 제거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가자 지구에 국가를 건설하기 원한다. 이곳들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곳으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합병했고 가자 지구에서는 2005년 철수했다. 서안은 팔레스타인 250만명이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지만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며 그 보호 아래 40만명의 유대인이 정착촌을 꾸려왔다. 정착촌은 2014년 이후 결렬 상태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을 재개하는 데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다. 팔레스타인과 다른 많은 국가는 전쟁으로 점령한 땅에 정착하는 것을 금지한 제네바 협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안보 필요성 및 성경적·역사적·정치적 연관성을 이유로 들며 정착촌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 대사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했으며, 2017년 12월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자국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발표해 팔레스타인과 아랍권 지도자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 대부분의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 총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평화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지만, 협상 재개 전망은 밝지 않다고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정성장 “김영철 문책하고 이도훈-김혁철-비건 실무회담 정례화 필요”

    정성장 “김영철 문책하고 이도훈-김혁철-비건 실무회담 정례화 필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확신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제재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12일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외교 목표에 완전히 부합하는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지난 5일 세종논평을 통해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가장 큰 책임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 지휘해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렬의 책임을 물어 그를 경질하거나 그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하게 줄이지 않는 한 앞으로도 미국과 북한의 핵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북한의 실무회담 대표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에게 비핵화 문제에 대해 충분한 협상 권한을 부여하고 북미 실무협상 내용을 직접 상세하게 보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회담 개최를 정례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라직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양을 조금 줄이기 위해 문장을 조금 가다듬었음을 밝혀둔다.)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정상회담 날짜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급하게 실무회담을 진행하면서도 핵심적인 결정은 정상들에게 맡기는 종전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실무회담에서 의제를 충분히 조율하지 못함으로써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합의문에 들어갈 핵심 내용을 가지고 직접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에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떤 협상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 데 기인한다. 이는 최고지도자 1인에게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북한 체제의 스탈린주의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 결과 김혁철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문제를 제외한 사안에 대해서만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무협상 기간 미국이 북측에 전달한 요구 사항들조차 김 위원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2016∼2017년 채택된 유엔 제재 결의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의 제재 해제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안이한 판단을 갖고 하노이 회담에 임하게 됐다. 현재 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따라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조치 논의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과 미국에게 과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함으로써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있다.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 강경파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일부만 포기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의 핵심 부분을 해제한 상태에서 계속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기도 했지만” 그 모든것을 과감하게 짓밟고 싱가포르에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보여준 비현실적인 협상 전략은 그의 눈과 귀가 북한 강경파들에 의해 가려져 합리적인 판단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김영철에게 하노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그를 경질하거나 그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하게 줄이지 않는 한 앞으로도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노딜(no deal)로 연결되지 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실무회담 대표인 김혁철에게 비핵화 문제에 대한 충분한 협상 권한을 부여하고 실무협상 내용을 직접 상세하게 보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실무회담에서의 충분한 논의 부족으로 결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실무회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이를 정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거나 대북 특사를 통해 이도훈과 김혁철의 실무회담 정기 개최를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무회담을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김혁철이 서울까지 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당분간 판문점(과 평양)에서 실무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만약 비핵화 문제에 대한 남북협의를 거부한다면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둘의 실무회담이 성사되면 한국 정부는 이도훈-김혁철-스티븐 비건이 참가하는 회담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제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한미 워킹그룹과 비슷한 형태의 북미 또는 남북미 워킹그룹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워싱턴과 평양, 서울(또는판문점) 등에서 수시로 정기적으로 만나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서명할 합의문 초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초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모두 만족하게 되면 그때에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해야 할 것이다. 북미 실무회담이 정례화, 상시화되면 김 위원장도 조율의 부족으로 하노이에서처럼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못하고 귀국하는 것과 같은 수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적으로 북한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요구사항들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 합의는 동시·병행·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최근까지 비핵화 조치 하나가 완료되면 그 다음에 다른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 이후 어떤 단계를 거쳐 ‘완전한 비핵화’에까지 도달할 것인지 비핵화 로드맵을 일절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단계적’ 방식으로는 비핵화 과정이 매우 길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다. 그러므로 북한이 영변과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 ICBM 폐기, 핵탄두 폐기 등 여러 개의 비핵화 조치를 동시 병행적으로 진행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도 속도를 맞춰 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북한은 ICBM의 폐기나 핵탄두 폐기를 단번에 완료하는 것이 아니라 2~3단계로 나누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미국도 북미 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상응해 단계적으로 병행하면 된다. 만약 북한이 여러 개의 비핵화조치를 동시에 병행적으로 진행한다면,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할 것이라는 외부 세계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대북 제재 전면해제도 가능해질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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