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내 편” 與·野셈법 누가 맞을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18일에도 이어졌다.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31일이 다가오면서 사상 초유로,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예산을 집행하는 준(準)예산 편성 사태가 생기거나,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예산전쟁’을 통해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계산을 하고 있어 해법 찾기가 더 어렵다.
한나라당의 소위 구성 강행을 막기 위해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은 5개조로 나뉘어 이틀째 철야 농성했다.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오전 한때 회의장에 들어가 회의를 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한나라당 안상수·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오후 회담을 가졌으나, 90분 만에 협상은 결렬됐다. 다만 안 원내대표가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위해 집행할 예산 6조 7000억원 가운데, 집행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민주당이 구분해 제시해 달라.”고 제안했고, 이 원내대표는 “검토해 보겠다.”고 말해 여지는 남겼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입장이 약간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면서도 “정부 자료로는 어떤 것이 대운하 의심 사업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여야대표 회담’을 통해 4대강 예산 삭감에 대한 여당의 대안이 나올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소위 구성 무산에 대비해 독자적으로 새해 예산안 수정동의안을 작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치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의 ‘시간 싸움’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갈수록 4대강보다 준예산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여론이 민주당에서 등을 돌릴 것이라고 본다. 여론전에서 이기면 단독처리의 명분이 생긴다.
실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원내대표실에서 상임위에서 걸러진 예산안을 검토했다. 소위가 구성되지 않은 때는 제도가 생긴 1964년 이후 1993년뿐이다. 가장 늦게 구성된 해는 2003년으로, 12월19일에 가동됐다.
민주당도 ‘시간은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영수회담은 시간을 벌 수 있는 호재다. 정세균 대표는 “준예산은 나쁜 것이지만, 그 나쁜 준예산까지 생각할 정도로 4대강 사업은 더 나쁘다.”고 말했다. 해를 넘겨 준예산을 쓰는 게 4대강 예산의 원안 통과보다 낫다는 것으로, 시간에 밀려 섣불리 합의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한편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마스터플랜상 예산은 22조 2000억원이지만 공공기관에 부담을 전가한 비용까지 찾아낸 결과 이보다 13조 6000억원 많은 35조 8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향후 설계변경과 준설토 오염정화 비용 등을 고려하면 40조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 유지혜 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