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협상 결렬] 여야 “누구 탓 될지 두고 보자”
양보 없는 정치 흥정이 수십만명의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여야는 30일 하루 동안 상호 비방-협상-항의 방문-고성-대국민 호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방을 벌였다. 여야 모두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끝내 협상은 무산됐다.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시침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조항의 시행 시점인 1일 0시를 넘겨 버렸다. 여야는 “앞으로 벌어질 사태가 누구 탓이 될지 두고보자.”며 책임전가에 급급했다.
●맥빠진 막판 심야 협상
30일 오후 9시30분 여의도 주변 한 음식점. 이날 하루종일 티격태격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조원진·민주당 김재윤·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의원 등 3개 교섭단체 간사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이 회동은 막판 타결보다는 ‘뒤풀이’를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이미 오후 들어서면서부터 “타결은 물건너 갔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녔다.
협상 결렬은 사실상 이른 오전부터 예상됐다. 여야는 협상 전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비난전부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여러 차례 열린 5인 연석회의에도 일찌감치 ‘요식 행위’라는 딱지가 붙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날 협상 무산 직후 “모두들 중요하다고들 말로만 했지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국회의장도, 노동계도 절실함이나 진지함을 보이지 않았던 하루”라고 촌평했다.
한나라당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즉시 시행, 300인 미만은 2년 유예’를, 민주당은 ‘6개월 유예’를 고집했다. 그나마 자유선진당이 중재안을 내놓으며 타결 가능성을 이어갔지만 결실을 얻진 못했다.
자유선진당의 중재안은 ‘300인 이상 즉시 시행’, ‘200인(또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1년 유예’, ‘5인 이상 200인 미만(또는 100인) 최장 1년6개월 유예’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원내대표까지 나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마당에 당론을 뛰어넘는 결단을 기대하기는 애시당초 무리였다.
●안상수-추미애 날 선 언쟁
한나라당 원내대표단과 환노위 추미애 위원장의 충돌은 협상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5인 연석회의의 합의 없는 상임위 개회는 무의미하다.”는 원칙을 고수한 추 위원장에게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법 기본도 모르고 위원장 하고 앉았냐.”, “상임위가 추미애 것이냐.”며 몰아붙였다. 이에 추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 없으면 지금까지 쇼한 거냐.”, “책임을 전가하러 온 거냐.”며 막말 공방을 벌였다.
급기야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조 간사를 위원장 대행으로 내세우겠다며 민주당과 추 위원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이 개회 선언 즉시 정회를 선언해 이마저 무위에 그쳤다. 이날 밤까지 모두 10차례 진행된 5인 연석회의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국회는 다시 한번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홍성규 김지훈기자 coo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