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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회 결근 회장님·개근 회장님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린 주요그룹 회장들은 실제 경영을 어떻게 할까. 회장들도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이사회에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일부 그룹 회장들은 꼬박꼬박 해당 이사회에 참석해 눈길을 끈다. 24일 주요 그룹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 제일모직, 호텔신라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만 그동안 대부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만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을 뿐 나머지 계열사들은 상근 회장(물산)또는 비상근 이사로 등재돼 있다. 삼성측은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대한 책임은 지되 개별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소신있게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이사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이 회장이 전할 말이 있으면 이 본부장이 대신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또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회의’나 그룹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구조조정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일상적인 경영은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지만 좀처럼 이사회에 나타나지 않는다. 현대차측은 “해외출장 등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가급적 이사회에 참석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참석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주로 사전에 안건을 보고받고 결재를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현대차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정 회장은 지난 18일 기아차 이사회때는 인도 출장중이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이나 두산 박용오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동부 김준기 회장 등 대부분 그룹 총수들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반면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LG 이사회에 매번 참석한다.LG전자나 LG화학 같은 주력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지만 지주회사 경영은 그룹 회장의 몫이기 때문이다.LG관계자는 “구 회장은 매일 아침 트윈타워로 출근을 하는 등 지주회사 경영에는 전문경영인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SK 최태원 회장도 대표이사 회장인 SK㈜ 이사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할 뿐더러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회사 설명도 직접 하는 등 열심이다. SK관계자는 “최 회장은 사실상 ‘전문경영인’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출장을 제외하고는 이사회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IMF이후 정부 권유로 이뤄진 일로 이사회 출석 여부는 회장 개인의 경영스타일이나 그룹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면서 “일부에서는 이사회 불참을 문제삼지만 회장이 계열사 이사회까지 참여하면 오히려 ‘황제경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회 참석은 이사의 ‘의무’인데다 출석하지 않으면 나중에 법적인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그룹회장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이사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해외로 간 ‘악덕 성매매’

    성매매 특별법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해외 원정윤락을 알선, 금품을 갈취한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23일 유흥업소 종업원을 해외 마사지업소에 취업시켜 성매매를 알선하고 대가를 가로챈 이모(47·여)씨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해외 마사지업소 관리인 박모(3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종업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한 유흥업소 여직원 박모(34)씨 등 5명을 입건했다. 이씨 등은 2002년 10월부터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다 빚을 진 H(29)씨 등 여종업원 38명을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마사지업소에 취업시켜 성매매를 알선하고 1억 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K(27)씨 등 여성 67명을 경기 부천 일대의 유흥주점에서 일하게 하고 성매매를 알선,9억 6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선불금으로 수천만원을 빌려준 뒤 연 60%의 이자를 받아냈으며, 성매매로 걸린 질병의 치료비까지 부담시켜 사실상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또 ‘행동지침 및 약정서’와 ‘근무시 준수사항’ 등의 문서에 서명을 강요해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돈을 뜯어내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지침에는 ‘퇴근 뒤 숙소에 돌아오지 않으면 외박으로 간주, 벌금 500달러’‘휴식은 한 달에 한 번 비번을 제외하고는 불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1분이라도 지각하면 벌금 5만원’,‘무단결근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벌금 400만원’,‘손님에게 말대꾸하거나 반말하며 싸우면 벌금 30만원’,‘반항에는 벌금 50만원’ 등의 준수사항으로 벌금을 물렸다. 이들은 “지난 2002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국내 단속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해 원정윤락을 알선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윤락행위가 힘들어지자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해외에 불법 취업시켜 대가를 가로채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다른 해외 성매매 알선조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코오롱, 임금깎고 해고 최소화

    ㈜코오롱 노사가 임금 삭감을 통해 정리해고 대상자를 최소화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코오롱 노사는 1일 구미공장에서 열린 협상에서 직원 3084명 가운데 970여명(32%)을 감원하고, 지난해 생산직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14.6% 삭감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올해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종결키로 했다. 이번 협상타결은 노조측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를 줄인다는 데 의견을 모음으로써 이뤄졌다.970여명을 감원하기로 한 사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조기퇴직 우대제를 실시해 지난달 18일까지 총 871명을 퇴사시켰다. 나머지 100여명도 4일까지 조기퇴직 우대제를 통해 감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측이 지난달 18일 노동부에 제출한 정리해고 대상자는 304명에서 103명으로 줄어들었고, 이들에 대해서도 조기퇴직 우대제를 실시, 강제 해고자 수를 줄였다. 반면 노조는 결근 없는 직원들이 받는 만근수당 지급 중단과 호봉 승급 보류, 상여금 200% 삭감 등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사측은 인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징계 조치를 철회하고, 노조도 사측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 고발, 진정 등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도주땐 현상수배’ 성매매 각서 강요

    ‘500만원을 빌려주신 업주님께 감사드리며 위 금액을 상환치 않을 경우 법적처벌을 감수하겠습니다.’91명의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선불금 각서’와 ‘현상수배 동의서’ 등 모두 382장의 각종 인권유린 각서를 받은 술집 주인이 덜미를 잡혔다. 경기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25일 양평 J유흥주점 주인 김모(45·여)씨를 성매매특별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작성된 현상수배 동의서에는 “선불금을 변제하지 않고 무단으로 이탈할 경우 인권침해에 달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업소에서 벗어났을 때 ▲현상수배 ▲집 방문 및 친지·가족 면담 ▲호적등본과 주민등록 등·초본 열람 ▲다른 지역에서 업소까지 동행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김씨를 신고한 성매매 여성 이모(24)씨는 2003년 10월 김씨에게서 500만원의 선불금을 받았지만, 결근비 등 각종 명목으로 4개월 만에 빚이 1300만원까지 늘어났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31년 집배원생활 접는 박수석씨

    31년 집배원생활 접는 박수석씨

    “마음이 담긴 따뜻한 편지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섭니다.” 저물어가는 2004년과 함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조용히 무대 뒤로 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31년 동안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던 우편 배달을 마치고 29일 정년퇴임한 서울 동대문우체국 집배원 박수석(57)씨도 그렇다. ●1973년부터 사연전달 “단하루도 결근 안해” 박씨는 31년 동안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동대문구를 누볐다. 비나 눈이 오면 우편물이 젖을까 외투 품안에 우편물을 감싸안고 노심초사했고 같은 동네에서 이사간 집이 있으면 일부러 찾아가 소중한 소식을 전했다. 그는 지금도 집배원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던 1973년 5월28일을 잊지 못한다. 청량리에 있던 우체국에서 갈색 가죽가방 한가득 우편물을 담고 전농동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때 안내양이 어색한 남색 제복에 모자를 착용한 자신을 자꾸만 쳐다보는 것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박씨는 하루 8시간씩 걸어다니며 우편물을 전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군대에서 온 아들의 편지를 받고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어머니, 고향에서 올라온 부모의 쌈짓돈이 든 편지를 받고 고개 숙이며 눈물을 감추는 하숙생, 해외에서 온 친구나 가족의 소식을 받아들고 환하게 미소짓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새 다리 근육에 뭉쳤던 피로가 싹 가셨기 때문이다. ●경기불황과 인터넷 문화에 사라지는 편지 박씨는 요즘 우편물의 종류만 봐도 세상살기가 너무 각박해진 것을 알 수있다고 말했다.80년대까지만 해도 하루에 전하는 우편물 500통 남짓 가운데 80%정도는 직접 쓴 편지였다. 우편엽서에서 살가운 정이 담긴 사연을 살짝 훔쳐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요즘은 우편물의 양이 하루 800∼900통으로 늘었지만 육필편지는 10%도 채 안 된다. 대부분의 우편물이 홈쇼핑이나 백화점 광고책자, 은행이나 카드회사의 채무 독촉장, 휴대전화 고지서로 사람의 정이란 찾아볼 수 없다. 박씨는 “예전엔 우편물을 전달하면 받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우편함에서 며칠동안 찾아가지 않는 우편물을 수거하는 일이 더 많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연말 분위기도 변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기 전인 1997년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우체국에 연하장, 달력, 선물이 담긴 소포 등이 넘쳐흘러 매년 12월10일부터 이듬해 1월 10일까지 한달 동안 밤늦게까지 비상근무를 했다. 박씨는 “그때만 해도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생각에 강추위 속에 야근도 불사하고 웃으며 일했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안부를 전하는 사람이 많아 연하 우편물을 전달하는 기쁨도 사라졌다.”고 우울해했다. ●사랑 전하는 편지 써보는 것이 새해 소망 달라진 재래시장의 인심도 아쉽기만 하다. 박씨는 1982년부터 18년 동안 제기동 경동시장에 우편물을 배달했다.80년대만 해도 시장에 가면 상인들과 밝게 인사하며 음식도 같이 나눠먹던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었다. 하지만 대형 백화점과 할인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 상인들에게 전달되는 우편물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반면 상인들의 얼굴에 팬 주름은 늘어만 갔다. 박씨는 “한약상들에게 들어가는 한약업계의 우편물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상인들도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새해가 되면 ‘긴 휴가’에 들어가는 박씨는 뜻밖의 소망을 밝혔다.“각박해진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뿐이지요. 당장 저부터 이제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편지를 써 지인들에게 우편으로 부쳐볼 생각입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개인회생 첫 인가

    지난 9월23일부터 개인회생제도가 실시된 뒤 첫 인가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의 경우 연말까지 10여건이 추가로 인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부장 차한성)는 지난 17일 황모(53)씨 사건 등 3건을 인가한 데 이어 22일 2건을 인가해 모두 5건의 개인회생 사건에 대해 인가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인가결정이 내려지면 그때부터 법원에서 선임한 회생위원들의 관리하에 매월 일정금액을 변제하면서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채무자의 계획대로만 빚을 갚아나가면 채권자는 별도의 가압류나 경매조치를 취할 수 없다. 또한 60개월 이하의 변제기간 동안 충실히 빚을 갚아나가면 기간 안에 갚지 못한 나머지 빚은 면제받는다. 지난 17일 인가결정이 내려진 황씨는 1억 1000만원의 빚을 60개월동안 갚아 나가야 한다. 서울 근교에서 식당을 하던 황씨가 파산하게 된 것은 모텔업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황씨는 식당영업이 잘 안되자 지난 2000년 식당을 팔고 보증금 1억원을 안고 모텔을 인수했다. 하지만 모텔 세입자가 6개월 만에 ‘장사가 안 된다.’며 보증금을 달라고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모텔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으려 했지만 모텔은 이미 대출받은 은행에 경매로 넘어갔고 세입자에게 줄 돈은 한푼도 남지 않았다. 보증금 1억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 회사를 다니던 황씨는 채권자들이 돈을 갚지 않는다며 형사고발해 벌금 3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황씨는 “회사와 집에도 연락하지 못해 결국 무단결근으로 직장에서 해고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다시 개인회사에 다니고 있는 황씨가 한달에 받는 돈은 86만 4000원. 이중 생활비 38만여원을 뺀 47만 6000원을 매월 갚아야 한다.60개월 동안 총 2850만원을 갚는 셈이다. 나머지 빚 8150만원은 탕감받게 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신문 제14회 교통봉사상] 대상

    [서울신문 제14회 교통봉사상] 대상

    ●김진교 대전 개인택시조합 운전자 “미약하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 행복할 뿐입니다.” 제14회 교통봉사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진교씨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택시 핸들을 잡은 지난 11년 동안 교통사고줄이기와 주·정차, 교통관리 등 교통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사회의 음지를 찾아 묵묵히 나눔의 정을 실천했다. 이같은 활동으로 받은 감사패와 상장만도 30개가 넘는다.1년에 100만원씩 사회에 환원하고 있으며 보육시설 지원이나 양로원방문, 소년·소녀가장돕기 등의 활동도 남몰래 펼치고 있다. 김씨는 손님이 타면 가장 먼저 명함부터 건넨다. 승객을 안심시키는 노하우다. 그로 인해 물건이나 현금을 놓고 내린 손님들의 전화가 잇따른다. 수백만원의 현금에서 아기 분유, 제사 준비 음식 등 다양한 현금과 물품을 찾아주기도 했다. 노인 승객에게는 요금을 절반만 받는다. 특히 외딴 시골길을 걷는 아이나 장애아들은 공짜로 태워준다. 어릴 적 고향인 강원 삼척에서 50리,70리 길을 걸었던 고생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남전과 울진·삼척 무장공비 소탕작전 등에 참가한 육군 대위 출신인 김씨는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택시 핸들을 잡았다. 입사 후 2002년 퇴직 때까지 8년여 동안 무결근 기록을 남겼다.2000년에는 오토바이의 위험성을 들어 ‘오토바이 1인 승차’ 법 개정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씨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세상속으로] 성매매금지 50일 집창촌 표정

    [세상속으로] 성매매금지 50일 집창촌 표정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지 두 달 남짓 지났다. 강력한 단속을 지켜보며 “한동안 그러다 말겠지.”하던 성매매여성들의 ‘기대’는 깨졌고, 지난달 7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2800여명이 참여한 초유의 집회도 있었다. 이제 “성매매를 인정하라.”던 목소리조차 잦아들고 있는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모습을 추적해 봤다. ●국회 앞 25일째 단식농성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옛 한나라당사 앞. 한터전국연합 소속 12개 지역 집창촌 대표 7명이 2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작할 때는 15명이었지만 건강이 악화되면서 하나 둘 떠나가고 이들만 남았다. 처음엔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했지만 이제는 세상의 멸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조차 귀찮을 만큼 기력이 떨어진 채 이불 한 장으로 찬 바람을 막으며 천막 안에 누워 있다. 명희(28)씨는 “여기서 죽으나 가게에서 굶어죽으나 마찬가지”라면서 “하긴 내가 이러다 죽는다 해도 누가 거들떠나 보겠느냐.”며 돌아누웠다. 얼마 전 심한 두통으로 병원에 실려갔던 막내 지수(24)씨는 “춥고 배고픈 것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더욱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다른 길을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막막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가영(26)씨는 “미용 학원을 몇달 다녀 일자리를 얻어도 ‘시다’ 월급은 40만원이라더라.”면서 “솔직히 한달에 수백만원씩 벌다 40만원으로 살 자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와 여성단체에 대한 불만도 여전했다. 김모(31)씨는 “스웨덴에서는 성매매여성 한 사람에 7년을 투자해 상담·치료·사회 적응을 돕는다고 들었다.”면서 “준비도 안돼 있으면서 무조건 ‘거기서 나와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 집창촌의 자체 조사 결과 집으로 돌아가거나 쉼터로 간 여성이 각각 5% 정도, 음성적 성매매에 뛰어든 여성이 20%, 해외로 나간 여성이 20%, 나머지 50%는 업소에 남아 있다. 이야기 도중 영등포구청 직원이 천막에 ‘불법 건조물이므로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할 것’이라는 노란 딱지를 붙이고 가자 이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루 손님 1∼2명 서울 ‘청량리 588’에서 버티던 여성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이다. 김모(24)씨는 “손님이 없어 1주일 전부터 친구 집에 얹혀 밥만 축내고 있을 뿐 뚜렷한 계획은 없다.”면서 “몇달 전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그는 내가 성매매여성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모(27)씨는 1주일 전 완전히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백만원 남아 있던 선불금은 한 손님이 갚아줬다. 아직 영업을 하는 여성도 있었다. 이모(25)씨는 “잘하면 하루 한 건이고 아예 없는 날도 많다.”면서 “그냥 집으로 갈까 학원을 다닐까 생각은 많지만 당장 ‘왜 돈을 안 부치느냐.’는 가족의 성화에 짜증만 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쉼터에서 새 생활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지난달 중순 ‘탈출’해 쉼터에서 자활교육을 받고 있는 A(24)씨는 “쉼터를 찾아오기가 너무 두려워 아침부터 소주를 들이켰다.”면서 “집에 알리겠다, 끝까지 쫓아다닌다 하는 업주의 협박에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편안하다.”고 요즘의 생활을 전했다. 그는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나 단식농성에 대해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의도 집회 전에 ‘자율정화위원회’에서 공문이 내려왔고, 한 업소에서 몇 명이 나가야 한다는 내용까지 씌어 있었다.”면서 “집회에 가지 않으면 결근비를 물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간 여성이 상당수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초단위로 시간을 재가면서 드레스를 벗는 동시에 신발을 들고 문 밖으로 뛰어나가는 연습을 하며 몰래 영업을 했다.”면서 “경찰의 단속도 수박 겉핥기”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아직 무엇을 배울지 생각하고 있는 단계지만 요리사, 사회복지사, 경찰공무원 등의 꿈을 쌓아가고 있는 쉼터 동료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면서 “예전처럼 돈 때문에 나 자신을 괴롭히며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법절차 문제, 행자부장관 고발”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

    “법절차 문제, 행자부장관 고발”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

    김영길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총파업 참가자에 대한 파면·해임 등 중징계는 법을 넘어선 폭거”라며 “법정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속전속결식 징계에 대해 “법 절차에 문제가 있는 만큼 행자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전공노 파업과 관련, 수배된 이후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면 등 중징계가 속출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성을 잃었다.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의한 이같은 무더기 중징계 사태는 있을 수 없다. 징계는 지방자치단체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징계를 안하면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법을 넘어선 폭거다. 일반 사법제도도 3심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처럼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법절차상 문제가 있는 만큼 세부적인 자료를 준비해 행자부 장관을 고발하겠다. 소송으로 가면 이길 수 있다고 보나.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하루 결근을 했다고 해서 파면하는 것이 과연 맞는 기준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이번 파업은 실정법상의 문제를 뛰어 넘어 행위의 정당성을 가진 투쟁이다. 파업 재개하나. -조직역량을 가지고 계산해봐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내에 재파업을 조직해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총파업 투쟁이 언론에서는 다 끝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이 싸움은 단순히 요구나 외치고 끝낼 싸움이 아니다. 완전한 노동3권 쟁취 등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다. 노동계와 연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가겠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막막했지만 이젠 사는맛 나요”

    “처음에는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조금씩 배워가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이구나 느꼈습니다.” 성매매에서 벗어나 쉼터에서 살고 있는 여성 11명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다시함께센터를 비롯한 자활지원 단체가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용기있게 나선 이들은 “정보가 부족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매매 시절의 비참했던 생활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다 올 7월 쉼터에 입소한 A(24)씨는 “업주의 등쌀에 시달리며 하루 2시간 밖에 자지못하고 일하다 단속이 떴다는 불이 들어오면 무조건 콘돔부터 집어삼켰다.”고 진저리를 쳤다. 회사원이었다는 C(29)씨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손님이 원하면 거부라는 것이 없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미아리에서 나온 D(24)씨는 “집회를 할 때는 한 업소에 몇명 하는 식으로 공문이 왔다.”면서 “참석 안하면 결근비와 벌금을 물렸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처음엔 성매매를 그만두는 것이 두렵고 막막했지만, 자활 교육을 받으며 새 삶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A씨는 “나도 한 인간이며 여성이고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후회했다.”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니 다른 친구들도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전공노파업] 파업 첫 날 이모저모

    [전공노파업] 파업 첫 날 이모저모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총파업 첫날인 15일 대다수 조합원들이 파업에 불참, 행정공백은 빚어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 상당수 관공서에서는 오전에 결근을 했던 일부 조합원들이 오후부터 업무에 복귀해 업무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전공노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맞서 서울 시내 대학을 옮겨 다니면서 산개투쟁을 벌였다. 또 파업 참여율이 높은 일부 구청 등은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조합원 500여명 한양대서 기습시위 전공노 조합원 5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 한양대에 기습 진입해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경찰이 진입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집결 30분 만에 뒷산을 이용, 학교를 빠져 나갔다. 경찰은 학교 주변에 전경 12개 중대를 배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전공노 지도부들의 얼굴사진과 통행자들의 얼굴을 대조하는 등 주요 진입로에서 검문검색을 벌였다. 전공노 전용해 대변인은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하루 2차례 정도 산개 및 재집결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느긋한 분위기 서울시는 파업 참가율이 매우 낮아 우려했던 업무에 차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느긋한 분위기다. 서울시는 60여명만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연희 서울시 행정국장은 이와관련,“파업 참가자가 적어 업무 차질이 거의 없다.”면서 “주동자와 단순 가담자를 구분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각 구청의 파업 참가율도 극히 저조했다. 강북구청의 경우 전공노 조합원 756명 가운데 간부급 20여명만이 연가원을 내고 파업에 참가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의원을 중심으로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업무공백은 없었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선 73% 파업 참가 구청장이 민주노동당 소속인 울산 동·북구 가운데 동구는 파업 첫날 조합원 428명 가운데 73%인 312명이 파업에 참여해 통제 불능이었다. 특히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민원실과 동사무소에서는 공익근무요원과 5급 이상 공무원들이 근무를 했지만 시민 불편이 컸다. 일부 민원실과 동사무소에서는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양해를 구하고 해당 민원인을 돌려 보내기도 했다. ●문자메시지로 ‘지침’ 내려보내 전공노 지도부는 집회장소나 향후 투쟁방향 등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했다. 상황이 바뀔 때마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 ×××대학으로 집결’ ‘경찰 급습, 산개하여 대기’ 등의 지침을 내려 보냈다. 이같은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산개투쟁은 지난해 7월 철도노조가 일사불란하게 산개 총파업을 벌였을 때 효과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괴산선 일용직 투입 민원 처리 충북 괴산군에서는 전체 공무원 577명 중 23.4%인 135명이 한때 파업에 참가했다. 군은 행정 공백으로 인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민원실에 일용직 등 10명을 투입, 민원 업무를 처리토록 했다. 정리 강충식기자·전국 chungsik@seoul.co.kr
  • 정부 “무단결근한 공무원도 즉시 중징계”

    정부 “무단결근한 공무원도 즉시 중징계”

    전공노의 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공직배제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노가 1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승규 법무, 김대환 노동, 허성관 행자부 장관 등 3명은 14일 노동관계 장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공노의 불법 집단행위는 국기문란과 국가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참가 공무원은 물론 이를 소홀히 관리한 기관장에 대해서도 법령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공노의 이번 파업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 무단결근한 사람은 파업 참가자로 간주해 즉시 중징계 조치토록 했다. 아울러 징계위원회도 매일 개최할 수 있도록 사전 소집절차를 이행토록 했다. 집단으로 연가나 MT 등을 신청할 경우엔 불법 집단행위로 간주해 처벌토록 했다. 반면 파업을 하루 앞둔 전공노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투쟁의 고삐를 힘껏 조였다. 하지만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입장이 변하지 않는 데다 여론도 좋지 않자 파업돌입과 함께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공노 이병관 조직국장이 “단체행동권을 전제로 정부가 대화 테이블에 나온다면 파업을 풀고 즉각 현장에 복귀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파업은 길어질 수밖에 없고, 행정공백에 따른 국민 불편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공노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순태 여론국장은 “이번 파업은 상경투쟁과 현장투쟁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14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보건, 상·하수도, 청소분야 등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2만명을 제외한 12만명이 파업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이중 2만명은 상경투쟁,10만명은 현장투쟁(비출근)에 나설 계획이다. 전공노는 상경·현장투쟁은 김영길 위원장의 파업 중단 및 복귀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계속된다고 밝혔다. 한편 총파업 전야제를 강행한 전공노가 경찰과 충돌 직전 자진 해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전공노 지도부는 정부가 원천봉쇄하겠다던 전야제를 치른 마당에 무리하게 경찰과 충돌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충돌로 파업 지도부나 노조원들이 연행되면 파업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면 충돌보다는 흩어져 싸우는 산개투쟁 쪽이 향후 파업 국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더욱 효율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정부가 막았던 전야제도 성공적으로 끝냈고, 지도부 등 파업 동력도 잃지 않았다.”면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찰의 생각은 다르다. 전공노 지도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노조원들의 참여율이 낮은 데다 심야 경찰력 투입설까지 나도는 등 정부 방침이 워낙 강경해 한 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최용규 조덕현 유영규기자 ykchoi@seoul.co.kr
  • [Doctor & Disease]조은병원 도은식 박사

    [Doctor & Disease]조은병원 도은식 박사

    “만성요통은 한마디로 개인의 삶을 주저앉히는 질환입니다.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고요.”그는 진지하게 말을 시작했다.“축구 경기를 예로 듭시다.아무리 골을 넣으려 해도 미드필더,즉 허리에서 공이 오지 않으면 그 경기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또 골키퍼가 아무리 골을 주지 않으려 해도 미드필더가 제 역할을 못하면 속수무책입니다.그 경기 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거지요.인체의 허리는 그런 역할을 하는데,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삶이 송두리째 삐걱이고 비틀거리게 되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허리통증 6개월 이상 계속되면 만성요통 척추관절을 전문으로 다루는 조은병원 도은식(47) 박사는 만성요통의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요통환자가 1만명을 헤아릴 만큼 수많은 임상 사례를 축적했지만 여전히 그는 조심스럽고 진지했다.“이건 디스크하고는 전혀 다른 기전을 갖습니다.원인이 복잡하고,그래서 치료 경로도 다양합니다.오죽하면 의사들조차 환자에게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냥 운동이나 하면서 지내보라.’고 하겠습니까.” 만성요통이란 어떤 질환인가. -골반과 척추를 아우르는 허리 부위에 나타난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요통으로 구분한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이게 암이나 교통사고처럼 당장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는 아니다.그러나 삶의 질을 이처럼 제약하는 질환도 드물다.원인이 너무 많아 진단과 치료도 쉽지 않다.여기에다 최근의 급속한 노령화,30∼40대 젊은 환자 증가 추세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실제로 우리의 경우 전 인구의 80%가 평생 1회 이상 요통을 경험하며,미국에서는 45세 미만자의 병원 입원요인 중 2번째를 차지할 정도다. ●운동부족·비만 등 탓 발병 많이 늘어 그는 이제 만성요통을 국가적인 노동력 유지 차원에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근 정부기관 조사 결과 우리 근로자들의 휴직이나 결근 원인의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났습니다.특히 최근에 젊은 요통환자들이 느는 추세여서 이런 통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당연히 국가적인 생산성과 노동력 관리라는 관점에서 사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거지요.” 최근의 발병 추세는 어떤가. -많이 늘고 있다.운동 부족,비만,노령화 등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경향은 과거의 경우 결핵성 등 염증성 척추질환이 많았으나 요새는 디스크내장증 등 고령화를 반영한 유형이 많다. 원인도 함께 짚어달라. -앞서 거론했듯 원인은 많다.가장 많은 건 디스크나 척추관절이 노후해서 생기는 디스크내장증(퇴행성 디스크)이다.또 불안정성 등 척추 관절 이상,척추의 골격이 부서지는 추체골절,척추근육의 약화 등 이른바 척추관절증후군도 사례가 많은 원인에 해당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척추관절증후군의 경우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등을 구부려 세수를 한 뒤에 허리를 펴기가 어렵다.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자세를 바꾸려고 하면 더 아프지만 적당히 몸을 움직인 오후 무렵이면 통증이 가시는 것이 특징이다.디스크내장증은 앉아 있기가 힘들고 오래 서있어도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온다.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지 못하지만 누워서 체중 부하를 줄여주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예전에는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이 기본검사다.디스크내장증은 더러 척추 부위에 특수약물을 넣고 사진을 찍어 판독하는 조영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치료시기 놓치는 경우 많아 안타까워 도 박사는 세간의 오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흔히 척추질환으로 병원 가면 수술부터 하라고 하고,수술해도 재발이 잦다고들 하는데,그건 옛날 얘깁니다.제 경우 수술률이 10%를 넘지 않으며,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률도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문제는 주변에 사술(詐術)이 많아 환자들이 적기를 놓친 뒤 병원을 찾는다는 겁니다.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병증을 키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정말 딱한 생각이 들죠.사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진단만 되면 절반은 치료가 됐다고 봐도 된다.원인을 알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는 척추관절증후군의 경우 간편하고 통증이나 합병증이 없는 레이저 척추관절신경치료가 예후가 좋다.내 경우 90% 이상 성공률을 보인다.병증에 따라 관절차단술이나 신경파괴술을 적용하기도 한다.디스크내장증은 특수 열선을 디스크에 삽입해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을 제거하는 열치료술이 제격이다.이런 최소침습적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인공보형물을 삽입하거나 시멘트,나사 등으로 골격을 잡아주는 수술적 치료를 한다. 각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레이저치료나 열치료술 같은 최소침습적 치료는 첨단 치료법이자 척추관절 치료에 있어 하나의 큰 흐름으로,장점이 많다.레이저치료의 경우 92%,열치료는 낮게 잡아도 85% 정도 만족도를 보인다. ●물리치료보다 운동이 더 좋아 그는 ‘요통을 극복하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운동’이라며 이렇게 충고했다.“선진국에서는 물리치료보다 일상적인 운동을 더욱 중요한 치료법으로 인식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즉발성 치료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만성요통도 치료에만 의존하려 하지 말고 적절한 운동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도은식 박사는 △고려대의대·영남대의대 외래 부교수△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에모리척추센터 교환교수 및 연구원△미국 피닉스BNI척추센터 및 애틀랜타 셰퍼드척추센터 연수△미국 플로리다대학 메덱스 재활코스 및 부치 하몬 골프건강코스 이수△대한신경외과학회 회원△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이사△대한 미세침습척추외과학회 상임이사△국제 레이저 및 근골격학회 회원
  • “가게 마련때까지 숨어서 영업할 것”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회가 내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지금도 나쁜 거니까 하지 말라는 식일 뿐 우리에게 도움되는 생계대책은 없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588’의 한 업소에서 만난 김모(24·여)씨는 대뜸 불만부터 털어놨다. 김씨가 처음 성매매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5년 전. 어려서부터 가정불화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다가 어머니마저 중학교 때 세상을 떠났다.김씨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자 언니들과 살던 셋방 전세금을 빼내 가겠다며 아버지가 나타났다.공무원이던 아버지는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든 알아서 하라.”며 방을 빼버렸고,김씨는 원치 않는 ‘가출’을 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간 곳이 충남 온양에 있는 티켓다방.아버지를 향한 미움과 원망을 안고,돈을 벌자고 시작했지만 지각·결근 등 갖은 명목의 벌금에 빚만 800만원을 지고 천안의 한 술집으로 옮겼다.그곳에서 비싼 옷값 등을 감당하지 못해 빚은 2000만원으로 불었다. 김씨는 빚에 시달리다 결국 도망치다시피 평택의 집창촌으로 들어갔다.‘집장촌까지는 가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도움을 요청할 곳도,‘탈출구’도 없었다.악착같이 벌어 그곳에서 빚을 다 갚고 지난 4월 청량리로 옮겨 왔다. 김씨는 “티켓다방처럼 정작 감금이나 착취가 심한 곳은 지금도 제대로 단속을 못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그곳 피해자들을 구해낼 의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김씨는 “올초 평택에 있을 때만 해도 한집당 몇백만원씩 경찰에 상납하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후회는 되지만 여기서 인생을 끝낼 생각은 없다.”면서 “작은 가게 하나 차릴 만큼만 벌어서 나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그러면서도 “솔직히 한달에 몇백만원씩 벌던 돈맛을 잊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 당분간은 지하로 숨어서 은밀하게 영업하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자활 프로그램과 지원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묻는 김씨.그는 “몇년 정도 유예기간을 주고 기술을 배우거나 자활프로그램을 병행할 수 있게 해준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책마련을 하소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마약음료 먹여 ‘중독’ 손님취향 성형 강요

    지난 1999년 서울 미아리에 있는 성매매업소를 탈출한 이모(21·여)씨는 이틀만에 붙잡히는 바람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폭행당했다.업주가 “이걸 마시면 나을 것”이라며 권하는 음료를 마신 이씨는 이후 폭행을 당할 때마다 이 음료로 통증을 달랬다.얼마 뒤 업주는 이씨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이씨가 마신 것은 진통제가 아니라 필로폰이었다는 것이다.이씨는 3년 뒤 가까스로 이 업소를 도망나왔지만,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는 금단현상에 괴로워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결국 티켓다방을 다시 찾았다. ●성매매 피해여성들 ‘지옥생활’ 성구매 남성과 성매매알선자의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한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이 23일부터 시행된다.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대체하는 이 법으로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지는 피해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 성매매행위를 엄중히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법 시행을 꼭 1주일 앞둔 16일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단속보다도 업주와 성구매자로부터 받은 학대와 모욕,성매매로 얻은 질병 등이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지원센터 ‘다시함께센터’를 찾은 피해여성들의 절박한 하소연을 들어봤다. ●피임기구 사용막아 성병감염 예사 다시함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을 연 뒤 접수된 상담건수는 모두 6018건이다.센터를 찾은 피해여성의 상당수는 잦은 유산과 성관계 등으로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서울 7곳의 지원센터와 쉼터에는 60∼80명의 여성이 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잦은 폭행으로 집을 나와 성매매업소에 들어간 김모(21·여)씨는 “임신하면 업주가 조산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게 했다.”면서 “결근비가 하루에 몇십만원이라 유산을 한 다음날도 손님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사기를 당해 일본의 업소로 넘겨졌던 장모(24·여)씨는 “마담이 손님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얼굴을 고치지 않으면 ‘살벌한 곳’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억지로 눈과 코를 성형수술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피해 여성들은 성매매만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다.업주들은 여성들을 몸종 부리듯 온갖 잡일에 동원하면서도 인간적인 대우는 전혀 해주지 않았다. 생활고로 섬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모(24·여)씨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업주의 집안 일은 물론이고 업주 아들의 학부모 급식당번에 조상 산소 벌초까지 대신했다.”면서 “여름에는 물값이 많이 나온다고 거머리가 우글거리는 우물물로 목욕을 하게 했다.”고 치를 떨었다. 단속이 심해지고 남성용 피임기구인 콘돔이 불법 성매매의 증거품이 되는 일이 잦아지자,업주들은 성매매여성 보호를 위해 콘돔을 사용한다는 암묵적인 룰마저 깨고 있다.이에 따라 피해여성들은 임신과 유산,성병 감염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보다 재활이 우선돼야” 한목소리 강릉의 룸살롱에서 성매매를 하다 매독에 감염된 신모(25·여)씨는 “업주가 ‘2차(성매매)에 나가 콘돔을 쓰다 단속에 걸리면 입장이 서로 난처해진다.’며 콘돔을 사용하려면 손님 술값을 다 우리보고 물라고 했다.”면서 “병에 걸린 손님이든 아니든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단속을 넘어 피해여성들의 재활을 위한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유영님(51·여) 공동대표는 “질병치료와 자활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는 성과만 재촉한다.”면서 “피해여성들이 능력을 계발하고 자기애를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다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깔깔깔]

    ●미운 상사 약올리기 *프로젝트 마감 전날 아프다며 입원해 버린다. 어쩌겠는가. 결국 펑크 난 것은 상사가 막아야 한다. 고생 좀 해보라지. *술을 엄청 먹여 다음 날 지각하게 만든다. 운 좋으면 결근시킬 수도 있다. *술 먹고 인사불성된 상사를 택시에 태운 뒤 행선지로 엉뚱한 동네이름을 댄다. 다음날 택시 기사가 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상사가 큰 거 보러 화장실 갔을 때 따라가서 계속 노크한다. 불안해서 볼일을 제대로 못 보게 하는 것.치사하지만 잔 재미는 크다. *정수기 물이 아닌 수돗물로 냉차를 타준다. 이것저것 할 용기가 없는 소심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이직한 후 다시 스카우트되어 그 상사 위로 입사한다. 성공하는 수밖에 없다. 상사보다 더욱 높은 자리로 올라가 그를 눌러주는 것. 참으로 발전적인 인생관이 아닐 수 없다.
  • [다음네티즌이 꼽은 서울신문] 파산자 카페 ‘희망가’

    |서울신문 이재훈기자|“저는 인터넷 쇼핑몰의 분양사기를 당해 파산했습니다.빚 6억원을 모두 면책받았습니다.우리가 잘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죽음을 선택하거나 숨어 살 정도로 죄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우리 희망을 가집시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국집.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파산카페 회원 20여명이 ‘선배’의 경험담을 듣고 있었다. 회사원 이영선(가명·26·여)씨는 부모가 파산 위기에 있다.이씨의 아버지(60)는 36년 동안 결근 한번 없이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사람을 너무 믿어 3차례나 보증을 선 끝에 1억원의 빚을 졌다.50대에 간신히 장만한 집은 5년만에 경매로 넘어갔다.어머니(56)는 친척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가 빚을 졌다. 이씨는 회원들 앞에서 “두 분이 외가에 얹혀 살며 추심원 전화에 오금을 못펴는 모습이 불쌍하다.”면서 “파산이라도 신청해 두 분을 지옥에서 구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그러자 회원들의 동병상련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개인 실책이 많아 완전면책이 힘들지 모르니 꼼꼼하게 준비하라.”는 충고부터 “하루빨리 파산을 신청해 두 분을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라.”고 걱정도 나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서울신문(http:///www.seoul.co.kr)으로 ■ 100자 의견 ●신용불량자,왜 정부에 생떼? 은아님 제발 자신 탓 좀 해보시오.내 탓이오,내 탓이오…. ●자기 탓이라고 자꾸 그러시는데… Ekah님 아버지 사업 부도로 이렇게 됐습니다.낭비?함부로 말하지 마세요.곰팡이와 습기가 가득한 지하방에서 눈물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젠장…. ●함께 사는 사회… 라나다님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아프리카도 북한 동포도 지원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내의 시민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또다른 희망… 푸른벌레님 개인 파산은 이 세상과 등지고 살거나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경제적 활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가서 자기 몫을 다시 해내는 구성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정확하게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love님 우리 같이 성실한 서민들은 돈이 없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 우리만 손해 아닙니까?모든 것을 면책해주면 그돈을 메우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 아닙니까? ●파산하신 분들… besthosp님 파산자에겐 정책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입니다.일을 할 수만 있다면 희망은 있는 것이지요. ●판사님이 다 알아서 잘 하십니다 잘살아보세님 아무나 파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파산은 정말 자살 직전에 하는 것입니다.말 그대로 오죽하면 파산하겠습니까….정말 답답한 사람들 많네…. ●마치 파산이 양질의 탈출구인양 미화 꿈이큰이님 파산결정 후 거주지를 마음대로 옮기지도 못하는 거주제한을 받는다.도덕적 해이는 기자들이 만들고 있다.
  • [파산, 그 이후] “살길은 있다”…파산자 카페 ‘희망가’

    [파산, 그 이후] “살길은 있다”…파산자 카페 ‘희망가’

    “저는 인터넷 쇼핑몰의 분양사기를 당해 파산했습니다.빚 6억원을 모두 면책받았습니다.우리가 잘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죽음을 선택하거나 숨어 살 정도로 죄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우리 희망을 가집시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국집.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파산카페 회원 20여명이 ‘선배’의 경험담을 듣고 있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돼도 우체국 거래는 가능하다.’,‘완전면책을 받으면 연대보증인 보증채무도 사라진다.’는 등 직접 체득한 정보를 설명했다.모두가 신용불량자로 파산 신청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회원들은 초등학생처럼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질문을 퍼부었다.그들은 직접 체득한 생생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아픈 마음 나누는 동병상련 회사원 이영선(가명·26·여)씨는 부모가 파산 위기에 있다.그의 아버지(60)는 36년동안 결근 한번 없이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사람을 너무 믿어 3차례나 보증을 선 끝에 1억원의 빚을 졌다.50대에 간신히 장만한 집은 5년만에 경매로 넘어갔다.어머니(56)는 친척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가 빚을 졌다.이씨는 회원들 앞에서 “두 분이 외가에 얹혀 살며 추심원 전화에 오금을 못 펴는 모습이 불쌍하다.”면서 “파산이라도 신청해 두 분을 지옥에서 구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그러자 회원들의 동병상련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개인 실책이 많아 완전면책이 힘들지 모르니 꼼꼼하게 준비하라.”는 충고부터 “하루빨리 파산을 신청해 두 분을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라.”고 걱정도 나눴다. ●상처,눈물…희망이라도 나누자 울산에서 올라온 정진화(가명·29·여)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언니가 선 보증과 카드빚을 갚으려 다단계 판매에 뛰어들었다.정씨는 “지난해 카드 빚이 1억 3000만원이라는 고지서를 받아보고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면서 “우연히 알게 된 파산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곁에 있던 양정석(가명·35)씨가 “다단계 빚은 진화씨 책임이라 면책이 어려울 것”이라고 한마디 거들자,정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안양에 사는 주부 강지선(가명·34·여)씨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마지막 희망을 그렇게 짓밟으면 안 된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예비파산자’우리도 전문가 파산 관련 서류를 들고 온 사람도 많았다.회사원 강지석(가명·28)씨는 파산신청서를 들고 와 자문을 구했다.강씨는 “변호사 수임료 100만원이 없어 직접 파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파산을 선고받고 면책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김태현(가명·44)씨는 “신청서에 처지를 과장하지 말고 심경을 진실하게 써야 하며 채무는 빠트리지 말고 모두 기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수첩에 받아적던 강씨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격으로 이 자리의 회원들이 진짜 전문가”라며 정보를 얻기에 분주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신용회복 지원 4개제도 운용 개인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한 지원 제도는 크게 4가지가 있다. ●개인회생제도 오는 9월23일부터 시행되는 일종의 개인 법정관리제도이다.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신용불량자를 구제한다.정기 소득이 있는 사람이 7년동안 빚을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는다.개인 워크아웃제가 신협에서 빌린 돈이나 사채 돈을 구제하지 않는 데 반해 모든 채무를 포괄적으로 구제한다. ●개인워크아웃 신용불량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된 채무자에게 상환 기간의 연장,분할상환,이자율 조정,변제기 유예,채무 감면 등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경제적 재기를 돕는다.채무액이 적으면 상환조건을 조절할 수 있고 보증 채무도 사라지지만,채무액이 3억원으로 제한되어 있고 신청요건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다. ●배드뱅크 채무자가 장기·저리로 신규 대출을 받아 채권기관에 빚을 변제하고,채권기관은 채무자에 대한 신용불량등록을 해제한다. 까다로운 소득증빙 요건이 없고 즉시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한시적으로 운용되는 데다,원금의 3%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해 부담이 크다. ●개인파산제도 채무자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을 때 법원이 그 경위를 심리한 뒤 면책 선고로 빚을 탕감한다.조세 채무를 제외하고 모든 책임이 소멸되며 신분과 자격 제한도 사라진다.다만 공무원,변호사,공인회계사,사립학교 교원,의사,약사 등이 될 수 없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면책땐 공직생활 가능 파산은 모든 채무를 벗을 수 있는 면책의 필수적인 사전 절차이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파산으로 불이익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꺼려한다.파산이란 말만 들어도 겁나게 하는 ‘카더라’는 식의 이야기는 사실 상당부분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파산을 하면 호적에 빨간 줄이 가나? -호적에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올라가지 않는다.음주운전 전과기록이 호적에 기재되지 않는 것과 똑같다.다만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의 명부가 따로 있어 신원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파산선고 사실이 나온다. 하지만 완전 면책을 받으면 본적지에 통보하지 않으며,기록이 있어도 10년이 지나 복권되면 말소된다.또 형사 관련 일반조회에서는 파산과 면책 흔적이 남지 않는다. 파산은 가족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며 면책을 받으면 공무원이 되는 데도 지장은 없다. 파산을 하면 은행이나 신용거래가 불가능한가? -파산자의 신용거래는 신용불량자와 같다.지급정지를 당하고 거래하던 은행의 통장에서 돈을 찾을 수 없다.그러나 면책받은 뒤 채권기관에 내용증명을 보내 신용불량 해지 신청을 하면 신용거래법에 따라 정상거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해지 뒤에도 기록을 일정기간 갖고 있는 채권기관이 대부분이라 본인 명의로 신용거래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상적인 금융 거래까지는 통상 몇 년이 소요된다. 카드가 연체되면 지명수배나 형사고소되나? -연체로 형사처벌이나 지명수배까지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형사처벌을 받으려면 채무자가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목적으로 대출받고 고의로 연체하거나,대출받은 뒤 한 차례도 갚지 않거나,채권자를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카드깡’은 구제가 안 되나? -카드깡은 면책을 가로막는 사유가 된다.파산법 제367조 2항은 ‘파산의 선고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현저하게 불이익한 조건으로 채무를 부담하거나 신용거래로 인하여 상품을 구입하여 현저히 불이익한 조건으로 이를 처분하는 행위’를 과태파산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액이 적을 때는 판사가 무시하기도 한다.판사가 재량면책 권한을 행사하여 일부 면책을 승인하기도 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전문가가 말하는 ‘파산의 조건’ 파산하면 면책을 받아도 재기가 쉽지 않다.전문가들은 파산을 ‘죄와 벌’이라는 전근대적인 인과응보로 보는 데서 벗어나 채무자들의 경제적 재기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종학(경실련 정책위원) 경원대 교수는 “미국은 경제적 회생 여부가 파산의 가장 중요한 선고 기준이지만 우리는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만 따진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청산가치를 따져 처분했듯 개인파산도 새출발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현 국회 입법정보연구관은 “면책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없도록 미국과 같은 ‘오토매틱 스테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파산자의 새 출발을 위해 파산면제 재산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 채권기관의 무분별한 대출이나 카드발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병서 중앙대 법대 교수는 “파산선고를 받으면 30일 이내에 다시 면책신청을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합쳐 파산과 동시에 면책을 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그는 “법적으로 ‘낭비’는 면책의 불허가 사유이지만 그 기준이 명확치 않다.”면서 “과거의 낭비가 지금은 레저 개념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배드뱅크도 실제로는 원금탕감 없이 빚을 모두 받아내고 있다.”면서 “채권자와 채무자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버스운전 25년 이순학 씨

    버스운전 25년 이순학 씨

    “따로 할 만한 다른 직업이 없어서 25년 동안 1번을 지켰을 뿐입니다.이 노선은 운행하기 힘든데 제가 고집했고,한 번도 결근을 안했어요.” ●결근 한 번 없는 ‘최우수 직원’ 지난 1일부터 서울시의 새 대중교통체계에 따라 신설된 지선노선 1020번 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 이순학(62)씨.이씨는 지난 1980년 10월부터 정릉에서 방배동을 오가는 시내버스 1번을 가장 오래 몰았다.지난 1일 새 노선체계가 탄생하기 전까지 1번 버스는 현역 노선 가운데 최고참 노선이었다. “사실 1번 노선은 한강대교를 건너던 다른 노선인데 지난 1990년쯤 승객이 줄어들자 1-1번이 1번을 대체했어요.” 1번 노선은 동대문운동장까지 왕복하는 1014번과 숭인동행 1013번,상월곡역까지 운행되는 1113·1114번으로 나뉘어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졌다.최고참 운전기사인 이씨는 회사측의 배려로 비교적 운행이 쉬운 1020번에 배치됐다.1020번은 정릉에서 출발해 상명대를 거쳐 효자동,조계사,교보문고를 돈다. ●1회 운행에 5시간 걸리기도 1번 노선은 1회 운행하는데 3∼4시간 많게는 5시간까지 걸려 쉴 틈이 없었다.반면 1020번은 운행시간이 많아야 1시간 반 정도여서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원래 개인택시를 몰던 이씨는 간혹 운행을 빼먹는 등 나태해지자 버스운전을 선택했다. “안내양이 있던 만원 버스 시절에는 차를 험하게 몰아 공간을 만들었어요.이것을 ‘후리’라고 합니다.물론 승객들은 욕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을 더 태울 수 있어요.” 운전기사와 안내양이 하루 종일 붙어 일하는 단짝이라 결혼한 커플도 많았고,더러 바람나 이혼한 사람도 있었단다.아무래도 매일 부대끼다 보니 정이 든다고 했다. “새 교통카드시스템은 체크가 안된다고 항의하는 손님들이 많아요.아직은 운전기사나 승객 모두 새 기계에 대해 잘 모르는데 전용차로제를 포함해 익숙해지면 나아질 거예요.” ●신교통카드 시스템 항의 잦아 사반세기 동안 이씨가 겪은 교통사고는 단 두번.지난 89년 승객이 차안에서 넘어지면서 발생한 전치 2주의 안전사고와 지난해 5월 갑자기 끼어든 오토바이와 부딪힌 접촉사고이다.모범에 가까운 운행기록인데 이씨는 안전운전의 비결을 서두르지 않는 마음가짐과 속도 유지를 꼽았다. “전에는 버스에 난방시설이 없는데다 엔진이 앞에 붙어서 여름에는 운전석이 그야말로 찜통이었어요.반대로 겨울에는 너무 추워 운전석 바닥에 가마니를 깔았죠.” ●교통체증땐 ‘생리작용’ 고통 교통체증에 갇혀 4번 돌아야 하는 시간에 고작 1번만 순회한 적도 있다.사당고가도로를 완공할 때는 불과 200∼300m 거리를 1시간에 간 적도 있다.이러다 보니 화장실에 가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근무지 무단이탈을 한다. “껌종이를 말아 회수권으로 속이는 학생이나 십원짜리 몇 개만 내고 요금을 지불했다는 사람,그냥 탄 다음에 딴청부리는 노인 등 양심불량의 승객들이 있었어요.사실 운전기사들은 속였는지 아닌지 금방 알죠.” 이미 정년은 넘은 것 같다는 이씨는 회사가 배려해 준다면 앞으로 5∼6년은 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성매매’ 여수해경서장 직위해제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해경간부와 대학교수,병원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매매 사실을 폭로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전남 여수 해양경찰서 문모(57) 총경이 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6일 직위해제됐다. 이에 앞서 전남 여수시 여서동의 H단란주점 여종업원 S(26)씨 등 8명은 이날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주·전남 여성단체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이들은 성매매 인사들의 명단을 밝히고 “업소에 온 사람들은 퇴폐나 변태적인 쇼를 공연하도록 했고,속칭 2차를 나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비밀장부에는 간부급을 포함한 해경 관계자 7명,대학교수 4명,병원장을 비롯한 의사 5명,선박회사 경영진 4명,교사 2명 등 22명의 이름과 함께 윤락 장소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또 “업소주인은 명절은 물론 평상시에도 관할 파출소와 경찰서에 과일상자,상품권,난화분 등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은 “전에 일하던 유흥업소에서는 순천 사법기관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전문경비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접대와 성상납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유흥업소 주인은 무단결근 50만원,지각 5만원 등 일방적으로 온갖 벌금을 만들어 돈을 갈취하고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종업원들은 업주 성모씨를 지난 4월27일 여수경찰서에 고소했으나,아직도 성구매자들과 대질 등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이날 여종업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임금을 갈취한 업소주인 성모(38·여·전남 여수시 문수동)씨를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여종업원이 밝힌 파출소와 경찰서 등에 대한 유흥업소 업주의 상납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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