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정치인 법대로 처리해야(사설)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에 관련된 한나라당 徐相穆 의원이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여야는 격돌로 치닫던 경색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물밑접촉에 나섰다.막후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서 여야는 단독국회 운영과 장외투쟁을 각각 거론하고 있지만,대체적으로 다음주 초에는 정기국회가 정상화될 전망이다.
국정감사,예산안심의,경제회생·민생관련법안 등 산적한 국정현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정상화를 위해 여야간에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진 협상카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개인비리 정치인들을 검찰에 자진출두시키되 주중에는 국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여권은 야당의원 영입을 자제하고 회기중 사정 대상 정치인들이 불구속 기소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물론 빠른 시일안에 여야 영수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문제도 들어있다.‘여야 영수회담’은 충족돼야 할 조건이 많기 때문에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야당의원 영입 자제’또한 여권이알아서 할 일이다.그러나 ‘비리 의원 불구속 노력’은 문제가 다르다. 여당도 이 점을 의식한 듯 비리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검찰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개입할 성질이 아니라면서도,비리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천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불기속 기소를 유도하겠다는 속셈을 내비치고 있다.그러나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왜냐하면,여야 비리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처리야말로 정치개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회정상화 문제와 비리 정치인에 대한 사정 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실제로 이번 정기국회는 국회운영제도·정당·정치자금·선거 등 정치전반의 뼈대에 관한 개혁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보도에 따르면,청구·기아·개인휴대통신등과 관련해서 개인비리 혐의로 현재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여야 의원들이 24명이나 된다고 한다. 개인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정치개혁 법안들을 사심없이 공정하게 처리할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통째로 맡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여권이 국회정상화라는 명분에 발목이 잡혀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사정을 중동무이로 끝내면 정치개혁은 물건너가고 만다.결국 우리사회 전반의 총체적 개혁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국민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제2건국운동’이 또하나의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비리 정치인들은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