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마늘’ 누구말이 맞나
한·중 마늘협상 파문을 둘러싼 관계부처간 ‘떠넘기기’공방이 가열되면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연장불가’를 합의해준 적이 없다는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장관의 주장에 농림부는 “맞는 말”이라고 주장했고,외교통상부는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의하에 추진됐으며,합의문 내용을 주무장관이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협상에 관여했던 인사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본다.
◇2000년 6월29일∼7월15일 베이징 협상- 중국의 대규모 보복조치로 다급해진 우리 정부는 당시 최종화(崔鍾華) 외교부 지역통상국장을 단장으로 농림부,재경부,산자부 등의 과장급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중국 베이징에 보냈다.중국은 처음부터 무조건 세이프가드를 없앨 것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공전을 거듭하던 협상은 2000년 7월6∼7일 우리측이 3년간 저율관세(30%)로 중국산 냉동·초산 마늘 2만t을 수입키로 하면서 급진전을 보이는듯했으나 중국측은 한국정부가 2003년 이후 세이프가드 연장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협상을 주도한 최종화 주 요르단 대사는 22일 “그 안에 반대한 것은 농림부뿐 아니라 정부 전체의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협상 결렬 직전까지 치닫게 된 상황에서 부속서에 관련 문구를 넣는 방법으로 2000년 7월15일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A부처 관계자는 “협상 현장에 있었으나 수석대표가 서울과 핫라인으로 연락해서 최종 문안이 나왔던 것”이라며 “세이프가드 연장불가라는 명확한 표현이 없어 문안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고 말했다.
◇경제장관회의 논란- 김성훈 전 장관은 협상 진행기간 재경부,외교부,산자부,농림부 등 장관이 참석한 마늘분쟁 관계장관회의에서 ‘연장불가’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이에대해 한덕수(韓悳洙·전 통상교섭본부장) 전 경제수석은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됐다고 한 적은 없었다.”며 “모든 사항을 관계부처간 합의로 했다고 한 말이 와전됐다.정부내 컨센서스가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합의문 부속서 은폐의혹- 서규용(徐圭龍) 전 농림차관은 “합의문 부속서는 외교부가 2000년 7월15일 가조인이 끝난 뒤 국내에 팩시밀리로 보내왔을 때 단 한번밖에 보지 못했고,이후 정식조인을 할 때나 협상결과를 공식발표할 때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외교부측은 “협상장에 다 참여한 상황에서 내용을 안다는 전제하에 좀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점은 인정하나 은폐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수정 김태균 기자 crys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