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위기」민주당 일단“평상회복”/「전대내분」3자회동서 극적 수습
◎김상현고문의 전격적 “당권포기” 촉매로/지방선거 공천지분등 「재갈등」 불씨 잠복
분당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던 민주당의 내분이 17일 극적인 반전을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이기택대표와 비주류의 김상현고문,그리고 김원기최고위원등의 3자회동에서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이다.따라서 당은 일단 평상체제로 복원됐다.
합의내용의 주요 골자는 2월 전당대회를 소집하고 여기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당헌 통과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당연히 대표의 권한강화가 핵심이다.
3자회동이 끝난 뒤 이대표는 모처럼만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대표 경선만을 빼고는 자기 주장이 모두 수용된 까닭이다.무엇보다 유력한 당권경쟁자였던 김고문과 김최고위원이 당권경쟁 포기를 선언한 만큼 2월 전당대회가 열리면 이대표가 만장일치로 선출될 것이 뻔하다.결국 이대표의 「밀어붙이기」가 성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표와 동교동계의 최종 협상 결렬과 이에 따른 파장 분위기에도 불구,이처럼 극적인 반전을 이룬데는 김고문의 긴급 제안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이다.줄곧 조기 전당대회와 대표경선을 주장하면서 대의원 서명작업까지 벌였던 김고문은 이날 전격적으로 당권포기를 선언했다.또 2월 임시전당대회에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이대표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주자고도 했다.그동안 이대표와 동교동계 협상의 최대걸림돌로까지 여겨졌던 김고문으로서는 엄청난 태도변화인 것이다.아마도 김고문은 「당이 깨지는 상황을 몸으로 막은 일등공신」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염두에 둔 것 같다.그는 또 악화일로를 걷던 동교동과의 관계개선도 계산했음직하다.이와 관련,그가 16일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을 극비리에 만났다는 소문이 있다.언제든지 대표경선은 이길 수 있다는 특유의 자신감도 밑자락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대표도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김고문이 경선까지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면서 그를 한껏 추켜세웠다.이번 합의에서 김고문의 비중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천신만고끝에 합의를 이뤘지만 일시적인 봉합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우선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대표와 동교동계의 반목과 불신은 앞으로 미묘한 사안이 터져나올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지방선거에서 두 진영이 공천 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 하는 문제가 첫번째 시험대가 될지도 모른다.또한 대표의 권한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일일이 다른 최고위원들과 합의하는 것인지,협의만 해도 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이런 점에서 이대표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와 대표권한 강화라는 당근에 발목을 붙잡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 「3자회동 합의」 안팎/“당 깨진뒤 경선 무의미” 이대표에 수용 촉구/35분간 배석자없이 요담뒤 「전격적 악수」
극적인 합의였다.17일 김상현고문의 대표경선 포기선언에 이은 이기택·김상현·김원기의 3자합의로 민주당은 분당직전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이날 하오2시20분부터 35분동안 서울가든호텔에서 진행된 3자회담에서 김최고위원과 김고문은 대표경선 포기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이대표에게 『경쟁자가없으니 대표경선은 필요 없지 않느냐』고 설득.이대표도 이에 동의했으나 단일성지도체제의 성격을 놓고 다소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를 두고 김최고위원은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합의해야 할 사항과 협의해야 할 사항은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별다른 이견은 없으며 대체적인 골격은 4인실무회담에서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
이와 관련,이들은 동교동계의 한광옥 최고위원및 이대표계의 김정길전최고위원과 김상현고문 몫의 신순범 최고위원,김원기 최고위원 몫의 김대식의원등 4명을 내세워 18일까지 당헌개정안의 골격을 마련하기로 결정.
이에 앞서 김고문은 이날 상오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깨진 뒤의 대표경선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대표경선포기를 선언,이날 타협의 전기를 마련.
○…회담이 끝난 뒤 이대표는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두 분이 경선포기라는 큰 결단을 내린 마당에 내 고집만 부릴 수 없었다』고 언급.또 김최고위원은 당헌개정으로 최고위원의 권한이 줄어들게 된 데 대해 『강등됐지만 당의 화합을 위해 감수하는 것』이라며 홀가분하다는 표정.이날 합의의 히어로인 김고문은 『이대표가 나의 경선출마 포기선언을 전해듣고는 전화를 걸어와 「김고문이 이처럼 대인인 줄 몰랐다」고 감탄해 했다』고 자랑.
한편 이대표는 이날 저녁 3일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북아현동 자택으로 귀가,모처럼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